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장관이 아니라 정책이 문제다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세계 경제는 호황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IMF는 올해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을 3.9%까지 높여 잡았다.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 등 경제 강국들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들 역시 6%대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호황은 미국 중국 등 몇몇 경제 대국의 지도자들이 이끈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이룬 경제성장이 세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각 나라의 아귀다툼도 치열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국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역설했다. '안전하고, 강하고, 자랑스러운 미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설 내내 자신이 이룬 경제적 성과를 조목조목 짚었다. "240만 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수당은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줄여 미국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조금 전 미국에 총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고 2만 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80분 연설 동안 115차례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역대 미 대통령 국정 연설 중 두 번째로 많은 박수 세례였다. 이를 4천560만 명의 미국인이 지켜봤다. 그리곤 70%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5월 당선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못지않다. 그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한때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었던 프랑스이지만 강성 노조와 요지부동 철밥통 공직 때문에 역성장하며 한때 '유럽의 병자'란 소리까지 나왔다. 마크롱은 취임 8개월 만에 이런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켰다. 취임하자마자 노동개혁에 착수해 병을 고치더니 다시 귀환을 선언했다. 이젠 평생 고용과 자동 승진으로 점철된 요새라 불리는 공직사회 대개조에 나섰다.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을 줄이기로 했다.

마크롱이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기염을 토하던 때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며 장관들을 질책했다. 일자리 전광판까지 만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독려했지만 성과가 없자 애꿎은 장관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은 경기 개선 훈풍을 타고 완전고용 운운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회복세인데 한국은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으니 그럴만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통령의 질책에 공무원들은 아낌없이 돈을 더 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책정된 19조2천억원으로도 모자라 추가 재정 투입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재원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금이 거론된다. 돈으로 청년 일자리를 사겠다는 발상이다.

트럼프와 마크롱,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취임했다. 트럼프의 취임이 세 달 정도 빨랐다. 이후 트럼프와 마크롱은 경제에 관한한 모범국가를 만들었고 한국은 대통령이 장관을 질책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나간 우리 기업을 다시 불러들여야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로 일자리 감소란 역풍을 맞고 있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료 인상 요인은 기업의 귀환은 물론 해외기업 유치도 망설이게 한다. 공무원 늘리기는 단기 처방은 될지 모르나 미래 세대엔 두고두고 부담이다.

국가라는 배의 노를 젓는 것은 물론 국민이다. 그러나 그 배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은 지도자다. 지도자가 키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온 국민이 위험해진다. 지금 그 지도자가 우리가 탄 배의 키보다 북한 김정은이 탄 차의 운전대에 관심이 더 쏠려 있다. 그 바람에 배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

한때 한국은 세계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운전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하루빨리 능숙한 키잡이가 되어 '한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할 수 있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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