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동물 기생충약이 항암제로 각광받는 기현상

동물기생충약 파나쿠어. (사진출처: intervet) 동물기생충약 파나쿠어. (사진출처: intervet)

암환자가 동물병원에 동물 기생충약을 구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일부 암환자들이 동물기생충약 '파나쿠어'를 먹고 암이 치료되었다는 사례를 공유하면서 암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파나쿠어'의 주성분은 펜벤다졸(Fenbendazole)이다. 펜벤다졸은 기생충의 세포 내 미세소관(microtube)의 기능을 억제시켜 세포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기생충을 죽이는 효능을 가진다.

세포가 과성장하고 전이되는 특성을 가지는 암세포에 펜벤다졸이 작용하여 세포 내 미세소관의 기능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사멸된다는 추론으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 실제로 펜벤다졸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암세포를 억제시킨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온 바 있다.

일부 암환자들이 동물기생충약(파나쿠어)을 먹고 암이 치료되었다는 사례들을 공유하면서 동물병원에 암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사진출처: www.cancertreatmentsresearch.com) 일부 암환자들이 동물기생충약(파나쿠어)을 먹고 암이 치료되었다는 사례들을 공유하면서 동물병원에 암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사진출처: www.cancertreatmentsresearch.com)

그럼에도 수의학에서 펜벤다졸이 항암제로 이용되지 않는 이유는 그 효능과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펜벤다졸이 동물 기생충약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체내 흡수율이 낮아 동물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끼치지 않으면서 장관 내에 존재하는 기생충에게는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환자에게 펜벤다졸을 과량으로 투약하고 약물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게 되면 암세포의 사멸을 기대하는 만큼 정상세포들도 타격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세포를 억제시키는 다양한 물질들이 있지만 항암제로 선택되려면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효능을 검증받아야만 한다.

펜벤다졸은 간독성이 있으며, 사람에게 범혈구감소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펜벤다졸을 체력과 면역이 약한 암환자에게 고용량 처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암세포를 억제시키는 약물들은 많다. 하지만 항암제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표적치료할 수 있는 약리학적 기전이 요구된다. (사진출처: www.medicalnewstoday.com) 암세포를 억제시키는 약물들은 많다. 하지만 항암제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표적치료할 수 있는 약리학적 기전이 요구된다. (사진출처: www.medicalnewstoday.com)

암환자분들의 희망을 꺽고 싶지는 않지만 동물기생충약을 암치료를 위해 복용하려면 반드시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시고 결정하시기 바란다.

펜벤다졸의 기전과 동일한 기전을 가진 메벤다졸(Mebendazole)이 사람에게 쓰이는 기생충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물기생충약을 항암제로 추천하는 사람들은 메벤다졸보다 펜벤다졸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인체에 사용이 허가된 약물보다 동물에게 허가된 약물을 암환자에게 추천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펜벤다졸처럼 저가의 약물이 암치료에 효과적이라면 가난한 암환자들에게 얼마나 기쁜 소식이겠는가? 하지만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는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동물종양학을 전공한 수의사로서 펜벤다졸의 항암치료에 대한 기대보다는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초래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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