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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적’은 더 가까이에”

[세계의 창] “‘적’은 더 가까이에”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 중 어느 쪽의 상처와 피해가 더 크고 깊을까. 양이나 질로 가늠하기 어렵다.전쟁 중이라도 일본이 개입하면 총구를 그들에게로 돌리겠다고 한 이승만 대통령의 일화가 있고,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다.일본과 북한, 어느 쪽이 진정한 '적'일까. 이념 지향, 시대 상황, 정파 등에 따라 답이 갈린다. 우문(愚問)이라 할지 모른다.북한 같은 공산 치하가 좋은가, 일제 식민지 지배가 좋은가라는 유아적 문답으로 치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념이나 현실에서 이 두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친일 청산은 시대의 과제이며, 북한은 안보의 '주적'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친일과 용공(친북)이 우리의 사고와 심리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친일과 용공이 반드시 한국에 굴레와 손실로만 작동했을까.식민지 지배가 없었다면 한국은 자생적 근대화를 했을 것이고, 6·25로 나라가 초토화되지 않았으면 더 순조롭게 발전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성립한다.반면에 일본과 북한의 존재가 발전의 동력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국에 포위된 홍콩,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된 도시국가 싱가포르, 중국 공산주의와 대치하는 타이완, 북한의 위협과 일본의 신식민주의를 마주한 한국은 정치 사회적으로 위기의식이 가장 높은 국가들이다.이들 국가는 위기의 일상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용들이 되었다는 주장이다.그런데 한국이 일본과 북한을 대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곡절은 많으나 일본과는 수교를 해 가까이 지내왔으나, 북한과는 아직 전쟁 상태를 끝내지 못했다.일본은 심리적인 '적'으로 남고, 북한은 현실적 '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본을 가까이하지 않았으면 한국은 어땠을까. 경제발전은 더디고, 그 때문에 민주주의도 늦어졌을지 모른다.일본의 도움이 아니라 그들을 가까이 두고 활용한 한국의 지혜가 일본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게 만든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북한이 가상의 '적'이든 동족이든 멀리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까이하지 않으면 원수를 갚지도 못한다.외나무다리에서라도 만나야 원수를 갚을 기회가 생긴다. 같은 민족이면 더더욱 가까이해야 하지 않을까. 1961년 8월 동독은 예고 없이 베를린시를 동서로 가르는 철조망을 치기 시작했다. 약 7만 명의 시민들이 동서 베를린을 왕래하며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후에 동방정책으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깔았다고 평가받는 빌리 브란트 당시 서베를린 시장은 야간 열차 침대에서 잠결에 보고를 받고 경악했으나, 동독의 조처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호소했다."그걸 바꾸는 방법은 전쟁밖에 없으나 그걸 위해 아무도 전쟁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란트는 참모들에게 "전부 아니면 전무를 버리고, 접촉을 통한 변화를 찾자"(Wandel durch Annäherung)고 했다. 2년간의 지난한 저자세의 협상 끝에 통행증 협정으로 베를린의 숨통을 뚫었다.지난주 북한과 관련하여 상반된 흐름의 두 사건이 발생했다.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실종된 후 북한 수역에서 피살되었다.23일 오전 1시부터 청와대에서는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같은 시간대에 15일 녹화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공개되었다. 국제사회에 남북한의 종전선언을 호소한 것이다.피살 사건은 지난 6월의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의 재연이다. 종전선언 제안은 지난 8일과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의 연장이다.종전선언 제안과 피살 사건의 연관성에 대한 해석과 대처가 혼돈스러운 와중에 피살 사건 공개 하루 만에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를 표명했다. 매우 이례적 조치이다.영화 대부에서는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에'를 가족(family)의 영속적 생존 원리로 하고 있다. 북한을 우리 손이 닿는 곳에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의 진정성을 따지고, 재발 방지, 책임 추궁 등도 할 수 있다. 대화로 이어가면 더 좋다.

2020-09-28 14:51:07

[세계의 창] 양천세헌록이 주는 시사점

[세계의 창] 양천세헌록이 주는 시사점

양천(陽川)은 경북 영덕군 축산 2리인 염장의 옛 이름이다. 1800년대 전반 염장에 살던 (신)안동김씨 김병형·성균·제진 3대가 효자로서 유명했다. 경상·충청도 등지의 유생들이 영해부사와 경상관찰사에게 포상을 위한 상소를 30년간 23차례 했다. 1857년 철종이 김병형·성균 부자를 표창했고 정효각이 내려졌다. 상소문, 포상 관련 결정문, 그리고 김제진·관진 형제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 등을 책자로 만든 것이 양천세헌록(陽川世獻錄)이다. 이번에 국문 번역 작업이 완성되어 출간되었다.노모의 근력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김병형은 하인이 대신하여 자신에게 회초리를 때리게 했다. 김성균은 3년상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부모의 묘소를 찾아 산속에 길이 났는데 그 길은 효자길, 염장은 효자마을로 불렸다.비록 주인공들이 동해안의 변방에 살고 있었지만, 김병교 이조판서, 김응균 참판 등 20여 명과 한문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서울 기거 중이던 이장우 영덕 현감은 1839년 김제진이 보낸 명란이 워낙 맛있어서 밥을 많이 먹었고 답례로 붓 2자루를 보낸다는 편지를 보냈다. 동해안의 명란이 이때 선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1840년 김제진에게 지인인 담양 사람이 참빗을 팔러 축산항에 가는데 잘 부탁한다고 한다. 지인은 보부상으로 보인다. 서울 조정 가까이에서 포상 청원 운동을 하던 김제진은 1853.2.23.자 편지에서 도승지가 김병국에서 조태순으로 교체되었고, 예조판서는 이경재라고 알린다. 김제진은 1856.6.27. 김관진에게 계획한 일은 예조판서 남병철에게 달려 있는데, 그를 만나기 위해 예조의 대청까지 3번이나 들어갔다가 물리침을 받았다고 불평한다.김성균의 효행에 감동해 남포에서 실어오는 비석의 운반료를 상인이 받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남포에서 경상도 동해안까지 바닷길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상소문마다 15명에서 120여 명이 연명을 했기 때문에 수백 명 선조들에 대한 행적을 추적할 수 있다. 1860년 염장 동민 15명의 이름이 나온다.이 기록을 통하여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김제진 집안은 안동에서 축산항으로 내려와 200년 동안 벼슬 없이 지냈다. 3대에 걸친 효행 이후 1900년대부터 후손들이 크게 번성했다. 김창진·정한 천석꾼, 김용한·수영 도의원(초대, 3대), 김호동 군수(안동), 외손으로 한국원(2대 국회의원), 정수창(전 상공회의소 회장), 한용호(전 대우건설 사장)를 배출했다. 효행을 대를 이어하게 되면 자손들이 번창한다는 점을 말해준다.둘째, 유생들이 20여 회의 상소를 조정에 보냈지만 포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정에서 상소 내용을 조사 보고하라는 명을 관찰사에게 내려보내고 확인이 된 다음에야 포상이 이루어졌다. 3번에 걸친 예조판서 면담도 모두 거절되었다. 이렇게 정효각이 내려지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절차에 따라 행정이 집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셋째, 김병교 이조판서가 보낸 편지글에서 당시 사대부들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다. 1858년 그는 아들의 과거급제 소식을 알린다. "영광과 감축이 극에 달하여 절로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겸손과 자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오늘날 공직자들에게 겸손한 인품을 갖출 것을 훈계하는 것 같다.양천세헌록은 사적기록에 더하여 서울 조정에서의 사무, 정효각을 받기 위한 과정, 사대부와 양반들의 품격 있는 교류의 방식, 동해안 바닷가 수산물의 활용 등 19세기 초중반의 사회·경제상을 알 수 있게 한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등이 출현, 인간관계를 삭막하게 할 것이다. 양천세헌록은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부자간의 효행에 대한 스토리이다. 경북에 산재해 있는 선조들이 남긴 아름답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발굴, 교화의 도구로 활용하면 좋겠다. 외국어로 번역해 한국정신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도 알리면 우리의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2020-09-21 15:36:10

[세계의 창] 왜 주택시장에서 최적의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세계의 창] 왜 주택시장에서 최적의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일반적으로 '국부론'이라 불림)의 출간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는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이기적인 행동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즉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에 의해 이상하게도 사회 전체의 이익도 최대화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주장하였다. 이 주장을 증명하고 실제 경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경제학은 발전해 왔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판된 해에 시장경제 원리인 보이지 않는 손을 완전히 적용한 나라인 미국이 탄생했다. 활발한 시장은 미국을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된 나라로, 신뢰와 호혜 정신이 풍부한 사회로 만들어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따라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적으로 부유해졌고,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한 나라이다.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잘 작동하기만 하면 시장 참여자 누구도 불만 없이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될 뿐만 아니라 그 가격 수준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도 증대된다는 것이 경제학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이다.물론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가격이 정확한 정보를 담지 못하게 되면,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 경우 시장을 대체하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의 거래 비용이 높거나, 시장 참여자 간 보유 정보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기업(경영사 분야의 대가인 알프레드 챈들러는 기업을 '보이는 손'(Visible hand)이라고 함)이 시장의 대안으로 경제 안에서 시장과 공존하며 경쟁한다. 시장에 독점자가 존재하는 경우, 대가 없이 이익과 손해를 보는 것과 같은 외부성이 존재하는 경우, 시장에 맡기면 공급되기 어려운 공공재가 존재하는 경우, 즉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보통신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발생하면서 시장 거래 영역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가격에 기초해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비교해서 정보통신혁명으로 탐색 비용이 낮아지고, 정보처리 능력의 향상과 수요자와 공급자를 가장 정확하게 연결하는 알고리즘의 개발에 의해 시장 거래는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기술 혁신을 이용해서 그동안 시장 거래 방식이 도입되지 않았던 분야에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최적의 매칭을 제공하는 마켓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겼다. 이 분야의 연구 결과는 장기 기증자와 환자의 연결, 인턴의 수련병원 배정, 학생들의 학교 선택, 결혼을 원하는 남녀 커플의 매칭, 노동자와 기업의 매칭 등 가격만으로 담아낼 수 없었던 다양한 인간 활동에 응용되고 있다. 마켓 디자인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앨빈 로스 교수와 로이드 새플리 교수는 2012년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위와 같은 시장의 진화와 경제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왜 주택시장에서 최적의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 가격이 시장 참여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함에도 주택 가격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 가격을 내리기 위해 종부세, 취득세, 양도세 등을 높이고, 전월세 신고제,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의 개정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했다. 특정 지역의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은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다양한 산업구조를 가진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실질 주택 가격이 지난 30년 동안 2배 이상 상승한 반면 다른 지역의 주택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영국과 일본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런던과 도쿄 등의 대도시의 주택 가격만 크게 상승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지역의 공통점은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토지 이용과 건설에 대한 많은 규제로 새로운 주택 공급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주택 수요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주택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거래 자체를 막는 극단적인 규제보다는 최적의 매칭이 이루어지도록 마켓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9-14 15:04:17

[세계의 창] 트럼프의 부활?

[세계의 창] 트럼프의 부활?

미국의 메이저 언론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 문란한 여성 관계, 거짓말, 사기 등으로 인간 이하의 쓰레기이다. 이러한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은 트럼프의 자식들이 모두 반듯하게 잘 컸다는 점이다. 도널드 주니어, 이방카, 에릭, 타파니 모두 제 몫을 하는 성인이고 14세 배런도 축구를 좋아하는 건전한 소년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MSNBC, CNN이 연일 보도하는 트럼프의 약점은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다.트럼프 같은 인간을 대통령으로 용납할 수 없던 민주당은 여러 혐의(러시아와 선거부정 공모, 뮬러 특검 방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수사 압력 등)로 탄핵을 시도했으나 증거 확보에 모두 실패했다. 좌파가 장악한 언론과 함께 대통령 발목 잡기로 3년을 허송하면서 국력 소비가 엄청났다.사실 트럼프는 비신사적이다. 여성, 소수인종,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말은 충동적이다. 사실 확인 없이 루머를 공언하기도 하고 트위터 사용이 도를 넘어 하루 10회 이상이다. 주요 발표도 트윗으로 보좌진의 점검 없이 하고는 뒷수습으로 진땀을 빼고, 아랫사람을 일회용 상품처럼 무자비하게 해고하기도 한다. 자신의 과거 세금 보고 내역은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널리 알려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가 트럼프를 택한 것은 민주당의 사회주의 경향이 하나의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흑인, 성소수자, 불법이민자, 지구온난화에 반대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민주당의 '정치의견 통제'(Political Correctness) 문화에 식상한 점이다.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막말에 환호하는 이유다.트럼프의 지난 3년간 치적은 양호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초기 대처는 느렸으나 국경 폐쇄, 의료 장비 공급, 백신 개발 지원으로 파국을 막았다. 직장 폐쇄를 풀자는 그의 주장도 인정을 받는다.외교는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가를 요구하며 북이라크에서 철군했다.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여 중국의 미국 기술 탈취를 견제하고 미·일·인도·호주의 4각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평화도 성과가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협정 진전, 허점투성이였던 이란 핵협정 탈퇴, 이란의 테러지도자 술레이마니 제거, 테러단체 ISIS의 와해 등이다. 북한 비핵화가 무위로 끝났지만 대북 제재는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부터 법과 질서의 집행을 내세웠다. 집권 초기에는 중동 테러분자의 미국 잠입을 막기 위해 회교 국민의 미국 방문을 막았으며, 불법 이민 차단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한 멕시코-미국 국경의 장벽도 일부 설치했다.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특히 중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과 불법적 기술 이전에 대처한) 보호무역을 제외하고는 시장경제에 충실하다. 첫째는 감세이다. 법인세를 21%로 줄이고 개인소득세도 내리고 상속세 면세점을 1천100만달러로 올렸다. 둘째 탈규제로 국가의료보험의 강제 가입을 없애고 에너지와 환경 등의 기업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2020년 2월 실업률이 3.5%로 5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호황을 가져왔었다.코로나 사태로 2020년 4월 실업률이 14.7%로 1939년 이래 최악을 기록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도 40%로 추락했다. 그러나 코로나에 따른 폐쇄됐던 직장의 영업 재개가 늘어나면서 8월 실업률은 8.4%로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최근 경찰의 흑인 범죄 용의자 사살에 따른 항의 시위대가 폭도화한 지역은 대부분 민주당이 장악한 도시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바이든은 폭도들에 대한 비판을 아껴왔다가 며칠 전에야 성명서를 냈다. 그것도 폭도의 주체(과격파 흑인과 극좌단체 ANTIFA)를 적시하지 않은 미지근한 것이었다. 폭동 지역의 흑인 주민과 외곽 고급 주택가에 사는 중상류층이 안전을 우려하여 트럼프 표로 이탈할 수도 있다. 회복되는 경제와 좌파 폭동에 대한 피로감이 경제성장, 법질서의 수호를 내세우는 트럼프에게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트럼프의 지난 금요일 지지도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최고치인 52%로 돌아왔다.(Rasmussen poll)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따논 당상은 아닌 듯하다.

2020-09-07 15:10:35

[세계의 창] 친일과 반일의 어스름을 벗자

[세계의 창] 친일과 반일의 어스름을 벗자

지난 8월 29일은 한일병합조약 공포 1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조약 제1조는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완전하게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양여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약은 1904년 한일협약 이후 일본 침략을 '정당화'한 각종 조약의 완결판이다. 전쟁에 패한 것도 아니고 이들 조약을 통해 나라를 갖다 바치고 식민지가 된 것이다. 그 '공로'로 그들은 일본으로부터 작위와 은사금을 받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갖다 바친 나라가 일본의 일부로 잘 통치되도록 협조한 자들도 생겨난다. 이들을 통틀어 친일반민족행위자(줄여서 친일파)라 한다. 이들의 취급 문제는 해방 직후부터 민족적 과제였다. 해결되지 못한 이 문제는 7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국립묘지에 묻힌 그들의 묘를 옮겨야 한다거나, (애)국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국민' 통합을 해친다며 반발도 적지 않다. 그들도 신생 대한민국의 건설과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립묘지에 안장된 백선엽 장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만주의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하고,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방 후 6·25 때는 다부동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국군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래서 그는 친일과 애국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김원봉은 일제강점기하에서 가장 치열하게 무력투쟁을 전개한 의열단을 이끌었다. 해방 후 일제 형사 출신의 경찰들에게 수모를 겪고 북으로 가서 북한 정권 수립에 일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애국과 용공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왜 백선엽은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김원봉은 독립유공자에서 배제되었는가. 백선엽이 해방 후 친일로 처벌받았으면, 그 후 그의 이력은 없을 것이다. 해방 직후 독립유공자 대우를 받았다면 김원봉은 북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해방 직후 한반도의 정치적 이념 공간이 그들에 대한 평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해방과 동시에 한반도에는 미군과 소련(현 러시아)군의 진주로 남북 분단이 현실화했다. 남에서는 공산화를 막기 위해서라며 일제강점기 때의 '기술자'들을 필요로 했다. 엄습한 냉전체제가 친일 세력들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 후 그들은 반공 한국의 기득권층으로 흡수되어 보수세력의 중심이 되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상대적으로 국가 건설 과정에서 소외되고 평가절하되었다. 냉전체제가 친일 청산, 즉 탈식민주의를 가로막은 결과였다.친일파 청산 담론은 프랑스의 예를 자주 든다. 프랑스는 독일 점령하에서 나치 정권에 조금이라도 부역을 한 자들을 가차 없이 처벌했다. 100만 명가량이 체포되고, 이 중 6천763명은 사형, 2만6천529명은 징역형에 처해졌다. 정치인, 언론인, 기업가, 종교인 등 사회 지배층에게는 중형을 선고했다. 9만5천 명에게는 시민권을 박탈하는 '비국민' 선고를 내렸다. 나치 협력자 색출은 40년간 계속된다. 독일의 침략을 받은 다른 유럽 국가들은 더 가혹했다. 민족 반역 행위로 구속된 사람이 프랑스는 10만 명당 94명, 벨기에 596명, 네덜란드 419명, 노르웨이 633명이었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부일(附日) 협력자 청산에 대부분 실패한다. 유럽 국가들의 철저한 탈나치화는 새로운 독일을 필요로 했고, 독일은 반성했다. 피식민지였던 동아시아에서의 친일 세력 건재는 일본제국 부활의 동력을 제공하고, 일본은 반성할 필요가 없었다.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왜 다른가. 독일 침략 이전에 근대국민국가의 경험을 가진 유럽 국가들에 나치에 협력한 '비국민'은 새로운 국가 건설 장애 요소였다. 일본 침략 이전 전근대국가에 머물렀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해방 후 근대국민국가 건설에 직면한다. 일제강점기하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근대'를 경험한 그들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동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은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국민국가 형성을 향해 가고 있다. 백년대계를 위해 이제라도 '비국민'적 요소를 걷어낼 필요성을 지각하고, 그럴 만한 힘이 생겼는지 모른다. 친일과 반일이 뒤섞인 어스름한 혼돈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옥석을 가리면서 때로는 단호한 걸음으로.

2020-08-31 17:48:03

[세계의 창] 포스트 아베의 한일 관계

[세계의 창] 포스트 아베의 한일 관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임기를 1년 남겨 두고 정권을 내던졌다. 이유는 2007년의 1차 사임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 문제라고 하나 석연치 않다. 아베는 지난 6월 코로나 재확산 이후 지방정부에 대책을 미루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내각부는 8월 17일 올해의 2분기 GDP 성장률이 –27.8%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아베노믹스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정권 운영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의욕을 상실한 듯 아베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건강 이상설이 나온 것도 이 시점이다.2012년 말 성립한 아베 정권은 일본 헌정 사상 가장 긴 7년 8개월간 존속했다. 민주국가에서 장기 집권은 부자연스럽고 바람직하지 않다. 사임 발표 직후 서일본(西日本)신문사의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부정 평가(50%)가 긍정 평가(30%)를 앞섰다. 언론도 입이 터졌다. "오랜 기간 권력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정책이나 정치 수법의 면에서는 부정적 유산을 쌓아 올렸으며"(마이니치신문),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아사히신문)고 평가했다. 아베는 임기 중 금융 완화를 축으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했고, 해석개헌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도입 등 전쟁 관련 법제를 완비했다. 세계적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아베가 일본을 망쳤다고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고 그의 경제정책을 혹평했다.('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시민사회는 "전쟁을 하고 싶으냐"며 전쟁 관련법을 비판했다.아베 총리의 사임 기자회견은 한국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어느 정치인은 페이스북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동안 어지간하게 한국을 힘들게 했다"는 감상을 남겼다. 아베는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한국인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정치인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 식민지화의 원흉이며, 아베는 식민지 시대의 범죄를 부정하는 '아름다운 일본'을 추구하며 보수 우경화의 길을 걸었다. 위안부는 없었으며, 1965년의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 문제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불행했던 과거사를 직시하는 것을 자학사관이라 비판하고, 일본 국민에게 자긍사관을 강요했다. 한일 갈등 심화의 도화선이 된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 국제법 위반이라 비난했다. 일본 사회의 혐한(嫌韓) 무드를 더욱 부추긴 것이다.3·1운동과 임시정부에서 민족 정통성의 근간을 찾는 한국,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베 정권과의 타협이나 양보는 어려웠다.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명제라며 정면 대결을 택했다. 급기야 아베는 혐한 무드를 배경으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고, 보이지 않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방해했다. '노 재팬', '노 아베' 붐과 함께 한일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했다.문재인 정부나 아베 정권 가운데 어느 한쪽이 없어지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회복이 어려운 듯했는데, 아베 정권이 사라졌다. 한일 관계도 회복될까. 아베 정권하에서 강고해진 혐한 분위기 속에서 새 정권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외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이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나, 변화의 모멘텀은 있을 것이다. 포스트 아베를 누가 이어갈 것이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총리 비서실장 겸 정부 대변인 격),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외상이었던 기시다 후미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등이 아베의 후임자로 거론된다. 아베는 기시다에게 신뢰를 보내는 듯했으나, 스가를 정책 계승자로 여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아베가 새 총리 선출 때까지 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시바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민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이시바보다 스가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이다.아베 정권의 축을 담당했던 스가나 기시다가 총리가 되면 탈아베에 한계는 있겠으나 장기 집권의 피로감이 누적된 아베 정치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아베의 대척점에 있는 이시바는 아베의 노선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아베 정권은 끝났다. 누가 아베의 뒤를 잇든 비정상적인 한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암중모색이 시작될 것이다. 아베 없는 한일 관계를 준비해야 한다.

2020-08-31 12:04:25

[세계의 창] 모리셔스 유류 오염사고의 시사점

[세계의 창] 모리셔스 유류 오염사고의 시사점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모리셔스에 7월 25일 일본 상선 와카시오호가 좌초하여 기름을 유출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연일 언론에서 언급된다. 그 섬 주위는 천혜의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기름 유출로 환경 파괴가 심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1995년 시프린스호 및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가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유조선에 의한 오염사고로 운송 중이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어 큰 피해를 주었다.만약 경북 동해안에서 동일한 유류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동해안은 다행히 섬이 별로 없어서 선박의 좌초 사고 위험이 낮고, 대형 유조선들이 입출항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 사고의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1988년 묵호로 향하던 유조선 경신호가 영일만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해안이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사고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조선에 의한 사고와 일반 선박에 의한 사고이다. 전자는 원유를 실은 선박이 좌초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모든 선박은 추진력을 위한 기관에 사용되는 선박연료유(벙커)를 싣고 다닌다. 그 선박연료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경우가 후자이다. 이번 모리셔스에서의 사고는 바로 후자의 경우이다. 포항, 후포 등에도 상선들이 입출항하고 각종 어항에도 어선들이 입출항하므로 이런 유의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유류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박에서 선장은 조심하여 운항해야 한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류 오염사고 처리를 위하여 해양환경공단을 두고 있고 포항 등에도 지사가 있다. 유류 오염사고 발생 시 펜스를 설치하거나 청소선을 투입해 유류 오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먼저 취한다. 선박에 남은 유류를 다른 곳으로 이적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피해보상도 중요한 문제이다. 해상법은 선주 보호 차원에서 선주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전액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에 유조선의 경우 정유사들이 국제기금을 마련하여 추가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한다. 우리나라는 이 기금에 가입하여 이제는 충분한 보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선주들은 책임보험에 가입하여 책임제한 액수만큼은 피해배상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선박의 경우에는 이런 국제기금 제도가 없다. 피해자들은 선주들이 책임을 제한하면 그 이상의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는 선주 책임제한의 액수를 인상하여 피해자들이 보상을 더 받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상법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반 선박의 선박연료유 오염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의 부족분에 대하여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일반 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사고 시, 피해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한 어민들이 생계 위협을 받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국내기금 제도를 도입하여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법상 선주의 책임제한 액수도 국제조약에 맞추어 피해자가 더 많이 배상받도록 해야 한다. 유류 오염사고는 피해자인 어민들이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어민들은 수입을 잘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제는 어민들도 수입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 때와 같이 손해배상을 위하여 또 특별법을 만들고 새로운 행정 부서를 창설하는 등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모리셔스에서의 유류 오염사고는 우리에게 관련 법 제도를 재점검하고 개선할 기회를 제공한다.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8-24 16:26:36

[세계의 창] 공정한 인사가 정부 능력 높이는 힘

[세계의 창] 공정한 인사가 정부 능력 높이는 힘

2017년 말 일본에서 '손타쿠'(忖度)라는 말이 유행어 대상에 선정되었다. 그해 2월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이 관련된 사학재단에 국유지를 헐값으로 매각하고, 부인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는 과정에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후 국유지 헐값 매각과 관련된 결재 문서의 위조 문제가 드러나고, 담당 공무원의 자살이 이어지며 아베 정권이 흔들릴 정도의 스캔들로 발전하였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자신과 부인의 관여가 밝혀지면 총리직뿐만 아니라 의원직도 그만두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한 사학재단의 이사장이 외국특파원협회와의 기자회견 도중에 재무성 공무원들이 아베 총리에 대해서 '손타쿠'한 결과라는 답변을 하면서 널리 유행하게 된 말이다. '손타쿠'란 위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았으나 아랫사람이 스스로 알아서 윗사람의 뜻을 헤아려서 행동한다는 의미이다. 작년 8월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불기소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무엇보다 관료조직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잃게 된 것이 뼈아프다 하겠다.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의 제공, 경제활동의 활성화, 정당한 법 집행과 분쟁 해결, 공정한 과세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정부 능력의 원천이 국민의 신뢰에 기반하고 있는데,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관료조직이 총리만을 위해서 조직적인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확인한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부정과 거리가 멀고, 정치권력에 야합하지 않고, 박봉에도 국민과 국가 발전을 위해 매진하는 이미지가 강했던 일본의 관료들을 바뀌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일본의 공무원들은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신분과 지위의 보증을 받고 있고, 직무와 승진에 대해서도 정치의 관여 없이 각 부처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인사 제도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저해하는 수직적 행정의 폐해와 관료들이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조장하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 2014년 고위 공무원 인사를 일원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국가공무원법 일부가 개정되었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총리를 보좌하는 내각관방 산하에 내각인사국이 설치되었다.새로운 인사 제도는 총리와 총리를 보좌하는 관방장관과 보좌관들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둔 점이 특징이다. 각 정부 부처의 부장이나 심의관 이상의 간부에 대한 인사에 있어서 총리에 의한 적격성 심사가 도입되었다. 적격성 심사는 수시로 이루어지고, 심사 결과에 따라 간부 후보자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도 제외될 수도 있고, 각 부처의 간부는 후보자 명부에 있는 사람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인사 제도의 개혁으로 일본의 공무원들은 승진하고, 더 나은 직무를 맡기 위해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총리와 총리의 주위를 둘러싼 정치적 측근들과의 양호한 관계 구축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의도로 인사 제도를 개혁했지만, 의도와 달리 3년도 지나지 않아서 총리와 총리의 정치적 지원자들의 의중을 조직적으로 '손타쿠'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인사 제도 개혁 이전에는 맡은 일에 대한 성과로 평가를 받고, 승진을 하거나 좌천을 당하거나 했지만, 이제는 권력자의 의중을 잘 파악해서 국가와 사회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도 그들의 이익이 되고, 원하는 일을 해야 승진하거나 중요한 직무를 맡게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관료조직의 정치화는 한정된 국가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하고 낭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곳에 막대한 예산을 쓰게 되는 인플루언스 비용(Influence Cost)을 발생시켜, 정부의 능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아베 마스크가 일본 정부 능력 저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된다.일본보다 빠르게 관료조직의 정치화가 이루어진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 정권에 따라 능력과 관계없이 정권 입맛에 맞추는 사람과 권력자와 같은 출신 지역, 같은 대학 사람을 등용해 온 한국 정부의 능력은 한국 사회의 발전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행정의 혼선이 그 단적인 예이다. 정부의 무능 때문에 난제들만 쌓여간다.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0-08-17 11:37:23

[세계의 창] 다주택자를 변호하며

[세계의 창] 다주택자를 변호하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자유는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 민주주의의 원리인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가진 자의 것을 뺏어서 없는 자에게 주는 것이므로 개인의 자유를 유린한다. 자유와 양립하는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므로 자유민주국가에서 평등은 결과가 아닌 기회의 평등이다.그럼에도 현 정부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부동산 정책도 무주택자와 임차인을 돕겠다는 것이다. 대신 영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상공인들이 타격을 받고 임대사업자와 다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 무산자를 위해 다주택 임대사업자, 영세사업자, 중소상공인 등 소위 '쁘띠 부르주아'를 핍박하는 '결과의 평등' 정책이다.쁘띠 부르주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반이다. 이들이 생업을 위해,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주택자는 전세와 월셋집을 구할 수 있고 저임노동자는 취업 기회를 얻는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쁘띠 부르주아를 계급의 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며 정부는 지난 3년간 무려 2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었다. 최근 통과된 부동산 3법은 종부세율을 최대 6%로, 양도세율은 최대 72%로, 법인의 주택 양도 추가 세율은 20%로 높였다. '임대차 3법'은 2년 계약을 4년으로 연장하고, 전월세 상한제(5% 이내 상승), 전월세 신고제로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하였다. 다주택 소유자의 투기가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고 진단하고 그들에게 징벌적 규제와 세금 폭탄을 안긴다.그러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되기는커녕 현 정부 들어 오히려 52% 뛰었고 전세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졸속으로 통과시키느라 야당과의 협의를 무시하였으니 정책 실패의 책임도 전적으로 정부 여당의 것이 되었다.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 반(反)시장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부 의도대로 국민들이 (어리석게) 따를 것이라 믿는 정책 담당자들의 치명적 자만에서 나온다. 국민들은 훨씬 똑똑하다. 정책이 바뀌면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책상머리의 관료와는 달리 자신의 돈과 재산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부동산 투기의 원인은 대부분 정부의 그릇된 정책 때문이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보다 훨씬 낮게 상한제로 묶어 놓으니 분양만 받으면 고액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투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탓하지 말고 분양가를 자유화해야 한다.다주택자가 있기에 세입자가 주거지를 구할 수 있다. 주택 임대 수익과 부동산에 의한 자산 증식을 탐욕으로 매도하지만 타인에게 강제나 위해를 가한 것은 아니다. 정당한 부의 증식을 불로소득으로 매도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탐욕과 사익 추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것을 없앤다고 사회가 더 잘되는 것이 아니다. 베르나르드 망드빌은 1705년 그의 저서 '벌들의 우화'(The Fable of the Bees)에서 사익 추구가 사회 번영을 낳는 반면, 사익을 악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사회가 피폐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벌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일할 때는 근면, 혁신을 통해 사회 전체가 경제 풍요와 안락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벌들은 물질적 사익 추구가 사악하다고 죄의식을 느낀다.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도덕적 행동만을 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경제적 빈곤과 문화의 부재라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였다.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107명이 다주택 소유자라고 한다. 공직자라고 해서 다주택의 처분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반시장적 부동산 입법과 규제를 폐기함이 옳다고 본다. 부동산도 다른 재화와 다를 바 없이 자유로운 시장이 합리적인 가격과 공급을 가져다준다. 세율은 낮추고 규제는 완화하여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발적인 거래에 맡긴다면 부동산 가격의 등락도 그들의 책임이 되므로 정부가 욕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2020-08-10 11:39:00

[세계의 창]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 시대 변화의 본질에 주목하자

[세계의 창]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 시대 변화의 본질에 주목하자

몇 년 전 괌을 다녀온 적이 있다. 괌은 항구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없었다. 항구에 붙은 설명서가 눈에 띄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엽만 하더라도 괌은 포경선의 기지로서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괌에서 어획되는 고래 고기는 에너지원인 기름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에너지원이 발견됨에 따라 괌의 항구는 쇠락하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이 산업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장차 이런 변화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여기에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 괌 여행의 큰 수확이었다.1950년대 전후 전화기 사용이 대중화되었다. 1980년대 삐삐라는 통신수단을 거쳐, 최근에는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용 전화기나 공중전화기는 그 효용을 잃었다. 곳곳에 설치된 공중전화는 흉물처럼 변했다.지난 학기 코로나19 사태로 진행된 비대면 수업에서 SNS 단체대화의 효용을 톡톡히 보았다. 비대면 수업 초기에는 30여 명의 수강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 대면 강의에서와 같이 학생들의 눈빛과 태도를 파악할 수 없으니,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몇 주가 지나 학생들의 양해하에 30명의 단체 대화창을 개설했다. 그리고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보강할 사항은 무엇인지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했다. 이렇게 단체 대화창은 나와 학생들 간의 긴밀한 비접촉 소통 창구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유용성을 실감하고 틈틈이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선박 충돌 관련 법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항해 법칙에 관하여 알려주어야 했다. 충돌 상황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주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그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즉석에서 학생들이 그 영상을 시청하면서 나의 설명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우정국의 우편 사업 적자가 심하다는 기사를 접했다. 개인 간에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적어졌으니 적자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소통수단은 크게 변화가 왔고 산업에도 영향을 주었다.이러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떻게'(how)할 것인가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어떻게'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다. 교통이 좋지 않아 한적하여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 더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건물 공간이 여유가 있는 대학은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학생들이 좌석에 앉아 효율적인 대면 수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선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그런데,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을(what), 왜(why) 할 것인지와 무관한 것이다. 통신수단의 발달이 사람의 의식주의 본질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입는 것의 변화는 있지만, 사람이 먹고 자고 입어야 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큰 변화가 없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여름에는 가벼운 옷을 입게 된다. 비바람을 피할 집에는 살아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논농사를 지어야 하고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오렌지류는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방법은 변화가 있어도 그들을 위한 교육 자체에 대한 수요는 상존할 것이다. 통신수단 중에서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은 TV와 라디오이다. 출퇴근길 운전에 사용하지 않고 남는 귀로 듣는 FM 라디오의 음악 방송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것들에 발 빠르게 수용하고 변함이 없는 것들은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균형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7-27 16:51:22

[세계의 창]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세계의 창]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의 원활한 공급, 산업 진흥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설립, 운영되어 왔다. 민영화와 민간기업들의 빠른 성장으로 중화학 산업 부문에서 공기업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에너지, 인프라, 금융, 방송・통신 부문에서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경제학 분야의 많은 연구는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비교해서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특정 사업 분야에서 독점자로 행동하기 때문에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많은 채무를 안고 있어도 공공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구제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산의 위험도 전혀 없다. 그래서 공기업은 성과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일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공기업들이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정규 종업원에 대한 보호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고, 급여 수준도 아주 높다. 이처럼 성과의 개선 없이 비용만 높이는 비효율적인 경영을 민간기업이 한다면 시장의 경쟁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당할 것이다. 이에 더해 공기업은 경영진의 선임과 운영에 정치권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은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사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공기업 운영의 성공 사례를 한국이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예전의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현재 포스코)이다. 포항제철은 시작할 당시 국내 철강제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고,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도 높아 국제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경영을 해도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박태준 회장은 비용 절감의 노력 없이 가격만 높여 이익을 확보하는 쉬운 경영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박태준 회장은 정부로부터 다음 세 가지 조건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첫째, 기계 장비, 원자재와 서비스의 구입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 둘째, 채용과 승진 등의 인사 문제에 정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셋째, 정치헌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 박태준 회장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최신의 설비를 사들이고, 일본의 철강회사인 신닛테츠로부터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최고의 인재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압력을 배제한 책임경영으로 포항제철은 국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철강제품을 국내 기업에 판매해서 한국 경제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철강제품인 열연코일과 냉연코일에 대한 포항제철의 가격은 미국, 유럽, 일본의 철강기업 가격보다 1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포항제철은 공기업이라도 경제 원리에 맞는 경영이 이루어진다면 민간기업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포항제철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이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 공기업들은 정치권의 자리 배분과 정규직 종업원들의 자리 보전에 치우쳐 원래의 설립 목적을 상실하고, 경제 원리에 맞지 않게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공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 인프라, 금융, 방송・통신 부문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인데, 이러한 방만한 경영으로 공기업이 부실해지면 국민들은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과 가격 상승, 결과적인 세금 인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이 이루어지면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경제 전체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다.앞으로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설립 목적을 상실한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예전의 포항제철이나 현재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처럼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비용 절감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어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고용의 창출로 국민 후생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조치는 낙하산 인사로 경영진에 정치인 임명의 금지와 정규직 종업원에 대한 지나친 보호를 줄여야 할 것이다.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0-07-20 15:16:42

[세계의 창]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세계의 창]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유서를 남기고 실종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자살이라는 사회 현상을 생각해 본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6.9명으로 183개 국가 중(리투아니아 31.9, 러시아 31, 가이아나 29.2명 다음) 네 번째로 높다. 183개 국가 평균 9.3명의 3배 이상이며 다른 산업국가들인 일본 18.6, 미국 15.3, 독일 13.6, 영국 8.9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중국도 9.7명에 불과하다.(World Population Review 2020) '자살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그룹은 첫째 고령자이다. 부모 봉양의 전통이 사라지면서 많은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을 택하게 되었다. 둘째는 젊은 학생층이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학업 성적에 죄책감으로 자살에 이르는 경우이다.고령층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노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노부모 봉양은 없어졌는데 자식에 대한 과도한 교육 투자, 결혼 자금과 주택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의 집에서 기식하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의 경우 20세 이상의 젊은이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하면 데이트 상대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자립심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비용 부담은 노후 생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젊은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성적 집착 문제를 해소하려면 획일화된 평등교육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기관의 설립, 교과 내용, 학생 선발을 자유화하여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영수국(英數國)에서 뒤지더라도 기술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실용 교육으로 고등학교만 나와도 당당한 사회인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3대 IT 기업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모두 대학 중퇴자들이다. 기업들도 고졸 학력자들을 능력 위주로 대거 채용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노령자와 학생층 외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자살이 두드러진다. 이 역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정권의 부도덕한 횡포에 대한 저항의 표출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한다며 전직 두 대통령을 포함한 120여 명의 전 정부 고위 공직자를 구속한 바 있다.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방해' 의혹을 받던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방산 비리' 의혹을 받던 한국항공우주산업 김모 임원,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경남테크노파크 채용 비리 의혹 수사를 받던 조진래 전 국회의원이 부당한 수사에 항거하여 자살을 택하였다.다른 하나는 집권 내부 인사의 자살이다. 비리 폭로에 따른 죄책감이나 연루 인사들의 비호를 위해 택한 자살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 울산시장 부정선거 관련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이다.현 정부가 추진해온 적폐 청산은 전 정권 인사, 대기업, 우파 언론인에 대한 보복 정치이다. 이 와중에 나타난 것이 억울한 사람들의 자살이다. 보복 정치는 내부 총질로 이어져 이에 따른 좌파 세력 인사의 자살 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 폭주 기관차가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의 몰락이 좌파 내부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좌파의 (계급)투쟁이론은 타도해야 할 적을 필요로 한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자코뱅파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왕과 귀족을 혁명의 적으로 처단한 후 당통과 같은 자코뱅 내부의 경쟁자들도 처형해야 했다. 본인 역시 혁명광장의 단두대에 올려져 목이 달아났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며 도덕 정치를 내세웠다. 적폐 청산과 같은 살벌한 정치를 지양하고 취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화합의 정치를 시작했으면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이도 전직 대통령의 안락한 퇴임이 정착되는 것을 보고 싶다.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2020-07-13 15:16:54

[세계의 창] 작아지는 일본

[세계의 창] 작아지는 일본

1868년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근대 아시아에서 획기적 사건이다. 그 후 일본은 중국을 대신해 아시아의 맹주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일본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1980년대에 일본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세계 최고의 일본(Japan as No.1)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기관차론(Japanese locomotive theory)이 등장한다. 한때 ODA(공적개발원조)가 미국을 능가했고, 일본의 세기(Pax-Nipponica)를 예측하는 호사가들의 시나리오도 회자되었다. 한일 관계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여기까지였다. 1990년대에 들어 일본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지고, 정치도 혼란을 거듭했다. 잃어버린 20, 30년의 시작이다.2010년은 일본에게는 위기와 굴욕의 순간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 이를 상징하듯, 같은 해 9월 조어도(센카쿠) 부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 선장을 구금하자 중국은 전자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중국 선장을 석방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G2 반열에 오른 중국에 일본이 속절없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고 전세기로 선장을 데려왔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일본은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ODA를 비롯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은 급성장했고, 일본에 부메랑이 되었다. 충격이었다.10년의 시차를 두고 꼭 같은 일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작년 말 일본에서 '이제 일본은 후진국'이라는 책이 화제를 불렀다. '일본은 가까운 장래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다'는 경고였다. 몇 년 전부터 IMF와 세계은행 등도 머지않아 한일 관계가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2018년 일본 관련 주식을 전부 팔았다. 2019년에 펴낸 일련의 저서에서는 '망하는 일본 흥하는 한국'을 설파했다.지난 1일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한 지 꼭 1년이다. 강제 동원 문제가 원인이었으나 풀릴 기미가 없다.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다는 예상은 빗나가, 외려 일본이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다. 한일 관계 악화로 양국이 입은 피해는 강제 동원에 대한 배상액보다 훨씬 크다. 1차 공격의 패배를 만회하려는 듯, 일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국의 G7 참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 등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한국을 옥죄려 한다. 2차 보복 조치도 예고하고 있다. 수출규제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추가 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일본의 한국 정책이 경제적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강제 동원 문제가 해결되어도, 아베 정권이 바뀌어도, 관계 호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예견한다(다소 변화는 있겠지만).일본은 왜 이토록 한국에 대해 안달일까? 최근의 한일 관계는 미중 관계와 무척 닮았다. 남중국해 문제, 무역, 과학기술, 코로나 문제 등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공격한다. 왜일까. 패권 불안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이 더 크기 전에, 성장을 늦추거나 저지하려 한다. 중국이 타고 오르는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것이다. 일본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지금 아시아에는 근대 이후 일본 중심으로 형성된 역학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 약 200년 만의 질서 재편이다. 일본은 아시아 패권국의 지위 상실을 용인하지 못한다. 마지막 자존심일까. 한국에 대한 옹졸한 대응은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초조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그럴수록 일본은 작아진다(아베 총리의 코로나 마스크처럼). 오히려 한국이 여유가 있다.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관용을 낳는 걸까. 반일 구호보다 소리 없는 불매운동이 그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이제 한일 관계는 자기 주장에 자존심을 걸고 논의할 단계는 지났다. 어떠한 틀(framework)에서 문제를 해결할지, 관계 악화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인식 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이성환 계명학교 교수

2020-07-06 16:30:20

[세계의 창]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자

[세계의 창]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자

이제 드디어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2020년 1학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학생들과의 수업이나 학술 활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학생들과의 수업은 동영상 강의로 진행되고, 학술 세미나는 웨비나(webinar) 방식으로 개최됐다. 특히 웨비나의 대중화는 깊은 인상을 나에게 남겨주었다. 웨비나는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인데, 사람들이 현장에 모이지 않고 줌(zoom)과 같은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는 방식이다. 최근 4차례 웨비나에 참석하였다. 웨비나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첫 번째, 지리적인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세미나를 위해서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어떤 장소에 모여야 한다. 그렇지만 웨비나에서는 가상의 망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반드시 특정한 장소에 모일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행사임에도 부산, 대구에서는 물론이고 도쿄, 싱가포르, 홍콩에서도 참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불가했던 것이다.두 번째, 참여자들에게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홍콩에서 서울로 사람들이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사무실이나 집에서 가상의 망을 통하여 만남을 가지기 때문에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사람들은 더 많이 모임에 쉽게 참석할 수 있게 된다.세 번째, 발표자가 발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청중에게 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동 녹화 기능이 있어서 이를 유튜브에 올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된다.네 번째, 새로운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기존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하여 인터넷망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이와 같이 많은 장점을 지닌 웨비나 소통 방식을 대구경북 지역의 행사모임에 적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경영덕군향우회 등 군 단위, 도 단위 향우회가 서울에 있다. 향우들이 목표로 하는 고향의 발전에는 고향 주민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5시간씩 차를 타고 고향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행사는 항상 서울 사는 사람들만의 것으로 제한되고 만다. 재경향우회 회원과 고향 주민들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웨비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개회식을 하면서 군수가 현지에서 웹에 연결하여 축사를 할 수 있다. 향우회 주최 세미나에 군의 공무원이나 주민들이 웹상에 접속하여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역으로 군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도 서울 향우들이 영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이제는 군민들을 위해 대학이나 문화원이 개설하는 인문학 강좌도 서울 혹은 군 소재지에서 개최가 가능하게 된다. 40명의 신청자를 서울과 군민들로부터 받아 10회의 강좌를 개설한다. 서울에서 2회, 군 소재지에서 2회 그리고 웹상에서 6회로 강좌를 기획하면 된다. 과거에 불가하게 여겨졌던 서울과 군민 간의 인문학 강좌가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강사도 가상망을 통해 지방에서 열리는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주최자 입장에서는 강사 섭외가 수월해질 것이다.군 단위 고등학교의 후배들을 지도하기 위한 멘토링 제도의 운영이 쉽지 않다. 이것은 선배들이 고향의 모교에 직접 내려가서 후배들을 만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선배 1명이 후배 5명을 담당하여 수시로 고향의 후배 학생들과 웹상으로 연결, 조언을 해 줄 수 있게 된다.지역 관광 홍보에 줌을 충분히 사용하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역의 관광지에 관심 있는 예비 관광객들을 망에 들어오도록 한 다음, 관광해설자가 그 관광지를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맛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더 쉽게 그 관광지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하게 되면 외국인들도 유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소통 방식의 변화는 우리 대구경북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소통 방식을 잘 활용하자.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6-29 16:45:43

[세계의 창]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세계의 창]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20세기 전 기간에는 천재들보다 보통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적자본의 상승이 국부의 더 중요한 원천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사실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전기산업과 자동차산업은 에디슨과 포드 같은 한 명의 천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천지 500대 기업 리스트에 아직도 포함되는 GE와 포드 자동차는 이들 천재들의 위대함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3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로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면서, 삼성전자의 급여 체계를 일본 기업과 비슷한 연공임금제에서, 실적이 있는 우수한 인재에 더 많은 보상을 하는 성과급 제도로 전환시켰다. 이처럼 기존의 우수한 사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새로운 우수한 인재들을 모여들게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건희 회장이 예상한 대로 다시 천재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래리 페이지가 만든 검색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구글, 저커버그가 만든 알고리즘에 기초해 성립된 페이스북, 제프 베조스의 비전과 추진력이 일구어낸 아마존, 일론 머스크의 상상력으로 확장되고 있는 테슬라 등이 좋은 예이다. 짧은 시간 안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페이스북은 6천400억달러, 테슬라는 1천5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훨씬 역사가 길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천800억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위의 기업들이 이루어 낸 단기간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이들 천재들이 만든 기업들로 인해서 국가 간의 소득격차가 국가 내의 소득격차보다 더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더 높은 임금을 주고,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제공해서 세계 곳곳의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체 노동자 중에서 외국 출신이 15% 정도인데, 엔지니어로 한정하면 외국 출신이 30% 이상이고, 박사 학위 보유자는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학력 노동자 중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유입되는 능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을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적극 활용해서 기존의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을 매수하는 형태로 더 큰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으로 진입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구글 이외에도 이세돌 기사와 바둑으로 대결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웨이모, 사물인터넷을 주로 연구하는 네스트,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유튜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페이스북도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와츠앱을 매수해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로 성장했다. 능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의 유입은 기존 기업만을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의 생태계를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이민자가 미국 출신자보다 창업할 확률이 30% 더 높고, 1990년대 이후에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기업 중에서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25%가 이민자에 의해 창업된 기업이라고 한다.천재들에게 그들의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준 미국은 기업의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이루어지고, 창업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서, 고용을 증가시키고, 소득이 증가하는 소위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하이테크 분야와 같은 시스템으로 성공한 예가 바로 K-POP이다. 우수한 인재들에게 실적에 맞는 보상이 이루어지자 더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이게 되고,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가 이루어져 더 많은 인기를 얻고, 다시 천재들을 끌어모아, 더 다양하고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세계를 향해 셀 수 없이 탄생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유학 중인 인재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한국의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면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요원하게 된다. 한국의 뛰어난 인재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가 되려면 실적에 맞는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렵다. K-POP처럼 K-Firm의 시대가 와서 세계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0-06-22 14:43:18

[세계의 창] 미국 흑백 갈등과 정치

[세계의 창] 미국 흑백 갈등과 정치

코로나바이러스와 이에 따른 경제난 와중에 미니애폴리스의 백인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사시킨 데 대한 공분으로 연일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고 여러 도시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다. 'Black Lives Matter' 운동가들과 정치인들은 차별 금지를 해법으로 내세우지만 흑백 갈등은 흑인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흑인종 차별은 오랜 역사가 있다. 셰익스피어가 1603년에 쓴 '베니스의 흑인 오셀로의 비극'에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비밀 결혼을 검고 늙은 숫양과 흰 암양의 성적 관계로 흑인을 비하하는 악인 이아고의 대화가 나온다.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55세 이상 인구에서 흑인의 고혈압 비율이 백인의 2배에 달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스트레스도 하나라고 한다.미국은 이민자의 국가다. 원주민 인디언은 수적으로 미미하다. 영국인(WASP·백인 앵글로 색슨 퓨리턴)에 이어 유럽 각지에서 종교적 박해, 사회 혼란, 경제난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 뒤에 온 독일인, 아일랜드인, 남유럽인, 동유럽인, 유태인은 선착순으로 차별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결국 그들은 모두 백인 그룹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흑인은 남북전쟁 종식으로 노예에서 해방되지만 차별이 계속되다가 1964년 민권법안 통과로 법적 동등권을 부여받게 되었다. 민권법 6조에 의하면 "미국인은 연방 지원을 받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의 참여나 혜택에서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로 인하여 제외되지 않는다"고 한다.그러나 제도와 법으로 개인의 편견이나 취향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 또 인종쿼터제에 의한 흑인우대정책은 (특히 아시아계의) 역차별을 낳고 있다. 신입생 선발에서 하버드를 위시한 일류 대학들이 흑인-히스패닉 지원자를 우대하고 아시아계를 차별하고 있다. 예컨대 2009년 프린스턴 대학은 입학사정에서 수능점수(SAT 2천400점 만점)를 아시아계는 백인보다 140점, 히스패닉보다 270점, 흑인보다 450점을 더 받아야 동등한 취급을 받았다.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과 같은 흑인에 대한 경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을 없애고 복지사(social worker)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범지대에서 경찰이 없어지면 범죄 증가로 흑인 주민이 더 큰 피해를 본다.공무 중 민간인을 사살한 미국 경찰의 비율은 669명 중 1명(2015년)으로 크지 않다. 다만 민간인 사살로 경찰관이 유죄 처벌을 받는 비율은 1천분의 1로 극히 낮다. 경찰노조의 보호막 때문이라는데 이를 개선하면 경찰의 과잉 폭력을 줄일 수 있다.2018년 미국 인구의 13.2%가 흑인이지만 경찰에 사살당하는 비율은 26.2%로 평균보다 2배 더 높다.(그들의 95%가 남성) 그러나 살인자의 39%가 흑인임을 감안하면 경찰이 유독 흑인에 대한 검문, 수색을 심하게 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흑인의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결손가정에 있다. 흑인 아동의 미혼모 가구 비율은 2018년 65%로 전체의 35%보다 월등히 높다. 아버지의 훈육 없이 자라다 보니 문제아가 많아진다. 교원노조가 장악한 학교는 아동교육보다 교사들의 철밥통 보호가 우선이다.흑인 가정이 파괴된 원인은 흑인 빈곤을 묻지마식 복지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없어도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 미혼모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는 흑인 차별을 정치 선동화하고 복지지출 확대 경쟁에 나섰던 정치인, 특히 흑인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차별금지법과 복지 프로그램으로 미국 흑인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왔다. 근본적인 해결은 흑인 아동이 충실한 교육을 받고 건전한 성인이 되어 취업하고 온전한 가정을 이루는 것, 즉 흑인 문화의 개선이다. 흑인 지도자들의 역할은 흑인 가정의 보호와 자조 운동에 있다고 생각된다.한국은 다행히 국내의 인종 갈등은 없다. 대신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이 있다. 정치적 위기를 때우려고 죽창가, 토착 왜구 등 인종주의적 발언으로 국민을 선동한다. 그것이 초래하는 안보 위협과 국익 훼손을 숙지하고 대일 선린외교의 큰 정치에 나섰으면 한다.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2020-06-15 15:19:24

[세계의 창] 아베의 역설

[세계의 창] 아베의 역설

아베 정권의 슬로건은 '아름답고 강한 일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 제국'을 지향하고 있는 '일본회의'라는 보수 세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들에게 파렴치한 전쟁범죄로 남아 있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삭제 대상이며, 제국의 기반이었던 한국의 실존은 무시되어야 한다.2014년 아베 내각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가 발표된 경위를 검증하고, 담화를 사실상 사문화했다. 동시에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증폭시킨 주범으로 아사히신문을 지목했다. 아사히신문은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제3자위원회를 통해 과거 20년 이상의 위안부 관련 기사를 검증받았다. 제3자위원회 보고서는 "일본이 미국에서 홍보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위안부 문제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일본군이 집단적으로 많은 (한국) 여성을 납치하여 위안부로 삼았다는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고 평가했다.또 보고서는 과거 20년간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 신문에 보도된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기사가 국제적으로 미친 영향은 한정적이며, 오히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외국 언론의 보도에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행동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언행이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는 역설적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및 유럽에서의 위안부 관련 보도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담론으로 취급되고 있고, 위안부(comfort women)를 성노예(sex slave)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시도는 불에 기름을 끼얹을 뿐 효과적이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노 담화와 아사히신문 검증의 연장선에서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베가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不可逆)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이 '합의'는 국내외의 비난과 함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아베의 역설은 또 있다. 아베는 작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해 반도체의 핵심 소재 공급을 금지(규제)했다. 거기에는 경제적 타격을 가해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외려 한국 기업은 국산화 등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추었고, 일본 기업이 더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치 않게 아베가 한국을 도운 꼴이다.아베의 진짜 역설은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9월에 개최 예정인 G7정상회의에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를 초청한다고 밝혔다. G7이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 정세 운운하면서 그 주역격인 중국을 제외하고 러시아를 포함시킴으로써 트럼트는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냈다. 그의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재선을 앞둔 선거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G7에서 쫓겨난 전례가 있어 프랑스, 독일, 영국은 러시아의 G7 가입에 반대한다. 일본도 G7의 확대 개편에 반대한다. 아시아 참가국이 늘어 일본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참가가 못마땅하다는 이야기이다. 아베가 그토록 무시하고 싶은 한국과 어깨를 견줘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아베가 추구하는 '일본 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중국의 부상으로 일본이 아시아 패권국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베는 과거의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영광'의 재현이라는 환상을 좇는 것이 국내 보수 세력들의 카타르시스 해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특히 한·일 관계에서는 역설적 효과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설은 대상성을 상실한 자기 절대화에 빠질 때 발생한다. 논리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한다. 아베가 지향하는 아름다고 강한 일본은 국내 정치용 수사였으며, 수명도 다한 것 같다. 한·일 관계에 대해 존재론적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이성환(계명대교 교수 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2020-06-08 16:05:57

[세계의 창] 지역의 인구감소, 면·군단위 명문고 육성으로 막아보자

[세계의 창] 지역의 인구감소, 면·군단위 명문고 육성으로 막아보자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은 인구 감소로 인한 면군 단위 소멸 위기이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출향인들은 고향의 모교가 폐교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게 된다. 필자의 모교인 영해고의 경우 1970년대에는 영해여상과 영해고를 합쳐서 모두 5반 300명의 학생들이 다녔다. 지금은 양 학교가 통합되었고 입학생은 60명이다. 5분의 1 규모로 줄었다. 초등학교는 폐교가 된 곳도 많다.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행정단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지역민들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왔고 생활권의 기초단위로서 기능해 왔다. 면·군 등과 같은 지역 기초 행정단위가 없어지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조선시대 부사(府使)가 있었던 영해 지역은 1914년 면 단위로 전락하였다. 주민들은 지금도 이를 아쉽게 생각한다.지역 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전출 억제 등 인구 감소 비율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이 고향을 기반으로 교육 및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필자는 면·군 단위의 고등학교를 명문으로 만드는 것이 인구 감소를 막는 타개책의 하나라고 본다. 영덕군의 인구가 1970년대 8만 명에서 현재 4만 명으로 줄었다면 고등학생의 수도 2분의 1로 줄었어야 한다. 그런데 5분의 1로 줄었다. 이는 저출산의 영향에 자녀들을 외지에서 교육시키는 경향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각 면·군 단위에 있는 고등학교가 명문이 되어 지역민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지역의 고등학교로 학생들이 진학을 한다면, 지역 내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진학과 사회 진출에 대한 선배들의 멘토링도 요긴하다. 멘토링이란 앞서간 선배들이 재학생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제도이다. 선배들이 모교를 방문, 강연을 통하여 후배들에게 정신적인 훈시를 주거나 일대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멘토링이 진행된다. 면 단위로 갈수록 학생들의 진학을 위한 멘토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사회 진출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렇지만, 사회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도나 군에서 그러한 롤 모델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서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종합 관리, 이들을 각 학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로 활용하고, 면·군 단위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널리 인식시키는 홍보 작업도 병행하여야 한다.최근 비대면 방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줌(Zoom) 등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하여 선배들은 지역 후배들에게 공간적인 격차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점도 충분히 활용하자.명문 고등학교의 지표는 대학 진학률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으로 나가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경북 지역 고등학교도 시야를 넓혀서 국내 대학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해외 대학 진학도 목표로 삼고 시도해 보자.경북 지역의 고등학교 동창회 연합과 같은 조직도 결성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인근 지역에 속하는 포항, 영덕, 울진, 영양, 청송의 고등학교는 연합동창회를 개최하면서 힘을 합쳐가는 것이다. 동창회의 체육대회, 송년회를 연합 개최하여 인근 동문들이 힘을 합치고 이것이 재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울진의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A대학 탐방 시 그 대학에 울진 출신 교수가 없을 때에는 인근 영덕 출신의 교수가 그 학생들의 방문 절차 등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지역의 고등학교는 명문이 되어가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선호, 여기로 진학하면서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인구의 증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씩 모이면 결국 경북 지방은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고 이를 넘어 발전하게 될 것이다.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2020-06-01 16:14:22

[세계의 창] 미중의 대립과 한국의 슬기로운 선택

[세계의 창] 미중의 대립과 한국의 슬기로운 선택

중국은 1978년에 경제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후, 일본과 한국 등이 앞서 겪은 고도성장을 경험하면서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확대, 인권의 신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태도는 국제적으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소련의 붕괴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를 완성한 미국은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달성된다고 믿어왔고, 그 믿음은 경제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 타이완 등에서 확인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환영하고, 경제성장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자신들이 믿었고, 확인된 사실 즉 시장이 경제성장을, 경제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확대로 이어지는 필연성이 중국에서는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를 갖기 시작하였다. 이 같은 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MIT의 오터 교수가 중심이 된 연구팀이 발견한 미국 제조업 종사자 수 감소의 4분의 1이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설명된다는 사실도 있지만, 인공지능, 5G, SNS, 로봇, 자동운전, 사물인터넷(IoT) 등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혁명에서 미국과 유일하게 경쟁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사실 1978년 이후의 중국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공업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체제의 일부로 편입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국가 간의 경제적 관계가 더 긴밀해져서, 각 나라가 자신의 비교우위를 살려 생산공정을 특화하고, 생산물을 중간재로 수출입을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형성, 심화되어 갔다.대표적인 예로 애플사의 iPhone을 들 수 있다. 애플사는 생산공장을 직접 가지지 않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과 판매 전략만을 담당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부품을 조달, 중국에서 조립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해 생성된 부가가치는 참여국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가치사슬의 상류에 있는 미국이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고, 한국과 일본이 그다음을, 중국에 주어지는 부가가치는 아주 적다. 핸드폰뿐만 아니라 옷, 신발, 가방 등도 선진국 기업들이 이처럼 생산공정을 여러 나라로 나누고 가치사슬을 연결하여 생산 판매를 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낮은 하류의 생산공정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규모의 경제 이익을 취하고, 해외직접투자 유치와 기술이전을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위를 확립,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전체 수입의 40% 정도를 기계와 수송설비가, 10% 정도를 화학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을 위해 필요한 생산설비와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덕분에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바뀌었고, 한국의 제조업은 크게 성장했으며, 2011년에 무역규모는 1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다.그러나, 중국이 공업화를 추진할 때 나라를 개방해서 자유무역 체제의 일원으로 참가한 반면에, 디지털 혁명에 관해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 폐쇄적인 노선을 견지하여 인공지능, 5G, SNS, 전기 자동차, 자동운전 등에서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규격으로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지식재산권과 기술 유출 방지를 강화하면서 패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압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2002년에 발생한 사스 때와는 달리 팬데믹이 되면서, 미국은 중국 힘의 원천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 속담처럼 우리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에 경도되지 않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시장으로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쪽을 선택하는 슬기로움이 있기를 바란다.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0-05-25 15:30:00

[세계의 창] 사회주의의 부활

[세계의 창] 사회주의의 부활

코로나19에 대처한다면서 묻지마식 보조금 지급 등 사회주의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시장경제 체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새삼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환기시키고 싶다.인류의 생활이 최저생존 차원에 맴도는 '맬서스 사슬'(Malthusian Chain)을 벗어난 것은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 증대 때문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로 가능해졌다. 자본주의는 국가의 탈취로부터 해방되는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뜻한다. 사람(개인)과 국가의 투쟁에서 사람이 승리하여 개인의 자유가 확립된 결과가 자본주의이다.국가권력을 늘리는 것이 사회주의라면 사람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세계의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를 택한 나라는 인센티브를 갖는 개인의 근면, 저축, 창의성 발휘로 번영하였고 사회주의 국가는 쇠퇴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이르러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자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인류는 이제 국가체제 진화의 최종 단계에 도달하였는바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며 이를 대체할 더 나은 체제는 없다고 결론지었다.구소련 붕괴 후 30년이 지난 지금 역설적으로 서구 문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인기를 되찾고 있다. 후쿠야마의 결론이 성급했던가? 최근 여론조사(Hill-HarrisX Poll, 2019)에 따르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균등한 소득을 지급받는 보편적 기본소득 (Universal Basic Income)에 미국 유권자의 49%가 찬성하며 특히 18~35세의 청년층은 찬성률이 72%라고 한다.보편적 기본소득은 미국 정부가 1968~1980년 6개 주에서 4차례에 걸쳐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로 시험해 본 바 있다. 소득이 기본 수준 이하이면 미달액을 정부가 보조해 주었는데 그 결과는 현저한 노동 의욕 상실이었다. 노동시간 감퇴 효과가 기혼자의 경우 남편은 9%, 부인은 20%, 독신 여성은 25%, 독신 남성은 43%에 달했다. 그 결과 국가보조금이 감당할 수 없게 늘어서 마이너스 소득세를 폐기했던 것인데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한국에서도 보수 야당의 총선 괴멸에서 보듯이 시장경제는 인기가 없다. 야당의 전략적 실수가 있었지만 국민 정서가 사회주의로 기울어진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치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31%, 보수는 21%이다. 한국의 진보를 (사회민주주의를 포함한) 사회주의라고 볼 때 이념 전쟁에서 이미 사회주의가 이긴 것인가?왜 자본주의는 우수성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탄받고, 사회주의의 인기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그 이유의 하나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부자에 대한 시기심이 아닌가 한다. 찰스 디킨스의 명작 크리스마스캐럴은 자본가 에비니저 스크루지를 비정한 구두쇠로 묘사하고 있다. 구두쇠는 죄인이 아니다. 나름 절약하고 저축하였지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다.영미에서 스크루지가 지탄받듯이 한국에는 재벌에 대한 반감 정서가 있다. 재벌의 상속세 탈루를 비판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합리한 상속세제가 있다. 생전 고인이 세금을 납부하고 모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로 다시 징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로서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삼성이 자녀 승계 포기를 발표하였지만 재벌의 가족 경영도 장점이 있다. 전문경영자가 기술적으로는 우월하겠지만 경영자(manager)와 기업가(entrepreneur)는 다르다. 성공적 기업 운영은 기업가 정신 즉 모험심, 창의성을 요구한다. 경영 기술은 미숙하지만, 세대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와 주인 의식으로 무장된 기업가가 가족 경영에서 많이 발견된다.사회주의가 아닌 시장경제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나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 아닌가?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을 불식하고 자본주의의 장점을 재확인하였으면 한다.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 개입을 줄여간다면 경제 번영은 따라오기 마련이다.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2020-05-18 14: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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