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고의 자영업자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발굴

박상구 경제부 기자

박상구 경제부 기자 박상구 경제부 기자

지난달 매일신문 지면에 '자영업자 희망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다.

취재차 만난 자영업자들에게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낙후된 상권에 자리 잡았다는 점과 혼자 일한다는 점이었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처음부터 자영업을 생각한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거나 취업난에 창업을 택했다. 남다른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둔 그들에게도 자영업은 '차선책'이었다.

수년째 취업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차렸다는 한 자영업자는 "대구는 경쟁이 치열해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일반 직장인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며 "어느 정도 매출이 확보된 지금도 그냥 취업하고 회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다 안 되면 카페나 차려야지'라는 말은 현실적이면서도 정말 위험한 얘기"라고 했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전년 대비 3천 명 줄었다. 빚을 내가며 버티는 자영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432조2천억원에 달했다. 일반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자영업자 빚 규모는 7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카드 수수료, 비싼 임대료 탓도 물론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자영업자 인건비 지원, 임대료 인상 폭 제한 등 정부 지원책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이유다.

지역 자영업자 어려움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친 경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는 564만 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25%를 넘는 수치로 일본의 2배 수준이다. 한정된 시장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힘든 구조다.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확보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같은 자영업자 대책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불가피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대구의 최근 고용지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달 대구 취업자 수가 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천 명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3천 명 줄었다. 자영업자 비중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셈이다.

취재를 위해 자영업자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의 중요성이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자영업자마저 여전히 취업해서 월급 받는 것이 낫다고 얘기할 만큼 지역 자영업자들이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니면 최소한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에서라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자영업자는 극소수다. 최고의 자영업자 지원책은 결국 '경쟁자 제거'(?)다.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해야 지역 청년들도, 자영업자도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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