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대구 건설 패싱'을 넘어라!

이상준 경제부 차장 이상준 경제부 차장

패싱(passing)은 개인이나 단체, 국가 간 등에서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빗대어 이르는 말로 자주 쓰인다.

요즘 대구 주택건설업계에서도 '패싱'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대구 분양시장 규모는 38개 단지 2만7천여 가구로, 이 가운데 80%를 외지 건설업체가 수주했다.

단위 사업당 수천억원의 공사비가 걸린 대구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2017년 이후 지난 1년 7개월여간 13개 단지 1만6천131가구, 무려 3조738억원어치에 달하는 대구 재건축·재개발 공사 수주를 외지 건설업체가 싹쓸이했다.

이 같은 대구 건설 패싱은 올해 전국 시공능력평가 순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전국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르면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대구경북 건설사는 경북 포스코(7위), 대구 화성산업(43위) 등 6곳에 불과하다.

1997년 IMF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대구는 청구, 우방, 보성 등 7개사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쌓았다.

지역 주택건설업계에 불어닥친 패싱 현상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메이저 건설사의 무차별 공세가 꼽힌다. 해외 수주 감소에 직면한 메이저 건설사들이 지방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브랜드 파워와 자본 규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토종 건설사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주택시장은 전국 중견 건설사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지역 주택건설업계의 현실 안주도 한 요인이다. 올해 대구 주택시장에만 전남 영무토건(95위), 대전 계룡건설산업(18위)·금성백조주택(50위), 부산 동원개발(39위)·삼정(70위) 등이 잇따라 분양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 토종 건설사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대구 주택건설업계가 광주·전남 건설사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질타가 나온다. 올해 시공능력순위 평가에서 전국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광주·전남 건설사는 ㈜호반건설주택(13위)을 필두로 혜림건설(96위)에 이르기까지 무려 13곳에 달한다.

이들 광주·전남 건설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기회로 만들어 급성장했다. 다른 지역 건설사들이 투자에 문을 걸어 잠글 때 오히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대거 확보했고, 이후 건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 아파트를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전남 건설사들은 개별 경쟁을 벌이기보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밀약 아닌 밀약을 통해 상생 발전을 도모했다. 반면 지역 주택건설사들은 현실 안주도 모자라 각개전투를 벌이며 뒤처졌다.

건설시장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벗어날 수 없다. 대구시 등 행정기관이 일정 부분 개입할 순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건설회사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

지역 주택건설업계가 먼저 소극적, 수세적,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날 때 '대구 건설 패싱'을 극복하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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