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땡큐, Mr. 프레지던트!

얼마 전 한 국회의원과 식사를 함께한 뒤 청와대로 돌아오다 청와대 근처 미술관에 대한 설명을 그 국회의원으로부터 들었다. 거의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미술관인데 그곳은 옛 국군서울지구병원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시해된 뒤 이곳으로 옮겨졌다가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군 의료진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던 역사적 현장"이라고 그 의원은 설명했다. 세월은 흘러 국군병원은 옮겨가고 몇 년 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 얘기 덕분에 기자는 오랜만에 박정희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전화기를 들어 그의 약력을 검색해보니 오는 14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요즘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그런지, 박정희를 추억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파면에다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돼 있는 형편도 꽤 많은 영향을 미쳤을 터.

청와대 부근 건물에 대한 역사 강의를 짧게 들었던 기자는 지난 8일엔 영어로 된 한국 현대사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었다. 그는 박정희 집권 직전이었던 1960년대를 기준점으로 삼아 한국의 오늘날 경제 발전을 수치로 나열했다. 경제 규모는 350배에 이르고 교역은 1천90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구체적 수치를 통해 한국의 경제적 번영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다. 한국의 경제적인 탈바꿈은 정치적인 탈바꿈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경제적 발전을 이뤄낸 뒤 이를 토대로 삼아 결국 민주화에도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박정희(1917년생)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미국 비교정치학 분야 권위자 립셋(Seymour Martin Lipset·1922~2006) 전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 발전이 먼저냐, 민주주의가 먼저냐'와 관련한 논쟁에 대한 결론을 내려준 학자였다. 그는 과학적 원리를 중요시하는 미국 학자답게 꼼꼼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유럽과 북미, 남미의 경제적 발전 정도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끝에 민주주의의 선행조건이 바로 경제 발전이라고 결론지었다.

트럼프 강의 내용을 빌린다면 립셋의 정치학 이론은 이 땅에서 실증됐다. 박정희가 이뤄낸 경제적 근대화가 민주화로 이어진 것이다. 립셋 교수가 저승에서 박정희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건넬까? "땡큐, Mr. 프레지던트!"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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