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 투표 패싱

최두성 서울정경부 차장 최두성 서울정경부 차장

"선거요?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유세 현장을 살짝만 벗어나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네거리마다 선거운동원의 인사가 이어지고, 곳곳에 선거 벽보가 붙고, 후보자의 플래카드가 내걸렸지만 선거 열기는 실종됐다. 선거운동원들이 나눠 주는 공보물은 그들이 시선에서 멀어지자마자 버려지기 일쑤고,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 역시 봉투째 폐지함으로 직행하는 예도 목격된다.

내 삶과 가장 직결된 동네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이지만 유권자 관심은 시들하다.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교육감, 곳에 따라서는 국회의원까지 유권자 선택에 달렸으나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꼭 그것을 내가 선택해야 하나"라는 게 무관심에 대한 솔직한 대답으로 들린다. 선거는 유세차에 올라 "일을 하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이나 그 주변 사람들, 그들을 선발해 내세운 정당과 정치권 관계자, 누가 수장이 될지를 궁금해하는 공무원, 선거 판세 분석에 바쁜 정치부 기자들에게나 국한된 일 같기만 하다.

이러다간 많은 유권자의 참정권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또한 어렵사리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더라도 후보들의 정책이나 정치철학을 알지 못한 채 투표 행위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묻지마 투표'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앞선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기우(杞憂)는 아니다. 4년 전인 제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52.3%의 유권자가 투표소로 향해 전국 17개 시도 중 투표율 꼴찌를 기록했다. 그에 앞선 5회(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대구는 전국 평균 투표율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45.9%의 투표율로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정 정당을 향한 뚜렷한 지역색이 지역민의 투표 의지를 꺾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선거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앞선 선거에서 대구경북을 합쳐 광역단체장 1명(대구시장), 기초단체장 3곳(대구 달서구, 경북 포항구미)에만 후보를 배출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대구경북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대구 7곳, 경북 17곳 기초단체장에 후보를 냈다. 바른미래당 등 기타 정당에다 무소속 후보까지 투표용지에 이름을 새겨 선택 폭은 다양해졌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사람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투표가 끝나면 그들에게 4년의 시간을 맡겨야 한다.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소중한 선택의 행렬에 동참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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