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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북유럽식 '우리가 남이가'

북유럽 복지 설계 핵심은 시민책임놀고먹는 복지 아닌 근로'납세 중요우리에게 부담 공론화 필요한 시점비용 설득에 당당한 선거후보 기대'국민의 집'(Folkhemmet)은 1928년 등장한 스웨덴 복지의 상징어이다. 국가는 하나의 가정이고 국민 모두는 한 가족이라는 의미이다. 같은 시기 덴마크에서는 '국민을 위한 덴마크'(Danmark for Folket)가 경제난 극복과 복지체제 형성의 정치 모토로 활용되었고, 노르웨이에서는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는 구호가 선거전을 달궜다. 이들 모두 이를테면 북유럽식 '우리가 남이가'이다.그러나 지향점은 한국에서와 달랐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책임과 의무, 비용부담을 같이하자는 독려였으며 특정 집단 구성원끼리 혜택을 보자가 아니었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해주겠다는 약속 대신, 근로와 높은 세금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설득했다. 2005~2013년 노르웨이 노동당의 선거 공약은 '세금을 낮추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연이어 집권에 성공했다.약 100년 전, 복지제도를 설계하면서 북유럽의 각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시민책임이었다. 복지예산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일반 시민이다. 정치권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에 솔직했고 사회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일을 하고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에게 복지는 처음부터 공짜가 아니었고 의존이 아니었다.오늘날 북유럽 복지가 변화하는 이유는 이런 전통가치에 익숙지 않은 이민자난민 출신 인구가 20~30%에 이르기 때문이고 이들을 통합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데 시장 원리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 등록금은 무료이고 부모를 떠나 생활하는 대학생들은 매월 100만원까지 장학금을 받는다. 개인 의료비가 연간 30만~40만원 넘어가면 그 시점부터 사회구성원은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그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한 어떤 일이든 해야 하고 소득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는 것은 이들에게 상식이고 윤리이다. 최근 덴마크에서는 이런 가치를 '사회민주주의 DNA'라고 부른다.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책임과 기여를 강조한 사회민주당은 6개월 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우리 얘기를 해보자. 한국 복지 프로그램의 원산지는 대부분 유럽 내지 북유럽이다. 그러나 외국산 복지제도가 수입되면서 기본 취지와 중요한 사용설명서가 빠졌다. 정치권은 예산 문제를 솔직히 거론하고 국민을 설득하며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는 정공법을 놓쳤고, 시민들은 근로와 납세가 권리이며 복지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해할 기회가 없었다.그 결과, 한국에서 복지는 정치인들의 선심이 되었고 어느새 공짜처럼 여겨지고 있다. 부족한 재정으로 공급되는 복지서비스는 시장서비스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역대 정부는 앞다투어 복지의 혜택만 강조했고 덕분에 재정적자는 이리저리 떠넘겨지고 있다. 미래 세대에 적자를 넘기는 건 많은 복지 프로그램에서 상습이 되었고 누리과정사업(3~5세 무상보육사업)에서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을 미루는 불상사도 있었다. 과거 의료보험제도에서처럼 무리하게 낮은 수가를 책정하여 그 간극을 '약가 마진'(리베이트)의 불법 재원이 메우도록 방기한 전력까지 있다.가장 아픈 사실은 납세자들이 책임과 의무에 당당한 시민이 아닌, 정부에 계속 선물을 기대하고 조르는 의존인처럼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복지 재정을 전담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혜택에 앞서 돈 문제와 내용을 먼저 고민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다시 선거철이다. 이제는 복지사용법을 바꿔볼 때도 되었다. 자기 돈을 쓰는 양 해주겠다 생색내는 후보 대신, 비용을 공론화하고 감당하자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등장해주기를. 우리 모두가 남이 아니며 필요한 부담은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책임시민이기 때문에.

2018-05-22 00:05:01

[세계의 창] 5월 가정의 달

경제 문제에 육아 부담 만만치 않아 日 남성 4명 중 1명 50세까지 미혼 결혼 전제한 사회제도 바뀌고 있어 비슷한 한국 '가정의 달' 변화 주목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어찌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겠다고 왔느냐?"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항상 이런 질문을 했고, 그때마다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고 거창한 설명을 했다. 실은 딸아이 제대로 시집보내려면 이국땅이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엄마의 고집을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잘못된 말은 아니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비행기라고는 신혼여행 때 처음 타본다는 남자랑 결혼을 해서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아들을 군에 보내면서 "대한민국 여자로서 더 이상의 애국이 있겠는가"라면서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니 결혼은 바로 나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었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동생은 마흔이 넘어서 결혼을 했고, 부인은 일본 여자다. 노총각이 미국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노랑머리도 좋고 검은 피부도 좋으니 짝을 찾아오라고 간절히 바랐는데, '오카상'이라고 말하는 며느리를 데리고 왔으니 감지덕지하다. 일본도 5월은 어린이날 어머니날로 분주하다.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다.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 시점에서 인구학을 전공한 게이오대학 쓰다 노리코(津谷典子) 교수의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사회제도는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질 것이라고 대부분 전제하고 있지만, 이런 전제가 바뀌고 있다."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 기준으로 1.45명. 출산장려 지원 등으로 출산율이 소폭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만 출산을 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가장 큰 요인은 결혼의 감소"라고 보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생애 미혼율'을 조사했는데, 2015년 기준 남성은 23.4%, 여성은 14.1%로 나타났다. 이른바 일본인 남성 4명 중 1명, 여성 7명 중 1명은 50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셈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경제적 문제를 그 첫째로 꼽는다. 육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것만이겠는가. 결혼해서 엄마가 되는 것보다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이 늘어났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정보다는 사회에서 찾고자 한다. 일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엿보았다. 주인공의 계약결혼을 중심으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다양한 남녀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있다. 좀 잘난 남자가 ①결혼의 메리트는 무엇일까? ②굳이 없어도 되는 물건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③혼자서 결정해도 되는 일이 상호 동의가 필요한 번거로움으로 발전 등을 말하면서 결혼을 거부한다. 한편 미혼보다는 돌싱이 낫다는 '고령 처녀'는 ①왜 아직 미혼인가 탐색당하지 않는다. ②단 한 사람의 상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다. 여기 있어 달라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줌마들 마음에도 쏙 드는 대사를 늘어놓는다. 일본은 2000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됐지만, 연금 납입자가 수급자보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5월 가정의 달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 것인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생각하는 5월이다.

2018-05-15 00:05:00

[세계의 창] 청년 실업률과 연구개발 생산성

한국 원전기술 안전성·경제성 우수방대한 수출시장 최고 경쟁력 갖춰연구개발 성과관리 전문가에 맡겨유망 산업 정치논리에 희생 안돼야청년들이 어버이날을 두려워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올해 11%를 넘은 후 악화일로에 놓인 영향이다. 예전의 경제 위기와 달리 지금은 우리나라만 유난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 미국은 실업률이 4% 이하로 60년 만의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몇몇 OECD 국가들은 2%대의 실업률에 국민들이 활력에 차 있다.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일등산업들이 있었다.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는 너무도 기반이 튼튼하여,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오랫동안 지탱할 것으로 믿었다.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26위로 10년 전에 11위였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언제부터인가 총수출액은 늘지 않는데 해외공장만 늘어나서 국내 일자리는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우리 주요 수출국이 기술 수준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느슨한 중국 시장으로 옮기면서 우리나라 기술개발의 고삐마저 풀린 듯하다. 그사이 중국은 기술을 따라잡아 우리의 일등상품들을 낚아채고 있다.고질적인 혁신의 부진과 노사 갈등 악화에 대해 각계에서 끊임없는 경종을 울려왔으나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하고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많은 OECD 국가들이 비슷한 과정의 난관을 돌파해왔으나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성과도 못 내면서 민간의 혁신에도 짐이 되고 있다.문제는 산업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의 실패다. 연간 20조원 이상의 국책연구를 주도하는 정부 공무원들은 잦은 부서 이동으로 연구개발 관리의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민감하다.세계의 과학기술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화를 통하여 수많은 신흥국들이 경제개발에 돌입하면서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이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개발의 정책수립부터 성과관리의 일체를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정부 간섭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연구개발 생산성이 매우 높은 미국은 2차 대전 직후 연구재단을 만들어 연구개발 관리를 전문가들에게 넘겼고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계속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데에 있어 세계를 리드하여 왔다. 독일도 통독 후에 미국 방식을 도입하여 산업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과거 우리 산업계는 미국 방식으로 신상품 개발에서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오늘날 세계적인 호황 속에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청년실업은 국책연구에서 후속 신상품에 필요한 신기술이 산업화되지 못한다는 데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장가치가 큰 유망 기술이 개발되면 정책을 떠나 산업화를 지원해야 한다.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기술은 안전성, 경제성, 친환경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화석에너지는 물론 재생에너지보다 우수하다. 나아가 방대한 수출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망산업이 정치적 논리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국책연구는 과감한 기술개발과 혁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혁신은 세계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이 예산을 끌어오고 혁신사업가들이 치어리더가 되어 과학기술자 한 명 한 명이 도전적인 연구개발에 몰입할 도전적 환경이 만들어져 한다. 그래서 청년실업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

2018-05-08 00:05:04

[세계의 창] 독일의 직업교육과 자아탐색

대학공부 중단 요리사 직업교육취업보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한국에선 돈벌이 되는 것만 추구자신의 존재 의미 망각해선 안 돼'직업'에 해당하는 독일어 'Beruf'라는 단어는 신으로부터 주어진 소명(召命, Berufung)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하느님의 부르심으로서 직업은 각자의 인생에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필자는 독일에서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며 용기 있게 자아를 찾아가는 자의식이 강한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학창시절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발도르프 학교(전인교육을 교육목적으로 하고 예술, 신체, 지성교육을 조화롭게 통합시킨 교육을 실시하는 특징을 지닌다)를 다녔다. 발도르프 학교와 가정교육의 영향인지 그 친구는 인간이 정신적 활동(머리)을 수공예 작업(손을 움직여 사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과 결합하면서 창의적인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나가고,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자유를 표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어느 날 그 친구는 대학 공부(학문적 활동)가 자기의 적성에 맞지 않아서 학업을 중단하고 요리사 직업교육을 받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아비투어(대학 입학 자격요건의 시험)를 치고 정신적 사유를 즐겨 하였던 친구가 갑자기 직업교육(실업계)의 길을 선택한 것에 필자는 솔직히 당황했었다. 독일에서도 교육학과 같이 인문사회 분야 전공자들의 취업은 이공계 졸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현재도 그러한 상황은 지속적이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 요리사의 진로 선택은 취업을 염두에 두기보다, 인간이 육체(손의 이용)와 정신적 사고활동을 연결해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체험하고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독일의 직업교육은 국가로부터 승인된 산업체에서의 실습과 직업학교에서의 이론교육이 결합된 이원화 방식으로 이뤄진다. 초등학교 4학년 후 실업학교와 주요 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양한 전문 직종(치과보조사, 미용사, 간호사, 자동차기술자, 제빵사, 정육사 등)에서 3년 과정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1, 2일간은 직업학교에서 일반 교양과목(제2외국어로 프랑스어, 물리, 화학, 영어, 수학 등)과 해당 전문 분야의 이론적 지식이 교육되고, 3, 4일간은 산업체에서의 실습이 실시된다. 그러나 필자의 친구가 대학 입학 자격을 가졌기 때문에, 도제훈련(Lehre) 기간이 6개월 단축될 수 있었다. 도제훈련을 하면서 매년 증가하는 훈련수당을 받는다. 직업교육 과정을 거치면 졸업시험을 통해 수료 증서를 받게 된다. 한편, 직업교육을 통해 자아를 찾으려 했던 친구의 이상(理想)은 레스토랑의 현장실습에서 구현되지 않았고, 힘든 직업교육 과정을 마치면서 졸업시험을 무사히 치렀다.19세기 말 일반 교육보다 낮게 평가되었던 직업교육의 위상을 높였던 '직업학교의 아버지'로 알려진 독일 교육학자 케르센슈타인은, 지식교육뿐만 아니라 수공업 수업, 노작교육, 체험활동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초 직업학교는 이 단어가 함의하는 본래적 의미와 이념과 달리 청소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노동시장 정책의 도구로 전락하였다. 실제로 직업교육은 독일 청소년 실업률을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개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경쟁력을 갖춰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친구의 자아탐색과 결단은 현재 우리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망각한 채 취직에 유리한 것, 돈벌이가 되는 것만을 추구하고 사회문화적 요구에 기계적으로 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자신의 삶을 주도하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2018-05-01 00:05:00

[세계의 창] 북유럽의 교육은 무엇을 바라보는가

다양한 분야의 기초역량 중시해정보통신역량, 내용에서 큰 차이어려서부터 정기 체육활동 필수초등생부터 창업취업 인지토록가장 최근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가 나왔던 2016년 말, 노르웨이는 처음으로 언어, 수리, 과학의 모든 과목에서 OECD 평균점수를 넘었다. 스웨덴과 덴마크도 상황은 비슷했다. 만 15세의 학습역량을 평가하는 PISA에서 우리 학생들은 늘 선두권이고 온 국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북유럽에서는 PISA형 학습과 성과가 전부가 아니다. 북유럽 교육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까?1. OECD 국가 16~19세 청년들의 정보통신역량 평가 결과는 그야말로 의외이다. IT 강국으로 자부하는 한국이 상당히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환경'재정 뉴스와 정보를 얼마나 검색하고 접하는가, 사회이슈의 온라인 토론에 얼마나 적극 참여하는가 등의 지표에서 우리 청년 세대는 북유럽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어려서부터 자기 통장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고민하며, 일찍부터 국제뉴스를 접하고 시민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북유럽 청소년들. 이들의 모바일과 컴퓨터 용도는 우리 학생들과 사뭇 다른 듯하다.2. 50개국 9~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초체력 테스트에서 북유럽은 최상위권, 우리 아이들은 최하위권이었다. 체력은 그야말로 북유럽 교육의 꽃이다. 90~95%의 유아들은 2살부터 유아원'유치원을 다니며 아무리 눈비 오고 추워도 매일 한 번, 무조건 밖에서 놀며 뒹군다. 덴마크의 초중등 학생들은 매일 45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11살이면 의무적으로 200m 수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017년, 스웨덴은 초등학교 여아의 22%, 남아의 44%만이 매일 1시간 운동을 실천할 뿐이라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의회의 질타를 받은 정부는 아이들의 운동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고심 중이다.3. 최근 오르후스 대학은, 10여 년 전보다 덴마크 9~12세 아이들의 독서량이 늘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초등학교에서 매주 한 권을 선택하여 읽도록 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교육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 국민의 독서량과 독서수준을 평가한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학(CCSU)의 지표에서는 북유럽 5개국이 1~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61개국 중 22위이다.4.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은 이들의 강점이다. 초등학생부터 창업, 직업의 개념을 알아가는 데 기업과 사회가 적극 나선다. 스웨덴의 기업은 초등학생들이 기업 활동과 기업가 정신을 접할 수 있도록 교사를 교육하고 비즈니스에 관한 학습도구와 교육방식을 제공한다. 스웨덴의 기술협회와 발명가협회는 문제 해결 방식의 교육기법과 기자재를 모든 중고등학교에 제공한다. 또한 매년 어린이 발명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하여 창의성을 격려한다. 일반 고등학생들은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 방식을 배우고 가상의 창업을 체험한다. 매년 4월이면 열리는 덴마크 과학축제는 전국에서 70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을 끌어들인다. 최고의 과학기술자들이 학생들을 만나 최신 연구 동향을 직접 설명하고 소통한다.이렇듯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한 아이들에게 대학입시와 공직 취업이 장래 희망의 전부일 리 없다. 북유럽의 많은 학생들은 창업을 희망하고 대학 진학률은 우리보다 훨씬 낮으며 청년 고용률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내용이 다른 교육이어서 결과도 다른 것일까.덴마크에도 순식간에 봄이 왔다. 키 낮은 꽃 가득한 잔디밭에서, 모래 풍성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그저 뒹굴며 즐겁다. 못지않게 예쁘고 빛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어른이어서 부끄럽고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미안해하며 낯선 땅에서 보는 봄꽃들이 낯설기만 하다.

2018-04-24 00:05:01

[세계의 창] 미야자키공항 면세점에서

주머니에 남은 동전 970엔으로 쇼핑1천엔짜리 생라멘 사기에는 부족해"깎아 줄 수 있느냐" 하자 점원 거절해옆 매장 아주머니 30엔 더해줘 감동공항은 만남의 설렘과 이별의 아쉬움을 오롯이 담은 공간이다.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공항을 드나들었다. 인천공항처럼 크고 화려한 공항도 시골 버스터미널보다 작은 공항도 경험했다. 공항에는 특별한 향이 있다. 면세점의 화장품들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사람들이 뿜어내는 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작년 여름 나는 미야자키를 방문했다. 규슈 남동부에 위치한 미야자키는 야자수가 남국의 풍경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1970년대 엔고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하와이 등으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주목을 받았던 관광지이다. 1인당 소득을 보면 약 256만엔으로 전국 평균 308만엔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도쿄의 440만엔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저소득 지자체다. 일본 행정구역 47개 중 37위라니 상당히 가난한 지자체로 보이는데, 통계국의 '소비자물가 지역차지수'를 보면 미야자키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이 말은 물가가 낮아 소득격차만큼 생활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미야자키공항은 시내 중심지에서 약 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이용하기가 편리하기로 손꼽힌다. 지금은 연간 이용객이 국내선 280만 명, 국제선 8만 명 정도의 크지 않은 공항인데 우리나라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다. 유명 여행지가 아니라 일본 소도시에서 자연을 느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적지 않은 관광객이 모이는 매력적인 도시다.미야자키를 소개하고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주머니에 남아 찰랑거리는 동전은 항상 문제다. 아무 생각 없이 들고 온 동전은 '다음에 써야지' 하지만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없어지기 일쑤다. 동전을 없애야 한다는 마음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들어보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적당한 물건을 찾지 못하면 결국 유니세프가 마련한 모금함 앞에서 상당한 박애정신의 사람인 양 동전을 탈탈 털고 온다. 이런 사람이 나만이겠는가.미야자키공항에서의 이야기를 하겠다. 역시 주머니에 100엔짜리 동전 9개 10엔짜리 동전 7개가 꽤 무거웠다. 참 애매한 돈이다. '미야자키 생라멘'을 사면 딱 좋겠는데, 이게 1천엔이니 30엔이 부족했다. 부족한 30엔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만지작만지작하면서 30엔을 깎아줄 수 있느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젊은 남자가 생긋생긋 웃으면서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딱 부러지게 거절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다. 이때 옆 매장의 아주머니가 '잠깐만'이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자신의 지갑을 들고 와서 30엔을 더하고 라멘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이것이 국제공항 면세점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는가. 융통성이라곤 바늘구멍 하나 찾기 힘든 일본이 아닌가. 감동이었다.미야자키는 특별하다.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등 메이지 유신의 굵직한 주인공들을 배출한 사쓰마번(薩摩藩)이 이 언저리에 있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규슈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했다.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전 사업장의 근로자 법정 정년을 60세로 의무 규정했다. 이에 한국고용복지학회는 우리보다 먼저 60세 정년제 시대를 맞이한 일본을 찾아 기업의 전직 지원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래서 찾아간 첫 번째 회사가 미야자키공항이었다. 나가하마 야스히로 회장을 만나 고령자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여하튼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나는 지난여름의 이야기를 했다. 나가하마 회장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60세가 정년이고 본인이 원한다면 65세까지 연장되는데, 이분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야사시이' 마음이다"라고 했다. '야사시이'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참으로 어려운 단어다. 단순히 친절하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뜻을 담고 있다. 연륜이 가진 따뜻함이야말로, 나가하마 회장이 말하는 '야사시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야자키 공항의 특별한 향이 바로 그것이라고, 그래서 아름답게 기억된다고 감히 말하겠다.

2018-04-17 00:05:00

[세계의 창] 인더스트리(Industry) 4.0 시대, 교육의 방향

4차 산업혁명시대 학교 디지털화시공간 제약 벗어난 소통 강점 많아첨단 미디어 활용 '교육 목적' 고려기술에 종속되지 않게 늘 경계해야독일 산업계가 추구하는 인더스트리(Industry) 4.0, 즉 제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독일 사회에서는 학교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독일 언론 슈테른 신문에 따르면, 올해 연방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안야 카를릭체크는 학교를 위한 '디지털 조약'을 강조하면서 학교에 디지털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교육 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연방 주는 16개의 지방 주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학교에 빠른 속도의 인터넷 연결 구축을 위해 약 50억유로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카를릭체크는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2018년 3월 28일)에서 학교의 디지털화는 더 좋은 배움을 위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일방적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동시에 상호 소통을 할 수 있고 다양하고 이질적인 학생들이 함께 학습하는 교실에서 개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약 9년 전 필자의 추억이지만, 독일 대학 수업에서 발표와 강의는 OHP(Overhead Projector)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발표를 위해 발제문(Handout) 종이를 OHP 필름에 매번 인쇄하곤 하였다. 그 당시 대학 도서관과 학과 도서관에는 이용자가 필요한 자료검색, 대출, 대출기간 연장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전산시설이 확보되어 있었지만, 성적증명서와 학생신분증은 단과대 행정실에 직접 가서 발급받아야 했다. 지하철과 기차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것은 이미 1990년대부터 학교 교육의 디지털화가 시작되고 성적 입력 및 각종 대학의 행정업무를 컴퓨터 시스템으로 처리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 사람들의 일상과 교육에 첨단 과학기술의 활용은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그러나 앞서 언급한 독일의 교육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여러 국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여 교육의 전반적인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교육 방법, 교육 내용과 교사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업 전 온라인 강의를 통해 그날 수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수업 중에는 토론과 문제해결활동과 같은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의미하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이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플립드 러닝을 적용한 수업과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와 같은 온라인 교육은 지루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가득 찬 강의실을 바꾸는 교육혁신 모델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이버 학습 환경에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는 교사의 역할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교사는 수업 중 학생과의 상호작용에서 돌발할 수 있는 즉흥적인 상황과 일회적 경험을 교육 내용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교육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활용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토론과 소통, 공공재로서의 지식, 수평적인 교육 환경,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 즉각적인 피드백, 가상 경험을 통한 수업 내용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의 유발 등과 같은 많은 장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첨단 미디어 기술의 사용이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그리고 디지털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계해야 할 점은 교육이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개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감각기관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고 느끼며, 기존의 것을 넘어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위할 수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은 가르침과 배움이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의 결과(학업성취도, 학습자의 행동, 도덕적 판단능력 함양)는 교육의 계획대로 필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 시 '창의성 교육'과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교육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성찰할 필요가 있다.

2018-04-10 00:05:00

[세계의 창] 한반도의 위기와 대응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만 고수지난 25년이라는 많은 시간을 허비두 달간의 두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위기에서 통일의 발판 만들어 내야다가오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극단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즉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논의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시간을 갖고 단계적 비핵화로 나가야 한다고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북한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현명한 길을 찾아 한반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1985년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고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면서 막 완성된 영변의 원자로를 가동하였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핵기술이 유출되자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5㎿ 전력을 생산하던 영변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위성관측으로 드러나고 IAEA가 특별사찰을 추진하자 북한은 바로 NPT탈퇴를 선언하였다.곧바로 미국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추진하였으나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혀 차선책으로 1994년 '북한과 미국 간 핵무기 개발에 관한 특별계약'이라는 제네바 합의가 맺어졌다. 즉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국표준형 원전 2기를 북한 신포에 건설해주고 경제 제재를 완화하며 외교관계의 정상화까지 합의한 것이다.그러나 신포 원전의 착공 2년 만에 북한이 파키스탄의 원심분리기 기술을 몰래 들여와서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음이 후일 드러났다. 제네바 합의는 2003년에 파기되었고, 그로부터 3년 후 북한은 첫 핵실험을 감행하였다.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자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이듬해 헌법까지 개정하여 핵보유국임을 주장하였다. 게다가 작년 9월 3일 수소폭탄실험에 성공하고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였다. 이에 미국은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리비아식의 즉각적 핵폐기에 합의하지 않으면 군사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달 27일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첫째, 북한이 제시한 단계적 비핵화 방안은 대륙간탄도탄 개발의 시간을 벌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이를 완성하면 한반도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게다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는 핵폐기와 달리 애매한 용어이므로 이를 고수할 때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조차 불투명해진다.둘째,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다면 미국은 이미 준비된 군사조치로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즉각적으로 불능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폐기에 찬성하지만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조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강력한 해상 봉쇄로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하여 주변국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격에 들어갈 수 있다.마지막으로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다. 북한은 심각한 체제 위기에 놓여 있어서 경제적 지원과 체제 보장을 토대로 절충안에 대한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 예로써 즉각적인 핵의 불능화를 전제로 하되 단계적으로 핵폐기와 경제 지원을 병행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북한도 절충안을 찾고 있을 것이다.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만 고수하다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우리가 당면한 최악의 현실에서 앞으로 두 달간의 두 정상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한반도 위기라는 물길을 돌려 통일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숙명 속에서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고 다가오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현실적인 핵폐기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군사적 대응태세를 총점검하고, 우리 국민들은 이제 역사적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비장한 각오 아래 굳게 단결하여야 할 것이다.

2018-04-03 00:05:04

[세계의 창] 덴마크, 깨어 있는 사람들의 나라

평화혁명으로 민주주의 헌법 제정권력층이 솔선수범한 토지개혁깨어 있는 시민, 책임 있는 권력미래 위한 역사에 연대한 사람들선생님,덴마크 무혈혁명이 일어난 지 꼭 170년이 되었습니다. 반체제 시위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1848년 3월 21일, 어떤 기록에는 1만2천 명, 또 다른 기록에 의하면 1만5천 명의 민중이 왕의 집무처인 크리스티안스보르궁으로 행진했습니다. 분열 없는 자유국가의 민주헌법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국민의 다수였던 자영 농민을 중심으로 노동자, 그리고 신흥 부르주아 계층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당시 왕위를 계승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던 프레데릭 7세는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왕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개혁의 시점임을 깨달았고 구질서를 대표하던 각료들의 사퇴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민중 대표가 도착했을 때 그들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기쁨에 환호하며 왕을 칭송했습니다.약 200년의 절대주의 독재 왕정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민주주의 헌법과 의회를 지닌, 입헌군주제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시위 며칠 후, 덴마크는 독일 접경지역의 쉴레스비히-홀스타인 영지와 3년 전쟁에 돌입합니다. 전쟁을 치르면서도 헌법안을 논의할 대표들이 선출되었고 보수 대표, 중도 정당 대표, 진보 농민 대표 세 그룹이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위가 행해진 지 1년이 지난 1849년 5월 6일, 마침내 역사적인 민주헌법이 수립됩니다.덴마크는 중세 이후 유혈혁명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1918년 극소수 집단이 러시아 혁명의 자극을 받아 소요를 일으킨 적이 있지만 대중의 지지 없이 사그라졌습니다. 덴마크인들은 농담처럼 말합니다. "덴마크에 왜 유혈혁명이 없었냐고?-늘 비가 와서 시위를 할 수가 있어야지."무혈혁명이 있기 전 1700년대 중후반, 덴마크는 이미 믿기 어려운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토지개혁 내지 농민개혁이었습니다. 개혁 지향의 소수 지주 귀족 계층이 스스로 토지와 소작농에 대한 기득권을 내어놓고 개혁안을 법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수구 지주들이 저항했지만 개혁 귀족은 이슈를 공론화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어 제도를 성사시켰습니다.어떻게 이런 토지개혁이 가능했을까요? 학자들은 "당시 유럽의 신문물을 공부한 진보 귀족층은 새로운 시대를 위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침 이들이 정치권력을 잡고 있었다"라는 다소 허망한 해석을 내어놓습니다. 왕세자 때부터 토지개혁을 지지했던 프레데릭 6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농민들이 왕의 관을 무덤까지 들였다는 대목은 차라리 드라마입니다. 의식 있는 시민과 책임감 있는 권력층이 손잡고 '깨어 있는 사람들의 나라'(The Land of the Living)를 만들었고 오늘날의 복지국가, 혁신주도국가를 이룬 것이겠지요.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겁고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역사에는 이 무렵, 홍경래 난, 진주민란, 동학혁명이 이어졌고 정부는 무력진압으로 맞섰습니다.힘에 부친 정부는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였고 이는 다시 일본군의 개입을 초래하여 결국 근대화는 실패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좀 더 이성적으로 멀리 보며 깨어 있어야 할 이유는 넘치게 배운 것 같습니다.집에서 불과 500m 떨어진 크리스티안스보르궁은 국립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입니다. 지금 이 궁은 국회의사당, 대법원, 총리 관저가 함께 자리한 공무 중심지입니다. 며칠 전, 제가 들렀을 때는 비가 뿌리고 있었습니다.광장에 멈춰 서서 170년 전 이곳을 채운 민중의 함성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4대 강국의 게임 앞에서 선거와 개헌과 남북관계의 중대 난제를 마주한 우리나라를 생각했습니다. 최근 읽은 미국학자 보리쉬(Steven M. Borish)의 덴마크 연구저서, '깨어 있는 사람들의 나라'(The Land of the Living)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2018-03-27 00:05:00

[세계의 창] 야쿠자들도 늙어가는 일본

이미 2014년에 25%가 65세 이상서기 3000년엔 일본 인구 1천명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심각아가의 울음소리 들리는 나라로일본은 2014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5.9%,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노인인 나라가 되었다. 한편 출산율은 떨어져서 고령자의 수가 어린이(만 14세 이하)의 수를 웃돈다. 숫자로 말하기보다는, 성인용 기저귀가 아기 기저귀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이렇게 인구 감소가 진행되면, 계산상 일본인은 지구에서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인구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서기 3000년 일본 인구는 1천 명이란다. 더 재미난 연구가 있는데, 도호쿠대학 대학원 경제학자들이 '일본 어린이 인구시계'를 만들어서 일본 열도에 마지막 한 명의 어린이가 남게 되는 시간을 계산했다. 이게 3776년 8월 13일이란다.친정 엄마가 일본에 있다. 나와 동생이 집을 떠나고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른바 홀몸노인이다. 어쩌다 찾아가면 엄마의 공간은 분주해진다. 침대 옆에 요를 깔고 손녀딸까지 삼대가 누우면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웃다가 웃다가 배가 고프다면서 양푼에 밥을 비벼서 숟가락 셋을 꽂고 다시 웃음보를 터뜨린다. "엄마, 이러다 시끄럽다고 쫓겨나는 거 아니야"라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란다. 옆집 어른은 얼마 전 돌아가셔서 비어 있고, 아랫집은 노부부가 사는데 둘 다 귀가 어두워 엔간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하기야 이게 여기만의 일이겠는가. 얼마 전 아사히신문에서 '고령화하는 야쿠자'라는 제목을 보고 혼자서 낄낄낄 웃었다. 이탈리아의 마피아와 함께 무시무시한 이름의 폭력조직 야쿠자도 고령화라니 무슨 코미디 소재 같았다. 통계에 따르면 50대가 20.0%, 60대가 15.1%, 70대 이상이 6.0%, 이른바 약 2만 명 조직원의 반수에 가까운 수가 50대 이상인 셈이다. 왕성하게 활동할 20대는 4.7%에 불과하다 하니 70대 이상 야쿠자의 수보다 적다.2011년 규슈지방에서 야쿠자 조직끼리 싸움이 있었는데, 상대 조직 두목 집으로 2개의 권총을 소지하고 뛰어들어 수류탄을 터트려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나이가 당시 78세였다. 야쿠자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지만, 한때 '야쿠자 영화'가 일본 영화의 한 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정계 및 재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서 탄탄한 조직망을 갖춘 이들의 세계를 엿보았다. 지금은 특별히 볼만한 야쿠자 영화가 없는 대신, 야쿠자의 고령화를 반영한 '영감탱이 야쿠자'(ジジゴク)라는 만화가 있고, 늙은 야쿠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물이 있다. 일본 전체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야쿠자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도쿄 중심가 노숙자들의 세계에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연령이 60세를 웃돈다고 한다.저출산 고령화사회, 노숙자들도 야쿠자들도 늙어가는 일본, 웃을 일만은 아니다. 후생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2060년까지 인구 1억 명 선을 사수한다는 목표 아래 30년 가까이 출산장려 지원, 육아복지 지원, 의료보험제도 개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5년 아베 신조 총리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내각에 '1억총활약' 전담 장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장관명에 '1억총활약'이라니, 우스꽝스럽지만 미래에 대한 절박함 그리고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한다는 목표와 임무가 정확하게 표명된 이름이다. 그럼에도 작년 출생아 수는 저조했고, 매년 20만~30만 명씩 인구가 줄고 있어서 출산 정책에 실패한 나라로 거론된다.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녀양육비 지원 운운하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목적세'(가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세금을 신설한다는 건 반갑지 않은 이야기지만, 정부는 지난 12년간 126조원을 쓰고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모양이다. 아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태어날 아이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이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행복한 나라이면 좋겠다.

2018-03-20 00:05:00

[세계의 창] 미투 운동의 사회·정치적 의미

권력 속에 숨은 일상 성희롱 폭로남성 중심적 구조 깨뜨리는 투쟁구성원은 부조리 문화 책임 있어새로운 사회로의 변화 제언 운동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여배우 성폭행 및 성희롱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MeToo) 운동은,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일상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며 성폭력의 근절을 요구하는 외침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초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참석자들은 검은색 의상을 입고, 독일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도 미투 캠페인에 부응해 레드카펫 대신 블랙카펫을 깔자는 청원이 등장하였다. 독일에서도 '독일판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간주되는 공영 텔레비전(ZDF) 영화감독 디터 베델이 여배우와 부하 직원들을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국내에서 미투 운동은 성폭력 및 성희롱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고통과 아픈 기억이 점철된 '과거'의 경험을 폭로하면서 사법계를 시작으로 문화예술·문학·정치·종교·교육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매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 기회로 성폭력을 뿌리 뽑자'는 댓글을 비롯해, 이 사태를 바라보는 다양한 비판적 의견들이 존재한다. 가해자의 '형식적인 사과',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피해자의 증언을 조작·왜곡하려는 움직임, 성폭력 사건을 '개인 간의 관계'로 환원시키고 개인의 사적인 '실수'로 간주함으로써 문제를 은폐시키려는 목소리(주로 가해자의 입장), 솜방망이 처벌, 권력을 빌미로 발생한 성폭력, 특히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폐쇄적인 구조와 비열한 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고 침묵한 방관자의 태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2016년 벌어진 강남역 살인 사건과 이번 미투 운동은, 지금까지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였던 지배 담론과 달리, 우리 일상 속에 성폭력 및 성희롱이 권력관계와 함께 교묘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에서, 교육이나 제자 양성의 명목으로 성희롱과 성폭행이 수십 년간 정당화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작용하는 성차별 구조와 관행은 각 개인들의 사고, 느낌, 행위, 생업, 삶, 관계 형성 등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부조리한 위계적인 질서와 문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가해 남성들이 자신의 성희롱과 성폭력을 정상적이고 당연한 행동으로 착각(?)한 무지와, 성 역할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개개인의 젠더 의식의 결핍에서 나타나고 있다.또한 성교육 의무화가 실시되고 있지만, 일상 속 성차별주의는 사회 구성원 공동의 사회문제로 진지하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투 운동은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드러내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주의 구조와 서사를 깨트리는 정치적 투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미투 운동은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남성과 대립하는 개념도 아니다. 그것은 성차별과 억압, 불평등으로부터 모두가 해방되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제안하는 사회정치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과 폭력 체제를 인식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한편,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적 맥락에서 젠더 의식과 다양성에 대한 민감성이 요구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 다문화사회에서 이주여성 노동자는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술에 만취한 한국인 직원이 들어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자 도망쳤고, 다음날 그 사건을 한국 사장에게 말했지만 경찰에 신고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미투 운동이 보편적 차원에서(사회적 불평등의 해소와 인간 해방) 이뤄지기 위해 '다른' 여성들의 경험을 배제시키지 않고 성차별주의, 계급주의, 인종주의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회적 조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런 점에서 미투 운동은 차별 없는 삶과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식화와 책임을 요구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2018-03-06 00:05:04

[세계의 창] 아직도 북유럽에서 복지만 보십니까?

북유럽의 강점은 내용보다 오히려 과정실용주의 접근 위기마다 정파 간 합의금융·환경문제, 신뢰·혁신으로 풀어위기때 변화 두려워 않고 투명한 논의세계는 유럽을 바라보고 유럽은 북구를 바라보고 북구는 덴마크를 바라본다고 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들은 흔히 복지강국으로, 최근에는 복지·경제의 결합모형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며 놀라게 되는 것은 제도의 내용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많은 국가들에 닥칠 '미래의 문제'를 먼저 겪으며 보여준 실용주의적 접근, 그리고 혁신을 위해 터놓고 합의해가는 신뢰 기반의 관리 방식 때문이다.20세기 초중반 북유럽 국가들은 세계사에 유례없이 관대한 복지체제를 정착시켰다. 그러나 과도한 세금과 국가주의, 방만한 복지혜택으로 1970년대부터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한다. 때맞춰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화려하게 등장하자 북유럽 신화는 그대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에 더하여 1990년대 초 북유럽 금융위기는 상황을 최악으로 몰았다.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는 정치권에서 나왔다. 정파에 상관없이 위기 대처에 협력하고 실용적인 정책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부실은행을 정리할 때는 은행 소유주들에게 책임을 부담시켜 납세자의 불안을 덜고, 개혁 대상을 분류하여 조치를 달리하는 전문성을 발휘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금융권을 개혁했는데 이 조직은 정치와는 독립된 전문가 집단이었으며 진행과정을 지속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대내외의 신뢰를 확보했고 임무가 끝난 후에는 즉시 해체되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세계는 새삼 북구의 선례에 주목했는데, 이들 국가의 투명성과 신뢰가 거듭 부각되었다.금융위기를 끝낸 후에도 공공부채는 일관되게 축소되었고 복지혜택을 낮추는 대신 노동시장과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조치를 이어갔다. 1993년 금융위기 당시 GDP 대비 70%에 이르던 공공부채는 현재 30%선으로 호전되었다. 이 비율은 일본의 5분의 1,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고 우리나라 부채율보다도 낮다. 시장경제와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 과거 60%에 육박하던 북유럽의 법인세율은 현재 불과 22%. 동일한 국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 법인세율인 25%보다도 낮다. 덴마크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력적 해고가 쉽도록 하면서도 탄탄한 사회안전망과 시장수요에 맞는 학습 시스템을 뒷받침하여 재취업이 용이하도록 하는, 이른바 유연안정성 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이데올로기는 혁신을 향한 실용주의였다. 핵심 정책에서는 정당 간 합의가 이루어졌고 정부는 과정에 투명했으며 국민은 그런 정부를 믿었다.다른 나라보다 앞서 겪으며 준비한 사례로 환경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환경위원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생산자 확대책임(EPR), 재생에너지 개발 등에서 북유럽은 초기부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환경 문제는 모두의 참여와 실천이 중요한 만큼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 논의, 합의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현재 덴마크의 자동차 등록세율은 160%- 수도 코펜하겐이 친환경 자전거 도시가 된 현실적 이유이다. 스웨덴 가정 폐기물의 재활용·재생 비율은 99%, 매립비율은 1%에 불과하다. 급기야 지역난방에 연료로 사용할 폐기물이 부족하여 노르웨이, 영국 등에서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가 2025년까지 100% 전기차량을 운행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19세기 후반부터 개발한 수력발전과 그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전기에너지- 당시 정부는 25년간 논의를 거쳐 수자원을 공유화했고 1917년, 값싼 전기 공급을 의무조항으로 포함하는 최종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노르웨이 전기에너지 가격은 유럽 평균의 절반이다. 정부가 100여 년 전부터 공을 들인 자원정책이 오늘날 친환경 전기차 보급의 기반이 된 것이다.북유럽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보면 좋겠다. 결과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고 구체적으로는 한계도 많다. 그러나 현실과 맞붙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고, 투명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여 신뢰와 공감을 얻어내는 운영 방식-그런 과정과 기본 틀에 초점을 두고 진행한다면 우리의 정책 선택지도 훨씬 넓어질 것 같다.

2018-02-27 00:05:00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일어일문학 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 기획홍보특보. 수필가

[세계의 창] 평창올림픽서 찾은 재일교포 정체성

민단, 올림픽조직위에 성금 2억엔"한국서 국제대회 열려 자부심 느껴"재일교포 4, 5세 日 국적 취득 많아조국 금메달 획득 교포에도 큰 기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의 오공태 단장과 재일본대한체육회 최상영 회장은 서울 관악구에서 성화 봉송을 했다. 그리고 1월 24일 평창동계올림픽 결단식에서 올림픽 성공의 기원을 담은 성금 2억엔을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니 교포들은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을 더했다.88서울올림픽 때도 민단은 모금을 통해 성금 525억원을 전달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는 7억원 상당의 입장권 구입, 5천 명 규모의 재일교포 응원단을 조직해서 대한민국과 독일의 4강전이 펼쳐진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응원전을 펼쳤다.나는 여기서 그들의 정체성을 생각한다. '정체성', 참으로 오랜만에 되새기는 단어다. 1980년대, 청바지 어울리는 20대 나는 한 잔 마시고 정체성을 주장했고, 두 잔 마시고 정체성을 논했다. "일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 이런 말을 했었다. 정말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렇게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기억이 없다.그 시절 재일교포에게 정체성 운운하면서 독립된 존재감 등을 말한다면 그건 사치스러운 요구였다. 나야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다 일본으로 간 사람이니 애국가가 들리면 경례를 하고 태극기를 보면 가슴에 손을 올리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니 "너 조센진이지?"라고 하면 "그래. 그런데 지금은 '조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다"라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하고, 그따위 말에는 절대 주눅 들지 않았다.그러니 나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재일교포, 그것도 내 또래의 재일교포는 2세 내지는 3세인데, 일본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일교포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과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일본인 정서 속에서 살고 있었으니 굳이 밝혀야 할 필요도 없었다. 혹시나 이 사실이 알려져 학교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랬다. 친지들의 모임에서 '하모니'(할머니), '온니'(언니) 이런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다들 '하나코'니 '미치코'니 하는 이름을 불렀고, 이름만이 아니라 성씨도 '다카다'니 '기노시타'라고 했다. 이른바 국적은 한국이지만 생활 속에서의 이름은 일본 이름이었다. 하나코(花子)를 '화자'라고, 미치코(道子)를 '도자'라고 하지는 않았다.그리고 30년 세월이 지났다. 하나코도 미치코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두었다. 재일교포 2세, 3세가 아니라 4세, 5세의 시대가 되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 국적을 버리고 귀화를 하는 사람도 많다. 내 조국의 땅에 묻히겠다는 염원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남겨진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그런데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일본 국적을 가지면서 이름만은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그 옛날 한국 국적일 때 일본 이름으로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했던 그 사람들이 일본 국적을 가지면서 우리의 이름을 찾아서 쓰고 있다.반백 년 이상 '다카다'(高田)라는 성씨를 쓴 사촌오빠는 귀화해서 일본 여권을 가지면서 '고'(高)-상이 되었다. 두 딸아이의 이름도 '하루'(春)와 '하나'(花)다. 일본어로도 한국어로도 의미를 가지는 예쁜 이름이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팬티에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나란히 달고 대회에 출전하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이름 '사랑'(紗蘭)이도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교포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굳이 말한다면 '한국계 일본인'은 이렇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올림픽의 열기는 날로 뜨겁다. 설 연휴 기간에 쇼트트랙 여자 1,500m의 최민정 선수가,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가 딴 금메달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이었다. 이 기쁨은 재외 교포들에게도 큰 기쁨이었음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얼굴이 돼 줬다"고 격려한 1만5천여 자원봉사자 중에는 한 번도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은 우리 아들도 있고, 해외에서 내 조국을 찾아와 정성을 다하는 젊은이도 있다. 이 모두 성숙한 정체성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2018-02-20 00:05:00

[세계의 창] 평생학습 시대, 성인교육에 대한 단상(斷想)

교육 기능화되고 실용주의적 추세경제적으로는 공적지원자금 감소미래의 희망 품고 자기 계발하지만죽을 때까지 신지식 요구 통제사회필자는 이번 겨울방학 때 교육대학원에서 교직 수업을 하였다. 대학원 수강생들은 다양한 수업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거나 현재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면서 배움의 욕구가 생겼고 교사자격증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등 동기가 무척 다양했다. 성인 학습자들은 대체로 수업 참여도가 높고 교육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해당 주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발표를 자신감 있게 진행해나간다.지속적인 배움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이 되었다. 직장에서의 요구사항들이 점점 커지고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생 직업을 여러 차례 바꾸어야 한다. 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인 학습자들이 바쁜 직업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육이 기능화되고 실용주의적 추세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성인교육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학부 수업과 같이 대학원에도 엄격한 출결 체크와 시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학기 교육대학원 기말시험이 끝나고 필자는 성적 문의 전화를 받았다. "시험범위가 너무 많다"는 의견에서부터 "지금 50살이 넘는 나이에 공부해서 시험 쳤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출석만 하면 A학점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교수님, 다음 강의하시는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등 협박(?)의 말에 필자는 당혹스러웠다. 생애사적으로 보면, 성인 학습자들은 제도화된 교육에 이미 친숙하고 학교교육에서 지루함, 스트레스와 적응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성인교육에 대한 불신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성인교육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들이 계속해서 교육받아야 하는 필연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학습자들이 놓친 학교교육 기회를 만회하고 특정 직업 분야가 요구하는 역량을 보완하거나 항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성인교육은 교육 시장경쟁 체제에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학습자의 비판의식과 성찰을 자극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성인교육은 체제 순응적이 되고 있다.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성인교육기관은 국민대학(VHS)이다. 국민대학은 19세기 말 덴마크의 모델에 따라 설립되었다. 주정부에 의해 지원되고 공공기금과 강좌 참가자들의 수강료로 운영되며 지방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성인교육센터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정치, 어학, 건강, 환경, 컴퓨터, 수공예 과정 등 다양한 강좌영역이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 공공기관과 사회단체에서 나오는 자금은 감축되고 성인교육기관들은 경제적 압박에 처해있으며, 강좌선택에서 경제적인 실용주의 내지 직업적인 고려사항들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반면 정치에 대한 관심의 부족, 시사문제와의 대결에 있어 시간과 심리적 에너지 부족과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강의시간 단축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모순은 독일 성인교육의 역사적 전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성인교육은 강제 없이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미나를 독자적으로 조직하고 문학 살롱, 문학 독서모임, 문화적 만남, 철학적'정치적 모임 등을 통해 의사소통적 과정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성인교육을 통해 개인들은 수직적 조직문화가 아닌 상호 교류의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문제와 현안을 파악하려고 한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서 성인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있고, 노동시장에서 소득증진 및 더 좋은 고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 참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인교육은 개인들에게 자발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 측정하고 자기 계발에 몰두하면 '언젠간 잘될 것이다'라는 희망을 약속한다. 하지만 평생교육은 개인들에게 죽을 때까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새롭게 단련하거나 배우도록 요구하는 '통제 사회'의 '종신형' 학습이 되고 있다.

2018-02-13 00:05:00

서울대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NUTRECK) 소장, 국제원자력인프라개발협회 회장, 한국하이브리드원전개발추진단 단장, 원자력안전규제기술기준 기계재료분과위원장

[세계의 창] 미래 위해 원전 수출에 국론 모을 때

UAE 수출 원전 1호기 완공 눈앞에인력체계 미비로 운영 허가 미뤄져美日佛中도 중동 원전 수주 각축전사우디 진출 위해 정책 신뢰 높여야우리의 주력 산업이었던 철강, 조선, 중화학 공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금 맹활약 중인 자동차, 가전, 반도체 산업조차도 앞길이 평탄치 못하다고 한다. 부존자원도 변변치 않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를 수출 경쟁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미 무역에서는 전례 없는 견제가 날아오고 있다.이처럼 궂은 날을 위해 우리가 오래 준비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원자력산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원자력은 저탄소, 저비용 고부가가치 에너지일 뿐 아니라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갈구하는 방대한 신흥국 시장을 갖고 있다.지난 몇 달간 원전 수출을 둘러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긴장과 여야의 갈등은 UAE의 칼둔 행정청장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출에 손을 잡기로 함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가는 듯하다. 우리가 수출한 대형 원전인 APR 1400은 UAE를 통해 중동에서 안전에 대한 기술은 물론 사업관리 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이러한 원자력 산업의 성공 비결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빈국이라는 사실과 높은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두뇌에서 캐내는 에너지 산업을 키워온 덕분에 원전 설계, 부품 생산, 건설 및 운영이라는 방대한 기술과 고급 인력 모두를 우리 기업들이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의 일사불란한 사업관리가 더해져 거대한 원자력 산업의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완성되었다.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한국의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스마트(SMART) 소형 원전도 관심을 갖고 건설을 위한 사전 타당성 평가에 열심이다. 요르단 정부엔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여 지난해 우리 기술로 첫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였다. 우리는 이미 원자력으로 중동의 일반 건설 시장을 최고 품질을 요하는 고부가가치의 수출 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이러한 중동의 원전 수출로 우리 산업은 재도약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론자들의 탈원전 도그마 속에서 우리 정부가 원전 수출에 진력하기로 전향한 것은 그래서 큰 다행이다. 그러나 약 8년 전 UAE 원전의 수출 성공으로 사기충천하였던 우리 원전 산업의 주역들이 그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대혼란에 빠져 있어 전열을 가다듬는 일이 시급하다.UAE 원전 1호기는 완공을 눈앞에 두고도 운영할 인력체계가 미비하여 운영 허가가 미루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 수출을 바란다면 정부가 먼저 할 일은 국내 원전 산업계의 수출 정책에 확고한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산업계가 UAE 원전 1호기의 준공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곧 UAE가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중동의 원전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그리고 중국까지 나서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다. 이 대열에서 단합된 수출체제를 갖춘 우리나라가 UAE와 손을 잡으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그러므로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정부가 국론 수렴에도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최소 60년의 운영 수명을 갖는 원전 APR 1400의 수출은 건설과 폐로를 포함하여 백 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러므로 원전 수출 정책을 뒷받침할 원자력 산업 백년대계를 제시하는 일이 산업계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원전 수출의 성공을 위한 전열을 다지는 첩경이다.어려운 일이지만 미래 세대들을 대거 참여시켜 원전 수출을 위한 국론 통합을 시작하자. 초기에 원전을 반대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중에 과감히 입장을 선회하였다.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도심지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되새기며 원전 안전의 고삐를 죄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국론을 모을 때다.

2018-02-06 00:05:00

[세계의 창] 노르웨이식 로또 당첨 관리법

석유산업 재난 숨기지 않고 미래 대비국가 전체에 수익 돌아가는 산업으로사회책임투자 연기금, GDP의 2.5배정치권 비전과 정부 관리능력이 핵심노르웨이 석유산업의 중심 도시 스타방에르(Stavanger). 도심 부둣가에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 석유박물관이 있다. 출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정중앙에서 손님을 맞는 일그러진 원형 파이프는 1980년, 123명의 사망자를 낸 원유시추플랫폼 전복사고의 잔해이다. 영상관에서 돌아가는 필름도 석유 1세대 가족이 경험한 상실감과 단절, 재난사고의 불안에 관한 것이다. 자랑과 영광의 뻔한 전시를 예상했던 관람객에게 이를테면 감동 있는 반전이었다.노르웨이권 북해에서 유전이 확인된 것은 1969년 12월 23일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 후 UN 협약에 따른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은 노르웨이에 또 다른 복권 당첨이었으니 국토 면적의 6배에 달하는 바다와 해저 자원을 떠안게 된 것이다. 갑자기 산유국이 된 노르웨이의 결정과 처신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첫째, 오일 머니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의 문제. 노르웨이는 석유 수익금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다국적 민간기업이나 특수 이익에 국부가 유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1971년 국회는 '석유 10계명'을 통과시키며 이를 확인하고 국영기업을 설립, 대륙붕 관리를 모두 정부가 감독 통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석유 전문가가 전무했던 노르웨이는 외국의 기업과 전문가를 유치하여 기술과 관리 전략을 배워가며 사업에 착수하는 실용노선을 택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축적된 국내 수력발전 기술과 조선해운업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고,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외국기업에는 노르웨이 석유산업의 연구개발 비용을 부담시켰다. 1972년 설립된 국영석유기업 스타토일(Statoil)이 자력으로 가동될 때까지 이러한 배움의 과정에 10년이 걸렸다고 한다.둘째, 당첨금은 어디다 쓸까. 산업 초기 투자가 마무리되고 수익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이 돈을 쓰지 않고 비축하기로 결정한다. 미래 세대와 석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이웃나라 네덜란드가 천연가스 발굴과 함께 경기 과열로 경제위기를 먼저 겪은 것은 노르웨이에 귀한 교훈이 되었다. 1990년, 정부는 매년 석유 수익금 이윤의 4%만 정부예산으로 전환, 지출하고 나머지는 연기금으로 축적하기로 제도화했다.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는 78%의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국영기업이던 스타토일은 부분 민영화하여 현재 정부 지분율은 69%로 변화했다. 빠르게 증가한 석유기금, 즉 정부연기금은 2017년 하반기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노르웨이 GDP의 약 2.5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 기금을 운영하는 사회책임투자 방식 또한 윤리적이면서도 전문적이어서 경기 부침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대비한 종잣돈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셋째, 당첨자들의 일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보수연합정권이 들어서 약간의 변동은 있으나, 국민들은 계속 많은 세금을 내는 중이다. 정부는 석유 수익이 '거의 없는 셈치고', 최대한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으로 복지'인력'SOC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NATO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크가 노르웨이 총리 시절 한 강연에서 토로했다. "노르웨이의 문제는 돈이 있는 데도 안 쓴다는 데 있다. 대신 납세자들에게 계속 높은 세금을 요구한다. 이 설득이 쉽겠는가." 그러나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있는 돈으로 선심 쓰며 표를 얻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며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복권 당첨은 누구에게나 꿈 같은 일이다. 그러나 운으로 주어진 부를 지속시키는 데는 특별한 비전과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권의 혜안과 국민을 설득하는 힘, 기존 체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며 변화를 안착시키는 정부의 프로페셔널한 관리 능력, 운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건실한 사회의 노력-노르웨이는 분명 흔치 않은 사례이다.어쩌면 그 나라의 로또는 석유가 아니라, 석유로 인해 빚어지는 부작용('Oil Curse')을 피하려는 현명한 정치권과 유능한 정부가 아닐까. 그런데 그건 다시, 먼 나라 우리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돼지꿈을 꾸며 유전이 터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선거를 비롯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그만한 정치인들을 선택하고 정부를 개선하는 것으로 일등 당첨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테니까.

2018-01-30 00:05:00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일어일문학 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 기획홍보특보. 수필가

[세계의 창] 가슴이 떨리는 무사시노의 중고가게

먼지 뽀얗게 덮인 아리타 도자기 등간혹 엄청난 고가품도 건질 수 있어특별히 비싼 가격표 단 물건 눈길"마누라가 팔고 싶지 않아서"라 설명큰일이다!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데도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 "어느새 가슴이 아니라 다리가 떨리는 나이가 되었단 말인가." 이런 생각에 잠시 우울해졌다. 하기야 우리나라에 없는 것 없이 좋은 물건들이 차고 넘치니 다리는 물론이고 지갑을 든 손도, 가슴도 떨리지 않는 것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오~ 샹젤리제"를 소리 내어 불러본다.드디어 찾았다. 가슴이 떨리고 지갑을 든 손이 떨린다. 토요일 아침 파리 남쪽 방브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서부터 훑어야 할지 마음이 급해졌다. 이후 나의 여행은 벼룩시장을 찾는 것으로 재미를 더했다.여행만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벼룩시장, 중고가게를 찾아다닌다. 지역마다 중고재활용센터가 있다. 우리 동네 구청 마당에서는 매주말 물물교환의 장이 열리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집 소파도 테이블도 여기서 구했다.딸아이가 도쿄 소재의 미술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학교 앞에 원룸을 얻고 이 방을 채울 물건들을 사러 가야 하는데, 부동산 주인을 통해서 중고가게를 소개받았다. 딱히 버스노선도 없어서 1시간 이상을 걸었다. 찾다가 찾다가 그냥 백화점에나 갈 것을, 아끼면 얼마나 아낀다고 이런 고생을 하는지 후회하기도 했다. 조용한 주택가에 덩그러니 사각형 단층 건물이 하나, 골목골목 구석진 곳에 있었다.냉장고, 세탁기, 책상, 그리고 쓰레기통까지 대학가 선배들이 쓰고 간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워담았다. 중고 중에서는 가장 좋은 2년 사용한 물건을 선택하는 사치를 부렸다. 대학가다 보니 2년 혹은 4년, 6년 사용한 물건들 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 올릴 연필꽂이까지 고르니 10만엔 정도다.다음이 재밌다. 가게 안쪽에서 쿰쿰한 냄새가 풍겼다. 4년, 6년 전의 것이 아니라 40년 60년 전의 고물들이 규칙도 없이 쌓여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 덮인 나무상자를 풀어보니 아리타 도자기가 있고, 주전자에 찻잔도 있다. 매화꽃이 조각된 벼루도 있다. 이건 작품이다. 이런 건 어디서 가져온 물건이냐고 물었더니, 주인 왈 "이 지역의 노인분이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에 내놓고 간 물건"이란다. 오랫동안 간직한 물건들을 한꺼번에 정리해주기를 바란다면서 내놓으니 버려야 하는 쓰레기 비용도 만만찮지만 간혹 엄청난 고가품도 건진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모퉁이가 살짝 깨지기는 했지만 옻칠이 되어 있는 상자를 여니, 오르골 소리가 난다. 어느 집 귀한 따님이 간직했던 보석상자가 분명하다. 시집갈 때 들고 간 것일까. 오랫동안 숨죽이고 있던 상자가 "나 살아있다"고 소리를 내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나에게 다가왔다. 3천엔이면 이 집 물건치고는 상당히 비싼 것이다.쭈그리고 앉아서 하나하나 뒤지다 보니 별 물건들이 많다. 지난해 프라하를 여행하면서 본 보헤미안 유리의 와인 잔이 여기에 있다. 지금의 여행객들에게 선보이는 그런 물건이 아니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의 사회주의 나라일 때, 물건의 가치를 돈으로만 대비시키지 않는 그 옛날 장인의 손으로 만든 잔이다. 해외여행이라고는 특별한 사람들만이 가능했던 시절 부잣집 안주인이 사온 것일까, 선물 받은 것일까.특별히 좋아 보이지 않는 물건 중 유독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것이 있어서, 내가 모르는 어떤 가치가 있는가 했더니 "우리 마누라가 팔고 싶지 않아서 이런 가격을 적어두었다"고 한다. 웃지 않을 수 없는 가게다. 오래된 물건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동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다리다 지친 딸아이는 만지기만 해도 먼지가 나는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도쿄의 서쪽 대학가 무사시노(武蔵野)는 에도시대 초기에 계획적 신전개발에 의해 도시화되었다. 제2차 대전 때에는 군수 공장이 있었으며 전후에는 주거 도시로 급속히 발전했다. 나에게 무사시노는, 1898년 구니키다 도포(国木田独歩)의 산문 '무사시노'로 기억된다. 무사시노의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보고 느낀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를 묘사한 글이기 때문일까. 교외의 숲과 논밭으로 이어지는 거리에서 사람들의 숨소리를 느낀다. 나는 오늘 골목의 작은 중고가게에서 무사시노를 만났다.

2018-01-23 00:05:00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졸업.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석사. 독일 칼스루에(Karlsruhe)교육대학교 박사. 연구분야: 교육철학, 다문화교육, 비판적 교육이론

[세계의 창] 독일 회사 체험기

상사보다 늦게 출근하는 비서직원 간 수평적 유연한 분위기추가 근로는 휴가로 대체 사용우리도 일·삶 균형있는 문화를야심 차게 시작했던 새해가 어느새 보름이 훌쩍 지났다. 처리해야 할 학교 일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잡무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렇다 할 학문적 진척은 없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읽지도 않는 책만 주문하고 책들은 코딱지만한 방안에 어지럽게 쌓여가고 있다. 한편으론 방학이 오기를, 그래서 좀 진득이 앉아 논문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찾아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지난 학기 마무리하기도 바빴는데, 다음 학기에 해야 할 일과 소소한 일정이 잡혀 있다. 혹자는 방학이 있고 출퇴근이 자유로운 필자를 부러워할 수 있지만 말이다.새해 첫 주 독일 거리는 시내 중심가를 제외하고(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을 교환하거나 겨울 세일 시즌으로) 매우 조용한 편이다. 관공서는 업무를 하지 않고, 독일 사람들은 가족들과 집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온갖 화려하고 세련된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공허함을 느낄 수 있는데, 독일 사람들은 근무 시간 외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필자는 독일 유학 시절 두 달 동안 어느 회사의 비서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인상 깊었던 점은, 야근은 많지 않고 대부분 독일 사람들은 8시간 근무를 하고 자기 출근시간에 맞춰 퇴근도 조절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회사 직속 상사보다 비서(필자는 회사 직원들의 출장 스케줄 작성 및 준비 등과 같은 단순 업무를 담당했고 필자 말고 다른 비서가 한 명 더 있었다)가 늦게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주말 근무는 극히 드문 일이다. 물론 독일 사람들은 유럽에서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책임감 있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듯이, 필자는 거리에서 비즈니스 서류 가방을 들고 피로한 모습으로 늦게 퇴근하는 독일 사람들도 종종 봤다. 그렇지만 독일에서 대부분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시간은 추가 근로 시간으로 쌓이게 되고 휴가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다. 독일은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나라로서 1년에 30일 휴가는 개인의 생활패턴과 선호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30일을 한 번에 보낼 수도 있고, 휴가 기간을 1년에 나누어서 즐기지만 해고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아르바이트를 할 때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하나는, 비서와 상사, 직원들 간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회사 분위기가 유연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한 비서는 아침식사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일을 하기 시작하였고, 상사가 먼저 와서 그 비서에게 인사를 하며, 그때 그 비서는 앉아서 상사에게 아침인사와 더불어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앉아서 웃으면서 밝게 대답하는 비서에 거리낌 없이 대하는 상사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필자는 한국에서 짧은 사회생활(경제활동) 동안 관리할 인기도, 유지할 인맥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참석하지 않을 만큼 대범하지 못해 대개는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다녀온 날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너무나 피곤할 따름이었다. 만날 때마다 오가는 판에 박힌 말, 이어지는 우울한 이야기들(그 이면에는 본인의 불안함을 상대방에게 투사시키는 것을 비롯하여), 100%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유머코드가 오가는 상황 속에서 필자는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아직까지도(!) '센스'가 발달하지 못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덩그러니 앉아서 웃고만 있는 내 모습이 한심스럽기만 하다.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지내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감각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차원에서 왠지 모르게 적응할 수 없는 이른바 '상호주체적이어야만 하는' 자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 자리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언제나 나는 반사회적인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무술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고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문화가 형성되기를 소망한다.

2018-01-16 00:05:00

서울대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NUTRECK) 소장, 국제원자력인프라개발협회 회장, OECD-NEA 납냉각기술전문가회의 의장, 한국하이브리드원전개발추진단 단장, 원자력안전규제기술기준 기계재료분과위원장, 대한상사중재원 원자력분야 중재인.

[세계의 창] 제4차 산업혁명과 지자체의 역할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정책 중요태양광·풍력 등은 자연산 원자력안전 문제 주민들이 안심한다면지방이 위기 나라경제 구원투수제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더 강력한 컴퓨터, 빅데이터 기술, 정밀하고 똑똑한 자동차, 로봇, 드론과 함께 스마트 농장, 첨단 무인 공장이 어우러진 친환경 스마트 시티들이 세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영호남은 지난 50년간 제2차, 제3차 산업혁명의 산실이 되어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왔다. 숨 가쁜 성장의 여파가 이념전쟁과 관료주의라는 두꺼운 덫이 되어 나라 경제의 앞이 보이지 않고 있다.과거 중앙의 위기 때마다 의병을 일으켰던 지방이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때다.제4차 산업혁명이 지자체가 나라의 덫을 잘라내고 경제를 되살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에너지-환경 부문의 탄탄한 기초에서 찾을 수 있다.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 장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자연히 고품질의 전기가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되느냐가 관건이 된다.어차피 모든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 선두에 나서려면 최강의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 석탄, 가스, 석유 등 태우는 에너지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라는 환경 문제를 피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자원의 고갈로 인한 가격 폭등 위험 때문에 쇠퇴할 수밖에 없다.지속 가능한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그리고 지열은 깨끗한 데다 국산이므로 가능한 한 최대로 늘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망이 고립되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가 너무 많아지면 전기 품질이 떨어지고 고비용을 초래하여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아인슈타인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지탱하고 있는 핵융합, 핵분열 그리고 방사성 붕괴가 모두 원자력임을 밝혔다. 재생에너지란 모두 자연산 원자력에너지인 셈이다. 인류는 곡식을 채집하다가 농사를 지어서 식량 부족을 해결하였고, 물고기가 줄자 양식을 시작하였다.재생에너지의 한계가 분명한 우리의 여건에서 우주의 기본에너지인 원자력의 양식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원전이다. 지동설이 초기에 세간의 냉대를 받았듯이 원전도 사회적 수용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한때 재생에너지에 몰입했던 미국, 프랑스, 영국,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이제 원전에 다시 공을 들이기 시작하였다. 인구 밀도가 높은 아시아 각국에서는 원전이 가장 사랑받는 에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원전의 안전 문제만 다잡고 그래서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영호남이야말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라 경제를 다시 구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원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 지자체와 전문가 단체가 중앙정부의 안전규제를 재확인하고 있다. 원전 현장에는 부실이나 실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중삼중의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세계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뒤에는 지자체의 역할 부족도 문제로 지적되었다.최근 우리나라도 원자력 안전정보를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하였다. 이제 지자체가 전문가를 기용하여 안전 정보를 샅샅이 뒤지고 규제기관의 전문성, 독립성 그리고 투명성을 확인하는 권한과 책임이 지자체에 부여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 정책 수립에서도 지자체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신임 원자력안전위원장 강정민 박사는 미국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지자체와 전문가의 독립적 안전검증 활동을 잘 보아 왔다.그러므로 규제기관의 수장으로서 원자력 안전을 위한 지자체의 활동을 크게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지자체가 원자력의 안전을 다잡고 이로써 제4차 산업혁명의 문을 활짝 열기를 기원해 본다.

2018-01-09 00:05:00

[세계의 창] 코펜하겐에서는 신뢰를 판다

30분 원칙 지키는 굴 가게 주인남도 가족처럼 대하는 서비스사회 전체가 정직에 대한 믿음웃으며 인사하는 일도 많아져덴마크 코펜하겐의 어물전에서 굴을 처음 발견했을 때 섬진강의 석화가 생각나 속없이 반가웠다. 즉석에서 가른 굴을 얼음 가득한 용기에 레몬 조각과 함께 판매하는 것을 보고 비싼 값을 각오하고 몇 개를 주문했다.언제 먹을 것이냐는 점원의 질문에 두어 시간 후 저녁식사용이라고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안 팔아요. 굴을 깐 지 30분 안에 먹어야 해!" 집이 10분 거리이니 얼음 포장째 바로 냉장보관하면 되지 않느냐 설명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까다롭게 구는 상인들이 얄미웠지만 당장 돈벌이보다 최상의 품질 거래를 고집하는 이들에게 믿음이 갔다.코펜하겐의 가게들은 신뢰를 판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라면 대충 씻거나 먼지만 털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생수병에는 '개봉 후 5℃ 이하 냉장고에서 이틀간 보관'이라는 문구가 친절하다. 평일 아침 7시면 빵집들은 문을 열고 신선한 제품으로 출근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집안에 필요한 소소한 상품들은 편리한 아이디어로 번뜩이고 6년 전 이곳에서 구입한 욕실 슬리퍼는 부모님 댁에서 아직 말짱하다.신뢰가 기반이 되면 사람 대하는 모습도 달라진다. 복잡한 공항 카페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신용카드까지 훤히 올려다 놓은 채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는 사람을 볼 수 있고, 가게 점원이 손님인 나만 남겨놓고 지하창고에 물건을 가지러 가는 통에 한참 동안 본의 아니게 가게를 지켜줄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상의 신뢰는 다시 제도로 확장된다.북유럽인들이 높은 세율을 기꺼이 부담하는 이유는 정부가 내 돈을 가져가서 필요한 곳에 제대로 써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찰, 공공기관, 의회와 정치 체제가 나를 위해 어려운 일을 대신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제도는 이를 배반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인터뷰한 북유럽인 가운데 높은 세 부담 자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의외로 적었다. 무임승차로 인한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높은 세율에 기반한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에는 기본적으로 강한 믿음을 보였다. 세금을 내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을 더 많이 간섭하고 감시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에는 납세자의 당당함이 느껴졌다.북유럽의 모범적인 사회 신뢰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아프리카, 중동 등 비서구권 출신의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이 북유럽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시민가치와 융화 내지 공존할 수 있을까.위기를 인정하면서도 의외로 이곳 사람들은 미래에 낙관적이다. 이민 급증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태생적 북유럽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신화에 불과하며, 북유럽은 이미 수백 년간 이민을 통해 이질적 문화를 통합해왔다는 설명은 일반인으로부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민 후세대가 얼마나 잘 동화되고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왔는지에 대한 믿음은 구체적이고 확고하다. 최근의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자국 정치의 혼란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아프게 경험했던 만큼 오히려 강한 생활 의지로 북유럽의 자산이 되지 않겠느냐는 옹호론이 상당하다.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전문 용어로 지칭되며 다양한 사회·경제 관점에서 연구되어 왔다. 사회 신뢰가 10% 높아지면 경제성장률이 0.5%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오르후스 대학팀의 연구도 있지만 요즘처럼 정보의 흐름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는 기본적인 신뢰가 결여된 얄팍한 상술이나 형식적인 제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코펜하겐 굴 장수의 고집스러운 30분 가이드라인은 의외로 쉬운 곳에 해결책이 있음을 보여준다. 나와 가족을 위한 것인 양 타인을 위해서도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한다는 원칙, 규정이 있으면 지켜야 하고 편법으로 무리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상식, 복잡한 계산 없이 내가 정직한 만큼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 이에 더하여, 이민자들에 대한 이곳 보통 사람들의 시각처럼 나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멀리 보고 기다려주는 이해까지 더해진다면, 사는 것이 좀 더 쉽고 편안하고, 인사를 건네며 웃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2018-01-02 0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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