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대통령이 대구공항 이전 한 말씀 하시라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영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해공항이 포화될 경우에 맞춘 대안 마련 차원에서였다. 김해공항 이용객 수가 215만 명(2005년)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이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국토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권 허브공항이 필요하다."

명분은 분명했으나 입지를 두고 영남권이 갈라진 것은 유감이다. 대구경북은 경남 밀양을 밀었다. 대구도 경북도 아닌 경남 밀양을 굳이 선택한 것은 부산경남권에 대한 배려였다. 기존 김해공항보다도 훨씬 먼, 바다 건너 가덕도는 애초부터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부산은 무조건 가덕도를 고집했다. 여기엔 부산 신공항과 신항만,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구상을 완성하겠다는 '부산만을 위한' 욕심이 묻어 있었다.

아쉽게도 가덕도는 대구경북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공항을 지었는데 현재의 대구공항과 김해공항 체제보다 더 불편해진다면 대구경북민들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구경북은 가덕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부산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지역 갈등은 폭발했다.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수습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갈등이 심해지자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유로 경제성 부족을 들었다. 적자투성이 지방 공항을 또 짓느냐는 수도권론자들의 영남권 공항 무용론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구공항이나 김해공항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흑자 공항이다. 적자투성이 공항이란 폄훼는 당치 않다. 앞으로 길이 3천500m 이상의 반듯한 활주로가 깔린 공항으로 거듭나면 중장거리 노선이 확충되고, 대형 수송기까지 드나들며 더 큰 날개를 달 것이다.

백지화에도 영남인들이 관문공항에 대한 요구를 접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입지 다툼은 여전했다. 또다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2015년 5개 시도지사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입지는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토록하고 서로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결정하면 토를 달지 않겠다는 대승적 합의였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용역팀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에 818점, 밀양 665~683점, 가덕도 581~635점을 매겼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채택됐다. 곧이어 대구공항 통합이전안도 나왔다.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김해신공항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구경북인들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받아들였다. 대구공항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마냥 허송세월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구공항은 2018년까지 부지를 확정하고 2023년까지 민간공항과 K-2를 함께 이전하기로 계획했다.

정권이 바뀌었다. 대구공항 이전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아직 부지 확정도 못 했다. 그러던 차에 김해공항 확장에 부정적인 대통령의 한마디가 터졌다. 가덕도 공항에 다시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구경북민들에겐 지난 10년간의 악몽을 되살리는 일이다. 가덕도 공항과의 딜을 위해 대구공항 이전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인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와야 한다. "대구공항부터 계획대로 반듯하게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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