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눈물바다

정호성(48)은 울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에서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으로서, 박근혜 국회의원실 보좌관으로서 20년 가까이 모셨던 어른을 청와대'국회 의원회관이 아닌 법정에서 마주했다. 어른도 형사재판의 피고인, 자신 역시 똑같은 신세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너무나 많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는 이 말을 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은 정 전 비서관 구속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정 전 비서관. 그는 시종 울먹이며 발언을 마쳤다.

박 전 대통령도 이날 끝내 눈물을 훔쳤다. 정 전 비서관이 퇴정한 이후 유영하 변호사가 의견을 진술하려다 울먹였고 결국 말을 잇지 못하자, 박 전 대통령도 눈가를 화장지로 훔쳤다.

눈물바다를 생각하니 기자는 몇 해 전이 떠올랐다. 기자 생활을 잠시 멈추고 만 4년 동안 신문사 CEO를 모신 경험이 있다. 어른을 모시는 입장에서는 노(NO)라고 하기가 힘들다. 노라고 하면 어른의 표정이 싹 달라진다. 왜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할 때면 입술이 천근만근이었다.

정 전 비서관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었을 때가 셀 수 없었을 터. 그러나 그는 나서지도, 결단할 용기를 내지도 않았다. 결과물은 참혹했다. 그는 물론 한때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어른도 형사재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 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물러난 뒤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외치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4개월이 넘었다.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가 컸건만 미사일에 핵탄두를 달아 날리겠다는 이들에게 "구호물품을 좀 보내드려야겠다"는 이 정부의 방침에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인사검증대를 못 넘고 중도하차한 문재인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가 벌써 7명이나 나왔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숫자다. 국방부 장관은 평생을 전투대비 태세로 살아온 군 출신으로서 소신을 얘기했다가 청와대로부터 혼이 났다.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보여주고 있는 눈물바다가 대한민국에서 또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대통령의 참모가, 국무위원이 과연 있는지 국민들이 묻고 있는지 모른다. '눈물바다 2탄'을 보고 싶은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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