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다 그래도 우린 안 된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1919년 3월 1일, 100년 전 2천만은 하나였다. 나이, 신분, 종교, 사상과 이념이 달라도 '빼앗긴 땅' 나라 안팎 발 디딘 곳 어디라도 좋았다. 긴 세월 굴레였던 온갖 족쇄도 햇살에 잔설(殘雪) 녹듯 사라졌다. 그렇게 '만세'로 뭉쳤고, 그해 4월 11일 '독립' 염원을 모아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였고, 오늘의 바탕이 됐다.

2019년 3, 4월 지금 '되찾은 땅'에서 100주년을 맞았지만 그때 정신은 잊혔다. 민족대표 33인처럼 온 나라가 손잡고 목숨조차 아끼지 않던 그날의 처절함은 간데없다. 100년 기념행사는 넘쳤지만 그 정신을 되새겨 새로운 100년을 맞는 희망의 행동보다 말만 무성했고 갈래로 찢어진 갈등과 분열만 돋보인다.

이럴 순 없다. 작금 시대 상황도 바뀌고 있다. 비록 되찾은 땅이 강대국 패권 놀음으로 산하가 갈려 70년 세월을 보냈지만 최근 주변 여건이 달라졌다. 이런 달라진 상황은, 그때처럼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다시 하나 되는 새로운 길을 낼 좋은 기회로 삼기에 충분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은 사람이 꾸미는 법이니.

먼저 인구 추세이다. 1911년 1천300만은 1944년 2천500만, 북한 첫 인구조사가 나온 1993년 기준 남북은 6천400만 명이다. 두 번째 북한 인구 자료인 2008년 기준 남북은 7천113만, 2026년은 7천803만 명으로 최고치다. 이후 남한은 인구가 줄지만 북한은 늘어서 2055년 인구는 7천114만 명으로 강국(强國) 수준이다.

이는 절망적 인구 절벽과 다른 징조로 여길 만하다. 일본을 보면 이런 남북 인구 자원은 호재이다. 1910년 한국을 삼킬 때 일본은 5천만, 한국을 떠난 1945년 7천119만, 6·25전쟁 덕을 누린 1950년대 8천만 시대, 2010년 1억2천805만 정점 뒤 2015년 1억2천709만, 2045년 1억609만 명의 감소세 유지다.

북한 사정도 고무적이다. 2008년 김정은 후계자 등장 뒤 변화는 여럿이다. '장마당'이 그렇다. 전국 500~750개쯤인 장마당 증가로 '장마당 세대'가 나올 만큼 자본시장 물결도 엿보인다. 조선조 차별에 맞서 개성 상인 등은 장사로 나라의 한 축을 이뤘다. 장마당 세대 역시 그 맥을 이어 남북 강산의 변화를 이끌 한 축의 역할을 맡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뀐 주변 국제 정세 흐름도 탈 만하다. 옛 소련 붕괴, 냉전체제 해체, 중국의 개혁개방, 남북 정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은 긍정적이다. 비록 북핵 문제로 남·북·미 간 과제가 많으나 풀지 못할 일은 아니다. 자국 이익이 먼저인 몇 강국을 설득, '진정한 독립'인 통일의 완성은 우리 몫이라 남북 지혜만 모으면 될 터이다.

이제 우리가 100년 전 정신을 되살려 기려야 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 실정과 정책 오류 탓을 넘어 머리를 맞대 문 정부 이후 그림도 그려야 하는 책무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특히 대구경북인의 역할은 기대할 만하다. 마침 대구경북 33개 광역·기초 자치단체 대표의 3월 울릉도 만남과 상생의 한마음 결의는 좋은 사례다.

대구경북은 민족 첫 통일의 역사를 썼고, 해마다 이를 기려 10월 7일 통일서원제를 갖는 곳이라 남다른 역할에 나설 만하다. 문 정부의 홀대와 소외 정책은 비판할지라도 나라 앞날을 위한 역할은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옛날처럼 정치 편향 같은 낡은 틀부터 깨야 한다. 100년 전 그때를 모두가 잊더라도 대구경북만이라도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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