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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DCDC의 DCDC

얼마전 러시아의 발레단체가 우리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방송에서도 연신 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갔다. 많은 시민들은 신선한 느낌으로 그리고 기대감으로 관람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대한 단체에 의해 공연이 얼마나 무성의하게 준비되었고 또 실망스럽게 마무리 되는가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더 값진 보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DCDC는 Daegu City Dance Company의 이니셜을 딴 약자이면서 또한, 지난주 금요일(15일) 있었던 대구시립무용단의 제75회 정기공연 제목이기도 했다.이번 작품의 구상은 김성용 예술감독에 의해 작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디어는 '대구시립무용단의 모습 그대로를 무대에 올린다'였다. 이는 대구시립무용단 자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그래서 이 단체를 대구시민들이 사랑하고 아끼고 응원하는 단체로 만들고 싶은 의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공연의 제목이 단체 이름 그대로인 'DCDC'이다. 이 작품은 각 단원들 사이에서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로부터 나오는 긴장감과 유기적 밸런스, 전체적 DCDC의 다양한 분위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면 가장 오래된 단원과 가장 신입단원의 미묘한 긴장을 작품으로 가져온다든지, 아니면 연습실에서 생길 수 있는 미묘한 다툼이 싸움으로 번지는 장면을 과감하게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이번 작품의 특징은 세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대학생 서포터즈 '몸짓's'를 모집, 운영했다는 점이다. 이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의 SNS의 활용도가 높은 젊은이들과 일반시민을 DCDC와 조금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들만의 젊은 아이디어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들의 다양하고 산뜻한 아이디어와 노력들은 수성아트피아 대공연장의 1,2층 매진에 크게 작용하게 된다.두 번째로는 퇴직한 단원들의 귀환이다. 이번 공연의 오프닝을 장식한 그들의 움직임은 DCDC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선배들이 연습실 바닥에 뿌린 땀방울 또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들 또한 분명히 존재하는 DCDC의 모습이다.세 번째로 DCDC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한 무대에 집약했다는 점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점이다. 작품의 제목 그대로 DCDC의 모든 단원들 하나하나의 반짝이는 실력과 개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완성했다. 이는 비단 김성용 예술감독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단원들 자신들의 열정이 쏟아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DCDC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영완 작곡가

2019-03-19 11:00:17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석조(石彫)유물에 대한 단상

조선조의 석조유물 문인석(文人石) 한 쌍이 해외로 불법유출된 지 36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문인석이란 바윗돌에 조각한 문신(文臣) 형상의 미술품. 왕이나 왕후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석조물로 세워두는 일종의 능지기이자 수호신의 상징이다. 하지만 우리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문인석은 물론 무인석(武人石)과 망주석(望柱石)도 대수롭잖은 돌조각품으로 여겨왔다.그러나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의 눈길은 달랐다. 최근 동아시아문화재 수장고의 미술품을 점검하던 중 16∼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을 발견했다. 반입과정을 조사한 결과 1983년 한국에 주재하던 독일인 사업가가 서울 인사동 골동품상에서 이 문인석을 매입해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 밀반입한 것을 1987년 박물관에서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로텐바움박물관은 "남의 나라 귀중한 문화재가 불법유출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반환키로 결정해 한국국립민속박물관이 인수하게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재 불법반출과 양도를 금지한 유네스코협약 정신을 살린 독일 정부와 로텐바움박물관의 모범사례로 알려지고 있다.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었으나 석조유물에도 관심이 높았다는 얘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석조유물은 아직도 전국 곳곳에 흔하게 널려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일본인들은 우리 민속미술품에 유달리 눈독을 들여 정원석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1970년대엔 일반 묘지의 망주석까지 뽑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일본 열도는 고온다습한 섬나라여서 습기를 빨아들이는 한국의 석조유물이 정원을 가꾸는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때문에 집을 지켜주는 벽사수복(辟邪守福)의 상징인 데다 정원의 운치를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연유다.도쿄의 일부 특급호텔 정원에는 아직도 조선시대 문인석과 무인석, 석등을 장식용 석물 조각상으로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강자의 논리로 남의 나라 역사까지 바꾼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의 문화재 반환 결정을 본받아야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제대로 풀려나갈 것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18 11:08:57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환경의 공습

물을 사먹게 되었을 때 머지 않아 공기도 사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다. 공기야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 흔하디 흔한게 공기이고, 도대체 공기를 어떻게 사 쓸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공기를 사서 쓰고 있다. 미세먼지가 대기를 강타하면서 공기청정기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외보다는 공기청정기가 있는 실내를 더 선호하게 되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현상은 봄에 더 심하니 춥고 지루한 겨울을 견디고 맞이하는 봄치고는 잔인한 봄이다.공기가 부족해서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공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사서 쓰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예전에도 황사라고 해서 봄이면 흐린 날들이 지속되곤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처음 미세먼지를 제대로 실감한 날은 서울에 갔을 때였다. 서울에 들어서자 한강변이 흐릿했다.무슨 안개가 오후까지 이렇게 짙은가 싶어서 처음에는 오히려 그 풍경을 즐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그것이 미세먼지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막힐 것 같아 부랴부랴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 역시 서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일이 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그런데 더 엄청난 것은 그 미세먼지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라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한 국가가 아무리 애쓴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니 국민들이야 속수무책으로 견디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문명의 수준은 올라갔을지 모르나 인간이 근본적으로 기대고 살아야 하는 환경의 질이 떨어지면서 삶의 질도 하락하고 있다. 물을 사먹은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이제 공기까지 사서 쓰는 시대가 되었으니 과연 문명의 발달만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인간은 자연과 떨어져 살 수가 없다. 자연은 인간이 기대고 살아가야 하는 근원적인 터전과 같은 것이어서 자연이 건강을 잃으면 인간 역시 건강해질 수 없다. 아무리 의학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도 자연의 공습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이유이기도 하다. 맑은 공기를 위해서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들을 포기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천영애 시인

2019-03-14 11:19:39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공평하지 않은 잣대

우연히 길을 가다 들은 소리이다. "그럼, 애기도 걸어가라고 해. 그래야 공평하지."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동생을 업고 있는 엄마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아마도 자기도 업어달라 떼를 쓰다가 엄마에게 혼이 난 상황인 듯했다.그러고 보니 이 공평(公平)이란 말은 참 불완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참 좋은 의미를 지니는 듯하지만, 그 의미가 너무 강조되다 보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평의 기본 의미는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하는데 사람의 경우라면 '누구에게나 똑같게'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m 달리기를 한다면 누구나 똑같이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결코 간과(看過)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생김새도 다르고, 각자 처해있는 상항도 그 차이가 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20대 청년과 70대 노인을 공평하게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공평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아마도 우리는 공평이 아닌 공정(公正)을 꿈꾸며, 세상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공평한 것에 올바른 것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사람들은 누구 하나도 같을 수가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 각자가 처해있는 환경이나 상황들이 다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하물며, 쌍둥이를 보더라도 조금만 면밀히 관찰하면 특성과 개성의 차이점을 금방 구분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분명 다른 곳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사람을 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공정(公正)한 태도일 것이다. 공평(公平)한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公正)이 필요한 것이다.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공정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역별로 서울과 지방의 기준의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장르별로도 대중성 있는 장르와 다소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육성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장르의 구분 하여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시장성과 창작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의 경우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역의 경우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마찬가지로 계량적 성과를 강조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향유 하는지에만 치중하여 판단하여 공평한 기준에 의한 판단이라 주장하고 그에 따라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불공정(不公正)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부디 그 다양성을 인지하여 공평하지 않은 잣대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3-14 11:14:35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나는 간혹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의 드러내기 힘든 일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존경의 마음을 느낀다. 인간이 가장 행복할 때는 자기다움을 찾을 때라는데, 사실 이 자기다움을 찾는 데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인생이라는 것이 평온하게만 살 수 없는 것이어서 폭풍을 만나면 피하고 보던가, 부정하거나 남 탓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순간에 직면하여 그 고통까지도 자신의 몫임을 받아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사실 우리는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타인의 말에 좌지우지하며 살아 피곤할 때가 많다. 사람은 자기다울 때 빛이 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모방하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우리는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 그리고 그 삶을 좇기를 희망하는 순간부터 현실과의 괴리와 모순에 부딪히며 좌절하고 불안해하며, 그 삶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사람들은 남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소문을 만들어내지만, 그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진실이고, SNS속의 그럴듯한 삶이 좋아보일지 몰라도, 사진 한 장만으로 그들의 삶을 알 수가 없다.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가장 큰 체력소모와 위축은 자신의 결점을 감추는 데서 온다고 한다. 타인에게 나의 결점을 감추느라 거짓말이 꼬리를 물게 되고 피곤한 인생이 된다. 차라리 과감히 드러냄으로 에너지 낭비를 절약하고, 그 에너지로 내가 가진 장점을 통해 더 큰 매력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내가 결점을 드러냈다고 나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사람이라면, 언제가 됐든지 나를 떠날 사람이었다 생각하고 미련 둘 필요가 없다. 차라리 일찍 헤어져 내 인생이 더 잘될 것일지도 모른다.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사람은 앞으로의 나의 삶을 자신 있게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행복한 미래가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주어진 인생의 고해와 희노애락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너그러움과 유연성이 있고, 자신의 짐을 담담히 지고 나가는 용기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사람만의 아우라를 뿜어내게 한다. 나는 내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가 아니라, 남에겐 없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만 주어진 것이 있다'라고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아무리 훈수를 두어도,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복의 방향성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 있다. 내 삶은 내 몫이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13 12:58:18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백색소음'들으러 숲속으로?

위키피디아에서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는 신조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율 감각 쾌락(혹은 쾌감)반응은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인지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이다. 흔히 심리 안정과 집중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백색소음 등의 새로운 활용으로 볼 수도 있다.'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자주 귓속말하듯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비닐과 같은 사물을 비벼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마이크 가깝게 녹음해서 오랜 시간 들려주는 영상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이러한 소리가 심리적 안정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게 들렸다. 그리고 이런 소리를 '백색소음(White Noise)'으로 소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우려는 백색소음을 즐기러 숲속에 가자는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절정에 다다랐다.먼저 '백색소음'의 정확한 의미는 아주 낮은 소리로부터 높은 소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영역에 걸쳐 똑같은 볼륨의 에너지를 동시에 방출시킬 때 들리는 소리를 말한다. 이는 헤어스프레이를 뿌릴 때 나는 소리와 흡사하다. 또한, 폭포수 소리와 매우 비슷한 성질의 소리이기에 이 백색소음을 폭포수영상에 덧입히더라도 사람들은 눈치채기 어렵다. 물론 핑크노이즈라는 다른 개념을 가지고 와야 더욱 자세한 설명이 되겠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먼저 백색소음의 특징은 불규칙한 소리의 집합체라는 점이다. 마치 삼원색의 빛을 합하면 하얀색이 되듯이 모든 소리를 매우 복잡하고 랜덤하게 합쳐버리면 백색소음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백색소음에 익숙하게 되면 이 백색소음보다 작은 생활잡음, 예를 들어 냉장고 소리, 층간소음, 모기소리와 같은 원하지 않는 잡음들을 가릴 수 있게 된다. 이는 멜로디와 코드, 그리고 리듬을 가진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달리 우리에게 어떠한 감성이나 이미지를 만들게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원하지 않는 소리를 다른 소리로 가리는 것을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라고 하는데 백색소음이 가장 좋은 도구로 이 소리에 익숙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다양한 불필요한 소음들로부터의 해방을 경험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해방을 통해 우리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집중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즉 백색소음은 ASMR에 포함되지만 ASMR이 백색소음이라고 소개 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ASMR은 자연잡음까지 포함하고 있는 상위개념이지만 백색소음은 인공잡음(전기기계로 만든 잡음)에 속한다. 즉 숲속에는 백색잡음이 없다. 아주 복잡한 자연의 소리가 우리를 편안하게 할 뿐이다. 서영완 작곡가

2019-03-12 11:24:19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한글 전용시대에 외래어 남용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으나 항간에는 어이없게 뜻도 모르는 일본 용어가 남용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뿌리박힌 잠재의식이 대물린 탓인가? 조선총독부의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이른바 '나이센 잇타이(內鮮一體)' 정책으로 우리 문화를 짓밟고 민족의 고유한 성명과 언어까지 말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지난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가 주최 측의 행사 진행이 친일잔재 청산에 소홀했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도분이 나고 야마가 돌 것 같았다"고 일본 용어를 혼용하곤 눈도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도분'이란 일본 용어는 화가 난다는 뜻이고 '야마'는 머리를 뜻하는 표현이라고 한다.어쩌면 '야마'라는 용어는 국민을 계도하는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도 깊은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순화되었다곤 하나 걸핏하면 신문이나 방송의 머릿기사를 두고 '야마'라든가 기사 제목을 '미다시'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종이나 단독보도를 가리켜 '독고다네'가 아닌 '독고다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 언론인도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 항공모함을 향해 돌진하는 제로센 전투기의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독고다이'를 오해한 게 아닌지?국경없는 글로벌시대에 굳이 외래어를 배척하는 건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도 흔히 일본어 뿐 아니라 외래어를 즐겨 차용한다. 듣기 좋은 우리말보다 사뭇 프레임(틀)이니 어젠다(과제), 레토릭(논리), 스케일(규모), 모멘텀(탄력) 등 영어 문자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외래어를 한 자라도 내뱉으면 자신의 품위를 높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도 보기 좋고 쓰기 편리한 우리글을 외면하고 굳이 영어 이니셜(머리글자)로 사명(社名)을 바꾸고 로고(조립문자)를 고집한다. 어디 그뿐인가. 도심지 상가의 상호까지도 도무지 그 뜻을 헤아릴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외래어 간판이 즐비하게 눈길을 어지럽히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도 국가원수의 공식 기념사에 걸맞지 않은 '빨갱이'라는 용어를 일제의 잔재로 언급하며 청산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어원은 20세기 초 미국의 급진주의자들이 외친 공산주의의 상징 '레즈(REDS)'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부디 반일보다 극일을 위한 '우리 말'을 듣고 싶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11 11:13:15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의 영웅을 찾아

요즘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그들의 꿈에 관한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그들에게 꿈을 물으면 항상 듣는 말은 미래 그들의 미래 직업을 이야기한다. 연예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의사 등등 그들에게 꿈은 미래의 직업이 되어 버린 듯하다.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그럼, 어떤 삶을 살고 싶니?"라는 질문에도 연예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의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대부분의 대답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에 귀착(歸着)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삶의 척도가 경제력이 판단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최근 들어 더욱 우리 아이들의 꿈으로 자리매김한 가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의 실력이나 자질적인 면에서의 평가가 아닌, 경제적인 면에서의 조금은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재를 일으킨 가수 싸이(PSY)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음악과 가수가 지녀야 할 자질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이 유튜브 조회 수에 관한 부분이었다. 몇만 뷰가 넘으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최소 얼마는 될 것이다. 또 모 랩퍼는 어마하게 비싼 차를 몇 대를 가지고 있고, 호텔 스위트룸을 통째로 빌려 생활한다 등의 얘기와 같은 정보를 얻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 주인공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하게 되고 그 연예인들은 영웅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 같다.'효자' '저축왕' '효부' 등 참 요즘 들어 듣기 어려운 말들이다. 우리 어린 시절 참 많이 듣던 말들인 것 같은데, 최근에는 거의 매스컴 등에서는 듣기 어렵게 된 듯하다.뉴스에서는 정치나 재난 등의 사건 사고 이야기 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드라마 등에서는 전체 인구대비 몇 퍼센트 되지 않을 것 같은 재벌들이 거의 대부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일반적인 서민의 얘기를 소재로 하더라도 결국 그 서민 주인공은 잘 생기고 젊은 재벌가의 아들인 본부장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그 효자나, 지난 시절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며 차근차근 저축을 한 저축왕, 자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왕 등 일반 소시민으로서도 공감할 수 있고, 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우리가 그 삶을 배우고 닮아야 할 우리의 작은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재벌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에 그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고 또, 혹자는 '꼰대'라 비난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작은 변화가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꿈을 정하는 기준의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3-07 13:55:19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선악의 문제와 상황의 문제

인간이 근원적으로 선한가 악한가를 두고 여러 가지로 설왕설래하지만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가 선량한데 다른 쪽에서 보면 그렇지 않기도 하고, 악한가 싶기도 하다가 또 선한 면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근원적인 선악을 구분해 보려는 오랜 노력은 그래서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므로 인간의 성품에 대해서 근원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규정적이 아닌가 싶다.세상에 절대적으로 악하거나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것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타고 난 성품이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나와 성향이 맞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인은 각자의 성향이 있고 그 성향이 나와 어떻게 어울리느냐가 문제인데 우리는 자기와 잘 맞으면 선하다고 하고, 잘 맞지 않으면 악하다고 하는 오류를 저지른다.나이가 들어도 관계 맺기는 여전히 힘들다. 나는 선명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답답하다 못해 피하고 싶다. 반대로 선명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대가 뭐든지 선명하게 드러나길 원하면 몹시 피곤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선인인지 악인인지를 구분하고 싶어한다. 타고난 성향이 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은 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한 자신의 성품이 드러날 것이다.작가로 오랜 세월을 살면서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어떤 때는 불의와 타협해야 하고, 어떤 때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름의 기준은 명확하다. 합리적인 명분이 있는지를 따지고, 미래에 그 일이 내 발목을 잡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어떨 때는 온순한 타협가보다 결기 있는 비타협가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최근에 어떤 일을 겪으면서 작가로서 내가 타협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명작가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 거라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강골의 시인, 나는 이 이름이 좋다. 결국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였던 것이다. 천영애 시인

2019-03-07 11:38:10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말의 힘

말하는 대로 된다, 말대로 살아진다는 말이 있다. 사토 도미오는 입버릇은 일종의 자기암시로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하는 순간 뇌에 98% 각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무슨 말을 주로 하는가는 내 삶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가령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순간, 뇌는 '때려 치우자' 모드가 되어 일이 그런대로 잘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부정적인 말을 타인이나 상황에 내뱉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말을 글로 쓰거나 입으로 뱉는 순간, 가장 먼저 읽고 듣게 되는 것은 본인이 되어버린다. 즉, 내가 하는 말이 나 스스로의 뇌에 상처를 입히게 된다는 것이다. 말과 관련된 연구들에서도 욕은 다른 단어보다 4배나 강하게 기억되고, 분노, 공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여 통제력을 잃어버려 이성의 뇌를 막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강한 욕설을 듣거나 하는 순간 침이 만들어내는 '분노의 갈색 침전물'을 쥐에게 투입한 실험에서는 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렇게 무서운 부정적인 말의 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부정적인 말을 하고 살고, 실제로 평상시 욕을 자주 한다고 응답한 초중고생의 비율은 73%에 달하고 있다.인생은 그 사람의 생각의 결과이다. 이것은 우리가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의 긍정적인 말 없이는 긍정적인 미래도 야기하기 어렵다. 긍정적인 말은 단어 자체가 발전적이고 장애를 뛰어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 뇌세포를 최대한 활성화시켜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난 잘 할 수 있을거야.' 라는 말을 반복하면 평소보다 더 에너지를 가지고 노력하게 되고, 진짜 잘 해낼 수 있다. 긍정적인 말의 암시가 자기조절력을 상승시켜 결국은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에모토 마사루는 고맙다는 말을 들은 물이 입자가 더 아름답고 물맛도 좋아진다고 했는데, 하물며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진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말의 힘이 얼마나 크겠냐는 글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말이 나로부터 나가는 순간, 그때부터 그 말은 나를 만들어 간다. 지금 내가 자주하는 말과, 무심결에 던지는 일상적인 반응이 '짜증난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아닌가? 한번 쓱 뱉으면 어떤 쾌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뇌에 각인되어 때려치우고 싶은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말들을 나누어 보길 바란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펼쳐질 나의 미래를 위해!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06 11:19:47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악기레슨의 중요성

많은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운다(물론 대학입시가 시작될 쯤에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레슨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욱이 학교수업에서도 음악이 그렇게 큰 비중이 없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우리 아이들은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며 처음으로 음악과 접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 시간을 통해 인생을 통해 표현되어질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되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자녀들에게 악기 하나정도는 연주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여유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기대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그러나 어떤 악기를 통해서건,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레슨선생을 통해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익히는 과정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먼저 레슨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정해진 레슨시간을 위해 한주간의 시간을 보내며 연습한다. 레슨시간이 다가올수록 꾸준히 준비한 학생은 레슨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든 그 시간을 모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여러 가지 잘못된 연주법이나 자세,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얻게 된다. 그리고 레슨은 그 다음 주로 이어진다. 사실 악기라는 것이 단시간 안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단순하고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수 있다. 일주일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선생님'과 진행되는 끝이 없는 도전의 연속, 이러한 과정이 레슨이라고 하겠다.그럼 이 레슨이라는 과정이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아니라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위에서 말한 '정해진'이란 점은 레슨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꾸준히 같은 상황이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 이렇게 본다면 레슨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전수과정일 뿐만이 아니라 인내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아주 작은 기쁨을 맛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노력을 쏟고 그 결실을 맛보는 동안 학생은 음악 이상의 인격적 소양이 길러지게 된다. 많은 경우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도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건 너무 기술 습득적인 면만을 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떠한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해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레슨을 바라본다면 진도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매주 다가오는 레슨시간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준비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정해진대로 지켜지는 사제간의 관계가 기술전달보다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2019-03-05 14:10:12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문화·예술·체육계 갑질은 필요악인가?

갑질이란 갑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의 인권을 무시하고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짓을 말한다. 정·관·재계에 범람하는 갑질은 이미 조롱의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문화·예술·체육계의 갑질도 만만찮다. 잦은 갑질이 미투로 확산되고 마치 태풍이 할퀴고 간 자국처럼 깊은 상처만 남아 있다.사제 간, 선후배 간의 규범이 엄격해 진즉에 드러나지 않았으나 피해자들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이다. 이른바 도제식(徒弟式) 트레이닝 탓이다. 하지만 건전한 사고를 가진 지도자들은 그런 트레이닝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연극·영화나 뮤지컬은 출연진의 연기가 작품의 흐름과 관객의 호응도를 좌우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뛰어난 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연출자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체육계 역시 국가대표 선수를 양성하고 세계대회의 메달권에 도전하기 위해 지도자와 선수가 동심일체가 돼 혹독한 훈련을 쌓아가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미술계는 어떤가? 한때 작가 지망생들이 화단의 최고 선배인 원로화가나 중견작가들에게 사사(師事)하는 과정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여 평생을 화업(畵業)에 천착해온 선배들의 조수로 들어가 잔심부름과 궂은 일부터 자청하며 화풍(畵風)이나 기법(技法)을 어깨 너머로 배우는 수련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예술이란 어느 분야든 올곧은 장인(匠人)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평생을 걸고 피나는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승이나 선배들의 광기에 가까운 갑질을 당하기 일쑤이고 당장이라도 내칠 듯 쏟아지는 폭언도 약(藥)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제자는 그런 간난(艱難)과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사람의 작가로서 자기 위치에 떳떳하게 오를 수 있다.최고의 선배가 최고의 제자를 양성하는 필연적인 '갑을' 관계다. 쓰디쓴 맛을 본 다음에야 비로소 단맛을 알게 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새삼 생각나는 이유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04 11:11:20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예술은 습관에 반대한다

지인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끔 시를 쓰는데 그럴 때마다 동행했던 지인들에게서 받는 질문이 있다. 너는 어떻게 그것을 보았느냐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왔지만 사실은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것을 본 셈이다.예술은 습관을 거부한다. 흔하디흔한 소주병 뚜껑으로 러브 기호를 만들어 놓은걸 본 적이 있다. 소주병 뚜껑으로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나 싶어서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주변의 흔하디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건져 올리는 것은 탁월한 예술가의 예에서만은 아니다. 예술가란 위대한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물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는 섬세하고 긴 문장으로 유명하다. 현학적인 그의 문장은 '전 잉글랜드 프루스트 요약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는10시에 모였습니다"라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사소한 것들, 가령 어느 역에서 누구와 악수하고, 어떤 소리가 들렸으며, 날씨의 느낌은 어땠는지, 상점에서 파는 빵 냄새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원한다. 그는 사태에 대해서 대충 설명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섬세하고 세밀하게 상황과 대면하기를 원했다.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기차역의 풍경, 봄날 아침의 날씨, 바람의 살랑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등에서 예술가는 예술을 만든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습관을 반대한다. 예술가에게 습관보다 더 무서운 적은 없으며, 그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것에서 새로운 느낌,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예술가는 다른 것을 보고 느낀다. '본다'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습관적이면서 무엇보다도 창조적이다.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탐매에 나서는데 해마다 보았던 곳의 매화를 차례대로 순례하듯이 탐방한다. 그럼에도 매화는 해마다 다르고, 지난해와는 다른 기분으로 다가온다. 섬진강변의 소학정 백매를 시작으로 통도사 홍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산청3매, 화엄사 홍매를 끝으로 탐매의 길은 막을 내린다. 해마다 거의 돌아보는 매화지만 해마다 색이 다르고, 향이 다르며,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매화는 때마다 다르게 보여지고, 나는 늘 다른 매화를 본다.같은 곳을 여행하면서도 다른 것을 보는 이유이다. 예술은 그 지점에서 꽃을 피운다. 천영애 시인

2019-02-28 11:31:43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올해는 3·1일 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뜻깊은 해다.누가 뭐라 해도 남과 북뿐만 아니라 세계 145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개로 아리랑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이 알고 있는 우리가 즐겨 부르는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들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통해 이러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할 수 있다.이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소개된 노래이다. 1926년 나운규는 무성영화 아리랑을 제작하며 서울(경기)아리랑을 변용하고 새로 편곡하여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전국에 퍼져 당시 일제의 핍박에 고통받던 우리 민족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또 각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다른 지역민요 아리랑들과 달리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전 국민에게 알려지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이 아리랑만큼은 함께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이 아리랑은 순수 전통음계의 음악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들과 맞물려 서양음악이 유입되고 또 많은 음악적 변화를 겪던 변혁기에 내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음계를 기초로 하여 서양음악의 음계를 사용한 체계로 만들어졌으며, 또 변화되어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이다.이러한 얘기를 할 때 너무도 안타까운 점은 이 아리랑이 주제가로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아리랑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제에 핍박받던 농촌의 현실과 참혹상을 그대로 담아 당시 우리 국민들과 그 설움을 함께 하여 왔으나, 그러한 이유로 일제는 상영을 중지시킴과 동시에 전국의 필름을 다 강탈하여 훼손하고 없애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1980년대에 우연히 일본의 한 인물이 아리랑의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어 온 국민들이 반환에의 희망을 가졌지만, 그 아베라는 인물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환을 거부하다가 끝내 정확한 소재도 알려주지 않은 채 아베라는 인물은 세상을 떠나 버렸다.필자는 2011년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하며 아리랑을 극화(劇化)하여 매년 공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로 2013년 원작 나운규의 아리랑을 각색한 2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을 하였지만, 원작을 확인할 수 없어, 별도의 창작물인 1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이 된 것이다. 이제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이 시기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아리랑을 탄생시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2-28 11:09:38

김은혜

[매일춘추]건강한 의사소통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역기능적 의사소통을 하는 부모-자녀관계를 살펴보면 두 가지 공통적 특성을 지닌다. 첫째는 부모가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지만, 막상 자녀는 전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둘째는 부모의 말치고 틀린 말이 없는데 전달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왜 다 자녀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인데 전달이 안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 원래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정체감이 발달하는 시기이면서,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혼란과 궁금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공감받길 원하는 때이다.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인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외 목소리, 음조, 억양, 크기 등의 표현같은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한다. 즉 의사소통에는 실제적인 음성 이외에 많은 것이 오고 가며,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서로 눈을 맞추고,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이 일치할 때, 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무엇보다 대화 시의 눈 맞춤은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첫 걸음이며,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자크 루빈 교수의 실험에서는 오랫동안 눈을 쳐다보는 커플일수록 애정 설문에서 높은 수치가 나와 눈 맞춤은 호감도와 비례한다고도 보고한다. 자녀의 뒷통수에 대고 하는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다음으로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이럴 것이다!'라는 착각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경청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공감적 반응이다. 적극적인 경청이 이루어질 때에서야 비로소 상대로 하여금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게 되고 감정의 표출이 가능해진다. 즉,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대화의 기본은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 자녀가 자라면서 점점 멀어지는 부모-자녀관계를 좁히길 원한다면 부모의 옳은 말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자녀의 말을 편견 없이 듣고, 충분히 공감하여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때 대화는 시작된다. 나아가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는 부모의 모습은 거울뉴런효과에 따라 자녀가 사회에 적응하고 문화를 배워나가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아는 공감의 힘을 키우고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 능력을 키워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할 것이다.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7 11:17:56

[매일춘추]자유의 음악, 재즈(Jazz)

'클래식' 음악처럼 '재즈(Jazz)'음악의 감상을 위해서는 약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는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좋다/싫다의 판단이 가능한 대중음악과는 크게 구분되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는 친숙해지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이유를 찾아보면 '스윙(Swing)'이라는 재즈의 초창기 모습, 춤추기 좋은 '빅밴드(금관악기 위주의 재즈 오케스트라)'음악의 경쾌함과 리듬의 박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매우 빠르고 기교적인 양상으로 변모하면서 결코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출수 없는, 그리고 감상하기에는 까다로운 음악으로 발전하면서 부터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즈의 양상은 1950, 60년대를 주름잡던 '싸이키델릭'한 전위적인 음악의 영향을 받게 되고, 드디어 '프리재즈'라는 형태가 등장하면서부터 도저히 재즈연주자의 입장이 아니고서는 음악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70년대에 그 정점을 이룬다.현재의 재즈 뮤지션들은 이런 모든 시도들의 결과를 물려받아, 음악적인 실험과 난해함을 벗고 청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고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브레드 멜다우'나 '히로미 우에하라'처럼 즉흥연주가 강조된 재즈이면서 클래식을 듣는 듯한 고도의 기교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던지, 색소폰 연주자 브렌포드 마샬리스처럼 다른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하거나, 트럼펫 연주자 윈턴 마샬리스와 같이 과거 스윙재즈의 영광으로 회귀할 것을 선언하기도 한다.이렇게 재즈는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사실 재즈를 즐긴다고 말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재즈는 이해하며 감상할 때 더 많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전달하는 음악으로 다른 장르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그 매력중 하나를 들면, 재즈는 연주자들의 음악적 깊이가 즉흥이라는 테크닉으로 음악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리드시트(Leed Sheet : 멜로디와 코드만 적혀져 있는 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악보)는 시대를 거쳐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또한 각각 연주자들의 고유한 색채와 깊이를 들려주는 음악으로 완성된다. 이처럼 하나의 악보가 시대를 가로질러 연주되기 위해서는 모든 연주자들이 지켜야 하는 공통된 최소한의 음악적인 틀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틀이 바로 '코드진행(거기에 따르는 스케일)'과 '리듬'이다. 즉 코드진행과 마디의 수, 그리고 리듬만 지켜진다면 그 이외의 모든 음악적인 선택은 연주자의 자유로 맡겨진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의 연주를 비교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으로 서로에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이것은 작곡가에 의해 모든 것이 악보로 완성된 후 연주자에게 전달되는 클래식과 비교되는 점으로 작곡가 보다는 연주자에게 보다 많은 음악적 자유와 가능성을 열어주는 재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서영완 작곡가

2019-02-26 11:15:05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공포의 그림 한 폭 

하늘에선 붉은 핏빛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고 그 아래 난간에 홀로 서 있는 남성이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공포에 질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 미술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 처절한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걸작 '절규(The Scream, The Cry)'다.'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다. 나는 한 줄기 우울을 느꼈고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 마치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가는 것 같았다.' 그의 템페라화(Temperare)로 그려진 작품에 덧붙인 글이다.지난해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서 화산 폭발에 이은 해저 산사태 충격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가 주민 400명 이상 숨지고 1천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근 화산섬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의 화산 분출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크라카타우 화산은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다. 136년 전인 1883년에도 화산 대폭발로 3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이 화산재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노을빛처럼 하늘이 붉게 물드는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893년 뭉크의 걸작 '절규'가 탄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뭉크가 화산 폭발 당시 겪었던 경험이 '절규'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 새삼 힘을 얻고 있다. 미 텍사스주립대 천문학과 도널드 올슨 교수는 당시 뭉크의 행적과 기상기록 등을 분석해 '절규'에 그려진 붉은 빛깔의 기괴한 하늘은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때 북유럽까지 날아온 공포의 현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논문을 2004년 발표했었다.그러나 당시 학계에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만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세계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걸작으로 알려져 왔던 공포의 그림 '절규'가 이제 와서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새삼 주목받는 것이다. 자연의 공격을 경고할 또 다른 공포의 걸작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2-24 15:53:02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패거리 문화

패거리 문화라는 말이 있다. 패거리 문화는 네 편 내 편으로 나누어 내 편에 속한 사람은 잘 챙기고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은 배척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판단의 기준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누구 편에 속해 있는가이다.'형제는 용감했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에 형이나 아우가 이웃의 누구와 싸우면 덮어놓고 형제 편을 들어 편싸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형제가 없는 쪽이 무조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형제는 용감했다'의 어른 버전이 '형님'문화이다. 외지에서 대구로 살러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구에서는 이 '형님'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나더라고 한다. 형님, 아우 하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세력을 형성하고 외부 세력을 배척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대구가 유독 보수적이고 외지인을 배척한다고 오해받는 이유가 바로 이 패거리 문화 탓이다.대구에 산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형님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지인은 대구에서는 영원히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은퇴하면 과연 대구에서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로 떠나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만큼이나 살았으면서 왜 대구에 적응하지 못했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외지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에게 과연 마음의 문을 모두 열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어떤 사안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비판적인 사유 없이 무조건 편드는 문화는 아주 위험하다. 그들은 그들만의 집단 안에서는 생존할지 모르나 더 큰 집단에서는 생존의 동력을 상실한다. 그들은 사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내 편을 들어주는 누군가만 찾고, 문제 해결 또한 그런 식으로 한다.살면서 내 편은 필요한데 그것은 삶에 지치고 위로받고 싶을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나에게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이다. 그렇다고 내 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내가 잘못했을 때 무조건 편을 들어주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나를 편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편 나누기를 하는 사람의 특징은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맹목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태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통해서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인간이 처한 실존적 조건이 될 것이다. 천영애 시인

2019-02-21 11:59:18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모리화(茉莉花)를 아시나요?

오페라, 참으로 어려운 예술 장르이다.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소설이나 그것을 각색한 대본에 작곡가의 음악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장르이다.오페라 작곡가의 입장에서도 음악적 완성 못지않게, 곡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장면과 내용을 표현하고 또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숙제였을 것이다.그러한 여러 노력 중, 내용이나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암시하는 방식을 위해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법이 라이트모티브(Litemotiv)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란 극 중의 특정한 등장인물이나 특정한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짧은 주제선율로, 특정된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주제선율을 반복함으로써 극의 진행 중 등장인물 성격의 제시와 상황의 암시를 하는 방식이다. 어떤 주제음악이 먼저 제시되면 그 주제음악을 사용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할 것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어떠한 장면에서 어떠한 주제음악이 제시되면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음악적 암시와 복선의 역할을 하도록 음악으로 묘사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에서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베누스베르크의 등장에 '유혹의 동기'가 음악에 제시되며, 환락의 유혹에 탄호이저가 갈등하는 부분에는 '고뇌의 동기'를 음악에 제시하는 식이다.오늘날 가장 사랑을 받는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의 작품 중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오페라 투란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19, 20세기의 전환기에서 당시 음악적 기법을 극적인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는 그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그러한 표현방식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의 주제음악이 그 대표적 부분이라 하겠다. 흔히 우리나라 국민들도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민요 모리화(茉莉花) 노래를 바로 그 주제음악으로 사용한 것이다.극의 1막에서 어린이들의 합창에 이 멜로디가 도입되는데, 동쪽 산에서 4월이 와도 꽃이 피지 않고 얼음이 녹지 않으니 공주여 나와서 꽃을 피우시고 모든 것을 빛나게 하라는 내용으로 공포정치를 그만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가사의 음악이다. 그 후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할 때마다 이 주제음악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중국민요 모리화의 가사 내용도 이와 유사한 것을 볼 때 이탈리아 사람인 푸치니가 중국민요의 내용을 잘 알고,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부분에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작곡가들의 숨은 노력을 조금씩 살펴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오페라감상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2-21 11:01:34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스펙

'다둥이 아빠'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 가수가 얼마 전 TV에서 '다둥이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는가?'란 질문에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스펙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어 방송이 나간 후 여러 기사들로 회자되었다. 사실 그 한 문장은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양육신념의 진정한 방향성이자, 자녀에게 물질적인 것들을 물려주는데 집중하는 현 시대에, '진정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경종을 울릴만한 메시지였다.랜드리스는 아동은 그 누구보다 애정, 소속감, 존중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여러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부모와 상담실에 올 때, 아동 상담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질적인 시간'이다. '질적인 시간'은 부모와 아이가 규칙적으로 함께 나누는 특별한 시간으로 매우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자녀를 격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가족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대개 이 시간의 가치를 축소하고, 물질적으로 채워줄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높고, 더 좋은 학교와 학원을 찾고 더 좋은 먹을 것, 입을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 질적인 시간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아이들의 방학과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긴 시기에 부모-자녀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빈번히 본다. 중요한 것은 단 1시간, 10분을 같이 있더라도 질적으로 서로에게 집중하는 진정한 교감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부모와 규칙적으로 질적인 시간을 갖는 아이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실제 보고되는 연구들에 따르면 '질적인 시간'을 잘 갖는 아이는 자존감과 IQ, 집중력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나아가 이것은 많이 가지지 못한 부모들도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한 아나운서가 매스컴에서 한 고백이 생각난다. "부모님은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그 분들을 보며 체득된 삶에 대한 경이와, 물질적 지원보다 그 분들의 심적인 사랑과 응원이 나의 인생에 큰 뒷받침이 되었고, 그것을 나의 삶을 통해 증명해내고 싶다." 그녀의 고백은 갈수록 성취위주의 비인간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큰 울림이 되는 고백이었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0 11: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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