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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종전선언인가!  

트럼프 정치 일정에 맞춰 플랜 작성북한 김정은 '가짜 비핵화' 착착 진행연내 종전선언 방안 반대 여론 반영국민투표 거쳐 국가 대사 확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공중파 방송 3사는 70%대 초반, 메이저 여론조사 2사는 60%대 초반으로 급상승했다. 경제와 민생에 대한 아집과 패착으로 4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방북 이슈로 급상승시켜 단번에 만회한 모양새이다.문 대통령은 방북 직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설득하고 유엔과 미 언론,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 등에서 연내 3자 종전선언을 적극 홍보하였다. '일단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을 하고 북 비핵화가 안 되었을 경우 취소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제 전 세계가 북한의 노력에 화합할 때이다' 등의 문 대통령 발언을 보면서 심각한 의문이 떠올랐다.왜 저리 '연내' 종전선언에 목을 맬까?연내가 아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의지와 실천을 확인한 뒤 종전선언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북한과의 군사협정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개 철수, 군사분계선(MDL) 주변 20~40㎞ 비행제한, 서해 한강 하구 평화수역 등 조항을 왜 저렇게 서둘러 합의했을까? 미군이 우려하는 이 사항을 그토록 급박하게 발표할 이유가 무엇인가? 북의 평화 의지를 비핵화를 통해 확인한 뒤 군축을 하면 어디 동나나? 경협이라는 명목하에 우방이 그토록 우려하는 철도 연결 꼭 연내에 착공해야 하나?문 대통령은 스스로 남북 관계를 되돌릴 수 없도록 불가역적인 상황으로 임기 내 만들어 놓겠다고 공고했는데 북 비핵화는 왜 연내 혹은 임기 내 불가역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는 것일까? 오직 종전선언을 위해 저렇게 김정은의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우려스러운 표현을 쓰며 전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북 비핵화 의지를 우리 국민은 모르게 비공개로 전달하면 국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것일까?상기 의문들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상식적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을 위해 애쓰는 만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의제를 가지고 보수 성향을 가진, 안보해체와 비핵화 불발을 우려하는 국민과 보수야당 설득을 위해 노력하고 토론한 적이 있는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2년이고 3년이고 길어져도 상관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보다는 자신이 2020년 11월 차기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대북 이슈를 천천히 사고만 나지 않도록 끌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2, 3년 이후엔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실질적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게 될 것이고, 그 시간 동안 노후되고 부차적인 핵시설을 일부 폐쇄하고 살라미식으로 단계별 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형식적인 참관과 상징적 핵 ICBM 일부 폐기 쇼가 화려하게 진행될 것이다.결국 북 김정은은 트럼프라는 기상천외한 성격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단아 같은 미 대통령 분석을 끝냈고 충분히 그를 북의 페이스로 다루어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치 일정 맞춤형 '가짜 비핵화 로드맵' 플랜을 작성하고 그 계획대로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문제는 미국의 트럼프도 북의 김정은도 아닌 우리의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주제를 놓고 현 정권이 애호하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의 토론의 장을 열 책무가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북 비핵화 방안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과 보수야당의 입장들을 전 국민들이 충분히 쌍방의 주장을 알 수 있도록 최소 한 달 이상 TV, 신문, 종편, 공청회 등에서 토론해야 한다.종전선언과 북 비핵화 등에 대해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정보 습득이 이루어진 뒤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하는 것이 국가지대사의 순서라고 본다. 현재는 대통령이 가자 한다고 무조건 그쪽으로 따라가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2018-09-30 14:42:2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사법부는 신뢰회복을 포기했는가

압수수색 영장 신청 90% 이상 기각'재판거래 의혹' 수사 과정 국민 불신법원 행태는 진정성·논리·공감 없어외부 힘 부르는 자충수 되지 않아야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프랜시스 프레이 교수는 신뢰의 구성 요소로 세 가지를 든다. 진정성(authenticity), 논리(logic), 공감(empathy)이 그것이다. 처음 신뢰 구축을 위해서나 무너진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서도 세 가지 요소는 필수적이다.누구든 상대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를 신뢰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의 언행이 엄격한 논리에 따른 것이면 역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나와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느끼면 쉽게 신뢰할 수 있다. 세 가지 요소가 갖추어질 때 완전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고, 어느 하나라도 흔들리면 신뢰는 위협을 받게 된다."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의회는 돈지갑이 있고, 정부는 칼이 있는데, 사법부는 3권분립의 한 부분이라 해도 의회나 정부에 견줄 만한 권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국가의 한 축을 맡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이 있기 때문입니다."2016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미디어가이드북'에 실린 당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잃은 사법부는 존재할 토대가 없다는 말이다.우리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 등 드러난 사실만 보아도 어이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자청한 것도 신뢰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법원 안팎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다. 이후 진행된 수사 경과는 다 아는 대로다.검찰이 전·현직 법관 등을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90% 이상이 기각되었다.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수사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대법원장의 공언은 허언이 되었다. 무너진 신뢰나마 회복하려는 진정성부터 보이지 않는다. 법관들이 아무리 강변해도 국민은 알고 있다. 조직보호 이기주의의 논리가 앞서고 있음을.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말 그대로 순식간에 상대가 진정성을 가지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프레이 교수의 말이다.단순한 조직보호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국민이 사법부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공감은커녕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는 분노마저 자아낸다. 국민을 의식한다면 어떻게 퇴직한 법관이 무단반출한 수만 건의 재판 관련 문건을 파기하고 컴퓨터를 분해해 버렸다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담당 판사는 영장을 나흘씩이나 방치함으로써 증거인멸을 방조하는 동료애를 발휘할 수 있는가. 빗나간 엘리트 의식과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국민은 그래도 법원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혹시 잘못이 있다면 법원이 스스로 문제를 반성하고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게 되기를 말이다.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사법부가 그 정도 역량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법원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지금까지 법원의 행태는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고 있다. 진정성도 논리도 공감도 없는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는가 싶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더 강력한 외부의 힘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내키지 않지만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이미 나오고 있다. 법관 탄핵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사법부 70주년 행사에서 김 대법원장과 문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온 후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법원 스스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사법부가 신뢰 회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법관들부터 신뢰의 세 가지 요소를 곰곰이 반추하길 바란다.

2018-09-16 15:50:18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올해 내 종전선언, 국민의사 안 묻는가?

여론조사 지지율 추락 문재인 정권 비밀 군사작전처럼 종전선언 추진이제 국민도 알 것은 알아야 할 때비공개 사항 공개하고 동의 구해야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교착에 빠진 북미 대화를 협상하러 간 방북 특사단이 귀국했다. 비핵화에 대해선 김정은이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의사가 있고 미국 측이 동시적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늘 하던 류의 모호한 수사적 표현 외에 종전선언을 촉구하며 미군 철수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18~20일 평양에서 개최되고 그 전에 개성공단 남북 연락사무소를 개통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개된 발표 내용 외에 종전선언 도출용 비장의 카드(?)로 살라미식 단계적 비핵화 리스트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계획이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선 4·27 판문점 합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남북 기본 협정'을 합의해 이 속에 향후 남북 간의 평화 드라이브 로드맵을 담고 이를 국제조약처럼 대한민국 국회 비준을 시켜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박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북에 대한 '한반도 신경제 지도'라는 명분의 향후 철도, 도로, 가스관 연결, 개성공단 같은 다수의 경제특구 신설, 관광 재개 같은 대북 경제협력 구상을 합의 발표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은 몇몇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50%대 초반과 40%대 후반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민심 여론조사가 나오기 직전 18~20일 사이의 평양 정상회담을 절호의 여론 호전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팎에서 악재가 터지고 있는 마당에 북한 김정은의 동향이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 관련 정치적 득점 포인트는 6·12 미북 싱가포르회담에서 이미 다 땄고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에 위협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정치적 이단아라 당 안팎 입지가 취약한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고 그때까지는 북한이라는 변수를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로서는 정치적으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9, 10월에 북한이라는 리스크가 최대 위험 요인이다. 김정은은 한국의 문 정권 지지율 하락과 추석 민심, 트럼프의 중간선거 등을 노리고 11월 6일 전에 종전선언을 가장 싼 가격(?)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취약점은 핵 리스트를 결코 정직하게 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가짜 리스트를 내면 금방 미 군부와 정보기관이 지적해 낼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 리스트를 여러 차례 나누어 단계적으로 제출하겠다며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1차 핵 리스트를 낸다면 누구도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매우 '안전한 장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남북미 간 합의가 도출되어 종전선언이 체결된다면 이는 서로가 적당히 알고도 속아주는 대사기극이 통한 셈이 된다. 이제 국민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만약 대통령선거 전 비핵화 이전에 종전선언과 대전차 방호벽, 해안 철책선, DMZ 내의 군부대와 GP 철수 등 안보 해체가 군축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종전선언'과 관련된 비공개 사항을 공개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종전선언 시한을 못 박은 채 군사작전처럼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2018-09-09 15:38:5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이해찬 대표에게 바란다

취임 행보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 기존 진영논리와는 다른 모습 보여 야당과 싸우는 대신 국민 행복하게 초심 끝까지 견지하는 대표 되기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인물평은 다양하다. 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치밀하고 탁월한 기획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데 거의 일치한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기획본부장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쉽지 않은 선거를 용의주도한 전술로 치러낸 냉철한 승부사였다. 반면 이해찬 대표의 인간적 면모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장관과 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투적 자세를 잃지 않았다. 훈계에 가까운 국회 답변도 마다하지 않았다. 날카롭게 생긴 외모와 함께 '버럭' '핏대'라는 별명이 어울려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보수세력 궤멸' '20년 집권' 발언이 퍼지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 당선 시 정치권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당선 후 이 대표의 행보는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준다. '최고 수준의 협치'가 이 대표의 일성이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패스하는 게 진보의 상징인 양 여겨왔던 진영논리와는 다른 행보이다. 그는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경북 구미시청에서 열기도 했다. "민주당이 전국적 국민정당으로서 대구경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역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해 첫 번째로 찾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전국적 국민정당'을 만들기 위한 이 대표의 과제는 본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전히 적대 관계인 남과 북이 화해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정치의 상대를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이상 협치와 공존은 불가능하다. "상대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버럭' 이미지에 대한 이 대표의 해명이다. '터무니없는 주장' 여부는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여당 대표는 그런 주장까지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의 바람대로 보수 정치 세력은 궤멸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궤멸시킬 수 없다. 이미 야당을 이기고 집권한 마당이다. 굳이 현재의 모든 문제가 과거 정권의 잘못 때문임을 부각시킬 필요도 없다. 과거 정권보다 잘하는 결과를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역대 가장 행복한 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에 대해 덕담을 했다고 한다. 재임 시절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압승을 이룬 추 전 대표이다. 가장 행복한 당 대표였음에 틀림없다. 이 대표는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행복한 당 대표를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해찬 대표가 본인이 아닌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한 당 대표로 기억됐으면 한다. 정치의 세계에서 상대를 배려할 여유는 찾기 어려운 일이다. 상대를 괴물로 만들고 척결 대상으로 만들어야 손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싸우면서 싸움의 상대를 닮는다는 사실이다. 괴물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더라는 고백은 새로운 게 아니다. 상대와 싸우는 대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여당의 승부를 걸기 바란다. 민주당이 여당인 동안 국민이 행복하다면야 20년 집권이 대수겠는가. 이 대표의 초반 행보에 대해 의구심부터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견지하면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동과 서, 좌와 우 모두를 아우르는 여당 대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8-09-02 15:41:21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유한한 정권 겸손해져야

넘쳐나는 각종 경제악화 지표에도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고집적폐 청산·돈 풀기쇼 약발 안 먹혀반대하는 국민 목소리도 경청해야그렇게 위세가 등등하던 문재인 정권이 지지율이 폭락하고 내부 분열 조짐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다수 여론조사에서 50% 중반까지 떨어졌고, 반대가 찬성보다 많은 최초의 지지율 역전 현상까지 일어났다.보수의 궤멸과 '30년 진보정권 집권' 운운하며 6월 지방선거 승리 직후 기세등등함은 어디 가고 이제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청와대가 그간 정부, 여당을 제치고 소수의 참모들이 독주한 결과라며 전당대회에서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이해찬 같은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견제론까지 나왔다.(2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됐다.)필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작년 이 정권 출범 직후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문 정권은 경제로 머지않아 무너져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단지 예지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장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고 잘못된 신념으로 가득 찬 사회단체 출신의 소수학자가 좌지우지하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경제적 규모가 너무 벅찬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이 정권 출범 후의 매우 심각한 넘쳐나는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최저임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원격의료' '인터넷은행' '입국장 면세점' 등 규제완화책을 민심 수습용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고 본질적 방향 전환이 아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이에 더하여 안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야말로 종잇조각에 불과한 427 판문점 합의문에 기초한다는 명분으로 국방부의 '주적 폐기'와 'GP 철수' 발표까지 나오고 있다. 두 문제 다 왜 저리 이 시점에서 서두르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개성공단 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서 운영물자 지원을 두고 미국과 대북 제재 위반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북한 석탄 밀반입'과 관련하여 배 6척이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 등에 납품한 석탄 3만3천t이 또 다른 본 석탄 거래의 현물 중개수수료라는 충격적 소식까지 등장했다.조사기관인 관세청, 한전 산하 남동발전, 수입 중개업자가 한통속이 되어 여러 의혹을 자아내고 '대외대북 정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난다는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뭐했는지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 국정원 혼자서 작년에 5천억원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쓰고서도 이런 단순한 북한 석탄 밀반입조차 막지 못한다면 그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이런 상황에도 이 정권은 기무사 '개헌문건 논란', 대법원의 '사법거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적폐 청산을 연장하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정권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던 적폐 청산, 대북 평화 드라이브, 소득주도성장 등이 동반 침몰하며 이제 이벤트나 소통쇼, 대북쇼, 돈 풀기쇼로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오만'무지하고 오기에 가득찬 집단이 신념으로 가득 차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급속히 올라가면 빠른 자유낙하 추락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자신만의 정의의 칼로 재단해 수많은 정적을 제거했다면 언젠가 자신도 그 칼의 희생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문 정권은 청와대 소수 운동권 참모가 당청정을 장악해 끌어가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제는 겸허해져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5년 유한한 정권이 무한한 존재인 듯 착각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2018-08-26 16:01:55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국회 특활비 폐지는 특권 철폐의 첫걸음

수사'정보와 거리 먼 정부기관도특활비 편성해 쌈짓돈처럼 사용이번에 국회 스스로 족쇄 버리고'감시 제대로 하라'는 게 국민 바람모처럼 정치권, 국회를 칭찬할 일이 생겼다. 특수활동비, 이른바 특활비와 관련해서다. 꼼수 논란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국회는 특활비를 거의 없애기로 결정했다. 국익을 위한 의장단 활동 경비 5억원 정도를 유보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야박한 말이지만 기왕 결단하는 마당에 모두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면 훨씬 좋았을 터이다. 액수는 문제가 아니다.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특활비는 '수사·정보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영수증 첨부를 요하지 않는 것도 비밀 유지의 필요성 때문이다. 국회는 그런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돈을 특활비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즐겼을 뿐이다. 어쨌든 특활비 '거의 폐지'만으로도 국회는 '고무·찬양'의 대상이다. 마지못해 한 것이라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처럼 '국민 앞에 납작 엎드린' 자세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찬사를 넘어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국회의 움직임은 특활비라는 이름의 특권을 없애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사실 국회 특활비 예산은 별것(?) 아니다. 전체 예산 대비 그렇다는 말이다. 80억원대였던 국회 특활비는 올해 60억원대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예산 가운데 특활비는 7천800여억원에 이른다. 공정위, 과기부,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 민주평통 등 수사정보와 거리가 먼 기관들도 특활비를 편성했다. 그냥 현금으로 쌈짓돈처럼 쓰는 돈을 특활비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특활비에 대한 통제가 부실했던 이유는 명백하다. 국회 스스로 큰소리치기 어려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투명해진 국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드러난다. 국회는 내년 예산에서 정부 기관들이 특활비 필요성을 소명하지 못하면 모두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활비를 편성한 기관에 대해 감사원이 매년 특활비의 적정한 집행 여부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일보 진전된 방안이다. 정보, 수사 활동과 관련 없는 특활비는 없애야 하고 관련 예산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문제는 특활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보기관의 경우다.국정원 등 정보기관 특활비는 감사원 감사로 통제하기 어렵다.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은 특활비 일부를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용도에서 벗어난 특활비 사용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기관은 감사원 감사라도 받지만 국정원 예산은 규정상 감사원이 손댈 수 없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에도 단순 합산 내역만 보고된다. 세부 내역 없는 한 장짜리 보고서로 때우는데 국민의 눈길을 의식하고 돈을 쓸 리 만무하다. 과거 보도를 보면 일부 국회의원들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 기부하고 안가를 수리하는 데 돈을 쓴 국정원장도 있다. 퇴임하는 국정원장이 뭉칫돈을 들고 나선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활비 오용이 비단 직전 정권에서만 있었겠는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돈이야말로 권력 그 자체이다. 고삐 풀린 돈을 써 대는 기관이 특권 계급처럼 군림할 수 있는 게 세상 이치다. 미국처럼 정보기관도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예산 집행 내역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국회의 할 일이다.시민단체나 언론이 집요하게 국회 특활비 폐지를 추진한 것은 국회만 문제라서가 아니다. 국회 스스로 족쇄를 벗어던지고 국민의 돈을 감시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 달라는 바람 때문이다. 그런 일을 잘하는 국회라면 비난받을 일이 있겠는가. 앞으로도 국회를 칭찬할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약력: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2018-08-19 15:48:35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문 정권 지지율 추락과 부분 右(우)선회

지난주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다수 여론조사에서 50% 초반~후반대로 폭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5월 집권 이후 적폐청산, 대북 평화 드라이브를 양축으로 진행된 문 정권의 지지율 몰이가 '민생경제'라는 틀에 걸려 이제 그 한계에 부딪힌 것을 의미한다. 문 정권은 대중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현대판 서커스 즉 적폐청산과 대북 평화 드라이브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배고픈 대중이 언제까지 현대판 서커스를 보며 환호만 보낼 수는 없기에 빵이란 현실적 요구의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투자와 고용을 부탁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아 사실상 문 정권의 '좌 깜빡이 우회전'이 시작되고 있다. 필자는 작년 대선 전 문재인 후보가 좌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다 충돌사고를 내고 무너져간 노무현 전 정권의 행적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경제 문제에 있어 능력과 더불어 기득권과 엮이지 않는 투명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정권은 1년 2개월 동안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개혁을 외면한 친노조 행보와 이 연장선상에서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라 이름 붙인 J노믹스는 결국 '운동권 아마추어리즘'을 여실히 드러내며 구체적 실적에서 전방위로 무너져 갔다. 이는 벼락공부가 암기 과목에는 통해도 '수학, 과학'에는 먹히지 않는 이치와 같다. 실물경제는 의욕, 이념, 열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이는 현장 경험과 검증된 실력, 균형 감각이 필요한 분야이다. 결코 책상물림 좌파 먹물 학자의 머릿속 아이디어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나아가 문 정권은 '청와대 정부'라는 언급이 항간에 회자되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정부 각 행정부서와 장관, 수많은 공공기관 그리고 130명의 여당 의원을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청와대 소수 참모들이 결정을 내린다고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운동권 출신 소수의 청와대 핵심 참모가 여당과 장관을 들러리 거수기로 만들면서 '만기친람'식으로 끌고 가고 적폐청산으로 혼난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나 정권 지지율이 급락해가자 청와대 핵심과 여당 내부 간의 알력과 다툼 등 내분 분위기도 일고 있다.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기친람'이라 비판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기춘 대원군'이라 조롱한 현 여권이 과연 현재의 청와대에 쏠린 국가 운영을 보며 이를 비판할 자격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나아가 '정권의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정권 친위대를 자처하는 해바라기형 삼류 인물들의 행보가 정상적 국민들에게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에서 벌어진 '군내의 하극상'과 '외부인사의 설침'은 청와대의 일처리 방식의 수준을 여실히 노출시켰다. 또 대학입시문제에서 벌어진 난맥상은 이 정권의 국가적 난제 처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9척이나 되는 배가 북한산 석탄을 밀수(?)한 의혹이 제기되어도 관세청에서 이를 10개월 동안 조사 중이라며 해당 수입 중개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태양열 등 신재생 발전을 추진한다며 원전 억제 이유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서인가 하는 오해마저 낳고 이런 일들이 누적되어 50%대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문 정권은 근본적 변화와 반성보다 피상적 지지율 상승책을 모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원격의료, 인터넷은행 추진 및 법제화 등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며 친기업 행보를 의도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우회전을 하려면 먼저 지난 1년 3개월간 정권의 오류와 한계를 국민에게 실토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과감한 청와대 인재 개혁을 단행해야 하고, 좌우 이념을 넘어선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하며, 정치적 서커스는 이쯤에서 과감히 중단해야 이 정권의 앞날이 험난하지 않을 것이다.

2018-08-12 15:33:23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사법권은 법관들 것이 아니다

사법권 독립은 국민 보호 위한 수단美 배심재판으로 자의적 판사 견제법원행정처 해체, 판사도 각성 필요법률 바꿔 국민참여재판 확대 시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생명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다. 미국 독립선언의 내용으로, 프랑스 혁명 등에 영향을 끼친 사상이다. 독립의 이념적 배경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독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부분이다. 국왕(조지 3세)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한 가운데 특이한 게 눈에 띈다. "국왕은 판사의 임기, 봉급의 액수와 지불에 관해 오로지 국왕의 의사에만 의존하도록 했다." 요즘 말로 국왕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임기와 봉급 등을 국왕 멋대로 함으로써 판사들이 왕의 뜻에 따라 재판을 한다고 보았다. 판사의 (종신) 임기와 봉급 규정이 미국 연방 헌법에 명시된 이유이다. "(연방) 판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직을 유지할 수 있으며 보수는 재임 중 감액되지 않는다." 권력자(왕)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법부 독립을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 헌법은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임기 규정은 미국과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정치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법관의 독립' 규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법부'를 만들려는 제도적 보장이다. 근대 헌법이 이처럼 사법권 독립을 중시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미국에서 보듯 독립되지 않은 사법부는 무소불위로 '인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왕'을 낳기 때문이다. 임기는 중요하지 않다. 사법권 독립은 본래 법원이나 법관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게 목적이다. 한마디로 사법권 독립은 수단일 뿐, 그 목적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새로 공개된 문건은 법원의 문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뒷조사와 밀실 거래 등 음습한 공작의 냄새를 풍긴다. VIP(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기 위한 각종 판결 사례를 든 것부터 어이가 없다. 사실상 판결 내용에도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대법원이 청와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경쟁을 벌인 의혹이 있다. 판사의 해외 파견 확대를 위해 외교부와 거래한 내용도 드러났다. 판결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판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기록도 나온다. 비리 법관 재판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이석기 사건' 재판을 활용한 정황도 있다. 검찰의 수사를 자청해 놓고도 의혹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은 법원이 족족 기각한다.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겹다. 법을 밥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한 사람으로 참담하다. 미국은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지만 법관 견제 장치가 있다. 배심재판이 대표적이다. 판결은 물론 영장 발부도 기본적으로 배심원 결정에 따른다. 법관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사법권 역시 국민이 위임한 권력임을 알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우리 법원과 법관들은 사법권 독립의 목적을 망각하고 있다. 사법권의 궁극적 귀속자가 누구인지도 잊고 있는 듯하다. 사법권이 법원의 고유 권한인 양, 사법권 독립이 법원과 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양 착각하고 있다. 영화의 대사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배심재판의 완전한 도입은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법률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까지 배심재판(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법원행정처를 해체하고 판사들이 재판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판사들의 각성이다. 사법권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며, 사법권 독립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임을 깨달아야 한다. 약력: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2018-08-05 14:35:53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뒤집고 혼란스런 것이 이 정권의 특징인가?

적폐청산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계엄 문건'대법원 국정농단 시끌국민 야당과 소통없이 밀어붙여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 문재인 정권은 항상 시끄럽다. MB, 박근혜 이전 두 정권의 적폐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제 기무사 '계엄 문건', 대법원 국정농단 사건이 시끄럽다. 이 두 사건은 제도적 개선의 문제이지 개인의 범죄나 부패와 얼마나 관계있는 사건인지 의문이 든다. 기무사의 대통령 독대나 정치 개입 및 조언을 금지시키고 대법원 재판에 대한 개별 판사의 전환을 강화하면 끝날 일인데 마치 엄청난 사건이 있는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대까지 떨어지자 퇴근길 국민과 대통령의 생맥주 미팅이 등장했다. 그런데 문 정권이 부딪히고 있는 경제위기와 본질은 전적으로 이념적 요인에 의한 소통 불능인 정권 자신에게 있지 일부 국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최근 최저임금 등으로 민심이 이반되자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관료적 땜질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모든 것을 지휘하고 끌고 가는 '청와대 정부'라는 항간의 평가가 있다.장관이나 여당인 민주당이 자율성을 가지고 정책 현안에 대해 청와대와 과연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기친람'하고 문고리 3인방과만 소통했다고 비난하면서 자칭 '촛불 민주주의 혁명'으로 집권했다는 현 정권이 자신들은 얼마나 과거 보수정권보다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지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현 정부는 대북문제와 국가안보에 관해 국민이나 야당과 일절 소통 없이 정해 놓은 스케줄대로 '종전선언'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비핵화의 본질을 향해선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데 DMZ 내 GP, 병력, 장비를 철수하려 한다. 북핵 문제나 안보 문제에 있어 현 정권이 야당이나 보수 성향 국민의 의견을 듣거나 소통을 한 적이 한 번이나 있는가? 원전이 유해하다면서 멀쩡한 원전을 세우고 정비기간을 늘린 사이 폭염으로 전력 예비량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블랙아웃 우려가 나오는데도 오히려 대통령의 뜻이 왜곡되었다고 질타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원전 세우고 북한산 석탄을 밀수입하고 태양열 시설을 늘리기 위해 원전 축소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항공사 오너 일가의 잘못이나 기내 급식을 제공하는 데 실수가 있으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지 이를 의도적 경영권 교체로 몰고 가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운운하며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유력 대선후보인 여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 또한 혼란의 본질이 여권 내부의 차기 구도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여당의 당대표 경선은 청와대 낙점 인사가 유력해 보인다. 국방장관을 기무부대장이 국회에서 들이받고 장관이 자기는 '대장' 출신이라고 굳이 강조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일은 후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희한한 광경이다. 장관이 문제가 있으면 경질하고 기무사가 문제 있으면 기능을 재정비하면 될 일을 왜 이리 시끄럽게 혼란을 방치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갓 공급한 국산 해병 헬기가 추락해 장병 다섯이나 숨졌는데 청와대는 영결식날 비서관을 보냈다가 멱살 잡혀 쫓겨났다. 개인 기업이 라오스에서 수력발전 공사 중 댐 붕괴라는 엄청난 사고를 쳤는데 대통령이 즉각 나서 원인 규명보다 긴급구호 파견을 지시했다가 라오스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 정권은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기 위해 이러는가? 그냥 내버려둬도 국민들은 경제난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다. 제발 국가가 나서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 국민들의 혼란함을 가중시키지 않길 바란다.

2018-07-29 14:36:2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기무사 문건과 기무사 개혁

계엄 업무는 기무사 설치 목적 아냐진영 논리로 군 정치적 중립성 위반유사시 국회'언론 장악, 쓴웃음 나와국정에 영향 끼치려는 행태 막아야 뜨악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른바 '기무사 문건' 전문을 읽어 본 첫 느낌이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단어였다. 2017년 3월 작성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 문건은 딱 그 정도이다. 서술 양식이나 내용 등에서 1980년대 군에서 접했던 문서와 거의 대동소이하다. 상황 인식과 그에 따른 대응 방안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와 국민의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국군기무사령부의 지체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해야 할까. 청와대가 엊그제 새로 공개한 세부계획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 문건을 놓고 일각에서는 친위 쿠데타 또는 내란 음모라고 연일 성토한다. 비상시에 대비한 군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일단 과격시위에 대한 군의 비상계획이라고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자. 그래도 문건의 문제점은 변하지 않는다. 우선 왜 '기무사'인지 의문이다. 기무사의 주요 임무는 5가지이다. 군사보안 및 군 방첩업무, 군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처리, 정보작전 방호태세 및 정보전 지원,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특정 범죄 수사, 국방 정보통신 기반체계 보호 지원. 기무사 홈페이지의 '부대 임무'를 옮긴 것이다.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부령 1조에 의하면 '군사보안, 군 방첩 및 군에 관한 첩보의 수집 처리 등에 관한 업무 수행'이 기무사의 설치 목적이다. 한마디로 '계엄 업무'는 기무사의 부대 임무가 아니다. 기무사가 선제적으로 했건 윗선의 지시로 했건 차이가 없다. '기무사가 그런 일을 하면 어때'라는 생각이라면 문제가 더 크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행세하는 기무사의 행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도 심각하다. 우리 헌법에까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를 규정하게 된 까닭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문건에는 왜곡된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진보(종북)세력이라는 단어부터 그렇다. 진영 논리를 떠나 이른바 진보와 종북세력은 엄격히 구분해야 마땅하다. 국회의 위수령 폐지 시도를 무력화할 방안을 강구한 것이나, 유사시 국회와 언론기관 장악 대책 등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정치환경이나 국민의 의식, 언론 환경 등은 1980년대 국군보안사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행이 불가능한 탁상공론을 펼치는 기무사만이 그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지시로 독립적인 군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했다면 청와대도 상황 전개를 지켜보아야 마땅하다. 세부계획 등을 공개하면서 추후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기무사 문건 사태의 핵심은 기무사를 기무사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이다. 기무사는 말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기무사가 홈페이지를 개설할 정도라면 의식 자체는 상당히 변화했다고 본다. 문제는 체질화된 기무사의 월권적 행태를 바로잡는 일이다. 군과 관련된 모든 일에 간섭하고 국정운영 전반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 기무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단에 이어 확고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기무사령부는 건군 이후 전 공안기관 검거 간첩의 43%를 검거하는 등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가안보의 최일선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헌신하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공적이다. 군 보안과 방첩업무에만 헌신하는 기무사. 기무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다.

2018-07-22 14:43:33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어디로 가는지 국민은 알 권리 있다

고용률·실업률 등 경제 위기 신호근본적 개혁보다 정치 보복 넘쳐기무사 문건 뒤늦게 국민 호도해현 정권의 도덕성 결과로 보여야 집권 1년 2개월이 지나도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60%대 중후반으로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다. 또 지난달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대승하여 높은 지지율이 조작이나 환상이 아님을 입증했다.패배한 야당은 한 달이 지나도록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깊은 내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언론이나 사회지도층은 문 정권에 대한 매서운 비판 기능을 상실한 채 정권이 끌고 가는 대로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이다.도대체 문 정권이 경제, 안보, 사회 개혁, 부패 척결에 있어 객관적으로 무엇을 잘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비판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 보니, 국민 다수가 그저 현 정권이 이전 보수 정권보다는 낫다는 상대적 평가로 정부·여당을 지지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싱가포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성의를 다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가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북한은 지난 목요일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 불참했다. 미북 회담 개최 한 달이 되는 날 비핵화와는 아무 관계없는 미군 유해 송환도 거부한 것이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가 정상적으로 될 거라는 기대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이 마당에 미북 회담을 주선·중재한 한국 대통령은 여전히 '4·27 판문점선언'에 따른 조속한 종전선언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토록 많은 국민이 열광했던 판문점선언의 실체는 비핵화 눈속임에 불과했던 것일까? 국민들은 과연 판문점선언 합의문 내용이라도 한번 제대로 읽어봤는지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경제가 사방에서 무너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그 책임을 MB, 박근혜 이전 정권의 대기업 위주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 낮은 성장률과 무너져가는 수출과 제조업 가동률, 낮은 소비지수 등 대부분의 통계가 매우 심각한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나라가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등 '3고 위기'에 처해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이 전 세계 주요 신흥국을 강타하여 세계 경제위기 징후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 놀란 문 정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인도로 불러 격려하는 '친기업 선회' 모양새를 보이고 청와대에 규제혁신 비서관 자리를 만들어 기업과 소통한다고 하지만 금감원, 공정거래위 정책과 주 52시간, 최저임금,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등에서 여전히 강한 '반기업적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각종 사회정책에 있어서도 돈을 풀어 나누어 주는 선심정책은 넘쳐나지만 근본적 사회개혁보다 적폐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기무사의 계엄 위수령 문건 논란이 대표적인 과거청산 푸닥거리이다.기무사 사령관이 지난 9년간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사실과 정무적 조언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다. 또 헌재의 탄핵 선고 결과에 따른 좌우 진영의 불복이 경찰력만으로 막을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 대응 방법을 문건화한 것은 송영무 국방장관이 말하듯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그럼에도 현 정권 청와대는 이미 3월달에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조차 못 하면서도 이제 와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정권 입장에서 또 다른 적폐청산 호재가 경제위기, 비핵화 지체 국면에서 생겼다고 보는 것 같다.얼마 전 민주당 대표 자제의 결혼식 날 식장으로 가는 길이 고급 차들로 넘쳐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 정권은 과연 자신들은 과거 보수 정권보다 얼마나 도덕적이고 얼마나 능력 있는지 국민 앞에 이제 결과로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 나라를 어디로 어떤 국가로 끌고 가고 있는지 국민도 알 권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2018-07-15 14:59:31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특수활동비 폐지하고 정상예산 편성하라

특수활동비가 국회를 흔들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활비 고액 수령 의원들의 이름도 나온다. 이들은 원내대표 등 국회직을 역임한 덕에 특활비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해명이 재미있다. 국회 활동, 정책개발에 썼다는 해명은 당연하다.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사족을 단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집사람 비자금' 파문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이번 국회 특활비 공개의 일등공신(?)은 사실 홍 전 대표이다. 홍 전 대표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렸다. 성 전 회장 유서에 '홍준표 1억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 출처가 그 돈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경남지사이던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여당 원내대표일 때 월 4천만~5천만원씩 받은 국회대책비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주었고 그 돈을 모아 집사람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요지였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고 했던가. 국회 특활비가 개인 주머닛돈이냐며 시민단체가 특활비 공개를 청구한 계기가 되었다. 대법원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후폭풍은 거세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어떤 형태로든 개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처음 해명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한 홍 전 대표로서는 다소 개운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홍 전 대표가 한 가지 정치개혁의 단초를 제공한 건 분명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박수 받을 일이다.의원들이 내놓는 해명에는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활비는 따라서 의원들의 해명처럼 위원회 운영 등 일상적 활동에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기본적으로 국회는 수사, 정보 혹은 그에 준하는 '특수활동'을 하는 기관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다. 시민단체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국회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 국가안전보장, 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고 볼 만한 내용도 없어,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특활비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은 엇갈린다.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보완으로 족하다는 의원들도 있다. 특활비를 사용한 의원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사실 국회는 기밀 경비가 필요하지 않다. 의정활동, 위원회 운영, 정책개발 등은 숨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국민 앞에 널리 알려야 한다. 기본 경비나 업무추진비 등의 정상적 예산으로 편성하는 게 당연한 해결책이다. 그래도 특수활동비에 미련이 있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나라 예산에서 특수활동비는 연간 9천억원가량이나 된다.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다. 그동안 특활비라는 이름의 눈먼 돈으로 사라진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회부터 주머닛돈 주무르는 데 맛을 들이고 있었으니 행정부, 사법부 등의 특활비를 견제할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까지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 아닌가. 국회부터 특활비를 없애고 필요한 경비를 투명하게 계상해야 한다. 당당하게 다른 부처의 모든 특수활동비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권위와 힘이 거기에서 나올 수 있다. 모처럼 국회가 국민의 큰 박수를 받을 기회가 왔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려나. 이번에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2018-07-08 15:41:47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보수 회생의 길은 있는가?

한국당 안보 우선 일관되게 주장중산층 이하 계층 겨냥 정책 발굴법조인'자산가 많은 의원 물갈이박근혜'MB 유산 과감히 청산 정리 사상 유례없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보름이 넘도록 한국당이 표류하고 있다. 결과를 보면 60.2%의 투표율에 한국당은 대구, 경북 광역단체장 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TK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기초단체장도 민주당의 3분의 1인 53석, 교육감 선거는 보수 성향 3석 확보에 그쳤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20.9%의 득표에 그쳤고 정당 득표율은 27.8%였고 반면 민주당 정당 득표율은 51.4%였다. 지난 대선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24%였는데 결국 한국당의 전국 득표율은 작년 대선부터 현시점까지 24%에서 2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보수 대부분이 한국당보다는 민주당 측에 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이 호남 기반 국민의당과 통합하여 만든 바른미래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의석수 6석의 정의당에 뒤지며 제주에서 겨우 광역의원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치며 정치적 소멸 한계에 접어들었다. 작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합계 득표율이 30%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보수 지지층 기반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간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70%대가 여론조사의 조작이나 실수에서 형성된 것이고 실제 지지율은 훨씬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극기부대 같은 장외 보수에서는 실제 문 정권 지지율이 20% 안팎이라는 말까지 떠돌았고 숨어 있는 샤이 보수 지지층이 이번 지방선거에 결집해 문 정권에 일격을 가할 것이라는 희망적 환상을 품어 왔으나 이 또한 사실무근임이 드러났다. 필자는 실제 문 정권 지지율에 20% 정도의 거품이 있고 한국당의 지지율은 실제보다 10% 정도 낮을 것이라고 봤는데 대충 선거 결과는 이런 예측에 부합되었다. 과거 전체 보수 진영 중 40% 이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이들 대다수는 이후 보수 진영에서 멀어져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 내홍에 휩싸여 '비대위'조차도 꾸리지 못하고 있고 끝없는 분열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과연 보수 정당 최상의 길은 무엇인가? 첫째, '보수의 가치'를 시대에 맞게 새로 정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한국당 내 기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문 정권의 대북 평화 드라이브에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치는 단기 이익을 떠나 일관성이 중요하며 한국 현실에서 보수 정당의 핵심은 '안보'에 있다. 한미 훈련 중단, 미군 철수 거론, 서해5도 자주포 훈련 중단과 평화수역 지역, DMZ 일대 비무장화와 미군 화력여단 철수 등이 거론되는 안보 현실에서 한국당은 더욱 '안보 우선'을 유불리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안보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시류에 휩쓸려 안보를 소홀히했기에 진 것이다. 나아가 변화하는 시대 가치에 맞게 보수 가치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둘째, 고실업, 저성장 장기 불황, 양극화, 고령화 및 중산층의 몰락이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 경제 현실에서 보수 정당은 새로운 경제사회 정책을 표가 많은 중산층 이하의 계층을 겨냥해 국가적 주거 해결, 주요 생활 비용의 인하, 입시 개혁, 사교육 비용 제거 등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더 이상 과거 고성장 개발도상 시대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상류 기득층의 이익을 주로 대변해서는 안 된다. 셋째, 솔직히 현재 한국당 의원 다수는 법조인, 기업인, 언론인, 자산가, 전문직 지역 유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다수는 대기업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기득층 다수가 물갈이되지 않고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보수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다수 국민 공동체의 삶의 질을 온건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탄핵을 과감히 청산 정리하고 박근혜, MB 두 전직 대통령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의 올가미에 걸려 장외 태극기부대, 친박, 비박, 친이로 싸우는 한 미래는 없다. 황장수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2018-07-01 14:57:03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 해산하고 새판 짜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보수 정당 혹은 보수주의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인용되는 인물이다.캐머런 전 총리는 보수주의의 핵심은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변화해야만 한다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변화해야만 보수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2005년 39세의 나이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영국 보수당의 대표가 되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과 총선 대결 3연패, 4번의 당 대표 교체 등 위기에 처한 보수당의 선택이었다. 이른바 '온정적 보수주의'의 기치 아래 당을 재건한 그는 2010년 총선 승리로 40대 총리가 되면서 13년 만의 보수당 재집권에 성공했다. 캐머런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숱한 연구가 나와 있다. 내 생각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메시지와 메신저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메시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메신저), 두 가지 모두에서 국민 설득에 성공한 것이다.캐머런은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보수주의 노선에 충실한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작은 정부와 감세를 지지하고, 경제 성장과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대처의 카리스마와 리더십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영국의 무상의료체계인 NHS 개혁에 관한 그의 어법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NHS를 축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적자만 축소할 것입니다." 개혁은 지지하지만 무상의료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을 걱정하는 영국인의 심중을 정확히 읽은 것이었다. 대처를 좋아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전투적인 이미지의 대처리즘에 염증을 내는 국민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대처는 훌륭한 경제 개혁가였습니다. 나는 근본적인 '사회 개혁가'가 되겠습니다. 대처가 무너진 경제를 바로잡았다면 나는 '무너진 사회'를 고치겠습니다."6·1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의 진로를 놓고 백가쟁명, 백화제방, 말들이 무성하다. 하도 많은 진단과 처방들이 나와서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망설임 끝에 결국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여서다.선거 국면에서 한국당은 메시지와 메신저 모두 실패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메시지도 없었고, 설사 있었다 해도 신뢰를 잃은 메신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도 없었다. 홍준표 전 대표에게만 책임을 돌릴 일도 아니다. 선거 후 보여주는 행태는 누가 대표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게 분명하다. 반성하는 '쇼'조차 감동을 주지 못하는 구태의연함 그 자체다.많은 사람의 말처럼 한국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보수 세력을 표방했지만 정치권 패거리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성태 원내대표 말대로 지긋지긋한 친박·비박 싸움을 여전히 벌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완전히 불탄 집터에서 집문서 놓고 멱살잡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부인사 영입, 쓸모없는 혁신안 마련, 당명 개정, 색깔 바꾼 신장개업. 아무리 되풀이한들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믿을 국민은 없다.완전히 바꿀 자신이 없으면 차제에 해산 후 헤쳐 모이는 게 정답이다. 내부에서 총질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친박당, 비박당으로 따로 모여 서로 건전한 경쟁을 벌이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서둘러 변화하는 척 눈속임할 필요도 없다. 철학 부재, 이념 부재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집단은 정당이 아니다. 보수 정당은 더더구나 아니다. 캐머런 전 총리도 동의하는 명제일 것이다.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6-24 16:21:05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이른 아침에] 보수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국 동향

북풍 착시현상에 여당 지선 대승 대다수 국민 위험한 진실을 몰라 축제 같은 쇼 뒤 냉혹한 안보 현실 훗날 엄중한 대가 치러야 할지도 6월 12일 세계적 관심사였던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회담이 CVID 비핵화는커녕 한미동맹 약화와 안보 우려를 심화시키고 끝났다. 그러나 그다음 날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은 여당의 유례없는 대승으로 끝났다. 거래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자신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김정은의 노련한 버티기에 말려들어 완패했다는 세계적 여론과는 달리 한국에서만 마치 매우 성공적인 회담처럼 언론의 호들갑 속에 전해졌다. 4·27 판문점 선언, 5·26 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12 미북 회담으로 마치 북한 비핵화와 남북미 간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미북 수교, 미국의 대북 제재 해체, 대북 경제지원 등이 임박한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북풍 착시현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70% 중반 지지율을 떠받쳐 여당의 대승과 보수 야당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탄핵 사태 이후 성찰과 쇄신 부족, 공천 개혁의 부재, 기득 성향의 강화와 내분, 투쟁의식 부재가 참패의 또 다른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유례없는 대승을 이룬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으로 정국 주도력, 야권과의 협력 소통 등을 상실하고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고 여당 내에 그 누구도 문 정권의 소수 전횡과 독선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나 최소한의 의견 제시 및 내부 토론 기능강화조차 사라졌다. 여기에 드루킹 사건, 미투 사건이나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 의혹, 게임업체 관련 의혹 등으로 숱한 여권 핵심 인물들이 적폐청산이 무색하게 연루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난 대선의 연장선인 지방선거에서 현 여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문 정권의 향후 정국 장악력을 뒷받침해줬다.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비핵화는 말뿐이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확정되고 주한미군 철수, 대북 제재 완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가시화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국민 다수는 이 문제에 대해 위험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65년 혈맹 우방국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안보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사고관이 확인된 점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돈 낭비라 인식하고 이를 북한, 중국과 같은 시각인 '도발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금은 아니지만' 단서를 달았지만 본인이 원하고 있다고 전 세계 기자 앞에서 공언했다는 점이다. 정작 회담의 주 메뉴인 북한 비핵화는 북의 김정은에 말려들어 회담 직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차원에서 추진한다며 호언장담하던 CVID를 말도 못 꺼내고 양보했다. 11월 중간선거, 탄핵 움직임, 재선 집착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완패라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문 정권이 싱가포르 3자 '종전선언'에 끝까지 집착하고 사실상 '한미 훈련 중단'에 동의하고 '미군 철수 발언' 등에 항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나아가 비핵화는 우리 일이 아니라 미북 간의 과제인 양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공개되지 않은 '이면합의'가 있어 향후 실무회담에서 잘 정리될 것처럼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미북 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 한국 대통령들이 확신하기보다는 그들 임기 중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없다면 이를 용인하며 북에 한미 동맹 해체, 미군 철수, 경제 지원, 제재 해제 같은 선물을 주려한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이스라엘 같은 '인지적 핵보유국'에 접어들었고 미북 협상은 핵보유국 간 군축회담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축제 같은 쇼들이 끝나고 난 뒤 부딪힐 냉혹한 안보 현실에 대해 국민 다수가 진실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애써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 열성 지지자 일부는 이런 우려를 지적하면 철 지난 '안보 장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분들 업보는 훗날 국민 각자가 치러야 될 엄중한 대가로 확인 될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6-17 16:03:28

노동일 경희대교수

[이른 아침에]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세계 이목 집중지방선거 열기 달아오르지 않아보수 궤멸 혹은 기사회생 여부가유권자의 한표에 달려있을 수도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All politics is local) 미국 정계의 거물이었던 팁 오닐 전 하원의장의 말이다. 정치인들에게 지역적 기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있다. 오닐 전 의장의 이 말은 기실 그가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처음 나선 시의원 선거에서 160표 차로 낙선했다. 가까운 이웃들은 당연히 자신을 지지할 줄 믿고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낙담한 그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잊지 말아라." 아버지의 충고 덕분일까. 오닐 의장은 무려 34년 동안 의원을 지냈고,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회고록에서 그는 지역과 유권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정치인은 유권자를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가로등에 불이 안 들어온다는 민원이 있을 때 시청에 전화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해야 한다. 유권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은 곧 유권자의 한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도 했다.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정치인은 사상누각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이 말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튼튼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민주주의는 모래성처럼 허약한 존재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정치가 지역적이란 말은 모든 종류의 정치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중 특히 중요한 부문은 두말할 것 없이 지방정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강화라는 말은 지방분권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역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지방자치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지방재정권, 지방입법권 등에서 중앙의 권력을 더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방향이 맞다. 모든 권력을 가진 국민인 주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여러 마을이 부락을, 많은 부락이 지방정부를, 다수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만드는 게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각 단위마다 구속력 있는 룰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일이 정치요 정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미국 등 연방을 구성하는 나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각 주가 보유한 완전한 주권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중앙(연방) 정부를 만든 것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라는 말의 시작점은 지방자치에 있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번처럼 선거 열기가 뜨겁지 않은 경우도 드문 듯하다. 워낙 남북 평화무드가 압도하는 정국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선거 전날에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마당에 당사자인 우리야 말해 무엇하랴. '보수 궤멸'이 공공연히 나도는 판에 나 하나의 선택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투표를 하지 않을 핑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영어로 바보 또는 멍청이를 '이디엇'(idiot)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의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그리스에서 무식한 사람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없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다.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해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이다.(로버트 파우저, 미래시민의 조건) 하긴 스스로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 바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혹시 아는가. 보수 궤멸 혹은 기사회생 여부가 내 한 표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들부터 이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2018-06-11 05:00: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이른 아침에]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의미를 아는가?

북한 핵 개발은 남한 위협용주한미군 철수가 진짜 목적종전선언은 그 첫 단추 의미김정은 거짓 프레임에 속아 순항을 하던 미북 회담이 20일 전부터 흔들리더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소 성명이 나오고 다음 날 또 '회담 가능' 이야기가 나오더니 그 주말에는 서프라이즈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이후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에서 각기 미북 회담 협상이 이어졌고 김영철의 뉴욕 방문 이후부터 12일 미북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보인다. 그런데 5월 2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부터 등장한 미북 회담에 이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의 '종전선언'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충족하고자 미북 회담 이후 조기에 핵 반출이나 ICBM 폐기 등의 성의를 보여 줄듯 미끼를 던지며 그 대가로 '체제 보장'을 강력히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북한 김정은의 체제 보장이란 말이 무슨 뜻인가? 세계 어느 나라가 감히 북한 같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막강한 재래식 전력을 가진 북한을 일부러 침공하거나 공격한단 말인가? 정말로 한국이나 미국이 그들이 말하듯 북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그간 다양한 공작을 해왔단 말인가? 이 지구상에 북한에 핵이 있든 없든 먼저 북한을 건드릴 나라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여차하면 '김씨 왕조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일 클 것이다. 따라서 북이 체제 위협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북한 체제 유지는 자국민에 선정을 펴서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지 미국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북이 핵을 개발한 것은 '북한 체제 보장' 때문이 아니라 '남한 체제 위협'을 위해서이다. 핵을 개발한 뒤 미국을 위협해서 협상에 끌어들여 핵을 포기하는 듯 제스처를 취하며 한반도 남쪽에서 미국을 내보내는 것이 북한, 중국의 궁극적 목적이다. 한미 동맹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해체시키고 주한미군을 남한 땅에서 내보내면 북한은 점차적으로 이념적, 군사적으로 남을 잠식해 궁극적으로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이는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나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 같은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공언해온 내용들이다. 물론 북 체제 보장 요구의 이면에는 '동북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북중 간의 잦은 수뇌부 회동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양자의 이해가 일치함을 잘 보여준다. 이미 올해 들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긴장 완화란 미명하에 축소, 연기되어 정상궤도에서 이탈했고 미국의 핵잠함, 전략폭격기, 핵항모 등은 한반도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북의 체제 보장 요구의 첫 단추는 '종전선언'이고 그 귀결은 '평화협정'이다. 이 두 가지만 완성되면 UN사령부, 한미연합사, NLL, DMZ는 무력화되고 주한미군은 자연히 감축되고 고립되어 그 존재 의미를 상실케 된다. 한미 동맹이 해체되고 미군이 떠난 남한에 평화와 안정이 올 것인가 아니면 친북친중화 된 정치, 운동권 세력에 의해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위기가 닥칠 것이다.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안에 관철시킨다고 합의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올해 안에 북의 비핵화와 대남침략정책 포기가 확인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비핵화는 기어가고 체제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동맹 해체와 미군철수의 시작을 의미하는 종전선언, 평화협정은 날아간다면 한국의 안보는 어찌 될 것인가? 한국 대통령이 비핵화는 미북이 알아서 할 문제고 종전선언은 6·12 미북 회담 다음 날 지방선거 날에 관철시키려 싱가포르에 가겠다는 것은 상식적인 행동인가? '전쟁'이냐 '평화'냐는 거짓 프레임에 속아 쿨한 김정은에 박수칠 때 한국의 안보는 스스로 뒷문을 열어 도망치고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소장

2018-06-04 05:00: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이른 아침에] 트럼프 스타일, 묵은 기준으로는 이해 못해

관행'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미국 이익' 앞에 비난은 아랑곳 안해앞으로 한반도 충격 상황 비일비재섣부른 낙관이나 비관하지 말아야널뛰기도 이런 널뛰기가 없다.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라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파장을 미처 곱씹기도 전이다. 불과 한 달 사이 극적인 상황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미북 정상회담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성사되었다. 그 사이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한미 정상이 다시 만나고 돌아선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생각 못한 패를 내밀었다. "이 시점에서 회담은 부적절하다." 세계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모두가 당황할 때 북한의 반응 역시 상상이상이다. 좋게 말해 유화적인 메시지다. 과거 예로 볼 때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문은 굴욕적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밀리에 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두번째 만난 장면도 놀람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예상컨대 소용돌이치는 한반도 상황은 드라마틱, 충격적, 전격적 등의 단어를 일상으로 만들 것이다. 과거의 타성과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무장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다룬 외신 중 눈에 띄는 것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기사였다. '이게 트럼프 스타일(it fits Trump pattern)'이란 내용이었다.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으며, 예측 불가능함.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시대(Trump presidency)를 정의할 수 있는 용어들이다. 전격적인 정상회담 약속과 느닷없는 회담취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란 핵 협정 파기,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등도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갈등을 증폭시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동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문제는 변덕스러움이 일관성이 있다는 일종의 역설이다. 북미회담 취소 하루 만에 6월 12일이 유효하다고 손바닥 뒤집듯 한다. 트럼프 스스로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과거의 잣대로 판단할 경우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북한의 예가 대표적이다. 김계관, 최선희 등의 위협적 언사는 새롭지 않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장에 나타나지 않는 약속파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수틀리면 판을 깨 버리겠다는 벼랑 끝 전술도 북한이 늘 구사하던 수법이다. 그 때마다 우리와 미국은 양보를 해왔다. 우리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잘 먹히는 북한의 전통적 방식이다.하지만 트럼프는 관행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식의 점잖음 따위는 던져버린다. 그는 북한 보다 한 술 더 떠 아예 먼저 상을 엎어 버렸다. 엄청난 핵능력을 사용하지 않길 기도한다는 트럼프에게 북한의 핵 대결 으름장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 일각에서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작동하는 원리가 예측불가능성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당장 통일이 되고 세계 2위의 경제력 운운하는 섣부른 낙관론은 일단 금물이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 뉴스에 북한과의 전쟁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게 성급하다.스필버그의 영화에서 링컨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나침반은 진북(眞北·True North)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길에 놓여 있는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은 말해주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평화가 일상이 되는' 상황은 우리가 향해 가야할 북극성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을 힘겹게 걸어야 닿을 수 있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고 한 번에 한 걸음씩. 최근의 널뛰기 상황에서 모두가 이런 교훈을 얻었다면 다행이다. 우리와 북한 당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5-28 05:00: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드루킹·판문점 선언을 바라보는 혼란한 국민의식

드루킹 폭로 맞다면 정권 치명타 특보는 한미 동맹 없애자는 발언 경제위기 징후 국가안보도 흔들 감성 쇼통에 진실 뭔지 헷갈려 '판문점 선언'이 있은지 어느덧 20여 일이 지났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이 선언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사소한 핑계를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시키고 미북 정상회담도 안 열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미국 내에선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철수 시 미 의회 동의를 연계시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협상카드'화를 경계하고 나섰고 의회, 싱크탱크, 언론 등에서 미북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미북 회담 성사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과 한국의 회담 성공에 대한 '평가나 목표'가 다를 수 있다며 한국 보수층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런데도 국민 다수의 안보 불감증은 여전하고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 전망도 여전하다. 도대체 '촛불' 이후 국민들 사고는 어떻게 변모된 것인가? 엊그제 드루킹이 옥중에서 자신의 양심선언 성격의 폭로 글을 한 언론사에 전달했다. 드루킹의 주장에 따르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의 동의와 지시에 따라 '킹크랩'이라는 첨단 댓글공작 기계를 동원했고 대선 때 일일 보고했고 점검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이후 대선 기여에 대한 '경공모 회원'의 인사 청탁 과정에서 김 후보에 농락을 당했다고 느껴 불법행위에 대한 언론폭로를 예고하자 긴급체포되고 증거인멸 차원의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과 동료들이 구속 이후 접견, 변호사 면회 등에서 차단이 되고 '김경수를 진술 내용에서 빼라'는 검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물론 검찰은 드루킹의 폭로 내용 중 검찰 관련 김 후보 수사 축소 의혹을 부인했다. 드루킹의 폭로가 맞는다면,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드루킹 사건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찰, 검찰 등 국가 권력기구가 더 상층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이 사건 축소 은폐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하야는 자신이 직접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에 결부되어서가 아니라 도청 이후 이 사건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거짓말을 한 이유로 탄핵에 몰렸다. 만약 드루킹 사건 축소 은폐 공작이 권력 최상층의 지시로 검경과 민정수석실이 동원됐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드루킹의 첨단 IT기계를 동원한 불법 댓글공작을 김 후보가 사전에 알고 동의한 것이 맞는다면, 이는 당연히 문재인 정권 대선 승리의 불법성 시비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김 후보가 문재인 캠프 내 윗선 누구에게 최종 보고했는가 유무가 핵심 수사 관건이 될 것이다. 여야 간 협의된 특검 내용을 봐도 권력기관에 대한 축소 은폐 공작 내용이 수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김 후보 수사도 제대로 못한 수사기관이 그 윗선을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정권 초반에 벌어진 드루킹 게이트는 특검을 맡으려고 하는 변호사가 없다고 특검 추천을 맡은 변협이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이 나라 2만여 명의 변호사 중에 민주주의 수호의 사명감과 정의에 불타는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다수의 국민들은 J노믹스가 실패해도 경제 위기 임박 징후가 곳곳에서 나와도 국가 안보가 흔들려도 민주주의 원칙이 흔들려도 얄팍한 감성과 '쇼통'에 흔들려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6·25 남침 전쟁 휴전 후 65년 동안 지속된 한미 동맹을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대통령 특보라는 자의 입에서 나오고, 이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무기들은 아예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주 자신들이 제안한 고위급회담을 몇 시간 후 무산시키고 존 볼턴 미국 NSC 보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미북 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런 북한에 NLL과 DMZ를 열어젖히고 한시라도 빨리 경협이란 명목의 대북 지원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게 판문점 선언의 본질인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고 시류에 영합하고자 하는 안일한 의식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정의와 진실의 길은 멀고 시류와 안일함은 우리 곁에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5-21 00:05:0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불안감에 시달릴 때 "예쁘다" 칭찬 탤런트 장나라, 선생님 덕분에 성공 말 한마디 몸짓 하나 아이들에 영향 내일은 스승의 날, 감사와 응원 보내 탤런트 장나라 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성공한 그녀의 오늘은 고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선생님은 평범한(?) 장 씨를 볼 때마다 "예쁘다, 예쁘다" 해주셨다고 한다. 성공할 수 있을지 늘 불안감에 시달리던 그녀였다. 선생님의 칭찬은 무한한 자신감을 그녀에게 심어주었다. 대체로 공부를 못했어도 담임 선생님 과목인 국어 성적만은 좋았다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사였다. 나 역시 그런 증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나라 씨처럼 예쁜 얼굴을 스스로 평범하다 생각한 것 말고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나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 그렇다고 믿는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 덕분이다. 비슷한 또래들처럼 나는 영어를 중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접했다.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를 인쇄체, 필기체로 그리기 시작한 게 영어 수업의 시작이었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어수선했다. 멋모르고 진학한 학교는 알고 보니 전수학교 병설중학교였다. 불안과 불만이 어린 마음에 쌓여갔다. 제대로 수업이 될 리 없었다. 머리 굵은 전학생들과 선생님들 간의 폭력과 드잡이가 일상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영어 시간만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영어 선생님은 어머니처럼 후덕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셨다. 속된 말로 꼴통들의 말썽도 푸근한 미소로 넉넉하게 품어 주셨다.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는 반항하던 학생들도 영어 선생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나에게 결정적인 계기는 중간고사였다. 알파벳을 필기체로 쓰는 문제, 몇몇 객관식에 이어 마지막 문제가 하이라이트였다. "'축하합니다'를 영어로 쓰시오." 교과서에 나오긴 했지만 그 긴 단어(congratulations)를 외우는 아이들은 드물었다. 선행 학습도 없었고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시험 다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나를 불러 세우셨다. 전교에서 '축하합니다'를 제대로 쓴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창피한 생각도 들었지만 우쭐한 마음도 생겼다. 이후 선생님은 나를 지명하여 책을 읽게 하는 등 관심을 보이셨다. 내가 열심히 영어를 파고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사실 그 이후 영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를 잘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은 항상 있었다. 미국 유학을 가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오늘날의 내가 되기까지 영어 선생님의 그 칭찬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내일이면 다시 스승의 날이다.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니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교권은 추락하고 교육이 사라진 학교 현장이 되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나는 그래도 아직 선생님들에게 희망을 갖고 있다. 아직도 절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믿는다. 장나라 씨나 나뿐일까. 모든 사람이 선생님의 추억을 갖고 있다. 크든 작든 자신의 삶에 남아 있는 선생님의 흔적을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인들도 한 사람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들은 그 이상이다. 지덕체라는 말처럼 한 인간의 지식과 덕성과 육체에 미치는 선생님들의 영향력은 총체적이다. 세상에 이처럼 귀한 직업이 또 있겠는가. 나 역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스승의 날을 맞고 보니 얼마나 엄중한 소임을 맡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스승의 날은 반드시 있어야겠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스스로 새롭게 다짐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5-1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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