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거리 2배 넘게 돌아가" 포항 시내버스 개편 '속터져'

교통약자들 "배려없이 일방 추진"…"정류장 노선안내전단 너무 복잡"
죽도시장·학군 노선 분산시켜 사전 홍보도 제대로 안해 혼란
포항시 "시민 불편 해소 노력할 것"

대규모 노선개편으로 신설된 포항시 북구 덕산동 도심환승센터. 신동우기자 대규모 노선개편으로 신설된 포항시 북구 덕산동 도심환승센터. 신동우기자

#사례1-경북 포항시 남구 양학동에 사는 A(67)씨는 요즘 아픈 무릎을 치료하러 병원에 갈 때마다 짜증이 밀려온다.

과거에는 집 앞에서 남구 이동 시청 앞의 단골병원까지 버스로 15분이면 갔지만, 지금은 2배가 넘는 거리를 에둘러 가는 탓이다.

게다가 죽도시장이라도 갈라치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환승을 하거나, 아니면 먼 길을 돌아 죽도어시장(시장 뒷편)에서 내려 20여 분을 걸어가야 한다.

각 정류장마다 노선개편을 알리는 홍보전단이 붙어있지만, 깨알같은 글씨와 이리저리 복잡한 노선도는 아무리 쳐다봐도 머리만 아플 뿐이다.

A씨는 "환승을 할 때마다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노선도를 잘만 찾던데 우리같이 늙은 사람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면서 "매번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서 버스를 찾는 것도 민망하다. 멀쩡히 잘 이용하던 버스를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례2-포항시 남구 이동고등학교를 다니는 B(18)군은 요즘 버스를 타기 위해 학교 앞 정류장이 아니라 도보로 15분이나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차라리 좀 더 걸어 직행버스를 타는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동네 친구들에 비하면 B군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주요 학군을 잇는 버스들이 노선 개편으로 모두 뿔뿔이 나눠진 탓이다.

B군은 "버스를 타는 승객 중에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차지할텐데 노선을 작성할 때 학군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북 포항시가 대규모 버스노선을 개편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포항시는 지난달 25일 기존 시내버스 노선을 모두 바꾸는 대규모 전면 개편을 시행했다.

개편을 통해 기존 109개 노선·차량 200대 규모에서 119개 노선·차량 263대로 노선이 확대됐으며, 증가되는 차량 63대는 모두 친환경 전기버스가 투입됐다.

이번 노선 개편의 골자는 한마디로 '가로축에서 세로축'으로 변화한 점이다.

큰 모래시계 모양의 포항지역은 과거 대부분 버스가 남북으로 종단하는 형태였다. 모래시계의 허리쯤이 바로 죽도시장이며, 90% 이상의 버스가 이곳을 통과했다.

이후 개편을 통해 남북을 횡단하는 급행노선 2개를 축으로, 포도송이처럼 다른 버스들이 각 구역을 동그랗게 순환하며 지역별 환승센터를 통해 노선을 갈아탈 수 있게 했다.

과거 교통중심지였던 죽도시장 노선도 죽도시장 앞·뒷편(어시장)·측면 등으로 정류장을 세분화해 노선을 분산시켰다.

이처럼 아예 노선체계가 180도 변하면서 기존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버스 이용객들은 포항시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사전 홍보에 소홀했으며, 홍보도 대부분 주민센터 알림판이나 인터넷에 치중해 노인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박희정 포항시의회 의원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노인이나 학생처럼 교통약자들이다. 노선 개편이 이들의 편의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더욱이 노선 개편을 1년 가까이 준비하면서 지역 노인회관 등에 홍보를 미리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행정 편의적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현장안내요원 53명을 채용해 주요 승강장에 배치하고 노선 개편 콜센터도 매일 운영하는 등 승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각종 시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존 노선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다보니 시민들의 혼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종전보다 훨씬 편하고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확신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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