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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미북 고위급회담 취소 후 한반도 정세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8일 뉴욕에서 예정됐던 '폼페이오-김영철' 미북 고위급회담이 전격 취소되었다. 사실 이는 놀랍기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된 사실에 가깝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든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사고를 치지 않고 조용히 있어 주기만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지난 10월 초 폼페이오 방북이나 10월 말 유럽에서의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 간의 접촉 시도, 중간선거 이틀 뒤인 8일 미북 고위급회담 등은 모두 북측이 중간선거 전에 사고(?)를 쳐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쓴 '미끼'로 보인다.선거가 끝나자마자 "someday"라고 말하며 "내년 초 언젠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둘지는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트럼프를 보면 그는 이제 미북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을 거라는 현실적 인식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그래서 북한이 지금껏 협상전술로 써먹던 '살라미 전술'을 역차용해서 미국 또한 천천히 진을 빼며 북한이 하는 만큼만 대응하겠다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한국 '문재인 정권'의 현실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9월 말 평양 방북 직후 미국에 가서 '일단 종전선언을 해주고 북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다시 취소'라는 말을 했고 10월에는 EU와 유럽 여러나라를 순방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외쳤다.또 지난주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미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보다 미북 싱가포르 합의의 4개 기둥인 '미북 신뢰 회복 평화체제 구축' 등에 먼저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했다가 미북 고위급회담이 취소되자 할 말이 없어진 상황도 발생했다.연말까지 종전선언,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김정은 방한 등 문제를 큰소리쳐오던 '문 정권'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우려된다. '문 정권'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마치 남의 일처럼 미뤄 놓고 오히려 북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 종전선언, 남북 철도 도로 연결, 경협 등과 대북제재 완화를 외쳐왔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의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미국 측과 심각한 충돌을 빚어왔다. 오죽하면 미국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대변인' 같다는 소리까지 나왔겠는가?문 정권이 미국도 혀를 내두르는 신뢰하기 어렵고 노회한 북한을 상대로 뭘 믿고 판문점선언에서 '연말'이라는 기한을 박아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철도 도로 착공식을 확인해 줬는지 이해가 불가하다. 협상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맞바꾸는 내용도 없이 기한을 박아 합의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지금 북한 관련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청와대라는 항간의 소문을 이 정권은 되새겨봐야 한다. 실질적 비핵화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11월 1일 자로 남북군사합의는 실천되고 있고 이 와중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남북합의 이행점검위원장 자격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국정원장, 장관들을 대동하고 헬기를 타고 지뢰 제거 현장을 방문하고 이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렸다가 호되게 지탄을 받았다.며칠 전 광화문에서는 김정은 방한을 환영한다는 친북 단체들이 '백두 칭송 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북한식 꽃다발을 백주에 서울 한 도심에서 흔들며 김정은 찬양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제 이 나라는 친북이 자랑거리이고 반북은 친일처럼 수치 거리가 되고 있으며 탈북자에 대한 공공연한 친북세력의 협박이 자행되는 적색테러가 난무하고 있다.경제난, 혼란한 정책, 채용비리 등으로 평양 방문 덕에 올린 지지율을 이제 거의 다 까먹은 문 정권은 김정은 이슈가 아니면 지지율을 만회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에서 '핵 리스트를 제출 않겠다'는 김정은의 말을 듣고도 9월 말 미국에서 '선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10월엔 유럽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이런 대통령을 보면 과연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2018-11-12 05:0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남북관계 관련 법률 정비해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법적 제도화 하는 게 정치의 영역애매모호한 남북관계 관련 법률정치권 머리 맞대고 빨리 정비를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평양선언, 남북군사합의서가 발효되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남북관계를 불가역적으로 진전시키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두른 이유로 보인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헌재가 또다시 짐을 떠안게 되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의 사법화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특히 지금은 남북이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중이다.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시로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법적인 판단은 다르다. 법에 따라 흑백의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창의적인 상상력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처분 신청은 인용 혹은 기각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영역으로서 사법 판단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기도 어렵다. 평양선언 등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게 아닌 가처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 문제를 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을 스스로 축소하는 행태이다. 자신들의 숙제를 대신해 달라는 게으름의 소산이기도 하다. 기왕 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면 사실 정치권이 할 일은 많다. 애매모호한 남북관계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게 그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문제는 수시로 불거질 것이다. 그때마다 법리 논쟁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우선 남북한 간 합의는 헌법상 조약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나 일부 학자들의 경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고, 남북합의를 조약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국가성 등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헌논쟁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본질은 제쳐둔 채 논의가 산으로 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남북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의 기존 견해대로이다. 북한이 국가인지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선언 등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밝혔다. 헌법상 조약이 아닌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또다시 불거진다.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라 비준, 공포한 남북합의서가 어떤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른 조약이어야 대한민국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반면 남북합의서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같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 남북관계 발전법에도 남북합의서의 법률적 효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남북합의서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한하여 적용한다'는 '효력범위' 규정만 있다. 구속력을 갖는 법률인지 명령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남북한 관계처럼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겨진 것이다. 천정배 의원의 지적처럼 평양선언 비준은 '법적 효력은 없는 정치적 선언'인 셈이다.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법적인 제도화는 그 길을 포장하고 탄탄대로로 만들어 누구나 갈 수 있도록 만드는 후속작업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정치가 할 일이다. 법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적인 정비에 함께 나서도록 야당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야당 역시 집권할 정당이라면 비난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감당할 정당이 아니라는 모습으로 굳어질 수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여와 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난과 다툼 대신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 말이다. 오늘 청와대 여야정 협의체 모임에 기대를 걸어 본다.

2018-11-04 15:45:52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文정권 안보・동맹 해체・경제 붕괴 감당할 수 있나?

70년 동맹 미국과 관계 갈 데까지 가한국 경제 '통치 리스크' 시중에 회자지난주 주가 폭락 외국 자본 대탈출대통령 경제 정책 수립 방향 전환을 평양선언으로 추락하던 지지율을 고공행진시킨 문재인 정권이 최근 전방위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순방에서 가는 나라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외치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로 반격을 받았고 유일한 성과라는 교황 방북 초청도 그 뒤에 들리는 이야기는 청와대의 장담과는 다르게 흘러간다.지난주 있었던 국회 동의 없는 청와대의 평양선언, 군사 합의 비준은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그 의도를 매우 의심케 하고 있다. 문제는 70년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가고 있다는 점이다.청와대는 '상황이 낙관적이고 과정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을 돕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애써 강변하지만 미국 측 시각은 이와 정반대이다. 한국 정부가 북중러 반미동맹에 급속히 가세하며 사실상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나아가 미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얼마 전 필자가 만난 미국 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임계점'(point of no return)을 넘어가도록 미국을 의도적으로 자극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결국 반미 행보를 견디지 못한 미국이 먼저 '이혼'(?)에 나서기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정권은 이 와중에도 대통령이 직접 참모들에게 '상황이 낙관적이다. 걱정 말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북의 입장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기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문 정권 내부만 빼고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지정학적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볼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현 정권은 국민에게 자신들을 뽑아 달라고 대선 유세를 할 때보다 훨씬 친북적, 좌파적이다. 지금과 같은 반미 친북 친중 행보를 보일 줄 미리 알았다면 현 정권이 아무리 탄핵 이후라도 국민적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최근 미국 측은 한국이 미북 사이를 중재한다면서도 남북 간에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내용 일부를 미국 측에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간에 신뢰가 이렇게 갈 데까지 가서야 어떻게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지난주 한국 주가지수 폭락과 외국 자본 이탈이 쇼킹한 뉴스로 등장했다.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고 성장률, 수출 둔화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기존의 투자, 내수, 고용률 둔화에 이어 본격적 경제 위기 신호탄이 켜진 것이다.여기에 부동산 폭락과 가계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이라는 총체적 경제 위기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회생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유류세 15% 인하와 5만9천 명 단기 알바 고용책 등이다. 유류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 비난받고 몇 달짜리 국가 재정 투입 단기 알바 고용이 무슨 경제 회생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통치 리스크'라는 언급이 시중에 회자된다. 기업도 노동자도 아닌 문 정권 그 자체가 가장 큰 경제 위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통치 리스크'는 쉽사리 개선되기도 어렵고 '문 정권'의 속성상 방향 전환도 어렵다. 대통령 스스로가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외국 자본의 거대한 대탈출이 왜 이 시기에 일어나는지 '문 정권'은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한다. IMF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권 핵심의 실수로 인해 고통받았는지, 지금도 문 정권은 되새겨야 된다. 안보가 무너지고 동맹이 해체되고 경제가 붕괴되면 문 정권 지지자가 몇이나 남아 있겠는가? 국민 앞에 겸허하게 더 늦기 전에 반성하고 방향 수정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2018-10-28 14:57:37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가짜 뉴스 대책, 진짜 뉴스가 답이다

디지털 사회 불명확한 사실의 방치가짜 뉴스가 찾고 있는 좋은 먹잇감가짜 뉴스가 파급력을 상실하도록진짜 뉴스 제대로 생산되게 지원을#사례1: 이낙연 총리가 김일성 주석을 찬양했다? 처음 단체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방명록 사진과 함께 이 총리의 김일성 주석 찬양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반박이 이어졌다. 9월 26일 고(故)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조문차 베트남을 방문한 이 총리가 호찌민 전 국가주석 거소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이라는 설명이었다. 구체적인 증거 앞에 처음 사진을 올린 친구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다.#사례2: 북한에 쌀을 지원해서 쌀값이 폭등했다? 시중의 쌀값이 많이 올랐다. 쌀이 남아돈다는데 쌀값이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쌀 몇백만t을 북한에 퍼줘서 그렇다는 얘기가 돌았다. 정부가 미곡 창고를 언론에 개방하고 쌀 유통 과정을 설명했다. 창고에 보관된 비축미를 반출하려면 창고주, 운송회사, 도정공장, 곡물협회까지 동시에 4곳에 연락해야 한다. 몇백만t 쌀을 운송하려면 차량만 수천 대, 관련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비밀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사례3: 북한 유류 지원 사실을 감추려 저유소에 불을 냈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짓이라는 의심은 든다. 문제는 사실관계에 틈새가 있다는 점이다. 화재 초기 불붙은 탱크에 400만ℓ 혹은 260만ℓ 이상의 유류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화재를 신고한 저유소 직원은 4천ℓ라고 말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이처럼 불명확한 사실의 방치는 가짜 뉴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기존 언론의 게으름이 가짜 뉴스의 원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사례4: 최순실의 해외 도피 재산이 300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가짜 뉴스 단속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선 허위 여부를 절대 알 수 없다. 일부에서 아무리 가짜 뉴스라고 신고해도 검경이 단속에 나설 리도 없다. 현 집권층에 불편한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가짜 뉴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명하다. 집권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다. 과거 정권의 '유언비어 단속'이나 현 정권의 '가짜 뉴스 대책'은 결국 같은 맥락이다.표현의 자유 등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위의 사례는 효과적인 가짜 뉴스 대책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시민과 언론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사례는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바로잡은 경우이다. 쌀값의 경우는 정부와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함께 전달한 사례이다.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free market of ideas)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정부가 나서 처벌, 정보 삭제 등의 방식으로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디지털 사회에서 모든 채널의 봉쇄는 불가능하거니와 진짜 뉴스로 가짜 뉴스를 치유할 기회를 상실했을 것이다. 가짜 뉴스가 파급력을 상실한 것은 진짜 뉴스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집권 여당과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이 끝나기 전까지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새누리당이 7건이나 되는 가짜 뉴스 대책 법안을 냈지만 하나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부 여당은 또다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기존 언론들이 진짜 뉴스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도이다. 한마디로 가장 좋은 가짜 뉴스 대책은 진짜 뉴스이다.#사족: '최순실 해외 도피 재산'은 모쪼록 사실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경제도 어려운데 300조원이 국고로 환수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말이다.

2018-10-21 14:47:00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한국 안보 남이 지켜주는 이 모순

美 중간선거서 민주당 승리 가능성대북정책 근본 방향 재정립할 수도비핵화 없는 어떠한 미북 간 합의도'미국 상원 통과 안 된다'는 소식 들려지금 전방위로 국가 시스템, 국민적 합의, 안보 외교, 역사 인식 등의 해체와 재조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국민들 대다수가 이를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이다. 경제, 사회복지 시스템의 진보적 변화는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안보, 통일, 외교 시스템의 해체는 비가역적인 측면이 커서 차후에 다시 현재대로 복구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언급에 대해 미국의 승인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세 번이나 강조해 말했다. 또 지난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해서 남북 간 철도, 군사합의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 격노했다.또 그 며칠 뒤 미국 재무부 대테러 및 대북 제재 담당국은 대북 관련성이 있는 시중은행들과 전화화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한 바 있다.평양에서의 남북 정상 간 군사합의 등 서해 평화수역과 한강 하구 공동이용 문제는 서해 5도 인천 해로 확보, 수도방어에 매우 취약함을 드러냈다. 또 군사분계선 인근 정찰 금지는 방어적 배치와 편성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군 입장에서는 북의 남침 시도에 매우 취약한 불평등한 합의이다.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도로 건설, 평화공원 개설 또한 과거 주요 격전지에서 방어 구도를 해체하는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폼페이오의 4차 방북은 '미래를 향한 진전이 있었다'는 외교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의 첫 단계인 북핵 리스트 신고, 사찰 검증에는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비본질적인 종전선언과 북의 낡은 핵시설 폐쇄를 빅딜하고자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꼼수와 이를 지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갖은 노력은 미국 측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 신뢰에 의심을 초래하고 있다.미국 조야에서는 비핵화의 실질적 추진에는 주저하면서 올해 안 종전선언과 전시작전권 이양, 평화협정 시도에 남북이 저토록 매달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단계적 전술이라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미국 중간선거 전망이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속에서 선거 직후 대북 정책에 대한 근본적 방향 재정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북측의 시간 끌기와 본질적 비핵화 회피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이 터져 나온 결과 일 것으로 보인다.최근 종전선언이나 북한과 관련된 비핵화 없는 어떠한 미북 간 합의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주당이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미 하원에서도 지금까지의 대북 협상 형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 될 것이다.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국 안보를 지키는 가장 큰 노력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 의회와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 안보를 우리가 아닌 남이 나서 지켜야 하는 이 모순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하는가?

2018-10-14 15:49:57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전원책, 시인과 칼잡이

시인과 칼잡이.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시인'은 여린 감성을 떠오르게 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예민함에서 시가 나온다. '칼잡이'의 느낌은 냉혹함이다. 몸 전체를 살리려 팔 하나쯤은 서슴없이 자를 수 있는 결단력. 그래야 칼잡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이 칼잡이를 겸하는 것은 그래서 불가능해 보인다. 뜨거운 아이스크림처럼 모순으로 들린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이 된 전원책 변호사 얘기다.전 변호사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TV 논객으로 유명세를 탄 그는 변호사 이전에 '진짜' 시인이다. 정식 등단한 시인이라는 말이다. 한국문학신인상,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 두 차례나 시인 입문 과정을 거쳤다. '슬픔에 관한 견해', '바다도 비에 젖는다'는 감성이 물씬 풍기는 시집도 상재했다.자유경제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보수주의자로서의 정체성 또한 분명하다.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칠판을 가득 채우는 해박한 지식에 압도당한다. 철저한 이론 무장과 좌중을 압도하는 입담, '버럭'을 마다하지 않는 전투력. 토론 프로에서 최우수 논객으로 뽑힌 배경이다.전 변호사에 대해 언론들은 일제히 '칼잡이'라 부르고 있다. 한국당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말일까. 한국당의 인적 쇄신, 직설적으로는 사람을 자르는 일을 해야 한다는 주문일 것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말이 나왔을 때 단칼에 거절했던 전 변호사였다. "소나 키우겠다"고 했다던가.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이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칼잡이'론에 대한 당내의 시선을 의식해서일까. 전 변호사는 자신이 소 잡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로 짐짓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에게 칼을 쥐여준 사람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인적쇄신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손에 피를 묻히는 일에 앞장을 서달라는 것이다.상황은 낙관을 불허한다. 평론가로서는 '단두대' 등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공천하던 시절에도 역풍은 거세게 불었다. 인적 청산은 말 그대로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다. 중진들은 잠시 안식년을 가지라는 식의 안일한 설득은 코웃음을 부를 뿐이다. 김 비대위원장이나 전 변호사 모두 정치 아마추어이다. 노련한 정치꾼들의 되치기에 자칫 상처를 입고 물러나기 십상이다. 이른바 친박계, 친홍계 등의 저항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기도 아니다. 아직은 당내에 위기의식이 없다. 정부의 잘못에도 한두 번 변죽을 울릴 뿐 누구도 치열한 싸움을 하려 하지 않는다.전 변호사 스스로 이를 모를 리 없다.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만 가득했던 한국당의 인재 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칼을 쥐었으니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할 것"이라고도 한다. 칼을 쓰는 목적은 분명하다. 사람을 자르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의 묵은 병을 수술함으로써 보수 정치 세력을 살리는 집도의가 되어야 한다. 지지 여부를 떠나 좌우 진영 한쪽의 몰락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렵겠지만 기왕 맡은 일이다. 한국당의 회생 계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싶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설득하고 칼잡이의 냉혹함으로 결단하면 될까. 그야말로 시인을 겸하는 칼잡이가 뜨거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두 번의 기적을 연출해야 할 때이다. 한국당 쇄신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미리 해두는 말인데, 한국당과 보수 세력의 현주소를 깨닫게만 해도 전원책 위원의 임무는 성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2018-10-07 14:54:33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종전선언인가!  

트럼프 정치 일정에 맞춰 플랜 작성북한 김정은 '가짜 비핵화' 착착 진행연내 종전선언 방안 반대 여론 반영국민투표 거쳐 국가 대사 확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공중파 방송 3사는 70%대 초반, 메이저 여론조사 2사는 60%대 초반으로 급상승했다. 경제와 민생에 대한 아집과 패착으로 4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방북 이슈로 급상승시켜 단번에 만회한 모양새이다.문 대통령은 방북 직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설득하고 유엔과 미 언론,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 등에서 연내 3자 종전선언을 적극 홍보하였다. '일단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을 하고 북 비핵화가 안 되었을 경우 취소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제 전 세계가 북한의 노력에 화합할 때이다' 등의 문 대통령 발언을 보면서 심각한 의문이 떠올랐다.왜 저리 '연내' 종전선언에 목을 맬까?연내가 아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의지와 실천을 확인한 뒤 종전선언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북한과의 군사협정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개 철수, 군사분계선(MDL) 주변 20~40㎞ 비행제한, 서해 한강 하구 평화수역 등 조항을 왜 저렇게 서둘러 합의했을까? 미군이 우려하는 이 사항을 그토록 급박하게 발표할 이유가 무엇인가? 북의 평화 의지를 비핵화를 통해 확인한 뒤 군축을 하면 어디 동나나? 경협이라는 명목하에 우방이 그토록 우려하는 철도 연결 꼭 연내에 착공해야 하나?문 대통령은 스스로 남북 관계를 되돌릴 수 없도록 불가역적인 상황으로 임기 내 만들어 놓겠다고 공고했는데 북 비핵화는 왜 연내 혹은 임기 내 불가역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는 것일까? 오직 종전선언을 위해 저렇게 김정은의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우려스러운 표현을 쓰며 전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북 비핵화 의지를 우리 국민은 모르게 비공개로 전달하면 국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것일까?상기 의문들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상식적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을 위해 애쓰는 만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의제를 가지고 보수 성향을 가진, 안보해체와 비핵화 불발을 우려하는 국민과 보수야당 설득을 위해 노력하고 토론한 적이 있는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2년이고 3년이고 길어져도 상관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보다는 자신이 2020년 11월 차기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대북 이슈를 천천히 사고만 나지 않도록 끌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2, 3년 이후엔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실질적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게 될 것이고, 그 시간 동안 노후되고 부차적인 핵시설을 일부 폐쇄하고 살라미식으로 단계별 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형식적인 참관과 상징적 핵 ICBM 일부 폐기 쇼가 화려하게 진행될 것이다.결국 북 김정은은 트럼프라는 기상천외한 성격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단아 같은 미 대통령 분석을 끝냈고 충분히 그를 북의 페이스로 다루어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치 일정 맞춤형 '가짜 비핵화 로드맵' 플랜을 작성하고 그 계획대로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문제는 미국의 트럼프도 북의 김정은도 아닌 우리의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주제를 놓고 현 정권이 애호하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의 토론의 장을 열 책무가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북 비핵화 방안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과 보수야당의 입장들을 전 국민들이 충분히 쌍방의 주장을 알 수 있도록 최소 한 달 이상 TV, 신문, 종편, 공청회 등에서 토론해야 한다.종전선언과 북 비핵화 등에 대해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정보 습득이 이루어진 뒤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하는 것이 국가지대사의 순서라고 본다. 현재는 대통령이 가자 한다고 무조건 그쪽으로 따라가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2018-09-30 14:42:2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사법부는 신뢰회복을 포기했는가

압수수색 영장 신청 90% 이상 기각'재판거래 의혹' 수사 과정 국민 불신법원 행태는 진정성·논리·공감 없어외부 힘 부르는 자충수 되지 않아야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프랜시스 프레이 교수는 신뢰의 구성 요소로 세 가지를 든다. 진정성(authenticity), 논리(logic), 공감(empathy)이 그것이다. 처음 신뢰 구축을 위해서나 무너진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서도 세 가지 요소는 필수적이다.누구든 상대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를 신뢰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의 언행이 엄격한 논리에 따른 것이면 역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나와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느끼면 쉽게 신뢰할 수 있다. 세 가지 요소가 갖추어질 때 완전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고, 어느 하나라도 흔들리면 신뢰는 위협을 받게 된다."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의회는 돈지갑이 있고, 정부는 칼이 있는데, 사법부는 3권분립의 한 부분이라 해도 의회나 정부에 견줄 만한 권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국가의 한 축을 맡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이 있기 때문입니다."2016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미디어가이드북'에 실린 당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잃은 사법부는 존재할 토대가 없다는 말이다.우리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 등 드러난 사실만 보아도 어이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자청한 것도 신뢰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법원 안팎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다. 이후 진행된 수사 경과는 다 아는 대로다.검찰이 전·현직 법관 등을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90% 이상이 기각되었다.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수사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대법원장의 공언은 허언이 되었다. 무너진 신뢰나마 회복하려는 진정성부터 보이지 않는다. 법관들이 아무리 강변해도 국민은 알고 있다. 조직보호 이기주의의 논리가 앞서고 있음을.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말 그대로 순식간에 상대가 진정성을 가지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프레이 교수의 말이다.단순한 조직보호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국민이 사법부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공감은커녕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는 분노마저 자아낸다. 국민을 의식한다면 어떻게 퇴직한 법관이 무단반출한 수만 건의 재판 관련 문건을 파기하고 컴퓨터를 분해해 버렸다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담당 판사는 영장을 나흘씩이나 방치함으로써 증거인멸을 방조하는 동료애를 발휘할 수 있는가. 빗나간 엘리트 의식과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국민은 그래도 법원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혹시 잘못이 있다면 법원이 스스로 문제를 반성하고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게 되기를 말이다.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사법부가 그 정도 역량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법원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지금까지 법원의 행태는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고 있다. 진정성도 논리도 공감도 없는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는가 싶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더 강력한 외부의 힘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내키지 않지만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이미 나오고 있다. 법관 탄핵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사법부 70주년 행사에서 김 대법원장과 문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온 후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법원 스스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사법부가 신뢰 회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법관들부터 신뢰의 세 가지 요소를 곰곰이 반추하길 바란다.

2018-09-16 15:50:18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올해 내 종전선언, 국민의사 안 묻는가?

여론조사 지지율 추락 문재인 정권 비밀 군사작전처럼 종전선언 추진이제 국민도 알 것은 알아야 할 때비공개 사항 공개하고 동의 구해야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교착에 빠진 북미 대화를 협상하러 간 방북 특사단이 귀국했다. 비핵화에 대해선 김정은이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의사가 있고 미국 측이 동시적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늘 하던 류의 모호한 수사적 표현 외에 종전선언을 촉구하며 미군 철수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18~20일 평양에서 개최되고 그 전에 개성공단 남북 연락사무소를 개통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개된 발표 내용 외에 종전선언 도출용 비장의 카드(?)로 살라미식 단계적 비핵화 리스트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계획이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선 4·27 판문점 합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남북 기본 협정'을 합의해 이 속에 향후 남북 간의 평화 드라이브 로드맵을 담고 이를 국제조약처럼 대한민국 국회 비준을 시켜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박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북에 대한 '한반도 신경제 지도'라는 명분의 향후 철도, 도로, 가스관 연결, 개성공단 같은 다수의 경제특구 신설, 관광 재개 같은 대북 경제협력 구상을 합의 발표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은 몇몇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50%대 초반과 40%대 후반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민심 여론조사가 나오기 직전 18~20일 사이의 평양 정상회담을 절호의 여론 호전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팎에서 악재가 터지고 있는 마당에 북한 김정은의 동향이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 관련 정치적 득점 포인트는 6·12 미북 싱가포르회담에서 이미 다 땄고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에 위협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정치적 이단아라 당 안팎 입지가 취약한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고 그때까지는 북한이라는 변수를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로서는 정치적으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9, 10월에 북한이라는 리스크가 최대 위험 요인이다. 김정은은 한국의 문 정권 지지율 하락과 추석 민심, 트럼프의 중간선거 등을 노리고 11월 6일 전에 종전선언을 가장 싼 가격(?)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취약점은 핵 리스트를 결코 정직하게 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가짜 리스트를 내면 금방 미 군부와 정보기관이 지적해 낼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 리스트를 여러 차례 나누어 단계적으로 제출하겠다며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1차 핵 리스트를 낸다면 누구도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매우 '안전한 장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남북미 간 합의가 도출되어 종전선언이 체결된다면 이는 서로가 적당히 알고도 속아주는 대사기극이 통한 셈이 된다. 이제 국민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만약 대통령선거 전 비핵화 이전에 종전선언과 대전차 방호벽, 해안 철책선, DMZ 내의 군부대와 GP 철수 등 안보 해체가 군축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종전선언'과 관련된 비공개 사항을 공개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종전선언 시한을 못 박은 채 군사작전처럼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2018-09-09 15:38:5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이해찬 대표에게 바란다

취임 행보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 기존 진영논리와는 다른 모습 보여 야당과 싸우는 대신 국민 행복하게 초심 끝까지 견지하는 대표 되기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인물평은 다양하다. 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치밀하고 탁월한 기획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데 거의 일치한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기획본부장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쉽지 않은 선거를 용의주도한 전술로 치러낸 냉철한 승부사였다. 반면 이해찬 대표의 인간적 면모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장관과 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투적 자세를 잃지 않았다. 훈계에 가까운 국회 답변도 마다하지 않았다. 날카롭게 생긴 외모와 함께 '버럭' '핏대'라는 별명이 어울려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보수세력 궤멸' '20년 집권' 발언이 퍼지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 당선 시 정치권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당선 후 이 대표의 행보는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준다. '최고 수준의 협치'가 이 대표의 일성이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패스하는 게 진보의 상징인 양 여겨왔던 진영논리와는 다른 행보이다. 그는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경북 구미시청에서 열기도 했다. "민주당이 전국적 국민정당으로서 대구경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역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해 첫 번째로 찾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전국적 국민정당'을 만들기 위한 이 대표의 과제는 본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전히 적대 관계인 남과 북이 화해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정치의 상대를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이상 협치와 공존은 불가능하다. "상대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버럭' 이미지에 대한 이 대표의 해명이다. '터무니없는 주장' 여부는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여당 대표는 그런 주장까지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의 바람대로 보수 정치 세력은 궤멸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궤멸시킬 수 없다. 이미 야당을 이기고 집권한 마당이다. 굳이 현재의 모든 문제가 과거 정권의 잘못 때문임을 부각시킬 필요도 없다. 과거 정권보다 잘하는 결과를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역대 가장 행복한 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에 대해 덕담을 했다고 한다. 재임 시절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압승을 이룬 추 전 대표이다. 가장 행복한 당 대표였음에 틀림없다. 이 대표는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행복한 당 대표를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해찬 대표가 본인이 아닌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한 당 대표로 기억됐으면 한다. 정치의 세계에서 상대를 배려할 여유는 찾기 어려운 일이다. 상대를 괴물로 만들고 척결 대상으로 만들어야 손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싸우면서 싸움의 상대를 닮는다는 사실이다. 괴물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더라는 고백은 새로운 게 아니다. 상대와 싸우는 대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여당의 승부를 걸기 바란다. 민주당이 여당인 동안 국민이 행복하다면야 20년 집권이 대수겠는가. 이 대표의 초반 행보에 대해 의구심부터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견지하면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동과 서, 좌와 우 모두를 아우르는 여당 대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8-09-02 15:41:21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유한한 정권 겸손해져야

넘쳐나는 각종 경제악화 지표에도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고집적폐 청산·돈 풀기쇼 약발 안 먹혀반대하는 국민 목소리도 경청해야그렇게 위세가 등등하던 문재인 정권이 지지율이 폭락하고 내부 분열 조짐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다수 여론조사에서 50% 중반까지 떨어졌고, 반대가 찬성보다 많은 최초의 지지율 역전 현상까지 일어났다.보수의 궤멸과 '30년 진보정권 집권' 운운하며 6월 지방선거 승리 직후 기세등등함은 어디 가고 이제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청와대가 그간 정부, 여당을 제치고 소수의 참모들이 독주한 결과라며 전당대회에서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이해찬 같은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견제론까지 나왔다.(2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됐다.)필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작년 이 정권 출범 직후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문 정권은 경제로 머지않아 무너져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단지 예지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장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고 잘못된 신념으로 가득 찬 사회단체 출신의 소수학자가 좌지우지하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경제적 규모가 너무 벅찬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이 정권 출범 후의 매우 심각한 넘쳐나는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최저임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원격의료' '인터넷은행' '입국장 면세점' 등 규제완화책을 민심 수습용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고 본질적 방향 전환이 아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이에 더하여 안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야말로 종잇조각에 불과한 427 판문점 합의문에 기초한다는 명분으로 국방부의 '주적 폐기'와 'GP 철수' 발표까지 나오고 있다. 두 문제 다 왜 저리 이 시점에서 서두르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개성공단 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서 운영물자 지원을 두고 미국과 대북 제재 위반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북한 석탄 밀반입'과 관련하여 배 6척이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 등에 납품한 석탄 3만3천t이 또 다른 본 석탄 거래의 현물 중개수수료라는 충격적 소식까지 등장했다.조사기관인 관세청, 한전 산하 남동발전, 수입 중개업자가 한통속이 되어 여러 의혹을 자아내고 '대외대북 정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난다는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뭐했는지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 국정원 혼자서 작년에 5천억원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쓰고서도 이런 단순한 북한 석탄 밀반입조차 막지 못한다면 그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이런 상황에도 이 정권은 기무사 '개헌문건 논란', 대법원의 '사법거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적폐 청산을 연장하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정권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던 적폐 청산, 대북 평화 드라이브, 소득주도성장 등이 동반 침몰하며 이제 이벤트나 소통쇼, 대북쇼, 돈 풀기쇼로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오만'무지하고 오기에 가득찬 집단이 신념으로 가득 차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급속히 올라가면 빠른 자유낙하 추락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자신만의 정의의 칼로 재단해 수많은 정적을 제거했다면 언젠가 자신도 그 칼의 희생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문 정권은 청와대 소수 운동권 참모가 당청정을 장악해 끌어가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제는 겸허해져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5년 유한한 정권이 무한한 존재인 듯 착각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2018-08-26 16:01:55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국회 특활비 폐지는 특권 철폐의 첫걸음

수사'정보와 거리 먼 정부기관도특활비 편성해 쌈짓돈처럼 사용이번에 국회 스스로 족쇄 버리고'감시 제대로 하라'는 게 국민 바람모처럼 정치권, 국회를 칭찬할 일이 생겼다. 특수활동비, 이른바 특활비와 관련해서다. 꼼수 논란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국회는 특활비를 거의 없애기로 결정했다. 국익을 위한 의장단 활동 경비 5억원 정도를 유보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야박한 말이지만 기왕 결단하는 마당에 모두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면 훨씬 좋았을 터이다. 액수는 문제가 아니다.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특활비는 '수사·정보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영수증 첨부를 요하지 않는 것도 비밀 유지의 필요성 때문이다. 국회는 그런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돈을 특활비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즐겼을 뿐이다. 어쨌든 특활비 '거의 폐지'만으로도 국회는 '고무·찬양'의 대상이다. 마지못해 한 것이라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처럼 '국민 앞에 납작 엎드린' 자세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찬사를 넘어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국회의 움직임은 특활비라는 이름의 특권을 없애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사실 국회 특활비 예산은 별것(?) 아니다. 전체 예산 대비 그렇다는 말이다. 80억원대였던 국회 특활비는 올해 60억원대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예산 가운데 특활비는 7천800여억원에 이른다. 공정위, 과기부,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 민주평통 등 수사정보와 거리가 먼 기관들도 특활비를 편성했다. 그냥 현금으로 쌈짓돈처럼 쓰는 돈을 특활비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특활비에 대한 통제가 부실했던 이유는 명백하다. 국회 스스로 큰소리치기 어려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투명해진 국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드러난다. 국회는 내년 예산에서 정부 기관들이 특활비 필요성을 소명하지 못하면 모두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활비를 편성한 기관에 대해 감사원이 매년 특활비의 적정한 집행 여부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일보 진전된 방안이다. 정보, 수사 활동과 관련 없는 특활비는 없애야 하고 관련 예산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문제는 특활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보기관의 경우다.국정원 등 정보기관 특활비는 감사원 감사로 통제하기 어렵다.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은 특활비 일부를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용도에서 벗어난 특활비 사용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기관은 감사원 감사라도 받지만 국정원 예산은 규정상 감사원이 손댈 수 없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에도 단순 합산 내역만 보고된다. 세부 내역 없는 한 장짜리 보고서로 때우는데 국민의 눈길을 의식하고 돈을 쓸 리 만무하다. 과거 보도를 보면 일부 국회의원들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 기부하고 안가를 수리하는 데 돈을 쓴 국정원장도 있다. 퇴임하는 국정원장이 뭉칫돈을 들고 나선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활비 오용이 비단 직전 정권에서만 있었겠는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돈이야말로 권력 그 자체이다. 고삐 풀린 돈을 써 대는 기관이 특권 계급처럼 군림할 수 있는 게 세상 이치다. 미국처럼 정보기관도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예산 집행 내역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국회의 할 일이다.시민단체나 언론이 집요하게 국회 특활비 폐지를 추진한 것은 국회만 문제라서가 아니다. 국회 스스로 족쇄를 벗어던지고 국민의 돈을 감시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 달라는 바람 때문이다. 그런 일을 잘하는 국회라면 비난받을 일이 있겠는가. 앞으로도 국회를 칭찬할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약력: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2018-08-19 15:48:35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문 정권 지지율 추락과 부분 右(우)선회

지난주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다수 여론조사에서 50% 초반~후반대로 폭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5월 집권 이후 적폐청산, 대북 평화 드라이브를 양축으로 진행된 문 정권의 지지율 몰이가 '민생경제'라는 틀에 걸려 이제 그 한계에 부딪힌 것을 의미한다. 문 정권은 대중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현대판 서커스 즉 적폐청산과 대북 평화 드라이브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배고픈 대중이 언제까지 현대판 서커스를 보며 환호만 보낼 수는 없기에 빵이란 현실적 요구의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투자와 고용을 부탁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아 사실상 문 정권의 '좌 깜빡이 우회전'이 시작되고 있다. 필자는 작년 대선 전 문재인 후보가 좌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다 충돌사고를 내고 무너져간 노무현 전 정권의 행적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경제 문제에 있어 능력과 더불어 기득권과 엮이지 않는 투명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정권은 1년 2개월 동안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개혁을 외면한 친노조 행보와 이 연장선상에서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라 이름 붙인 J노믹스는 결국 '운동권 아마추어리즘'을 여실히 드러내며 구체적 실적에서 전방위로 무너져 갔다. 이는 벼락공부가 암기 과목에는 통해도 '수학, 과학'에는 먹히지 않는 이치와 같다. 실물경제는 의욕, 이념, 열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이는 현장 경험과 검증된 실력, 균형 감각이 필요한 분야이다. 결코 책상물림 좌파 먹물 학자의 머릿속 아이디어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나아가 문 정권은 '청와대 정부'라는 언급이 항간에 회자되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정부 각 행정부서와 장관, 수많은 공공기관 그리고 130명의 여당 의원을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청와대 소수 참모들이 결정을 내린다고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운동권 출신 소수의 청와대 핵심 참모가 여당과 장관을 들러리 거수기로 만들면서 '만기친람'식으로 끌고 가고 적폐청산으로 혼난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나 정권 지지율이 급락해가자 청와대 핵심과 여당 내부 간의 알력과 다툼 등 내분 분위기도 일고 있다.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기친람'이라 비판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기춘 대원군'이라 조롱한 현 여권이 과연 현재의 청와대에 쏠린 국가 운영을 보며 이를 비판할 자격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나아가 '정권의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정권 친위대를 자처하는 해바라기형 삼류 인물들의 행보가 정상적 국민들에게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에서 벌어진 '군내의 하극상'과 '외부인사의 설침'은 청와대의 일처리 방식의 수준을 여실히 노출시켰다. 또 대학입시문제에서 벌어진 난맥상은 이 정권의 국가적 난제 처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9척이나 되는 배가 북한산 석탄을 밀수(?)한 의혹이 제기되어도 관세청에서 이를 10개월 동안 조사 중이라며 해당 수입 중개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태양열 등 신재생 발전을 추진한다며 원전 억제 이유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서인가 하는 오해마저 낳고 이런 일들이 누적되어 50%대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문 정권은 근본적 변화와 반성보다 피상적 지지율 상승책을 모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원격의료, 인터넷은행 추진 및 법제화 등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며 친기업 행보를 의도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우회전을 하려면 먼저 지난 1년 3개월간 정권의 오류와 한계를 국민에게 실토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과감한 청와대 인재 개혁을 단행해야 하고, 좌우 이념을 넘어선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하며, 정치적 서커스는 이쯤에서 과감히 중단해야 이 정권의 앞날이 험난하지 않을 것이다.

2018-08-12 15:33:23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사법권은 법관들 것이 아니다

사법권 독립은 국민 보호 위한 수단美 배심재판으로 자의적 판사 견제법원행정처 해체, 판사도 각성 필요법률 바꿔 국민참여재판 확대 시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생명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다. 미국 독립선언의 내용으로, 프랑스 혁명 등에 영향을 끼친 사상이다. 독립의 이념적 배경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독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부분이다. 국왕(조지 3세)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한 가운데 특이한 게 눈에 띈다. "국왕은 판사의 임기, 봉급의 액수와 지불에 관해 오로지 국왕의 의사에만 의존하도록 했다." 요즘 말로 국왕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임기와 봉급 등을 국왕 멋대로 함으로써 판사들이 왕의 뜻에 따라 재판을 한다고 보았다. 판사의 (종신) 임기와 봉급 규정이 미국 연방 헌법에 명시된 이유이다. "(연방) 판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직을 유지할 수 있으며 보수는 재임 중 감액되지 않는다." 권력자(왕)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법부 독립을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 헌법은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임기 규정은 미국과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정치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법관의 독립' 규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법부'를 만들려는 제도적 보장이다. 근대 헌법이 이처럼 사법권 독립을 중시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미국에서 보듯 독립되지 않은 사법부는 무소불위로 '인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왕'을 낳기 때문이다. 임기는 중요하지 않다. 사법권 독립은 본래 법원이나 법관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게 목적이다. 한마디로 사법권 독립은 수단일 뿐, 그 목적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새로 공개된 문건은 법원의 문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뒷조사와 밀실 거래 등 음습한 공작의 냄새를 풍긴다. VIP(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기 위한 각종 판결 사례를 든 것부터 어이가 없다. 사실상 판결 내용에도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대법원이 청와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경쟁을 벌인 의혹이 있다. 판사의 해외 파견 확대를 위해 외교부와 거래한 내용도 드러났다. 판결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판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기록도 나온다. 비리 법관 재판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이석기 사건' 재판을 활용한 정황도 있다. 검찰의 수사를 자청해 놓고도 의혹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은 법원이 족족 기각한다.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겹다. 법을 밥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한 사람으로 참담하다. 미국은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지만 법관 견제 장치가 있다. 배심재판이 대표적이다. 판결은 물론 영장 발부도 기본적으로 배심원 결정에 따른다. 법관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사법권 역시 국민이 위임한 권력임을 알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우리 법원과 법관들은 사법권 독립의 목적을 망각하고 있다. 사법권의 궁극적 귀속자가 누구인지도 잊고 있는 듯하다. 사법권이 법원의 고유 권한인 양, 사법권 독립이 법원과 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양 착각하고 있다. 영화의 대사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배심재판의 완전한 도입은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법률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까지 배심재판(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법원행정처를 해체하고 판사들이 재판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판사들의 각성이다. 사법권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며, 사법권 독립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임을 깨달아야 한다. 약력: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2018-08-05 14:35:53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뒤집고 혼란스런 것이 이 정권의 특징인가?

적폐청산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계엄 문건'대법원 국정농단 시끌국민 야당과 소통없이 밀어붙여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 문재인 정권은 항상 시끄럽다. MB, 박근혜 이전 두 정권의 적폐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제 기무사 '계엄 문건', 대법원 국정농단 사건이 시끄럽다. 이 두 사건은 제도적 개선의 문제이지 개인의 범죄나 부패와 얼마나 관계있는 사건인지 의문이 든다. 기무사의 대통령 독대나 정치 개입 및 조언을 금지시키고 대법원 재판에 대한 개별 판사의 전환을 강화하면 끝날 일인데 마치 엄청난 사건이 있는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대까지 떨어지자 퇴근길 국민과 대통령의 생맥주 미팅이 등장했다. 그런데 문 정권이 부딪히고 있는 경제위기와 본질은 전적으로 이념적 요인에 의한 소통 불능인 정권 자신에게 있지 일부 국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최근 최저임금 등으로 민심이 이반되자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관료적 땜질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모든 것을 지휘하고 끌고 가는 '청와대 정부'라는 항간의 평가가 있다.장관이나 여당인 민주당이 자율성을 가지고 정책 현안에 대해 청와대와 과연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기친람'하고 문고리 3인방과만 소통했다고 비난하면서 자칭 '촛불 민주주의 혁명'으로 집권했다는 현 정권이 자신들은 얼마나 과거 보수정권보다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지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현 정부는 대북문제와 국가안보에 관해 국민이나 야당과 일절 소통 없이 정해 놓은 스케줄대로 '종전선언'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비핵화의 본질을 향해선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데 DMZ 내 GP, 병력, 장비를 철수하려 한다. 북핵 문제나 안보 문제에 있어 현 정권이 야당이나 보수 성향 국민의 의견을 듣거나 소통을 한 적이 한 번이나 있는가? 원전이 유해하다면서 멀쩡한 원전을 세우고 정비기간을 늘린 사이 폭염으로 전력 예비량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블랙아웃 우려가 나오는데도 오히려 대통령의 뜻이 왜곡되었다고 질타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원전 세우고 북한산 석탄을 밀수입하고 태양열 시설을 늘리기 위해 원전 축소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항공사 오너 일가의 잘못이나 기내 급식을 제공하는 데 실수가 있으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지 이를 의도적 경영권 교체로 몰고 가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운운하며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유력 대선후보인 여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 또한 혼란의 본질이 여권 내부의 차기 구도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여당의 당대표 경선은 청와대 낙점 인사가 유력해 보인다. 국방장관을 기무부대장이 국회에서 들이받고 장관이 자기는 '대장' 출신이라고 굳이 강조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일은 후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희한한 광경이다. 장관이 문제가 있으면 경질하고 기무사가 문제 있으면 기능을 재정비하면 될 일을 왜 이리 시끄럽게 혼란을 방치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갓 공급한 국산 해병 헬기가 추락해 장병 다섯이나 숨졌는데 청와대는 영결식날 비서관을 보냈다가 멱살 잡혀 쫓겨났다. 개인 기업이 라오스에서 수력발전 공사 중 댐 붕괴라는 엄청난 사고를 쳤는데 대통령이 즉각 나서 원인 규명보다 긴급구호 파견을 지시했다가 라오스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 정권은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기 위해 이러는가? 그냥 내버려둬도 국민들은 경제난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다. 제발 국가가 나서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 국민들의 혼란함을 가중시키지 않길 바란다.

2018-07-29 14:36:2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기무사 문건과 기무사 개혁

계엄 업무는 기무사 설치 목적 아냐진영 논리로 군 정치적 중립성 위반유사시 국회'언론 장악, 쓴웃음 나와국정에 영향 끼치려는 행태 막아야 뜨악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른바 '기무사 문건' 전문을 읽어 본 첫 느낌이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단어였다. 2017년 3월 작성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 문건은 딱 그 정도이다. 서술 양식이나 내용 등에서 1980년대 군에서 접했던 문서와 거의 대동소이하다. 상황 인식과 그에 따른 대응 방안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와 국민의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국군기무사령부의 지체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해야 할까. 청와대가 엊그제 새로 공개한 세부계획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 문건을 놓고 일각에서는 친위 쿠데타 또는 내란 음모라고 연일 성토한다. 비상시에 대비한 군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일단 과격시위에 대한 군의 비상계획이라고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자. 그래도 문건의 문제점은 변하지 않는다. 우선 왜 '기무사'인지 의문이다. 기무사의 주요 임무는 5가지이다. 군사보안 및 군 방첩업무, 군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처리, 정보작전 방호태세 및 정보전 지원,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특정 범죄 수사, 국방 정보통신 기반체계 보호 지원. 기무사 홈페이지의 '부대 임무'를 옮긴 것이다.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부령 1조에 의하면 '군사보안, 군 방첩 및 군에 관한 첩보의 수집 처리 등에 관한 업무 수행'이 기무사의 설치 목적이다. 한마디로 '계엄 업무'는 기무사의 부대 임무가 아니다. 기무사가 선제적으로 했건 윗선의 지시로 했건 차이가 없다. '기무사가 그런 일을 하면 어때'라는 생각이라면 문제가 더 크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행세하는 기무사의 행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도 심각하다. 우리 헌법에까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를 규정하게 된 까닭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문건에는 왜곡된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진보(종북)세력이라는 단어부터 그렇다. 진영 논리를 떠나 이른바 진보와 종북세력은 엄격히 구분해야 마땅하다. 국회의 위수령 폐지 시도를 무력화할 방안을 강구한 것이나, 유사시 국회와 언론기관 장악 대책 등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정치환경이나 국민의 의식, 언론 환경 등은 1980년대 국군보안사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행이 불가능한 탁상공론을 펼치는 기무사만이 그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지시로 독립적인 군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했다면 청와대도 상황 전개를 지켜보아야 마땅하다. 세부계획 등을 공개하면서 추후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기무사 문건 사태의 핵심은 기무사를 기무사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이다. 기무사는 말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기무사가 홈페이지를 개설할 정도라면 의식 자체는 상당히 변화했다고 본다. 문제는 체질화된 기무사의 월권적 행태를 바로잡는 일이다. 군과 관련된 모든 일에 간섭하고 국정운영 전반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 기무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단에 이어 확고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기무사령부는 건군 이후 전 공안기관 검거 간첩의 43%를 검거하는 등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가안보의 최일선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헌신하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공적이다. 군 보안과 방첩업무에만 헌신하는 기무사. 기무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다.

2018-07-22 14:43:33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어디로 가는지 국민은 알 권리 있다

고용률·실업률 등 경제 위기 신호근본적 개혁보다 정치 보복 넘쳐기무사 문건 뒤늦게 국민 호도해현 정권의 도덕성 결과로 보여야 집권 1년 2개월이 지나도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60%대 중후반으로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다. 또 지난달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대승하여 높은 지지율이 조작이나 환상이 아님을 입증했다.패배한 야당은 한 달이 지나도록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깊은 내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언론이나 사회지도층은 문 정권에 대한 매서운 비판 기능을 상실한 채 정권이 끌고 가는 대로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이다.도대체 문 정권이 경제, 안보, 사회 개혁, 부패 척결에 있어 객관적으로 무엇을 잘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비판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 보니, 국민 다수가 그저 현 정권이 이전 보수 정권보다는 낫다는 상대적 평가로 정부·여당을 지지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싱가포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성의를 다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가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북한은 지난 목요일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 불참했다. 미북 회담 개최 한 달이 되는 날 비핵화와는 아무 관계없는 미군 유해 송환도 거부한 것이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가 정상적으로 될 거라는 기대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이 마당에 미북 회담을 주선·중재한 한국 대통령은 여전히 '4·27 판문점선언'에 따른 조속한 종전선언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토록 많은 국민이 열광했던 판문점선언의 실체는 비핵화 눈속임에 불과했던 것일까? 국민들은 과연 판문점선언 합의문 내용이라도 한번 제대로 읽어봤는지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경제가 사방에서 무너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그 책임을 MB, 박근혜 이전 정권의 대기업 위주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 낮은 성장률과 무너져가는 수출과 제조업 가동률, 낮은 소비지수 등 대부분의 통계가 매우 심각한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나라가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등 '3고 위기'에 처해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이 전 세계 주요 신흥국을 강타하여 세계 경제위기 징후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 놀란 문 정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인도로 불러 격려하는 '친기업 선회' 모양새를 보이고 청와대에 규제혁신 비서관 자리를 만들어 기업과 소통한다고 하지만 금감원, 공정거래위 정책과 주 52시간, 최저임금,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등에서 여전히 강한 '반기업적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각종 사회정책에 있어서도 돈을 풀어 나누어 주는 선심정책은 넘쳐나지만 근본적 사회개혁보다 적폐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기무사의 계엄 위수령 문건 논란이 대표적인 과거청산 푸닥거리이다.기무사 사령관이 지난 9년간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사실과 정무적 조언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다. 또 헌재의 탄핵 선고 결과에 따른 좌우 진영의 불복이 경찰력만으로 막을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 대응 방법을 문건화한 것은 송영무 국방장관이 말하듯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그럼에도 현 정권 청와대는 이미 3월달에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조차 못 하면서도 이제 와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정권 입장에서 또 다른 적폐청산 호재가 경제위기, 비핵화 지체 국면에서 생겼다고 보는 것 같다.얼마 전 민주당 대표 자제의 결혼식 날 식장으로 가는 길이 고급 차들로 넘쳐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 정권은 과연 자신들은 과거 보수 정권보다 얼마나 도덕적이고 얼마나 능력 있는지 국민 앞에 이제 결과로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 나라를 어디로 어떤 국가로 끌고 가고 있는지 국민도 알 권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2018-07-15 14:59:31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특수활동비 폐지하고 정상예산 편성하라

특수활동비가 국회를 흔들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활비 고액 수령 의원들의 이름도 나온다. 이들은 원내대표 등 국회직을 역임한 덕에 특활비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해명이 재미있다. 국회 활동, 정책개발에 썼다는 해명은 당연하다.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사족을 단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집사람 비자금' 파문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이번 국회 특활비 공개의 일등공신(?)은 사실 홍 전 대표이다. 홍 전 대표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렸다. 성 전 회장 유서에 '홍준표 1억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 출처가 그 돈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경남지사이던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여당 원내대표일 때 월 4천만~5천만원씩 받은 국회대책비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주었고 그 돈을 모아 집사람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요지였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고 했던가. 국회 특활비가 개인 주머닛돈이냐며 시민단체가 특활비 공개를 청구한 계기가 되었다. 대법원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후폭풍은 거세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어떤 형태로든 개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처음 해명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한 홍 전 대표로서는 다소 개운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홍 전 대표가 한 가지 정치개혁의 단초를 제공한 건 분명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박수 받을 일이다.의원들이 내놓는 해명에는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활비는 따라서 의원들의 해명처럼 위원회 운영 등 일상적 활동에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기본적으로 국회는 수사, 정보 혹은 그에 준하는 '특수활동'을 하는 기관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다. 시민단체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국회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 국가안전보장, 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고 볼 만한 내용도 없어,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특활비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은 엇갈린다.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보완으로 족하다는 의원들도 있다. 특활비를 사용한 의원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사실 국회는 기밀 경비가 필요하지 않다. 의정활동, 위원회 운영, 정책개발 등은 숨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국민 앞에 널리 알려야 한다. 기본 경비나 업무추진비 등의 정상적 예산으로 편성하는 게 당연한 해결책이다. 그래도 특수활동비에 미련이 있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나라 예산에서 특수활동비는 연간 9천억원가량이나 된다.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다. 그동안 특활비라는 이름의 눈먼 돈으로 사라진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회부터 주머닛돈 주무르는 데 맛을 들이고 있었으니 행정부, 사법부 등의 특활비를 견제할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까지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 아닌가. 국회부터 특활비를 없애고 필요한 경비를 투명하게 계상해야 한다. 당당하게 다른 부처의 모든 특수활동비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권위와 힘이 거기에서 나올 수 있다. 모처럼 국회가 국민의 큰 박수를 받을 기회가 왔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려나. 이번에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2018-07-08 15:41:47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보수 회생의 길은 있는가?

한국당 안보 우선 일관되게 주장중산층 이하 계층 겨냥 정책 발굴법조인'자산가 많은 의원 물갈이박근혜'MB 유산 과감히 청산 정리 사상 유례없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보름이 넘도록 한국당이 표류하고 있다. 결과를 보면 60.2%의 투표율에 한국당은 대구, 경북 광역단체장 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TK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기초단체장도 민주당의 3분의 1인 53석, 교육감 선거는 보수 성향 3석 확보에 그쳤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20.9%의 득표에 그쳤고 정당 득표율은 27.8%였고 반면 민주당 정당 득표율은 51.4%였다. 지난 대선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24%였는데 결국 한국당의 전국 득표율은 작년 대선부터 현시점까지 24%에서 2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보수 대부분이 한국당보다는 민주당 측에 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이 호남 기반 국민의당과 통합하여 만든 바른미래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의석수 6석의 정의당에 뒤지며 제주에서 겨우 광역의원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치며 정치적 소멸 한계에 접어들었다. 작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합계 득표율이 30%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보수 지지층 기반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간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70%대가 여론조사의 조작이나 실수에서 형성된 것이고 실제 지지율은 훨씬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극기부대 같은 장외 보수에서는 실제 문 정권 지지율이 20% 안팎이라는 말까지 떠돌았고 숨어 있는 샤이 보수 지지층이 이번 지방선거에 결집해 문 정권에 일격을 가할 것이라는 희망적 환상을 품어 왔으나 이 또한 사실무근임이 드러났다. 필자는 실제 문 정권 지지율에 20% 정도의 거품이 있고 한국당의 지지율은 실제보다 10% 정도 낮을 것이라고 봤는데 대충 선거 결과는 이런 예측에 부합되었다. 과거 전체 보수 진영 중 40% 이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이들 대다수는 이후 보수 진영에서 멀어져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 내홍에 휩싸여 '비대위'조차도 꾸리지 못하고 있고 끝없는 분열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과연 보수 정당 최상의 길은 무엇인가? 첫째, '보수의 가치'를 시대에 맞게 새로 정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한국당 내 기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문 정권의 대북 평화 드라이브에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치는 단기 이익을 떠나 일관성이 중요하며 한국 현실에서 보수 정당의 핵심은 '안보'에 있다. 한미 훈련 중단, 미군 철수 거론, 서해5도 자주포 훈련 중단과 평화수역 지역, DMZ 일대 비무장화와 미군 화력여단 철수 등이 거론되는 안보 현실에서 한국당은 더욱 '안보 우선'을 유불리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안보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시류에 휩쓸려 안보를 소홀히했기에 진 것이다. 나아가 변화하는 시대 가치에 맞게 보수 가치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둘째, 고실업, 저성장 장기 불황, 양극화, 고령화 및 중산층의 몰락이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 경제 현실에서 보수 정당은 새로운 경제사회 정책을 표가 많은 중산층 이하의 계층을 겨냥해 국가적 주거 해결, 주요 생활 비용의 인하, 입시 개혁, 사교육 비용 제거 등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더 이상 과거 고성장 개발도상 시대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상류 기득층의 이익을 주로 대변해서는 안 된다. 셋째, 솔직히 현재 한국당 의원 다수는 법조인, 기업인, 언론인, 자산가, 전문직 지역 유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다수는 대기업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기득층 다수가 물갈이되지 않고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보수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다수 국민 공동체의 삶의 질을 온건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탄핵을 과감히 청산 정리하고 박근혜, MB 두 전직 대통령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의 올가미에 걸려 장외 태극기부대, 친박, 비박, 친이로 싸우는 한 미래는 없다. 황장수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2018-07-01 14:57:03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 해산하고 새판 짜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보수 정당 혹은 보수주의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인용되는 인물이다.캐머런 전 총리는 보수주의의 핵심은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변화해야만 한다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변화해야만 보수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2005년 39세의 나이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영국 보수당의 대표가 되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과 총선 대결 3연패, 4번의 당 대표 교체 등 위기에 처한 보수당의 선택이었다. 이른바 '온정적 보수주의'의 기치 아래 당을 재건한 그는 2010년 총선 승리로 40대 총리가 되면서 13년 만의 보수당 재집권에 성공했다. 캐머런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숱한 연구가 나와 있다. 내 생각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메시지와 메신저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메시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메신저), 두 가지 모두에서 국민 설득에 성공한 것이다.캐머런은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보수주의 노선에 충실한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작은 정부와 감세를 지지하고, 경제 성장과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대처의 카리스마와 리더십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영국의 무상의료체계인 NHS 개혁에 관한 그의 어법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NHS를 축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적자만 축소할 것입니다." 개혁은 지지하지만 무상의료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을 걱정하는 영국인의 심중을 정확히 읽은 것이었다. 대처를 좋아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전투적인 이미지의 대처리즘에 염증을 내는 국민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대처는 훌륭한 경제 개혁가였습니다. 나는 근본적인 '사회 개혁가'가 되겠습니다. 대처가 무너진 경제를 바로잡았다면 나는 '무너진 사회'를 고치겠습니다."6·1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의 진로를 놓고 백가쟁명, 백화제방, 말들이 무성하다. 하도 많은 진단과 처방들이 나와서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망설임 끝에 결국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여서다.선거 국면에서 한국당은 메시지와 메신저 모두 실패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메시지도 없었고, 설사 있었다 해도 신뢰를 잃은 메신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도 없었다. 홍준표 전 대표에게만 책임을 돌릴 일도 아니다. 선거 후 보여주는 행태는 누가 대표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게 분명하다. 반성하는 '쇼'조차 감동을 주지 못하는 구태의연함 그 자체다.많은 사람의 말처럼 한국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보수 세력을 표방했지만 정치권 패거리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성태 원내대표 말대로 지긋지긋한 친박·비박 싸움을 여전히 벌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완전히 불탄 집터에서 집문서 놓고 멱살잡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부인사 영입, 쓸모없는 혁신안 마련, 당명 개정, 색깔 바꾼 신장개업. 아무리 되풀이한들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믿을 국민은 없다.완전히 바꿀 자신이 없으면 차제에 해산 후 헤쳐 모이는 게 정답이다. 내부에서 총질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친박당, 비박당으로 따로 모여 서로 건전한 경쟁을 벌이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서둘러 변화하는 척 눈속임할 필요도 없다. 철학 부재, 이념 부재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집단은 정당이 아니다. 보수 정당은 더더구나 아니다. 캐머런 전 총리도 동의하는 명제일 것이다.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6-24 16: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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