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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 도심융합특구 과제는

[기고] 대구 도심융합특구 과제는

대구시는 지난 12월 22일 열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옛 경북도청 부지-대구삼성창조캠퍼스-경북대를 잇는 트라이앵글 지역(북구)이 정부의 도심융합특구 선도사업지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도심융합특구는 국토교통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방 대도시의 도심에 기업·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산업·주거·문화 등 우수한 복합 인프라를 갖춘 '판교2밸리' 같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북구에 위치한 옛 경북도청 터는 반경 1㎞ 안에 경북대와 삼성창조캠퍼스가 있어 기존 인프라와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활용하기 쉽다. 또 반경 3㎞ 안에는 제3산단, 검단공단, 금호워터폴리스, 엑스코,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대구역, 오페라하우스, 복합스포츠타운, 동성로 도심 등이 있어 산업·교통·문화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평을 받는다.여기에 특구를 지나는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은 특구와 대구시 주요 거점 간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정부는 특구를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한 청년이 뿌리내려 일하기 좋은 지역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기업과 청년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 수단을 이 공간에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수도권 이전 기업에는 기업 이전 지원금을 제공하고, 특구 내 창업 기업에는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하며, 법인세, 재산세, 취득세 등 세제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연내 특별법 발의, 기본계획 수준의 마스터플랜 수립,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도심융합특구 지원협의회 구성 등 세부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대구시도 이와 같은 정부 계획에 발맞춰 특구를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신기술 산업이 중심이 되는 '대구형 실리콘밸리'로 조성한다.그러나 사업 추진 시 우려되는 점은 특구 조성 기본계획 용역 예산 외에 당장 대규모 예산 지원도 없고, 민간투자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가 설정한 입주 기업 500곳 유치, 신규 일자리 1만 개 창출, 20·30대 청년층 고용 비율 65% 달성 등의 목표는 자칫 공염불이 될 수 있다.대구형 도심융합특구 조성에 따른 지역 청년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정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 옛 경북도청(14만㎡) 및 경북대(75만㎡) 부지 고밀 개발을 통해 기업과 청년들이 좋아하는 문화·창업·정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삼성창조캠퍼스(9만㎡)와의 산학연 연계 시너지는 필수적이다.아이디어만 갖고 융합특구를 찾아온 창업자를 위한 기술 및 금융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필요하다. 창업 공간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청년인구 유출 방지 및 타 도시 인재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또, 이 두 곳을 지나는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은 특구 육성을 위한 필수적인 교통망이다.도심융합특구는 기업 성장과 청년창업 및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 된다. 기업과 청년이 공존하고 만족할 수 있고, 자생적인 산업융합 생태계를 갖춘 특구 조성을 위해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발상으로 촘촘한 마스터플랜 수립도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규제 혁파도 필수적이다.그래서 대구에서 제2의 이병철, 제2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성공 스토리가 쓰이고, 그 성공 스토리를 바탕으로 향후 대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 청년의 꿈을 키우는 도시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2021-01-21 12:16:14

[기고] 코로나 상황 속 장애인 고용유지 관심 필요하다

[기고] 코로나 상황 속 장애인 고용유지 관심 필요하다

지난 1년 내내 뉴스 1면을 장식하다시피 한 코로나19가 사회 전체에 미친 영향은 이전에 국내외에서 유행했던 여러 전염병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영화나 역사책 속에서만 접해 왔던 전염병의 대유행이 우리 가족, 이웃과 직장 동료를 덮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렇듯 코로나19의 경험은 남의 일로만 여겨왔던 상황이 나 자신의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사실 우리가 이처럼 방관적인 시선을 보냈던 대상에는 장애인과 같은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고용 취약계층도 포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은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한 비중이 높은 장애인 계층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256만여 명 중 경제활동 참가 비율은 37.0%로 전체 인구 기준 경제활동 참가율(63.0%)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다. 그나마 직업을 가진 장애인 취업자 89만 명 중 상용근로자의 비중은 39.5%이며, 그 외에는 대개 임시근로자나 일용근로자로 생활하고 있다. 이 수치는 전체 인구 취업자 기준 상용근로자 비중인 53.7%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은 바로 장애인과 같은 사회의 '약한 고리'다.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비교적 일찍 경험한 대구와 경북에서도 경제활동을 하던 장애인들이 급여 감소나 실직 등을 경험하여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심리적·재정적 어려움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힘을 쏟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안정적으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지역사회의 약한 고리를 보완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이러한 필요성을 인정하여 정부는 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 대책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근로지원인 지원 등 중증장애인의 고용안정을 위한 사업 예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발달장애인의 직업체험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훈련센터 6곳이 추가로 개소하였다. 내년부터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정부기관과 지자체에도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2021년은 장애인 고용과 관련하여 기념해야 할 중요한 10년 주기 시점을 맞는 해이다. 장애인 편의 제공과 차별금지 등 세계 장애인 관련 입법에 한 획을 그은 미국장애인법(ADA)이 제정된 지 30주년이 되었으며, 국내적으로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만들어진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추위를 견딘 매화나무가 결국 봄에 새 꽃을 피우듯, 올 한 해 얻은 교훈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된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30년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1-20 11:51:08

[기고] 갑질, 뿌린대로 거둔다

[기고] 갑질, 뿌린대로 거둔다

'당신 자리를 보존하고 싶으면, 나를 잘 접대하라.''인사권이 나한테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한다.''회사에서도 날 자를 순 없으니, 신고하면 신고한 사람을 나가게 하겠다.'이런 말을 매일 듣는다면, 그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갑질은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부당한 대우를 요구하거나 처우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갑질 행위의 가해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갑질 사건은 당사자 간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피해가 발생할 시 이를 해당 기관의 상급자나 감사 부서에 신고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2018년 이후 갑질 행위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현행법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갑질 행위를 제외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갑질 행위는 해당 조직 내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이 때문에, 피해자는 여전히 갑질 상황에 놓인 채 해당 기관의 조치만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사내 고충 제도와 담당 부서가 있더라도 피해자와 갑질 행위자의 분리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갑질 행위자가 조직 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까닭에 그와 관련한 조사와 조치가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런 갑질로 인한 피해가 대구 몇몇 공공기관에서도 몇 년째 발생하고 있다. DGIST의 한 청소 용역업체의 경우 이미 3년 전에 갑질 피해 사실을 알리고 퇴사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올해도 다른 피해자가 발생해 해당 조직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조치가 늦어지는 사이 2차 피해가 발생했고 수많은 피해자들은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갑질을 단순히 그 조직 내부의 인간관계 문제로 여기고 당사자들에게 맡겨 놓는 동안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구제도 받지 못한 채 직장을 떠나게 된다.따라서 갑질 행위의 근절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는 해당 조직 내에서 발생한 갑질 행위에 대해 자유로운 피해 호소가 가능한 별도의 창구가 있어야 한다. 대구 시민의 복리 향상과 지역 내 선진적인 근로 분위기 형성을 위해 시 차원의 갑질신고센터 등 지역 근로자의 근로 인권 향상을 위한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또한 필자는 DGIST 청소 용역업체의 갑질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구시 인권 옴부즈만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현재 대구시 인권 옴부즈만의 업무는 사회복지시설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대상을 대구 시민 전체로 확대한다면 대구 시민의 인권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러한 제도적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대구시 산하 기관뿐 아니라 우리 지역에 위치한 각종 공공기관 및 대학교와 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상호 협력을 통해, 해당 기관과 관련된 용역업체에서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를 갑질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점검과 구제도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우리 지역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성공적인 지방분권과 행정통합의 시대를 열어 갈 수는 없다.대구시는 지방행정을 관할하는 행정관청인 만큼 시 소속이 아니더라도, 공공성 또는 준공공성을 지닌 대구의 모든 공공기관과의 협업 및 관련 조직의 신설을 통해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광역 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

2021-01-18 11:28:42

[기고]지방분권 개헌이 답

[기고]지방분권 개헌이 답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30년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3번이나 변할 때까지 '2할 자치'에 머물러 지방분권 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과 안타까움보다 자괴감이 앞선다.문재인 정부 출범 시에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할 때 큰 기대를 했는데 립서비스로 끝났다.그러나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중심으로 지방 4단체와 연대하여 조직적이고 치열하게 준비, 정부와 국회에 강력하게 요구한 결과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었다.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주민 주권과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들이 신설되었다.첫째,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해 의회, 단체장 등 기관의 형태를 지역 여건에 맞게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 경우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둘째,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명시되어 있으며 조례 규칙의 개정, 폐지 및 감사 청구권을 위한 기준 인원과 연령을 낮추는 등 주민의 참여 문턱도 낮추었다.셋째, 지방의회 의정활동 및 집행기관의 조직, 재무 등 주요 지방자치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하도록 하였다.넷째, 지방의회 독립성 차원에서 지방자치 단체장의 의회사무처 인사 권한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게 되었다.다섯째, 지방의회 의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정책인력지원을 둘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의원 정수 범위 내에서 충원하도록 제한하였고 최초 충원 인원의 절반은 2022년, 나머지는 2023년에 순차적으로 충원하도록 하였다.또 법률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을 위해 하위 행정입법에서 제한하는 것을 금지해 지방의회 자치입법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 신고를 공개하고 겸직 규정도 구체화해 이해충돌을 방지하게 했고, 균형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중요 정책에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하도록 한 것도 성과다.그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방자치 관할 구역 경계 변경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지방자치 단체 간 상호 협력을 위한 지원 근거를 신설, 지방자치 단체 간 원만한 갈등 해결과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특히 대도시 등 특례 부여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이거나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 균형 발전, 지방소멸 위기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대하여는 관계 법률에서 행정, 재정, 운영 및 국가 지도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하였다.하지만 선진국처럼 진정한 지방화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개헌을 헌법정신에 담아야 한다. 우리도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국가다'라고 천명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내년은 대선, 지방선거로 선거 정국으로 들어간다. 전국의 지방분권 단체들은 작은 이해관계를 떠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방분권 개헌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결집할 때이다.최백영 대구지방분권협의회 의장(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2021-01-17 15:50:20

[기고]코로나 세한 송백

[기고]코로나 세한 송백

겨울 날씨가 차가울수록 추사(완당) 김정희와 그의 '세한도'가 생각난다. 최근 세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그림을 오랫동안 간직해온 손창근 선생이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달 31일까지 전시해 추사를 새로운 느낌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그런데 신문과 TV 등 대중매체에서 세한도를 보도할 때 '발문'(跋文: 그림이나 책을 설명하는 글)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을 보여줄 때도 세한도 왼쪽의 발문을 빼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한도를 잘라 절반만 보여주고 훼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세한도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발문을 살펴야 한다. 발문을 음미해야 세한도의 깊은 뜻을 느낄 수 있다. 추사에게 글씨와 그림은 별개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추사는 송백(소나무와 잣나무)을 그린 뒤 발문을 쓸 때 정성을 쏟았을 것이다. 제주도 서귀포 대정읍에 유배된 지 5년째. 세상에서 잊히던 추사에게 제자(우선 이상적)가 청나라에서 구한 귀한 책을 두 차례 보냈다. 세한도는 그 고마움에 대한 답례 작품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틀리지 않지만 피상적인 설명이다.세한도 발문에는 제자에 대한 고마움을 넘어서는 차원이 있다. 세한송백 정신에서 나온 세한도는 그림 작품 이전에 추사 자신의 삶을 지탱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추사체 글씨도 제주 유배 시절에 높은 경지를 이룩했다. 그의 이 같은 태도가 제자의 행동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다.'세한연후송백'이라는 말은 논어 자한 편에 공자의 말로 기록되어 있고, 추사는 이를 그림의 제목으로 삼았다. '세한도'는 '세한송백도'의 줄임말이라고 할 수 있다. 송백의 한결같은 푸름을 칭송하는 기록은 논어 이전 문헌에도 많이 등장한다. 세한송백은 공자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담은 표현이라는 점에서 송백의 의미가 확장됐다.발문은 290자가량이다. 귀한 책을 어렵게 구해 보내준 사연을 시작으로 공자께서도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고마워한다. 발문에서 깊이 음미할 부분은 끝에 언급되어 있다. 추사는 "공자께서 겨울 송백을 특별히 칭송한 이유는 시들지 않는 꿋꿋한 모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차가운(어려운) 시절에 대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리라."(聖人之特稱, 非徒爲後凋之貞操勁節而已 亦有所感發於歲寒之時者也)라고 했다. 세한송백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삶이 매우 어려운 상황일수록 사람의 바른 성품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스며 있다는 말이다.세한은 해마다 돌아오는 그냥 보통의 겨울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운(어려운) 특별한 때를 상징한다. 추사는 이를 '세한지시'(歲寒之時)라고 표현했다. 공자에게는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14년 유랑 생활을 함께한 제자들이, 절해고도에 갇혀 하루하루 이겨내던 추사에게는 책에 마음을 담아 보낸 제자가 세한송백이다.'국보 중의 국보'라는 세한도의 가치는 추사의 이 같은 깊은 마음에서 은은한 향기처럼 피어난다. 제자 이상적이 세한도를 중국에 가져갔을 때 많은 문인들이 앞다퉈 감동한 느낌을 글로 남긴 이유도 삶을 깊이 헤아리는 마음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 품에 안긴 세한도의 더 큰 가치는 국민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세한'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위하는 마음을 담아 '코로나 세한송백도'를 가슴에 그리는 분위기에서 그 힘이 돋아나리라.

2021-01-13 11:23:34

[기고]1종주거지역의 종 상향 민원에 대한 해법

[기고]1종주거지역의 종 상향 민원에 대한 해법

40년 세월은 땅의 쓰임새조차 바꿔 놓는다. 대구 최고의 주거지로 꼽히던 대규모 단독주택지, 1종 주거지역이 이제는 낙후지역으로 변했다. '종' 상향 용도지역 변경 민원이 드세다. 도시경영 차원의 해법이 아쉽다.서울시와 인천시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특별계획구역 방식의 지구단위계획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일정 구역의 주민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하면 그 지역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인 개발안은 시와 조합이 협상을 통해 확정하는 도시계획적 기법이다.필자는 1980년대 중반 대구 시민의 주거 의식에 관해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당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구 시민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단연 앞산 아래 위치한 남구 대명동이었다.대명동은 1970년대 중반 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대규모 단독주택지 대명·범어·수성지구 6.1㎢ 중 한 곳이다. 오랫동안 고급 저택지로서 명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수성구 도로변에는 1종 주거지역의 종 상향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애초 전용주거지역에서 2003년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건축 제한이 3층 이하에서 4층 이하로 완화되자 빌라와 원룸 등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주거 환경의 악화가 가속되면서 주민들은 아파트 신축이 가능한 2종 주거지역으로의 종 상향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재개발이 가능해지고 사업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대구시는 최근 개발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 블록 단위 7층 이하 건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그러나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종 상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 대구시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용역을 맡은 대경연은 도시계획적 관리 방안, 단독주택지 모델 개발,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종 상향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도시가 변하면 도시계획도 변해야 한다.범어·수성지구는 이미 도심 한복판이 되었고 역세권이다. 대명지구에도 4호선 도시철도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에 주거 환경은 엉망이다. 불법주차 차량들로 길이 막혀 차량 교행이 어렵고 보행 환경 또한 위험하다. 서둘러 손을 써야 할 형편이다.주민들은 종 상향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토지의 효율적 활용과 주거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일리가 있다. 여기에 고층 아파트 개발 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한몫하고 있다. 반면에 종 상향 조정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 가능성과 개발이익의 사유화 문제도 있다. 공익과 사익의 균형,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하다.경관 조망 등을 고려하여 단독주택지의 특성을 살려야 할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특별계획구역 방식의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하여 자생적 개발을 유도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특별계획구역에서는 시가 '종'을 상향 변경(예를 들어 1종 주거에서 2종 주거로)해 주는 대신, 그에 대응하여 주민들은 도로 개설, 서민주택, 청년 일자리 등을 위한 토지를 기부채납하거나 창의적 설계안을 반영하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이른바 공공기여 조건부 종 상향제도다.이 제도는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으로도 좋고, 주거권 보장을 위한 방편으로도 좋다. 도심지에서 양질의 주택지를 공급하면서도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 대구시도 특별계획구역 방식의 지구단위계획을 제도화하자. 도시에 공공성 창의성 융통성을 불어넣는 일, 도시를 살리는 길이다.

2021-01-11 11:34:39

[기고]포산과 일연의 절터

[기고]포산과 일연의 절터

삼국유사 저술자 일연 스님은 어릴 때부터 속세를 벗어나려는 뜻이 있었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자 그의 어머니는 아홉 살배기를 전라도 무등산 무량사에 취학시켰다. 가까운 팔공산이면 행여 어미 품으로 불쑥 쫓아올까 우려했을 것이다. 열네 살 때는 다시 설악산 동쪽 자락 양양의 진전사로 보내졌다. 진전 대웅 장로로부터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은 뒤 22세이던 고종 14년(1227) 겨울 개경 광명사에서 치러진 승과에 나아가 장원에 올랐다.그 뒤 포산의 보당암에 좌선하여 망상을 끊는 데 마음을 두었다. 31세이던 가을 몽고병 침입으로 피신하고자 문수보살에게 아(阿)·라(羅)·바(跛)·사(捨)·나(那) 주문(呪文)을 염송하며 감응을 기다렸는데, 벽 사이에서 홀연히 문수보살이 나타나 '무주가 북쪽에 있다'고 계시해 무주암에 거처했다. 32세인 이듬해 여름부터 묘문암에 머물면서 활연(豁然)히 깨달음이 있었다고 했다. 삼중대사를 거쳐 41세에는 묘문암에서 선사가 된다. 44세에 정안이 남해의 집을 희사해 세운 정림사 주지로 초청된다. 관당을 오가며 대장경 판각에 관여시켰을 것이다. 거기서 대선사의 법계도 받는다. 훗날 인홍사(仁弘社, 현 仁興寺址) 주지를 맡아 11년간 머물면서 '역대연표'를 짓는다. 72세 되던 충렬왕 3년에 조서를 받고 청도의 운문사 주지로 있으면서 그 이듬해 간행한 '역대연표'가 지금의 삼국유사 기틀일 것이다.'한국지명총람'에는 유가면 용리에 소재한 석굴의 샘을 '보안샘'(보재미샘)으로 기록하고 '까치절터 아래에 있는 우물로 물맛이 매우 좋음'이라고 풀이했다. 또 '까치절터'는 '대견사 아래에 있는 절터'라고 풀어 썼다. 나아가 '보재미샘'을 '보안샘'으로 풀이했다. 유가읍 용리 가재골에선 아직도 이 샘을 보잠샘·보재샘·보재미샘으로 부른다. 모두 보당암에서 파생된 보당암의 샘이다. 일연 스님과 같은 고을인 원효대사의 내향이 불지촌인데, 훈차어로 발지·불등을촌이라는 것과 같다. 지금 석굴 샘엔 물바가지가 놓여 있다. 필자가 오래전에 찾아낸 대견봉(1,036m)의 보당암 샘터는 해발 900m쯤의 석굴에 있고, 보당암 추정 절터는 대견봉과 석굴 사이 해발 960m쯤에 있다.시민단체가 비슬산참꽃케이블카 설치가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제기해 언론에 보도됐다. 사실 대견봉 일대의 암석과 벼랑 및 뾰족한 봉우리는 우수한 경관 자원이다. 조감도를 보면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봉 사이에는 케이블을 연결할 기둥이 총총 보인다. 이런 기둥은 어떻게 설치하며 정상부 케이블카 주차장 마련과 더불어 중장비는 어디로 진출할까. 대견봉 일대의 절터와 보재미샘 석굴 및 정상부 능선의 등산로도 우려된다.일연 스님이 태어난 고려시대 장산군은 지금의 경산시 자인면이다. 경산시는 원효대사와 그 아들 설총 및 일연을 삼성현이라 일컬어 삼성현문화박물관을 건립하고 매년 삼국유사를 비롯한 학술대회를 갖는다. 군위군은 경상북도와 함께 삼국유사 조선 초기본 목판 판각을 완료하는 등 이미 삼국유사 고장으로 굳혔다. 기온에 민감한 진달래는 참꽃축제 때마다 개화가 불안하고 절터도 인위적인 손상을 우려한다. 비슬산참꽃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이는 이참에 대견봉 일대의 절터를 발굴 조사하면 좋겠다. 절터에 이미 만든 힐링 쉼터의 시설물을 철거하고 석탑은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포산의 삼국유사 문화유산 보존 대책이 요구된다.권영시 '보각국사비명 따라 일연一然의 생애를 걷다' 저자

2021-01-07 12:23:29

[기고]실내 체육시설 형평성 해결 위해 더 세분화 필요

[기고]실내 체육시설 형평성 해결 위해 더 세분화 필요

전국 대부분의 실내 체육시설이 어려움에 빠졌다. 지역에 따라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거나 영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다양한 실내 체육시설의 어긋난 규제 행정이 업종별 형평성 문제를 심각하게 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필라테스와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관계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죄수복을 입고, "우리가 죄인이냐"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대구 달서구 한 헬스장 관장의 사망 소식으로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지속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영업 제한을 완화하여 시행했지만, 장기화로 인해 버틸 힘이 고갈된 상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보다 방역 지침이 더 무섭다고 한다. 이제는 코로나의 확산 방지와 사회·경제적 손해를 면밀하게 검토해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시점이다.문화 여가시설은 15종으로 분류하여 업종에 따라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있지만 체육시설 4종(골프장, 수영장, 실내 체육시설, 야구·축구장) 중 실내 체육시설은 1개로 통합되어 있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와 의무 사항에도 없는 추가 방역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이런 업종별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편의주의식 규제에 그동안 참아왔던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객들은 청결한 곳, 방역 잘하는 곳에 몰리기 때문에 정부의 세부 지침을 전달받기 전부터 수백만원의 방역 장비까지 도입하여 추가 방역을 시행했다. 발 빠른 매장은 룸까지 가지 않고 카운터에서 룸 안의 모든 장비를 컨트롤하여 비대면으로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비대면 IOT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이런 대책을 제안해 본다. 첫째, 실내 체육시설은 1개로 통합된 현행 제도를 보다 세분화하여 그 특징에 맞게 형평성 있는 방역 지침을 제시해야 형평성과 실효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 둘째, 실내 체육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만 늘려준다면 전체 업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비대면 정책 수립도 고려해야 한다. 스크린골프의 경우 운영자가 룸마다 다니면서 서비스하면 확산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비대면 시설에 대한 정부 또는 지자체의 홍보 또는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세부 지침으로는 ▷대여용품 제공 금지(클럽, 장갑, 신발 등) ▷룸당 인원수 제한 ▷룸과 룸 통로 폐쇄(휴게공간 포함) ▷이용한 룸은 바로 소독 ▷마스크 상시 착용 ▷흡연실 1인만 입실 ▷실외와 연결된 환풍시설 상시 가동 등이 필요하다.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는 거세게 항의하는 업종에 대해서만 졸속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실내 체육시설 등 다양한 업종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만한 나노급(정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실내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코로나19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합리적이고 세심한 행정 규제에 대해서는 언제든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고통 분담을 할 각오가 되어 있다. 사실, 이달 17일 이후에 또 어떤 엉뚱한(?) 정부 방침이 내려질지 걱정부터 앞선다.골프 칼럼니스트

2021-01-06 16:56:04

[기고]경항모 사업의 순항을 염원하며

[기고]경항모 사업의 순항을 염원하며

해군의 경항모 사업이 국방 중기 계획에 따라 충실히 수행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2021도 국방예산을 확정하는 국회에서 101억원의 소요 예산 가운데, 100억원이나 삭감되었다.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이 좌초되는 느낌이다.경항모는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수요에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특정 정권과 무관하게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2012년도 국회 용역보고서에도 필요성이 언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그때부터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한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이 경항모급 능력을 갖추었으면 했다.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 비군사적 위협을 현재 우리 국방력으로 최소한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해군이 경항모를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체 국방예산의 2.5% 정도이다. 경항모 사업은 감내할 수 있는 예산을 고려한 사업이며, 경항모는 대한민국의 국력으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전력이다. 해군은 이미 경항모를 호위할 수 있는 잠수함, 구축함, 항공기 등을 가지고 있다. 차기 함정들도 기존의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도입되고 있다. 경항모가 전력화되는 2033년이면 최첨단 호위 전력들도 함께 완성된다. 이러한 전력들까지 항모 도입 예산으로 포함하는 것은 해군의 작전을 이해하지 못한 논리이다.해군의 함정은 대탄도탄 작전, 대잠‧대함 작전 등 고유의 단독 임무를 가지면서, 상황에 따라 항모전투단 구성 시 호위 임무를 병행하게 된다. 부연하면, 해군은 다양한 작전에 기반한 전력 운용을 통해 목적에 따라 융통성 있게 부대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북한 도발 대비 전투단 구성, 주변국 위협 대비 강습단 구성, 해외 국익을 위한 기동함대 구성 등이며, 경항모는 지휘함으로서 F-35B 수직이착륙기와 같은 고정익 항공기를 투사할 수 있는 움직이는 활주로가 된다. 즉, 경항모는 유사시 북한의 측방과 후방으로 기습 침투하여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고, 북한의 방어 능력까지 분산시키는 등 다양한 전구(戰區)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주변국에 대해서는 어떤 전력이 우리 바다로 접근하더라도 원해에서 접근을 차단하고, 도발 시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여전히 한반도가 불침항모라 우기는 전근대적인 사고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만일 중국이나 일본이 한반도를 해상봉쇄한다면, 그야말로 한반도는 고립무원의 섬(Island)이 된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판옥선과 거북선을 건조하며, 유비무환을 실천했던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곧바로 잡아내는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 구축함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런데 해군이 이지스함 사업을 발표했을 때 "우리에게 사치인 고가의 함정이다" "동맹을 이용하면 된다" 등의 주장이 있었다. 그때 사업이 무산되었다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지조차 모르는 한심한 군이 되었을 것이다.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강한 해군력을 갖는 것이다. 그 근원이 항모 보유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해군이 강해야 육군과 공군도 함께 강할 수 있다. 군은 필연적으로 연결된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해상항공작전능력의 향상은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지금 당장 항모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해군의 경항모 건조 계획이 다시 동력을 받아 힘차게 항진(航進)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2021-01-06 11:51:13

[기고]북한, 핵무력 강화하나

[기고]북한, 핵무력 강화하나

로동신문에 의하면 북한의 제8차 당대회·대표증 수여식이 지난해 12월 30일 진행되었다. 이는 곧 당대회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김정일 통치 기간 동안 당대회를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고, 김정은 집권 5년 차였던 2016년 5월 7차 당대회를 열었다.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 전반에서 한심스러울 정도로 인민 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언급할 만큼 절박함을 강조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인민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다.그러나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전략목표 수행이 계획대로 되지 못해 인민 생활 개선에 이바지 못 한 결과가 빚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며, 반전 카드로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했다.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는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핵보유국을 기정사실로 나타낸 것을 꼽을 수 있다. 핵보유에 대한 강한 집착은 핵 선제 불사용과 핵전파방지 의무(비확산 의무) 이행, 그리고 세계 비핵화 실현에 노력할 것 등 3가지 핵에 대한 국가운영원칙을 제시했다.이 무렵 대외관계가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8차 당대회 역시 핵보유국 지위에 따른 전략적 의도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12월 28∼31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과 군사적으로는 전략무기 개발을 축으로 하여 북미 대결에서 정면 돌파전을 결의한 바 있다.그동안 북한은 미국 대선을 주목해 왔는데, 3중고로 녹록지 않은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1월에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대외 정책과 함께 관계 복원을 꾀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에서도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제재 완화'를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한반도 비핵화지대를 이끌기 위해 핵능력을 감축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듯이 북미 대화의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국제 정세는 힘의 논리에 따른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세력들이 자신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강한 피포위 의식으로 받기 때문에 안보를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견지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따라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접근 방법의 전환책을 모색해 보면 첫째,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 전쟁 불용과 남북한 상호 안전보장, 평화 경제를 통한 공동 번영, 둘째, 핵무장으로 체제 안전을 확보하려는 유도책으로 북미가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을 동시에 맞교환 형식으로 평화협정 체결, 셋째, 한반도의 갈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갈등의 주체인 남북이 평화를 이루겠다는 공동의 열망과 의지가 문제의 당사자들로서 매우 중요하다.무엇보다 '종전 선언'은 국내외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평가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불안한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 단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면과 한편으로는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앞서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울 경우 한미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1-01-04 18:51:46

[기고]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활성화 방안

[기고]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활성화 방안

지난해 2월 대구시청에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로 자리를 이동했다. 처음엔 시장이라 낯설고 생소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인들로부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일명 '매천시장'에도 공무원이 근무하느냐고 되묻곤 했던 기억이 난다.지금은 활기차고 생생한 서민의 삶의 현장을 목도하는 것 같아 좋다. 아울러 서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해서라도 도매시장을 반드시 활성화시키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된다. 도매시장은 크게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한약도매시장으로 구성돼 있고, 일반직 등 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대구시 산하 사업소이다.주요 역할은 도매시장의 시설물 유지 관리는 물론 농수산물의 원활한 수급 및 가격 안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 상장 경매를 통한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 전국 우수 농수산물의 판로 제공 및 공정한 거래 가격 형성, 생산자와 출하자에 유통 관련 정보 제공 등이다. 시장 유통구조는 농·축산의 경우 도매시장 법인제, 수산·한약재는 시장도매인제로 운영하고 있다. 거래 실적은 전국 세 번째 규모로 한강 이남의 최대 거점 공영도매시장이다.이러한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제1조'의 규정에 따라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 생활 안정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유통 관련 정보 제공, 전자경매를 도입해 거래의 투명성 확보, 지속적인 불법유통행위 단속,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한 농수산물 안전성 검사, 종사자 역량강화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도매시장은 몇 가지 어려운 현안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는 시설물 노후화, 주차 공간 협소 등이다. 1988년 개장 후 30여 년이 넘었다. 둘째, 야채 등 폐기물 쓰레기 처리 문제다. 특히 여름철 장마 등 기온이 상승하면 쓰레기 악취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셋째, 도매시장 특성상 고객이 많이 찾는 다중집합장소인 만큼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도매시장을 찾는 고객과 거래 물량이 줄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다행히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주차 공간, 쓰레기 악취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마스크 쓰기 운동, 건물 주변 및 취약지역 소독 등 자체적인 비상 방역대책을 마련해 잘 대처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본격적인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도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방역 활동과 더불어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지속적인 지도 감독, 철저한 업무 감사를 통한 불법영업 근절과 동시에 시장도매인의 관련법 준수, 거래 실적 및 영업 능력 향상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시장도매인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운영 내실화 등 도매시장의 효율적인 관리와 유통 종사자의 경쟁력 강화로 시장 거래 활성화뿐 아니라, 농수산물 안전성 검사 강화, 취약지역 정비 등 쾌적한 환경 조성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신뢰받는 공영도매시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1-01-03 16:05:11

[기고]코로나19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제안

[기고]코로나19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제안

전 세계적으로 자살 문제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되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자살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데 2019년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천799명으로 하루 약 37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6.8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이유는 자살 사망자뿐만 아니라 남은 자살 유족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살 사망자의 남은 가족, 지인들 역시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다 우울증을 경험하거나 삶을 포기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과거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던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정신건강 종합대책, 자살예방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는 등 자살률 감소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또한 많은 연구에서 정신질환과 자살의 연관성에 대해 보고하고 있어 자살예방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구에서 정신질환 유무가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하고 있다.미국정신의학협회(APA)가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우울장애(흔히 말하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을 보면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식욕의 감소나 증가, 수면 문제,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피로나 활력의 상실,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 감소,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있으며 이 가운데 5가지 또는 그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 지속되는 경우 주요 우울장애가 아닌지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한다.앞서 설명한 우울 증상 중 자신이 해당하는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의 전문기관 이용을 권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상담, 교육, 집단 프로그램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를 운영하고 있어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가 필요한 누구나 언제든지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577-0199를 통해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기관 내소 혹은 가정 방문을 통해 대면 상담 역시 받을 수 있다.또한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는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24시간 응급개입팀을 확대 운영하고 있어 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과적 응급 상황 시 경찰, 소방과의 협조를 통해 현장에 출동해 상담 및 정신의료기관 연계 등 즉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응급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대상자가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경우 대상자 동의하에 거주지 내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약물 증상 관리, 일상생활 관리, 정서적 지지 등의 사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울, 불안, 두려움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울 증상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이 있을 경우 혼자서 이를 감당하기보다 반드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20-12-31 14:43:56

[기고]'감소(減少)시대'의 출구는 도시 재생이다

[기고]'감소(減少)시대'의 출구는 도시 재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도권으로 인구집중이 심화되면서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쇠퇴와 더불어 지방소멸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는 이 같은 '미스 매칭'의 해결은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시군구 소멸 고위험 지역 10곳 가운데 6곳이 경북 지역이다.저출산과 고령화가 불러온 심각한 도시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틈으로 '지방소멸'이란 암초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도시쇠퇴 문제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원도심 살리기' 이른바 도시재생이다.산업구조의 변화, 즉, 도시 확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도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정부는 아예 핵심 국정 과제로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둘 정도로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쇠퇴해 가는 일선 시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도시재생을 통한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도시재생사업은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도시재생뉴딜 정책으로 사업 범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경북도는 2014년 영주와 2016년 김천, 안동 등 3개 지역에서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어 2017년 영천역 등 도내 6곳과 포항지진의 진원지인 흥해읍을 특별도시재생사업지구로 관철시켰다. 지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비 지원율을 일반 지역 60%에서 80%까지 상향시켰다.2018년에는 포항 송도동 항만 재개발 연계 사업을 포함한 9곳이 선정되었고, 지난해는 구미 공단동 혁신지구를 포함한 10곳이 선정되는 등 경북이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의 '메카'로 떠올랐다.이로써 경북의 도시재생사업지구는 2020년 11월 현재 21개 시군 40여 곳으로 연관 사업을 제외한 순수 도시재생사업비만 8천억원을 돌파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1조원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까지 23개 시군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을 만들겠다"는 도지사의 구상을 도시재생과 접목시키기란 쉽지 않은 과제임은 틀림없다. 철저한 준비로 국비와 기금, 융자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침체된 원도심이 활력 넘치고 사람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도시재생이라고 해서 스마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도시재생에도 충분히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의 색깔을 입힐 수 있다.첨단기술이 장착된 인공지능 CCTV, 주차공유, 스마트주차 통합관제, 의료서비스, 대중교통 정보 체계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이를 위해 대량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여기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가공하고 딥러닝으로 복잡한 도시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경북도가 추구하는 경북형 스마트시티다.만화의 도시 경기 부천에서는 행복주택 사업과 결합해 국내 첫 '문화예술인 주택'과 함께 '웹툰 융합센터'를 짓고 있다. 전주와 밀양에서는 무형문화 전승에 특화된 새로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도시재생은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 사회적 재생, 경제적 부활로 진화해 간다. 우리 도에서도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제도와 지원 체계를 재정비해 도시재생사업을 선도하는 웅도 경북의 면모를 보여줄 때다.

2020-12-30 11:40:11

[기고] 바이러스의 도(道)와 사람의 도(道)

[기고] 바이러스의 도(道)와 사람의 도(道)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아프리카 오지의 나라, 차드의 아름다운 문인 무스타파 달렙의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서방 강국들이, 기업들이, 시위대와 조합들이 못 해내던 휴전, 가격 인하, 사회보장 강화 등을 성취해냈으며, 사람들이 연대의 가치를 이해하게 만들고 휴머니즘을 일깨워 주었다는 내용이다. 일상이 붕괴되는 낯선 현실 속에서 불안과 혼란을 겪던 사람들은 그 글이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에서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하지만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외출할 수 없는 주인들 때문에 차고 안에서 최고급 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단 며칠 만에 세상에는 사회적 평등(이전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이 이루어졌다'는 구절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20여 년 전 이른바 'IMF 사태'를 겪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진 의구심이다. 그때 최고급 차를 몰고 한산한 거리를 질주하던 사람들이 '이제 운전할 맛이 난다'고 했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었다. 다수는 몰락하고 소수는 큰 이득을 챙기는 현실에 대한 자조 어린 말이었겠지만, 어쨌든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자연재해나 팬데믹의 발생은 평등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과 남겨진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경험칙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낮은 쪽이 높은 쪽을 걱정하고, 없는 쪽에서 덜어내 있는 쪽에 보태주는 것을 정의로운 일로 여기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요즘 미국의 상황도 흥미롭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사흘 만에 회복하고 엉덩이춤을 추는 지도자를, 감염되면 병원에도 가보지 못할 국민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한다. 죽어가면서도 대통령이 주장하는 코로나19 음모론을 믿고, 대선 이후 한 달 만에 2억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아준다. 이것이 21세기의 병리적 현상인지, 아니면 늘 그런 식이었으나 최근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다만 2천500년 전 동아시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자(老子)가 썼다고 전해지는 도덕경 77장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높은 쪽은 아래로 누르고 낮은 쪽은 위로 올려준다. 남는 쪽은 덜어내고 모자란 쪽은 보태준다. 하늘의 도는 남는 쪽을 덜어내 모자란 쪽을 보태주지만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다. 모자란 쪽을 덜어내어 남는 쪽을 봉양한다."하늘의 도, 즉 자연이 평등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노자가 하늘의 도와 사람의 도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고, 정확하게는 자연의 도는 무차별적이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충분하겠다. 인간 사회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노자는 말을 이어간다. "누가 남는 쪽의 것으로 세상을 봉양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가 있는 자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는 남는 쪽의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쪽에 보태주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부족한 쪽에서 더 덜어가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한다. 인간은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중에 들려오는 희망과 긍정의 말은 위로가 되지만, 미래 삶의 모습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2020-12-28 13:30:46

[시대산책] 북한의 과잉방역

[시대산책] 북한의 과잉방역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한때 한류 붐에 편승하여 K방역을 내세우곤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심각한 나라의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지금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산 현황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지만 북한의 경우 투명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확진자가 0명이라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도 거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얼마 전 이를 지적했다가 김여정이 바로 막말로 되받은 일도 있다.북한은 원래 주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통제하던 국가였지만 1990년대 대기근 사태를 겪으면서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온갖 가혹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은 그 상징적 예다.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도 북한 당국의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킨 주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주민은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를 멋대로 도살하여 먹거나 내다 팔았다. 그 결과 북한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번져 초토화되었으며 휴전선을 뚫고 남으로 내려오기까지 했다. 이런 북한의 상황을 볼 때 방역이 잘돼 확진자가 0명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나는 이를 믿는다. 북한 당국의 발표가 믿음이 가서 믿는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과 은밀히 연계된 다양한 정보망들을 확인해 본 결과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만약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했다면 최고위급 간부들 전원이 참석한 건국절 행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빽빽하게 모여 있을 가능성도 없다.북한은 원래 아주 폐쇄적인 사회지만 특히 최근에는 핵과 ICBM 개발로 심하게 고립되어서 중국을 제외하면 외부 교류가 거의 없다. 북한과 접해 있는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확진자 수는 100만 명당 3명에 불과하다. 현재(12월 24일 기준) 한국의 확진자가 100만 명당 1천44명, 미국의 확진자가 100만 명당 5만7천151명인 것을 놓고 본다면 한국의 350분의 1, 미국의 1만9천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북한은 세계 최초로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봉쇄 직전 입국한 사람들은 본인과 가족, 2차, 3차 접촉자와 가족 등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북한의 격리 조치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긴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련의 조치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최근 중국에 몰래 돈 벌러 갔다가 돌아온 여성 1명 때문에 삼지연시가 20일간 봉쇄되었다. 봉쇄 정도도 아주 심해서 모든 주민을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 때문에 한때 개성이 봉쇄되었던 것도 비슷한 조치다. 외부 물자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물자 반입 금지령을 내렸는데 이를 어긴 간부를 처형한 일도 있었고, 바다를 통해 바이러스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어획과 염전 운영을 중단했다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도 전해 온다. 한국 공무원을 바다에서 바로 총살하고 태워 버린 것도 이런 황당한 과잉 방역 조치의 일환이다.김정은이 집권한 후 지난 9년 동안 북한은 매우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펴 왔다. 김정일 시대에 우왕좌왕하던 경제정책과 비교해 본다면 돋보이는 것이다. 시장정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물가와 환율의 안정에 집중 노력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시장 중시 정책을 펴지만 급격한 개혁개방으로 보이는 정책은 한 번도 추진한 적이 없었다. 고강도 제재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조건에서도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이유다.그러나 이번 코로나 방역 조치들은 경제정책과는 달리 과도한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김정은은 자신이 초강경 방역 조치를 밀어붙여서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극적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설사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방역 조치들은 과도한 정도를 넘어 극단적인 것들이다. 이런 극단적 정책과 행정은 북한의 잠재력을 갉아먹으며 북한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명확하다.

2020-12-24 16:45:28

[기고]코로나19 확산속 '적극행정=행복안동' 사례 남겨

[기고]코로나19 확산속 '적극행정=행복안동' 사례 남겨

그동안 공직사회를 둘러싸고 가장 흔하게 들렸던 '복지부동' '기강해이' 등 부정적 낱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공직사회나 공직자를 둘러싼 이 같은 부정적 시각들은 주민들이 얼마나 행정을 불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말들이었다.하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적극행정'을 추진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새로운 바람이 신선하다. 자발적인 자세와 능동적 사고의 바람이 공직사회와 공직자들 사이에 강하다.'적극행정', 그야말로 공직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말이다. 지금껏 '혹시 징계받지 않을까?' '욕먹는 게 아닌지?' '귀찮은데 규정대로' 등의 마인드는 '소극행정'을 넘어 주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공직자들의 단순한 소극적 마인드가 결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벽에 부딪히게 했고, 창의적이고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일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도록 만들었다.안동시는 그동안 '소극행정 혁파' '적극행정 공무원 책임 면책' '우수 공무원 선발 및 인사상 우대 조치' 등 적극행정이 공직사회의 시대적 소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특히, 올 한 해 안동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모든 행정이 방역과 비대면화에 집중되면서 자칫 느슨하고 수동적일 수 있었던 공직사회를 오히려 적극적 마인드로 바꿔 나가는 기회로 삼고 있다.안동시는 모든 행정을 코로나19로 인한 주민 삶에 집중해 타 지역과 차별화되고 선제적인 적극행정 사례 결과를 가져왔다.천주교 신자들의 1차 성지순례단 코로나19 확진 이후 안동시는 2차 성지순례단 입국이 지역사회에 불안감을 확산시키자, 현지 순례단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해 입국 이후 곧바로 별도의 생활치료센터 격리가 가능하도록 해 지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도 했다.또, 4월 총선 막바지에 불거진 인근 예천 지역 코로나19 확진과 도청 신도시로의 확산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빚어지자 안동시는 특별현장대응팀을 꾸려, 예천 지역인 경북도서관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안동 시민뿐 아니라 예천 군민까지 검체를 실시, 확산세를 멈추도록 했다.게다가, 총선 과정에서 집단 이동과 생활 등으로 인한 선거운동원들의 확진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후보별 캠프와 협의해 후보자는 물론 선거운동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얼어붙은 소상공인과 지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발 빠른 대응을 위해 읍면동사무소에 기간제 인력을 채용해 적극행정을 추진하기도 했다.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됐던 안동시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동 지역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전국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안심 방역 게이트'를 제작해 주요 관광지와 행사장 입구에 설치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관광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최근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 시민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을 실시하는 등 독감과 코로나19의 유사한 초기 증세로 인한 의료 방역 체계 혼선을 피하고, 전 시민이 안심하고 겨울철을 날 수 있도록 했다.이 밖에도 숱한 적극행정의 산물이 지역 주민은 물론 인근에 자리한 도청을 비롯한 도 단위 기관단체 직원, 예천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적극행정=상생발전'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앞으로 안동시 공직사회는 '복지부동'하고 '소극행정'하는 공직자들이 없는 '적극행정'을 통한 행복안동을 만드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각오다.

2020-12-24 10:30:35

[기고]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 기사를 보고-냄비 근성이 아닌 가마솥 근성으로 맞서자

[기고]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 기사를 보고-냄비 근성이 아닌 가마솥 근성으로 맞서자

매일신문에 최근 '12월 13일 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라는 제목의 행사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중국 정부는 재작년부터 12월 13일을 난징(南京) 대학살 국가 추모일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3회째인 올해 행사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정치국원 겸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희생자 수에 대해 '30만 명'이라고 언급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어떤 음모도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세계와 중국인의 비난과 경멸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난징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 차원의 추모행사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본인은 2019년 1월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주최한 '상하이 항일 유적지 탐방 및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임시정부가 소재했던 곳을 찾았다가 난징에도 들렀다. 난징은 1937년 12월 13일 상하이를 점령하고 있던 일본군이 난징을 공격, 불과 6주 만에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곳이다. 당연히 우리는 난징 대학살 기념관을 찾았다.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한 자리가 바로 일본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던 13곳 중 하나다. 단 하루 만에 중국군 포로와 민간인 1만여 명을 이곳에서 기관총으로 살해했다. 중국은 난징 대학살을 20세기에 벌어진 최대 참극으로 꼽는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300,000이란 숫자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중앙 홀 스크린에서는 대학살로 희생된 실제 인물들의 사진이 방영되고 있고, 기념관 모퉁이에서 12초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섬하게 들린다. 대학살이 벌어진 6주간 12초마다 한 명씩 30만 명이 죽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념관 밖에 있는 만인갱(万人坑)은 수백여 구의 유해가 발굴된 현장을 보존해 놓은 곳이다. 섬뜩한 느낌이 드는 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중국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 가슴에 새겨진 감상이었다.우리나라도 일본에 가해 책임을 묻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소녀상으로 전 세계에 참사를 알리고 있는 위안부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건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배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1940년대에 일본의 군수 기업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 한국 정부가 피고 회사의 국내 자산 처분에 나서고 일본의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장차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우리나라도 '한국은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일본에 보여주고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조적으로 우리 국민성을 '냄비 근성'이라 말한다. 문제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들끓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식어 버리는 성정을 말한다. 나는 우리 국민성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국민성은 가마솥 근성이 아닐까 한다. 옛날 우리 모든 시골집엔 가마솥이 있었다. 가마솥은 한 번 데워지면 식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우리도 금세 끓었다가 금세 식어 버리는 냄비 근성이 아닌 천천히 데워지지만 서서히 식는 '가마솥 근성'으로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갖고 일본의 만행을 대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닌 확실한 실체가 아닌가! 그래서 잊힐 수 없는 것이다.

2020-12-23 14:08:24

[기고]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길

[기고]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길

올해를 돌이켜본다. 자치분권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올 한 해는 자치분권의 제도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분투한 시간이었다. 지난 2월, 16개 부처의 400개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일괄이양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이용비용평가전문위원회'가 출범하여 사무에 따른 이양 비용으로 1천549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등 사무 이양과 비용평가, 재정지원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졌다.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자치권 침해 요소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였고, 법령에 존재하는 사무를 전수조사하여 중앙-지방 간 사무 배분을 위한 기초를 쌓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특히, 지난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출발점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민선 지방자치가 재실시되는 계기가 된 1988년 전부개정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중앙이 이끌고 지방은 따라오는 방식으로 발전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법이니 한 세대를 지나며 성장해 온 지금의 지방자치와는 간극이 있었다. 지방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기틀이 될 이번 전부개정의 주요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첫째, 주민참여의 획기적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였고, 지방의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주민참여권이 신설되었다.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하여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주민조례발안과 주민감사청구를 위한 인구 요건을 완화하며 참여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단체장의 선출 방식 역시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모든 자치단체가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기관분리형을 적용하고 있지만 주민투표를 거쳐 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거나, 의회의 상임위원회가 집행부 역할까지 겸임하는 기관 구성 형태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둘째,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지방의회 사무 직원의 임용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의정 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함으로써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였다. 동시에, 의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성 확보 기제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징계 전에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였다. 지방의회에 기록표결제도를 도입하고 의정 활동 정보공개를 의무화하여, 주민에 의한 견제도 가능하도록 하였다.셋째, 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였다. 국가 중심의 자의적 사무 배분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의 사무로 배분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명확히 하였다. 자치단체 간 광역적 사무를 함께 처리하기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도 가능해진다. 법률이 조례로 위임한 범위에 대한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지방의 국정 참여를 제도화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도입한다.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도 한 해는 가고, 2021년이 다가오고 있다. 올 한 해 열심히 다진 토양 위에서 새로운 지방자치가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고민과 그 결실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는 성숙한 지방자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0-12-22 11:23:50

[기고]대구의 두류신청사 시대를 대망하며

[기고]대구의 두류신청사 시대를 대망하며

대구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고고학계에서는 2006년 달서구 월성동에서 발견된 흑요석 재료의 좀돌날 등 1만3천184점의 유물을 통해 그동안 5천 년의 대구 역사를 2만여 년 전으로 끌어올렸다. 이 역사적 실증을 통해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달서구라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2만 년 대구 역사의 소환이었을까?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가 작년의 오늘(12월 22일) 달서구(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결정되었다. 역사가 가장 깊고 살기 좋은 곳으로 신청사 이전지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대구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영감 어린 상상력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시청사 이전의 역사는 깊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조선시대 경상도를 관할하던 경상감영은 지금의 경상감영공원 터에 자리를 잡았다(1601년). 그 후 대구군, 대구부 행정 체제를 거쳐 대구시로 개칭(1949년)되었고 현재 대구시의회 자리에 시청사가 입지했다. 그 후 현재 위치로 이전(1993년)한 시청사는 드디어 옛 두류정수장 터로 이전(2025년)을 앞두고 있다. 신청사 입지 선정은 투명성, 공정성, 시민 참여 등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확정한 전국 최초 사례라는 의미를 가진다.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시민의 손에 의해 선정된 만큼 이제 우리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두류신청사 시대를 설렘으로 준비해야 한다.지금 대구는 백년대계의 토대가 될 공간구조 전략을 착실히 마련하고 있다. 숙원 사업인 대구공항 이전터를 확정했고, 서대구 고속철도 역사 준공과 구미~경산 광역철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서대구 고속철도 역사와 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을 연결하는 대구산업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동대구 역세권, 신서혁신도시, 수성알파시티 등 동남권 중심 발전에서 벗어나 서부권의 잠자던 성장판을 활짝 열어가며 대구의 균형발전을 위한 틀을 마련하고 있다.대구시는 현재 신청사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 6월 중앙부처의 투자 심사를 거쳐 2023년 1월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달서구에서는 신청사 건립 지원 TF를 구성해 시와 긴밀한 협조 속에 지난 8월에는 신청사 건립 방향 및 주변 지역 개발 발전 전략 연구용역을 진행해 지역 주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구의 새로운 백년대계인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신청사는 대구 시민의 가슴에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두류공원 내에 있는 2·28기념탑을 염두에 두고 2·28민주운동을 이끈 대구 시민정신을 담는 56층(2×28) 쌍둥이 건물로 랜드마크성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인근의 83타워, 이월드, 문화예술회관, 그리고 주변 운동시설과 연계해 편리함을 갖춘 시민들의 소통·휴식·문화 공간으로 설계하고, 3곳으로 분리시키는 도로를 지하화해 두류공원 전체와 시청사 부지를 통으로 묶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일본 도쿄시청의 성공 사례처럼 환경, 디자인, 상징성 등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성이 뛰어난 공공청사로 만들어야 한다.오늘은 대구의 역사를 새롭게 펼칠 신청사 이전지 확정 1년이 되는 특별한 날이다. 한편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이슈화되기도 하는데 대구의 백년대계인 시청사 이전 계획이 이러한 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250만 대구 시민의 염원을 지혜롭게 담으며 위축되어 가는 대구 시민들에게 새로운 자부심은 물론 미래 후손들에게 자랑으로 남을 수 있는 새 시대! 새 역사! '두류신청사 시대'를 뛰는 가슴으로 대망해 본다.

2020-12-21 11:15:25

[기고]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영천

[기고]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영천

필자는 포은 정몽주 선생 21세손이고 집성촌에서 나고 자라 영천이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임고서원은 성리학의 대가인 포은 선생이 태어난 곳이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 애틋하다.얼마 전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마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지방 소멸의 위기와 인구 감소 문제가 안타까웠다. 인터뷰에서 선원마을 어르신 정희웅 씨와 정영호 씨의 애정 어린 마을 사랑을 읽었다. 400년 이상 영일 정씨 집성촌,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재가 있는 전통마을, 한때 주민이 1천여 명이 넘었다는 전설 같은 슬픈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문득 필자가 있었던 대구 김광석거리가 떠올랐다. 도시가 젊어지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가 역동적이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 마을 주민도 있고 청년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청소년과 청년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마을 주민이 이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와 전통,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해 나가는 곳이 된다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교의 고장과 전통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사고로 문학, 독서, 인문학, 예술 등과 협업이 필요하기도 하다.시인보호구역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청소년독서문화캠프에 경상권 대표 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대구와 경북, 두 곳에서 진행했는데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의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책을 읽는 전형적인 독서캠프가 아니라 문학작품이 뮤지컬로 변신하고 문학작품이 사진·연극·만화·동화 등으로 재탄생되는, 책 없는 독서캠프였다. 역시나 참가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통 체험프로그램, 유교적 예절 교육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4D, 5G 세대인 청소년들에게는 구석기시대 유물로 치부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또 작년에는 영호남문학청년학교를 2박 3일 캠프로 기획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문학은 시, 소설, 수필, 평론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도 최근에는 여행 에세이, 웹소설, SF소설이 새로운 장르로 떠올랐다. 영호남문학청년학교 프로그램에 기존 문학 장르는 물론 문학 청년들이 좋아하고 주목하는 장르도 접목했다. 아니나 다를까, 웹소설 캠프에 가장 많은 청년들이 몰렸다. '역동적으로 된다'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역동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 또한 역동적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때 우리 캠프의 평균연령은 30세였다.필자는 임고서원 운영이 포은선생숭모사업회로 넘어가기 전 담당 공무원을 통해 임고서원 일대 인문예술마을만들기 프로젝트 기획서를 제안한 바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쓰고, 이들의 활동을 다큐영화로 제작하고, 어르신들의 스토리를 그림으로 그려 마을회관이나 빈집을 통해 마을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는 안 등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좋은 기획이라고 하면서 실과에 소개시켜 줬지만 성사되진 못했다.문학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우리는 이미 어떤 장르와도 어떤 지역과도 어떤 세대와도 협업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폭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영천의 지방 소멸 위기와 인구 감소 문제를 고민했으면 한다.

2020-12-20 16: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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