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미국에선 한 해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반면 실업률은 4.1%까지 뚝 떨어졌다. 최근 17년 사이 최저다. 1년 새 평균 급여는 2.5% 늘었다. 일자리는 늘고 임금도 오르는 선순환이다. 2016년 감소세로 돌아섰던 제조업에서만 지난해 2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비록 잦은 도발적 언행으로 인기는 바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일자리'는 그렇게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자리가 늘긴 했다. 지난해 12월 총취업자 수는 그 전해 대비 25만3천 명이 늘었다. 그런데 질이 다르다. 증가 폭이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박근혜 정부 4년간 연평균 취업자 증가 44만 명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실업률은 절망적이다.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소위 장기 백수는 14만7천 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청년실업률은 3년 만에 9.9%까지 치솟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9개월이 지났지만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전광판까지 만들어가며 챙긴 결과치고는 옹색하기만 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반대로 달린 결과다. 미국이 일자리 창출을 민간 기업에 기댔다면 한국은 관에 기댔다. 미국이 기업을 유혹했다면 한국은 기업을 적대시한다는 의심을 샀다.

거꾸로 가는 것이 일자리뿐 아니다. 과거 전자, 자동차, 제철, 원자력 같은 핵심산업을 키워 오늘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우뚝 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전은 세계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거대시장으로 커질 것이다. 그만큼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현재로선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 20~25년에 걸쳐 총 16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사업비 규모만 100조원을 넘어선다. 석유산업이 중심인 나라가 석유 아닌 원전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택했다. 이 원전 수주에 우리나라와 중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가 뛰어들었다. 하나같이 원전 강국들이다. 이 가운데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러고선 원전을 수주하겠다고 나섰다. 누가 믿어줄 것인가. 폴란드 원전은 이미 중국이 가져갔다.

또 있다. 세계는 감세 전쟁 중이다. 전쟁은 주로 법인세 인하를 두고 벌어진다.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것을 막고, 나간 기업을 되돌리려는 전쟁이다. 트럼프는 향후 10년간 1조5천억달러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자극받은 일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최대 1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OECD 회원국들이 법인세 낮추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은 19%, 아이슬란드는 12.5%, 헝가리는 9%를 매긴다. 중국은 최첨단 기술산업에 15%의 우대세율을 적용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최고세율(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역주행한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17 산업 R&D투자 투자스코어보드'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불과 70개만 포함했다. 2년 전 80개에서 뒷걸음질쳤다. 일본 365개는 물론 대만의 105개보다 더 적다. 한국기업의 R&D 투자 액수는 불과 1.9% 증가했다. 중국의 18.8%, 미국 7.2%를 크게 밑돈다. 세계 전체 평균 5.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R&D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갔다.

세계는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념에 빠져 있다. 전 세계가 미래를 향해 달리는데 우리나라는 과거로 달려간다. 전 세계가 북핵 해결을 위해 공조하는데 우리나라만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목을 맸다.

거꾸로 가는 것은 이만하면 족하다. 지나치면 60%가 넘는 지지율은 신기루가 된다. '이념'과 '이상'에 치우쳐 내린 결정이 후손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후유증을 안겨줄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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