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권력, 쏠림의 단맛과 무상

김교성 북부지역 본부장 김교성 북부지역 본부장

권력(權力).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으로 정의한다.

권력만큼 달콤하고도 씁쓸함을 동시에 지닌 게 있을까. 13일은 전국 4천16명의 정치인에게 지방 권력을 안기는 날이다.

이날 밤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호성을 터뜨릴 이들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와 경계의 말이다.

먼저 경계로, 권력 무상이다. 얼마 전 지인의 혼사에 가다 호텔 내 도로에서 대구에서 자치단체장을 역임한 분을 보게 됐다.

만나 인사한 게 아니고 도로 건너에서 짧게 눈이 마주친 후 피해 지나갔다. 그와는 사회부 기자 시절 좋은 인연보단 속칭 '까는 기사나 칼럼'으로 애를 먹인 일이 몇 차례 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재임 시절 참모들을 거느린 화려함 대신 혼자 수수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서글프게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했다가 공천 과정에서 사퇴한 고위 공직자 출신의 한 후보는 "자치단체장이 되는 길은 능수능란한 정치인을 원했으나 서툴고 어리석은 정치 초보에게는 어려운 길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고시 출신인 그는 공직자로 장밋빛 길을 걸었기에 대구경북의 여론 주도층으로부터 보수 정당의 공천을 받을 것으로 당연시됐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전 여론조사 결과 그의 고향 사람들은 화려한 이력을 지닌 그를 외면하고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신들과 함께한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행정전문가로 인정받으며 화려한 공직 생활을 한 그가 받은 상실감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비단 이날 당선된 지방 권력뿐이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참담한 국가권력은 얘기해 봐야 소용없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검·경과 고위 공직자, 군 장성 등 정부 권력자와 법원, 국회, 종교지도자, 재벌로 불리는 경제 권력자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내려놓고 나서 무상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일찍 등지는 인사도 여럿 있었다.

권력의 달콤함이야 설명이 필요 없다. 허약한 체질로 나약해 보였던 공직자가 자치단체장이 되고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친분이 있었던 이 인사에게 "무슨 보약을 먹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일이 힘들고 민원이 쏟아져도 어디에선가 숨은 에너지가 나오더라. 보약을 챙겨 먹지 않아도 그냥 엔도르핀이 돋는다. (자치단체장이) 되면 안다"고 했다.

한 자치단체장은 대구시 공무원 시절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한직을 맴돌았다. 그는 고시 출신인데도 승진이 늦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비관적인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그럼에도 그는 (경쟁 상대인 고위 간부들이 비리로 줄줄이 옷을 벗는) 시대를 잘 만나 승진을 했고 부단체장을 거쳐 민선 단체장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

오늘 대구경북에서도 525명의 지방 권력자를 배출한다. 재선, 3선으로 그동안 누린 권력을 이어가는 행운아도 있고 새내기도 탄생한다.

기자 생활을 통해 숱하게 권력자의 탄생과 퇴장을 지켜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광역지자체 5급 담당(계장)으로 옷을 벗은 사람이나 2, 3급 실·국장(부단체장)을 하고 단체장에 오른 사람의 업무 능력 차이는 크게 없다.

주변 상황 등 정치적으로 시대를 잘 만났거나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경제력에 의해 권력을 얻었을 뿐이다.

이번 권력자들은 부디 후보자 때 외친 지역민을 위한 혁신과 봉사에 매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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