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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졸업. 현 중소기업법률지원단 자문변호사

[경제 칼럼] 기업의 메멘토 모리

기업에도 생로병사 똑같이 일어나 창업 후 찾아올 위기에 결단 내려야 계속기업가치·청산가치 비교 판단 폐업 염려하고 조심하는 자세 필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이 라틴어는 승리해 개선하는 장군이 다음 전쟁에서 맞을지도 모를 패배와 죽음을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외친 말이라 한다. 사람은 언제든 죽을지 모르니 살아 있는 순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의 인생에 적용될 말인데, 이를 기업이라는 경제주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싶다. 창업을 할 때면 언제나 원대한 성공을 계획하고 꿈꾼다. 더불어, 창업 지원에 관한 제도도 많고 사회적 관심도 크다. 최근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아예 창업에 관한 강좌를 여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청년이나 여성 창업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자금 지원 혜택도 있다. 창업은 시중의 자금이 기업의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이고, 기술 개발, 고용 창출, 협력업체의 연쇄 창업, 이윤의 재배분과 투자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첫 단추이다. 그런데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권불십년, 10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쳐 비교적 안정된 자본이나 사업계획을 갖고 시작한 상장기업들조차도 세월의 흐름 앞에 경영진이 바뀌거나 주된 사업 종목을 갈아타는 일이 너무나 흔하다. 탄탄하던 재무구조가 변해 겨우 적자를 탈피하거나 결손 자본을 채우려 긴급 자금을 수혈받는 데 급급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의 생로병사는 기업에도 똑같이 일어난다. 창업 후 찾아올 위기는 부득이하다. 최선을 다해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위기에 대처하려 하여도 거시경제의 흐름이나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로 사장될 수밖에 없는 사업이 생겨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업이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나 경영상 과오 등에 의하여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쉽게도 창업이 아닌 폐업의 순간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업가는 많지 않다. 기업가라면 냉철한 판단에 의하여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스스로 비교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사업의 전망과 재무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분식회계를 시도하거나 무의미한 자금 조달에 더 매달리는 경우가 현존한다. 심지어 상환을 기대하기 힘든 시점에 도리어 더 큰 자금을 차입하거나 투자를 받으려는 극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대기업으로는 최근의 동양그룹이나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가 전형적인 예이며, 일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결국 도덕적이고 올바른 폐업 매뉴얼이 필요할 때이다. 기업의 폐업 절차는 창업과 수성 과정에서 이뤄놓은 많은 성과들을 의미 없이 폐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성과를 유지, 계승하는 새로운 계기들이 되어야 한다. 기업 내 근로자나 거래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사회적 손실을 최소로 줄이고, 향후 재기나 재창업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폐업이나 도산 사례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폐업에 이른 기업의 자산을 인수합병 등으로 원활히 리사이클링해 내는 플랫폼도 필요하다. 나아가 재창업이나 재기 지원 금융 제도도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도산 상태의 기업이 적절한 대응 없이 방치되면 여러 민형사상 사건들이 산재해지고, 장본인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에 손을 놓아 모든 상황이 더 나빠진다. 사회적 비용만 증가한다. 때로는 손절매하는 심정으로 기업의 잔존가치를 지켜내고 조업을 멈추는 지혜도 필요하다. 항상 폐업에 이를 시점을 염려하고 조심하는 자세로 기업을 운영한다면 그 기업가의 수성 전략은 더 크게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2018-04-25 00:05:00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코트라 모스크바'런던무역관장

[경제 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CSR, 기업 경영 전략 핵심으로 부상 단순한 비용 아니라 투자 개념 성립 수동적으로 대응 땐 시간'비용 소요 기업 내 브랜드 구축 기회로 삼아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과거에는 대부분 연말연시에 일회성 행사로 치러져 생필품을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후 임직원의 노동과 시간을 투입하여 빈곤층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하다가 최근에는 임직원의 재능을 활용한 기부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언뜻 보기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기업이 사회적인 관계성을 완전히 배제하고도 생존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고객이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고객을 통해서 이윤이 창출되기 때문에 사회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을 반기업적 행위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필수적인 활동이 되고 있다. CSR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일종의 비즈니스적인 접근 방법이 되고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나 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사회적 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ing'SRI)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개인이나 기관투자가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거나(Positive Screen)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Negative Screen)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률 등과 같은 재무적인 수치 이외에 비재무적인 평가를 실시해서 총체적인 기업 가치를 측정, 투자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려면 우선적으로 이해관계자 즉 주주, 투자자, 소비자,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고, 회사를 위해 역량 있고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이며, 지역 공동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 파워로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은 회사의 중요한 무형자산이 된다. 사회적 책임 활동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라는 개념이 성립되는 것이다. 기업 경영적인 측면에서 볼 때 CSR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를 기업 경영 전략에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가치관형(型)'과 문제가 생겼을 때 수동적으로 하는 '리스크 대응형' 등 두 가지가 있다. 후자의 경우,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어떤 경우엔 회사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전적인 차원에서 시행하는 가치관형 CSR은 기업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기업 브랜드 구축에 기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적인 CSR 사례가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엑스코는 지난주 CSR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적 화두인 청년창업 활성화 및 신생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위해 스타트업 스퀘어(Start-up Square)를 개소했다. 대구경북지역의 청년들이 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엑스코를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오픈형 공동사무실 ▷비즈니스미팅 및 프레젠테이션 룸 ▷엑스코 주관 전시회 공동관 참가 등 3가지 유형의 무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43개의 신생 스타트업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중 수시 모집하고 있다. 엑스코는 이들 기업에 단순한 하드웨어 제공 수준에서 벗어나 전시회를 통한 판로 개척 지원은 물론 엑스코 마케팅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백전노장 퇴직 전문인력(10명)의 개별 비즈니스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들 스타트업 기업이 시작은 미미하지만 창대한 회사로 성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상욱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2018-04-18 00:05:00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경제 칼럼] 지방 이슈 실종된 지방선거

6'13 地選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 후보 선정 과정 주민의견 무시하기도 내가 사는 곳 환경 교통 편의시설 등 일상에 가장 가까이 영향 주는 선거 올해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지역 주민의 삶과 관련된 이슈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지방선거에 대한 그간의 언론 보도도 누가 지역 발전이나 지역 현안 문제 해결에 적임자인지 여부보다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라는 관전 포인트에 쏠려 있다. 광역자치단체장 경우 여야 모두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현역 자치단체장이 후보로 나선 경우 지난 4년간의 업적이나 공과에 대한 검증이 소홀해 보인다. 이처럼 4년간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지역 이슈나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절차가 무시된 채 중앙정치 중심으로 흘러가서는 지방자치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러자고 4년마다 1조원에 육박하는 국민 혈세를 쓰면서 지방선거를 치르느냐는 무용론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는 국가 간의 경쟁 시대를 넘어 도시 간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Ipsos Mori)가 지난해 7월 세계 26개국 60개 주요 도시에 대해 실시한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기업 하기 좋은 도시 30위, 살고 싶은 도시 31위, 가보고 싶은 도시 22위로 중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아시아권에서도 도쿄, 베이징, 상하이, 방콕에 비해 순위가 크게 처져 있다. 지금처럼 도시 간 경쟁 시대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유치나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과 노력도 중요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로 보인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기업의 해외공장이나 지역연구(R&D)센터 유치 경쟁에 있어 해당 자치단체의 무관심과 무능한 대처로 다른 나라나 다른 도시에 뺏긴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기초자치단체장까지 선거를 통해 뽑는 광범위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치단체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중앙정치의 예속으로 인해 완전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오랜 역사에 걸쳐 형성된 중앙집권적인 발상과 관행,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소통과 수평적 협력 관계에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가 수립한 각종 정책이 일선 지방 행정기관을 거쳐 집행되는 과정에서 정책이 헛돌거나 예산 누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서비스산업 육성, 복지 전달체계 개선과 같은 주요 정책의 수립이나 시행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과 협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의 유치와 조선업과 같은 전통제조업의 침체로 해당 산업이 밀집된 지역(러스트 벨트)의 경제를 부활시키는 문제는 여야를 떠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지방의회 의원 및 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 및 단체장의 4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 진정한 지방선거는 1995년 6월에 시작되었다. 그 후 5차례나 지방선거를 치렀으나 여전히 중앙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역 주민의 투표율 참여도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특히,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면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 당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지방선거야말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 환경, 교통, 주민 편의시설 등 지역 주민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선택하는 중요한 선거다. 잘못된 경영자(CEO)를 만나면 회사가 파산하듯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잘못 선택하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고 지방 재정이 부실해져 주민의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기 권익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길 기대해 본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8-04-11 00:05:00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코넬대,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경제 칼럼] 청년 고용절벽, 대·중소기업 상생으로 해결하자!

파격적 3·15 청년 일자리 대책 임금 역전·지속성 문제점 내재 열악한 근로환경에 중기 기피 대기업이 일자리 희망 지원을 청년실업률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청년실업률은 IMF 사태 이후 역대 최고치인 9.9%를 기록했다. 거기에 청년 체감실업률은 22.7%로 최악이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 즉, '에코 세대'가 본격적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국정 최우선 과제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해마다 최대 1천35만원씩 3년간 한시적으로 소득을 보전한다는 '3'15 청년 일자리 대책'까지 내놓았다. 이 대책의 핵심은 대기업과 임금 격차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 신입 사원이 선배 사원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임금 역전 현상, 3년 뒤 지원금이 중단될 때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점 등으로 임기응변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번 대책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20만 개로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청년실업률을 8%까지 내리겠다는 목표는 선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대책으로는 구인공고를 내도 일자리를 찾아올 청년들을 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좋은 일자리 정책을 내놓더라도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저임금과 과중한 근로시간, 기업의 지속가능 불확실성, 열악한 근로환경 등은 둘째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보다 먼 미래의 희망을 본다.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보다 안정적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중소기업에 점차 눈을 돌릴 것이다. 해법은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이 튼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공헌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여 청년들에게 안정적이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독일 바이엘사의 경우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공급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할 정도로 독일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바이엘사의 기술교육센터에서는 회사에 필요한 인력의 다섯 배를 선발해 교육시킨 뒤 남는 인력은 중소기업에 공급한다. 자기 회사만 생각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에 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기부 등과 같은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범주를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업 설립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자선 활동 차원에만 머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독일 바이엘사의 관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늘날 대기업들이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 해결에 일조하기 위해선 독일 바이엘사의 사회적 책임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구상이 주목을 끈다. 최 회장은 몇 해 전 그룹의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고 중소기업 근무나 창업 경험이 있는 경력자만 뽑는 방안을 구상했다. 물론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우수 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중소기업에 대해 그간의 인재 양성에 대하여 프리미엄(?) 형태로 보상해준다. 중소기업에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요즘 청년들에게 맞는 업무를 개발하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스톡옵션 등을 제공하여 우수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머물 수 있게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중소기업에 근무하더라도 대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옮겨가지 않더라도 청년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 준다면 청년들은 중소기업으로 몰려올 것이다. 대기업이 우수 인재를 독점하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한편, 중소기업 스스로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변화한다면 청년 고용절벽과 중소기업 인력난은 해결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클래스의 직업훈련센터와 인력역량 강화 시스템 등을 활용하고, 대기업 직업훈련센터를 지방에 설립해 대기업의 인력 양성 관련 노하우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대'중소기업 간 인력 양극화 현상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 간 인력 양극화 현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2018-04-04 00:05:00

서울대 법대 졸업. 현 중소기업법률지원단 자문변호사

[경제 칼럼] 무형자산의 전성시대

무형자산이 국부의 상당 부분 차지 창작·연구개발하면 無에서 有 창조 개인·기업 더 큰 부가가치 찾아 나서 공정하게 취득하고 소비하게 해야 최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유행하며 투자 광풍이 지나갔다. 국가가 정부은행을 통해 실물 형태로 발행·인쇄하는 화폐를, 공권력과 무관한 IT 전문가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들어 내고, 또 거래나 소지 같은 화폐 본연의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니 참으로 놀랍다. 먼 옛날 패각이 화폐 기능까지 맡던 때를 생각하면 천지개벽이다. 현대 세상에서는 관념적이고 무형적 자산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 재산이라면 그저 금, 화폐, 부동산 등 손에 잡히는 물건만 해당했지만, 이제 더 비싸고 가치 있는 자산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비트코인이 그렇고, 전산상 결제 시스템으로 거래되는 회사 주식도 마찬가지다. 특허권이나 프로그램 같은 지적재산권은 발명의 명세서 등이 등록되거나 소스코드의 결합물로 저장되기는 하지만 역시나 그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두뇌와 감성으로 개발하거나 창작한 지적 창작물은 국가나 법제도로부터 막강한 보호를 받는 권리의 대상이 되었다. 경제학적으로 재화는 유한하고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 특히 가격이 생겨난다고 본다. 하지만 지적 창작물은 얼마나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생산 가능 범위가 어찌 보면 무한하다. 무한하게 창조되더라도 계속 기술적 진보를 이뤄 내거나 사람의 감성을 잘 움직일 수만 있다면 파생되는 부가가치 또한 한계가 없다. 삼성전자가 보유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대략 200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무형자산의 가액이 약 2조8천억원인데 그중 산업재산권의 가치는 약 9천500억원, 개발비까지 합하면 1조8천억원 수준이다. 엔씨소프트는 총자산액이 3조4천억원가량 되는데, 그중 무형자산은 214억원을 차지한다. 게임회사임에도 산업재산권 가액은 9억원가량에 지나지 않으나 이는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적절한 기술의 개량이나 업데이트를 해 주면 오랜 기간 보유하더라도 물리적인 멸실, 노후화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유재산권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무한정 보장되어야 할 가치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자유로, 공정성이나 형평성, 사회적 책임 등과 결부되게 된다. 그런데 지적재산권은 아직도 그 행사의 남용이 염려되는 단계가 아니라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보장해 주려는 추세에 있다. 음반이나 영화, 프로그램의 무단 복제에 관한 규제나 배상 시스템이 꽤 발달해 있다. 저작권에 관하여는 한미 FTA 협정에 의해 권리보호 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꽤 늘어나기도 했다. 제조업체들은 3D 설계 프로그램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중 대부분 해외기업 소유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이 실수로 무심코 이들 프로그램 복제품을 사용하다가 시중에서 정상 구매할 때 지급할 가격보다 더 큰 금액의 배상책임을 지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 국내 저작물 중 가장 대중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찾자면 단연 음반이다. 대형 기획사가 제작한 음반이나 음원과 같은 저작물의 전송이나 유통, 배급 권한을 대기업, 또는 대형 통신사 계열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작곡가나 가수의 활동은 1차 산업, 기획사의 비즈니스는 2차 산업에 해당하고,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은 3차 산업의 속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나마 법적 보호를 통해 작곡가나 가수의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이 저작료 징수체계를 통해 잘 지켜지는 건 다행이다. 하나, 저작물의 생산'유통 단계가 여전히 전방으로 흘러갈수록 각 단계별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커지는 것은 다소 유감이다. 무형자산이 국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가는 건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토지와 같은 유한 자원을 더 많이 갖고자 배타적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창작과 연구 개발에 집중하면 가상화폐를 채굴해 내듯 새로운 자산을 무에서도 창조해 낼 수 있다. 자산의 형태가 변함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은 더 노력과 자원을 집중할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더 큰 부가가치를 키워낼 수 있는 신대륙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반면, 그렇게 만들어 낸 무형자산 또한 헌법의 경제질서나 가치를 기초로 공정하게 취득할 기회가 주어지고, 누구나 만족스러운 대가로 소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기를 희망한다.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2018-03-28 00:05:00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코트라 모스크바·런던무역관장

[경제 칼럼] 4차 산업혁명 VS 스마트시티

대구 2016년 IoT 전용망 첫 개통 수성알파시티 인프라 앞서 구축 도시재생·신도시 개발 공존사업 시민성원 강한 추진력 합쳐져야 스마트시티에 대한 세계 각국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뜨겁다. 그럼에도 아직도 스마트시티 용어에 관한 명확하고 일치된 정의가 없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시티는 1990년대 중반 디지털시티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3년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U-City(유비쿼터스 시티)를 거쳐 2012년 이후 플랫폼, 데이터분석 등 기술발전과 개도국의 도시개발 수요가 결합하면서 스마트시티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이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한 결과, 스마트시티에 대한 개념을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 같은 PC 운영체계를 갖춤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개발되었듯이 스마트시티는 도시가 하나의 운영체계가 돼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창출되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원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도시 운영 효율화와 도시재생 솔루션 등의 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이 신도시 개발과 도시 집중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건설에 본격적으로 뛰어듦에 따라 관심이 증폭됐다. 현재 중국은 500개, 인도는 100개의 도시를 스마트시티화하겠다고 공표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U-City 단계부터 비교적 일찍 스마트시티를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역설이 있다고 한다.(한국정보화진흥원 분석) 첫째, 사업추진을 오랫동안 했지만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 둘째, 시범사업은 많이 하는데 본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셋째, 신도시 브랜드로 많이 사용되지만 현장 만족도가 높지 않다. 올해도 상반기에 세종시와 부산시가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됐고 하반기에 지자체 제안을 받아 추가 선정 작업을 한다고 한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사업 분야만 보더라도 교통, 환경, 에너지, 재난안전, 시설물 관리 등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관련된 많은 분야가 연계돼 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를 총괄적으로 조정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인프라는 궁극적으로 지자체에서 구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자체 단체장이 얼마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 있어 대구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을 전국 최초로 개통하고 도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분석시스템 구축, 상수도 원격검침과 시민안전 등 생활환경 개선을 다양한 작업을 거쳐 교통, 에너지 분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시티 선도모델 구현을 위해 약 112만㎡에 달하는 수성알파시티의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선진국형인 도심 재생사업과 신흥국형인 신도시 개발이 공존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만족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정책당국자에게 강력한 사업추진 동력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총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스마트시티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산학연이 모두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내 여타도시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구시가 스마트시티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미래 일자리 창출과 한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상욱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2018-03-21 00:05:00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경제 칼럼] 러스트벨트(Rust belt) 살리기

트럼프 고관세 일방 부과 방침 후버·아들 부시도 실패한 정책 자국 산업 보호 단기적 효과뿐 자유무역체제 흔드는 교각살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외국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방적인 관세부과 방침을 밝히자 유럽과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방침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등 세계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침은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강한 저항과 우려를 자아낸다. 백악관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반대하며 사직했고,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다수 의원도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폴 크루먼 뉴욕시립대교수 등 저명한 교수들도 이번 조치가 제2의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거나 모든 국가를 더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11월에 있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러스트벨트'(Rust belt) 근로자에 대한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동북부 일대 지역으로 19세기 철강·자동차산업으로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으나 지금은 경쟁력 약화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울산·거제 같은 경남 해안지역이 '한국판 러스트벨트'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러스트벨트 근로자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조치가 미국 경제나 미국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느냐이다. 자유무역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 지역의 경제를 부활시키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거나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두 가지 방법 외는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보호무역조치는 러스트벨트 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국 경제 전체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미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수입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인상을 추진했지만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30년 미국 후버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매기자 유럽 국가들이 이에 맞서 관세를 올림으로써 세계교역이 급격히 위축돼 대공황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또한 2002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중간선거를 앞두고 수입 철강제품의 관세를 인상했다가 자국 내 철강소비업종에서 일자리가 20만 개 사라지고 상대국의 보복관세마저 초래해 21개월 만에 관세 인상을 철회한 적도 있다. 세계 각국은 1930년대 대공황의 악몽에서 벗어난 뒤 1947년에 자유무역체제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출범시켰고,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로 대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지난 70년간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자유무역체제를 흔드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중국·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에 밀려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가 경쟁력을 잃을 경우 이들 산업이 밀집된 지역이 러스트벨트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초강대국인 미국처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관세 방망이를 휘두를 처지는 못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일자리 측면에서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신산업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산업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청년·여성·노인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임금과 과도한 근로시간에 의존해 하청·협력업체 쥐어짜기식의 수출 경쟁력 유지방식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영국의 경우 한때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이 번성했으나 경쟁력을 상실하자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왔고 최근에는 핀테크산업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웨덴의 말뫼시도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에코시티로 탈바꿈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러스트벨트 발생 가능 지역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8-03-14 00:05:00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경제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현장 데이터가 중요하다

獨 업체 130년 된 수동 발판 선반 첨단기술 아닌 기존 기계로 혁신 4차 산업혁명 핵심 연결·데이터 기술 앞서 현장 데이터 관리해야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중앙부처나 각 지방정부마다 한결같이 4차 산업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미래 지역산업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데이터'(data) 결합과 '연결'(connectivity)을 확대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 사물, 공간, 심지어는 공정 등 모든 것들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된다. 또한 데이터가 생성'수집되고 클라우드(cloud)에 저장'공유된다. 이후 빅데이터 분석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인공지능(AI)이 접목되어 지능적인 의사 결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사회'가 돼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회와 경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문화와 가치가 형성된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최선의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연결, 특히 기술과 기술의 연결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연결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연결의 핵심 매개체가 바로 데이터이다. 알리바바 CEO인 마윈은 "앞으로 10년 후 세계 최대의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가 될 것이며 알리바바의 미래는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4차 산업혁명을 데이터 혁명이라고 했다. 인텔의 CEO인 브라이언 크러재니치도 "스마트시티나 자율주행 기술은 모두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모래나 물과 같은 자원은 한정됐지만 오는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 한 대당 4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 핵심 자원은 데이터임을 역설했다. 올해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8년 CES에서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은 AICBM(AI, IoT,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 핵심기반기술) 기술 기반의 스마트시티나 자율주행 기술보다는 오히려 독일 기업인 보쉬(Bosch) 부스였다. 이 부스에서는 130년 된 수동식 발판 작동 방식의 주철 작업용 선반(lathe)이 전시됐다. 1887년에 제작된 이 오래된 기계가 최첨단 CES 전시회에 등장한 이유는 바로 보쉬의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게이트웨이가 이 기계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굳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계만이 아니라 센서를 추가 장착하는 연결의 형식으로 기존의 기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단적인 사례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보쉬의 선반 사례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은 핵심기반기술만이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연결'을 키워드로 일어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이고 특히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 AICBM 기술은 언감생심이고 데이터 연결 플랫폼의 틀이 되는 소프트웨어 역량과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센서나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소재 역량마저도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인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이 바로 기계 자체이거나 현장이다. 따라서 지역 중소기업은 AICBM과 같은 기반기술이나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의 활용을 고민하기에 앞서 우선 어떤 데이터가 가치 있는가를 파악한 다음, 해당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고 관리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첨단 핵심 기반기술만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한다는 허상에서 벗어나자! 우문현답이라 했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우리의 문제는 여전히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2018-03-07 00:05:00

계성고 졸업. 영남대 영어영문학.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킨텍스 마케팅본부 부사장. 코트라 모스크바·런던무역관장

[경제 칼럼] 창의력 교육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런던 금융가 공학·역사학도 많아 창의력을 최우선으로 인재 선발 외국어, 모국어 익힌 이후 효과적 7세 전 뇌발달 시기엔 다양성 교육 서구에선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팀워크'를 꼽는다. 글로벌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도 발상이 창조적이다. 영국의 국제 금융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의 금융가(City of London)를 명문대 경제, 경영학과 출신이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파생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학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다. 런던에선 기계공학도가 수학 과목으로 논리력과 관찰력을 쌓았다고 보고 금융 분석가로 채용한다. 펀드매니저의 상당수가 역사학 전공자라고 한다. 주식과 채권의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했다고 인정하는 것 같다. 주식 중개인 중에는 군인 출신, 미술 전공자도 많다고 한다. 군인의 팀워크, 예술가의 상상력이 회사 이익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는 대학 입시생이 '학생부종합전형' (학종)에 넣을 한 줄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건당 수백만원이 드는 논문학원이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이런 논문은 실제 누가 쓴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렇게 유수의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마친들 정말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의 교육 방식과 입학사정관 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전 국내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과학에 대한 사고와 이해의 폭이 고등학생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 어린이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분해 조립하는 데 능숙할 뿐만 아니라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그런 복잡한 개념을 깨우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 부모의 교육 방법에 그 해답이 있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아이 아버지는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었는데 아이를 교육할 때 절대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이가 원리를 터득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였다. 아직도 우리의 교육 방식은 주입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주재원 자녀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학업 참여도'(Participation) 평가이다. 외국 학생들은 선생님이 질문하면 무조건 손부터 들고 본다. 질문에 대한 답이 맞든 틀리든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확실히 아는 것 아니면 손을 들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자기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토론 문화에 익숙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많은 선생님이 50분 강의에 45분을 일방적인 교육을 하고 마지막 5분을 남겨두고 질문을 하라고 한다. 당연히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평균은 하는데 괜히 나서서 실수를 하게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용인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0%이다. 날이 갈수록 청년의 도전적인 창업은 줄어들고 입사만 하면 퇴직 때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는 공공기관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의 핵심 요소는 창의력이다. 어릴 때부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의력은 뇌가 발달하는 4∼7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요즈음 유치원 및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음악, 미술, 공상과학, 여행 등 창의력 계발에 도움이 되는 공부보다 외국어 교육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외국어 교육은 물론 중요하다. 절름발이 외국어가 되지 않으려면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bilingual). 이렇게 하려면 모국어를 중학교 2, 3학년 때까지 충분히 익힌 다음 해당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어릴 때는 외국어보다 창의력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출신 학교, 전공, 학점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김상욱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2018-02-28 00:05:00

경제학박사, 전 한국수출입은행 감사, 현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

[경제 칼럼] 평창 '괴물'들과 금융혁신

빙속 김민석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 남들과 다른 길 개척 메달 획득 쾌거 상식 관행 벗어나야 금융혁신 가능 규제완화 통해 새로운 길 가게 해야 올림픽은 항상 감동을 준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예외가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달을 딴 19세 소년 김민석 선수의 이야기다. 체력도, 스피드도 좋아야 하는 1,500m는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그 무대를 독차지하고 있다. 김민석 선수의 발은 볼이 넓고, 발등이 두터워 타고난 '장사'의 발이라며 다들 단거리를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스타트가 늦어도 후반부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어 더 재미있게 생각한 중장거리를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아 '괴물'로 불렸던 그는 허벅지 근육이 세 번이나 파열될 정도의 노력 끝에 큰 이정표를 세우면서, 이제야 자기 별명인 괴물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엎드려(?) 타는 썰매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의 이야기도 깊은 울림을 준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굵은 허벅지를 가진 '스켈레톤 괴물'이라 불리는 윤 선수는 2012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지만, 스켈레톤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6년 만에 평창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노력으로 개척하면서, 순발력이 뛰어나 스타트가 강한 본인의 장점을 스켈레톤에서 잘 활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어찌 이 두 선수뿐이랴. 김연아, 이승훈 선수 등도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값진 결실을 거두었다. 꼴찌를 해도 어떠랴. 봅슬레이 원윤종 선수, 컬링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등 일일이 거론하지 못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우리가 성공 가능성조차 의심하게 하는 분야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그 길을 개척하고 노력해 왔다. 이들의 이름 앞에 괴물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은 그 분야의 성공 자체도 의문시되지만 그에 관계없이, 개척하고 노력하는 데 있어서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의 괴물 고 정주영 회장도 조선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의 수주를 받아 배를 만들어 띄웠다. 이러한 개척과 노력이 혁신이다. 때로는 운도 따라주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혁신이다. 금융혁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 혁신은 대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지도 않는 것을 하는 것이 혁신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지만, 금융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인 신용카드도 다이너스카드가 195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요즘은 신용카드가 없으면 일상 거래에서 불편할 정도이다. 미국의 요구불예금인 NOW 계정도 금융혁신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60년대 미국 정부가 예금이자를 규제하면서 은행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단순히 개인 당좌예금의 명칭만을 NOW 계정으로 바꾸어 이자 규제를 피해 경영난을 벗어난 바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는 노출되면 안 된다는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네트워크상에서 10분에 한 번씩 만드는 거래내역 묶음이 블록(block)이고, 이 블록들 전체가 블록체인이다. 거래장부를 분산처리하는 블록체인은 기존 관행과 달리 한 관리자가 아니라 수많은 공동 관리자가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혁신을 빠른 속도로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핀테크는 금융과 IT 기술의 결합이다. 기존의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기업들이 핀테크를 주도할 수도 있다. 아마존, 구글 등 I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시장은 지급 결제 등에서 기존 관행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대학의 라구람 라잔 교수는 "금융산업에 필요한 것은 규제와 보호가 아니다. 혁신, 즉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산업에서는 괴물처럼 혁신에 노력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금융혁신은 기존의 상식과 관행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새롭고, 낯선 길을 많은 괴물들이 가도록 해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기존 방식대로만 하면 미래가 없다. 실패가 두려워져선 안 된다.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발 크기이든, 허벅지 굵기이든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많은 괴물들이 새롭고 낯선 분야들을 열심히 개척하고 노력할 때 우리 금융산업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2018-02-21 00:05:00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경제 칼럼] 기술혁신과 인간의 행복

스마트폰에 뺏긴 현대인 여가 시간 AI·자율주행차는 일자리마저 위협 한국 2030 행복지수 연령대별 최저 文정부 삶의 질 높일 국정지표 시급 기술혁신으로 생활수준과 건강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에도 삶에 대한 만족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행복지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국가정책 목표나 지표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범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엔(UN)은 2012년부터 국민의 행복도를 1인당 GNP, 기대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수준, 선택의 자유, 사회적 신뢰(부정부패), 너그러움(기부) 등 6가지 항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55개국 중 56위(일본 51위, 중국 79위)를 차지했는데 2013년 41위, 2015년 47위로 매년 순위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순위 10위 내 국가는 대부분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고 한'중'일과 같은 동아시아 경제 강국들은 경제력에 비해 행복지수가 상당히 낮았다. 선진국 기구인 OECD도 2011년부터 기대수명, 소득, 고용, 교육,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항목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조사에서 35개국 중 29위를 했다. 환경, 공동체,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반면 교육과 기대수명은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양대 국제기구의 조사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고 매년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사회적 지원이 미흡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제일 높고 청년 실업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둘째,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 공동체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바, 이는 출발부터 불공정하다는 인식, 소득 불평등 악화, 과도한 규제, 채용 비리나 부정부패로 정부나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아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셋째, 안전과 환경 항목에서의 낮은 점수도 행복지수 악화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후진국형 대형사고로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대하고 있고 미세먼지로 환경도 선진국 중에는 최하위 수준이다. 넷째, 삶의 만족도가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에 비해서도 낮다. 삶의 만족도는 1인당 노동시간이나 일자리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의 가치관이나 집단문화도 중요한 변수다. '사피엔스'란 책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에 의하면 인류는 수렵사회부터 농경사회,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의식주면에서는 눈부신 향상을 이루었지만 행복감은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기대치도 올라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보다 현대인의 외모가 훨씬 준수해도 외모 만족도는 오히려 낮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TV 보급으로 동네 사람보다 연예인이나 모델이 외모의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10대 청소년 100만 명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확산한 2012년부터 이들의 행복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뺏긴다고 한다.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뉴스나 정보, 타인의 일상사까지 SNS를 통해 관여하면서 감정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에게는 진정한 휴식이 없다. 캐나다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그의 저서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에서 SNS를 몸에 좋지 않은 '사회적 패스트푸드'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도 과거 산업혁명 초기에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처럼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행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일자리는 단순한 생존 수단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30세대가 모든 세대계층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행복연구 권위자인 야마우치 교수에 의하면 '실업자에게 실업소득만 지급하기보다 직업 훈련을 통해 재취업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게 행복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행복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국정 모델을 하루빨리 마련해 개혁의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8-02-14 00:05:00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학박사,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금융발전심의회 의원

[경제 칼럼] 안전사회, '여백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부터

현대 기술 사회는 빈틈없이 연결돼 땜질식 처방으로 대형참사 못 막아 효율화 명분 완충 역할 부분 사라져 전체 시스템 차원 우회로 설치해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에 대한 합동 위령제가 있던 날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또 하나의 큰 화재가 발생했다.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화재였지만 다행히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 두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병원에 환자들이 많았고, 발화 지점이 사람들이 붐비는 로비층이라는 점, 그리고 화재 발생 시각이 이른 아침이라는 점과 전기 합선 등이 발화 원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그럼에도 사상자 수는 극명하게 갈렸다. 그 주된 이유는 세브란스병원 측의 스프링클러·방화문 등 화재 안전시설 완비는 물론 신속한 신고와 적절한 초기 대응, 평소 소방훈련과 매뉴얼에 따른 대처 등 화재 발생에 대응하는 '기본 안전 수칙'의 철저한 이행 때문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의 제반 대응책에도 의정부 아파트, 인천 낚싯배, 제천 목욕탕, 밀양 세종병원 사고 등 지금까지 일어난 수많은 사고들이 천재지변인 경주나 포항의 지진보다 큰 참사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의 근본적 원인인 '시스템'을 고치기보다는 임기응변식의 수습과 관련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인재'라는 이유를 들어 사고를 적당히 마무리 짓는 행태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관련 공직자들은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규정에 명확히 없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의 태도로 일관하게 된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이헌재 전 부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무책임 사회가 되면 사전에 준비하다가 잘못되면 책임 소재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은 위기 발생 전까지 손을 놓게 되어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무책임 사회가 되면 위기가 반복·증폭된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는 또 "지금은 위기 자체가 일상화돼 위기 관리 전략도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책임 사회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 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위급한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자는 무한책임이 아니라 유한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맥락에서 '투명한 책임 시스템'보다 현대 사회의 특징인 '시스템 사고'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예일대학교 페로우(C. Perrow) 교수는 현대 사회가 크고 작은 사고들을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우리의 기술 시스템이 매우 복잡(complex)하고 빈틈없이 연결(tightly coupled)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대 기술 사회의 일상적인 사고의 원인은 전체적 맥락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대참사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막힌 대피로, 불법 증축, 피난구조대와 완강기 미비, 자동 화재 속보 설비 부재, 대피 준비와 훈련 미비, 느슨한 점검, 허점투성이의 안전 규정 등 개별 병원의 불법 및 일탈 행위, 건축법의 허점, 국가 안전 관련 시스템 미흡 문제 등이 얽히고설켜서 발생한 '총체적 시스템 에러'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 준 사고다. 따라서 땜질식 처방이나 단편적 조치가 아니라 전체적 맥락을 고려한 종합적인 시스템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달 본 칼럼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참사들이 바로 압축성장의 부작용, 즉 기본을 무시하는 병폐가 원인이므로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도 기술 사회에선 시스템의 느슨한 부분들이 낱낱이 제거되고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완충 역할을 할 부분들이 사라진다. 사소한 발단에서 시작한 작은 사고조차 엄청나게 증폭돼 대참사로 이어진다. 특히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사회는 고도의 '연결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일어날 사고는 거의 모든 부분들이 빈틈없이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어느 한 요소로 환원시킬 수 없으며 또한 특정 부분만을 분리해서 고칠 수가 없다. 이런 유형의 사고들이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바로 연결성 때문이다. 따라서 시스템 전체의 연결을 느슨하게 만들고, 이른바 여분의 공간이나 우회로를 설치하는 것이 시스템 사고를 막는 해결책이다. 국민이 행복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여분의 공간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꽉 채우려 하지 말고 여백을 남겨야 한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라는 법문을 실천할 때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2018-02-07 00:05:03

경제학박사, 현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 전 한국수출입은행 감사

[경제 칼럼] 가상화폐, 과연 돈이 될 수 있나?

비트코인 등 값 급등락에 관리자 모호 화폐로서 가치 믿음 형성되지 못해 국경 없는 디지털세계 결제 통용 땐 기축통화국인 美 가만있지 않을 것 시카고학파의 태두. 밀턴 프리드먼이 1992년에 쓴 '돈의 해악'에는 돌을 돈으로 사용한 얩(Yap)섬 이야기가 나온다. 얩섬은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 군도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윌리엄 헨리 퍼니스3세라는 미국의 인류학자가 실제로 1899년에 얩섬에서 몇 달 거주했다. 그에 따르면 섬 주민은 5천 명에서 6천 명 정도였는데, '라이'(rai)라고 불리는 바퀴모양의 돌을 돈으로 사용했다. 라이는 주변에 널려 있는 돌은 아니었고, 석회암으로 가공된 돌 바퀴 모양이었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과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화폐박물관을 방문하면 지금도 볼 수 있다. 얩섬 주민들은 이 돌 라이를 돈으로 사용했고, 무거우면 거래가 이루어져도 있던 자리에 그냥 두고 소유권만 바꾸어 거래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돌을 돈으로 쓰다니 터무니없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쓰고 있는 지폐도 숫자가 인쇄된 작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우리는 통장에 월급이나 입금액 숫자가 길게 찍히면 좋아한다. 지폐라는 종이쪽지나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통장입금액에 우리들이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것을 얩섬 사람들이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돈은 우리가 만져서 느낄 수 있는 실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돈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는 돈도 정부가 처음 발행할 때는 그 믿음을 형성하기 위해 초기에는 항상 일정한 양의 금으로 바꿔주었고, 그 믿음이 형성된 후에는 금본위제도를 폐기하였다. 2009년 블록체인기술에 의해 비트코인이 출현하면서,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많은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이러한 가상화폐가 일상거래에서 돈으로 쓰여질 수 있을까? 가상화폐든, 암호화폐든 그 정의가 어떻든지 간에 거래 상대방이 그것으로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보편적 믿음이 있으면 화폐, 즉 돈으로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일상거래에서 돈으로 쓰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다. 우선, 가치의 안정성 문제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급등락 문제이다. 가격변화가 심하면 대가를 지불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불안하다. 즉, 가치에 대한 믿음이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1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 비추어 보면,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점은 극복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디지털세계에서 만들어지고 발행자와 관리자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불법자금 등 검은돈들이 세탁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특정한 나라나 기업, 사람들이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그 결제에 있어서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도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된다. 지폐와 주화는 정부가 발행하고 관리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그 책임과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통화정책의 근간이 되는 유동성 조절이나 금리정책이 이에 기반한다. 하지만 디지털세계는 국경이 없다. 가상화폐가 국내시장에서 널리 돈으로 쓰인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설 자리는 없게 된다. 이를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국제무역거래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이 된다면, 이러한 일을 가장 참을 수 없는 나라는 미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은 미 달러화가 국제무역거래에서 기축통화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국제거래의 결제수단이 된다면 미국이 가만있을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보면, 가상화폐가 돈으로 쓰이기에는 쉽지 않은 난관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세계 속에서 우리가 그동안 철석같이 믿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들이 붕괴되고, 또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미래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널리 돈으로 쓰여지는 세상이 온다면, 과거에는 모든 나라들이 돈을 발행했다는 '믿기 힘든' 옛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2018-01-24 00:05:00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경제 칼럼] 변화의 주인 되자

우리 경쟁력은 스피드·역동성 빨리빨리 부작용도 사회 만연 정치·행정은 시대에 뒤떨어져 주권자 감시 나서야 변화 시작 닭의 해인 정유년에는 유독 대형사건이 많았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북핵과 미사일 발사, 사드 보복, 지진과 수능 연기, 적폐청산 등 큰 사건만 꼽아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자고 나면 사건이 터지고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어 국민이 잠시도 뉴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외국에서는 10년 살아도 겪지 못할 일들을 우리 국민은 지난 1년 동안 겪었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스피드(speed)하고 다이내믹(dynamic)한 변화무쌍한 나라다. 스피드와 역동성은 한국이 지닌 최고의 경쟁력이다.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외국과 경쟁해서 계약과 공사를 따낸 비결도 여기에 있다. 근래에는 이런 한국인의 기질과 문화가 드라마나 케이팝(K-POP)과 같은 한류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피드와 역동성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후진국형 사건'사고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1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버블을 만들어낸 쏠림현상은 빨리빨리 문화가 빚어낸 대표적인 부작용들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낚싯배 침몰사고, 제천 화재사고, 대형 크레인 붕괴사고, 목동 신생아 사망사고들의 공통점은 빨리빨리 문화가 개인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만나 생명경시 풍조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제천 화재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건물의 비상구에는 상품들이 쌓여 통로를 막고 있고 소방도로는 불법주차가 빼곡하다고 한다. 돈만 벌면 나만 편하면 직업윤리나 공공질서, 타인의 인권이나 생명을 무시하는 문화가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방당국만 탓하기에 앞서 평소 비상구나 소방도로 불법주차에 관심이나 시민의식이 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가상화폐 투기 열풍도 한국의 쏠림 문화가 빚은 부작용이다. 한국은 불과 1년 만에 가상화폐 거래량과 투자자 수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였고, 묻지 마 투자 열풍으로 한국에서 가상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40%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수차례 가상화폐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대박 소문에 쏠린 투기 열풍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와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고자 책임자 처벌과 규제강화를 되풀이하지만 정작 사고의 근본원인은 제도보다 사람과 우리 사회에 만연된 후진적 문화에 있다. 따라서, 사람과 문화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규제의 사슬과 공무원의 복지부동만 심화할 뿐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변화가 느린 분야도 있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간 부문과 달리 정치·행정과 같은 공공 부문은 변화에 가장 굼뜬 분야다. 지금의 정치권력구조인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1987년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수없이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지만 30년 이상 고쳐지지 않았다. 행정 분야도 아직 개발연대시대의 관치와 규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지방선거도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지역 이슈보다 중앙정치에 표심이 휘둘리고 있다. 올해는 헌법 개정과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그동안 변화에 뒤처진 공공 분야와 지방에도 역동성과 스피드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새해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선진국 관문으로 여겨온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 한다. 하지만, 3만달러 달성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이 우선인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런 나라는 정부 혼자만으로 이룰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감시해야 이룰 수 있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변해야 문화가 바뀌고 나라가 변한다는 말이다. 변화의 시작은 타인을 배려하는 데서 출발하자. 배려는 개인과 집단을 긍정적으로 바뀌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8-01-17 00:05:33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학박사,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금융발전심의회 의원

[경제 칼럼] 기본으로 돌아가자

골목길에 소방서에 불법 주차 참사 반복은 기본원칙 무시 탓 경제 대국 자부심 실상은 허세 패러다임 바꿔야 일류국가 돼 지난해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로 29명이나 희생된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불법 주차 문제가 제기됐다. 물론 스프링클러 작동 불능, 비상경보 시스템 무용지물, 불만 대면 활활 타는 건물 외벽 드라이비트(단열재) 외장재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 직후인 25일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을 지척에 둔 이면도로 양쪽이 불법 주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뉴스를 탔다. 그리고 새해 첫날 해돋이 보려는 사람들이 강릉 경포대 소방서 앞마당까지 불법 주차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대한민국에서 특별하지 않다. 소방 도로를 막은 동네 주차 차들은 이번에도 방치돼 있었다. 제천만 아니라 우리 주변을 포함하여 전국 도시의 골목길과 아파트 구내 도로가 다 똑같다. 화재 진압은 시간과 싸우는 일인데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 주차로 인해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작은 화재사고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왜 화재 때마다 불법 주차가 문제시되는데 고쳐지지 않을까. 작년 9월 서울 쌍문동 아파트 화재로 3명 사망,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130여 명의 사상자, 그리고 화재는 아니지만 2014년 4월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르기까지 거듭하는 참사의 핵심 원인은 한결같이 '기본 부재'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그간의 자부심은 허세에 불과했고 특히 안전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는 이곳저곳에 기본 부재라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이번에도 예외 없이 재앙을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류사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할 정도로 기적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한 것은 압축성장전략 덕분이다. 압축성장을 상징하는 '빨리빨리' 덕에 단기간 고도성장을 누렸지만, 그 이면에 기본은 무시하면서 속성과 편법을 당연시하는 '대충대충'이 있었다. 기본을 깔아뭉개는 '부실(不實) 사회'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현재 겪는 대형 참사 등 심각한 부작용은 압축성장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압축성장이라는 비정상적으로 빠른 변화에는 언제나 비정상적으로 많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압축성장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추구하는 결과지향적 성장전략이다보니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는 과정에서 편법이 난무하고, 과정보다 결과, 성취보다 성공, 함께 가기보다 앞서가기, 윤리적 가치보다 경제적 실리,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을 훨씬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하면 된다' 식의 성공담이 칭찬을 받는 하나의 가치관으로 뿌리내렸다. 우리 사회에선 기본, 규칙, 기초 규정을 존중하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고 앞뒤가 막힌 사람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있다. 편법에 능해야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그 와중에 공동체적 가치는 크게 훼손됐고 최소한 지켜야 할 안전, 배려, 사회적 규범이나 법규 준수 등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렇듯 무시됐던 가치들은 현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기에 이를 소홀한 결과 작은 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사고들이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제천 사건 역시 기본에 충실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건물주 등 책임자 몇몇을 처벌하면서 인재(人災)로 돌리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모두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겪는 많은 참사가 바로 압축성장의 부작용, 즉 기본을 무시하는 병폐가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세상에 비용과 고통 없는 패러다임 전환은 없지만, 우리 사회는 기본을 지키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및 노력 등의 투자를 생산성 없는 일에 바치는 낭비라고 생각해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재라고 한탄하는 대형 재난 사고는 대부분 관련자가 기본을 무시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잊고 버려둔 기본을 다시 따져보고 점검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기본을 지키고자 상당한 희생과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일은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므로 늦었지만 올해를 기본 세우기의 원년으로 삼아 경제력에 걸맞은 진정한 일류국가로 도약하자.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2018-01-10 00:05:00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해군 발전 자문위원. 국가보훈처 홍보자문위원

[경제 칼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는 두 미국기업(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 장악 넷플릭스 20년 안 돼도 강자 부상 100년 기업 디즈니도 위협 느껴 M&A로 덩치 키우기 선제 대응 100년 가까운 역사의 월트디즈니가 최근 미국의 21세기 폭스사 인수 합병에 나서면서 갓 20년 된 회사에 선제 대응했다는 뉴스는 새해를 맞은 우리 기업인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 주인공은 1997년 오프라인 DVD 구독 배송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Netflix)이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매각 후 일없이 쉬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DVD를 제때 돌려주지 않아 연체료를 지불해야 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스스로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이처럼 불편함으로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콘텐츠 유통을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어 명실상부하게 영상 콘텐츠 시장의 큰손이 되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 선호 배우 등의 정보들, 즉 빅데이터를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시청자가 영화를 보고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이를 기반으로 취향과 시청 패턴을 파악했다. 넷플릭스는 이 데이터로 시청자가 다음에 볼 영상을 파악하고 추천한다. 오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것이라 많은 시청자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오늘날의 넷플릭스가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권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2년 전 진출해 현재 케이블 방송사인 딜라이브와 제휴해 OTT 셋톱박스인 '딜라이브 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판권 부족으로 가입자 수가 예상을 밑돌자 최근 오리지널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등 한국 유명 감독과 작가를 내세워 국내 시청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빅데이터를 자체 제작 콘텐츠에도 사용했다. 기획부터 주인공 섭외, 배급까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만든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작으로 백악관 입성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추악한 음모를 그린 드라마. 케빈 스페이스의 열연 등에 힘입어 넷플릭스를 콘텐츠업계 강자로 만들었다)라는 드라마다. 1990년 영국 BBC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의 제작에 넷플릭스는 1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동안 축적된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후 그들이 원하는 연출 스타일이나 배우 등을 예측해 섭외한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 85%가 만족했고 이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많은 영상물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이렇게 큰 성장을 이루는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월트디즈니사가 미국 21세기 폭스 영화사와 케이블 채널, 유럽 스카이, 스타인디아 등 해외사업부를 524억달러(한화 약 57조원)에 인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역사가 100년에 가까운 월트디즈니사가 설립된 지 20년이 된 회사의 성장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넷플릭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발송, 반납 서비스를 통해 DVD 구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매달 10달러 정도의 가격경쟁력 그리고 인터넷이 통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중화시켰다. 그들은 이 같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월트디즈니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시장 변화에 따른 민감한 대처이다. 처음 월트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했지만, 곧 자체적인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인수 합병도 21세기 폭스사가 보유한 동영상서비스 '훌루'에 대한 선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않고,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는 월트디즈니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운영할 때 넷플릭스와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추진력도 필요하지만 월트디즈니와 같이 유연하고 전략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 2018년 새 아침을 열면서 미국의 두 기업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밝고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

2018-01-03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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