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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의 영웅을 찾아

요즘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그들의 꿈에 관한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그들에게 꿈을 물으면 항상 듣는 말은 미래 그들의 미래 직업을 이야기한다. 연예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의사 등등 그들에게 꿈은 미래의 직업이 되어 버린 듯하다.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그럼, 어떤 삶을 살고 싶니?"라는 질문에도 연예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의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대부분의 대답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에 귀착(歸着)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삶의 척도가 경제력이 판단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최근 들어 더욱 우리 아이들의 꿈으로 자리매김한 가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의 실력이나 자질적인 면에서의 평가가 아닌, 경제적인 면에서의 조금은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재를 일으킨 가수 싸이(PSY)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음악과 가수가 지녀야 할 자질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이 유튜브 조회 수에 관한 부분이었다. 몇만 뷰가 넘으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최소 얼마는 될 것이다. 또 모 랩퍼는 어마하게 비싼 차를 몇 대를 가지고 있고, 호텔 스위트룸을 통째로 빌려 생활한다 등의 얘기와 같은 정보를 얻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 주인공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하게 되고 그 연예인들은 영웅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 같다.'효자' '저축왕' '효부' 등 참 요즘 들어 듣기 어려운 말들이다. 우리 어린 시절 참 많이 듣던 말들인 것 같은데, 최근에는 거의 매스컴 등에서는 듣기 어렵게 된 듯하다.뉴스에서는 정치나 재난 등의 사건 사고 이야기 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드라마 등에서는 전체 인구대비 몇 퍼센트 되지 않을 것 같은 재벌들이 거의 대부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일반적인 서민의 얘기를 소재로 하더라도 결국 그 서민 주인공은 잘 생기고 젊은 재벌가의 아들인 본부장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그 효자나, 지난 시절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며 차근차근 저축을 한 저축왕, 자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왕 등 일반 소시민으로서도 공감할 수 있고, 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우리가 그 삶을 배우고 닮아야 할 우리의 작은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재벌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에 그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고 또, 혹자는 '꼰대'라 비난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작은 변화가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꿈을 정하는 기준의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3-07 13:55:19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선악의 문제와 상황의 문제

인간이 근원적으로 선한가 악한가를 두고 여러 가지로 설왕설래하지만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가 선량한데 다른 쪽에서 보면 그렇지 않기도 하고, 악한가 싶기도 하다가 또 선한 면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근원적인 선악을 구분해 보려는 오랜 노력은 그래서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므로 인간의 성품에 대해서 근원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규정적이 아닌가 싶다.세상에 절대적으로 악하거나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것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타고 난 성품이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나와 성향이 맞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인은 각자의 성향이 있고 그 성향이 나와 어떻게 어울리느냐가 문제인데 우리는 자기와 잘 맞으면 선하다고 하고, 잘 맞지 않으면 악하다고 하는 오류를 저지른다.나이가 들어도 관계 맺기는 여전히 힘들다. 나는 선명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답답하다 못해 피하고 싶다. 반대로 선명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대가 뭐든지 선명하게 드러나길 원하면 몹시 피곤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선인인지 악인인지를 구분하고 싶어한다. 타고난 성향이 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은 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한 자신의 성품이 드러날 것이다.작가로 오랜 세월을 살면서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어떤 때는 불의와 타협해야 하고, 어떤 때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름의 기준은 명확하다. 합리적인 명분이 있는지를 따지고, 미래에 그 일이 내 발목을 잡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어떨 때는 온순한 타협가보다 결기 있는 비타협가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최근에 어떤 일을 겪으면서 작가로서 내가 타협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명작가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 거라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강골의 시인, 나는 이 이름이 좋다. 결국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였던 것이다. 천영애 시인

2019-03-07 11:38:10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말의 힘

말하는 대로 된다, 말대로 살아진다는 말이 있다. 사토 도미오는 입버릇은 일종의 자기암시로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하는 순간 뇌에 98% 각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무슨 말을 주로 하는가는 내 삶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가령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순간, 뇌는 '때려 치우자' 모드가 되어 일이 그런대로 잘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부정적인 말을 타인이나 상황에 내뱉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말을 글로 쓰거나 입으로 뱉는 순간, 가장 먼저 읽고 듣게 되는 것은 본인이 되어버린다. 즉, 내가 하는 말이 나 스스로의 뇌에 상처를 입히게 된다는 것이다. 말과 관련된 연구들에서도 욕은 다른 단어보다 4배나 강하게 기억되고, 분노, 공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여 통제력을 잃어버려 이성의 뇌를 막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강한 욕설을 듣거나 하는 순간 침이 만들어내는 '분노의 갈색 침전물'을 쥐에게 투입한 실험에서는 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렇게 무서운 부정적인 말의 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부정적인 말을 하고 살고, 실제로 평상시 욕을 자주 한다고 응답한 초중고생의 비율은 73%에 달하고 있다.인생은 그 사람의 생각의 결과이다. 이것은 우리가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의 긍정적인 말 없이는 긍정적인 미래도 야기하기 어렵다. 긍정적인 말은 단어 자체가 발전적이고 장애를 뛰어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 뇌세포를 최대한 활성화시켜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난 잘 할 수 있을거야.' 라는 말을 반복하면 평소보다 더 에너지를 가지고 노력하게 되고, 진짜 잘 해낼 수 있다. 긍정적인 말의 암시가 자기조절력을 상승시켜 결국은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에모토 마사루는 고맙다는 말을 들은 물이 입자가 더 아름답고 물맛도 좋아진다고 했는데, 하물며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진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말의 힘이 얼마나 크겠냐는 글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말이 나로부터 나가는 순간, 그때부터 그 말은 나를 만들어 간다. 지금 내가 자주하는 말과, 무심결에 던지는 일상적인 반응이 '짜증난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아닌가? 한번 쓱 뱉으면 어떤 쾌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뇌에 각인되어 때려치우고 싶은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말들을 나누어 보길 바란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펼쳐질 나의 미래를 위해!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06 11:19:47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악기레슨의 중요성

많은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운다(물론 대학입시가 시작될 쯤에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레슨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욱이 학교수업에서도 음악이 그렇게 큰 비중이 없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우리 아이들은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며 처음으로 음악과 접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 시간을 통해 인생을 통해 표현되어질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되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자녀들에게 악기 하나정도는 연주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여유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기대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그러나 어떤 악기를 통해서건,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레슨선생을 통해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익히는 과정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먼저 레슨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정해진 레슨시간을 위해 한주간의 시간을 보내며 연습한다. 레슨시간이 다가올수록 꾸준히 준비한 학생은 레슨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든 그 시간을 모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여러 가지 잘못된 연주법이나 자세,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얻게 된다. 그리고 레슨은 그 다음 주로 이어진다. 사실 악기라는 것이 단시간 안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단순하고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수 있다. 일주일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선생님'과 진행되는 끝이 없는 도전의 연속, 이러한 과정이 레슨이라고 하겠다.그럼 이 레슨이라는 과정이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아니라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위에서 말한 '정해진'이란 점은 레슨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꾸준히 같은 상황이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 이렇게 본다면 레슨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전수과정일 뿐만이 아니라 인내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아주 작은 기쁨을 맛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노력을 쏟고 그 결실을 맛보는 동안 학생은 음악 이상의 인격적 소양이 길러지게 된다. 많은 경우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도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건 너무 기술 습득적인 면만을 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떠한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해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레슨을 바라본다면 진도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매주 다가오는 레슨시간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준비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정해진대로 지켜지는 사제간의 관계가 기술전달보다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2019-03-05 14:10:12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문화·예술·체육계 갑질은 필요악인가?

갑질이란 갑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의 인권을 무시하고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짓을 말한다. 정·관·재계에 범람하는 갑질은 이미 조롱의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문화·예술·체육계의 갑질도 만만찮다. 잦은 갑질이 미투로 확산되고 마치 태풍이 할퀴고 간 자국처럼 깊은 상처만 남아 있다.사제 간, 선후배 간의 규범이 엄격해 진즉에 드러나지 않았으나 피해자들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이다. 이른바 도제식(徒弟式) 트레이닝 탓이다. 하지만 건전한 사고를 가진 지도자들은 그런 트레이닝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연극·영화나 뮤지컬은 출연진의 연기가 작품의 흐름과 관객의 호응도를 좌우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뛰어난 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연출자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체육계 역시 국가대표 선수를 양성하고 세계대회의 메달권에 도전하기 위해 지도자와 선수가 동심일체가 돼 혹독한 훈련을 쌓아가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미술계는 어떤가? 한때 작가 지망생들이 화단의 최고 선배인 원로화가나 중견작가들에게 사사(師事)하는 과정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여 평생을 화업(畵業)에 천착해온 선배들의 조수로 들어가 잔심부름과 궂은 일부터 자청하며 화풍(畵風)이나 기법(技法)을 어깨 너머로 배우는 수련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예술이란 어느 분야든 올곧은 장인(匠人)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평생을 걸고 피나는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승이나 선배들의 광기에 가까운 갑질을 당하기 일쑤이고 당장이라도 내칠 듯 쏟아지는 폭언도 약(藥)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제자는 그런 간난(艱難)과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사람의 작가로서 자기 위치에 떳떳하게 오를 수 있다.최고의 선배가 최고의 제자를 양성하는 필연적인 '갑을' 관계다. 쓰디쓴 맛을 본 다음에야 비로소 단맛을 알게 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새삼 생각나는 이유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04 11:11:20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예술은 습관에 반대한다

지인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끔 시를 쓰는데 그럴 때마다 동행했던 지인들에게서 받는 질문이 있다. 너는 어떻게 그것을 보았느냐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왔지만 사실은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것을 본 셈이다.예술은 습관을 거부한다. 흔하디흔한 소주병 뚜껑으로 러브 기호를 만들어 놓은걸 본 적이 있다. 소주병 뚜껑으로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나 싶어서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주변의 흔하디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건져 올리는 것은 탁월한 예술가의 예에서만은 아니다. 예술가란 위대한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물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는 섬세하고 긴 문장으로 유명하다. 현학적인 그의 문장은 '전 잉글랜드 프루스트 요약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는10시에 모였습니다"라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사소한 것들, 가령 어느 역에서 누구와 악수하고, 어떤 소리가 들렸으며, 날씨의 느낌은 어땠는지, 상점에서 파는 빵 냄새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원한다. 그는 사태에 대해서 대충 설명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섬세하고 세밀하게 상황과 대면하기를 원했다.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기차역의 풍경, 봄날 아침의 날씨, 바람의 살랑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등에서 예술가는 예술을 만든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습관을 반대한다. 예술가에게 습관보다 더 무서운 적은 없으며, 그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것에서 새로운 느낌,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예술가는 다른 것을 보고 느낀다. '본다'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습관적이면서 무엇보다도 창조적이다.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탐매에 나서는데 해마다 보았던 곳의 매화를 차례대로 순례하듯이 탐방한다. 그럼에도 매화는 해마다 다르고, 지난해와는 다른 기분으로 다가온다. 섬진강변의 소학정 백매를 시작으로 통도사 홍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산청3매, 화엄사 홍매를 끝으로 탐매의 길은 막을 내린다. 해마다 거의 돌아보는 매화지만 해마다 색이 다르고, 향이 다르며,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매화는 때마다 다르게 보여지고, 나는 늘 다른 매화를 본다.같은 곳을 여행하면서도 다른 것을 보는 이유이다. 예술은 그 지점에서 꽃을 피운다. 천영애 시인

2019-02-28 11:31:43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올해는 3·1일 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뜻깊은 해다.누가 뭐라 해도 남과 북뿐만 아니라 세계 145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개로 아리랑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이 알고 있는 우리가 즐겨 부르는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들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통해 이러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할 수 있다.이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소개된 노래이다. 1926년 나운규는 무성영화 아리랑을 제작하며 서울(경기)아리랑을 변용하고 새로 편곡하여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전국에 퍼져 당시 일제의 핍박에 고통받던 우리 민족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또 각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다른 지역민요 아리랑들과 달리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전 국민에게 알려지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이 아리랑만큼은 함께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이 아리랑은 순수 전통음계의 음악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들과 맞물려 서양음악이 유입되고 또 많은 음악적 변화를 겪던 변혁기에 내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음계를 기초로 하여 서양음악의 음계를 사용한 체계로 만들어졌으며, 또 변화되어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이다.이러한 얘기를 할 때 너무도 안타까운 점은 이 아리랑이 주제가로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아리랑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제에 핍박받던 농촌의 현실과 참혹상을 그대로 담아 당시 우리 국민들과 그 설움을 함께 하여 왔으나, 그러한 이유로 일제는 상영을 중지시킴과 동시에 전국의 필름을 다 강탈하여 훼손하고 없애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1980년대에 우연히 일본의 한 인물이 아리랑의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어 온 국민들이 반환에의 희망을 가졌지만, 그 아베라는 인물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환을 거부하다가 끝내 정확한 소재도 알려주지 않은 채 아베라는 인물은 세상을 떠나 버렸다.필자는 2011년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하며 아리랑을 극화(劇化)하여 매년 공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로 2013년 원작 나운규의 아리랑을 각색한 2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을 하였지만, 원작을 확인할 수 없어, 별도의 창작물인 1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이 된 것이다. 이제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이 시기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아리랑을 탄생시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2-28 11:09:38

김은혜

[매일춘추]건강한 의사소통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역기능적 의사소통을 하는 부모-자녀관계를 살펴보면 두 가지 공통적 특성을 지닌다. 첫째는 부모가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지만, 막상 자녀는 전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둘째는 부모의 말치고 틀린 말이 없는데 전달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왜 다 자녀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인데 전달이 안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 원래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정체감이 발달하는 시기이면서,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혼란과 궁금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공감받길 원하는 때이다.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인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외 목소리, 음조, 억양, 크기 등의 표현같은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한다. 즉 의사소통에는 실제적인 음성 이외에 많은 것이 오고 가며,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서로 눈을 맞추고,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이 일치할 때, 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무엇보다 대화 시의 눈 맞춤은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첫 걸음이며,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자크 루빈 교수의 실험에서는 오랫동안 눈을 쳐다보는 커플일수록 애정 설문에서 높은 수치가 나와 눈 맞춤은 호감도와 비례한다고도 보고한다. 자녀의 뒷통수에 대고 하는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다음으로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이럴 것이다!'라는 착각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경청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공감적 반응이다. 적극적인 경청이 이루어질 때에서야 비로소 상대로 하여금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게 되고 감정의 표출이 가능해진다. 즉,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대화의 기본은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 자녀가 자라면서 점점 멀어지는 부모-자녀관계를 좁히길 원한다면 부모의 옳은 말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자녀의 말을 편견 없이 듣고, 충분히 공감하여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때 대화는 시작된다. 나아가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는 부모의 모습은 거울뉴런효과에 따라 자녀가 사회에 적응하고 문화를 배워나가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아는 공감의 힘을 키우고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 능력을 키워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할 것이다.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7 11:17:56

[매일춘추]자유의 음악, 재즈(Jazz)

'클래식' 음악처럼 '재즈(Jazz)'음악의 감상을 위해서는 약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는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좋다/싫다의 판단이 가능한 대중음악과는 크게 구분되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는 친숙해지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이유를 찾아보면 '스윙(Swing)'이라는 재즈의 초창기 모습, 춤추기 좋은 '빅밴드(금관악기 위주의 재즈 오케스트라)'음악의 경쾌함과 리듬의 박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매우 빠르고 기교적인 양상으로 변모하면서 결코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출수 없는, 그리고 감상하기에는 까다로운 음악으로 발전하면서 부터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즈의 양상은 1950, 60년대를 주름잡던 '싸이키델릭'한 전위적인 음악의 영향을 받게 되고, 드디어 '프리재즈'라는 형태가 등장하면서부터 도저히 재즈연주자의 입장이 아니고서는 음악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70년대에 그 정점을 이룬다.현재의 재즈 뮤지션들은 이런 모든 시도들의 결과를 물려받아, 음악적인 실험과 난해함을 벗고 청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고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브레드 멜다우'나 '히로미 우에하라'처럼 즉흥연주가 강조된 재즈이면서 클래식을 듣는 듯한 고도의 기교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던지, 색소폰 연주자 브렌포드 마샬리스처럼 다른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하거나, 트럼펫 연주자 윈턴 마샬리스와 같이 과거 스윙재즈의 영광으로 회귀할 것을 선언하기도 한다.이렇게 재즈는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사실 재즈를 즐긴다고 말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재즈는 이해하며 감상할 때 더 많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전달하는 음악으로 다른 장르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그 매력중 하나를 들면, 재즈는 연주자들의 음악적 깊이가 즉흥이라는 테크닉으로 음악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리드시트(Leed Sheet : 멜로디와 코드만 적혀져 있는 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악보)는 시대를 거쳐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또한 각각 연주자들의 고유한 색채와 깊이를 들려주는 음악으로 완성된다. 이처럼 하나의 악보가 시대를 가로질러 연주되기 위해서는 모든 연주자들이 지켜야 하는 공통된 최소한의 음악적인 틀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틀이 바로 '코드진행(거기에 따르는 스케일)'과 '리듬'이다. 즉 코드진행과 마디의 수, 그리고 리듬만 지켜진다면 그 이외의 모든 음악적인 선택은 연주자의 자유로 맡겨진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의 연주를 비교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으로 서로에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이것은 작곡가에 의해 모든 것이 악보로 완성된 후 연주자에게 전달되는 클래식과 비교되는 점으로 작곡가 보다는 연주자에게 보다 많은 음악적 자유와 가능성을 열어주는 재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서영완 작곡가

2019-02-26 11:15:05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공포의 그림 한 폭 

하늘에선 붉은 핏빛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고 그 아래 난간에 홀로 서 있는 남성이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공포에 질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 미술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 처절한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걸작 '절규(The Scream, The Cry)'다.'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다. 나는 한 줄기 우울을 느꼈고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 마치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가는 것 같았다.' 그의 템페라화(Temperare)로 그려진 작품에 덧붙인 글이다.지난해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서 화산 폭발에 이은 해저 산사태 충격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가 주민 400명 이상 숨지고 1천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근 화산섬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의 화산 분출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크라카타우 화산은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다. 136년 전인 1883년에도 화산 대폭발로 3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이 화산재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노을빛처럼 하늘이 붉게 물드는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893년 뭉크의 걸작 '절규'가 탄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뭉크가 화산 폭발 당시 겪었던 경험이 '절규'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 새삼 힘을 얻고 있다. 미 텍사스주립대 천문학과 도널드 올슨 교수는 당시 뭉크의 행적과 기상기록 등을 분석해 '절규'에 그려진 붉은 빛깔의 기괴한 하늘은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때 북유럽까지 날아온 공포의 현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논문을 2004년 발표했었다.그러나 당시 학계에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만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세계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걸작으로 알려져 왔던 공포의 그림 '절규'가 이제 와서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새삼 주목받는 것이다. 자연의 공격을 경고할 또 다른 공포의 걸작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24 15:53:02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패거리 문화

패거리 문화라는 말이 있다. 패거리 문화는 네 편 내 편으로 나누어 내 편에 속한 사람은 잘 챙기고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은 배척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판단의 기준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누구 편에 속해 있는가이다.'형제는 용감했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에 형이나 아우가 이웃의 누구와 싸우면 덮어놓고 형제 편을 들어 편싸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형제가 없는 쪽이 무조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형제는 용감했다'의 어른 버전이 '형님'문화이다. 외지에서 대구로 살러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구에서는 이 '형님'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나더라고 한다. 형님, 아우 하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세력을 형성하고 외부 세력을 배척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대구가 유독 보수적이고 외지인을 배척한다고 오해받는 이유가 바로 이 패거리 문화 탓이다.대구에 산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형님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지인은 대구에서는 영원히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은퇴하면 과연 대구에서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로 떠나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만큼이나 살았으면서 왜 대구에 적응하지 못했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외지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에게 과연 마음의 문을 모두 열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어떤 사안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비판적인 사유 없이 무조건 편드는 문화는 아주 위험하다. 그들은 그들만의 집단 안에서는 생존할지 모르나 더 큰 집단에서는 생존의 동력을 상실한다. 그들은 사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내 편을 들어주는 누군가만 찾고, 문제 해결 또한 그런 식으로 한다.살면서 내 편은 필요한데 그것은 삶에 지치고 위로받고 싶을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나에게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이다. 그렇다고 내 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내가 잘못했을 때 무조건 편을 들어주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나를 편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편 나누기를 하는 사람의 특징은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맹목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태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통해서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인간이 처한 실존적 조건이 될 것이다. 천영애 시인

2019-02-21 11:59:18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모리화(茉莉花)를 아시나요?

오페라, 참으로 어려운 예술 장르이다.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소설이나 그것을 각색한 대본에 작곡가의 음악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장르이다.오페라 작곡가의 입장에서도 음악적 완성 못지않게, 곡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장면과 내용을 표현하고 또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숙제였을 것이다.그러한 여러 노력 중, 내용이나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암시하는 방식을 위해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법이 라이트모티브(Litemotiv)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란 극 중의 특정한 등장인물이나 특정한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짧은 주제선율로, 특정된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주제선율을 반복함으로써 극의 진행 중 등장인물 성격의 제시와 상황의 암시를 하는 방식이다. 어떤 주제음악이 먼저 제시되면 그 주제음악을 사용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할 것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어떠한 장면에서 어떠한 주제음악이 제시되면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음악적 암시와 복선의 역할을 하도록 음악으로 묘사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에서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베누스베르크의 등장에 '유혹의 동기'가 음악에 제시되며, 환락의 유혹에 탄호이저가 갈등하는 부분에는 '고뇌의 동기'를 음악에 제시하는 식이다.오늘날 가장 사랑을 받는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의 작품 중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오페라 투란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19, 20세기의 전환기에서 당시 음악적 기법을 극적인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는 그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그러한 표현방식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의 주제음악이 그 대표적 부분이라 하겠다. 흔히 우리나라 국민들도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민요 모리화(茉莉花) 노래를 바로 그 주제음악으로 사용한 것이다.극의 1막에서 어린이들의 합창에 이 멜로디가 도입되는데, 동쪽 산에서 4월이 와도 꽃이 피지 않고 얼음이 녹지 않으니 공주여 나와서 꽃을 피우시고 모든 것을 빛나게 하라는 내용으로 공포정치를 그만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가사의 음악이다. 그 후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할 때마다 이 주제음악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중국민요 모리화의 가사 내용도 이와 유사한 것을 볼 때 이탈리아 사람인 푸치니가 중국민요의 내용을 잘 알고,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부분에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작곡가들의 숨은 노력을 조금씩 살펴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오페라감상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2-21 11:01:34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스펙

'다둥이 아빠'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 가수가 얼마 전 TV에서 '다둥이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는가?'란 질문에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스펙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어 방송이 나간 후 여러 기사들로 회자되었다. 사실 그 한 문장은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양육신념의 진정한 방향성이자, 자녀에게 물질적인 것들을 물려주는데 집중하는 현 시대에, '진정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경종을 울릴만한 메시지였다.랜드리스는 아동은 그 누구보다 애정, 소속감, 존중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여러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부모와 상담실에 올 때, 아동 상담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질적인 시간'이다. '질적인 시간'은 부모와 아이가 규칙적으로 함께 나누는 특별한 시간으로 매우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자녀를 격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가족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대개 이 시간의 가치를 축소하고, 물질적으로 채워줄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높고, 더 좋은 학교와 학원을 찾고 더 좋은 먹을 것, 입을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 질적인 시간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아이들의 방학과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긴 시기에 부모-자녀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빈번히 본다. 중요한 것은 단 1시간, 10분을 같이 있더라도 질적으로 서로에게 집중하는 진정한 교감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부모와 규칙적으로 질적인 시간을 갖는 아이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실제 보고되는 연구들에 따르면 '질적인 시간'을 잘 갖는 아이는 자존감과 IQ, 집중력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나아가 이것은 많이 가지지 못한 부모들도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한 아나운서가 매스컴에서 한 고백이 생각난다. "부모님은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그 분들을 보며 체득된 삶에 대한 경이와, 물질적 지원보다 그 분들의 심적인 사랑과 응원이 나의 인생에 큰 뒷받침이 되었고, 그것을 나의 삶을 통해 증명해내고 싶다." 그녀의 고백은 갈수록 성취위주의 비인간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큰 울림이 되는 고백이었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0 11:27:32

작곡가 서영완

[매일춘추]현대음악의 신선함

음악역사에서 '클래식(Classic-고전시대)'은 18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이 활동했던 시대로, 완벽한 형식·음악자체 구조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이 이 시대 작곡가들의 주된 고민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나타(Sonata)'가 바로 이 시대에 발전하고 완성된 완벽한 음악구조·형식으로 받아들여졌다.클래식은 또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악기를 연주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우리가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나 현악4중주와 같은 음악을 감상한다면 그 음악이 바로크시대의 것인지 낭만시대의 것인지 아니면 고전시대의 것인지에 상관없이 그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한다'라고 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클래식은 '일류의, 혹은 최고 수준의 어떤 것'이라는 뜻으로 유행을 거스르는, 즉 모든 시대를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아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들을 말한다. 클래식은 이렇게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공통점을 들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라는 점이다.우리는 자주, 듣기에 불편함이 없는 익숙한 음악을 '클래식'으로, 익숙하지 않은 표현기법으로 무섭고 파격적인 음악을 '현대음악'으로 크게 구분한다. 20세기 이후로부터 만들어진, 그리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을 '현대음악(Contemporary Music)'라고 하는데 클래식이 듣기 편안한 이유는 '공통관습시대'라 일컫는 일종의 약속된 음악적 언어를 사용하던 시대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음악은 공통관습을 거부하고 작곡가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법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모던시대' 이후의 음악, 즉 음악에서 통용되던 음악적 약속이 깨어지기 시작했던 시기 이후의 음악들을 말한다. 마치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각각 자신만의 언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비교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시도들은 현대음악을 하나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감상에서의 불편함을 초래했고 이는 '현대음악은 난해해', 혹은 '어려워'라는 선입견을 만들어 냈다.사실 현대음악은 전혀 어렵지 않다. 현대음악은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롭고 자유롭다. 오히려 모든 음악적 제약을 걷어낸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어떠한 의미에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는 순간, 마음은 답을 찾은 듯 편안해지지만 창작음악으로 다가서려는 스텝은 꼬이게 된다. 음악에서 정답은 없고 그냥 소리를 듣고 느끼고 솔직하게 반응하면 된다. 그것이 생소하고 어색하다면 생소하고 어색함을 작곡가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곡가 서영완

2019-02-19 11:28:53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양심(良心)과 양심(兩心), 그리고 양심(養心)

흔히들 '양심(良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걸핏하면 양심이 있다, 없다를 가리고 양심에 호소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거나 양심에 맡긴다는 말을 별 깊은 생각 없이 남발하기 일쑤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意識)이다. 하지만 세상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가지의 양심(兩心)이 판을 치고 있다. 도덕적 가치 기준인 순수한 양심이 실종된 탓이다.정의와 선을 가장한 정치권력은 순수한 양심을 '역사악(歷史惡)'으로 남용해 윤리적, 도덕적 규범까지 무너뜨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파시즘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군사독재 시절 유행했던 '양심선언'과 '양심수'가 재등장해 내부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 이 나라에서 새삼 '양심'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직도 한가닥 '양심'이 살아 있기 때문일까.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비양심 세력에 맞서 옥중투쟁 중인 전직 여성 대통령을 안타까워하며 비슷한 생애를 살아온 남의 나라 여성 지도자가 생각난다. 한때 살아 있는 '세계의 양심'으로 불렸던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나 15년 간의 가택연금과 탄압을 받으며 군사독재권력에 꿋꿋이 맞서 마침내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내고 국가최고지도자가 되었다.그러나 여전히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소수민족 로힝야족(族) 70여만 명을 국경밖으로 쫓아내고 학살, 방화, 집단강간 등 조직적인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해 처벌은커녕 "달콤한 행동"이라며 치켜세웠다고 한다. 자비를 구하며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친 그가 놀랄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굳이 군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했다.유엔은 즉각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예"라고 규탄했고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그에게 수여했던 인권분야 최고상인 '양심의 대사' 상을 철회했다. 자신의 '양심'을 팔고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집단과 타협한 것은 천사에서 악마로 변해버린 그의 가장 큰 죄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살아남아 권력을 누리고 싶은 욕망 탓인지도 모른다. 그에겐 '양심(兩心)'이 아닌 본래의 심성을 되찾아 수양하는 양심(養心)이 필요할 때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18 11:10:57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

인간의 불행은 만족을 모르는데서 온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비교하기가 쉽기 때문에 만족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 여건에 비해 낮은 이유 중의 하나가 비교하고 비교당하기 좋은 환경이 아닐까 싶다.일본 교토의 용안사에 가면 백사정원인 석정이 있다. 백사정원은 물과 나무가 없이 하얀 모래가 깔려 있는 마른 정원인데 이 용안사 석정에는 열다섯 개의 돌이 놓여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어느 위치에 서도 열다섯 개의 돌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탐욕을 경계하는 의미로 자주 해석된다. 또한 있으되 없고, 없으되 있는 묘한 삶의 진리를 보여 주기도 한다. 여기서 보면 있었던 돌이 저기서는 안보이고, 여기서는 보이지 않던 돌이 저기서는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그리고 정원을 뒤로 돌아가면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거나 입을 축이는 용도로 쓰이는 물확이 있는데 영락통보처럼 생긴 물확에 '오유지족(吾唯知足)'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해석하자면 '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라는 뜻이다. 석정의 담도 그렇지만 이끼가 가득 낀 뒤뜰 모서리에서 발견한 이 물확은 석정의 하얀 모래의 고요함과 어울려 순식간에 선정에 들게 했다.있다 한들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삶의 진리는 석정의 작은 돌에서 드러난다. 보이지 않으니 가질 수 없고, 없다고 하려니 없는 것이 아니다. 결국 마음을 비우는 도리밖에 별 수가 없다. 그리고 손을 씻기 위해 허리를 숙이면 보이는 이 '吾唯知足'네 글자가 만족할 줄 모르던 마음에 채찍을 가한다.인간의 불행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는데서 시작된다. 상상하는 능력을 타고 난 인간은 현실의 한계를 가볍게 넘어 상상의 세계에서 탐욕을 부풀린다. 밤새 기와집을 몇 채나 짓는다는 말은 바로 이 상상과 탐욕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밤새 지었던 기와집은 아침이 되면 허무하게 허물어진다. 우리에게 보이는 현실은 밤새 지었던 기와집이 아니라 내가 거처하는 좁은 집이기 때문이다.나는 이 '吾唯知足'네 글자를 서재 방문에 걸어두고 드나들며 본다. 더 큰 탐욕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현실에 족함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불행하지 않게 사는 방법이다. 천영애 시인

2019-02-14 12:44:52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장벽 허물기

내가 막 대학에 입학한 때의 일인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와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에 갔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자리에 앉은 4, 5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옆자리의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계속 영화에 대해 뭐라 뭐라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말겠지'하며 참았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계속해서 쉬지 않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헛기침으로 가볍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고, 여자아이는 눈치채고 말을 멈추었다. 그것도 잠시, 한참 영화가 재밌는 상황이 되자 다시 여자아이의 귓속말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번엔 여자아이의 어깨를 톡톡 쳐서 고개를 돌리게 한 후 "쉿 다른 사람도 같이 보는데, 조용하게 봐야지"라며 타이르듯 얘기를 했다. 영화가 끝난 후 불이 밝아지고, 아이들이 일어나 객석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먼저 계단 쪽으로 나가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자아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뭔가에 크게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너무도 두꺼운 안경에 좌석을 손으로 더듬으며, 겨우 누나가 부르는 쪽으로 다가가는 7세 정도 아이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랬다. 어린 누나가 앞을 잘 볼 수 없는 동생에게 영화의 자막과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었다.얼마 전부터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그들이 생활함에 불편한 요소인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으로 베리어 프리(barrier free)운동이 사회적, 제도적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에서도 그러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베리어 프리 활동으로는 뉴스를 볼 때, 옆에 조그마하게 수화통역사가 나와서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수화로 통역을 해주는 것부터, 드라마 등의 자막방송과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등이다. 또 최근에는 영화 분야에도 이러한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하지만 아직 공연의 분야에서는 그러한 부분의 활동이 조금은 미흡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아무래도 영상 등과는 다르게 공연 분야는 사전에 녹음작업을 할 수 없고 녹음을 한다고 하더라도 단락으로 끊어야 하며 또 그런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불편함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을 허물어 생애 처음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러한 불편함을 오히려 보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청각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을 위해 조금은 세세한 무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첨부된 자막을 제공하고, 시각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을 위해 공연 해설사의 친절한 무대 상황의 설명을 수신기를 통해 전달한다면, 나는 지난 시절 그 어린 남매에게 저지른 실수를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2-14 12:43:11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잘 쉬어가기

작년 가을, 필자에게 여러 상황적 여건이 되어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시기 전력질주하며 달리는 가운데 문득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방향성에 의문이 들었던 때라 더욱 쉼이 간절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쉬면서 시작되었다. 쉴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지만, 매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들로 정신없던 생활을 뒤로 하고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나만 홀로 멈춰있다는 생각으로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몸 이곳저곳도 아프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과 어지러움이 다시 안정을 찾고 쉬기를 잘 선택하였다고 깨닫는 데는 다소 얼마간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때 '쉰다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잘 쉬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 이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머물렀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데 길들여져 잘 쉬는 것에 무디어져있었던 것이다.사실 잘 쉰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대부분이 쉼의 기회를 가질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TV, 핸드폰 앞에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쉼을 갈망하지만 제대로 잘 쉬어내지 못하기에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에너지를 방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와 같은 쉼에 대한 도서들은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본다.인간은 하루살이가 아니라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긴 여정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때로 쉬면서 지친 마음과 몸을 돌볼 필요가 있다. 지친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속도와 방향을 재정비해나가는 것도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처럼 가만히 있거나 쉬는 것이 불안하여 앞만 보고 계속 달려 나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러한 내달림이 결국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한번 뿐인 인생, 살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내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늘 필요하다. 진정한 쉼 가운데 없으면 절대로 안 될 것 같았지만 그 속에서 버릴 것이 보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찾아야 한다. 제 아무리 열심히 전력질주해도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늘 무언가 굉장히 꼬여가는 것 같고 잘 안 풀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요히 나를 들여다 보며 위로를 건네면서 단 몇 분이라도 잘 쉼을 누기기를 권해본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13 11:27:57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음악감상의 사이드 효과

음악은 청각에 의존한 예술이지만 상상력을 통해 소리를 시각화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음악 감상은 소리를 이미지화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와 같은 영상의학의 발달로 외부작극에 대한 두뇌의 복잡한 반응을 실시간 화면으로 관찰, 분석 할 수 있게 되면서 두뇌과학과 인지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물론 이러한 연구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획일적으로 판단하게 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인지과학자인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보통의 사람은 눈과 귀를 통해서 70% 이상의 외부정보를 분석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시각에 의한 정보판단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음악 감상에 있어 시각은 청각의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음악 감상을 많은 부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시각이 청각에 미치는 영향으로 반대의 경우인 청각이 시각을 자극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청각에 의해 반응하는 나머지 4개의 감각중 시각의 반응이 매우 긴밀하다.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할 때에 실제 보이지 않는 풍경이나 사물을 연상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음악 감상은 청각에 의존하지만 시각 또한 자극하기 때문에 소리로 이루어진 음악정보를 눈에 보이는 것처럼 시각화 할 수 있게 되고 이로서 음악은 우리를 상상이라는 영역으로 이끌게 된다.일반적으로 음악은 완벽한 수학적 신호와 같다. 듣기에도 아름답지만 구조적으로 완벽한 바하의 음악은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그 구조와 울림이 계산가능하다. 해서 음악을 감상할 때 우리는 우뇌의 심미적인 부분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좌뇌의 수리적인 영역도 자극하게 된다. 잘 알고 있듯이 좌뇌와 우뇌는 서로 다른 영역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 두 부분은 서로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뇌 사이에 있는 뇌량이라는 부분을 통해 서로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 따라서 뇌량이 발달하게 되면 양쪽의 두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위의 두 가지 측면은 음악 감상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교육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은 상상을 자극한다는 것, 음악을 통해 양쪽 뇌를 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 두뇌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 되도록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외부의 자극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우리는 음악이 들려주는 소리를 깊이 있게 향유하고 또한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된 음악 감상을 통해 우리는 선율과 화성, 그리고 리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며 그러한 단계에서 우리의 양쪽 두뇌는 서로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에 심미적, 수리적 학습능력이 고르게 발달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서영완 작곡가

2019-02-12 11:08:32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설 명절의 화두(話頭)는 '토정비결'  

설 연휴가 끝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설 명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집안 어른들의 얘기다. 흔히 '설'이라면 음력 정월 초하루를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24절기(節氣)로 따져 초승에서 보름(음력 1월 15일)까지 내내 설 명절이라는 것이다. 이 기간 제기차기, 윷놀이, 지신밟기 등 각종 민속놀이를 즐기다 보름을 맞이하면 오곡밥에 부럼을 먹고 액땜을 한다. 그리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맞이로 새해의 소원성취를 비는 것이 설 명절의 대미(大尾)라고 했다.하지만 이 같은 고유의 민속놀이는 대부분 사라지고 이젠 육갑(六甲)을 짚고 운세풀이 하는 토정비결만 전한다. 한 해의 운세풀이는 예부터 민초들이 즐겨온 세시풍속 중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설날 차례상 앞에서 나누는 덕담도 으레 토정비결이 화두가 된다고 했다. 조선조 중엽의 학자 토정(土亭) 이지함(李之䓿․1517~1578)이 지은 예언서로 길흉화복을 점쳐온 신수풀이를 말한다. 새해가 밝으면 으레 토정비결의 신통력을 믿고 한 해를 점치며 살아갈 만큼 우리 삶의 도참(圖讖)으로 정착돼 왔다.우리 국민의 93.5%가 토정비결을 본다는 반세기 전(1969년) 정부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DNA(유전자)에 기복(祈福)문화가 깊숙이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엔 새마을운동이 확산되면서 토정비결이 한때 민심을 현혹하는 샤머니즘으로 매도되기도 했으나 2000년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자 누구나 손쉽게 검색에 들어가 토정비결을 즐겨 보고 있다.올해엔 각 이동통신사와 금융기관에서도 새해 이벤트로 토정비결 온라인을 개설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유명 역술인들의 주역풀이 결과 올해 우리나라 국운엔 어두움이 깔려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운세 역시 정책수행의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끊임없이 수난의 역사를 겪어온 한국인 특유의 징크스에서 비롯된 역술풀이인지도 모른다.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한국 점술시장 규모가 연간 37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르고 역술인만도 줄잡아 30만 명 이상이라며 한국의 샤머니즘 경제학을 보도한 일도 있다. 국내 각 일간지에서도 '오늘의 운세'란을 개설해 매일 지면을 할애할 만큼 한국의 유별난 운세 경제학에 외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11 10: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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