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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일자리 감소와 임금체불 등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하고 있다.대학생인 기자의 동생은 지난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시급이 1만원을 넘자 호주머니가 두툼해질 생각에 동생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계산기를 두드렸다.첫 월급을 받으면 기자에게도 선물을 해주겠노라고 호기롭게 약속했지만 3월이 된 지금도 기자는 그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임금을 받지 못해서다.기자 역시 화나고 속상한 마음에 임금체불 신고를 하려는데 동생이 그동안 사장에게 받았던 문자를 보내줬다. 다 읽고 나니 망설여졌다."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노동부에 현 상황을 전달하고 자금계획 방법들을 전달하겠습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피로감을 제공해 너무 미안합니다."줄어든 매출에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사업 장비들을 모두 매각하는 방법으로 전국 업체들을 접촉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알바생의 경쟁자는 사업자가 아니라 같은 알바생이었고 그마저도 근무시간이 줄어 월급이 쪼그라들었으며, 고용주도 줄어든 매출에 결국 모두의 벌이가 열악해진 상황이었다.2년 새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이미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한국은행이 최저임금과 고용구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오히려 근로 시간과 급여가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6천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은 35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러 사정으로 물질적 어려움과 정신적 불안함, 사업주에 대한 원망을 겪는 근로자들이 주변에 적지 않음을 말해준다.대구경북 등 지방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보다 영세업체들이 많고 지역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지난주에는 기자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복도 집집마다 종이가 붙어있길래 전단인가 봤더니 현관 앞에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입주자님들, 저희 관리사무소 직원 16명이 모두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저희 직원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로서 관리단과 용역회사의 '을 중의 을'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모 또는 남편들입니다."수백 장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을 심정을 떠올려봤다. 피부에 닿는 현실은 정책에 쓰여 있지 않는다는 생각에 답답했다.2020년 적용할 최저임금도 심의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급속히 올린 최저임금 이후 오히려 일자리 감소와 소득분배 격차는 최대치로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선의에 기반한 정책이라도 현실과 괴리를 좁히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해법이 시급하다.사람 뽑기는 어렵고 자르기는 쉬운 세상이 된 가운데 최하층 임금노동자들이 감당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역설이자 현실이다.

2019-03-12 17:26:55

이통원 기자

[취재현장]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로 '예방은 없나'

"작은 구멍이 큰 배를 가라앉힌다."작은 문제가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최근 대구에서는 작은 분진으로 인해 시작된 화재로 92명의 시민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3명은 목숨을 잃었고, 4명은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바로 지난달 19일 발생한 대보사우나 화재 사건이다.이날 화재는 목욕탕 구둣방 내부에 있던 콘센트에서 불이 시작됐다. 경찰은 2차례에 걸친 정밀 감식 결과 콘센트에 꽂힌 플러그에서 발화가 시작됐다고 결론을 내렸다.화재 당일 대보사우나 인근은 아수라장이었다. 구도심 지역에 위치해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오거나 고정적으로 목욕탕을 들르던 고객이 많았던 만큼 피해자들은 서로 친분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혹시나 지인이 피해를 입진 않았는지 물어보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주민들을 통제하는 경찰과 불을 끄는 소방관 등이 뒤섞이면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른 아침부터 비까지 내려 스산한 가운데 연기는 불이 꺼진 뒤에도 몇 시간 동안이나 건물 위로 뿌옇게 치솟았다.기자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던 내부에 들어가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재와 검게 그을린 벽만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된 천장은 모두 타버린 상태였다.노후된 플러그에서 트래킹(tracking) 현상으로 시작된 불꽃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은 내부 인테리어가 불에 잘 타는 가연물이 많았던 데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대보사우나 건물 위층의 아파트 주민들은 한동안 전기와 수도 등이 끊어지며 여기저기서 이재민 생활을 하다 주말을 기점으로 집에 돌아갔다. 하지만 시름은 여전하다. TV도 안 나오는 등 생활의 불편이야 조만간 해결되겠지만 가장 큰 고민은 언제 또다시 불이 날지 모르는 노후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이다.이번 화재 피해는 단 19분 만에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12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지만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신속한 출동과 진압으로 손을 썼지만 인명 피해는 컸다. 만약 이용객이 더 많고 차량 통행이 많은 낮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아찔할 정도다.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전기적 요인으로 봤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각 가정마다 사용하는 각종 전기 장치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절실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 전기 플러그를 뽑아 두고 노후된 설비는 제때 교체해야 한다. 특히 콘센트 등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이곳은 플러그를 꽂고 빼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튀며 먼지에 옮겨붙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법적으로 설치 의무가 있는 화재 장비들은 화재 발생 시 각종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소화기 등이 작동하며 발생 후 피해를 줄이기 위하는 데만 맞춰져 있다.불이 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화재 발생 소지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소방활동의 시작이 아닐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019-03-06 06:30:00

박상구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최고의 자영업자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발굴

지난달 매일신문 지면에 '자영업자 희망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다.취재차 만난 자영업자들에게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낙후된 상권에 자리 잡았다는 점과 혼자 일한다는 점이었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처음부터 자영업을 생각한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거나 취업난에 창업을 택했다. 남다른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둔 그들에게도 자영업은 '차선책'이었다.수년째 취업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차렸다는 한 자영업자는 "대구는 경쟁이 치열해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일반 직장인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며 "어느 정도 매출이 확보된 지금도 그냥 취업하고 회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다 안 되면 카페나 차려야지'라는 말은 현실적이면서도 정말 위험한 얘기"라고 했다.지역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전년 대비 3천 명 줄었다. 빚을 내가며 버티는 자영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432조2천억원에 달했다. 일반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자영업자 빚 규모는 7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카드 수수료, 비싼 임대료 탓도 물론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자영업자 인건비 지원, 임대료 인상 폭 제한 등 정부 지원책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이유다.지역 자영업자 어려움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친 경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는 564만 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25%를 넘는 수치로 일본의 2배 수준이다. 한정된 시장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힘든 구조다.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확보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같은 자영업자 대책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불가피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그런 면에서 대구의 최근 고용지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달 대구 취업자 수가 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천 명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3천 명 줄었다. 자영업자 비중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셈이다.취재를 위해 자영업자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의 중요성이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자영업자마저 여전히 취업해서 월급 받는 것이 낫다고 얘기할 만큼 지역 자영업자들이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니면 최소한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에서라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자영업자는 극소수다. 최고의 자영업자 지원책은 결국 '경쟁자 제거'(?)다.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해야 지역 청년들도, 자영업자도 웃을 수 있다.

2019-02-19 10:20:24

신동우 경북부 기자

[취재현장] 탈원전을 바라보는 울진 군민의 애증

"원자력발전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죠.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밥그릇마저 뺏으려는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울진은 원전도 돈도 아닌 시간이 필요합니다."장시원 울진군의회 의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장 의장은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울진에서도 대표적인 반원전 인사로 꼽힌다. 그는 신한울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됐을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갑상선암에 걸린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그이기에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장 의장의 말에서 지금의 탈원전 사태를 바라보는 울진 군민들의 평론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울진 군민에게 원전은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짐 덩어리'이다. 이 나라가 선진화될수록 사양화돼야 할 사업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지금의 탈원전 정책은 울진을 포함해 원전 지역사회의 특수성이 빠져 있다.울진에 원전 건립 계획이 처음 발표된 것은 1980년 군부 정권 시절. 이후 1988년 9월 한울원전 1호기가 건립되고, 2005년 6호기까지 우후죽순처럼 원전이 늘어섰다.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국내 원전 초기에는 국가 정책에 감히 일개 국민이 토를 달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당연히 피해 보상이 없었고, 탈핵 논리는 국가반역죄처럼 다뤄졌다. 원전 건립을 앞두고 지역민들과 국가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것은 2010년쯤으로 봐야 한다. 기존 6기에 더해 추가로 4기를 짓기로 한, 신한울원전 건립 계획이 발표된 시기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30년이나 흐르고, 지역민들의 선택은 공존이 전부였다.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울진의 산업구조는 원전 의존도가 상당해 원전의 직접적인 비용으로만 3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적 영향까지 합하면 최소 60% 이상은 원전산업에서 파생하는 비용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공존인 셈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탈원전은 생활 터전을 앗아가는 것과 같다.금강소나무와 온천을 비롯해 대게, 송이 등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전 보유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광, 교통, 특산물 홍보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지을 때도 그렇지만, 철수할 때도 지역사회의 목소리는 전혀 없다. 무조건 일방적인 지시에 군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울진에서도 신규 원전 건립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위험시설의 추가 건립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갑작스러운 탈원전으로 인해 지역이 떠안게 될 피해를 우려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다행히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참여해 청와대, 한국수력원자력, 산업통상자원부, 지역민이 참여하는 소통 협의체를 구성키로 협의해 지역에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청와대가 협의체의 직접 참여를 거부하고, 단순히 컨트롤타워의 역할만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스스로의 책임을 버리고 단순히 시간끌기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민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아무쪼록 청와대가 지역에서 더 이상 불안과 불만의 덩어리가 커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랄 따름이다.

2019-02-12 10:17:08

채원영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상리동 기피시설, 대구시가 나서라

대구시 서구 상리동 주민들의 설움이 폭발하고 있다. 워낙 여러 가지 기피시설이 이곳에 집중된 탓이다. 상리동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동물화장장 건립 논란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으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최근 새방골 자동차정비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다시 분노를 토해냈다.상리동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에서는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면 이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오랜 세월 쌓여온 답답함이 응어리져 있었다. 상리동 주민들은 "그동안은 살기 바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며 "이제는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상리음식물처리장, 분뇨처리장, 하폐수처리장, 염색산단, 와룡산 넘어 방천리매립장까지 이 모든 게 한동네에 밀집돼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배려는커녕 돌아오는 건 무관심뿐이라는 주장이다.돌이켜보면 상리동은 동물화장장과 자동차정비공장 이전에도 여러 번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6년 모 전 대구시의원이 상리동 임야에 도로 건설 예산을 빨리 배정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가 구속된 전례나, 1965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되고도 5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새방골~가르뱅이 도로 신설 문제 등은 상리동 주민들에게 소외감을 가져다줬을 것이다.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심지어 건축허가를 완료하고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억울하겠지만 법과 현실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오랜 세월 갖가지 기피시설이 모두 집적된 곳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또다시 전해진 달갑잖은 소식은 마치 기름에 불을 붙인 것처럼 순식간에 분노로 번져나갔다. "이 정도의 심각한 반발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한 사업주의 말은 켜켜이 쌓인 주민들의 설움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반면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은 주민들과 사업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도돌이표 같은 말에 주민들은 가슴을 쳤고, 사업주는 "법적 문제가 없는데 왜 허가를 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주변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 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재산 가치가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기피시설을 받아들이라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요즘은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 공모를 통해 기피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대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주민편익시설 건설비와 주민지원기금 등 혜택을 준다.포항시는 최근 음식물처리장 신규 부지를 주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달성군 서재리 생활폐기물매립장의 경우 인근 주민 2만여 명에 대해 대구시 환경자원시설 주변영향지역 조례에 따라 연 2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반면 상리동 주민들은 2011년 도시가스 무상 지원, 지난해 태양광발전기 설치 비용 일부를 지원받은 것이 고작이다. 최근에야 일부 서구의원이 나서 대구시에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갖가지 기피시설 속에서 살아온 상리동 주민들의 해묵은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제는 대구시가 나서야 할 때다.

2019-01-22 17:28:10

서광호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약속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인사 확정 전날 대구은행 부장급 2명이 임원 발탁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몇 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임원 발탁의 기쁨이 퇴직의 아픔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인사기록 중 일부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조사가 없어서다.같은 달 31일 DGB금융지주는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DGB자산운용 대표로 선임하려 했다. 같은 날 정부는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기업을 공시했다. 다음 날인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DGB자산운용이 포함돼 있었고, 강 전 본부장은 취업 제한을 받는 신분이었다. 하루라는 틈을 노렸지만 논란 끝에 결국 낙마했다.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주는 잇따라 검증에 실패하면서 인사시스템의 허술함을 노출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에 대한 약속이 지켜졌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인사 실패를 책임지는 사람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김 회장이 말한 또 하나의 약속이 시험대에 올랐다. 은행장을 겸직하지 않겠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달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는 차기 은행장 후보에 적임자가 없다며 김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에 과도한 권한 집중과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장이 아닌 지주 이사회(의장 조해녕)가 나서서 공정한 인사관리와 권력 독점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했다. 경영의 최종 책임자인 지주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같은 날 은행 임원들은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란다. 그런데 이들 임원 16명(감사 제외) 중 11명은 김태오 회장 때 발탁됐다. 나머지 5명은 올해 12월 26일에 임기가 끝이 난다.현재 은행 임원은 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한목소리가 단합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임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복기(復棋)이자 미래의 데자뷔와 같은 장면이 다음 날 펼쳐졌다. 이들 임원의 선배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억울하게 비리 인사로 낙인찍혔다고 하소연했다. 수십 년간 은행에 몸담으며 헌신한 대가가 후배로부터의 명예훼손이라는 회한도 담겨 있다.열심히 일하거나 한목소리를 내도 미래는 약속돼 있지 않다. 달콤한 말과 뜨거운 확신은 때론 쓰고 차가운 현실에 부딪힌다. '분리'라는 약속이 1년도 안 돼서 '겸직'이 된 것처럼.학창 시절 힘 있는 친구들이 버스 뒷자리를 장악했듯 권력의 징후는 '보이지 않음'에 있다. 지배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이 권력의 욕망이자 척도이다. 부메랑이 될 약속을 굳이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미 지배하는 것이다. 겸직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최고경영자가 지역사회에 직접 입장을 밝힐 때다.지주 자추위나 은행 임원들이 대신할 수 없다. '약속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2019-01-16 06:30:00

경북부 엄재진

[취재현장] 안동시의회 신청사, 민의 전당되기를

지난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안동시의회 조달흠 시의원은 '안동시의회 신청사 시대 개막! 신뢰 정치에 기반한 민의의 전당을 만들자!'라는 주제의 5분 자유발언에 나섰다.그는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에 따른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한 나머지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거나 월권하는 등 의회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질타했다. 시민에게 신뢰와 존중을 한몸에 받는 지방의회로 발전해 나가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지방의회 공무 국외 연수 등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됐던 '안동시의회 청사 건립'에 대한 호된 여론의 질책도 빼놓지 않았다.안동시의회 독립 청사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건립이 추진되자 집행부 예산 낭비를 감시해야 하는 의회가 오히려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우려도 밝혔다."이제 의원 스스로 변해야 한다.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이 필요하다. 내실 있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 오만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며,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동시의회를 실현해야 한다. 의회 청렴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조 시의원은 안동시의회의 방향성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이런 조 시의원의 5분 발언을 둘러싸고 안동시의회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시의원 개개인의 이러저러한 입장과 신청사를 둘러싼 비난적 여론을 의식한 분위기라는 전언이다.그러는 사이에 안동시는 온갖 말썽이 불거졌던 안동시의회 신청사를 슬그머니 준공 처리했다. 공사 과정에서 드러난 금품 수수 사건은 '감독 공무원'과 '현장소장'의 개인적 비위로 경찰 수사가 일단락돼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게다가 언론과 신청사 원설계자가 꾸준히 지적해 온 설계 변경과 석연찮은 공사 자재 변경 사용 등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조처가 없었다. 언제라도 불거질 불씨를 여전히 남겨둔 채다.어찌 됐든 안동시의회 신청사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집행부'에서 '의회'로 넘어갔다. 오는 2월 안동시의회는 신청사에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 집행부 더부살이를 마감하고 독립 청사 시대를 시작하게 된다.의회는 그동안 신청사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입장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집행부가 아닌 의회로 쏟아졌지만 귀 막고 눈 가린 채 시간만 보내는 엉거주춤한 모양새였다."자신들이 들어가 살 청사가 얼룩지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의회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상식 아니냐?"는 한 시민의 볼멘소리에 안동시의회가 이제 답해야 할 때다.조달흠 시의원의 5분 발언처럼, 지난 연말 예산 심의에서 보여준 초선 시의원들의 결기 있는 의정 모습처럼, 신청사가 그야말로 오명을 벗어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의의 전당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01-08 15:04:40

홍준표 기자

[취재현장] 개인 미디어와 민주주의

2018년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고자 국회 로텐더홀에 올랐다. 국회 안에 있던 모든 언론의 카메라가 그를 향했다. 순간 내 눈은 조 수석이 아닌 다른 이에게 가 있었다. 현장에 개인 미디어가 나타나서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이따금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매단 채 '백블' 현장에도 등장했다. '백블'은 기자들이 흔히 쓰는 줄임말이다. 공식적 브리핑 외에 사안을 추가 설명하거나 부연을 위해 기자회견장 밖에서 행해지는 또 다른 회견인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이른다. 독자들이 매체를 통해 흔히 보아온 대로 종전에는 기성 언론 기자로 복도를 가득 메웠다. 국회 취재 현장의 변화상이다.최근 눈에 들어온 흥미로운 모습이 또 하나 있다. 지난달 18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가 문을 열었다. 첫날 구독자가 2만 명을 넘었고, 같은 달 31일에는 1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구독자 수로는 주요 정치인 중 가장 많다. 최저 조회 수가 5만 건대, 대개는 10만 건을 훌쩍 넘기고 있다. 누적 조회 수도 4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31일에는 한꺼번에 1만2천 명이 홍 전 대표의 콘텐츠를 보기도 했다. 콘텐츠의 질은 차치하자. 성과만 놓고 보면 신규 채널치고는 대단한 수준이다.이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이 두 가지를 목도하며 19세기 말을 떠올린다. 1880년대 초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라는 송전 방식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는 직류에 의한 발전, 송전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직류는 먼 거리까지 송전하기에 전압이 낮았고 전력손실 문제로 3~5㎞ 거리밖에 송전할 수 없었다. 에디슨사의 연구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유도와 송전에 적합한 변압기를 내놓았다. 이는 도시 전체를 밝힐 만큼 넉넉한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할 수 있게 했다. 교류는 변압이 쉽고 고압으로 먼 거리까지 송전할 수 있었다. 에디슨의 필사적인 공격과 반론에도 불구하고 직류와 교류 논쟁에서 교류가 승리했다.최근 개인 미디어를 보며 '민주주의의 변압기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직류로 전달되던 정보 체계를 엄청난 파급 효과를 지닌 교류 방식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모든 뉴스를 전한다.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개인 미디어는 시청자가 '내가 보고 싶은 주제'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직류 방식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독점은 정계와 언론계의 힘을 키워줬다. 개인 미디어가 소비되는 플랫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세대, 지역을 넘어서는 공론장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더욱이 개인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못할 주제조차 없다. 과거에는 언론의 그물망에 걸린 주제만 공론장의 의제가 됐다. 이제는 수많은 스몰브라더에 의해 언론이 선별하지 않은 주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교류에도 고압이라는 단점이 있듯 개인 미디어도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겠다. 정치권 가까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기성 언론이 개인 미디어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지 자못 궁금하다.

2019-01-01 16:40:21

채원영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보이지 않는 살인마

지난 10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 해 700만 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조기 사망하고, 사망자 중 절반이 넘는 400만 명이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이 대기오염을 '보이지 않는 살인마'(invisible killer)로 규정한 이유다.최근 입수한 '도시 및 산단 지역 유해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보고서는 대구 공기도 살인마로 변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300쪽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대구 대기 중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2군 발암물질이 늘 떠다니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같은 발암물질은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과 인천, 창원 등 국내 주요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문제는 파악됐지만 해답은 마땅치 않았다. 일부 물질을 제외하면 마땅한 관리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저농도에서 장시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직간접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 35종을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그보다 위해성이 덜한 물질까지 포함해도 관리 대상인 대기오염물질은 64종에 불과하다. 실제로 발암유발물질로 지정됐는데도 관리 대상에선 빠진 물질이 부지기수였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환경부는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8개 특정대기유해물질에 대한 배출허용기준 신설을 입법 예고했다. 일반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등 10종에 대해 배출허용 기준을 30% 강화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다.그러나 배출구나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퍼져 나가는 비산(飛散) 오염원은 사실상 관리 대책이 전무했다. 그마저도 대기환경기준이라도 있는 물질은 벤젠과 납 두 종류뿐이다. 대구시가 내놓은 대책도 배출구가 특정되는 사업장에 대한 배출허용기준만 확대,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대구의 우선 관리 물질로 파악한 6가 크롬과 비소 등은 별다른 기준 강화나 대기환경기준이 여전히 없다.대기 중 발암물질을 바라보는 대구시의 시각도 아쉬웠다. 관련 공무원들은 "발암물질은 어느 도시를 가도 다 똑같다"거나 "당장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대꾸했다. 대구 취수원 이전이나 성서 바이오SRF열병합발전소 건립 문제 등 시민 여론이 들끓는 환경 이슈가 아니면 그저 '별일 아닌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대기오염물질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건 현장 근로자들이다. 따라서 대기오염 여부는 근로자들의 건강권과 직결된다. 그러나 지역 노동단체의 움직임은 미미했다. 매일신문 보도 이후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경상남도와 창원시에 화학물질안전관리위원회의 운영과 기술·행정 지원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대기 중 발암물질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구시의 대책 마련과 노동단체의 인식 개선 외에도 개별 사업장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사업장에서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 산업단지들은 자발적인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 살인마에게 미래와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건 대구 시민 모두다. 대기 중 발암물질 문제는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 사회가 모두 힘을 합쳐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2018-12-26 21:30:00

경북서부본부 신현일 기자

[취재현장] 크리스마스 이브엔 산모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전해지길

"산골이나 섬처럼 오지도 아닌데 내년에는 애를 낳으려면 구미나 대구 등으로 원정출산을 가야 하나요."김천지역의 한 산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지역에서 유일하게 산후조리원과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해오던 김천제일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올해 말 산후조리원 폐업을 예고한 데다가 내년 초에는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 김천시는 김천시의회에 지역의 산후조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김천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상정했다.김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예산으로 분만의료기관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후조리원에 매년 운영비 2천만원과 시설보강비 8천만원을 합해 1억원씩 5년간 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이 조례는 일부 시의원의 반대 때문에 김천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조례가 보류된 후 기다렸다는 듯 김천제일병원은 산후조리원의 폐업을 예고했다.조례에 반대했던 시의원들은 "김천제일병원이 산모들을 볼모로 김천시의회에 대한 공갈·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조례에 반대한 한 시의원은 "적자라고 주장하는 근거자료를 달라고 해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의료기관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직접 산모가 혜택을 받도록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해 1천여 명의 지역 산모 중 400명에 못 미치는 인원만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모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더 많은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적자를 이유로 산후조리원 문을 닫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이 시의원은 "조례 심의과정에서 김천시보건소에 조례를 변경해 다시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천시보건소가 응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겠다"고도 했다.이런 논란 속에 김천의료원이 "김천제일병원이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다면 공공병원에서 분만산부인과 개설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지역의 산모들이 주변 도시나 대도시로 원정출산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하지만 김천시의회와 김천제일병원 간의 기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김충섭 김천시장이 강병직 김천제일병원 이사장을 만나 산후조리원 폐업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병원 관계자는 "폐업은 예고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김천시의회도 12월 정례회를 열었지만 보류됐던 조례는 아직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 하고 있다. 다만 시의회는 이번 정례회가 끝나는 24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김천시의회와 김천시, 김천제일병원이 기 싸움을 끝내고 해결책을 마련해 지역 산모들에게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행복한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18-12-11 15:50:41

홍준헌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메시지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 공격하라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권의 격언(?)이 있다. 의혹에 휩싸인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한 상대방을 '피장파장'이라는 식으로 공격하면, 지켜보던 관중들은 비판의 내용보다는 누가 더 나쁜가를 판가름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최근 잇따라 보도한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이하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유용 의혹'의 취재 과정도 그랬다. 대구패션조합은 2000년대 중반 공금 유용으로 일부 구성원이 법적 처벌을 받고 와해된 뒤, 2011년 재건된 협동조합이다. 과거 전철을 밟지 않고자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지던 사업비 집행 규정과 원칙은 지난해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했다.일주일에 한두 차례 출근하는 이사장은 직원의 제안이나 결재 요청을 검토한 뒤 서명을 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조합 업무의 전권을 장악한 건 조합 실무 책임자였다. 해당 책임자는 자신에게 반발하는 직원이나 조합 회원사 대표들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업무를 좌지우지했다.취재 초기만 해도 각종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던 그는 기사 게재를 며칠 앞두고 태도를 바꿨다. 자의적으로 고발자로 추정한 이들을 상대로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라"거나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기자에게도 "모욕감을 크게 느낀다, 허위 사실을 말한 제보자가 누구냐, 거짓허위 기사를 쓰는 게 기자의 본분이냐"고 따졌고, "허위 기사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으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그가 배포한 '해명자료'에는 정작 '해명'은 없었다. 대신 "수년 연속 일감을 가져간 업체가 다른 초보 업체에 일감을 뺏기자 밥그릇 싸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그의 '해명'에는 과거 대구패션조합 행사를 맡았던 수도권의 패션쇼 업체들이 대구시의 지원 예산 축소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입찰을 포기하면서 응찰 업체 자체가 줄었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 이 해명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도 태무심했던 대구시의 반응도 비슷했다. 대구패션조합을 담당하는 대구시 섬유패션과는 '국비 횡령' 의혹을 아직 벗지 못한 인물이 대구패션조합 국·시비 사업 수행 담당자로 이직하도록 방치했다.더구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오히려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제보자 색출에 나서기까지 했다. 대구시는 의혹 당사자들을 상대로 해명 취재가 시작된 지난 9월 이후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보도 이후에야 느릿느릿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관련 의혹 수사에 관심을 보인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대구시의 태도에 비춰볼 때 자체 감사 결과에 수사기관 고발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차라리 감사원이 나서거나 검·경 등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대구패션조합과 대구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메신저의 허물과 법적 책임을 지적하는 식으로 입막음까지 시도했다. 숨겨야 할 비밀이 있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자신의 허물을 타인이 묻지 못한다 해서 그 허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18-11-27 07:30:00

경북부 김대호 부장

[취재현장] "태풍 피해 언론플레이하나?"

"피해액 가지고 언론플레이하느냐?"영덕군이 태풍 콩레이로 물 폭탄을 맞아 사경을 헤매던 9일 본지를 통해 피해 예상액이 보도되자 중앙부처로부터 영덕군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다.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모두 합쳐 200억원 정도 된다는 보도였다. 영덕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 위해서는 피해액 60억원이 넘어야 하는데 3배나 넘는 수치였다.이 수치를 선뜻 믿지 못해 걸려온 전화였다.단순한 확인 전화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이번 영덕 수해에 대한 무관심이나 왜곡된 지방 비하 시선이 담겼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로는 태풍 콩레이가 동해상을 빠져나가면서 부산·울산·포항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의 피해 상황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으니 '시골' 사정에 어두웠다는 점도 이해는 간다.인구 3만8천 명,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35%에 육박하는 영덕에서 다들 대피하기 바빴던 지경에 당시 상황을 유튜브나 방송사에 재빠르게 제보할 사람도 없었으니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언론플레이라니…'. 기자는 이를 기사화하려 했지만 영덕군 관계자가 만류하기까지 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피해 초기 영덕군의 추산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영덕군은 1991년 태풍 글래디스 때 328㎜의 기록적인 폭우로 193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번 콩레이는 영덕에 이달 5, 6일 이틀 동안 314㎜의 비를 뿌렸다.사실 이번 태풍 콩레이로 영덕보다 비가 더 많이 온 곳은 포항 북구 죽장면 하옥리로 479.5㎜나 됐다. 영덕과 맞닿은 포항 북구 죽장면 향로봉(해발 932m)과 영덕군 달산면 팔각산(632m) 사이 계곡물은 북으로는 영덕 오십천으로 흘러 이번 범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집과 논밭이 잠기고 길이 끊기고 산사태에다 배도 떠내려갔다. 임시 대피자만 2천200명이다. 중소기업 10여 곳도 공장이 잠겼다. 침수 차량도 300대 정도로 집계됐다. 인구 3만8천 명의 작은 시골에 인구 절반 가까이가 몰린 주요 3개 읍면 소재지가 완전히 초토화됐다.이 때문에 피해액 200억원 이상이라는 수치는 영덕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한 고참 공무원들의 축적된 현장 경험과 상황, 자료를 종합해 추산한 것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피해 상황은 재난관리시스템에 입력 후 정부 실사가 뒤따른다. 거짓말을 하거나 언론플레이할 이유도 없다. 23일 현재 잠정 집계된 공공 부문 피해액 184억원, 민간 부문 피해액 140억원 등 300억원이 넘는다. 군의 판단이 그리 틀린 것이 아닌 것이다.사정이 이런데도 영덕 피해에 대한 국민 관심도 정치권의 관심도 거의 무시 수준이다. 피해 2주가 지나면서 자원봉사자도 급감해 군청 공무원들이 주말까지 피해 현장에서 청소와 수리에 투입되고 있다. 성금도 포항 지진의 5% 수준이다. 관심은 고사하고 되레 태풍 피해 초기 인터넷 뉴스 댓글에 '대게 바가지 씌우더니 고소하다. 앞으로 바가지 씌워 피해 벌충하라'는 식의 비아냥이 등장하기도 해 가뜩이나 힘든 영덕을 아프게 하고 있다."서울이었다면…" "호남에서 이랬다면…" 하는 말도 들린다. 설마 그랬겠느냐마는 설마가 사람 잡지 않기를.

2018-10-24 05:00:00

[취재현장] 소비자 '눈 가리고 아웅'한 LG전자

"믿고 샀더니 제품은 오지 않고,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배송만 더 늦어진 데요."대구 한 백화점에 입점한 LG전자 매장에서 발생한 물품 대금 횡령 사건(본지 8월 29일 자, 9월 8일 자, 9월 14일 자 8면 보도) 피해자들은 "대기업마저 믿을 게 못 된다"고 하소연했다.지난달 혼수로 전자제품을 산 예비신랑 A(30) 씨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A씨는 TV와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청소기 등 1천132만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매했지만, 부지점장이 물품 대금을 횡령한 뒤 잠적해 발만 동동 구르던 상황이었다. 소중한 신혼살림이 도착하지 않는 심정은 얼마나 타들어 갈까.A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다른 피해자들의 제보도 잇따랐다. 지난 4월 결혼 15주년을 맞아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앞둔 B(50) 씨도 같은 매장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연락을 해왔다. B씨는 '주문한 제품의 발주가 늦어져 배송이 늦어질 것 같으니 매장에 방문해달라'는 판매점의 통보를 받았고, 물품 대금을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B씨는 제품을 구입한 지 5개월 만에 구입을 취소했다.지난 8월 같은 매장에서 혼수용품을 구입한 C(31·여) 씨도 마찬가지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C씨에게 '주문한 제품명이 변경돼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매장에 방문해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온 것. 판매점 측은 사건이 발생한 후 보름이 지나서야 C씨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이처럼 피해자는 계속 나타나고 있었지만, LG전자 측은 피해 규모나 피해 보상 방식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일부 피해자들에겐 모두 23명이 물품 대금을 사기당했고, 피해액은 2억원 정도라고 설명했지만, 언론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자 수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시도하고, 매장도 여러 차례 방문한 끝에야 어렵게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LG전자 제품의 판매, 유통을 맡고 있는 자회사인 하이프라자 측은 "최선을 다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 규모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더욱 황당했던 건 LG전자 본사의 대응 방식이었다. 십수 차례에 걸쳐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던 LG전자 본사 측은 피해 규모의 축소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는 기사가 게재된 뒤 금요일 밤에야 전화를 걸어왔다.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그러나 LG전자 측은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만 강조할 뿐, 정확한 피해 금액이나 피해자 수, 현재 보상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도리어 해당 기사를 게재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기자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업무 시간인 월요일에 다시 연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LG전자 관계자는 "월요일에 기사를 내리면 주말 내내 온라인에 노출된다"면서 "당장 기사를 내려달라"고 막무가내였다.이후 보상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자 LG전자 측에 세 차례나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신들이 할말만 하고 취재 요청은 또다시 거부한 셈이다.소비자를 우롱한 물품 사기에, 감추기에만 급급한 대응 태도, 황당한 보도 취소 요구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꼽히는 LG전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들여다본 씁쓸한 사건이었다.

2018-10-03 05:00:00

이상준 기자

[취재현장] 담뱃세보다 못한 종부세?

"종부세가 엄청나게 오른답니다. 18억원짜리 1주택 보유자는 1년에 104만원이라는 살인적인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네요. 어떤 분들은 자살 직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집이 없는 저로서는 큰 다행입니다. 저는 그저 담배 한 갑에 3천318원, 하루 한 갑, 1년에 121만원이라는 푼돈을 세금으로 낼 뿐이라서요."14일 배우 김의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시작으로 '담뱃세보다 못한 종부세'가 회자하고 있다.전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흡연자인 내가 18억원 아파트 보유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게 말이 되느냐?"는 풍자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이번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현행 종부세 과표 체계에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과표 3억~6억원은 시장 거래 가격으로는 18억원에서 23억원의 고가주택들에 해당한다.그러나 이 같은 종부세 강화가 서울발 미친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억원짜리 집을 가진 1가구 1주택의 세금 부담은 현재 94만원에서 104만원으로 1년에 고작 10만원 오르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과표 12억원 기준으로는 1주택자(시가 34억원) 357만원, 다주택자(합산 시가 30억원) 717만원씩 각각 세 부담이 증가하지만, 2016년 귀속 기준 과표 12억원 이상 종부세 대상자는 전국에 걸쳐 8천895명뿐이다.'담뱃세보다 못한 종부세'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현재 정부가 종부세로 걷는 돈은 1조5천억원 정도로, 그나마 70%가 기업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내는 종부세는 4천500억~5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번 종부세 강화에 따른 증세 효과도 4천200억원 안팎이다.이에 반해 2017년 기준 담뱃세는 11조원으로, 2014년 7조원과 비교해 4조원이나 급증했다. 앞서 정부가 흡연율을 낮춘다며 2015년 1월 1일부터 기존 2천500원의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올린(담뱃세 2천원 인상) 탓이다.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담뱃세로 서민들에게 걷은 것이 11조원인데,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대상자 27만 명에게 4천200억원을 더 걷어 서민주거에 쓰겠다고 한다"고 혹평했다.무늬만 종부세 강화가 시장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현장의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규제 정도로는 고가주택자들의 기를 꺾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억대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고가주택시장에서 몇십만~몇백만원의 세금이 무슨 효과를 내겠느냐는 것이다.종부세 강화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월 첫 발표 당시 종부세 강화안 역시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고, 약한 규제가 오히려 서울 집값 광풍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타초경사'(打草驚蛇)라는 말이 있다. '수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한다는 뜻이다. 이번 정부 정책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우를 거듭할까 걱정이다.

2018-09-18 15:47:02

경북부 이현주 기자

[취재현장] 통합 대구공항 이전, 느리지만 나아가고 있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 과연 성사될까요?"현재 K2(군공항)와 대구공항(민간공항)을 한데 묶어 대구시 외곽지로 이전하는 통합 대구공항 이전에 대해 대구경북민 상당수가 성사 여부에 의문점을 갖고 있다. 정부가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데도 이전 가능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그간 부산경남 지역의 가덕도신공항 추진 움직임이 계속된 데다 대구경북 내에서도 군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터라 이전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확 사그라든 탓이다. 여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구경북을 홀대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정부 때 결정한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하지만 우리는 국가의 시스템에 대해 너무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과 김해신공항 건설의 별도 추진 등 2016년 5개 시도(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가 합의한 사안을 문재인 정부라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의 권위 및 공신력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라도 있다면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우려는 접어둬도 좋을 것 같다.실제 우리가 걱정하고 의심했던 바와는 달리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대구시는 올 3월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2곳(군위군 우보면,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에 대해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지난달 31일에는 국방부를 상대로 지원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시 지원 방안에는 지원금액을 기본 3천억원(추후 변동 가능성 있음)으로 하되 소음피해 저감 사업과 편익시설 설치, 주민소득 증대 및 지역개발사업 등의 지원 사업이 담겼다. 추후 국방부는 대구시가 제시한 주변 지역 지원방안에 대해 검토한 뒤 시와 협의 절차를 거쳐 주민지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국방부는 현재 지원위원회 및 민관군협의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또 올해 내 이전지역의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이전부지 선정 및 수립계획 공표, 이전지별 찬반투표 실시, 자치단체별 유치 신청, 이전부지 선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그동안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2016년 국방부의 통합 대구공항 이전 건의 타당성 승인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방선거로 인한 공항 관련 업무 중지 등으로 험난한 여정을 거쳐왔다.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공항 건설은 통상 10년, 15년은 바라보고 가야 할 사업이므로 우리가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모성 논쟁과 지역이기주의, 정치적 계산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경제적 기회를 걷어차 버리는 실수는 절대 범해서는 안 된다.중요한 것은 대구경북은 갖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통합 대구공항 이전을 위해 전진해왔다는 점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닌가. 포기하지 않고 느리더라도 뚝심 있게 나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최선의 자세다.

2018-09-11 16:46:31

[취재현장] 모범생과 꼴찌의 뒤바뀐 성적표

최근 환경부가 국가 물산업클러스터 운영 위탁기관으로 한국환경공단을 최종 선정했으나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망을 따지기에 앞서 이번 선정 과정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기 때문이다.가장 먼저 지적받는 대목은 적격성이다. 환경부는 운영 위탁기관 선정을 위해 산하기관인 환경공단과 한국수자원공사를 종합평가한 결과 환경공단을 위탁기관으로 최종 낙점했다.하지만 환경공단은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D등급'인 하위 등급을 받았고, 게다가 공단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은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적격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다.절대평가에서는 결과가 더 낮아 종합등급에서 꼴찌 등급인 E등급을 받았고 경영관리 부문 C등급, 주요 사업 부문 E등급을 받았다.집안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대규모 국가 전략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결국 D등급 결과에 따라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은 경고 조치까지 받았다. 적어도 자구 노력부터 우선돼야 하는 기관이라는 얘기다.반면 경쟁 상대인 수자원공사는 우수인 A등급을 받았고 공사가 추진한 사업 부문은 B등급을 받았다. 1967년부터 통합물관리사업, 물공급사업 등 수자원 업무를 집중 수행하며 한 해 4조5천억원의 예산을 다루고 있는 데다 사실상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수자원공사의 탈락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환경부는 개입을 줄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전문위원으로만 평가했다면서도 평가 점수는 물론 선정 기준과 배경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환경부는 환경공단이 받은 미흡 등급에 대해서는 "종합 평가 결과 환경공단이 여러 부문에서 높은 성적으로 선정된 것으로 공공기관 경영 실적 결과는 평가 요소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아예 처음부터 공개경쟁 형태를 취했다면 최소한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도 있었다. 깜깜이 심사를 통한 특정기관 선정을 염두에 둔 특혜가 아니냐는 의문을 자초한 셈이다.수자원공사는 운영권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환경부 결정에 대해 뒷말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본지 관련 보도에 대해 유난히 말을 아꼈다.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및 기상청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이날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평가의 합당성과 적격성에 대해 집중 추궁하자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은 "물산업클러스터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대구지역도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대구의 핵심 미래성장 사업인 물산업클러스터가 내년부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약속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석연치 않은 과정을 자초한 환경부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2018-09-04 15:22:28

김윤기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

지난 23일 대구기상지청에서 열린 계절 기상설명회에서는 유난스럽던 더위가 화제였다. 이날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은 "(대구가 갖고 있던 국내 최고 기온 기록을 내준 것을 두고) 기뻐해야 할지 섭섭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구의 '더위부심' 을 거론했다.역대 최고인 41℃를 기록한 홍천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올해 사상 최악의 더위 기록을 쏟아냈다. 수도권은 평균기온과 평균 최고 및 최저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폭염 일수도 역대 1위였다. 지난 6월부터 8월 20일까지 수도권의 평균기온은 25.7도로 평년보다 2.1도 높았고, 같은 기간 대구의 평균기온인 25.4도를 웃돌았다.그래서일까. 서울 지역 언론들은 서울에 폭염이 몰려오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에 폭염이 닥쳤을 땐 없던 반응이었다.정부도 때맞춰 폭염을 지진이나 태풍처럼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7, 8월 전기요금을 일부 경감했고, 2016년 소폭 완화된 후 관심에서 멀어졌던 가정용 전기 누진제를 대폭 고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올해 들어서야 폭염 대책을 세운 정부와 달리, 대구경북민들에게 폭염은 일상화된 고통이다. 대구는 1942년 8월 1일 40도를 기록한 후 76년간 일 최고기온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의 기후 자료를 보면 대구가 서울보다 훨씬 더웠다. 대구의 8월 평균기온은 26.4도로, 서울의 25.7도를 웃돌았다. 7, 8월 최고기온도 대구는 30.3도와 31.0도를 기록했지만 서울은 28.6도, 29.6도에 그쳤다.이 때문에 수도권이 폭염에 시달리고 난 후에야 정부와 수도권 언론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이 해마다 폭염에 시달리는 동안에는 '대프리카' 등의 이미지로 가십화하더니, 정작 서울이 더운 날씨를 보이자 폭염을 사회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지난 21일 발생한 봉화 총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서울 지역 언론들은 같은 날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에서 9명이 숨진 화재 사고에 더욱 관심을 쏟았고, 비중 있게 다뤘다.세일전자 화재에 따른 사망자 수가 더 많긴 했지만 민원인이 총기로 면사무소 직원들을 조준 사격해 숨지게 한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화재는 예상치 못한 '사고'이지만, 고의로 총을 겨누고 죄없는 이들을 살해한 '사건'이 지닌 사회적 함의는 훨씬 더 크다.귀농인과 마을 공동체의 갈등, 농촌 지역의 상수도 보급, 경찰의 부실한 대응과 총기 관리 등 짚어야할 사회적 문제도 더욱 깊다.그러나 사건 발생 후 1주일이 지나도록 지방자치단체들만 대책 마련에 고심할 뿐, 정부 차원의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비슷한 사건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지역을 바라보는 정부나 서울 지역 언론의 시각은 늘 이런 식이다. 가치 판단의 기준을 서울에만 두고 사회적 현상을 바라본다. 이런 서울 중심의 시각이 지역 경제가 맥을 못추고, 지역 사회가 소멸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이 아닐까 한다.

2018-08-28 19:00:00

박상구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지역 청년들이 '굽은 나무'가 되지 않도록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쭉쭉 뻗은 좋은 나무는 다 베어가 버려 결국 끝까지 제자리에 남는 것은 무언가 모자란 것들뿐이라는 의미다. 능력이 부족해 고향을,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을 떠나지 못한 이들의 자조 섞인 말로도 쓰이고 있다. 대전의 한 공기업에 입사해 지난해 대구를 떠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외로움을 많이 타 대구에서 직장을 얻어 가족친구들과 가까이 살고 싶다던 친구였다. 그렇게 대구에 살고 싶다면서 타지로 떠난 이유를 물었다. 대구에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눈을 조금 낮추면 되지 않았느냐는 되물음에도 친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대구에 공무원이나 은행원 말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어딨냐, 눈을 조금 낮춰서 될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지역 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16일 발표한 '대구지역 청년인구 유출 배경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순유출 인구 중 청년층(15~29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65.4%를 기록했다. 이 중 77.2%가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그만큼 대구 지역 일자리의 질은 전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역 청년 임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긴 근로시간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 기업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액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월급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구인난의 이유가 결국 '돈' 때문임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은 대우가 좋은 유망 업종을 따라 움직인다. 대구의 주력 산업은 자동차 부품과 섬유, 기계 업종이다. 30년 전에도 그랬다. 사양 산업이라는 달갑잖은 눈초리와 경기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에는 유망 업종이었던 회사에 몸담기 위해 적잖은 타지 사람들이 대구를 찾았다. 낡은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쉽지 않다. 오랜 불황으로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만난 성서산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몇 년 전 전기차가 떠오른다고 해 진출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경영 상황이 어려운데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삐끗하면 그대로 도산이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 도움이 필요하다. 대구시도 일찍이 청년 유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청년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떠나는 청년 붙잡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타지의 공기업대기업을 유치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역 근로자 대부분이 일하는 중소기업의 근로 환경이 개선돼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다. 단순한 예산 지원보다는 투자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청사진을 제시해 줘야 한다. 친구의 말을 듣고 대구에 있으면서 공무원도, 은행원도 아닌 나는 온통 베어진 나무 가운데 있는 '굽은 나무'가 된 기분이었다. 쭉쭉 뻗은 곧은 나무도 대구를 떠나지 않으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찾는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공기업 유치만큼이나 현재 남은 중소기업 지원이 필수다.

2018-08-21 15:59:51

김영진 경북부 기자

[취재현장] '한-스타일' 신도시 기대해도 되나?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마을의 한옥 3채가 요즘 불볕더위보다 더 뜨겁다. 도청과 도의회, 도교육청 등 공공기관 건물을 전통 한옥으로 짓는 등 도청 신도시의 '한-스타일'을 대변할 한옥마을 내 견본주택 한옥이 생각하기에 따라 목적 외 접대와 로비용으로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는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주요 건물을 한옥 스타일로 건축하는 등 도시의 주요 건물에 한옥을 입히는 데 노력해 왔다. 지난 2016년 7월에는 3만8천737㎡ 규모의 한옥 시범단지를 만들어 69필지를 민간에 분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7채의 한옥만 들어선 상태다. 이마저도 3채는 경북개발공사가 견본용으로 지은 한옥이다. 분양 당시 경북개발공사는 3년 내 미착공 시 토지 재매입과 등기 전 전매금지 등 투기 방지를 위한 여러 계약 조항을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이 때문에 사실상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형 한옥 모델'을 제시하면서 3.3㎡당 600만원 이하로 건축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경북개발공사가 지은 견본 한옥주택은 2배 이상 많은 3.3㎡당 1천300만원가량이 투입됐다. 경북개발공사는 섣부르게 일반에 공개하지도 못한 채 문을 걸어 잠갔으며, 심지어 경북도 간부공무원과 업체 대표 등 업무와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별장처럼 제공하다가 발각, 뒤늦게 견본주택 활용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외부 회계감사를 위해 경북개발공사를 찾은 관계자에게 숙박용으로 제공된 것은 물론, 경영평가 준비로 공사를 찾은 민간자문위원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는 신도시 2단계 사업에 1단계 한옥마을의 10배가량 더 큰 한옥마을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도청 신도시 내 37만106㎡ 규모의 특화 주거단지에 542필지의 대규모 한옥마을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2억여원을 들여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전주한옥마을을 벤치마킹한 이곳에는 6개 한옥마을 378가구를 비롯해 상업지역인 저잣거리 90필지, 공방거리 42필지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 한옥마을도 실패하고 인근 한옥호텔 건립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더 큰 한옥마을 조성 계획이 추진되자 실무진조차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실패한 사업을 더 큰 사업으로 해결해보겠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우책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철우 도지사마저 취임 후 도청 신도시에 유럽형 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지사의 주문에 따라 과감한 사업 포기나 한옥마을을 살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늦어지면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는 신도시 땅장사로 잇속만 챙긴 채 유령도시를 만들었다는 오명만 안게 된다. 더불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한옥호텔과 한옥주택 건축에 필요한 행정절차와 지원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한-스타일' 도시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8-08-14 15:36:21

유광준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인구 비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평소 '공천=당선' 공식이 작동하는 대구경북 국회의원과 달리 여야 간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을 '금메달 국회의원'이라고 자주 치켜세운다. 하지만 정작 수도권 국회의원들은 불만이 많다.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의 국회의원 선거구 유권자 수가 지방보다 대체로 2배가량 많다"며 "같은 금배지지만 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유권자 수를 고려하면 수도권 국회의원의 가치가 지방 국회의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커 유권자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기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이하(2016년 적용)로 조정했고 지난 6월에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도 4대 1에서 3대 1로 바꿔야 한다고 판단(2022년 적용)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 비례의 원칙에 의한 투표 가치의 평등은 헌법적 요청으로서 다른 요소와 비교해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기준이다. 1인의 투표 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 가치에 4배가 되는 상황은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지나치고 일차적 고려 요소인 인구 비례의 원칙보다 이차적 고려 요소를 더 중시한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딱 떨어지는 논리다. 그래서 더욱 위기감을 느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1대 1을 향해 달려가면 인구가 적은 지역의 정치적 발언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응 논리가 귀에 착 감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회에선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에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고 국토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논리로 맞섰다.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1대 1로 조정하고 기초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지역 대표성에 방점을 찍는 것이 타당하다. 광역의회는 그동안의 활동 실적과 존재 의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회는 좀 복잡하다. 인구 편차 논의를 종결하고 권역별로 면적(국토균형발전)을 고려한 비례대표 의원을 배정하면 어떨까? 일본식(지역구비례병립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면서 각 권역에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해당 지역의 면적과 연동해 배정하자는 취지다. 단 논의 과정에서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비(非)수도권역의 국회의원 총수는 기존 인구비례(소선거구제)에 의한 의석수보다 많게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만 13명인 경북의 경우 인구 편차를 1대 1로 조정하면서 감소하는 지역구 의원 정수 이상의 권역별 비례대표(경북 내 정당 득표율로 당락 결정) 의원을 배정받는 방식이다. 권역별 국회의원(지역구비례) 후보자 공천을 각 정당의 권역별 조직에서 맡는다면 자연스럽게 분권 정치도 실현할 수 있다. 끌려만 다닐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인구 비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늦어지면 수도권과의 정치적 타협도 불가능하다.

2018-08-07 13: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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