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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소중한 기록자들  

십대에 아무리 잘해도 대우 못받는우리나라 딱 한 분야가 바로 문학계조기스타시스템 폐해 없어서 다행풋풋한 소설 쓰는 중학생 기대감 커모 학생문학상 덕분에 반년 넘게 풋풋한 소설들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여러 달 동안 학생들이 온라인에 작품을 올리면, 소위 멘토 작가가 조언을 해주고, 학생들이 퇴고하고, 최종 투고하는 방식이었다. 입상 학생들과 직접 만나 1박 2일 동안 문학을 나누기도 했다. 나는 주로 중학생의 소설을 만끽했는데, 지도했다기보다는 외려 느끼고 배웠다.다 같은 소설이 아니다. 소비 행태로 나누면 가장 널리 사랑받는 웹 소설 혹은 인터넷 소설, 과거에는 대중 소설로 폄훼당하기도 했지만 지금 대세인 장르 소설,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과 유사한 클래식 음악 같은 본격 소설. 이야기 방식으로 나누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듯한 리얼리즘,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모더니즘,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다루는 판타지, 여러 경향을 짬뽕한 퓨전….그 밖에도 얼마든지 소설을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그런 쓸데없는 분류를 하는 줄 알지만, 실은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 자기가 좋은(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설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으면 좋은(재미있는) 소설이고 안 맞으면 소설도 아닌 것이다. 대개의 소설가들은 평생 소설을 읽고 평생 소설을 써 온 사람들로 소설에 관한 한 최고로 잘 아는 자들이기에, 자기가 최선을 다하여 쓴 소설에 대해, 문외한들의 몰이해와 몰인정이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한 것이다. 독자는 자기만의 소설관에 따라 소비할 뿐이니까.실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는 존재라는 걸, 천진난만한 중학생들이 잘 보여준다. 정말이지 천재의 향연 같았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 그토록 할 것도 제약도 많고 즐길 것도 넘쳐 나는 시대에 그처럼 정성껏 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한 학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 우주를 날아 다니고 미래 세계를 넘나들고 헛것에 집착하는 판타지가 주류였지만, 역사로부터 성실히 배우려는 알레고리도 있었고, 지금의 학교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하는 리얼리즘도 있었고, 마음의 파동을 치열하게 포착한 모더니즘도 있었다. 편의상 억지로 분류한 것일 뿐, 공들여 쓴 소설들에는 저마다의 음색과 재능과 감각이 물씬 배어 있었다.그렇게 천재적인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덜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교과서 소설이 문제인 것은 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문제다. 소설 한 편을 해체하여 부속품 설명서 외우듯 한다. 그렇게 배우면 당연히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 같은 본격 소설은 무조건 재미없는 것으로 고정관념처럼 박힌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중학생은 자기만의 문체로 뭔가를 열정적으로 썼다. 아직 소설이 뭔지 모르지만, 자기가 소설이라고 믿는 글을 썼다. 내 방식으로 소설들을 분류하고 평가하고 순위까지 가렸지만, 그들의 글은 꼰대들이 모르는 새로운 차원을 두드리는 새싹인지도 모른다.이 소중한 천재들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을까? 십대에 아무리 잘해도 국가대표급은커녕 어른 취급도 받지 못하는 분야가 우리나라에 딱 하나 있다면 문학계다. 아무리 잘 써도 구상유취하다는 평가를 받을 테다. 이건 상당히 다행한 일이다. 만약 올림픽 금메달 같은 거라도 걸려 있다면 문학도 스포츠계와 예능계에서 흔히 보는 조기스타시스템의 폐해로 꼴이 말이 아닐지도. 암튼 읽고 싶은 책 읽고 쓰고 싶은 글 쓰는 생활은 쉽지 않을 테다. 소설을 알면 알수록 자기가 가졌던 음색과 재능과 감각을 잃어버리게 될 테다. 훌륭한 스승들이 제시한 잣대로 자신의 생각과 글을 재단하는 자기 검열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평준화되는 것이다.희귀종들이 고맙다. 진지하게 소설을 쓰는 학생들이 이만큼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름대로 튼튼하다는 증거다. 이 소중한 기록자들 중, 어른들이 흔히 스마트폰 게임 중독자 취급하는 요즘 학생도, 저마다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며 서로 존중하며 어른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세대의 대표로서 증명해준 것이다. 몇몇은 미래에도 자기 세대의 기록자 노릇을 맡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18-11-09 05:00:0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자치분권, 공통 경험을 통한 신뢰에 달렸다

'행정'이 '자치'로 이동하는 과정은각종 권한과 책임의 분배와 이양공공·민간 영역서 공통 경험 축적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2018'이 열렸다. 총 21만여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자치분권의 제도화와 구체화라는 목표를 두고 '중앙권력을 나누면 지방의 역량이 배가 되고 주민 행복이 더해진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생산성 측정 평가를 통한 수상과 함께 읍면동 기초단위의 우수 사례를 전시하고 시상하는 자리도 있었다.'자치분권'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라는 점을 넘어 분권이야말로 실제 주민들의 생활과 사고 수준에도 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구절벽과 경제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삶의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구전략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등은 어쩌면 부수적 효과일지도 모른다.이번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자치의 가장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의 읍면동에서 실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자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이 '자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권한과 책임의 분배와 이양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고 규정하는 많은 권한과 책임이 공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조직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소위 '직능단체'의 몫이었다. 자치는 이러한 권한과 책임을 전혀 다른 주체들에게 분배하고 이양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도와 규정, 절차와 예산 등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현실의 껍데기는 훨씬 딱딱하고,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 무엇보다 절실한 요소는 구체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등 오랜 갈등과 반목을 거치면서 신뢰를 상실해 버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없다. 지역사회에서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공무원과 주민 등 상호관계에서 신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나 욕망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예를 들어, 주민이나 예술가가 공무원의 행정을 향해 자신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신뢰는 구축될 수 없다. 반대로 공무원이 주민이나 예술가를 행정을 알지 못하는 민원인으로만 대한다면 역시 신뢰는 불가능하다. 성별과 세대, 직업 등 다양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정치와 행정은 이것을 잘 끌어안아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치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다양한 주체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행정기관과 중간지원조직, 민간단체 등이 함께 '활동'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OO협의체'와 같은 형식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활동 속에서 새로운 지역문화와 지역경제를 창조하는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지역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의 문제이다. 기관과 단체, 개인과 개인 간에 신뢰를 잘 쌓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신뢰를 이야기할 때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자기 스스로를 신뢰의 주체로 여긴다는 점이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순간, 신뢰는 불가능하다. 자치는 일종의 혁명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의 경험과 사례를 축적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와 예산, 사람 등 모든 자원을 경험과 사례로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18-11-01 14:57:11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춘추칼럼]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국정 운영

깨진 유리창 중심 범죄 확산 논리사소한 것 방치하면 큰 문제 터져文정부 '청와대 중심 정치' 일상화국정 운영엔 사소한 일이란 없어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은 입증됐다. 구석진 골목에 두 대의 차량을 주차시켰다. 한 대는 보닛을 열어둔 채,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고 앞 유리창이 깨져 있도록 방치했다.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 보닛만 열어둔 차량은 이전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앞 유리창이 깨져 있던 차량은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되었다.이 이론이 주는 함의는 얼핏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뒤집어 생각하면 최초의 변화를 야기한 작은 원인을 잡아내면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 이론을 적용해 지하철과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낙서를 지우는 운동을 전개했다. 결과적으로 시장 취임 2년 만에 중범죄가 50% 정도 줄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국정 운영과 접목시키면 주목할 만한 통찰력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곧 1년 6개월을 맞이한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이게 나라냐"를 외치면서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삼았다.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열정과 도전은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집권 2년 차 2분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60%)는 비슷한 시기의 노태우(28%), 김영삼(55%), 김대중(52%), 이명박(27%), 박근혜(50%) 전 대통령들보다 훨씬 높았다.그런데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 속에서 권력 3대 축인 당정청에서 그동안 우려할 만한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가령 통일부는 지난 1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을 풀(pool) 취재할 예정이었던 탈북자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했다.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상황의 특수성과 장소의 제한성을 근거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정면 배치된다.정부는 작년 7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탈북자는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탈북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탈북자라는 이유로 특정 기자의 활동을 제약한 건 분명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지난 3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흘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대통령 주도의 개헌안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개헌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개헌만이 아니라 정부 부처를 제치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중심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현 정부 들어 6명의 장관급 인사들에 대해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졸속 인사 검증에 대해 비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폭로했지만 민주당은 자료 취득 과정의 불법성에만 집중하면서 청와대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집권당은 그동안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스스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는 무기력의 극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용 지지도가 높다고 "이것 하나 정도는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향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한미 관계가 꼬이면서 문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더욱 강력하게 작동될 것이다. 청와대 중심 정치의 일상화, 여당의 무기력 심화, 언론 자유 제한 등을 사소한 일로 간주하면 정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언컨대 국정 운영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한 일이란 없다.

2018-10-24 14:09:50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십대 올인 사회

스포츠·연예계 대중 인기 높을수록모든 운명 스무살 이전 성과로 결정성공 위해 '모 아니면 도' 선택 요구돼승자독식 경쟁 사회는 미래가 암담보통 사람은 자기에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줄 모르고 평생을 산다. 뒤늦게 알아서 대기만성을 이루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취미 정도로 만족한다. 일찍 시작해서 이미 상당히 이룬 자를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일찌감치 특출한 재주를 드러내면, 자의든 타의든 평범히 살 수가 없다. 빨리 이뤄야 한다. 프로 선수 혹은 국가대표가 되거나, 굴지의 상을 받거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최소한 그런 대목으로 주목 받아야 한다.천재의 부모는 가늠해야 한다. 이 놀라운 재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성공 가능할지. 흔히 공부하는 재능 즉, 국영수과 문제 잘 푸는 능력이라면 고민이 없을 텐데, 스포츠·예술·문학·예능·게임 재능이라니!아무리 특출한 재능이라도 특출한 재능끼리 모이면 순위가 매겨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바둑 1급의 경지에 도달하면 엄청난 천재일 테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한국기원 연구생'이 될 수 있다. 청소년 시절 내내 '연구생'끼리 경쟁하여, 다시 극소수가 '프로'가 된다.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되고자 하는 엄청난 가무 천재들이 있다. 이 중에 기획사 오디션에 통과하여 수련생이 되는 아이들은 극소수다. 이 극소수 중에 또 극소수만이 데뷔에 성공한다. 데뷔한 누구나 '방탄소년단'이나 '소녀시대'를 꿈꾸겠지만 그런 성공은 또다시 극소수만 가질 수 있다. 무수한 천재가 야구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경쟁하지만 프로선수 드래프트에 선발되는 아이는 극소수다. 차선인 대학 선수가 되는 것도 극소수다. 이 재능들처럼 십대 때 데뷔하거나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암담한 분야가 꽤 많다. 특히 대중의 인기가 드높은 스포츠·연예 분야일수록 모든 운명이 스무 살 이전의 성과로 결정된다.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조기에 발현되는 특출한 재능은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을 요구한다. 무조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올인하거나 아예 시작하지 말거나. 아이만 올인해야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올인해야 한다. 금수저 집안이라면 취미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보통 가정은 집안의 모든 것을 거는 도박에 가깝다. 차라리 이러저러해서 가능한 한 빨리 포기할 수 있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이제 발을 뺄 수도 없다.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별다른 재능이 없어 국영수과만 했던 아이들은 어찌 됐든 대학의 길이 있지만, 남다른 재능 때문에 국영수과를 등한시하고 그 재능에 올인했던 아이들은 대학의 길조차 희미하다.각계각층에서 조기 발굴한 재능들이 '공부도 하는' '인성도 겸비한' 성공이 되도록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최고가 되고 일부가 상위권이 되고 소수가 대학에라도 갈 수가 있고 다수는 암담한 이십대를 맞이하는 승자독식 경쟁 시스템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들에게 그따위 빛깔 좋은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침내 뭔가 돼도 끝이 아니다. 청춘 스타들은 끝없이 누가 최고인가 경쟁해야 하며 경쟁력을 상실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편한 경우가 있다. 장기를 잘 두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니 메달 따서 군대 안 갈 가능성 자체가 없고, 장기만 둬서 먹고사는 프로기사가 단 1명도 없고, 장기 재주로 갈 대학도 없고, 게임스포츠 같은 엄청난 장기대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장기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언론에 기사 한 줄 안 나고, 그 어떤 부모가 장기 재능에 올인하도록 내버려두겠는가. 아이 스스로 크게 바랄 것이 없으니 취미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부모 또한 기대할 것이 없으니 공부 안 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이나 친다.감사하지 않은가. 특출하지 않은 것이, 특출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별다른 취급을 해주지 않는 재주를 가진 것이. 하나 특출한 아이들이 재주에 올인하는 것과 평범한 아이들이 국영수과 문제풀이에 올인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재능이 있든 없든 어릴 때부터 줄 세우고 박 터지도록 경쟁시키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

2018-10-10 11:40:37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평양정상회담 이후가 중요하다

북미 간 협의로 공 넘어간 평양회담文대통령·트럼프 정상회담 열릴 때美, 北이 보인 조치들을 신뢰한다면지연된 비핵화 협상 다시 탄력받아2박 3일간 숨 가쁘게 전개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첫째,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사항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 문제는 미국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우리와 합의문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비핵화 문제를 남북 간 핵심적 협의 의제로 삼았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 핵 위협 없는 한반도를 직접 언급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나아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표명한 것은 그간 남북 간 합의 수준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라 할 것이다. 그리고 양 정상은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둘째,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한 합의이다. 남북은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상호 적대 행위를 종식하는 내용의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그간 남북 간 우발적인 무력충돌 등 전쟁 위험과 긴장 상황이 조성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매우 구체성을 띤 이번 부속합의들은 남북 간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셈이 된다. 앞으로 이 같은 합의가 잘 지켜지면 군비 통제와 군비 축소 등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이행이 더욱 용이해지게 될 것이다.셋째,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남북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정상화, 서해 경제 및 동해 관광 특구 조성 등은 지난 10·4 선언 이후의 상황으로 남북 관계를 되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변화와 남북 정상의 노력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이제 공은 북미 간 협의로 넘어갔다. 북한이 검증의 논란이 있었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폐기를 관련국 전문가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국제사회로 하여금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하기는 하였지만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함으로써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이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북한이 공표한 조치를 토대로 미국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과의 만남,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미 간 실무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향후 전망을 매우 밝게 하고 있다.미국이 북한이 보인 조치를 신뢰하고 종전선언을 위해 한 발짝 다가간다면 비핵화 협상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욕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하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가 문 대통령 덕분이라고 하였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문 대통령을 수석 협상가로 명명하였다.우리의 중재 노력이 빛을 발하여 지연되었던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되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연결된다면 올해 더욱더 성과 있는 이벤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미 간 협의가 잘 진행되어 남·북·미·중 정상이 서울 혹은 워싱턴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게 된다면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보다 큰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물론 최종 비핵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와 앞으로의 종전선언 등을 통한 신뢰 구축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의 시대는 보다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2018-09-20 14:50:23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독서 취미가 고맙다

유유상종이라고, 청소년 때부터 1년에 50권 이상 기본으로 읽는 사람을 되우 만났다. 1년에 300권 이상 읽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났다. 40대 들어 비문학인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평생 살면서 100권만 읽었어도 책 많이 읽는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 살 때부터 읽었다 쳐서 1년에 두세 권꼴. 한국인 연간 평균 독서량의 두 배 넘는 수치니 많이 읽은 사람이 분명하다.고1 아들에게 물었다. 책 읽기 좋아하는 친구 없니? 있으면 아빠 책 한 권 선물해 주고 싶어. 아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 명도 없다고. 실은 요새 아이들만 안 읽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다. 일제강점기에도 보릿고개 시절에도 산업화 시대에도 새천년에도 책 읽는 학생은 반에 한두 명이었다. 묘한 일이다. 선생님과 부모님과 그 밖의 멘토 어른이 삼위일체가 되어,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인생 성공한다, 세뇌 교육하듯 해도 청소년은 읽지 않았다. 어른이 돼서도 읽지 않았다. 독서광이 책 읽다가 미쳐버린 돈키호테처럼 별종이고, 1년에 한두 권 읽는 이가 보통 사람, 정상적인 사람인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인류에게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무서운 말씀을 남긴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책을 읽어야만 하는 까닭이 허다했다. 마찬가지로 비독서인은 아무리 해도 책을 읽을 수 없거나 읽기 싫은 까닭이 허다했다.따져 보면 독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어머니가 자주 쓰는 말인데 '머리 쓰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보고 듣는 것과 달리 읽는다는 것은 두뇌를 심하게 써야 한다. 게다가 재미없기 십상이다. 사람마다 재미가 다르고 감동이 다를 텐데, 늘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1년에 두어 권 읽는다면 둘 다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1년에 열 권 읽는다면 그중에 재미없는 책도 여럿일 테다. 1년에 100권을 읽는다는 것은 재미없는 책을 70권 넘게 읽는다는 의미다.게다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은 특유의 입시문학으로 독서가 끔찍이 고통스러운 행위로 자리매김해 버렸다. 초·중·고의 진정한 국어·문학 교육은, 사회 구성원이 평생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인 독서 기초 훈련으로서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맛보는 스스로의 법을 찾도록, 글쓰기를 통해 자기의 견해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여 타자와 소통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보면 내 견해보다 훨씬 훌륭한 목표와 목적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저 문제풀이 연습일 뿐이다.다 그만두고 왜 그토록 괴롭게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의무적인 독후감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그저 숙제일 뿐이다. 책 읽기 하면 먹음직한 과일을 눈앞에 둔 듯 설렘이 앞서야 하는데, 주제 찾고 의도 파악하고 수사법 따지고 수행평가 과제 해야 하고 엄청난 숙제가 바윗덩이처럼 굴러오는 듯한데 읽고 싶겠는가. 골치만 아프고 재미도 없는 일은 하기가 싫은 법이고, 누가 어떤 식으로 강력 코치를 해주거나 숙제를 덧붙여주면 더욱 하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면 책을 쳐다보기도 싫은 것이다.다행스러운 것은 어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느 세대에게나 독서인은 딱 그만큼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 아들이 졸업할 때까지 한 명도 못 만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 학년에 세 명은 분명히 '독서가 취미 혹은 특기'라고 할 만한 친구가 있을 테다. 책 읽는 것밖에 할 일이 없을 때 책을 안 읽는 것보다,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 속에서 책 읽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가공할 입시제도와 만화경 같은 스마트폰과 볼 거 너무 많은 텔레비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청소년들,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들은 평생토록 친구들의 몫까지 짊어지고 읽어 나갈 테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국민 연간 평균 독서량 1권가량을 유지할 테다. 그들의 독서 취미가 참 고맙다.

2018-09-12 16:41:43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정말,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정부의 '생활SOC' 투자 정책주민 편의 밀착형 사업에 예산 투입지역 현장 누비며 공동체 이끌어 갈작은 동네 기반의 활동가 더 나와야문재인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투자 정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핵심은 '생활 SOC' 개념이다. 지금까지의 SOC 투자, 즉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토목공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지역밀착형 생활 부문에 다양한 사업을 통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2019년도에 국비 8조7천억원과 지방자치단체 매칭 예산을 합치면 12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10분 내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 확충에 1조6천억원,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과 같은 생활안전 인프라 확충에 2조3천억원, 취약지역 도시재생 사업에 1조5천억원이 투입된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역밀착형 생활 SOC' 개념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기존의 도로, 철도, 건설 등 개발 위주의 사업이 아니라 체육센터, 박물관, 도서관, 어린이집, 공공의료기관 신설, 전통시장 등 실제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문화시설 중심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들이 정책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자신들의 일상적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체감도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단한 변화나 발전은 더 이상 개인은 자신의 삶의 변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활 SOC는 그러한 구체적인 삶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공간과 시설 등을 통한 정책의 개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것이다.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동안 우리는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펼쳐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필요한 생활기반시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앞으로는 공공투자도 지역밀착형 SOC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생활 SOC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구산동도서관마을에 대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주민 참여와 협치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이번 '지역밀착형 생활 SOC' 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도로나 철도 건설에서 생활편의시설로의 사업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점만 강조하게 되면, 결국에는 비슷한 '건설'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번 정책과 예산이 정말 지역에 대한 투자가 되려면 지역에서 생활편의시설 등이 어떻게 기능하고 운영되는지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 많은 지역에서 절대적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생활문화시설이 예산 부족과 운영 관리 등의 문제로 인해 개점 휴업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업은 단기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여타의 사업과 크게 구별되지 않을 것이 뻔하고 인구절벽과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 앞에서 향후 발전적인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현장을 누비면서 활동할 수 있는 활동가가 얼마나 많은가의 문제이며,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주체들이 얼마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생활 SOC' 사업의 중요한 방향을 설정해 두지 않으면 지역과 동떨어진 형태로 남아 소수 정치인의 업적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지금 지역에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동네 기반의 지역사회 활동에 등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을 썼다. 사람이 중요하다. 이제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사람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진짜 실생활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에 국가의 미래뿐만 아니라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018-09-06 16:05:21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춘추칼럼] 소득주도성장이 좋은 정책으로 거듭나려면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정책조화성'대응력 떨어지는 한계 노출약 43조 들여놓고 일자리 되레 줄어잘못 인정하고 수정하는 용기 필요 모든 정부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고유의 상징적인 정책들을 펼친다. 무엇보다 집권 초기엔 이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해 추진한다. 그런데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받는 좋은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 시대정신과 시대과제는 다르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룩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것이 시대정신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지방분권, 성 평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단순히 경제를 살리는 것은 시대과제는 될 수 있지만 시대정신은 아니다. 둘째, 방향, 방법, 속도의 세 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방법이 투박하고 잘못되면 기대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또한 방향과 방법이 조화를 이뤄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다.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잘못된 방식에 기대어 과속으로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 셋째,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대응력이 뛰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입안-결정-집행-평가'라는 4단계를 거친다. 정책을 입안할 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최종 정책 결정을 할 때는 권력자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을 집행할 때는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기대한 정책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원인을 잡아내어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이것이 대응력이다. 통상 대응력이 떨어지면 정책의 적시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책 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평가해 보면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시대성은 있지만 조화성과 대응력이 현격히 떨어진다.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소득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려는 방향성은 공정사회 구축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 '고용 참사, 소득 양극화 심화, 투자 부진'이라는 3대 쇼크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청와대 정책 참모들의 현실 인식이 치명적인 오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옳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정책 집행의 속도를 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기대한 만큼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보수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다. 정책은 좋은데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의 함정에 빠져 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을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5천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일자리 정책에 쓴 예산은 약 43조원에 달했지만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취업자는 8년 6개월 만에 최소치인 5천 명(전년 대비)만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제조업 일자리는 10만 개 이상 사라졌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이 좋은 정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 약력:아이오와대학교 계량정치학 박사. 전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2018-08-30 10:27:36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독 상주대표부

통일 전 설치된 동서독 상주대표부한 해 3,400만명 주민 오가며 교류출범 예정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실질적 기능 갖고 제 역할 수행해야지난 판문점 선언에 기초하여 남북 정상 간 합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곧 출범할 예정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독일 통일 전문가들과 동서독 상주대표부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통일에 앞서 동서독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두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하나는 동서독 기본조약이고 다른 하나는 상주대표부 설치에 관한 의정서이다. 1972년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동독에 대한 서독 정부의 정책적 전환의 산물이다. 서독은 기본조약 체결을 통해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화와 교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동서독 기본조약 8조에 상주대표부 설치를 명명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1974년 동서독의 수도에 상주대표부가 설치될 수 있었다. 독일 전문가들은 상주대표부는 통일이 될 때까지 동서독 관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물론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과거 동서독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첫째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상징적 의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축사에서 언급했듯이 남북 관계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이번 연락사무소의 설치는 매우 중대한 진전이다. 기본조약 체결 이후 동서독 인적, 물적 교류를 본격화했던 독일의 경우 각기 수도에 설치된 상주대표부는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외교 관계에 있어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이 존재하듯이 정식 외교 관계 수립 이전의 상주대표부나 연락사무소는 교류 확대에 따른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통일 전 동서독의 경우 한 해 3­천4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오갔고 교류에 따른 절차들을 상주대표부와 해결해 나갔음을 상기해 보자. 향후 남북 간 교류 확대에 따른 우리 국민들이 의논하고 기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이는 연락사무소장의 급이나 대북 제재 문제 등 정치적 문제는 차치하고 그 자체로서 우리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둘째는 실질적 측면이다. 남과 북은 공동으로 마련된 연락사무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 기능을 부여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동서독 상주대표부의 경우는 대화 통로, 주민 편의 제공 등 기본적인 기능뿐 아니라 각기 상대방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청소년 교류, 스포츠 교류, 학술 및 문화 교류 등 동서독 관계 확대 발전에 따른 새로운 업무들 또한 창출해 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범 석방, 대동독 지원 등 동서독 인도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상주대표부는 협의 창구로서의 기능을 하였다. 물론 동서독의 경우도 그 이상의 레벨이나 중대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중앙정부 및 각기 협상 파트가 직접 협상에 임하였다. 따라서 우리 연락사무소의 경우도 실제 남북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통과 협의의 창구로서 협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남북 관계의 확대 발전에 대비하여 상주대표부와 같은 역할 확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전 동베를린 상주대표부 대표였던 한 인사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상주대표부 운영에 대해 의미심장한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상주대표부는 독일이 통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국내외 정치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독일 문제를 관리하는 데 기여했다고 언급하였다. 우리의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도 한반도 상황 관리와 남북 관계의 제도화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다. 우리는 독일이 해온 두 가지의 제도적 장치와 같이 지난 판문점 선언과 앞으로 있을 3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통해 남북 관계의 '되돌릴 수 없는' 제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당면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 관계가 선순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선 독일 인사의 언급처럼 우리가 스스로 통일을 할 수 있는 대내외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남북 관계의 상황은 제도화된 장치를 통해 관리되고 발전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지금 새로 태어났고 첫발을 뗀다.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임을 인식하자.

2018-08-23 12:09:28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작가와 글쓰기의 자유

인세'원고료로 먹고살 수 있는 작가우리나라에 스무 명이 채 안 되지만사이버 공간서 '모두가 작가인 세상'우리 사회가 이룬 가장 소중한 진보'작가'도 뭘 쓰느냐에 따라 과일 종류만큼 세분된다. 드라마작가, 웹툰작가, 게임작가, 동화작가, 시나리오작가, 소설가, 시인, 영화평론가, 저널리스트, 수필가…. 어떤 식으로든 등단 혹은 데뷔를 한, 권위를 얻은 제도권 작가들이다.지명도로 따져도 다양한 작가가 존재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혹은 이따금 나오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뜨기도 하는, 페이스북 팔로어가 몇 명인, 무슨 상을 받은,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이 훨씬 많다.우리나라에서 인세(책이 한 권 팔릴 때 그 책값의 10%가 작가의 몫이다)와 원고료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작가는 스무 명이 채 안 된다. 유명한 작가도 글세(인세+원고료)보다 부가수입(원작료, 강연료, 심사료, 출연료 같은)이 더 클 테다. 흔히 '전업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세+부가수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작가'를 말한다. 드물지만 글세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들도 있다. 회당 얼마씩 받는다는 드라마작가, 인터넷문화상거래의 선봉 대세 웹툰작가….대개 작가는 따로 직업이 있다. 글과 가깝고 안정적으로 글을 쓸 환경이 되는 직업이 압도적이다. 교수, 교사, 언론인, 공무원, 법조계 종사자…. 하지만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 반대로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왜 글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되는, 육체적으로 혹독한 직업에서부터 재벌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 작가 자신이 직업이 없다면 배우자가 있다.글쓰기는, 일기가 아닌 이상, 누군가 읽고 재미를 느끼든 감동하든 메시지를 얻든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글이 돈과 연관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해도 인정은 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는 까닭이다. 욕망 자체가 '프로 정신'이겠지만, 아직은 아마추어인 제도권 진입을 꿈꾸는 작가가 무수히 존재한다.'엽서시문학공모전'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모전 정보를 취합해놓았다. 깜짝 놀랄 테다. 이렇게 많은 출판사, 지방자치단체, 사·공기업, 학교가 이토록 많고 적은 상금을 걸고, 이처럼 허다한 글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니. 그러한 공모전이 매년 시행될 수 있는 것은 매년 글을 써서 응모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응모자는 청소년(학생작가)이다. 여러 가지 까닭으로 청소년 대상의 백일장과 공모전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수한 비제도권 작가가 있다.유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글쓰기와 읽기는 문자를 만들고 소유하고 장악한 특권계급(상류층)의 것이었다. 모든 계층이 고루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채 100여 년이 되지 않았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게 1443년이지만 80% 이상의 한국인이 한글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모든 한국인이 '독자'가 되었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상류층과 지식인과 등단자의 것이었다. 쓸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써도 발표할 수가 없었다. 권력자와 상류층이 지면을 소유했고, 그 지면에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자는 등단이라는 문학제도를 돌파했거나 권력집단상류사회·지식인사회의 일원으로 작가적 권위를 덤으로 얻은 이들이었다.제도권 작가들과 제도권 진입을 열망하는 예비작가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새 세상을 열었다. 말 그대로 종이밖에 없던 지면이, 저 사이버 공간에 무한히 있게 되었다. SNS의 무한 확장을 보라! '모두가 작가인 세상'은 우리 한국사회가 이룬 가장 소중한 진보다. 누구나 마음껏 글을 읽고 쓸 수가 있고, 누구나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글을 발표할 공간을 가지는 사회! 아직 이런 자유를 못 누리는 나라와 사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세세히 따지면 우리나라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글쓰기의 자유가 부족하다. 제도권 작가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 비제도권 작가들이 '재미와 감동과 메시지를 겸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중에 하나는 있는'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하면, '작가'에 대한 인식은 새로워지고 글쓰기의 자유는 확산될 것이다.약력: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처장, 중앙일보 신춘문예 '해로가' 당선

2018-08-16 13:54:35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대학과 지역

인구 절벽이 불러온 사회 위기 대학과 지역 상호 필요성 커져단순한 취업 차원의 고민 넘어 지역공동체 살리는 협력 필요 대학이 위기이다. 위기의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먼저 외적 요인으로는 '인구 절벽'이라는 환경 변화에 따른 문제이다. 대학을 구성하는 핵심인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내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 위기의 외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대학이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 요인으로는 대학 내부의 보수화이다. 사학 비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문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 내용으로 인해 대학은 더 이상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변해야 하지만 가장 느리게 대응하는 곳이 대학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차원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로는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 직원의 관계가 파편화되고 무너진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학공동체의 붕괴이다. 이는 2000년대를 전후로 신자유주의 논리가 대학 사회에 빠르게 전파된 결과로서 학생과 교수, 직원이 대학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간 결과이다. 학생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고, 교수는 평가와 연봉에 매달렸고, 직원들은 경영 관점으로 수익 관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학에 대안은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대학공동체의 복원이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취업 등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은 최소한 몇 년 동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공동체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함께 교수와 직원이 함께 대학 사회를 일종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면 이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중요 모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청년 세대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이미 사라진 공동체의 경험을 대학에서 수년 동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공동체는 학문과 생활과 문화와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분야로 분절되어 있는 대학 내부의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방치한 채,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지역과 별개로 존재해 왔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상권 정도에 기여할 뿐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하더라도 대학이 별다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학과 지역은 상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역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해서 어떻게 하면 대학 자원이 지역 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며, 대학 역시 단순한 취업 차원의 고민을 넘어 대학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고 수업과 활동, 공간 등을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을 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지는 좋지만 여전히 현실은 멀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성과주의와 대학 이기주의 등이 맞물려서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협력과 연계는 가능하지 않다. 대학과 지역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퍼스타운이 되려면 기존 행정과 대학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관점과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대학은 일종의 섬으로 존재한다. 대학이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대학과 지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력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취업을 넘어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마을, 공동체, 일상 등 모든 영역에서 연결될 수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를 상상해본다. 약력:중앙대학교 영문학/문화연구 박사수료. (사)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역임

2018-08-09 11:50:38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춘추칼럼] 인식 전환의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정 동력 확보 위해 인식 전환 필요경제 정책 핵심 기조 혁신으로 전환'이념 양극화' 주류 교체론 벗어나고총리와 내각에 권한'책임 부여해야 집권 2년 차 문재인 정부는 몇 가지 '인식적 오류'에 직면해 있다. 첫째, 방향(목표)이 옳으면 방법(수단)이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이런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절벽, 생산 부진, 경기 비관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7월 24~26일) 결과,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2%로 6주 연속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8%로 역대 최대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7%)이 압도적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12%)이 뒤를 이었다. 방향과 방식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 둘째, 주류 세력이 교체되어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다. 정권이 교체된 것은 넓은 의미에서 주류 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은 세력이 권력을 이용해 사회 주류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자칫 권력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야당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는 협치 내각을 제안했다. 국민 통합을 이루고 국회에서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 손엔 적폐 청산을 통한 보수 주류 세력 교체, 다른 한 손엔 야당과의 협치를 내세우면 꼼수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류 세력이 교체되지 않아서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주류 세력은 권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만이 교체할 수 있다. 셋째, 대통령 친정 체제가 구축되어야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고다. 그 일환으로 집권 초기부터 총리와 내각 대신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최근 청와대는 국민 홍보, 정책 조정, 연설 기획 등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 각 부처의 정책과 홍보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모든 현안을 챙기는 만기친람의 행태를 보일 때 역설적으로 국정 효율성은 떨어진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법칙이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6개월 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그 실망이 분노를 넘어 혐오로 치달으면 민심이 폭발한다. 올 연말까지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정책 목표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젠 경제 정책 핵심 기조를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전환하고, 이념적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류 세력 교체론에서 벗어나고, 총리와 내각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적기에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는 휘청거리고, 협치는 사라지며, 민심도 크게 이반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8-08-02 10:24:16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종전선언에 대한 관련국들의 입장과 추진 전략

완전한 비핵화 빠진 종전선언미, 북에 군사적 옵션 상실 우려8·15 전후 대북 대미 특사 통해'핵동결-종전' 교환 이루어져야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오늘이 정전협정 체결 65년을 맞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 3조 ③항에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를 명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 공동성명 3조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보여준다. 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을 끝장내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전쟁을 끝장내고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자는 의지와 추진 방향의 원칙 정도만 담으면 된다. 종전선언은 민감한 문제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시기·장소·내용 등은 당사국인 남북한이 중심이 되어 유관국들과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 한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연계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고 평화협정을 통해 비핵화를 끝내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남북 간, 북미 간 '불가침 확약'이 내용에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방식으로 하고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 북미 간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구로 간주한다. 본격적인 비핵화 과정을 시작함에 있어 최소한의 군사적 안전보장책으로 미국의 불가침 확약이 포함된 종전선언을 원한다. 비핵화의 명분도 필요하기 때문에 종전의 조속한 선언을 촉구한다.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한다면 대북 군사적 옵션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직 구체적인 내부적 논의 움직임이 없다. 중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을 선호한다.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로서 종전의 시작에서부터 참여를 요구한다. 종전선언 참여 문제를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3자 종전선언, 4자 평화협정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전선언만 한다면 3자 방식이든 4자 방식이든 큰 문제가 없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 체결과의 선후관계로 연계되어 있다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우선론'이 현실적인 방식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미래의 평화통일을 이끌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의 지지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한반도 접경 국가로서 통일 이후에도 협조가 중요하다. 정전협정 제5조 61항에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들의 상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자 우선론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올해 내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8·15 전후 대북·대미 특사 파견을 통해 북미 간 빅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동결 선언과 미국의 종전선언은 충분한 교환 가치가 있다. 종전선언 내용에 불가침 확약 문제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의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가면 된다. 불가침 확약을 삭제하는 대신 사드 철수, 첨단무기 신규 도입 보류 등 북한이 수용 가능한 형식의 군사적 안전보장도 하나의 방안이다. 다음 단계로 대북제재 해제와 핵프로그램의 신고·사찰·검증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남북한은 최우선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평화협력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8만4천 개의 일자리를 보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의 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북제재·압박 일변도의 전략적 수단을 완화·철회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협력의 중재자,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북한에는 체제안전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고 미국에는 비핵화에 대한 보증이 요구된다. 교차 보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대목이다. 약력:경남대 정치학 박사, 현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2018-07-27 05:00:00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후배 독서가들은 외롭지 않기를

비판정신 창의력 갖게 가르치지만사회 모순 때문에 소외당하기 쉬워한달에 한권 읽는 것도 벅찬 세상에책 사랑하는 사람 있어 사회가 강녕 모교로부터 '동문 선배와의 만남'에 초청받았다. 금의환향이라도 하는 듯해서 감사히 수락했다. 솔직히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묘한 자격지심에 휩싸였다. 내가 과연 '금의'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뭐라도 이루거나 된 자인가. 부를 만하니 불렀겠지 뿌듯하면서도, 진정 자식뻘 후배들 앞에서 떠들 주제가 되나 의심스러웠다.30년 후배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가이면 모르겠는데, 나는 '듣보잡' 소설가다. 책 좀 읽으시는 분들도 '20년 써서 20여 권을 냈다는데 처음 들어보고 처음 읽는다'고 하시니 말이다. 경제력, 신분, 지위 같은 세속적 기준이나 사회 기여도로 따진다면 더욱 후배들 앞에 설 자격이 없었다. 미미한 작가보다 구질구질하고 사회에 도움 안 되고 전망 없는 직업이 또 있을까. 내 또래인, 후배들의 부모님이 훨씬 말할 자격을 가졌다. 설마 롤모델이나 귀감을 바랐겠나, 고등학교 때의 나처럼 독서를 즐기고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한테 작가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격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합리화했다.30여 명이 맞아주었다. 어쭙잖은 작가 선배를 만나겠다고 귀한 시간을 내준 학생들답게, 30년 전의 우리를 보는 듯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책을 즐겨 읽고, 예술적 행위로 스트레스를 풀 것 같은, 언젠가는 작가를 꿈꿀 것 같은 아티스트형 아웃사이더들. 순전히 오해일지라도 후배들에게 동지애를 느꼈다.꾸준히 독서하면 의당 오지랖 넓게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를 파악하고 의견을 세우고 내는 능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간절히 원하는 바다. 그 '비판정신과 창의력'이 출중할수록 따돌림 받고 외로워지고 경제적으로 도태되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후배들에게 보다 활발한 독서를 권장하기가 저어되었다. 차마 작가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할 수도 없었다. '자기계발서'처럼 뭐가 됐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기필코 된다, 꿈을 갖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말하면 편할 텐데, 불편한 현실을 밝히는 희망 의심형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희망의 전도사를 자처할 만큼 뻔뻔하지도 못했다. 두서없이 벅벅댔다.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여러분이 비판정신과 창의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외로울 테다.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다. 두루 읽고 넓게 의심하고 세심히 표현하는 사람은 자꾸만 소외된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독자로 사는 것도 벅찬 세상이니, 기어이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더욱 외로울 테다. 그렇지만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여러분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이나마 강녕한 것이다. 우리는 시골 마을의 가로등처럼,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가로등 같은 존재도 못 될지 모른다. 가로등도 없는 마을의 반딧불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없어도 되겠지만 반딧불이가 있어 여름밤은 한껏 풍성하고 아름답지 않은가.한심한 선배의 산만한 말을 성의 있게 들어주는 후배들이 고마웠다. 듣고 싶은 사람만 모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알아서 걸러 들었고 넉넉히 웃어주기도 했다. 오히려 내가 큰 격려를 받은 셈이다.후배들이 자신의 취향과 특기에 근접하는 꿈을 찾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기회를 부여받아,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이롭고 자존감 넘치는 업적을 부단히 쌓고, 경제적으로도 무난한 미래를 이루기 바란다.또 바란다. 지금처럼 책 읽기를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서의 씨앗을 퍼트리는 독서나비'로 살기를. 스무 살이 넘으면 독서가 끝나는 세태를 바꿔주기를. 좋은 책을 아무리 읽어도 진학과 출세에 지장이 없는 제도를 이루기를. 반딧불이 작가들이 최소한의 자부심을 유지하며 빛나는 세상을 만들기를. 자존감 넘치는 작가가 많이 탄생하기를. 먼 훗날 후배들을 만나 독서가와 작가의 싹을 보거든 열렬히 북돋울 수 있기를. 약력: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처장, 중앙일보 신춘문예 '해로가' 당선

2018-07-19 14:44:24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최소한의 규칙 관람객 참여 극대화충돌 끊지 않고 맥락과 흐름 지켜봐필요 이상 규칙은 억압 사회 가능성갈등 논의 화해 화합 문화 만들어야러시아월드컵 결승 진출팀이 확정되었다.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프랑스와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펼친 크로아티아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16강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세계 1위 독일을 이겨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월드컵의 특징은 월드컵 사상 최연소 골을 기록했고 프랑스를 결승으로 이끌어 전 세계 스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음바페 선수를 보더라도 '세대교체'가 두드러진다.그렇다면 많은 스포츠 중에서 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축구는 전 세계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이다. 그 배경에는 공 하나만 있으면 공간과 사람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근본적인 매력이 있다고 본다. 그 외에 아프리카 등 지구상에서 낙후된 지역에서 세계적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을 제공하는 측면과 각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축구리그를 비롯한 산업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의 몸값 상승과 광고에 따른 스포츠용품사의 문제, 월드컵과 같은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부정적 측면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아울러 축구라는 스포츠에 담겨 있는 본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축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골을 넣는 것이다. 모든 전략과 전술, 선수들의 배치와 움직임은 그 목표에 맞춰져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축구는 지극히 단조로운 스포츠가 된다. 어쩌면 지루하고 식상한 스포츠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열광한다. 축구를 보면서 환호하고, 낙담하고, 웃고, 운다.분명한 사실은 축구의 매력이 골을 넣는 것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이 오히려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규칙이 많지 않다는 점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거나 즐기는 데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공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 그리고 직접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이 일종의 재미이다. 단순히 골을 넣는 것만 생각하면 재미가 줄어들지만 축구장 전체 맥락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게 되면 전혀 다른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또한 축구 경기는 최소한의 규칙으로 운영되면서 역설적으로 관람객의 참여를 극대화한다. 매회 단막극을 만들어가는 야구와는 달리 축구는 전후반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축구 경기라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동안 관람객들은 깊은 몰입감을 통해 경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매 순간마다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는 축구 경기가 갖는 역동성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신체가 직접 부딪치는 일이 많을수록 오히려 규칙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매순간 판단하고 결정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의 맥락과 흐름을 지켜보는 과정이 따르는 것이다. 즉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움직이고 부딪치는 지점에서는 객관적 판단보다는 상호 협의나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판단할 수 없거나 판단을 멈추는 일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을 포기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내 것, 혹은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외부의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손쉽게 판단하게 되었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니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판단하고 정죄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일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를, 어떤 일을 옳다 혹은 그르다고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물론 판단 불능 혹은 판단 중지가 어떤 불의나 잘못에 대해 눈을 감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축구를 할 때 하나의 공을 두고 두 선수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매순간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이나 제도 등 규칙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 이상의 많은 규칙은 공동체를 규율이 지배하는 억압적인 공간으로 만들 가능성이 많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규칙이 작동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논의하고, 갈등하고, 화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감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 경기는 판단 중지와 개입의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스포츠이다.

2018-07-12 17:06:33

아이오와대학교 계량정치학 박사. 전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춘추칼럼] 진보와 보수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민주당 최대 계파 '친문' 분화·재편겸손하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 위험한국 보수 최대 적은 조급함과 분열한국당 길게 호흡하며 재건 노려야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례없는 압승을 거두었다.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정치학자 키(V. O. Key)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당들 간 힘의 균형이 크게 바뀌는 선거를 '중대 선거'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수차례의 중대 선거가 있었다. 대공황 시절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론'과 '뉴딜 정책'을 내걸고 승리했던 193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이 대선 이후 미국에선 민주당 우위의 정당체계가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중대 선거로 볼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방송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29.2%)와 보수(24.9%)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고 중도(39.8%)가 가장 많았다.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진보 1.2%포인트(p) 증가, 보수 2.2%p 하락, 중도 1.5%p 증가 등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보수층의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압승했다는 것은 단지 야당이 싫어서 여당을 지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케이스탯리서치가 지방선거 직후(6월 16~1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꿀 수 있다'가 58%인 반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36%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사회 균열을 반영해 새로운 쟁점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수 정당 궤멸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여하튼 아직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를 지탱할 만한 확고한 유권자 재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며, 2008년 총선에서도 승리하면서 보수 우위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년 뒤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2017년엔 정권을 뺏겼다. 민주당이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만을 버리고 계파 권력 투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문제는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이 분화·재편되고 있다. '뼛속까지 친문'이라는 '뼈문', '진짜 친문'이라는 '진문', '범친문'이라는 '범문' 등이 등장했다. '밤새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을 담은 '부엉이 모임'도 부각되고 있다.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에서 원박, 진박, 범박 등이 등장했고, 청와대는 뼈박 문고리 3인방이 판을 치면서 폭망했다. 선거 트리플 크라운을 이룩한 민주당 내에서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유능함과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반면, 자유한국당은 혁신 비대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그 방향성은 보수의 가치에 진보의 정책을 융합하는 것이다.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라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가령, 진보의 가치인 복지와 평화를 '퍼 주기식 복지' '위험한 평화'로 폄훼하기보다는 '건강한 복지' '안전한 평화'를 내세우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현재 한국 보수의 최대의 적은 조급함과 분열이다. 단기간에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려고 하지 말고 길게 호흡하면서 참회하고, 혁신하고,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쪼개져 있는 보수 정당들은 총선 전 빅텐트로 모여 통합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는 지극히 짧다. 분명 2020년 총선 결과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가 중대 선거였는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수

2018-07-05 11:41:54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이행 방안

신속한 '단계적 동시성 이행구조''행동 대 행동' 조치 취해 신뢰 구축한국의 결정권 배제되어선 안돼주변국들 이해관계 조정도 중요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6.12 센토사섬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핵 없는 한반도 또는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판문점선언에 명시했다. 북미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함을 센토사섬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장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평화협정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외교적 문서이다. 평화체제는 군사적 대결상태와 정치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평화협력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규범·기구·제도의 총체이다.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이행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행방안에는 세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의 목표가 분산되어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다. 한미동맹과 관련된 여타 사안들이 필요이상으로 부각되어서도 안된다. 평화정착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연계되어 있음을 내외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가장 신속하고 신뢰가 지켜지는 방식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 한국과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가야 한다. 셋째,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제 궤도를 찾아감으로써 비핵화 협상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고 비핵화의 진전이 남북관계 발전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선순환 구조 확립이 중요하다.이행방안에는 북미간 조치, 남북미간 조치, 남북관계의 조치 등이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 구조가 형성됐다. '단계적 동시성 이행구조'를 가진 가장 신속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순서를 찾아나가야 한다. 북미간 신뢰구축을 위해 '행동 대 행동'의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북미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및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으로 선행조치를 교환한 셈이다. 핵동결 선언과 종전선언의 교환이 다음 순위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북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북미 불가침 협정 및 대북제재 철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물질·핵시설 등의 폐기와 함께 북미관계정상화 교환도 생각해야 한다.비핵화 과정에서 평화체제 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의 지위 및 역할이 보장되어야 한다. 북미협상 구조에서는 한국이 한반도문제의 결정권에서 배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평화협정·군비통제·한미동맹의 변경 등은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평화협정은 남북이 체결하고 주변국이 보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군비통제 및 축소 문제는 먼저 남북간에 협의되어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 평화협정 당사자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을 매개로 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하다.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 남북간 이니셔티브로 추진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의 기본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남북간 협상에서는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다뤄나가야 한다. 올해 하반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중요한 시기이다. 7~8월 북미 후속협상이 진행되어 적어도 8월 중순경에는 단계적 동시성 이행 로드맵이 발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확대 발전방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경우 민간교류 및 대북지원 허용, 접경지역 교류,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 타진도 요구된다. 우리에게는 한미동맹 이슈가 민감하다. 북한에게는 존엄과 관련된 문제가 중요하다. 민감한 이슈들이 필요이상으로 부각되지 않게 상황관리를 잘 해 나가야 한다. 역사는 준비하는 자가 있기에 발전한다.양무진 경남대 정치학 박사. 현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2018-06-27 10:48:07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춘추칼럼]농학계 대학생들의 꿈

청년들 농장 경영 꿈 키우고 싶어도부모의 반대로 이룰 수 있을지 걱정'투자의 귀재' 로저스 농업 투자 강조미래를 위해 진지한 소통 선행돼야지난주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몇몇 학생들과 상담이 이루어졌다.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상담시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해왔지만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틈새가 너무 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하듯 상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필자는 짜장면이나 간식 등을 먹으며 상담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즐기는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 생각을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조화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목표와 꿈을 가져야 하나?'라는 주제가 가장 많았다. 이번 상담에서는 최근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맥도날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와 글로벌 식품 포장재 기업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지구촌 공동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반발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것처럼 일부 호텔, 항공사, 크루즈선 업체들이 빨대 퇴출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서 친환경 실천에 대한 법 규정에 앞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토론하였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은 환경친화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고, 변화하는 미래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산업이니 하는 화려한 문구가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근본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산업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자동차,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헬스케어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모두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들이다.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산업이 있다. 바로 '농업'이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농업이 미래산업'이며 여기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몇 년간 상담한 학생들 중 일부는 소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반대로 이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이야기한다.우리가 말하는 농업이라는 기존의 네이밍(naming)에 갇혀서 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미래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첨단 농법이나 스마트 농업이라는 거창한 테두리를 치기보다는 농업 속의 문화, 농업과 함께하는 문화, 삶 속의 문화로서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과 함께 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농업이 중요한 산업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아이들은 한국형 6차 산업화의 주축인 '농업'을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이해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으나, 정작 부모들은 그 꿈에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필자도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직업군이 미래에 전망이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람이 시작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행복하기를 꿈꾸는 미래시대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진지한 소통의 장이 가정에서 먼저 선행되기를 소망해본다.김민규 얼룩 삽살개 복제 성공. 서울대학교 수의학 박사

2018-06-21 15:29:02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매일춘추] 평천하를 꿈꾸며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68년이 지났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장엄한 뜻을 새기고, 명복과 영원한 안식을 빈다. 두 번 다시 이런 전쟁의 비극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엄숙히 해본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한을 담은 코르사코프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귀국선 모형의 위령탑 비문에 "짧은 여름이 지나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 이 분들은 굶주림을 견디며 고국으로 갈 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혹은 굶어 죽고, 혹은 얼어 죽고, 혹은 미쳐 죽는 이들이 언덕을 메우건만 배는 오지 않아, 하릴없이 빈 손들고 민들레 꽃씨 마냥 흩날려, 그 후손들은 오늘까지 이 땅에서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라고 김문환 선생은 쓰고 있다.1945년 광복을 맞이한 한인들은 귀국의 푸른 희망을 안고 코르사코프 항구로 모였으나, 모국에 정부가 없다는 이유로 귀국이 거부되어 동토에서 무국적자로 기약 없는 타향살이가 지속되었다.역사에서 한 사례를 보듯이 국가가 없는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나의 조국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아 행동으로 국력을 향상하는데 힘써야겠다. 그러기 위하여는 먼저 자신을 가지런하게 가다듬은 행동으로, 집안을 잘 다스려 화평한 수신재가(修身齊家)를 이루어야 한다.사자소학의 한 구절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검소하고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다."라는 말이 있다. 독자는 '만원의 행복'이라 불리는 책 한권으로 저자의 사고와 경험을 독서를 통해서 통찰할 수 있다. 그 결과 시대흐름에 맞는 일을 하게 되어, 만인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어 보람과 자아를 실현하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이다.돈 또한 수익의 일정액을 저축하여 예금한 가용자본으로 자산을 늘려,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는 자녀양육과 부모 봉양 그리고 가족 간병 등 경제적 문제에 애로가 없도록 하자.무너져 가는 집안을 일으키는 굴기(崛起)의 정신을 가지고 뜻을 세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개미는 집이 무너진 이유를 헤아리기 전에 잠 잘 집을 당장 짓듯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리더가 되자. 잘 했을 때는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못 했을 때는 격려와 위로를 하는 고수가 되자.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금수강산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2018-06-21 12:14:01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현재 지방의원 민원 해결 아닌지속가능 공동체 중재자 돼야문제 해결의 절차 과정 만들어非물질적 삶 나아지는 정치를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 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 해결사가 아니라 민원 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 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 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 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권경우 중앙대학교 영문학/ 문화연구 박사수료. (사)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역임

2018-06-14 16: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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