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이럴 줄 알았다!

3월 국내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악인 4.5%를 기록해 충격적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구와 경북이다. 대구의 실업률은 5.7%이고, 경북도 5.4%에 이른다. 지난해 말 대구의 청년실업률은 무려 12.6%였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만큼 어려운 지역을 찾기 어렵다.

강남좌파 경제정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고용시장을 자극해 고용 쇼크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조만간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의 안정,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인데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는 반대이다. '시장'과 '현장'을 제대로 모르니(아니면 철저히 외면하거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그런데 대구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물론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왜냐고? 한국노총 대구본부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은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을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실질적 임금 인상 없이 노사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사·정이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와 각종 수당' '식비'숙박비'를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왜 대구 노동계는 이런 노사 합의에 동의했을까? 권익을 주장하기 힘들 정도로 대구 기업이 어렵다는 것을 노동자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대구의 실업률을 비롯한 고용지표는 '최악 중의 최악'인가? 최근 대구에 온 고용노동부 간부의 말이다. "이상합니다. 고용과 경제 관련 통계를 모두 꼼꼼히 살펴봤는데요. 대구 고용지표 추락의 원인이 경북, 특히 구미의 산업기반 붕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구와 경북, 특히 구미는 어떤 관계에 있죠?"

정말 그렇다. 삼성의 모바일이 베트남으로 옮겨가면서 한때 5천 명을 헤아리던 대구의 모바일산업은 붕괴되었고, LG디스플레이가 파주로 가면서 대구 인구가 줄고 북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한때 경북의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으나, 2010년 이후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대구보다도 오히려 더 낮아졌다.(2010~ 2016년 전국 평균 2.9%, 대구 2.7%, 경북 2.1%)

경제와 고용이 살아나려면 시장(market)과 현장을 제대로 알고, 이에 맞춰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도의 행정구역만 들여다보고 있는 관료와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군수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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