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텃밭 가꾸기, 사람과 공동체를 살린다

조두진 문화부장 조두진 문화부장

제6회 대구도시농업박람회(9월 6~9일)가 막을 내렸다. 24만5천여 명이 박람회가 열리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를 방문해 성황을 이루었다. 도시에 살고 있지만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말일 것이다.

도시(텃밭) 농부와 전업 농부는 작물 재배 방식이 많이 다르다. 전업 농부는 한두 가지 작물에 집중해 대량 재배하고, 텃밭 농부는 여러 가지 작물을 조금씩 재배한다. 전업 농부가 한두 가지 작물에 집중하는 것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사 목적도 다르다. 전업 농부는 판매 이윤을 추구하고, 텃밭 농부는 자가소비, 나눔, 취미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

오늘날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전문화·분업화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덕분이다. 땡볕 아래에서 비지땀을 흘리지 않고도 신선한 야채를 마음껏 먹고, 타이어 하나 바꿔 끼울 줄 모르지만 자동차를 운전하고, 도살이라는 난감한 일을 감당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전문화·분업화 덕분이다.

하지만 전문화·분업화는 전인적이어야 할 개인을 기능성 부품으로 만들고, 서로 보호하고 보호받아야 할 인간을 버려진 외톨이로 만든다. 인간소외와 공동체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분야별 전문성이 고도화될수록 그런 현상은 심해진다.

공산주의 창시자 마르크스는 '종일 직물을 짜거나 구멍을 뚫고, 선반을 돌리고 삽질하는 게 어떻게 인간의 삶인가.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면, 사람은 누구나 오늘은 이 일을 하고, 내일은 저 일을 하고, 아침에는 사냥꾼이 되거나 농부가 되고, 오후에는 가축을 돌보고, 저녁에는 비평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노동과 인간소외에 지친 사람들에게 솔깃한 말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며, 평범한 사람들은 비참한 생활을 피할 수 없다. 인간소외를 극복하기는커녕 (물자 부족으로) 도처에 도둑이 창궐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문화·분업화를 강화하면서도 인간의 부품화와 이웃 간 단절을 막는 것이다.

해결책 중 하나가 생활에서 전인적인 일을 찾는 것이다. 일주일 중 상당 시간을 자기 전문 분야 업무에 쓰되, 일정한 시간을 할애해 자기 의지와 기획에 따라 어떤 일 전체를 꾸려가는 것이다. 그 일은 생산성이나 이윤에서 비껴나 있어야 한다. 판매 이윤과 노동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갖다 대는 순간 부품의 기능성에 빠지기 십상이다.

텃밭 가꾸기는 전인적 삶을 꾸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날씨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식물과 동물은 물론이고,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이전에는 몰랐던 풀과 곤충의 이름과 생태를 알게 되고,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던 남편들이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시작한다. 텃밭 농부들끼리 김장을 함께 담그기도 하고, 고구마나 감자 파티를 열기도 한다.

대구의 15층짜리 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의 텃밭에서 기른 야채를 나누어 주기 시작하자, 아파트 한 라인 30가구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텃밭이 위기에 빠진 인간을 구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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