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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김구철의 새論새評] 밋밋하고 재미없는 자유한국당 공천

여당 서울시장 경선 결선투표현역은 배지 던지고 단체장 출마야당은 검증 끝난 인물들 행진이대로라면 영남권마저 불안공공기관 대변인으로 근무하는 언론계 후배 한 명과 오랜만에 경기도 수원의 유서 깊은 식당에서 점심을 하면서 최근의 미투와 6월 지방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김 선배, 이번 선거 여권이 쓸겠죠?" 내가 선뜻 대답을 않자 후배가 재촉한다."자유한국당이 김문수 지사와 이인제 의원을 후보로 낸다는데, 어떻게 보세요?""올해 러시아 월드컵이 있지?" 뜬금없는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자 그 후배는 당황했다. "예?""월드컵이 올 6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거 몰라?" "그거야 알죠."월드컵 예선 탈락하면 은퇴 선수 재소집하나?아니면 젊은 유망주 모아 경험 쌓게 하나?"이번에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축구 관계자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만일 작년에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그것도 1차 예선에서 우리가 탈락했다고 가정해 보자고. 그런데 코앞에, 올 8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려요. 김 대변인이 대표팀 구성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축구협회 고위 임원이건 기술위원장이건 감독이건 직함이 뭐든….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박지성, 홍명보 등등 은퇴한 노장을 다시 복귀시켜 대표팀 꾸릴래? 아니면 손흥민 정도를 최고참으로 황희찬, 권창훈, 김정민 심지어 16살짜리 이강인까지 모아 경험 쌓고 4년 뒤 아니면 멀리 10년 뒤를 기약할래?""저는 후자 같은데요." 아마 그럴 것이다. 한 독설가의 말마따나 '계륵리스트'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는 판이니…."답이 됐는지 몰라." "명쾌한데요."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출마함으로써 서울시장 선거는 3자 구도로 확정됐다. 김빠진 느낌을 주던 서울시장 선거가 조금은 흥미로워졌다. 맞대결보다 3파전이 변수가 많고, 어마어마한 대스타가 아닌 다음에야 출전 선수가 많을수록 재미있을 것은 불문가지. 게다가 6년 전 2012년, '안철수 현상'은 2012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판을 크게 흔들기도 했다.그러나 흥미로워질 거라는 예상은 본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본선 3파전이니 보수 성향, 영남 출신의 야당 후보들끼리 보수 표, 영남 표를 갈라먹겠지. 대충 4대 3대 2의 황금 분할, 여당 입장에서는 거저먹기 선거가 될 개연성이 크다. 누구를 내보내도 이긴다. 그렇다면 여당 대의원들이 진부한 박원순 현 시장보다는 조금은 더 신선하고 조금은 더 진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결선투표제까지 채택돼 박영선, 우상호 의원에게 기회가 생겼다.그뿐만이 아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전도양양한 측근 김경수 의원이 과감하게 배지를 던지고 불리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모름지기 선거는 과거의 행적,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축제다. 여당 공천은 경선은 경선대로 흥미롭고 핵심 실세가 험지에 도전하는데, 야당 공천은 경선이고 전략 공천이고 도무지 재미가 없다. 이미 오래전 검증이 끝나고(부정적인 의미로) 차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인사들의 행진이다.다시 축구 대표팀으로 돌아가보자. 당장을 위해 다시 노장을 소집할까? 젊은 유망주로 팀워크를 다지고 경험을 쌓을까? 전자를 선택했다가 실패하면 미래는 없다. 후자를 선택하면 이번에 실패해도 미래가 기다린다. 축구 관계자와 축구 선수, 축구 팬 모두에게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후배의 말대로 분명한 이야기다. 이런 식의 지방선거 전략이고 공천이라면 자유한국당은 부산 울산 경남마저 송두리째 넘겨줄지도 모른다. 대구경북 TK인들 보수의 본진이란 허명에 집착해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으려 할까?

2018-04-05 00:05:00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새評] 개헌의 진정성

대통령제 폐해 권한 축소 불가피 개헌안에 담긴 내용 너무 미흡해 여야 합의안 도출 물 건너갈 수도 31년 만의 골든타임 적극 살려야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인 대한민국 헌법은 개정의 정족수가 가중된 경성(硬性)헌법인 관계로 1987년 개정된 후 31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아니하였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 상황과 정신(헌법 현실)을 반영하기 위하여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올해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헌법개정안을 마련하여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발표했었는데 현재까지도 그 공약을 지키려고 하는 측은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병행하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연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여당인 민주당은 개헌 카드가 자기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하에 개헌을 공약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셈법 아래 국회에서 1987년 개헌 이래 31년 만에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여 제10차 헌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여야끼리, 더 나아가 야야끼리 동상이몽이므로 개헌 작업에 진척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2018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헌법개정 작업에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하 '안')은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안 제2장), 산업혁명 4.0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정보통제권을 신설하고(안 제22조 제2항)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인하하는(안 제25조) 등 기본권을 대폭적으로 신장하고, 지방분권국가 지향성을 명시하여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안 제1조 제3항),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안 제45조 제2항),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안 제71조), 감사원의 독립기관화(안 제114조)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헌법개정의 근본적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하여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하여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나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라는 표현의 삭제(안 제70조 제1항) 정도로는 매우 미흡하여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대통령안에 대한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예견되므로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여야 합의의 개헌안 도출이 물 건너가게 된다. 헌법의 존재론적 분류에 의하여 이승만 대통령 당시의 헌법을 불명예스럽게 신대통령제로 분류했던 칼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하면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역설했듯이 대한민국에서 '죽음의 키스'를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헌법학회 산하 헌법개정연구위원회에서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위 헌법개정안에 의하면 정부 형태는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하되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에 관한 권한, 국무총리는 그 밖의 국정에 관한 권한을 각각 행사하도록 하여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학회의 헌법개정안과 유사한 수준의 대통령 권한 축소가 있어야 대통령의 헌법개정에의 진정성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당도 더 이상 각 당의 헌법개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개헌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외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여야가 정부 형태와 같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결정하기 힘든 사항에 대하여는 가칭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지혜일 수 있다. 31년 만에 모처럼 찾아온 개헌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허비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현 세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2018-03-29 00:05: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대한민국 건국일은?

아직도 건국일 논쟁 한심한 노릇 국가 4요소 영토·인구·정부·주권 상해임시정부 어느 것도 못 갖춰 48년 남한 의원선거가 건국 출발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나라의 생일, 곧 건국일을 잘 모른다. 어떤 이는 1948년 8월 15일(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 말하고, 어떤 이는 1919년 4월 13일(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들마저 건국일을 달리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시정의 보통 사람이라도 자기의 생일을 모른다면, '근본을 알 수 없는 인간'으로 간주된다. 요즈음엔 심지어 자기 집 강아지의 생일까지 챙겨서 파티를 열어준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구 상에 출현한 지 올해로 70년이 된다. 70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국가가 아직도 자기의 생일, 즉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놓고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원수들마저 헤매고 있다는 것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쟁점을 놓고 사회적 논쟁을 전개할 때 거쳐야 할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면 단번에 해소될 논쟁이 해소되지 않고 몇 년씩 지속된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가를 놓고 전개되는 논쟁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규명하려면 국가·건국·건국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국가란 특정 영토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면서,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특정한 공적 질서를 강제하는 포괄적인 정치결사이다. 국가라는 정치적 결사가 수행하는 주요 기능은 ▷외부의 물리적 및 문화적 침략으로부터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 ▷영토 내부 질서의 유지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 규제 ▷영토 내에서의 정보 전파 및 규제 ▷외국과의 자주적 관계 형성 등이다. 어떤 정치적 결사가 국가가 되려면 국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그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 몇 가지 요소들을 국가 구성의 필수적 요소들이라 한다. 국가로서의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요소는 ①명확한 영토 ②상주하는 인구 ③실효적인 정부 ④대외적 주권 등 네 가지이다. 어떤 결사가 그 명칭을 무엇이라 하건 이 네 가지 요소를 다 갖추었으면 국가인 것이고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했으면 국가가 아닌 것이다. 건국, 즉 국가를 건립한다는 것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완비한 정치결사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명확한 영토, 상주하는 인구, 실효적 정부, 대외적 주권 등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갖춘 정치결사를 형성하는 것이 건국이다. 건국일이란 특정 정치적 결사가 국가 구성의 네 가지 필수 요소를 완전히 갖춘 날짜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어느 날인가를 알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결사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 네 가지를 완전히 갖춘 날이 언제인가를 찾아보아야 한다. 1919년 4월 13일 중국의 상해에서 수립이 공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가 구성의 4개 필수 요소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영토가 없어서 외국에서 조직되었고, 임시정부가 자기의 영토와 국민으로 상정한 한반도와 그 위에 거주하는 인구는 일본의 강점하에 있었다. 임시정부는 한반도 거주 인구를 통치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외적 주권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결사였다. 따라서 1919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은 국가의 건립, 즉 건국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립은 1948년 5월 10일에 실시된 남한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출발했다. 5·10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구성하여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따라 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식을 개최했다. 그날 밤 자정을 기해 주한 미군정청은 남한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했다. 이로써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인 영토·인구·정부·주권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건립된 것이며, 이 일이 일어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다.

2018-03-22 00:05:00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대영의 새論새評] 북미대화와 '외천명'

北 ICBM 도발 노림수 불분명 상황美 정상회담 수용 이유도 불투명文대통령 옆 친미 정의용 있어 성사시대적 대전환 앞 天命 두려워해야4월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일촉즉발의 살얼음판 같았던 한반도 정세에도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만세라도 부르며 춤을 추고 싶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직은 축배를 들 때도 아니고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상황은 거꾸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럴 때 공자는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라는 '외천명'(畏天命)의 자세를 제자들에게 당부했다.민족이나 국가의 흥망에는 예외 없이 천명이 작동한다. 당시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대적 대전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함부로 속단하거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천명을 두려워하면서 조심스럽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와 같은 때이다. 왜냐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논리로는 해석할 수 없는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범주에서 해석할 수 없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것이다.일차적으로 가장 큰 미스터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있다. 아직도 왜 북한이 작년 7월에 '화성-14호'를 발사하여 미국을 도발했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고려한 큰 계획이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었다. 400년간의 전쟁을 연구한 미국의 정치학자 라이트(Quincy Wright)는 국제적 세력 균형이 깨지면 전쟁이 발발한다고 했는데, 미국 본토를 향한 핵미사일 도발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세력 균형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례없는 고강도 국제 제재와 선제 타격론으로 응수했다. 이는 단순한 엄포로 볼 수 없는 심각한 것이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뒤늦게 이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두 번째 미스터리는 미국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흔쾌히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이란과의 핵협상을 무원칙한 양보라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그가 내놓을 비타협적인 핵폐기 방식을 북한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설사 그가 북한과 합의점을 찾더라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1994년 제네바 협정을 미국 의회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북미 핵협상에 스스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지난주에 급작스럽게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이고, 이번 주에 돌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대북강경론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한 이유는 무엇인가?끝으로 대북특사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존재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친미론자이다. 그런데 그의 존재로 인해 남북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김 위원장과 북미대화를 논의할 수 있었다. 그를 특사단장으로 북한에 보냈고 또 귀국 즉시 미국에 파견한 문 대통령의 판단도 훌륭했지만, 이 중요한 시점에 그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전율을 일게 한다.그러나 문 대통령이나 정 실장은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의 뜻을 예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천명이 작동할 때에는 매사 신중한 것이 최고이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마치 과거 나폴레옹이 전쟁을 통해 자신이 유럽 전역에 자유사상을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마키아벨리도 그의 명저 '군주론'의 말미에서 천명을 논한다. 다만 공자와 달리 그는 숙명론을 비판하면서 천명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천명에 적대할 경우 망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북미대화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돌출 행동이 아니라 천명을 두려워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일이겠다.

2018-03-15 00:05:00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김구철의 새論새評] 미투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라

피해자가 거부 못하는 권력세계성희롱·추행·폭행 구분 이유 없어저열한 도덕성 확인한 사회 '괴물'특별법 통해 '욕망 트러스트' 파괴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수행 비서의 미투(Me too) 폭로로 지사직을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시간 만에 심야회의를 열어 출당과 제명 방침을 정했다. 바로 수사가 시작되고,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미투는 이렇듯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는다.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로 촉발된 En 시인 사태를 살펴보자. 요지는 En 시인이 자신의 시적 '영감'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여성 문인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침묵하고 주변에서 최 시인을 역공하다가, 마침내 거물답게 En 시인이 외국 언론을 통해 반격했다. '나는 부끄러울 일을 하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역사 앞에 당당했던' 박정희, 12·12와 5·18의 책임자 전두환이 떠오른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부득이했다.'혹자는 어디 감히 독재자, 광주 학살 책임자와 세계적 민족 시인을 비교하느냐고 소리 높일 것이다. 다른 혹자는 잡문이나 쓰는 글쟁이와 위대한 영도자, 구국의 결단을 같은 반열에 두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양자는 본질이 같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성과 제일주의, 대를 위해 소는 희생돼야 한다는 전체주의, 부패한 권력을 누리려는 더러운 욕망. 여전히 가해자는 뻔뻔하고 해결은 요원하다.En에게 묻는다. 군국주의 일본군이 조선 처녀를 다룬 방식과, 여성 문인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성노예의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죄의식 없는 당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진보는 개인의 자유와 약자의 인권에 주목하기에 보수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그 진보가 원로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인권을 외면한다. 노벨상 후보를 보호하려고, 부당하게 최영미 시인을 비난한다. 그런데도 진보가 도덕적으로 우월한가? 전체주의와 차이가 있는가? '국민을 먹여 살리려고' '소수 방해꾼의 입을 막은' 박정희와 다른가?미투는 '사회적 약자가 성적인 의사결정권을 침해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바로잡으려는 운동'이다. '약자의 침해받은 성적 의사결정권'이 핵심이다. 사회생활하는 대다수 남성은 '희롱' '추행'에 관한 한 자신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하고 동질감을 갖는다. '희롱' '추행'은 '가벼운 범죄'라는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폭력'은 다르다. 상종 못 할 인간이다.현실에서는 '희롱'이 '추행'으로, '추행'이 '폭행'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피해자가 단호하게 자르면 '희롱'에서 끝나겠지만,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폭력'의 특성상 피해자는 절대로 단호하게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희롱'과 '추행' '폭행'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 '성적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성폭력'으로 호칭하자. '성폭력'을 성기의 접촉만으로 좁게 해석할 필요 없다. 손목이든 입술이든 허벅지든 허리든 엉덩이든, 성적인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기는 마찬가지다.En은 우리 사회의 양심을 대변한다는 두 세력, 민주화 세력과 문화예술인 집단의 지지를 받아왔다. 우리는 '괴물'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문단의 의식과 도덕성 수준이 정치권보다 훨씬 저열하고 퇴행적임을 확인했다.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이라 말하지만, 훨씬 음습하고 끈끈한 '트러스트'다. 석유왕 록펠러의 '악의 제국' 같은.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 튼 이 더러운 욕망의 트러스트를 어떻게 깨부술 것인가?미국은 반(反)독점법(Anti-Trust Act)을 제정해 록펠러 제국을 해체했다. 우리도 '미투특별법'을 제정해 더러운 욕망의 트러스트를 무너뜨리자. 특별법에는 가해자의 즉각적 직위 배제, 가해자가 권력에서 내려갈 때까지 공소시효 중단, 입증책임의 전환, 집단소송제, 징벌적 배상, 광범위한 방조죄 인정, 형량 합산제 등 다양한 민·형사상 특례 조처가 포함돼야 한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2018-03-08 00:05:01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 새評] 헌법 전문의 의의와 개헌에 임하는 자세

국회 30여 년 만에 개헌위원회 文대통령도 나설 가능성 높아 5·18, 6·10 포함 여부로 이견 지속 가능한 발전 공감대 고대 우리 헌법은 헌법 전문(前文'Preamble),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 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 개정 등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본문 앞에 위치한 문장으로서 헌법전의 일부를 구성하는 헌법 서문이다. 헌법 전문에는 헌법 제정의 역사적 의미와 제'개정 과정, 헌법 제정의 목적과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이념과 기본적 가치질서 등이 기술되어 있다. 헌법 전문에서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대한국민은…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라고 하여 국민주권의 원리와 헌법 제'개정 권력의 소재를 명시하고 있다. 둘째,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의 법통… 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광복 후에 수립된 대한민국정부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이념과 성격을 계승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3'1운동은 조선왕조에 종언을 고하고 공화국 시대의 문을 열었던 역사의 분수령으로 시민혁명에 해당하기에 헌법 전문에 포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유진오 헌법의 초안에서 '3'1혁명'으로 되어 있었던 것을 축조 심의하면서 공식 문서로서의 헌법에서 용어의 적합성 여부에 관한 논의 끝에 3'1운동으로 결정되었다. 셋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하여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념과 기본적 정치질서는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의 확립임을 전제로 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단지 현상 유지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불의에 항거함으로써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국민적 저항권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4'19혁명은 이승만의 장기 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한 반독재 학생'시민혁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범국민적 저항권 행사였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의 민주개혁… 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함으로써 제9차 개헌이 10월 유신의 비민주적인 체제와 제도 등을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화를 구현하려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하여 근대화 추진'기회 균등의 보장'능력 발휘 그리고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정의로운 사회국가의 실현을 지향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여섯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하여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자각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하여, 대한민국이 평화 애호 국가라는 것을 표방함과 동시에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나 분쟁 해결의 방법으로서 전쟁에 호소하지 않을 것과 평화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 질서 형성에 노력한다는 적극적인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 1987년 제9차 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여 제10차 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3월 13일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할 예정이고 이를 토대로 3월 20일 안으로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할 예정이어서 헌법 개정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현재 헌법 전문(前文)의 개정과 관련하여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을 포함할 것인가 여부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의 포함 여부에 대하여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설령 이번 10차 개헌에서 위 두 개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현행 헌법 전문에 있는 '4'19 민주이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새길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려와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꼭 개헌을 이루어 낼 수 있기를 고대한다.

2018-03-01 00:05: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개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

옛 서독 헌법 체제방어 장치 잘 갖춰 공산주의·극우세력 정권 장악 막아 통일 후 자유민주주의 그대로 계승 정치권 개헌 논의엔 전혀 언급 없어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여야 정당들은 개헌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며, 개헌에 관한 말잔치를 푸짐하게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개헌과 관련하여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은 빼먹고 있다. 개헌과 관련하여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논의되지 않는 사항이란 우리나라의 정치체제인 자유민주주의를 보다 안전하게 지키도록 하기 위한 헌법 조문의 개설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류가 경험한 정치체제 가운데 가장 좋은 체제이다. 그러나 그 체제는 결점도 적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결점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체제의 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역량이 매우 열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를 안전하게 항구적으로 실천하려면, 특히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체제의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우 열악한 국내외 환경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으면서도 현행 헌법은 체제의 적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방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체제의 적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잘 구비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는 서독의 헌법(기본법)을 들 수 있다. 서독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내용의 조항을 무려 8개나 구비했다. 서독 헌법은 ▷헌법에 대한 충성 의무를 지키지 않는 예술·학문·연구·교수 등의 자유는 보장하지 않으며 ▷형사법에 위반되거나 헌법 질서 및 국제 협조의 이념에 반하는 단체의 결성을 금지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나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할 경우 개인의 통신비밀을 제한하며 ▷국가 안전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 개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규정했다. 서독 헌법은 또 ▷의견 발표의 자유, 출판의 자유, 교수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통신비밀, 재산권, 망명자 비호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할 경우 그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폐기하려는 자들에 대항하는 국민의 초법적 저항권을 보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정당은 강제 해산하며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조항들과 국가 구조에 관한 조항들을 영원히 개정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서독에서는 이러한 헌법 조항들로 인해 공산주의 세력이나 극우 세력은 설사 선거에서 절대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한다 하더라도 정권을 합법적으로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서독은 이러한 헌법 조항들에 힘입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했다. 그리고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토대로 해서,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체제가 흔들릴 때 동독을 흡수통일하게 되었다. 통일이 이루어진 후의 통일 독일의 헌법은 서독 시절의 헌법 속에 들어 있던 자유민주주의 보호 조항들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이상과 같은 서독-독일 헌법의 조항들과 비교할 때 빈약하기 짝이 없는 자유민주주의 보호 조항을 갖추고 있다. 현행 헌법 속에 내포된 자유민주주의 보호 조항은 단 2개에 불과하다. 현행 헌법 속에 들어 있는 자유민주주의 보호 조항들은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강제 해산한다는 조항(8조 4항)과 ▷국가안보·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37조 2항)뿐이다. 우리나라는 서독-독일보다 체제 존속 및 국가안보 환경이 매우 열악하므로 우리나라의 헌법은 서독의 헌법 속에 들어 있는 자유민주주의 보호 조항들보다 내용이 더욱 강력한 조항들을 많이 갖추어야 한다. 실제는 환경이 더 나쁜데, 그 환경에 대응하는 자유민주주의 보호 장치들조차 빈약하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헌 논의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방어 장치에 관한 논의가 전무한 것은 이 나라 정당 중에 자유민주주의를 진심으로 신봉하는 당이 존재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18-02-22 00:05:01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대영의 새論 새評] 바른미래당과 합종연횡

위헌 판결 받은 투표의 비등가성거대양당 대의 왜곡 기득권 정치다양한 국민 목소리 국정에 반영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나서길우여곡절 끝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여 바른미래당이 출범했다. 원내 제3당과 제4당이 합당해서 원내 제3당이 되었기 때문에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볼 수는 없지만, 영호남 통합정당 그리고 중도정당의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볼 수는 있겠다. 국가도 그렇지만 군소정당이 생존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합종연횡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겠다.바른미래당이 국회의원 30명으로 한국정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합종책이나 연횡책을 쓸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하여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연횡책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협력하여 여당을 견제하면서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합종책이다. 이미 통합과정에서 지상욱 의원이 당의 강령에 '진보'라는 용어를 쓸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던 것도 합종연횡을 염두에 둔 행보였듯이 이를 둘러싼 당내 진통이 예견된다.연횡론을 선택할 경우 바른미래당은 여당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정책실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여당이 법안 통과를 위한 일차적 연대의 대상으로 바른미래당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를 고립시키기 위해 제후국을 연합시킨 합종론의 원조인 소진(蘇秦)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진나라와 협력하여 이웃 국가를 공략하려는 조나라 왕에게 후방에 대한 염려가 없어지면 진나라는 곧바로 조나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했는데,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협력할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에 돌려지는 정책실패의 화살을 일차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반대로 바른미래당이 합종론을 선택할 경우 여당의 정치적 운신 폭이 좁아질 것이고 야권연대를 통해 정책과 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겠다. 연대의 범위가 넓어지면 정책 주도권까지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횡론을 제창한 장의(張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대국과 싸워 세 번을 승리한 노나라가 결국 망하고 말았다는 사례를 들어 합종의 중심 국가였던 제나라를 설득하여 진나라 패권에 일조하게 했는데, 약소국이 합종의 소모전을 감당할 수 없듯이 바른미래당도 여당과 무리한 경쟁을 계속할 경우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이렇게 보면 바른미래당은 독자적으로 유의미한 정치행위를 할 수도 없고 합종연횡책에도 위험요소가 많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의 창당은 거대 양당과 차별되는 제3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바른미래당은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통령 후보를 2명이나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대안으로서 부각할 수 있으며 그 중도통합의 이미지가 양대 정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비치기 때문이다.현재 한국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의의 왜곡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까지 받은 현행 선거법에 따른 투표의 비등가성이 일차적인 제도적 원인이다. 선거에서 거주지역에 따라 한 표가 갖는 의미가 다르다면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양당제로 인해 거대 정당이 국민의 지지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대 양당은 그때그때 당명만 바꾼 채 국민의 뜻이 아니라 기득권의 힘으로 국정을 좌우하고 국민들은 자의적인 정치에 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대의의 왜곡'을 야기하는 원인은 헌법에도 있겠지만 선거법이 더 직접적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뒤베르제(Maurice Duverger)가 법칙으로서 강조했듯이 지역구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강요한다. 따라서 현행 선거법을 개정함으로써 대의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 바른미래당이 거대 정당 중의 하나를 대체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발전이 아니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하여 다양한 여러 정당이 국민의 뜻을 다각적으로 대변하고 이를 통합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정치발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바른미래당은 합종연횡을 모색하기 이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에 그 존망을 걸어야만 하겠다.

2018-02-15 00:05:00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영국 브리스틀대 대학원 법학과 (환경법, 독점방지법 연구). 전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 공주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객원교수. 전 KBS 국제부장, 전 TV조선 부국장

[김구철의 새論새評] 청년 일자리, 해외에 길이 있다

실패한 일자리 정책 재탕 삼탕 말고예산 3조원으로 30만 명 파견 가능한국 기술 문화 상품 현지 전파 효과제3세계에 親韓 인물들 넘치게 돼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졌다가 회복됐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가상화폐 대책과 여자하키 남북 단일팀 이슈로 주 지지 기반인 청년층이 이반한 때문이라고 분석하지만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청년 실업이다. N포 세대의 암울한 현실이 한탕주의에 눈을 돌리게 하고, 작은 불공정에 목숨 걸게 만든 것이다.청년 일자리 정책은 ▷지속 가능성 ▷청년의 경험 확대 ▷국가 경쟁력 강화 등 3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 청년의 경험을 확대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중소기업 취업 지원, 공공 일자리, 창업 지원 등 청년 일자리 대책에 10조원을 투입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올해 공공 일자리에 81만 명을 채용하지만, 재정 부담이 너무 크고 장기적으로 민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대안으로 떠오르는 청년 수당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의 경험을 크게 확대하지도 못하고 국가 경쟁력도 강화하지 못한다. 청년 수당이 풀리면 일시적으로 지역에 조금 돈이 돌겠지만 그때뿐이다. 청년의 사회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지만, 그뿐이다. 반응이 좋다고? 당연하지, 돈 생기는데 싫은 소리 할 사람 누가 있나? 그 예산, 세금에서 염출된 것이다. 경제는 어려운데 세금만 늘어난다.나는 제안한다. 청년을 해외로 보내자! 대한민국은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국내총소득(GNI)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나든다. 당연히 청년 일자리 대책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류 시장은 민간 기업에 맡기고, 공공 부문은 제3세계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제3세계 특히 농어촌은 여전히 주택, 상하수도, 농업기술, 보건의료, 교육, IT 등 공공 인프라가 열악하다. 우리 젊은이를 훈련시켜 제3세계 농어촌에 보내자. 그 나라 근대화를 주도하는 구심점이 되게 하자.미국은 케네디 대통령 시절 평화봉사단(피스 코어, Peace Corps)을 세계에 파견해 미국의 이상과 기술, 자본을 세계인에게 설득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했다. 우리도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일군 경험을 제3세계와 나누자. 우리 청년들이 제3세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상품과 기술을 현지에 전파할 수 있다. 말과 글, 문화와 음식, 제도 등 한류의 최고 전도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평화봉사단의 한국형 버전을 시도해 보자.1년 써 보고 본인의 의지가 강하거나 실적 좋은 청년은 재선발해 중간 책임자-한국으로 치면 시군 책임자?-정도로 승급시키면 동기 부여가 되고, 효과가 더 클 것이다. 3년차가 되면 지방 책임자로 승격시킨다. 밑바닥에서부터 지방 대도시까지, 현지 생활 3년을 거치면 흔치 않은 제3세계 지역전문가가 탄생할 것이다. 가장 실적이 좋은 경우는 현지 대사관에 현지 채용하면 어떨까? 청년의 개인 경험도 축적되고 국가 경쟁력도 제고된다.예산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제3세계 농어촌은 숙식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현지어 교육과 기본 훈련, 왕복 항공료와 초기 정착 비용에 1천여만원, 그리고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합해 한 사람당 연간 2천만원 정도면 충분하다.올해 서울시 청년 수당 예산은 210억원, 성남시의 청년 배당 예산은 109억원이다. 17개 광역단체가 100억원씩 조성하고, 수원, 성남, 천안, 여수, 포항, 창원 등 재정 규모가 큰 기초단체가 참여하면 2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조성된다. 1만 명 내보낼 수 있는 재원이다. 성과가 좋으면 중앙정부도 참여한다.올해 책정된 청년 일자리 예산이 3조원이다. 한 해 30만 명을 파견할 수 있다. 4년이면 124만 명으로 추산되는 청년 실업자를 모두 지역 전문가로 양성해낼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제3세계에 친한파가 넘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한국 상품을 쓰게 될 것이다. 한국 노래를 듣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한국 춤을 추고, 한국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우리 젊은이를 해외에 보내보자!

2018-02-08 00:05:04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고문현의 새論새評] 한자의 중요성을 인식하자

한국·중국·일본 공통분모는 한자 인적·문화교류에 상당히 도움 돼 한글로 쓰면 혼동하기 쉬운 용어 한자 사용하면 뜻 헷갈리지 않아 우리 대한민국은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인접국인 중국, 일본 등과 문화적·경제적 교류를 해왔었는데 3개국의 공통분모는 유교와 한자이다. 옛날 고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한자를 통해 중국과 긴밀한 교류를 해왔으며 한자를 차용하고 있는 일본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중국이나 대만 또는 일본 등에서 행해지는 학술행사에 참가하거나 해당 국가들을 여행하다 거리의 도로명이나 가게의 상호를 보게 되면 한자 표현으로 인해 필자는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 며칠 전 필자는 대만에 연구출장을 다녀왔는데 그때 만난 진신민 전 대법관도 대만에서 비슷한 거리에 있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때 위와 같은 이유로 한국을 방문할 때보다 일본을 방문할 때가 더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다. 수년 전에 국립 대만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일행을 만났을 때도 같은 대답이어서 이번에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우리는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이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고 경제 성장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위의 진신민 전 대법관 말의 의미를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자가 주는 위의 친근성 이외에도 필자가 헌법을 가르치면서 느낀 한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 헌법(이하 '헌법'이라 약칭)은 우리나라의 기본법이다. 이 기본법인 헌법은 1948년 7월 12일 제정되었다. 그 이후 9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국회에서 제10차 헌법개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필자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헌법은 1948년 제정 당시부터 국한문 혼용체로 표시되어 있으며 전문,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경제, 제10장 헌법개정, 부칙 등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라고 밝히고 있고 총강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9조)고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제대로 알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선현들의 눈부신 성과물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원효 대사의 '대승기신론소'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이나 '조선왕조실록' 등은 모두 한자로 되어 있다. 수많은 고문헌에 담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면 아무리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부르짖어도 그것은 공연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문 전공자를 양성하면 된다고 하지만 한자를 공부한 저변 인구조차 없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한문 전공자를 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자로 된 고문헌 연구는 전문가의 몫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어를 보다 정확히 사용하기 위해서도 한자에 대한 소양이 필요하다. 위에서 소개한 '대승기신론소'와 같이 수준 높은 정신문화를 꽃피운 선현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기 때문에 헌법에 나오는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헌법을 강의할 때 구두로만 말하거나 한글로만 칠판에 쓰면 동일한 표현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한자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용어가 많이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 헌법은 제1장 총강 앞에 전문이 있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시하지 않고 한글로만 표시하면 전문(前文)을 포함한 헌법 전체를 의미하는 헌법 전문(全文)인지 아니면 총강 앞에 있는 전문(前文)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 헌법 전문을 읽으라고 구두로 말하면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애매한데 이러한 경우에 한자로 표현하면 단순 명료하게 해결된다. 또한 헌법 제5장의 제목이 법원인데 이것을 한글로만 표시하면 법학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로서 법의 존재 형식을 의미하는 법원(法源)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재판하는 곳인 법원(法院)을 지칭하는지 여부가 매우 불분명하다. 이러한 경우에 한자로 법원(法院)이라고 표현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10장에 헌법 개정이 나오는데 이것을 한글로 표시하면 헌법을 나쁘게 바꾸어도 된다는 의미의 헌법 개정(改訂)이라는 표현도 가능하지만 현재의 헌법과 기본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나은 상태로 발전시킨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헌법 개정(改正)이라고 하는데 학생들도 무심히 지나가면 이 용어에 대한 한자 표기를 혼동하기 쉽다.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고유의 문자를 만드신 것은 매우 자랑스러우며 이것을 더욱 발전시켜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한글사랑운동을 펼치신 것은 자못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한글만 사랑하여 이것만 계속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선현들의 사상을 현대로 계승·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국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잘 이어받아 '온고이지신'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결고리의 중심에 한자가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실 필자는 우리의 문자인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발음기호로 읽어야 하는 영어와 비교해보아도 한글은 발음기호의 필요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미루어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지를 잘 알 수가 있다. 이러한 한글과 수천 년 전부터 우리 문화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한자를 적절히 혼합하여 효과적으로 교육한다면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융합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인재들을 많이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 체계가 내실화되고 축적된다면 머지않아 한자에 조예가 깊은 노벨상 수상자, 제2의 원효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다.

2018-02-01 00:05:00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양동안의 새論새評]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北 핵 폐기 없는 한반도 평화는 사기 김정은 국제 압박 완화 위해 평화쇼 평창올림픽 기간 북한 예술단 공연 현란한 무대 뒤로 북 핵개발 계속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에 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여 핵무기 제조를 추진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전에는 남북한의 군사력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어 전쟁이 억지(抑止)되어 왔다. 북한이 수차에 걸쳐 핵무기 폭파실험을 실시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성공시킴으로써 남북한 간의 전쟁 발발을 억지해온 군사력 균형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조치들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직접적 내지 예비적 노력을 포함하지 않는 한반도 평화 노력은 말로만 '한반도 평화 노력'일 뿐 실제에 있어서는 한낱 사기극에 불과하다. 한반도 평화 파괴의 원인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인데 북한의 핵무기 제거 노력 없이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은 암세포의 제거 없이 암을 치료하겠다는 것과 같은 엉터리 수작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2018년도 신년사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의 제조가 완성되었음을 선언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한 가운데 한반도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한 간의 대화와 왕래를 촉구하면서 그 일환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남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김정은의 평화 제의는 한반도 평화 파괴의 원인인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지 않고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엉터리 수작이다. 위장 평화공세이다. 김정은이 이런 위장 평화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국제적 압박의 강도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2018년 1~3월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기에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려 하고, 미국은 실전 배치되기 전에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구실로 남한과 요란한 위장 평화 쇼를 연출하여 미국의 군사적 조치 단행 명분을 없애면서 자기들의 핵미사일 실전배치를 무난히 수행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위장 평화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두 번째 목적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남북한 간에는 얼마든지 평화가 가능하다는 착각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남북한은 단일팀을 구성하여 경기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규모 예술단이 남한을 방문하여 평화를 구가하는 노래와 춤을 공연하고, 남북한 합동 응원을 열띠게 진행하여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다. 이러한 평화 쇼는 남한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개의치 않고 북한과의 평화를 희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줄 것이다. 그러한 인상은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성공하고,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약화된다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보유는 공인된 항구적인 사항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보유가 공인된 항구적 사항이 되면,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기가 항구화되거나 주한 미군 철수 후 공산화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로 가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이용한 평화 쇼를 제안하자 문재인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색하며 그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김정은 연출 평화 쇼에 호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진행될 남북한 평화 쇼를 준비하기 위해 양측의 대표들이 남북을 분주히 오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제작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예술단이 남한에 와서 현란한 춤을 추며 평화의 노래를 요란히 부를 때도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제조 작업은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민족 평화의 축제로 만들자고 남북한이 합의한 평창올림픽의 막이 내린 후 어느 시점에서 북한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때 가서, 북한의 거짓 평화 쇼에 협조함으로써 북한 핵무기 제거의 마지막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회피할 것인가?

2018-01-25 00:05:00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대영의 새論 새評] 남북관계와 '정자노지'(政者勞之)

고위급 회담서 3개항에 합의당사자간 관계 개선 난제 많아국제공조 유지하며 평창 지원국내외 여론 의식 힘든 나날들공자는 정치를 '정자정야'(政者正也)로 설명한다. 정치란 바른 것이라는 뜻이다. 그간 진행되어 온 적폐청산도 바른 나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일 따름이다. 그런데 공자는 "그대가 바르게 통솔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子帥以正 孰敢不正)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붙인다. 남을 바르게 하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면서 공자의 또 다른 정치론이 생각났다. 공자는 정치를 '힘든 일'(勞之)로 설명했다.작년 촛불정국에서는 '정자정야'를 되뇌었는데, 최근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면서 '정자노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힌 이후 우리 정부는 그야말로 동분서주 힘들게 뛰고 있다. 왜냐하면 남북관계는 단순한 일면으로 봐서도 안 되고 북한만 고려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남북화해와 더불어 '핵무력의 완성'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환영과 우방과 더불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화답했다.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서 곧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여 한미 군사훈련을 올림픽 기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칭송하면서 국제적 대북제재에서 대한민국이 이탈할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켰다.이와 같은 우리 정부의 기조에 대해 북한은 "화해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온당치 못한 망언"으로 규탄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지난주에 있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대표 리선권은 비핵화 문제는 북미 간의 사항이므로 남한은 빠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군사회담을 포함한 3개 항의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 당사자 간의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세 번째 항목의 합의사항에 대한 이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북한은 16일 자 '노동신문' 사설에서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외세가 남북관계에 끼어들면 그의 이해관계가 작용해 우리 민족의 의사와 요구를 실현하는 데 난관이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이유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과정이 국제적 대북제재와 마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북한은 이번 주에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140명의 예술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우리 측에 이들을 육로로 수송하기 위한 차량을 요청했다. 운송수단 제공이 대북제재와 무관한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일단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 및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합동지원단'을 발족시켜 그들의 활동 및 행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준수'라는 기본 지원 방침을 정했다. 북한 참가단에 대한 물품 지원에 있어서는 국제공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정치선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야당의 비판을 제외하고도 정부로서는 참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과정이다.이처럼 정치적 사안은 다양한 견해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려면 힘들 수밖에 없다. 마치 민주적 사법제도가 판결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과 같다. 혹자는 성인이 재판하면 신속한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성인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국민의 권리를 지켜준다.서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공자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에 따르면 정치인은 모두에게 합당한 가치가 배분될 수 있도록 '타인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에게는 명예가 주어진다. 아무쪼록 남북이 '정자노지'의 관점에서 다각적이고 다층적으로 관계개선의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힘들게 준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는 바이다.

2018-01-18 00:05:00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영국 브리스틀대 대학원 법학과(환경법, 독점방지법 연구). 전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 공주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객원교수. 전 KBS 국제부장, 전 TV조선 부국장

[김구철의 새論 새評] 사면초가 한국 외교, 돌파구는 있다

北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UAE 논란 일단락 분위기 환영세계 안보 위협 북핵 문제 여전고위급회담 계기 새 해법 기대드디어 한고비 넘겼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선수는 몇 안 되지만 응원단, 공연단 해서 최대 규모가 될 거라 한다. 핵 문제로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던 북한이 태도를 바꾼다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반가웠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이슈도 칼둔 행정청장의 방한으로 구구한 억측이 풀리고, 양국 간 이견도 정리되는 분위기다.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원전 수출이 중요하고 평창올림픽이 중요한 국가 이벤트이지만 북한 핵만큼 중대하지는 않다는 것을. 평창 안 해도 살고 실패해도 살지만, 북한 핵은 한민족 생존의 문제임을. 핵문제가 태산이라면, 평창은 계곡에 널린 예쁜 조약돌에나 비길까? 핵은 우리의 생존만이 아니라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현안이라, 세계 질서를 양분한 강대국의 세계 전략과 분리할 수 없어 해결이 더욱 어렵다.1980년대 미국은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7함대만으로도 중국의 전체 전력을 상대하고도 남았고, 2008년 미국의 국방예산은 중국의 6배도 넘었다. 그러나 최근 2, 3년 사이에 중국의 국방예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 미국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인구 14억 명의 거대 국가가 거세게 추격하니,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예민한 것도 당연하다.결과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셰일 유전의 상업화에 성공한 후 중동의 가치는 반감되고 중국 봉쇄가 최우선 순위가 됐다. 대북 경제 제재는 중국을 현재 상태로 묶고 싶은 미국에 좋은 핑곗거리였다. 대북 제재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될 거라는 필자의 예측대로, 최근 북한에 석유를 판매했다가 미 정보 당국에 적발된 선박은 대부분 중국 선적이다.(지난해 11월 9일 자 '김구철의 새론새평'을 보라)중국 봉쇄에는 일본과 인도,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특히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그 대가로 동북아 지역에 대한 상당한 발언권을 줬다. 20세기 초 동북아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권을 인정했던 영일 동맹과 테프트-가쓰라 조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결과 일본은 성노예 사건에 대해 '불가역적 해결'을 한국에 강요할 수 있었다.아베 일본 총리는 문제 많은 성노예 협상에 관한 한 "1㎜도 못 움직인다"고 떼쓰며 '평창 불참 운운' 협박한다. 그 후안무치함에 피해자 할머니들은 피눈물이 난다. 한편 김정은은 핵단추에 손을 얹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이미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연기라는 선물을 받고 남북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을 빌미로 한국과 중국에서 800억달러, 2천5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아갔다. 북미 중 택일하라, FTA 협상 다시 하자, 요구도 많다. 한미훈련 연기에 동의하고, 남북대화에 찬성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중국은 사드(THAAD) 보복을 공식 해제하지 않은 채, 평창과 북한 핵을 시소 양쪽에 놓고 한국을 저울질한다. 중국이 미국에 비굴할 정도로 굽힐 때는, 마음 급한 한국에 얼마나 굽히고 숙일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모두 한국에는 '갑'이다. '슈퍼 갑'이라도 좋으니 내 편이면 좋겠는데, 화끈한 한국 편은 없다.삼국지에 촉(蜀)의 유비가 죽고 미숙한 유선이 집권하자 위(魏)의 사마의가 다섯 갈래 대군을 동원해 촉을 공격하는 대목이 나온다. 천하의 제갈량도 대책을 못 찾아 며칠 출사를 못하고 고심할 정도의 큰 위기다. 우리 외교 상황이 그렇다. 상대는 일·북·미·중· UAE 다섯, 어느 한쪽이 만족하면 다른 한쪽의 불만이 폭발한다.평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게 다행스러울 지경이다. 얼른 한 달이 지나가야 작은 선택권이라도 쥘까? 4대국 대사가 커리어 외교관이 아니라 문제가 커졌다는 말, 나는 믿지 않는다. 나는 믿는다. 그들이 커리어 외교관이 아니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다. 제갈량이 다섯 갈래 대군을 방어했듯 사면초가의 위기를 돌파해낼 것이다. 엊그제 남북 고위급회담이 단초가 될 것이다.참, 잊어버릴 뻔했다. '위안부'(comfort woman)란 표현, 절대 쓰지 말자. 누구의,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위안(comfort)이란 말인가? 그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청춘과 인격을 짓밟힌 성노예(sex slave)였다.

2018-01-11 00:05:00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고문현의 새論새評] 헌법 개정의 필요성

규범과 현실은 언제나 괴리 불일치 줄여야 살아있는 법 30년 만에 성숙된 개헌 논의 현재와 미래 최대한 반영을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最高法)이자 기본법이다. 헌법이 국가 법질서의 기본이 되므로 시대정신을 반영한 헌법 가치를 헌법에 담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 그런데 시대정신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바뀔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상당히 흘러 수십 년이 지나면 헌법 규정과 헌법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여 헌법 규정과 헌법 현실을 일치시켜 규범적 헌법으로 유지하려는 것이 헌법 개정이다. 즉, 일반적으로 헌법의 개정은 헌법에 규정된 개정 절차에 따라 헌법의 기본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헌법의 특정 조항을 의식적으로 수정 또는 삭제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증보)함으로써 헌법의 형식이나 내용에 변경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1987년 9차 개헌 후 30여 년 만에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가 발족돼 그동안 헌법 개정안 마련을 위하여 활동하다 최근 개헌특위 활동의 시한 연장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대립을 하기도 했으나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다 하겠다.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인 헌법이 빈번히 또 너무 쉽게 바뀐다면, 헌법을 성문화한 성문헌법주의 정신에 위반된다. 근대입헌주의 헌법은 헌법의 성문화와 헌법 개정을 곤란하게 하는 경성헌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은 헌법의 성문화와 개정 곤란성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영구화하고, 그때그때 집권의 편의를 위한 빈번한 헌법 개정의 결과 초래되는 국가 기본질서의 불안정을 방지하려는 것이며, 헌법의 항구성과 안정성의 보장은 물론 헌법의 규범력을 고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 규범은 헌법 현실을 규율 대상으로 하고, 헌법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헌법 규범과 현실 간에는 괴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괴리가 일정한 한도를 넘으면, 헌법 규범이 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단순히 문자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괴리를 줄여 헌법이 규범력을 가진 살아 있는 헌법이 되게 하려는 것이 헌법 개정이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라진 사회경제적'정치적 상황에 대응하여 그때마다 헌법의 불비와 흠결을 보완하고, 그럼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유지하려면, 그 개정이 불가피하다. 둘째, 헌법의 개정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현재의 헌법에 불만을 가진 정치 세력들이 혁명이나 쿠데타와 같은 방법으로 현재의 헌법을 파괴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혁명 등에 의한 헌법의 파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헌법 제정 당시에 제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정치 세력에 헌법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예를 살펴보면 현행 헌법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민족문화'를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대한민국 인구의 5%를 초과하고 있고, 산업체의 이른바 3D업종에 취업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이라는 상황 및 문화의 다양성 등을 고려하면 '민족'이라는 문구는 더 이상 존속할 이유를 상실했다고 하겠다. 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규정한 헌법 제69조("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에서 '민족문화'라는 문구의 '민족'을 삭제하는 것이 달라진 대한민국의 상황(헌법 현실)을 헌법에 반영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겠다. 헌법은 국민의 합의에 기초한 국민과의 약속이다. 30여 년 만에 성숙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진행되는 개헌특위의 개헌 작업을 통하여 현재의 국민과 미래 세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지속 가능한 규범적 헌법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8-01-0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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