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레밍은 왜 집단자살을 하나

편집국 부국장 편집국 부국장

레밍(Lemming)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식하는 들쥐다. 임신 기간이 약 20일에 불과한 데다 한꺼번에 2~8마리의 새끼를 낳고 두 시간 후면 다시 임신이 가능해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한다.

레밍이 유명해진 것은 폭발적인 번식력 때문이 아니라 '집단자살' 때문이다. 3, 4년마다 수만 마리의 레밍이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집단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집단자살 이유로 '개체 수가 과도하게 불어나 먹이가 부족하면 늙은 쥐들이 후손을 위해 자살하는 것'이라는 추론이 한때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레밍이 '이성'(理性)을 가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는 전혀 달랐다. 레밍은 지독한 근시라고 한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다가 벼랑 끝에 다다랐을 때 바다를 작은 호수로 알고 앞에 가는 녀석이 뛰어내리면 뒤따라가는 녀석들도 덩달아 뛰어내려 마치 집단자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는 '과속'이 그 원인이라는 것. 레밍은 직선으로만 움직이는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동 시 떼거리 본능이 있어 한 마리가 달려가면 다른 녀석들도 무조건 달라붙어 빠른 속도로 뒤따라간다고 한다. 그렇게 무리 지어 가다가 갑자기 벼랑이 나타나도 멈추지 못하고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레밍의 집단자살은 후손들을 배려한 행위가 아니라 '지독한 근시'와 '떼거리 본능에 따른 과속 질주'가 그 원인이다.

요즘 '문재인 한국호'의 모습을 보면 레밍의 질주를 떠올리게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처리 방식이 한쪽에서는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일자리와 대북·국방 분야에서 특히 레밍과 닮았다.

지역 한 대학은 400명인 시간 강사를 250명 수준으로, 서울 한 대학은 1천200명인 강사를 내년 1학기까지 500명 감축한다. 내년 시행 예정인 '강사법'(고등교육법) 발효 여파로 대학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각 대학은 전임 강사로 기존 시간 강사의 자리를 메꿔야 해 큰 재정 부담을 안게 되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시간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한 법이 오히려 그들의 일자리를 뺏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교수 노조는 2만~3만 명의 시간 강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정부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국가를 지향한다지만 정작 시간 강사는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의 고용 세습과 내부자 거래를 통한 제 식구 채용은 문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맹목적 일자리 창출이 빚은 불포용적 국가의 모습이다. 구직자들은 보지 않는 지독한 근시와 속도전의 결과였다. 한국공항공사는 5천여 비정규직 가운데 매년 2천 명 정도는 순환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을 정규직화하면 수년간 일자리 문은 차단된다. 비정규직 축소는 맞지만 구직자들의 취업 문은 더 굳게 닫혀 버렸다. 이 또한 일부 구직자에겐 포용국가의 모습은 아닐 터이다.

문 정부의 과속 질주는 대북·국방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등 우리의 전통 우방들이 북의 비핵화 없인 제재 해제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한다. 종전선언도 과속 질주다. 우방 국가들이 북의 비핵화가 선행조건이라는데도 북·중 편에 서서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있다.

문 정부는 20년간 집권하겠다면서 왜 옆은 보지 않고, 왜 그리 급한가? 기어코 레밍의 길을 따라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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