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洑(보)를 다 허물고 나면 속이 후련할까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물 빠진 강은 을씨년스럽다. 수문을 열어젖히자 달성보의 양수장 취수구는 막혔고 유람선은 멈춰 섰다. 봇물의 낙차를 이용하던 수력발전은 접었다. 대신 모래톱을 드러낸 강엔 말라죽은 민물조개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수량이 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던 동식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보 담수로 인해 새로 생긴 습지는 마르고 생태계 초토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역 농민들은 가뭄과 홍수를 걱정하던 시절로 되돌아갈까 걱정이 태산이다. 성난 농심을 달래려고 여기저기 관정을 뚫어 보지만 부질없다. 사시사철 가득 찬 물을 이용해 친수공간 개발에 나섰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저마다 아우성이다. 물을 빼 보니 가려졌던 보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났다.

보와 댐에 가둬둔 물을 풍족히 쓰다 보니 잊기 쉽지만 우리나라는 엄연히 물 스트레스 국가다. 국민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2003년 기준)이 1천453㎥에 불과하다.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다.

'한강의 기적'은 이를 극복하며 이뤘다. 기적은 1960년대 한강의 물길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북한강 수계에만 춘천댐 의암댐 소양강댐 팔당댐이 차례로 들어섰다. 물이 풍부해지자 수도권은 풍성해졌다. 홍수 피해는 덜고 용수 걱정은 사라졌다. 상류에서 하류를 연결한 댐들은 이제 수도권 주민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생태계는 변화된 환경에 스스로 적응했다. 그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지금 어느 누구도 댐을 허물어 재자연화하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북한은 엇길로 갔다. 북은 남에 비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1인당 수자원량이 3천366㎥로 두 배를 훨씬 웃돈다. 그런데도 북은 여전히 척박한 땅으로 남았다. 식량난은 만성이 됐다. 대부분 북한 하천은 지금도 '자연' 상태다. 치수 실패는 국민을 배고프게 했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물이 풍족한 국가 대부분이 이 대륙에 집중돼 있다. 콩고는 1인당 수자원량이 31만㎥로 세계 4위, 가봉은 12만㎥로 6위다. 이들 나라의 강도 대부분 자연 그대로다. 치수의 개념도, 능력도 없다. 국민 삶은 척박하다. 선진국은 다르다. 유럽은 수자원 이용도가 75%에 달한다. 미국은 1인당 수자원량이 1만㎥를 넘지만 보와 댐, 운하 등 수리시설이 200만 개를 넘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일찍이 치수에 눈을 뜨고 성공한 것은 큰 축복이다. 22조원이란 예산을 들여 만든 4대강 16개 보 역시 밉건 곱건 역시 그 한 축이 됐다. 손가락질하는 사람보다 물을 이용하고 친수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 보를 정부가 허물려 든다. 재자연화라는 명분에서다. 말은 그럴듯한데 북한처럼, 아프리카처럼 가겠다는 뜻이다. 근거로 '녹조라떼'란 조어를 만들었다. 보 설치 후 유속이 느려지며 보에 녹조가 창궐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들도 보 설치와 녹조의 연관성을 밝힌 논문 한 편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 싣지 못했다. 반면 금강수계에 보 설치 후 하류 수질이 좋아졌다는 논문은 1월 SCI급 국제 학술지인 '환경공학과학'지에 실렸다.

보를 허무는 일은 보와 녹조의 연관관계를 확인하는 충분한 연구결과물이 나온 후 검토할 일이다. 아무런 연구 실적도 없이 다짜고짜 보부터 없애겠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읽힌다. 그리되면 환경정치인들의 속은 후련할지 모르나 국민 속은 뒤집어진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