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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추운 겨울철에는 역시 귤이 제맛이라, TV 등에서 본대로 난로에 구워도 먹어 보고, 껍질을 잘 말려 차로도 먹어 보고, 요즘 귤이 참 맛있는 계절이다.학창시절 배웠던 말들 중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말의 유래는 제나라의 안영이 초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초나라 왕이 제나라 출신의 도둑을 안영의 앞에 끌고 와 제나라 출신은 순 도둑놈뿐이라며 비아냥거리며 안영의 기를 죽이려 했다. 안영은 이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을 하며, 본디 귤이 물과 토질이 다른 곳에 오면 귤과는 다른 탱자로 변한다고 얘기했다. 본래 선한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물들어 살게 되어 도둑이 된 것이라며 오히려 초나라의 왕의 코를 납작하게 하였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어린 시절이지만 참으로 재밌기도 하고 뜻깊은 말이라 여겼던 것으로 기억한다.하물며, 귤도 토양이나 그 지역의 기후 등의 요소에 의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지는데, 우리의 문화예술은 어떠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일반적으로 문화예술 공연이나 축제 등을 기획할 때,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모방하거나 아예 통째로 그 콘텐츠나 공연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물론,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으니 손쉽게 성공이 보장된 것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분명, 각 지역 마다의 특성이 있고 지역성 등이 다르다는 부분을 간과(看過)한 콘텐츠가 무조건 우리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느 지역의 축제를 가더라도 그 지역의 특색이나 그 축제만의 차별성이 없이 다 비슷한 형태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국내에 지역축제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만 해도 1년에 20만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고 있고, 인구 1천600만 명의 네덜란드의 경우만 보더라도 약 5천여 개의 축제가 개최될 정도이니 계량적 숫자만으로의 지적은 아니라, 고유의 개성을 갖고 지역의 차별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주제나 형식이 중복되는 지역축제가 많은 것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당장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발굴 기획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을 통해 축제 자체가 지역의 특산물 등을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서 만의 역할을 넘어, 그 자체가 지역의 관광, 산업의 중추적 자산이 된 유럽 등 다른 지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지역의 특성과 차별성, 그 지역만의 노력과 연구를 통해 귤이 회수를 건너 더욱 그 가치를 높이는 천혜향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2019-01-31 11:22:37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 전문가

[매일춘추]관계로부터의 자유

우리는 매일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부모자녀, 부부, 친구, 연인, 동료 등 수 도 없이 많은 관계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이 관계라는 것은 우리에게 위안도 주지만, 스트레스의 주원인이 될 만큼 어렵기도 하다.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이 늘 서점 베스트셀러 10위안에 드는 것도 우리가 늘 관계에 목말라하거나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물론 서로 다른 인간이 만나 관계를 맺는데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해도, 관계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보기 싫은 사람을 계속 보거나, 관계가 끝나는 것이 두려워 관계를 위한 관계를 맺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이러한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알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서로에게 집착하거나 소유하려 할 때 그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힘이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자녀를,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연인 간, 친구 간에 내 마음대로 하려 들 때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사실 '너를 위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깊은 곳에는 나의 만족과 욕심이 있다.인간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사회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에밀 뒤르켐은 이러한 이중적인 존재를 '호모 두플렉스'라고 명명하여 사회적인 존재에 의해 개인적인 존재가 길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근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자유로운 '개인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먼저임을 더 강조해왔고, 실로 인간은 나면서부터 독립된 인격체이다. 어린 아이를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객체이기 때문에 소유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소유하려 들 때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따라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소유와 집착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여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줄 때 그 사람은 내 곁에 머무르게 된다. 또한, 소유의 마음을 내려놓으면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관계를 내 곁에 묶어두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어,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원래의 '나' 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결국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아예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서로에 대한 소유와 집착을 내려놓은 채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잘'싸우고 맞춰가는 시간을 가질 때, 관계의 질은 보다 높아지고 스트레스는 좀 더 낮아지지 않을까.

2019-01-30 13:08:50

[매일춘추]과학기술의 발전과 예술

4차산업혁명의 길은 그 과정으로만 본다면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그 단어가 명명되는 그 순간 마치 이 명제에 모든 인류가 맞추어져야 할 것처럼 여기어 졌고 매스컴은 이 변화의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 시키고 있으며 그 변화에 맞추어지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한 낙오자가 될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활동을 표준화하는 두뇌연구, 그 표준화된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기술,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우리의 선택을 대신해주는 무인시스템, 생산의 틀을 바꾸어놓을 3D인쇄기술, 사람을 도와 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로봇공학, 스스로의 신경망을 만들어 자신의 오류를 보고 없이 수정해 나가게 될 인공신경망 등등의 단어들을 대면 할 때면 우리의 내면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무력함과 개별성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이렇게 우리의 생각의 속도를 훨씬 앞서는 과학/인터넷기술의 발전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음악의 아버지 바하는 '완벽한 예술은 기술을 숨긴다.' 라고 했다. 작곡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창작자의 작품을 보거나 들으면서 그것으로부터 감동이라는 것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이유를 단순히 기술의 완성도가 좋았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 작곡가의 음악을 판단함에 있어 그가 남긴 어느 단 하나의 작품으로 그 작곡가 전체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작곡가의 작가로서 가지는 방향성이다. 우리는 이것을 작가정신이라고 한다. 어떠한 작품을 지향하고 추구하는가, 어떠한 인생의 무게를 이 작품을 통해 남기고자 하는가, 왜 이런 작품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종합적인 물음을 전재로 작품과 작가 또한 평가 되어져야 한다. 여기서 기술은 그저 작가의 의도를 담아내는 빵틀에 불과하다. 물론 먼 미래에는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를 가진 A.I.가 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고 더 키워나가야 할 부분은 인간으로서 느껴야 하는 것들을 온전히 지켜나가려는 의지가 아닐까 한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고유영역인 창작성,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기만족, 예술가로서의 의무와 책임, 인류에 대한 사랑,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예술로의 방향성, 개별적인 음악적 색채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등을 생각한다면 문화라는 거대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나 평균적인 수치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서영완 작곡가

2019-01-29 13:25:07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말로써 말 많은 나전칠기

고려조 500년의 전통미술품으로 알려진 나전칠기(螺鈿漆器)가 최근 설화(舌禍)의 중심에 놓여 수난을 당하고 있다. 나전칠기란 칠공예의 장식기법으로 얇게 간 전복이나 소라 등 형광 형태의 조개류 껍데기를 오려 내어 옻칠 기물(器物)의 표면에 입히는 '자개박이'를 말한다. 대구․경북의 유명 가구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값비싼 자개농이나 화장대, 문갑 등에 많이 쓰이는 공예기법이기도 하다.그런 나전칠기가 정치권력의 입김에 따라 문화재로 둔갑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비로 사들이라는 구매 압력까지 받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게다가 전통미술의 대표성을 자랑해온 나전칠기가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쓸리고 대통령의 휘장이나 선물용 시계와 영부인의 손지갑에도 장식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떠올리는 얘기까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물론 나전장인(螺鈿匠人)의 반열이나 제조기법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전칠기가 마치 자신의 전유물인 것처럼 정치권력이 내뱉는 '말'의 성찬(盛饌)이 문제를 더 키운 게 아닐까? '말'이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인 언어의 체계이다.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지 않고 잠시도 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말도 가려서 해야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자칫 말꼬리를 물고 설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말에도 맛이 있다고 한다. 쓴맛, 단맛, 쓴소리, 단소리…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도 있지만 툭, 한마디씩 던져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있다. 말이 많지만 조리정연하게 물 흐르듯 청산유수(靑山流水) 같은 말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남의 말을 무시하고 듣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막말까지 쏟아내는 것은 탁수난류(濁水亂流)다.새삼 조선조 영조 때의 선비 김천택의 가집(歌集)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린 글이 생각난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말이란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과 오해를 낳아 문제를 더 키울 수 있으니 아예 입을 닫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남없이 말조심하며 살아야겠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28 11:33:52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아첨으로서의 침묵

새해 들어 아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태초에 아부가 있었다는 말처럼 뛰어난 아부는 탁월한 팔로워십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아부는 배척해야 할 타도의 대상이면서 또 배워야 할 관계의 모델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부에 약하다. 엄격한 도덕주의자는 아니지만 타고난 기질 자체가 독립적이고 이익을 염두에 둔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부 자체를 백안시하지도 않는다. 웃지 않아도 좋을 때 웃어야 하는 작은 아부부터 생존을 위한 아부까지 생활 자체가 아부의 연속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힘 있는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방식이고,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부 또한 인정투쟁의 한 속성이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아첨 행위이다."까마귀는 죽은 사람을 쪼아 먹지만 아첨은 산 사람을 먹어 치운다"고 했다.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론을 파괴하는 사람을 더러 본다. 그들은 교언영색을 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타인을 모략하기도 한다. 아첨과 관련된 유명한 말로는 교언영색과 곡학아세를 들지만 산 사람을 먹어치우는 아첨으로는 연옹지치도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첨형 인간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연옹지치형 인간이 되어서야 되겠는가.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옹지치형 인간보다는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감고 외면하는 침묵으로서의 아첨을 택한다. 침묵함으로써 입을 더럽히지 않고 몸을 숙이는 행태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침묵형 아첨을 우리 사회는 인간관계를 잘 맺어가는 뛰어난 팔로워십으로 오해하기도 한다.아첨형 인간은 조직을 갉아먹고 리더가 상황판단을 잘못하게 만들며 동료들과의 관계마저도 결국은 망가뜨린다. 이런 인간들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이 오직 그 리더를 통해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루어내고자 할 뿐이다. 리더를 보려면 부하를 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아첨형 인간과 달리 염치형 인간은 그 이익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복잡다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문동 72현처럼 두문불출까지는 아니라도 노해야 할 때 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염치가 있다고 하지 않을까. 아첨으로서의 침묵 또한 아첨일 뿐이다.

2019-01-24 13:59:14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문화와 예술의 관계

일반적으로 문화(文化)의 정의는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습득하고 영위하는 모든 능력과 습관을 포함하는 말로 한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 행동, 사물을 모두 포함하는 복합적인 체계일 것이다.아마도, 인류가 유인원 단계에서부터 인간으로 진화하면서부터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되며,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 이처럼 폭넓은 의미를 지닌 문화라는 말에 비하면 예술은 참으로 보잘것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문화를 얘기할 때 예술을 붙여 문화예술(文化藝術)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신문을 예를 들면 정치, 사회, 경제, 문화라는 카테고리(Category)로 나누어져 있는데, 문화의 본래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용어 일 테지만, 분명 문화면을 따로 두어, 문학, 예술, 방송, 영화 등의 예술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예술(藝術)이 문화에 있어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기에 현대에 와서 문화의 전반을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이 되었을까. 인류가 언어도 갖지 못해 역사서 하나 남길 수 없었던 당시의 문화는 분명 우리는 동굴 벽화나 무덤에 소장된 도자기, 의복 등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시절의 삶의 양식이나, 조상들의 행동 방식 등인 문화(文化)를 유추하고 알아 왔을 것이다.또한,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 시절 일제는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고자 우리의 언어도 못 쓰게 했으며, 우리 고유의 생활 방식 하물며, 장례문화까지도 말살하려고 했던 시기다. 우리 일반 백성들의 생각이나 사고가 제대로 전달 되지 못한 시절, 우리는 당시의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을 통해 그 당시의 일반 국민들의 정서인 문화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이처럼, 예술(藝術)은 인간의 사고나, 내면의 관념을 표현하고 있기에 지난 시절의 문화(文化)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양식(樣式)이라 생각된다.하지만, 문화와 예술을 동일시(同一視)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예술이 가진 고유의 미적(美的) 가치의 기준이 훼손될 수 있기에 분명, 구분 지어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일반적으로 문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을 예술의 단락 안으로 집어넣어 바라보는 예술이라 얘기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예술(藝術)은 시대의 문화(文化) 표현하는 주요한 부분이지, 문화가 곧 예술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藝術)을 문화(文化)의 일부분이라는 차원을 넘어 예술만이 가지는 가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현석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1-24 11:09:33

김은혜

[매일춘추]선의의 경쟁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아간다. 경쟁의 순기능이라면 서로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전체의 능력이 증가되면서 더 발전하는 사회가 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고, 역기능으로 말하자면 경쟁에서 낙오되는 자는 생기게 마련이고, 이들이 기회를 잃고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것, 몰인간화와 온갖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문제는 너무 이른 시기에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면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고, 이는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학업지상주의에 따른 경쟁이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분별을 잃게 만들고, 무엇을 위해 내가 살아가는가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서 경쟁의 순기능이 서로 더 노력하게 되어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 했는데, 우리의 10대들의 경쟁에서는 이겨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할 뿐, 함께 발전해나간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물론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긍정적 자극이 동기부여가 되어 선의의 경쟁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선의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이 경쟁을 왜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아이들에게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며, 그것은 우리 어른들이 도와줄 몫으로 보인다. 과거의 우리는 남보다 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를 빛나게 하고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잘하고 있어도 늘 만족감보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게 되고, 동료는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동지애의 대상보다 높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불안한 경쟁을 되물림할 수는 없지 않을까.경쟁이 없는 사회는 없다. 그러나 경쟁에 앞서 함께 길을 걷는 즐거움을 깨닫는 것,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할 기회와 상황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는 '이기는 것만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자아정체감이 발달하고 있는 청소년기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자. 김은혜(이화 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1-23 11:33:07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지방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미국 동부 보스턴에 위치한 버클리 음악대학(Berklee College of Music)은 디테일한 커리큘럼(수업내용)과 실력 있는 교수진을 보유한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그 명성을 믿고 전 세계로 부터 매년 많은 학생들이 꾸준하게 입학하고 있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잘 짜여 진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우수한 동료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간다. 학생들의 실력은 매학기 진행되는 레벨 테스트를 통해 1부터 8까지의 여덟 단계로 평가된다. 이 점수로 학생들은 주관적인 판단에서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스스로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들의 실력을 최상의 레벨로 끌어 올리게 하기 위해 학교는 각 단계에 맞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이러한 평가는 비단 학생들에게만 향해있지 않다. 방학이면 각 단과의 교수들은 빠짐없이 1주일간의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교수들은 한 학기 동안 진행한 강의내용과 수준, 그리고 그 결과를 철저하게 평가받고 책임지게 한다. 또한 학교 시스템에 있어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고 바꾸기에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교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결과는 버클리의 수준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내부적인 잣대로 매우 엄격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매 학기마다 높은 수준의 학교로 과감하게 진화하게 하고 있다.2019년의 우리는 출산 저하로 인한 가파른 인구감소의 결과로 대학 입학정원이 신입생의 수보다 많아지는 시점에 와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이렇게 예상된 위기에 대비해왔다. 모든 대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을 줄이거나 혹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대학평가는 학생정원수를 줄이는데 지나치게 초점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대구와 같이 지방의 대학들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학생들을 유치해야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구조개혁평가로부터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학교로 스스로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많은 경우 문제가 지속된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광주 인제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대학의 본질과 한국 대학'이라는 강연에서 "대학 개혁 담론의 중심은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렇다면 그 본질은 외부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근시안적인 해결이 아닌 내부의 반성과 평가에 치열하게 직면할 때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2019-01-22 13:33:13

[매일춘추]침묵의 교구를 향한 기도

정적이 감도는 본당에 나란히 배치된 250석 규모의 기구대가 썰렁하게 보였다. 하지만 우뚝 선 제단 중앙에 커다란 켈트형 십자고상이 걸려 있고 스테인드글라스(창문) 틈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부서지며 양쪽 벽면에 걸린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신(聖神) 초상화를 훤하게 비출 때 한결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직후 방북단이 돌아본 평양 장충성당의 내부 모습이었다.켈트형 십자고상과 성신 초상화는 만수대창작사가 조각하고 그린 것이라고 했다. 만수대창작사는 '김씨 왕조'를 우상화하기 위해 그림과 기념물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십자고상과 성신 초상화까지 제작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유일한 장충성당은 종교의 자유를 가장한 가짜 관제성당에 불과할 뿐이었다. 붉은 종교 외에 다른 종교를 믿으면 목숨을 잃거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때문이다.천주교 평양교구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가 교구를 설정한 1927년. 올해로 92주년을 맞았지만 지금은 유서깊은 평양교구가 모두 사라지고 수난의 기록만 전해지고 있다. 1942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적국 출신인 메리놀외방선교회부터 추방했다. 그 당시 평양교구는 성당 19곳, 공소 106곳에 신자가 2만8천4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도 교세는 꾸준히 신장해 1945년 8·15 광복을 맞았을 때 성당은 57곳, 신자수는 5만2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1948년 북한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신앙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평양교구를 이끌어왔던 홍용호 주교는 납치,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었다. 6·25전쟁 땐 모든 사제와 수도자들이 납치 또는 순교했거나 월남했고 신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 무렵 평양교구는 사제도, 수도자도, 신자도 없는 '침묵의 교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는 북한 신자들을 잊지 않고 있다. 평양에서 태어나 사제가 된 황인국 몬시뇰은 북한엔 아직도 신앙을 버리지 않은 동포들이 많이 있다고 확신한다.그는 2015년부터 평양교구 말살 당시의 성당 57곳 중 한 곳씩 정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직 간절한 기도만이 자유와 평화를 싹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주여! 여기 침묵의 교구에 다윗의 힘이 솟게 하여 주시고 등불을 켜 주시옵소서."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21 11:32:01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매일춘추]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한때 이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항일을 하자니 몸이 고단할 것 같고 친일을 하자니 마음이 고단할 것 같고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말이오."라는 대사가 유행하면서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바람이나 별, 꽃, 웃음, 농담 같은 무용한 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무해 준다. 돈벌이에, 아이들 교육에, 인간관계에 지치다 보면 이런 무용한 것들이 우리를 위로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 준다. 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무용한 것으로 살겠다고 나서는 것이 예술이다.따지고 보면 예술이 언제 무용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예전에는 자식이 예술을 하겠다면 부모들은 가난하게 산다고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말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굶어 죽기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히 가난한 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술은 성행하고 앞으로 더 성행할 것이라고 본다. 바로 그 무용성 때문에.예술은 '즐긴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돈벌이를 '즐긴다'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을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처가 생노병사를 고통이라고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는 것을 고통까지는 아니어도 힘겨워한다. 나는 바로 그 고통 때문에 예술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갈 것이며, 미래에 더욱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통을 겪으면 회피하고 치유하려는 본능이 있는데 예술에는 고통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숨 막히는 교통체증을 감수하면서 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바로 이 바람이나 별, 꽃, 나무, 햇살 같은 무용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이 무용한 것들을 화가는 화폭에, 작가는 책에, 배우는 스크린으로, 음악가는 노래로 옮겨 놓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예술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창작한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즐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현상인가. 생활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예술로 치유하면서 예술은 여전히 무용한 것으로 치부한다. 예술이 당장 의식주의 기본적인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 이래로 예술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라. 건축물은 실용적인 뼈대만으로 단조로울 것이며, 옷은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역할로도 충분할 것이며, 생활은 먹고 사는 일로만 영위될 것이다. 죽고 사는 일에 예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에는 예술이 필요하다. 인간은 동물처럼 먹이와 잠자리만 구하지 않아서 인간이고, 사유와 예술이 있어서 인간이다.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무용한 것들이 정작 인간의 영혼에는 가장 유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2019-01-17 11:58:07

이현석

[매일춘추] 이 시대의 베리즈모(Verismo)를 꿈꾸며..

'왜 사람들은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할까?' 이런 저런 여러 고민을 하던 끝에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냈다. 그건 오페라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상 그러하다, 오페라 연출, 제작하는 사람으로서도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오페라를 접할 때가 있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로 오페라는 음악 외에도 미술, 문학,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지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인 것이다. 이런 뻔한 오페라의 자랑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만큼 제작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수의 오페라를 작곡한 작곡자는 그만큼의 막강한 후원자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反證)이 되는 것이다.오페라라는 장르의 시초로 알려진 16세기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다프네(Daphne)부터 바로크시대, 고전파, 낭만파를 거치며 많은 수의 오페라가 등장을 했다. 이러한 시대를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아마, 주요 관객층과 후원 층은 귀족이나, 왕족, 종교계가 아니었을까. 대부분의 부(富)와 재력(財力)이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구미(口味)에 맞는 왕족, 귀족, 영웅, 신화, 종교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하지만, 오페라는 그렇게 어려운 귀족의 전유물로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18세기 산업혁명(産業革命)으로 시민계층의 경제적 성장이 가속화 되었으며, 이로 인해 여러 경제활동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일반 시민계층 중 일부가 재력가(財力家)층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점차 귀족들의 향유문화인 오페라의 강력한 후원자로 성장하였다.오페라는 전(前) 시대와 마찬가지로 후원자들과 주요 관객층들의 구미(口味)에 맞는 시민계층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 소재로 하여 제작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나타난 오페라가 바로 베리즈모 오페라(Verismo Opera)이다. '베리즈모'라는 말은 사실, 진실의 뜻인 이탈리아어 베로(Vero)라는 말에서 나온 사실주의 진실주의라는 뜻이다. 낭만주의의 시대의 비현실적인 신화적 주제를 거부하고, 평범한 배경의 시민계층의 인물이나 그들의 일상사(日常事)에서 가능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비제(Bizet)의 카르멘(Carmen)이 대표적인 작품이다.지난해 70주년을 맞은 우리의 오페라 제작은 어떠한 모습일까. 어느 계층의 구미(口味)에 맞는 소재로 제작되고 있는 것일까. 강력한 후원자와 주요 관객층은 과연 누구이기에 왕족이나 귀족, 신화 영웅의 이야기에 이처럼 목을 매는 것일까. 이 시대의 베리즈모(Verismo)를 꿈꾸는 것이 아마도 이 시대의 오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9-01-17 11:49:43

김은혜

[매일춘추]단 한사람

좋아하는 동화책 중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가 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처음 이 책을 읽고는 주인공이 희생을 통해 죽거나 다치게 되어 '무슨 동화책이 이렇게 슬프지...' 싶었고, 다시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하고 읽었을 때는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동화는 사납고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육식공룡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약하고 작은 공룡에 의해 변해가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모습인 '희생'의 가치를 보여주며 오히려 행복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계의 법칙을 따른다면 이 동화의 내용은 마땅히 약자는 늘 두려움에 떨거나 죽고 강자는 살아남아 계속해서 포악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야하지만, 이 동화 속에서는 그 강자 역시 사실은 굉장히 외로웠고, 친구가 필요했으며, 때로는 슬프고 괴로웠지만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작은 한 공룡을 만나 그의 삶이 새롭게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사람마다 책을 읽고 느낌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단 한사람, 나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생태계의 법칙을 무시하고 천적관계에 있으면서도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희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희생을 오히려 기쁨으로 느끼게 된다는 내용은 내 주위에서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를 살펴볼 겨를이 없이 경쟁이 빗발치고, 서로 밟고 일어서야 살아남는다는 우리 삶에서 '진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도 세상에 아무 기댈 곳이 없고 허망하여 무너지려고 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한 사람 앞에서 새 희망을 가지고 다시 탄력성을 회복하여 나가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단 한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 중 이런 시가 있다.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 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오늘 하루 내 삶이 가치 있게 빛날 수 있도록 누군가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그것은 돌고 돌아 또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삶은 경쟁에서 이길 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살아남게 된다.김은혜 이화아동연구소 연구원

2019-01-16 11:47:28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 창조적 문화콘텐츠가 경쟁력

예전에 흥행했던 영화를 다시 스크린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있다. 배급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개 작품의 흥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쓰게 되는 천문학적인 홍보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그 형식이 이미 필름으로 완성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 결정과 실행이 비교적 간단하다. 이와는 다르게 뮤지컬처럼 완성된 작품을 다른 나라에서 새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엄청난 라이선스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한 뮤지컬을 여기 한국 무대로 가지고 오는 이유는 물론 뮤지컬의 심장부에서 흥행몰이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홍보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지에서 캐스팅 된 주연과 기획팀이 그 작품을 무대에 올리더라도 원작 그대로의 수준을 유지하게 만드는 아주 까다로운 조건이 지불된 라이선스 비용과 함께 의무적으로 따라온다는 점이다.일례로 2011년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TV쇼 포맷을 수입, 국내의 정서에 맞게 자체 제작한 적이 있다. 이때 미국으로부터 도착한 것이 프로그램 제작에 관련한 아주 두꺼운 라이센스 매뉴얼 북이다. '바이블' 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들을 빼곡히 기록한 책으로,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 사용해야하는 자막은 어떤 폰트의 어느 정도의 크기로 할 것, 사용되는 카메라는 특정 회사에서 제작한 모델이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지닌 것으로 할 것, 녹음을 위한 마이크는 어떠어떠한 모델로 사용해야만 한다 등등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아주 세세한 항목들의 조건이 기록된 책이었다. 물론 이런 조건들이 하나라도 어겨질 시에는 엄청난 액수의 위약금을 저작권사에 배상해줘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문화콘텐츠 계약 매뉴얼'을 제작한 적이 있었지만 이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콘텐츠 제작사간의 계약에 국한된 것이었고, 이처럼 미국 내에서 자국이 아닌 외국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해서 만든 매뉴얼 북을 우리나라 PD들이 직접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은 국내에서 제작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증가하던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과 참고자료가 되기에 충분했다.우리는 한때 인터넷 강국으로서 소프트웨어개발을 통한 경제도약을 꿈꾸었던 적이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자체생산한 문화를 무기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급기야 지난 2014년에는 우리가 순수 제작한 음악프로그램의 포맷을 미국 방송국으로 수출하기에 이르렀고 올해 2019년 1월 2일, 미국에서의 첫 방송과 함께 현재 가장 주목받는 TV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대기업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문화에 국한되어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문화콘텐츠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국내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왔으며 이렇게 쌓아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문화콘텐츠의 본격적인 생산·수출국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2019-01-15 13:32:43

세한도(歲寒圖) 단상

얼어붙은 한겨울. 초라한 집 한 채를 사이에 두고 앙상한 고목이 가지에 듬성듬성 잎을 매단 채 떨고 있는 한 폭의 그림은 바라보기만 해도 으스스 한기가 든다. 조선조 후기 명필가이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무슨 말을 남기고자 했을까?'세한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너무도 단조롭고 살벌한 그림의 배경에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 그림은 궁중 도화서(圖畵署) 전문화원의 그림도 아닌 선비가 그린 단순한 문인화(文人畵)에 불과하지만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추사는 1840년 54세 무렵 사색당파에 희생되어 바다 멀리 외딴 섬 제주도에서 혹독한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었다. 조강지처를 잃고 절친한 친구의 부음까지 전해 듣었으나 갈 수 없는 죄인의 몸이었다.그 무렵 제자 이상적(李尙迪․1804-1865)은 역관(譯官)으로 사신을 따라 중국에 오가며 경세문편(經世文編) 등 귀중한 서적을 구해 추사에게 보냈다. 홀로 힘든 유배생활을 보내고 있는 스승을 위로함이었다. 권력자에게 이 서적을 상납했더라면 출세길이 여릴 수도 있었으나 그는 결코 스승을 잊지 않았다. 이에 감동한 추사는 무언가 선물로 보답하고 싶었지만 유배된 신세라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것 뿐이었다.하여 문득 떠오른 것이 공자의 논어 한 구절. '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 즉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이 구절을 떠올리며 붓을 든 그는 자신의 처지와 제자 이상적의 변함없는 의리를 절감하며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여기에 '歲寒圖'라는 화제(畵題)를 덧붙이고 혹한에도 시들지 않는 늘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비유해 '長毋相忘(장무상망), 즉 나는 그대의 마음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니 그대 또한 나를 잊지 말게나'를 일필휘지(一筆揮之)했다.유난히 추운 올 겨울, 새삼 '세한도'가 생각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절박한 나랏일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연연하려는 자들에게 한겨울을 맑은 정신 하나로 견뎌내는 선비의 절개와 의리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14 11:43:50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매일춘추]흑과 백, 그리고 빨주노초파남보

언젠가부터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뉘어졌다. '모 아니면 도'여야 한다는 선명성이 정직함, 의리와도 같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부터이다. 모 아니면 도 말고도 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데, 다른 경우의 수는 회색인간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중간지대에 선 사람들은 흑 쪽도 백 쪽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중간색, 즉 회색은 흑이기도 백이기도 한데 흑과 백 어느 쪽도 회색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탓이다. "세계를 흑백으로 보지 않으려 했으며, 오히려 다양한 명암이 있다고 보았다." 세계 최장수 총리 연임을 앞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말이다.세계를 흑과 백으로 보는 논리는 위험하다.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보이는 세계를 흑과 백으로만 나누려 한다. 나는 철학을 공부하면서 한번도 문학을 놓아본 적이 없었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철학을 놓아본 적이 없다. 철학도이면서 문학도이고 싶었고, 문학도이면서 철학도이고 싶었다. 그러나 철학 쪽에 가면 철학이 아니라고 거부당했고, 문학 쪽에 가면 문학이 아니라고 거절당했다. 문학을 통한 철학, 철학을 통한 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은 철학이거나 문학의 선명한 자리를 요구했던 것이다. 유행하는 학문 간의 융합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두 학문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통해 자신을 더 폭넓게 드러낸다. 결국 중간에서 그만두긴 했지만 철학을 통해 문학을 해석하고 싶었던 작업은 아직도 미련으로 남아 있다.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어디로 봐도 중간지대에 서 있다. 중도를 지향하는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처럼 보수 쪽에도, 그들이 경원시하는 진보 쪽에도 서지 않는다. 스스로를 '회색인간'이라고 칭한다. 회색인간이라는 부정적 느낌을 가만히 생각하다가 모던 시대를 넘어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회색인간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인간이라면 어떨까.흑과 백은 다양성을 방해한다. 이 시대의 회색인간 안에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다채로운 씨앗이 들어 있어, 그것은 언제라도 다양한 색으로 싹이 틀 수 있다. 경제는 보수의 파란색으로, 사회와 복지는 진보의 빨간색으로, 안보는 중도의 남색으로, 교육은 순수한 초록으로 향을 나누어보면, 내 안에도 수많은 색들이 들어 있다. '시'라는 문학 속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으면서도 다른 학문에 여전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듯이, 그리고 그 관심들이 다양한 색으로 피워 올려지듯이 회색지대에 선 사람은 '빨주노초파남보'처럼 다양성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현대는 무엇보다 다양성의 시대가 아니던가. 패거리 문화가 여전히 성하고, 모 아니면 도를 원하는 대한민국의 기질은 메르켈 총리의 말처럼 다양한 명암을 가지기 힘들다.

2019-01-14 04:30:00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서울과 지방 부추의 차이 '500원'

'지역의 예술인으로 살아가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이 제목만으로도 참 많은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 예술인의 정의를 내리자면, 지역을 기반으로 그 예술 창작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 아티스트들이라고 할 수 잇다.며칠 전 아내와 동네 마트에 갔다가, 참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해서 그 웃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추(정구지)를 파는 코너였다. 한참을 그 앞에 서서 피식피식 웃고 있을 때, 아내가 물었다. "부추 집에 있는데요." 부추를 사고자 그 앞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가지 부추가 판매가 되고 있었는데, 그 부추들의 이름이 참 기이했다. 서울과 지방으로 구분돼 있었다. 더 재밌는 것은 한 단의 가격이 500원이나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당연히 서울 부추가 더 비싼 상황이었다.한참을 그 부추를 살펴봤지만, 도무지 서울과 지방 부추의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문득 든 생각 '아! 부추도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뉘앙스?'.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물론, 어떤 차이가 있기에 그런 가격 차이를 났을 것이라 여긴다.문화예술 쪽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 혹은 중앙과 지역이 그런 가치(價値)의 평가 부분에서 구분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 서울 말고 지방 부추도 엄연히, 판매대에서 당당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가격적인 면 외에 지방 부추의 다른 가치(價値)가 존재할 것이다.거대 자본이 투자되고, 또 큰 시장을 가진 서울이나 수도권의 예술을 모방(模倣), 재현(再現)하는 형태가 아닌,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예술적 형태를 표현하는 우리만의 예술 창작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몇해 전,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중앙의 우수한 공연예술들을 지역에 두루 파견해 지역민들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꾀해야 한다는 식의 차별적이고 괴이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적이 있다. 이렇듯 지역 문화예술 활성에 대한 시각(視覺)이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 예술인 및 단체들이 그 존재의 가치를 각인(刻印)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우리가 창작한 작품을 향유하는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야 한다. 예술적 가치, 프로필(Profile)에만 포커스(focus)를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 작품의 관객인 우리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소재와 형식을 발굴해야 한다. 서울 부추는 능가하는 대구경북의 부추를 내놓는 것만이 살 길이다.

2019-01-09 18:28:28

김은혜 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매일춘추]'나혼자 산다'의 역설

상담실에 오는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왕따나 따돌림과 같은 또래 관계문제로 고민하며, 그 이유는 단지 '나와 달라서', '맘에 안 들어서' 등의 구체적인 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짊어지고 내일도 학교를 가야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불안과 근심이 가득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실에 와서 위로를 얻고,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내어 또다시 세상으로 한발짝 나가는 아이들이 대견하다.얼마 전 연말 시상식에서 한 연예인이 이런 소감을 이야기 했다. "우리 프로그램은 '나혼자 산다'이지만 저는 한번도 외로웠던 적이 없었어요. 그것은 우리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에요."요즈음 예능 브랜드 평판 1위라는 이 프로그램은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도 다른 출연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상승작용)를 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은 많은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냈다. 결국 제목은 '나혼자 산다'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간다'를 알려주고 있고, '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세지로 위로를 선사했다.이렇듯 세상에 단 한명도 같은 사람은 없으며, 각자가 다 특별한 존재이다. 기질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고, 취향과 말투도 다르다. 이것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모두가 똑같다면 세상이 얼마나 심심하고 단조로울까. 톱니바퀴는 들어간 이와 나온 이가 서로 맞물려야 하는데, 이가 다 튀어나와 있다면 공존자체가 불가능해 튕겨 나갈 것이다. 즉, 타인이 나와 달라서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달라서 더 멋지게 맞물려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세상은 절대 혼자 살수가 없고,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그러하다.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못하든 그 누군가의 도움으로 우리는 빚진 자로 살아가고 있고, 또 그 빚을 어느 누군가에게 주며 살아간다. 그렇게 '관계'라는 것은 이루어진다. 우리가 서로 경쟁하고 시기하면서 나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간다면, 내가 가진 것이 사회의 유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내 자신이 된다.물론 우리 아이들이 서로 수용하지 못하고, 갈수록 또래 관계문제가 더 심화되는 것은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적 제도의 문제들도 있겠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가르쳐주자. 한사람 한사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모든 사람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어른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2019-01-09 13:48:55

작곡가 서영완

[매일춘추]문화도시 대구, 영국 리버풀처럼

문화의 발전은 단기간의 계획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바람직한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제안'(임동근)에 이러한 지속성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라는 용어의 정의도 없이 문화도시로 선정한 한 도시에 거의 2천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권이 바뀌게 되면서 그 방향성을 잃어버렸고, 모든 사업의 이름 또한 새롭게 변경됐다. 당연히 애초에 기획했던 의도도 변질됐다.우리가 잘 아는 팝 그룹 '비틀즈'는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도시를 대변할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영국 리버풀 이외에 어떤 도시가 그 이름을 간판으로 내 걸 수 있을까. 사실 리버풀은 1990년 후반까지 전쟁으로 황폐해진 패망한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1980년대 '머지사이드 구조계획' 이후 다시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내는 중요한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내부의 에너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 리버풀이 선택한 무기는 도시를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문화중심 정책이었다. 리버풀은 문화를 통한 도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시민들에게 꾸준히 설득했고, 목표를 공유했다.그 결과, 2008년 유럽연합 선정 문화도시로 지정됐고, 이어 '리버풀 컬처 컴퍼니'를 설립·운영하면서 이 모든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해 나갔다. 2010년 중반부터는 문화도시의 변모해, 인구는 물론 관광산업을 통한 큰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대구 역시 문화 인프라가 대단한 도시이다. 뮤지컬·오페라 그리고 교향악단·극단·무용단· 국악단 등이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와 대구미술관, 예술발전소 등과 각 구마다 운영되고 있는 문화회관 등을 열거하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또, 대구(경산 포함)는 많은 대학을 도시 내에 품고 있다. 각 대학은 음대와 미대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친 전공학과를 갖고 있다. 대학에서 매년 문화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며, 거기에 더 나아가 2017년에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외국의 문화도시들과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문화도시의 이점은 세심한 배려를 통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이는 의미있는 하나의 결과로 모아지기 힘들다. 국민소득 3만불은 그 나라 국민의 문화산업 소비의 분기점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활력 넘치는 문화도시 대구를 위해 대구시와 시민들이 함께 문화를 어떻게 융성시킬 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2019-01-08 13:04:50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새해에 생각나는 '세화'(歲畵)

'세화'(歲畵)의 사전적 의미는 새해를 축복하는 뜻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 받는 그림을 말한다. 요즘 청년세대에겐 생소한 낱말로 들리겠지만, 장년이나 은퇴세대는 새삼 추억으로 떠오르는 정감 어린 민화(民畵)의 형태로 보면 된다.예부터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 질병이나 재난을 막고 행운을 기원하는 '벽사기복'(辟邪祈福)의 상징으로 '춘축문'(春祝文)을 덧붙인 그림 한 폭씩 그려 새해 인사를 나누는 세시풍속이다.화법(畵法)이나 필력(筆力)에 상관없이 화선지에 아무나 마음내키는 대로 십이지상(像) 중 그 해의 띠 동물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리고 여백에 춘축문을 일필휘지(一筆揮之)한 것이다. 주로 집 대문짝에 붙이는 일종의 부적(符籍)으로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하지만,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은 예부터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아낸다는 이른바 문신(門神)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온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1980년대 이후 대대적인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대도시 뿐 아니라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 이르기까지 대문 달린 주택이 점차 줄어들고, 이 같은 미풍양속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요즘엔 전문화가들이나 취미삼아 서화를 익힌 사람들에 의해 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땅히 붙일 곳이 없다고 한다. 세화를 그려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아파트 현관 벽면에 붙여두고 드나들며 한번씩 눈여겨 보기도 하지만 이마저 우수·경칩이 지나 봄이 오면 떼어낸다.올해는 기해년(己亥年) 돼지띠 해. 60년 만에 황금돼지가 돌아왔다며 새해 벽두부터 행운을 바라는 기복적 수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얄팍한 상혼이 스며들어 시중 금은방엔 각양각색의 선물용 황금돼지상이 등장하고, 역술인들은 신년 신수를 보는 고객들을 상대로 '액땜을 한다'며 고사상에 흔히 쓰이는 돼지머리를 부적으로 그려주고 있다.맹목적인 기복 신앙보다 일상의 마음자리를 올바르게 지키기 위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송축(頌祝) 세화 한 폭씩 주고 받으며, 고유의 미풍양속을 되살리는 것도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고, 세대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좋은 전통과 양식은 새 시대에 맞게끔 변형해서, 이어가는 것이 좋다. 서투르지만 돼지 그림을 그린 다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모든 일이 잘 돼지!' 등 간단한 축문을 쓴 이메일을 보내거나, SNS 상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9-01-07 12:38:16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2019년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자

1년~10년~30년이 후딱 지나갑니다. 30년이면 한 세대(Generation). 대략 청년 30년, 중년 30년이면 인생은 노후로 접어든다. 그 때는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정리하는 시간이다. 벌써 2019년. 지천명(50세)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뭘 열심히 하든 안 하지 않던,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새해 벽두에 지난 시간을 잠시 반추해본다. 몇해 전 한 지역의 시립박물관에 방문을 했다가 우연히 사진전시회를 보게 됐다. 1990년대 우리 지역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놓은 무척 흥미로운 전시회였다. 1993년도에 찍은 지역의 기차역 사진 또 역 앞 도로의 사진 등 많은 수의 예전 사진을 보며, 한마디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분명 우리가 살아온 시간인데, 그 시간 우리가 살았던 사진 속의 모습은 어느 역사책에나 나오는 조선시대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왜 였을까. 아마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현재의 모습으로 덮고 잊어가며 까마득한 과거로 여기며 혹은 그런 시간이 아예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지내온 것들은 아닐까.요즘처럼 빠르게 세상이 발전하고 변해가는 시간에 20~30년 정도의 시간이라면 분명 그런 느낌을 주기엔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사실 잘 늙지 않는 것 같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새 늙어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세월은 그런가보다. 80년을 살아도, 죽을 때쯤 되돌아보면 십여 분의 파노라마 정도로 압축된다.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현재의 모습이 10년, 20년 후에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현재를 살아간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현재의 시간에 조금 더 많은 가치(價値)와 의미(意味)를 부여하며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게 되지 않을까. 또, 이 순간의 우리의 모습을 더욱 사랑하게 되지는 않을까. 누군가 말했다. 삶은 되돌아오지 않기에 아름답다고. 맞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곧 과거가 된다. 2019년 힘차게 시작했지만, 벌써 4일째 과거로 넘어가고 있다.2019년은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역사책에 어떤 제목을 가진 페이지가 될 것인지는 오늘부터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축복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인간으로 30년을 살든 5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가자. 특히 기해년 2019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차도록.

2019-01-03 14: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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