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농장서 구출한 개들 "어떡해"…포항시 "어쩔 수 없다"

불법 식용 개농장에서 풀려나 찾은 보금자리 쫓겨날 판
‘20여년간 모른 채 하더니 왜 이제서야… 야속한 행정에 눈물만

김주희 씨가 자신이 보호 중인 개들을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식용 개사육농장에서 구출된 이 개들은 오갈 곳 없이 쫓겨날 형편에 처해졌다. 신동우 기자 김주희 씨가 자신이 보호 중인 개들을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식용 개사육농장에서 구출된 이 개들은 오갈 곳 없이 쫓겨날 형편에 처해졌다. 신동우 기자

"식용 개사육농장에서 구출한 불쌍한 개들이 제 목숨 다할 때까지만 보살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지난 11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냇가 옆. 20여 마리의 개들이 모처럼 찾아온 외지인에 세차게 짖어댄다.

언뜻 보기에도 털이 듬성하고 볼품없는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모두 자신의 집에 숨어 고개조차 내밀지 않는다.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벌벌 떨며 오줌을 지리는 개도 있다. 이 개들은 불과 1년 전만하더라도 언제 식당에 팔려나갈지 모르는 '식용'이었다.

사실 이 곳은 약 20여 년간 불법으로 운영되던 사육장이었다. 도축 역시 사육장 한켠에서 함께 이뤄졌다.

지난 2018년 우연히 이 곳을 발견한 김주희(42) 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실상을 알렸고, 여러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개들의 목숨을 구했다. 지금은 주위의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김 씨 혼자 개들을 보살피고 있다.

발견 당시 100여 마리의 개들 중 우선 건강한 녀석들은 포항유기견보호센터 보내졌고, 지금은 상태가 나쁜 20여 마리의 개들만 이곳에서 생활 중이다.

한달 약 50만원 남짓의 후원금도 있지만, 사료값과 병원비 등 매달 100~200만원이 넘는 비용은 전부 김 씨가 자비를 들여 충당하고 있다.

"제대로 된 수도시설이 없어 매일 정수기물을 길러오고, 밥그릇을 일일이 물티슈로 닦아내도 여린 목숨을 건져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러나 그에게 최근 큰 고민이 생겼다. 사육장이 원래 국유지를 무단 점거했던 곳이라 포항시가 오는 6월 30일까지 퇴거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가 개들을 보호하자 이웃 주민들이 사육장을 아예 없애기 위해 민원을 제기한 탓이다.

그는 '보호 중인 개들은 어떻게 하냐'며 하소연해봤지만 포항시로부터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는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과 개인 블로그 등으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주희 씨는 "20여년 간 불법 개농장이 운영될 때는 가만 있더니 이제와서 저 생명들을 아무데나 내쫓으라니 정말 야박하다"며 "남아있는 개들은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갈 곳도 받아줄 곳도 없고 이 생명들이 제 목숨 다할 때까지 보살피게 해달라는 것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우리도 딱하고 의로운 사정을 잘 알지만, 엄연히 불법인만큼 다른 주민들의 민원도 무시할 수 없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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