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조급증·갈라치기가 가져온 文정부 위기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문재인 대통령에겐 충격이자 타격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던 문 대통령은 차에서 쫓겨나 구경꾼 신세가 됐다. 국민에게 환상을 불어넣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 등 집권 세력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껏 집권 세력은 남북한 화해 이벤트로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따른 대북 제재 해제가 없는 한 남북한 이벤트는 쇼일 뿐이란 사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확인됐다. 국민 대다수가 김정은과 북한,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로 말미암은 경제난이 문 정부를 위기에 빠트렸다. 설상가상으로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며 매달린 북한 문제마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문 정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위기를 가져온 요인이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올인한 북한 문제, 소득주도성장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토록 공들인 북한 문제와 경제정책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은 뭘까.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조급증과 갈라치기 탓이다. 트럼프가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했는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조급증을 보였다. 미국에 제재 완화를 집요하게 설득하고 남북 경협까지 떠안겠다고 하는 등 서둘렀다. 문 대통령과 비서진이 북미 정상의 서명식을 TV로 지켜보는 이벤트까지 준비했다 망신을 산 것도 조급증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등 경제 주체들의 사정을 두루 살피고, 공론화를 통해 득실을 따져본 후 추진하면 될 일을 막무가내로 결정하고 밀어붙인 결과 부작용이 산처럼 쌓이고 말았다.

적과 아군으로 편을 나눠 갈라치기를 하는 행태도 위기를 자초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맹신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만 몰두한 탓에 한미 공조에 구멍이 뚫렸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편을 들어 미국을 갈라치기 한 결과 미국이 우리 정부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담 결렬 후에도 집권 세력은 일본 아베 총리와 국내 비판 세력을 한편으로 묶는 갈라치기를 하고 나섰다. "(회담 결렬에) 아베 총리만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친일로 몰아버리는 프레임 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에서 보여준 갈라치기가 급기야 대구경북을 인사예산에서 배제하는 특정 지역 갈라치기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조급증과 갈라치기는 정권을 계속 잡아야 한다는 강박 심리의 산물이다. 참여정부 이후 집권에 실패했을 때의 고통과 트라우마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뇌리에 각인돼 있고, 이번에는 정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조급증과 갈라치기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론 청산을 주장했다. 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갈라치기이자 조급증의 발로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문 정부의 위기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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