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어느 원전 세일즈맨의 오지랖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프랑스는 자원 빈국이다. 소비하는 석유의 1%, 천연가스도 2% 정도를 자체에서 생산할 뿐이다. 2004년 이후 석탄은 더 이상 캐지도 않는다. 그런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도가 50%를 넘나든다. 전력은 남아돈다. 남는 전력을 처음 수출한 나라가 프랑스였다.

그 비결은 원자력이다. 프랑스는 미국에 이은 세계 최고의 원전 대국이다. 58기의 원전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 원전 의존도가 70%를 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프랑스가 이처럼 원전 강국이 되는 토대를 깐 것이 반핵을 외치던 좌파 정부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은 1981년 반핵을 내걸고 집권했지만 이후 원전을 가속화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설치에도 속도를 냈다. 좌파 집권 후 원전에 대한 정치적 반대 세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한때 탈원전이 거론됐지만 이 역시 진보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 당선 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국민들은 프랑스 원전이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임을 이해하고 변함없이 신뢰한다.

프랑스는 한국의 거울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원 빈국이지만 원전이 있었기에 에너지 강국 반열에 합류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나라가 없다.

오늘날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7개국뿐이다. 우리나라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며 대열에 합류한 것은 국가적 큰 성취였다.

지금 세계는 원전 각축장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16개국 59기에 이르고 발주를 앞둔 원전도 12개국 86기에 이른다.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주 경쟁 또한 치열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다 경제성까지 갖춘 우리나라가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원전 수출은 기술력만 믿었다간 낭패다. 정치력, 외교력이 훨씬 중요하다. 이는 그 나라 리더의 의지에 달렸다. 트럼프가, 푸틴이, 또 시진핑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유다. 이 중 그 누구도 내 나라엔 짓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없다. 3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18기를 건설 중이고 31기의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99기의 원자로를 가진 미국도 2기를 짓고 있고 8기를 추가한다. 35기를 가진 러시아도 건설 중 7기, 계획 중 22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일즈 외교에 가세했다.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원전 수주에 진정한 의지가 담겼는지는 의문이다. 수주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정부는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지만 탈원전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글로벌 원전 시장은 그림의 떡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지그지글러는 이렇게 썼다. "자신이 팔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확신이 없다면 자신이 팔고 있는 것의 가치에 의문을 달아 보라." 고객이 사지 말아야 할 물건을 사게 만드는 사람은 유능한 세일즈맨이 아니라 비윤리적인 세일즈맨이다. 스스로 탈원전을 해야 할 정도로 원전에 대한 확신 없이 세일즈를 한다면 비윤리적이고, 확신을 가지고 원전을 팔려 든다면 탈원전의 근거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자칫 원전은 못 팔고 오지랖 넓다는 소리나 듣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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