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청와대 권력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헬기를 타고 가던 사단장이 아래를 내려보다 거수경례를 하는 병사를 봤다. 사단장 왈(曰). "충성심이 남다른 저 병사에게 포상 휴가를 줘라." 뜻밖의 휴가를 얻은 그 병사, 사실은 헬기 소리에 하늘을 올려보다 눈이 부셔서 눈썹 위에 손을 올린 것뿐이었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청와대 권력'이 세긴 센 모양이다.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토요일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 육군 인사 선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며 행정관이 육참총장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실무자급에 확인할 수 있는데도 나이가 30대 중반인 행정관이 예순을 바라보는 육군 최고 책임자를 불러낸 것이다. 청와대 권력을 보여주는 만남이다.

만나게 된 과정도 문제이거니와 성격과 내용, 끝맺음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장성급 인사 절차가 진행되는 시기에 육참총장이 청와대 행정관과 사전에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두 사람은 인사 자료를 가지고 장성 진급 인사 범위와 대상에 대해 논의했다. 만남에 동행한 다른 청와대 행정관은 장군 진급 심사 대상자였고 같은 해 연말 진급했다. 육참총장을 불러내 만난 그 행정관은 만남 후 군 인사 파일을 분실해 의원면직됐다.

청와대 해명은 더 가관이다. 행정관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군 인사 전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해 육참총장에게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했다.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똑같이 대통령 지침을 받아 수행하는 비서라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성 진급 대상자에 대한 검증은 해당 행정관의 고유 업무가 아니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인사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한다.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적자 국채 발행 압박 의혹 등 청와대 권력의 어두운 면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청와대의 권력 독점 현상을 지적한 정치학자 박상훈은 저서 '청와대 정부'에서 청와대가 내각을 수직적으로 지휘하는 정부 운영 방식은 비(非)민주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가 보수판 청와대 정부라면 지금은 진보판 청와대 정부라고 규정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청와대가 얼마나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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