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개헌 없이 국가 대개조 되나

요즘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용어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앞으로의 상황이 유동적이고 변수도 많아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상황을 악화시킬 나쁜 변수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운이 좋다면 하향 곡선, 최악의 경우는 급전직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 드리운 불확실성은 매우 악성이다. 인체로 치자면 복합골절이다. 치료가 쉽지 않고 자칫 골병이 깊어질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이 빚은 정치 혼란은 불확실성의 근원이다. 경제와 외교, 안보 등 대외 여건 악화도 불확실성의 플랫폼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다중 결합은 사회 불안과 격변의 발화점으로 작용할 확률이 그만큼 높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국가 부도 등 경제 위기나 기업 경영의 파탄, 가계소득 감소와 부채 증가로 인해 누구든 치명상을 입게 된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200곳을 대상으로 '기업인이 꼽은 새해 희망 키워드'를 조사했더니 '안정'이라는 답이 62.8%로 가장 많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다. '소통과 신뢰' '공정과 정의' '협력'도 키워드에 들었다. 기업인의 이런 소망은 시민 개개인이 바라는 희망과 다르지 않다. 나라와 사회, 기업, 개인의 살림살이가 불안하다면 리스크는 커지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 위기는 국가 리스크의 생생한 표본이다. 이 리스크로 모든 국민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또한 리스크 앞에 선진국도 예외가 아님을 증명했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가 일회성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적된 경제'사회적 모순의 표출 주기가 전 세계적으로 더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런 고민은 17일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의 올해 논제에서도 드러난다. WEF는 개막에 앞서 각국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냈다. 향후 10년간 세계 성장과 발전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에 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제적 격차 증가'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세계가 성장을 멈추고 퇴보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집단 지성의 이런 경고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본소득 개념인 UBI(Unconditional Basic Income) 논의와 제도적 실험을 요구하는 단계에 왔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적 격차와 양극화 현상을 학술 논쟁거리로 여기고 그냥 묻어가는 수준에서 벗어났다. 심각한 경제 격차로 인해 사회 불평등 구조가 더욱 굳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가 44.9%로 아시아에서 경제적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다. 세계 주요국 중 미국(47.8%) 다음으로 크다. 요즘 유력 정치인들 입에서 '국가 대개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촉(觸)이 빠른 정치인들이지만 국가 개조와 정치 교체에 관한 해법은 찾기 힘들다. 박근혜정부의 문제점과 정반대되는 답을 내놓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국가의 존립 근거에 관한 정치인의 해독 능력은 국민보다 낮다 못해 거의 오독(誤讀)에 가깝다. 국가 경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도 원인과 개선책을 놓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법도 없다. '득표 구호'만 30년 넘게 줄곧 이어졌다. 그 결과 부패 구조와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권력 엘리트만 양산했다. 탄핵 정국의 마무리 카드로 등장할 대통령 선거가 걱정되는 이유다.

세계는 이미 양극화와 경제 격차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대선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개헌이다. 개헌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토대여서다. 지금은 문(文), 반(潘), 이(李), 안(安) 그 누구도 구호만 쏟아낼 때가 아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가'사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전략과 정책이 더 급하다. 자리 욕심 이전에 개헌에 담긴 뜻부터 다시 살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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