[세풍] 2020년 총선, 과거 집착 세력에 대한 심판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에게 정치적 자산(資産)을 물려준 동시에 집단 트라우마(trauma)를 안겨줬다. 정권을 잃고 당했던 참혹한 경험들이 뇌리에 각인돼 공통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다. 트라우마는 정신을 지배하고 행동을 결정짓는 법. 필연적으로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다 죽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20년을 넘어 50년·100년 집권론을 들고나온 것도 집단 트라우마의 표출로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을 필두로 한 집권 세력에게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중차대하다. 국정 수행 동력을 확보하려면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총선 승패가 다음 대통령 선거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정권 연장을 위해 집권 세력은 총선 승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이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한 것은 물론 정권마저 몰락한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고 그 덕을 본 것이 지금의 집권 세력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절대반지'가 필요하지만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겐 국민 마음을 돌릴 마땅한 카드가 없다. 북한 문제는 북한 비핵화 진척은 전혀 없이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신세가 됐다. 한·미 동맹은 균열이 갔고 안보에 대한 국민 우려는 팽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경제 문제 역시 좌초 상태다. 먹고사는 문제 하나만으로도 정권에 등을 돌린 사람이 부지기수다. 집권 세력 텃밭인 부산·경남은 물론 서울·경기 등 수도권 민심마저 사나워졌다. 지금 상태가 지속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필패(必敗)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곧 통한다고 했던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내년 총선의 해법을 다른 데서 찾았다. 문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그만 버려달라"고 쏘아붙였다. 누가 봐도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말이다.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다음 총선은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는 대결 구도로 갈 것"이라고 거들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광주에서 '독재자의 후예'를 들고나왔다. '민주당은 미래, 한국당은 과거'란 총선 프레임 짜기에 두 사람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한국당을 겨냥한 집권 세력의 과거 프레임 씌우기가 내년 총선에서 효과를 볼 것인가? 오히려 민주당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국민 대다수가 과거에 집착한 것은 한국당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출범 후 3년째 '적폐(積弊) 청산'을 명목으로 검찰과 경찰, 정부 기관 등을 앞세워 '과거 캐기'에 열 올리고 있다. 내 편은 쏙 빼놓은 채 네 편만 공격하다 보니 '적폐(敵弊) 청산'이란 말까지 생겼다. 과거사 청산은 전·전전 정부를 넘어 5·18과 6·25, 해방 직후 사건, 일제강점기, 구한말까지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까지 건드릴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집권 세력은 말로는 미래를 외치고 있지만 정책과 정치 행태는 철저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꿈을 파는 상인(商人)"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국민에게 꿈을 안겨주고 있는가? 꿈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는 없다. 과거에 집착한 것을 넘어 과거를 '악용'하는 세력을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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