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친환경 생활에 관한 오해들

조두진 문화부장 조두진 문화부장

1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165㎡(50평)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마트에서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지를 제공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3월 말까지 계도 기간)

환경오염이 심각하니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마늘이나 양파는 수확 후 적절히 건조해서 보관하면 상당 기간 저장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양파나 마늘 까는 걸 싫어하니, 대형마트에서는 깐마늘과 깐양파를 판매한다. 미리 껍질을 까서 내놓으니 신선도와 저장성이 금방 떨어지고, 이를 조금이라도 상쇄하려고 비닐 랩으로 둘러싼다. 이런 비닐은 금지 대상도 아니다.

가을 무 역시 흙이 묻은 채로 저온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흙 묻은 무를 싫어하니 생산자들은 무를 박박 씻어서 내놓고, 그러다 보니 신선도가 금세 떨어진다. 그래서 또 얇은 비닐로 둘러싼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 한 환경보호는 난망한 것이다.

일회용 비닐봉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에코백이나 플라스틱 장바구니, 일회용 컵 대신 권하는 텀블러에도 함정이 있다.(제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에코백이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친화적이려면 130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이려면 1천 회 이상을 써야 한다.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운반된 거리에 수송량(t)을 곱한 값을 말한다. 운반 거리가 멀수록, 운반량이 많을수록 환경을 더 많이 해친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좀 더 친환경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농약과 비닐을 사용해 채소를 재배했다면, 운반 거리는 짧지만 환경에는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 농약과 농사용 비닐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해보면 된다. 푸드마일리지가 짧다고 곧 친환경은 아닌 것이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할 '친환경 가방'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 마크'가 붙은 제품을 쓰는 것이 곧 친환경 생활은 아니다.

기업은 '친환경' 증표를 단 제품들이 몇 회나,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이나 컵보다 환경친화적일 수 있는지를 제품의 유통기한처럼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친환경이고 뒤로는 환경을 더 해칠 수도 있다.

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약 414장이다. 온 국민이 하루에 한 번씩 장을 봐도 연간 414장을 소비하지는 못한다. 결국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제공하는 운반용 비닐봉지가 핵심은 아니라는 얘기다.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하고, 그러자면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좇기 마련이다. 더불어 '친환경 제품'이 오염원을 다른 단계, 다른 장소에 전가하는 '가짜 친환경'은 아닌지도 알뜰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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