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뉴스사막 만드는 네이버 제국주의

배성훈 디지털국장 배성훈 디지털국장

지난달 19일 오전 7시 11분쯤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보 사우나 4층 남탕에서 불이 났다. 대구의 대표언론 매일신문은 오전 8시 14분 당시 긴박한 상황을 묶어 가장 먼저 인터넷에 속보를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1보(8시 19분)에 비하면 매일신문 기사가 5분 정도 빠른 셈이다. 현장을 누비던 사회부 캡(경찰팀장) 등 취재진의 노력으로 알찬 기사를 신속하게 독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털에서 매일신문 기사는 메인은커녕 검색에서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름도 생소한 온라인 매체와 서울 언론들이 연합뉴스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후 매일신문 기사(9시 49분 현장 영상, 9시 54분 2보, 9시 56분 현장 영상)는 검색 순위 뒤로 밀리면서 포털에서 사라졌다.

지난달 28일 부산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 대형 화물선이 광안대교에 충돌하자 부산의 언론들은 속보와 동영상을 재빨리 입수해 온라인에 올렸다. 하지만 네이버 등 포털의 뉴스 배치는 서울 언론과 인터넷 매체 일색이었다. 현장 상황을 자세히 다룬 부산의 대표적 언론 부산일보나 국제신문의 기사는 포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9년 2월 19일 '대구 대보사우나 불' 사례. 매일신문이 오전 8시 14분(사진 왼쪽) 속보기사를 내보낸 후 연합뉴스가 8시 19분(오른쪽) 속보를 배포했다. 전국 모든 신문이 연합뉴스를 참고로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면서 매일신문 기사는 검색 순위 뒤로 밀리면서 이후 포털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2019년 2월 19일 '대구 대보사우나 불' 사례. 매일신문이 오전 8시 14분(사진 왼쪽) 속보기사를 내보낸 후 연합뉴스가 8시 19분(오른쪽) 속보를 배포했다. 전국 모든 신문이 연합뉴스를 참고로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면서 매일신문 기사는 검색 순위 뒤로 밀리면서 이후 포털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는 독점적 지배권을 가지는 사업자이다. 네이버 등 포털 업체들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화면에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뉴스 장사'를 해오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포털에서는 지역 기사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 뉴스는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지역 현안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인 지역 뉴스가 포털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위배된다.

한국 뉴스 시장은 포털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유통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은 76.0%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터넷 포털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62.0%로 '언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 23.4%보다 배로 높았다. 이 같은 뉴스 유통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네이버의 지역 뉴스 배제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조치나 다름없다.

요즘 같은 모바일시대에 지역민이 지역 언론의 기사를 쉽게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지방자치에 대한 위협이다. 이러다가는 미국의 경우처럼 지역신문이 아예 없거나 1개의 신문만 발행되는 '뉴스의 사막지대'(news deserts)가 확산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뉴스 사막의 확산이 가속화되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현안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었던 지역신문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네이버에 요구한다. 지역 언론들이 현장을 뛰고 취재해 제대로 쓴 지역 기사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아 검색 상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라. 아울러 네이버 뉴스 메인에 지역 뉴스 코너를 신설, 독자들의 지역 뉴스 접근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지역민에게 뺏은 뉴스 선택권을 지역민에 돌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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