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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D-Day, 그 날의 긴장감

큰 실수는 없이 다행히 끝마친 지난달 연주회 후의 단상을 소개한다. "적당한 피로감과 아직은 식지 않은 들뜬 기분이다. 머리에 많이도 꽃혀있는 핀을 더듬어 꺼내며, 잘 지나간게 맞는지 애써 돌아본다. 좀 전에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연주회에 와준 친구와 나눴던 이야기에 미소지으며 화장을 지우고, 대기실에서의 잡담부터 저녁에 먹었던 도시락까지 떠올라 머릿 속은 뒤죽박죽. '애썼네~' 급습하는 허탈함을 스스로 위로한다."연주회가 끝나고 해방된 지금이 내 최고의 휴식시간이 아닐까. 연주자로 지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무대에 서면 긴장안해요? 이제 연주 많이 하셔서 긴장 같은거 안되죠?" '나의 D-Day'. 이 날을 대비해 열심히 마인드컨트롤을 했지만, 어떤 연주도 긴장이 안 될 수는 없다. 세계 3 대 테너 중 1명이었던 파바로티도 연주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노래를 할 때면, 꼭 구부러진 못을 찾아 턱시도 주머니에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따로 '무대 공포증'(Performance anxiety)이라는 용어가 있는 것만 보아도 연주자라면 경험이 많고 적고를 떠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 아닌가한다. 일본 사람들은 긴장되는 순간이면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사람 人'을 그려 먹곤 하는데, 여러 사람이 마음 속에서 함께 해줘서 덜 긴장이 되는 이치라고 한다. 독일말로 '파이팅'은 '토이토이토이'(Toi Toi Toi)로 연주 전이면 서로서로를 응원하곤 하는데, 실기시험을 앞두고 한 교수가 내 귀에 대시고는 이 말을 줄여 "퉤!퉤!퉤!" 라고 하셔서 적지 않게 당황한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 나를 지도하셨던 사카모토노리오(坂本紀夫) 교수는 지방에서 연주가 있으신 날에도 할 수 있는데까지 레슨을 하고, 출발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를 여쭤 봤더니, 평소 연습한 이상을 바라는 것이 바로 긴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괜한 긴장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평소처럼 행동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딱 연습 때 만큼만 연주하려고 마음을 비운다고 하셨다. 자신에게 거는 세뇌에도 근거가 필요한 법. 긴장을 타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나 끝없는 연습만이 답이다. 사카모토노리오 교수의 말씀은 이제 큰 가르침으로 남아 나의 긴장해소 방식으로도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충분한 수분섭취, 9시간 이상의 수면, 공연장 사전답사, 간절한 기도 등의 여러가지 부수 요법들 또한 병행하고 있다. 이럼에도 항상 나를 찾아와 함께해주는 '공연을 앞둔 긴장'이란 손님은, 이제는 '감사한 설렘'이기도 하다.

2018-07-10 11:23:37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매일춘추] 당신의 증후군

살리에르 증후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모차르트를 보며 살리에르가 느껴야 했던 2인자로서의 열등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지만, 실제로는 타고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모차르트와 동시대를 살아야 했던 살리에르가 느꼈을 좌절감, 자격지심을 일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누군가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그럼에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니까. 자격지심은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 콤플렉스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방어벽을 치고 그 속에 숨는 이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냥 떠벌리고 다니는 이도 있으며, 상처받기 전에 먼저 상처를 주는 이도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뒤에도 자격지심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 만큼 어려운 것인가보다. 이제는 사회적인 성공이 다가 아닌 것 같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도, 자신만의 아집에 얽매이지 않고 그 자리에 합당한 넒은 품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을 닮고 싶다. 노력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노력은 선행조건에 가깝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노력에 대한 판단도 주관적이니까.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할 때 우리는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지 않아서라는 자책으로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마치 미생의 장그래가 그랬듯이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라며. 아니면 재능이 없는 것보다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 차라리 나을까. 버티다 보면 우리도 완생이 될까. 때로는 재능과 다른 일을 하느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그 일을 벗어날 수 없을 때 더 안타깝다. 본인도 힘들고 주변도 힘들 테니까.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지만, 좋아하는 일이 업(業)이 되면 부담감에 싫어지기도 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 인정받으면서 역으로 그 일이 좋아지는 것도 같다. 고흐가 말했다.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고. 천재 화가인 고흐조차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했던 모양이다. 나도 그렇다. 고흐처럼, 모차르트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티를 내지 않을 뿐. 겉으로는 우아한 백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물장구를 치고 있다.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뒤쳐지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2018-07-09 12:39:34

[매일춘추] 소통

소통하고 있는가. 이것은 제가 항상 마음 속에 두고 있는 고민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상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기분대로 말하고 대화를 끝내 버리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됩니다. 소통이라고는 끼어들 틈도 없이 말이죠. 굳이 소통이 필요치 않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그때는 지시와 명령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던 시대였었습니다.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은 그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불통의 시대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물질적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지금 말입니다. 그런데 자신 있게 세상은 변했다고,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안타깝지만 20세기 우리를 지배했던 질서와 복종이라는 의식으로 인해 여전히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은 서로의 대화와 감정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느낌과 의견이 나누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하면 가슴 시원한 그 무엇을 느끼는 상태일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동료와의 관계, 선생님과 학생들의 대화,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슴 시원함을 느끼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낍니다. 자기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인정해야 배려할 수 있고 배려해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만 옳다 주장하면 상대의 귀는 듣고 있겠지만 상대의 마음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 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야합니다. 거기서부터 소통은 출발합니다. 가정에서, 교실에서, 직장에서 가슴 시원한 대화가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강두용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

2018-07-09 05:00:00

살롱드 메이페어 대표

[매일춘추] 송골매처럼 멋진 아저씨의 재탄생

요즘 아저씨들은 더 이상 멋없는 아저씨로 살기를 거부한다. '아저씨'라는 소리도 듣기 싫어한다. 아저씨 대열에서 탈피하기 위해 문화와 오락, 스포츠를 즐기고 외모를 가꾸는데 기꺼이 지갑을 연다. 월드컵 경기를 보며 독일, 프랑스 선수들의 헤어스타일과 핫한 영화 주인공들의 스타일을 구글에서 찾기도 한다. 남성의 멋은 경쟁력이 되었고, 여성들은 멋진 남자에 열광한다. 요즘 헤어스타일도 영화배우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형태가 큰 인기다. 일반적인 두상에 따른 정수리 볼륨이 강조된 스타일이 아니라 작은 키를 1cm라도 더 키우듯 볼륨을 포함한 딱딱한 스퀘어의 직선라인과 측두부의 면이 강조된 전통적인 클래식 바버 스타일을 원한다. 요즘 아저씨들의 헤어스타일도 수더분한 둥근 얼굴을 커버하기 위해 정수리 부위에서 두상에 따라 내려오는 후두부 라인을 스퀘어 각도를 사용한다. 또, 두텁게 튀어나온 관자놀이를 커버하기 위해 두상의 사이드 파트에서부터 기장을 짧게 시작해 후두부로 갈수록 미세하게 길이의 변화를 주어 도시적이면서 세련된 유럽 스타일을 연출한다. 중년 아저씨들조차 청년시절의 혈기왕성한 시절을 그리워하며, 잘 생기게 나왔던 추억의 증명사진 한 장을 지갑에 넣고 다닌다. 더불어 젊음으로 표현되어지는 감각적인 헤어와 배 바지를 던져버리고, 발목선을 강조하는 패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골매라는 새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사냥을 하며 30년 세월을 살고나면, 바위 절벽에 몸을 던져 노화된 부리와 닳은 발톱을 완전히 부서지게 한다. 그리고 부리와 발톱이 완전히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금 예전의 화려한 날개짓과 사냥 솜씨로 살아간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40세를 전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무감과 책임감에 짓눌려 살아왔던 삶에 공허함과 상실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깊게 파인 주름, 생기없는 표정과 검게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송골매가 다시 비상할 수 있었던 이유와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중년의 나이에 어떻게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멋진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부양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인생의 3분의 2를 달려온 헌신적이었던 중년의 아저씨들도 이제는 또다른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져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행복을 보상하며 인생의 남은 3분의 1 지점에서 다시 비상해야 하지 않을까.

2018-07-05 10:25:35

조정웅

[매일춘추] '청중'에서 '관람'의 시대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관객은 흔히 '청중'(Audience)으로 불려왔다. 풀어내자면 'Audi'(소리)를 듣는 사람 혹은 단체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청중에 가깝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사람들은 듣는 것만큼 보는 것에도 흥미를 가진다. 청각에만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청각+시각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공연예술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는 언어 중 하나인 '직관'(Intuition)처럼, 현대인들은 '직접적으로 본다'라는 행위에 흥미를 가지는 듯하다. 이제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수요자들이 수동적인 청중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즐기고 느끼고자 관람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공연 공급자들은 일반적인 관객을 청중(Audience)으로 풀어내고 있다.관객들은 공연이라는 것을 '보러가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간다'라고 표현하지 공연을 '들으러 간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실제 영국 에딘버러, 프랑스 아비뇽, 체코 프라하 등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에서도 보는 행위의 공연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축제에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참여형 공연형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극장을 찾는다는 것은 '들어러 간다'는 의미보다는 '보러간다'는 생각이 오랜 시간을 거쳐 체득한 것이다. 실제 거리공연에서도 예술 행위자들이 듣는 것과 보는 것을 결합해야, 관객이 발걸음을 멈춘다. 연극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는 행위를 하고 있는 필자는 보는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청중'이란 개념의 관객이 아닌 '관람자'(Spectator)라는 개념이 현대에 와서는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라고 여겨진다. 그로 인해 극단 마인을 설립하게 되었으며, 생소한 신체연극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에 대구 중구청에서 시행한 사업 중 하나인 로드아트가 시작되었을 때, 거리공연들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로드아트는 음악 위주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형태의 관람공연으로 거듭나야 한다. 현대는 'Audience'에서 'Spectator'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연예술가들의 다양성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거리에서 공연장에서 다양성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하게 된다면, 대구도 다채로운 공연예술의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2018-07-04 16:13:19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피아노, 너의 이름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악기들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친숙한 악기는 피아노가 아닐까. 하지만 피아노의 정식명칭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피아노의 진짜 이름은 "클라비쳄발로 꼴 피아노 에 포르테(Clavicembalo col piano e forte)". 직역하면 '피아노(작은소리)와 포르테(큰소리)가 나는 쳄발로'라는 뜻이 된다. 쳄발로라는 악기는 피아노가 발명되기 이전에 주로 쓰였던 건반악기로, 현재도 오페라극 중에서 대사 부분에 해당하는 레치타티보의 반주로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쳄발로를 보면 피아노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재미있는 것은 흑건과 백건이 피아노와는 반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당시 백건의 재료로 쓰였던 상아가 금 만큼이나 고가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 수가 작은 샾과 플랫키 부분에 백건을 사용했다는 설이 있지만 진짜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건반의 색 외에도 쳄발로와 피아노의 큰 차이점을 들자면, 건반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음이 나는 원리에 그 차이가 있다. 쳄발로는 건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안의 현을 튕겨서 소리가 나는데 반해, 피아노는 내부의 나무로 만들어진 해머로 현을 두드려 소리가 나게 된다. 따라서 건반을 강하게 누르거나 약하게 누르게 되면, 쳄발로와는 달리 소리강약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1709년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에 의해 발명된 피아노는 당시 매우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이 악기가 태어난 것으로 음악사는 크게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곡가 모차르트가 그의 짧았던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고 있었을 무렵, 피아노와 처음 만나게된다. 그리고 1770 년대 중반 무렵부터 훌륭한 피아노곡들이 많이 작곡되었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를 보면 처음 곡을 시작하는 동기는 포르테, 그 다음 동기는 피아노, 그리고 다시 포르테가 나오는 식으로 어지럽게 강약이 바뀌는 악보를 볼 수 있다. 아마도 모차르트가 피아노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나, 그 특성을 재치있게 시험해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발명될 당시에 61개 건반을 가졌던 피아노는 점차 건반의 범위가 늘어나, 1800년에 이르러 81개 건반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장력이 좋은 철사로 피아노 현을 만들게 되면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가 되서는 오늘날의 88개 건반으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건반이 존재하는 만큼이나, 자유자재로 건반 위를 누비며 연주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내 삶을 피아노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볼까한다.

2018-07-03 11:30:16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매일춘추] 당신의 고백

누구나 마음 속에 여러 자아를 품고 산다. 사람들이 아는 나와 오직 나만이 아는 나. 때로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타인에게는 항상 완벽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나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것을. 집에 지쳐 돌아오면 우울의 동굴을 파고 쪼그려 앉아있는 나를 마주하곤 한다. 어쩌면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쓰느라 더 지쳐버렸을지도, 침대에 몸이 뉘이기 바쁜 하루에 진짜 나로 돌아올 시간조차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진짜 나를 알고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당신도 마음 속에 하이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 누구나 어두운 시기가 있다. 힘든 일은 하루에도 한두 개씩 생기기 마련이니까. 혹자는 인생을 롤러코스터라고 한다.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단다. 하지만 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한 사람도, 더 바닥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 걸. 그래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기억하려 한다. 희망은 성공한 소수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일 테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해결을 담보하지 않는 희망이 아니다. 지금보다 얼마나, 어떻게 더 열심히 살아야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나도 말 뿐인 위로를 믿지 않을 만큼 세상을 겪은 모양이다. 감정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남의 염병보다 내 고뿔이 더 아픈 법이니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는 타인과 비교하며 안도하고 싶지도 않다. 힘들고 지친 현재를 두고 먼 미래에 올지도 모를 희망을 논하는 사람들이 공허해 보인다. 위로가 위로가 되지 않으니까. 감정과 기억은 언젠가 사라진다지만, 그것이 영원할 것 같을 때가 있다. 내 감정이 그런 것을 어쩔 수 없지. 글로써 포장된 나를 드러내 본다. 당신과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임을. 고백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언젠가부터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사람에 상처받은 친구에게 나조차 믿지 않는 뻔한 위로의 말을 건네 본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도, 나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위로이고 공감이고 싶은 것은 내 욕심일까. 어쩌면 나 스스로 치유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나에게 있기를, 그럼으로써 진짜 당신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나 또한 당신의 위로와 공감이 되고 싶기에.

2018-07-02 10:46:30

[매일춘추] 대구콘서트하우스

2013년 11월 29일. 지난 40년간 음악회 뿐아니라 정당행사장, 동요발표회장, 우뢰맨 등을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활용됐던 시민회관이 보무도 당당하게 재개관했다. 모두의 추억을 담은 곳이 새롭게 단장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클래식 공연만 하는 곳이라고?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다. 더구나 클래식 전용홀은 전국의 120여개 공연장을 합해도 서울경기에 2군데를 빼고 나면 지방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 모두가 격려보단 걱정의 시선을 보냈고 아무도 공연장의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다는 건 도전 가능성을 열어줬다. 개막공연으로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3개국 오케스트라와 한국 6개 오케스트라를 초청했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은 뜻밖의 찬사와 호평을 보냈다. 응원에 힘입어 다음 해, 감히 만나리라 상상도 못한 공연도 기획했다. 영국 BBC 오케스트라, 안네 소피무터, 힐러리 한 등 대구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와주기만 해도 대박이다 했을 연주자들을 대구로 초청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순탄할 리가 없었다. "대구가 어딘데?" "거기에 공연장이 있어?"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BBC 오케스트라는 대구공연 합의를 끝내고도 끝내 단원들의 투표로 공연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획자로서 좌절감은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후일담으로는 아시아, 그 중 한국은 서울 밖에 모른다고 했었고, 네임드가 있는 연주자들은 아무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자존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 자극이 됐다. 연주자들이 공연으로 아는 도시를 만들자. 콘서트하우스를 그런 공연장으로 알리자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드레스덴필,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 쾰른방송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힐러리한, 미샤마이스키, 길샤함, 백건우, 조수미, 정경화 등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를 초청하는데 성공했고 국비사업인 월드오케스트라심포니시리즈 까지 매년 15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시도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대다수 공연이 매진사례를 기록하는 동안 세계적으로 작은 도시 대구는 대구연주자들은 물론이고 세계 굴지의 연주자들이 찾아오는 공연장으로 입지를 굳혔고, 이젠 클래식하면 대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한 해, 1천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대구를 찾는다. 대구 관객과 만나고 대구를 알아간다. 이런 변화, 그저 클래식 공연장이 생겼기 때문일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공연장 때문이 아니라 대구라는 도시에 클래식의 뿌리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문화를 받쳐줄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도 기가 막힌, 들으면 입이 쩍 벌어지는 오케스트라와 아티스트가 대구를 찾을 것이다. 시민들도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 대신 우리도 클래식 한번 볼까? 라는 마음으로 다가선다면, 올 해 모두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될 거라 감히 장담한다.

2018-07-02 05:00:00

[매일춘추] 이영애-Out of stress! Play sports

우리는 근대화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국가의 국민으로서 살고 있다. 세계 195개국 중 상위 6% 안의 경제대국으로 인정받을 만큼 물질적인 풍요로 생활수준이 향상되었고 양질의 삶을 누리게 되었다.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어떤가? 2017년 OECD의 'Better Life Index'를 보면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Life Satisfaction'에서 우리나라는 10점 중 5.9점으로 OECD 평균(6.5점)에도 못 미쳤다.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이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과 불일치하는 현실은 미래를 열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와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은 학업과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고 질병이나 사고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이들이 느끼는 삶의 질 수준은 더욱 낮다. 2017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 청소년의 50% 정도가 전반적인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무겁고 어두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 땅의 청소년들이 긍정적이고 건강한 젊은 세대로 탈바꿈해야 한다. 학교 안팎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여야 한다.성적,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과 성장, 성취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 환경이 바뀌기는 쉽지 않지만 삶의 질적 수준이 제고되고 있기에 조금씩 변화해 갈 것이다. 그렇다면 과도기의 시간 속에 있는 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한국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신체와 건강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OECD는 권고하고 있다.적극적인 신체활동과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고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이다.체육교육과 스포츠 활동은 국영수 과목만큼, 아니 그 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건강과 행복한 삶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교육의 내용이 균형을 이루는 환경과 여건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주어지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한다.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2018-06-28 11:54:41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매일춘추]6월 레퀴엠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성적은 신통치 않지만 그래도 어디가나 축구가 가장 큰 화제다. 스포츠 말고도 2018년 6월은 한국인들 모두에게 참 정신없었던 달로 오래 기억될 듯하다. 그 떠들썩한 와중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기념일, 현충일과 6월 25일을 챙기다가 6월이 조용한 추모의 달이라는 것도 뒤늦게 떠올리게 된다. 추모의 마음에 반드시 슬픈 음악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서양음악을 수놓은 최고의 작곡가들이 자신의 영혼을 바쳐 남긴 레퀴엠(진혼곡)을 감상하기에 일년 중 이 시기만큼 적당한 때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6월의 날도 어느덧 셋만 남아있는 오늘,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이들 모두에게 위로와 안식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레퀴엠 두 곡을 소개한다. 가장 잘 알려진 레퀴엠은 역시 모차르트의 작품이다. 미완성으로 남은 이 곡은 작품 자체보다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더 알려졌다. 영화 '아마데우스' 에 나오는 것처럼 가면을 써 자신을 감춘 작곡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몰래 레퀴엠을 주문했다는 것인데, 이는 살리에리가 젊은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했다는 사실과 함께 순전히 영화적인 상상이다. 간경화로 건강이 악화된 모차르트가 남은 체력을 모두 소진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되고, 남겨진 작품은 제자였던 쥐스마이어가 스승의 마지막 지시를 따라 완성시키게 된다. 후대 사람들의 최대 관심은 과연 얼마나 많은 가필이 모차르트 사후에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이었는데, 과연 쥐스마이어의 생각이 많이 들어간 작품의 후반부는 전반에 비해 듣는 이들의 집중력을 모으지 못한다. 결국 남아있는 작품을 해석하는 새로운 음악가들의 연주 성향에 따라 갖가지 다른 모습이 나타나게 되어,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연주하는 지휘자나 합창단에 따라 저마다 다른 색채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품은 미사의 기본 형태인 키리에,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를 포함해 크게 여덟 부분으로 나뉘는데,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베이스 라인, 중요한 음형 등은 모차르트의 오리지널이라고 보아도 좋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가 오랜 기간 동안 개작을 거듭해 1900년 초연한 레퀴엠은 '온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레퀴엠' 이라고 할 수 있다. 포레가 이 특별한 레퀴엠을 작곡한 계기는 1885년과 1887년 잇달아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가까운 지인이었던 건축가 요제프 르 수파쉐의 죽음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비교적 작은 규모이며 엄격한 라틴어 미사의 순서를 따르고 있는 작품은 오랜 기간 수정과 축소, 확대를 거듭하며 바뀌었는데,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의 편성이 매우 특이하다. 애초에 바이올린 등 화려한 느낌의 고음악기가 빠진 작은 관현악 편성과 오르간이 연주하길 원했던 포레의 구상은 어딘가 투명한 수채화적인 색채와 맑고 깨끗한 합창의 천국적인 울림이었던 것 같다. 전곡 모두가 아름답지만 마지막 악장인 '인 파라디숨'(낙원에서) 은 그야말로 영혼이 하늘 위에 있는 파라다이스에 와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속에 살아있는 자의 슬픔이 들어있다면 포레의 작품은 이미 자유로운 영혼들을 위한 천상의 음악이라고 생각된다.

2018-06-27 13:26:22

서영옥 미술학 박사

[매일춘추] 달팽이 걸음

지인이 나눠준 무공해 배춧잎에서 달팽이 한 마리가 꿈틀거렸다. 그 잎을 들어 아파트 화단에 내려놓았는데, 날씨가 연일 건조하다. 습기 찬 곳에 당도하려면 한 달을 달려도 모자랄 달팽이의 느린 걸음이 내심 걱정된다.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날씨도 사람의 일처럼 쉽게 변화되진 않는 것 같다.지나간 시간들은 모두 짧다. 내가 예닐곱 살 때였던 것 같다. 언니 오빠가 학교에 가고나면 어머니는 내게 한글을 가르쳐주었다. 온종일 언니 오빠를 기다리다 치칠 때쯤이다.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숫기 없고, 말도 느린 아이가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칭찬에 힘입어서 익힌 한글 덕분이지 싶다. 유치원도 없던 시골에서 드물게 한글을 깨치고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의 기세등등함이란, 돌아보면 봄꿈 같은 추억이다.손 닿는 곳이면 그리기를 일삼던 내게 어머니는 일찌감치 화구들을 챙겨줬다. 책갈피나 노트에 여백을 남지 않을 만큼 곰바지런히 그렸던 그리기는 초·중·고 그리고 대학을 거치는 동안에도 꾸준했다. 학창시절 내내 함께 한 미술이 삶의 1순위가 된 연유에는 어머니의 격려를 빼놓을 수 없다. 어른이 된 지금도 어머니는 내 글과 그림이라면 무조건 칭찬일색이다. 그랬던 어머니가 어느새 팔순이다. 느린 걸음의 주인공이 된 노모의 뒷모습이 달팽이를 닮았다.어머니는 얼마 전 큰 오빠 내외와 일본을 다녀온 후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느린 노모에게 속도를 맞추느라 자식들 고생이 너무 컸다는 것이 이유이다. 며칠 전 작은 오빠네 가족과 함께 나선 여행은 당신의 호언장담이 빈말이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은 곰살궂은 자식들과 함께 걷고 싶은 어머니들의 공통된 소망이지 않을까. 팔순 노모의 느린 걸음이 잠시 잊고 지낸 달팽이 같은 여유로운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매일춘추의 문을 노크할 무렵 강의와 글, 그림을 그리는 필자의 대표 직함을 관계자가 물었다. '주어진 삶을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고 있는 미술학도'라고 답한 것이 공식명함이 되고 말았다. 대표명함이 된 '미술학 박사'라는 꼬리표가 내심 부끄럽다. 그러나 어머니처럼 부족한 논리마저 흉허물로 여기지 않던 지인들과 독자들, 매일신문사에 고마운 마음이다. 덕분에 가슴에 좋은 추억 하나 새긴다. 다음 필진들의 귀한 사연을 고대하며 달팽이처럼 느린 일상으로 돌아간다.

2018-06-26 11:24:25

이융희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매일춘추]'나무테랑'의 성장, '호손효과'

기대와 설렘으로 흥분되었던 봄의 시작이 본격적인 여름으로 바뀌면서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잡은 지금이다. 그렇게 매일춘추와 함께 한 3개월 동안의 시간은 나에게 많은 성찰과 변화를 가져다줬다.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소중한 시간의 기회를 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뿐이다. 교육극단 '나무테랑'을 창단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주위 많은 분들의 기대와 응원은 나에게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교육극단을 운영하고, 매일춘추 칼럼 및 다양한 활동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는 우리를 더 활발히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처럼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태도를 '호손효과'라고 한다. 호손공장에서 엘튼 마요는 빛의 변화가 직원의 생산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실험을 했다. 하지만 빛의 밝기가 생산성과 관련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몇몇 직원의 생산성이 증가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고 느낀 사람들의 생산성이 올라간 것이었다. 직원들은 누군가 계속해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효율성을 올렸다. 그들이 누군가로부터 관심의 대상이고, 그 관심과 기대가 수행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루카스 리가티에리는 우리는 내가 혼자 일 때의 모습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할 때의 모습, 그리고 관객이나 고객, 상사가 우리를 볼 때 각각 다른 행동과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관객이 공연을 빛내주고, 기관 운영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영향력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오우크 학교 실험의 경우,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유명대학 연구진들이 그 학교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교사의 사기와 노력을 향상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연구를 통해 호손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교육극단 '나무테랑'은 매일춘추를 시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교육연극, 공연예술, 연극치료를 통해 공감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우리는 많은 연구와 활동을 병행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능력들을 관심을 갖고 기대를 주면서, 호손효과를 몸소 실천한다. 매주 내 생각과 경험을 담았던 글은 오늘로써 마치지만, 교육극단 '나무테랑'의 끊임없는 기대와 관심을 바라며 그 속에서 진정성 있는 성장을 하리라 다짐한다.

2018-06-25 13:50:42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매일춘추] 낮잠의 효용성, "Siesta"

"상상만 해도 학교를 다니고 싶게 만들거나, 요즘 학교에 꼭 있었으면 하는 과목은 무엇인가요?"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 중 압도적인 비중의 과목은 "낮잠 시간"이었다. 공부도 게임도 하지 못하는 잠만 자는 시간의 과목!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인하여 제대로 잘 시간도 쉴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고된 일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쉴 시간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바램은 비단 아이들의 바램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잠깐이라도 쉬고 자는 것은 무척이나 게으르고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휴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여기에 길들여진 생활패턴은 우리로 하여금 늘 책상에서, 사무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적인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 내에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낮잠을 인정하고 그 시간을 부여한다. 우리 아이들이 애타게 원하는 과목의 그 시간, 낮잠의 시간과 공간이 그들에게는 주어지는 것이다. 왜?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이 일의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기업의 새로운 시각과 휴식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혁신적인 접근과 시도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잠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생산적인 활동으로 신체와 정신을 회복, 성장시키고자 하는 뇌의 능동적인 작용의 현상이다. 인간은 한밤 중과 이른 오후에 잠을 자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우리 몸안의 생체시계가 하루 2회에 걸쳐 졸음을 유발한다. 기상 후 6∼7시간이 되는 시점, 이 시간대는 하루주기에 있어 즐거움이나 타인에 대한 감정, 정서의 균형상태가 가장 낮아지는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오후의 낮잠은 기분이나 각성도 뿐만 아니라 인지수행 능력과 창의력의 강력한 원천인 몰입의 강도를 증가시켜 학습능력과 업무능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10∼20분 정도의 잠깐의 낮잠으로 우리의 몸과 기분이 가벼워지고 맑아진다. 단, 20분 이상을 경과할 경우에는 수면무력증으로 뇌를 정상상태로 회복하는데 시간적 보상이 필요하게 되고 항상성으로 인하여 밤잠을 방해할 수도 있기에 낮잠의 시점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인 낮잠의 기술이다. "씨에스타"(Siesta). 더운 나라들에서 점심시간 무렵의 낮잠과 휴식시간을 일컫는 용어다. 무척이나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자신만의 시에스타를 누려보자.

2018-06-21 12:12:17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매일춘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러시아 월드컵에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패한 대한민국 팀도 멕시코, 독일과의 남은 두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본선 진출)를 얻길 기대해본다. 월드컵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은 빠질 수 없다. 클래식 음악과 축구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역시 '쓰리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테너의 화려한 고음은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 장면 만큼이나 듣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역시 예외없이 개막 축하무대에 성악가와 가수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요즘 핫한 미모의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화제에 올랐지만,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내심 섭섭한 마음도 있다. 바로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이야기다. 1962년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태어난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넓은 땅 만큼이나 좋은 음악가들이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 음악계에서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났던 특급 괴물이었다. 1989년 영국 카디프 콩쿠르에서 브린 터펠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깜짝 등장했던 그는 독특한 발성, 멋진 외모와 카리스마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인기 오페라 가수가 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을 중심으로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등의 오페라에서 주인공으로도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흐보로스토프스키가 암에 걸려 투병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전해진 것은 2015년이었다. 수술 후 병세가 호전되어 다시 오페라 무대에 복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등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합병증으로 2016년 말 다시 연주 중단을 알렸다. 결국 2017년 11월에 향년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 붉은 광장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이중창을 멋지게 부르던 흐보로스토프스키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최근 그의 마지막 레코딩인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2016년 7월 녹음)가 음반으로 출시됐다. 이 작품은 흔치 않게 바리톤이 주인공을 맡는데, 타이틀 롤을 맡은 흐보로스토프스키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창을 들려준다. 주인공 리골레토는 딸의 불행을 슬퍼하는 역인데, 그 역시 슬하에 자녀 넷을 두어 그 애잔함이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러시아 음악의 영광을 피끓는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이름과 노래가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8-06-20 11:21:20

서영옥 미술학 박사

[매일춘추] 가능성을 찾아

미술도구들은 통나무 화구박스가 아닌 여행용 케리어에 실려 왔다. 칼 대신 자동연필깎이 가 붓꽂이엔 길쭉한 수정 펜이 나란히 꽂혀있었다. 격세지감을 실감케 한 도구들 사이로 긴장감이 감돌던 곳, 고등학생 미술실기대회장의 풍경이다. 며칠 전 참가자들은 하얀 도화지에 5시간을 꽉 채워서 부푼 미래를 그려냈다. 창작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창작자는 코피를 흘리며 투혼을 발휘하곤 한다. 대회장에서 긴장하며 몰입하던 한 남학생의 모습이기도 하다. 화가 마티스는 "작업이란 자기가 표현하는 대상이 자신의 일부가 될 때까지 외부세계를 점진적으로 구체화하고 동화시켜 그를 캔버스에 투사하여 하나의 창조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작곡가 말러가 "창조적인 예술과 실재의 경험은 결국 동일한 얘기이다." 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여 창작은 종종 자기 경험에 기댄다. 대회장에서 미술실기교육방식을 재점검한 것은 그들이 기울인 노력만큼 다채롭지 못했던 내용과 형식 때문이다. 수잔 랭어가 "미술이야말로 우리의 정서적 경험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듯 자라나는 재능이 주입식기술전수에만 갇혀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미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두루 조망하고, 듣고, 읽고, 입체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의미를 찾아 능동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교육환경조성이야말로 개성 있는 창작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며칠 전 미술관에서 특강을 한 문화예술행정가는 4차산업혁명이 도래한 현재의 예술작품들이 20, 30년 후에는 유물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 후에는 전시장과 공연장이 텅 비게 될 것이고, 초연결성(Hyper-Connected)과 초지능화(Hyper-Intelligent)가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시대를 열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지난 2016년에는 경매에 붙여진 딥 드림이 그린 작품 29점이 개당 2200달러~9000달러에 팔렸고, AI 화가는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을 재현한다. 19세기 사진술의 등장 이후 화단에 닥친 또 다른 위기이다. 불완전함은 끊임없이 완전함을 항해 달린다. 그러나 갈망할 뿐 될 순 없다. 불완전함 속에 가려진 가능성을 찾고 실천해야할 몫은 화가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닐 것이다. 균형 잡힌 교육이야말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8-06-19 12:01:32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매일춘추] 최상의 기분을 주는 자연

초등학교부터 노인대학까지 교육연극, 공연예술, 연극치료 등의 수업 일정은 나의 다이어리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 가운데 오전 1교시부터 진행하는 수업 중 일주일의 반 이상은 현풍으로 이동한다. 대구수목원을 거쳐 현풍까지 이어주는 테크노폴리스로를 이용하면서,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느끼고 감탄하며 산과 산 사이의 도로를 기분좋게 달리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의 기분좋은 시작은 신체적·정서적인 즐거움과 집중력이 하루 내내 지속되면서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효과가 얼마나 큰 지 온 몸으로 느낀다. 주의력 회복이론에 따르면, 현대 도시에서 겪는 복잡한 상황들을 통해 '주의 피곤'을 경험하게 되는데,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이러한 피곤함으로부터 회복시켜준다. 미시간대와 스탠퍼드대 등은 자연이 정신적인 능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복잡한 도시의 환경과 자연에서 각각 산책을 하고 인지능력과 정서적 상태에 대한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주의력과 단기 기억력에서 자연 속을 산책한 사람들이 도시를 산책한 이들보다 16% 더 향상되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12명의 대학생들에게 자연이 어우러진 사진과 복잡한 도시의 사진을 보여주자, 단순하게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주의력 회복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여행 목적지로 자연을 찾고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아, 좋다! 아름답다!'라며 정해진 대사가 아닌 마음에서 저절로 내뱉는 것처럼 자연은 최상의 기분을 준다. 자연은 긍정적인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을 살아가면서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아침, 산과 산 사이를 가르며 도착해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에게도 행복한 파급효과로 확산되면서 즐거운 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자연의 사진만으로도 효과가 향상되는 것을 알기에, 수업에서도 많이 적용한다. 예를 들어, 연극에서 배경은 보통 장소나 시간, 계절, 시대 등을 기초로 한다. 배경을 토대로 즉흥극, 상황극 등을 상상하여 만들 때, 자연과 도시 사진을 배경으로 나눠주고 그룹활동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학생들의 표현활동과 내용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자연사진을 배경으로 둔 학생들의 긍정적이고 안정된 활동결과가 확연히 보였다. 난 수업 전 자연을 담은 배경사진을 항상 교실에 걸고 시작한다. 자연을 통해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듯 학생들도 함께 느끼길 기대해본다.

2018-06-18 11:29:07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매일춘추] 신부 아버지의 덕담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이라고 했다. 사람이 학문에 통하고 직업을 가지는 성인이 되면, 제 짝을 맞이하는 혼기의 때가 온 것이다.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혼인을 선택해야 한다. 봄눈이 대지에 자연스레 스며들듯 청춘남녀 서로가 혼인으로 하나 되기를 기원합니다. 엄숙하고 뜻깊은 혼인식에 의하여 부부는 비로소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으며, 부부사이의 성적결합이 독점되며 경제적 결합도 뒤따르는 것이다. 태어난 생일날이 의미가 있듯이, 혼인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사랑을 하는 데 인간존재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저의 여식이 부부의 의례를 갖추기 위하여 주례가 없는 혼례를 치뤘다. 그 때, 한 덕담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청명하고 화창한 오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여왕 5월에 저의 딸 혼인을 축하해주기 위해 귀한 걸음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고 감사합니다. 자연의 천기와 대지의 화기가 가장 좋은 오늘, 위대하고도 고귀한 기적적인 인연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듬직하고 튼실한 신랑 ○○군과 애지중지 키운 신부 ○○이가 아무 조건없이 좋은 사랑으로 마음을 맞추어 혼인식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안식과 안락으로 서로의 보금자리가 되는 가정을 위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신부아버지가 당부할 말은 이렇게 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고, 계절에 맞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건강하고, 책을 읽고 검소하고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굴기(崛起)의 정신을 가지며, 일상에서는 '지금'이 있음을 늘 고맙고 감사하게 여기며, 모든 일을 순리에 따라 처리하는 편안함이 있고, 이웃에게는 따뜻하고 훈훈한 정을 베푸는, 그런 모범적인 가정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치, 훌륭한 새는 좋은 나무에 둥지를 틀 듯이…." "그리하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 날마다 함께 하여 연리지(連理枝)의 나무가 부러워하고, 나르는 비익조(比翼鳥)가 시기하듯이, 검은머리 파뿌리 되는 그 순간까지 지금처럼 알콩달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머문자리가 늘 아름다운 꽃자리가 되기를….' 워렌 버핏은 오늘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팔만 분다고 병사가 모이는 것은 아니듯 과거에 결혼의 뜻을 세워 탁월한 선택의 결과로 현재의 혼인식이 있는 것이다.

2018-06-14 13:19:55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매일춘추] 행복한 노인이 많은 나라

우리나라의 노인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다. 노인인구가 국민 전체인구의 14%를 넘는 현재의 고령사회는 2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직면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생산인구의 감소와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령인구의 증가는 중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중년의 나도 언젠간, 아니 곧 노년층의 세대가 되어 개인적·사회적으로 골칫거리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솔직히 겁이 나고 서글퍼진다. '평균수명 연장,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과연 그 때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 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노화로 인하여 쇠해지는 기력과 질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피할 수 없다. 또한 경제의 중심에서 비켜져 생산성도 경제력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이 듦을 서글퍼하고 한탄할 수만은 없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맞는 각자 나름의 행복을 준비해야 한다. 20년 후, 40년 후, 어쩌면 60년 후의 나의 모습과 삶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특히 건강수명에 집중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더불어 영적으로도 건강하다면 흐르는 시간과 깊어가는 주름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화도 조금은 너그럽게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노인들은 집에서 낮잠이나 TV시청 등의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낮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체활동의 부족으로 건강은 더욱 위협 받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질병과 외로움으로, 게다가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진다면 그 삶은 너무 무겁다. 이것은 지금의 노년세대가 성장한 시대에서 체육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기인하여 운동생활이 없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운동을 하지도, 할 수도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현재의 결과는 더욱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매일 테니스를 치러 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난다. 왜 아프고 불편함이 없겠는가.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운동으로 활력을 찾고 적극적으로 즐거운 사회생활을 만드시는 이 분들의 의욕과 꾸준한 도전이 존경스럽다. 생물학적으로 어른이, 노인이 정말로 많아지는 시대가 우리 앞에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다수가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어야 한다. 열심히, 꾸준한 운동생활을 통한 자기관리로 삶의 연륜과 지혜가 묻어나는 건강한 존재, 행복한 노인이 많은 나라를 기대해 본다.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2018-06-14 12:17:28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매일춘추] 피아노 앙상블이 전하는 전율

정치와 외교 이슈(미북정상회담)가 나라 전체를 덮고 있지만, 오늘 시작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최대 이벤트다. 아무쪼록 정치 이슈와 관계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경기를 즐기고,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을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른바 '팀워크'는 축구 뿐 아니라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덕목이자, 11명의 콤비 플레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팀워크보다 독자적인 나만의 플레이가 중요한 직업도 있다.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음악인들 중에는 피아니스트가 가장 단독 플레이의 대명사다. 혼자서 넓은 음역과 사운드의 볼륨을 책임져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때론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런 피아니스트들이 모여서 합주하는 아주 덩치 큰 이벤트가 있는데, 바로 '피아노 앙상블' 음악회다. 얼마 전, 오래된 뮤지컬 영화 '닻을 올리고'를 감상하다 놀란 적이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 진 켈리 주연의 이 영화에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호세 아투르비(1895~1980)가 등장해 연주와 연기를 선보였는데, 야외 공연장에서 수십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의 피아노 앞에 앉아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을 연주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사했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만들어진 이 영화 속 스펙타클한 명장면이 지금 봐도 신기한데, 당시 관객들에게는 얼마나 큰 전율을 선사했을지 짐작이 간다. 거대한 몸집과 기계적 장치를 갖춘 피아노가 귀족들의 음악 살롱에 '붙박이' 악기로 등장한 직후부터 이 악기끼리의 앙상블은 꾸준히 시도돼 왔다. 1대의 피아노에 두 사람이 앉아 연주하는 '네 손을 위한 연탄곡'부터 시작해, 초기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대가였던 쇼팽과 리스트 등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은 치밀한 앙상블과 확대된 텍스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화려함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피아니스트들의 친목도모와 레퍼토리 개발, 성대한 이벤트의 필요성 등으로 만들어지는 피아노 앙상블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은 공연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달성문화재단은 '100대의 피아노'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베토벤은 합창 등이 피아노 앙상블로 딱 좋다. 한 번도 피아노 앙상블의 공연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시간을 투자해 한 번 가서 객석에 앉아보길 권한다. 건반 음악이 주는 사운드의 '홍수처럼 쏟아지는 진수'를 맛볼 수 있다.

2018-06-13 13:46:55

미술학 박사

[매일춘추] 탈 그루핑의 법칙

이슬 맺힌 들꽃과 눈 마주치면 마음엔 온종일 촉촉한 꽃물결이다. 바로 아침 산책길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산책길에서 만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비갠 후에는 풍경이 더 선명하다. 가끔은 신을 벗어든다. 흙의 질감을 감촉하기 위해서이다. 맨발로 온갖 새소리의 협화음에 발맞추는데, 먼 산에서 까마귀와 한 남성이 닮은 목소리로 소통을 한다. 훌쩍 키가 자란 상수리나무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동그란 접시꽃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들어섰던 그 길이다. 꽃과 새, 나무, 흙, 물, 풀잎까지 제 각각의 모습을 유지하는 자연과 사람이 조건 없이 하나가 되는 산책길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는 '그루핑의 법칙'(rules of grouping)이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베르타이머가 주장한 이 법칙은 시각 대상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디자인이나 조형예술분야에서 적극 활용되는 이 법칙은 우리의 뇌가 모양이나 크기, 방향, 거리, 색깔, 위치 등이 비슷하면 한 그룹으로 보려고 하는 시지각적 논리가 핵심이다. 유사성(Similarity), 근접성(Proximity), 폐쇄성(Closure), 연속성(continuation) 등으로 구분되는 이 법칙은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효용성이 크다. 아침 산책길에서 그루핑의 법칙을 자연에 포개어 보았다. 서로 다른 종과 형상들도 하나로 묶곤 하던 자연이 준 힌트이다. 본래부터 무형(無形), 무색(無色)이었던 것처럼 서로 다른 것들도 조건 없이 품어서 하나 되게 하는 성품은 득과 실을 따지지 않는 자연의 본성인 듯하다. 만약 인간의 마음에도 그루핑의 법칙을 적용하라고 한다면 베르타이머는 어떤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예 이 법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지 싶다. 다양한 마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산다. 개인의 잇속만 챙기려는 마음과 이타심이 큰 마음도 한 그룹의 일원이 되곤 한다. 같은 명찰을 단 단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통속으로 묶어보는 결례를 범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먼셀이 20색 상환에서 초록색과 녹색을 각각 다른 색으로 표기하듯, 무턱대고 초록을 동색으로만 치부하면 곤란하다. 개개인의 각각 다른 사정을 세세히 살피지 못하면 한 그룹의 일원이어도 영원히 다른 세상이다. 마음의 탈(脫) 그루핑의 법칙이 되는 셈이다.

2018-06-12 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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