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낙동강 보 개방, 주민 뜻 따라야 한다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황천모 상주시장이 정부의 낙동강 보(洑) 개방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상주의 젖줄인 낙동강 상주보와 낙단보 지키기에 시장직을 걸었다. 기어이 정부가 보를 개방하려 든다면 바리케이드를 쳐서라도 막을 각오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은 처음이다. '적폐'를 앞세운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모두가 입을 닫고 있는 시기다. 황 시장의 용기가 돋보인다.

시장의 용기는 민심에서 나온다. 선출직 단체장은 민심을 거스르기 어렵다. 민심이 필요로 한다면 봇물은 유용한 것이고 보는 지켜야 한다. 봇물이 썩어 못쓰게 된다면 주민들이 가장 먼저 들고일어날 일이다. 지금 그 주민들이 보 개방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난처해졌다. 보 개방 후 '모니터링을 거쳐' 보 철거로 이어가려던 정부다. 상주시 반발로 15일로 예정됐던 낙동강 상류 상주보, 구미보의 개방과 이달 중으로 예고했던 낙단보의 개방을 일단 보류했다.

가뜩이나 정부의 보 개방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현재 정부 의도대로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해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진 곳은 16개 보 중 금강의 공주보와 세종보 둘뿐이다. 보 철거는커녕 개방조차도 곳곳에서 농민 등 주민 반발에 직면해 있다. 당초 금강·영산강은 올해 말, 한강·낙동강은 내년 6월까지 보 개방 후 모니터링을 거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도 정부가 무리하지 않는다면 기약하기 힘들게 됐다.

완전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는 보를 열었을 때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를 역설한다. 수문을 열어 과거 물 흐름으로 돌아간 세종보의 녹조는 지난해, 지지난해보다 더 심해졌다. 수려하던 경관은 사라졌고 과거의 건천화 현상은 다시 나타났다. 연간 1만1천 명이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던 소수력 발전은 허공에 떴다. 보마다 수문을 막아달라는 주민 요구가 빗발치지만 환경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상주보도 이미 지난 3월 9일 한 차례 개방한 바 있다. 하지만 보를 가득 채웠던 물이 사라지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취수량 부족으로 수돗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정도였다. 열렸던 보문은 17일 만에 다시 닫혔다.

녹조 논란이 숙진 것도 아니다. 높은 수온이 4대강 녹조 발생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유량이 늘면 클로로필 농도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논문이 잇따라 국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학술지(SCI)에 실렸다. 한때 4대강 사업지에서 발견돼 수질오염의 징표라며 호들갑을 떨던 큰빗이끼벌레는 1~3급의 깨끗한 물에 사는 태형동물로 수질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오히려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대강 보 개방 혹은 철거 여부는 정치적 편향성에서가 아니라 보가 유용한지가 논의의 초점이 돼야 한다. 그 보의 유용성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이다. 보가 가뭄과 홍수 예방, 주변 경관에 도움이 된다고 주민들이 판단하면 굳이 물을 빼거나 보를 허물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물이 썩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고기잡이도 할 수 없게 돼 죽음의 강이 된다면 보를 그냥 두자 할 리 없다.

영산강 주변 주민들이 승촌보 죽산보가 오염돼 헐어달라면 헐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낙동강 상주보 낙단보 주민들이 보를 지키려 하는데 굳이 헐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금강이건 한강이건 마찬가지다. 결정은 그 강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 몫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정부가 하루 빨리 이를 깨쳐야 한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