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물류공항

정욱진 사회부장 정욱진 사회부장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중국~동남아~유럽까지 철도길이 열리게 된다는 기대감에 한때 전국이 신났다. 누구도 항공로가 있는데 철도까지 필요하겠냐고 초치지 않는다. 물류 통로는 많을수록 좋다는데 이견이 없다. 싼값으로 옮겨줄 철도도, 빨리 옮겨줄 항공도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도 유독 지역공항 건설 문제에서는 여론이 인색하다. 작은 땅덩이에 뭐하러 여러 공항을 짓느냐는 말을 논리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정녕 물류에는 눈감고, 공항은 해외여행객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믿는 것인가.

2004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충청권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한화·SK 등도 이 지역에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은 지난 2010년 청주국제공항에 처음 등장한 대형 화물기 덕분이다. 당시 대한항공이 인천~상해~청주~앵커리지~애틀랜타~시애틀~인천 노선을 주 3회 취항한 것이다. 청주공항이 정기화물 노선 시대를 열면서 청주, 천안, 이천 등 중부권에 집중된 반도체·태양광 등 기존 첨단제품 수출기업의 경쟁력 상승은 물론 대기업들의 새 투자처로 충청지역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구국제공항도 동남아 몇 개국 노선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흑자가 될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 대구경북은 미주, 유럽 노선을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유럽 시장을 방문하려면 인천에서 1박을 해야 하고 귀국 후 또 종일을 달려야 집으로 돌아온다. 가격이 저렴한 경유 노선을 찾으면 편도 2회 경유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1년에 한 번 해외여행하는 이들이야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간다 해도 문제는 물류다.

기업들에 '물류'는 핵심 니즈(Needs)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입지일수록 공항과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은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항공 운송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첨단 공장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지난달 지역 중견기업 CEO와 저녁 자리를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지역에 제대로 된 물류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시장·도지사에게 입이 닳도록 건의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삼성·LG가 왜 구미를 떠났나. 지역에 물류공항이 없어서다"라고 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다. 장사를 잘하려면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주·유럽으로 화물기가 뜰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이 함께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주된 목적도 '물류경제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여객 수송만의 목적이 아니다. 지역 미래 먹을거리를 담보할 물류공항이라는 중요성이 더 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물류통'이었던 이승호 경제부시장을 지난해 대구시가 스카우트한 이유 중의 하나도 물류공항의 중요성 때문이다.

남북 경협의 최대 화두 역시 물류길 확보로 요약된다. 대구경북에 부산~포항~북한~러시아~유럽까지 통하는 '지상 물류길'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 물류길'도 대구경북에는 절실하다. 지역의 발을 묶고 지방자치가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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