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의한방 통합의료와 메디시티

이석수 선임기자 이석수 선임기자

지역 한 의료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 토막. 전국 단위 의료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병원장까지 지낸 인사가 뇌병변을 앓았다고 한다. 이 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한의원을 찾아 탕약과 침 시술 등을 병행했다. 재활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던 병세는 한방 치료 2달 만에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치료를 맡은 한의사에게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더라고. 의사가 한의사의 치료 영역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몇몇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한방 통합의료도 이러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이상적인 협진(協診)이 아니고, 대개 양방 또는 한방 치료를 고를 수 있도록 환자에게 선택권을 줄 뿐이다. 의사가 한의사의 치료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러 요인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대구에서 설립된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이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물을 도출했음에도, 산업화를 위한 후속 절차가 이어지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통합의료진흥원 한 자문위원이 들려준 사연은 이러하다.

통합의료진흥원은 지난해 한방 '자음강화탕'이 유방암 치료제 타목시펜의 부작용을 거의 없애주는 결과를 확인했으며,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신규 건강보조성분(NDI, New Dietary Ingredient)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은 올해 초까지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까지 이어져 'NDI 3관왕'을 달성했다.

NDI 인증은 새로운 건강식품 원료에 대한 안전성 입증과 엄격한 절차 때문에 매년 수백 건을 신청해도 최종 승인은 2, 3건에 불과하다. 특히 약초에서 추출한 복합제제로 만든 한약이 미국에서 복용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성과는 미국의 톱 클래스 병원의 책임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들은 '동양의 신비한 약물'이 의료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 하버드 암병원 센터장, 미 국립보건의료연구원 보완통합의료센터장 등은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길이 열렸다"고 축하해줬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을 방문해 양약과 한약의 병용 투여를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관심이 없었다. 의사들은 약도 아닌 기능성 식품에 불과한데 호들갑을 떤다고 했고, 한의사들은 이미 한방에서 쓰이는 보편적인 약이라며 큰 의미를 보태지 않았다.

NDI 인증을 받았어도 '한약'이 미국에서 많이 팔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통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통합의료진흥원에 참여한 대구가톨릭대병원만 유일하게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음강화탕 병용 투여 임상을 했지만, 사례 수가 10건에 그쳤다. 다른 대학병원은 어림도 없었다. 환자들에게 한약을 쓰는 것을 꺼릴뿐더러 임상에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면 한약의 우수성만 부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의한방 통합의료에 대해 오픈 마인드가 확산되면 어떨까. 미국 FDA라는 큰 산을 넘긴 아이템을 산업화하고, 대구가 주도하는 다국가 임상 연구 기반까지 마련한다면 그야말로 '메디시티' 아닌가. 미국 시장 규모만 42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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