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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우의 새론새평] 중공과 중국

[도태우의 새론새평] 중공과 중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미국 워싱턴이 2만5천 명의 군인들로 얼어붙었다. 1월 6일 선거인단 표결 당시 있었던 의사당 난입 사건이 그 이유라지만 시민들을 분노케 한 부정선거와 중공에 의한 선거 개입 정황은 국가정보국(DNI)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중(對中) 정책에 대한 맞불이었을까? 여하튼 키신저 회담 이래 미·중 관계 50년이 근본적인 시험대에 올랐다.일찍이 소설가 이문열은 두 개의 중국을 구분한 바 있다. 하나는 '힘의 제국'으로 군림한 중국이고 다른 하나는 '인문문화'의 빛을 발산한 중국이다. 오늘날 두 측면은 중공(중국공산당)과 중국으로 구별된다. 힘의 제국을 계승한 중공 노선의 특징은 최근 홍콩 민주 인사 50명을 무더기로 체포한 데서 잘 드러나며, 미·중 갈등의 심화는 바로 이런 측면의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다.지난 7일 미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 존 랫클리프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 출처에 근거할 때 중화인민공화국은 2020년 미 연방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고 밝혔다. 랫클리프 국장은 또한 미 중앙정보국(CIA) 지도부가 중공의 선거 개입 분석 결과를 철회하도록 정보분석가들에게 압력을 넣었다며 미 상원에 제출된 보고서를 인용했다. 자기 나라에는 선거도 실시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는 중공의 행태는 자유 체제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세력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사실 차이나(China)의 어원인 진(秦)나라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체주의 국가의 모델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혹한 통제 위에 강력한 국가를 세운 진은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했지만 15년 만에 멸망한다. 그러나 뒤를 이은 한 제국도 기본 틀은 진을 본뜬 것이며, 이후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에 이르기까지 중국 왕조의 기본 원리는 통치수단적 법치(rule by law)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실상은 권력적인 명령에 의한 지배였다.이런 중공과 대립되는 인문적 중국은 공자와 소동파의 나라이다. 그들은 시문을 숭상하며, 예치와 덕치를 추구한다. 진시황적 제국에 대한 영원한 대척점을 이루었지만 '적법절차에 바탕한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이상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의 두 얼굴인 진시황의 힘과 공자의 정신은 여전히 법 속에서 종합을 이루지 못하였다.한편 우리 역사 속에는 이 두 측면의 중국과 대결하여 부분적인 극복을 경험한 빛나는 사례들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멸망 후 귀환한 소정방에게 당 고종은 '왜 연해 신라를 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소정방은 "신라는 임금이 어질고 백성을 사랑하며, 신하는 충성으로 나라를 섬기고 아랫사람들이 윗사람 섬기기를 부형과 같이 하니, 비록 나라는 작지만 함부로 도모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힘의 제국에 맞서 독립을 지켜낸 예다.또, 정조 대에 진나라 이전 원시 유학의 뿌리를 탐구한 정약용은 천주교를 통해 서양 문명을 접한 뒤 '천자란 추대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다섯 집이 인장을 추대하고, 다섯 인이 이장을 추대하며 이런 단계를 밟아 마침내 여러 제후가 공동으로 추대한 사람이 천자가 된다는 것이다. 다산은 상향식 민주정이 동양 역사의 시원에 존재함을 알렸다.이렇게 우리 역사 속에 신라처럼 힘의 제국(중공)에 맞서고 다산처럼 중국과 서양을 종합하여 신문명의 지평을 펼쳐간 전통이 존재함에도 오늘 우리는 힘의 제국으로서 중공에 굴종하고, 중국과 서양의 깊은 뿌리를 배워 종합할 기상은 다 팽개친 듯하다.거대한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치러질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자유민주주의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대양 건너 세계 최강국도 뒤흔들어 놓은 중공의 권력술에 경악하며 최인접국으로서 고도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중공과 중국을 구분하고 힘과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그 극복을 추구하는 것은 수천 년 우리 역사의 운명적 과업이라 할 것이다.

2021-01-20 14:02:11

[최재목의 새론새평]1월, 1과 장(長)을 생각한다

[최재목의 새론새평]1월, 1과 장(長)을 생각한다

다시 1월이다. 1월의 '1'이란 숫자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오직 하나뿐인, 유일한, 그 무엇을 뜻하는 일(一). 그것은 신(神)일 수도, 태양일 수도, 황제일 수도, 오직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일 수도 있다. 시작되는 '처음'일 수도, 모든 것이 결국 돌아가야 할 '마지막'일 수도 있다."문명은 문자에서 시작하고, 문자는 숫자에서 시작하며, 숫자는 1에서 시작한다"고 했듯, 모든 것은 하나, 일(一)에서 시작한다. 한 해도 1월에서 출발한다. 1은 시작하는 곳이지만 다시 돌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지쳐서 돌아가고 싶은 고향. 존재들이 스러져 눕는 흙바닥(대지). 그곳을 향한 향수도 하나를 향한 욕망이다. 사람처럼 곧게 서 있는 1자를, 한자(漢字)로 일(一)이라 써 보면, 무언가 평평히 누워 있는 모습이다. 곧게 서 있던 나무도 결국 땅에 눕는다. 특별하게 솟아났던 것이 결국 수평으로 누워 '그게 그것'인 것으로 변해 가듯, 서 있는 것(1)이나 누워 있는 것(一)이나 다 같은 '하나'이다.어쩌면 1은 0이 낳은 독생자(獨生子)이거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의 독존(獨尊) 같은 것인가. 무한・혼돈・무(無)・제로(空)를 향해 떠나가는 나그네 같은, 모든 존재들의 과정(=소멸・퇴락・멸망)을 기억하라는 영광스럽고도 안타까운 부표인 것일까. "단 한 번,/ 모든 것은 단 한 번뿐 더 이상은 오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 단 한 번뿐 다시라는 건 없어. 그러나/ 단 한 번뿐이긴 하지만, 한 번 존재했었다고 하는 것,/ 바로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그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 9번째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서양의 전통에서 보면 1은 신이 독점했었다. 그런데 이런 1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 좀 예외적이긴 하다. 하기사 릴케는 "신이여 내가 죽으면 당신은 뭘 하시겠습니까?"라고 신을 위로하는 시어를 가진 사람이니, 충분히 그럴 자격도 있다.수많은 빛이 있으나 결국 하나의 태양에 귀속된다. 잔잔한 별빛도, 흔들리는 촛불도, 따사로운 모닥불의 불꽃도, 내 눈빛도, 모두 위대한 강렬한 저 빛 앞에선 제압당한다. 인간의 삶에서도 그렇다. 촛대였던 주(主) 자가 한 집안을 밝힐 주인공이라는 뜻에서 '주인'이라 읽게 되었다. 모든 불빛은 거기로 모인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한 도시의 시장도, 한 대학의 총장도, 그 자리엔 단 한 사람밖에 없는 '장'(長)이다. 장은 우두머리, 수뇌, 리더, CEO이다. 빛을 발할 자리이자 자격을 가진다.최근 새로 총장이 들어서고, 조만간 보궐선거로 시장도 바뀌게 된다. 나아가 대통령도 바뀔 것이다. 임기를 가진 장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어른, 높음, 나음, 오램(항상)'이라 생각한다. 첫째 어른 노릇이다. 어른은 근엄하기도 하나 포용하고 통합하고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그 자리는 높지만 낮은 평지여야 한다. 분열하고 이간질하는 자리가 아니다. 목에 힘주고 번쩍대며 큰소리만 친다면 '태양을 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유일한, 환한 빛 아래에 온갖 잔잔한 빛의 수많은 주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둘째, 안목이 높아야 한다. 그래서 한 수라도 더 볼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을 말한다. 도시는 인구를 잘 챙겨야 살고, 대학은 학생을 잘 받아야 산다. 그렇지 않으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가 아닌, 벚꽃 볼 '사람 없는 순서'대로 망해 갈 것이다. 셋째, 뭐가 나아도 더 나아야 한다. 각기 능력대로 일할 자리, 먹고살 자리를 챙겨 주는 게 보통 사람보다 더 나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힘이 아니라 짐이 될 뿐이다. 넷째, 가치 있는 약속을 오래 지킬 능력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했다. 저질러 놓기만 하지 말고, 실천하고 매듭짓고 지속해 가도록 해야 한다.시작 지점에 있는 1이란 숫자는 둥근 원 속의 한 점처럼, 모든 운동의 시작이며 회귀의 자리이다. 1월, 어느 자리에서든 누구나 주인이 되는 1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자리는 모든 것의 중심이지만 모든 것을 품고 나누지 않는, 어머니의 품 같은 따스한 자리였으면 한다. 다시 1월. 싸늘한 대립과 모순의 상황 속에서, 1이란 숫자를 가만히 품어 본다.

2021-01-13 11:22:51

[홍성걸의 새론새평]사면(赦免)의 정치학

[홍성걸의 새론새평]사면(赦免)의 정치학

극도의 어려움 속에 희망을 갈구하는 신축년 새해 벽두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은 사면 정국에 휩싸였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서 사면법에 의한 절차적 규정은 있으나 대상이나 범위 등에 큰 제한은 없다. 과거 재벌을 대상으로 사면권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어 유전무죄라는 비난이 일었고, 이것이 법 적용의 형평성과 공정성, 사회적 정의를 해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아직 입법화되지는 않고 있다.대통령의 사면권은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에 반한다는 측면에서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만 행사되어야 한다. 민생 관련 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사면과는 달리 특별사면은 더욱 엄격히 시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기본적 입장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정치를 생각해 보자.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선례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두 사람은 내란죄 등 엄청난 범죄를 이유로 소추가 진행되었다. 당시 소멸시효 등 여러 문제가 있어 결국 5·18특별법을 제정하여 재판을 진행했고 유죄 판결에 따라 최종적으로 무기징역 등의 형이 선고되었다. 김영삼 정부 말기, 김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사회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의 합의로 사면을 단행함으로써 두 전직 대통령은 2년여의 옥고를 치른 후 석방되었다.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 대통령의 이 같은 결단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저버리지 말자는 뜻으로 이해되었다.이후 한동안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갈등은 있었으나 서로 정권을 주고받으며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면이 바뀐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부패 의혹 수사가 노 대통령의 자살로 끝나면서 386 중심의 친노 세력이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천명하면서부터다.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로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정권을 잡은 386세력은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정적 척결에 나섰고, 이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갈등은 한국 정치의 전면에 재등장하여 사회를 극도로 분열시켰다.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야망으로 사면 카드를 쓴 것이라는 비판에서부터 반성이 먼저라는 것까지 다양하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주장하는 촛불혁명에 대한 모욕이나 세월호 진실 조사 미진, 두 전직 대통령의 해외 재산 은닉 의혹이 사면 불가의 이유라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과 관련이 없고, 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국정 농단에 관해 이미 사죄한 바 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4년이 다 되어 가도록 세월호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진상조사를 계속하겠다는 것과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해외 재산 은닉 의혹 때문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산 의혹이 있다면 증거를 바탕으로 고발하면 될 일이고, 설혹 그렇더라도 아버지의 죄를 딸에게 묻겠다는 것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 위반이다.지금 스스로 민주화 세력이란 사람들이 오히려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면서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정 지지도의 견인차였던 중도적 유권자들이 급속히 떨어져 나가고 있다. 많은 정책 실패와 함께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져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통합의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때에 전직 대통령 사면은 화해와 통합을 이룰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면은 언제 이루어지든 항상 찬반양론이 있게 마련이다. 형의 확정이라는 형식 요건이 갖추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무리 크더라도 국론 분열과 극한 대립으로 인한 피해보다 클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1-01-06 11:50:54

[오정일의 새론새평] 조두순과 윤성여

[오정일의 새론새평] 조두순과 윤성여

8세 어린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12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했다. 법원은 향후 7년간 조두순의 야간 외출과 음주를 금지했다. 조두순의 집 앞에 경찰관이 배치되고 학생들에게 안심 호루라기가 지급되었다. 왜 조두순을 석방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2008년 당시에도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형벌이 가볍다는 여론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형벌이 가볍다. 사형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사형을 거의 선고하지 않고 집행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이다. 조두순 사례는 우리 사회에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무엇인가라는 화두(話頭)를 던졌다.범죄자를 처벌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범죄자를 처벌하면 유사한 범죄가 저질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형벌의 기능적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범죄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이다. 칸트(Kant)가 말했듯이 복수는 인간의 본성이다. 되갚는 것이 정의이다. 이는 형벌의 응보적(應報的) 측면이다. 응보가 있을 때 정의가 실현된다. 형벌의 목적이 무엇이든 형벌의 크기는 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해야 한다. 심각한 범죄에 무거운 형벌을, 경미한 범죄에 가벼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정의이다. 조두순에 대한 형벌은 적절했는가?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20년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법원은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윤 씨는 약 18억원의 보상금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돈이 윤 씨의 잃어 버린 20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 판결에 따르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이 전지전능하기 때문은 아니다. 종종 우리는 검찰과 법원이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윤성여 사례를 통해 시민들은 사법제도의 불완전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10명의 도둑을 놓쳐도 1명의 무고(無辜)한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당분간 여론의 힘을 받을 것이다. 증거재판주의가 강화될 수도 있다. 증거재판주의가 강화되면 유죄 선고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오류도 감소한다. 1명의 무고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명의 도둑을 놓칠 수 있다. 왜 그런가? 증거재판주의를 강화하면 범죄자에 대한 유죄 선고도 감소하므로 범죄자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오류가 증가한다.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제1종 오류, 도둑을 놓치는 것을 제2종 오류라고 한다. 제1종 오류를 줄이면 제2종 오류가 늘고, 제2종 오류를 줄이면 제1종 오류는 증가한다. 이것이 사람이 만든 사법제도의 한계이다. 검사와 판사가 신(神)이 아닌 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오류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어떻게 해야 사법제도의 오류가 감소하는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오류가 줄어든다. 검사가 더 열심히 수사하고 판사는 더 열심히 사건 기록과 증거를 살펴보면 된다. 왕도(王道)는 없다. 물론,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수사와 재판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우리는 사법 개혁이라는 단어를 신물이 나게 들었다. 사법 개혁의 목적은 무엇인가? 수사와 재판의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을 확보해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 간 수사권을 조정하면 제2의 조두순이 나타나지 않는가? 공수처를 설립하면 윤성여 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는가? 현재 논의되는 사법 개혁은 시민의 인권 보호와 무관하다.검사와 판사 개개인이 수사와 재판에 충실할 때 진정한 사법 개혁이 이루어진다. 제2의 조두순이나 윤성여 씨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사법 개혁이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트위터(twitter)에 과격한 말을 쏟아 내는 것은 사법 개혁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지루한 말싸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2020-12-30 11:47:44

[도태우의 새론새평] 투표지 6장의 무게

[도태우의 새론새평] 투표지 6장의 무게

부정선거 정황이 의심되는 개표장의 미기재 투표용지를 공익 제보했던 이종원 씨가 구속 5개월 만인 지난 18일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 전체에 해당하는 형량이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이 씨는 구리시 개표장에서 참관 중 일반 투표용지와 색이 다른 투표지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경찰 출입을 막았다. 그러자 현장의 다른 참관인이 '기표 안 된 여분의 사전투표용지도 있다. 이것도 이상하다'며 6장을 주어 증거 확보를 위해 보관했다. 그 후 제보를 접수하던 민경욱 전 의원에게 표를 전달하게 되었다고 한다.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씨가 "야간방실침입절도죄와 투표용지은닉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정작 검찰은 절도를 입증할 영상을 제출하지 못했다. CCTV 없는 체력단련실에 빈 투표용지를 넣은 여행 가방을 두어 불법 관리 논란을 자초한 것은 선관위인데, 절도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CCTV가 없으므로, 이 씨가 체육관에서 투표용지를 가져왔다는 논리다.이는 형사사건에서 소추기관이 거증책임을 지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판단한다는 형사법 대원칙을 총체적으로 붕괴시키는 판결이다.정다주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침해한 것은 선거의 공정성 그리고 그것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유민주주의 제도 자체이기도 하다"고 썼다. 또한 "이런 범행을 방치할 경우 가짜 뉴스나 음모론의 양산, 포퓰리즘 정치인의 득세,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은 피고인 이종원 씨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원에 해야 할 말이다.4·15 총선에 대해 후보 25명을 포함한 13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되었다. 이 중 한 건도 법정기한인 180일 내에 선고된 것이 없다. 모든 소송을 통틀어 10월 23일 변론준비기일과 12월 14일 4시간 검증이 진행 상황의 전부이다. 검증 현장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포렌식 대상인 전자개표기 등 선거 전자장비 수천 세트 전부에 대해 이미 수개월 전 모든 프로그램을 삭제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부정선거를 가릴 소송이 1건도 제대로 진행된 곳이 없고, 8개월의 시간을 끌며 대량의 체계적인 증거인멸이 자행되었는데, 정 재판장은 선거 부정 의혹을 이미 '가짜 뉴스'라 단정하며, 부정 의혹 제기자가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을 파괴한다고 단정했다. 소송 중인 사건에 결론을 유보해야 할 법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태도이다. 정 재판장은 나아가 "엄정한 사법적 대응을 통해 피고인의 죄책을 묻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려 일반 예방효과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함'을 주문하더니 막상 비리 백화점 조국을 건드리자 1년 반 동안 나라가 뒤집혔다. 결국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이 내려졌다. 판사들을 특별수사 대상으로 삼는 공수처도 곧 출범한다고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사법 농단' 프레임에 걸려 첫 증인이 되는 등 호된 경험을 치른 바 있는 정 재판장의 마음이 얼마나 움츠러들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요컨대 투표지 1장씩의 무게는 이렇게 되돌아오고 있다. 한 장마다 서린 진실의 무게를 쉽게 저버리고 수상하기 그지없는 180석에 굴복한 뒤 우리 국민은 대북전단금지법, 5·18과 4·3특별법, 공수처설치법을 비롯한 '불법적 법률' 아래 종의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 있다. 일부의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을 믿고 싶은 세말(歲末)이다. 혹 진실이 더 이상 존중되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면 모든 사람들을 영구히 어둠 속에 두고 속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칠흑 같은 밤 가장 낮은 마구간에 빛으로 오신 예수 성탄 전야를 맞아 제일 버림받은 곳에서 새 역사의 동이 텄음을 상기한다. 완전한 어둠은 더 완전한 빛이 수태되는 입구가 될 뿐이었다. -결국은, 메리 크리스마스!

2020-12-23 14:03:38

[강규형의 새론새평] NLL 포기 발언과 대통령기록물 폐기, 정계 은퇴해야

[강규형의 새론새평] NLL 포기 발언과 대통령기록물 폐기, 정계 은퇴해야

지난 10일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한 중요 판결이 있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기억을 한번 되살려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경악스러웠고,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한 대통령기록물 삭제는 커다란 논쟁을 불러왔다. 대법원은 이번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한 백종천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파기환송하면서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검찰은 당시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은폐하기 위해 담당 부하들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 이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것을 파악하고 2013년 11월 이들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는 서명 여부뿐 아니라 결재권자의 지시, 결재 대상 문서의 종류와 특성, 관련 법령의 규정과 업무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초본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했기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판결을 했다.한국 좌파 진영은 그동안 일치단결해서 이것을 덮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다 발언 사실이 확실해지고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노무현 대통령기록물에 그 회의록이 없는 것이 알려지자, 처음에는 있는데 못 찾는 것이라 했다. 그러다가 진짜 고의로 삭제된 게 밝혀지자, 그제서는 초본을 삭제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고 목청을 높였다.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2013년 7월에 아예 "MB 정부 들어서 대통령기록관장 등을 모두 내쫓았다. 국정원에도 한 부가 있는데 국가기록관에 우리가 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하며 마치 MB 정부가 폐기한 것처럼 가증스러운 거짓말을 했다. 정말 현란한 변신과 뻔뻔한 변명의 퍼레이드였다. 좌파 색채가 강한 기록학계도 평소 자신들의 소신을 뒤집는 주장을 했다. 평소에는 "업무 처리 혹은 의사결정의 기록"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 기록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강변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여기에는 학문적 소신이고 뭐고 존재하지 않았다.그 흑(黑)역사를 한번 살펴보자. 2012년 10월 12일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의 비밀대화록이 존재한다면 책임지겠다"고 발언했다. 나중에는 대화록은 있지만 NLL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과정을 주도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 당시 직책) 문재인 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실장이었다. 아마도 노 대통령 자신이 봐도 창피했는지 원본과 국정원 1차 녹취록도 파기했는데, 국정원에서 2008년 초 다시 녹취록을 만든 것을 몰랐다. 그래서 계속 "녹취록은 없다" "NLL은 논의 안 했다"고 자신 있게 말을 바꿔가며 거짓말을 했다.이들 중 가장 강력하게 여기저기서 거짓말을 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정이었다. 2007년 국회에서 이재정은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거품을 물었다. 김정일도 NLL에 대해 언급을 안 했다는 거짓말까지 추가로 했다. 정상적인 사회에서 이 정도면 일반인도 매장을 당해야 하는데, 그는 아직도 건재하다. 더군다나 현재 기가 막히게도 경기도 교육을 총괄하는 재선 경기도 교육감이다. 그는 또 사제(司祭)인 성공회 신부이기도 하다. 두 직책을 다 내려놔야 그나마 양심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이런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문 대통령을 보자. 그는 2013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호언했다. 그해 7월에는 자기가 몰랐던 귀책사유가 있다면 비난을 달게 받고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그러나 회의록에서 김정일이 NLL 포기라는 말을 네 번이나 했고,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은 맞장구를 쳤다. 문 대통령은 몰랐던 게 아니고 이 과정을 다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판결로 대통령기록물을 불법 폐기한 사실도 드러났으니 문 대통령은 응당 자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 물론 더한 거짓말도 많이 해왔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았으니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은 남겨야 한다.

2020-12-16 15:17:30

[홍성걸의 새론새평]민주라는 이름의 독재

[홍성걸의 새론새평]민주라는 이름의 독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서둘러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해 공수처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야당에 사실상의 거부권을 주었던 것을 아예 없애고 공수처장과 검사들의 자격 요건도 대폭 완화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로 공수처를 채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이제 새로 태어날 공수처는 권력자 보호를 위한 대통령의 친위 부대로 전락하고 권력의 비리나 부패는 아예 수사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정권 비리 관련 사건이나 집권 세력이 관여됐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들도 공수처가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하명 수사 의혹, 조국·유재수 사건,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 라임·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비리 사건,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결정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사건, 문 대통령 자녀의 해외 취업 의혹 등 권력층이 연루된 모든 사건이 공수처에 이관될 수 있다.검경 수사권 분리를 통해 검찰은 기소권만 갖는 기소청으로 격하된다.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의존해야 하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어 이를 보완 수사하도록 요청해도 지휘는 할 수 없어 결국 경찰이 거부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경찰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접수하여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곳은 공수처뿐이다.사법부 판사들도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사법부 판결이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인내심이 한계에 왔다고 공공연히 위협하던 집권 세력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하여 판사들을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판사들이 죄를 짓지 않았으면 겁낼 필요가 어딨냐는 것은 요설에 불과하다. 지은 죄가 없어도 권력 앞에 가슴이 졸아드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문 정부는 검찰 개혁을 위해 조국·추미애 장관을 임명했다고 강변한다. 두 사람이 장관 자리에서 한 일이 과연 검찰 개혁이었나 따져보자. 조국 전 장관은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수없이 주장했다. 지금의 공수처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는 말인데, 그럼 대통령과 집권 세력, 그리고 공수처는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어 무소불위로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권한을 독점한 공수처를 세우고 이를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우긴다. 추 장관은 취임 이래 오직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일에 몰두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감찰, 직무 배제, 징계까지 오로지 윤석열 몰아내기에 급급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이 모든 것이 선거를 통해 선택된 정부와 국회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민주적이라는 것은 궤변이다. 민주주의는 삼권분립과 견제, 균형의 원칙이 작동되어야 하고 실질적 법치주의가 이뤄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선거에 이긴 다수의 힘을 믿고 반민주적 법안을 강제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실정법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의 이름으로 행하는 독재일 뿐이다.법사위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본회의를 거쳐 곧 확정될 것이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가진 여당의 횡포지만 형식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그것은 마침내 좌파 독재체제가 완성된 것을 의미한다. 이대로 주저앉아 집권 여당의 반민주적 독재를 인정할 것인가.야당도 독재를 방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죄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중차대한 시기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이유로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하필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국민이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사과를 한다고 싸늘한 민심이 다시 지지층으로 되돌아올 것도 아니다. 국민은 폭주하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대신할 희망을 찾는 것이지, 과거에 발목을 잡힌 정당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차라리 스스로 해산하여 새로운 보수 정치세력에 길을 열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20-12-09 12:01:18

[오정일의 새론새평] 가격상한제의 유혹

[오정일의 새론새평] 가격상한제의 유혹

최근 정부가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다. 대부업법이 개정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최고금리는 20%가 된다. 이미 정부는 최고금리를 27.8%에서 24%로 인하한 바 있다. 대부업체의 입장에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돈을 떼일 위험을 줄여야 한다. 대부업체는 보다 신중하게 대출을 할 것이다.이에 따라 서민들이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서민 중 일부의 금리 부담이 줄어들지만 다른 일부는 돈을 못 빌리게 된다. 정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연 27.8%는 고리(高利)다. 서민들로부터 고리를 받는 대부업체는 사회악이다. 사회악을 없애려면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대부업체가 금리를 결정하는가? 아니다.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급전(急錢)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지난 7월 말부터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경우 집주인은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월세상한제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미 임대료가 폭등했다.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재계약 때 임대료를 충분히 올릴 수 없다면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 많이 올려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세입자는 수년에 걸쳐 지불할 임대료를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 지불하게 되었다. 집주인들이 명시적으로는 담합하지 않는다. 집주인들은 묵시적으로 담합한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밖에 게시된 수많은 가격표를 보라.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인하하지는 않는다. 설사 집을 비워 두더라도 집주인들은 버틴다. 세입자들은 버티지 못한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세입자들이 있는 한 전월세상한제는 서민들의 주택난을 악화시킨다.정부는 분양가상한제도 시행했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더한 것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분양가를 건설사가 아닌 정부가 결정한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낮으니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한다. 분양가가 정해져 있으므로 건설사는 추첨을 할 수밖에 없다. 당첨된 사람들 즉, 분양권을 받은 사람들은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다. 청약에 실패한 다수의 서민들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분양가상한제는 로또(lotto)다.정부는 분양가를 제한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는 청약에 실패한 서민들의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 횡재(橫財)를 기대하는 다수의 무주택자들이 있는 한 분양가상한제는 또 다른 로또이다.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실질적으로 등록금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지난 10년의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을 단순히 더하면 18.7%에 달한다.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재정은 악화되었다. 등록금 동결이 서민들을 위한 제도임은 명백하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 가능한가.대학의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시설이 고등학교보다 못하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고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이 안 되지만 대학에는 수강생이 70명 이상인 강좌가 아주 많다. 일부 대학은 도서관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강좌 수와 학기당 강의 주수(週數)를 줄였다. 등록금을 동결하면 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이 양질인지는 의문이다. 등록금 동결은 등록금이라는 가격을 제한할 뿐 교육의 질(質)을 보장하지 않는다. 가격이 낮으면 품질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서민들은 금리가 높아서, 임대료가 폭등해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등록금이 비싸서 고통을 겪는다. 높은 가격이 고통의 원인인가? 그렇다면 대책은 간단하다. 금리, 임대료, 아파트 가격, 등록금을 제한하면 된다. 높은 가격은 고통의 원인이 아니다. 가격이 높은 것은 현상(現象)일 뿐이다. 그래서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 부작용만 유발한다. 가격 제한의 부작용은 장기에 걸쳐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2020-12-02 11:18:29

[도태우의 새론새평] 부정선거면 어때?

[도태우의 새론새평] 부정선거면 어때?

근대 자유민주 체제의 본산인 미국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일어났다. 11월 3일 투표를 마쳤지만 6개 주에서 선거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들 주의 선거인 수를 제외하면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구도 과반수인 270명에 도달하지 못했다.조지아주에서는 서명을 엄격하게 대조하는 절차가 포함된 재검표가 다시 요구되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신청서가 없는 부적격 우편투표가 10만 장에 달한다고 하며, 미시간주에서는 새벽녘에 13만 표 이상의 바이든 표가 순식간에 상승하여 프로그램 조작이 강력하게 의심되고 있다. 네바다주에서는 1만5천 명이 중복 투표를 한 증거가 제출되었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약 70만 표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고, 10만 표에 달하는 공화당 표가 부정하게 처리되었다는 수학 교수의 분석이 제출되는 등 격렬한 쟁송이 전개되고 있다.미국에서 지난 20일간 드러난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제기되는 문제들은 충격적이다. 선거 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몰이가 장기간 대대적으로 벌어져 투표도 하기 전에 벌써 승부가 정해진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또한 신권 지폐와 같은 이상 투표지, 발생 불가능한 배송 기록을 가진 대량의 우편투표, 투표지 이동의 무결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 등이 펼쳐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개표 단계에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전자개표기의 프로그램 조작과 통신망 연결에 따른 외부 조작 문제가 대두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단계는 참관인의 접근을 막거나 불법적인 표와 합법적인 표를 뒤섞어 검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주장도 많다.부정선거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근본으로 삼는 자유 체제의 취약점을 파고든다. 한 표라도 이기면 결과가 바뀌는 것이기에 디지털 시대의 선거 조작은 티 나게 많은 표를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작으로 확보 가능한 목표치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정값(조작값)을 계산해 낸다. 경합 지역에 집중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가져올 방법을 고안해 낸다. 우편투표처럼 가장 조작하기 쉬운 하나의 방법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명부 작성, 투표율 부풀리기, 실물 조작과 전산 조작, 사전 조작과 실시간 조작, 사후 보정 등 세부적으로 수십 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구사한다. 혹시 부정의 흔적이 발각되면 단순 실수 관리 부실이고, 결과를 바꿀 정도가 아니기에 법적으로 의미가 없으며 질 만한 이유가 있어 진 것이라고 여론을 몰아 간다.이렇게 치밀하게 부정선거가 저질러졌음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부정선거 주장은 음모론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은 선거 조작이라는 중범죄를 도와주는 논리일 뿐이다. 우리의 경우 수사는커녕 증거 조사 하나 제대로 진행해 주지 않으면서 '증거를 더 가져오라'는 것 또한 앞뒤가 바뀐 이야기이다.심지어 '부정선거면 어때?'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정체성(identity) 정치'가 난무한다. 역사적 피해자, 약자, 소수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가해자로 낙인찍힌 편에게는 한 움큼의 관용도 없다. 왜? '우린 피해자이고 순결하며, 너흰 가해자이고 괴물이니까.'이처럼 명백하게 악한 태도를 악(惡)으로 인식하고 투쟁하지 못하는 자유주의는 부패한 자유주의 또는 죽은 자유주의이다. 일찍이 이승만 대통령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노예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1)는 성경 말씀을 평생의 푯대로 삼았다고 한다.자유는 영속되지 않는다. 자유를 얻고, 자유를 누리며 살다가, 다시 노예의 상태로 굴러떨어지는 패턴을 역사는 수없이 증언하고 있다. 불의가 제도가 될 때 저항은 국민의 의무가 된다고 한다. '부정선거면 어때?' 그러면, 세상에 허용되지 않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2020-11-25 17:05:53

[강규형의 새론새평] 중국, 역사적 사실 왜곡은 안 돼

[강규형의 새론새평] 중국, 역사적 사실 왜곡은 안 돼

지난 10월 7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BTS)이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1995년부터 이 단체의 설립자이자 6·25전쟁 때 미8군 사령관으로 참전했고, 4년제 육군사관학교 재건을 도와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는 상을 수여해왔다.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 준다. 밴 플리트 장군의 외아들은 6·25전쟁 때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격추됐고, 군법에 정한 구조 시간이 지나자 밴 플리트 장군은 지체 없이 수색 작업을 중단시켰다. 그 집안은 대가 끊긴 셈이 됐다. 장군의 동상은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져 있고, 오산 공군기지에는 아들인 밴 플리트 Jr. 중위(사망 후 대위로 추존)의 흉상이 있다. 이것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부상한 1천920명의 미국 공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2012년 6월에 건립됐다.수상식에서 BTS의 리더 RM(김남준)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너무나 당연한 소감을 얘기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일제히 BTS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아미(BTS 공식 팬덤)에서의 탈퇴가 이어졌다.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BTS가 나온 광고들을 내렸다. 중국의 어느 대학은 "강의에서 BTS 관련 부분을 생략하라"고 요구하며 검열하려 했다.BTS가 이 수상식에서 엄연한 역사적 팩트를 가지고 얘기한 것인데도, 이런 일이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이런 반응은 중국에 득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의 이미지와 국격을 실추시킨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을 길들이기 위해 여러 압력을 행사해왔다. 중국 공산당의 문화 분야 검열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고압적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BTS건은 개인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이중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2016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의 거센 비판을 받고, 소속사 사장까지 나서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국 자본이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들어와 있어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위 '우마오당'(五毛黨·중국 인터넷 댓글 부대)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더 큰 문제도 발생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이 항미원조(抗美援朝)기념관을 재개관하고 70주년 기념행사를 크게 열었다. 중공군이 6·25에 개입한 지 70년이 되는 날을 앞두고 열린 10월 23일의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6·25를 "미국 침략에 맞선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영화, 다큐멘터리가 중국에서 연이어 개봉됐다한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소셜미디어에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려 논란이 가중됐다. 중국에서는 6·25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으로 가르치고, 북한의 6·25 남침 설명을 생략한다. 이들 아이돌 스타들은 무언의 압력 때문에, 그리고 자국에서 배운 대로 여과 없이 의견을 표명한 듯하다. 그 어린 친구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배운 대로 얘기한 것이지만 적어도 기획사에서는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자제시켜야 했다. 이들의 잘못된 발언들은 국내외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중국은 흔들리는 대내적 결속을 다지기 위해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선전선동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구소련의 기밀문서와 중국의 문서가 해제되면서 6·25전쟁이 소련·중공·북한이라는 공산 세계가 결탁해서 자유 세계 전체에 던진 도발이었다는 것이 실증됐다. 요즘에는 일급 중국 학자들도 이런 자료를 기초로 올바른 역사를 저술한 훌륭한 책과 논문을 내놓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여전히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키는 교육은 중국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한국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역시 시정해야 할 사안이다. 역사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2020-11-18 14:58:41

[홍성걸의 새론새평] 윤석열은 진정 보수 우파의 대안인가

[홍성걸의 새론새평] 윤석열은 진정 보수 우파의 대안인가

한길리서치가 11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24.7%의 지지율로 이낙연, 이재명 등 두 여권 후보들에 앞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정작 본인은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윤 총장이 높은 지지를 받게 된 것은 단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이 크다. 추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 고립시켰고,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감찰권 등 예외적으로만 행사되어야 할 권한을 수시로 행사하여 검찰총장을 무력화시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총장을 비난했고 그것도 모자라 수시로 윤석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윤 총장이 쌈짓돈 쓰듯 하면서 자신이 임명한 이성윤의 중앙지검에는 보내지도 않았다고 했다가 오히려 법무부와 청와대, 국정원의 특활비를 조사하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이것이 추 장관 개인의 판단일까. 검찰총장 지명 시 여권은 윤 총장을 검찰 개혁의 최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정확한 판단이었으나 그들은 윤 총장이 사람이나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진짜 검사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들은 항상 옳다는 도그마에 빠져 자신들만 선이고 정의이며, 윤 총장도 한편이라고 믿었다고 해야 옳다.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고위층이든 서민이든 상관없이 법은 공평해야 하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검사의 의무라고 믿는다. 그런 그가 적폐 청산 수사에 나선 것은 정책의 시시비비를 따진 결과가 아니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법 의혹 때문이지 한편이어서가 아니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20억원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도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수사 후 기소한 것이지 문재인 정부가 요구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권은 윤 총장이 적폐 청산의 도구로서 자신들이 기대한 바를 충실히 이행해 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 윤 총장이 지방선거 당시 울산에서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 과정에서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도, 조국 전 법무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의혹도 마찬가지다. 불법행위의 수사와 기소는 검사의 신성한 의무이며 개인의 친소 관계나 정권과의 관계에 좌우될 수 없다는 윤 총장이 자신은 항상 정당하다는 여권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그를 정치적 거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를 묻는 질의에 대해 국민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하겠다고 대답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그가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신임 부장검사와 차장검사들에 대한 훈시에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면서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 검찰의 주인은 국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한 것을 두고는 윤 총장이 전국 유세를 하며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월성 1호기 관련 압수수색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수사하면 현 정권에 치명적 타격이라도 입을 것을 염려한 것인가. 검찰이 만일 수사를 멈춘다면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정권의 충견임을 자백하는 일이다.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칭찬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역대 어느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이처럼 칼을 들이대고 수사한 적이 있는가. 현직 검찰총장인 윤 총장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이는 청와대와 여당이 만든 것이다.윤석열 총장이 보수 우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를 보수 우파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검과 대전지검 앞에 늘어나는 화환의 수처럼 말이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 댕큐 추미애, 댕큐 더불어민주당!

2020-11-11 16:27:59

[오정일의 새론새평] 지역화폐는 보조금이다

[오정일의 새론새평] 지역화폐는 보조금이다

'대구행복페이' 발행 금액 3천억원이 10월 초 소진(消盡)되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9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하고 할인요율 10%를 유지하도록 국비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대구시도 내년도 대구행복페이 발행 규모를 1조원으로 상향할 예정이다.(2020년 10월 21일 자 매일신문 기사)대구행복페이는 지역화폐로 불리지만 화폐가 아니다. 지역화폐에는 일반적인 구매력이 없다.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제한이 있다. 지역화폐는 지불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제한적이다. 지역화폐로 공과금이나 세금을 납부할 수 없다. 지역화폐를 통해 가치를 저장하거나 증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금을 할 수 없으며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지 못한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대구행복페이는 대구시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대구행복페이는 대구시에 위치한 가게에서 사용이 가능하므로 일반적인 상품권에 비해 사용처가 많을 뿐이다.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지역화폐 발행액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된다. 현행 지역화폐는 주민들이 100원을 지불하고 110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받는 구조이다. 100원을 지불하고 110원의 소비를 할 수 있으니 주민들에게 10원의 이득이 발생한다. 10원은 세금으로 보전(補塡)된다. 보조금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더 크다. 현금 100원을 지급하면 20~30원은 지출되지 않는다. 저축 때문이다. 또한 70~80원의 지출 중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 100원을 지급하면 그 지역에서 100원이 지출된다. 지출이 더 크면 생산과 일자리가 더 크게 증가한다.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는 지자체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주민들이 지역화폐를 구입하는 이유는 10% 더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10%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금 지출을 상품권 사용으로 대체한다. 지자체가 지역화폐 110원을 발행할 경우 순수한 소비 증가는 10원이다. 110원이 아니다.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는 차별적이다. 모든 업종의 매출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지역화폐로 인해 매출이 증가하는 업종이 있지만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는 업종도 있다. 대체로 지역화폐는 생필품을 판매하는 중소형 매장에서 사용된다. 이에 따라 사치품이나 대형 매장의 매출은 감소한다. 이러한 업종에서는 지역화폐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다.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는 상호 약탈적이다.지역화폐는 다른 지역을 가난하게 만드는 근린궁핍화(beggar thy neighbour) 정책이다. 근린궁핍화 정책의 원래 의미는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켜서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자국의 수출을 늘려서 생산, 소비,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목적도 이와 유사하다. A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목적은 A지자체 주민들이 B지자체에서의 소비를 줄이고 A지자체에서의 소비를 증가시키게 하는 것이다. 이를 소비 전환이라고 한다. 지역화폐는 소비 전환을 기대하는 정책이다. 만약, 많은 지자체가 계속해서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면 우리 경제는 지역별로 블록(bloc)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의 크기가 작아지고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사라진다.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지역 간 교역이 크게 위축되었다. 내년에는 더 큰 금액의 지역화폐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화폐는 국가 단위의 시장을 지자체 단위로 분할함으로써 나라 전체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지역화폐는 상품권 형태로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보조금의 재원(財源)은 세금이다. 경제학자들은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에게 공짜 점심을 약속하고 표를 얻는다. 지역화폐는 공짜가 아니다. 지역화폐는 이자율이 10%인 고리(高利)의 정책이다.

2020-11-04 15:12:39

[도태우의 새론새평] 사람 잡는 ‘사람중심’

[도태우의 새론새평] 사람 잡는 ‘사람중심’

서해에 표류하던 국민이 피격 소각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월북 논란 중에도 이 일을 자행한 북한 당국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하여 계속 기본적 인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편 수만 명의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성노예로 인신매매된다.북한에서 사람이란 무엇일까? 1992년 개정된 북한 헌법 제3조는 북한이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 실현을 위한 혁명 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한다. 제8조에서는 북한의 사회제도가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 중심의 사회제도"라 한다. 이 헌법에 따르면, 북한의 모든 것이 '사람 중심'이다.대한민국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구호 역시 10년 이상 사람 중심이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사람 중심 ○○'라는 글귀가 수없이 게시되었으며, 댓글 조작 드루킹의 '경인선'(경제도 사람 먼저) 구호도 사람 중심의 변형일 뿐이다.이렇게 남북이 동시에 집착하는 사람 중심은 북한 헌법의 핵심 개념이다. 어쩌다가 북한 헌법의 핵심 개념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나붙게 되었는가? 우리 사회에서 사람 중심 구호를 유포한 인물들은 1970년대부터 북한 체제 이념의 근간을 이룬 주체사상의 세례를 받은 공산운동권 출신이다. 황장엽이 만든 주체사상이 남과 북 사람 중심 구호의 원주소인 것이다.그렇다면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황장엽은 이를 '개인적 생명과 구별되는 집단적 생명'이라 부른다.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람은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 '개인'이 아닌 추상적 '집단'인 것이다. 사람 중심 구호에서 사람이란 인민, 대중, 민족, 인류와 같이 집단과 전체로서의 사람일 뿐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겪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러기에 황장엽은 심지어 스탈린, 모택동을 대인배, 위대한 공산주의자로 존경했다. 수천만 명의 사람이 강제수용소에 갇히거나 굶어 죽었지만, 인류의 차원이 한 단계 격상되었다는 것이다.북한이라는 수용소 국가를 70년이나 떠받쳐 온 이 위험천만한 기만의 사상은 놀랍게도 어느 틈에 우리 사회 정치권과 국가기구 제도권의 핵심을 점령한 듯하다.주사파의 범위는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진당과 내란 선동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김정은 위인맞이 단체 부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요하게 사람 중심을 외치는 민주당 내에도 주사파가 있다. 북한 영상물에 저작료를 보낸 임종석 전 실장, 주체사상 홍보 단체에 수의계약을 준 이인영 장관은 모두 주사파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소위 보수 정당에서도 하태경 의원 같은 주사파 출신 인물이 정통 자유민주주의자를 '극우'로 몰아 당에서 쫓아낸 뒤 모든 정당을 사람 중심 정당으로 통합하는 길을 닦고 있다.나라 전체가 사람 중심 구호의 본질과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채 폭풍에 휩쓸리고 있다. 주사파 이념 집단의 완고함과 무모함이 물밑에서 계속 작용하기에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를 극복해 갈 것인가? 우선 사람 중심 구호의 유래와 종착지를 명확히 깨닫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실상에서 보듯 사람 중심은 전체주의 권력 추구의 이념적 도구일 뿐이다. 사람 중심의 종착지는 북한이 그랬듯이 전체 사람 또는 민족, 국민의 명분으로 개인의 모든 권리를 접수하고 법치의 틀을 파괴한 뒤 절대 권력자 수령의 손에 이 모두를 넘겨주는 것이다.이에 반해, 개인의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이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70년 기적과 번영의 역사를 가능케 한 기초이다. 국민 개개인이 더욱 선명하게 이를 자각하고 축복의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모든 개인에게 침범되어서는 안 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한다. 이것이 사람 잡는 '사람 중심'과 정반대 편인 '사람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2020-10-28 14:45:11

[강규형의 새론새평] 조정래 작가의 망언을 보며

[강규형의 새론새평] 조정래 작가의 망언을 보며

조정래 작가는 최근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그는 150여만 명에 이르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하는데,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파,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국수주의 또는 종족주의는 종종 사회의 흉기가 된다는 것을 세계사는 가르쳐줬다. 조 씨의 주장은 거의 망언에 가까운 내용이니, 일본에 유학했다고 친일파나 민족 반역자가 된다는 한심한 기준으로 보면 항일운동하다가 옥사한 윤동주 시인도 도시샤(同志社)대에서 유학했으니 민족 반역자다.고구려 중심의 민족사관을 가진 함석헌 선생도 도쿄고등사범학교를 나왔으니 친일파. 릿쿄(立敎)대 대학원을 나온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이자 한국 종북 세력의 거두 박성준 교수도 친일파. 일본 여자와 결혼한 진중권 전 교수는 그럼 아예 일본인 그 자체가 되나? 이러니 "딸을 일본 극우파가 세운 고쿠시칸(国士舘)대로 유학 보낸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숨은 토착 왜구였네!"라는 조롱이 나오는 것이다.진중권은 조 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광기'에 가까운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정래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라며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논쟁을 하다가 갑자기 나이·선배 타령 하는 것도 대단히 '꼰대'스럽지만, 조정래는 자기 스승인 서정주 선생을 격하게 비판하지 않았나.조정래의 선친은 일본에서 일본불교 교육을 받고 와서 일본식 대처승 풍습을 따라 부인을 얻고 애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조정래였다. 해방 후 일본식 불교의 영향력을 줄이고 일본식 대처승 제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비구(比丘·독신자)승적인 조계종 중심의 한국불교로 이끈 사람은 바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었다. 조 작가 선친은 일본 유학생이니 그의 주장대로라면 졸지에 자기 부친이 친일파가 되는 것이다.덧붙여 조 작가는 '태백산맥'을 "국민 90%가 읽었고" 그 소설이 가진 "'오늘의 현실성'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비결"이라고 얘기하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 소설 태백산맥은 허구에 기초한 그야말로 소설이라는 근래 학술 연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사소설이다 보니 역사적 사실과 틀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역사관도 매우 편향적이다. 학자들의 반론에 조 씨는 논리적·실증적 재반론 대신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에 대해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같은 친일파"라는 비방으로 답해 왔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전 유성구 소재 모 서점에서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을 모아둔 서가에 '왜구소설'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장난이나 페이크뉴스로 알았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과 여타 문학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많이 팔린다. 그런데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왜구소설'이라고 하면 그 소설을 번역하고 출간하는 사람들은 물론 읽는 독자들은 다 '왜구'를 사랑하는 민족 반역자 겸 친일파가 돼 버리는가. 그 서점은 아예 일본 작가의 책들을 팔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잘 팔리는 '왜구소설'을 판매해서 돈은 벌고 싶나 보다. 그렇게라도 하면 자기가 줏대 있는 애국자라는 생각이 드는가 보다. 세계적 조류에 뒤떨어진 종족주의에 기댄 정신적 자위행위를 통해 쾌감을 얻는 전형적 방식이다.일본을 향해 '죽창을 들라'는 등의 반일 선동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본제를 더 선호하는 역설은 이미 뉴스거리가 안 될 정도로 흔하다. 죽창 선동을 한 조국 전 법무장관은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정점일 때 기자회견에 일본제 볼펜을 들고 나왔다. '나의 반일 감정도 어쩌지 못하는 부드러운 필기감'이라는 광고 카피로 그 일본 회사의 모델로 출연해도 될 만큼 그 볼펜은 자연스럽게 '명품'으로 널리 선전이 됐다. 반일 감정 선동과 중국 추종에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도 집에서 쓰는 세컨드 카(second car)는 일제 고급 렉서스 차량이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수준의 반일 종족주의는 탈피해야 한다.

2020-10-21 15:43:42

[홍성걸의 새론새평] 지금의 위기는 보수주의자들의 책임이다

[홍성걸의 새론새평] 지금의 위기는 보수주의자들의 책임이다

정기국회의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야당의 투쟁성이 떨어지고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여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여당의 방탄국회 운영으로 사실상 국정감사가 공전되었다고 한다.175석의 절대다수 의석의 여당에 비해 야당의 의석이 매우 적고 상임위원장 모두를 여당이 독식한 구조에서 야당의 투쟁이 한계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이 야당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 여당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창의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여 야당의 집권 가능성을 높여야 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그러니 서해상에서 실종 공무원 사살 및 시신 소각 사건과 라임 및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 관련 의혹 등 여당의 악재가 쏟아져도 국민의힘 지지도는 오르지 않는다. 무엇이 이처럼 야당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는가.김종인 비대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전향적 태도와 당명 변경, 경제민주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름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수정해도 국민들은 그 밥에 그 나물로 본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불과 1년 반 남았음에도 국민의힘이 대안으로 부상하지 못하는 것은 야당의 실패를 넘어 이 나라 보수주의자들의 본질적 문제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미국에서는 연방 대법관 후보 에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었다. 배럿은 대부분의 대법관이 졸업한 명문 하버드나 예일대학 출신이 아니라 지방 대학인 인디애나주 노틀댐대학 출신이다. 명문대 진학이 충분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 있었던 배럿 스스로 노틀댐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녀는 법 해석 시 그 법이 제정될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상황, 입법 의도 등을 문구를 통해 충실히 해석하는 원전주의에 충실한 문언주의자(textualist)이다.그런 배럿이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판단이 아니었다. 1987년 레이건 대통령이 지명한 로버트 보크 대법관 후보가 인준에 실패했고, 1990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데이빗 수터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바뀌었다. 연방대법원이 다수의 진보파에 의해 구성되자 위기를 느낀 미국 보수 지식인들은 로펌, 학계, 기업, 연구소 등에 흩어진 법조인 중 최고의 자질과 능력을 지닌 젊은 보수주의 법학도를 찾는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이에 발탁된 사람이 배럿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은 그녀의 논문과 판결을 면밀히 분석하여 보수주의를 대표할 법조인으로 낙점했고 로스쿨 졸업 후 꾸준히 각종 요직에 추천하여 경력을 쌓도록 기회를 부여했다. 그렇게 성장한 48세의 배럿이 상원 법사위의 인준 청문회에 선 것이다.연방대법관 한 사람을 지명하기 위해 30년을 꾸준히 키워 온 미국 보수파 법조계의 노력에 비하면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의 사람 키우는 노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수 정당의 정치 신인 발굴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입된 사람들이 정말 보수주의를 대표할 최고의 자질과 능력을 보유한 보수주의자인지 검증조차 없었다. 정계에서는 경쟁 상대로 인식하여 능력 있는 보수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오히려 견제하고 막는 데 급급했다. 지금 보수우파가 진보좌파 집권 세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이 나라의 미래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진 것은 보수주의자들의 인재 발굴 및 양성 체계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지금 이 나라는 70년에 걸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위기를 극복할 사람을 키우지 않으면서 비판과 한탄만 하고 있다. 아이 하나를 잘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미래를 짊어질 최고의 자질과 능력을 지닌 보수 정치인들을 키우지 못한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은 역사 앞에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유능하고 품격 높은 보수 정치인을 양성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2020-10-14 15:10:31

[오정일의 새론새평] 코로나바이러스 통계(統計)

[오정일의 새론새평] 코로나바이러스 통계(統計)

매일 오전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를 발표한다. 질병청 발표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질병청 발표에는 중요한 통계가 빠져 있다. 확진자가 몇 명이라는 발표는 있지만 몇 명을 검사했다는 발표가 없다. 50명의 확진자가 1만 명을 검사한 결과인지 2만 명을 검사한 결과인지 알 수 없다.확진자는 9월 11일 176명, 9월 21일 70명이었다. 10일 사이 확진자 수가 세 자리에서 두 자리로 감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둔화된 것인가? 검사자 수가 같으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검사자 수가 다르면 확진자 수는 무의미한 통계이다. 확진자 수는 검사자 수에 비례한다. 검사를 많이 하면 많은 확진자가 나온다. 중요한 통계는 확진율이다. 확진율은 확진자 수를 검사자 수로 나눈 것이다. 9월 21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2만3천 명, 누적 검사자는 223만 명이다. 확진율이 1%이다. 100명을 검사하면 1명이 확진자라는 의미이다. 1만 명을 검사하면 100명, 2만 명을 검사하면 200명의 확진자가 나온다.확진율도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무작위 검사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는 증상이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이다. 반면, 증상이 없는 감염자는 검사에서 누락된다. 무증상 감염자는 검사하지 않으니 확진자가 될 수 없다. 무작위 표본, 무증상 감염자 문제가 있는 한 확진율은 감염률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정확한 감염률을 추정하려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을 검사할 수는 없다. 대상을 무작위로 뽑아서 검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것은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와 유사하다. 단순한 통계적 작업이다. 의학이나 역학의 난제가 아니다.질병청이 1천440명을 대상으로 항체 조사를 했다. 결과는 감염자 1명. 질병청 조사가 맞는다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은 0.07%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천만 명이니 감염자 수는 3만5천 명으로 추정된다. 9월 21일 기준 누적확진자는 2만3천 명이다. 앞으로 감염자 1만2천 명만 찾으면 되는 것인가? 질병청 조사에서 확진자가 없었다면 누적확진자 2만3천 명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질병청 조사의 표본이 작았다. 질병청 조사의 모집단은 5천만 명이다. 조사 목적이 전체 국민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을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학적으로 1천440명을 조사해서 계산한 확진율과 감염률 간에는 5%포인트(p) 오차가 존재한다. 5%p 오차는 250만 명이다. 오차가 너무 크다. 내일 예상강수량은 1~250㎜라는 일기예보와 같다.질병청이 공시한 확진율 1%를 통계학적으로 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뢰수준을 99%로 설정하고 확진율과 감염률 간 0.1%p 오차를 허용한다면 약 6만6천 명을 무작위로 검사하면 된다. 0.1%p 오차는 5만 명이다. 오차를 1만 명으로 줄이려면 16만 명을 검사해야 한다. 5만 명 또는 1만 명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오차이다. 하루 2만~3만 명을 검사하면 1주일 내에 통계학적 검정에 필요한 표본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질병청은 다량의 진단검사 키트(kit)를 보유하고 있다. 무료 검사를 시행하면 국민의 참여도도 높을 것이다.매일 반복되는 질병청 발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였으나 산발적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고 전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높다." 매일 반복되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도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확진자 수가 두 자리이지만 검사자 수가 적은 영향이 있다." 이 두 문장을 읽으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인지 느리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발표든 기사든 논문이든 문장이 길거나 수식어와 추상적인 단어가 많으면 논지가 흐려진다. 질병청 발표는 단순하고 무미건조해야 한다. 질병청은 일일확진율과 누적확진율을 발표하면 된다. 그리고 국민 10만 명에 대한 무작위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2020-10-07 11:29:28

[도태우의 새론새평] 민주라는 이름의 독재

[도태우의 새론새평] 민주라는 이름의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 정권을 수사하는 검찰, 정권을 단죄하는 법원, 이 모두를 개혁 대상이라 칭하며, 아무의 말도 듣지 않고 '정권보위부'로 의심되는 공수처를 밀어붙이는 정당의 이름은, 놀랍게도 민주(民主)당이다.민주와 독재가 동의어라는 듯한 현 정권의 오만무도함 앞에서 민주정(democracy)의 뜻을 헤아려 본다. 민주정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성기의 아테네는 군주정과 같은 1인 지배체제, 귀족정과 같은 소수 지배체제와 대비되는 다수(demos)의 지배체제(cracy), 즉 민주적 시민정치체제로 운영되었다.민주정이 잘 운영될 때 아테네는 빈자의 자유와 귀족들의 부가 연결되고 임시방편의 포고령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다듬어진 법률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하여 눈부신 번영을 이룩했다.하지만, 민주정은 선동에 취약한 약점이 있다. 선동가가 민중을 격동시키고, 선동에 휘둘린 광장의 분노가 법치를 집어삼킬 때, 군중의 뜻으로 행해지는 즉결처분은 폭군의 독재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끝은 더 심한 독재자의 출현이었다.그로부터 2천 년이 지난 19세기 유럽에서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역사에서 얻어진 민중독재의 경험을 합리화하여 '독재가 곧 민주'라는 충격적인 교의를 수립했다.이들의 주장은 이러하다. 모든 것은 계급적이며 19세기 영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부르주아(자본가, 유산자) 계급이 프롤레타리아(노동자, 무산자) 계급을 억압하는 독재기구일 뿐이다. 사회주의 혁명 후 자본가 계급에 대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독재'는 무산자 계급 자신에게는 '민주주의'를 행하는 것이다. 적대 계급에 대해서는 독재, 자기 계급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행하는 것이 필연적인 역사적 현실이다. 그리하여 '독재는 곧 민주'인 것이다.이런 사상에 물든 사람들에게, 조국, 황운하, 추미애, 윤미향의 지지자들에 대한 민주는 최재형, 박근혜, 이명박, 민경욱의 지지자들에 대한 독재와 모순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당연하고 필요하기까지 하다.이들은 심지어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다 하더라도 무엇이 대수냐고 반문한다. "북풍 공작, 안보 이벤트를 이용한 저들의 선거는 수십 년간 언제나 부정선거였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하지만, '민주는 독재와 같다'라는 생각의 위험성은 2천만 명을 죽인 스탈린의 강제수용소, 중국의 끔찍한 문화대혁명,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자신을 진보적 민주주의자, 인민민주주의자,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자라고 불렀다.이러한 현대적 야만의 대척점에 이승만 대통령이 있다. 그는 1948년 8월 15일 건국 기념사에서 "민주정체에 요소는 개인의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이승만은 참된 민주가 자유민주뿐임을 알고 있었다. 그 자유민주 정치체제의 핵심은 개개 인간의 천부인권적인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었다.이승만이 말한 개인에는 예외가 없다. 적폐 세력이기 때문에, 여론의 지탄을 받기 때문에 근본적 자유가 박탈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와 살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의 근본적 자유를 법의 지배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자유민주 정치체제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최근 4년간 우리 사회는 방향성의 혼란 속에 큰 진통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건국 이념과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정치 세력이 자신의 반헌법적 본질을 숨긴 채 국가 상층부를 장악한 데 있다고 본다.자유를 얻는 것만큼이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제라도 우린 자유와 법치가 없는 거짓 민주의 위험성을 깨닫고, 자유와 법치의 성장이란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기억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2020-09-23 14:37:41

[강규형의 새론새평] 정권 실세들 살리려고 나라를 망가트려도 되는가

[강규형의 새론새평] 정권 실세들 살리려고 나라를 망가트려도 되는가

지금 사회가 벌집을 쑤신 듯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탈영 사건' 하나 막기 위해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어용 매체들이 총동원되는 이런 추태를 과거에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이것은 정권 실세이자 소위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추 씨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거지만, 갖다 붙이는 억지 변명들이 가관이다. 그냥 솔직하게 사과했으면 회초리 몇 대 맞고 끝날 일인데, 이제는 한국사에 남는 초대형 부정부패 스캔들로 기록될 것이다. 국방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까지 나서 요설을 쏟아내고 있으니, 이 사건 하나가 국가의 근간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이들의 독립성은 기대도 안 했지만, 자기 직책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이렇게까지 막 나가지는 않았을 거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추미애 가족들을 '쉴드(shield) 치기' 위해 거의 매일 한두 개씩 망언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전부 악성 발언들이지만 제일 악질적인 것은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었다. "모든 출발과 시작은 당시 ○○○ 당직사병의 증언이었다.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그동안 이 사건을 키워온 ○○○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제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3년 전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발의한 황 씨가 이러는 것은 자기파멸적 행위다. 현 정권과 지지자들의 고질병이기도 하다. 속칭 '지표를 찍고'(공격 대상을 특정하고) 정권 지지자들의 공격을 부추기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증언한 청년에게 이렇게 야비한 짓을 가책도 못 느끼고 저지른다. 항간에서는 황희 정승과 이름은 같지만 행동은 '황희 짐승'이라는 야유까지 나오고 있다.방송 장악, 의회 장악, 이제는 사법부도 거의 장악됐으니 오만에 가득 차 이런 추태를 부린다. 무슨 악행을 해도 자기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더 날뛰고 있다. 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이다. 아무리 방송과 정부기관을 총동원해 선전선동을 해도 현명한 유권자들은 그런 정도는 간파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문제 있는 언행을 한 의원들도 별문제 없이 무난히 당선되고, 아예 심각한 문제 인물을 일부러 공천해도 당선되는 악순환 구조가 이미 자리 잡았다. 즉 정치인들이 올바르게 행동할 이유가 없어지니, 이들의 행태는 점점 더 저질화되고 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조사에 잘 협조하겠다고 하더니 검찰에선 묵비권을 행사하고, 법정에서 성실히 임하겠다고 하더니 약속을 다 뒤집고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조 씨의 부인과 아들까지 똑같이 증언 거부를 하고 있다. 조 씨가 과거 정권들에서 한 발언들을 돌아보자. "도대체 법무부는 정권 옹위를 위해 헌정 문란 중대범죄의 수사를 방해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무법부(無法部)인가"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하지 말아라". 바로 현 정권, 특히 조국, 추미애 전·현 법무장관에게 해당되는 얘기 아닌가. 조 씨는 역시 조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가질 자격이 있다. 누가 그의 '영롱한' 어록을 정리해서 내면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역사적 문건이 될 것이다. 위선도 어찌 이런 위선이 가능하단 말인가.게다가 할 말이 없을 때는 추 씨건, 심지어는 정경심 씨건 '전가의 보도'처럼 '검찰 개혁'을 위해 버틴다고 강변한다. 검찰 개혁? 검찰을 현재 어용 방송처럼 정권의 완벽한 하수인으로 만들어 좌파 독재 또는 유사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밉보인 사람들은 손보고, 정권의 실세나 친한 사람은 권력의 의지대로 보호하겠다는 얘기 아닌가?인터넷 포털에서도 조금만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불러다가 야단치는 일까지 생겼다. 네이버 부사장,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카카오의 기사 배열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익숙한 어투로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문자 보내는 게 포착됐다. 많이 해본 솜씨다. 이게 발각되니 "의견 전달의 자유"라고 둘러댔다. 정권 실세가 불러서 '기합 주는'것이 의견 전달이라는 기상천외한 변명까지 나온 것이다. 방송 장악을 넘어서 광범위한 언론 장악의 마각을 잘 보여준 대형 사건이다.문재인 정권의 이런 이상한 행태들이 나라를 망가트린다. 그러나 정권은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는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2020-09-16 15:08:19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단사고에 빠진 문재인 정부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단사고에 빠진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고,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3년 4개월이 지난 현재, 조국과 추미애의 부모 찬스로 기회는 더욱 불평등해졌고,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 의혹 수사를 담당해 온 검찰을 와해시키고 합의 없는 일방적 국회 운영으로 과정은 더욱 불공정해졌으며,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로 인해 사법 판결조차 결코 정의롭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그래서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을 흔히 5무(無) 정권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무오류를 주장하면서 한없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관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이념에 치우쳐 현실을 무시한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 그토록 위하겠다는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폐업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세금을 천정부지로 올려 평생 애써 내 집 한 채 마련한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죄인으로 만들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쳐 갈등을 부추기고 내 편은 무조건 옹호하는 패거리 문화 속에 자신들만 정의로운 척하는데 신물이 날 지경이다.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정책 추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검진과 치료에 임한 의료인들마저 편을 가르면서도 비판하는 사람들만 야속하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청와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위한 부적절한 청탁 사건 수사에서 관할 서울동부지검은 8개월 넘게 미적거리다가 지검장과 관련 검사들은 모두 영전했다. 이젠 하루가 멀다 하고 증거가 쏟아져도 외면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검찰 수사를 기다려 보잔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검찰 개혁의 최고 적임자라며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울산선거 하명수사 사건을 비롯해 유재수, 조국 등 정권 실세들의 범죄 의혹을 수사하자 검찰 쿠데타라면서 인사권을 남용해 수사팀을 모두 해체시켰다. 그러고도 모자라 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는 검언 유착의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유죄로 추정하고도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그 근본 이유는 문재인 정권이 강한 집단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집단사고(集團思考)란 강한 응집력이 있거나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일수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획일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며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하여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집단사고의 위험은 집단 능력에 대한 과신, 집단의 폐쇄성, 획일성 압력 등이 높을 때 더 커진다.문재인 정부는 협치의 대상인 야당을 청산되어야 할 적폐로 간주해 왔고 친일파와 토착 왜구 프레임으로 자신들만 옳다는 사고를 강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철석같이 믿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도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고, 그래도 안 되니 대중 영합적 퍼주기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선택적으로 채택하여 정당화하려 했다. 도덕적 우월성에 빠져 집단의 폐쇄성이 극도로 높아졌고, 부도덕한 행태가 나타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옹호한다. 그뿐만 아니라 금태섭 전 의원의 예에서 보듯 집단 내 획일적 사고에 대한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다른 가능성이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집단사고의 결과는 결국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통한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정책 과정에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집단 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두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획일적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미래 세대의 몫이 될 것이다.

2020-09-09 15:45:02

[오정일의 새론새평] 누구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인가?

[오정일의 새론새평] 누구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인가?

이른바 4대 의료 정책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핵심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도입이다.정부는 2022년부터 10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늘리겠다고 한다. 증가한 4천 명 의사 중에서 3천 명은 특정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의사이다. 지역의사는 10년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정부는 지역의사가 의료 취약 지역과 응급 의료에 투입되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대면 진료는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를 만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대신 원격 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비대면 진료이든 원격 진료이든 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않으므로 이는 온라인(on-line) 진료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격 진료를 도입하려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원격 진료는 의료민영화를 초래한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 진료를 하자는 것이다. 전화 진료는 이미 허용되었다.의대 정원을 4천 명 늘리면 의사 수가 대폭 증가한다. 의사 공급이 늘면 당연히 의사 급여가 감소한다. 적은 급여에도 일할 용의가 있는 의사가 많아지면 대형 병원의 규모는 더 커진다. 이렇게 되면 중소 병원 즉, 동네 병원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게 된다. 폐업한 의사 중 다수는 대형 병원에 흡수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중소 병원은 사라지고 소수의 대형 병원만이 남는다. 이러한 현상은 법률 시장에서 나타난 바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은 법무법인 대형화의 촉매가 되었다. 병원 대형화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로운가? 일반적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생산비가 감소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진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지므로 환자가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이 대형화되면 병원 수가 감소하므로 환자의 병원 접근성은 떨어진다.비대면 진료가 도입될 경우 저급여 의사를 충분히 확보한 대형 병원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중소도시나 시골에 의사가 투입되고 진료가 이루어지는가? 진료비 수가가 인상되거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한 대형 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중소도시나 시골에 병원을 설립해서 오프라인(off-line) 진료를 하는 것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대형 병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병행할 것이다.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진료이다.대다수 환자에게는 온라인 진료가 제공된다. 이들은 간단한 진료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사는 집에서 모니터를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 병원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2교대 또는 3교대 근무를 하면 24시간, 연중무휴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진료비는 낮지만 환자 수가 많다. 박리다매의 원리가 작동한다. 진료에 소요되는 비용, 투입되는 의사의 급여도 낮다. 반면, 높은 진료비를 지불하는 환자는 일류(一流) 의사가 직접 진료한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하에서는 선착순이 원칙이다. 먼저 병원에 와서 오래 기다린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결과적으로 가난한 환자는 이류(二流) 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부유한 환자는 일류 의사의 대면 진료를 받게 된다. 환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상이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의료민영화이자 영리병원이라는 자본의 논리이다.4대 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저항이 전적으로 정당하지는 않다. 첩약 급여화는 의사와 한의사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공공의대 신설도 큰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되는 의사가 많지 않을 뿐더러 없어진 의대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신입생 선발은 일반 대학의 절차를 따르면 된다.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도입은 다르다. 두 정책이 시행되면 의료 시장은 대형 병원 위주로 재편되고 실질적인 의료민영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 의사와 환자는 패자이다. 승자는 누구인가? 대형 병원이다.

2020-09-02 15: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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