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세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나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세금 함부로 써서 잘된 나라가 없다. 최근 몇 년 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나라만 여럿 나왔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이다. 이들 나라엔 천연자원이건 관광자원이건 많은 자원을 타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 증원 등 공공 부문 확대와 예산 퍼붓기식 복지는 이겨내지 못했다.

브라질 정부는 요즘 '물구나무선 로빈 후드' 소리를 듣고 있다. 로빈 후드는 부자에게서 돈을 빼앗아 빈자에게 나눠 준 12세기 영국의 의적이다. 그 로빈 후드가 물구나무를 섰으니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돈은 빈자에게서 부자에게로 흘렀다. 세수의 3분의 1 이상을 복지비에 쏟아붓지만 잘못된 복지제도로 비대해진 공공 부문이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가 됐다.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다지만 '못사는 사람만 더 못살게 된' 우리 경제 현실과 도긴개긴이다.

세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기업이 열심히 연구 개발 생산 판매하고, 국민들이 땀 흘려 일한 결과물이다. 정부가 이를 제 호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여겨선 안 된다. 함부로 쓰여도 안 되지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면 더욱 안 된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세금 씀씀이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 꽤 됐다. 툭하면 세금으로 메우려 들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 청구서가 국회에 날아든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우선 내년 4천712억원의 착수비만 슬며시 들이밀었다. 하지만 일단 국회 비준을 받게 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게 돼 있다. 비용을 가장 소극적으로 잡은 민간 씨티그룹조차 북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철도 27조원, 도로 25조원 등 총 71조원으로 추정했다. 특정 집단이 자기 호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불확실한 투자청구서를 서둘러 들이밀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정부의 세금 운용 실력은 이미 믿음을 상실했다. "4대 강 22조원이면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든다"던 정부가 2년간 일자리 예산으로 세금 54조원을 책정하고도 헛일만 했다. 그래도 아쉽다며 내년 일자리 예산을 사상 최대였던 올해보다 22% 더 늘리겠단다. 이쯤 되면 세금중독이란 공격을 받아도 어색할 리 없다. 올해 경찰 군인 교사 등 2만7천 명을 늘린 것으로 모자라 내년에 3만6천 명을 더 뽑겠다고 한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교사 수는 늘어간다. 5년 임기 동안 기어코 17만 명을 채울 기세다. 30년 동안 3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세금 부담은 안중에 없다. 25조원이면 넉넉할 원전 6기를 백지화하고 대신 100조원 이상이 필요한 태양광 시설을 늘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60조원이던 채무는 올해 700조원을 넘고 2022년이면 900조원을 바라본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가 GDP 대비 40% 선에서 안정적이라 한다. 공무원 비율도 스웨덴 같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으로 세금이 함부로 쓰인다는 의구심을 상쇄할 수 없다. 스웨덴의 조세부담률은 4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20% 남짓하다. 조세부담률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면서 같은 복지와 공무원 비율을 추구하다가는 스웨덴이 아닌 브라질 짝이 나기 십상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대통령부터 국민 세금 쓰기를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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