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문재인 정부 들어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던 일자리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생계를 잇던 일자리는 위태로워졌고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다는 선의를 내걸었지만 결과는 '없는 사람일수록 더 힘들어지는'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

없는 사람, 못 배운 계층일수록 힘들게 됐다는 사실은 몇몇 수치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지난달 고졸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28만8천 명 줄었다. 이들은 주로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직으로 일한다. 반면 회사 사장이나 임원 등 고위직이나 변호사 같은 고임금 전문직은 호황이다. 1년 전보다 14만 명 가까이 일자리가 늘었다. 포퓰리즘 경제정책들이 서민 일자리만 잡았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 40대 가장 등 전통적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다. 올 상반기 10~299인 규모 중소기업 4만5천여 곳이 문을 닫았다. 새로 문을 연 중소기업보다 1만1천여 곳이 더 많았다. 그만큼의 일자리도 허공에 떴다. 요즘 기업인들은 경기 침체에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 노조와의 갈등을 우려해 사업 확장이 아닌 접을 궁리만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그들대로 아우성이다. 대표적인 서민 창업 대상인 음식점은 열고 닫는 속도가 비슷해졌다. 지난해 문을 연 음식점이 18만1천여 곳, 문을 닫은 곳은 16만6천여 곳이다.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9.2곳은 간판을 내렸다. 고용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접은 경우도 10만2천 곳에 달한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올해 폐업신고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문을 닫고 여는 업소가 역전했을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거리마다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직장에선 40대 가장들이 밀려나고 있다. 지난달 말 40대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14만7천 명이 줄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유례가 없는 일이다. 40대면 가정에서 한참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할 시기다. 그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가정의 위기로 연결된다.

세계가 다 우리나라 같다면야 이해하겠는데 그렇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을 실험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는 대부분 호황이다. 미국과 일본은 완전고용을 자랑한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나서 "완전고용상태이거나 이를 넘어섰다"고 말하고, 일본은 공무원들의 '투잡'을 권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린다.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누구나 이유는 안다. 대다수의 손가락이 소득주도성장을 지목하고 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손가락만 쳐다본다. 그것도 보고 싶은 손가락만 본다. 매번 더 나빠진 경제지표를 받아들면서도 날씨 탓, 인구구조 탓을 하기 일쑤다.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 탓도 빠지지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탓도 나왔다. 소득주도성장엔 시간이 필요하다며 둘러댄다. 고용 쇼크에 19일 당·정·청이 긴급회의를 열고 '송구스럽다'며 내놓은 대책이 '재정확대'다. 문 정부는 지난 2년간 일자리 창출에 37조원을 쏟아부었다. 소득주도성장 아닌 세금주도성장이란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금 쏟아붓는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더러 불통 정부라 욕하더니 이보다 더한 불통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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