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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이른 아침에]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의미를 아는가?

북한 핵 개발은 남한 위협용주한미군 철수가 진짜 목적종전선언은 그 첫 단추 의미김정은 거짓 프레임에 속아 순항을 하던 미북 회담이 20일 전부터 흔들리더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소 성명이 나오고 다음 날 또 '회담 가능' 이야기가 나오더니 그 주말에는 서프라이즈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이후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에서 각기 미북 회담 협상이 이어졌고 김영철의 뉴욕 방문 이후부터 12일 미북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보인다. 그런데 5월 2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부터 등장한 미북 회담에 이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의 '종전선언'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충족하고자 미북 회담 이후 조기에 핵 반출이나 ICBM 폐기 등의 성의를 보여 줄듯 미끼를 던지며 그 대가로 '체제 보장'을 강력히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북한 김정은의 체제 보장이란 말이 무슨 뜻인가? 세계 어느 나라가 감히 북한 같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막강한 재래식 전력을 가진 북한을 일부러 침공하거나 공격한단 말인가? 정말로 한국이나 미국이 그들이 말하듯 북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그간 다양한 공작을 해왔단 말인가? 이 지구상에 북한에 핵이 있든 없든 먼저 북한을 건드릴 나라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여차하면 '김씨 왕조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일 클 것이다. 따라서 북이 체제 위협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북한 체제 유지는 자국민에 선정을 펴서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지 미국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북이 핵을 개발한 것은 '북한 체제 보장' 때문이 아니라 '남한 체제 위협'을 위해서이다. 핵을 개발한 뒤 미국을 위협해서 협상에 끌어들여 핵을 포기하는 듯 제스처를 취하며 한반도 남쪽에서 미국을 내보내는 것이 북한, 중국의 궁극적 목적이다. 한미 동맹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해체시키고 주한미군을 남한 땅에서 내보내면 북한은 점차적으로 이념적, 군사적으로 남을 잠식해 궁극적으로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이는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나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 같은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공언해온 내용들이다. 물론 북 체제 보장 요구의 이면에는 '동북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북중 간의 잦은 수뇌부 회동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양자의 이해가 일치함을 잘 보여준다. 이미 올해 들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긴장 완화란 미명하에 축소, 연기되어 정상궤도에서 이탈했고 미국의 핵잠함, 전략폭격기, 핵항모 등은 한반도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북의 체제 보장 요구의 첫 단추는 '종전선언'이고 그 귀결은 '평화협정'이다. 이 두 가지만 완성되면 UN사령부, 한미연합사, NLL, DMZ는 무력화되고 주한미군은 자연히 감축되고 고립되어 그 존재 의미를 상실케 된다. 한미 동맹이 해체되고 미군이 떠난 남한에 평화와 안정이 올 것인가 아니면 친북친중화 된 정치, 운동권 세력에 의해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위기가 닥칠 것이다.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안에 관철시킨다고 합의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올해 안에 북의 비핵화와 대남침략정책 포기가 확인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비핵화는 기어가고 체제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동맹 해체와 미군철수의 시작을 의미하는 종전선언, 평화협정은 날아간다면 한국의 안보는 어찌 될 것인가? 한국 대통령이 비핵화는 미북이 알아서 할 문제고 종전선언은 6·12 미북 회담 다음 날 지방선거 날에 관철시키려 싱가포르에 가겠다는 것은 상식적인 행동인가? '전쟁'이냐 '평화'냐는 거짓 프레임에 속아 쿨한 김정은에 박수칠 때 한국의 안보는 스스로 뒷문을 열어 도망치고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소장

2018-06-04 05:00: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이른 아침에] 트럼프 스타일, 묵은 기준으로는 이해 못해

관행'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미국 이익' 앞에 비난은 아랑곳 안해앞으로 한반도 충격 상황 비일비재섣부른 낙관이나 비관하지 말아야널뛰기도 이런 널뛰기가 없다.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라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파장을 미처 곱씹기도 전이다. 불과 한 달 사이 극적인 상황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미북 정상회담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성사되었다. 그 사이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한미 정상이 다시 만나고 돌아선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생각 못한 패를 내밀었다. "이 시점에서 회담은 부적절하다." 세계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모두가 당황할 때 북한의 반응 역시 상상이상이다. 좋게 말해 유화적인 메시지다. 과거 예로 볼 때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문은 굴욕적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밀리에 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두번째 만난 장면도 놀람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예상컨대 소용돌이치는 한반도 상황은 드라마틱, 충격적, 전격적 등의 단어를 일상으로 만들 것이다. 과거의 타성과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무장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다룬 외신 중 눈에 띄는 것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기사였다. '이게 트럼프 스타일(it fits Trump pattern)'이란 내용이었다.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으며, 예측 불가능함.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시대(Trump presidency)를 정의할 수 있는 용어들이다. 전격적인 정상회담 약속과 느닷없는 회담취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란 핵 협정 파기,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등도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갈등을 증폭시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동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문제는 변덕스러움이 일관성이 있다는 일종의 역설이다. 북미회담 취소 하루 만에 6월 12일이 유효하다고 손바닥 뒤집듯 한다. 트럼프 스스로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과거의 잣대로 판단할 경우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북한의 예가 대표적이다. 김계관, 최선희 등의 위협적 언사는 새롭지 않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장에 나타나지 않는 약속파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수틀리면 판을 깨 버리겠다는 벼랑 끝 전술도 북한이 늘 구사하던 수법이다. 그 때마다 우리와 미국은 양보를 해왔다. 우리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잘 먹히는 북한의 전통적 방식이다.하지만 트럼프는 관행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식의 점잖음 따위는 던져버린다. 그는 북한 보다 한 술 더 떠 아예 먼저 상을 엎어 버렸다. 엄청난 핵능력을 사용하지 않길 기도한다는 트럼프에게 북한의 핵 대결 으름장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 일각에서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작동하는 원리가 예측불가능성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당장 통일이 되고 세계 2위의 경제력 운운하는 섣부른 낙관론은 일단 금물이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 뉴스에 북한과의 전쟁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게 성급하다.스필버그의 영화에서 링컨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나침반은 진북(眞北·True North)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길에 놓여 있는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은 말해주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평화가 일상이 되는' 상황은 우리가 향해 가야할 북극성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을 힘겹게 걸어야 닿을 수 있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고 한 번에 한 걸음씩. 최근의 널뛰기 상황에서 모두가 이런 교훈을 얻었다면 다행이다. 우리와 북한 당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5-28 05:00: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드루킹·판문점 선언을 바라보는 혼란한 국민의식

드루킹 폭로 맞다면 정권 치명타 특보는 한미 동맹 없애자는 발언 경제위기 징후 국가안보도 흔들 감성 쇼통에 진실 뭔지 헷갈려 '판문점 선언'이 있은지 어느덧 20여 일이 지났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이 선언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사소한 핑계를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시키고 미북 정상회담도 안 열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미국 내에선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철수 시 미 의회 동의를 연계시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협상카드'화를 경계하고 나섰고 의회, 싱크탱크, 언론 등에서 미북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미북 회담 성사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과 한국의 회담 성공에 대한 '평가나 목표'가 다를 수 있다며 한국 보수층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런데도 국민 다수의 안보 불감증은 여전하고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 전망도 여전하다. 도대체 '촛불' 이후 국민들 사고는 어떻게 변모된 것인가? 엊그제 드루킹이 옥중에서 자신의 양심선언 성격의 폭로 글을 한 언론사에 전달했다. 드루킹의 주장에 따르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의 동의와 지시에 따라 '킹크랩'이라는 첨단 댓글공작 기계를 동원했고 대선 때 일일 보고했고 점검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이후 대선 기여에 대한 '경공모 회원'의 인사 청탁 과정에서 김 후보에 농락을 당했다고 느껴 불법행위에 대한 언론폭로를 예고하자 긴급체포되고 증거인멸 차원의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과 동료들이 구속 이후 접견, 변호사 면회 등에서 차단이 되고 '김경수를 진술 내용에서 빼라'는 검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물론 검찰은 드루킹의 폭로 내용 중 검찰 관련 김 후보 수사 축소 의혹을 부인했다. 드루킹의 폭로가 맞는다면,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드루킹 사건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찰, 검찰 등 국가 권력기구가 더 상층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이 사건 축소 은폐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하야는 자신이 직접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에 결부되어서가 아니라 도청 이후 이 사건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거짓말을 한 이유로 탄핵에 몰렸다. 만약 드루킹 사건 축소 은폐 공작이 권력 최상층의 지시로 검경과 민정수석실이 동원됐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드루킹의 첨단 IT기계를 동원한 불법 댓글공작을 김 후보가 사전에 알고 동의한 것이 맞는다면, 이는 당연히 문재인 정권 대선 승리의 불법성 시비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김 후보가 문재인 캠프 내 윗선 누구에게 최종 보고했는가 유무가 핵심 수사 관건이 될 것이다. 여야 간 협의된 특검 내용을 봐도 권력기관에 대한 축소 은폐 공작 내용이 수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김 후보 수사도 제대로 못한 수사기관이 그 윗선을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정권 초반에 벌어진 드루킹 게이트는 특검을 맡으려고 하는 변호사가 없다고 특검 추천을 맡은 변협이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이 나라 2만여 명의 변호사 중에 민주주의 수호의 사명감과 정의에 불타는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다수의 국민들은 J노믹스가 실패해도 경제 위기 임박 징후가 곳곳에서 나와도 국가 안보가 흔들려도 민주주의 원칙이 흔들려도 얄팍한 감성과 '쇼통'에 흔들려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6·25 남침 전쟁 휴전 후 65년 동안 지속된 한미 동맹을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대통령 특보라는 자의 입에서 나오고, 이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무기들은 아예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주 자신들이 제안한 고위급회담을 몇 시간 후 무산시키고 존 볼턴 미국 NSC 보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미북 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런 북한에 NLL과 DMZ를 열어젖히고 한시라도 빨리 경협이란 명목의 대북 지원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게 판문점 선언의 본질인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고 시류에 영합하고자 하는 안일한 의식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정의와 진실의 길은 멀고 시류와 안일함은 우리 곁에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5-21 00:05:0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불안감에 시달릴 때 "예쁘다" 칭찬 탤런트 장나라, 선생님 덕분에 성공 말 한마디 몸짓 하나 아이들에 영향 내일은 스승의 날, 감사와 응원 보내 탤런트 장나라 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성공한 그녀의 오늘은 고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선생님은 평범한(?) 장 씨를 볼 때마다 "예쁘다, 예쁘다" 해주셨다고 한다. 성공할 수 있을지 늘 불안감에 시달리던 그녀였다. 선생님의 칭찬은 무한한 자신감을 그녀에게 심어주었다. 대체로 공부를 못했어도 담임 선생님 과목인 국어 성적만은 좋았다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사였다. 나 역시 그런 증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나라 씨처럼 예쁜 얼굴을 스스로 평범하다 생각한 것 말고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나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 그렇다고 믿는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 덕분이다. 비슷한 또래들처럼 나는 영어를 중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접했다.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를 인쇄체, 필기체로 그리기 시작한 게 영어 수업의 시작이었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어수선했다. 멋모르고 진학한 학교는 알고 보니 전수학교 병설중학교였다. 불안과 불만이 어린 마음에 쌓여갔다. 제대로 수업이 될 리 없었다. 머리 굵은 전학생들과 선생님들 간의 폭력과 드잡이가 일상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영어 시간만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영어 선생님은 어머니처럼 후덕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셨다. 속된 말로 꼴통들의 말썽도 푸근한 미소로 넉넉하게 품어 주셨다.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는 반항하던 학생들도 영어 선생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나에게 결정적인 계기는 중간고사였다. 알파벳을 필기체로 쓰는 문제, 몇몇 객관식에 이어 마지막 문제가 하이라이트였다. "'축하합니다'를 영어로 쓰시오." 교과서에 나오긴 했지만 그 긴 단어(congratulations)를 외우는 아이들은 드물었다. 선행 학습도 없었고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시험 다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나를 불러 세우셨다. 전교에서 '축하합니다'를 제대로 쓴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창피한 생각도 들었지만 우쭐한 마음도 생겼다. 이후 선생님은 나를 지명하여 책을 읽게 하는 등 관심을 보이셨다. 내가 열심히 영어를 파고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사실 그 이후 영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를 잘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은 항상 있었다. 미국 유학을 가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오늘날의 내가 되기까지 영어 선생님의 그 칭찬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내일이면 다시 스승의 날이다.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니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교권은 추락하고 교육이 사라진 학교 현장이 되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나는 그래도 아직 선생님들에게 희망을 갖고 있다. 아직도 절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믿는다. 장나라 씨나 나뿐일까. 모든 사람이 선생님의 추억을 갖고 있다. 크든 작든 자신의 삶에 남아 있는 선생님의 흔적을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인들도 한 사람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들은 그 이상이다. 지덕체라는 말처럼 한 인간의 지식과 덕성과 육체에 미치는 선생님들의 영향력은 총체적이다. 세상에 이처럼 귀한 직업이 또 있겠는가. 나 역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스승의 날을 맞고 보니 얼마나 엄중한 소임을 맡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스승의 날은 반드시 있어야겠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스스로 새롭게 다짐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5-14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판문점 선언 평화협정 미군 철수로 이어진다

온 국민이 판문점 선언에 열광 대부분 북한 측 요구 반영된 것 종전 선언 주한미군 철수 의미 평화는 말로 유지되는 것 아냐 온 국민이 판문점 선언에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 남북 합의문을 하나씩 따져보면 ①한반도 비핵화 ②종전 선언, 평화협정 ③군축과 긴장완화 및 상호교류로 되어 있는 합의문 내용 중 8'15 이산가족상봉만 빼면 거의 대부분 북한 측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과연 국민 다수가 언론의 과잉 홍보를 넘어 합의문 내용을 꼼꼼히 읽고 분석한 후 자신의 견해를 여론으로 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기한도 구체성도 없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미국과 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과 핵우산 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방문은 북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이전부터 한미가 해오던 일들인데 핵, ICBM 개발 반칙을 저지른 북이 비핵화의 대가로 한미동맹의 핵심 내용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큰 사고를 친 자에게 포상을 주는 격이다. 이에 반해 기한과 구체적 방법론이 명시된 합의 2가지는 올 연말까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완료 그리고 5월 중 긴장완화 군축 명목의 서해 평화수역 공동어로와 DMZ 내 비무장화 2가지다. 전자는 NLL(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고 후자는 북핵 개발로 비대칭 전력화가 생긴 남북 간에 재래식 전력의 약화와 북 공격저지 최전선 무력화의 우려가 있다. 물론 북이 진정으로 비핵화, 평화공존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당연한 조치이겠으나 작년 연말까지 핵, ICBM 도발로 세계적 차원의 긴장과 협박을 해오던 북의 김정은이 올 연초부터 신의로 가득한 천사의 얼굴을 하게 되었다는 전제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은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말처럼 그 자체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유력한 조치들이다.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 이후 미북 회담에서 김정은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협정은 비핵화를 가시화한 후에 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 또한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남북 간의 모든 진전은 거의 다 문 특보의 말대로 움직여 왔다. 종전 선언이 되면 UN 사령부가 해체되고 평화협정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전시작전권이 한국 측에 이양될 것이다. 이는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의미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때쯤 주한미군기지는 성주 사드기지처럼 친북 반미시위대의 '미군 철수 양키 고 홈' 물결로 포위될 것이다. 김정은이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고립된 미군이 한국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안보위기 외에도 한미 간 동맹의 단절을 의미하고 이는 지난 70년간 미국 영향을 받은 한국의 모든 사회문화적, 제도적, 정치적 시스템이 이제 범중화권의 영역으로 이전 흡수됨을 의미한다. 한국이 해방 이후 중국의 영역에 흡수되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번영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현재의 한국 경제 수준이 지속될 수 있을까? 흔히 국민의 지지가 80%대이니 판문점 선언에 이의 달지 말고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의 고비마다 국민의 분위기와 선택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1940년 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와 영국 국민의 여론은 독일과 평화적으로 강화하고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쪽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결국 일어났고 프랑스와 영국은 엄청난 희생을 겪었다. 평화는 약속이나 말이 아니라 힘과 실천 과거전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 지속됨을 알아야 한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5-07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은 아니지만…

남북 정상회담 숱한 화제 감동 남겨 판문점 선언 성과 北美 회담에 달려 일방적 감격 단선적 매도 하지 말고 북한의 행동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북한은 우리에게 이중적 존재이다. 적이면서 동포이고, 대결의 상대방이자 동반자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의 의견처럼 "현 단계에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 적화 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 북한을 다루기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대립과 갈등을 유지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임은 남북 교류의 역사가 증명한다. 굵직한 것만 보아도 남북은 끊임없이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 왔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 등이 그것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룬 6자 회담 후 '모든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경과는 아는 바대로이다. 선언은 선언으로 끝나고, 합의는 휴짓조각이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천명하는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북한 핵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풀 수 있는 차원을 넘는다.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남북 관계만큼 이 말이 들어맞는 경우가 없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은 숱한 화제와 함께 감격과 감동을 남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북 간 합의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같은 느낌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당장 한반도에 봄이 온 것처럼 들뜨곤 했다. 통일이 되거나 적어도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곤 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진심으로 다르길 바란다. 객관적 조건도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지도자로는 최초로 남한 지역에 발을 디뎠다. 녹화되고 정제된 모습만 보여주던 북한 지도자들과 달리 김 위원장은 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남한 사람들 앞에서 북한의 열악한 실상을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연출이라면 고도의 연출이다. 부인까지 남한 언론에 여과 없이 노출시킨 것은 북한의 목표가 정상국가화 전략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남북 정상회담이 미국과의 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점이다. 이번에도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일각의 의구심은 당연하다. 여러 번 속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북한의 최종 상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축복, 축하 등의 의례적 치하를 건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딴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이어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해리스 대사 지명자는 폼페이오, 볼턴과 함께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이다. 폼페이오에 이어 군인 출신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둘러 외교안보 진용을 정비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아예 대놓고 말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속이려 하지 않고 있고, 또 속지도 않을 것이다." 수틀리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약속과 파기를 되풀이하던 공식이 이번에는 깨질 가능성도 있다. 판문점 선언의 최종적 성과는 북미 정상회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급한 결론을 경계해야 한다 해서 제비를 제비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언제 찬 바람이 불지 조심해야 하지만 제비가 봄을 알리는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역시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정하다시피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선언은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직은 북한의 이중적 존재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교류 협력의 동반자로서 비중이 점점 커질 때 대결의 상대로서의 무게는 그에 따라 줄어들 것이다. 흥분을 누르고 판문점 선언적 약속이 구체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이 정치권과 국민들의 일이다. 긍정적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의 약속에 매일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강구해야 한다. 일방적 감동도, 단선적 매도도 금물이다. 북한이 이중적 존재라는 인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4-30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드루킹 게이트 민주주의를 파괴하다

불법 사조직 여론 조작 대선 개입 국가 권력기관들 무기력한 모습 文정부 지지율 과장되었을 수도 객관적 진실규명 조치 이뤄져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드루킹'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관련 네이버 기사 댓글이 조작되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 사태는 시작되었다. 네이버 측의 고발, 민주당의 고발이 이어지고 김어준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댓글 조작 의혹 제기 이후 이 사건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첫 문제 제기 이후 세 달여 만에 느닷없이 댓글 조작으로 구속된 자가 드루킹 등 3명이 있으며 그들이 민주당원이라는 언론보도가 4월 13일에 있었다. 뒤이어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좌파 논객 주도로 10여 년 전부터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이 조직은 파주에 위장 출판사를 차린 뒤 작년 대선에 온-오프라인에서 선거에 동원되고 적극적인 여론 조작을 해온 것이 드러났다.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과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과 김 의원이 기사 주소를 드루킹에게 10건이나 보낸 정황이 드러나고, 드루킹은 민주당 대선 지원 대가로 청와대 행정관, 주일대사, 오사카 총영사 등의 자리를 논공행상으로 요구하였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자 드루킹은 2017년 대선 여론 조작 개입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가 지난 3월 22일 긴급체포 및 구속되었다. 이후 4월 13일 자로 드루킹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사건이 이첩되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한 선거 브로커의 논공행상 요구 협박을 넘어선 '대의민주주의 파괴'라는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취임 백일회견에서 직접민주주의는 촛불을 들고 댓글을 다는 것이라고 예를 들고 대중의 정치참여를 찬양하고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문자 폭탄을 '양념'이라고 표현하며 대중의 정치참여를 찬양했다. 그러나 대중의 정열과 헌신을 악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사이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점을 주시해야 된다. 드루킹 사태는 한국 권력 기구들인 선거관리위원회, 검찰, 경찰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드루킹이란 여당 대선 승리에 기여한 정치꾼에 대해 얼마나 무기력하고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선 중 수차례 신고되고 타 정당과 선관위에 의해 고발되어도 무혐의 처리되고 여권 핵심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도 이를 애써 무시한 채 경찰은 단순 업무방해로만 드루킹을 수사했다. 검찰은 끼어들기 싫어 아무런 추가 수사 없이 4월 17일 구속된 3명을 경찰 의견대로 구속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이 협박사건 수습에 끼어들었고 이후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드루킹이란 인물 앞에 선관위, 검찰, 경찰, 청와대가 모두 해괴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드루킹은 지난 대선과 민주당 내 경선 중에 온라인상에서 이재명 등 상대 경선후보를 음해 공격했고 본선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여론 형성 과정에서 미디어 중에 특히 포털뉴스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악용해 이를 통해 상대 후보에 대한 악의에 찬 음해성 공격을 전담했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이후 적폐 청산을 한다면서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댓글 공작'을 파헤치고 처벌하고 있다. 그런 정권이 자신의 집권 과정에서 만약 자신과 연관된 사조직이 여론을 조작하고 상대 후보를 음해했다면 이 또한 엄청난 모순과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드루킹 사건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의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대선 과정에서 불법 사조직에 의해 여론이 조작되었다. 둘째, 문 정권 집권 1년여 동안 여론 조작에 의해 정권 지지율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이런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선관위, 청와대 등 감시 처벌을 담당한 국가 권력기구들이 지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의혹에 찬 행동을 하고 있다. 넷째, 문 대통령이 찬양한 직접민주주의의 부정적인 폐해가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정당 정파 간 이해 한계를 넘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라도 특검과 청문회 등 객관적 진실규명 조치가 즉각 행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여론 조작을 비판하며 집권한 자들이 집권과정에서 그들 역시 여론 조작을 했다면, 이 모순을 어찌 할 것인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4-23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김기식 논란, 정치 개혁 시작으로

피감기관은 국회의원의 감사 대상 예산 좌지우지, 운영전반에 영향력 돈 받아 활동하는 의정 관행 없애기 빨리 결단 내려 정치개혁 힘 실어야 "청와대가 김기식 금감원장을 곧 집에 보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털어놓은 말이다. 홍 대표의 '느낌'이 일방적 기대인지는 모를 일이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홍 대표의 발언을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청와대도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김기식 지키기'를 위한 완강한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위법은 물론,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면 사퇴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다. 상황 전개에 따라 자진 사퇴 카드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검찰은 전격 압수수색부터 시작했다. 홍 대표처럼 '느낌'이 왔는지 속된 말로 '감을 잡은' 검찰의 행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이제 '김기식 원장이 집에 가면' 모든 게 정리되는 건가. 정권 흠집 내기를 통한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 족한가. 이번 사태는 그런 차원을 넘는다. 아니 넘어야 한다. 김기식 논란은 본인의 거취가 어찌 되든 분명히 따져야 할 게 수두룩하다. 넓게는 정치 개혁, 좁게는 국회 개혁을 위해 숱한 과제를 던진 사건이다. 여야 가릴 게 없다. 우리 정치인들은 무엇으로 사는지 그 민낯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는 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을 받아 활동하는 관행(?) 아닌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분명히 해 둘 것은 김기식 원장의 과거 행보가 잘못이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의 감싸기는 무리라고 본 청와대의 판단이 맞다. 임명 철회 혹은 사퇴가 정답이다. 야당 의원들도 관행적으로 그러지 않았느냐는 청와대의 항변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 눈높이 운운도 과녁을 벗어났다. 핵심은 문제가 있는지 여부이다. 입법 기능과 함께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행정부에 대한 통제와 감시이다. 대통령제의 작동 원리가 삼권의 분립과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인 것이다. 이른바 피감기관은 말 그대로 국회의원들의 감사 대상이다. 의원들은 피감기관의 예산을 좌지우지한다. 돈줄을 쥐고 있으니 인사와 정책을 비롯한 운영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잇따른 채용비리 사건은 국회의원의 인사청탁을 거절 못 하는 기관의 약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을 간다? 목적이 무언지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다. 기관이 먼저 요청했는지 의원이 요구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관광성이었는지 아닌지도 대수가 아니다. 심하게 말해 보호비 명목으로 상인들 돈을 뜯는 조폭과 다름 없는 것이다. 해외 출장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려울 것 없다. 국회의장의 결재를 받아 국회 예산으로 가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게 상식이고 또한 당연하다. 공무상 출장이라면 공무원이든 누구든 소속 기관의 돈으로, 소속 기관장의 책임하에 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 국회의원 전수조사 운운하는 것은 김기식 의혹에 대한 물타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김기식 원장의 거취가 정리된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여야가 일단 원칙을 합의하면 된다. 이번 논란을 정치 개혁의 계기로 삼자고 말이다. 서로의 얼굴에 다투어 오물을 던져본들 악취만 진동할 뿐이다. 김기식 원장은 억울할 수도 있다. 과거 다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여야가 같이 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등의 항변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디 금융 개혁만이 개혁인가. 뜻하지 않은 유탄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 개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도 역사에 남을 일이 아닌가. 유성엽, 노회찬 의원 등 이미 국회 내부에서부터 개혁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기식 원장은 빠른 결단으로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4-16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나라가 망할 땐 국가 정체성부터 사라진다

김정은과 악수가 영광이라는 아이돌 4·3사건 명예 회복·美 사과까지 운운 反美 외친 패망 직전 베트남과 닮은꼴 정권 찬양 일색…국가 정체성도 흔들 세상이 온통 '혁명'으로 시끄럽다. 공직자들은 지난 정부의 행적으로 '적폐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고, 현 정권의 역점 사업인 탈원전,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 문재인케어 등에 앞장서다 차기 정권에서 청산의 대상이 될까 복지부동하고 있다. 심지어 관변연구소 기관에서 연구원, 박사 등이 신문 기고문과 방송 출연 발언 등으로 옷을 벗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고 정부가 출연한 미국의 싱크탱크 내부 인사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영철이 북에 간 기자들한테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사람입니다'라고 정면 희롱을 해도 국방부는 '어느 기관, 어떤 인물이 폭침을 했는지 특정할 수 없다'고 비루하게 말하고 있다. 여기에 예술단을 인솔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김영철을 '노동당 부위원장님'이라 하고 김영철은 도 장관을 '도종환 선생'이라 하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일국의 장관으로 간 사람이 국가 자존심을 세우지 못하니 따라간 연예인 아이돌 그룹 중엔 김정은과의 악수가 '영광'이라고 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연평도 포격, 핵, ICBM 개발과 협박을 자행하고 잔인한 학살과 인권 탄압, 김정남 살해, 장성택을 처형한 김정은과 악수를 한 김정은이 다른 인물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천안함 폭침이 '정찰총국장 김영철의 작품'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은 귀신이 전한 말을 믿고 그러는 것인가? 여기에 4·3사건을 두고 '명예 회복' 이야기까지 나오고 미국의 사과 운운까지 거론된다. 과잉 진압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국가가 사과하여야 하지만 명예 회복은 또 무슨 말인가? 4·3사건의 발단은 분명히 1948년 남측의 제헌 의원 선거를 통한 정부 수립을 막기 위한 북측의 지시에 호응한 남로당의 치밀히 조직된 시위와 이에 대한 과격한 진압 그리고 뒤이은 무장 반란이 그 원인이다. 미 군정과 정부가 남로당의 반란을 진압한 것이 잘못이라고 해야 명예가 회복되는가? 그 후 6년여에 걸친 진압 과정에서 양민의 희생과 과잉 진압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4·3사건의 본질은 북에 동조해 대한민국 정부 출범을 막고자 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만약 남로당의 의도대로 5·10 제헌 의회 선거가 무산되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지도 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945년 2차 대전 이후 좌우 합작 정부를 구성한 동유럽의 폴란드, 체코, 헝가리, 유고 등 대부분의 나라가 곧바로 공산화돼 버린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당시 미 군정은 3년간 남한의 혼란한 상황을 지켜보니 사실상 끝까지 자유 진영으로 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후 빨리 정부를 수립시킨 뒤 한반도에서 손을 떼고 싶었다. 그래서 1950년 1월 2일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이 극동방위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사태를 초래했고 이것이 6·25 남침을 불러왔다. 이런 미국이 도대체 4·3사건에 대해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가? 지금 성주 미군 사드 기지에는 민간인의 바리케이드가 2단계로 설치되어 일체의 병력, 장비, 식량, 유류의 이동이 차단되어 헬기로 실어 나르고 있다고 한다. 현지 경찰 수십 명은 6개월 이상 지속된 민간의 불법 도로 차단에 대해 멀리 떨어져 방치하고 있다.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려면 경찰 공권력 행사 또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법대로 해야 하지 않는가? 상황이 이러니 그간 숨죽이던 친북 종북 세력들이 이제 떳떳이 정체를 드러내고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4·3사건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의 미 대사관 앞 대규모 반미 시위가 있었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으로 UN 사령부가 해체되고 전시작전권 이양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군의 존재가 더 이상 한국에서 버틸 수 있을까? 그때쯤 미군부대 앞은 친북 시위대로 고립 포위되고 '양키 고홈' 구호가 거리를 뒤덮을 것이다. 좌파 세력들은 평화협정이 미군 철수로 직결되지 않고 한국이 베트남 패망 당시와 조건이 다르다고 대국민 기만 작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베트콩이 미 대사관까지 습격하고 종교, 노동자, 농민, 사회단체가 반미를 외치던 패망 직전 베트남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실정이 무엇이 다른가? 사회 지도층, 보수 야당, 언론 등 오피니언 리더 계층부터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두려워하며 당연한 비판조차 꺼리고, TV만 틀면 정권 찬양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 국민들의 국가 정체성 또한 흔들리고 있다. 모든 나라가 망할 때는 먼저 지도층이 침묵하고 국민 의식이 스스로 무너져 피아 구분이 사라진 뒤 저절로 무너진다고 한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4-09 00:05:03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헌에 집중

국가 안전·국민의 행복이 개헌 목표 한국당 방향성부터 분명 제시해야 비난 아닌 적극 논리로 국민 설파 때 대통령안보다 설득력 가질 수 있어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일주일이 된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한다. 가결하든 부결하든 의결에 부쳐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로서 이런 헌법적 요구는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표결을 위해 의사당에 들어가는 의원은 제명하겠다는 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으름장이다. 국회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히려 한국당이 의결을 주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한국당은 개헌안이 사회주의로 가는 통로라고 성토 중이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국회 토론과 표결을 통해 부결시켜 폐기 처분해야 마땅하다. 그게 떳떳하고 당당하다. 문제점이 있다면 국회 토론 과정에서 분명히 할 수 있다. 반란표를 크게 걱정할 이유도 없다. 개헌안 표결은 국회법상 기명투표로 한다. 당론을 거슬러 투표할 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개헌 저지선을 훌쩍 넘는 의석수 아닌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호헌 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불리할까? 과거 5공 시절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반대하던 호헌과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야당 역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개헌을 하되 시기와 내용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단순히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같이 하면 야당에 불리하다는 식의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주도한 관제개헌이라는 논리도 빈약하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이 있다. '사회주의 개헌 저지' 운운하며 장외투쟁을 시사하는 것도 국민 마음에 썩 다가오지 않는다. 차라리 치열한 토론전을 준비하는 게 낫다. 야당은 비난과 부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헌 논리를 국민들에게 설파해야 할 때이다. 개헌은 말 그대로 국가 백년대계를 재설계하는 중차대한 작업이다. 헌법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이전 국회에서부터 개헌 논의를 이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런 가시적 결과물이 없었다는 데 있다. 좋은 말을 나열한 보고서만을 남긴 채 할 일을 다 한 듯 만족한 것이다. 전문부터 부칙까지 조문화된 헌법안을 국민들 앞에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판의 여지도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회가 대통령 개헌안을 구체적인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 개헌안 논의와 표결을 거부한다면 국회가 그 나름의 개헌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게 옳다. 청와대가 개헌안을 가지고 '쑈'를 한다면 국회도 하면 된다. 여당이 안 하려 하면 야당끼리 하면 된다.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적 개헌안을 제시할 수 있다. 청와대처럼 사흘에 걸쳐 하면 더 좋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수록 국민의 이해가 넓어질 수 있다. 지난 주말 한국당이 그 나름의 개헌 방향을 제시한 것은 따라서 다행스러운 진전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일종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철저한 삼권분립, 헌법기관들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 제한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핵심 문제는 국무총리 선임 방법인 듯하다. 한국당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제왕적 대통령 견제를 위해 총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유사내각제'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이 시점에서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 묻고 싶다. 총리 선임에 관한 국회 권한만 강화되면 개헌안에 동의할 수 있는가. 헌법 전문에 있는 대로 개헌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 강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등도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확보가 개헌의 목표여야 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국회 개헌안을 6월까지 완성하겠다면 이런 방향성부터 분명히 제시해야 마땅하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헌법의 비전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런 철학과 고민이 담긴 대안이어야 대통령 개헌안을 뛰어넘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국무총리나 선거제도만이 개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4-02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명암

잘못된 관행·폐습·담합 파괴 文정부 '법대로 처리' 새 선례 권력자 부정 이제 용납 못해 공정·정의로운 사회 싹 틔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주 구속되었다. 이로써 한국의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구속되거나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전통?'을 확실히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보수정권의 전직 대통령 2명과 다수의 고위관료를 사법처리하며 '적폐청산'의 기치를 드높이고 이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박, 이 두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은 2020년 총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권의 정국 주도력 유지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검찰 내부의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을 순식간에 잠재우며 여러 추가적 폭로로 이어졌다. 그러나 2월 초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이후 이윤택 등으로 이어지며 연극'영화계, 정치권, 학계, 종교계, 언론계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어갔다. 주로 각계의 '권력자' '슈퍼갑' 등이 타깃이 되고 있고 2명의 자살자가 나오는 후유증도 남겼다. 유력한 여권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그의 측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자 충남지사 후보의 낙마로까지 이어졌다. 항간에는 '6'13 지방선거의 당선 향배는 '미투 운동'에 달려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잘못된 관행과 폐습, 묵시적 담합을 파괴하는 혁명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간 전 대통령 등 최고위층의 비리는 정권 교체 시 하수인이나 대리인 몇 명을 사법처리하고 적당히 끝내거나 형식적 처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특사' 등으로 풀어주는 관행적 묵계가 있었다. 사실 역대 대통령 주변에는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왔지만 적당한 선에서 서로 봐주는 묵시적 '담합의 커넥션'이 있었다. 이를 문재인 정권이 깨트리고 '법대로 처리한다'는 새로운 선례를 열었다. 이제 문재인 정권은 만약 자신들의 권력행사에 약간의 의혹이나 권력의 사사로운 사용이 발생한다면 퇴임 이후 단단한 각오를 해야 될 상황이다. 따라서 불행한 일을 막자면 퇴임 시까지 완벽히 정직하고 깨끗한 정권이 되거나 아니면 수단'방법을 불문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했든, 정치 보복과 권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 했든 '적폐청산'은 한국사회의 오랜 부패 묵인, 담합의 사슬을 끊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현직이나 차기 대통령은 매우 사소한 부정부패나 권력 남용에도 기꺼이 구치소에 갈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적폐청산이 내심이야 어떻든 의도치 않은 결과적 정의 확립에 이바지하게 되었다. '미투 운동' 또한 처음에는 검찰 권력 내부의 치부 고발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진행되는 양상은 마치 벼락이 어디에 떨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듯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각계의 친여권 성향 인물들이 주로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 300여 친정부적 사회단체들이 '미투 운동' '지지'에 나서 방향 전환에 나선 모양새도 있었다. 이 또한 누구도 인위적으로 통제되기 어려운 '미투 운동'의 본질을 망각한 행동이다. 결국 '적폐청산'이나 '미투 운동'에 비록 그 시작은 복잡한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회의 '대통령직'의 엄중함을 상기시키고 여성에 대한 권력을 이용한 성적 폭력이 난무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적폐청산' '미투 운동'은 이제 누구도 통제가 불능한 불덩어리가 되어 한국사회를 태우고 있다. 다소간의 부작용에도 두 사건이 지나간 자리는 좀 더 나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싹이 돋아날 것은 틀림없다. 역사는 짧게 보면 모순투성이지만 길게 보면 매우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교훈을 현재의 권력자들이 깨달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다행일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3-26 00:05:04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권력분립 없는 대통령 연임 개헌은 퇴행

文대통령 21일 개헌안 발표할 전망 재적의원 3분의 2 충족 가능성 희박 '더 좋은 헌법 실제로 만드는 게' 중요 발의 대신 대통령안 국회에 제안을 우리 헌법은 길지도 않은 70년 헌정사에서 9차례 전면 개정을 거쳤다. 각 헌법의 평균 수명이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무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현행 헌법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정권 교체를 통한 정치적 안정 등이 헌법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헌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좋든 싫든 이제 10번째 개헌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개헌안 초안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정치권이 앞세워 온 개헌 명분이다. 개헌안에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도입되었다. 대통령 사면권 제한, 감사원 독립기구화, 국회 예산심의 강화 등이 그것이다. 현재 헌법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 탄생이 더 이상 불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대통령 4년 연임제로 임기 규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개정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단임제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통해 민주주의가 정착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연임 개헌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정치 풍토를 볼 때 한 번 당선되면 대부분 연임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이 동원되고 정책이 왜곡되고 선심성 예산을 퍼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무원의 선거개입 논란 등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연임이 자연스럽지만 대통령 연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처방약은 아니다. 대통령 권력의 견제 장치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분립이다. 권력분립의 요체는 3권의 수평적 권력분립과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권력분립이다. 대통령제를 발명한 미국이 철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삼권분립과 연방주의를 채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국회의원과 장관(국무위원)을 겸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참모인 장관이 동시에 제대로 된 국회의원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제왕적 대통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정통 대통령제라면 국무총리 대신 국민이 선출하는 부통령을 신설해야 한다. 기형적인 국무총리를 존치하려니 선출 방법부터 논란이 된다. 개헌 목적을 생각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 통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한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장치 마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자치의 강화도 중요한 개헌의 명분이다.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자치 강화를 형식적으로 선언하는 정도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르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이 6월 중 국회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다급함의 표현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공고 후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수정안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찬성, 반대의 선택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재적 3분의 2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부결이 예상됨에도 발의를 강행한다면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회법상 개헌안 표결은 기명투표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당은 통과되어도 부결되어도 좋다는 계산을 할 법하다.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함께 하면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부결되어도 반대 정당과 의원들을 공격할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야당은 물론 그 반대의 계산이다. 개헌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은 그렇다 치자. 약속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좋은 헌법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 압박은 상당 부분 효과를 본 셈이다. 야당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은 그 덕분이다. 심상정 의원의 말처럼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 대신 대통령 안으로 국회에 제안하면 어떨까.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시한을 명시하여 더 좋은 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결을 무릅쓰는 대신 좋은 내용의 개헌을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타협도 불가능하다면 아무리 헌법을 바꾼들 좋은 정치는 결국 불가능하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3-19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북한 비핵화 과연 가능한 일인가?

美 정보수장 北 비핵화 의지 의구심 한미훈련 축소 대북 제재 이탈 우려 제재 완화하면 무역전쟁 가능성 커 김정은 제안은 동맹국 분열 노린 것 지난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의 김정은 면담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4월 말에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예정되고 주변 4강을 한국 특사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설명하러 연쇄 방문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정의용 특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5월 말까지 미'북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3가지 조건이 옵션으로 담겨 있다. ①항구적 비핵화 달성 ②한미연합군사훈련 인정 ③김정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까지 압박 계속 등이다. 과연 5월 말까지 미'북이 사전 접촉, 탐색 대화,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언론보도나 국민 여론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큰 기대를 보이고 외국 언론 또한 이를 '문재인 운전석론'이 성과를 거둔 양 보도하고 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되어 공표되어야 할 내용이 이번 특사 방문에서 미리 제시되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북이 반대하는 4월 초 한미군사훈련 문제와 미'북이 비핵화 대화가 선결되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에 의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김여정, 김영철 방문에서 펜스, 이방카와의 극적인 회동을 기대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미국 측의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사전 해결 요건만 확인되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주객이 전도되어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와야 할 북한 비핵화, 미'북 대화 의지 및 한미군사훈련 등에 북측의 입장 표명이 정의용 특사단 파견에서 미리 확인되었다. 일단 미국 측의 입장은 겉으로는 대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는 듯 보이지만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국방정보국(DIA) 등 주요 미국 정보부서 수장들은 일제히 북의 비핵화 실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6자 회담과 제네바 합의 등에 나섰던 북측과 비핵화 협상을 한 경험이 있는 전직 관료들 또한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북의 비핵화 의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핵이 없던 김일성이 1991년 남측이 보유한 미군의 전술핵을 없애기 위해 한 기만적 표현이며 김정일 또한 이 발언을 강조한 직후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보장이 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북측의 입장 또한 결론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미군 철수 등이 이루어질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측 입장에서 보면 수없이 속아온 북의 기만적 대남 적화전술의 반복에 불과하다. 또 4월 한미군사훈련을 예전 수준으로 시행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면 조절을 기대한다는 언급은 기만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는 얼마 전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말한 도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불과한 키리졸브 훈련은 하고 실제 전략자산 등 주요 장비와 미 예비군 등 병력이 다수 출동하는 기동작전인 독수리 훈련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기간을 축소할 수 있다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부분을 보면 한국 특사단이 김정은과의 단 4시간 회동 설득 결과, 김정은이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식의 일부 언론보도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작년 12월 이후 중국, 평양, 판문점 등에서 남북 측에 사전협의 모임을 가졌다는 외신보도 내용이 더 신빙성이 가는 대목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주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만나 4월 한미군사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 잠수함, 핵 항공모함 등이 안 와도 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애초 6월 개최설과 달리 굳이 4월 30일께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정한 것은 4, 5월 두 달 동안 시행될 독수리 훈련을 정상회담 전에 대폭 축소하여 대충 끝내기 위한 북의 의도가 반영된 것임을 짐작게 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얼마 전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군사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는 청와대가 내정간섭이라 공개 비난해 놓고 주적인 북한의 요구에 따라 정상회담 날짜를 4월 30일께로 정한 것은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한 정상회담인지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북측의 미국 측에 대한 비핵화 의지 표명,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계별 폐기 등 별도의 선심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은 수용하였지만 이 회담이 과연 제대로 성사될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하는 예비 대화, 특사 파견 등이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질적 비핵화 실행 전까지 현재의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측은 북측의 대화 제안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국, 러시아, 한국 측이 대북 제재 압박 전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미'중 간 전면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국 측이 제재 완화 입장을 보인다면 한미 간 무역통상 분쟁이 극심해지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은의 이번 미'북 정상회담 제안, 비핵화 제안은 평화정착보다는 대북제재 동맹의 와해와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북 강경노선 선회로 급변할 수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3-12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남북관계 '예정된 함정'을 피하라

올림픽 계기로 남북대화 분위기 대북제재·압박 국면 전환은 안 돼 섣부른 제재 완화는 북한만 이득 과거 실패 부른 함정 빠지지 말길 최근 화제를 모은 '예정된 전쟁'(그레이엄 엘리슨 저)을 읽었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설명한 책이다. 국제질서에서 지배세력과 신흥세력의 충돌은 결국 전쟁의 함정으로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신흥국 중국과 지배국 미국이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와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 나라의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책에는 북한의 도발이나 붕괴 등이 한반도에서의 미중 간 충돌을 야기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미중 전쟁이 말 그대로 '예정된 전쟁'이라면 대한민국은 어찌 될까. 결론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쟁은 필연적이지 않다. 전쟁은 피할 수 있다. 역사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사례도 많지만 파국을 회피한 경우도 있다. 열두 번은 전쟁으로 귀결되었지만, 네 번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었다. 저자는 이런 논증 끝에 미중 전쟁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열두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저자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나의 독후감은 다르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쇳말은 행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전쟁만이 아니다.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책에도 있지만 한 가지 예를 보자. 1936년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을 어기고 라인 지방을 재무장하여 유럽을 위협했다. 1차 대전 후 포기한 영토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만약 영국과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조약을 지키라고 압박했다면 어땠을까. 독일 군대는 물러나고 독일 장군들이 히틀러를 실각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히틀러의 무분별한 행동을 반대한 장군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 영국의 처칠이 주장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랬으면 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현실은 달랐다.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압박 대신 히틀러를 달래는 '평화론'을 선택했다. 결국 전쟁의 함정으로 이끈 선택이 되었다. 우리가 또 한 번 기로에 섰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평창올림픽의 평화 무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은 누구나 예상한다. 김여정, 김영철의 방문과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특사 파견을 결정하고 미국에 통보까지 했다. 접촉은 계속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가 보장되리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비핵화 기대는 바닷물이 마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북한의 말이다. 비핵화 약속 없이는 대화도 없다. 미국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우리의 선택지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 중재 노력은 필요하다.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특사, 정상회담 모두 좋다. 문제는 올바른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대북 제재와 압박 국면을 전환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북한이 갑작스레 대화에 나선 배경을 보면 자명하다. 우선은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한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 조치를 수시로 격렬히 비난하는 북한이 스스로 증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현실화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은 '전략적 인내'를 되뇌던 과거 대통령들과 다르다. 혹시나 하는 위협감을 북한이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변화가 김정은의 호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도 그 연장선상에서 찾아야 한다.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이고, 우리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던 북한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가장 손쉬운 우리를 상대로 제재에 틈을 벌리려는 것이다. 대화에 응하되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고수하는 한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특사는 이 점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일관된 자세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일시적 유화국면으로 북한이 궁지를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머지않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섣부른 제재 완화와 국제 공조 이탈은 함정으로 빠지는 길이 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예정된 함정'을 피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3-05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농어촌 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4월 위기설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한미군사훈련 동맹 의지 바로미터 北 이간에 한국 의심해 '위기설' 나와 '北 비핵화' 없는 남북정상회담 추진 문재인 정권, 국민'우방에 설명해야 25일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북한은 개회식의 김여정, 김영남에 이어 폐회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폐회식 대표단장으로 왔지만 북미 간은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 이는 지난 11일 김여정이 떠난 뒤 열흘 뒤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로 드러난 한국 정부 주선의 '펜스-김여정' 회동이 막판에 북측의 거부로 무산된 후유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뒤늦게 보안에 부쳐졌던 이 사실을 공개한 이유는 남북한이 올림픽 후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전제로 한 비핵화 의제가 담보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는 데 대한 불쾌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오래 비밀리에 준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달 2일 통화에서 적극 주선한 '평창 미-북 대화'가 북측의 회담 직전 거부로 무산되고 미국 내에서조차 미국 펜스 부통령의 경색된 태도가 비판을 받자 한국 주선 물밑 거래의 전말을 불쾌함 속에 폭로해 버린 것이다. 펜스 귀국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GM 철수, 한미 FTA 폐기, 안보 목적의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 철강 적용 등 연일 무서운 대한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결연히 맞서겠다며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면서 WTO 제소, 보복 관세 적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30조원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를 보는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 최강국이자 동맹국인 미국과 맞선다는 논리가 공허하기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미 동맹을 이간시키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30조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기에 통상 문제로 보복할 수 있다고 정면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남북정상회담 속도 조절을 하고 있지만 현 정부가 결국 남북정상회담 추진 카드를 기어이 성사시키기 위해 김영철 방남을 통해 깊숙한 논의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한미 국방 당국이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말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한다고 분명히 합의해 못 박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훈련 축소나 중단을 시도한다면 미국은 단독으로라도 훈련을 실시하고 일정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고 못 박고 있다. 미국 측은 한미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북의 이간계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한미 동맹 역할 준수 의지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이방카 방한에서 문재인 정권의 기대와는 달리 이런 강경한 미국의 태도는 남북 현안에 대한 의도적 회피로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은 '펜스-김여정 회동'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비핵화 없이는 협상 없다'는 강경 의지를 피력했을 거라고 확인하고 있다. 또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핵심 장성 출신들이 장악한 미 안보 라인은 북한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 원칙(CVID)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대북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이후의 도발에는 무력 보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향후 이런 미국의 원칙에 벗어난 한국의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한미군사훈련 중단 의도는 한미 간 안보, 경제통상, 금융 문제 등 전면 갈등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월 위기설은 이런 북의 이간계에 대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는지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우방에 설명해야 할 시점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2-26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남북 정상회담과 남남갈등

'김일성 가면' 해프닝 적전분열 양상 대북특사 남남갈등 최고조 이를것 文대통령은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일대일 면담 흉금 터놓고 의견 교환 '김일성 가면'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가면의 얼굴은 젊은 시절 김일성과 닮았다. 과거 그 분야 전문가(?)였던 모 의원이 김일성이라 고집하는 걸 보면 미상불 그런가 싶기도 하다. 김일성 우상화 선전이라며 '평양올림픽'이라는 비난의 근거로 쓰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고 존엄의 얼굴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북한체제의 특성을 든다. 존영을 가면으로 만들어 눈까지 뚫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김일성의 얼굴일 수도 있고, 여자 집 앞에서 휘파람을 부는 미남일 수도 있다. 한 언론이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논란조차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일성 우상화? 김일성 가면을 본 대한민국 국민 사이에 김일성 사모 분위기가 형성되었을까. 만약 북한 응원단이 선전선동 수단으로 김일성 가면을 사용했다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북한 측은 일언반구도 없지만 우리 스스로 김일성이라 인식했다는 것 아닌가. 단순히 북한판 미남 얼굴을 사용했다면 망외의 소득을 거뒀다고 미소를 띨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면은 우리 가운데 이른바 보수와 진보, 친북과 반북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응원단조차 가면이 이토록 큰 논란거리가 될 줄은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평창 이후'가 걱정이라고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 평화 분위기가 일시적인 것임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휴지기가 끝나면 핵을 둘러싼 남북미 간 본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도 한발 걸치려 할 것이다. 미국이 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태도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표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익히 보아온 터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분명하다. 핵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인권침해. 미국이 이라크, 시리아 등을 공격할 때 내세운 명분이다. 선제타격론이 완전히 꺼진 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가면' 문제를 엄중히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작은 먹잇감만 던져도 우리는 이를 둘러싼 이전투구를 시작한다.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한 증오감이 지배한다. 정치판에서 시작된 논란은 사회 전반에 번진다. 아무 이해관계 없는 사람들까지 서로 물고 뜯는다. 아귀다툼이 따로 없다. 평창 이후 우리의 걱정은 남남갈등의 증폭이다. 남북 간, 미북 간 충돌 이전에 우리끼리의 충돌이 더 우려된다.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한미 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불쏘시개이다. 대북특사로 언제 누구를 보낼지도 도화선이다.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남갈등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남북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어렵다. 비판적인 의견을 일부 수구세력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야당을 드라큘라, 바퀴벌레라고 비난하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접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북특사 파견 전에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한다. 한꺼번에 회동하는 대신 일대일로 대면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한 사람씩 부르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에 찬동해서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라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어야 한다. 시간제한 없이 만나 북한 측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야당에도 남김없이 알려야 한다. 북한 측의 숨소리까지 미국에 알려주라고 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비판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고 치열한 토론을 벌일 생각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야당도 막 나가기는 어렵다.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한에 이용당할까 걱정하는 여론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번 칼럼에도 말했지만 국민 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정책은 힘 있게 추진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가면이 아닌 진정성 있는 우리 지도자의 얼굴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때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2-19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농어촌 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평창 축제 이후 진짜 위기 올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카드 성사 가능성 커 한미 군사훈련 다시 연기 요구하면 美, 한국 따돌린 채 북한과 직접 거래 한미동맹 약화와 경제적 보복 우려 평창올림픽의 막이 마침내 올랐다 그러나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 이후 각종 남북 판문점회담, 선발대 교차 방문, 북측의 각종 대표단 파견 그리고 김영남과 김여정의 방문 등으로 순수 스포츠제전이 북한 선전장이자 국제정치의 장으로 변질된 씁쓸한 느낌을 갖는 국민도 많다. 내적으로는 축제 분위기가 과거 88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비교해 미지근하며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5조원을 들여서 3수 끝에 따낸 평창올림픽은 국민 1인당 30만원, 4인 가족 기준 한 집당 혈세 120만원이 들어갔음에도 북한을 위한 올림픽으로 변질되어 버린 씁쓸함도 지울 수 없다. 축제의 주인공은 국민들임에도 북한 열풍 속에 정작 주인인 국민은 자원봉사자 홀대, 지원 병사 사망, 노로바이러스 등으로 마음이 상했다. 1천억원을 들여서 개폐회식 두 번만 사용하고 해체하는 천장 없는 메인스타디움 등 많은 소홀함도 드러났다. 반면 북한은 치밀히 기획된 계산하에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5'24 조치를 육해공으로 유린하고 인적 제재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대화를 위해 여기에 목을 매고 끌려가는 정부 측의 지나친 저자세도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고 이에 1월 초와 2월 초순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북측이 아무리 삼지연관현악단에 'J에게'를 부르게 하고 미녀 응원단을 대거 보내고 현송월, 김여정을 보내도 핵미사일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반응은 이전처럼 그리 살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축제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몰려올 안보, 경제위기이다 문 정권은 김여정 면담 이후 특사를 보내 패럴림픽이 끝나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항상 불가측한 행동을 하는 북측 김정은 또한 올림픽 기간 중 구멍을 뚫은 대북 제재 압박을 계속 무력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이간 균열시키는 것이 최대의 전략적 목표일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가장 약한 고리라 생각하는 남측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지연시키는 것을 당면 과제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남북 정권의 이해로 올림픽 직후 남북 정상회담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우리 측이 미국 측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재차 요구하게 만들 것이고 이를 예측한 미국 매티스 국방장관은 1월 26일 하와이에서 한미 국방장관회의를 열어 'enough is enough' 즉 '충분히 참았다'며 올림픽 직후 한미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만약 한국이 재차 훈련 연기를 요구하면 미국은 '한미 방위조약'상의 '의무 위반'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충돌이 지속되면 미국 측은 첫째, 아예 한국을 따돌린 채 북측과 직접 거래를 선택하거나 둘째, 사실상 동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매우 완고하고 올림픽 기간 무언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은 펜스 부통령,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NSC 보좌관 등의 강성 매파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다. 최근 빅터 차 주한 미 대사 낙마도 매파 우세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국의 긴축, 금리 인상 그리고 주가 폭락, 부동산 하락 등은 글로벌 차원에서 동조현상을 일으키며 세계 경제위기의 재발을 우려케 하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의 비핵화 국면에서 한미동맹의 약화는 미국 측의 경제적 보복을 야기해 한미 FTA 폐기, 세이프 가드, 반덤핑 관세, 안보 이유에서 수입제한, 공정거래 위반, 환율 조작 등의 다양한 경제적 압박 카드를 한국에 들이밀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 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4월 이후 우리가 실제 직면할지 모르는 안보, 경제적 위기의 한 예상치다. 진정 현명한 정부라면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정확히 구분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 갈 것이다. 최악의 그 피해는 어떻든 국민이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2-12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은 국민이다

약속'합의 파기 중요치 않은 北 최고 존엄 김정은 심기만 중요 우리의 권력은 국민에서 나와 정부, 北 어깃장 당당히 대해야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온다. 예상한 바는 아니지만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 문화공연을 갑자기 취소한 북한의 행동 말이다. 위장 평화공세라도 짐짓 속아주는 게 낫다는 건 사실이다. '부자 몸 조심'이라고 하지 않았나. 올림픽을 잘 치러야 하는 우리가 잃을 게 많기 때문이다. 북한의 행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담담타타 타타담담'(談談打打 打打談談)이라는 마오쩌둥식 전술이 새삼스럽지 않다. 대화와 타격을 적절히 배합한다는 말이다.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평창올림픽에 참가해준다(!)는 말 한마디로 칙사 대접을 받는 중이다. 화해 무드에 취해 우리의 긴장이 풀릴까 봐(?) 북한은 적절한 채찍을 잊지 않는다. 현송월 방문 취소와 재개를 통해 우리 정부의 애면글면하는 접대를 이끌어냈다. 한마디 해명도 없이 나타난 그들을 위해 국정원 직원은 "불편해 하신다"며 우리 기자의 질문을 막았다. 단일팀, 태극기 사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은 그런저런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상한 결과이다. 공연 취소 역시 우리를 혼란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나온다. 경유 반출 등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북한이 선수를 쳤다는 말도 있다. 일부에서는 먼저 우리 내부로 총구를 돌린다. 북한의 무례함 대신 우리가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이유부터 따진다. 2월 8일 북한의 전승절 열병식을 문제 삼은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북한 측은 '내부 행사'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행사 취소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북한이 우리 여론에 시비를 건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북한 측은 비핵화를 거론하는 일부 여론에 불편함을 표한 바 있다. 정부가 여론을 적절히 관리 못하면 잔칫상이 제사상이 될 것이라는 위협도 있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해외매체에서는 평창 참가 재고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우리가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잘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품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다.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역지사지할 때 대화와 협상은 순조로울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 온 북한 젊은이들이 장군님의 초상이 비에 젖고 있다고 울부짖는 일이 있었다. 남북한 지도자들의 악수 장면이 인쇄된 현수막을 보고서였다. 어이없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우리들이다. 같은 맥락으로 그들도 우리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마땅하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그런 자세를 보일 리는 만무하다.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 체제의 특수성을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이른바 '최고 존엄' 한 사람의 심기만이 중요하다. 협상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상관없다. 약속을 깨든 합의를 파기하든 문제없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두렵지 않다. 최고 존엄만 만족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다르다.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통령도 아니요 집권당 대표도 아니다. 국민들이 노여워하면 대통령도 집권당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부정적 여론은 대통령 지지도 등으로 나타난다. 단일팀 논란에 대해 장관, 총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해명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북한이 함부로 오만한 태도를 보일수록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어깃장처럼 대한민국은 여론을 정부가 관리하는 나라가 아니다. 대통령도 마음을 다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이 우리를 잘 알 것으로 지레 생각하지 말라. 설사 안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볼 때 우리의 여론은 중구난방이나 무질서로 비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장점이 그것임을 북한에 설파해야 한다. 걱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과연 우리 정부 인사들이 그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우리 인사들의 행보를 볼 때 괜한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촛불혁명의 본질이 바로 그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2-05 00:05:00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농어촌 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2030의 분노, 평창올림픽 그리고 평화협정

남북단일팀 과정 불공정성에 분노 文정부 젊은지지층들 배신감 느껴 올림픽 이후 北-美평화협정說 솔솔 북 핵 보유한 '핵동결' 누가 동의할까 평창동계올림픽이 열흘 남짓 남았다. 평생에 다시 보지 못할 세계적 스포츠 축제인데 88올림픽, 2002월드컵 때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보다 이념적 국론 분열이 팽배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조건부 올림픽 참가를 표명하며 시작된 일련의 판문점회담 이후 현송월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방남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 다수의 심정은 이전과는 달리 편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기, 단일팀 등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시각은 실망 수준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0%대 수준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집권 초반부터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 정규직화, 문재인케어, 아동수당, 주거공급 등의 정책으로 젊은 층의 정책 요구를 적극 반영해온 문 정권이 남북 문제에서 실책을 범한 것이다. 사실 2030세대의 불길한 이탈 징조는 12월 중순께 가상화폐에 대한 오락가락 정책 발표와 2030세대의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권 후 가상화폐가 10배 이상 뛰도록 방치하다가 뒤늦게 180도 턴한 규제 정책을 실시한다하니 '기회균등과 경쟁의 공정이 정의'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가 무색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 민감한 2030세대가 핵과 미사일로 남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에 아무런 변화 약속도 받아내지 못하고 올림픽 참가를 애원하고 고작 악단 단장에 불과한 현송월을 여왕 대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3년 3개월을 노력하며 출전권을 따낸 여자아이스하키팀에 한마디의 설득도 없이 남북 단일팀을 통보하는 모습에서 2030세대는 과정의 불공정성에 분노를 느꼈다. 남북이 각자의 깃발로 출전하면 될 일을, 고작 선수 20명에 500명에 가까운 체제 선전대를 보내고 애써 한반도기로 개폐회식을 치르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억지 춘향식 '민족, 통일, 평화 반전 지상주의'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1980, 90년대에 태어난 전후 세대이다. 그들은 북한 주민들을 굶기면서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 남한의 생존을 협박하며 뒤늦게 남의 잔치에 숟가락을 올리며 평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어 가는 김정은의 행동에 분노하며, 전형적인 부모 잘 만난 금수저 3세의 슈퍼 갑질 횡포를 김정은에 투영한 것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 등 우방은 올림픽을 이용해 한미군사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배치 반대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려는 한국정부의 일방적 대북 구애 노력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평창에 오는 미국 펜스 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는 김정은의 선전무대가 되어가는 평창올림픽을 막기 위해 평창에서 북의 선전에 맞서 북에 대한 압박을 벼르고 있다 한다. 미중일 등의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대화 교류와 올림픽 참가로 북의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다. 북의 비핵화는 결국 '북한 체제 교체와 격변'밖에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올림픽 후 남북 간의 극적인 이벤트와 대화 진전으로 남북 간, 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나 홀로 확신하고 있다. 그 방법론은 '평화협정'이다. 북미 간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고 상호 수교하며 불가침협정을 맺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지위 변동을 수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측의 일방적 주장이었는데 현 정부에서도 평화협정 시안을 이미 만들었고 법적인 검토까지 끝냈다고 한다. 나아가 시민종교단체 등에서 평화협정 천만인 서명운동까지 받고 있다. 문제는 비핵화가 아닌 북핵 보유를 인정하는 의미에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평화협정이라는 데 있다. 과연 합리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핵과 미사일로 한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이 핵 보유를 한 채로 북미 간에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동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국은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것은 '축제가 끝나면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1-29 00:05:00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 별개로 진행해야

책임추궁 희생양 찾기 될까 우려 청와대에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 수사에 앞서 원인 규명 복기 필요 구조 실패의 교훈 얻어야 선진국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란 영화가 있었다. 미국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새 떼에 부딪혀 엔진에 불이 붙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기장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킨다. 탑승자 155명 전원은 무사히 구조된다. 2009년 1월 15일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기적'이라고, 기장은 '영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언론들도 기장을 영웅으로 칭송해 마지않았다. 이후 사태는 이상하게 돌아간다. 정부가 기장을 조사 청문회에 회부한 것이다. 회항하지 않고 강물에 불시착을 선택한 기장의 판단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영화는 기장 설리가 논리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고 변호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문제를 제기한 측이 결국 기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난다. 현실에서의 사건 역시 그렇게 종결되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승객은 사망하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람도 아니다. 영웅 대접은 못할망정 기장을 추궁하는 모습은 화가 나기까지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공항까지 회항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장이 영웅심에 무모한 모험을 했다는 혐의를 두는 건 지나치지 않나. 전원 무사 구조라는 결과보다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된 것은 그런 과정의 효용성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결과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전범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영화를 통해 관객 모두 이해하게 된다. 미래의 학습 사례로 기록되려면 철저한 조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제천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완벽하지 않은 현장 대응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선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한 번이라도 대응에 실패하면 사법처리될 수 있다는 작두 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소방공무원들에게 계속 맡기려면 경찰의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에는 20일 오전 11시 현재 1만8천686명이 동의하고 있다. 제천 참사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결국 책임 지울 사람 찾기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들의 우려를 이해한다 해도 일단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족들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소방관들이 2층 여성 사우나로 신속하게 진입해 구조에 나섰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족들의 아픈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현장 소방관들이 조금만 다른 판단을 했다면 가족들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를 처벌한들 신원이 될까. 수사 결과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 경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처벌을 전제로 한다. 판단 착오 등 현장 대응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 해도 직무 유기로 형사처벌은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거와 증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책임 추궁을 위한 수사로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조사단의 대응이다. 구조 실패의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복기가 필요한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현장 소방관을 처벌해도, 처벌하지 않아도 수사를 통해 그 같은 교훈을 얻을 수는 없다. 승객 전원 구조라는 영웅적 결과에 대한 복기도 필요하다. 하물며 실패한 사건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성공보다 실패 사례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안전에 관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불길한 예감이지만 이번 사건도 결국 희생양 찾기 책임 추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 한 번 말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1-22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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