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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양동마을을 다녀오면서

10년만에 경주 양동을 방문했다. 다른 인연이 있기도 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서 기대가 컸다. 산책길로 좋았고 잘 보존된 고택도 잘 정비된 산책로도 좋았다. 경상도 반촌(班村)-양반마을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아쉬움도 컸다.우선 안내가 턱없이 부족했다. 인물 소개는 벼슬 나열이 고작이고, 마을과 고택 소개는 공학적 설명으로 끝난다. 회재 이언적 선생이 왜 거유(巨儒)로 불리는지, 성리학의 기초라도 소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리론, 주기론, 이기일원론이니 이원론이니 말만 들었지 제대로 아는 한국인도 많지 않은데, 설명다운 설명을 찾아 볼 수 없다. 마을과 고택에 얽힌 풍수사상에 대해 영어 안내판은 '토폴로지(Topology...)'로 시작한다. '풍수지리'의 영어 번역이 '토폴로지'긴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이를 '위상수학(位相數學)'으로 읽는다.양동을 대표하는 인물, 회재 선생의 이름, 호, 시호도 소개할 가치가 있다. '언적(彦迪)' 선비 언, 큰 인물 언, 나아갈 적, 이끌 적, 그래서 '언적'은 '이끌어가는 큰 스승'이란 뜻이 된다. 아호 '회재(晦齋)'는 '반성하는 집', 시호 '문원공(文元公)'은 '글, 정신문화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원래 이름은 외자 '적(迪)' 이었지만, 임금의 명으로 언적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얼마나 재미난가?'숭례문(崇禮門)'이 무슨 뜻이며 '덕수궁(德壽宮)'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몇이나 될까? 왜 임금의 정전은 근정전(勤政殿)이며 왕비, 태후의 거처는 교태전(交泰殿), 자경전(慈慶殿)인가? 요즘 아무나 입에 달고 다니는 스토리텔링이 별건가? 이런 게 스토리텔링인데. 이런 해석이 없다면 '양동'에서 우리 미래 세대가 무엇을 자랑할 것이며,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무엇을 깨달을 것인가?근대 이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칼 휘두르던 자들이 권력 잡고 국정을 주물렀다. 그 후손이 명문 귀족이 되고, 귀족의 아들은 사관학교를 다녔다. 돈많은 상인들이 무인 귀족에 대항해 궐기한 것이 이른바 시민혁명이다. 우리나라처럼 중세 이전부터 독서계급이 국정을 담당하고 권문세가를 이룬 나라는 극히 드물다. 우리에게는 정신문화, 소프트파워가 군사문화, 하드파워를 통제한 유구한 전통이 있는 것이다.양동을 비롯한 전통 마을에서는 정신 문화를 우위에 놓은 자랑스런 우리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세계문화유산 양동에는, '양동의 추억'을 되새길 책자 한 권, 기념품 하나 없다.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생에 단 한 차례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인류문화유산 '양동'을 기념할 게 아무 것도 없다.이집트에 가면 작은 은판에 이집트 상형문자로 이름을 새겨 목걸이 명찰로 사게 만든다. 고대 이집트 역사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한 파피루스와 면 티셔츠를 판매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양동도 기념품 소재는 쌔고도 넘친다. 무첨당(무첨당이나 향단, 수졸당, 관가정같은 고택의 모형이나 사진, 선비의 갓이나 문방 사우, 기념비의 탁본이나 문헌의 사본, 고지도 형식으로 제작한 양동 마을 조감도...간식조차 여느 서구 관광지마냥 각종 커피와 아이스크림 일색이다. 입구 매점에서는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판다. 외국인을 위해 샌드위치는 그렇다 치고, 인류문화유산의 품위가 있지 컵라면이라니... 한입에 들어갈 작은 크기의 양반가 떡과 다양한 전통차를 설명 곁들여 내놓으면 좋지 않을까?마지막, 마을 입구의 벽화, 꼭 콘크리트로 급조해야 했을까? 어차피 시간 여행인데. 초입의 초등학교도 전통 서원의 건물 배치를 참고했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2018-10-17 12:07:01

김주영소설가·객주문학관 명예관장

[새론새평] 농촌오지, 소멸에서 부활하기

日 외딴섬 나오시마 재생 작업 성공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명소로문화 예술만이 발걸음 되돌리게 해문화가 분산됨으로써 경제도 분산농촌 인구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오지 마을에는 하루가 다르게 빈집과 폐교가 늘어난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새우등진 노인네들만 남아 유모차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니면 사래 긴 밭에 씨앗을 박거나, 과수원의 풋과일을 솎아낼 엄두조차 못한다. 소멸을 앞두고 있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이 가시지 않고 우리들 주위를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인구 노령화와 농촌 공동화를 먼저 겪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그들은 농촌의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날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우선 일본의 외딴섬인 나오시마의 경우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섬은 구리제련소의 폐기물로 가득해서 버려진 곳이었다. 그러나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설계, 되살린 전통 가옥, 세계적인 작가의 조형물을 이 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나오시마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섬이 거둔 눈부신 성과는 문화가 분산되어야 경제가 분산된다는 놀라운 가르침이다. 일본의 또 다른 오지 마을인 에치코 쓰마리 지역에선 3년마다 한 번씩 대지의 예술제가 열린다. 하찮은 흙도 모아서 다듬으면 훌륭한 전시품이 된다는 것을 이 예술제는 보여준다. 2015년의 예술제에는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 오지 마을에 모여들었다. 더불어 약 50억엔의 경제 효과도 거두었다. 일본의 오지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 곳곳에는 갖가지 문학관과 박물관이 문을 열고 있어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이 빼어난 자연에 예술의 옷을 입히고, 스며드는 예술을 지향한 결과 막대한 재생 에너지를 얻어 낼 수 있었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장소를 실제로 존재했던 장소로 둔갑시켜 관광명소로 만든 사례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연인들이 가진 감성여행 곳곳을 실제로 있었던 사실처럼 꾸며서 관광 상품화해 성공한 것이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주일 정도 체류했었던 설국의 여관방을 지금까지 그대로 보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와 관계가 없었던 게이샤 이야기까지 꾸며내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효과도 거두었다. 이야기를 만들어 관광상품화한 사례다. 자랑스러운 것만 관광 상품화 되는 것은 아니다. 체코의 프라하에는 카프카의 누나가 살고 있던 초라한 가옥과 누추한 골목길을 그대로 보전해서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중국의 쓰촨성에는 참혹했던 지진으로 쑥밭이 된 학교 건물과 부서진 교량을 고스란히 보전하여 재해지역의 참혹상을 역력하게 보여줌으로써 역발상의 관광 상품화를 노려 성공하고 있다. 그냥 두어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제주도에도 크고 작은 50여 개의 미술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부지 대여와 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등 희생적인 노력을 기울여 제주도의 쇠락을 사전에 차단한다.이런 성과들을 거두려면 먼저 지역 주민들이 개인적인 이익에 집착한다든지, 문화 예술에 대한 배타적 혹은 냉소적인 반응이 지속된다면 농촌 재생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거니와 문화 예술만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고, 문화가 분산됨으로써 경제가 분산된다는 결과는 제주도를 비롯해서 일본 오지 섬의 재생 프로젝트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없는 소매를 흔들 수는 없다." 일본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속담이다.

2018-10-10 14:25:13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문재인·김정은 불길한 밀착

'나쁜 사람과 친구 되지 마라' 격언국가 지도자들 정상외교에도 해당포악·거짓말 '나쁜 사람' 김정은을경계는커녕 국제무대서 신용보증나쁜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마라. 이 말은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준칙이다. 나쁜 사람과 친구가 되면 나쁜 사람과 한패가 되어 나쁜 짓을 범하게 되거나 나쁜 사람에게 이용되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이러한 행동준칙은 국가 지도자들 간의 정상외교에서도 적용된다. 국가 지도자들이 외국의 지도자와 접촉·교유를 함에 있어서도 포악하고 거짓말 잘하는 독재자와는 '친구' 같은 밀착관계를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나쁜 외국 지도자와 밀착되면 나쁜 외국 지도자의 나쁜 국제적 도발에 동참하게 되거나 나쁜 외국 지도자에 이용당하여 자기 나라에 피해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30년대 이탈리아의 지도자 무솔리니는 독일의 지도자 히틀러와 밀착되는 바람에 히틀러와 함께 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고, 이탈리아에 국토가 초토화되는 패전의 재앙을 초래했다.그런 까닭으로 해서 분별 있는 국가 지도자는 나쁜 외국 지도자와의 상종을 피하고, 상종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제한된 협력이나 거래만 하고 밀접한 관계는 갖지 않는다. 예를 들면, 1930년대 스페인의 지도자 프랑코는 국내 공산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히틀러와 협조했으나 히틀러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로 인해 스페인은 독일의 세계대전 도발에 동참하지 않았고 세계대전의 전화를 피했다. 또 1970년대 서독 지도자 브란트는 동서독 화해를 위해 동독의 공산 독재자 호네커와 회담하고 거래했으나 호네커와 인간적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서 동독 공산정권의 서독 침투공작을 억제했다. 1990년대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중요한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나쁜 독재자들인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었다.이상의 전례들에 비춰볼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도에 넘는 밀착은 불길한 느낌을 준다. 두 사람이 불과 5개월 동안에 3차례나 회담을 가졌고 백두산 등반을 동행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이 유엔에 가서 "김정은을 믿어라"고 호소하는 연설까지 한 것을 보면 둘의 관계가 10년 지기라도 울고 갈 정도로 긴밀한 것 같다.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밀착관계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은 김정은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그의 행적이 말해준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전면적으로 말살하는 독재를 자행하고 있다. 그는 포악하다.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무도한 수법으로 처형하고, 고모를 유폐·살해(?)했으며, 형 김정남을 암살했다. 집권 후 300명 이상의 고위 관료들을 처형했다. 그가 처형한 고위 관료들 가운데는 김정은의 연설을 듣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당한 사람도 있다.김정은은 또 거짓말을 잘 한다.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으며, 자기가 북한 공작원을 시켜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해 놓고도 죽은 사람이 김정남이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있다. 핵무기 제조를 계속하고 있으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자진 폐기할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인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할 의도가 없으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있다.김정은은 이처럼 나쁜 사람인 것에 더하여 대한민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의 수뇌이다. 정상적이라면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는 김정은과 평화를 위한 접촉·거래를 진행함에 있어서 나쁜 사람에 대한 경계와 적국 수뇌에 대한 경계를 이중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경계하기는커녕 국제무대에서 김정은을 대변하고 김정은의 신용을 보증 서줄 정도로 김정은과 밀착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인지?

2018-10-03 13:28:39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새론새평] 핵 협상을 가로막는 원숭이 항아리

한반도 평화 경제협력 기대한다면비핵화 위해 내놓을 것들 성찰해야북한 설득하려면 평화협정 공론화주변국과 더불어 진지하게 고민을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의 폐기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평양공동선언'과 북미 협상 재개라는 큰 성과를 낸 것이다. 그렇지만 못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는 이유는 제 것은 내놓지 않고 남보고만 내놓으라는 속된 욕심이 더 큰 결실을 방해하기 때문이다.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를 잡기 위해 주둥이가 좁은 항아리 안에 야자 열매를 넣어둔다고 한다. 야자 열매를 손에 쥔 원숭이는 항아리에서 손을 빼지 못한 채 발버둥 치다가 사람들에게 잡히고 만다. 일단 한번 먹이를 쥔 이후에는 절대 내놓지 않는 원숭이의 생리를 이용한 사냥법인데,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도 종종 양손에 떡을 쥐고서 다른 떡을 탐낸다.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라는 대한민국의 대의는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고 이에 15만 평양 시민들이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1년 전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놀라운 진전이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33번이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당시 북한은 '서울 불바다'와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에 대한 보복'으로 대응했었다.그런데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명시적으로 표명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낸 것은 실로 큰 성과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간의 경제 및 문화협력에서도 합의가 있었지만 이는 북미 협상의 진전과 맞물려 있다.정작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미온적인 대응에 있다. 북한이 내놓은 떡을 받아 쥔 채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미국은 원숭이의 항아리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애써 설득도 해 보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답 없이 계속 딴청만 부렸다. 이미 미군 유해를 송환받았고 이번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라는 큰 떡을 받고도 또 다른 떡을 찾는 꼴이다.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에서 미국은 경수로 건설과 평화협정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종용했는데, 지금 미국은 뚜렷한 제안 없이 핵 사찰을 요구한다.면밀히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한반도 평화를 추구한다지만 그 대가로 무엇을 내놓을지 생각하지 않는다. 서독은 통일을 위해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불했는데, 우리는 남북 관계의 개선이 초래할 이익만을 생각한다. 내 것을 내놓지 않으면서 평화도 유지하고 경제협력도 기대한다면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내놓을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먼저 우리가 주장하는 종전선언만으로는 북한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평화협정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어렵고 불편하다고 해서 주변국들과 더불어 상호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얼버무리고 넘어간다면 핵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다. 나아가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파악해야겠다.초당적, 범국민적 협력의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겠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국회 동행을 요청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에 거절당하면 당리당략으로 매도하면 판이 깨질 뿐이다. 내줄 것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때 비로소 협상이 성사된다. 공자도 강조했듯이 결과에 들뜨지 말고 먼저 어려운 일을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선난후획'(先難後獲)의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2018-09-26 13:38:10

[새론새평] 시장의 자정 기능에 한계 자영업자 맡겨라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경제활동인구의 25%가 자영업자미·유럽 선진국은 10%선에 불과IMF 이후 가장 힘든 추석이지만세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위험며칠 뒤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오곡백과가 익는 수확의 계절이다. 먹을 것이 1년 중 가장 푸짐하다. “모두가 밤낮없이 즐겁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가야물 감야물 단원장사가배일)고 한다. 열양세시기에 나오는 말이다. “가을걷이 풍성해 집집마다 배부르니, 달은 밝고 길가에선 노랫소리 자주 들리네”(秋熟始知盧舍飽 月明頻聽路衢歌·추숙시지노사포 월명빈청로구가)라는 조선 후기 이안눌의 시도 있다.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국제 유가는 1배럴에 80달러 선으로 크게 오르고 물가도 불안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수출이 위협받는다. 투자 심리는 얼어붙고 경기는 위축된다. 금리를 더 낮춰 경기를 띄워야 하는데, 금리 높은 미국으로 해외 자본이 빠져 나갈까 걱정이다.실업률, 실업자 수 모두 8월 들면서 다시 악화됐다. 청장년층은 일자리 없다 아우성이고, 자영업자들은 죽겠다 울어댄다. 한국은행과 국제 경제기구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의 3%에서 더 낮췄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어려운 추석이다.일각에서는 주 52시간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16.4% 인상 때문이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했다니 일말의 진실은 있는 듯하다. 과연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일까?우리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천113시간으로 OECD 가운데 2위다. OECD 평균은 1천766시간, 우리보다 못한 에스토니아, 폴란드, 그리스도 우리보다 짧다. 최저임금, 이제 겨우 OECD 평균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40년 유보해 온 ‘인간다운 삶’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이 문제라는 지적은 잘못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556만 명, 자영업자 1명에 딸린 식구가 3명이라 보면 2천240만 명이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전 인구의 40%다.생각해 보자. 누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지. 자영업자인가, 봉급생활자인가? 그래서 자영업자 비율은 공정과세, 건전경제의 척도다. 우리는 자영업자가 경제활동인구의 25%, 미국과 유럽은 10%선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 세제의 투명성이 낮은 것이다.정부는 자영업자들이 어렵다고 불평하니 카드 수수료까지 재정에서 지원하겠다고 한다. 재정이 무엇인가? 봉급생활자의 쥐꼬리 월급에서 박박 긁어간 세금 아닌가? 세금 잘 내는 봉급생활자 월급 뜯어, 세금 덜 내는 자영업자를 지원한다!자영업자 절대다수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 없이 시작한 요식업이나 편의점주다. 그들이국제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돈을 벌 수 있나? 해외에서 돈 벌어오지 못하고 아무도 세금 안 내면서, 모두 세금에 기대 살아간다. 이래서는 나라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현재의 문제 자체가, 역대 정부가 선거 때문에 표만 의식해 경제정책과 세제를 자영업자에게 절대 유리하게 운영해 온 결과다. 차제에 정부는 결단하라.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는 과감하게 도태시켜라.또 하나, 실업이 심각하다 해서 공무원 늘릴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러지 않아도 공무원 수발 드느라 산하기관, 민간기업 등골이 휘다 못해 빠질 지경이다. 공무원 늘리기는 쉬워도, 다시 줄이기는 어렵다.세금으로 공공일자리 늘리고, 세금으로 자영업자 지원하는 정책, 굉장히 위험하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 세금 지원받는 자영업자 먹여 살리는 경제체제로 전락할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1990년대 공산주의가 몰락했다.

2018-09-19 11:31:34

김주형 소설가

[새론새평] 군대, 지금도 가슴이 뛴다

어머니께 편지 쓰면서 울먹였던 기억먼동 트는 새벽 행군하며 젊음 확인세상사 두려울 게 없는 자신감 배워자식 사랑한다면 일부러 고생시켜야누구나 늙게 되면, 기억력에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집 전화번호와 자신의 핸드폰 번호, 아내의 핸드폰 번호, 흉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들의 전화번호 몇 개, 아내 몰래 개설한 통장번호, 이런 번호들은 언제 어디서든 대뜸 기억할 수 있어야 치매에 걸렸다는 의심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그런 번호들을 떠올릴 수 없을 때가 있다. 심지어 자기 집 현관문 앞에 당도해서 디지털 도어록의 번호를 기억 못해 쩔쩔맬 때도 있다.그런데 필자의 경우, 정신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어도 일사천리로 기억할 수 있는 두 개의 번호가 있다. 그것이 바로 군번과 훈련소에 입소해서 처음 지급 받았던 총번이다. 왜 그럴까. 어째서 다른 것은 모두 하얗게 잊는데, 군번과 총번만은 명료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이끼처럼 찰싹 달라붙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군번을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뿐만 아니라, 노령의 몸으로 저승사자와 수시로 통화하고 있는 지금도 군대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참견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병영 생활은 평상시에 겪었던 고통 따위는 하찮은 것이고 털끝만치의 가치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게 만든다. 아프면 약 바르고 가려우면 긁으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리고 '같다'라는 언어적 콘돔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다는 어정쩡한 태도로는 이 험한 세상을 강단 있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군대는 삼엄하게 가르친다.삭풍이 불어닥치는 혹한 속, 얼음장처럼 차가운 참호 속에서 난생처음으로 어머님께 편지를 쓰면서 울먹였던 기억도 결국은 내 삶을 풍요롭게 적셔준다는 것을 군대는 가르쳐 주었다. 땀과 땟국물이 뚝뚝 흐르는 양말을 연탄난로에 쬐어 말리면서, 하루의 일과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자긍심에 젖었고, 먼동이 트는 새벽의 행군에서 내 젊음도 피처럼 뜨겁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었다.식사는 언제나 충분치 못했고, 목에 차고 있던 군번줄을 벗어 인식표로 수저를 대신할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웃음 짓게 한다. 저의가 의심스러운 악질적인 기합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나, 그것을 극복하면서 긍정의 힘을 가진 젊은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군대였다. 그래서 평온함 속에서 겪는 갖가지 경험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별다른 가치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군대는 이웃 사람이 가는 곳이니 나도 할 수 없이 가는 곳이 아니라, 기필코 가야 할 곳이라고 내게 가르쳤다.내 안에 들어앉아 잠자고 있는 젊음의 기백이 무엇이며, 세상의 격정적인 민낯들과 조우하면서 얻은 경이적인 체험을 하고 싶다면 군대만 한 공동체도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땀 흘리지 않고는 달콤함도 없다는 속담처럼 군대는 하찮은 젊은이로 하여금 땀 흘리게 했고, 땀 흘린 만큼의 자신감을 가진 젊은이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치열한 삶이란 무엇이며, 비겁한 것은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입대한 아들의 훈련장까지 뒤따라 다니며 간식거리를 챙겨주며 엄호하는 부모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런 부모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부모란 이름이 부끄럽고, 그것을 용납한 군대 역시 있으나 마나다. 군대야말로 어디 가서도 비겁하지 않으며, 남의 등 뒤에 숨지 않는 강철 같은 젊은이를 사회에 배출시키는 용광로이기 때문이다.최전방 부대에 배속되어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오면, 모든 세상사가 두려울 게 없는 자신감을 갖게 가르치는 곳이 바로 군대다. 당신이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일부러라도 고생을 시켜라. 성공의 체험보다 고난의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대인 사고법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2018-09-10 14:03:39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문정권의 북한핵 폐기 방해

대화 불가능한 폐쇄 독재국가에경제적 지원 제공하려 계속 시도국제사회 대북제재 그물망 약화핵무기 폐기 이행에 역효과 초래국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대화(외교적 협상), 제재, 군사력 사용 등이다. 이 세 가지 방법들은 갈등 당사국들의 정치체제와 갈등 사안에 따라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한다.대화는 개방적 민주국가들 사이에서는 거의 모든 갈등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어느 일방만이라도 폐쇄적 독재국가이면 갈등 사안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갈등의 사안이 폐쇄적 독재국가의 핵무기 개발 저지 같은 비밀성과 휘발성이 높은 군사적 문제이면 대화는 그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전혀 될 수 없다.대화가 폐쇄적 독재국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같은 군사적 문제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한 국가와는 진실한 정보를 토대로 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대화에 의해서 갈등을 해결하려면, 주고받는 말들이 진실해야 하고, 대화 쌍방이 상대방의 말이 진실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약속(합의)한 사항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고, 상호 간에 상대방의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폐쇄적 독재국가는 자기 영토 내에서 진행된 일을 비밀에 부치고 협상에서 거짓말을 다반사로 한다. 대화 상대방은 독재국가의 발언들이 진실인지 아닌지나 독재국가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했는지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20년이 넘는 국제적 대화는 손톱만큼의 효과도 보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조한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과 유엔은 그런 점을 반성하여 2016년부터는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제재와 무력사용 위협을 적극 동원하고 있다.국제정치에 있어서 제재의 방법은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목조르기와 본질이 같다. 제재의 방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상대방이 숨을 쉴 수 없도록 있는 힘을 다해서 '인정사정 보지 않고' 목을 조르는 것과 같은 태도와 강도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상대방이 질식사할까 우려하여 목을 조르는 팔에 힘을 약간이라도 빼게 되면 목조르기는 실패한다.이러한 사리에 비추어볼 때 문재인 정권의 평화지상주의 대북정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를 천명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북한에 군사력 사용을 위협하는 방법의 약효를 크게 약화시켰고, 북한 독재정권과 화친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나아가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의 그물을 피하여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려고 시도해왔다.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장막 속에서 비약적으로 진전되었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이며,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북한 목조르기를 방해하는 행위이다.문 정권이 취해온 대북정책 노선이 그들의 선전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유도하려는 선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의는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성을 버리지 않은 폐쇄적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외면한 순진한 선의이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유일한 비군사적 대안인 북한 제재를 실패하도록 만듦으로써 불가피하게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초래할 사고력이 부족한 선의이다.

2018-09-05 11:41:50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새론새평] 맛없는 정치

'대표'비례성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文대통령 지지 밝히고 협치 큰 걸음한국당도 동의, 민주당 결단만 남아국민에 다양한 맛 선택권 보장해야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협치내각'을 강조하더니 이번 달에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제안했다. 사실상 야당 의원 빼가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협치내각으로부터 직접 야당과 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치의 방법을 바꾼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야 장관을 준다면 덥석 받겠지만 야당 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관직으로 협치를 도모할 수는 없다. 여러 정당이 행정 책임을 공유하는 '연정'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노선을 조율하고 업무 분장에 합의하는 등 사전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이 과정을 진지하게 풀어내지 않으면 정치 야합으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 역사에서 연정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어렵게 성사되어 힘들게 유지되었던 'DJP연합'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권력 분산이 시대적 요구로 등장했지만 우리 정치에서 권력을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도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에서 대통령과 야당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우리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상태에서도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국회의장의 중재도 여야 대립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번번이 입증된다. 결국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직접 여야 정당의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 협의를 진행하는 것뿐이다. 특히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지지한다고 밝힘으로써 협치를 위한 과감한 행보를 내보였다. 힘센 정당에 의석수를 몰아주는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는데, 불공정한 혜택을 받는 거대 정당의 저항 때문에 시정되지 못했다. 특히 지역구 중심의 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에 매몰되면서 정당의 정책 역량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다양성을 상실한 채 여야로 나뉘어 소모적 정쟁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는 정치의 본령에서 벗어난 기형이다. 정치의 목적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조화롭게 사는 데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동서양이 일치하는데, 다만 조화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일 따름이다. 서양에서는 조화(harmony)를 일차적으로 음악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음식의 맛으로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동양 최초의 재상은 요리사 출신의 이윤(伊尹)이었다. 고대 중국의 은왕조를 세운 탕왕은 재상 이윤의 협력을 받아 하왕조를 멸망시키고 대륙을 통일했다. 당시 무력으로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탕왕이었지만 뭇 제후들에게 봉기의 정당성을 설득해낸 것은 이윤이었다. 그는 적당히 조화로운 맛있는 음식의 예를 들어 탕왕에게 왕도정치 사상을 설명했고 이를 토대로 제후들과 협력했다. 그 후 동양에서는 종종 좋은 정치가 맛있는 음식으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쉽게 한 가지 맛으로 쏠렸기 때문에 공자는 '선능지미'(鮮能知味), 즉 맛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 마침내 자유한국당도 동의했다. 이제 남은 것은 더불어민주당뿐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수의 요구를 저버리는 것은 수구적 정치 행태일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자성과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도 짠맛 일변도의 정치, 매운맛 일변도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맛이 어우러지는 정치를 보고 싶다. 국민들에게는 정당 선택권을 보장하고 정책 전문가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선거법을 기대하는 바이다.

2018-08-29 11:15:59

김구철 전 아리랑T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 새평] 김병준 위원장의 '인적 청산 유예론'에 부쳐

운전사 사고 내면 책임져야 하는데"차 수리 먼저"라며 은근슬쩍 연기한국당 압박에 인적 청산 미뤘다면결국 '무늬만 혁신'일 수밖에 없어 올림픽대로에서 대형 버스 추락 사고가 발생해 자동차가 크게 부서지고 승객 수십 명이 사망하고 일부는 크게 다쳤다. 물에서 다 부서진 차체를 건져내고 보니 운전사만 멀쩡하다. 조사 결과 버스는 정비 불량이었고, 운전사는 술을 잔뜩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버스가 온전히 운행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 당국은 정비사에게도 운전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다.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재의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뒤로 미룰 뜻을 밝혔다. "고장 난 차 수리가 급하지 운전사 자르는 게 급하냐"는 논리로 은근슬쩍 인적 청산을 뒤로 미루겠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만 빼고) 자유한국당은 전원이 청산 대상입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은 전원 청산 대상이다. 김병준의 말대로 한국당의 인적 청산이 뒤로 미뤄도 좋을, 급하지 않은 과제라면, 왜 한국당이 비대위 체제로 들어갔던가? 나는 김병준이 비대위원장으로 초치된 순간 실패를 예감했다. 공인이 자리를 옮겨 앉을 때는 명분이 필요하다. 일개('한 마리 개'가 아니라, '一個'.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초재선 의원이나 원외위원장이면 성명 같은 거 없이 슬쩍 옮겨 앉아도 된다. 그러나 김병준이 누군가? 김병준은 참여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 격인 인물이다. 참여정부의 이념과 노선, 정책은 모두 그가 다듬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직 대권 주자로 부각되기도 전에 인연을 맺어 지방자치연구소를 공동 운영했다. 2002년 민주당 당내 경선과 정몽준 후보와의 통합 경선 그리고 대통령 선거의 정책 부문을 총괄했고, 집권 후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그쯤 되는 인물이 진영을 바꿀 때에는 "왜 나는 옮겼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김병준은 그냥 옮겨 앉았다. 국무총리 덥석 받고, 비대위원장 덥석 받았다. 그러니 김병준이 가치와 이념이니 황희 리더십이니 해도 공허하게만 들린다. 결국 김병준은 자리만 나면 앉고 보는 한낱 폴리페서였던가?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적 가치로, 예의와 염치를 행동양식으로 한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도, 예의와 염치에서 벗어난 막말 때문이다. 막상 옮기고 나서는 '노무현 정신'이라니. 가져다 붙이면 정치적 명분인가? 참여정부 당시에도 김병준의 약점으로, '주문생산'을 지적하는 지식인이 있었다. 철학이나 이념 체계 없이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생산하기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김병준 역시 그런 부류의 '관변 학자'에 불과한가? 한국당 당직자나 다선 의원들은 김병준에게 주문했을 것이다. '인적 청산은 안 돼!' 그들은 지난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실패를 들어 압박했을 것이다. "오래 해먹으려면 인적 청산 손 떼!" '무늬만 혁신'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정권이든 정부든 공과(功過)가 있다. 참여정부는 권위주의를 척결하고, 세대 교체를 이룬 공이 있다. 대신 NATO, No Action, Talk Only, '행동은 없고 말만 많다'는 비판을 받았다. 요즘 한국당이 토론회나 세미나를 자주 한다. 김병준이 들고 온 게 NATO라면 한국당 비대위는 또 실패할 것이다. 부서지고 물에 빠졌던 버스는 얼른 폐차하고 고장을 방치한 정비사와 상습 음주운전으로 큰 사고를 낸 운전사는 빨리 자르는 게 옳다.

2018-08-22 16:50:50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설탕 그리고 단맛의 함정

이 세상에 완전한 공짜 존재 않아달콤한 얼굴 안쪽에 독소도 잠복정치인 건네는 단맛에 현혹되면올곧은 판별력·창의력 훼손 우려1945년 미군이 남한에 군정 실시를 선포하고 난 뒤의 일이다. 그때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던 아이들은 난생처음 키꼴이 껑충하고 코가 유난히 큰 서양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필자의 나이 6살이 되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작은 군용 트럭 한 대가 느닷없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와 마을 면사무소 정문 앞에 멈추었다. 희거나 검은 얼굴의 미군들이 덮개 없는 트럭에 타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들을 구경하기 위해 웅기중기 모여들었다. 미군들은 모여든 우리들에게 느닷없이 껌을 던져 주기 시작했다. 6살의 산골 아이였던 필자가 난생처음 배운 영어가 "추잉검 기브 미"였다. 그 껌을 통해서 나는 치명적으로 매혹적인 단맛과 동맹을 맺게 되었다.그뿐만 아니었다. 6·25전쟁이 터진 이후에는 농촌 가정에까지 구호품들이 전달되었는데, 그 여러 가지 물건들 중에 분유와 설탕이란 낯선 품목도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배급받은 설탕 그릇을 신주 단지 모시듯 다락에 감추어두고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경계하였다. 그러나 훔친 설탕을 입안에 툭 털어 넣으면 난생처음 경험한 치명적이고 노골적인 단맛이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그처럼 단맛은 기분 좋아지는 수준을 넘어 상당한 시간 동안 정신적 쾌락까지 제공해주었다. 공짜로 얻은 추잉검과 분유와 설탕의 단맛이 나를 매혹시키면서 보리밥과 조밥, 메밀묵이나 부추전과 시래깃국, 그리고 나물 반찬같이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들은 하찮은 먹거리로 취급되었다. 공짜로 얻은 단맛은 나를 지배해버렸고 그 최면에 노출되어 좀처럼 헤어날 수 없었다.그런데 요사이 들어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일이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라면 소비량이 세계 제일이라는 통계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식품들을 생산하는 라면 생산업체들이 요사이 들어 나트륨 범벅이라는 부정적 오명을 벗기 위해 나트륨을 줄이는 대신 당분을 첨가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생과일 주스가 탄산음료들보다 건강에 좋은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생과일 주스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당분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 설탕은 성인병을 유발시키는 치명적인 식품으로 판명 나고 말았다. 채식위주의 식단에 길들여졌던 동양 사람이 서양식 먹거리로 일관한다면 멀지 않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학적 통계도 있었다. 필자 역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기성세대 혹은 정치인들이 건네는 공짜 혜택의 단맛에 현혹되기 시작하면, 특히 젊은이들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에 상처를 입기 쉽고, 묽은 진흙처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력도 훼손되어 나약한 젊음을 살아갈 위험성이 있다.원인이 불확실한 공짜 보상에는 선의라는 달콤한 얼굴이 있기 때문에 그 속에 독소가 있는지 없는지, 혹은 어떤 음모가 있는지 없는지, 소금인지 설탕인지 올곧은 판별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함정조차 있다. 그러나 늑대와 어울리면 늑대처럼 울게 되듯이 우선 입에 달다 해서 공짜 혜택에 연속적으로 붙들려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젊음이 가져야할 정체성이 흐려지고 가치 없고 나태한 삶으로 기울어질 우려가 있다.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는 긍정의 힘과 창업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 안고 있는 실의와 고난에 고개 숙이지 않는 기백과 분별력을 유지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이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있다 해도 그 속에는 필경 독이 있었다.

2018-08-14 18:50:08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노회찬의 진보정치

'우리의 주적은 북한 아닌 미국'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한 노회찬전례 없는 국회장으로 추모해 줘이 나라가 장차 어찌 되려는지? 지난 7월 하순 이 나라에서는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노회찬 씨의 죽음에 대한 추모 열풍이 휘몰아쳤다. 다분히 동원적이었던 노 의원 추모 열풍 속에서 그동안 운동권 정치세력들이 막연하게 말해 왔던 '진보정치'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치권과 매스컴은 사망한 노 의원을 '진보정치의 상징' '진보정치의 큰 별'이라고 지칭했다. 이는 노회찬의 정치활동이 곧 진보정치임을 말해준다. 노회찬은 정치는 자기의 신념과 철학을 실천하는 활동이라고 말해왔다. 노회찬의 정치활동이 진보정치의 표상이라면 운동권 정치세력이 자기들의 정치활동을 지칭하는 데 사용한 진보정치란 노회찬이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전개했던 활동을 의미한다. 그가 실천하려고 노력해 온 신념과 철학은 무엇인가? 노회찬은 2004년에 발간된 정운영과의 대담록에서 자신을 "과학적 사회주의를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활동을 대규모로 벌이기 시작한 세대"의 일원이라고 털어놓으면서, 자기가 여전히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과학적 사회주의란 통상적 용어로는 공산주의에 해당되며,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은 공산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그는 같은 해에 발간된 평론집 '힘내라 진달래'에서 국회는 계급투쟁의 무대이며, 의회정치는 노동운동의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의 병용'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노회찬의 오랜 동지 황광우는 노회찬을 "세계 무대에 자랑해도 좋은 정통 사회주의자이다. 그는 정녕 사회주의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실천했고,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다"고 평했다. 노회찬은 반미반남한의 신념을 가져왔다. 그는 우리나라의 안보에 대한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으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한미 FTA 폐지 등을 주장해 왔다. 노회찬의 주도로 2008년에 창당된 진보신당의 강령은 "한국 사회는 지옥이다" "인간을 착취와 억압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새로 세워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와 같은 변화를 노회찬은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반면에 노회찬은 북한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은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회주의국가'이다. 계획 경제와 배급제 등 스탈린주의 경제 운용 방식이 교과서에서 본 대로 원형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일차적으로 북한 인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노회찬이 1980년대 후반에 참여했던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은 그들의 기관지에서 "우리들의 당면 목표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이고, 그것은 사회주의의 실현과 통일이라는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주의와 통일의 실현"이라고 천명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궁극적으로 남한의 사회주의화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활동이 노회찬의 진보정치요, 운동권 정치세력의 진보정치인 것이다. 노회찬의 진보정치가 이러한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노회찬의 사망에 대해 비통하다고 애도하면서, "노 의원은 당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대에 정치를 하면서 우리 한국 사회를 보다 진보적 사회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을 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국회는 노회찬의 장례식을 전례 없는 국회장으로 거행하여 노회찬의 정치활동을 찬미했고, 정의당은 노회찬의 정신(곧, 신념과 철학)을 계승하여 세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에 이끌려 많은 수의 대중도 노회찬의 진보정치를 찬양하는 추모 대열에 덩달아 참가했다. 이 나라가 어찌 되려는지?

2018-08-08 15:55:08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새론새평] 협치와 공화

공화국 입법 과정은 협상 통해 도출문재인 대통령 지난주 '협치' 뜻 밝혀김병준 위원장도 여당 정책협력 약속노선 다르지만 국민 위해 화합해야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협치의 뜻을 밝혔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1년 넘게 정국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개인기로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실토한 셈이다. 미국의 법학자 브루스 애커먼(Bruce Ackerman)이 강조했듯이 민주정치는 국민의 지지와 더불어 제도적 절차가 뒷받침되어야만 작동하므로 국회의 협조 없이 안정적인 국정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여당에 개혁 입법을 요청했을 것이고, 여당은 이를 위해서는 야당 의원의 입각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협치 내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협치보다는 연정이 좋다는 것이다. 일견 비슷한 말 같지만 협치에는 '룰'이 없다. '협치 내각'이라는 말 자체가 근원이 불분명하고 역사적 경험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무원칙한 권력 야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생소했던 '연정'을 주장했었는데,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연정도 문제가 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행정권을 맡겼는데 이것을 자의적으로 나누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따지고 보면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입법에 앞장서는 것도 우리 정치의 모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관습에 따라 국민은 대통령에게 개혁을 요구하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심지어 사법부의 문제까지 제기된다. 그리고 정작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들은 본연의 책임은 뒷전으로 둔 채 '대통령 편들기'와 '대통령 비판하기'로 나뉘어 반목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치' 이전에 '공화'의 정신이 필요하다. 오늘날 현대국가가 표방하는 공화국(republic)의 어원은 라틴어 'Res Publica'에서 나왔는데, 국가는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라는 의미이다. 특정인이나 일부 세력이 독점할 수 없는 공공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근대 서양인들은 많은 피를 흘렸다. 한편 동양에서는 사마천의 에 '공화'(共和)라는 말이 처음 나오는데 그 의미가 심오하다. 춘추전국시대 주나라 왕이 백성들의 봉기에 의해 왕좌에서 쫓겨난 후에 소공과 주공이라는 두 명의 재상이 국가를 공동으로 통치했다. 이후 소공과 주공이 태자를 왕위에 올릴 때까지 공동 통치한 14년의 시기를 '공화'로 불렀다. 부자간에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권력이라고 하는데 소공과 주공은 서로 화합하여 훌륭하게 국가를 운영했다. 과거 왕조시대에도 공화의 정신이 구현되었는데 현대국가에서 국회의 입법을 위하여 장관직을 나누어야만 한다면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여소야대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에게는 엄격한 법집행의 책임만이 부여된다. 입법은 전적으로 국회의 몫이다. 입법을 위해서는 나만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함께 현실을 진단하고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며 협상을 통해 특정 집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공화국의 입법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를 강조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호소는 타당하다. 홀로 열 걸음을 앞서가기보다 함께 한 걸음을 나아가겠다는 자세가 공화의 정신이다. 이것이 실종된 상태에서 서로 상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실상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김병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만나 정책에 따른 협력을 약속했다. 서로 다른 노선을 견지하면서도 국민을 위해 화합하는 공화의 정치로 이 무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야겠다. 약력: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2018-08-01 13:41:18

김구철 전 아리랑 T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 최인훈 선생, 노회찬 대표를 조문함

냉전 분단 상황 극복하려 한 최인훈 한국 정치 인간미 물씬 풍긴 노회찬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 화해로 살아증오 갈등의 우리 사회 관용 계기로문단의 거목 최인훈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 '광장'은 가장 많은 외국어로 번역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인쇄(205쇄 공인)된 불후의 명작이다.작가 최인훈이 1960년 쓴 '광장'을 읽으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던 1979년이 생각난다. 분단과 이념적 굴레 속에 갇힌 지식인의 고민과 방황을 그린 '광장'은 이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대학생의 필수 교양서적이었다. 균형 잡힌 제3자적 시선으로 남북한을 바라보며 냉전 이데올로기와 분단 상황을 극복하려 시도한 작품이었다.평론가 김인호는 '광장'에 대해, "우리 문학사는 지금도 '광장'의 문제의식에서 더 멀리 나가고 있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성취"라고 평가했다. 최인훈 선생은 희곡과 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개척할 정도로 실험 정신이 충만했고, 한글 전용을 실천한 자주적 사고의 소유자였으며, 9차례나 광장을 개작 발표할 정도의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박경리 선생과 함께 한국 문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거인이었다.진보 정치의 기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세상을 버렸다. 여유 있는 풍자로 항상 심각하기만 하던 한국 정치에 인간미를 불어넣던 그가 떠났다. 경기고 재학 시절 이화여고 축제에서 첼로 공연을 하고, 개봉 영화를 모두 본 영화광이었고, 운동도 즐기는 재주꾼. 그만큼 조숙해서 고교생 신분으로 민주화 운동에 몸을 던졌고, 대학 재학 중 노동판에 뛰어들었다.노회찬은 다른 이념과 가치를 비판하되 증오하지 않았다. 내 이념과 가치가 소중하기에 주장하고 설득하며 때로 그 가치 때문에 생명을 던질지언정 타인의 이념과 가치도 존중하는 정치인이었다. 분열과 대립, 대결과 투쟁의 정치에 청량제 같은 존재였던 그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쓰고 떠났다. 아쉽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뻔뻔하게 무죄를 외치는 여타 쓰레기 정치인과는 비교하고 싶지도 않다.그는 자신 때문에 한국 정치가, 진보 정치가 좌절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노회찬 덕분에 우리 진보 정치가 한 걸음 더 전진했고,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했음을. 펜대와 혀끝만 놀리던 한국 정치에, 감성과 현장성이 살아 숨 쉬게 된 것은 노회찬의 공이 클 것이다.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인종과 민족을 과감히 기용해 한 팀이 된 프랑스, 벨기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인종주의를 토대로 편협한 순혈주의를 고수한 전통적인 축구 강국 독일은 몰락하고 이탈리아는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축구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가 그렇다. 관용적인 자세로 피부색과 종교, 이념이 다른 민족을 포용하고 개방적으로 엘리트를 충원한 민족은 크게 일어섰다. 알렉산더 제국, 로마 제국, 칭기즈칸, 중국 한당청 왕조들…. 역으로 폐쇄적인 국가는 항상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20세기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본, 그리고 소련이 대표적인 패망 국가들이다.최인훈 선생, 노회찬 대표의 철학과 인생 역정은 크게 보면 나와 이념과 가치가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이요 관용이었다. 한국 사회의 관용과 화해, 한반도의 평화통일, 두 분이 이승에서 못다 한 일이며, 남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그들의 타계가 증오와 갈등으로 얼룩져 온 우리 문화계와 정치권, 우리 사회 전체가 관용과 화해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최인훈 선생님, 노회찬 대표님. 남은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하늘에서 평안하게 쉬소서.

2018-07-26 05:00:00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분리불안 공포증 그리고 공황장애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어릴적 트라우마 가슴에 자리 잡아트럼프 "주한 미군 철수하겠다" 엄포극심한 분리불안 공포 다시 떠올라 어떤 부부가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개 한 마리를 입양했다. 집으로 데려온 개는 더할 나위 없이 주인을 잘 따라 주었다. 밥도 주는 대로 아주 잘 먹었고, 배설 장소도 스스로 찾아 깔끔하게 해결했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흘러간 뒤 부부는 반려견에게서 심상찮은 증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개는 밤이 깊어도 도무지 깊이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었다. 잠자지 않고 버티는 동안 지쳐서 깜박 졸다가 소스라쳐 눈을 뜨곤 하였다. 병든 개라는 것을 눈치챈 부부는 부랴부랴 동물병원을 찾았으나 이렇다 할 병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진료에 만족할 수 없었던 부부는 이번에는 개를 데리고 입양을 결정했던 유기견 보호소를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 부부는 잠들지 않는 반려견의 트라우마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개를 보호소에 맡겼던 당초의 주인은 개가 깊이 잠든 사이에 데려와서 개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보호소를 떠나버린 것이었다. 부부가 입양한 개는 그 시간부터 분리공포증이라는 극심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던 참이었다. 이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으면서 참담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을 나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근근이 연명하면서 살았다. 그 시절 하루의 끼닛거리를 걱정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은 애옥살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지만 수습의 길은 언제나 막막했었다. 어린 나는 자연 어머니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계속하게 되었다. 끼니때마다 밥을 배불리 먹기를 소원했었고, 명절이 되면 새 옷을 사달라고 찔통을 부리며 매달렸다. 소풍날에는 도시락에 쌀밥을 싸 달라고 발버둥 치며 떼를 썼다. 그러나 그런 터무니없는 몽니를 부려도 어머니는 전혀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 대신 매우 단호하게 나 혼자 남겨두고 멀리 도망이라도 가야겠다고 벼르곤 하였다. 어떤 때는 실제로 내가 찾아낼 수 없는 이웃집에 숨어서 해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막무가내로 몽니를 부리는 내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한 것이란 것을 성장한 뒤에서야 알아차렸지만, 그 어린 시절에는 정말 어머니가 내 눈앞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서 어머니와 나 사이에 이루어졌던 혈육이란 동맹이 하루아침에 파탄 날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가슴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그때부터 나는 어머니가 내 곁에 누워서 곤히 잠든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나 역시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잠이 들어도 문득 잠에서 깨어나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확인하는 몹쓸 버릇도 생겨났다.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극심한 공포심은 그대로 공황장애로 이어져 항상 혼자서 질질 짜고 다니는 아이로 멸시를 당했고, 까투리 새끼처럼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급기야는 주위로부터 업신여김당하며 지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꾼들이 입만 떼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난하지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 그것인데, 그러나 이 말은 절대로 믿을 것이 못 된다. 표를 얻기 위한 허튼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난과 더불어 살았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가난은 어느 것과도 더불어 살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기억한다. 미군이 우리나라 안전보장의 한 축이 되어 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동맹 이상이었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만으로도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극심한 분리불안의 공포심을 떠올리게 한다. 약력: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1년 소설 '휴면기'로 등단, 장편소설 '객주'

2018-07-19 05:00:00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통일사유 오도하는 '통일의 노래'

단일민족 단일국가 존재 않는 현대 민족은 유기체 무조건 통일 메시지 통일 진짜 이유는 안전 자유로운 삶 올바른 정책 과정 심사숙고가 중요 남북한 간의 접촉과 교류가 빈번해지면 행사나 집회 등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의 노래'가 자주 합창된다. 원래의 곡명이 '우리의 소원'인 이 가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정성 다해서(이 목숨 바쳐서) 통일/통일을 이루자/이 나라 살리는 통일/이 겨레 살리는 통일/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이 가요는 민족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생각하고 민족국가만을 진정한 국가로 생각하는 초강(超强)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가요가 전하는 메시지는 "민족은 유기체이므로 단일민족인 우리 민족이 지금과 같이 두 개의 나라로 분단되어서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으며 현재의 분단국가는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려면 목숨 걸고 싸워서 하루속히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통일의 노래'가 전하는 이러한 메시지는 현대 세계의 정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민족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야 생명을 유지하는 유기체가 결코 아니며, 지구에는 순수하게 하나의 민족만으로 형성된 민족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에는 복수의 민족 구성원들이 섞여서 살고 있으며, 모든 민족의 구성원들은 복수의 국가에 분산되어 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한민족을 단일 혈통으로 구성된 단일민족이라고 말하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신화이다. 우리 한민족도 실제로는 여러 개의 혈통 단위들이 섞여서 형성된 민족이다. 이같이 볼 때, '통일의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그 가요는 그것을 부르거나 듣는 사람들의 통일에 관한 사유를 오도한다. '통일의 노래'는 통일에 관한 사유를 단일민족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관념에만 집중하게 만들도록 오도했다. 그 오도의 대표적 결과는 남북한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이벤트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허위 구호가 합창되는 모습이다. 남북한이 통일되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두 나라의 주민이 단일민족이기 때문이거나, 분단국가로서는 완전한 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단일민족이라 하여 복수의 국가를 만들지 못한다는 법은 없으며,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흡수되어 있지 못한다 하여 완전한 국가가 될 수 없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남북한이 통일되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통일만 되면 아무렇게나 통일이 되어도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의 삶이 더욱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우선 공산화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 구성원들의 삶은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삶과 같은 불안하고 부자유하고 빈궁한 노예적 삶이 될 것이다.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되면 한민족 구성원들의 삶이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롭게 될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삶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통일 과정에서부터 올바른 국방경제사회정책이 실천되어야 민족 구성원들의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이 비로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는 이처럼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통일의 노래'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통일을 서두르자고만 선동한다.

2018-07-11 11:47:01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새론새평] 남북 관계에도 '무신불립'

北 '핵·경제 병진노선' 폐지 신뢰 마련 우리도 초당적 사회 합의 도출 필요 美의회, 대통령 외교 공동 점검·견제 정권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 보여야 어제와 오늘 평양의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2003년에 같은 장소에서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린 지 15년 만이다. 매년 열자고 약속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15년의 세월이 무심코 흘렀고, 그 과정에는 온갖 적대 행위와 무력 충돌도 있었다. 급기야 북한의 핵 개발로 말미암아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하는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했었는데, 남북 화해의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통일농구대회를 보면서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반도에는 거대한 평화의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북중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개최되었고, 한러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북미 간에는 긴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 관계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로 말미암아 급속히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었고, 제8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군 통신선이 복구되었으며, 체육회담을 통해 오늘의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성사되었다. 한반도에서 냉전의 마지막 장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그러나 일련의 협상과 행사만으로는 결코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번 남북 통일농구대회 일정은 7·4공동성명을 기념해서 잡힌 것인데, 1972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간에 공식적으로 무력 통일을 포기한다는 합의가 발표되자 전 세계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이 끝난 줄만 알았다. 그리고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에 '불가침협정'을 제안했을 때,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호불가침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발표했을 때, 또 2000년의 '6·15공동선언'과 2007년의 '10·4공동선언'이 합의되었을 때 우리는 큰 희망을 품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공자는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 (無信不立)며 정치의 요체를 국민의 신뢰에서 찾았다. 이는 국내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해당된다. 서로 믿지 못한다면 협상과 행사는 속셈을 감추는 속임수일 따름이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지하고 경제 개발에 매진할 것을 결정함으로써 신뢰의 토대를 형성했다. 우리에게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대북 노선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그것은 초당적인 국회의 대북결의안으로 가능하다. 여당의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수시로 초당 외교를 주장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당 외교를 내세우면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야당 비판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초당 외교를 하려면 야당과 더불어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사회 통합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미국의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5월 1일에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6월 6일에는 비핵화 협상 과정을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북한핵 기준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 의회는 이처럼 대통령의 외교를 공동으로 점검하고 견제함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 '대통령의 독주'와 '야당의 발목잡기'는 대통령제의 고질적인 병폐이지만, 초당 외교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정당 간 협력을 통해 사회적 이견을 수렴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상대방 국가들과 신뢰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정당 지도자들의 몫이다. 아무쪼록 역사적 대전환의 시점에서 초당적 협력을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대한민국의 일관된 정책 노선을 보여주길 바라는 바이다.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2018-07-04 11:21:55

김구철 전 아리랑T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 폭탄 돌리기와 한국 야당의 내분

헛껍데기만 남은 정당 보물 취급국민 관심 없는데 당직 싸움 몰두바른미래당의 구태도 마찬가지지방선거 메시지는 "폭삭 망해라"주식 투자하는 꾼들 사이에 '상투 잡다' '폭탄 돌리기' 같은 은어가 쓰인다. 작전 세력이 개입해 내재가치 이상으로 크게 오른 종목, 결국 폭락할 일만 남은 종목을 사는 개미 투자자를 가리켜 '상투 잡았다'고 한다. '폭탄 돌리기'는 급등락을 반복하다 폭락하는, 말로(末路)가 뻔히 보이는 작전주를 시한폭탄에 비유한 말이다. 시한폭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 누가 더 뻔뻔하냐는 치킨게임이다. '상투 잡기'든 '폭탄 돌리기'든 정상적인 투자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편법이다.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나 현존하는 최고의 고수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은 당연하게도 그 대척점에 있다. 린치와 버핏의 가르침은 아주 간명하다. 집은 값이 폭락해도 들어가 살면 되지만, 주식은 값이 떨어지면 화장지로도 쓸 수 없는 폐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실물경제, 일상생활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식 종목을 피하라. 오히려 남들이 멀리하는 전통적 주식, 3D 업종에 주목하라. 최근 붐을 타고 있는 가상화폐,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워런 버핏은 매우 비판적이다. 린치도 현역에 있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버핏이 가상화폐 투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는 헛껍데기다. 연동된 지금(地金)도 없고, 국가나 은행이 가치를 보증하지도 않는다. 대다수 투자자는 관심 없는 극소수 투자자 그들만의 리그다. 자기들끼리 열 올리며 사고팔고, 터무니없이 값을 올린다. 마지막에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상투를 잡을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무책임하다. 해킹에 안전하다 뭐다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고, 문제 생기면 책임지지 않고 피한다.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분열적이다. 통합의 시대에 가상화폐는 나누고 또 나누고 그러면서 내 가상화폐가 더 낫다고 끝없이 밥그릇 싸움을 한다.우리 정치권 특히 오늘의 야당이 이런 형국이다. 헛껍데기만 남은 정당인데, 자기들끼리 소중한 보물 다루듯 한다. 스스로 배지 달 능력도 없는 인사들이 스스로 터무니없이 비싼 몸값을 매긴다. 샤이 보수니 뭐니 숨은 지지층이 있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지지층이라곤 씨에 쓰려 해도 찾을 길이 없다. 대다수 국민은 관심 없는데, 극소수 자기들끼리 당직을 놓고 싸운다.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도 나는 책임이 없단다. 서로 목을 쳐야 한단다. 위기 수습은 내가 적격자라고 나선다. 그렇게 잘났으면, 2017 대선, 이번 613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 배지 떼고 출마하지 그랬나? 그렇게 선거를 겁내면서 왜 정치를 하나? 게다가 무책임하다. 박근혜 탄핵된 지 1년 하고도 석 달이 지났는데, 현역 배지 가운데 은퇴를 선언한 단 한 사람이 없다. 이래도 한국 야당이 가상화폐, 증권가 작전세력과 다른가?다른 점도 있다. 블록체인 신기술이 적용되지만, 정치는 구태만 반복한다. 역사가 짧아 폐해가 덜 알려졌지만, 폐해를 가리기에는 야당의 역사가 너무 길다. 암호화폐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야당은 싫어한다. 그래서 암호화폐는 희망의 단초가 있고, 야당은 미래조차 없다.속을 만큼 속은 국민은 지난해 대선 때 한국 야당의 상투를 잘라 버렸다. 민머리가 드러났는데도 야당은 여전히 국민에게 상투 잡기를 강요한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정치의 상투를 잡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폭탄 돌리기에 관심을 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만 문제가 아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름만 그럴싸하지, 편법으로 굴곡지고 내분으로 골병들고 구태에 젖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국회직, 당직 욕심 그만 내고, 기성 정당의 틈새만 파고드는 연탄가스 행태를 그만두고 정체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보낸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 야당이여, 너나 상투 잡아라. 너네끼리 폭탄 돌리다 폭망해 버려라.김구철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2018-06-27 14:21:35

고문현 한국헌법학회 회장

[새론새평]헌법에 '지속가능한 발전' 수용 필요성

경제 사회 환경 등 전 분야 걸쳐 추구유엔, 2030년까지 분야별 목표 설정헌법개정안에 시대정신 규정하여한국형 '지속가능한 발전' 수립해야헌법은 한 국가의 법체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에서 최고법이자 기본 틀을 담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기본법이다. 국회에서는 1987년 제8차 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발족하여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하려고 하였다.그러나 국회에서는 여야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합의된 개헌안조차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동시투표조차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더 나아가 지난 3월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하여 국회에서 표결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국민소환제와 같이 책임을 묻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이러한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이하 국회개헌특위 자문위)는 합의된 단일안은 아니지만 헌법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본인도 말석으로 참여한 바 있는 위 국회개헌특위 자문위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빠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공정하고도 중립적인 백년대계를 담은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함으로써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의 일부를 담당하였다고 할 수 있다.이제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국가의 기본틀인 헌법에 담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30여 년 만에 맞이한 헌법 개정 논의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헌법개정안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이다.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1992년 리우 선언 이후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수차례의 국제적인 회의에서 향후의 세계적인 발전을 인도할 기본 원칙으로 확인됐다.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브룬트란트)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미래 세대가 전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 정의를 수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5년 제70회 UN총회에서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2030년까지 인류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비전과 지구공동체 번영의 지향점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한 바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인류 공동의 목표로서 빈곤퇴치, 건강 및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농업, 기후 변화 대응, 정의, 평화 등을 포함한 17개 분야, 169개 세부 목표, 232개 지표 설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orean-SDGs)의 수립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과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의 조문 위치는 각각 다르지만 모두 시대정신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규정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헌법에의 수용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각 분야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써서 미래 세대에 대하여서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초석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고문현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2018-06-20 17:56:18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한국인의 집단 착각, 평화

CVID 빠진 싱가포르 회담 합의국내에선 평화 기류 더 공고히 돼정부 언론 집단 착각 유도는 위험정권 아닌 국가적 적대 해소돼야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내용은 공허한 정치 쇼였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한반도 평화 확보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요인들마저 잉태하고 있다. 이 회담이 잉태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확보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요인들이란 합의문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용어 대신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전자는 한반도 평화 실현의 핵심적 장애물인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한없이 지연시킬 구실을 미국이 제공한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수단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싱가포르 회담이 한반도 평화 기류를 더욱 공고히 만든 '세계사적인 회담'으로 긍정 평가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확보에 부정적인 사건을 긍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이상한 현상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 나라 국민들이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집단적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사람들이 집단적 착각을 하게 되면 착각의 방향에 거슬리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마비된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집단적 착각은 북한의 김정은이 금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그 후 남북한 사이에 감상적 통일 희구를 북돋우는 대중가요 공연단이 오가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특사가 오가면서 그 집단적 착각이 확산되다가 4월 27일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로 그 착각은 바람 만난 들불처럼 우리 사회를 덮쳤다. 휴전선에서는 소총 한 자루도 감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적 착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그 바람에 주식시장에서는 '남북 경협주'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휴전선 접경 지역의 토지 가격이 급등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부터 싱가포르 회담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이 한반도의 평화 확보에 기여하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지금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한반도의 평화는 이제 모색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기본적 적대성이 일정 수준 이하로 완화되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정권 간의 적대성 해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국가적 차원의 기본적 적대성 완화 없이 정권 간의 적대성 해소만으로 이루어진 평화는 남북의 정권 중 어느 한쪽이 조국을 배신함으로써 이루어진 변태적 평화일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최대 장애물인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제거 또는 대한민국의 핵무장이다. 이 조건이 갖춰지지 않고 이루어지는 평화는 남한이 북한에 굴복하는 평화일 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화 노력은 이 두 가지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나라 국민 사이에 확산된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인식은 큰 집단 착각이다.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국가에서 국민 다수가 이런 집단적 착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운영된다는 것은 마치 지하가 동공화된 차도 위를 달리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부와 언론 매체들은 큰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국민의 집단 착각을 유도조장하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양동안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2018-06-13 16:10:50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의 새論새評] 북미회담과 '책임윤리'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에 집착하면文대통령 협상력 약화시킬 수 있어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떠맡겨질 듯책임윤리 입각 구체 협상 준비해야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과정에서 정치인의 '책임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막스 베버(Max Weber)에 따르면 정치인에게 필요한 윤리는 사상이나 가치관에 따른 도덕윤리가 아니라 결과를 내놓는 '책임윤리'인데, 북미 정상에게는 선한 의지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결과를 획득하기 위한 집요한 노력이 돋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사건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디테일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회담 자체의 무산을 우려할 정도로 벌어져 있는 북미 간 상황 인식의 간극을 넘어 협상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3개국에서 동시 협상이라는 특별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까지 미국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협상이 진행되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의 열렸고, 판문점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의제와 관련해 협상했고, 동시에 싱가포르에서는 북한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의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경호와 의전 문제를 협의했다. 이로써 3개국에서 동시에 사전 협상을 진행하는 진기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것이 회담에 크게 기여했다. 사전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정상회담의 방식과 일정도 구체화하였고 그 내용에도 진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야당 민주당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 이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함으로써 미국의 협상력을 강화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빠른 속도로 북한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자국의 기술과 재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미 판문점 선언을 공표한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은 평화협정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협상 대책을 강구할 때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협상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우리에게 북미 회담을 방해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었기 때문에 대북 협상이 수월했던 반면에 북미 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는 표변할 것이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주변국과의 협조 없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미국과의 협상은 더 어려울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듯이 우리에게는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떠맡겨질 것이다. 과거 북미 간에 체결된 제네바 협정이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한 일차적 원인도 비용 문제에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비용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을 끌어들여 4자 종전 선언을 하고 비용도 분담하는 방안이 나쁘지 않다.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는 러시아와 일본을 참여시키는 대책도 나올 것이다. 협상의 과정은 어렵겠지만 예상치 못한 성과도 나올 수 있다. 과거 고려 성종 때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30만 대군을 이끌고 침공했을 때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협상을 통해 화친을 맺고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 장군을 본받아야만 한다. 국민들이 평화무드 속에서 행복해 할 때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면 '책임윤리'에 입각해 구체적인 협상 준비를 해야겠다.

2018-06-06 13: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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