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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작아지는 일본

[세계의 창] 작아지는 일본

1868년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근대 아시아에서 획기적 사건이다. 그 후 일본은 중국을 대신해 아시아의 맹주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일본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1980년대에 일본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세계 최고의 일본(Japan as No.1)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기관차론(Japanese locomotive theory)이 등장한다. 한때 ODA(공적개발원조)가 미국을 능가했고, 일본의 세기(Pax-Nipponica)를 예측하는 호사가들의 시나리오도 회자되었다. 한일 관계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여기까지였다. 1990년대에 들어 일본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지고, 정치도 혼란을 거듭했다. 잃어버린 20, 30년의 시작이다.2010년은 일본에게는 위기와 굴욕의 순간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 이를 상징하듯, 같은 해 9월 조어도(센카쿠) 부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 선장을 구금하자 중국은 전자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중국 선장을 석방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G2 반열에 오른 중국에 일본이 속절없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고 전세기로 선장을 데려왔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일본은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ODA를 비롯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은 급성장했고, 일본에 부메랑이 되었다. 충격이었다.10년의 시차를 두고 꼭 같은 일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작년 말 일본에서 '이제 일본은 후진국'이라는 책이 화제를 불렀다. '일본은 가까운 장래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다'는 경고였다. 몇 년 전부터 IMF와 세계은행 등도 머지않아 한일 관계가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2018년 일본 관련 주식을 전부 팔았다. 2019년에 펴낸 일련의 저서에서는 '망하는 일본 흥하는 한국'을 설파했다.지난 1일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한 지 꼭 1년이다. 강제 동원 문제가 원인이었으나 풀릴 기미가 없다.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다는 예상은 빗나가, 외려 일본이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다. 한일 관계 악화로 양국이 입은 피해는 강제 동원에 대한 배상액보다 훨씬 크다. 1차 공격의 패배를 만회하려는 듯, 일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국의 G7 참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 등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한국을 옥죄려 한다. 2차 보복 조치도 예고하고 있다. 수출규제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추가 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일본의 한국 정책이 경제적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강제 동원 문제가 해결되어도, 아베 정권이 바뀌어도, 관계 호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예견한다(다소 변화는 있겠지만).일본은 왜 이토록 한국에 대해 안달일까? 최근의 한일 관계는 미중 관계와 무척 닮았다. 남중국해 문제, 무역, 과학기술, 코로나 문제 등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공격한다. 왜일까. 패권 불안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이 더 크기 전에, 성장을 늦추거나 저지하려 한다. 중국이 타고 오르는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것이다. 일본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지금 아시아에는 근대 이후 일본 중심으로 형성된 역학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 약 200년 만의 질서 재편이다. 일본은 아시아 패권국의 지위 상실을 용인하지 못한다. 마지막 자존심일까. 한국에 대한 옹졸한 대응은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초조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그럴수록 일본은 작아진다(아베 총리의 코로나 마스크처럼). 오히려 한국이 여유가 있다.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관용을 낳는 걸까. 반일 구호보다 소리 없는 불매운동이 그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이제 한일 관계는 자기 주장에 자존심을 걸고 논의할 단계는 지났다. 어떠한 틀(framework)에서 문제를 해결할지, 관계 악화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인식 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2020-07-06 16:30:20

[세계의 창]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자

[세계의 창]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자

이제 드디어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2020년 1학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학생들과의 수업이나 학술 활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학생들과의 수업은 동영상 강의로 진행되고, 학술 세미나는 웨비나(webinar) 방식으로 개최됐다. 특히 웨비나의 대중화는 깊은 인상을 나에게 남겨주었다. 웨비나는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인데, 사람들이 현장에 모이지 않고 줌(zoom)과 같은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는 방식이다. 최근 4차례 웨비나에 참석하였다. 웨비나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첫 번째, 지리적인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세미나를 위해서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어떤 장소에 모여야 한다. 그렇지만 웨비나에서는 가상의 망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반드시 특정한 장소에 모일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행사임에도 부산, 대구에서는 물론이고 도쿄, 싱가포르, 홍콩에서도 참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불가했던 것이다.두 번째, 참여자들에게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홍콩에서 서울로 사람들이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사무실이나 집에서 가상의 망을 통하여 만남을 가지기 때문에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사람들은 더 많이 모임에 쉽게 참석할 수 있게 된다.세 번째, 발표자가 발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청중에게 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동 녹화 기능이 있어서 이를 유튜브에 올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된다.네 번째, 새로운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기존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하여 인터넷망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이와 같이 많은 장점을 지닌 웨비나 소통 방식을 대구경북 지역의 행사모임에 적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경영덕군향우회 등 군 단위, 도 단위 향우회가 서울에 있다. 향우들이 목표로 하는 고향의 발전에는 고향 주민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5시간씩 차를 타고 고향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행사는 항상 서울 사는 사람들만의 것으로 제한되고 만다. 재경향우회 회원과 고향 주민들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웨비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개회식을 하면서 군수가 현지에서 웹에 연결하여 축사를 할 수 있다. 향우회 주최 세미나에 군의 공무원이나 주민들이 웹상에 접속하여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역으로 군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도 서울 향우들이 영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이제는 군민들을 위해 대학이나 문화원이 개설하는 인문학 강좌도 서울 혹은 군 소재지에서 개최가 가능하게 된다. 40명의 신청자를 서울과 군민들로부터 받아 10회의 강좌를 개설한다. 서울에서 2회, 군 소재지에서 2회 그리고 웹상에서 6회로 강좌를 기획하면 된다. 과거에 불가하게 여겨졌던 서울과 군민 간의 인문학 강좌가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강사도 가상망을 통해 지방에서 열리는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주최자 입장에서는 강사 섭외가 수월해질 것이다.군 단위 고등학교의 후배들을 지도하기 위한 멘토링 제도의 운영이 쉽지 않다. 이것은 선배들이 고향의 모교에 직접 내려가서 후배들을 만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선배 1명이 후배 5명을 담당하여 수시로 고향의 후배 학생들과 웹상으로 연결, 조언을 해 줄 수 있게 된다.지역 관광 홍보에 줌을 충분히 사용하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역의 관광지에 관심 있는 예비 관광객들을 망에 들어오도록 한 다음, 관광해설자가 그 관광지를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맛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더 쉽게 그 관광지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하게 되면 외국인들도 유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소통 방식의 변화는 우리 대구경북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소통 방식을 잘 활용하자.

2020-06-29 16:45:43

[세계의 창]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세계의 창]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20세기 전 기간에는 천재들보다 보통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적자본의 상승이 국부의 더 중요한 원천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사실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전기산업과 자동차산업은 에디슨과 포드 같은 한 명의 천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천지 500대 기업 리스트에 아직도 포함되는 GE와 포드 자동차는 이들 천재들의 위대함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3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로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면서, 삼성전자의 급여 체계를 일본 기업과 비슷한 연공임금제에서, 실적이 있는 우수한 인재에 더 많은 보상을 하는 성과급 제도로 전환시켰다. 이처럼 기존의 우수한 사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새로운 우수한 인재들을 모여들게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건희 회장이 예상한 대로 다시 천재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래리 페이지가 만든 검색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구글, 저커버그가 만든 알고리즘에 기초해 성립된 페이스북, 제프 베조스의 비전과 추진력이 일구어낸 아마존, 일론 머스크의 상상력으로 확장되고 있는 테슬라 등이 좋은 예이다. 짧은 시간 안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페이스북은 6천400억달러, 테슬라는 1천5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훨씬 역사가 길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천800억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위의 기업들이 이루어 낸 단기간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이들 천재들이 만든 기업들로 인해서 국가 간의 소득격차가 국가 내의 소득격차보다 더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더 높은 임금을 주고,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제공해서 세계 곳곳의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체 노동자 중에서 외국 출신이 15% 정도인데, 엔지니어로 한정하면 외국 출신이 30% 이상이고, 박사 학위 보유자는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학력 노동자 중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유입되는 능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을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적극 활용해서 기존의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을 매수하는 형태로 더 큰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으로 진입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구글 이외에도 이세돌 기사와 바둑으로 대결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웨이모, 사물인터넷을 주로 연구하는 네스트,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유튜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페이스북도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와츠앱을 매수해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로 성장했다. 능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의 유입은 기존 기업만을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의 생태계를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이민자가 미국 출신자보다 창업할 확률이 30% 더 높고, 1990년대 이후에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기업 중에서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25%가 이민자에 의해 창업된 기업이라고 한다.천재들에게 그들의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준 미국은 기업의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이루어지고, 창업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서, 고용을 증가시키고, 소득이 증가하는 소위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하이테크 분야와 같은 시스템으로 성공한 예가 바로 K-POP이다. 우수한 인재들에게 실적에 맞는 보상이 이루어지자 더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이게 되고,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가 이루어져 더 많은 인기를 얻고, 다시 천재들을 끌어모아, 더 다양하고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세계를 향해 셀 수 없이 탄생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유학 중인 인재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한국의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면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요원하게 된다. 한국의 뛰어난 인재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가 되려면 실적에 맞는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렵다. K-POP처럼 K-Firm의 시대가 와서 세계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20-06-22 14:43:18

[세계의 창] 미국 흑백 갈등과 정치

[세계의 창] 미국 흑백 갈등과 정치

코로나바이러스와 이에 따른 경제난 와중에 미니애폴리스의 백인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사시킨 데 대한 공분으로 연일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고 여러 도시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다. 'Black Lives Matter' 운동가들과 정치인들은 차별 금지를 해법으로 내세우지만 흑백 갈등은 흑인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흑인종 차별은 오랜 역사가 있다. 셰익스피어가 1603년에 쓴 '베니스의 흑인 오셀로의 비극'에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비밀 결혼을 검고 늙은 숫양과 흰 암양의 성적 관계로 흑인을 비하하는 악인 이아고의 대화가 나온다.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55세 이상 인구에서 흑인의 고혈압 비율이 백인의 2배에 달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스트레스도 하나라고 한다.미국은 이민자의 국가다. 원주민 인디언은 수적으로 미미하다. 영국인(WASP·백인 앵글로 색슨 퓨리턴)에 이어 유럽 각지에서 종교적 박해, 사회 혼란, 경제난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 뒤에 온 독일인, 아일랜드인, 남유럽인, 동유럽인, 유태인은 선착순으로 차별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결국 그들은 모두 백인 그룹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흑인은 남북전쟁 종식으로 노예에서 해방되지만 차별이 계속되다가 1964년 민권법안 통과로 법적 동등권을 부여받게 되었다. 민권법 6조에 의하면 "미국인은 연방 지원을 받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의 참여나 혜택에서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로 인하여 제외되지 않는다"고 한다.그러나 제도와 법으로 개인의 편견이나 취향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 또 인종쿼터제에 의한 흑인우대정책은 (특히 아시아계의) 역차별을 낳고 있다. 신입생 선발에서 하버드를 위시한 일류 대학들이 흑인-히스패닉 지원자를 우대하고 아시아계를 차별하고 있다. 예컨대 2009년 프린스턴 대학은 입학사정에서 수능점수(SAT 2천400점 만점)를 아시아계는 백인보다 140점, 히스패닉보다 270점, 흑인보다 450점을 더 받아야 동등한 취급을 받았다.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과 같은 흑인에 대한 경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을 없애고 복지사(social worker)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범지대에서 경찰이 없어지면 범죄 증가로 흑인 주민이 더 큰 피해를 본다.공무 중 민간인을 사살한 미국 경찰의 비율은 669명 중 1명(2015년)으로 크지 않다. 다만 민간인 사살로 경찰관이 유죄 처벌을 받는 비율은 1천분의 1로 극히 낮다. 경찰노조의 보호막 때문이라는데 이를 개선하면 경찰의 과잉 폭력을 줄일 수 있다.2018년 미국 인구의 13.2%가 흑인이지만 경찰에 사살당하는 비율은 26.2%로 평균보다 2배 더 높다.(그들의 95%가 남성) 그러나 살인자의 39%가 흑인임을 감안하면 경찰이 유독 흑인에 대한 검문, 수색을 심하게 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흑인의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결손가정에 있다. 흑인 아동의 미혼모 가구 비율은 2018년 65%로 전체의 35%보다 월등히 높다. 아버지의 훈육 없이 자라다 보니 문제아가 많아진다. 교원노조가 장악한 학교는 아동교육보다 교사들의 철밥통 보호가 우선이다.흑인 가정이 파괴된 원인은 흑인 빈곤을 묻지마식 복지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없어도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 미혼모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는 흑인 차별을 정치 선동화하고 복지지출 확대 경쟁에 나섰던 정치인, 특히 흑인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차별금지법과 복지 프로그램으로 미국 흑인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왔다. 근본적인 해결은 흑인 아동이 충실한 교육을 받고 건전한 성인이 되어 취업하고 온전한 가정을 이루는 것, 즉 흑인 문화의 개선이다. 흑인 지도자들의 역할은 흑인 가정의 보호와 자조 운동에 있다고 생각된다.한국은 다행히 국내의 인종 갈등은 없다. 대신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이 있다. 정치적 위기를 때우려고 죽창가, 토착 왜구 등 인종주의적 발언으로 국민을 선동한다. 그것이 초래하는 안보 위협과 국익 훼손을 숙지하고 대일 선린외교의 큰 정치에 나섰으면 한다.

2020-06-15 15:19:24

[세계의 창] 아베의 역설

[세계의 창] 아베의 역설

아베 정권의 슬로건은 '아름답고 강한 일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 제국'을 지향하고 있는 '일본회의'라는 보수 세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들에게 파렴치한 전쟁범죄로 남아 있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삭제 대상이며, 제국의 기반이었던 한국의 실존은 무시되어야 한다.2014년 아베 내각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가 발표된 경위를 검증하고, 담화를 사실상 사문화했다. 동시에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증폭시킨 주범으로 아사히신문을 지목했다. 아사히신문은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제3자위원회를 통해 과거 20년 이상의 위안부 관련 기사를 검증받았다. 제3자위원회 보고서는 "일본이 미국에서 홍보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위안부 문제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일본군이 집단적으로 많은 (한국) 여성을 납치하여 위안부로 삼았다는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다"고 평가했다.또 보고서는 과거 20년간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 신문에 보도된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기사가 국제적으로 미친 영향은 한정적이며, 오히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외국 언론의 보도에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행동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언행이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는 역설적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및 유럽에서의 위안부 관련 보도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담론으로 취급되고 있고, 위안부(comfort women)를 성노예(sex slave)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시도는 불에 기름을 끼얹을 뿐 효과적이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노 담화와 아사히신문 검증의 연장선에서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베가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不可逆)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이 '합의'는 국내외의 비난과 함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아베의 역설은 또 있다. 아베는 작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해 반도체의 핵심 소재 공급을 금지(규제)했다. 거기에는 경제적 타격을 가해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외려 한국 기업은 국산화 등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추었고, 일본 기업이 더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치 않게 아베가 한국을 도운 꼴이다.아베의 진짜 역설은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9월에 개최 예정인 G7정상회의에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를 초청한다고 밝혔다. G7이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 정세 운운하면서 그 주역격인 중국을 제외하고 러시아를 포함시킴으로써 트럼트는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냈다. 그의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재선을 앞둔 선거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G7에서 쫓겨난 전례가 있어 프랑스, 독일, 영국은 러시아의 G7 가입에 반대한다. 일본도 G7의 확대 개편에 반대한다. 아시아 참가국이 늘어 일본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참가가 못마땅하다는 이야기이다. 아베가 그토록 무시하고 싶은 한국과 어깨를 견줘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아베가 추구하는 '일본 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중국의 부상으로 일본이 아시아 패권국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베는 과거의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영광'의 재현이라는 환상을 좇는 것이 국내 보수 세력들의 카타르시스 해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특히 한·일 관계에서는 역설적 효과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설은 대상성을 상실한 자기 절대화에 빠질 때 발생한다. 논리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한다. 아베가 지향하는 아름다고 강한 일본은 국내 정치용 수사였으며, 수명도 다한 것 같다. 한·일 관계에 대해 존재론적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2020-06-08 16:05:57

[세계의 창] 지역의 인구감소, 면·군단위 명문고 육성으로 막아보자

[세계의 창] 지역의 인구감소, 면·군단위 명문고 육성으로 막아보자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은 인구 감소로 인한 면군 단위 소멸 위기이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출향인들은 고향의 모교가 폐교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게 된다. 필자의 모교인 영해고의 경우 1970년대에는 영해여상과 영해고를 합쳐서 모두 5반 300명의 학생들이 다녔다. 지금은 양 학교가 통합되었고 입학생은 60명이다. 5분의 1 규모로 줄었다. 초등학교는 폐교가 된 곳도 많다.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행정단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지역민들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왔고 생활권의 기초단위로서 기능해 왔다. 면·군 등과 같은 지역 기초 행정단위가 없어지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조선시대 부사(府使)가 있었던 영해 지역은 1914년 면 단위로 전락하였다. 주민들은 지금도 이를 아쉽게 생각한다.지역 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전출 억제 등 인구 감소 비율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이 고향을 기반으로 교육 및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필자는 면·군 단위의 고등학교를 명문으로 만드는 것이 인구 감소를 막는 타개책의 하나라고 본다. 영덕군의 인구가 1970년대 8만 명에서 현재 4만 명으로 줄었다면 고등학생의 수도 2분의 1로 줄었어야 한다. 그런데 5분의 1로 줄었다. 이는 저출산의 영향에 자녀들을 외지에서 교육시키는 경향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각 면·군 단위에 있는 고등학교가 명문이 되어 지역민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지역의 고등학교로 학생들이 진학을 한다면, 지역 내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진학과 사회 진출에 대한 선배들의 멘토링도 요긴하다. 멘토링이란 앞서간 선배들이 재학생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제도이다. 선배들이 모교를 방문, 강연을 통하여 후배들에게 정신적인 훈시를 주거나 일대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멘토링이 진행된다. 면 단위로 갈수록 학생들의 진학을 위한 멘토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사회 진출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렇지만, 사회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도나 군에서 그러한 롤 모델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서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종합 관리, 이들을 각 학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로 활용하고, 면·군 단위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널리 인식시키는 홍보 작업도 병행하여야 한다.최근 비대면 방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줌(Zoom) 등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하여 선배들은 지역 후배들에게 공간적인 격차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점도 충분히 활용하자.명문 고등학교의 지표는 대학 진학률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으로 나가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경북 지역 고등학교도 시야를 넓혀서 국내 대학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해외 대학 진학도 목표로 삼고 시도해 보자.경북 지역의 고등학교 동창회 연합과 같은 조직도 결성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인근 지역에 속하는 포항, 영덕, 울진, 영양, 청송의 고등학교는 연합동창회를 개최하면서 힘을 합쳐가는 것이다. 동창회의 체육대회, 송년회를 연합 개최하여 인근 동문들이 힘을 합치고 이것이 재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울진의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A대학 탐방 시 그 대학에 울진 출신 교수가 없을 때에는 인근 영덕 출신의 교수가 그 학생들의 방문 절차 등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지역의 고등학교는 명문이 되어가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선호, 여기로 진학하면서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인구의 증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씩 모이면 결국 경북 지방은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고 이를 넘어 발전하게 될 것이다.

2020-06-01 16:14:22

[세계의 창] 미중의 대립과 한국의 슬기로운 선택

[세계의 창] 미중의 대립과 한국의 슬기로운 선택

중국은 1978년에 경제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후, 일본과 한국 등이 앞서 겪은 고도성장을 경험하면서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확대, 인권의 신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태도는 국제적으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련의 붕괴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를 완성한 미국은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달성된다고 믿어왔고, 그 믿음은 경제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 타이완 등에서 확인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환영하고, 경제성장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자신들이 믿었고, 확인된 사실 즉 시장이 경제성장을, 경제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확대로 이어지는 필연성이 중국에서는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를 갖기 시작하였다. 이 같은 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MIT의 오터 교수가 중심이 된 연구팀이 발견한 미국 제조업 종사자 수 감소의 4분의 1이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설명된다는 사실도 있지만, 인공지능, 5G, SNS, 로봇, 자동운전, 사물인터넷(IoT) 등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혁명에서 미국과 유일하게 경쟁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사실 1978년 이후의 중국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공업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체제의 일부로 편입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국가 간의 경제적 관계가 더 긴밀해져서, 각 나라가 자신의 비교우위를 살려 생산공정을 특화하고, 생산물을 중간재로 수출입을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형성, 심화되어 갔다.대표적인 예로 애플사의 iPhone을 들 수 있다. 애플사는 생산공장을 직접 가지지 않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과 판매 전략만을 담당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부품을 조달, 중국에서 조립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해 생성된 부가가치는 참여국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가치사슬의 상류에 있는 미국이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고, 한국과 일본이 그다음을, 중국에 주어지는 부가가치는 아주 적다. 핸드폰뿐만 아니라 옷, 신발, 가방 등도 선진국 기업들이 이처럼 생산공정을 여러 나라로 나누고 가치사슬을 연결하여 생산 판매를 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낮은 하류의 생산공정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규모의 경제 이익을 취하고, 해외직접투자 유치와 기술이전을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위를 확립,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전체 수입의 40% 정도를 기계와 수송설비가, 10% 정도를 화학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을 위해 필요한 생산설비와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덕분에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바뀌었고, 한국의 제조업은 크게 성장했으며, 2011년에 무역규모는 1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다.그러나, 중국이 공업화를 추진할 때 나라를 개방해서 자유무역 체제의 일원으로 참가한 반면에, 디지털 혁명에 관해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 폐쇄적인 노선을 견지하여 인공지능, 5G, SNS, 전기 자동차, 자동운전 등에서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규격으로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지식재산권과 기술 유출 방지를 강화하면서 패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압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2002년에 발생한 사스 때와는 달리 팬데믹이 되면서, 미국은 중국 힘의 원천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 속담처럼 우리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에 경도되지 않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시장으로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쪽을 선택하는 슬기로움이 있기를 바란다.

2020-05-25 15:30:00

[세계의 창] 사회주의의 부활

[세계의 창] 사회주의의 부활

코로나19에 대처한다면서 묻지마식 보조금 지급 등 사회주의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시장경제 체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새삼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환기시키고 싶다.인류의 생활이 최저생존 차원에 맴도는 '맬서스 사슬'(Malthusian Chain)을 벗어난 것은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 증대 때문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로 가능해졌다. 자본주의는 국가의 탈취로부터 해방되는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뜻한다. 사람(개인)과 국가의 투쟁에서 사람이 승리하여 개인의 자유가 확립된 결과가 자본주의이다.국가권력을 늘리는 것이 사회주의라면 사람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세계의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를 택한 나라는 인센티브를 갖는 개인의 근면, 저축, 창의성 발휘로 번영하였고 사회주의 국가는 쇠퇴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이르러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자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인류는 이제 국가체제 진화의 최종 단계에 도달하였는바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며 이를 대체할 더 나은 체제는 없다고 결론지었다.구소련 붕괴 후 30년이 지난 지금 역설적으로 서구 문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인기를 되찾고 있다. 후쿠야마의 결론이 성급했던가? 최근 여론조사(Hill-HarrisX Poll, 2019)에 따르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균등한 소득을 지급받는 보편적 기본소득 (Universal Basic Income)에 미국 유권자의 49%가 찬성하며 특히 18~35세의 청년층은 찬성률이 72%라고 한다.보편적 기본소득은 미국 정부가 1968~1980년 6개 주에서 4차례에 걸쳐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로 시험해 본 바 있다. 소득이 기본 수준 이하이면 미달액을 정부가 보조해 주었는데 그 결과는 현저한 노동 의욕 상실이었다. 노동시간 감퇴 효과가 기혼자의 경우 남편은 9%, 부인은 20%, 독신 여성은 25%, 독신 남성은 43%에 달했다. 그 결과 국가보조금이 감당할 수 없게 늘어서 마이너스 소득세를 폐기했던 것인데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한국에서도 보수 야당의 총선 괴멸에서 보듯이 시장경제는 인기가 없다. 야당의 전략적 실수가 있었지만 국민 정서가 사회주의로 기울어진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치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31%, 보수는 21%이다. 한국의 진보를 (사회민주주의를 포함한) 사회주의라고 볼 때 이념 전쟁에서 이미 사회주의가 이긴 것인가?왜 자본주의는 우수성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탄받고, 사회주의의 인기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그 이유의 하나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부자에 대한 시기심이 아닌가 한다. 찰스 디킨스의 명작 크리스마스캐럴은 자본가 에비니저 스크루지를 비정한 구두쇠로 묘사하고 있다. 구두쇠는 죄인이 아니다. 나름 절약하고 저축하였지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다.영미에서 스크루지가 지탄받듯이 한국에는 재벌에 대한 반감 정서가 있다. 재벌의 상속세 탈루를 비판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합리한 상속세제가 있다. 생전 고인이 세금을 납부하고 모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로 다시 징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로서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삼성이 자녀 승계 포기를 발표하였지만 재벌의 가족 경영도 장점이 있다. 전문경영자가 기술적으로는 우월하겠지만 경영자(manager)와 기업가(entrepreneur)는 다르다. 성공적 기업 운영은 기업가 정신 즉 모험심, 창의성을 요구한다. 경영 기술은 미숙하지만, 세대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와 주인 의식으로 무장된 기업가가 가족 경영에서 많이 발견된다.사회주의가 아닌 시장경제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나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 아닌가?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을 불식하고 자본주의의 장점을 재확인하였으면 한다.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 개입을 줄여간다면 경제 번영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2020-05-18 14:48:12

[세계의 창] 보수주의가 아니라 현실주의를

[세계의 창] 보수주의가 아니라 현실주의를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공천만 잘했으면 4·15 총선에서 참패하지 않았을까. 미래통합당 관계자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선거 결과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크고, 여진이 계속되는 것 같다. 대구경북은 보수의 심장인가, 지역주의의 상징인가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관건은 미래통합당의 부활 가능성이다. 김세연 국회의원의 말대로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인지도 따져볼 일이다.미래통합당의 참패와 유사한 예가 일본에도 있었다. 세계에서 집권 기간이 가장 길고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자유민주당(자민당)은 2009년 중의원 총선에서 최악의 참패를 했다. 전체 480석 가운데 119석만 얻었다. 총선 전의 300의석이 3분의 1로 준 것이다. 4·15 총선의 미래통합당보다 훨씬 심각했다. 아사히신문은 "당 재건에 대한 전망도 서지 않는다"고 평했다. 자민당의 선거 실무 책임자는 "자민당에는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국민의 심판이라고 했다. 패배 원인은 명확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민주당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면서 자민당이 계속 정권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만 했다. 관성에 안주하는 자민당에 젊은 층이 분노했다.그런데 2012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은 119석에서 294석으로 3배 가까이 의석을 늘리고 집권당이 되었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집권 민주당의 대응 실패에 대한 반사이익도 컸으나, 자민당이 변했기 때문이다. 세 가지로 요약하자. 비난에 몰두하지 않았고, 명확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젊은 층의 지지 회복에 노력했다. 양적완화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잃어 버린 20년을 탈출하겠다고 했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젊은이의 눈높이에서 소통을 강화했다. 보수의 이념을 설파하지 않고 그들의 현실 이야기를 들었다. 2009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20, 30대 젊은 층에서 민주당에 10% 이상 뒤졌으나, 2012년에는 반대로 16% 이상 앞섰다. 젊은 층이 돌아오고, 이 추세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미래통합당은 어땠는가. 반대와 비난만 무성하고 국회를 동물로 만든 것 외에는 기억에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좌파 독재, '폭망', 퍼주기라는 용어가 난무했다. 독재와 폭망(IMF와 탄핵)은 유권자들에게 통합당을 연상케 했을 것이다.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좌파가 아닌 중도우파 정도이고, 통합당은 극보수에 속할 것이다. 폭망한 경제를 어떻게 일으켜 세우겠다는 비전은 없고, 맡겨 주면 잘한다고만 했다. 노년층의 지지를 잃을까 유튜브에 매달리고, 젊은이들이 꼰대라고 해도 "나 때는 말이야"로 무시하기 일쑤였다.보수 대통합에서 통합은 무엇이고 보수는 무엇이었던가. 통합은 정치업자들의 모임이었고, 보수는 자신들도 잘 몰랐다.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라고 치장은 하지만, 내용은 없다. 지금도. 스스로 고민하고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내용과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빈번한 비대위가 왜 실패했는가를 살펴야 한다.보수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애초부터 정형화된 보수의 이념 같은 건 없는지 모른다. 영국 보수당의 아버지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노동자의 복리 증진을 보수당의 이념으로 삼았고, 부자와 빈자로 나뉜 두 국민을 한 국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자신들도 모르면서 억지로 보수라는 도그마(dogma)에 갇히지 말고 현실주의로 돌아가라. 시장을 강조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시장이 사라지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데도, 곳간이나 포퓰리즘 타령만 해야 할까. 그러니 꼰대가 되고 노년층만 바라보는 수구가 된다. 국민들이 편하게 잘사는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고, 시대를 짊어질 젊은 층의 의견을 경청하라. 노년층에 매달려서는 시대정신도 따라가지 못하고 미래도 찾지 못한다. 그래도 40%의 지지가 있다며 미련을 못 버리는데, 대통령제와 소선구제에서는 2%가 승패를 가르는 현실을 봐야 한다. 그리고 세계를 보라. 냉전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의 미래에 중대한 변수가 될 동아시아 상황도 많이 변하고 있다. 새 원내대표의 선출이 새 출발이기를 바란다.

2020-05-11 17:30:00

[세계의 창] 예측 가능성으로 충만한 사회가 되어야

[세계의 창] 예측 가능성으로 충만한 사회가 되어야

나는 선장 출신이다. 선박을 이용한 대양 항해의 발전 단계에는 수백 년 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 1492년 콜럼버스 이전에는 누구도 유럽을 벗어나서 대양 항해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중해의 끝단에 있는 스페인의 지브롤터를 벗어나면 선박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자들은 예측 불허의 바다로 나갔다. 나무로 만든 배와 돛으로 대양을 항해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바다는 위험 그 자체였다. 17세기에는 10척의 선박이 출항하면 7척만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철선이 만들어지면서 항해의 안전성이 높아졌다. 이제 사람들은 선박을 안전한 항해와 귀항이 가능한 운송수단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예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예측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역이 이루어진다. 선박을 통해 특정 상품을 상대방에게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수출자와 수입자에게 있지 않다면 국제무역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물과 공기와 같이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예측 가능성의 기능은 대단히 중요하다.선박 하나만을 두고 보더라도 인류는 선박의 안전 항해 확보라는 예측 가능성의 증대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왔음을 알 수 있다. 문명의 큰 흐름도 예측 가능성을 달성하려는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의 전공인 상법학도 예측 가능성의 달성에 그 이념을 두고 있다. 계약상 분쟁에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야 거래가 활발히 성사될 수 있다. 상법에는 표준계약서의 사용 등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많은 법제도가 마련되고 있다.그런데, 최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는 깜깜이를 지향하는 것 같아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안하다. 선거제도를 보자. 우리나라는 정당의 당원이나 국민의 투표로 그 지역 국회의원 후보를 정하는 경선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신인들은 아무래도 기존 정치인에 비하면 인지도가 열악하니 가산점도 부여한다. 그런데,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원래 예측된 제도상 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혀 모르는 인물이 후보자로 공천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제도의 실시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예측 가능성에 반한다. 지역에서 예비후보자들은 몇 년에 걸쳐 경선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전략공천으로 예상치 못한 인물이 경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다음에는 누가 경선을 준비하겠는가? 그렇다면 전략공천 지역을 적어도 6개월 전에는 공고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도 마찬가지다. 경북에는 대혼란이 왔다. 어떤 정당에서 각 선거구에 후보자를 발표한 다음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구가 획정되어 그 정당에서 이를 바꾸어 발표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예측과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다.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를 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선거운동을 해야 할 지역이 변경되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두 가지 점은 예측 가능성의 증대라는 인류가 지향하는 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불확실하거나, 예기치 못한 전략공천 상황이 또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과연 우수한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겠는가?우리나라의 각계각층은 예측 가능한 사회를 달성하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나가야 한다. 장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드는 비용은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란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경시하게 된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수습한다고 야단을 친다. 먼 미래의 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예측하고 그 준비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 번 경험한 부정적인 것들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고 확인하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서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각 분야를 예측이 가능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보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예측 가능성의 확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이념이자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5-04 17:30:00

[세계의 창] 언제 어느 정도의 재정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가?

[세계의 창] 언제 어느 정도의 재정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GDP의 하락, 소비와 수출의 감소로 기업의 업적 악화와 고용 상실과 같은 경제 문제가 현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지만, 외출 자숙과 자가 격리와 같은 행동 제한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잘 정비된 의료 시스템과 우수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았던 트레이드오프(Trade-off)로 가계와 기업이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러한 손실을 보전하고, 경제 활동을 자극하기 위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들에게 지급하려 하고 있다. 현재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지급 범위를 두고 정치권, 정책 담당자와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을 언제, 어디에 투입해야 가장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합의된 증거를 경제학계에서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위기처럼 현재진행형인 경우에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시기와 규모를 정하기가 어렵다.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GDP는 2019년 1분기에 비해서 1.3% 증가했고, 민간소비가 4.7%로 감소한 것을 빼면 투자와 수출은 오히려 증가할 정도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아직 현재화되지 않았다고 경제지표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급속히 확산된 대구 지역, 외출 자숙과 같은 이동 제한으로 인한 음식점업·여행업·항공업·호텔업·오락업 등과 같은 업종,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같은 경쟁력이 미약한 업체들, 피해 지역에 사는 주민과 피해 업종과 기업에 종사하는 고용자들,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손실은 정부와 각 업계·단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쉽게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아직 현재화되지 않은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나친 재정지출보다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업종, 계층에 한정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국가재정인 것을 감안한다면 경제위기 국면이 아닌 상황에서 국가재정의 소진은 더 큰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하버드 대학의 배로 교수를 중심으로 스페인 독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을 때의 데이터를 이용한 추정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GDP 6%, 소가비 8%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예측 결과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문제가 수습될 때까지의 경제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아주 높은 나라의 경제적 손실은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세계 무역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예상 이상의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코로나19 감염의 영향이 나타날 올 2분기부터 세계 무역이 급락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자동차 부품 등 수출이 감소한다면 바로 그때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기 국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는 신속하고 막대한 재정 투입과 감세정책으로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높이는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서 만든 귀한 자금은 국민에 대한 현금 지급을 최소로 하고, 외부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로봇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도시 내의 사회간접자본투자,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에 재정 투입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2020-04-27 15:16:13

[세계의 창] 4·15 총선 이후

[세계의 창] 4·15 총선 이후

내일은 투표일이다. 선거 결과는 유권자의 집합적 결정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를 하지 않으며, 무엇을 위해 투표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의 승리는 대중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래도 민주주의가 영원할 수 있을까? 리처드 생크먼은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라는 책에서 이러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그 이유는 유권자들이 냉철한 이성과 사실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면 대중은 무엇을 근거로 투표하는가. 생크먼은 말한다. 유권자들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누가 더 나은 인물인가, 정당인가를 따지기보다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 대중은 '지독히 무지'하고 무책임해서,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이미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유권자들의 이런 저급한 논의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교육과 신문 읽기를 통해 현명한 유권자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그러면 무지한 유권자들의 투표는 의미가 없는가. 그는 "아니다"라고 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어리석음은 많고 지성과 상식은 드물지만, 그래도 어리석음이 공화국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간다"고 했다. 어리석은 투표라도 하는 게 낫고, 사실에 입각해 이성적으로 투표하자는 일반론이지만, 그의 책이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투표에 앞서 무지한 내가 떠올리는 단상이다.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탄생했지만, 국회는 그 이전에 치러진 선거에 의한 '과거의 것'이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 다른 민의와 시대정신 위에 동거해온 것이다. 정부 공약에서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진척이 어려웠고,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여당에 대한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3년에 대한 평가이다. 코로나 정국에 묻혔다고는 하나, 문재인 정권 만 3년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 여당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다. 새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중요하다.여당이 만족할 만한 의석을 확보하면, 진보 세력의 공간은 넓어질 것이고, 박근혜 정부의 여당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보수 세력이 전멸하고 민주당의 '20년 집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는 지역주의와 남북관계에 대한 집착을 탈피하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여당이 만족할 만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추진 중인 개혁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될 것이다. 차기 주자가 분명하지 않은 야당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차기 주자에게로 권력의 추가 급히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여야 간에 뚜렷한 승패가 없을 경우에도 국회가 좀 더 활성화되는 변화는 있을 것이다. 2년 후 대선을 앞둔 여야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20대와 같이 국회를 공전시키거나 '동물화'하지는 않을 것이다.문제는 군소정당이 부활하여 현재와 같은 의석 분포가 재현될 경우이다.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는 퇴색했다. 그럼에도 거대 정당의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 '현명한 유권자'들은 연동형의 취지에 맞게 소수정당에도 표를 줄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이전의 4+1과 같은 형태의 다수파 형성을 통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사안별로 연합을 하는 형태였으나, 국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군소정당 출신을 입각시키거나 정책연합을 통해 의원내각제의 연립정권 형태를 띨 수도 있다.지금과 같은 정당제와 선거제도하에서는 국회의 단독 과반이 없는 구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국회의 연합정권적 운영을 조건으로 하여 개헌을 통해 통치구조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부조화를 해소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해온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승패보다 결과에 대한 해석이 더 중요하다.

2020-04-13 14:52:16

[세계의 창] 동해안 관광명소를 개발 국제화시키자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의 창] 동해안 관광명소를 개발 국제화시키자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지금은 꽉 막혔지만, 다시 관광 수요가 살아날 것이다. 지금은 차분하게 준비할 때이다. 관광산업도 국내 수요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경북 동해안은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다고 먹거리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역사성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지역이 여럿 있어 국제 관광벨트로 성장할 수 있다.예를 들면 영덕군 영해에 있는 관어대 주변도 국제적인 관광 후보지로 손색이 없다. 참 기이하게 생긴 산(180m)이다. 동해 바다로 향하던 산이 갑자기 가파르게 올라가서 동해 바다 앞에서 절정을 이룬 다음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관어대에 올라서면 탁 트인 동해 바다가 보인다. 왼쪽 아래로는 송천강과 넓은 영해평야가 보인다. 외가인 괴시마을에서 자라면서 관어대에 자주 올라가서 놀았다는 목은 이색 선생은 관어대소부라는 명문장을 남겼다. 고기가 유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관어(觀魚)대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목은 선생이다. 고려 말의 원천석 선생, 점필재 김종직 선생 등 조선의 많은 선비들이 관어대 관련 글을 남겼다. 관어대에서 바닷길을 따라 차로 10분 거리에 대게의 고장 축산항이 있다. 한때 섬이었던 죽도산이 동해 바다를 막아주면서 천혜의 미항이 만들어졌다. 고려 말인 1380년대 성을 쌓고 수군 만호를 두어 왜구의 침입을 막았다. 그 축산성터는 지금도 남아있다. 적의 침입을 알렸다는 봉화대도 있다.1830년대 축산항에 살던 선비가 이장우 영덕현감에게서 받은 편지글이 최근 번역되었다. 그 선비가 보낸 명란이 너무 맛있다는 내용이다. 김에 대한 기록도 나온다. 권근 선생의 양천록에 나오는 대게와 함께 축산항은 명란과 김의 고장임이 고증된다. 임진왜란 때 경주부윤으로 승전보를 올린 박의장의 종택이 있는 무안 박씨네 도곡도 축산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다. 관어대의 바로 이웃마을로서 양반가의 가옥이 즐비한 괴시마을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이렇게 괴시마을-관어대-축산항-도곡을 잇는 4군데는 자연환경, 먹거리 및 역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국가의 안녕을 위하여 바다에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명하여 만들어졌다는 신라시대 문무왕의 수중왕릉인 대왕암을 중심으로 한 경주의 감포 해안가도 좋은 후보지이다. 자신이 용이 되어 왜구를 물리치겠다고 했다니 이렇게 훌륭한 왕이 또 있을까? 신라는 선부(船府)를 둘 정도로 바다를 중요시했다. 현재 해양수산부의 전신인데, 이렇게 오래전인 7세기부터 선박과 바다를 위한 국가기관을 두었다니,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다. 얼마나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될 것인가? 이와 관련된 감은사지탑도 있다. 올해 개항 100주년을 맞는 인근 감포항의 신선한 수산물과 연결시키면 훌륭한 국제관광자원이 될 것이다.이렇게 동해안의 자연풍경, 먹거리 그리고 역사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지역을 발굴하여 국제관광지로 개발해보자. 동해안의 관광산업도 이제는 국제화되어야 한다. 관광안내표지 등이 외국인의 방문에 적합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된 표지, 안내서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KTX 노선이 포항이나 경주까지 이어지므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편리하게 맞이할 수 있다. 역에서부터 해안의 관광지까지는 관광버스를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관광가이드가 버스에 승차하여 영어 등 외국어로 직접 안내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1박 이상 관광을 하는 외국인을 위한 숙소나 편의시설도 갖추어야 한다. 민박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을 것이다. 민박을 제공할 현지인들에게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외국어 교육을 시켜서 외국 관광객용 민박집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아침에 동해안 어촌에서 잡아오는 생선과 그 출하 과정에 대하여 설명할 가이드도 필요하다. 외국인 단체관광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마을들과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동해안 자연의 아름다움과 먹거리를 역사와 더불어 외국에 체계적으로 알리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동해안 관광은 기존 내륙 중심의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차별화된 경북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내륙에 위치한 이들과 달리 바다라는 자연환경과 수산물 먹거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가 환동해의 중심지인 포항에 경북 동부청사를 두고 해양수산, 항만, 독도, 해양관광레저 등을 동해 바다 경영에 열심이다. 경상북도는 자연환경, 수산물, 역사성 등 삼박자를 갖춘 동해안 명소들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작업에 가일층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2020-04-06 14:58:45

[세계의 창]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새로운 대구를 꿈꾸며

[세계의 창]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새로운 대구를 꿈꾸며

대구 경제 코로나 넘고 도약하려면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전환이 답대기업과 연계 커넥티드 도시 설계새 시대 청년 꿈 펼치도록 거듭나길 대구는 1980년대 초반까지 세계적인 기업 삼성그룹이 초석을 닦은 곳으로, 쌍용·코오롱·청구·우방 등 많은 기업그룹을 배출한 지역으로, 세계 최대의 합성직물 생산지로 유명하였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전자, 자동차산업 등으로 산업구조 전환이 잘 이루어지고, 1995년에 일어난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에 잘 대응한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에도 크게 성장했음에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광역지자체 중에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과거의 영화에 젖어 산업구조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대구가 한국 경제 성장의 과실을 다른 지역과 달리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오랜 정체기에 빠져 약해진 대구 경제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예상을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위기를 위대한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기회로 만들어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위기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현재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6년에 한국에서 있었던 이세돌 기사와 미국 구글(Google)의 알파고(AlphaGo)의 세기적 대결로 유명한 인공지능(AI),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미국의 테슬라 등을 중심으로 한 전기자동차(EV) 개발, 자동운전, 로봇 등 새로운 기술혁신을 위해서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에 기술 변화의 속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처럼 지수함수적으로 가속화되기 때문에 조금 뒤처지게 되면 따라갈 수 없게 된다.대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 흐름에 대응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들을 다시 배출해서 다시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양을 사실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 (Mathematics) 분야의 인재를 풍부하게 배출하고 있다. 대구경북에 소재하는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는 전자와 컴퓨터 관련 학과의 비중이 다른 지역의 대학보다 높았다. 특히 경북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에 전자공학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되어, 전체 입학 정원의 약 25%를 전자공학과 학생으로 채울 정도로 엄청난 고도 기술 인재를 배출해 왔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출현에 대구 교육계의 기여가 결코 작지 않았다. 이들 대학 이외에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항의 포항공과대학(POSTECH)과 같은 세계적인 연구 수준을 자랑하는 공과대학이 있다. 풍부한 인적 자본 덕분에 한국정보화진흥원(NIA),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이 들어와 있고,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전기 등과 같은 세계적인 로봇기업들의 사업소가 대구에 있을 정도로 로봇산업의 집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이처럼 대구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 바뀔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더 큰 투자를 해 줄 세계적인 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미국의 구글은 2017년에 캐나다의 토론토시로부터 사람의 생활 전체를 지원하는 서비스와 물류의 정보를 연결해서 도시 전체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커넥티드 도시(Connected city) 사업을 낙찰받아서 진행 중이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시즈오카현 스소노시(静岡県裾野市)에 우븐 시티(Woven City)라는 커넥티드 도시 건설에 2021년부터 착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도시 건설을 통해서 자동운전과 통합이동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 로봇, 스마트 홈, 인공지능 도입의 효과를 사회적인 실험으로 검증해서 새로운 기술 변화의 흐름에서 우위성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대구 시민들은 도시 전체를 데이터로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 LG, 현대차그룹과 연계해서 커넥티드 도시 구상을 실험하고, 실현해서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새로운 시대에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2020-03-30 15:15:28

[세계의 창] 국경폐쇄가 아니라 협력이 중요하다

[세계의 창] 국경폐쇄가 아니라 협력이 중요하다

日, 한국인 입국자 2주간 격리 조치강제 징용·수출규제 문제와 관련성방역 이외 감정 섞으면 관계 더 악화물리적 단절 재고 관계 개선 도모를한동안 잊고 있었던 중국과 일본의 지인에게서 메일이 왔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대구의 상황을 보고 안부가 궁금했단다. 중국 지인은 생필품이나 마스크가 부족하면 알려 달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넘겼다는 약간의 안도와 함께 한국을 걱정하는 뉘앙스였다. 항저우의 대학에 근무하는 그는 방학 중 고향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인터넷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학교는 대부분 원격 수업 중이라고 한다.연락이 온 일본인 가운데 어느 정도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있다. 그가 속한 단체는 필자의 책을 일본에 번역 출간하는 데 도움을 주었었다. 그 역시 대구를 걱정하면서 일본은 마스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지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은 최대한의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일본은 "미지(未知)의 위협에 대한 매뉴얼이 없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검사를 하지 않는데, 어느 쪽이 방역에 효과적일까를 관찰하고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덧붙였다. 신종 감염병의 방역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이처럼 위기가 때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연대와 유대감을 싹틔운다. 반면에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세계 각국이 한국에 대해 문을 걸어 잠그듯이, 물리적 단절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상황을 보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구호가 떠오른다. 국경 폐쇄나 봉쇄가 보건과 질병예방 등 이른바 인간 안보(human security)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효과가 있어도 일시적, 부분적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월 30일 "여행 또는 무역제한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지난 13일에는 팬데믹(pandemic·세계 유행)을 선언하면서도 극복을 위한 연대를 강조했다. 감염병 통제를 위한 국경 폐쇄 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찌감치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는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으나,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거나 왕래가 자유로운 프랑스와 독일 등은 국경 폐쇄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의 상황은 팬데믹에 편승한 국경 폐쇄보다는 국내의 에피데믹(epidemic·지역 유행) 방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보건 강국이라는 일본이 지난주부터 한국인 입국자를 2주간 격리시키는 사실상의 국경 폐쇄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대응 조치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입국과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니, 일본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조치이다. 법무부 집계로는 입국 제한 첫날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은 3명, 한국에 입국한 일본인은 5명이라고 한다. 왕래가 불가능하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 온 정부 간 정책대화도 화상회의를 하는 지경이다.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왕래는 있고, 근대 이전의 쇄국시대에도 표착민과 밀수꾼들이 있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선진' 문명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폐쇄성이다. 현재 국경 폐쇄는 대체로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는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2019)라는 책에서 "일본은 50년 내에 국가의 존폐를 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고 했다(p.6). 저출산, 국가부채 그리고 폐쇄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한국은 통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고, 곧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 했다)문제는 일본의 국경 폐쇄 조치가 코로나19의 방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데에는 강제징용 문제와 국내 정치용의 한국 때리기가 작동했다고 전해진다. 작년 7월의 수출규제 조치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전염병은 보건문제로, 강제징용 문제는 역사의 보편적 정의의 문제로,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는 분리해서 풀어야 한다. 물감을 온통 섞으면 검은색이 되고, 빛은 섞으면 흰색이 된다. 문제를 섞어버리면 양국 관계는 더 암울해진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력할 때이며, 이를 계기로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2020-03-16 15:13:25

[김인현의 세계의 창] 크루즈 선의 바다에서의 법적 지위

[김인현의 세계의 창] 크루즈 선의 바다에서의 법적 지위

선박, 공해상 항해의 자유 가지지만 영해 내에선 연안국 법령에 따라야'크루즈선 전염병 피난처 제공 조약'해양강국 한국 제정 앞장 국격 제고국가는 자신의 영토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기 때문에 외국인이 자국에 입국할 때에는 사전에 허가를 득하도록 한다. 선박도 이와 같다. 특정 국가의 항구에 선박이 입항하기 위해서는 연안국은 영해 내에서는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므로 연안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한편, 선박은 바다에서 항해의 자유를 누린다. 기국(旗國)만이 원칙적으로 그 선박에 대한 관할을 가진다. 선박은 공해에서는 완전한 항해의 자유를 가지지만, 영해 내에서는 무해통항을 할 경우에만 자유롭다. 항구에 입항하면 선박 내부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선박은 그 연안국의 관할에 복종된다.크루즈선에서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선장은 입항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가? 유엔해양법에 의하면 선박은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연안국의 영해 내에서 닻을 놓을 수 있다. 다만, 닻을 놓을 수 있을 뿐이지 항구 내에 들어갈 권리는 없다. 반대로, 영해 내에 있는 선박은 연안국의 항해 안전, 오염, 위생 관련 법령에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최근 여러 국가들이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절한 것이 유엔해양법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조난이나 표류당한 선박이 연안국에 들어온 경우 이를 받아들여 선원들을 본국으로 송환시켜주는 것이 오랜 국제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아왔다. 국제사회는 해난구조 조약 등을 만들어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선박과 선원을 지원해왔다. 그런데, 1990년경부터 유류 오염의 위험을 가진 선박이 피난을 원하는 경우 입항을 거절한 사례들이 늘어났다.스페인에서 발생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2002년 스페인 정부는 입항을 거부하였고 큰 오염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각국은 유류 오염사고의 위험이 있는 유조선이라도 피난처를 제공할 의무를 연안국에 부과하고 연안국을 보호하는 제도를 포함한 국제조약을 만들려고 시도하였지만, 실패했다. 연안국들은 그러한 선박이 자국에 입항할 시 자국의 피해를 염려하여 입항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인다.크루즈선에서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도 위 유류 오염사고의 경우와 유사하다. 크루즈선에는 4천여 명의 여객과 승조원이 승선하고 있지만, 자체 의료시설 등만으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연안국으로서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입항을 거부할 필요도 있다. 선박도 항구에 입항이 되지 않으면 전염병을 처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충돌하는 이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규범이 필요하다. 해운강국이면서 이번 코로나19 전염사태를 경험한 우리나라가 가칭 '크루즈선에 전염병 발생 시 피난처 제공에 대한 국제조약'을 제정함에 앞장서면 국격도 높아지고 좋을 것이다.전염병은 하루가 급한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선장은 현 지점에서 가장 먼저 도달이 가능한 항구에 입항할 수 있어야 한다. 전염병이 발생한 크루즈선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국가는 기국이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연안국이 1차적으로 피항지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다음, 운항자의 모항(母航)이 있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운항자는 여객과 운송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조약에 가입하는 체약국은 최소한의 방역과 치료가 가능한 피난항을 지정하고 공표해야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전염병 관련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연안국이 크루즈에 대한 입항을 거부하지 않아야할 원칙도 명기해야 한다. 연안국이 방역과 치료 조치를 취했다면 그 비용은 크루즈 선사에서 지급되어야 한다.장차 크루즈선은 선상에서 전염병 발발 시 입항이 허용되어 방역과 치료 및 여객송환이 가능한 절차가 갖추어진 항구와 입항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연안국의 항만 당국은 관광수입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번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크루즈선을 위한 방역, 치료 및 송환제도를 선보이면, 크루즈 선박 유치와 크루즈 운항사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코로나19 극복과 시민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2020-03-09 16:20:59

[세계의 창] 정보와 신뢰 - 윤봉준 교수

[세계의 창] 정보와 신뢰 - 윤봉준 교수

전제적 정권 중국서 터진 대재앙 환자·사망자 수 발표 믿기 어려워현재 우리 사회 신뢰도 크게 악화 공적 정보 차단한 집권세력 앞장중국에서 나오는 큰 뉴스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 1950년대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 집단주의 실험(대약진운동)에 따른 대규모 아사, 1960년대 문화혁명의 광란, 1980년대 이후 1자녀 실험의 악업, 천안문 데모대 학살이 있었다. 21세기에는 2002~2003년에 유행한 호흡기질환 사스(SARS), 2018년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형 코로나바이러스병(Coronavirus Disease 2019, 약칭 COVID-19)으로 명명하였다. 라틴어로 코로나는 꽃다발(花環), 바이러스는 독(毒)을 뜻한다. 바이러스의 모양이 둥글게 생겼다고 해서 나온 것이다. 이 '꽃다발 독' 역시 중국(우한·武漢)에서 왔다.중국발(發) 대재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천재(天災)가 아니라 전제적 정권의 정책 실패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중국이 우한시를 전면 격리 조치하고 대규모의 임시 치료 병동을 열흘 만에 건설한 것을 전체주의의 효율성으로 높이 평가할 수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전파 초기에 진화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이미 작년 12월 말에 우한 지역의 안과의사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료인이 중국의 메시지 앱 '위챗'(WeChat) 등을 통해 대규모 전염병의 위험성을 알리려 했지만 경찰국은 이들을 소환하고 유언비어 유포 금지 각서를 쓰게 한 후에야 방면하였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 정보를 초기에 함구령으로 차단함으로써 대재앙으로 키운 것이다. 환자 및 사망자에 대한 현재의 발표도 공산당 정권의 고질적인 통계 조작 관행으로 인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신뢰가 없는 사회는 연줄로 엮인 가까운 사람끼리, 특히 혈연관계로 경제적 거래가 제한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에서와 같이 국가의 명령경제에 의존하게 된다. 신뢰가 높은 사회는 모르는 개인끼리라도 서로 믿고 계약을 통하여 거래를 함으로써 자원 이용이 원활히 이루어진다.타인을 신뢰하고 함께 일하는 능력, 즉 사회자본은 경제 번영의 필요조건이다. 사회자본이 결여된 저신뢰사회는 바람직한 기업구조, 재산권, 민주적 사법제도나 선거제도의 착근이 느리고 경제발전도 마찬가지다. 빌린 돈은 떼어 먹고, 갚는 전통이 없던 제정(帝政) 러시아는 금융업이 정착하지 못하고 경제가 정체됨으로써 볼셰비키 혁명의 온상이 되었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현재의 국가군을 미국, 독일 및 일본과 같은 고신뢰국가와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중국 등의 저신뢰국가로 나누었다. 2002년 NationMaster 통계표의 인구 1천 명당 사기 건수를 보면 독일(11.24건), 영국(6.04), 미국(1.29), 일본(0.3888), 프랑스(2.31), 이탈리아(0.95), 한국(2.86)으로 후쿠야마의 분류가 정확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미국, 특히 일본에 비해서는 한국이 사기 사건이 월등히 많아 상대적으로 저신뢰국가로 보인다.신천지교회 신도를 포함한 일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진술이 신뢰도가 결여됨으로써 감염의 전국 확산에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의 신뢰도 악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집권세력이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는 대규모 댓글 공작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정보 조작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공개를 국회가 요청했음에도 법무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은 정권 비호를 위해 공적 정보를 차단하는 행위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정권의 압력이나 조사기관의 그릇된 충성심으로 왜곡되고 있는지 불신이 높다.정부에 의한 정보의 조작이나 차단은 사회의 신뢰도를 악화시켜 후쿠야마가 이야기한 저신뢰국가의 폐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당장 정부 불신을 낳는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왜 문재인 정부는 하지 않고 있는지? 여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인가 의심이 간다. 또 부동산, 노동, 에너지 등 여러 부문의 정책 수행에 국민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 정부 여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탈선에서 벗어나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여 사회 신뢰도 회복에 기여했으면 한다.

2020-02-24 14:41:10

[세계의 창] 동물 바이러스와 인류 역사 - 이성환 교수

[세계의 창] 동물 바이러스와 인류 역사 - 이성환 교수

동물 가축화·조밀한 도시생활 결과 유행성 질병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동물성 세균이 전부 발병 원인 아냐 전염병 발원지 국민 경원하면 안 돼"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젊은 부부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고민에 빠졌다. 남자 환자에게 감염을 의심할 만한 행동이 없었는지 물었다. 낮은 목소리로 최근 목장에서 양들과 수차례 성교를 가졌다고 했다. 옆에 있던 부인은 남편의 머리를 내려치고 병실을 나갔다. 의사는 원인을 알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 1997)에 나오는 동물과 인간 질병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책에서 그는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결정적 요인의 하나로 무기, 철과 함께 병균을 들었다.인플루엔자, 홍역, 페스트 등 전염성 인간 질병의 대부분은 농업을 시작하고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발생했다. 동물이 가지고 있던 세균이 진화(변이)하여 인간에게 옮겨왔고, 밀집 생활을 하면서 집단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중국발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옮겨왔고 조밀한 도시생활이 집단감염을 유발했다. 전염성 질병은 동물을 가까이하고 조밀한 집단생활을 하는 인류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인 것이다.동물성 세균이 전부 인간의 질병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극소수만 인간에게 옮겨진다. 이 때문에 동물이 가진 세균의 진화 여하에 따라 인간이 새로운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인간에게 옮겨온 세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에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유도하여 새로운 숙주를 찾아가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인간은 체온을 높여(발열) 세균을 죽이거나, 백혈구 등이 면역체계를 가동해 항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세균에 감염된 인간이 죽으면 숙주가 없어진 세균도 죽게 되는데, 이는 세균이 인간의 몸을 자기 생존에 맞게 개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일 뿐이라고 한다. 세균은 번식을 위해서는 오염된 인간을 더 오래 살려두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최근의 전염병이 독감 치사율보다 낮은 것은 의학의 발달뿐 아니라 번식을 위해 세균들이 진화한 결과인지 모른다.인간에게 진화한 병균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찍이 동물 병원체에 노출되어 항체를 가지게 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갔다. 수렵 채집을 하고 있던 원주민들은 동물 병원체에 노출된 적이 없어 유럽인들에게 묻어온 세균에 대한 면역이나 유전적 저항력이 부족해 몰살을 면하기 어려웠다.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총보다는 그들이 가져온 세균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숫자가 더 많았다. 유럽인의 '사악한 선물'이었다. 같은 논리로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투보다는 전쟁 중 발생한 세균에 의한 사망자 수가 훨씬 많았다.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기 개발이나 전술보다 질병 예방이 먼저였다. 청일전쟁 중 일본군 사망의 90%는 만주에서의 수인성 전염병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일본은 질병 예방이 부국강병의 지름길이라며 위생에 힘썼다. '깨끗한 일본'은 청일전쟁의 산물이다. 전쟁이 끝나고 귀환하는 선박 687척, 전쟁 종사자 23만 명은 지금 세균의 배양접시가 되어 요코하마항에 격리되어 있는 크루즈선처럼 검역을 마친 후에야 본토 상륙을 허가했다. 러일전쟁 때는 모든 병사에게, 우리에게 위장약으로 잘 알려진 정로환(征露丸)을 의무적으로 복용하게 했다.정로환은 장티푸스, 소독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러시아를 정벌한다는 의미의 정로(征露)는 당시 일본의 유행어였다. 그 후 정로환은 러시아를 이긴 만병통치약으로 국민 상비약이 되었다. 2차대전 후 정벌의 의미를 없앤 정(正)로환으로 표기를 바꾸었으나, 지금도 해외 파견 자위대의 상비약으로 사용한다.유행성 질병은 농경생활, 조밀한 도시생활 그리고 세계화의 필연적 결과로 어디서든 발생하고 감염될 수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질병명에 발원지명을 쓰지 않는다. 생쥐의 오줌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되는 유행성출혈열(E.H.F.)은 한국형으로 알려져 있다.이번 코로나19는 중국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필자가 있는 학교도 곧 1천 명 이상의 중국 유학생들이 돌아온다. 그들을 코로나19의 발원지 국민이라고 경원하면 안 된다.

2020-02-17 15:37:06

[세계의 창] 국회의원 선거구제도 유감 - 김인현 교수

[세계의 창] 국회의원 선거구제도 유감 - 김인현 교수

주민등록 주소지 근거한 선거구 총선 출향인의 표심 반영 어려워고향 선거구에 유권자 등록하면 부재자 투표 가능하도록 보완을나는 경북 영덕 출신이다. 내가 어릴 때에는 우리 군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다. 몇 해 지나니 청송·영덕이 같은 선거구로 조정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울진·영덕에서 이제는 영양영덕봉화울진이 한 선거구가 되었고, 이번에는 여기에 울릉군이 포함된다는 말도 나온다.이런 선거제도에 대하여 나는 최근 큰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한 명의 국회의원이 이렇게 넓은 지역을 어떻게 관리하며 각 지역 주민의 뜻을 수용 반영하고, 그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것인가? 더구나 유엔해양법 체제하에서 경북 동해안은 해안에서 200마일(322㎞)까지가 우리 영토와 같은 개념으로 포섭이 되어서 수산 쪽의 업무도 엄청 늘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의 선거구를 보자. 영덕군과 같은 땅의 크기보다 작은 구에도 국회의원이 2, 3명 있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부산에는 인구밀도가 높다. 젊은 이들이 상당수 도시로 이주한 시골에는 인구가 매우 적다. 영덕군의 경우 1950년대 10만 명이던 것이 현재는 4만 명이다. 반면에 서울이나 경기도에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북의 국회의원이 한 군에 한 명씩 있던 때인 1950년대 그 수는 수십 명이었다. 지금은 13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서울, 부산, 대구는 급격히 국회의원의 숫자가 늘었다. 2014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 인구수 편차를 3대 1로 한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대 1로 하라고 했다. 지역 대표성보다 국민주권주의에 따른 1표의 등가성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선거구 하한선인 약 12만 명 유권자를 맞추다 보니 4개의 군이 하나의 선거구가 된 것이다. 경북의 여러 선거구가 영덕군의 사정과 같다.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제도가 현실에 맞는지, 출향인의 뜻에 맞는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에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현재 제도의 기본이 되는 인구는 주민등록의 주소지를 근거로 한다. 경북 사람들이 서울 등 도시에 주소지를 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출향인들의 일상을 보자. 그들은 각종 향우회와 동문회 모임에 한 달에도 2, 3차례 참석한다. 고향의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길흉사에 고향 까마귀를 찾아다닌다.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누가 되는지 관심이 별반 없다. 그보다는 자신이 태어나 자랐고,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정년퇴직 후 자신이 여생을 보낼 고향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없으니,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지의 후보자에게 투표하게 된다.바다를 항해하던 선원은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는데, 선박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선거제도가 개선되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 제도의 이와 같은 문제점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출향인들은 주민등록부상 주소지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선관위에 신고를 하면 자신의 고향 선거구 유권자로 지정되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인구 비례를 기본으로 하고 농어촌 지역의 입장을 고려하여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바다와 관련된 요소가 추가적으로 고려되길 희망한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있어야 하지만, 국민이 살고 있는 영토도 필요하다. 그 영토에는 육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도 포함된다. 3해리(5.5㎞)가 우리 영해일 때가 있었다. 1982년 유엔해양법이 발효된 다음에는 해안선에서 200해리(약 380㎞)까지가 우리 땅이 되었다. 이 바다에서 다양한 생산 활동이 일어나 소득을 얻기도 하고 해상사고들이 발생한다. 이런 바다 관련 일들도 지역 국회의원이 담당해야 할 일들이다. 그렇다면,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은 유엔해양법 발효 이후 오늘날에 일이 더 늘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오징어 조업 문제가 국회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구에는 인구 편차를 3대 1 혹은 4대 1 등의 유연한 기준을 주어 국회의원들을 한 명이라고 더 배당해 주어야 한다. 바다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이다.상원 의원을 주당 1명씩 배정하고 하원 의원은 인구 비례에 따라 인구가 많은 주는 많도록 하는 미국 건국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부럽다.

2020-02-10 16:11:54

[세계의 창] 경제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세계의 창] 경제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문정부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하에제도 변경해서는 안 되는 정책 실시기업 연구개발·설비투자 여력 약화경제성장 원천 훼손시키지 말아야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가 왜 존재하며, 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 간의 차이가 장기적으로 확대 혹은 축소되는지, 어떻게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가는 경제학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 중요한 연구과제에 답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세 가지 흐름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첫째, 경제성장이론의 연구로 처음 노벨상을 수상한 MIT대학의 솔로우(Solow)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조건이 주어진 상태에서 한 국가의 생산력 증가는 자본과 노동의 부존량과 이들을 결합시키는 방법인 기술에 의해 결정됨을 이론과 실증으로 보였다. 솔로우는 1인당 자본 장비율이 높고, 저축 성향이 높은 경제일수록 더 빨리 부유해진다고 보았다.201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머(Romer)는 기술을 주어진 조건으로 보는 솔로우의 이론과는 다르게 기술 변화는 공공재적 성질과 외부성이 있는 인적자본과 지식자본의 축적에 의해서 경제 내에서 발생한다는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확장하였다. 내생적 성장이론은 교육투자와 연구개발투자로 생긴 인적자본과 지식자본이 생산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필오버 효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로머의 이론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고, 연구개발 투자가 큰 나라가 부유해진다고 할 수 있다.둘째, 슘페터(Schumpeter)는 그의 유명한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경제 발전의 원천은 기업가 정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슘페터를 계승한 진화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계속적인 기술 혁신과 끊임없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시대에 뒤처진 기업의 퇴출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슘페터와 그 후계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경제의 신진대사 기능 즉 효율성이 높은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비효율적인 한계기업의 퇴출과 축소가 활발한 나라가 더 빨리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경제성장의 원천을 제도라고 주장하는 신제도학파의 경제성장이론이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Acemoglu and Robinson)의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에서 정치제도와 경제제도의 존재가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지리, 기후, 문화가 같으나 국경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진 미국과 멕시코 마을의 확연한 빈부 차이, 서유럽과 동유럽의 차이, 그리고 산업혁명이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아니고 영국에서 발생한 이유 등의 구체적인 사례 비교를 통해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최초의 작은 제도적인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과정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우리와 북한의 현격한 차이도 신제도학파의 경제성장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신제도학파의 경제성장이론에 따르면 민주주의 수준이 높고, 개방적이고, 규제가 적은 나라일수록 더 빨리 부유해진다고 할 수 있다.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위의 경제성장이론이 제시하는 경제성장의 방법에 철저하게 따랐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달성한 원천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으로 대표되는 기업가의 등장과 이들에 의한 과감한 투자와 신산업 진출, 민주화의 달성과 가장 개방적인 경제체제 등을 들 수 있다.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하에 입증된 경제성장이론에 배치되는 변경해서는 안 되는 제도를 변경하고, 하지 말아야 할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예를 들어 산업, 지역, 직종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의 단축 그리고 법인세 인상, 회계감사제도의 변경 등과 같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효율적인 기업의 설비투자, 교육투자와 연구개발투자의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반면, 비용 증가분을 견디기 힘든 한계기업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서 연명시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원천을 훼손하지 않는 경제정책을 신중하게 실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0-02-03 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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