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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서점 나들이

토요일이면 딸의 주니어들을 데리고 서점으로 간다. 두 아이가 서점 나들이에 재미를 붙였다. 토요일 아침이면 여섯 살배기인 큰 아이가 전화를 한다. 김밥을 싸서 앞산 공룡공원이나 과학관으로 가기도 하지만 토요일만은 서점으로 나들이를 간다. 어린이 서점 코너로 데려가서 갖고 싶은 책을 한 권만 고르라고 하면 두 아이가 신이 나서 돌아다닌다. 사방 책으로 가득 찬 서점에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딱 한 권만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선택의 즐거움을 주었던지 서점나들이를 꽤 즐긴다. 동화책 사이를 설치고 다니는 재미 외에도 아이들은 노트와 펜의 화려함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서점 나들이는 어른인 내게도 즐거운 놀이다. 어른에게도 마음을 쉬게 해주는 놀이가 필요하다. 청바지를 입고 음악실을 찾아다니던 시절에 날마다 찾아간 서점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간 서점이 내 피안이었고 거기서 꿈의 태동이 시작된 것을 그때는 몰랐다. 교과서에서 이름만 듣던 세계문학과 니체와 까뮈를 처음 만난 곳. 동네서점은 잠시나마 현실의 나를 잊을 수 있게 해준 유일한 피안의 세계였다. 사는 게 너무 심심해서 날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날 생각에 빠져 있었다. 삶에 수많은 갈래의 길이 있는데 책이 내게 그 길을 가르쳐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새 책 냄새가 좋았을 뿐인데, 거기서 길을 찾다니. 무의식의 움직임이었던가 보다. 손이 벨 것처럼 팔랑거리는 책장을 넘기며 새 책 냄새를 맡고 있는 동안은 서점 주인도 모른 척 해주었다. 안경 쓴 그의 모습을 훔쳐보며 그렇게 지적인 모습으로 책을 파는 나를 상상했다. 그 서점 주인도 지금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책을 실컷 만지다 들고 나온 것은 백동전 세 개 값의 삼중당 문고였다. 손을 부끄럽게 하던 그 책을 달력으로 표지까지 입혀가며 아꼈다. 두 줄로 묶은 문고판을 삼십 년이나 들고 다녔다.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던 때에 그 책 묶음은 요요히 타는 촛불이 되어주었다. 뭔가 절실하게 바라볼 것이 필요했고, 책이 있어서 견뎌냈다. 아이나 어른이나 놀이가 필요하고, 마음 내려놓을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슴에서 끓는 갈증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서점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던 그때, 책을 실컷 만지게 해주신 서점 주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백 권을 묶어도 구공탄 두 장 무게도 안 되는 책을 사 모으던 그 기쁨을 가르치기 위해 토요일마다 서점 나들이를 간다. 장정옥 소설가

2019-07-18 11:40:33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소극장 오페라를 만들자!

대구를 흔히들 공연의 도시라고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오페라는 대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 음악대학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 시켰으며 많은 민간 오페라단이 창단되어 질적인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탄생과 대구국제 오페라축제의 진행은 그야말로 오페라의 도시다운 면모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대구에서는 타 공연 장르와는 다르게 생산과 소비와 유통의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가진 것이 오페라라 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중화의 흐름 속에 뮤지컬 쪽에 그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페라가 일반 대중들에겐 친숙하지 않다 보니 오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페라뿐만이 아닌 현시대에 대한 문화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예술계에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는듯하다.몇 해 전 환경미화원 분들의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우연히 그 옆자리에 성악가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그분들에게 공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시켜줬는데 공연을 한 번도 보지 않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갑자기 즉석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고 나대신 그 성악가는 흔쾌히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과히 폭발적이었다. 앙코르에 부라보까지, '대중가요 보다 훨씬 낫네' '내 귀가 호강했어' 등 보는 이들도 하는 이도 하나가 되는 광경이었다. 하나의 작은 식당에서 이루어진 멋진 공연이었으며 정말 감동적이었다. 성악가가 바로 코앞에서 불러주는 그 노래는 자기 몸속에 흐르는 리듬과 감성을 깨닫고 희열을 느꼈기에 환호를 하였을 것이다. 그분들은 보지 못한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난 그때 생각했다 "이분들이 몰라서 안본 것이 아니라 안 봐서 모르는 거였구나. 그러면 보게 하자." 바로 여기에 답이 있는 듯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무대와 객석의 교감이 바로 이루어지는 곳, 특권층으로 나누어져 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가격대로 볼 수 있는 곳, 바로 소극장 문화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며 소극장 문화와 멀리 있는 오페라계도 바로 여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도 소극장 오페라를 매년 추진하고 있고 소극장 오페라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소극장 오페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바로 민간 오페라단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소극장에서 올릴 수 있는 창작품들이 나와야 하고 작품의 테마 역시 지금과는 다른 다양성을 지녀야 할 것이고 장기 공연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극장에 오페라, 뮤지컬, 연극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7-18 11:11:57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춤과 문화다양성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대로, 파란하늘 속 하얀 구름의 포근함대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대로 아름답고 역동적인 섬인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를 기억한다.필자는 지난 2017년~2018년 1년 동안 연구교수 신분으로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에 위치한 커뮤니티칼리지와 하와이대학교에서 포스트 닥터(박사취득 연구자) 과정을 수료하고 왔다.작년 5월 빅아일랜드에 위치한 해발 1,222m의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최대 규모 6.9의 강진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킨 섬으로 세계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활화산이 위치한 섬이기도 하다. 화산 대폭발에 대해 뉴스와 신문에 보도되면서 가족과 많은 지인들로부터 생사를 확인하는 연락을 받곤 하였다. 필자가 지내던 곳은 높은 지대에 위치하여 다행히 직접적인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붉은 용암이 콸콸 흘러나오는 자연의 위대함과 거대함을 직접 목격한 것에 크나큰 충격과 공포에 빠지기도 했다.힘든 타국생활에 재미난 활력소가 된 것은 지역민들에게 한국민속춤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중 대학생들의 부채춤 강의를 맡게 되었는데 학생들의 어색한 춤사위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그들은 우리 음악에, 우리 춤사위에 빠져들어 필자의 수업준비에 자극을 주기도 하였다. 피부색이 다른 그들이 한복을 입고 무대위에서 부채춤의 하이라이트인 파도물결 형태를 만드는 순간 객석에서 울려퍼지는 환호성과 박수세례는 한국인의 자부심에서 나온 영광의 눈물로 대신하였다.그들은 한국의 춤을 배워보고 표현해 봄으로써 다른 나라의 고유한 특성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문화를 통한 다름은 결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색다른 경험으로 이해하였고 춤을 통한 교육 안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아름답게 공존 할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최근 세계는 국가 간 인구이동과 빠른 정보화 등으로 인한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 증가추세를 경험해 가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인류의 문화유산이 다양한 문화적 재현을 통해 표현되고 증대되며, 전승되는 여러 방식을 통해서 다양한 양식의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배포 및 향유를 통해서도 나타난다고 하였다.앞으로 춤을 통한 '문화다양성 교육', '국제이해 교육'이라는 교육적 차원에서 문화적 지식 및 가치와 기능을 공유하여 국가 간의 존중, 이해와 연대에 기여할 수 있는 세계화 수준에서의 이해와 실천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2019-07-17 11:04:27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코스모스의 바다

지난주 글에서 나의 곡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 '별'을 소개하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 별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잠시 국악관현악곡의 편성에 대해 설명하자면,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다함께 연주하는 편성인데, 보통 그 규모는 40~50명 정도가 된다. 가장 높은 음역을 맡고 있는 소금, 그 바로 아래에서 힘 있는 '청' 소리를 들려주는 대금, 전체 음악의 뼈대가 되는 피리와 태평소, 저음을 담당하는 대피리와 저피리가 관악기에 속하고, 현의 마찰을 이용한 찰현악기에는 부드러운 음색의 해금, 거칠지만 다양한 표현의 폭을 가진 소아쟁과 저음의 대아쟁, 그리고 줄을 튕겨서 연주하는 타현악기인 가야금, 거문고가 편성되고 타악기에는 대북, 장구, 징, 꽹과리, 심벌 등이 연주한다.이 곡의 전체 4악장 중 1악장은 우주가 만들어지는 음악적 창세기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의 탄생을 빅뱅에 비유해 웅장하게 전개되고 이후 별들이 이루는 잔잔한 형상을 그림 그리듯이 그려보았다. 여기서 특히 '수제천'이 잠시 등장하며 특수상대성이론을 상징화하는데, '수제천'은 7세기 중엽 이전부터 불리었다는 백제의 노래 '정읍사'에서 유래한 기악곡이다. 그 노래는 정읍현에 사는 여인이 행상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로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로 시작하는데, 지금의 말로 바꾸면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 주소서'하는 내용이다.그리고 합창 가사를 위해 인도의 시인 타고르(1861~1941)의 시집 '기탄잘리'에 담긴 시구들을 가사로 원용했다.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의 '기트(git)'는 노래이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로, 기탄잘리는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한 타고르의 시는 우리나라를 위한 시 '동방의 등불'이다.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 '별'을 작곡하며 자료수집 차원에서 읽었던 여러 책들 중 하나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에는 이러한 글이 담겨 있다.'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광대한 코스모스 앞에서 60억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무한한 우주 공간 한구석에 박혀있는 창백한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코스모스라는 심연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지지만 감히 심연의 깊이와 폭을 재려고 노력해 왔다.'이 작은 점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지 스스로가 정하게 된다. '별' 1악장에 쓰여진 '기탄잘리'의 시 중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나 이곳을 떠날 때, 이것이 나의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7-16 13:27:06

손호석 극작가, 연출가

[매일춘추] 우리 것도 아름답다

대구미술관에서 박생광 회고전이 진행되고 있다. 선생은 한국적인 정체성이 담긴 회화가 무엇인지 고민하셨고 그 고민을 작품에 담아 내셨다. 단색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민화와 불교, 무속 신앙 등에서 발견한 화려한 오방색을 활용하여 강렬한 색채의 작품들을 그려내셨다. 미술관에서 선생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결코 우리 것이 남의 것에 비해 부끄럽거나 수준 낮은 것은 아니다' 라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지고 작업을 하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필자는 지난 5월 대구연극협회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막심고리키 극장의 문화 교류를 위해 진행된 해외 초청 공연에 작, 연출로 참여했었다. 처음에 의뢰를 받고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 관객들에게 어떤 공연을 보여주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하였다. 체홉, 톨스토이, 푸쉬킨,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대문호를 배출한 나라,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히 높은 러시아의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모습의 공연을 준비해야 할까 부담도 되었다.고민 끝에, 그들의 문화도 우수하지만 우리의 문화적 유산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것이니 그들에게 익숙한 형식이 아닌 우리만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흥부전을 각색한 뒤 판소리, 마당놀이, 탈춤 등 우리 민족의 극예술에서 형식을 빌려 와 작품을 준비했다. 둘러앉은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당놀이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와 발성, 암전 없는 장면 전환, 배우와 악사 그리고 관객 사이의 즉흥성, 퇴장하지 않고 무대 주변에 앉아있는 배우들. 우리에게는 흔하고 익숙한 이러한 형식들이 그들에게는 새롭고 독특한 문화로 보여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곳의 문화부와 극장 관계자들,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영사 등 많은 분들과 관객들이 호평을 해 주셨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러시아 어린이 극단 친구들을 만난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 아이들은 한국어로 '흥부와 놀부' 연극을 연습하고 있었고 무대 위에서 우리에게 깜짝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러시아어도 아닌 우리말로 연극을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놀라웠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에 전해지고 있구나 싶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날 이후로 필자는 늘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작업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 것도 아름답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7-15 11:30:12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낡은 슬리퍼

꿈으로 아들을 만드는 도인이 있다. 그가 머무는 신전에 불이 났다. 강으로 뛰어들까 생각하다 죽음이 자신의 노년을 영화롭게 만들어주고 힘든 삶의 노고로부터 해방시켜 준다고 생각한 도인은 불길을 향해 걸어간다. 불은 그를 죽이지 못했고, 그는 자신 역시 아들처럼 누군가에 의해 꿈꾸어진 환영인 것을 깨닫는다. 보르헤스의 소설이다. 그의 전집을 산 것은 2002년 가을이었다. 그 해에 똑같은 책을 두 질이나 사게 된 것은 낡은 슬리퍼 때문이었다. 두 질의 보르헤스 전집 중 한 질은 내 책장에, 또 한 질은 K고교 2학년 교실에 꽂혔다.아들이 정형외과에서 깁스를 하고 있었다. 먼저 연락을 받은 담임선생님이 계단에서 미끄러진 제자를 병원까지 업고 가셨다. 제자를 병원에 내려놓고 수업을 위해 부랴부랴 돌아가시는 선생님의 등이 굽어 보였다. 아들의 한쪽 발이 되어 교실까지 따라 들어가는 날이 올 줄 몰랐다. 한없이 넓은 운동장을 감싼 느티나무 그늘이 길어 보였다. 등에 짊어지기 전까지 가방의 무게를 느끼지 못했다. 그것이 아들이 지고 다닌 삶의 무게인 것도. 아들 친구들이 뛰어와 어깨동무도 해주고 가방도 받아주었다. 목발을 짚은 서툰 걸음이 꿈이 아닌 것을 깨닫게 했다.책장에 꽂혀 있던 보르헤스 전집을 사방무늬 포장지에 쌌다. 선생님이 국어를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이 책을 어떻게 하시더냐고 슬쩍 물으니 교실 책장에 꽂으시더라고 했다. '잘 하셨네.' 아들 친구들이 그 책을 한 번쯤 열어보지 않을까, 혹시 문학에 눈뜬 학생이 있을지도 모르고. '다른 책도 아니고 보르헤스 전집인데.' 문학 이론과 형이상학적 주제를 소설화시킨 경이로움을 설마 모른 체 할라고. 보르헤스는 평생 다섯 권의 단편집을 남겼다. 단편에 대한 그의 천착은 장님에 가까운 시력 탓도 있으나, 그보다는 압축미를 최대한 살린 단편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여겨진다.제자를 병원까지 업고 가는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서툴러서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 몰랐다. 부모보다 더 먼저 병원에 데려간 반 부모의 고마움이 생각날 때마다 머리를 숙인다. 어미가 소설이라는 환영에 잡혀 있는 동안 아들은 낡은 슬리퍼를 신고 위태롭게 계단을 오르내렸다. 삶은 꿈이 아닌데, 간혹 꿈을 꾸듯이 목발 짚은 아들을 본다. 지금 그 아들은 어른이 되어 바다 너머에서 환하게 웃고 있건만, 어미는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가슴을 졸인다. '조심해!'장정옥 소설가

2019-07-11 11:40:55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대구엔 좋은 창작 뮤지컬이 많다

지난 7월 8일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 축제가 딤프 어워즈를 끝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여기에 주목할만한 점은 대구의 참가작들인데 특별공연 부분에선 대구의 중견 뮤지컬 단체인 맥 시어터의 '이중섭의 메모리'였고 창작 뮤지컬 부분에선 요즘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지 뮤지컬컴퍼니의 '유엔잇'이라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수준작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이지 뮤지컬 컴퍼니의 작품 '유엔잇'은 창작뮤지컬상까지 받았으니 이는 2013년 대구산 창작뮤지컬 '사랑 꽃'이 딤프 대상을 받은 이후 거둔 수확이라 큰 쾌거가 아닐 수 없으며 대구 창작 뮤지컬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이제 대구의 창작 뮤지컬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수준이 올라와 있다고 자평 할 수 있다. 우선 대구의 창작 뮤지컬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뮤지컬 작품상을 수상한 '만화방 미숙이'를 필두로 30여만 명의 관객과 교육뮤지컬의 본보기가 된 '선인장 꽃 피다', 앞에서 언급한 딤프 대상을 받은 '사랑 꽃', 대구시립극단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비 갠 하늘' 등 수많은 좋은 작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작품들은 많은 호평 속에서도 아이러니하게 사라지거나 간헐적으로 무대에 올라가는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에 반해 딤프가 제작한 투란도트는 10년 가까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좋은 창작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어떠한 과정과 수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좋은 창작뮤지컬이란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바로 대중적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연의 지속성이다. 지속적으로 공연을 해야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빨래'같은 경쟁력 있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구 뮤지컬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창작성은 뛰어나나 바로 유통적 구조가 서울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관계당국이나 딤프에서 지역 뮤지컬계에 눈여겨볼 대목이 바로 여기 있다. 물론 딤프가 대구 공연문화도시의 선봉에 선 것도 사실이고 대구문화의 브랜딩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며 그 위상이 국제적으로 번창하는 아주 좋은 공연축제의 모델이 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딤프의 영향으로 대구 뮤지컬계는 반사적 작용에 의한 활발한 움직임을 가졌으며 자존감으로 인한 자생적 작품이 쏟아져 나왔으며 전문 뮤지컬 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딤프가 이뤄낸 뮤지컬 도시 대구라는 이미지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앞에서 끌어가는 자가 손을 내밀어 잡아당기듯이 경쟁적 구도를 갖춘 지역 뮤지컬계에 관계당국과 딤프는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제2의 투란도트를 탄생시켜 누가 봐도 떳떳한 대구의 창작적 역량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7-11 10:21:30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문화 자본

우리는 문화소비에 대해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연예·대중음악, 게임, 웹툰, 드라마 등 손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소비에 주목하지만 전통예술, 무용, 연극, 문학, 미술, 서양 음악 등에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한다.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지난 1년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81.5%로 2016년 78.3% 대비 3.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2003년 62.4%에서 15년 만에 19.1%포인트 상승하여 80%대로 진입했다. 한편, 문화예술행사 관람횟수는 지난 1년간 평균 5.6회로 2016년 5.3회에 비해 0.3회 증가했다. 문화예술 분야별 관람률 변화 추이는 75.8%의 가장 큰 영화 관람률에 비해, 10%에도 진입하지 못한 무용, 전통예술, 서양음악, 문학행사의 관람률은 저조한 편이다. 가장 느리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무용의 관람률은 무용을 전공한 필자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필자의 어머니가 동창모임을 다녀오시며 가벼운 불평을 하신다. 중년세대를 비롯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과도한 음주문화에 적응되어 있고 휴대폰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에 허덕이며 잠시도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의 고단함과 공동체의 응집력을 술잔을 맞대며 큰 소리로 외치던 건배사는 중년세대의 최고 삶의 낙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또 따른 삶의 낙을 문화예술에서 찾아봐야 할 사회적 패러다임에 근접해 있다고 본다.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1960년대를 전후로 하여 프랑스 사회에 확산되어 있던 지배계급의 문화적 권력양상을 고발하는 것에 집중되어 많은 연구와 집필을 한 학자이다. 그는 각 개인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후천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그들은 문화 자본을 소유했다고 본 것이다. 가정에서 예술에 친숙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거나 문화예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문화의 취향, 기호, 선호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이는 사회로 확대 재생산되어 사회 불평등에 따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근거 내용을 인용해 본다.앞서 필자는 문화를 소비하는데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글로 시작하였다. 어떻게 문화를 소비 활용하는지는 문화 자본의 축적과도 연관 된다. 문화를 소비하는 데 제공되는 것을 주로 소비하는 수동적 소비자인지, 제공받을 것을 찾아 소비 선택의 폭이 넓고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 소비자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충분히 우리 주변은 고급문화라 칭하는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있다. 축적되면 독이 되는 음주와 달리 삶의 질이 향상되는 문화자본의 축적은 사회적 보편성으로 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능동적 문화소비자가 되어보자.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2019-07-10 11:26:15

이정호국악작곡가

[매일춘추] 별(star)에 대한 동경

어린 시절 역사를 좋아하고 위인전을 즐겨 읽던 나는 자연스레 위인전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피커를 통해 나온 빈 소년합창단이 부른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라는 곡은 나의 온몸을 휘감았고, 그 뒤로 삶의 길은 음악으로 정해졌다. 음악으로 정해졌을 때 늘 동경해오던 위인전 속 주인공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음악을 하는 위인전 주인공은 대부분 모차르트, 베토벤, 홍난파, 박태준 등 작곡가였기에 나의 꿈도 작곡가로 정해졌다. 그러다가 국악작곡가 이준호 선생님의 국악관현악 작품 '축제'를 듣고 매료되었으며, '국악작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를 살아가며 전통을 미래로 만드는 일', 우리음악을 이어나가고픈 사명감이 생겼다.작년 KBS국악관현악단으로부터 연주시간 70분에 달하는 합창을 포함한 국악관현악곡을 위촉받았다. 보통 국악에서 가장 큰 편성인 국악관현악곡 한 곡의 연주시간이 15분 내외이기에 파격적인 제안이었고, 나는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으로 명명하고 제목을 '별'이라 하였다. 그리고 작년 말 14년간 상임지휘자로 KBS국악관현악단을 이끈 이준호 선생님의 마지막 지휘로 연주되었고, 올해 초 이 위대한 음악가는 영면에 드셨다.여기서 '별'이라는 제목은 영화 '불멸의 연인' 속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극 중 한 소년이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배경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긴박하게 흐르고 있다. 그러다가 그 소년이 당도한 곳은 어느 호숫가이고, 이내 상의를 탈의하고 그 호수 속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그와 동시에 '합창'의 주제 선율이 흐르면서 화면은 하늘을 향해 물 위에 누워있는 소년을 마치 하늘에서 보듯 정면으로 잡는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며 호수 전체를 보여주는데, 호수에 비친 무수히 많은 별들은 마치 소년이 호수가 아닌 밤하늘 위에 떠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줌 아웃이 되며 마침내 그 소년은 무수히 많은 별 중에 하나가 된다.별에 대한 동경은 평소에 가지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이어졌으며, 그 신비하고도 장엄한 우주의 느낌과 호기심을 국악관현악이라는 그릇에 담기 시작했다. 우주에 관한 여러 서적을 쌓아놓고 탐독하며 영감을 얻으며, '과학으로서의 우주', '인간의 삶으로서의 우주'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공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시간적 예술인 음악 속에서 소리와 음향적 표현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의미를 남기며 이 세계에 나오고, 또한 사라지는 것인지. 끝없는 시간의 연속성, 차원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그 광대한 시간 속에서의 인간의 삶은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고 이내 사라지는데 그에 따른 인간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7-09 11:17:45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반보기

태생지에서 반백년 넘게 살면서도 고향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 잘 모른다. 무침회 골목에서 친구를 만나 반고개 주위를 거닐다 '반보기'라는 벽화를 발견했다. 말이 좋아서 벽화지 담벼락 몇 개에 그림을 서너 쪽 그려둔 것인데, 그마저도 관리가 되지 않아 '반보기'를 알리는 표지판도 없었다.반보기는 여성의 외출과 친정나들이가 금기시되던 조선시대에 며느리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외출이었다. 시집살이가 고추당초처럼 매운 시절에도 근친에 대한 배려가 있어서, 딸과 어머니가 중간쯤 되는 곳에서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지금은 사라진 풍습이지만 그 시절의 노랫말이 '반보기 구전민요'로 전해지고 있다.'하도하도 보고저워 반보기를 허락받아/ 이 몸이 절반가고 어메가 절반 오시어/ 새 중간의 복바위에서 눈물콧물 다 흘리며/ 엄마엄마 울엄마야, 날 보내고 어이 살았노.' 딸의 하소연에 어머니가 응답한다. '딸아 딸아 연지 딸아!/ 너를 구워 먹을 것을 삶아 먹을 것을/ 금옥 같던 네 손이사 갈고리가 되었구나/ 두실 같은 두 볼이사 돌 족발이 되었구나/ 금쪽같은 정내 딸이/부엌 간지 다 되었네.'칠 남매의 여섯째인 나는 어머니를 빨리 잃었다. 어릴 때부터 늙은 엄마만 봐왔다. 그 늙음이 연민을 불러일으켰는지 어머니가 늘 가련해 보였다. 두 아이가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몇 년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막내딸이 보고 싶으면 '시장에 갈래?' 하고 전화를 하셨다. 그러면 아기를 업고 달려갔다. 어머니가 아기를 받아 업으면 나는 장바구니를 들었다. 어머니와 큰 시장(서문시장)까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기 키우는 이야기, 호박소주 내려줘서 잘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바쁠 것 없이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고개에서 큰 시장까지 가는 길이 우리 모녀의 반보기였다. 큰 시장에서 어머니와 국수도 사먹고, 순대도 사먹고, 아기 옷과 양말도 사고.어머니는 말 수가 적은 분이셨다. 어머니라고 속에 재워둔 말이 없었을까. 도통 말이 없던 그 어머니의 '시장 갈래?'하는 요청은 사람이 그립다는 다른 말이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고 난 후 전화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는데, 부를 때마다 뛰어갈 수 없어서 찾아뵙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마음에 걸려 있다. 두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동안 얼마나 적적했을지. 택시를 타고서라도 갈 걸. 결혼할 때 어머니가 주신 내복이 아직 장롱에 있다. 어머니 마음인 듯 고이. 장정옥 소설가

2019-07-04 11:11:55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대구엔 소극장이 참 많다!

공연을 위해 전국을 다니다 보면 대구는 공연하기 참 좋은 도시 라고들 한다. 그만큼 공연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고 공연장들도 소극장에서부터 대극장까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생적으로 형성된 대명공연거리는 서울의 대학로 다음으로 소극장들이 밀집된 곳이기에 공연문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로선 그 잠재력이 무한한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대구 남구에 위치한 대명공연문화거리가 형성되기 전 계명대학교의 이전으로 학교 주변상권들이 침체된 상태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에 문화적 향수가 있는 곳이라 2010년에 접어들면서 소극장뿐만이 아니라 극단, 오페라단, 인디밴드 등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단체들이 들어서게 되면서 특정기능의 집적화된 예술거리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 지역을 공연 특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20개에 가까운 소극장들이 운집해 있는 명실상부한 소극장 거리가 됐다.그러나 최근 대명공연문화거리가 소극장은 참 많은데 제대로 기능을 하는 소극장이 있는지, 소극장마다 공연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지, 각 단체마다 콘텐츠는 계속 생산되고 있는지, 관객은 소극장을 찾는지, 도심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대명공연거리를 형성하는데 그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기대가 있는 듯하다. 애초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곳은 그 발전의 속도가 더딘 편인데 최근 들어 대구시의 지원이나 남구청의 도시 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빠른 발전과 변화를 원하고 있고 당장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초조함마저 들 정도이다. 지금까지 연극과 소극장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세미나를 열고 여러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그러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개선 상황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퇴색되고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기도 한다.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예술가 본인들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극장의 가동률을 올리고 좋은 작품을 만들며 이곳을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메카로 만들자." 이제 관계당국은 환경이 조성되었으니 앞으로 10년은 소극장을 살리는데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소극장이 살아야 이곳 대명공연거리가 살고 대구 연극이 발전되고 공연도시로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도 외형의 틀을 갖추는 것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져야 할것이다. 작품의 질을 높이고 배우, 극작가들을 양성하고 공연에 필요한 스텝들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왜 관객이 없을까 한탄만 하기보다 질 높은 공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7-04 10:19:25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그들의 예술 같은 삶

"내가 늘 먹는 세트로 주이소." 어느 늦은 저녁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나의 귀에 우리네 할아버지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시 먹던 햄버거를 내려두고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한참을 쳐다보게 되었다. 어르신은 높다란 의자에 걸터앉으시곤 감자튀김을 드시고 콜라 두 모금에 반 틈 벗겨진 포장사이로 두툼한 햄버거를 한입 베어드셨다. 늦은 저녁시간에 혼자 패트스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드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현대인의 젊은 세대와 다를 바가 없어 사뭇 신기하면서 한참을 쳐다본 나의 고정관념이 부끄럽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필자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세계안무축제의 지난 개막초청공연으로 스페인의 정통 플라멩코 작품을 대구에서 최초로 공연하게 됐다. 한 남성 어르신이 티켓예매에 대한 문의를 하셨다. 온라인 예매법을 알려드렸더니 곧 잘 성공하신 모양이다. 많은 관객들이 찾은 공연 날 당일 공연장에 허리가 굽으신 70대 어르신 한명이 공연장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계시는 모습이 나와 통화한 그 어르신 인 듯 했다. 보통 무용공연에서는 안무자와 무용수의 친인척들이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기 마련인데, 그날은 스페인에서 온 아티스트 네명이 출연하는 공연이라 출연진의 친인척도 아니었다.그날의 공연은 기립박수와 함께 막이 내리고 조금 늦은 시간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 어르신이었다. "아가씨, 내가 처음으로 춤 공연이란걸 봤는데, 내가 이쟈껏 살면서 이런 감동을 받아 눈물 흘려보긴 처음일세. 쟈들이 얼매나 연습을 했을꼬. 세상이 참 멋져졌어. 고맙소."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 측 입장에서는 더 큰 감동의 공연리뷰를 들은 셈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멋진 대사로 느낀 감동이 아니라 현란하면서 때론 숨죽여 보게 되는 춤 사위에 받은 잔잔함의 감동을 마음으로 느끼셨나 보다. 그들의 젊은 세대도 우리와 같이 있었을 테고 나또한 그들처럼 노년의 삶을 살게 될 것을 생각하니 지금 우리가 더 많은 기회로 누리고 있는 예술활동이 죄송하게만 느껴졌다.누가 노인을 사회에 뒤쳐진 세대라고 했는가? 우리 사회는 노인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과 차별이 자리잡고 있다. 핵가족화로 인해 세대간의 단절이 가중되면서 비노년층 특히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리고 노인차별은 세대 간의 갈등과 반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사회 전면에 스며들고 있다. 대구 노인 인구 비중이 2017년 14.0%로 고령사회에 들어갔고, 2025년 20.5%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인구 추이와 고령 친화적 기반시설을 고려하여 도시환경 재생 변화도 중요하지만 노년들의 삶에 메마른 감동과 정서와 신체로부터 상실된 그들의 상처를 예술로 인해 회복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2019-07-03 11:17:01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감정의 언어, 음악의 언어

나는 어떠한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국악작곡가'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작곡한다는 것인데, 자신의 예술적 철학이나 사상을 국악적 소재와 편성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직업입니다. 첫 원고를 쓰면서 앞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하다가 저는 이 '언어'를 매개체로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저의 '국악'을 소개하려 합니다.얼마 전 '대화의 희열'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는 '감정의 언어화'에 대해 언급하며, 책을 통해 언어화되기 이전의 그 감정에 언어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그 감정을 훨씬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음악도 감정으로 듣고 여러 공감을 얻는 것인데, 그것을 더욱 직관적으로 증폭시키며 전달하기 위해 '언어화' 된 '가사'가 있는 음악도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계시는 대중가요, 오페라, 뮤지컬 등을 비롯하여 전통음악 속에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전통음악 중 민간에서 전해오는 서민적이며 토속적인 음악인 '민속악(民俗樂)'으로 분류되어 있는 판소리, 민요, 굿 음악 등에 가사가 있으며, 그 상대적 개념으로 궁중과 선비계층에서 연주된 '정악(正樂)'에도 가곡, 가사, 시조 창(唱) 등의 성악곡인 정가(正歌)가 있습니다. 정가는 아정(雅正)하고 바른 노래라는 뜻으로 주로 사대부와 선비들이 인격수양을 위해 듣고 불려졌습니다.그중 가곡은 실내악(세악(細樂)) 반주에 맞춰서 시조(時調)를 가사로 하여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여러 음으로 길게 풀어서 노래합니다. 대부분 16박 장단으로 되어 있는데, 음악구성은 대여음-1장-2장-3장-중여음-4장-5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대여음은 전주에 해당하고 중여음은 간주에 해당하므로 악기 연주만 하고, 1,2,3,4,5장은 노래와 악기 연주가 함께 합니다.저는 근래에 전통음악의 여창 가곡 계면 평거 '사랑 거즛말이'를 소재로 한 위촉곡을 의뢰받아 새롭게 곡을 쓰고 있는 중인데, 이 곡의 노랫말은 조선 중기 문신 김상용(1561~1637)의 시조이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ᄉᆞ랑 거즛말이 님 날 ᄉᆞ랑 거즛말이ᄭᅮᆷ에 뵌닷 말이 긔 더옥 거즛말이날갓치 ᄌᆞᆷ 아니 오면 어늬 ᄭᅮᆷ에 뵈리오 잠도 안 올 정도로 너무 그리운데, 임은 잠 들어서 내가 꿈에 보인다고 하니 사랑한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이라 탓하며 임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전통음악이 현대인들에게 다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속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음악을 감정적으로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은 지금, 여창가곡 계면 평거 '사랑 거즛말이'를 들어보고 함께 공감해보면 어떨까요?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7-02 11:16:07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대구 음악극의 미래

요즘 대구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한창이다. 그리고 가을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 도시가 그저 좋은 작품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넘어 직접 오페라와 뮤지컬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인적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형 오페라와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창작자를 비롯하여 연출부, 프로듀서, 무대감독, 세트 제작, 조명, 음향, 영상, 의상, 분장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예술인력들이 필요하다.한 도시가 음악극을 만들기 위한 인적 자원을 길러내고 그 수준을 유지하고 또 발전시켜 나가면서 견고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극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 이것이 우리 도시가 가진 커다란 매력이다. 대구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긴 시간 제작하면서 음악극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들을 충실하게 만들어왔다. 이제 앞으로의 문제는 그 그릇에 어떤 음악극을 담을 것인가? 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필자는 몇 해 전부터 판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에 판소리를 접목하는 시도도 꾸준히 하고 있다. 판소리 외에도 현대무용과 현대미술, 발레와 아프리칸 음악, 재즈와 한국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감상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예술적 역량을 음악극이라는 그릇에 잘 녹여낸다면 세계 어느 도시도 만들 수 없었던 대구만의 특색을 가진 작품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음악극은 기본적으로 장르 통합적인 예술분야이다. 문학과 음악은 기본이요 연극, 무용,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함께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현대의 음악극은 어떤 정형화된 형식미를 따르는 것을 넘어 더욱 다종다양한 장르들과의 결합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모습의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음악극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분야를 넘어 다양한 장르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꼭 필요한 것이다.이러한 생각으로 마음이 맞는 예술가들이 모여 '대구음악극연구회'를 시작하게 됐다. 오페라 제작자, 극작가, 연출가, 작곡가, 안무가. 지휘자, 소리꾼,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대구 음악극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기 위해 정기적인 연구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앞선 세대의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 다른 도시는 가지지 못한 멋지고 견고한 인프라를 만들어 주셨기에 우리 세대가 그 다음 행보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함께 잘 고민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 대구만의 개성 있는 음악극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7-01 11:15:52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맑은 가난

대구문인협회 편집회의에 가던 중 예술회관 호수 쪽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점심시간이었다. 무료급식을 위해 모여든 노인들이 밥을 받아들고 나무그늘을 찾았다. 여느 맛집에 모여든 손님들처럼 식판을 들고 웅성대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식판을 받아든 분들 중에는 그 밥이 아니면 점심을 굶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혼자 밥 먹는 것이 싫어서 무료급식소를 찾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대구의 평균임금이 전국 광역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손꼽을만한 대기업 하나 없는 도시여서 청년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 바쁘고 나날이 노년층만 늘어나니 실은 평균이란 말이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도시에 터무니없이 집값만 비싸다. 아직도 집이 부족한지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쉬지 않고 짓는 새 아파트가 정말 이 도시가 필요로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다른 도시로 출퇴근하는 역외 의존도가 높다는 통계가 홀로서기에 실패한 도시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것처럼 들린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청년들은 붙잡을 길이 없고, 소득꼴찌의 불명예는 도시의 다른 이름 같고, 사방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이 도시의 인상은 쓰임새가 불확실한 5만원권 지폐 같다.5만원권이 발행된 지 10년이다. 큰돈은 계좌이체하고, 친인척 경조사에 부조를 하거나 용돈을 줄 때 말고는 대개 1만원권을 많이 쓰는 주부 입장에서는 5만원권이 있으나마나 한 존재다. 지금까지 발행된 5만원권이 총 39억3400만여 장이고, 금액으로는 196조7024억 원이라고 한다. 그 중의 절반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절반이 시중에 유통이 된다지만, 지하로 숨은 돈이 70%고 시중에 유통되는 5만원권은 불과 30% 정도라는 말도 들린다. 고액체납자들의 싱크대와 인형 뱃속에서 찾아낸 5만원권이 한 집에서만 5억원이라니, 70%가 지하로 숨었다는 말이 웬만큼 맞는 말 같다. 애초에 5만원권의 발행의도가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괜한 것일까. 싱크대나 인형의 뱃속, 마늘밭에 숨긴 돈다발이 건강한 돈이었으면 그렇게까지 숨바꼭질을 해가며 감추고 빼돌리는 블랙코미디를 시도했을지.법정스님이 남기신 '무소유'를 잠깐 들여다본다.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치 않은 것을 갖지 않는 뜻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 빈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맑은 삶을 가꿀 수는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라고 하신 여운이 짙다. 장정옥 소설가

2019-06-27 11:35:2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한 방송사에서 2주에 걸쳐 방영된 스페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 예고편을 보면서 다른 삶을 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인가보다 했다. 하지만 '요한 씨돌 용현' 은 세 개의 이름으로 너무 다른, 그러면서도 한결같은 삶을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강원도 정선 봉화치 마을의 천진난만한 괴짜 자연인 씨돌이는 땅바닥에 벌렁 누워 벌거벗은 배에 모이를 올려놓고 참새를 부르고, 지렁이와 이야기하고, 겨울 눈길에 고라니 발자국을 지우는 등 동물과 자연을 귀하게 여긴다. 1987년 민주항쟁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요한은 민주화 운동으로 목숨을 잃은 가족 모임 '한울삶' 과 함께 투쟁했다. 발로 뛰며 증거를 수집해 '군 의문사' 진상을 밝혀내기도 했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구조를 돕기도 했다. 요한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 고비마다 나타나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았고 내세우며 생색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게 된 것이다.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듣고 보며, 요한과 씨돌을 살다 이젠 용현이란 이름으로 사는 그의 모습을 마주하며 가슴에 무거운 돌을 얹은 것 마냥 먹먹하고 답답해져 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의 진심과 정성, 한결같음, 흉내 내지 않는 진실한 삶이 내 가슴 속에 쉽게 식지 않으면서 피할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남아서였을 것이고, 다른 이유로는 저토록 열정을 다 해 살았는데 왜 지금은 아픈 용현 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느냐는 일 것이다. 병상에 있는 용현에게 투쟁에 몸사리지 않고 남을 위해 희생하여 생색내지 않고 시키지도 알아주지도 않을 자연보호를 솔선수범한 이유에 대해 묻자 용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뜻하는 바, 꿈꾸는 바는 많으나 실천하지 못했던 지난 날. 환경을 탓하고 여건을 탓하며 미루어 오던 일들. 삶을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 부끄러움은 비교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이미 내 속에 있던 것들 이었다. 나는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에 마음을 쏟았고 어떤 당연한 일을 실천하며 살고 있나하고 자문하며 답을 찾고자 하지만 잘 찾아지지 않는다. 아기 기저귀가 만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보고 천기저귀를 겸해 쓰고 일회용 줄이기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고, 비닐봉투 일절 쓰지 않기, 세제 줄이기 등 내가 실천하고 있는 사소하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해나감에 있어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마음먹는다. 오래오래 간직하고 두고두고 용기 내어 나에게 부끄럽지 않는 내가 되기를, 더 많은 당연한 일에 주저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27 11:28:09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I have a dream!

'I have a dream!'1963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침례교 목사이자 미국 내 비폭력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연설로 인종차별의 철폐와 인종 간의 공존을 호소했던 유명한 말이다.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공감의 능력이 강조되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도 꿈이 있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음악은 개인마다 각기 다르게 다가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어떤이에게는 한 음악이 기쁨을 더하게 하는 역할을 또 어떤이에게는 한 음악이 슬펐던 때를 떠오르게도하는데 결국 그 음악은 어느새 슬픔을 견디고 이겨내게 했던 힘이 되어 시간이 지나면 한 켠의 추억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자 존재의 이유이며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큰 동기이기도하다. 필자는 가끔씩 찾아오는 매너리즘과 슬럼프를 겪을때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을 떠올리며 음악을 하게 됐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변질되기 쉽다. 남다른 가치를 가지고 그 꿈이 변질되지 않도록 잘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이겐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정신도 필요하다. 初(처음 초)志(뜻 지)一(한 일)貫(꿸 관)자로 처음 먹은 마음을 한결같이 꿰뚫어 나간다는 뜻이다.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마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비록 자신의 디즈니월드 완공식을 직접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디즈니월드를 제일 먼저 보았고 꿈 꾼 사람이었던 월트디즈니처럼, 217명의 투자자들에게 투자거절당했지만 물러서지 않은 결과 성공을 이룬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처럼, NBA시절 무려 9천번의 슛을 실패했고 3천회의 경기에 패배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여 위대한 농구스타가 된 마이클 조던도 초지일관의 정신이 그런 위대한 일을 해 낼 수 있게 했던 것이 아닐까.꿈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을 이끌어 간다. 꿈은 한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꿈은 어떤 장애물도 뚫고 나갈 수 있게 한다. 꿈은 결국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오늘도 'I have a dream!'을 외치며 나에게 주어진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바로 위대한 꿈을 이루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현동헌 테너

2019-06-26 11:38:28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 커튼콜

배우로서 연극에 참여하거나 또는 관객으로서 공연을 관람할 때 작품의 열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커튼콜(Curtain call)이다. 커튼콜은 연극이나 무용, 음악회 등의 공연작품에서 막이 내린 후 공연의 모든 참여자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커튼콜은 작품의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작품의 일루전(illusion)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극적 장치라 볼 수 있다.공연의 마지막 장치인 커튼콜을 진행하는 동안 관객은 작품에 대해 느꼈던 감흥에 답하고자 감격에 겨운 박수를 보내거나 작품이 좋지 못한 경험으로 남을 때는 냉소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한편 배우의 입장에서 커튼콜을 맞이할 때는 귀한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며 이 시간 이후 배역으로서의 인물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별의 인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커튼콜의 경험은 반성과 자책, 배우라는 자긍심을 동시에 가져다주며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연기를 종종 그리워하게 한다.커튼콜은 작품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존재한다. 기약 없는 만남을 서로 약속하듯이, 혹은 무운을 빌어주기라도 하듯이……. 무대 위의 연극배우가 아닌 팬을 쥐고 책상 앞에 앉은 연극배우는 또 다른 커튼콜을 맞이하고 있다. 말은 발화되어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글은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이란 밤잠을 설쳐도 닿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때로 글에 대한 중압감은 나를 날카롭게 하였지만 오늘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지면에서의 커튼콜을 맞이한다.한 젊은 연극배우의 사색을 읽어보는 독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호흡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연극이었다면 커튼콜을 통해 관객들의 눈을 직접 마주보며 작품의 열기를 체험할 수 있겠지만 지면을 통한 커튼콜은 달리 확인할 길이 없어 이 점은 아쉽다. 독자여러분들 중 일부는 나의 글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연극배우의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 하셨을 수도 있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독자의 반응은 하나하나 소중하고 귀한 관객이다.글을 쓰는 데에 있어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을 느꼈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글이 아닌 작품에서의 배역으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그때는 커튼콜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힘찬 박수와 호응을 부탁드린다. 오늘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커튼콜을 향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축복과 평안을 빈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25 11:21:07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인생을 낭비한 죄

어느새 1년 중 반이 찼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다더니 한 주가, 한 달이, 일 년이 금방이다. 가끔은 시간 가는 걸 몰라 내 나이 앞자리수가 바뀐 것도 의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2인 딸이 진로결정을 두고 조바심이 생기는지 중학교 때 허송세월한 게 후회된다고 자책했다. 나도 후회가 됐다. 그때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할 걸.예전에 설날 특집 영화로 TV에서 본 빠삐용이 떠오른다. 누명을 쓴 빠삐용이 꿈 속에서 무죄를 주장하자 재판관이 "네 인생을 낭비한 죄"라며 죽음을 선고했다. 소파붙박이로 주말을 보낸 밤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명대사다.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도전'만한 게 없다. 도전은 인생을 쫀쫀하게 만들고 도전으로 인한 극복은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 이 원고를 쓴 것도 나에겐 도전이었다. A4의 하얀 여백은 언제나 압박감을 준다.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며 줄줄줄 써내려 갈 수 있는 필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만고만한 문장력으로는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참 잘 썼다는 소리를 듣고자 했던 야망을 내려놓으니 글쓰기가 한결 편해지긴 했다. 매주 인증샷까지 찍어가며 피드백을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의 격려에 새로운 인생 목표도 생겼다.도전할 것이 있다는 것은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시작하는데 있다.여차저차 미루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자신의 갈 길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모자란 재능은 뛰어넘을 수 있다. 천재적 능력자라는 사실에 비해 덜 화려할 수는 있겠지만 몹시 훌륭하다. 뉴스에 보도된 75세 보디빌더 할머니도, 취미활동이 직업이 된 내 친구도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실천에 옮겼으니 박수받아 마땅하다.오랜 직장을 퇴사하고 인생 2모작, 3모작을 개척하려는 지인들을 자주 본다. 나이를 먹으니 나의 미래가 걱정되고 그들의 미래가 염려되는 오지랖이 생긴다. 100세 시대가 되니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다시 시작할 때에는 생계만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는 일이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동안 쌓아 온 지혜와 인생 경험이 2부, 3부의 인생을 디자인하는데 내공이 되어 줄 것이다.'부작위 편향'이라고 무언가를 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보다 하지 않고 받는 피해가 낫다는 심리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무기력한 사회가 될 게 뻔하다. 나 또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내 인생을 낭비한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선물같은 오늘부터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인생 팔홉이라고 하니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말자. 100세 더 이상을 살지 어떻게 알겠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24 11:12:04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더불어 사는 길

출근길에 탈북의사가 라디오 앵커와 나누는 대담을 들은 적이 있다. 대담 중에 북한의 의료체계가 양⋅한방 협진 시스템이며 북한의 의사들은 양방과 한방 모두를 공부하고 진료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 길이 먼 듯하다. 의료인들은 생명의 질병을 치료해서 그들을 고통으로부터 건져내는 사람을 말한다면 서로 도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는 게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일 것이니 반목질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양⋅한방을 전공한 나의 아들내외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인류 4대문명 중 3대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고, 서양이 중세 암흑시대 1,500년을 어둠 속에서 신음할 때 동양은 종이와 화약과 나침반을 만들어 서양에 전했다. 이와 같은 발명품이 있었기에 서양과학이 발달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서양의 산업혁명이 자릴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서양이 이루어놓은 근⋅현대 찬란한 과학문명이 동양으로 돌아와서 동양의 사회를 비롯해 경제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인류문명은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동서양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의 세계로 봐서 문명을 읽어내고 발전시켜야할 것이다. 의술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동서양 의술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불치의 병을 함께 고민해야할 때라고 본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미국 내 대다수의 의과대학이 침술과 지압요법, 약초학과 같은 동양의 대체의학과정을 개설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인 전기를 만들어냈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발전기, 변압기, 모터를 발명했지만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인류에게 기부했다. 과학의 산물은 인류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학자로서 양⋅한방 의료인들께 한마디 드리고 싶다. 진단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초음파, X-ray, MRI, LASER 등등은 과학자가 발명해서 질병치료를 위한 의료기기로 응용한 것들이니 이것들을 두루 활용해서 고통 받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 주시기 바란다. 사욕에 눈이 멀기보다 난치병에 도전하고 신음하는 환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는 의료인이 되어주시기 바란다.더불어 사는 길이 시급한 것은 비단 이들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사업주와 노동자, 검찰과 경찰, 여당과 야당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진정한 상생은 '사람이라는 삶이 힘든 존재와 더불어 산다'는 마음에서 나온다. 좁은 땅에서 서로 헐뜯고 죽이려 든다면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 제발 좀 더불어 살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20 11: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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