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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농어촌 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2030의 분노, 평창올림픽 그리고 평화협정

남북단일팀 과정 불공정성에 분노 文정부 젊은지지층들 배신감 느껴 올림픽 이후 北-美평화협정說 솔솔 북 핵 보유한 '핵동결' 누가 동의할까 평창동계올림픽이 열흘 남짓 남았다. 평생에 다시 보지 못할 세계적 스포츠 축제인데 88올림픽, 2002월드컵 때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보다 이념적 국론 분열이 팽배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조건부 올림픽 참가를 표명하며 시작된 일련의 판문점회담 이후 현송월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방남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 다수의 심정은 이전과는 달리 편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기, 단일팀 등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시각은 실망 수준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0%대 수준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집권 초반부터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 정규직화, 문재인케어, 아동수당, 주거공급 등의 정책으로 젊은 층의 정책 요구를 적극 반영해온 문 정권이 남북 문제에서 실책을 범한 것이다. 사실 2030세대의 불길한 이탈 징조는 12월 중순께 가상화폐에 대한 오락가락 정책 발표와 2030세대의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권 후 가상화폐가 10배 이상 뛰도록 방치하다가 뒤늦게 180도 턴한 규제 정책을 실시한다하니 '기회균등과 경쟁의 공정이 정의'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가 무색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 민감한 2030세대가 핵과 미사일로 남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에 아무런 변화 약속도 받아내지 못하고 올림픽 참가를 애원하고 고작 악단 단장에 불과한 현송월을 여왕 대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3년 3개월을 노력하며 출전권을 따낸 여자아이스하키팀에 한마디의 설득도 없이 남북 단일팀을 통보하는 모습에서 2030세대는 과정의 불공정성에 분노를 느꼈다. 남북이 각자의 깃발로 출전하면 될 일을, 고작 선수 20명에 500명에 가까운 체제 선전대를 보내고 애써 한반도기로 개폐회식을 치르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억지 춘향식 '민족, 통일, 평화 반전 지상주의'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1980, 90년대에 태어난 전후 세대이다. 그들은 북한 주민들을 굶기면서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 남한의 생존을 협박하며 뒤늦게 남의 잔치에 숟가락을 올리며 평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어 가는 김정은의 행동에 분노하며, 전형적인 부모 잘 만난 금수저 3세의 슈퍼 갑질 횡포를 김정은에 투영한 것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 등 우방은 올림픽을 이용해 한미군사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배치 반대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려는 한국정부의 일방적 대북 구애 노력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평창에 오는 미국 펜스 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는 김정은의 선전무대가 되어가는 평창올림픽을 막기 위해 평창에서 북의 선전에 맞서 북에 대한 압박을 벼르고 있다 한다. 미중일 등의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대화 교류와 올림픽 참가로 북의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다. 북의 비핵화는 결국 '북한 체제 교체와 격변'밖에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올림픽 후 남북 간의 극적인 이벤트와 대화 진전으로 남북 간, 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나 홀로 확신하고 있다. 그 방법론은 '평화협정'이다. 북미 간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고 상호 수교하며 불가침협정을 맺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지위 변동을 수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측의 일방적 주장이었는데 현 정부에서도 평화협정 시안을 이미 만들었고 법적인 검토까지 끝냈다고 한다. 나아가 시민종교단체 등에서 평화협정 천만인 서명운동까지 받고 있다. 문제는 비핵화가 아닌 북핵 보유를 인정하는 의미에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평화협정이라는 데 있다. 과연 합리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핵과 미사일로 한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이 핵 보유를 한 채로 북미 간에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동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국은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것은 '축제가 끝나면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1-29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 별개로 진행해야

책임추궁 희생양 찾기 될까 우려 청와대에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 수사에 앞서 원인 규명 복기 필요 구조 실패의 교훈 얻어야 선진국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란 영화가 있었다. 미국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새 떼에 부딪혀 엔진에 불이 붙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기장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킨다. 탑승자 155명 전원은 무사히 구조된다. 2009년 1월 15일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기적'이라고, 기장은 '영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언론들도 기장을 영웅으로 칭송해 마지않았다. 이후 사태는 이상하게 돌아간다. 정부가 기장을 조사 청문회에 회부한 것이다. 회항하지 않고 강물에 불시착을 선택한 기장의 판단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영화는 기장 설리가 논리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고 변호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문제를 제기한 측이 결국 기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난다. 현실에서의 사건 역시 그렇게 종결되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승객은 사망하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람도 아니다. 영웅 대접은 못할망정 기장을 추궁하는 모습은 화가 나기까지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공항까지 회항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장이 영웅심에 무모한 모험을 했다는 혐의를 두는 건 지나치지 않나. 전원 무사 구조라는 결과보다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된 것은 그런 과정의 효용성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결과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전범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영화를 통해 관객 모두 이해하게 된다. 미래의 학습 사례로 기록되려면 철저한 조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제천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완벽하지 않은 현장 대응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선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한 번이라도 대응에 실패하면 사법처리될 수 있다는 작두 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소방공무원들에게 계속 맡기려면 경찰의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에는 20일 오전 11시 현재 1만8천686명이 동의하고 있다. 제천 참사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결국 책임 지울 사람 찾기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들의 우려를 이해한다 해도 일단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족들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소방관들이 2층 여성 사우나로 신속하게 진입해 구조에 나섰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족들의 아픈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현장 소방관들이 조금만 다른 판단을 했다면 가족들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를 처벌한들 신원이 될까. 수사 결과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 경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처벌을 전제로 한다. 판단 착오 등 현장 대응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 해도 직무 유기로 형사처벌은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거와 증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책임 추궁을 위한 수사로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조사단의 대응이다. 구조 실패의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복기가 필요한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현장 소방관을 처벌해도, 처벌하지 않아도 수사를 통해 그 같은 교훈을 얻을 수는 없다. 승객 전원 구조라는 영웅적 결과에 대한 복기도 필요하다. 하물며 실패한 사건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성공보다 실패 사례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안전에 관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불길한 예감이지만 이번 사건도 결국 희생양 찾기 책임 추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 한 번 말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1-22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농어촌 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평창 올림픽과 안보 불감증

北 평창 올림픽 참가는 노림수 많아 일단 핵미사일 완성 단계 시간 벌고 한미동맹 균열'제재 완화도 포함돼 '전쟁 불가' 막연한 낙관론 경계해야 새해 들어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김정은 신년사에 이어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군사회담 대화와 타협으로 남북 간에 주도적으로 현안 문제 해결 등이 합의되었다. 이에 8개 분야 수백 명의 거대한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가 확정되었고 한국사회는 북 핵미사일 국면의 수년간 군사적 긴장이 이제 해빙단계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도와 기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까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핵국면 운전자론' 'G20에서의 베를린선언'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제안' '터키 남북 적십자 접촉' 및 '여타 남북 간 비공식 접촉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군사훈련의 올림픽, 패럴림픽 기간 연기' '문 대통령의 UN 연설'과 현 정부의 '평화협정 프로젝트' 등이 일정한 로드맵 하에 쌓여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김정은의 신년사 화답으로 마침내 북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 9일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주장은 아예 남측과 의논할 일이 없고 미국 측과 의논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중국 측의 '쌍중단'과 같은 한미군사훈련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단이 올림픽 참가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일단 연기된 한미군사훈련은 올림픽 이후 아예 한미군사훈련 중단까지 문정인 특보 등에 의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측의 올림픽 참가는 여러 노림수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미국 측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북측이 실전 배치 가능한 핵탄두가 완성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행정부 측은 지난 연말 북 핵미사일 위기 최종 레드라인(red-line)으로 북의 핵탄두가 미사일에 탑재되는 순간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월 이후 북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미국은 이 미사일을 동해 상에서 요격하고 즉각 원점을 저강도 핵미사일로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북측은 평창 참가로 최대 3개월 이상의 핵미사일 최종 완성 마감단계의 황금 같은 시간을 벌었다. 둘째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배치 중단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 일단 연기된 3, 4월의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등은 이후 예정된 쌍용훈련, UGF 훈련과 시간상 상충되며 결국 일부 훈련의 축소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문정인 특보 등은 북의 입장에 맞추어 이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올림픽 이후 한미동맹 간에 훈련 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이는 한미동맹 구도를 붕괴시키려는 북한의 계산된 이간책으로 보인다. 셋째 북은 UN과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제재 압박과 미국 측의 해상 봉쇄, 차단과 오일, 식량, 북의 해외자산 동결 등을 올림픽 참가를 빌미로 전반적 북 봉쇄 제재 압박에 큰 구멍을 내어 동맹전선의 붕괴를 노리고 있다. 넷째 북은 대규모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로 평화공세를 세계와 남한 국민들에 펼쳐 마치 자신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듯 북핵 미사일 위기의 본질을 호도시키는 프로파간다의 기회로 삼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의 세계 28개국을 상대로 16~64세 성인 2만1천548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북미 간 올해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는 질문에 미국 응답자 47%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28개국 평균이 가능성 '그렇다' 42%, '없다' 40%를 기록했다. 그런데 한국은 28개 조사국 중 꼴찌인 단지 '21%'만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66%'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올림픽 이후 시간을 번 북은 여러 트집을 잡아 평화공세에서 다시 도발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 측과는 비핵화 협상을 거부 할 것으로 보이는바, 더 큰 위기의 지속이 확실시되어 보인다. 현재 한국 국민들 다수의 세계인들의 판단과 동떨어진 막연한 전쟁 불가능에 대한 기대와 평화 낙관은 어떤 상황 분석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는 전쟁 반대 평화를 외치며 북측의 선의에 기대는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 '햇볕정책 Version 2'에 의해 조성된 바 있는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 국민은 전쟁을 불사하며 평화를 지키겠다는 자국민 스스로의 각오 외에는 누구도 평화를 담보해 줄 수 없다는 냉정한 국제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1-15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경험을 허비하지 않는 나라

대형 사고때마다 정치 공방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 혼동 뼈아픈 실패 거듭하는 나라 제천 경험 허비하지 말아야 이런 걸 '안 봐도 비디오'라 하던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수습과정이 그렇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제천에서 '제천화재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논란이 일자 김 원내대표는 "책임자 처벌은 하위직 공무원이 아니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와 소방청장 파면"이라고 밝혔다. 형사처벌과 정치공방. 대형사고 때마다 익숙한 풍경이다. 제천 사고에서도 이미 건물주와 관리인이 구속되었고, 소방관들,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태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대형사고 수습과정은 그렇게 흘러 왔다. 세월호 같은 대형사고는 구속자도 많고 장관과 대통령에게까지 책임 추궁이 미쳤다. 제천 사고의 경우 현장 중심으로 희생양을 찾는 모양이다. 유족들의 해원이 아니더라도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자는 누구라도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혼동하는 것이다. 처벌보다 더 절실한 것은 사고원인 규명이다. 구조과정에서 대안은 없었을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벌백계와 정치공방을 앞세우면 이성적인 접근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이번 사고도 낡은 비디오 틀 듯 똑같은 과정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른바 '실패학'의 대가이다. 그가 말하는 '실패에서 창조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 노하우 10가지'는 실패학의 집대성이다. 그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확실히 구분하라'고 한다. 원인 규명에 앞서 처벌할 사람부터 찾는 우리에게 우선 적용해야 할 경구이다. 온 국민의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사고는 어땠나. 선장은 무기징역, 선원들과 청해진 해운 책임자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자는 현장에 출동한 해경 123정장이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았다. 검찰은 열심히 수사해서 책임 추궁을 했지만 세월호 사고 원인은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정치공방으로 점철되었지만 국정조사, 특별조사도 거쳤다. 시한폭탄 같은 배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게 가능했던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낡은 배의 운항 금지 등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언제 또 유사한 사고가 날지 조마조마하다. 제천 사고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찍 창문을 깨고 2층에 진입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이번처럼 막힌 건물에서 창문을 파괴할 경우 산소가 급격히 유입되어 폭발(백 드래프트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소방관이 다 죽어도 2층에 갇힌 사람은 구할 수 없었다는 현직 소방관의 말이다. 무전기가 먹통이어서 119상황실이 받은 구조요청이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기사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현장지휘관에게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도 한다.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불법 증축을 허용한 건축행정도 도마에 오른다. 막힌 비상구를 그대로 둔 채 합격점을 준 소방점검도 문제다. 곪은 곳이 한두 군데일까. 구조적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처벌과 규제 강화라는 전가의 보도 처방으로 귀결된다면 희망은 없다. 지난해 말 한 지인이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위대한 국가라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리는 없다. 그저 그 경험을 절대 허비하는 법이 없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눈앞의 현상만 보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라.' '실패 사례를 분석한 뒤 조직원들끼리 공유하라.' '실패를 불러온 부서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라.' '실패의 책임은 개인보다 조직이 안고 가야 한다.' 하타무라 교수의 노하우만 염두에 두어도 제천 참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부지기수다. 이런 디테일에 강하지 않으면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없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만 바꾼다고 평범한 나라가 갑자기 위대해질 리 만무하다.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들이 달라지지 않는 한 빛나는 헌법은 무의미하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꺼지고, 배가 가라앉고, 빌딩이 불타고…. 뼈아픈 실패를 거듭한 대한민국이다. 그런 경험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위대한 나라까지는 아직 바라지 않는다. 새해에는 좀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제천의 경험부터 허비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1-08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정부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 생기면 없애고 보는 대응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의 압박 파괴보다 업데이트가 중요해 실패에서 배우는 경험도 소중 운동을 전공한 후배의 한탄을 들었다. 도장을 운영하면서도 대학 강사로 꾸준히 후학을 길러오던 그였다. 지난해 갑자기 8년이나 계속해 온 모 대학 수업이 폐강되었다고 한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국가대표 선수에게 과제물로 점수를 준 게 화근이었다. 그 전 학기에는 A+를 받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학교의 협조공문도 있었고 패스만 할 수 있는 C+ 학점을 주었다. 하지만 이른바 정유라 사태 와중에 징계를 받았고 수업도 폐지되어 버렸다. 공문도 소용없었다. 정유라 같은 악용 사례도 있기 때문에 체육 특기자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는 운용상의 개선을 넘어 폐지 등 극단적으로 가는 것이다. 이런 조치로 인해 김연아 같은 선수들은 더 이상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푸념이었다. 어디 이런 일들뿐인가. 문제가 생겼다 하면 없애고 보는 게 우리의 일차적인 대응이다. 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어린 학생의 죽음에 여론도 들끓었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발 빠른 대책을 내놓았다. 현장실습 폐지. 참으로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현장실습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는 게 바른 길이다.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든다. 당장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없애버리는 것은 편의주의적 행정의 전형이다. 완전히 새로운 현장학습 틀을 만들려면 또 다른 시행착오를 얼마나 겪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모든 학생들을 줄 세우는 교육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일반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직업교육에 쏟아야 한다.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직업교육에 관심도 없고 투자도 하지 않은 정부가 내놓는 '폐기' 우선 정책은 구더기 무서워 아예 된장 독을 엎어 버리는 행태이다. '축적의 시간'은 우리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한동안 화제가 된 책이다.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축적 경험의 부재라는 게 주된 지적이다. 빠른 성장과 단기 성과에 연연하여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진행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차분한 진단과 처방은 뒷전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해경은 하루아침에 해체해 버린다. 정치에 개입한 국정원은 없애 버리고 새로운 정보기관을 만든다. 허투루 쓰인 특수활동비는 폐지하거나 대폭 깎아 버린다. 속 시원해 보이는 해결책이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시간과 자원만 낭비한다. 해체와 부활을 오락가락하는 동안 해경은 달라진 게 없음을 최근 낚싯배 사고에서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구형 배는 야간 레이더가 없어서, 신형 배는 고장이 나서, 결국 민간어선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소극을 연출한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없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해체라는 충격요법 대신 세월호 사고 대응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웠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기관은 몸살을 앓는다. 사람을 처벌하고 쫓아내고 조직을 없애고 이름을 바꾸는 단기 작업에 몰두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역량이 축적되기는커녕 훼손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 그동안 특수활동비 사용에 문제가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철저한 사후 감시 등 제도적 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활비 예산을 수백억원 깎기만 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조직도 돈도 해경 부활처럼 언젠가 슬그머니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총론이 아닌 디테일을 감당할 역량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축적의 시간'의 저자는 이제 파괴보다 업데이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정에 맞지 않거나 낡은 것을 현재의 상황이나 특정 환경에 맞도록 변경하거나 교체하는 게 업데이트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몇 년도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공허한 논쟁이다. 어떻게 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축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가 더 생산적인 논쟁이다. 기업 못지않게 정부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7-12-11 04:55:42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

[이른 아침에] 대학 입시 이대로는 안 된다

美 SAT 여러번 실시 좋은 성적 제출 한국은 추위에 떨며 수능 한번치러 진정한 천재 입시 지옥에 썩어들어 대학별 자유로운 입시제도 세워야 한 사회의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대학이 있다. 전공이 무엇이든지 간에 대학 출신이 사회에 나오면 어느 분야에서나 지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나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정은 다르지만 우등생도 있고 열등생도 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 고르지 못한 것이다. 회사에는 사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장도 있고 과장도 있고 말단사원도 있다. 어느 시대나 상황은 비슷하다. 모스크바나 베이징의 공산당 당사에는 서기장이나 주석만 있는 게 아니고 문지기도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어느 사회에나 상하는 있기 마련이다. 사장과 사원 봉급이 꼭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차별은 있기 마련이다. 당 대표가 쓰는 판공비를 당원도 다 똑같이 쓰겠다고 나서면 그 정당은 유지되기 어렵다. 대학이 있는 것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날 때부터 자질이 뛰어난 어린이가 있는 반면에 뛰어나지 않은 보통 어린이의 수가 압도적이다. 대학이 아무나 가는 고등교육기관이 아니고 지도자가 될 만한 우수한 사람들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은 서구의 대학들이 이미 그 본보기로 우리에게 보여준 셈이다. 대기업의 총수나 국가원수의 아들일지라도 성적이 매우 떨어지면 대학에 갈 생각을 안 한다. 그 반면에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젊은이들, 집이 가난해도 대학에 다닐 수 있고 학업을 마치면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머리가 그리 좋지도 않고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도 못하지만 부모는 그 아들'딸을 기를 쓰고 대학에 보내려고 하니 해마다 줄잡아 60만 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대학이 다 받을 수도 없거니와 대학에 들어갈 만한 자질이 없는 젊은이들도 다 응시하기 때문에 해마다 엄동설한에 한 번 실시되는 수능시험이 지옥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돌게 마련이다. 1년에 두 번도 아니고 꼭 한 번만 보는 수능시험, 그날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면 수험생들은 그 사실 때문에 인생 자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같은 나라의 SAT는 내가 알기에 한 해 여러 번 실시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가지고 지망하는 대학에 제출하면 되는데 그 테스트가 그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SAT 점수는 대학 입학처가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고3 젊은이들이 또는 재수생, 삼수생들이 무슨 죄가 많아서 그 추위에 떨면서 그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일까? 프랑스 같은 나라도 국가고시가 있다. 그러나 그 시험은 극소수만이 응시할 자격을 갖는 것이므로 나머지 학생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수험생들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들'딸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또 어떤가? 그 아이들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사입어 보지 못한다. 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 고생의 보람은 있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이 일류대학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 부모들의 고생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어찌하여 각 대학의 총장들이 모든 학생들의 입학을 책임지지 않고 국가가 맡아서 좌지우지하는 것인가. 파탄을 면치 못할 이 나라의 대학 입시제도는 여기저기서 그 병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인이 모두 천재라고 알고 있던 영국의 시인 '쉘리'는 수학, 물리, 화학은 전혀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어서 옥스퍼드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나이 18세에 '나의 침실로'라는 위대한 시를 읊은 대구의 시인 이상화는 뭇 사람의 칭송의 대상이 됐지만 그런 위대한 시인에게 미분, 적분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면 그는 그 일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탁월한 시인으로의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입시 때문에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에게 보람 없는 고생을 시키는가. 젊은이들에게 강요된 입시 지옥으로 인하여 진정한 천재와 수재들이 숨도 쉬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음을 알고 당국은 대학별로 자유로운 입시제도를 세우는데 그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

2017-12-0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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