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특별기고] 떨림과 울림이 있는 따뜻한 경북교육

흩어진 낙엽 위로 각자의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들이 또 한 해의 나이테를 키워가며 기해년이 저물어간다.벌거벗은 나무들이 빈 까치집 하나만 품고도 바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혹독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든든한 뿌리는 '희망'이다.아버지로부터 나로 이어진 생명, 나로부터 아이들에게 이어진 희망, 희망이 있는 한 움직일 힘이 있고, 나아갈 지도가 있다고 했다.우리 사회가, 우리 교육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꿈꾸었다.교육의 희망을 찾아 발로 뛰었던 취임 2년 차! 지난 2년은 경북교육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더 나은 희망을 찾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북교육 가족과 함께 호흡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경북교육'을 위해 '신나는 교실, 소통하는 학교, 함께 여는 미래'로 지표를 설정해 4대 정책 방향과 20개 정책 과제도 정했다. 아이들의 지성과 인성,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가 망라된 경북교육의 이정표를 세웠다. 모든 것을 바꿀 시간으로는 부족했지만, 희망을 향해 경북교육 가족 모두가 두 손을 맞잡을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교실 수업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썩 괜찮은 학교라는 말을 듣는 요즘, 경북교육의 수장으로서 가슴 아픈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들의 사랑을 아이들의 허전하고 삭막한 마음에 어떻게 채워 넣을까를 고민했다. 콩나물은 물만 주어도 쑥쑥 잘 자란다. 그 물에 사랑과 격려와 염려를 함께 담아서 흠씬흠씬 주고 싶었다. 바로 경북의 떨림과 울림의 '시울림이 있는 학교'도 그중 하나다.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는 매력을 지녀야 하고, 듣는 이들의 영혼을 인도해야 한다"고 했다.시(詩)만큼 자기 단련과 자기 승화에 더 좋은 것이 없기에, 경북교육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를 통한 인성교육을 시도했다. 한 학년에 1인 1편의 시 암송으로 교정에 시울림이 울려 퍼져서 사람 향기 그윽한 교육의 전당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 결과 올해 전체 약 60% 정도인 544개 학교가 교육과정과 연계한 시울림 학교를 운영했다.아이와 아이, 아이와 부모님,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끌림과 떨림, 그리고 가슴 울림의 감동을 주는 시 낭송을 통해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표현력을 키우고 내 주변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삶의 힘이 되기를 염원했다.날마다 뉴스로 가득한 세상이다. 변해가는 세상에 슬퍼하는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은 한 편의 시, 한 줄의 시 구절일 것이다.'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수능시험 필적확인란의 시 한 구절에 모든 국민이 감동한 이유이기도 하다. 군고구마의 노란 속살을 발라내 주시던 외할머니의 투박하고 주름진 손등을 기억하는 우리 세대는 어쩌면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따뜻한 밥 한 공기의 온기와 같은 시 한 편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경북교육청의 '따뜻한 교육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부족한 것도 많지만, 곳곳에서 따뜻함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힘을 낸다. 서서히 달아올라 오래 따뜻함을 유지하는 온돌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걸어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느림의 미학을 지키겠다. 꿈과 희망과 미래가 있는 경북교육이 이 세모에 집집이 밥상머리 메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19-11-14 19:21:58

신호종 전 대구고검 사무국장

[기고] 야구감독의 선택

창단 50년 만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첫 진출한 워싱턴 내셔널스가 2019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승률 2위 LA 다저스(106승)와 1위 휴스턴 애스트로스(107승)를 차례로 물리친 9위(93승) 워싱턴의 우승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이게 바로 야구다. 역전패당한 휴스턴과 다저스는 경기가 끝났음에도 '패장의 선택'에 대하여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잘 던지고 있는 A투수를 왜 교체했느냐? B투수를 잘못 투입한 것이 패인이다. C타자를 왜 선발에서 제외했느냐? 성적이 신통치 않은 D타자를 출전시킨 이유가 뭐냐?' 등등.힌치 감독은 2년 전 휴스턴에 창단 55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안겼던 명장이다. 로버츠 감독도 부임 후 4년 연속 다저스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두 감독 모두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정규시즌 승률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더 갈망하는 게 팬들의 요구다. 워싱턴과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7이닝 초반까지 잘 던진 선발투수 그레인키를 교체한 힌치 감독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팬들은 믿는다. 로버츠 감독도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7회까지 3대 1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투수 커쇼를 구원투수로 깜짝 등판시켜 홈런을 맞아 패하게 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반면에 워싱턴의 마르티네스 감독은 전력이 열세임에도 선발투수 2명을 적시에 등판시켜 우승을 이끌었다고 칭송받는다. 야구의 묘미는 공 한 개로 승패가 갈리는 데 있다. 투수는 공 하나로 타자를 아웃시킬 수도 있지만 홈런을 얻어맞을 수도 있다. 타자는 똬리 튼 독사가 먹잇감을 노리듯 공을 때려 홈런을 쳐낸다. 감독은 매 순간 공 한 개에 대한 선택으로 피를 말리는 고민을 해야 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혹독한 직업이다.물론 수시로 코치의 조언과 데이터를 제공받지만 선택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다저스와 휴스턴은 슈퍼컴퓨터와 분석관까지 둬 감독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반면에 마르티네스 감독은 경험과 소통을 중시하는 다소 올드한 직감 야구를 선호한다. 부상 중이던 선발투수 슈어저의 몸 상태를 직접 점검한 후 그의 투지를 믿고 등판시켜 승리를 이끈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그는 5차전에서 심판의 볼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선수 사기를 높이고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그만의 선택이었다. 소통이냐, 불통이냐. 선수에 대한 믿음이냐, 데이터 중시냐. 이런 차이다.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은 투수 34명, 워싱턴은 28명을 등판시켰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다저스는 투수 26명, 워싱턴은 22명을 등판시켰다는 데이터는 마르티네스 감독의 투수에 대한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통과 믿음의 직감 야구가 데이터 야구를 이긴 셈이다.힌치와 로버츠 감독은 자신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택이었다고 정당함을 강변한다. 구단도 두 감독을 신뢰하여 내년 시즌을 보장했다. 이런 엇박자가 팬들을 더 화나게 하는 이유다. 응원 함성이 한순간에 비난의 폭풍으로 뒤바뀔 수 있고 팬들이 조용히 야구장을 떠날 것이다. 자신이 한 선택을 팬들의 입장에서 되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공감, 진정성, 용기야말로 이 시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곱씹어 볼 기회였다.

2019-11-14 11:10:01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특별기고] 개도국 특권 포기를 보며

한국 경제 위상에 어쩔 수 없다지만 농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 결정 곤란침체 빠져 있는 농촌 경제에 희망을 문재인 정부 농업 정책 대전환 필요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특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부 발표에 농촌이 들끓고 있다. 개도국 특혜의 포기는 농업 포기로 생각한다. 농민 단체의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전국적인 항의가 지속된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 가축질병 발생으로 농촌 경제가 매우 침체돼 있다.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부 결정 과정에 농민과 소통이나 설득 부족도 지적받는다. 개도국은 경제 규모나 사회제도, 국가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에 국제협상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특별 대우 중 중요한 것은 관세와 보조금 감축에서의 우대다. 개도국은 선진국 의무의 3분의 2만 이행하면 된다. 1995년 출범한 WTO 체제에서 선진국은 관세를 6년간 36%를 감축한다. 개도국은 10년에 걸쳐 24%를 감축한다. 국내 보조금의 경우 선진국은 6년간 20%를 감축하나 개도국은 10년간 13.3%를 감축한다. 개도국은 선진국에 비해 감축률은 적게 하고 감축 기간은 길게 잡아주는 것이다.'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부 결정도 일리가 있다. 우리 경제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 경제는 GDP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은 국가로 국제 위상이 높아졌다. 우리는 OECD 가입국이고 G20 회원국이다. 세계은행이 분류한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만2천56달러가 넘는 고소득 국가이며 지난해 우리는 3만달러를 넘었다. 무역 규모도 2018년 기준으로 수출이 3%, 수입이 2.8%로 세계 상품무역이 0.5%를 훌쩍 넘는 국가다.WTO에서 우리의 개도국 특혜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고, 우리보다 못한 국가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현재의 관세나 보조금 감축에 영향이 없다.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의 협상부터 적용된다. 당장에는 대비할 시간이 많고 그 기간 안에 근본적인 농업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언젠가는 포기해야 할 개도국 지위이다. 국제적 위상, 국내 경제 상황, 차기 협상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 우리 주장을 관철하기가 어렵다.OECD 가입을 준비하기 위해 필자가 OECD에 근무할 때이다.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는 우리가 개발도상국이라는 주장을 관철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OECD는 '선진국이 가입하는 클럽'인데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면 되느냐? 특정 산업(농업)을 개도국으로 취급하면서 OECD에 가입하기는 어렵다는 사무국 관계자들과 많은 논쟁을 하면서 어렵게 관철시켰다. 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한 이후 25년이 지나 우리 경제의 국내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브라질, 싱가포르 등도 개도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다.다만, 개도국 특혜 주장이 당장에는 득(得)이 없고 실(失)은 클 수 있다는 판단은 위험하다. 차기 협상에 변수가 많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대결 구도로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개도국 지위 포기의 시기나 방법도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경쟁력 제고 대책의 실효성도 의심된다. 국회에 제출한 2020년 농업 부문 예산은 15조3천억원 수준이다. 전체 예산(513조5천억원)의 2.9% 수준으로 지난해 3.1%에 비해 줄었다. 최근 6년 내의 최저 수준이다. 농업경쟁력 제고 대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공허하게 들린다.당장 시급한 '공익형 직불제'라도 조기 시행해야 한다. 차기 협상에서 감축될 가능성이 없고 WTO가 허용하는 제도이다. 지급상한도 없고 가격에 관계없이 일정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중 직불금 예산도 2조2천억원 수준이다. 지난해의 1조4천억원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났다. 농업 직불금의 81%가 쌀에 집중되어 쌀 공급 과잉을 야기한다. 타 작물과의 균형을 취하고 농가별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공익형 직불제' 시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도국 지위 포기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농촌 경제에 희망을 주자. 문재인 정부 농업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2019-11-13 11:05:55

김영국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

[기고] 한일, 미중 무역 갈등의 해법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3대 핵심 반도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및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출을 제한하였다. 8월에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의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였다.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지속되고 있는 한일 갈등 고조의 결과로 글로벌 스마트폰의 가격 상승을 불러왔고, 양국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빨간 신호가 켜지고 있다.한일 분쟁의 여파는 기존의 미중 무역 갈등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에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처럼 큰 피해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현재 무역 구조는 향후 무역 교역국의 다변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이 시대적 과제의 해결책 중 하나가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서 제의된 3P를 핵심으로 하는 아세안 10개국 대상의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 정책이 아닐까 싶다.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진행 과정이 무척 궁금하다.3P는 사람공동체와 평화공동체, 상생번영공동체를 일컫는다. 핵심은 우리 주변의 신흥 아세안 국가들과의 상생 협력 수준을 한층 더 높여 4대 강국(중국과 미국, 일본과 러시아)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곧 글로벌 시장의 다변화를 통하여 기존의 상품 중심 교역뿐만 아니라, 관광과 문화예술 교류, 무역과 투자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확충, 신남방 지역 내 연계성 증진을 위한 인프라 개발, 중소 및 중견기업의 시장 진출과 상호 교류 활동의 지원 확대, 신산업 및 스마트 협력 등이다.또한 기술 분야를 포함하여 인적 교류, 한반도의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에 이르기까지 교역의 범위도 더욱 크게 넓힘으로써 우리의 대내외 글로벌 경제 영역을 한층 더 확장해 나가자는 전략이다. 아울러 국방과 안보 차원에서 보면, 현재 북한과 외교 채널을 갖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과의 북핵 대응을 위한 공동 노력과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연일 서민경제와 가계경제를 포함하여 국가경제의 빨간 신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엄청나게 크게 들린다.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국가경제의 선택과 집중만이 지금의 살길이다.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중요한 일과 급한 일 중에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가?4차 산업혁명과 6차 산업이 광속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시장의 경쟁 속에서 자국(自國)의 이익을 우선하는 통상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미국에 의존적인 우리의 안보와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는 경제 구조는 우리가 안고 있는 양 날개 같은 구조이기 때문이다.지금의 우리 경제는 추풍(秋風)낙엽과 다름없지 않은가? 올해는 태풍도 잦았다. 지겹고 보기 싫은 정쟁(政爭)의 언행들을 중단하라. 낙과(落果)와 쓰러진 벼를 보는 농부의 마음처럼 참으로 우울하다. 이토록 지쳐가는 민심(民心)을 달래줄 기분 좋은 신남방 정책 실현의 좋은 소식이 언제쯤 올까 한없이 기다려지는 때이다.

2019-11-13 11:04:07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기고] 스토리가 있는 문화도시, 대구  

오늘날 세계의 주요 도시는 도시 이미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만의 고유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활용해서 문화상품을 만들고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창조한다. 스토리는 무형의 창조적 콘텐츠로서 보다 활발하고 매력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우리 대구에서는 민족시인 이상화를 비롯해 한국 근대 문화예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가 근대골목이라는 관광 콘텐츠, 그리고 스토리를 입은 공연 콘텐츠로 재탄생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시인 이상화와 이장희가 문학을 이야기하고, 작곡가 박태준·박태원 형제가 음악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근대골목, 그 길을 뒤이어 걸어간 음악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6·25 피란 시절을 전후로 전국에서 모인 예술인들과 함께 교류하며, 예술로 지역사회를 치유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남산동에서 향촌동에 이르기까지, 예술계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후원금을 모아 음악회를 열었다. 매일 저녁 음악감상실 '녹향'에 모여 예술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들은 음악가를 길러낼 교육기관을 만들었고 교향악 운동과 오페라 운동에 힘썼다. 예술만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지역사회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예술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대구에서는 창단 55주년을 맞은 시립교향악단이 활약하고 있고, 매년 가을 국제오페라축제와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가 펼쳐지고 있다. 대구시는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음악 분야로 당당히 가입했다.이에 대구시는 더 늦기 전에 근현대 대구문화예술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수집하기로 했다. 올해 초 문화예술 기관·단체장 및 실무진이 참여하는 '아카이빙 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8월에는 문화예술 진흥 조례 개정을 통해 문화예술 자료 보관을 의무화했다. 올해는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가입 2주년을 기념해 클래식 운동에 힘쓴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음악 이론가들의 자료와 생존 원로 음악가들의 증언을 수집해, 지역 방송사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내년부터는 순차적으로 문학, 무용, 연극 등 예술 각 분야의 원로 예술가들의 증언과 자료 수집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그들이 남긴 하나하나의 점들을 이어 근대골목 코스의 뒤를 잇는 '문화지도'를 개척할 것이다. 향촌동·북성로 등 구(舊)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부터 6·25 피란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의 흔적과 스토리들을 발굴·재조명하여 문화관광·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이 밖에도 대구시 산하 문화예술 기관·단체들도 꼼꼼히 기록을 점검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이 10년사를 준비하고 있고 대구문화예술회관도 대구시립예술단과 함께한 30년의 흔적을 정리하고 있다.미래 문화도시는 더 이상 특정 건물 혹은 기반시설 건립을 통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지 않는다. 도시 고유의 스토리를 간직하고 그것을 랜드마크로 삼아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킨, 지속가능한 문화도시가 바로 우리 대구시가 지향하는 미래가 될 것이다.

2019-11-11 11:11:05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기고]올바른 검찰개혁의 방향

최근 야당에서 벌거숭이 임금님을 패러디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자 여당은 대통령의 품위를 격하시켰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였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를 지켜보면서 '벌거숭이 임금님' 우화를 떠올렸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벌거숭이 임금과 다른 점은 자신이 앞장서서 조 전 장관이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고 능력 있는 적임자라고 강변했다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그동안 양심적 지식인임을 자처했던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의 주장에 아무런 비판 없이 동조하였다. 국론 분열이라는 치명적 결과만 아니었다면 한 편의 소극을 보는 기분이었다.검사 생활을 오래 했던 필자 역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1999년 심재륜 고검장의 항명 파동 때 서울중앙지검에서 평검사들의 총장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한 적이 있고, 모 월간지에 "탈피하지 않는 뱀은 죽는다"는 제목으로 검찰의 인사 관행과 수사 시스템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다.그러나 지금 정부의 검찰 개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적절하다. 검찰 개혁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조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의 상징 내지는 순교자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공수처' 법안은 입법 체계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 내용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수사 대상은 고위 공직자들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반면에 기소 대상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관으로 제한하는 기형적 법안인데, 검사를 표적으로 한 입법이라는 것이 명백하다.여권 인사를 수사하는 검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근한 예로 '피의사실공표'의 경우 수사 정보가 수사기관에 의해 유출되기보다는 사건 관련자에 의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여권 인사를 한창 수사하고 있는 검사에 대해서 '피의사실공표' 등을 이유로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공수처장 임명 절차가 중립적이라고 강변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원 면면을 보면 결국 대통령이 선호하는 친여 성향의 인사가 지명될 것이 분명하다.필자는 제대로 된 검찰 개혁 방안이라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검사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인사권의 독립 없이는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둘째, 검찰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가령 사회의 주목을 받는 주요 사건이나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피의자, 피해자, 관계인, 변호인 등을 상대로 그 검사가 합법적이고 인권친화적인 수사를 진행하였는지 사후에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인사에 반영하여야 한다.셋째, 수사만능주의를 극복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발단된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 착수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검찰권을 이용한 국정운영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다만, 이를 검사에게만 맡길 경우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검사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 수사 회피 내지는 유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2019-11-10 15:41:05

김용하 한국수목원관리원이사장

[기고] 갑질 식물 칡넝쿨에서 답을 찾다.

올해도 더위에 지쳐가던 7월 말 즈음 아내가 내민 얼음 몇 알 띄운 칡즙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더위와 갈증을 한 번에 삭여준 고마운 칡즙을 다 마셔갈 때쯤 문득 칡에 대한 일반적인 우리의 인식은 어떨지 생각해 봤다.칡은 조선 중기부터 뿌리의 녹말인 갈분을 이용해 구황작물로 이용됐고, 줄기의 껍질은 견, 면 등 이전의 직물인 갈포의 원료로 사용했다. 이젠 농업생산성 향상으로 구황작물에서 벗어나 건강식품으로 애용된다. 간에 좋으며 피로를 푸는데 효율적이고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에스트로겐 성분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시키는 이소플라본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최고의 건강식품이다.그런데 갑질 식물이라니? 구황작물로 허기를 달래고, 옷의 재료가 되는 천을 만들어줬던, 우리 몸을 지켜주고 병을 치유해 주던 고마운 칡은 생각보다 다른 식물에 대한 횡포가 심한 식물이다.칡이라는 놈은 덩굴성 목본식물로 추위에도 강하고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는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줄기를 20m까지 길게 뻗어가면서 주위의 다른 나무나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생명력이 워낙 강해 주변의 다른 식물들을 덮어서 햇빛을 가리는 탓에 칡넝쿨이 우거진 곳은 금방 황폐화되기 십상이다.쓰임새가 많은 식물임에도 토지 장악력이 어마어마해서 제때 손쓰지 않으면 땅 자체를 포기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억센 녀석이다. 환경부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고시 중인 가시박이나 환삼덩굴 같은 식물에 비하면 우리에게 고마운 식물이긴 하지만, 자생식물 중에서도 이런 갑질 식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갑질 횡포가 심한 것이 칡이다.무분별한 칡 확산 우려는 국내뿐만 아니다. 미국도 산의 사면 안정을 위해 칡을 도입했으나 초기에만 그 효과를 미미하게 보았고, 칡의 무궁한 생명력에 참패해 사람과 돈을 써가면서 전문적으로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이쯤되면 칡은 '글로벌 갑질 식물'로 분류해도 무방하겠다.현 정부는 갑질을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된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의미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내 이익과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 특히 약자라고 판단되는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언행 모두 갑질로 볼 수 있다.칡과 갑질을 연관시켜보면 갑질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부 주도로 갑질에 대한 종합대책이 수립되고 공공분야로부터 시작한 갑질 근절 의지가 점차 민간으로 확산 중인 이 시점은 곧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칡넝쿨 제거 5개년 계획'과 같이 무지막지한 칡넝쿨 확산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실시하는 좋은 예라 할 것이고, 또 다른 지자체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칡 수매를 통한 '칡넝쿨 비료화 사업'은 갑질 예방과 사후대책을 통한 올바른 조직문화 정착과 그 맥을 같이 하는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계획을 수립하고 환류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이 된 셈이니 이제 남은 것은 칡을 뿌리째 거두어 매각할 일과 비료로 만드는 수고만 남았다. 이런 수고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바른 인식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나 자신부터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라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갈 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갑질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뿌리와 줄기를 퍼트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이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갑질, 이제는 과감하게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김용하 한국수목원관리원장

2019-11-07 11:44:25

황기호 수성구의회 의원

[기고]지방분권 의지 강한 총선후보 보고 싶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듯 조선시대부터 수도로 사용한 한양 즉, 지금의 서울은 수백 년 동안 국가의 수도가 되면서 한국의 도시 중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1990년대 이후로 지방도시가 쇠락하고 서울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져 사람과 대기업들이 중앙인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기현상을 보였다.시골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산골오지의 마을이 아니라 군 단위의 마을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대구와 같은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 유출이 점점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 인구의 유출로 지방 도시는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이 서울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기회를 찾아 태어나고 자란 지방을 떠나 서울로 서울로 가고 있다.매일신문에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地方分權) 정책이 '포장만 화려했지 알맹이는 없다'는 기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지방소멸을 재촉하는 정책들을 더 많이 내놓았다는 것이다.필자는 수성구 자치분권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무엇인가? 권리를 지방으로 나누는 것 즉, 중앙으로부터 집중된 많은 권리를 지방정부로 나누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 기능의 책임과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왜? 지방분권이 필요한가?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살림을 살다 보면 지방의 특수성과 애로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지방의 균형발전이 어렵기 때문에 지방분권이 꼭 필요하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중앙정부로부터의 하달식이 아닌 지방정부 스스로가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 문화, 행정 등을 함으로써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은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우리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관습처럼 되어 있다. '중앙으로 중앙으로부터'라는 잘못된 악순환의 관습을 깨야 한다. 지방분권의 활성화 차원에서 작년에는 지방분권 관련 마술쇼, 올해는 지방분권을 주제로 한 뮤지컬과 토크쇼를 통한 홍보 등이 있었다. 1년에 한두 번의 홍보가 아니라 축제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교육과 홍보를 통한 지방분권 필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물론 시작은 중앙의 살림을 사는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게 전제되어야 지방분권이 가능한 것이다. 과연 그 많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는가?역사적으로 볼 때 자기에게 주어진 많은 권리를 내려놓은 왕이나 지도자는 없었다. 그러나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분권 운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틀림없다.자치분권이 이루어지면 행복한 시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면 주민이 주인인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닐까.내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의원들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꼭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2019-11-07 02:30:00

이영애 대구시의원

[기고] 지역의 작가, 지역의 책이 문학도시를 만든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출판사가 기획한 '100인 100책-대구에 산다, 대구를 읽다'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대구에 살고 있는 저술가들이 대구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한 100여 권의 책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책 중에는 시, 수필 등 문학도 있고, 사회학도 있고, 아무튼 장르가 다양했다. 출판기념회를 기획한 출판사의 대표는 "대구의 작가를 대구가 먼저 알아줘야 서울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출판사 대표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작가들은 어떠한 작가인가? 대형출판사에서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유명작가들과 대형서점에서 소위 베스트셀러로 지정된 작품들의 작가쯤으로 생각하기 쉽다.지역 출판 관련 정책도 그러하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에서 선정하는 도서만 봐도 지역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대구시가 선정한 '2019 대구 올해의 책 10권' 중 지역의 책은 '대구 독립운동 유적 100곳 답사여행' 한 권뿐이다. 나머지 9권의 책은 모두 대구와 연관이 없는 서울권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책들이었다. 대구시립도서관에서 선정한 '2019년 올해의 한 책' 역시 서울의 메이저 출판사의 유명 작가의 책이었다.문학 정책에서부터 대구가 지금과 같이 지역 서적과 출판사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대구문학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지역 작가들은 영세한 지역 출판사보다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 서울 출판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당연히 지역에서 발행되는 서적 역시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지역 서점 역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지역 시인이 운영하던 독립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라며 지금까지 유지한 것도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백화점에 입점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주류인 시대에 영세한 지역 서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서점 멸종 지역'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을 보면 얼마나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지금과 같이 대구의 문학정책이 지역 작가, 출판사, 서점을 배려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작가멸종지역', '출판사멸종지역', '서점멸종지역'이 될 수도 있다.학창 시절 매년 가을이 되면 동네 서점에서 개최하는 '문학의 밤'을 찾아가곤 했다. 은은한 LP음악과 책이야기가 있는 문학의 밤은 배려가 있는 나눔의 공간이었다. 오래된 서적에서부터 신간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감상평을 나누고, 듣고, 공감하는 시간, 오롯이 책으로 하나 된 행사였다.하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책과 서점은 어떠한 추억으로 남게 될까?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는 오늘날에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한 권의 책이 전하는 감성을 누려볼 수 있을까?지역의 작가, 출판사, 서점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미래 대구 문학의 기반이며 후대에게 지역의 문화를 전하는 유일한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시대가 변하고 책의 문화도 디지털화되면서 한 장, 한 장 넘겨 읽는 종이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시대가 변하여도 책의 가치는 영원불변하다는 것이다.

2019-11-03 16:07:51

강성환 대구시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장)

[기고]대구시 예산 제때 제대로 사용되나

예산이란 오늘날 젊은이들의 표현으로는 '시민의 피와 땀', 선인들의 말씀으로는 '백성의 살점(肉)이고 기름(脂)'이다.1980년대까지 경상감영 선화당(宣化堂) 기둥엔 영조(英祖)가 친필로 써서 내린 주연이 걸려 있었다.'그대가 사용하는 봉록(예산)은 바로 백성의 살이고 기름이니, 아래 백성이라고 학대하지만 하늘을 속이기는 어려울 걸세.'이 말은 두말 할 필요 없이 달구벌 선비정신의 토대를 마련한 여말(麗末) 추적(秋糴) 선생의 명심보감에도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속담에도 '성을 쌓기는 쉽다. 성을 지키자면 백성들이 죽어야 한다'(築城易守城民死)라고 했다.비록 대구시 예산이 미스매칭·나눠먹기·주먹구구·선심성 예산이라 불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마카 디비자'(모두 다 뒤집자), 이 외침이 메아리 없는 '광야의 외침'이 될지라도 적어도 다음과 같이 예산 편성이 되도록 감시할 것이다.첫째, 손발이 따로 노는 미스매칭 예산을 이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예산으로 변혁하겠다. 아무리 좋은 대통령 선물 보따리이고 국비 예산폭탄이라도 지역 현실과 맞물리지 않으면 한 푼도 편성하지 않는다는 각오다. 더 이상 치적 쌓기로 후손에게 고정운영비를 부담으로 지우지 않겠다. 또한 국책사업은 타당성, 현실성, 미래확장성 등을 매트릭스로 분석해서 유치하도록 할 것이다.둘째, 대구시 자체 예산을 ▷지렛대 예산 ▷해독제 예산제도 ▷미래 종자 예산으로 집행되도록 하겠다. 2019년 대구시 연간 일반 예산은 약 6조원, 2017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약 54조원으로 11% 정도가 된다. 즉 대구시 예산은 지역경제에 지렛대 효과를 가진다. 같은 예산이라도 적소 적시에 투입해서 예산 낭비를 제거하고 지역산업에 최소 예산 최대 효과를 도모할 것이다.또한 위기 때 황금시간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자 특정산업에 직접 투입하는 '헬리콥터 기법'도 감행하겠다. 수요 이상의 과잉 개발, 필요 이상의 초과 투입, 과도한 고정비용 부담을 자초하는 사업, 모태산업과 불협화 국책사업 등은 사전에 방지하도록 해독제 예산제도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반대로 아무리 사소하고 어려운 산업이라도 미래 먹거리가 된다면 미래 종자 예산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마지막으로, 350m 도로를 개설하는 데 6년에 걸쳐 보상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구시 예산 편성 실태이다.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또한 355억원을 들여 2008년 준공한 달성2차산업단지 소각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아 연간 관리비만 2억8천만원을 낭비하고 있다. 2천836억원을 들여 설립한 대구스타디움은 지나치게 과대 투자해 2018년 기준 연간 주경기장은 이용일수가 61일, 이용자수 15만 명에 불과한 실정으로 대구FC 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가 설립된 이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이런 예산 낭비 사례를 교훈 삼아 대구시에서 다시는 시민들로부터 비난받는 시설물이 건설되지 않도록 견제 및 감시 역할을 철저히 하여 시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

2019-10-31 11:21:36

자신의 서재에서 책을 찾고 있는 송일호 작가.

[기고] 죽어가는 독서 이대로 좋은가

한때 가을을 독서의 계절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할 만큼 책은 우리에게 사랑을 받았고,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창간 50주년을 맞이한 '샘터'가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쓸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1980년대 우후죽순같이 쏟아져 나온 정기간행물이 지금은 10분의 1도 남아 있지 않다.UN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0분 이상 독서를 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된다고 한다. 1년에 단 한 번도 서점에 들르지 않는 사람이 95%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독서는 완전히 죽었다.옛날과 달리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독서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세 살 꼬마부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에 미쳐 있다. 스마트폰이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해할 정도로 중독되어 있다.독서와 국력은 너무나 정비례한다. 후진국 아프리카는 못사는 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 선진국 유럽이나 미국은 잘사는 만큼 책을 많이 읽는다. 우리나라도 도시인과 엘리트 직장인은 책을 많이 읽는다. 두 권 읽는 자가 한 권 읽는 자를 지배한다. 다양한 필독서를 읽지 않으면 평생 살아가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삶의 질은 보릿고개 때보다 훨씬 못하다. 물질문명은 나날이 발전했는데 정신문화는 뒤떨어졌기 때문이다.이것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 이 때문에 '책은 최고의 스승, 마음의 양식,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토크만은 이렇게 말했다. "책이 없으면 역사는 침묵하고, 문학과 학문은 벙어리가 되고, 과학은 절름발이가 된다."2천 년 방랑 민족 이스라엘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탈무드'란 책이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1만 권 책 읽기가 의무로 되어 있는 나라이다.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강철왕 카네기가 전 재산을 바쳐 전국에 지어준 2천500개의 도서관이 큰 역할을 했다. 종교 탄압으로 영국에서 이민 온 청교도들에게 지식을 심어 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미국이 있다. 세계에서 도서관이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독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화·습관화되어야 평생 취미로 이어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5공 시절 정치적 목적으로 별을 보고 학교 가고 별을 보고 집에 오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독서의 길을 막았다. 이후 대학생은 취직 시험에, 직장인은 회사에 매달려 독서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우리나라 현실은 초등학교 때 독서의 기반을 잡아 놓아야 한다.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는 어른과 대화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그만큼 지적 수준을 쌓아 놓은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영상매체는 직선적이고 파괴적이고 쾌락적이다. 여기에 물들지 않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영상매체는 뇌파의 움직임이 거의 없지만 독서는 뇌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독서는 지식을 심어주고, 기억력 사고력 집중력을 키워주고 인내심을 길러준다. 삶의 간접경험을 쌓게 하여 인생 진로를 열어준다. 입시나 취직에 도움을 주고 고민을 해결해준다. 교양을 쌓게 하고 재미가 있다. 독서 꼴찌 국가로 우리는 이것을 잃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19-10-30 11:04:09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특별기고] 깊어가는 가을, 결혼의 축복을 찾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98명국가 소멸 위험국으로 지목인구절벽 해소 첫걸음은 결혼청춘들에 가정의 가치 알려야가을은 하늘로부터 위로를 얻는 때이다. 청명한 하늘은 삶에 찌들어 있는 우리의 눈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 맑은 가을 하늘 때문일까? 주변 곳곳에서 알려오는 결혼 청첩장을 접하며 가문의 축복을 빌어준다.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최악을 달리고 있다. 특히 청춘 남녀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48.1%)로 떨어졌다는 소식은 씁쓰레하다 못해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마저 든다. 한 국가의 현상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이기에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을 넘어 국가 소멸 위험국가로 지목되고 있다.출산율 감소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서 크게 기인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의 큰 축을 담당했던 베이비부머 시절에는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야(매년 100만 명 정도 출생) 한다는 생각이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가치 실현을 우선시하고 결혼 기피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피 현상은 청년들의 취업난, 주거 불안정, 구속받기 싫어하는 태도, 그리고 기성세대의 무관심 때문이라 생각한다.그동안 정부에서는 많은 저출산 극복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 그러나 비혼 현상을 지나치고 인구 문제를 논할 수 없고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첫걸음은 바로 결혼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6년 달서구청장으로 취임 하면서 인구절벽 해결 해법의 큰 몫을 결혼에서 찾고자 전국 최초 결혼장려팀을 신설하고 또한 조례를 제정했다. 나아가 달서결혼특구 선포, 공공장소 결혼식장 11개소 개방 및 결혼테마공원 조성, 20개의 기관·단체 간 MOU 체결 등을 통해 결혼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결혼 인식 개선 아카데미, '하늘열차 도시철도 데이트' '사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생애주기별 교육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며 지금까지 55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민간활동 등을 포함해 73쌍의 성혼 결실을 맺었다. 지금 달서구의 결혼 장려 정책은 연못의 물수제비 파장처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오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 '신나는 결혼 1번지 달서'의 명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나는 결혼 장려 정책의 전국 파급을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직접 건의도 했었고 국무총리께 서한문을 보내 제안하기도 했다. 머지않아 결혼 정책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는 작은 꿈이 실현되리라 믿는다.결혼은 이기심이나 물질적 조건이 앞서서는 안 된다. 나 자신의 결혼 태도를 성찰하기보다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의 배우자를 찾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은 결혼의 본질을 간과한 결과이다. 결혼 조건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서로 채우고 사랑하다 보면 숨어 있는 진주가 발견되듯 우리 인생사에 숨겨져 있는 행복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청춘들에게 결혼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 듯한 자세보다 결혼·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하며 숨겨진 축복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 사용이나 '나 혼자 산다'와 같은 TV 프로그램 방영은 자제해야 할 것이며, 결혼과 출산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이고 가정은 우리 사회의 행복 세포임을 깨닫도록 가르쳐야 한다.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처럼 국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결혼 장려 문화를 범국민 운동으로 펼쳐 사회풍토를 개선해 나간다면 반드시 인구절벽 위기를 극복하는 큼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결혼은 결코 어느 한쪽의 이익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배려와 존중으로 행복의 나무를 함께 키우는 출발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이자 행복 결정체인 것이다. 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든 청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설레는 이 가을에, 사랑하라! 결혼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성을 기울이면 분명코 축복의 샘이다."

2019-10-28 17:38:00

이진련 대구광역시의회 의원

[기고]대구시 유관기관장 인사 공정하게

지난 10일 열린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대구시 유관기관장 인사에 권영진 대구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실제 지난해 9월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이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에 취임했고, 올해 5월에는 권 시장의 전 비서실장이 대구도시철도공사 자회사인 대구메트로환경 사장 자리에 앉았고, 이달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인물이 엑스코 사장에 취임해 내정설 등 뒷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또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던 전 경제부시장은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에 취임하려다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고, 대구경북 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에 취업하려던 또 다른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도 취업 제한 결정으로 인사가 좌절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아직 대구시장의 대구시 산하 및 유관기관 인사 관행은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물론 권 시장의 국감 답변처럼 "사실이 아니라, 개연성으로 추측한 것"이란 말이 진실이기를 믿고 싶다. 하지만 '배 밭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유사한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시민들로 하여금 대구시 유관기관장 인사에 대한 낙하산 우려가 사실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대구시 차원의 투명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그 시작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 원장 공모에서부터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패션연은 지난 7월 1일 원장 채용 공모를 냈지만 지원자 4명이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아 선임이 무산됐다. 이어 8월 21일 재공모에 나섰지만 1차 모집에서 부적격 처리된 4명을 포함한 6명이 지원하는데 그쳤고, 패션연은 서류심사를 열지 않고 후보자 전원에 대해 면접 기회를 주기로 의결했다. 이러한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패션계 일각에서는 특정 지원자 밀어주기가 아닌지 벌써부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물론, 패션연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전문연구기관이고 지역의 원장추천위원회에서는 3배수의 인사를 산자부에 제출하는 것뿐이라 대구시장은 이번 인사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패션연이 대구시에 운영비와 각종 사업과제를 수행하므로 대구시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다.따라서 패션연 원장 공모에서도 시민들이 볼 때 낙하산으로 오인될 수 있는 사람이 임용되는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는 방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관련 절차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 시민들의 눈높이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원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더 나아가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구시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고 현재 공사공단에만 국한된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여 더 이상 불공정한 정실 인사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화할 필요성이 있다.권 시장은 지난 2014년 첫 임기를 시작할 때 취임사를 통해 "대구에서만큼은 비정상적인 관피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한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10-27 15:44:23

남해진 박정희 대통령 현창사업회 회장

[기고] 박정희 서거 40주기 "이 나라 이 민족 지켜주소서!"

그날 이른 아침, 서부전선 모 부대 행정병이었던 필자는 엠바고 비보를 접했습니다. 청천벽력의 천붕(天崩)이었습니다. 전 부대에 전투태세 비상이 걸렸고, 시동을 걸어 둔 트럭 위에서 완전군장으로 대기해야 했습니다. 상황은 오전 11시경이 되어서 해제되었습니다.진공의 공허함 그 자체였고, 시쳇말로 완전 멘붕 상태가 되었습니다. 회한(悔恨)이 일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3선 개헌이다 유신헌법이다 했을 때, 그 나이에 목이 쉬도록 성토했었던 기억 말입니다.5·16이 있던 해에 첩첩 산골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1963년 대구로 전학했습니다. 대개 봄철이면 먹을 게 없어 송기(松肌)를 만들고 멀건 시래깃국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못 먹은 탓에 부종으로 부스스한 몰골의 시골 사람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포실한 요즘 세대에게는 거짓 전설 같은 보릿고개 얘기이지요.봉산목욕탕 옆 골목 몇 평짜리 조그만 셋방이었습니다. 주인 노부부의 안방과 곁한 벽면 위쪽에 낸 구멍에 한 자 길이 낡은 형광등이 이쪽 방과 저쪽 방에 반반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전기를 아낀답시고 밤 9시가 되면 주인은 막무가내 불을 끕니다. 촛불을 켜 놓고 눈 비비며 밀린 숙제를 하곤 했습니다.저만큼 '댕댕'거리는 신호음에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갑니다. 칠성시장 건널목 초입에는 가치담배와 담배꽁초를 줍고 까서 대담배용으로 파는 할배가 있었습니다. 파리 날리는 좌판에 멍게 해삼 썰어 놓고 잔 소주 파는 할매도 있었습니다. 땟국 전 낡은 옷차림으로 아이스케이크 통 위에 걸터앉아 회전판 돌리며 호객하는 어린 학생도 보입니다.박정희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16 쿠데타에 의한 군사 독재와 유신 독재를 밟고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명분 있는 무혈 5·16 군사혁명이 어째서 다른 나라의 유혈 쿠데타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으며, 산업화에 성공한 박정희 혁명정부가 어찌 '독재'와 '인권유린'이라는 오명으로 폄훼될 수 있겠습니까?기아(飢餓)와 빈곤 상태에서 민주화가 선행된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가난을 몰아내고 기적같이 일군 산업화의 1970년대가 있었기에 80년대의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입니다.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입니다. 어느 모리배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에 저주의 쇠말뚝 쇠꼬챙이 수천 개를 몰래 박았습니까? 이런 비인간적·비도덕적 행위를 한 자들에게 자자손손 복이 내리겠습니까?박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앞세우며 극비리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시다 애통하게도 비명(非命)에 가셨습니다. 현대판 전제군주 북한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이제 우리 대한민국과 자유 진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준동하는 이 나라, 이 시국, 박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더욱 큰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40년 전 오늘,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국애족 유지를 받들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영원히 영웅을 안게 되었습니다.어언 서거 40주기. 구미 생가에 단심(丹心)의 자주색 글귀를 새긴 추모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그리운 님이시여! 이 나라 이 민족 지켜주소서!"

2019-10-24 11:55:01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 원장

[기고]로컬 크리에이터와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10월 11, 12일 제1회 '2019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렸다.지역 공동체 복원과 도시 재생의 중요한 동인으로 로컬 크리에이터가 화두가 되면서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최근 유행하고 있는 힙지로 열풍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힙지로는 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힙'과 '을지로'의 합성어로, 뉴트로 문화에 열광한 밀레니얼들이 인스타에 경쟁적으로 사진을 올리면서 유명해진 을지로 3·4가 일대를 얘기한다.을지로만이 가진 '낡았다'가 몇몇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으로 '그래서 새롭다'로 재 해석되면서 낡고 쇠락해가던 을지로 일대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현상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자원·문화·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거나, 잊히거나 버려진 지역 자원을 발굴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는 창의적 소상공인들을 말한다.지금 지방은 지방소멸이 큰 화두이다.지난해 6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89곳으로 전체 대상의 39%를 차지한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 9천970명의 청년이 순 유출됐고, 23개 시군 중 19곳이 위험지역일 정도로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지방 소멸의 대안은 청년의 유입과 정착이다.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광주·군산 등 일부 지역에선 지역 상생형 일자리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은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라이프 스타일이 살아 있는 살고 싶은 도시, 매력적인 도시·지역이라는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젊은이들이 지역에 머물게 되고 정착하게 된다.그렇다면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볕 잘 드는 마을이라는 뜻의 산양면 현리라는 마을이 경북 문경시에 있다. 이 마을은 신라 시대 근암현으로 시작해 고려 초 산양현이 된 천 년이 넘은 마을로 비단 같은 금천(錦川)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지난해 8월부터 부산에 살던 20대 청년들이 '리플레이스'란 회사를 만들어 '화수헌(花樹軒)'이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열었다.20대 대표는 "리플레이스는 낡고 손상된 것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지금의 청년들은 도시생활과 삶에 지쳐 있다"며 "그래서 그 허물어진 청년들의 마음을 이곳에서 희망으로 대체하고 싶다"고 했다.젊은이들의 감각으로 공간을 꾸미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디지털로 소통하고 알린 결과 주말에는 예약이 차고,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 리플레이스팀이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인 것이다. 이들은 바로 경상북도가 시행하는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의 시범 사업팀이다.조심스럽지만 이들의 작은 성공에 고무돼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사업은 지난해 1기 100명을 선발하는 사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고, 올해 2기 선발 중에 있다.1기 사업팀 중엔 경북 의성에서 때묻지 않은 시골을 배경으로 예술성을 강조하며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노비스르프 사진관이 있다. 이 사진관은 의성에 새로운 문화를 더하고 있다.지방소멸의 대안인 지역공동체 복원은 일자리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생존을 위한 일자리 문제 해결은 지역공동체 복원의 필요조건이고, 매력적인 지방도시의 존재는 충분조건이다.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창업팀들이 각자 하나의 성공을 넘어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의 상생과 부활을 엮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2019-10-23 11:14:51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기고] 도시 브랜드 가치, 100년 앞 내다봐야

대구시의 도시 브랜드 개선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대구시가 도시 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의 로고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예산 대비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다.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슬로건이나 로고 를 새것으로 바꿔왔다. 관습처럼 그래왔던 것 같다. 도시도 그대로 시민도 그대로인데 도시 브랜드만 교체되는 현재 이 상황이 바람직한 현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여기에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역의 모든 슬로건이나 사인(Sign)물을 교체하며 지자체 브랜드 리뉴얼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금까지 문제 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유독 대구시의 '컬러풀 대구' 로고만이 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걸까? 앞서 언급한바 기존의 동일한 로고에 동그라미 색상만 바뀌었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는 말이 나오고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디자인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1988년에 탄생한 서울올림픽 엠블럼과 로고는 고대 단군조선의 설화에서 전해진 '삼태극'의 형상에 대한민국 전통미를 입힌 브랜드로 찬사를 받았다. 미국 디자인계의 거장 밀턴 글레이저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역대 올림픽 중 한국의 삼태극 엠블럼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가 고안해 유명세를 탄 '아이러브뉴욕'(I♥NY)도 단순히 하트 기호(♥) 하나만 따와 미국 시민들의 선풍적인 호응을 받았다.한번 정해진 이후 굳어진 이미지의 전체적인 변경이란 자칫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따른다. 특히 자주 바뀌는 브랜드는 그만큼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는 수십 년 내지 100년 이상 지나도 오리지널리티를 버리지 않는다. 코카-콜라는 1888년 양산에 들어갔지만 곧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독보적인 음료수의 자리를 굳혔다. 어떤 마케팅을 했기에 그런 걸까?빨간 배경색 위에 하얀 필기체의 'Coca-Cola' 글씨는 코카-콜라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다. 정교한 스펜서체로 만들어진 로고는 코카-콜라가 만들어질 때부터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건 아니지만 계속 비슷하게 부분적으로 고치고 발전해오면서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 주효했다. 코카-콜라의 병 모양 역시 브랜드 가치 상승에 큰 힘이 되었다. 허리가 좁고 밑이 퍼진 코카-콜라 병은 1915년 최초의 특허를 받은 다소 통통한 모양새에서 오늘날의 한 손에 꽉 잡히는 슬림한 디자인으로 정착하기까지 여러 차례 리뉴얼을 거쳤지만 1955년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가 리뉴얼한 것이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으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코카-콜라는 이처럼 애초부터 꾸준히 일관된 디자인과 메시지를 유지하며 그 어떤 브랜드보다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 세계에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전통과 고객의 로열티를 누릴 자격은 코카-콜라처럼 오래 유지되는 브랜드에만 주어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구시의 대표 브랜드인 '컬러풀 대구' 로고도 타 도시와는 달리 차별적 가치를 구축하고 다양한 활용 방법과 산업화 모델 방안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100년 후의 대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2019-10-21 10:20:42

곽병진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감사. 전 대구도시공사 감사

[기고] 정의와 공정이 의사결정 잣대다

'지금이 임진왜란 때와 뭐가 다른가'라고 필자는 묻고 싶다. 임진왜란은 총칼전쟁이고 지금은 경제전쟁 중이다. 거기다 군사안보 측면에서 독도 도발 등 북'중'러'일 주변국들에 사면초가적인 군사안보 위협이 위험수위까지 도달하여 2중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무감각 패닉 상태로 안중에도 없다.눈에 보이는 총칼전쟁만 전쟁이고 눈에 덜 보이는 경제전쟁은 무감각 도외시하고 당권 당파전쟁에만 혈안이다.불붙은 당파싸움도 임란 중에는 애국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지금은 어떤가? 수출은 10개월째 뒷걸음질 지속 중에, 친노조, 기업 소외정책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급감하고 우리 기업들의 자본은 해외 이탈이 사상 최대치로 가속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좌우이념 설전, 시위군중 세대결 양상과 당권, 정권 쟁취 전쟁 양상을 방불케 한다.지금이 임란 때보다 더 위중한 2중적 전쟁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문제 인식이 있어야 실마리가 보이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 몇 달간 진영논리로 논쟁에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심각한 상황이 날로 가속됐는데도 결국 뒤늦은 처방만 나왔다. 불의와 불공정이 정의와 공정으로 바뀔 수도 없고 오로지 정의와 공정만이 의사결정 잣대다.양극화가 심각한 이 시대 경쟁대열에서 탈락해 허탈감에 휩싸인 수많은 청소년, 학생들, 극빈소외자들은 공직자의 불공정에 기가 막혔다.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비공개 소환도, 건강 등 온정적 수사 부탁도 수많은 의혹에 대한 수사 방식도, 만인 앞에 평등 공정해야 특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검찰개혁이 국민의 뜻이란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람들이 검찰개혁 때문에 거리에 뛰쳐나왔었다고는 볼 수 없다.검찰개혁과 조국 사퇴는 별개 문제였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데 앵무새 노래하듯 반복하여 '검찰개혁' 만 외친다. 강조하고 연계할수록 개혁을 지연 희석시킬 뿐이다.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는 안을 주무 부처와 검찰이 보다 구체화된 안을 입법기관인 국회와 협의 추진토록 하면 될 사항이다. 전혀 무관한 개혁과 사퇴를 연계해 추진해야만 하는 뉘앙스를 풍겨서, 국민들은 혼돈스러웠다. 국민적 손실이 도대체 얼마였나? 하루에 몇 조원이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앞으로 수신제가 없는 공직 후보는 공직을 꿈도 꾸지 말아야한다. 장관, 법무장관이 아니라도 모든 공직 후보자는 법보다 사회규범, 규례, 상식과 도덕성이 더 중시되고 있음은 이 사회의 합의된 공감대가 형성된지 이미 오래다.기초의원, 이장의 덕목 잣대도 보편화된 상식이다. 그보다 더 지극히 기초적 필연적 덕목이 수신제가다. 일반 공직 사회부터 내로남불, 조령모개, 오비이락, 이율배반 행위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명제다. 임란 중에 의병을 일으켜 나라 수호에 몸 바친 이 지역 출신 홍의장군의 생즉사사즉생, 구국 정신을 이 시대에 재조명해 계승하길 바란다.문제 해결은 심각한 문제 인식을 성찰할 때만이 해결 실마리가 보이며 의사 결정 잣대는 정의와 합리형평, 공평, 공정의 잣대가 명확한 해결책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향후 모든 공직 후보는 반드시 이 정신을 깊이 새기고 국민 앞에 엄숙히 다짐하길 간청한다.

2019-10-20 15:49:16

장세용 구미시장

[기고] 'TK패싱'이란 용어를 경계한다

'TK 패싱'이라는 말이 아무런 근거 없이 나돌고 있다. TK에 속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용어가 거론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의 표현이나 다름없다.필자는 TK 패싱이라는 용어, 그 이면에 깔린 지역 홀대론 혹은 소외론을 경계한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지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또한, 그에 대한 진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구미시는 올해 상생형 구미일자리에 이어 2020년 스마트산업단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든든한 성장기반을 다졌다. 올 상반기에만 국비와 도비 공모사업에 1천억원을 돌파했고, 생활 SOC 복합화 공모에 국비 149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도 이뤘다.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한 든든한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모든 공직자가 한마음으로 전방위 노력을 펼쳤기 때문이다. 인구 43만 명의 지방 중소도시 구미가 굵직한 국책사업을 유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첨단 신산업을 모색하는 대전, 인천 등 쟁쟁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경쟁해야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스마트산업단지만 놓고 보더라도 막판까지 구미와 경쟁을 벌인 도시는 인구 200만 명을 훌쩍 넘는 광역시였다. 경상북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구미공단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TK에 속한 다른 지자체는 어떨까. 대구시는 10년 연속 3조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했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뜻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감사를 표했다. 경상북도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이철우 도지사는 더 이상 TK 패싱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고 선언했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이 지사의 발언에 필자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이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패권정치는 끝났다. 급변하는 시대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새로운 산업 지형을 파악하고 내부 역량을 키워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민생의 절박한 과제다.구미시는 노사민정의 산고 끝에 상생형 구미일자리를 성사시켰다. 스마트 산단에 최종 선정된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재생을 통해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구미와 경북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 여야의 구분,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갈등과 반목을 부채질하며 편을 가르는 TK 패싱이란 말 놀음은 고질적인 병폐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호도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자 기득권을 지키려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챙겨야 할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우리 구미는 그렇다. 상생형 구미일자리는 이제 첫발을 뗐고,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 외에도 2020년 제101회 전국체전의 성공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도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국내외 정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지역 홀대론을 부추기는 이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고 무능력을 자인한 게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기 바란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대구경북의 시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능하고 오만한 권력은 결국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허투루 듣지 말기 바란다. 바라건대, 각자의 역할과 책무를 다할 때다.

2019-10-17 11:06:51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회룡포에서 농촌의 새 희망을 꿈꾼다

내성천 회룡포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힌다. 휘감는 물길 따라 고운 모래톱 모습이 시시각각 바뀐다. 아침 녘 은빛이던 게 해 질 녘에는 금빛이다. 이곳 야트막한 절벽 아래 확 트인 들판, 정감 어린 시골집, 병풍처럼 두른 구릉지 산들도 조화롭다. 최근 유역 개발로 강 본래 모습이 점차 훼손되면서 관광객이 줄까 우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모래톱을 잘 보전하고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들판을 가꾸는 일을 모색해 회룡포의 새 희망을 꿈꾼다.회룡포에서 첫 번째 자랑은 물길과 모래톱이다. 이는 지역의 독특한 지질구조와 공급 토사 특성의 산물이다. 여기에 역사적 배경도 있다. 퇴계 선생이 주로 밭농사에만 의존하던 영남 내륙 백성의 가난에 가슴 아파하면서 당시 밭보다 4배의 소출을 거둘 논을 조성할 곳을 찾아 나섰다. 이로써 영주, 예천을 중심으로 다랑논이 태어났다. 영주, 예천 지역에는 중생대의 지하 풍화된 화강풍화암이 넓게 분포한다. 이 암질은 연약해 쉽게 부서져, 속칭 마사토라고 하는 균질의 모래질이어서 복류수가 되는 지하수를 많이 품는다. 다랑논으로서 최적지인 셈이다. 필자는 이런 지질구조가 내성천 모래톱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유역의 토사가 한천이나 서천과 같은 지류를 통해서도 내성천으로 다량 흘러든다. 과거에는 강바닥이 높아지는 천정천이 되어 범람하기 일쑤였다. 근래 우거진 산림과 수자원 시설 축조로 토사가 줄거나 강가에서 그대로 흘러들던 토사도 제방으로 차단되었다. 강바닥이 오히려 조금씩 내려가는 양상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토사가 지류를 통해서 여전히 충분히 공급되고, 공급 토사 입자 크기가 비슷한 모래층이 강바닥에 폭넓게 일정한 깊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모래가 흐름에 여전히 반응하고 있어 모래톱 움직임이 아직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지 않다.유역의 오염원이 아직 줄지 않고 최근 상류 쪽에 대형 댐 축조가 마무리됨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 초목으로 덮이는 등 모래톱 모습과 강 형태가 변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모래톱을 유지할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 이 지역의 화강풍화토가 지류를 통해서 꾸준히 자연 공급이 허용되는 유역 관리, 댐 내 퇴적 모래의 재공급, 강폭 자연화 등이다. 이는 힘겨울 수 있으나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이 관건이다.두 번째 자랑은 수변 경관이다. 예전과는 다르다. 들판 가운데 농로가 하천 지형학적으로 가치 높은 자연제방 흔적이다. 이 안쪽은 과거 강의 일부로서 자연계 허파인 습지 형태였다. 강물 세기와 모래 양을 적절히 조절하던 곳이었다. 강물을 정화하고 새와 물고기의 서식처가 되기도 했다. 이후 강폭을 줄여 인공제방을 쌓아 논으로 조성했다. 당시에는 이보다 우선할 국토 가치가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요즘 쌀 소비 감소와 농민들의 고령화로 앞으로 벼농사만으로는 비효율적이다. 이곳을 세계적 명소인 네덜란드 크헤이의 튤립 농장, 홋카이도 후라노의 라벤더 농장과 같이 자본집약형 경관 화훼 특종작물 재배에 나서면 회룡포는 농촌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는 관광객을 유인할 수변경관을 향상시키는 일 이상으로 농촌에 새 희망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자연교란에 의존하는 하천습지로 복원한다면 당연히 대홍수 시 큰물을 가둘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하천 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창포, 연꽃, 수선화 등 들꽃은 강물을 자연의 힘으로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해 하천의 녹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회룡포에서 수채화 같은 풍경을 이끌어 내는 것은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인 동시에 안전하게 국토 가치를 재창출하는 일이다. 창의적 하천 관리와 수변 관리로 새로운 국토 가치를 재창출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농촌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대응하고 농촌형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경제 살리기의 귀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국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강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이다.

2019-10-16 11:29:29

김재광 경북도 복지건강국장

[기고] 100세 시대, 경로당 행복도우미로!

"너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게다."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황혼의 반란'에 실린 대사다. 명심보감에도 '소년은 노인을 보고 웃지만 노인도 처음부터 노인은 아니었네. 내일이면 그대도 노인이 될 테니까'라는 말이 있듯이 노년은 인생의 한 시기다.우리나라 노인 세대는 급속한 시대 변화를 겪어 왔다. 20세기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해방,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숱한 어려움과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헌신과 희생으로 오늘날을 있게 했다.하지만 고령화에 동반한 노인 빈곤, 노인 의료비 부담 가중, 노인 자살률 및 고독사 증가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 한 사람이 지출하는 진료비가 매월 37만8천원을 돌파하고 인구 10만 명당 58.6명에 이르는 노인 자살률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숙제다.노인복지법 제2조는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분들의 노후를 편히 잘 모시는 것이 후손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노인 복지 시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경북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인구는 54만3천 명이다. 도내에는 경로당이 8천67개가 있다. 도내 노인 인구의 58%인 31만5천 명이 경로당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경로당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의 노인 여가시설로 마을 단위별로 1곳 이상이 있어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마을마다 하나 또는 둘씩 있는 경로당은 오랫동안 공동체 생활의 중심지로 마을 노인들이 편하게 여가를 보내는 공간이다.2019년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15.2%이고 경북의 노인인구 비율은 20.4%이다.넓은 지역을 가진 경북은 농산어촌과 도시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도 그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실시해야 한다. 이에 경북도는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을 주목하고 노인 복지 서비스를 되돌아보게 됐다.그동안 노인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경로당에 활기를 불어넣어 그들도 활기차고 밝게 생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과감히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을 시작했다.민선 7기 경북도 핵심 시책의 하나인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은 경로당에 행복도우미를 배치해 치매 예방 등 건강관리와 유익한 여가 활동을 지원하여 경로당이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생활복지형 일자리 사업이다.시군의 노인복지기관·단체가 지역의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의 사회복지 전문 인력, 여가 프로그램 운영자, 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자를 채용해 경로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노인이 건강하고 즐겁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게 된다.경북도는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난 3~5월 문경시와 예천군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이를 통해 농촌과 도시 지역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모델을 제시하고 23개 전 시·군이 지역 실정에 맞는 모델을 선택해 하도록 했다.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한 채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으로 경로당이 더 즐겁고 많은 주민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어르신들이 활기찬 노후를 영위하고 나아가 재능 기부를 통해 선대의 지식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후대로 전수하는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2019-10-15 06:30:00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