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적임과 정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다섯 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오시'(五視)인데 평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보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누구를 천거하는지, 넉넉할 때 어떤 아량을 베푸는지, 곤궁할 때 행동거지가 어떤지, 미천할 때 재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다섯 가지 중 어느 것이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바르게 처신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인물 천거'는 가장 어려운 일로 꼽힌다. 남을 천거하는 일이 본래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중신을 잘 서면 술이 석 잔, 잘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기 눈높이에 맞춰 사람을 어설프게 평가하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는 인재라고 천거했다가는 되레 화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엽관(獵官)이나 정실(情實)에 기운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에 따라 그제 지역 각급 법원장이 임명됐다. 기수 관례를 벗어난 의외의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피추천인에 대한 주변의 높은 평가에 기초해 내린 판단이라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소속 법관들이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역량과 됨됨이, 소통 능력 등 여러 면을 보고 추천한 결과라는 점도 이번 법원장 인사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와 납득을 두텁게 하는 요소다.

반면 적임이라며 추천했지만 기대와 어긋나는 '인물 천거' 사례가 최근 잇따라 불거져 논란이다. '목포 게이트'로 물의를 빚은 손혜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무형문화재위원회 등 문화부 산하 기관에 주변 인사들을 여럿 추천하면서 잡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보도다.

한편에서는 '사람을 추천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고 반박하지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능력이나 경험 등에서 적임이 아니라는 주변의 평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비단 손 의원뿐 아니라 누구든 자기 눈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내가 잘 안다'는 주관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옛 사람들이 '오시'를 품인(品人)의 틀로 삼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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