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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트럼프를 움직이는 나경원?

김정은'트럼프의 하노이회담 결렬나경원 원내대표 탓이라는 민주당北美 잘못 없음을 강변하려다 보니만만한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비판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특이한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과 미국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과 만나 '종전선언은 안 된다, 평화선언은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 것들이 워싱턴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분위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의 발언에 앞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김 의원은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인 나 원내대표의 방미 외교 활동을 비난했다.글머리에 '특이하다'고 표현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들의 발언이 비난인지 칭찬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을 나 원내대표 탓으로 돌리려는 두 사람의 의도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의 야당 원내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라니. 급기야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니.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미국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대한민국에 있었던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문 특보와 김 의원은 현 정부 여당과 궤를 같이하는 인사들이다.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하노이 합의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충격적인 회담 결렬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북한 책임론은 처음부터 내놓기 어려운 분석이다.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최선희의 공언은 안 들은 걸로 하고 싶은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을 탓하기는 힘에 부친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당사자들을 거론하다가는 자칫 우리가 판을 깨는 데 앞장설 수도 있는 형국이다. 미국도 북한도 잘못이 없음을 강변하려다 보니 결국 만만한(?)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이들의 인식과 분석이 초래할 후과이다. 나는 두 사람이 진심으로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실이라면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북한 문제에서 이른바 최고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인사들 아닌가.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입장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게임의 판세를 그처럼 단순하게 읽을 정도로 수준 이하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결국 북한 (핵) 문제에서 이성적·객관적 분석보다 감성적·주관적 희망을 앞세워 온 평소의 시각이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북한은 우리가 말하는 '북한 핵 문제'가 '조선반도 핵 문제'임을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 정부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가 정면으로 '북한 핵 포기'를 압박하는 순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트럼프가 김정은과 마주 앉은 이유는 한 가지다.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궁지에 몰린 국내 정치 상황에서 숨을 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선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북한이 고집하는 어정쩡한 합의로는 효용 가치가 없을 것으로 본 트럼프의 판단 역시 당연지사다.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가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최고지도자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는 상황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인 우리 정부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트럼프를 움직이는 나경원' 식의 공허한 수사부터 그쳐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낭만적이고 주관적인 희망 대신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양쪽으로부터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신뢰를 받아야만 우선 중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03-17 15:34:34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적일많버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의 줄임말최근 '워라밸' 시대의 덕담으로 등장이걸 상대에 말할 때 부끄럽지 않고들어도 불쾌하지 않다면 그게 잘못지금도 생생하다.그분은 강렬했고 광고주는 집요했으며 TV와 라디오는 끊임없이 나르고 또 퍼뜨렸다. 그 덕에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거나 들어야 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뇌리에 박힌 듯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그때, 그분은 빨간 옷을 입고 입가에 두 손을 모아 "여러부~운"하고 우리를 불렀다. 그런 다음 주목하지 않거나 못 들은 척 뻗대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한 번 더 "여러부~운"을 외쳤다. 그리고 예쁘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모두 부~자 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부~자'의 '부'에 세게 악센트를 준 이 한마디로 광고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사람들은 상대가 누구든 '부자 되시라'는 말을 덕담처럼 거리낌 없이 쓰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인사법 '부자 되세요'는 그때, 그렇게 생겨났다.새해 인사, 세시풍속도 덩달아 변화를 맞았다. 흔히 쓰는 인사말 메뉴에 '돈 많이 버시라'가 올랐고 변명이나 핑계가 될 만한 피치 못할 사정에도 '돈 벌려다 보니'와 '먹고살려다 보니'가 잘 먹히는 순서의 윗자리를 차지했다.대세가 대세인지라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그런 현상들이 달갑지 않았다. '행복하세요'나 '건강하세요'가 '부자 되세요'에 밀려나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애타도록 부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자꾸 부자가 되라며 강요하는 것 같아 더 싫었다.물론 자본이 본위인 세상에서 '돈'이라는 게 마트에서 물건 살 때만 필요한 정도의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초기에 늘어나는 재산으로 신의 은총을 확인했던 것처럼 돈은 한 사람의 재능과 노력, 그리고 그 사람의 가치까지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고 확인시켜준다.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하고 그래야 사람 대접도 받는다는 통설도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심지어 돈이 없어 사랑을 못한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니 이래저래 돈의 힘은 크고 세다. 그리고 그만큼 모두의 삶에 절대적, 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뻔한 레퍼토리 같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돈이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될 수 없고 '절대적'을 넘어 '절대가치'가 될 수는 없다. 절제니 금욕이니 하는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고분고분 '돈'과의 긴장관계를 포기할 때, 돈이 권력이 되고 정의가 돈의 힘에 짓밟힐 때, 그리고 인간의 존엄마저 돈의 위엄에 짓눌릴 때,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야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야만이 가져올 황폐와 피폐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를 덮칠 것이기 때문이다.2년 남짓 전에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은가?'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이 질문에 고등학생 중 56%가 '그렇다'라고 답변을 했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어쨌든 죄를 범하더라도 즉, 타인에게 부당한 손해를 끼치거나 아픔을 주더라도 10억원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고등학생이 무려 반을 훌쩍 넘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지금도 유럽 여러 나라가 그렇고 우리도 오랫동안 그랬듯 돈 자랑을 부끄럽게 여기는 건 이제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부자 되세요'란 말이 더는 특별할 것도 없는 보편적 언어, 다시 말해 모두가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이자 제1의 가치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최근 '부자 되세요'의 업그레이드 버전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줄여서 '적일많버'가 등장했다. '워라밸'시대의 덕담이라고들 하지만 말 그대로 일은 조금하고 돈은 많이 받자는 거다. 여기서 핵심은 '나'와 '돈'이다. 타자, 즉 회사도 동료도 없다. 뭐 그렇게까지 해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편의상 '언어인지감수성'이라고 해두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의식을 휘젓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기준을 만든다.'적일많버', 이걸 말할 때 부끄럽지 않고 들어도 불쾌하지 않다면 그게 잘못된 거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말이 되고 나면 다음에 올 덕담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만 많이 버세요'가 될 것이다.

2019-03-10 14:56:06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호의 과제

제1야당 당권 거머쥔 황교안 대표가시밭길 헤쳐 나가는 시험대 올라자신 안위보다 자신 희생할 각오로당·보수세력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 정답은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 세간의 관측대로라면 황교안 대표 출마를 부추긴(?) 당내 조직의 탄탄함을 보여준 결과이다. 오세훈, 김진태 후보의 순위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한국당 내 세력 분포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정치 신인 황 대표는 단숨에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의 앞날이 탄탄대로일 것으로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가시밭길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는 게 맞다.황 대표는 왜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는 부분이다. 황 대표 당선에는 이른바 '신상효과'가 한몫했다.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에게 쏠리는 관심이다. '안철수 현상'이나 '반기문 돌풍' 등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보수 진영 1위를 달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황 대표나 주변 인물들이 이를 의식했다면 당 대표 출마는 너무 이르다. 대선으로 직행했어야 마땅하다. 당 대표는 잘해야 본전이다. 자칫하면 당내 계파 갈등으로 상처만 입기 십상이다. 대선 국면쯤 되면 만신창이가 되어 대선 후보조차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지금 황 대표를 끌어낸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들의 공천 기득권 지키기였다고 보아야 한다. 황 대표나 한국당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에이, 나쁜 X들 같으니." 지난해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씁쓸한 한마디였다.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출마'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준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와 출마를 부추겼다고 한다. 그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총장님이 나서기만 하면 저희들이 모든 걸 책임지고 돕겠습니다." '모든 것'이란 말 속에는 돈 문제도 물론 포함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깃발을 들자 그들은 완전히 표변했다. 모든 걸 책임지기는커녕 현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더라는 것이다. 평생 공무원 생활로 일관한 반 전 총장이다. 배신과 식언을 일삼는 정치권에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황 대표가 같은 '공무원'이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 사례가 황 대표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황 대표의 자세이다. 자신을 찾아와 공언한 '직업 정치꾼'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그들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검사부터 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이른바 '늘공'(직업공무원)은 모범생으로 충분하다. 틀을 벗어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정치인은 때로 변칙 플레이도 필요하다. 링컨의 말처럼 북극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진흙탕 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소문이겠지만 '공천 약속'도 혹시 했다면 잊어야 한다. 당 대표가 된 이상 모든 결정에 있어 대의(大義)를 우선한다면 소리(小利)를 앞세우는 자들은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황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가 동력이 된 점이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그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황 대표의 목표가 대선에 있다면, 아니 그럴수록 우선순위가 자신의 안위에 쏠려서는 안 된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당과 보수 세력을 바로 세우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황 대표는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자"는 말을 무수히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탄핵 등 논란에 끌려 들어갔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함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한 화법으로 과거를 정리하고 당과 보수의 미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미래도 열릴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부활할지 모른다는 냉소도 흐른다. '어대황'이 대표로 끝날지, '어차피 대세는 황교안'으로 굳어질지 여부는 다름 아닌 황 대표 본인에게 달려 있다.

2019-03-03 14:55:54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이른 아침에] 5·18망언, 관점의 문제인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하는 것2·28 민주운동 폄훼와 다르지 않아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킨 유산숭고한 희생정신 모독하지 말아야20대는 "설마요?" 할지도 모르겠다. 경찰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지나가던 사람의 가방을 함부로 뒤졌다고 하면 말이다. 30대도 "정말요?" 하며 되물을 것 같다. 폭동 진압용 장비로 무장한 전투경찰들이 교문을 가로막고 등교하는 학생을 검문했다고 하면 말이다.이상한 시절이었다. 머리에 염색을 해서도 안 되었고 옷을 너무 특이하게 입어도 안 되었으며 노래도 정부의 허락을 받은 것만 듣거나 불러야 했다. 책은 특히 위험했다. 소위 불온서적을 사거나 읽다가 적발당하면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 학습' 또는 '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 등의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그땐 그랬다. 모든 건 정부의 방침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머릿속 생각까지 정부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라도 체포될 수 있었고 그럴 가능성만 보여도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학교엔 학생회가 없었다. 대신 학도호국단이 있었고 임원을 맡은 학생들은 연대장, 중대장으로 불렸다. 열일곱 나이에 군사훈련을 받았고 총기를 얼마나 빨리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지로 시험을 치러야 했다. 가끔씩 운동장엔 북한을 지배하는 반인반수의 괴물을 불태우는 화형식도 있었다. 모두 30여 년 전쯤의 이야기다.지금의 청년 또는 그보다 더 어린 세대에겐 쉽사리 와 닿지 않을 낯선 이야기이기도 하다. 낯선 이야기는 내게도 있었다. 예전, 어른들이 주고받던 한국전쟁 이야기가 딴 세상 먼 옛날의 일처럼 들렸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게 1953년이었으니 따져보면 그 또한 이상했던 그 시절에서 30년 전쯤이었다.아무튼 그때의 나든, 지금의 청년이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위 세대의 이야기가 실감 나지 않는다 해도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그들이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한국전쟁 때 쇠솥을 등에 지고 피란 갔던 이야기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이상한 시절의 이야기도 당사자에겐 모두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삶 속에서 함께하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지난 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것도 대구·경북을 주요 근거지로 삼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향한 망언이 쏟아졌다. 당사자들이 버젓이 살아있음에도 그들의 가족과 친구를 북한군으로 둔갑시키고 그들을 괴물이라 불렀다. 이를 두고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은 역사적 사건은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에겐 5·18이 그저 지나간 역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겐, 세상 전부인 어버이를 잃은 아이에겐 살아있는 동안 계속될 지금 당장의 아픔이다. 또한 그날 친구를 잃은 청년에겐 반란군의 총칼에 스러져 간 잊히지 않는 눈빛이며 지금도 끝없이 들려오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함성이다.1980년 5월의 광주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인류의 유산이다. 30여 년 전, 그 이상했던 시절에도 가족과 이웃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적의 침략에 맞서 싸운 사람을 욕보이는 패악은 없었다. 이런 건 우리답지도 않고 인간답지도 않은 일이다.때마침 대구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구 사람들이 이렇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남의 가슴에 대못 박는 비인간적인 짓은 용인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광주시장에게 보낸 권영진 대구시장의 사과문도 그렇다. 대구와 광주의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까지 답답한 마음을 적시는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것은 대구의 228 민주운동을 폄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날, 2·28 민주운동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훨씬 더디게 왔을 것이다. 그날, 광주의 시민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상했던 그 시절을 훨씬 더 오랫동안 견뎌야 했을지도 모른다. 허무맹랑한 북한군 개입설 등 5·18 민주화운동을 향해 내뱉는 망언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숭고한 희생을 모독하고 저주를 퍼붓는 무도한 패역(悖逆)일 뿐이다.

2019-02-24 14:47:1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홀로코스트 부인론과 5·18 왜곡론

5·18 운동을 폭동으로 단정짓거나북한군 600명 개입설 어이없지만아직 실체적 진실 규명 덜 된 상태형사처벌 움직임 동의하기 어려워홀로코스트 부인론(Holocaust denial)은 홀로코스트, 즉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집단 살해를 부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독일오스트리아 등 많은 유럽 국가와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부인론을 처벌한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이라지만 한마디로 포괄하기 어려운 다양한 견해가 있다. 홀로코스트는 조작이라는 말 그대로의 부인론은 드물고 설득력도 그다지 없는 경우다. 증거가 잘못되었다거나 살해된 유대인 숫자가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수정론이다.홀로코스트 부인론을 처벌하는 국가에서는 이런 것도 금지 대상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법원에서 징역형에 처한 영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나치 정권에 의한 유대인 학살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죽은 유대인 수가 과장됐고,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사망자 대부분이 독가스가 아닌 전염병 등으로 죽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처럼 단순한 의사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례적이다. 유럽을 폐허로 만든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트라우마가 우선 작용할 것이다.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는 고심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세계를 흔드는 유대인 파워와 미국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홀로코스트는 말 그대로 천인공노할 범죄행위이다. 형사처벌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를 완전히 부인하는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문제는 홀로코스트 '성역화'의 부작용이다. 1950년대에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로 죽은 유대인이 약 200만 명 정도라고 했다. 이후 희생자 수가 늘었다면서 독일에 더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인 미국 학자 노암 촘스키도 나중에는 알고 보니 1천만 명이 죽었다고 주장하며 돈을 더 달라고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600만 명 학살' 주장도 당시 유대인 인구로 볼 때 불가능한 숫자라고 한다. 가스실 학살에 필요한 가스나 엄청난 사망자의 화장에 들었을 에너지도 당시 독일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고 한다. 이미 종교처럼 되어 버린 홀로코스트는 이런 검증조차 불경죄로 취급해서 아예 입을 막아버린다.스위스은행 휴면계좌의 홀로코스트 희생자 예금 3천만달러에 대한 보상으로 1998년에 12억달러를 받아낸 유대인 단체도 있다. 희생자에게는 그 돈의 5%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유대인 노먼 핀켈슈타인이 '홀로코스트 산업'(Holocaust Industry)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홀로코스트의 진정한 의미와 보상금 등이 엉뚱하게 이용되는 데 대한 유대인들 스스로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이 5·18 민주화운동 왜곡 행위를 처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홀로코스트 부인론 처벌법이 모델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나 그들이 벌여놓은 판에서 나온 얘기들은 너무도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단정하거나 북한군 600명 개입설 등의 주장은 어이없다. 그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하지만 합리적 비판과 별개로 지금 벌어지는 소동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형사처벌 운운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특히 그렇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들먹이기도 면구하다. 법적 평가와는 달리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완결되지 않았다. 진상규명 특별법에 민주당도 동의한 것은 아직 밝혀야 할 진실이 남아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책임자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무엇을 '왜곡'이라고 규정할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홀로코스트 부인론 처벌 역시 앞서 설명한 대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성스러운 모델이 아니다. 징역형에 처해진 어빙과 달리 핀켈슈타인은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대신 재직하던 대학에서 졸지에 쫓겨나고 온갖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하거나 사실을 밝힌 대가였다.5·18을 성역화하여 우리도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다. 홀로코스트 부인론과 5·18 왜곡론을 같이 취급하려거든 제대로 된 공부부터 먼저 하기를 권한다.

2019-02-18 05:30:00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성리학과 도시브랜드

기술·전문성 천대한 성리학 습성아직도 정부 당국자에 뿌리 깊어전문성 필요한 도시 브랜드 개발 시민 투표 아닌 전문가에 맡겨야조선은 단연 성리학의 나라였다. 세상만사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성리학의 틀 안에 집어넣었다. 이조판서든 공조판서든 따지고 보면 다 성리학자였고 그림 그리는 도화서도 의약을 다루는 내의원도 모두 성리학자의 통솔 아래 놓여있었다. 결론적으로 성리학은 경계를 넘어선 무불통지(無不通知)의 학문, 절대 권위의 이념 체계처럼 사람의 일상과 머릿속을 속속들이 관장하고 지배했다. 그리고 그런 성리학의 절대적 권위는 오직 사대부, 즉 양반들의 것이었다.양반들은 성리학을 앞세워 무엇에든 간섭하고 무엇이든 평가를 내리며 내내 조선의 지배 세력으로 군림했다. 그들에게 있어 성리학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 즉 인간의 재능과 노력이 만들어내는 기타의 결과물이나 지식들은 다 하찮은 것일 뿐이었다.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사람에 더해 학문과 지식까지 차별할 만큼 온갖 것에 차등을 두었다. 그리고 대략 100여 년 전, 그랬던 조선이 몰락했다.지금의 세상은 그때와는 모든 것이 딴판이다. 나라의 형태와 권력의 구조가 바뀌었고 경제와 산업의 생태계도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양반도 없고 하늘의 해처럼 모든 곳을 내리쬐던 성리학도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습성, 기술을 천대하고 전문성을 무시하던 그 뿌리 깊은 습성만은 곳곳에 살아남아 자리를 틀고 있다. 거기엔 대개 조선의 양반이 그랬던 것처럼 나 정도 되면 웬만한 건 다 지도 편달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한류가 뜨니 온갖 정책에 무시로 K-POP을 갖다 붙이고 걸핏하면 연예인을 행사에 동원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여기에는 오페라도 아닌 대중음악쯤이야 쉽게 개입하고 참견해도 되는 것쯤으로 낮춰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들 대부분이 정작 K-POP을 알지도 못하고 평소 즐겨 듣지도 않으면서 말이다.10여 년 전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가 한 모임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호소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아무것도 안 도와줘도 되니 제발 자기들을 그냥 좀 내버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현 정부는 급기야 한류 팬을 1억 명까지 늘리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았다.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히트를 칠 때 그를 독도 홍보대사로 위촉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처럼 SM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부의 '지원과 격려'는 어렵게 개척한 해외시장을 위협하는 하나의 불안 요소일 뿐이다.같은 맥락, 즉 이념이나 권위에 짓눌린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서울시의 황당한 도시 브랜드 'I.SEOUL.U'도 마찬가지다. 운용이 불가능해 보였을 뿐만 아니라 더 황당했던 건 당시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새 도시 브랜드는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의견을 모아 함께 결정한 것이므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냐는 거였다. 세상에! 이런 식이라면 환자의 치료 방법도 의사가 아니라 시민의 투표로 결정하는 게 맞다.도시 브랜드에 관해선 대구시 또한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무려면 '컬러풀 대구' 이상 나올 게 없을 만큼 대구란 곳이 콘텐츠와 정체성이 빈약한 도시일까? 그건 아니다. 시간과 돈을 들이고도 '핫플레이스 대구'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온 건 그것밖에 못 내놓을 사람들이 그 일을 했거나 그런 사람들이 간섭했기 때문이다.브랜드 개발은 브랜드 전문가가 하는 일이다. 서울시처럼 시민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국문학자나 역사학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애플을 비롯해 다양한 BI(Brand Identity) 프로젝트를 수행한 마티 뉴마이어(Marty Neumeier)는 '브랜드란 당신이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라고 했다.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말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 정체성을 이해하고 콘셉트를 수립하며 직관, 유추, 통찰, 공감, 몰입을 통해 그것을 형상화시키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 브랜드 개발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제발 전문가에게 좀 맡기자. 오죽하면 한 젊은 디자이너의 새해 소원이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기'일까?

2019-02-10 14:53:1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은 대안 정당인가

조롱거리가 된 한국당 릴레이 단식계속해야 하는 의원들이 안쓰러워대통령과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전략 전술 부족한 한국당에도 갸웃요즘 아이들 말대로 '빵 터졌다'.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 시간표를 보고서다. 곡기를 끊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단식은 목숨을 거는 것이다. 정치적 단식은 투쟁 가운데서도 특히 엄중한 의미를 가진다. 극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택하는 방법이다. 상대가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수단이다. 그런 만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명분과 시기가 중요하다. YS와 DJ의 단식이 그랬다. 가혹한 군사독재 시기, YS의 단식은 '재야인사의 식사 문제'로 거론되면서 민주화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되었다. 헌법에 규정된 명목상의 지방자치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게 DJ의 단식이었다. 최근에는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단식도 있었다. 여야가 마지못해 '연동형 비례대표' 합의서를 쓴 것은 두 대표의 단식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자유한국당의 단식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역사를 말하기 전 국민 여론은 이미 낙제점을 주고 있다. 한국당의 투쟁 계획은 거창하다.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안)'. 총 110명의 의원들이 1월 24일부터 2월 1일까지 릴레이로 단식에 참여한다. 단식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혹은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 의원 1인당 각각 '5시간 30분' 동안 곡기를 끊는다는 계획이다. 의원들 앞에는 '조해주 임명 강행 즉각 중단하라', '선거 승부조작 즉각 중단' 등의 피켓이 보인다. '5시간 30분' 단식으로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딜레이 식사'라는 촌철살인의 댓글, 쇼라도 제대로 하라는 댓글들을 일별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조롱거리로 전락한 단식을 계속해야 하는 의원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국회 보이콧 전략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국회가 야당의 무대라는 것은 상식이다. 국회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부여당은 곤혹스러워진다. 국회가 안 열린다고 조바심 낼 정부도 아니다.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대안 세력에 대한 목마름도 커지고 있다. 그런 기류를 감지한 한국당 등 야당은 내년 총선에 큰 기대를 거는 듯하다. 스스로를 "총선 효자"로 규정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속내가 그런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 역시 비슷하다. 자신이 한국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쉬운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만 하면 실망한 국민이 저절로 한국당 지지자가 될까. 떡 줄 국민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이른바 보수 세력 저변의 기류는 냉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마땅치 않지만 한국당도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단식 관련 한국당의 행보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인가가 첫 번째 고려 사항이어야 한다. 전략도 전술도 없는 '무작정' 행보는 한국당을 향해 고개를 젓는 국민만 늘어났을 뿐이다.가뜩이나 인물도 비전도 없는 한국당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비상한 대책'을 결국 만들어 내지 못했다. 변죽을 울리며 시간만 죽인 셈이다. 새롭지도 않고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나선 전당대회도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누가 이를 대안 야당이라고 볼까.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긴장하는 법이다. 집권 세력이 야당과 국민을 의식하는 것은 선거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한국당의 주장처럼 집권층이 독주하고 있다면 다름 아닌 대안 세력의 부재가 이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바탕 역시 같은 맥락이다. 더 바닥을 쳐야 한다는 말 외에 충고할 만한 대안 부재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9-01-27 15:55:23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그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니 간 고등어 머어 봤나?"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전라도 음식에 대한 폭풍 찬사가 쏟아지는 자리에서 떡하니 내지른 한마디, 저자는 이것을 가리켜 '안동의 자존심'이라 했다. 하긴 그곳의 음식은 명실상부한 그곳의 문화이니 안동 사람이 어찌 문화로 꿀릴까? 설령 바다와 떨어진 입지 조건에서 비롯된 때문이라 해도 세월 지나 이름 앞에 '안동'이 붙는 순간, 소금에 절인 고등어는 새로운 의미의 특별한 무엇이 되었을 것이다.고등어 하나로 산해진미와 대적하고 대세를 거슬러 외로이, 그러나 당당하게 고향을 외치게 하는 '안동의 자존심'처럼 말이다. 이처럼 안동 사람이 '안동의 것'을 대하는 태도에는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그런데 찾아보면 이러한 조합이 어디 안동과 간고등어뿐이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고향의 것'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마을마다 도시마다 자기만의 이야기와 색깔이 있고 그것이 빚어낸 '자기만의 것'이 있다. 우연히 만나면 반갑고 오래 잊고 살다가도 한 번씩 생각나는 것들, 떠올리면 애틋해지고 까닭 모를 힘을 샘솟게도 하는 '고향의 것', 즉 '우리만의 것'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함께 느끼는 공통의 정서이다. 그래서 그 '우리만의 것'이 주는 특별함, 그것을 대하는 남다른 시선과 뿌듯함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옆옆이 자리한 마을과 이웃한 도시들이 모여 경북이 되고 대구가 되었으니 대구경북의 사람들 또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그걸 가리켜 일명 'TK 정서'라 일컫든 아니면 다른 뭐라 부르든 '따로 또 같이' 공통의 정서가 생겨난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 정서를 대함에 개인적 취향과 성향에 따른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으나 어느 한 지역의 정서만을 따로 떼어 보편성을 부정하거나 시빗거리로 삼는다면 그건 가당찮은 일이다.그런데 요즘 들어 대구경북의 이 'TK 정서'가 마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나쁜 습속이라도 되는 양 치부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더군다나 이것이 빌미가 되어 대구경북 사람, 특히 대구경북의 청년들이 타지, 특히 수도권에서 무단히 눈총이나 면박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끔 툭하고 던져지는 적의(敵意) 섞인 질문 "거긴 왜 그래요?", 이 한마디의 근저에는 대구경북에 대한 얕고 편향되며 부실한 인식이 깔려 있다.질문을 풀어보면 대강 이렇게 된다. '당신네 지역은 왜 그렇게 수구적이며 정치적으로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있는가?', 여기에 더해 '그 동네 사람들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 부른다면서?'라는 힐난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이건 사실이 아닐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렇게까지 답을 해야 하나 싶지만 일단, 대구경북 사람들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 부르지 않는다. 알고 보면 정치적 지형과 색도 무척 고르고 다양하다. 그리고 다 떠나서,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그냥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그럴 리 없겠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현 정권의 주류세력들, 그리고 그 줄에 닿은 사람들의 대구경북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질문처럼 얕고 편향되어 있다면, 그래서 저 높은 곳에서 중앙과 지방이 서로 잘해보자며 그들끼리 악수와 덕담을 주고받을 때 정작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어디 몹쓸 곳에서 온 사람처럼 눈치를 봐야 한다면 이건 이만저만 잘못된 일이 아니다.조금만 상기해보자. 경북은 동학의 발원지이다. 또한 항일의병의 본거지이며 혁신유림의 본향이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에서 알 수 있듯 시대의 부름에 늘 앞서 응답을 한 곳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그러니 누구든 대구경북에 마뜩잖은 시선을 보내고 싶다면 먼저 오늘 자신의 삶이 대구경북에 빚진 건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 TK 정서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청년들이 출신지로 인해 주눅 들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2019-01-20 15:40:51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하려면

공약 파기된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현안 있으면 수시로 기자회견 열고구체적 질문 응답으로 소통 나서야지난 대선 당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조명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번잡한 경호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당선 후 사흘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대신 여민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기 전까지 여민관에서 업무를 볼 계획이라는 소식과 함께였다.문 대통령이 1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겠다고 무리수를 둘까 걱정스러웠다. 공약 포기를 권하는(?) 칼럼을 쓰고 싶었다. 내심 생각한 제목은 이랬다.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합니다." 여민관은 참여정부 시절 완공된 비서실 건물이다. '광화문 대통령' 공약의 취지는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국민이 '광화문 대통령'에 주목한 것은 소통하는 대통령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실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구중궁궐과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늘 소통하겠다"는 문 후보 자신의 말 속에 답이 들어 있다.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은 거대한 공간에 홀로 떨어진 섬 같은 존재이다. 참모들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청와대 본관 집무실은 그래서 단순한 공간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비서진과도 그런데 하물며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겠는가라는 불통의 상징이었다. 대통령과 비서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한다면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하다.광화문 대통령 공약 파기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 따져보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과연 문 대통령이 '소통하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며칠 전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예년처럼 거창한 '행사'로 치러졌다. 취임 3년 차를 맞는 문 대통령이지만 제대로 된 기자회견은 세 번째이다. 말 그대로 연례행사이다. 수시로 국민을 만나겠다는 다짐과는 거리가 멀다. "소통 강화라는 이념적 취지에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무색하다.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의 대통령 '말씀'은 소통이 아니다. 과거 익숙하게 보아온 일방통행이다.문 대통령은 참모들과는 밀접한 소통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현안에서 대통령과 비서진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가 드러난다. 국민 여론이나 인식과 거리가 먼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론을 야당과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일축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하려면 그래서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수시로 기자들을 만나야 한다. 매월, 아니면 현안이 있을 때 수시로 회견을 해야 한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과 영상을 준비하는 등 '행사'로 치르는 것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 항상 대기하는 청와대 기자실에 서면 된다. 특별한 격식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현안을 몰아서 하다 보니 문답이 수박 겉 핥기로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추가로 이어지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어야 한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도 자주 해야 한다.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외신과 인터뷰는 수시로 있었지만 국내 언론과 제대로 된 인터뷰가 한 번도 없었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언론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과도 만날 필요가 있다. 상임위별로 여야 의원들을 함께 초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부쩍 소통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장관들도 유튜브에 출연하라는 독려도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면 총리, 장관 등이 다투어 나서지 않겠는가. 그럴 때 국민들은 비로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합니다."

2019-01-13 15:43:49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시작은 늘 대구였습니다

시작은 늘 대구였습니다. 국채보상운동이 그랬고 2·28민주운동이 그랬습니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나랏빚을 갚자며 온 국민이 들불처럼 일어난 국권회복운동이었습니다. 십시일반 모두 힘을 모았습니다. 하루치 일당을 의연하는 사람도 있었고 제법 큰돈을 쾌척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도적과 걸인들까지도 동참하여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국채보상운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경주, 서채봉,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그리고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배씨까지. 모두 대구의 여성들입니다. 나라 위하는 마음은 남녀가 다르지 않다며 남일동패물폐지부인회를 결성하고 앞장서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이는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여성 국채보상운동의 불씨가 되었고 동시에 근대여성운동의 효시가 되어 대구를 상징하는 또 하나, '시작의 역사'로 남았습니다. 현재 국채보상운동에 관한 기록물들은 세계유네스코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1960년의 2·28민주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는 '리승만 박사! 대통령으로 모시자'라는 현수막이 버젓이 나붙던, 즉 국민이 대통령을 '모시던' 시절이었습니다. 독재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져도, 불의가 횡행하고 민주주의가 쪼그라들어도 누구 하나 말 못하고 숨죽여 살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이들이 대구의 앳된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그날 2월 28일, 자유당 정권은 같은 날 수성천변에서 있을 예정이던 제4대 정부통령선거 야당 후보의 유세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일요일임에도 학생들을 등교케 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대구의 학생들이 교문을 박차고 나와 당시 지역 최고의 권부였던 경북도청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의 결기가 어떠했는지는 시위를 이끌었던 경북고등학교 이대우 군이 쓰고 읽었던 결의문의 한 부분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피 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최후의 일인까지 부여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련다.'정의와 민주주의를 향한 이들의 외침은 3·15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운동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초, 2·28민주운동은 늦게나마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대구의 시작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섬유산업이 그랬고 IT산업이 그랬듯 나라 경제의 시작도 대구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우리를 일으켜 세운 것은 대구의 섬유산업이었습니다. 꺼져 가던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을 정보통신산업의 강국으로 거듭나게 한 곳도 이곳 대구경북이었습니다.그러고 보면 독립운동에서 해방 후 민주화운동, 그리고 경제부흥운동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 고비고비마다 대구만큼 결정적 역할을 한 곳도 없습니다. 모두가 막막해할 때 먼저 시작하고 새로운 길을 내어 보였습니다. 결코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았으며 언제나 용서와 화해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그러니 대구는 앞으로도 시작의 도시다워야 합니다. 기분 좋은 시작, 새로운 희망이 자꾸자꾸 생겨나는 도시, 대한민국의 청년이면 누구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곳이 대구라야 합니다.2019년,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삶의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인류 문명이 4.0 초(超)연결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대구가 한 번 더 힘을 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늘 그랬듯 대구의 힘은 곳곳에 있습니다. 남일동의 부인처럼, 2·28의 학생처럼 서로가 서로를 북돋우고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을 때 진짜 대구의 힘이 생겨납니다. 곳곳의 힘들이 모여, 곳곳의 힘들이 이어져 함께 새로운 대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물산업, 로봇산업, 의료산업, 에너지산업, 미래형자동차산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작의 도시는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대한민국을 리드해야 합니다.

2019-01-06 15:48:51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도…

文대통령에 대한 평가 급전직하'소통' 아이콘서 '고집' 상징으로디지털시대 사공 많은 우리나라힘 합쳐 노 저을 수 있는 새해를몇 년 전 나름의 노후 대책(?)을 마련한 게 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입니다. 퇴직 후 강의 경험도 살리면서 봉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교습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외국인 대상 우리말 교육에서 느끼는 애로와 보람 등은 들을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속담을 가르칠 때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속담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뜻을 설명하는 것은 더 난제입니다. 말은 알아들어도 배경 지식 없이 그 속뜻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한 가지 예를 들지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 무슨 뜻인지 우리는 다 압니다. '어떤 행동을 당장 해치우지 못하여 안달하는 조급한 성질을 이르는 말'이라거나 '행동이 매우 민첩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군요.외국인들에게도 말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뭘 뜻하는지 물어보면 난감해 합니다. 한참 생각하다 이런 답을 내놓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죽으려고 별짓을 다한다.' 재미있지 않습니까?이런 속담도 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우리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주관하는 사람이 없이 여러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자기주장만 하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 사공이 노 젓는 사람이라는 걸 설명해 주어도 금방 그 뜻을 이해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런 대답을 합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노를 저으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생각일까요?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웃고 말았습니다.그런데 요즘 그 뜻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면 될 일도 안 된다? 그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게 더 좋은 의미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 공감 가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워낙 말들이 많아진 주변을 돌아보며 의식적으로 그렇게 관점을 바꾸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것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급전직하는 너무 뜻밖입니다.포용과 소통의 아이콘에서 불통과 고집의 상징이란 평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혹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경제는 물론이요, 장기로 여겨지던 남북관계도 부정 평가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정책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만은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성향 여부를 떠나 많은 국민이 그런 기대를 했던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사실 중구난방은 민주주의의 특징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주권자인 국민이 자기 할 말을 하겠다는 데 누가 막겠습니까.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는 수단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공이 많은 것이지요. 그만큼 어려운 게 민주주의입니다. 자칫하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걸 낭패라 생각하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한 제도입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니 불가능한 일이 없더라는 쪽으로 생각합시다. 수많은 목소리가 결국 화음을 이루도록 하는 게 지도자들의 지휘 역량입니다. 소리가 음정을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 각자의 몫이겠고요.새해에는 모쪼록 사공들이 즐거이 힘을 합쳐 노를 저을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8-12-30 15:44:07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흔들리는 공화국, 국민의 책임은?

KT화재·KTX탈선·강릉펜션 참변사고 공화국 돼도 文대통령은 침묵안전 담당 공공기관 '무자격 낙하산'국민·야당·언론 반대 목소리는 차단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모두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 화두가 지금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란 대의민주제, 3권분립, 견제와 균형, 민주적인 국정 운영, 소통과 화합, 자유와 인권 존중, 국민 민생 증진, 국가의 존립 등이 그 기본적 가치일 것이다.최근 일어난 청와대 특감반 파견 검찰 수사관 김태우의 폭로는 문재인 정권의 실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던지고 있다. 이 정권은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부처 출입 정보관 제도를 전부 중단하고 정치인, 민간인 등에 대한 불법 사찰이 없다고 공언해 왔다.역대 보수정권의 민간인 사찰, 국정원 댓글 같은 과거 권위주위 정권에서 발생했던 정보기관의 인권 침해 사례는 없다고 자부해 왔다. 다른 한편에서 현 정권은 '적폐청산, 국정농단, 사법농단, 기무사계엄령' 등의 이름으로 집권 후 지금까지 지난 정권에 대한 법적 심판을 지속해 왔다. 그런데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이번 정권 또한 국정원의 민간인 정치인 사찰이 청와대 특감반원의 사찰로 변형된 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또 이 정권의 적폐청산은 이전 정권에 대한 척결에 한정되지 현 정권에서 발생한 비리나 의혹은 은폐하고 넘어가려 한다는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인권중시 진보정권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인이나 교수, 언론, 민간인의 언행을 감시 사찰하는 것은 군사독재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이뿐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 등에 대한 '가짜뉴스' 낙인찍기에 수십 개 언론을 동원해 바람을 잡고 청와대 정부 여당이 나서서 처벌을 강조하고 세무조사까지 하는 것은 너무 치졸한 행태 아닌가?김정은 답방에 정권이 목을 메고 청와대 앞거리에 입간판을 세우고 청와대가 나서서 김정은 방남 운을 띄우며 가시화해 오며 갖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대북 문제만 질문을 받으며 '온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것'이라 말하고 전 세계를 돌며 대북제재 완화를 말하다가 'CVID'로 응수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오죽하면 외신이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한국 대통령을 조롱했겠나?결국 김정은 연내 방남은 무산되는 분위기이고 이 정권은 이제야 '경제 집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 국민의 민생은 북한 문제가 잘 안 풀릴 때야 '꿩 대신 닭'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후순위에 불과한 것인가? 온 사방에서 모은 경제지표가 무너지고 실물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식당, 전통시장, 치킨집, 택시기사 등 현장에서 일상 국민들은 매순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경제 지표는 좋은데 정책실천에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다' '차, 조선업 등에 물 들어 올 때 노를 젓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대통령과 국민 간에 경제와 민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면 누가 잘못한 것인가?최근 국일고시원 화재, 고양저유소 폭발, 아현 KT화재, 백석역 난방공사 열 송수관 파괴, KTX 탈선, 강릉펜션 사고 등 국민의 기본적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정권 취임 후 영흥도 낚싯배 사고,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밀양요양병원 화재 등 대형 사고들이 잇따랐다.문 대통령은 대선 유세과정에서 '국민안전은 국가책임'이라고 말했지만 사고 공화국을 만든 데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도 '무자격 낙하산'들이 내려오고 있다.서해와 DMZ에서 국가안보가 해체되고 정권의 국방계획에 북핵 폐기가 삭제되고 급기야 해병대, 해군이 NLL 비행금지에 항의하고 나선 형국이 벌어졌다. 북한 승인 없이 한국군 전력증강을 할 수 없어 이미 맺은 '군사합의'를 수정하려 한다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문 정권은 지난 1년 반 동안 이 나라를 경제, 안보, 사회 모든 면에서 해체 쇠락시켜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 야당, 언론의 우려나 반대의 목소리는 차단되고 무시되고 있다.이런 것이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가? 국민들은 이 상황에 책임이 없는가? 우리 모두가 민주공화국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반성할 때이다.

2018-12-23 15:53:06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카풀과 공유경제, 택시와 월급제

일상에 침투한 정보기술 공유경제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물컴퓨터와 경쟁에 무너진 택시기사새로운 시대로 유연하게 이끌어야한 택시기사가 분신 끝에 사망했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알려졌다. 먼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지만 어떤 명분이든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은 안 될 일이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파장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부터 본격 카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내년으로 출시를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택시 월급제 전면 도입 등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극단으로 치닫기 전 무언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편으로는 쉽게 대책을 내놓기 어려웠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도 높은 사안이다.표면적으로는 카풀 서비스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저항이 문제를 촉발했다. 시야를 넓히면 세상을 휩쓰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고성능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모든 사람들이 손안에 들고 다니는 시대다.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한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삶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유경제도 일상 깊숙이 침투한 지 오래다. 어떤 방법을 써도 결국 저지할 수 없는 물결인 것이다. 방파제로 쓰나미를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산업혁명 시절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의 결과는 잘 아는 대로다. 카풀을 넘어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도입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한 축인 혁신성장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공유경제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강화는 이와 반대로 가는 방향이다. 카풀 서비스 전면 금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제는 정부의 역량이다. 햇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화려한 기술 발전의 그늘에는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택시기사들도 그중 하나이다. 아니 택시기사들은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속절없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최대한 고통을 줄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유연하게 새로운 시대로 편입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극단으로 치닫는 선택은 단순히 카풀에 대한 반대만이 아니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택시업계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정부가 카풀 대책이 아닌 사납금제 폐지와 전면 월급제 도입을 내세운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사납금제와 월급제 논란은 택시업계의 고질병에 해당한다. 택시요금 인상 때마다 정부가 부르는 고정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기사들의 처우 개선,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신문기사는 1997년부터 찾을 수 있다. 그저 똑같은 내용의 메뉴를 이번에도 내놓은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공수표를 남발해 왔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식상함을 넘어 진정성까지도 의심케 한다. 뜨거운 감자를 잠시 식히기 위한 방편으로 보일 뿐이다.진지한 고민을 통해 그동안 택시기사 월급제가 실패해 온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른바 '적폐청산'은 이런 때 써야 하는 말이다. 기사들의 어려움, 택시회사들의 고충, 소비자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종합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카풀에 반발하는 택시기사들도,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모두 국민들이다. 이런 문제 하나 똑 부러지게 해결 못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정부를 자임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자유한국당 사정도, 사법개혁도, 선거구제 개편도 중요하다. 그 모든 걸 제치고 이 주제로 칼럼을 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민생대책'의 핵심이 바로 이런 데 있기 때문이다.

2018-12-16 14:33:24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김정은 방남과 갈수록 제 맘대로 정권

북핵 위협에 가장 위험한 文 정권김정은 옹호 행동 이해할 수 없어더 이상 상식을 기대하기 힘들어'한국 사라질 수도' 공포 국민 지배해방 건국 이후 최대의 민족적 사변인 6·25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도 숱한 도발을 일삼은 북한 김씨 왕조 3대 후계자 김정은의 답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내부적으로 남북 간 답방을 합의한 뒤 반대 시위를 무력화시키고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뜸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체적으로 며칟날 방한할 것인지를 감춘 채 교란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문 정권과 김정은은 특정 날짜를 확정해 놓고 보수 진영의 대규모 반대 시위 조직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답방 날짜나 여부를 흐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회담장 구석 자리'에 가서 30분간 잠깐 만나기 위해 5박 6일간을 날아갔던 이유가 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방문 재가(?)를 받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경제통상 문제가 주의제인 G20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이 뭘 했는지 보도된 내용이 없다.동맹이나 이념을 중시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실리적인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야 북한 비핵화 문제를 최악의 경우 한국에 덮어씌우면 될 일이기에 '한번 해보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40%대 후반 특히 일부에서는 40%대 초반까지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북으로부터 김정은 답방이라는 구원이 없을 경우에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는 지경까지 추락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말 유럽 순방에서 가는 곳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김정은을 대신해 외치다 유럽 각국 정상으로부터 'CVID'로 반박당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거듭했다.이번에도 G20회의에 가는 도중에 들른 체코에서 공식 회담을 거절하고 비공식 면담(?)을 하면서 이스라엘 순방으로 출타 중이던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CVID' 서한을 남기는 '외면'을 당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뉴질랜드에서도 저신다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CVID'와 '인도적 대북 지원도 거부'하고 있음을 회견에서 발표했다.한독 친선협회 회장인 더불어민주당의 4선 이상민 의원은 EU 순방에서 박대당한 문 대통령 일에 격분하여 자신을 인사차 찾은 독일의 외교관에게 이를 따졌다가 "북을 어떻게 믿냐, 위험한 나라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꼴을 지켜봐야 했다.지금 문 정권은 자신들이 북핵의 위협에 가장 위험한 처지이면서도 북 김정은을 옹호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권으로 전락하고 있다. 무엇이 일국의 대통령을 저토록 북한 문제에만 집착하게 만들고 있나라는 의문이 심각하게 들었다.더 이상 문 정권의 상식을 기대하다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많은 국민들을 지배해 가고 있다. 이제 '문 정권의 과속 김정은 스토킹'에 국민이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만약 이번에도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선언 때처럼 국민들이 정권의 선동에 속아 김정은 답방을 환영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머지않아 '베트남식 공산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의 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번 방한으로 가공된 거짓 웃음과 겸손, 젠틀함을 보여주려 벼르고 있을 것이다.며칠 전 참다 못한 해병대가 9·19 남북 합의에 따른 'NLL 비행 추진 금지'를 반대했고 해군도 비행 금지 구역 추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해 NLL 등으로 비행 금지 구역이 확대되면 서해 5도와 서울 방어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김정은 답방에 온 국민이 나서 김정은에게 제대로 분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생전에 김정은 밑에서 노예처럼 신음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18-12-09 15:47:37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비례대표 대폭 확대에 이의 있다

국민들 아닌 지도부 뜻대로 낙점 지금의 비례대표제 문제점 많아정당별 비례대표 선정·순위 결정 유권자들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활동 중이다. '정치개혁'을 내세웠지만 정개특위의 주된 의제는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여서인지 국민적 관심은 덜한 듯하다. 하지만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건 아니어도 선거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정개특위의 지향점은 정파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최대한 좁히자는 말이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그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개헌보다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론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에 비해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국회의원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1대 1로 하든 2대 1로 하든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전체 의원 300명을 유지하려면 250여 개 지역구를 200여 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 정도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찬성할 리 만무하다.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는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늘리고 싶은 것이다. 지역구 250명 정도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150명 정도로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의원 수가 적다는 등 벌써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말을 하나 마나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렵다.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정개특위의 역량을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선거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하에서 숫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행해지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한다. 과거 지역구 후보가 얻은 표만을 계산하던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비례대표에서 심각한 문제는 선출 과정에서 국민들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정당별 비례대표 선정, 순위 결정 과정 등에 있어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 모든 건 정당, 정확히 말해 이른바 지도부 뜻에 좌우된다. 공천헌금, 특별당비, 밀실야합, 뒷거래 등 늘 잡음이 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그렇게 선정된 비례대표 후보를 알지도 못한 채 한 표를 던진다. 정당별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개할 때 반짝 관심을 모으긴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는 없다. 비례대표 제도하에서 구속명부제는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권자들이 순위나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정당이 내세우는 고정된 비례대표 명부는 직접선거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말이다.비례성 강화의 금과옥조인 정당 지지율도 따지고 보면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유권자들이 지역구에서 지지하지 않은 정당, 특히 소수 정당에 정당투표를 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례대표 숫자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기에 별 고민 없이 투표한 것이다. 소수 정당의 스타 정치인들의 인기도 한몫했을 것이다.비례대표가 대세를 좌우할 정도가 된다면 모든 건 얘기가 달라진다. 비례대표 선정부터 당락까지 유권자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는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석 배분에서뿐만이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부터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표출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긴 이런 방식이 앞으로만 필요한 일이겠는가.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은 현재 제도하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개혁의 방향이다.

2018-12-02 14:59:50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아침에] 생활 적폐 청산? 문 정권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가성비 높은 원자력발전 세우고왜 비효율 태양광으로 대치하나운동권 정치인 앞다퉈 사업 진출넘쳐나는 의혹도 생활 적폐 대상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어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이는 '적폐 청산 시즌 3'에 해당되며 박근혜, MB에 이어 더 이상 청산할 이전 보수 정권이 없자 이제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밑으로 내려왔다.이전 많은 정권들이 정권 지지율이 추락하고 민심을 상실하면 슬그머니 부패 척결 명분의 사정 수사를 전방위로 했던 것이 상투적 수법이었다. 이런 부패 척결 수사치고 제대로 그 목적을 달성한 사례는 어느 정권에도 없었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목적 사정의 당연한 귀결이었다.문 정권은 취임 후 1년 반 동안 1차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2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무사 계엄 문건, 사법 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집요하게 밀어붙여 왔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또한 문 정권이 취임 초 야당 의원들을 겨냥해 거세게 밀어붙였던 사안이다. 10만 명이 넘는 전수조사를 하면서 부산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 수준이었다.모든 부패 척결은 특정인 또는 특정 세력의 처벌을 목적으로 할 때 절대로 기대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진정한 부패 척결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통한 제도적 개선이 목적이 되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관하며 학사 비리,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공공기관 채용 비리, 지역 토착 비리 등을 그 해법으로 지적했다. 또 생활 적폐 발굴을 위한 TF 격인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이제 비리를 '파다 파다가' 적폐 사례 발굴을 위한 TF까지 구성해야 할 정도인가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부패와 적폐를 다 파헤쳐 세상을 맑게 하겠다는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먼저 돌이켜 보는 성찰이 없다면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적 기술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역대 모든 정권이 부패 척결을 외쳤지만 결국 그 정권 스스로가 부패의 온상이 되어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된 후 처벌의 대상이 되기를 반복했다. 역대 한국의 대부분 대통령들이 자신, 형, 동생, 자식, 친인척, 측근의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퇴임 후 온갖 오욕을 뒤집어썼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전 정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서슬이 퍼렇다가 결국 후임 정권에 의해 부패 척결의 대상이 되기를 반복해왔다.문재인 대통령의 부패 척결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문 정권도 부패에서 자유로운 '면죄부'를 받은 양 처신해서는 안 된다.문 정권이 정권 초부터 '탈원전'을 주장해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을 향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물경 90조원이나 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환경운동가, 토호 운동권,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를 앞서 집중 추진하는 서울시 산하 주요 태양광 사업자들의 면면에서 여실히 이런 소문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전국 곳곳에 산을 깎고 저수지 위에 빈 공간만 보이면 태양광이 설치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평당 백만원짜리 새만금 매립지도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직접 대통령이 현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갑자기 주력 사업이 태양광으로 바뀐 농어촌공사는 특히 자신들이 관리하는 새만금 간척지와 전국 수천 개 저수지 안에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앞장선 대표적 기관이다. 그런데 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업 직전까지 태양광 회사를 경영했고 지금도 가족, 측근들이 경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자기 돈 하나 없이 운동권 백수가 어느 날 거의 100% 보증기관의 보증과 은행 대출을 통해 태양광 사업자가 되려는 일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들 은행이나 보증기관에는 도대체 누가 압력을 넣은 것인가? 최고 권력 실세와 같은 학교 교수 출신인 전임 산자부 장관은 태양광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이다.이렇게 태양광 붐을 일으켰지만 태양광 사업에서 이미 한국은 뒤처져 있고 경쟁력도 없어 중국산 등이 판을 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은 태양광 효율이 기후상 뒤떨어지는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가성비와 효율이 높은 원전을 세우고 비효율적인 태양광으로 이를 대치하려 하는가? 곳곳에 의혹이 난무함에도 왜 생활 적폐 대상에 태양광 의혹은 빠져 있는가?넘쳐 나는 태양광 의혹은 제외한 채 생활 적폐 청산을 외치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2018-11-25 15:46:5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건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2016년 '혐의 없음' 회신 뒤집어정부 오락가락이 가짜 뉴스 온상국민 냉소와 국가 신뢰 추락 자초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가 총액 22조원이 넘는 삼성바이오 주식은 즉시 거래가 정지되었다. 상장 폐지까지 거론된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회사 지위 변경 등 회계 문제는 논외로 하자.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은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태도와 국가의 신뢰 추락에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혐의 없음'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지금과는 180도 다른 결론이다. 엄청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거슬러 올라가면 더 어처구니없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 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금감원, 금융위, 거래소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두 번이나 문제없다고 한 것이다. 과거 대형 분식회계 사건처럼 몰래 저지른 부정행위도 아니다.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바꾼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믿고 투자한 8만여 명의 소액주주 등은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온 셈이다. 나중에 상장 폐지를 하지 않으면 그나마 고마워해야 할까.삼성바이오에 비해 사소한(?) 소식도 있다. 1979년 설립된 삼우건축사사무소는 삼성의 주요 건축물 설계를 거의 독점했다. 그 덕에 삼우는 국내 최대 건축사 사무소로 성장했다. 2014년 삼성물산이 설계 부문만 인수하면서 삼우는 삼성 계열사가 되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조사 결과 삼우가 설립 때부터 30여 년간 죽 삼성의 위장계열사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로 당시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과거 두 차례 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의혹을 '이번에' 확인한 것이다.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면 처벌은 당연하다. 삼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필요하면 상장 폐지도 불사해야 분식회계를 근절할 수 있다. 위장계열사를 통해 특혜를 누렸다면 이익 환수 등 합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능한 탓인지, 조사를 소홀히 했는지, 아니면 기업과 유착한 결과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어지러운 반전은 한두 번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여러 차례 뒤집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검찰이 어제와 오늘 완전히 다른 수사 결과를 내놓는 어이없는 광경도 숱하게 목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감사나 수사를 맡았던 사람들이 처벌 혹은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그러니 정권이 교체되면 '알아서 긴' 결과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마침 입시 철이다. 선생님들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오답노트'를 만들도록 권장한다. 틀린 문제는 정답만 확인하면 안 된다. 왜 틀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금감원, 감사원, 공정위, 검찰 등 이른바 힘 있는 권력기관들에 '오답노트'를 의무화해야 한다. 어제와 다른 정답을 오늘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육하원칙에 따라 관련자를 적시하고 과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반드시 설명하게 해야 한다. 고의 혹은 허술한 업무 처리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결과를 양산한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만 늘어날 뿐이다. 정부의 오락가락이야말로 이른바 가짜 뉴스의 온상이다. 불신이 커지면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오늘의 정답이 나중에 또 바뀌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말이다.

2018-11-18 14:48:54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미북 고위급회담 취소 후 한반도 정세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8일 뉴욕에서 예정됐던 '폼페이오-김영철' 미북 고위급회담이 전격 취소되었다. 사실 이는 놀랍기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된 사실에 가깝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든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사고를 치지 않고 조용히 있어 주기만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지난 10월 초 폼페이오 방북이나 10월 말 유럽에서의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 간의 접촉 시도, 중간선거 이틀 뒤인 8일 미북 고위급회담 등은 모두 북측이 중간선거 전에 사고(?)를 쳐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쓴 '미끼'로 보인다.선거가 끝나자마자 "someday"라고 말하며 "내년 초 언젠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둘지는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트럼프를 보면 그는 이제 미북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을 거라는 현실적 인식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그래서 북한이 지금껏 협상전술로 써먹던 '살라미 전술'을 역차용해서 미국 또한 천천히 진을 빼며 북한이 하는 만큼만 대응하겠다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한국 '문재인 정권'의 현실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9월 말 평양 방북 직후 미국에 가서 '일단 종전선언을 해주고 북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다시 취소'라는 말을 했고 10월에는 EU와 유럽 여러나라를 순방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외쳤다.또 지난주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미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보다 미북 싱가포르 합의의 4개 기둥인 '미북 신뢰 회복 평화체제 구축' 등에 먼저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했다가 미북 고위급회담이 취소되자 할 말이 없어진 상황도 발생했다.연말까지 종전선언,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김정은 방한 등 문제를 큰소리쳐오던 '문 정권'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우려된다. '문 정권'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마치 남의 일처럼 미뤄 놓고 오히려 북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 종전선언, 남북 철도 도로 연결, 경협 등과 대북제재 완화를 외쳐왔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의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미국 측과 심각한 충돌을 빚어왔다. 오죽하면 미국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대변인' 같다는 소리까지 나왔겠는가?문 정권이 미국도 혀를 내두르는 신뢰하기 어렵고 노회한 북한을 상대로 뭘 믿고 판문점선언에서 '연말'이라는 기한을 박아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철도 도로 착공식을 확인해 줬는지 이해가 불가하다. 협상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맞바꾸는 내용도 없이 기한을 박아 합의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지금 북한 관련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청와대라는 항간의 소문을 이 정권은 되새겨봐야 한다. 실질적 비핵화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11월 1일 자로 남북군사합의는 실천되고 있고 이 와중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남북합의 이행점검위원장 자격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국정원장, 장관들을 대동하고 헬기를 타고 지뢰 제거 현장을 방문하고 이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렸다가 호되게 지탄을 받았다.며칠 전 광화문에서는 김정은 방한을 환영한다는 친북 단체들이 '백두 칭송 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북한식 꽃다발을 백주에 서울 한 도심에서 흔들며 김정은 찬양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제 이 나라는 친북이 자랑거리이고 반북은 친일처럼 수치 거리가 되고 있으며 탈북자에 대한 공공연한 친북세력의 협박이 자행되는 적색테러가 난무하고 있다.경제난, 혼란한 정책, 채용비리 등으로 평양 방문 덕에 올린 지지율을 이제 거의 다 까먹은 문 정권은 김정은 이슈가 아니면 지지율을 만회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에서 '핵 리스트를 제출 않겠다'는 김정은의 말을 듣고도 9월 말 미국에서 '선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10월엔 유럽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이런 대통령을 보면 과연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2018-11-12 05:0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남북관계 관련 법률 정비해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법적 제도화 하는 게 정치의 영역애매모호한 남북관계 관련 법률정치권 머리 맞대고 빨리 정비를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평양선언, 남북군사합의서가 발효되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남북관계를 불가역적으로 진전시키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두른 이유로 보인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헌재가 또다시 짐을 떠안게 되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의 사법화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특히 지금은 남북이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중이다.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시로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법적인 판단은 다르다. 법에 따라 흑백의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창의적인 상상력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처분 신청은 인용 혹은 기각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영역으로서 사법 판단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기도 어렵다. 평양선언 등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게 아닌 가처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 문제를 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을 스스로 축소하는 행태이다. 자신들의 숙제를 대신해 달라는 게으름의 소산이기도 하다. 기왕 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면 사실 정치권이 할 일은 많다. 애매모호한 남북관계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게 그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문제는 수시로 불거질 것이다. 그때마다 법리 논쟁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우선 남북한 간 합의는 헌법상 조약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나 일부 학자들의 경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고, 남북합의를 조약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국가성 등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헌논쟁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본질은 제쳐둔 채 논의가 산으로 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남북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의 기존 견해대로이다. 북한이 국가인지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선언 등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밝혔다. 헌법상 조약이 아닌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또다시 불거진다.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라 비준, 공포한 남북합의서가 어떤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른 조약이어야 대한민국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반면 남북합의서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같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 남북관계 발전법에도 남북합의서의 법률적 효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남북합의서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한하여 적용한다'는 '효력범위' 규정만 있다. 구속력을 갖는 법률인지 명령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남북한 관계처럼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겨진 것이다. 천정배 의원의 지적처럼 평양선언 비준은 '법적 효력은 없는 정치적 선언'인 셈이다.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법적인 제도화는 그 길을 포장하고 탄탄대로로 만들어 누구나 갈 수 있도록 만드는 후속작업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정치가 할 일이다. 법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적인 정비에 함께 나서도록 야당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야당 역시 집권할 정당이라면 비난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감당할 정당이 아니라는 모습으로 굳어질 수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여와 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난과 다툼 대신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 말이다. 오늘 청와대 여야정 협의체 모임에 기대를 걸어 본다.

2018-11-04 15:45:52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文정권 안보・동맹 해체・경제 붕괴 감당할 수 있나?

70년 동맹 미국과 관계 갈 데까지 가한국 경제 '통치 리스크' 시중에 회자지난주 주가 폭락 외국 자본 대탈출대통령 경제 정책 수립 방향 전환을 평양선언으로 추락하던 지지율을 고공행진시킨 문재인 정권이 최근 전방위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순방에서 가는 나라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외치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로 반격을 받았고 유일한 성과라는 교황 방북 초청도 그 뒤에 들리는 이야기는 청와대의 장담과는 다르게 흘러간다.지난주 있었던 국회 동의 없는 청와대의 평양선언, 군사 합의 비준은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그 의도를 매우 의심케 하고 있다. 문제는 70년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가고 있다는 점이다.청와대는 '상황이 낙관적이고 과정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을 돕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애써 강변하지만 미국 측 시각은 이와 정반대이다. 한국 정부가 북중러 반미동맹에 급속히 가세하며 사실상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나아가 미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얼마 전 필자가 만난 미국 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임계점'(point of no return)을 넘어가도록 미국을 의도적으로 자극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결국 반미 행보를 견디지 못한 미국이 먼저 '이혼'(?)에 나서기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정권은 이 와중에도 대통령이 직접 참모들에게 '상황이 낙관적이다. 걱정 말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북의 입장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기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문 정권 내부만 빼고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지정학적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볼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현 정권은 국민에게 자신들을 뽑아 달라고 대선 유세를 할 때보다 훨씬 친북적, 좌파적이다. 지금과 같은 반미 친북 친중 행보를 보일 줄 미리 알았다면 현 정권이 아무리 탄핵 이후라도 국민적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최근 미국 측은 한국이 미북 사이를 중재한다면서도 남북 간에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내용 일부를 미국 측에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간에 신뢰가 이렇게 갈 데까지 가서야 어떻게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지난주 한국 주가지수 폭락과 외국 자본 이탈이 쇼킹한 뉴스로 등장했다.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고 성장률, 수출 둔화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기존의 투자, 내수, 고용률 둔화에 이어 본격적 경제 위기 신호탄이 켜진 것이다.여기에 부동산 폭락과 가계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이라는 총체적 경제 위기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회생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유류세 15% 인하와 5만9천 명 단기 알바 고용책 등이다. 유류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 비난받고 몇 달짜리 국가 재정 투입 단기 알바 고용이 무슨 경제 회생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통치 리스크'라는 언급이 시중에 회자된다. 기업도 노동자도 아닌 문 정권 그 자체가 가장 큰 경제 위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통치 리스크'는 쉽사리 개선되기도 어렵고 '문 정권'의 속성상 방향 전환도 어렵다. 대통령 스스로가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외국 자본의 거대한 대탈출이 왜 이 시기에 일어나는지 '문 정권'은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한다. IMF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권 핵심의 실수로 인해 고통받았는지, 지금도 문 정권은 되새겨야 된다. 안보가 무너지고 동맹이 해체되고 경제가 붕괴되면 문 정권 지지자가 몇이나 남아 있겠는가? 국민 앞에 겸허하게 더 늦기 전에 반성하고 방향 수정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2018-10-28 14: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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