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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새해에 생각나는 '세화'(歲畵)

'세화'(歲畵)의 사전적 의미는 새해를 축복하는 뜻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 받는 그림을 말한다. 요즘 청년세대에겐 생소한 낱말로 들리겠지만, 장년이나 은퇴세대는 새삼 추억으로 떠오르는 정감 어린 민화(民畵)의 형태로 보면 된다.예부터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 질병이나 재난을 막고 행운을 기원하는 '벽사기복'(辟邪祈福)의 상징으로 '춘축문'(春祝文)을 덧붙인 그림 한 폭씩 그려 새해 인사를 나누는 세시풍속이다.화법(畵法)이나 필력(筆力)에 상관없이 화선지에 아무나 마음내키는 대로 십이지상(像) 중 그 해의 띠 동물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리고 여백에 춘축문을 일필휘지(一筆揮之)한 것이다. 주로 집 대문짝에 붙이는 일종의 부적(符籍)으로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하지만,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은 예부터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아낸다는 이른바 문신(門神)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온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1980년대 이후 대대적인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대도시 뿐 아니라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 이르기까지 대문 달린 주택이 점차 줄어들고, 이 같은 미풍양속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요즘엔 전문화가들이나 취미삼아 서화를 익힌 사람들에 의해 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땅히 붙일 곳이 없다고 한다. 세화를 그려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아파트 현관 벽면에 붙여두고 드나들며 한번씩 눈여겨 보기도 하지만 이마저 우수·경칩이 지나 봄이 오면 떼어낸다.올해는 기해년(己亥年) 돼지띠 해. 60년 만에 황금돼지가 돌아왔다며 새해 벽두부터 행운을 바라는 기복적 수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얄팍한 상혼이 스며들어 시중 금은방엔 각양각색의 선물용 황금돼지상이 등장하고, 역술인들은 신년 신수를 보는 고객들을 상대로 '액땜을 한다'며 고사상에 흔히 쓰이는 돼지머리를 부적으로 그려주고 있다.맹목적인 기복 신앙보다 일상의 마음자리를 올바르게 지키기 위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송축(頌祝) 세화 한 폭씩 주고 받으며, 고유의 미풍양속을 되살리는 것도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고, 세대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좋은 전통과 양식은 새 시대에 맞게끔 변형해서, 이어가는 것이 좋다. 서투르지만 돼지 그림을 그린 다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모든 일이 잘 돼지!' 등 간단한 축문을 쓴 이메일을 보내거나, SNS 상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9-01-07 12:38:16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2019년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자

1년~10년~30년이 후딱 지나갑니다. 30년이면 한 세대(Generation). 대략 청년 30년, 중년 30년이면 인생은 노후로 접어든다. 그 때는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정리하는 시간이다. 벌써 2019년. 지천명(50세)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뭘 열심히 하든 안 하지 않던,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새해 벽두에 지난 시간을 잠시 반추해본다. 몇해 전 한 지역의 시립박물관에 방문을 했다가 우연히 사진전시회를 보게 됐다. 1990년대 우리 지역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놓은 무척 흥미로운 전시회였다. 1993년도에 찍은 지역의 기차역 사진 또 역 앞 도로의 사진 등 많은 수의 예전 사진을 보며, 한마디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분명 우리가 살아온 시간인데, 그 시간 우리가 살았던 사진 속의 모습은 어느 역사책에나 나오는 조선시대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왜 였을까. 아마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현재의 모습으로 덮고 잊어가며 까마득한 과거로 여기며 혹은 그런 시간이 아예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지내온 것들은 아닐까.요즘처럼 빠르게 세상이 발전하고 변해가는 시간에 20~30년 정도의 시간이라면 분명 그런 느낌을 주기엔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사실 잘 늙지 않는 것 같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새 늙어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세월은 그런가보다. 80년을 살아도, 죽을 때쯤 되돌아보면 십여 분의 파노라마 정도로 압축된다.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현재의 모습이 10년, 20년 후에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현재를 살아간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현재의 시간에 조금 더 많은 가치(價値)와 의미(意味)를 부여하며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게 되지 않을까. 또, 이 순간의 우리의 모습을 더욱 사랑하게 되지는 않을까. 누군가 말했다. 삶은 되돌아오지 않기에 아름답다고. 맞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곧 과거가 된다. 2019년 힘차게 시작했지만, 벌써 4일째 과거로 넘어가고 있다.2019년은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역사책에 어떤 제목을 가진 페이지가 될 것인지는 오늘부터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축복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인간으로 30년을 살든 5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가자. 특히 기해년 2019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차도록.

2019-01-03 14:07:44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매일춘추]어쩌다보니, 2019년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라고 묘지명에 썼다. 죽음에 임박해서야 우물쭈물 보낸 세월을 탄식했으리라. 어쩌다보니 2019년이다. 삶이란 게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그렇게 살아지지도 않아서인지 2019년을 맞이하는 마음은 '어쩌다보니'이다.시간은 시계추처럼 정확히 분침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어떤 순간의 시간은 너무 짧고 어떤 순간의 시간은 너무 길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간이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상대적인 시간으로 증명되지 않았는가.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정확하게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굴곡에 따라 휘어지거나 늘어나고 줄어든다.나는 호적 나이가 1년 늦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부모님이 기억하는 내 나이와 호적의 나이는 다르다. 예전에는 그게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1년이 어딘가 싶어서 감사할 지경이다. 거기에다 만 나이로 계산하면 무려 2년이 내려간다. 2년이라면 한라산을 백두산으로 옮겨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세월이다. 2년이나 더 젊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여유가 생기고, 좀 더 게으름을 피우며 느긋하게 살아도 별 일이 없을 것 같다. 가끔씩 혼자서 나이 계산을 하다가 웃는 이유이다.따지고 보면 그렇게 숨 가쁘게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버나드 쇼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죽음에 임박해서는 자신의 삶을 우물쭈물했다고 표현했다. 편의에 의해서 하루를 정하고 1년을 재단했을 뿐 시간의 흐름은 유장하다. 시작과 끝이 없고 당연히 여기서 저기까지라는 시간도 존재할 수 없다. 그냥 편의에 따라 재단한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겨울 찬바람 부는 어제와 오늘이 2018년과 2019년으로 해가 바뀌는 특별한 이틀이 되기도 할 뿐이다.만 나이를 세는 외국으로 이민간 지인은 갑자기 한 살이 적어지니까 삶의 여유가 생기고, 지금부터 뭘 시작해도 그리 급할 것 없는 나이다 싶어서 갑자기 뭔가에 도전해볼 용기가 생기더라고 했다. '이 나이에 뭘' 이라고 생각하다가 '이제 겨우 이 나이'라는 전혀 다른 나이 관념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도전했고, 그 도전은 성공을 앞두고 있다.새해가 온다고 시간에 쫓기지 말자. 우주적인 시간으로 보면 인간의 시간은 한 점 먼지에 불과할 뿐, 나이라는 것은 관념에 불과하다. 2년이나 나이가 적다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인정된다. 어쩌다보니 2019년이 되었지만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보내느냐가 중요할 뿐 시계에 새겨진 절대적 시간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2019-01-03 13:50:51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연구원

[매일춘추]"괜찮아! 잘 될 꺼야! 2019"

2019년 기해년이 찾아왔다. 매년 그렇듯, 12월 31일 오후부터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모여들거나, 새해 첫 날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동해안으로 떠난다. 미국 뉴욕에서는 종일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최대 200만명 가량이 운집해, '볼드롭 카운트다운'을 지켜봤다고 한다. 전 세계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일제히 1월1일 0시에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를 외치며 환호했고, 그 모습은 전파를 통해서도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대체 우리는 왜 이토록 새해에 열광할까. 밤이 지나 아침이 오는 것은 이전 날과 동일하며, 단지 날짜의 숫자가 바뀌는 것 뿐인데도 말이다. 문득 그것은 이전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의 열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까지의 좌절과 상처, 무기력, 분노, 슬픔을 떠나보내고 '뉴'(New)라는 새로운 단어가 그저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그것 때문에 우리는 새해를 기다리고 소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 마음, 새 계획, 새 물건'' 등 더욱 'New'를 강조하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사실 돌이켜보면, 새 것이란 없다. 갑자기 어제의 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은 그대로다. 실상은 변화하고자 하는 내 마음가짐과 변화된 내 의지만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새해란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좋은 느낌을 주는 선물같은 존재다.우리가 할 일은 하나, 이미 지나간 실수를 잊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지난 실수와 상처와 실패에 스스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주자. "수고했어, 이제 잊어버려". 그리고 스스로 다독이자. "이제 다 잘 될 거야!"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이라는 시 중 이런 구절이 있다.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중략)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2019년(기해년) 내 인생의 핸들을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쥐고, 후회없는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지금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새 마음'을 잘 간직하길 바란다. 물론 때로는 넘어지고 좌절도 있겠지만, 다시 일어서 '새 마음'을 잊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힘이 되는 말도 자주 건네고자 한다. "돼지 해는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다 잘 될 거야."

2019-01-02 12:27:06

작곡가 서영완

[매일춘추]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까?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의 메시지, 즉 가사로 인해서 새로운 인생의 길을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과연 어떻게 음악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을까. 사실 이러한 선례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 한 곡만을 연속으로 듣는 기질이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간혹 일어나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성인이 된 우리는 음악을 그렇게 깊이있게 듣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는 음악이 우리의 인생에 얼마만큼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작곡가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대를 생각해보자. 18세기 고전음악 시대의 이야기다. 라디오도 없던 시기라 음악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지금과는 달리, 길을 걷는다고 해서 음악을 접할 수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마차를 타고, 아주 먼 길을 가야 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시대에 음악은 적극적인 감상자들의 노력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1개의 악장은 10분 정도가 되고, 한 곡은 보통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패스트푸드처럼 음악도 즉흥적이고, 빨리 좋은 가사와 음을 전달해줘야 한다. 대중가요 즉, 팝(Pop) 음악계에서 내려오는 말이 있다. "3분이라는 시간동안 귀 기울일 만큼 현대인은 그렇게 한가하지 못하다." 지금은 음악의 질 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다. 이런 흐름은 장점도 있겠지만, 아주 심각하고 지독한 문화적 퇴행을 가져온 측면도 없지 않다. 지금은 온갖 압축방식으로 음악파일이 너무나 쉽게 공유되고 운반된다. 전화기 안에는 결코 플레이되지 않을 수도 있는 많은 음악파일들이 저장되어 있고, 이제는 음악을 골라서 플레이하지도 않는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나오는 음악들을 랜덤으로 듣게 된다. 마치 라디오처럼. 너무 흔해진 것이 음악이고, 또한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바하의 음악에서 숨막힐 듯한 감동을 느껴보지 못했고, 베토벤 음악이 전해주는 인간적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드뷔시의 그 영롱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도 않는다. 존 케이지의 새로운 음악에서 깜짝 놀라지도, 충격을 받지도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 하루, 음악 한곡을 선택해서 완벽하게 음악과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 가사가 있는 음악이면 그 가사를 음미하면서, 연주곡이면 그 소리가 이끄는 저 먼 상상의 나라로 눈을 감고 여행을 떠나자. 과연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가는, 우리가 얼마나 음악을 깊이있게 감상하려 하는가의 문제인 것 같다.

2019-01-01 14:25:02

임재양 외과전문의

[매일춘추]친환경적 생활의 제도적 뒷받침

개인이 건강을 위해 조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회적·제도적으로 환경호르몬을 줄이고 건강을 챙기도록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우리가 시작할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나는 15년 전 그렇게 걷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걷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즘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 너무 많아 걷기는 아예 포기했다.쾌적하게 걷고 싶도록 도심 차량진입을 통제해야 한다. 차선을 줄이고 주차료를 올리면서 차를 모는 것이 불편하도록 해야, 걷는 것을 장려할 수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인도로 다니면 불법이고, 도로에 다니다 사고가 나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크게 다치기 일쑤다. 자전거 도로는 많지도 않지만, 안전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안전운전을 강조하는 것도 맞지만 자전거만 규제를 점점 강화시키고 있다. 편리하게 자전거를 타도록 만들지도 않으면서, 올해부터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 처벌하고 헬멧을 사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규제 위주로 나간다. 급증하는 자전거 사고는 안전수칙 위반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도시 농업은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제안한다. 현재 아파트 단지에는 꽃밭, 놀이터가 기본으로 되어 있다. 꽃밭의 일부는 공동 텃밭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소로 활용하자. 놀이터와 더불어 주민들 소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노인은 아이들을 돌보고, 무료하거나 치매에 걸린 노인은 꽃이나 채소를 가꾸는 일을 하도록 주선하자. 건강한 흙과 농산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된다.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든 흙은 각 가정 베란다에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를 키워서 먹도록 안내를 해준다. 독일의 가정 텃밭(Klein garten)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단독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작은 텃밭이라도 가지도록 권장한다.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서 처리하는 방법과, 쉽고 건강하게 채소를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다.좀 더 확장하면 각 동네마다 빈터를 주차장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꽃밭이나 텃밭을 만들면 세금 혜택을 줘야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들끼리 문제점을 발견하고, 직접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해 나간다.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농사를 살려야 한다. 현재와 같이 유통업자가 중간에 끼는 경우, 미끈하고 깨끗한 모양 위주의 농산물을 비싸게 사먹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원칙을 지키는 농부는 마음 놓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농산물을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직거래를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흐름을 각 지자체가 나서야 조정할 수 있다.

2018-12-27 12:00:47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무술년, 참 멋지게 잘 살았다"

이제 몇장 남지 않아 앙상해진 달력을 한장 더 뜯어내며, 숨차게 달려온 한 해를 뒤돌아본다. 매년 12월 이맘 때면, 직원들과 모여 조촐하게 김밥 한 줄 싸먹고, 미리 준비해온 편지를 공개하는 감사 송년회를 정기적으로 해왔다. 함께 수고하고 고생했던 직원들이 모여서 한해 동안의 감사를 이야기하고 나눈다.서로를 향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업무상 서로 힘들게 하고 마음 상하게 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며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한 감정을 회복하는 감사송년회는 그 어떤 업무시간보다도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지난주 직원들과 감사 편지를 서로 읽으며, 2018년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심에 감사합니다." 20여명이 넘는 중간관리자들이 사뭇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처음부터 완전한 누군가는 없다. 한 직원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성장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작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 지식이 온전하지 않고 부족한 상태에서 직원들에게 결과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반성을 해 본다.'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함께 즐길 수 있는 2019년을 만들고 싶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 든 생각이다. 경영은 리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협력 없이는 되는 일은 없다.올해도 직원들과 함께 웃고 때로는 힘든 일을 헤쳐나가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많은 일들도 많이 겪었다. 그 일들을 극복해가는 시간 속에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간다.삶이라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다. 모든 일들이 예상한대로 움직이고, 계획대로 정확하게 돌아간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기에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극복해 가는 것이다.인생을 여행에 자주 비교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막상 여행하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이어서 힘들고 지쳐버린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그런 어려운 일들이 최고의 추억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2018년 올 한해도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음을 고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지 못할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라는 것을 마음 속에 새기며, 멋지게 하루 하루 채워갈 기해년을 기다려본다. 무술년도 참 멋지게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2018-12-27 10:18:03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슬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도움들

또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슬픈 일이 많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가 떠났고, 어제까지 함께 했던 친구가 떠났고, 사랑했던 고모와 고모부가 한꺼번에 떠나셨다. 슬픔에 젖어 별 생각없이 명복공원이라는 화장터에 처음으로 갔었는데, 몇 달 후 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다. 내 감정과 관계없이, 이곳을 방문할 일은 앞으로도 많이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간들은 온 몸으로 서서 버티며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 또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디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어 그 사람의 존재가 가지는 무게가 얼마인지를 몰랐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이들 같이 웃고 떠들며 그 순간이 즐거워 그렇게 행복이 지속되길 바랬던 그날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은 친구가 떠난 후에 더 깊이 느꼈다.갑작스런 사고로 고모와 고모부가 떠났을 때는 차원이 다른 슬픔이었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육체가 곁에 있고 머릿속 가득한 생각으로 함께 있는데, 어디까지가 죽음이고 어디까지가 삶인가. 무척이나 슬펐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았다. 누구는 심장이 멈춘 사람 때문에 울고, 누구는 남겨진 이들 때문에 울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어줬다. 많은 이들이 위로해 주셨다. 도움이 되고, 힘이 되었다. 감사했다. 그 많은 도움을 받고나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고 상당부분 비판적이었다. 많은 도움들이란 사고현장에서 도와준 이웃들, 불길 속을 뛰어들어 진화한 소방관들, 구급차가 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사람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들, 먼 길을 달려와 손을 잡고 위로해준 많은 사람들, 슬퍼하고 걱정해준 분들, 사고 지원팀과 사회지원 부서에서 받았던 도움들 등. 나는 하루하루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유치원 때 배웠던 것이 떠올랐다. '벼 한 톨, 한 톨에 농부 아저씨의 땀과 수고가 담겨 있으므로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야 한다.'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 희생과 투자로 많은 이들이 잘 살아간다.다가오는 2019년 돼지해에는 올해보다 더 따뜻하고 더 나은 대구 나아가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한다.

2018-12-26 12:04:07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한 항해

다양한 사람들이 상담실을 방문한다. 사람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그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자신만이 갖는 고유한 어려움을 누구나 가질법한 보편성에 포함되기를 바란다.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든 간에 고민은 늘 있다. 그렇지만 상담 경험은 극소수이다. 심각한 문제를 가졌거나 나약한 인간의 경험이라는 편견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기쁜 일로 상담실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기 성장을 위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라는 질문은 개인의 고통을 타인에게 이해받고, 스스로 변화하고 싶다는 용기있는 자의 또다른 표현이다. 설령 편견이 사실이라고 할 지라도, 즉 상담이 불행하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주홍글씨'를 의미한다고 할 지라도, 가장 진정한 인간의 징표일 것이다.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솔직하고 겸허한 자기이해와 수용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편견에 맞서는 용기와 편견을 수용하는 태도는 삶에 대한 책임과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 때, 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한 출항은 시작된다.다행스럽게도, 심리적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재해석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삶을 평가하기보다 자기 내부의 평가로 삶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고유한 개인적 특성을 중요시하기에,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고 나아가기를 원한다. 이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책임지는 태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는데 도움이 된다.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칫 자기 성장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공동체의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시되다보니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된다면 성숙한 인간다움을 갖기 위한 항해는 위태로워진다. 순항을 위한, 아니 이 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기꺼운 마음'이다. 기꺼운 마음이란 불완전한 우리가 서로의 삶에 관여됨을 수용하고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실천적 행위로 표현되는 것이다. 실천적 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을만큼, 타인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말과 행동을 포함한다.우리는 이렇게 모두가 연결되어 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해 오늘도 항해 중이다. 이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인간다울 때 가장 반짝인다. 그것도 성숙한 인간다움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도 나는 상담실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이들을 기다린다.

2018-12-25 14:37:59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반성 2018

오래전 어느 날 우연히, 참 재미있는 시를 한 편 읽고는 아예 통째로 외어 두었다. '술에 취하여 수첩에다가 뭐라고 썼는데, 술이 깨니까 알아볼 수가 없었고(괴발개발 필체), 술 몇 병을 마신 다음에(취기 충만하여) 봤더니,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었다'는 내용의 시다. 이 시를 외우고 보니 제법 요긴했다. 어쩌다 가진 술자리에서 은근히 암송해주면, 누구든 자기 얘기인양 공감하고 즐거워했기 때문이다.시의 제목은 '반성 16'이다. 1980년대, 김영승 시인이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낸 첫 시집에 수록돼 있었는데, 이후로도 '반성' 연작은 이어졌다. 최근에는 '반성 827'도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도 그의 반성은 계속될지 모르겠다.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박한 이웃들의 모습에서, 심지어 키우는 개의 행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삶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의 시가 사랑받는 것은 '공감'의 힘이라고 느낀다. 눈꼽 만큼도 반성할 게 없는 사람, 한번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는 누가 읽어도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가릴 것도 꾸밀 것도 없이 진솔하게 말이다.오랫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을 통해서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에 이르기도 한다.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수십년 동안 썼던 낡은 지갑을 잃어버리고 그 지갑과 함께 한 긴 시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했다. 마치 '고해'처럼 들렸다. 지금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푸치니 걸작 오페라 '라보엠'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4막에서 철학자 콜리네가 죽어가는 미미를 위해 한 벌 뿐인 외투를 팔러가면서 부르는 '외투의 노래'라는 아리아.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외투를 벗으며, "낡은 외투야, 그동안 감사했다. 부자와 권력자에게 등을 굽히지 않았고, 동굴 같은 주머니에 수많은 철학자와 시인의 책을 넣게 해주었던 너에게 작별을 알린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내용을 울림이 깊은 베이스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사람은 누구나 반성을 하며 산다. 필자 역시 감히 시(詩)를 운운할 수는 없지만, 빈 종이에 메모도 하고, 때로는 반성문 같은 일기도 쓴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새해가 시작된다. 책상 위에는 받아둔 새 달력과 다이어리가 있는데, '2019'라는 숫자가 영 어색하다. 남은 며칠이 쏜살처럼 사라지기 전에, 만사 제쳐놓고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반성 2018'이다.

2018-12-24 12:01:40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연말, 포트락 파티를 즐기자

현재 많은 이상한 병들이 생겨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미 편리하게 적응해 버린 현대화로 인해 환경호르몬 피해에서 늦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뛰어난 인간의 현실적응 능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을 극복하리라고 속단한다. 미래야 어찌되었던지 현재 우리들이 힘들고 아프다. 포기할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다. 원인은 복합적이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렵다. 하지만 우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하면 한가지씩 해결책이 보인다.우선 개인적으로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불편한 생활습관을 익혀야 한다. 제일 큰 문제는 플라스틱과 비닐. 조그만 에코백을 항상 들고 다니자. 의외로 쓰임새가 많다. 컵, 젓가락을 비롯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 에코백에는 자기가 사용할 유리컵을 들고 다니자. 더불어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단이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올라가자. 높은 계단일수록 더욱 반기자.건강한 음식의 첫 출발은 집밥이다.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고기를 먹어도 되고, 꼭 채식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가져야 한다. 맛이 아니라 건강 위주로 메뉴를 짜야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조리과정이 쉽도록 해야 한다. 식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도록 입맛을 훈련시켜야 한다. 기본은 파이토케미컬이 많은 식이섬유를 먹는 조리법을 점차 익혀 나가자. 그러면 재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성가신 일이 아니라 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자로 생각하면 재미가 있다.늘 집밥을 강조하지만 밖에서 모임이 많아 외식을 하기 일쑤다. 기존의 모임 형태를 조금 바꾸었으면 한다. 현재는 식당 밥을 모두 부담스러운 메뉴로 생각하면서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이제는 음식 위주가 아니라 만남, 얘기에 초점을 맞추자. 간단하고 건강한 샐러드 접시와 차 한잔을 두고, 대중 교통이용이 쉬운 장소에서 만나자. 주차가 쉬운 곳인지, 음식이 맛있는 곳인지가 만나는 장소의 중요 요인이 아니라 건강하고 간단한 음식이 고려대상이 되도록 우리들 인식을 바꾸자.저녁 만찬의 만남 역시 거나하게 한상을 차려주는 장소가 아니라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모임으로 바꾸자. 역시 음식이 모임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 만남과 대화가 주제가 되도록 하자. 더 나아가면 모임은 각자 집에서 만나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난다. 간단한 몇가지 음식에 같이 준비도 하고, 설거지도 같이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내가 준비하는 음식만 보면 실망할 수가 있지만, 음식보다 모임이 주가 된다. 더 나아가면 간단한 음식을 1,2개씩 준비해오고, 쓰레기는 각자 가져가는 포트락 파티를 꿈꾼다.

2018-12-20 11:42:30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추울수록 '얘들아, 나가 놀아라'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걸기' 아이콘이 왜 수화기 모양일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아주 어린 친구들은 옛날 전화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모양이 사용되는 것을 이해 못한다고 한다. 그들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선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수화기는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고 나름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한다.세대 간에는 문화적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나 너무 올드하고 촌스럽다고 느끼는 것들을, 요즘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뉴트로'(New+Retro) 문화가 회자되고 있다. 아래로는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어려지는 반면 위로는 문화를 향유하는 연령대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문화향유 세대의 간격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증조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옛날 시골다방을 그 아들은 촌스럽다고 이야기 할지라도, 증손자가 보기에는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여길 수 도 있다는 것이다.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한다. 유년시절 강가에서 얼음배도 타고, 스케이트도 제치고, 눈사람도 만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아주 재미있던 얼음썰매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경주하며 일일랭킹을 매기며, '내일은 이겨보리라' 다짐하며 집에 돌아와서 지팡이 끝에 박아놓은 쇠못을 열심히 갈기도 했다.직원들에게 겨울철 추억에 대해 물어보니, 대부분 얼음썰매나 눈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촌유원지나 화원유원지의 꽁꽁 얼어붙은 강바닥 위에서 아빠와 함께 얼음썰매를 타던 기억들. 눈이 많이 온 날, 온 가족이 밖에 나가서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나뭇가지를 잘라서 눈도 붙이고 코도 만들어 붙였던 추억들.모닥불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눈에 젖은 장갑을 말리면서, 불량식품이라 불리던 국민간식 '쫀디기'를 구워먹던 기억 등등. 이렇듯 추워서 밖에 나가기 꺼려지는 날씨지만, 겨울철 추억의 대부분은 오히려 밖에서 뛰어놀던 기억들이 많은 것 같다.'뉴트로' 시대의 주인공 격인 요즘 어린세대들은 어떤 추억으로 겨울을 보내게 될까. 요즘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들이 많아져서,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내 놀이터에서 컴퓨터 게임과 씨름하거나 휴대폰 SNS의 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겨울'이라는 계절에는 엄동설한에 밖에서 땀나도록 뛰어 놀아본 사람들만이 겨울철 놀이의 참맛을 알고, 제대로 된 추억도 만들게 될 것이다.너무 올드하다고 생각했던 얼음썰매나 눈썰매의 즐거움에 빠져서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며, 얼음을 제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겨울 풍경이 상상만해도 따뜻하게 느껴진다."얘들아! 날씨가 추워질수록 나가 놀아라."

2018-12-20 11:11:31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선물같은 축제 '탄츠메세'

대구국제무용제 업무차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탄츠메세'(Tanz Messe)에 참여한 적이 있다. 격년제로 열리는 탄츠메세는 25개국 이상 50개의 무용컴퍼니와 2천여명의 공연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품의 홍보와 교류, 거래를 돕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댄스마켓 중 하나이다. 참여한 공연 관계자들과의 만남, 새롭게 알게 된 무용단 정보 등도 중요했지만, 이 기간동안 하루에 6-7편의 작품을 봐야 하는 일정에 허리가 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감동적인 작품 하나를 마주할 때, 이전의 수고를 모두 잊을 수 있게 해줬다.그런데 이런 좋은 작품보다 내게 더 감동적이었던 것이 있었다. 그 해, 탄츠메세가 열리기 3일 전부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주(州) 성립 70주년 기념축제가 있다하니, 비행기를 며칠 일찍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윌리엄 왕세손과 메르켈 총리도 참여한다하니, '우연히 마주치지나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청한 8월의 말의 하늘아래 라인강변을 따라 수없이 길게 늘어선 부스들과 번잡해 보이는 축제 현장에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가 아니라 체험식 휴양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보통 축제라고 하면 많은 인파들과 몇몇 볼거리의 공연들, 함께 간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돈을 쓰며 체험을 하고 맛난 음식들을 먹었던 기억들로 가득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간 NRW 70주년 축제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및 프로그램들은 거의 무료였고, 비싼 재료가 쓰이고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고 시간과 정성이 오래 걸리는 데도 돈을 받지 않았다.곳곳에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그것 또한 무료.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범버카와 회전목마, 꼬마 바이킹, 기차까지. 대관람차를 타고 반대편을 보면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비롯해 거장들의 예술품과 같은 건물들과 뒤셀도르프의 아름다운 미디어 하버가 함께 한눈에 들어왔다. 놀이동산도 아닌데 강 주변에 놀이기구가 있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었는데, 며칠간의 축제를 위하여 모든 놀이기구들을 설치하고,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무척 놀랐다. 3일간 축제 현장 곳곳을 돌아보며 많은 것들에 놀라고 감동했다. 더불어 이것들을 만들고 계획한 사람들이 궁금해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문득, 지난 가을 안동의 한 축제장에 가서 겪었던 나쁜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독일의 축제와 대조된다. 열심히 참여해 만든 도자기가 택배비까지 지불했는데,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부스 주인의 연락처도 모르지만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적어놓은 연락처로 소식이 오려나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내년에는 대구에서도 선물같은 축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2018-12-19 11:16:05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부모 됨은 홀로서기의 과정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말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속담을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왔다. 그러나 속담의 진정한 뜻은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닫기에, 준비되지 않은 부모는 오늘도 전쟁을 치른다.양육전쟁의 패잔병이 된 부모는 상담실에 와서 백과사전을 찾는다. 자녀 행동에 대한 갖가지 대처방법이 적혀있는 백과사전 말이다. 안타깝게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지침서는 없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 딱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우연히 적절한 훈육을 발견해도 다시 찾아 헤맨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양육 행동으로 키우고자 할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양육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등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당신은 홀로 서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답하고 싶다.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으로서 책임있는 삶을 살아가는 독립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머릿속의 다짐일 뿐 실제 생활은 다르다. 이는 양육에 대한 걱정과 조바심으로 나타나는 부모의 불안이 하나의 요인이다. 마치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부모의 불안은 자녀에 대한 이해를 늦춘다.예를 들어보자. 자녀의 등교 거부는 부모의 걱정거리이다. 학교생활은 긍정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대변하기에 걱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등교 거부에 대한 자녀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부모의 커져 버린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온갖 당근과 채찍으로 자녀는 등교할지 모르지만, 등교 거부의 진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자녀를 이해할 기회는 부모의 불안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또한, 부모의 불안은 자녀가 성장하는 기회를 뺏는다. 문제행동을 자녀가 거쳐야 할 과업으로 보지 않고, 부모의 불안 감소를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모가 문제행동을 먼저 제거함으로 인해 자녀는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거나, 문제 해결력 부족으로 적응이 힘들어질 뿐이다.이와 달리 문제행동을 자녀가 살아가야 할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 자녀는 문제행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부모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요청하고 의논할 수 있다. 이 때, 문제행동은 자녀를 성장시키고 독립된 인격체로 나아갈 기회가 된다.이처럼 양육은 자녀의 삶과 구분할 수 있는 지혜와 안정되고 독립된 마음이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분리하지 못하면 자녀를 독립시킬 수 없다. 어쩌면 부모 됨은 끊임없이 단련하는 홀로서기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홀로 서 있는 부모만이 새로운 인격체의 탄생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2018-12-18 11:50:00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페라의 생생한 현장감

오페라는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물론 음악이 중심에 놓이지만 문학적인 부분, 연극적 요소, 미술과 건축, 의상과 분장까지 어느 것 하나 뒤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부분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예술장르라고 할 수 있다.하나의 작품을 무대화할 때는 극장이라는 공간적 조건과 공연 시기별 특성을 감안한다. 더불어 제작주체의 재정적 상황까지 고려하여 작품을 선정하고, 연출자와 지휘자를 정하고 배역별 캐스팅을 진행시킨다. 똑같은 작품을 정하더라도 연출자와 지휘자 또는 출연진에 따라 매 공연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심지어 같은 캐스팅으로 공연한다고 해도 각각의 공연은 결국 다르다.오페라는 '순간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대의 막이 열리고, 내릴 때까지 바로 그 시간 동안 무대와 객석에 함께 하는 사람들만이 오롯이 누리는 예술이다. 공연에는 대단히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흔한 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출연자들의 컨디션이 달라지고, 공간의 외적 환경이 달라지며 관객 역시 매번 달라진다. 관객 또한 공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오페라를 생물처럼 여긴다. 오페라는 박제된 무엇이 아니라 생생하게 현장에 살아있는 것이다.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4회에 걸쳐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리게 될 푸치니 걸작 '라보엠'을 준비하면서, 오페라는 살아있음을 또 한번 실감한다. 당초 로돌포 역으로 참여하게 된 베를린 도이체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테너 강요셉의 건강에 갑작스런 적신호가 켜졌다. 대단히 비중이 큰 배역인 만큼 제작진은 일순 당황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경험이 풍부한 극장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커버'(Cover)를 배치한다. '커버'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후보가수다. 꼬박꼬박 연습에 참여하며 준비하고 있다가, 주역가수의 컨디션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그 자리에 투입된다. 후보선수가 주전으로 입장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며,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번 '라보엠'에서 바로 그 기회를 잡게 된 사람은 테너 조규석이다.전설적인 테너 파바로티가 1963년 런던 로열오페라의 '라보엠'에서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커버로 데뷔해 마침내 세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것처럼, 테너 조규석은 오랜 시간 연마한 실력과 자신만의 매력을 '라보엠'에서 아낌없이 보여줄 기회가 올 것인지 기대된다.오페라는 틀림없이 매 순간 살아숨쉰다. 바로 그 순간의 생생한 감동을 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2018-12-17 12:06:01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소설 "The Gift of the Magi"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잘 알려져 있다.가난한 남편은 집안의 가보 시계를,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팔아 서로에게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감사와 사랑을 가르쳐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그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어떤 선물을 가져다 줄지 설레어 하며 양말을 걸어놓고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양말이 너무 작아서 선물이 안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말이다.크리스마스 선물이 부모님이 사다 주는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성장 통과의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 설렘이 학습되어서인지 몰라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행복 가득한 웃음이 입가에 머문다.12월의 크리스마스는 11월에 시작이 된다. 11월 첫날 크리스마스 시즌을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눈이 아프도록 찬란한 불빛들이 켜진다.한해가 언제 이렇게 지났냐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잠시 품으면 12월이다.'월화수목금금금'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들과 중요한 날에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는 것이 다반사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카드를 준비한다.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 겸 동성로를 돌며 예쁜 카드를 가족 수만큼 샀다. 카드 앞에 가족의 이름을 쓰고 빈 카드 용지를 내민다. 이른바 롤링페이퍼다.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카드를 같이 쓰는 것이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행사다. 조용히 숨기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서로의 기쁜 마음을 내놓고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크리스마스가 설레는 이유는 이 날을 빌려 누군가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표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뜻하지 않은 기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 것 같다. 평소 일하느라 가족을 제대로 못 챙겼을 아빠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사랑고백을 미처 하지 못했던 커플들은 이날을 빌려 야경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에 취해 마음속의 고백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축복받은 날이다.꼭 비싼 선물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이 선물을 하기 위해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해 왔는지에 더 감동할 것이다.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에 정성 들인 손편지를 함께 줄 수 있다면 더욱 멋진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2018-12-13 14:01:16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심각성

내가 채식을 시작하자 음식물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무엇이 음식물쓰레기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공부해보니, 음식물쓰레기를 나누는 기준은 나라마다 달랐다.선진국은 퇴비로 만들 수 있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우리는 동물사료로 사용하는 것만이 음식물 쓰레기이다. 그러니까 같은 채소라도 딱딱한 물질이나 옥수수껍데기, 달걀껍질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다. 당연히 생선이나 고기도 아니다.각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매립하거나 동물사료로 쓰거나, 2가지 방법으로 처리한다. 땅에 매립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문제가 많다. 매립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 계약이 안되면 한번씩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침출수가 나오고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현재 많은 음식물쓰레기는 가축 사료용으로 활용한다. 주민들이 정확하게 분류한 것도 아닌데 재분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냥 큰 기계에 들어가서 섞고 갈면 동물사료로 나오게 된다. 고기가 섞인 것이 동물사료로 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무엇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처리비용만 1년에 500만t, 9천억 원이다.정부에서도 음식물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년 전부터 분리수거를 하고 줄이자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생활쓰레기의 20%를 넘고있다.(선진국은 10%). 몇 년전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음식점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해서 27%나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 된다.나는 마당이 있으므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있다. 부패가 아니고 발효를 시켜야하므로 조금의 수고는 해야 한다.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25℃ 내외), 수분(한번씩 물을 줘야 한다), 공기(가끔씩 뒤집어야 한다), 영양분(질소·탄소 비율이 3:1)이 맞아야 한다. 이런 방법이 개인차원을 넘어서 동네차원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현재 도심에서는 주차장이 부족하므로 노는 땅을 주차장으로 내놓으면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차장은 더 많은 차를 가져오도록 만들고, 환경오염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악순환이다. 이런 땅을 동네에서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땅으로 만들고 세금혜택을 주자. 아마 음식물쓰레기 5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관리하는 방법을 상의하고 운영을 하면 음식물 쓰레기 활용도 할 뿐더러,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점차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도 할 것이다.

2018-12-13 11:59:10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새로운 공연장에 대한 상상

올해는 유난히 야외공연이 많았던 것 같다.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라 정식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많은 공연이 있었다. 야외공연장이라고 정식 명칭된 곳에서의 공연 외에도 가무대 형식의 장소, 미술관, 체육관, 병원, 주민센터, 시장, 철도역, 잔디밭 등.10년 전 학교에서 환경연극과 장소 특정적 공연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그 새로움에 대해 참으로 신선했는데 현재 공연이라는 것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러 형태의 공연이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된 듯하다. 과거 '버스킹'이라고 불리던 야외공연들도 이제는 그 정의와 경계조차 모호한 듯하다.수원에 '고색뉴지엄'이라는 곳이 있다. 수원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이었던 폐수처리장을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한 곳이다. 전시는 물론 도서대여, 문화교육 프로그램 진행 및 공연까지 이뤄진다. 나 또한 공연을 계기로 그곳을 알게 되었다.대구에도 이와 같은 곳이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션 그리고 자갈마당 성매매업소가 있던 곳을 개조해 작은 미술관으로 만든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한국 최초의 담배 생산공장이었던 대구 KT&G 연초제조창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 2013년에 개관한 곳이다.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대구예술발전소 옆에 또 하나의 건물이 있다. 대구시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자, 그 지원사업으로 창의적 문화예술기반 구축 및 청년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지원을 내걸고 KT&G 옛 사택, 아파트 2동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수창청춘맨숀'이 그것이다. 이달 3일 개관을 하고, 현재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이렇게 예를 들 정도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며 지금은 또다른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런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령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연장은 8세 이상 관람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공연은 유모차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도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훗날 공연이라는 것이 공연장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공연장도 장소적 측면에서는 공연의 한 형태다. 그와 함께 10년 쯤 뒤에는 현재의 공연장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까. 어떤 형태의 또다른 공연장소가 생겨날까.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공연을 하는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기상천외한 공연장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18-12-12 11:45:17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사랑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1년 전 그와의 만남은 유난히도 아픈 만남이었다. 내 곁을 떠난 사촌동생의 미소와 닮아서인지,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기 전에 상담이 중단되어서인지 모르지만, 지금도 마음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소리없는 눈물과 붉어진 콧망울 그리고 가끔 짓는 억지웃음이다. 그 웃음이 자신을 달래는 자기 위안이었는지, 듣는 이가 걱정할까봐 애써 웃어주는 것 인지 알 수 없으나, 미소짓는 모습에 내 마음마저 애잔했다. 아픈 사연을 아무도 모를 만큼 해맑은 얼굴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녔다. 모든 결과가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자기개발서를 교본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말이다. 아무도 없는 곳이나 모두가 잠든 밤이 되어서야, 자신의 힘듦과 외로움을 들여다봤다. 무엇이 이토록 혹독하게, 무엇이 이토록 그를 외롭게 하는 걸까.그를 생각하면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떠오른다. 영화의 주인공은 여자 복싱선수. 복싱을 하겠다며 체육관에 들어선 그녀는 푸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여느 영화처럼 혹독한 자기관리와 함께 훌륭한 코치를 만나면서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장과 행복한 결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의 성공은 자기 성장이 아니라 가족의 희생양으로 살아온 결과이기 때문이다.가족애로 시작한 주인공의 자발적인 노력은 성공이라는 문을 통과하면서, 파렴치한 가족을 위한 과도한 자기희생으로 변한다. 어쩌면 영화의 제목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가족의 소중한 아기가 아닌, 경제적 가치의 존재일 뿐이라는 씁쓸한 메시지를 전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아침드라마 제목인 '큰언니'와 같은 느낌이랄까.이처럼 왜곡된 가족애는 자신과 가족을 아프게 한다. 예를 들면 부부애가 모성애보다 강할 때, 든든한 보호자의 부재로 자녀는 사회적응이 어려워지고 높은 불안을 갖게 된다. 가족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젊은 부부 사이에서 볼 수 있다. 또 효도가 모성애보다 강할 때,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자녀상으로 강화되면서 어느 순간 부모와 자녀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나약한 부모를 보살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이다.억지웃음의 그는 어머니의 희생과 보살핌에 대해,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 효도하고자 애쓰는 경우이다. 폭군 아버지로부터 생존한 동지애를 가진 두 모자는 자신을 돌보기보다 서로를 위해 살아왔다. 그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청춘을 다 받쳤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효도하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자기 돌보기가 없는 이타적인 사랑은 겉으로 억지웃음을 보일 뿐, 남모르는 외로움과 힘듦을 숨기게 되는 불균형을 만든다.사랑에도 질서와 균형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짝사랑은 때론 낭만적이고 애틋하지만 완전한 사랑일 수 없다. 건강한 가족 만들기는 가족간의 위계질서 속에서 자신과 가족 돌보기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처럼.

2018-12-11 14:19:01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페라 '라보엠'의 첫사랑 이야기

#1. 주머니는 텅텅 비었지만 열정 가득한 청년예술가들이 한 칸짜리 옥탑방에 모여 산다. 시인과 화가, 음악가 그리고 철학자. 때는 칼바람 부는 겨울이지만 언감생심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당장 카페로 가자며 의기투합한다. 오늘은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니까.#2.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곧 뒤따라 가려던 시인은 뜻밖의 방문객을 맞는다. 마찬가지로 춥고 배고픈 처지지만, 어딘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한 미모의 옆방 아가씨가 뭔가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한 눈에 서로 반한 시인과 아가씨는 곧장 커플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시인은 아가씨의 찬손을 따뜻한 마음으로 녹여주고 싶었다. 거리에는 하얀 눈이 축복처럼 내리고, 불빛 가득한 카페는 파라다이스처럼 아름답다.#3. 시인과 아가씨는 그 해 겨울을 함께 지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가씨는 병색이 짙었으며, 시인은 여전히 가난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웬일인지 자꾸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크게 다툰 두 사람은 이제 헤어지자며 맘에 없는 소리를 한다. 아가씨는 시인에게 부담을 주는 자신이 미웠고, 시인은 아픈 그녀를 돌보지 못하는 스스로가 못내 괴로웠던 것이다.#4. 아가씨와 헤어진 시인은 하루도 그녀를 잊은 날이 없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항상 서글픈 마음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까.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를 이끌고 시인을 찾아온 아가씨는 숨겨뒀던 진심을 전하고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도 없게 된 두 사람. 아픈 첫사랑의 추억만 시인의 몫으로 남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것이다. 젊었고, 그래서 가진 것이 없었고, 매사에 서툴렀고, 늘 뒤돌아서서 후회했던 시간들이지만, 먼 훗날 되짚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는다.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사랑받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은 이렇게 아련한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로 각색돼 또 그만큼 사랑받은 걸 보면, 어느 시대에나 어떤 영화 혹은 TV드라마로 꾸며진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인 것 같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역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게 되는 오페라 '라보엠'. 가장 낭만적이며 품격 있는 연말을 보내는 데 이보다 멋진 순간이 있을까.

2018-12-10 11: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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