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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도시농업<2>,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시민들이 농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우리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농업기술센터. 농사를 원하는 시민이 각 지역의 센터로 흙을 보내면, 성분분석을 해 준다. 인, 질소, 칼륨, 마그네슘 등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성분들을 분석해 주고, 모자라는 성분을 어떻게 보충하라는 친절한 처방까지 무료로 내려준다.그리고 각 도시마다 대규모로 도시농업박람회를 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정보를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구도 6년 전부터 하고 있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다. 그만큼 도시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참가하는 인원수로만 보면 대성공이다.하지만 땅 성분을 분석하고 부족한 것을 처방내리는 방법이나 현재와 같은 도시농업박람회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은 농산물 수확량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농산물을 바란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성분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농산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정보를 줘야 한다.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한 농산물은 미생물이 많고 다양한 영양분이 있는 땅에서, 자기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분을 찾아가면서 자란다. 그렇다면 부족한 영양분을 간단하게 비료로서 해결하라고 알려줄 것이 아니라 좋은 흙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가르쳐야 한다.도시농업박람회조차 수경재배에 대한 정보가 있고, 실내에서 LED조명으로 키우는 방법을 신기술이라고 선전하고 세미나까지 열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하게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아예 없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손으로 뽑는 것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비닐 멀칭으로 해결하라고 말하면 안된다. 비닐 멀칭은 손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습기가 항상 뿌리 주위에 있어서 식물 스스로 물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다양한 미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흙을 만들 뿐이다.정부는 장기적으로 시민을 교육시켜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줘야 한다. 그래야 농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망가진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더불어 궁금한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줘야 한다. 도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도심 농사가 안전한가이다. 공기가 나쁜 도심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를 키워도 안전한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배기가스 영향은 없는지 등 이런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자체에서 지역에 따라 이런 부분의 안전성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2018-12-06 12:17:37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 대구

얼마 전 모임이 있어서 대구 삼성 창조 캠퍼스에 갔었다. 넝쿨이 멋들어지게 감싸고 있는 옛스러운 건물들과 그곳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 그리고 대학 캠퍼스가 연상되는 널찍한 공간과 건물들이 매우 근사해 보였다.'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건물들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마침 같이 동행한 대구 토박이 직원이 말을 건넨다. "여기는 예전에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이고, 저 넝쿨이 있는 건물이 그 당시 직원 기숙사 건물이예요." 반세기전 청년 기업가였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하고 사업을 일궈갔을까. 역사가 깃든 넝쿨을 올려다보며 기업경영이란 '고난과 극복의 이중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새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면, 제임스 앨런의 책 '창업자 정신'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위기들을 이겨내는 기업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항상 내게 각인시켜 준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반역적 사명의식, 현장중시, 주인의식, 이 3가지를 가지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간다.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성장에 도취되어 한눈을 파는 순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사명의식이 사라지거나, 현장의 소리를 무시하거나, 관료주의가 고착화되기 시작하면 기업을 성장 가능하게 했던 유연성이 사라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속도저하'가 나타나며 어느 순간 끓는 물에 담긴 개구리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낙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기업은 기업 자체가 아니다. 직원과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함께 걸려있다. 지속가능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내년 사업 계획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코오롱, 효성 등도 대구경북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이런 큰 기업들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잘 노출되지 않은 대구의 중견기업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들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삼성 창조 캠퍼스의 넝쿨처럼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4차 산업의 중심에 있는 전기자동차, 로봇산업, 첨단의료산업 등에 대구시의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처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창업자 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구에서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믿는다. 대구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2018-12-06 12:13:08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티켓값과 그 공연의 가치

대구에서 열리는 무용축제 중에서 매년 대구시가 지원하는 대구국제무용제라는 것이 있다. 올해가 20주년이니 가장 오래되었고, 매년 7개국 이상 수십 개의 단체가 참여하니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외향적인 것 외에도 대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작품 여러 편을 그것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대구국제무용제 총괄매니저를 맡은 지 올해가 9년째인데, 매년 우리 지역에서 세계 곳곳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관객의 한 사람으로 늘 기대되고 설레인다.해외에 있는 많은 팀들이 지원을 해, 어떤 작품을 선정할 지 항상 고민이다. 그런데 전통무용을 초청하는 경우는 드물고, 창작 발레는 작품이 드물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이라고 불리어지는 장르의 작품을 주로 초청한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서, 선정한 작품이라 할 지라도 관객 또한 좋은 작품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도 있다. 어두운 조명에 친숙하지 않은 음악, 스토리 없는 몸으로의 표현이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세금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은 관객이 선호하는 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렵고 생소하지만 새롭고 실험적인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시에서 지원하는 이런 축제들을 통해서 장르나 작품에 대한 편식을 막고 다양한 공연예술을 소개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전공생들이 좋아하는 수준높은 단체가 공연을 하게 되면 으레 티켓 값이 비싸다. 비싼 티켓 값을 주고 전문적인 공연을 보는 일반 시민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수준 높은 팀이 오면 전공자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대구국제무용제는 무용과 관련이 없는 일반시민들도 페스티벌을 통해서 쉽게 전문적인 공연을 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9년 동안 모든 공연을 전석초대로 진행하고 있다. 나 또한 많은 일반인들이 우연히 공연장에 들러 공연을 보고 "무용도 재미있다", "감동적이었다" 등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좋은 후기를 접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그런데 홍보기간 내내 걸려오는 많은 문의전화 중 이런 경우가 많다. '전석 초대인데 괜찮은 공연 맞냐'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분들도 계신다. '공짜인데 볼만은 하냐'는 것이다. 일일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지만, 기획의도가 달리 비춰질 때의 씁쓸함도 있다. 티켓 값이 비싸야 괜찮은 공연이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티켓 값을 비싸게 책정했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티켓 값만으로 공연의 질을 예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티켓 값과 공연, 양쪽 모두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더 값진 공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티켓 값만으로 공연작품의 가치를 매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2018-12-05 11:51:43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미역, 세대를 연결시켜주는 인연의 끈

딸 아이가 미역국을 찾는 걸 보니, 보양식이 필요한가 보다. 맛있는 것을 먹고 힘내고 싶을 때, 딸은 친정엄마가 만드신 미역국을 찾는다. 다행히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는 나의 음식 솜씨에 안도하면서, 찬물에 미역을 불려본다. 미역은 참 재미나게 생겼다. 물 속에서 자란다는 점도 신기한데, 긴 지느러미를 닮은 모양마저 특이하다. 이런 미역을 왜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출산하거나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생일날 끓여 먹었을까.나도 여느 산모와 마찬가지로 첫 딸을 낳았을 때, 미역국을 먹었다. 한 여름에 태어난 우리 딸 덕분에 광어를 넣은 시원한 미역국을 맛봤다.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친정엄마의 특별한 메뉴였다. 딸 아이는 마치 그 때 맛본 친정엄마의 미역국 맛을 기억하듯, 격려와 지지가 필요할 때 이렇게 미역국을 찾는다.나 또한 엄마의 첫 딸이다. 엄마도 나를 낳고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한 그릇을 비웠을 것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젖을 내게 물렸을 엄마의 모습은 마치 나의 육체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성모 마리아와 닮았을까. 딸 아이와 달리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사랑이 엄마를 통해 전달되었던 그 탄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탯줄을 통해 전달된 그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미역은 긴 모양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일지도 모른다. 마치 탯줄처럼 말이다. 또 그 인연의 끈은 매년 다가오는 생일날을 기점으로 다시 연결된다. 운동장의 길게 널려진 만국기처럼 한 해의 추억이 깃든 사진을 남기면서 말이다.미역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온 나는 지인이 초대한 가요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요제에 참석한 대부분이 60대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40대 초반인 뭔가 모를 부적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짧은 영상이 소개되면서 가요제는 시작됐다. 영상의 내용은 우리 부모세대가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이 끝난 직후, 가요제의 분위기는 다소 경건함이 맴돌았다.불과 몇분 전의 부적절함 대신 감사와 존경심이 가득 차올랐다. 너무나 당연해서 가끔은 잊고 있었던 마음이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았을 엄마의 삶은, 어쩌면 한순간 한순간 지탱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힘겨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의 고비를 넘기며 나를 낳아준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 때였다. 미역국을 보면서 느꼈던, 내 안에 전달된 그 무언가가 다시 느껴졌다. 나와 엄마가 다시 연결되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이제는 안다. 추운 겨울에 인력거를 끌면서 살아가는 노인에게도 삶의 빈곤함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도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도 사랑과 생명력, 삶의 지혜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삶의 고비마다 그들은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지혜를 듣는다. 맛있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말이다.

2018-12-04 11:44:55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판타지를 좋아하세요?

사람은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든 조금씩 양면성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항상 일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을 도외시하지 못하고 삶에 천착한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말이다. 두 마음이 늘 함께 있으면서 다만 밀물썰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점점 더 현실적 감각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어느 날 매사에 유불리를 따지면서, 셈법에 익숙해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면 누가 뭐래도 어엿한 생활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그런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꿈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를 만나면 그에게 몽상가라는 라벨을 붙이게 된다. 이 때, 몽상가라는 표현에 웬일인지 크게 호의가 느껴지지는 않는다.하지만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대단히 현실적인 사람도 때때로 몽상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1년 중 11개월을 현실이라는 건조한 전쟁터에서 먼지 일으키며 치열하게 살았다면, 12월 한 달 만이라도 판타지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 또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예술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다름없다. 특히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은 완벽하게 현실과 단절되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며 무대의 막이 열리는 그 순간, 우리는 현실을 떠나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겠지만 그 때는 마음이 훨씬 말랑말랑해져 있을 것 같다.오늘(4일)과 내일(5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립발레단을 초청해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며, 달콤한 선율의 음악도 좋지만 그 내용은 판타지 그 자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펼치는 환상의 세계. 왕자는 장난감 병정들을 이끌고 생쥐들과 전쟁을 벌이며, 소녀와 왕자는 마침내 승리해서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다. 스페인과 인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 인형들이 춤추는 환상적인 무대를 누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일까.12월의 초입, 어느 저녁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러분에게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을 보낸다. 두 시간 남짓 몽상가가 되어 판타지에 빠져있는 동안 누구라도 마음에 물기가 돌고 마침내 꽃 한 송이 피우기를 기대하면서.

2018-12-03 11:19:21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대구에 가면 뭘 사야하지?"

올해 대구공항 이용객수가 400만을 돌파한다고 한다. 해외 신규노선들이 취항하면서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결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번 마음을 먹어야 대구공항을 이용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서울가는 비용에 조금만 더 보태면 일본, 동남아 등은 손쉽게 갈 수 있게 운항 노선이 늘었고, 국내외 공항 이용객들의 수도 많이 증가했다.대구를 오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으니, '무엇을 팔아볼까'하고 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듯 하다. 얼마 전 일본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본은 업무 특성상 조사해야 할 것들도 많고 가깝기도 해서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탑승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게이트 주변에 앉아 출장일정을 체크하고 있는데 딸에게 메시지가 왔다. '이번에 사와야 할 품목들'. 딸이 친절하게도 사진과 함께 과자, 생필품 등 몇 가지 리스트를 보내왔다. 마지막에는 '피곤하시겠지만, 가방에 담아와'라고 적어왔다.일본에서 마케팅을 잘 하는건지, 한국사람들의 '일본여행 필수구입 아이템' 같은 여행후기들 때문인지, 일본에 가면 사야 할 것들이 참 잘도 정리돼 있었다. 아무튼 딸의 리스트대로 사와야 삶이 편해진다. 그 리스트에 포함되는 품목 중 하나가 '도쿄 바나나'다. 한동안 도쿄 하네다 공항에 가면 '도쿄 바나나'를 꼭 사와야 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 안되겠지만, 1만원대의 패키지 상품이라 선물하기에는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갑을 열게 된다.지인들이 대구에 가면 뭘 사야 하냐고 자주 물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대구에서 꼭 사야 할 것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다. 거의 찾아지는 것이 없다. 예전에는 대구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사과였는데, 요즘은 대구의 특산품을 사과라고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대구 기념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매장을 방문했는데, 기념품 공모전 수상 상품들과 젊은 트랜드에 맞춘 대구 12경 상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판매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판매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한다. 대구에 가면 꼭 사야 한다는 입소문이 나고, 사는 사람마다 만족도가 높은 대구만의 상품은 무엇일까.'빅애플'이라고 불리는 뉴욕은 1970년대 관광 홍보 차원에서 '빅애플'을 적극적으로 알린 결과, '빅애플'은 사과 생산지도 아닌 뉴욕의 멋진 애칭이 되었다. 여행객들에게 여러 관광지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빅애플 패스'는 필수 아이템이라고 한다. 우리도 사과의 이미지를 살려 어떤 상품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관광의 마지막은 쇼핑이다. 대구를 떠나는 사람들의 손마다 들려 있는 대구의 기념품이 무엇인지, 오늘도 만나는 관광객들 손에 들려있는 쇼핑 품목에 눈길이 머문다.

2018-11-29 12:04:49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농사 그리고 도시농업(1)

유기농이 비싸고 믿을 수 없으니까, 취미삼아 도심 근교에 텃밭을 마련하고 직접 농사 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끝까지 만족하면서 농사를 지속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농사를 만만하게 본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부분은 욕심 때문에 몸을 망쳤다. 그리고 거리가 먼 곳에 텃밭이 위치하고, 차를 몰고가서 1주일에 1번씩 가서 일을 하고 오는 것은 잡풀과의 전쟁에서 지게되어 있다.농사는 그렇게 취미삼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먼 거리에 차를 가져가서 농사를 짓는 것은 환경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은퇴하고 농사에 완전히 매달려서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논외로 치자.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주거지인 도시에 농사를 접목시킨 것이 유행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꽃 화분을 두는 대신 먹거리를 키우자는 '윈도우 팜'과 지자체에서 자투리 땅을 이용하는 도시 텃밭도 있다. 상당히 바람직한 제도이고, 각 나라마다 여러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작은 정원'(Klein garten)이라는 프로젝트다. 150년 전, 한 정신과 의사가 환자들에게 햇볕을 쪼이고,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워서 먹였더니 치유 확률이 높더라는데 착안해서 만들어진 제도이다.각 지역마다 법으로 반드시 구역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저소득층, 연금 수령자에게 우선권이 있고, 차를 타고 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 연 회비는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면적의 1/3은 꽃이 있는 정원, 1/3은 건강한 먹거리를 키우는 텃밭, 1/3은 주민들이 만나서 쉬도록 원두막을 갖춰야 한다.우리나라 몇몇 지자체에서 이를 벤치마킹해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 성격이 다르다. 우리는 먹거리만 강조하는 단순한 텃밭의 개념이고, 독일은 땅에서 놀면서 주민들과 교류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키워서 먹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이다.런던의 대표적 농장은 시외 동북쪽 '핵키 시티 팜'(Hackney city farm)이다. 시범농장인데, 시 외곽지 사람들이 떠나는 장소에 시민들의 순수한 후원금으로 시작했다. 면적은 그리 크지 않지만, 초지에서 마음대로 키우고 있는 동물들도 있다. 빗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음식쓰레기는 어떻게 퇴비화 시키는지 등에 대해 교육의 장소가 많다. 한 켠에는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도 만들어 팔고, 교육실에는 이주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환경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건강한 음식에 대한 교육도 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후원금 개발에 힘 기울이고 있다.

2018-11-29 12:04:28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공연을 완성하는 관객들

몇 년 전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노을 지는 호수에 상반신만 드러낸 채 서 있는 거대한 해골이 커다란 책을 펼쳐들고 있었다. 기묘하면서 아름다운 해골과 펼쳐진 책이 마치 무대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댓글에는 합성사진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에 있는 공연장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알 수가 없었다.그곳이 공연장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공연을 하는지도 무척 궁금했다. 몇 년이 지나 그것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이 만나는 국경에 위치한 알프스 빙하가 만들어 낸 중부 유럽의 보덴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본 사진이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무대라는 것도 알아냈다.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여름 날 저녁, 호숫가의 객석에서 물 위에 떠 있는(Floating Stage) 스펙타클한 무대를 감상한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공연 무용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당연지사. 지난해 봄부터 계획을 세우고 예매를 했다. 7월이 되려면 아직 3개월이나 남았는데 좌석 대부분이 팔렸었다. 공연날짜에 맞추어 티켓팅을 하고 여행스케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유 후 기차로 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가는 내내 설레였던 기대는 역시나 배신하지 않았다.내가 본 사진처럼 초대형 무대는 2년에 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바뀌며, 객석과는 약간 떨어져 있었다. 2017-18년 프로그램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유명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에 의해 세워진 무대에는 붉은 매니큐어를 바르고, 왼손에는 담배를 오른손에는 선명한 칼자국이 새겨진 높이 25m, 넓이 30m의 거대한 여인의 두 손이 객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손 안에 펼쳐져 있는 18장의 카드들은 쉴 새 없이 뒤집히고 바뀌었다.호수에서 배를 타고 등장하는 출연자들과 수영까지 하는 카르멘, 상하로 움직여 수시로 물에 잠기는 무대와 이를 활용한 연출 등 많은 것들이 감동을 자아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객들의 태도였다. .브레겐츠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저녁이 될수록 빗방울은 굵어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공연 취소는 없다고 했다. 또, 30년 동안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7천여 명의 관객은 당연하다는 듯이 비옷을 입고,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2장, 3장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비는 더욱 더 세차게 내렸다.놀란 것은 관객들의 관람태도. 비옷을 고쳐 입을 때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객석에서는 아무 미동도 없었다. 공연 후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그들은 박수만 쳤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 커튼콜 때 사진이나 영상을 찍은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순간 사람들이 '핸드폰이 없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세찬 비를 맞으며 끝까지 보내는 박수소리는 서로에 대한 경의 같았다. 이 순간을 함께 오롯이 느끼는 관객들이 있기에, 공연의 감동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2018-11-28 11:17:10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비밀의 진정한 의미

당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우리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당혹스러움, 혼란스러움, 배신감, 분노, 좌절, 절망감 등일 것이다. 그리고 점차 강한 의구심이 들거나 부정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한다.최근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완벽한 타인'은 비밀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34년이나 알고 지냈던 동창생들은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색다른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식사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으로 연락 오는 내용을 모두 공유하자는 제안이다. 주인공들의 거북스러운 마음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태연한 모습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점차 서로의 비밀이 하나둘씩 파헤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비밀을 숨기고자 일어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재미를 더해주며 영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숨기고자 애써왔던 각자의 면모가 서로 뒤엉킨 채 드러난다.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서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만 느끼는 걸까? 드러난 비밀을 마주한 주인공들처럼 관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눈치챈 듯, 식탁 위 반지가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그리고 동창생들이 처음 만났던 시간으로 되돌려진 영화는 평소처럼 지극히 평범한 저녁 식사와 무탈한 헤어짐으로 끝난다.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 아니 어쩌면 부인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듯하다.이처럼 비밀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된다. 이러한 비밀을 대하는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밀이 되어버린 과정이나 이유보다는 비밀의 내용에 너무나 당혹스러워한다. 둘째, 그 당혹스러움으로 잡고 있던 상대방의 손을 그만 놓친다. 셋째, 자신의 손이 놓쳐진 것을 본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뒤돌아선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비밀 앞에 연결된 손을 놓고 각자의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리는 영화처럼 말이다. 이때의 비밀은 우리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존재이며, 죽을 때까지 숨겨져야 할 존재가 된다. 결국 우리를 더욱 완벽한 타인으로 만들 뿐이다.그러나 때로는 이와 다른 비밀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배우자의 비밀을 알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는 비밀을 다르게 대했다. 바로 비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왜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배우자의 삶을 궁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궁금증은 배우자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변했다. 이때의 비밀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기회를 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변화된 나와 네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창조의 존재, 회복의 존재이다.어쩌면 비밀은 비밀의 내용보다 비밀을 만들게 된 역사와 함께 바라볼 때 비밀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2018-11-27 10:33:46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미니멀 라이프 지향

지난 주 필자는 '매일춘추'를 통해서 자발적 '퇴사'를 감행하고 오히려 행복해졌다는 일본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 우리 시대 이슈였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빼먹은 부분이 있다. 그 작가는 퇴사를 앞두고,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켰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검소하게 먹고, 입고,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퇴사' 트렌드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신(新) 자린고비족' 소식이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도 부른다.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40대 초반쯤 은퇴할 것을 목표로 회사생활을 하고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해서 나중을 대비한다는 특징이 있다. 당연히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현직 변호사로 일하는 30대 여성의 경우, 11평정도 되는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 식비로 75달러(8만5천원 정도)를 쓰되, 유통기한이 다 돼서 할인된 식품만 골라서 산다. 어떤 이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을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개 걸어서 출퇴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익숙하다.일본이든 미국이든, 또 우리나라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맥락의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지역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져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은 오히려 축소되는 현재를 살고 있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방법이라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조기은퇴든 절약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의 생활혁명이 현명해 보인다.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어제까지 단풍을 즐겼는데, 오늘 다시 보니 잎사귀는 간데없고 나무의 골격만 남았다. 박수근의 그림 속 나목(裸木)들처럼 오롯이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며, 꽃이나 잎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언제까지 자산을 늘리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자연이 가르쳐주는 방식대로, 이제는 좀 덜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진 것을 덜어냄으로써 생활을 단출하게 하고, 스케줄이든 물건이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줄임으로써 본연의 것에 더욱 집중하는 삶에 마음이 기운다.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2018-11-26 11:19:23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유기농 농산물에 담긴 역설

'유기농'. 건강한 식탁을 원하는 사람들의 화두다. 특히 요즘 사람들이 유기농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비싸다. 유기농이 과연 효과도 있고, 정말 안전한 지 궁금하다. 비전문가들도 유기농에 대해 좀 더 알고 접근해야 한다.30여년 전 유기농 조합이 생길 때 원칙은 단순했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먹는 농산물이 안전하면, 돈은 더 지불할 마음도 있었다. 생산자인 농부는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어서 불안하다. 그럼 중간에서 이런 고민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조합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매달 회비를 내고 주기적으로 농산물을 받았다.유기농의 안정적 공급에는 변수가 많다. 농산물 수확을 앞두고, 비나 태풍 등이 오거나 갑작스러운 병충해로 수확을 못하는 수도 생긴다. 농민들에겐 어쩔 수 없는 변수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무언가 안전한 농산물을 먹고자 꼬박꼬박 회비를 냈는데, 어느 날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다고 하니까 허탈하다. 농산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고, 단순 경제 마인드로 주고받는 관계는 깨질 수 밖에 없었다.현재는 대규모 유기농 조합이 대세다. 조합들은 계약된 생산자에게 일정한 기준을 정해둔다. 보기도 좋아야 하고, 크기도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벌레 먹고 비틀어지고 작은 농산물은 불량품으로 납품되지 않는다. 이런 농산물을 불량품이라고 항의하는 소비자들을중간의 조합이 설득해야 하는데, 유기농 조합들이 경쟁에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 또 대형화된 조합과 소비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이런 인식 탓에 크고 깨끗하지만 식이섬유가 적은 농산물을 현재 비싼 가격에 사먹고 있다. 수경재배를 했는지, 기준에 맞는 비료를 뿌려서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한 농산물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소비자는 비싼 돈을 주고도, 몸에 좋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지도 못하는 구조다. 즉, 현재 유기농 농산물은 이로운 성분이 많은 것이 아니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굳이 유기농을 고집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싶을 정도다.우선 소비자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식이섬유가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농산물을 대하자. 그리고 조합에 이런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농민들이 자기들 먹을 것은 약도 안치고, 파는 것만 약을 친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약 안치고 작고 비틀어진 농산물을 불량품이라고 항의한 우리들이 잘못한 문제다. 비틀어지고 볼품없는 농산물을 제값을 주고 사먹어야 농민들이 산다. 천재 지변으로 우박 맞았다고 불량 또는 곰보 사과라고 반값으로 깎으려 하지 말고, 온 값을 주고 사먹도록 하자. 벌레 먹은 고구마가 있으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한 고구마라고 반갑게 먹자.

2018-11-22 14:22:09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5년 만에 대구사람 다 됐네!"

가을밤,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자주 가족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때였던 것 같다. "아빠! 친구집에서 낮에 놀았는데, 집이 새집이라 너무 좋아. 오래된 이 집에 계속 살아야 돼. 우리 이사가면 안될까?" 30년이 지나 남루해 보이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집을 트집 잡아 이사가자며 조른다."아빠도 새집에 살면 좋겠지만, 좋은 집에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랑 사는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딸 아이에게는 동문서답일 듯 했다.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조용히 삐진듯 들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집이 낡기는 낡았지"하고 혼잣말을 해본다.일주일쯤 지나서 아이가 숨 넘어가는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아빠. 어제 친구 아빠가 학원가는데 차를 태워줬어. 차가 향기도 나고 푹신해서 너무 좋더라. 우리 차 바꾸면 안될까?" 15년이 지난 차를 즐겁게 타기만 하던 아이가 다른 집 차와 비교하며 요청 아닌 요청을 해왔다."아빠는 차가 부럽지는 않은데. 좋은 차를 타는 것보다 누구랑 타는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라고 새집 타령 때와 유사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그렇다고 어떻게 모두 쫓아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사람보다는 물질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버린 시대에 나만의 소심한 항변이었을 것이다.가족과 떨어져 산 대구살이 벌써 5년차다. '혹시 서울 말투를 쓰는 외지인이라 경계하는거 아닌가', '정 붙이고 살지 못하는거 아니야' 등 많은 사람들이 외지 생활을 하는 나를 걱정해 주고, 안부를 물어준다. 대구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사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마음을 나누면 진실되게 나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대구 사람들 특유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안부나 배려의 말들이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한 세련된 말들보다 더욱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위안을 주는 것 같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 서울에서 만나는 지인들로부터 '대구에 몇 년 있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5년 되었다'고 답하면, "이제 대구 사람 다 되었네. 사투리도 섞어서 써도 되겠네"라며 반 대구사람 취급한다.생각해 보면 5년 동안 대구 사람이 다 되었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장년시절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보통 인연은 아닌 듯 하다. 딸에게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대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너무나 소중하다. 이 가을 하늘 아래 대구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다.

2018-11-22 11:54:55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비전공자들을 위한 무용 무대

백화점이나 지역의 문화센터에 보면 빠지지 않는 과목이 있다. 바로 '어린이 발레'. 딸 가진 부모는 체형교정을 위해 혹은 분홍색의 시폰이 달린 발레복에 대한 로망 등으로 한번 씩은 어린이 발레 수업을 보낸다. 이러한 외형적 요소 외에도 무용 수업은 아이의 여러 가지 성장활동에 도움이 된다.요즘처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곳이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무용 수업을 통한 신체운동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매사에 적극적인 태도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더불어 성장 발달에도 좋다. 유아기는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여러 아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신체로 표현하는 무용 수업은 아동의 정서 및 사회성을 길러주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취미활동이 학습을 위한 시간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걷는 시간조차 거의 없다. 부모가 학교 앞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일이 다반사며, 학교를 마치자마자 차량을 이용해 학원으로 직행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무기력해지고, 무기력은 학업과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걷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큰 근육은 허벅지 근육이고, 이 근육의 신경은 뇌간과 연결되어 있다.걷기는 근육에서 나온 신호가 뇌로 전달되게 하며, 뇌를 자극해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또한 걷는 동안 심장은 평상시 1분간 약 5L의 혈액을 흘려보내던 것을 약10배 더 흘려보낸다고 한다. 이런 작용은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학습을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무용 수업은 걷기 뿐 아니라, 뛰기와 달리기까지 합쳐져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모든 근육을 골고루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음악에 맞춰 동작을 익히고 암기하면서, 순서와 규칙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신체의 발달 뿐 아니라 뇌 활동까지 활발하게 만들고, 감수성과 유연성도 동시에 발달시킨다.무용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은 자신감을 높여주고, 노력의 결과물을 부모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박수를 받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자아상 및 자존감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용을 전공으로 선택한 아동들이 아니면 무대에 설 기회는 많지 않다. 무용을 전공으로 선택한다면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콩쿠르 등에 참가하지만, 비전공자들은 특정 무용학원이 주최하는 발표회 등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대구무용협회는 무용의 저변확대를 위해 학원연합 발표회와 같은 무대를 매년 마련하고 있다. 무용을 접해본 아이들과 함께 주말에 열리는 2018 대구 댄스아카데미 페스티벌로 나들이 삼아 가보는 건 어떨까 한다.

2018-11-21 14:10:29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아름다운 어울림, 마블링 같은 삶

누군가가 말한 "40대는 시속 40Km, 50대는 50Km로 흘러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새해 초 계획했던 일들은 일찌감치 내년으로 미뤘지만, 유종의 미라도 거두자는 마음으로 두 달도 남지 않은 이 시기를 동분서주하고 있다. 거기다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소속된 단체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몸과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이처럼 모두가 12월 31일을 향해 달려가는 있다.그러나 이러한 빠른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와 방향을 갖고자 할 때가 있다. 그 때는 안타깝게도 아픈 순간이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만성피로는 오래 전부터 몸 일부분이다. 운동의 필요성은 알지만, 마냥 자고 싶은 게 우리의 속사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가 내민 치명적인 검사 결과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 이대로 괜찮은걸까?". 어쩌면 우리는 자기 삶의 속도를 정할 수 있다는 주체성보다 주변 사람과 잘 지내고 적응해야 한다는 관계성에 더 치우쳐 지냈을 지도 모르겠다.주체성과 관계성에 대해서, 최근 상영한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며 생각한 적이 있다. 영화는 책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데이비드 셀린저'라는 작가의 삶을 전개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 일상의 어려움은 물론, 한 줄의 글조차 쓰기 힘든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의 평온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차단하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적막한 숲 속에서만 작품활동을 하고, 독자들과 만남 뿐만 아니라 아내나 자녀와도 정서적 거리를 두면서 말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전쟁이 만든 인간의 참혹한 고통으로 보이기도 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절실한 성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성을 포기한 주인공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우리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지 않아도, 어느 날 생명의 적신호가 오지 않아도 끊임없이 이러한 선택의 저울질을 하며 살고 있다. 오늘 하루 동안에도 자신이 원하는 삶과 타인이 요구하는 삶 사이를 오고 가면서 말이다. 그 때마다 나의 주체성을 어느 정도 내세워야 하고, 또 타인과의 관계성을 어느 정도로 수용할 지를 저울질 했을 것이다.이러한 저울질에서 알아야 할 것은 주체성과 관계성은 하나의 수직선 위에 있는 반대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블링을 예로 들어 비유하면 이러하다. 마블링은 현란한 여러 색깔이 물결의 흐름에 따라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결코 서로의 색깔이 섞이는 법이 없다. 이처럼 자신의 색을 지켜내는 주체성과 물결의 흐름에 맞추어 무늬를 만들어 내는 타인과의 관계성이 공존할 때 건강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건강한 삶의 공존이란 두 가지의 색으로 하나의 색을 만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각각의 색을 선명히 가지면서 만드는 어울림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2018-11-20 12:04:40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퇴사하겠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모 방송사의 TV다큐멘터리가 있다. 타이틀은 '퇴사하겠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원치 않은 자리에 배치된 후 그만둘 결심을 하고 용감하게 실행에 옮긴 이나가키 에미코라는 일본인의 스토리를 뼈대로 한다. 모르긴해도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꽤 높게 나왔을 것같다. 흔한말로 제목이 섹시하기도 했지만,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하면서 그동안 당연시됐던 '월화수목금금금' 또는 장시간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저항감이 잔뜩 커져있는 시기이기도 해서이다. 최근 서점가에 퇴사를 내용으로 하는 신간서적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 등등. 물론 숨김글자는 모두 같은 단어이다.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퇴사'가 매력적인 소재로 떠오른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다시 그 일본작가의 경우로 돌아가면, 막상 퇴사를 결심하니 윗사람이나 동료들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점차 직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오히려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졌으며, 오랜기간 지겹게 해오던 일이 끝내는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필사즉생(必死則生)'에 빗대어도 어색하지 않은 결말이다. 물론 그는 직장을 떠났고, 스스로의 시간표대로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행복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나를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니다.'최근들어 주변에서 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그만두고싶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부분 근원을 따져보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장이 일만 열심히 한다고 만사형통인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식이다. '사내정치'라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어떤 통계를 보니, 사내정치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나 되었다. 전문가들은 상명하달 방식의 우리 조직문화에서 원인을 찾으며, 구성원간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이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로 바꿔나가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가까운 동료가, 어쩌면 나 자신이 퇴사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당장 갚아야할 신용카드대금이 발목을 잡아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좀 더 완성된 스스로를 만들고 그 다음 단계를 고려해보는 게 진정한 행복에 다가가는 일이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든 언젠가는 퇴사를 하게된다.

2018-11-20 06:30:00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우아하고 세련된 도시 그리고 나

모든 인식은 주관적이다. 하나의 사실도 나의 심리와 상황에 따라 재해석되곤 한다. 얼마 전 서울로 올라가는 KTX 열차 안 화장실 거울을 보는데, 먹고 살기 위해 희끗해진 흰머리와 늘어난 이마 주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이 들어 가는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2주 정도 뒤에 서울 모 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후배로부터 강의요청 전화를 받고, '현장에서 직접 일하기'란 주제로 2시간여 특강을 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 한 분이 다가와 이런 말을 해줬다. "저희는 우물안 개구리였어요. 그냥 저소득층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잘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안의 거울을 통해 흰머리와 주름이 또다시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KTX 열차 안 화장실 거울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제법 품격있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처럼 보여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쫓아다닌 시간 속의 나는 초라하게 보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 시간 속의 나는 당당하고 멋지게 보이는 것 같았다.나이가 들어가니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내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도 자주 반추해 보는 듯 하다. 5년여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대구는 현재 나에게는 어떤 모습일까.1981년 대구에 사는 큰 이모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높은 빌딩들과 인파 가득한 동성로, 즐길거리 가득했던 달성공원과 동촌유원지는 인구 10만 남짓의 제천(충청북도) 촌놈인 나에게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분주하고, 바쁜 대도시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유년시절의 대구는 경부고속도로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기의 역동성과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로 느껴졌다.지금 느끼는 대구는 어린시절 다가왔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졌다. 나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기준도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문화적 기준에 많은 무게를 부여하는 것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대구의 치맥, 동성로, 수성못 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축제와 서울보다 먼저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 각종 전시회 등을 보면서 예전보다 문화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여유로운 대도시로 변신해 있는 것 같다.어린 시절 경험한 대구가 근육질이었다면, 지금은 우아하고 세련돼 보인다. 대구 시민들의 삶의 질이 오히려 발전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여타 신흥 대도시의 시민들보다 더 높지 않을까. 알고 나면 대구는 참 멋있다.최근 읽은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이란 책에서 저자는 조직과 리더에게 성장을 위한 에너지와 용기를 선사하는 자기발견 질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말한다. 그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나의 일에 충실한 것인데, 현재 대구의 멋에 기여할 작은 문화 콘텐츠라도 하나 더 고민해 봐야겠다.

2018-11-15 14:02:42

임재양 외과전문의

[매일춘추]집밥이 좋은 이유

직장인들은 밖에서 밥을 먹는 회수가 많다. 대접하는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으니까 과하게 준비하고, 피접대자들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니까 거나하게 먹는다. 하지만 먹을 때는 좋은데, 끝나고 나면 항상 후회한다. 귀가할 때 쯤이면 배가 더부룩하고, 몸도 묵직하다. 그러면서 때가 되면, 건강도 챙기고 건강한 밥을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다짐만 하는 세월이 수십년 지나갔다.'건강한 밥상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중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집밥이다. 무언가 딱 정해진 메뉴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단순한 답이다. 하지만 어려운 답이다. 현대인들은 느긋하게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 아이들도 직장인도 다 그렇다. 밥은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배를 채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과거 우리들의 학창시절, 학교는 늦어도 밥은 꼭 챙겨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밥먹는 일은 제일 뒤로 밀려났다. 밥을 준비하고 느긋하게 밥먹는 일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식당이 MSG(화학 조미료)를 사용하는지, 소금을 많이 넣는지 등에 관심도 많고, 나트륨 적게 먹기 캠페인도 벌이고 관심을 가지지만 이것은 지엽적인 문제이다. 재료가 좋으면 MSG는 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보통 소비자들은 좋은 재료 때문에 올라간 음식 가격을 지불한 생각은 없다. 소금을 넣고 맛을 강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 입맛이 점점 강한 것을 요구해서 식당 입장에서는 어떨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소금 양만 관심가지고 소금양을 줄이자고 하면, 다른 첨가물로 맛을 강하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장사하는 식당 잘못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값싸고 맛이 좋은 것을 찾으니까, 음식점은 어쩔 수가 없다. 가격과 고객들 입맛을 생각하니, 음식이 부실하고 건강에 좋을 수가 없다.집밥은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할 때는 고기를 먹어도 되고, 유기농이 아니라도 된다.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맛 위주로 집에서 밥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출발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평생을 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재료는 문제가 없는지, 요리 방법은 건강한 것인지, 너무 맛 위주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등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차츰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는 것이 맛도 있고, 배부르고, 건강한지 알게 된다. 본인이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기본원칙만은 지켜야 한다. 근교에서, 제철에 나는 재료로 간단히 요리해서 주요리로 배불리 먹어야 한다. 그래야 중간에 간식을 먹지않는다. 살이 빠지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집밥을 해먹는 것이 시간낭비가 아니라 또다른 재미라고 느껴야 한다. 임재양(외과 전문의)

2018-11-15 11:31:55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무례한 관객, 배려없는 위험한 도발

지난주 대구의 한 소극장에 공연을 보러갔다. 기대 이상으로 공연의 흐름, 구성, 내용이 좋았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갔던 친구도 아주 만족해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앞에 여자 분이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 까지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촬영을 했다. 맨 뒷좌석에 앉은 나는 처음에는 '공연 중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분은 얼른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앞쪽에 있는 두 명의 관객이 또 핸드폰을 꺼내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더니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던 그 분도 다른 사람도 하는데 어떠냐는 듯이 다시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공연 내내 앞에서 나오는 세 개의 환한 핸드폰 불빛에 눈이 부셔가며 무대를 바라봐야만 했다.공연 사전에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금하며 소극장 특성상 진동도 아닌 핸드폰을 꺼 달라는 제작진의 당부가 없었다고 한들 공연 1시간 내내 핸드폰으로 촬영을 한다는 것은 공연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요즘 여러 공연장에서 이런 일이 참 드문데 그 드문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났다.몇년 전 서울의 대형극장에서 공연을 보러 갔을 때였다. 앞줄에 앉은 관객 한 명이 공연 도중 의자 등판에서 등을 뗀 채, 몸을 앞쪽으로 숙여 공연을 봤다. 완전히 공연에 몰입된 모습이었다. 바로 그 때, 안내도우미가 달려오더니 그 관객의 자세에 주의를 줬다. 등판을 좌석에 기대어 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왜 저런 것까지 제재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내 이해가 됐다. 무용이나 연극, 뮤지컬 등은 시각적인 것을 특히 중요시하는 장르이다. 중앙에서, 사이드에서, 올려다보는, 내려다보는 것 등 얼마나 좋은 위치에서 관람하는가에 따라 티켓 값은 몇 배의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일부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석은 아예 팔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앞사람의 관람 위치가 뒷사람의 관람 시야를 방해한다면 공연 매너에 어긋남은 물론이고, 그 위치에 대해 돈을 지불한 뒷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권리침해를 받은 셈이기도 하다.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으로 자유롭고 쉽게 촬영을 할 수 있다. 야외공연 등을 하고 나면 공연자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이들의 핸드폰에 사진과 영상 등이 저장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홍보의 효과도 있지만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정해진 좌석이 있고 관객의 위치와 공연장의 특성을 고려해서 만든 극장 공연은 이와 다르다. 공연을 보기 위해 지불한 티켓비와 공연장까지 달려온 다른 관객의 시간과 수고도 함께 생각하는 배려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결국 오랜 시간 무대 위의 한 순간을 위해 작품을 만든, 당신을 공연장으로 달려오게 만든 그 공연자를 위한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이다.

2018-11-14 12:10:37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숲, 도서관 그리고 당신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이 말은 책을 좋아한다는 말과 비슷하지만 분명 다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숲속을 거닐 듯 책장들 사이로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이 가득 꽂힌 책장들이 마치 숲속의 줄지어 선 나무들처럼 보이는 큰 도서관을 좋아한다. 숲속을 거닐 듯 그렇게 말이다.이런 선호를 갖게 된 것은 몇해 전 제주도의 비자림 숲을 방문한 뒤 부터이다. 추운 겨울에 찾아간 숲은 제주도의 거센 바람이 불지 않는 요새 같았다. 비자나무로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가니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신비함마저 들었다. 하늘로 열린 듯한 숲의 지붕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고요한 전경은 다른 차원의 공간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무사이로 슬며시 불어온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조명은 숲속의 여기저기로 나를 이끌며 안내하는 듯했다.이렇게 숲은 나에게 낯설지만, 매력적인 하나의 생명체 같이 느껴지고, 숲속의 나무들은 숲의 역사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도서관의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책은 저자가 불어넣은 생기를 품고 있으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숲속을 거닐 듯 도서관의 책장 사이를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상담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숲속의 나무들이 들려주는 역사처럼, 도서관에 꽂힌 많은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나를 찾아온 이들도 삶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 사연들은 숲속 나무의 나이테처럼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의 어떤 유명한 문학 작품만큼 가치있다. '한 사람의 생명이 다한 것은 하나의 작은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한 어떤 이는 아마도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개인의 사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껴본 사람일 것이다.그들의 소중함은 몇년 전 흥행한 '아바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어느 날 나비족들이 사는 숲의 신비한 소리나무를 만난다. 자신과 나무가 닿는 순간 나무의 기억들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나무와 교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유독 인상적인 것은 영화의 영상미가 탁월한 탓도 있지만, 아마 내가 심리상담사라는 이유일 지도 모른다. 말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그 이야기를 타인이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생명존중 강의의 문구처럼, 우리는 반드시 단 1명의 누군가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갈지라도, 서로가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 누군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만약 하나의 생명이 작은 도서관이라면, 좁디 좁은 작은 도서관일지라도 숲속을 거닐 듯 천천히 걷고 싶다. 그들이 들려주는 기억과 함께.

2018-11-13 11:55:53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디션, 숨은 보석 찾기

'세계 최고의 성악 강국이 어디냐'고 누가 묻는다면, 지체없이 대한민국이라고 대답해도 좋겠다. 이름난 국제성악콩쿠르마다 상위 입상자는 죄다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페라 '라보엠'의 무대에 오를 소프라노 황수미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갖고 있다.세계 3대 음악대회 중 하나인 이 콩쿠르의 2010년 결선 진출자 12명 중 5명이 한국인이었다. 당시 벨기에 한 방송사에서 55개의 세계 유명 콩쿠르 수상자 국적을 조사한 결과 1990년부터 2014년까지 378명의 한국인이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고, 그 중 60명이 우승자였던 걸로 나타났다. 클래식 음악 관련 인사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한국 미스터리'라고도 부른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성악가가 1천 명에 이르며, 심지어 한국인 없이는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그럼에도 아직까지 숨은 보석은 무궁무진하다. 실력이 드러나지 않은 젊은 성악가들은 공인된 콩쿠르에 나가거나, 오디션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어엿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능성 있고 실력을 갖춘 젊은 성악가들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것도 오페라하우스가 수행해야 할 과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를 위해 성악가 트레이닝센터인 오펀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 규모의 오페라 콩쿠르를 개최할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특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오디션들을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개최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3일 펼쳐진다. 오늘 오후 2시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독일의 대표적 오페라극장인 '베를린 도이체오퍼'(Deutsche Oper Berlin)에 진출할 한국인 장학생 오디션을 실시한다. 올해로 벌써 3년째이다. 10여 명의 숨은 보석들이 세계 오페라의 심장으로 곧장 뛰어들기를 꿈꾸며, 지금 한창 준비에 여념이 없다. 첫 해에는 베이스바리톤 김병길, 지난해에는 소프라노 김건희가 최종 선발돼 현재 독일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 봄, 독일 함부르크극장 진출 오디션을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늘 또 어떤 숨은 보석이 반짝반짝, 그 빛을 발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2018-11-12 11: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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