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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남다르다는 것

대학생이 뽑은 각 대학교 슬로건 베스트에 이런 것이 있다.한성대 '다르다, 그래서 멋지다', 고려대 '너의 젊음은 고대에 걸어라, 고대는 너에게 세계를 걸겠다', 해양대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한동대 'why not Change the World(세상을 바꾸는 게 어때?)' 등이 있는데 이 중 필자의 마음을 끌었던 것은 한성대학교의 '다르다, 그래서 멋지다'였다.남다르다의 사전적의미는 형용사로서 '보통의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전의 일방적인 주입식교육에서는 흔히 남들과 다른 것을 틀린 것처럼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왼손으로 수저질을 하면 틀린 것이라고 꾸중을 듣기도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과 개인 유튜브방송의 인기로 점점 남다른 관점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남다르다의 또 다른의미는 '(무엇이) 두드러지게 다른 사람과 같지 아니하다'라는 것이다. 같은 유사한 일을 함에 있어서도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평가를 받은 것을 볼 수있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서도 예술분야의 미술과 무용, 노래와 악기를 다루는 어떤 기능적인 일들을 함에 있어서도 남다르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들을 살펴보면 역시 남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것이 아닌가 여겨질 때가 있다.오늘날 다양함의 추구 속에 남다름의 의미를 넘어서 한번 더 깊이 있는 '남다르다' 라는 평가를 받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자기직업에 대한 남다른 냉정한 기준과 남들에겐 미련하게 보일지 모를 수고로움을 두려워하지않는 신념을 기본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인생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흔히 하는 말이 겉절이 같은 인생이 아니라 김치같은 인생을 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는 겉절이로는 잠깐의 짜릿한 맛을 낼지 몰라도 결국 오래가기 위해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긴 안목으로 수고와 정성이 들어간 김치처럼 살아야한다는 교훈일 것이다.김치가 맛을 제대로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고 한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또 한 번 죽고, 소금에 절여지면서 또 다시 죽고,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다시 한 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낸다고 한다. 결국 기본을 벗어난 편법이나 요령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교훈을 품고 스스로의 멋진 삶을 위해 남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노력으로 주어진 하루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현동헌 테너

2019-05-29 11:11:05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오디션

오랜만에 오디션에 지원했다. 이번 오디션은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기에 미리 원작을 읽고, 자유연기를 준비하며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였다. 수십 번의 오디션을 겪어봤기에 오디션은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으므로 준비한 것을 긴장이나 실수 없이 침착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흔치 않은 칭찬과 함께 호평하였다.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오디션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최종배역에 뽑히지 못하였다.비관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일상'은 배우에게 숙명처럼 반복된다. 선택받기 위한 몸부림 끝에 오는 합격의 순간은 짜릿한 흥분으로 가득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순간의 좌절감은 매번 고통스럽다. 언젠가 합격의 기쁨을 누렸던 때를 뒤로 하고 당장 눈앞의 불합격이 주는 씁쓸함은 '일상'이 되어가며 이는 수많은 배우들이 겪었을 고뇌와 방황과도 다르지 않다.오디션을 통해 매번 느끼는 것은 연기자가 많다는 것과 오디션에 정답이 없다는 것, 그리고 준비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는 점이다. 답이 정해진 시험과는 다르게 오디션에 명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에 절대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출자는 당시에 최고의 선택을 하였겠지만 그것이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연출자가 작품에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를 찾기 위해 조금 부족한 연기력을 감안하여 선택할 수도 있으며 예상외의 인물이 현장에서 즉시 선택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낙방한 배우는 그가 준비한 실력에 대한 객관적 호감과 연출자가 찾는 최고의 선택지 사이의 간극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불합격한 배우는 스스로 실패의 요인을 점검하기 쉽지 않고, 오디션의 경험자들은 그 순간의 운도 필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 캐스팅 디렉터로 잘 알려진 마이클 셔틀르프(Michael Shurtleff)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상황이건 기회만 된다면 무조건 오디션을 봐라. 오디션 심사위원들이 찾는 이상적인 배우는 바뀔 수 있으며 성실하고 재능 있는 독특한 배우들이 배역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그의 말처럼 성실함과 함께 나만이 갖는 단 하나의 캐릭터를 갖춘다면 예측할 수 없는 오디션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선택받는 매순간에 두려워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지키며 도전할 때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오늘도 많은 배우들이 작품에 목말라 하며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오디션에 합격과 낙방의 순간을 번갈아 맞이한다. 오디션은 배우의 숙명이지만 연기자로 살기 위한 모든 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한다. 그들의 도전에 언제나 건투를 빈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28 11:13:29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청신한 오월愛

청신하다. 수필가 피천득은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 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봄꽃 자리를 대신해 피어난 오월의 꽃들은 그림이다.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가 절정을 이룬다. 수만가지 색, 오만가지 장미 중에서도 제일 예쁜 것은 담장 위 덩굴장미이다. 대문 위에도 담벼락에도 아치를 그리고 있는 빨간 장미들은 자꾸 팔을 뻗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들바람에 날리는 꽃향기는 상큼하며 알싸하다. 나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오월이면 최루탄 냄새가 그득했었는데.지난 주에는 푸릇푸릇한 청소년들을 대거 만날 수 있었다. 대구예총에서 주최하는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에 예심을 통과한 청소년 400여 명이 본선을 치렀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지원한 만큼 새벽에 채비해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대기 시간에도 경연장 복도까지 점령해서 연습을 했다. 우리가 제공한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참가자들을 보니 내 배가 절로 불렀다. 100여 팀 중 14팀만이 결선무대에 올라 나머지 팀은 우르르 탈락의 고배를 맛보아야 한다.청소년 대상의 대회이다보니 어리면 10살에서부터 20대초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이 팀을 이뤄 꿈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결선무대는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많은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연을 해야하는 만큼 긴장하기 마련이다. 타악연주팀 중 한 명은 북채를 떨어트렸는데도 자연스레 다음 연주를 이어가는 의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로 실수는 감싸주고 도와가며 격려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성장하는 소리를 들었다. 타인의 무대에도 리액션 부자가 되어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에너지가 넘치는 청신한 얼굴들. 오월의 주역다웠다. '경쟁'보다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듯한 모습에 심장이 펄떡이는 젊음의 기운까지 덤으로 얻었다.소위 '요즘 애들'이 무섭다고들 한다. 애들은 애들대로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빗댄다.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있다. 세대 간 추구하는 삶이 다르기에 세대 차이는 당연하다. 자라나는 아이들만큼 함께 살아가는 어른 세대도 과거의 관성을 벗고 권위만 내세워서는 안될 일이다. 예전의 신세대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연해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의 사무처 막내 직원과는 강산이 두 번은 족히 바뀌고도 남을 나이 차이지만 코드가 잘 맞다. 서로 존중해 주려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애 어른 없이 덩굴장미처럼 조화로운 세상이면 좋겠다. 부모의 지도편달로부터 자유롭길 원하는 나이. 20대가 훌쩍 넘어가면 평생 동안 부러워할 청소년기는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뭘 해도 되는 나이이고 오월은 푸르니 너희들은 또 자랄 것이다.세수를 막 끝낸 내 얼굴은 건조함으로 괴롭지만 마음만은 청신하게 푸릇한 오월 속을 천천히 건넌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27 11:10:26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디지털 시대의 습관  

컴퓨터, 네비게이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하게 된지 오래다. 이들 기기를 사용하면 정보를 자신의 의지대로 손쉽게 얻을 수 있고 타인과의 소통이 단시간에 많이 할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자신의 폰 번호 외에는 숫자 암기가 안 되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모르는 길을 운전할 때 불안하기만 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뇌를 사용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겪는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문명병이 생겨나게 되었다.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무의식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증상은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면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병폐는 어디 디지털 치매뿐이겠는가?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4세까지는 하루에 1시간 이상 폰 사용을 못하게 하고 1세 이하는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할까.습관이란 오랜 시간동안 몸에 밴 행동을 말한다. 이 행동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어떤 사람은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하다. 어떤 사람은 차선을 잘 지키고 어떤 사람은 걸핏하면 끼어든다. 사람마다 타인이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이나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으니 어떤 습관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습관이 자신의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까지 해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습관은 잘못된 것으로 보고 속히 고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가져다 줄 피해를 어느 정도 알면서도 폰이 매우 편리한 기능이 많기 때문에 사용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편리함에 속아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문제를 매일 떠안고 산다. 이런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이 느껴질 때는 자제할 줄 알아야하는데 그렇지도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고 결국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망가져야 뒤늦게 후회를 하게 된다. 신체가 망가지면 정신도 망가진다. 이들 중 어느 하나가 망가지면 인생이 망가지니 늘 자신의 행동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행동이나 오래된 나쁜 습관은 고쳐 바람직한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생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잘못 든 습관 때문에 후회하는 인생은 살지 말아야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23 11:15:31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지금의 이유와 의미

매주 기고를 위해 의도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에피소드가 있을 때 어떤 주제와 연관지어 글 써보면 좋겠다고 메모를 해두기도 한다. 정리된 글로 세상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상황에 느낀 소회, 감상이랄지 깨닫고 뉘우치고 느낀 점들을 짧게 요약하거나 그냥 두서없이 적어둔다. 그리고 후에 적혀진 메모들을 읽어보며 적어두는 습관이 무척 좋구나하고 느꼈다. 메모 속에 가감 없이 남겨진 생각의 조각들, 목적 없는 상념 또는 사색의 줄거리 등이 스스로 빠르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나의 정신상태, 마음상태, 관심사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방향 또는 현재 나의 위치 같은 것들을 체크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편으론 큰 데미지를 막아주는 미리보기, 경고알람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모는 출산과 함께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겪으며 혼란스럽기도 우울감이 들기도 하는 필자에게 위로와 길잡이의 기회가 된 듯 하다.메모의 내용을 보니 나의 관심사 또는 주된 활동영역이 보여 진다. 아기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에피소드와 가정에 집중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압도적이다. 생각이 방향이 되고 방향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일에 비중을 둔 예전이었다면 준비하는 작품에 대해서, 무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만나서 나눈 대화가 이랬는데, 강의를 들으며 느낀 점이 이런데 등을 메모하고 또 그 이야기와 생각들이 바탕이 되어 글을 완성하고 보다 나은 앞으로를 위한 가지를 뻗어 나아가지 않았을까. 지금 나의 가지는 어디로 뻗어가고 있는지 나의 생각과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메모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족과 가정을 위한 시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으며 가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역시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학 때부터 늘 일을 해왔던 것이 함정이 되어 나만 멈추어있는 것 같고 뒤쳐져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감에 위축되는 요즘이다. '실패는 없다' 고 이야기했던 나는 어디로 갔나. 그렇게 하루에 수십번도 더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한다.하지만 그 와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 역시 가족이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 웃음과 보람을 주는 아가도, 열심히 일하고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고마운 남편도, 쑥스러운 듯 '너 키울 때도 이랬어~' 라고 말하며 손녀에게 불러주는 동요 소리가 그저 감사하고 눈물 나는 우리 엄마도 전부 지금의 이유가 되고 의미가 된다.며칠 남지 않은 5월, 가정의 달이다. 비단 5월이어서 만이 아닌 언제나 익숙하기만 하여 잊게 되는 것들의 소중함을 새겨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모아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에게서 배움을 얻는 귀한 경험을 한다. 이것 역시 지금의 이유와 의미가 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23 10:25:38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같은 듯 다른 느낌

음악에서 '크로스오버'와 '퓨전'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가끔 이를 혼동하여, '크로스오버'를 '퓨전'으로, '퓨전'을 '크로스오버'로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바비 맥퍼린'과 재즈를 연주하고, 로얄 필하모니가 '비틀즈'의 팝을 연주하며, 베를린 필하모니가 '스콜피온스'의 하드록을 연주한다. 또 반대로 락그룹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기도 하고, 현악사중주 크로노스 콰르텟이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사운드를 묘사해 연주하는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섞여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이는 '크로스오버'로서 원뜻인 '가로지르기'라는 하나의 문화현상을 말한다. 그 특징은 하나를 기반으로, 다른 하나를 받아들이는 형식이라서 서로 다른 장르(클래식과 재즈, 국악과 재즈)를 결합해도 본래의 정체성은 유지된 상태에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그에 반해 '퓨전'은 여러 장르가 화학적 결합으로 탄생되기 때문에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점이 크로스오버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퓨전은 결합 이전의 정체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음악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렇듯 비슷한 듯하나 그것이 가지는 가치와 느낌이 다른 말들을 우린 종종 혼동하고 혼용하여 사용할 때가 많다.말에도 이런 구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필자는 말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그래서 속담 중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아 살고 있다.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자녀들이 친구네 집에 다녀오면 부모가 묻는 말이 '그 집 잘 살아?'라는 말이다. 우린 쉽게 '잘 산다'의 기준을 부의 척도로 판가름할 때가 많다. 하지만 부자라고 잘 사는 것은 아님을 우린 뉴스나 드라마 등의 매스컴에서 쉽게 엿 볼 수 있다. 그리고 성공과 행복도 비슷한 것같지만 다른 차원의 단어임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마지막으로 우리가 어떤 경기나 대회에 나가면서 서로 격려하는 말로 '잘하자!, 실수 하지마!'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와 비슷한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 서로 격려하며 잘 쓰는 말이 '즐기자!'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작은 단어의 차이지만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와 의식의 가치관은 분명 다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단어들을 우린 내뱉으며 살지만 결국 나의 가치관과 의식이 말로 표현되고 그것은 나와 나의 주변에 영향을 주고, 한 사회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산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현동헌 테너

2019-05-22 10:30:34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만남의 예술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다양한 만남이 존재하듯 연극 역시 '만남'과 함께한다. 연극은 만남이라는 여러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특정 예술과 다르게 연극은 온전히 사람이 만들어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컴퓨터와 기계처럼 정밀하게 구현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계획하였던 정확한 연기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무대에서의 돌발적 상황들이 배우들을 급습하여 생동감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같은 장면을 연기하더라도 공연되는 시간과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일정 수준의 인물창조를 위해 리허설 단계에서 반복적인 연습으로 등장인물을 구체화시켜 나간다.또한 연극은 공연되는 모든 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던져진 주사위처럼, 셰익스피어가 남긴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는 말처럼 연극은 눈앞에 놓인 순간들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연극은 주어진 공간에서 최선으로 순간을 채워나가는 배우와 그들을 목격하는 관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막이 내리면 행위자와 관찰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그때의 기억이다.이밖에도 연극 작품에서의 만남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연극 자체가 지니는 순간성과 함께 배우와 대본과의 만남, 동료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합, 공연 당일 관객과의 만남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만남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배우는 대본을 통해 작가가 구축해놓은 세계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희곡 텍스트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작품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공연이 관객과 만날 때 배우는 관객의 반응에 대해 집중한다.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웃음이나 슬픔을 의도한 장면에서 관객의 반응이 냉소적이라면 이에 영향을 받아 배우의 연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리허설에서 구축한 극의 인물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순간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의 연기를 요한다. 거기에 조명과 음향이 삽입되는 타이밍, 배우들의 등·퇴장, 대사의 리듬 등이 관객과 만나며 조화를 이루다보면 그 순간 연극은 살아있는 예술로 존재하게 된다.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며 수많은 만남을 반복하고,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보며 희열에 가득 차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만남 끝에 남는 공허함은 배우의 몫이다. 그러나 극장 밖을 나서는 관객들의 기억에 공연의 순간이 오래도록 회자된다면 공허함을 위로받고, 나아가 배우라는 직업을 지속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은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좋은 만남으로 남길 바라는 창작자의 염원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21 11:03:08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로또 같은 부부

아내 왈 "당신은 내게 로또같은 사람이야"남편 기뻐하며 "정말?"아내 왈 "응 하나도 안 맞아"웃자고 쓴 어느 카페글을 보고 내 얘기인 줄 알았다. 남편과 식습관도 취향도 생활패턴도 한 번도 맞은 적 없는 로또 같아서다. 결혼 전에는 콩꺼풀로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이 살아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도 서로 다르니까 보완해가며 살지 하고 있다.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왔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명제를 증명하듯 비혼족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5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결혼 신고 건수도 25만7600여건으로 2017년보다 2.6% 줄어들었다. 비혼의 증가는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추리컨대 비혼의 이유는 혼자 사는 게 더 나아서일텐데. 남자는 돈이 없어서, 여자는 남자가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이유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요소는 한국의 결혼제도가 여전히 여성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출산으로 인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에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의 무수한 사례들은 미혼 여성이 '굳이 결혼?'이라는 고민을 하기에 충분하다. 가족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은 엄마의 과제가 되어 맞벌이면서도 퇴근 후 더 바쁘게 만든다. 명절에는 상전이 더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다행히도 요즘은 가사 분담에 적극적인 남편도 많고 남녀 평등도 실현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모시는 두 상사만 봐도 여자일 남자일 구분없이 전천후다.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집안이 많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택했지만 꼭 결혼하라고, 아이를 낳았지만 꼭 낳으라고 말을 못하겠다.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며 살아갈 선택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사랑해서 가족이 된 이상은 어쨌든 잘 살아야 한다. 데면데면하게 남편은 '남의 편' 같고 아내는 '안 해'로 사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고 결혼 후에는 한쪽 눈을 감으라고 영국의 토마스 풀러가 말했는데 본인도 실천했었을까. 최근에는 졸혼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부부만이 함께 늙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오늘은 21일 부부의 날이다.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된다는. 평소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도 챙기지 못한 남편들은 이 날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왕 만들어진 부부의 날,비록 로또처럼 안 맞는 부부라도 행운이 오려니 생각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길 바란다. 이만한 전우(戰友)가 잘 있겠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20 11:09:10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마음의 병을 어쩔 것이냐

인간은 육체적으로 그리 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그리 완전하지 못한 존재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며 불완전한 존재다. 이런 존재가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 예상치 못했던 사고, 원치 않았던 이별, 양심이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나 혹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죄를 짓고 그로 인해 고통 속에 갇혀 살게 된다. 마음의 병인 상처와 죄, 그리고 고통은 사람에 따라 작은 불행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불행이 되어 자신의 삶을 통째로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곧바로 해결하려고 든다. 죄를 짓고도 도망부터 치려고 한다. 고통을 단번에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와 죄와 고통은 부정이나 도피나 탈피와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인 장애를 해결해주는 것은 숙련된 의사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인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사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내면을 제대로 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나도 상처와 죄와 고통 때문에 힘들게 지낸 적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부정이나 도피의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상처와 죄와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이것들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고통을 주는 원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자가 어디 있으며, 죄 짓지 않은 자가 어디 있으며 고통 없는 자가 어디 있느냐, 모두가 힘들게 사는 중생이며 이들이야말로 진실로 부처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나만 고통 받는 존재가 아님을 자각하고 나서 상처와 죄와 고통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떠올리며 반성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하고 속죄하면서 자기성찰을 해 보라. 그러면 조금씩 가슴이 열리고 세상이 보이고 우주가 보이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볼 일이다. 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사랑에는 상처까지 내포되어 있지만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곳에는 사랑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를 사랑하고 상처 받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아프다는 마음, 밉다는 마음, 두렵다는 마음, 괴롭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남이 밉지도 않고 세상이 두렵지도 않고 자신이 괴롭지도 않게 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16 11:31:2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희망을 품은 여행

보물섬 같은 모험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공포소설을 집필한 소설가이자 시인 로버트 스티븐슨은 이야기 했다.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편이 도착해 버리는 것보다 낫다."이 명언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또는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겪는 과정 자체를 즐기라는 것, 희망을 품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정은 막연하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울 수 있지 않은가.필자는 생각한다. 언제 다다를지 모를 도착지를 기다리기 보다 더 멀리 여행을 하고 많은 것을 겪고 경험하고 쌓아가며 도착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필자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며 가끔은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꿈꿔왔다. 떠밀리거나 이끌려 나의 발자취를 남기기보다 보다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여 후회 없는 과정과 결과를 남기기를 바랐다. 새로운 환경과 자극,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환기를 기대하며 낯선 곳으로의 여정을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떠남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처한 현실에 부딪혀 그저 갈망으로 끝날 뿐이었던 것이었다.현재 필자는 러시아 동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바닷가 마을에 머물고 있다.대구연극협회의 해외교류공연을 위해 떠나오는 길이며 공연과 함께 짧은 휴식을 하고 돌아가는 4일 동안의 일정이다. 혼자였다면 언제 어디로 가서 얼마를 머물던 크게 개의치 않았을 테지만 가정과 아기도 있는 입장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보았다. 떠날 수 있는 용기. 크고 중대한 일에 비하자면 사소한 결정일지 모르나 나는 떠나왔고 좋은 공연을 고대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며칠을 보내고 돌아갈 생각이다.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걷고 처음 먹는 음식에 도전하고 동료와 지난 추억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새벽 늦도록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보내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나에게 성취의 보람을, 휴식의 에너지를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선물해줄 것 같다. 그것으로 잠시 동안의 일상을 벗어난 나의 여행은 만족스러우며 다시금 충전된 희망으로 잘 하고 있다고 작은 응원과 칭찬을 보내게 될 것이다.목적지를 향해 가는 우리의 인생길. 도착지에 이르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 여행을 위한 여행을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는 것은 어떨까. 그 선택에 뒤따르는 노력과 희생은 더 다양한 색으로 물들 나의 풍경을 상상해볼 때 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오늘도 여행하자. 정성들이고 저지르고 부딪히고 꿈꾸며 희망의 여행을 떠나보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16 11:18:48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남다른 가치와 믿음

신대륙 발견의 쾌거를 이루고 돌아온 콜럼버스에게 몇몇 이들은 그의 업적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이라며 폄훼했다. 그러는 그들에게 콜럼버스는 달걀을 책상위에 세워 볼 것을 제안한다. 한참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하자, 콜럼버스가 달걀의 끝을 살짝 깨뜨려서 책상위에 세웠다. 사람들은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비아냥거릴 때 콜럼버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기 전에는 누구도 하지 못했다. 처음이 어려운거다. 그 후에는 그저 아무나 하는 일일뿐이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필자가 대표로 있는 지트리아트컴퍼니에서 지난 주 재단의 공식지원비 없이 단독으로 오페라 '춘향전'을 제작하여 아양아트센터에서 올렸다. 거기다 날짜나 환경마저 불리한 상황에서 올리는터라 다들 "대단하다!"고 격려는 했지만 걱정과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던게 사실이었다. 관객 동원마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의 결과는 우려와는 달리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로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필자는 무모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때론 무모하리만큼 끝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공연들을 나의 고집에 의해 추진될 때가 있다. 내가 공연을 올리는 기준은 그 공연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들면 그대로 밀어붙였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좋은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다. 성공한 모험가들의 공통점은 가치의 발견과 그것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필자는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가장 유명한 일화인 다리건설에서 당시의 기술로는 모두가 불가능했을 시기에 사람들과 직원들에게 그는 "해봤어? 해보구선 하는 이야기야?"라고 호통을 치며 특유의 뚝심 하나로 밀어붙인 결과 다리가 기적적으로 완공되고 그는 "거봐, 해보니깐 되잖아!"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된다는 믿음 하나로 기업을 키운 정주영 회장의 믿음의 결과가 아닐까.처음에는 길이 아니지만 그 곳을 걷고 또 걷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그 곳을 길이라 부르게 된다는 말처럼 지나고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그 뻔한 길을 만들기위해 남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가치를 좇아 비포장길 위에서 잡초와 돌뿌리를 일일이 걷어내는 수고로움을 기꺼히 감당하며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것이 아닐까.현동헌 테너

2019-05-15 10:23:40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참된 스승

참된 스승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지식과 앎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인격체로서의 길을 제시해주는 스승이 참된 스승일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참된 스승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과도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펙과 점수를 쌓기 위한 지식의 전파자로서의 선생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학문을 흔히 공부라고 바라본다면 보통 사람들은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나 부의 창출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학문'은 단순한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재물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학문이 지닌 몫이라 본다. 때문에 학생에게 스승의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감사하게도 나에게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삶의 관점을 제시해주신 스승님이 계신다. 거대 담론과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해주셨는데 당시 선생님의 강의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질문과 대답이 설령 다르거나 틀려도 끝까지 경청하시고 문제점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셨으며,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 아닌 책을 읽고 가치관을 공유하여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셨다. 이러한 그의 가르침은 글과 멀었던 나를 서점으로 인도하게 하였고,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는 작은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새롭게 시작된 나의 습관은 연기에 대한 관점에서 변화를 주었다. 배우로서 인물창조를 할 때 연출자가 요구하는 수동적 방식에 익숙해져 단조로웠다면 선생님을 만난 이후 스스로 배역에 대해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축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예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있었기에 변화할 수 있었고, 책이 가져다주는 앎의 의지와 미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가끔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선생님께서는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자문하신다. '내가 평상시 학생들에게 말하고 주장하였던 것을 나는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말과 허울뿐인 가르침이라 책임지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말씀하신다.진정으로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지려는 그의 자세를 나는 공경할 수밖에 없다. 배움에 있어서도 책임지지 못하는 가르침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게 되겠지만 만약 그때가 된다면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선생이라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내가 한 주장에 대해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고단할 것임을 알지만 나는 그것이 스승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스승의 날(5월 15일)이다. 나에게 더 나은 인격체로서의 변화를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안부전화 드려야겠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14 11:27:40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텅장이어도 좋아

5월 달력은 빨갛다. 올해는 일요일이랑 겹쳐 덜하지만.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부처님오신날. 기념일 총출동이다.주식 호가 창과 직장인은 빨간색이 많으면 좋지만 가계는 적신호가 켜지면 팍팍해진다. 시집 장가가는 사람도 많다. 필자는 딸 생일에 자동차 보험 갱신일도 5월이라 통장이 텅장(텅빈 통장)이란 말이 실감난다. 오죽하면 '메이(5월) 포비아(공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그래도 이왕 쓰는 김에 만족한 지출을 하려니 선물 품목이 늘 고민이다. 여기저기 '잇템' '꿀이득' 등을 내세우며 고민을 덜어주는 척 마케팅들이다. 받는 사람의 심장을 저격할 선물 찾기가 쉽지 않다. 기념일마다 센스 있는 이벤트로 감동을 줬던 딸아이의 노력이 새삼 가상하다. 최근 몇 년간 뉴스 보도나 인터넷 매체의 설문자료 결과를 보면 어버이가 선호하는 부동의 선물 1위는 '현금'이었다. 반면 올해 빅데이터에는 어버이 날 싫은 선물 1위가 '책'으로 조사됐다. 어르신들은 돈을 쥐고 있어야 힘이 난다더니. 책 선물을 기피하는 것은 의외였지만 노안으로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선물이라는 것은 받으면 기분이 좋다. 값비싼 선물은 뇌물이 될 수 있지만 부담없는 선물은 새록새록 정을 만든다. 더군다나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은 감동이 배가 된다. 선물을 고를 때도 받는 사람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을 더한다.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 늘 기분 좋게 산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지난 달 '나훈아 콘서트' 티케팅을 부탁받아 시도했다가 4분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실패한 일이 있었다. 관련 보도기사에 '엄마 미안해' 같은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극한 효심이 빚은 티케팅 전쟁이었다.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는 것도 훌륭하다. 이왕이면 우리 지역 예술인들과 관련된 거라면 더 좋겠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거나 아트 투어는 어떨까? 어릴적 문화적 체험은 창의력과 감성지수를 팍팍 올려 줄 것이다.가정의 달은 버겁긴 하다. 하지만 내 시계 속도보다 부모님 시계는 더 빨리 간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걸 부모님들도 아신다. 그래서 딱히 특별한 걸 원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영화 어벤저스의 명대사 "3000만큼 사랑해"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충분할 지도 모른다. 거기에 보태어 함께 공연장을 찾아도 반기실 듯하다. 받고 싶은 선물이 용돈이라고 답한 부모들에게는 민망하지만. 고기는 금방 소화되고 돈은 어디론가 새어나가 버리지만 자식들과 함께 한 예술 작품의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고마운 스승에게도, 부부와도. 어찌하다보니 늘 기승전 예술이다. 인생은 독한 술, 그래서 예술이라고 노래한 가수 싸이처럼 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13 11:03:01

손상호 경북대 교수

[매일춘추]정신의 황폐화, 이대로 둘 것인가

지금 우리사회가 얼마나 정신적 황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 언론에 오른 것만 간추려 보기로 하자.엄하게 다스리겠다고 해도 좀체 줄어들지 않는 음주운전과 보복운전, 울거나 용변을 못 가린다고 자식을 굶어 죽이거나 때려죽이는 부모, 훈계한다고 부모를 목 졸라 죽이거나 흉기로 찔러 죽이는 자식,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살인, 제 편을 안 들어 준다고 경찰관에게 황산을 뿌려대는 여자, 이별 통보를 받고 분을 참지 못해 여자 친구를 해치는 남자, 자신의 딸을 살해하고도 11개월 동안이나 살아나기를 기도한 목사, 밥을 흘린다고 어린 아이를 내동댕이친 보육교사, 교사에게 욕하고 대들고 주먹으로 때린 초중학생과 학부모, 가출소녀를 꾀어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한 무서운 10대들, 마약에 중독된 연예인, 조현병 환자의 살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의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4명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라니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정신의 황폐!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전쟁보다도 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개인에게는 불행이지만 가족과 사회 국가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살가운 이웃은 간데없고 사람이 무서운 시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부모와 사회와 국가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제 역할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가정과 직장과 국가가 너무 경제적인 것에 매달리다보니 자식이나 직장인이나 국민이 너무 많은 경쟁을 강요받게 되었다. 당연히 스트레스는 나날이 쌓여가서 가슴에 화가 남게 되었고, 살아남기에 급급하다보니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볼 마음(mind)의 여유가 없어 영혼(soul)과 정신(spirit)이 말라버렸다.그러므로 마음과 영혼과 정신을 복원할 수 있도록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내어야한다. 불통과 무관심의 원인을 찾아내고 잘못된 제도와 교육을 바로 잡아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고 무너진 정신이 복원되어 우주와 생명과 인간과 나 자신에 대한 가치를 되찾을 때 우리는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사회 구성체가 노력해서 기계적인 삶을 벗고 인간성을 중시하는 따뜻한 세상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가난하고도 작지만 국민의 행복을 정책의 제일로 삼는 '부탄'이라는 나라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09 11:39:2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실패는 없다

될 듯 말 듯. 그만하면 포기 할 법도 하지만 이틀 삼일을 내리 시도한 끝에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는 딸을 보며, 그리고 잘했다고 박수치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실패는 없다.아기를 낳기 전이었다면 아기가 눈을 맞추고 엎드리고 기는 일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쯤으로 여겼을 것 같지만 세상에 나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또 익히는 아기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일로 그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 않는다. 뒤집어질 듯 하다가 도로 반듯하게 누워져 버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다시 일어나려 애쓰던 그 수많은 도전들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험이고 또 경험이 쌓이고 쌓여 성장에 이르는 것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누구하나 예외 없이 걷고 뛰기까지의 도전을 거듭하며 자라왔고 경험을 쌓아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해 온 것이다.나의 그 동안을 돌아보면 판소리를 하며 실력이 향상되기도 하고 슬럼프를 만나 한참을 방황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대회를 경험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새로운 음악과 무대에 도전하여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가시지 않는 부끄러움에 밤새 이불킥을 날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이 결코 실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겪는 일마다 느끼는 바가 있었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었고 더불어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슬럼프와 방황, 좌절과 실망. 어찌 생각해 보면 나를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든 것은 실패인 것 같기도 하다.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을 대비하고 준비했던 것. 기쁘고 보람된 경험만이 좋은 경험은 아니란 말이다. 받아들이는 이 나름이겠지만 필자는 그랬다. 다행히 좌절과 슬픔, 패배와 분노 속에서도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늘 함께 했다. 겪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어른이 된 우리는 다시 도전할 용기와 시간이 없어서 일까. 경험을 통해 얻는 성취 혹은 좌절 등 다양한 모습의 결과와 감정을 그저 성공과 실패라는 이름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것 같다. 실수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실패만 남기는 실패는 없다.미국의 영화감독인 게리 마샬은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은 늘 유익한데,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실수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비단 다른 사람의 실수만이 배우는데 유익할까. 나의 실수와 실패도 가치를 가지도록 해주자. 실패의 원인을 탓하지 않고 다음을 위한 기회로 삼자. 도전하는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09 11:31:59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인생은 짧고 할일은 많다

디즈니월드가 처음 개장되었을 때 월트 디즈니는 별세한 후였다. 때문에 개장식 연설을 그의 아내 디즈니 여사가 하게 되었다. 사회자가 디즈니 여사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 여사님, 디즈니 씨가 이 개장식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참 아쉽습니다." 이 말에 디즈니 여사는 "그는 이미 디즈니월드를 제일 먼저 본 사람이고 꿈 꾼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디즈니월드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그는 디즈니월드를 꿈꾸었고 보았던 것이다.꿈은 사람을 만든다. 꿈은 사람을 이끌어 간다. 꿈은 한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꿈이 있으면 어떤 장애물도 뚫고 나갈 수 있다. 꿈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필자는 S그룹 계열사의 기술연구원에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 하나로 성악의 길을 선택했다. 그 생각을 가지게 된 동기는 다소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막연히 들었던 10년 후의 내 모습에 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대로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가족도 만족하고 남들도 부러워할만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도 행복할까 라는 스스에게의 질문은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나에겐 더 간절한 꿈이 있었기에 한 번 뿐인 인생 못 해보고 후회할 인생은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난 막연히 10년 후에 오페라 무대에 주역으로 서있을 내 모습을 그리며 직장을 그만두고 성악을 시작했다. 결국 운이 좋게도 정확히 10년 후 오페라하우스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을 맡았다.이같이 나의 선택의 조건은 꿈이었고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오페라 주역의 꿈을 이룬 뒤 다시 10년 후의 내 모습은 문화기획자이자 제작자였고 지금은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로서 그 길을 열심히 걷고 있으며 오페라와 다수의 기획공연들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가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구구절절 남을 비방하거나 험담을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나조차 기가 뺏기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얘기만 하기에도 인생은 길지 않다는 생각과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한다.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인 동시에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던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주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무엇이 없는지 생각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그녀의 말이 오늘도 나에게 울림을 준다. 현동헌 테너

2019-05-08 10:19:13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비 내리는 고모령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생각이 짙어지는 요즈음 어느 때보다도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함이 넘친다. 아직 짧은 인생의 절반정도를 학창시절로 보내면서 겪었던 사춘기와 반항, 제멋대로 굴던 과거의 나에게 '부모님'과 '가족'이란 존재는 그리 소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의 인생을 걷기 시작하면서 뜻밖에도 이 일을 통해 나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맞게 된다.2013년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공연하였던 '비 내리는 고모령'이라는 작품은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각성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동영'과 '연홍'이라는 두 남매가 출세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고된 일을 하며 살아오지만,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동영'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극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보며 '동영'과 '연홍'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다. 아래는 극중 장면의 대사이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세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이며 돈을 벌면 얼마나 번다고…. 모두 저 때문입니다. 함께 모여 살아야 그게 가족인데 헤어져서 행복한 가족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돌아오셔서 다리가 부러지도록 종아리를 때려주이소. 제가 잘못했다고 야단을 쳐 주이소. 이게 꿈이라고 생시가 아니라고 말해주이소. 꿈에서 깰 때 까지 또 때리고 또 때려 주이소. 어머니."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 '동영'으로서 상상하며 연기해 왔지만 마지막 공연 당시 실제로 친할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위 장면 속 동영의 감정에 대해 실체적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공연으로 인해 다가오는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던 나는 그동안 할머니를 종종 찾아뵙지 않았던 것과 평소 자주 안부전화를 드리지 않았던 죄송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나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관객에게 전하는 작품 속 대사는 할머니께 전하는 나의 마지막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작품의 막이 내린 후 나에게 동영은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만들어주었다. 20대 후반의 나는 부모님의 존재가 늘 그 자리에 머무는 분들 일거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이 겪는 부모님의 죽음과 그에 따른 감정을 연기하는 것은 실제와도 같은 간접경험으로 작용하였다. 부모는 늙어가며 영원불멸하지 않는다는 자연의 흐름을 모른 척 하며 살던 날들과 달리 공연 이후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오늘은 어버이날(5월 8일)이다. 이제는 건강히 계시는 부모님의 존재만으로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탈하시기를 바란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07 12:05:14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권위는 낮게, 품격은 높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것은?정답은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이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그랬다. 뙤약볕 운동장에서 쉽사리 끝나지 않는 훈화 말씀은 종종 아이들을 쓰러지게 했다. 수업하긴 싫었지만 사무치게 교실행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요즘에야 운동장 조회는 보기 드문 일이지만.계절의 왕 5월이 되니 여기저기 행사들이 많기도 하다. 행사에는 어김없이 내빈 소개가 있고 축사와 격려사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이어진다. 주요 내빈들의 인사에 시간이 소요되다 보면 조회 때 서있던 학생들처럼 관중들은 지루함을 느낀다. 행사 취지가 무색해지기도 한다. 축사가 끝나면 내용보다는 길이 여하에 따라 폭풍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면 감사하다. 필자도 행사를 진행하면서 바쁜 시간을 할애해서 찾아준 내빈들을 챙긴다. 그 와중에 소개 순서나 자리배정으로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빈으로 소개받고 축사를 한 뒤면 바로 자리를 뜨는 데 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얼굴 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의 경우도 허다하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석하지 않고 박수치며 즐기는 내빈들과 비교 대상이 아닐 수 없다.행사의 성공여부가 유명 인사들의 참석률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윗분들이 많다고 해서 행사의 격이 올라간다는 생각은 구태의연한 '꼰대'적 발상이다. 주관 단체장의 인사말 정도로 개회식을 꾸미고 내빈의 축사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초간단 인사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어선지 최근 들어 의전의 간소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위는 낮게, 품격은 높게'를 슬로건으로 비효율적 의전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동해시도 있다. 내빈 위주의 관행적인 운영은 청중들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적용은 아직 먼 느낌이다. 한국식의 과도한 의전문화는 강철처럼 견고해서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전시회나 공연 팸플릿 또한 주요 인사들의 축사로 앞부분을 차지하기 일쑤다. 주최측의 인맥을 자랑하고 싶은건지. 판에 박힌 축사들을 읽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인 1페이지 축사 대신 프로그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으로 소중한 지면이 할애되어야 한다.관행이라서 계속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익숙함에 머무르다 보면 발전하기가 어렵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 온 경주 최부자의 고택은 권위의 상징인 솟을 대문이 낮아 오히려 소박하다. 여느 사대부집처럼 높게 솟은 대문이 아니어도 격조와 품격으로 대대손손 존경받아왔다. 형식적 의전의 되물림을 잘라내는 것은 리더의 마인드에 달렸다. 몸에 익은 불필요한 의전의 묵은 각질은 과감히 벗겨내 버리자. 누가 뭐라해도 최고의 vip는 시민들이지 않은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06 14:18:23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아리랑과 대금

아리랑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우리 민족의 애환을 나타내는 민요라는 데는 별반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울어' 정선 아리랑의 이 가락처럼 원한과 아픔을 풀이하는 푸념이 있는가 하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밀양아리랑처럼 애틋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토로하는 서정시 같은 가락도 있다.대금은 저 또는 젓대라고도 하며 악기를 가로로 비껴들고 한쪽 끝부분에 있는 취구에 입술을 대고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가로로 부는 대표적인 목관악기다. 대금은 중금·소금과 함께 신라 삼죽이라 부르며, '대금을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가 걷히며, 바람과 파도가 잔잔해진다'고 삼국사기에 적혀있다.추석특집으로 방송에서 '아리랑 대공연'을 내보낸 적이 있었다. 평소에 아리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밤이 좀 늦었지만 끝까지 시청을 하였다. 아리랑 가사와 곡에 서려있는 느낌을 '한'이라고 한마디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이 아닌가 한다. 아리랑은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느낌을 갖게 하는 신비한 노래다. 아리랑은 노래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춤사위도 그에 못지않다. 이날 내가 놀란 점은 아, 글쎄 피아노를 비롯하여 현악기, 관악기를 총동원하여 수 십 명의 관현악단이 연주한 아리랑 곡보다는 한 대금연주가가 대금으로 풀어내는 아리랑의 곡이 더욱 짠하게 가슴을 파고들어 헤집어놓더라는 말이다. 아마도 방송국 홀에 꽉 들어찬 수 천 명의 관객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을 것이다.(TV화면에 비친 모습도 다들 그렇게 보였다.) 내가 관현악을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바흐의 곡을 대금 하나로 다 보일 수는 없다.)노래에 얽혀 있는 정서를 나타내는 게 악기라면 그 노래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가 있지 않을까. 아리랑은 수많은 금빛 찬란한 서양악기보다 한 개의 순박한 우리 악기만이 그려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노래였다. 어떻게 여섯 개의 구멍뿐인 대나무 막대(대금)에서 그토록 슬프고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는지, 우리의 노래는 우리의 악기만 부를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들은 아리랑은 그런 노래였다. 아리랑,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를 가졌는가. 대금, 우리는 얼마나 맛깔스런 멋을 부리는 악기를 가졌는가. 아리랑과 대금,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해진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02 11:09:58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사랑합니다 선생님

불어오는 봄바람에 반짝이는 연두색 잎사귀들. 천지가 따듯한 기운으로 가득한데 마음 한 켠, 비어 있는 자리가 쓸쓸하고 그저 죄송스럽기만 하여 울컥하고 올라오는 눈물은 애써 삼켜 버린다. 5월 3일은 소리 삶을 살게 해주신 또 한분의 어머니,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고 이명희 선생님의 49재가 있는 날이다.경상도 사람으로 결코 쉽지 않은 전주대사습놀이 대통령상 수상으로 명창의 반열에 올라 KBS 국악대상, 세계문화예술대상, 금복문화상, 대구광역시 문화상, 판소리계 최고 권위의 동리대상 수상 등 그 경력을 인정받아 2017년에는 옥관문화훈장을 받으셨다. 불모지 영남지역의 단절된 판소리 계승, 전승을 위해 오랫동안 사단법인 영남판소리보존회, 전국국악경연대회 대구국악제를 이끌어 오셨으며 17, 18회 대구국악협회 이사장을 역임하시며 대구국악인의 수장으로 대구 지역 최초 대통령상을 유치하셨다. 지도자이며 선구자였던 선생님 덕분에 지역의 국악인, 예술인의 삶이 한 뼘 성장한 것임엔 틀림이 없다.만나는 사람마다 수경이 너 이야기를 한다.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라는 말씀에 무작정 기쁘기도 했지만 자주 찾아뵙고 살뜰히 모시지 못한 못난 제자가 이렇게라도 선생님께 보답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었다.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어야지. 마음먹고 도리어 힘을 얻기도 했는데… 갑작스런 선생님의 별세 소식에 처음 뵈었던 선생님 모습부터 소리를 하는 동안 웃고 울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몰려왔다. 고등학생 시절, 취미로 배워 보고자 찾아 갔던 곳이 이명희 판소리 연구소였다. 목소리 한번 들어보자시며 받는 첫 레슨의 긴장과 설렘. 빛나고 매서웠던 선생님의 눈빛,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맑고 힘이 넘치는 성음 모든 것이 새삼 생생한데…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 얼른 찾아 봬야지하고 마음만 앞설 뿐 행동하지 못한 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해버렸다. 먹먹한 가슴을 쳐보고 시간을 돌리고 싶다 수없이 생각하지만 언제나 후회는 늦다.시작하면 끝을 보셔야 했던 강건함으로 앞만 보고 나아가셨던 여장부. 작은 일에는 크게 감동하고 큰일은 대범하게 넘기시던 작은 거인, 한편으론 소녀 같이 여리고 정에 약하셨던 선생님. 그래서 호된 회초리 같기도 하고 또 보드라운 손수건 같기도 했던 선생님의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잊을 수 없지요.소리공부 좀 하라시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전해주고 가신 소리, 성음, 맵시 잘 다듬고 다듬어 열어주신 소리 삶 열심히 살아내는 자랑스러운 제자가 될게요. 제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계신 우리 선생님.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라요.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02 10: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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