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취재현장] 천지원전은 MB의 선물?

[취재현장] 천지원전은 MB의 선물?

경북 영덕의 천지원전이 건설 예정 부지 고시 8년 6개월 만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2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건설 예정 부지 고시 철회를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산업부가 원전 부지 지정 철회를 고시하고 이를 관보에 게재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영덕 지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천지원전 이야기가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 41%까지 늘리기로 했던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12년까지 신규 부지 2, 3개소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9년 신규 원전 입지 확보 정책 수립 종합용역을 실시했다.전국 72개 시·군 중 입지 가능 지역으로 가려진 곳이 전국 8곳 중 경북 1곳, 강원 1곳이었고 경북 1곳이 바로 영덕군이었다.2010년 11월 이들 원전 후보지 중 한수원이 영덕군으로 신규 원전 건설 부지 유치신청을 요청해 왔다.원전에 대해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덕은 30여 년 전 핵폐기장 예정 부지 대상에 올랐을 때나 지난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투표 때 엄청난 지역 분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당시 인구 4만 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에 단기간에 수백억 원이 들어오고 원전 건설 기간 동안 건설 경기·발전세 등은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또한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는 명분으로 영덕군은 원전 건설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이후 한 달 만에 영덕군의회의 유치동의안이 가결되고 12월 31일 영덕군은 한수원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지난 2011년 11월 영덕군은 드디어 신규 원전 후보 부지에 선정됐고 다음해 9월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됐다.흥미로운 점은 영덕 지역에서는 영덕군이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것이 MB의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풍설로 전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영덕군이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MB를 전국 최고 득표율로 뽑아 줬고 인접한 포항이 고향인 MB가 낙후된 영덕을 위해 대형 국책 사업을 선물(?)했다는 것이다.실제 2007년 대선 당시 영덕군에서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득표율은 84.84%로 MB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경북 포항시 북구 득표율 84.37%를 제쳤다.이런 풍설은 당시 원전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천지원전 입지 결정 과정과 'MB 선물' 풍설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영덕군이 원자력발전소를 원해서 유치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짚어 보자는 뜻이다.영덕은 원전 건설을 수용한 군수가 바뀌고 원전 찬반으로 수년 간 엄청난 대립을 다시 경험했다. 원전 고시 지역에 주는 원전지원금 380억 원을 한 푼도 쓰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탈원전이 결정됐다. 화들짝 놀란 영덕군과 군의회가 지난 2018년 예산안에 380억 원을 편성했다.곧바로 380억 원의 집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서가 날아들었다. 중앙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것 때문에 영덕군은 380억 원 사용을 포기했다.원전 짓자고 꼬드긴 것도 정부요, 원전 안 짓겠다고 결정을 한 것도 정부다. 10년 넘게 원전을 두고 영덕군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정부가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1-03-31 06:30:00

[취재현장]표류하는 DTC…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취재현장]표류하는 DTC…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정체성도 없고, 성과도 없다.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의 현주소다.2015년 개관 이후 DTC는 매번 목적지에 닿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당초 대구시의 구상은 DTC가 지역 섬유업체들을 모아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섬유박물관을 함께 운영해, 섬유제품의 수출 거점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1천1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무색할 지경이다.문제의 시작은 섬유산업의 부흥을 위해 지은 건물이 지역의 섬유업체로부터 외면받는 아이러니부터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DTC 내 88개의 입주기업 중 섬유·패션 관련 기업은 고작 17개(19.3%)에 불과하다.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섬유업체들은 주로 서구 이현공단이나 북구 3공단에 밀집해 있는데 굳이 교통이 불편하고 거리도 먼 이시아폴리스에 사무실을 차릴 이유가 없다"며 "입지 조건을 상쇄할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DTC는 개관 전부터 외면을 받아 왔다"고 전했다.실제 DTC 개관 당시 업체 입주율은 45%에 그치는 등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에 대구시는 당초 섬유업체만 입주가 가능했던 것을 비섬유업체로 확대하고, 임대료도 세 차례에 걸쳐 처음의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내놨다.이 대책은 공실률을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DTC 운영 정상화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상업시설 임대가 주 수입원으로 설계된 DTC는 2018년쯤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던 대구시의 예상을 깨고 여전히 시의 보조금 지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메말라 버린 돈줄은 결국 섬유박물관마저 제 기능을 상실하게 했다. 박물관 운영을 위해 배정되는 예산은 연간 3억~4억 원 수준으로 한 번 진행하는 데 2억 원이 필요한 특별전‧기획전 등은 엄두를 내기 힘든 것이다.이런 이유로 섬유박물관은 지난 2017년 이후 자체 기획 전시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이전 진행한 기획 전시 횟수도 5회에 불과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섬유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기도 했다.결국 필요한 것은 체질 개선이다. 기존 임대료 위주의 수익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DTC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입지 조건 등 물리적인 제약으로 대구 섬유업계의 외면을 받는다면, 온라인 중심지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김광석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DTC를 주축으로 온라인 허브(Hub)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최근 섬유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이 소재에서 완제품 형태의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수요 측정, 제품 디자인, 생산, 마케팅, 판매 등 전반적인 산업 프로세스를 DTC 중심으로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다. 지역의 제직·염색·봉제기업들이 DTC의 온라인 허브에서 협력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DTC는 완제품을 홍보·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거다.지난주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 대구시에 DTC 위수탁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DTC가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는 방증일 것이다.그러나 DTC 설립 후 최초로 민간 운영 기관이 바뀌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DTC가 지역 섬유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날을 기다린다.

2021-03-16 13:35:07

[취재현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취재현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결국 대구경북 시도민은 자신들의 경제, 사회, 문화적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에 끊임없이 투표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부산경남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조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만 통과되고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 특별법은 계류되자 지역 정치외교학과 A교수가 기자에게 전한 분석이다.A교수에 따르면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TK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TK 신공항 건설 특별법 동시 통과에 사활을 걸었음에도,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만 통과시킨 건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TK의 정치적 지지와 경제적 이익 간 괴리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것이다.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차치하고 TK 유권자의 일방적 투표 행태에 원천 책임이 있다는 용기 있는 지적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어쩌면 지난해 4·15 총선 때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TK '막장 공천'이 파문을 일으키자 지역에선 "우리가 보수의 식민지냐"는 원성이 들끓었다. TK는 보수가 어려울 때마다 버팀목이 돼줬으나 보수는 TK에서 표와 지지만 쏙 빼먹고 지역 현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게 'TK 식민지론'의 골자였다.그럼에도 TK는 전체 25석 중 24석을 보수 정당에 몰아줬다. 그로부터 1년 뒤 지역 백년대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TK 신공항 건설 특별법은 철저히 외면당했다.부산 가덕도를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TK 신공항 건설 특별법에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일부 TK 의원들이 특별법 통과를 위해 분투했으나, 두 특별법의 동시 통과가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은 이상 애초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이쯤 되니 TK가 보수의 심장이라는 말은 허울뿐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TK는 선거, 집회 등에서 국민의힘이 호출할 때 단순 동원될 뿐이지 국민의힘은 지역의 이익에 태무심하다는 이유에서다.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국민의힘이 TK 민심에 유독 둔감한 이유가 나온다. TK는 무엇을 해도 표가 나오는 '표밭'이기 때문이다. 막장 공천을 하든, 지역 현안에 무심하든 TK는 따 놓은 당상인데 구태여 TK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게 당연지사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TK는 이중 고립됐다. 한쪽은 뭘 해도 표가 안 나오니까, 다른 쪽은 뭘 해도 표가 나오니까 지역 간 이익이 충돌할 때 TK는 배제되기 일쑤다. 정치적 변수가 아닌 완전한 상수가 돼 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지난달 25일 열렸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 속기록 일부를 소개한다.문진석 민주당 의원(충남 천안갑)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처럼 TK 신공항 건설 특별법에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을 담아야 한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김천) 주장에 "부산 지역은 여론이 강했다"는 궤변을 내놨다.실상은 TK 시도민 여론이 강하면 더 강했지 부산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법 결과는 주지하는 대로다.A교수에게 향후 전망을 묻자 우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먼저 각성하느냐 아니면 대구경북 유권자가 날카로운 시그널을 줄 것이냐가 문제인데 현재까지는 둘 다 가능성이 안 보인다"고 했다.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과거와 똑같이 투표했으면서도 감히 지역의 발전을 바랐던 것은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볼 때다.

2021-03-09 15:00:14

[취재현장]문제점 많은 산불진화 인력 운용

[취재현장]문제점 많은 산불진화 인력 운용

재난 현장에서 가장 박수를 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방관들이다. 화재 현장의 생생한 목격담에는 화마와 싸운 소방관들의 미담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닌다.하지만, 지난달 21일 안동과 예천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는 귀가 의심되는 한 목격담이 들렸다. '산불을 끄지 않고 지켜만 봤다'는 소방관들에 대한 얘기였다.주민들만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신임 공무원 영희(가명) 씨도 '코앞까지 번진 산불을 지켜만 보던 소방관들을 직접 봤다'고 했다.한 주민은 "불 끈다고 옆집 철수도 정신이 없는데, 정작 소방관들이 불은 안 끄고 멀뚱히 불타는 산만 보고 있었다"고 일러바치듯 말했다.화재 현장에서의 미담 주인공이었던 소방관들이 왜 산불 현장에서는 이처럼 비난을 받을까? 의문을 찾아 취재에 나선 기자는 인력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이날 주민들이 본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산불 발생 시 소방청은 '규정'에 의해 '가옥 및 시설물 등을 보호'를 우선으로 한다. 소방은 직접적인 화재 진화보다 방어선을 구축해 민가 피해를 예방하는 게 주 역할인 것이다.실제 산불은 산림청 소속 전문 진화대가 직접 투입돼 불을 끈다.소방 당국에도 직접 물어봤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산불은 바람을 타면 삽시간에 번지기 때문에 소방에서는 가옥 및 시설물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한다"며 "소방이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가 민가로 산불이 번질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그렇다면 산불 시 각 기관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규정(매일신문 3월 1일 자 9면)이 현시점에서도 효율적일까? 경북 전역과 경남 동부 일부 산림을 책임지는 남부지방산림청이 산불 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은 예방 진화대 271명, 특수 진화대 85명 등 350여 명이 고작이다.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 등도 투입이 되지만 전문 진화 인력은 극소수다.반면, 현재 경북 내 소방 인력은 5천95명이다. 2018년 11월(3천332명)보다 1천763명이 늘어났다. 올해 335명이 더 충원되는 등 매년 증가세다. 이 중 화재 진화 인력은 약 80%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더 많은 진화 인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소방 인력은 규정에 의해 산불 진화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산불이 나면 호스를 끌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주민들과 잔불 정리로 녹초가 된 행정 공무원들의 눈에는 소방관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처럼 보여 다소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규정이 다소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현재 사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산불 진화 기관의 임무와 역할에 관한 규정은 2017년 시행됐다.그러나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소방은 국가직으로 전환됐고, 전국 소방 동원령 발동도 가능해졌다. 산불 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난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정 때문에 산불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조직만 비대해지는 소방'이라는 불명예를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개선광정'(改善匡正). 좋은 생각이 있다면 새롭게 고친다는 뜻이다.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규정이 효율적 방안으로 강화돼 산불로 인한 국가와 국민의 재산 피해가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바란다.

2021-03-02 15:59:28

[취재현장] '영업시간 연장' 철회 후폭풍

[취재현장] '영업시간 연장' 철회 후폭풍

지난 17일 대구 지역 '오후 11시까지 영업시간 연장' 철회 후폭풍은 거셌다. 당초 대구시의 '오후 11시까지 영업' 지침에 맞춰 영업을 준비했던 자영업자들은 허탈함을 호소했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상공인 호소문이 게재되면서 민란 수준으로 번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실무자는 대구에 '주의'를 줄 것을 언급했고,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구시가 중앙정부에 항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대구시는 정부의 '오후 11시까지 영업' 지침 철회 요구에 줄곧 억울함을 내비쳤다. 억울함의 원인은 절차상 잘못된 게 없다는 데 있었다. 당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완화할 수 없도록 못 박아둔 거리두기 지침 가운데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었다. 지자체별로 재량권을 발동해 완화 또는 수정할 수 있었고, 조정 가능한 부분에 대해 대안 마련 시 중앙정부의 사전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구시와 시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이다.대구시의 자체 지침 발표에 따라 타 지자체 유사업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영업시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었다. 인근 지자체 자영업 종사자들이 해당 지자체에 거리두기 완화 요구를 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중앙정부는 대구, 경주 등 일부 지자체가 자체 완화안을 발표한 것을 따라 다른 지자체들 역시 도미노처럼 완화된 지침을 내놓을까 봐 우려했다. 거리두기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부랴부랴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핵심 방역 조치 사항 완화 불가 안내' 공문을 다시 통보해 '시설별 오후 9시 이후 운영 제한‧중단 조치'를 추가했다. 지자체에 권한을 줬던 부분을 다시 중앙정부가 가져간 모양새지만 역시 절차상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었다. 특히 요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오후 9시와 11시 차이는 크다고 했다. 한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끼니가 아닌 주류를 위주로 취급하는 업종에 오후 9시 이후 매장 영업금지는 사실상 사형 선고"라고 했다.'신종'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기존에 마련된 절차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행정을 집행하는 실무 담당자들 간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둘 중 어느 쪽이든 지침 발표 이전에 상대의 의중을 묻거나 파악하려는 시도를 했더라면 이런 엇박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대구시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중앙정부에 서운함을 내비치는 것은 시민들의 동조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중앙정부도 대구시 자체 완화안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절차만을 언급하며 서로의 의중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려 들지 않았고, 이는 면책 사항이 되지 않았다.감염병 사태는 장기전이다. 지난해 2월 대구경북 지역을 위주로 감염세가 거셌지만 곧 수도권발 감염이 2차 대유행을 이끈 바 있다. 지난해 5월 이태원발 클럽 감염은 전국적인 감염 확산세로 번졌다. 지난달 경북 상주에서 시작된 BTJ열방센터 관련 무더기 감염도 곧 전국적인 확산세로 번졌다. 감염병에 맞서 싸우는 일은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분리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종 감염병 발생 1년이 된 현재, 집행부 간의 한뼘 더 성장한 소통과 공조를 기대해본다.

2021-01-26 16:32:53

[취재현장]대구 자동차부품산업, 분골쇄신해야 살아남는다

[취재현장]대구 자동차부품산업, 분골쇄신해야 살아남는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메리 바라는 최근 막을 내린 CES 2021의 기조연설에서 "내연기관은 잊어라, 앞으로는 전기차"라고 선언했다. 올해가 전기차 전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 강조한 메리 바라는 30조원에 가까운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시장을 선도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래차(전기·수소·자율주행차 등)로 전환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대구 자동차부품 업계는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에 머물러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미래차 전환을 준비 중인 업체는 모두 61곳이다.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10인 이상 업체(381곳) 기준으로는 16%, 1인 이상 업체(1천112곳) 기준으로는 5.4%만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지금 대구 자동차부품 업체는 냄비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와 같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대구의 미래차 전환 실태를 취재하며 만난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의 말이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리서치코리아가 2019년 12월 대구의 미래차 관심 기업 262곳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그린카'(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구동시스템 사업화 단계에 진입한 비중은 3곳 중 1곳꼴인 35%로 나타났다.문제는 사업화 진입 단계 중 관심 상태(50%)와 계획 수립(15%) 단계라는 응답이 전체의 65%를 차지해, 사실상 본격적인 사업 단계인 기술 개발(14%), 기술 확보(4%), 상용화(18%) 단계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에너지 시스템, 공조 시스템 등 다른 친환경차 생산 항목에서도 관심 상태·계획 수립 응답이 적게는 59%에서 많게는 80%까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즉 지역의 많은 자동차부품 업체는 투자 비용과 인력 부족, 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긴 시간 등을 이유로 가야 할 방향을 알면서도 실제 행동에는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다.대구 지역의 자동차부품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부분 규모나 매출이 영세한 수준이라는 점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근거다.대구 한 영세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미래차 중심이 되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매주 회의를 하며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주 답답하다.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무력감마저 느낀다"고 털어놨다.'오래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대구 자동차부품 산업의 한 축인 이들을 버려두고는 성공적인 미래차 전환을 논하기 힘들다.물론 시장 논리에 따라 일부 업체가 폐업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겠지만, 2·3차 협력업체의 줄도산은 대구가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데 걸림돌이 된다. 기술력을 갖춘 1차 협력업체의 물량을 맡길 곳이 대구에 없다면 결국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다행히 대구는 자동차 산업 연구소, 자동차과를 둔 지역 대학 등 관련 인프라가 풍부하다. 전기, 수소, 자율주행 등 각 분야에서 전국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많은 점과 대구시가 미래형자동차과를 두고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미래차 전환 의지가 높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중요한 부분은 미래차 전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미뤄왔던 기업이라면 당장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실 떨어지는 것만 받아먹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 섞인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이 와 닿는다.

2021-01-19 14:27:37

[취재현장] "대구에서 정치부 기자를 한다고?"

[취재현장] "대구에서 정치부 기자를 한다고?"

"대구에서 뭐 할 게 있다고?"지난해 12월 '정치부 기자'라고 적힌 명함을 만들고서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국회도, 청와대도, 주요 중앙 부처까지 '정치'의 핵심은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대구에서 도대체 무슨 '정치 기사'를 쓰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정치부에 가게 됐다"고 말하자 "그럼 서울로 가는 거야?"라고 묻는 이들도 많았다."그냥 시의회 쪽 담당하면서 국회의원들 대구 오면 챙기고 그러는 거지 뭐"라고 대답하며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맞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정치의 중심은 오롯이 '중앙'에 몰려 있다. 지방정치는 다루는 주제의 규모는 물론, 시민들의 신뢰 면에서도 뒤떨어진다. "정치부 기자가 대구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이건 기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했다.우리나라에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서른 살이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서른 살을 이립(而立)이라고 표현했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하지만 지금 우리 지방의회는 여전히 흔들리는 지지대 위에서 불안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왜 그런가? 지방의회 구성원 개개인의 잘못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천착해야 할 문제는 이들에 대한 감정적 비난이 아닐 것이다.반대로 '어째서 함량 미달의 인물들이 지방의회에 유입되는가'를 살펴보자. "제대로 된 권한과 기능이 없는 지방의회에 유능한 인물이 생업을 포기하고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설득력 있다.애초 우리 지방자치가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아닌 중앙 정치권의 정치적 타협에 따라 권한과 기능이 빈약한 채로 태어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중앙정치에 비유하자면 '국회의장' 격인 시의회 의장은 32년간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조차 행사할 수 없었다.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하나. 최근 국회는 32년 만에 지방의 숙원이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기자가 대구시의회를 찾아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행정안전부 지침이 내려오면 검토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지방의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마저 세부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통제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결국 지역민들이 끊임없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요구해 나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득권을 틀어쥔 중앙은 이를 놓으려 하지 않을 터. 끈질긴 싸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현직 지방의원들의 노력도 꼭 필요하다. 지역민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건 결국 지방의원들이 내놓는 올바른 실적이기 때문이다.대구시의원들은 "최근 도시계획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주민들이 관심 있는 이슈를 다루면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뼈저리게 체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관심이 높아질수록 '지방자치 강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결국 의원들이 얼마나 주민과 밀접한 이슈를 발굴하느냐에 우리 지방의회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아울러 지방의원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제기되는 섣부른 '지방자치 무용론'은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밀접함은 역사가 증명한다. 고대부터 독재에 가까운 정권일수록 중앙집권을 선호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중앙집중의 습관은 박정희·전두환을 비롯해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정권의 흔적일지 모른다.

2021-01-12 13:38:04

[취재현장] 이웃돕기 성금 인색한 골프장 유감

[취재현장] 이웃돕기 성금 인색한 골프장 유감

지난 연말 경북 고령지역 골프장들의 인색한 이웃돕기 성금 기사가 지면에 게재된 뒤 새해를 맞이했다. 기자는 '오랜만에 속 시원한 기사를 썼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령은 인구 3만2천 명의 조용한 시골 도시지만 골프장은 4개나 된다. 대구라는 대도시와 인접하다 보니 골프 수요가 많아 군 단위 농촌 도시에 골프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골프장은 변변한 기업체가 없는 고령 입장에선 엄청난 거대 기업이다. 고령 군민들은 골프장 조성 당시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서 많은 기대를 가졌다.하지만 군민들은 해가 갈수록 '골프장의 인색함'이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주민들과 약속한 숙원사업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약속도 헛구호에 그쳤다. 결국 골프장은 본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아마 이번 기사가 환영 일색으로 주목받은 것도 이런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터.기사는 지난달 29일 지면으로 소개됐다. 기자는 사전에 고령군청 해당과에 문의를 했다. 문의 결과 고령오펠과 마스터피스, 대가야, 유니밸리 등 고령 지역 4개 골프장의 이웃돕기 성금은 말 그대로 '제로'였다.골프장 측에도 문의를 했다. 혹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했을 수도 있으니 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답이 없었다.그런데 기사가 나간 다음 날 고령오펠CC로부터 한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경북사회공동모금회에 3천만원의 성금을 냈다는 것이다.대단했다. 기사의 위력이 아니라 하루 만에 3천만원을 기부할 수 있는 재력이 실로 놀라웠다.여기서 굳이 고령오펠 측이 성금을 냈다고 하니 기자도 다소 치사한 것 같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오펠 골프장은 고령을 비롯해 영천, 군위 지역에 골프장이 각각 하나씩 있는 거대 골프기업이다. 골프장당 1천만원씩 성금을 낸 셈이다. 1천만원보다는 3천만원이 어감이 낫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그것도 기사가 나간 뒤 부랴부랴 말이다.비록 9홀이지만 대가야CC도 마찬가지였다. 대가야는 2019년 부산 지역 레미콘과 건설 등으로 기업을 일으킨 H레저가 모기업이다. 이 기업이 인수하고 첫해 코로나19 특수를 맞이했다. 한마디로 '코로나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역시 취재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알아보겠다"는 대답뿐, 아직 이렇다 할 답이 없다.그나마 마스터피스는 지난해 고령문화원 발전기금으로 3천만원을 냈는데, 누락됐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기사의 팩트인 이웃돕기 성금과는 차이가 있지만 마스터피스는 문화원에 발전기금 3천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둔다.이런 지역 골프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고령 군민들은 "지역에서 돈을 벌어 이익은 대도시로 가져가고 지역에는 쓰레기만 남겨둔다"고 비난한다.다같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올해 고령군 사랑의 온도탑은 기대 이상의 80℃를 기록하고 있다. 성금을 낸 사람들 대부분이 고령군 전통시장 상인들과 어린이들로 밝혀졌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주머니를 열었던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0도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지역의 기업들도 굳이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사회 환원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 이웃사랑의 본보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고령 군민들은 지역에 정착한 기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웃사랑의 온도도 비등점을 지나 펄펄 끓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2021-01-05 14:03:18

[취재현장] 또 다른 '나눔'의 저력이 필요한 때

[취재현장] 또 다른 '나눔'의 저력이 필요한 때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를 담당하는 기자는 인터뷰에 나서기만 하면 일명 '위로병'이 발동한다. 구구절절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지닌 이웃,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이웃,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웃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안절부절 상태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에 작은 위로라도 주고 싶어 머리를 굴려 보지만, 매번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아쉬움을 가득 안고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그런 기자는 요즘 그들에게 되레 위로를 받고 있다.다름 아닌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을 받은 것 같다'는 인터뷰이들의 말 때문이다. 기자는 1시간 내내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밖에 없지만 어느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던 본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준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위로이자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었다. 이웃을 돕는다는 건 이웃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는 의미에 더 가까워 보인 순간이었다.온갖 나눔 활동이 활발한 연말이다. 거리에는 자선냄비를 알리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가득하고 지역사회 기관과 단체들은 홀몸노인,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김치 나눔, 이불 나눔 등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고액 기부자 수에서 대구가 전국 1위에 올라서는 등 시민들이 나눔 활동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장기화하는 코로나19는 대구경북의 나눔 저력에 찬물을 끼얹는 중이다. 11월부터 불었던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악화됐고 시민들은 다시 주머니를 닫았다. 나눔 활동 역시 한껏 움츠러들었다. 거리 자선모금·봉사활동에 나서는 손길이 부쩍 준 것이다.대구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은 전년 대비 50% 줄어들었다. 예년 이맘때쯤 예약이 모두 차고도 남았을 연탄 봉사 역시 올해는 줄줄이 취소 행렬에 나섰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지사에 따르면 내년 1, 2월 연탄 봉사 예약 팀은 단 두 팀뿐이고 기부 연탄도 지난해 11, 12월 9만7천 장에서 올해 5만 장으로 확 줄었다. 덩달아 연탄 수급 가구도 지난해 300가구에서 160가구로 감소했다.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다. 어려운 사회 속 잊혀 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민들이다.지난달 취재차 만난 사회 곳곳에 포진된 익명의 기부자와 봉사자들은 이웃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묵묵히 작은 나눔 활동이라도 이어갔다. "나의 성금과 봉사활동들이 어려운 가정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던져 주기에 그 자체가 희망이 된다"는 어느 봉사자의 말은 인상적이었다.얼마 남지 않은 2020년 대구경북민들의 나눔 저력에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혹자는 이미 대다수 시민들의 기부 피로도가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기부 연탄이 줄자 연탄 수급 가구가 준 것처럼 나눔이 주춤하는 사이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와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대신 나눔의 의미를 바꿔 보면 어떨까.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거액의 성금 전달이나 거창한 봉사활동이 아니더라도 연탄 봉사, 거리의 자선 나눔 활동 등 일상 속 작은 나눔 실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관심의 행동들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또 다른 '나눔' 방법이 될 수 있다.

2020-12-29 15:18:00

[취재현장] 늦가을의 여의도

[취재현장] 늦가을의 여의도

바야흐로 내가 여의도에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대구시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홍 기자, 우리 예산 어떻게 됐는지 더 취재된 내용 있습니까?"경북 안동 풍천면에 있어야 할 도백(道伯)도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고는 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에게 말한다. "내년 국비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해 도와 주십시오."이 대목에서 지난날 읽은 기사가 떠오른다. 2016년 8월, 지금은 고인이 된 한동수 청송군수는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서 있었다. 당시 그는 청사 밖으로 나오는 예산실 사무관을 기다렸다. 지역 사업 관련 국비 지원 필요성을 한 번 더 설명하려고 땡볕을 불사한 것이다.어쩌면 이 같은 모습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야권에서 '정권 황태자'로 부르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마저 지난 7월 기재부 예산실장과 예산총괄심의관을 시작으로 사회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복지안전예산심의관, 행정국방예산심의관을 차례로 만난 뒤 "재정분권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지방정부에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국비 예산 확보"라며 "정부에 지역의 현실, 균형발전의 중요성과 절박함을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3년 전이었다. 2017년 6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도지사 17명 앞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실현'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또 이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을 설정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 2 에서 7대 3을 거쳐 6대 4 달성을 목표로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 비중 확충, 국고보조사업 개편 등의 계획도 내놓았다.그럼에도 아직 여의도의 늦가을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10월부터 11월 사이 전국 광역단체마다 단체장과 공직자들이 국회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한 푼만 줍쇼' 신세가 돼 머리를 조아리고 읍소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지방분권, 재정분권의 시곗바늘만은 지방소비세 세율 10%포인트(p) 인상, 8조5천억원 이양, 국세와 지방세 비율 7.5대 2.5 수준으로 더디 움직여서다.매년 이 무렵이면 국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아가려고 서울을 찾는 지역 공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현재 조세 체계에서 법인세와 부가세, 소득세 등 굵직굵직한 세수는 모두 중앙정부가 가져가니 지방재정은 항상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이러다 보니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라고. 이래서는 행정 부처와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한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이 뒤집힌들 지역은 식민지이자 서울에 의존적 타자의 자리에 그대로 머물 수밖에 없다.온전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중앙집권 사고에 찌든 서울의 기득권층이 받아들이기 가장 싫은 이야기일 테다. 하지만 지역이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아 돈을 쓰는 전통적 지방재정 운영 시스템으로는 사회복지비 급증, 인구 감소 대책, 환경문제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출을 감당할 수도 없고, 지역민의 기본권 보장도 힘들다.부디 돈주머니를 움켜쥔 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재정분권화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운용과 소득재분배 효과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을 상기하길 바라본다. 그래서 언젠가는 여의도의 가을이 지금과는 완연하게 달라져 있기를 바란다.

2020-12-01 15:17:52

[취재현장] 헌신짝 된 신뢰와 약속

[취재현장] 헌신짝 된 신뢰와 약속

지금 대구경북이 들끓고 있다. 신뢰와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이다. 정부와 여당이 2016년 6월 정부 용역으로 결정된것을 일방적으로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면서다.2014년 10월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경남 창원에서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 입지 선정을 비롯한 모든 절차는 국가 발전과 경제적 논리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입지 선정은 정부 용역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이는 앞서 2005년 10월 영남권 5개 시·도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관문 공항(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을 정부에 공동으로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를 두고 극심한 입지 선정 진통을 겪은 끝에 얻은 상생의 마침표였다.포항에서도 헌신짝 신세가 된 신뢰와 약속이 있다. 2004년 12월 9일 열린 포항시의회 속기록엔 당시 한 시의원이 현재 공원 해제(포항시는 중복 결정이라고 표현)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남구 옥명공원에 대한 시정질문이 나온다.해당 시의원은 먼저 "옥명공원은 환경오염을 저감하는 완충 녹지대 역할을 하는 오천 주거지역과 공단 주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원이다. 동양에코가 약 40만 평 중 약 3만3천 평 정도를 2003년 3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포항시가 매입해야 하는데 동양에코에 포항시가 매입 협조 공문을 발송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이어 "동양에코가 매입한 공원 부지를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확장해 주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가. 동양에코가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도시계획시설 변경 요구를 해오면 변경해 줄 것인지,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동양에코가 매입한 부지를 포항시가 다시 매입할 것인지를 답변해 달라"고 했다.이에 당시 포항시 도시건설국장은 "옥명리 소재 일부 토지에 침출수 및 악취 발생 등 민원이 발생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토지 매입·보상을 하라는 시정권고에 따라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 매입은 불가능하니 공원 해제를 검토하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답했다.또 "해제를 검토한 바 있으나 옥명공원은 공단 인접로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을 저감시키는 완충 녹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공원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양에코와 시가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결과 적극적인 민원 해결 차원으로 동양에코에서 민원 토지를 우선 매입하기로 협의했다"고 덧붙였다.특히 도시건설국장은 "동양에코에서 매입한 공원 부지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공원 부지를 산업폐기물매립장 부지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할 계획도 없다. 추후 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해 동양에코에서 매입한 토지를 재매입해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현재 포항시는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 않았고, 동양에코(현 네이처이앤티)가 소유한 옥명공원 부지를 최근 폐기물처리시설로 도시계획변경을 해버렸다. 네이처이앤티는 현재 운영 중인 매립장 내 일부 공구의 안정화를 명분으로 옥명공원 부지를 활용한 폐기물매립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정부나 행정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핵심적인 덕목이다. 신뢰와 약속을 저버린 정부와 행정이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견제할 장치가 무력화된다면 이는 해당 체제의 후진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수년 전 한 고위 공무원의 '국민 개·돼지 망언'이 떠오른다.

2020-11-24 15:10:06

[취재현장] 라이브 커머스에 담긴 진심

[취재현장] 라이브 커머스에 담긴 진심

라이브 커머스가 장기 불황에 휩싸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새로운 판로로 급부상하고 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라이브 커머스는 최근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구 지역 유통업계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역 유통가는 "아직 초기 단계라 효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유통업의 새 모델로 라이브 커머스에 기대를 거는 것이 사실이다.최근 대구 지역 유통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지난달 '전국 1호' 매장이었던 홈플러스 대구점이 폐점을 확정한 다음 날 개점 3년이 채 안 된 롯데마트 칠성점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 부동산 인터넷 카페에는 대구경북의 다른 대형마트도 곧 폐점할 것이란 글이 올라온다.대형마트가 사라진 곳에는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유력시되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가 예전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대형마트의 잇따른 폐점은 자본이익의 논리 앞에 비껴 가기 힘든 변화다.그러나 모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 남은 매장들은 줄어든 손님 수와 매출을 만회할 방법을 찾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됐다. 그중 하나가 라이브 커머스다.스마트폰은 라이브 커머스와 뗄 수 없는 존재다.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에서 소비자는 끊임없이 상품에 대해 질문하고 진행자와 소통한다. 추운 겨울 따뜻한 전기장판 안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백화점을 찾은 것과 똑같이 쇼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인간) 시대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 됐다.시장 초기 단계라 정확한 국내 통계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을 중심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활성화된 중국의 경우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90억위안(약 3조2천억원)에서 올해 9천610억위안(약 165조원)으로 무려 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인상 깊은 점은 지역 유통업계가 라이브 커머스를 대하는 자세다.기자는 최근 대구백화점이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현장을 찾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방송일 것'이라는 생각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깨졌다. 대구백화점 직원들과 브랜드 매니저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고 치열하게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고 긴장감마저 흘렀다. 몇 번이나 다시 고쳐 읽었는지 미리 준비한 대본에는 빽빽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이날 방송에 출연한 한 브랜드 관계자는 "이런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오늘 방송을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준비했다"며 열의를 불태웠다.이 관계자의 짧은 말 속에는 그간 오프라인 수익만으로는 매장을 꾸려나가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준비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어쩌면 지푸라기는 질긴 동아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라이브 커머스 성공을 위한 단 한 가지 요건을 꼽으라면 소비자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가 소비자를 기만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되풀이하지만 않는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위기에 처한 유통업계의 구세주가 되지 않을까.

2020-11-10 14:59:20

[취재현장] 균형발전을 덮은 균형발전

[취재현장] 균형발전을 덮은 균형발전

세종시 집값 급등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 상승률에 1년 만에 2배 뛴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땅값도 들썩인다. 올 3분기 전국 땅값이 0.95% 상승한 가운데 세종시(4.59%)가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세종시 집값·땅값에 불을 붙인 것은 여당에서 지난 7월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16년 만에 재점화하면서부터다.갑작스러운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터지자 야권에선 즉각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3기 신도시 조성,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신규 택지 발굴 등 수도권 중심 정책을 추진해오던 문재인 정부의 그간 행보와 달랐기에 이러한 비판이 나올 여지를 만든 측면도 있다.당장이라도 큰 변화가 생길 것만 같던 기대감과 달리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여야 이견으로 합의가 어려워지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잡기는커녕 세종시 집값까지 쏘아 올렸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실행력이 뒤따라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균형 뉴딜'도 이슈다. 문 대통령이 "지역균형 뉴딜은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이다. 국가 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며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고, 당정에서도 의지를 피력하면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그러나 지역 일각에서는 묘한 기시감에 회의적인 시각이 숙지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이 지역균형 뉴딜로 국가균형발전의 무게 중심을 급격히 옮기면서 상대적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물론 공공기관 2차 이전도 관심에서 현저히 멀어지는 모습이라서다.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시 차원의 사전 작업은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정부 방침이나 가이드라인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갈등과 정치적 리스크가 불가피한 공공기관 2차 이전 추진을 또 미루기 위해 지역균형 뉴딜을 우선적으로 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9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위한 불씨를 지핀 지 2년이 지났다. 4·15 총선 전엔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규모에 대한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공공기관 2차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기조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반가량 남은 시점에서 수도권의 인구 유입은 가속화되면서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수도권 집중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한 것이 눈앞에 놓인 현실이다.균형발전이 '하는 척'하는 구호로 전락해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고, 마땅히 담겨야 하는 고민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균형발전은 진정한 고민 없이 불쑥 내뱉었다 잠시 내버려 둘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말이 있다. 대형 이슈가 생기면 그전에 불거진 이슈는 점점 눈 밖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이번에도 말로만 끝난다면 '이슈를 이슈로 덮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아니다. '균형발전을 균형발전으로 덮었다'는 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2020-11-03 15:28:46

[취재현장] 환경부는 주민의 뜻을 담은 재논의를 시작하라

[취재현장] 환경부는 주민의 뜻을 담은 재논의를 시작하라

환경부의 경북 영주댐 방류 결정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준공 4년 만에 어렵게 가둬둔 영주댐의 물을 환경부가 영주댐협의체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여 방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환경부는 무려 1조1천3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영주댐의 운영 및 처리 문제에 지역사회의 뜻을 눈곱만큼도 반영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주시민들은 환경부의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시민들은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영주상공회의소 등 뜻을 같이하는 3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수장을 각오하고 천막 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낮에는 사회단체 회원들이, 밤에는 영주댐 인근 주민들이 영주댐 하류 500m 지점에 쳐 놓은 천막에서 불침번을 서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영주시 평은면 용혈리는 예년 같으면 농작물 수확으로 한창 바빠야 할 산골마을이다. 이곳에는 지난 10일부터 천막 농성장이 들어섰고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손에 피켓을 든 시민들과 스피커의 고음이 멈추지 않아 대도시 시위 현장을 방불케 한다. 농경지에 있어야 할 농기계들은 하천 모래톱에 자리를 잡았고, 몰려드는 취재진과 응원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경북도지사와 영주시장,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관변·사회단체장, 노인회 회원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영주댐 방류 저지에 나섰다. 이들은 불침번을 서는 주민들과 함께 밤을 꼬박 새우는가 하면 간식과 생수, 모닥불 장작까지 제공하며 농성 중인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이런 갈등은 환경부가 자초한 것이다. 환경부는 댐 철거 등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댐에 물을 담수한 뒤 댐 안전성과 녹조 문제 등을 검증, 그 데이터를 활용해 철거와 존속 문제를 결론짓기로 하고 지역 주민과 교수, 환경단체, 관련 기관,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18명으로 영주댐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 협의체의 결정을 받아들여 영주댐 방류를 최종 결정했다.하지만 이 협의체의 영주댐 조기담수추진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은 모두 타 지역 사람이다. 영주지역 시민단체도 없다. 영주댐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정작 영주시민은 배제된 셈이다.그래서 영주댐 방류 결정은 횡포에 가깝다. 영주댐 건설로 생활 터전을 잃고 엄청난 환경 변화를 겪은 지역민들의 의사가 묵살된 방류 결정은 결국 영주시민들을 물속에 수장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개인이 집을 짓다가도 잘못되면 보수하거나 수리를 한다. 1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영주댐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지난 17일 영주댐 방류 저지 농성장을 방문한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국장과 박창근 영주댐협의체 소위원회 위원장은 "지역민의 의견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방류 계획을 재검토하겠다. 댐 방류에 따른 영주댐 주변 피해 실태 및 현황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영주시는 20일 환경부에 자료를 제출했다.이제 환경부가 답할 차례다. 환경부는 즉각 방류 결정을 철회하고, 영주시민들과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 "1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국책사업을 물거품으로 되돌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한 자치단체장의 성토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호반의 도시 영주를 가꾸고 관리하는 것은 환경부가 아니라 영주시민의 몫이다.

2020-10-27 15:11:31

[취재현장] 저상버스 리프트를 본 적 있나요?

[취재현장] 저상버스 리프트를 본 적 있나요?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버스는 친근한 교통수단이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남녀노소 부담 없이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여타 대중교통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버스도 낯설어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지난 13일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장애인 활동가와 저상버스 탑승 동행 취재에 나섰다.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그는 리프트(발판)를 타고 버스에 올랐다. 이윽고 버스기사가 다른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접이식 의자를 접었다. 바닥에는 휠체어를 고정해주는 장치가 있었다. 그의 전동휠체어가 고정 장치에 부착되고 나서야 버스는 출발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게 기자에게는 낯선 장면이었다. 이전까지 전동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휠체어 이동을 위한 리프트가 사용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실제로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업계 관계자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도 "저상버스를 타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극히 드물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비록 저상버스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수는 결코 극소수가 아니다. 지난 2019년 기준 대구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12만5천485명으로, 이 중 휠체어 등 이동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지체장애인은 5만2천682명이다.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저상버스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이들의 탑승을 가로막는 두 개의 장벽 때문이었다.첫 번째는 심리적 장벽이다. 리프트를 내리고 휠체어를 버스에 고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버스기사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3, 4분 정도 걸린다. 문제는 이러한 기다림을 참지 못한 채 짜증을 내는 일부 승객들이다. 이들의 짜증은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탑승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자 어떤 승객이 '뭐하러 나왔느냐'는 핀잔을 줬다. 그걸 들은 이후 내가 버스 타는 것 자체가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자 그는 아예 저상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물리적 장벽도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을 낮추는 주된 이유다. 대구시내 저상버스 인프라 자체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10월 기준 대구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37%다. 전국 보급률(28.4%)을 웃돌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부족한 수치다. 지나가는 버스 3대 중 2대는 장애인이 탈 수 없는 것이다.장애인들이 버스를 한 번 놓치면 다음 버스까지 길게는 2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부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기약 없이 저상버스를 기다리느니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할 정도다.그러나 대구시의 저상버스 보급 사업의 전망은 다소 어둡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애초 목표의 절반도 채 안 되는 13대만 도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저상버스 보급 사업이 원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교통약자의 이동권 개선을 위해 도입한 저상버스를 정작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런 현상이 고착되면 그간 대구시의 노력도 전시를 위한 예산 낭비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으로 저상버스 탑승 장벽을 허물 때 우리는 비로소 장애인들과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2020-10-21 06:30:00

[취재현장] 대기업 중고차, 공정경쟁 담보돼야

[취재현장] 대기업 중고차, 공정경쟁 담보돼야

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움직임을 두고 관련 논란이 뜨거워지는 모양새다.중고차매매업은 2013년 정부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으로 대기업 진출이 막혔으나 지난해 시효가 끝나 울타리가 사라졌다. 현대차나 쏘카 같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려 하고 있다.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중고차'를 판매해 소비자 편익을 재고하고 중고차 시장의 병폐로부터 안전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자사 중고차 가격 하락을 막아주고 있다고도 지적한다.소비자들도 대체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반기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1.6%가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입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23.1%에 그쳤다.이 같은 응답에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위, 미끼 매물이나 침수, 사고 차량의 정상 매물 둔갑 등에 대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생소하지 않다.반면 관련 취재에서 만난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대다수의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양질의 중고차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에 서운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중고차 시장 소비자 민원 발생률은 신차 시장에 견줘 봐도 결코 나쁘지 않은데 일부 문제 사례가 대기업의 시장 진출 논리로 활용되는 게 억울하다는 것.소비자 인식은 차치하고서도,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현재 시장구조에서 대기업과 기존 소상공인의 공정한 경쟁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었다. 특히 완성차 업체 진출은 일반적인 대기업의 시장 진출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 체인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품질 정비 서비스, 차량 품질 인증, 신차 판매와 연계한 판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소비자 대다수가 신차 판매점에서 중고차를 처분하는 관행도 불공정 경쟁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은 이미 신차 영업점 판매사원들로부터 중고차를 확보하기 위해 '영업'을 해야 좋은 매물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들이 직접 중고차 사업을 한다면 좋은 매물을 독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국 내 국산 브랜드 승용차 시장점유율이 80%를 넘나드는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해 외국산 차 브랜드에 비해 '가격 방어'가 되지 않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중고차 업계 또한 신차 구매자가 기존 차량을 처분할 수 있게 해주면서 완성차 업체가 계속해서 새 차를 팔 수 있게 도왔는데, 큰 틀에서 보면 동료인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완성차 업계가 야속하다는 심정도 털어놨다.이처럼 중고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밝힌 대기업에 중고차매매사업자단체와의 상생협약과 관련한 의견 추가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소상공인이라 해서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절대 선도 아니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신규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아야 할 당위성도 없다.다만 기존 사업자들이 적어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보장돼야 한다. 정부가 적절한 소상공인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완성차 업계도 기존 사업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상생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10-13 14:15:07

[취재현장] 품격있는 국감을 기대하며…

[취재현장] 품격있는 국감을 기대하며…

지난달 15일 오후와 16일, 국회 의원회관을 다니며 취재원을 만나던 중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일부 취재원이 15일 오전에 있었던 같은 일을 두고 공히 힐난해서다. 그 일을 되짚어 본다.그날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이 국회를 방문했다. 그리고 대구시 공직자와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 6명을 잇달아 만났다. 장상수 의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정부 예산안에서 빠진 현안 사업이 애초 대구시가 요구한 원안대로 확보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줄 것"을 건의했다.이 발걸음은 환영받지 못했다. 한 국회의원은 장 의장 면전에 "의장님, 오늘 사진 찍으러 오신 거잖아요"라고 면박을 주며 축객하는 듯했다. 한 취재원도 기자에게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이라고 애써 이해해 보려 하지만 대구시 예산을 심의·결의하는 기관의 수장이 대구시 국비를 부탁하고 다녀서야 '집행부 2중대'라는 소리를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 이야기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격'(格)의 문제이다. 격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을 앞에서 혹은 뒤에서 표현한 것이다.그렇다면 한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를 살피는 국회는 어떤가. 장 의장을 꼬집을 정도의 격을 갖췄을까. 그 답은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자가 국회에 첫발을 들였던 날부터 매해 국정감사는 막말·의혹 제기만 난무했지 민생과 국정은 없었다.시계를 가까운 1년 전으로 돌려보면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던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 감사 때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지×, 또×× 같은 ××들"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혁신처 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 너 뭐라고 이야기했어.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는 반말과 고성이 섞인 설전을 벌였다.심지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게 "웃기고 앉았네. ×신 같은 게"라고 해 욕설 논란을 일으켰다. 이튿날에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전날 일을 언급하며 "상임위에서 말이야. ×신이라고 하고 창피해 창피"라고 말하며 다시 막말 논란을 불렀다.오죽했으면 지난해 국정감사가 한창일 때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5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도 모자란데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푸념했을까.흔히 정치를 두고 '말로 하는 행위예술'이라고 하며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고 한다. 사람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이며, 이처럼 분출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말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말을 잘 다루는 정치인에게는 "품격 있다"며 '백봉신사상'을 주는 등 높이 평가한다. 이때 '격'과 함께 쓰이는 한자 '품'(品)은 '입 구'(口) 세 개가 모인 조어이다. 말에서 인격을 알 수 있다는 뜻일 게다.올해 국정감사는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숨진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관련 위증 논란으로 '사생결단 국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부디 여의도 정치권이 이번에는 지방의회 의장의 격을 따졌던 그대로 격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상대의 작은 허물을 거친 말로 공격하는 것은 내 인격의 천박함을 드러낼 뿐이다.

2020-10-06 10:16:14

[취재현장] 현장 목소리 빠진 '언어재활' 급여화

[취재현장] 현장 목소리 빠진 '언어재활' 급여화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아 김건우(13) 군은 전국 병원을 떠돌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2살 때 장애를 얻은 뒤 11년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권 후보 시절, 김 군을 앞에 두고 약속했다. 재활을 받으러 전국을 떠돌아다니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다.김 군처럼 병원을 옮겨다니는 아이들을 '어린이 재활 난민'이라고 부른다. 재활을 받을 어린이병원이 국내에 충분치 않아 이런 아이들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영 중인 민간 어린이재활병원은 1곳. 일본이 200곳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보건복지부가 다음 달 추진 예정인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은 '어린이 재활 난민'을 막기 위한 사업이다. 장애아동이 가까운 곳에서 전문 재활 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다. 강원, 경북, 경남,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지역이 대상이다.하지만 정작 장애아동 부모들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 재활 난민' 문제가 더 커질까 하는 우려다.이 사업이 추진되면 그동안 비급여 항목이었던 인지언어기능검사와 1대1 언어재활 등에 건강보험이 2년간 시범 적용된다. 시범 적용 뒤에는 이 항목들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재검토된다. 문제는 향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재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접근성 부족'을 걱정하는 이유다. 기존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사용할 때보다 언어재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까운 언어재활제공기관에서 언어재활을 받지 못하고 대학병원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곧잘 사용하고 있던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사업 내용과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가 중복되는 탓이다. 이미 10여 년 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9년 정부는 재활치료 지원을 확대한다면서 장애아동 물리·작업치료를 바우처 혜택에서 제외했다.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이 대도시에 몰렸던 탓에 시간과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지역 아동들도 있었다.언어재활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수의 의료기관에서 언어재활을 진행하게 되면 대형병원 시스템에 따라 상담 시간이 줄고 대기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이런 엇박자는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당장 부모들은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등 기존에 장애아동이 이용해 온 언어재활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우려가 있어 반발이 큰 것이다. 굴러들어온 돌이 잘 자리 잡힌 돌을 빼낸다는 것이다.올해 기준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이용하는 장애아동은 대구가 1만5천969명, 경북이 7천859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바우처를 이용해 평균 주 2회, 1회당 50분씩 언어재활 서비스를 받는다. 현재 대구경북에서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언어재활제공기관 또한 각각 167곳, 144곳에 달한다. 하지만 향후 건강보험이 적용돼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언어재활 서비스를 받게 되면 이후에는 각각 20여 곳, 10여 곳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어린이 재활의료기관을 만들어 재활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취지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번 시범 사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책 당사자격인 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시범 사업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어린이 재활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장애아동 부모들의 우려를 덜 만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0-09-23 06:30:00

[취재현장] 셧다운 일상화된 국회

[취재현장] 셧다운 일상화된 국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긴급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오니 출입기자분들은 즉시 퇴거하여 주시길 바랍니다."코로나19가 여의도 국회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국회 내 확진자 발생으로 올 들어서 총 4번의 '셧다운'이 발생했고, 그 가운데 3번이 최근 보름 새 이뤄졌다. 확진자도 외부인(1명)에서 보좌진(1명), 출입기자(2명) 등으로 그 범위가 확산하는 형국이다.확진자 발생 시 그의 모든 동선이 공개되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즉각 검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도 예외일 순 없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려 4번의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기자실이 있는 소통관은 '절반 근무'가 일상화돼 분위기가 황량하기까지 하다. 국회사무처가 지난달부터 단계별 거리두기에 따라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현 2단계(2.5단계 포함) 상황에선 언론사별 출입 인원을 30~50%로 축소 권고하고 있는데,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이를 70%까지 올리거나 아예 출입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의원회관 역시 보좌진 재택근무 지침에 따라 한산한 모습이다.일부 의원실은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일상적으로 의원회관을 찾아야만 하는 기자들 사이에선 "눈치 보여서 의원실에 갈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의원회관에서 하루 수십 차례 열리던 각종 토론회도 모두 순연되거나 취소되는 중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원천 배제하기 위해 의원회관 및 소통관 내 라운지에선 의자들이 전부 치워져 창고에 쌓이고 있다.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국회 의사일정은 연기되기 일쑤다.지난 7일에는 국회 본회의 도중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 출입기자 한 분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알리며 의원들에게 동선 최소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본회의는 어수선하게 산회가 선포됐다.당연히 국회 취재에도 제한이 걸렸다. 본회의 및 각종 상임위는 풀 취재(합동 취재)로 운영되고 있지만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기자단 협의를 통해 소수의 대표 취재진을 구성,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식이다.하지만 비공식 브리핑인 이른바 '백브리핑'마저 풀 취재로 운영되자 독자의 가려움을 긁어줄 송곳 같은 질문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당장 10일 예정된 박병석 국회의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도 화상 방식으로 열린다. 입법부 수장의 기자간담회에도 단 16명의 취재기자가 그것도 '선착순' 방식으로 비대면 질문권을 가진다는 데 대해 언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9월 정기국회가 이제 막 시작했고 곧이어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회 의사일정은 켜켜이 쌓여 있다. 국회는 원격 회의·표결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비대면 방식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특히 21대 국회는 여대야소 국면에다가 상임위원장 전(全) 석을 여권이 석권한 탓에 만약 원격 방식까지 더해진다면 입법 폭주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뉴노멀' 국회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입법부의 기능도 정상화시킬 묘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2020-09-08 14:56:43

[취재현장] 뒷맛 개운치 않은 지진특별법 시행령

[취재현장] 뒷맛 개운치 않은 지진특별법 시행령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논란이 '피해구제 비율 80%'로 일단락됐다. 뒷맛은 개운치 않지만 포항지진 그날 이후를 돌아보자.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경북 포항에서 촉발지진이 난 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기자는 포항 남구 상대동 매일신문 동부본부빌딩 7층(총 8층) 사무실에서 공포를 경험했다.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이후로 포항에선 2019년 8월까지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모두 100여 차례 발생한 것으로 기상청은 발표했다.행정안전부의 2017 포항지진 백서에 따르면 포항촉발지진으로 100여 명이 부상당했고 1천6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상가 등 3만3천여 곳과 공공시설 317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한국은행 포항본부는 2018년 5월 포항지진 피해를 자산 손실액 2천566억원, 간접 피해액 757억원 등 총 3천323억원으로 분석했다. 2018년 1월 정부가 최종 집계한 피해액 672억원의 5배에 가까운 규모다.지진 원인을 밝히고 보니 2010년부터 시작된 포항 북구 흥해읍의 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 때문이었다. 다행히 포항은 지진 도시의 오명을 벗었다. 올해 4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선 정부의 위법 부당한 귀책사유 20건이 확인되기도 했다. 포항은 하지만 차분하게 지진 피해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해 지진특별법을 이끌어냈다.'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포항지진특별법) 제1조와 2조에는 "포항지진이란 (중략)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열발전사업으로 촉발된 지진을 말한다"고 돼 있다. 같은 법 14조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을 지급한다"라고 명시했다.포항지진특별법의 조항만 읽고 나면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의 지진 피해구제 비율 제한을 두고 벌인 몇 개월의 논란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시행령의 피해 지원 한도 70%도 당초에는 60%부터 출발했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정부는 못 이기는 척하고 70%로 하고 계속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정부는 포항이 가만히 있을 경우 그대로 밀어붙이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포항 정치권과 시민들 그리고 경북도, 포항시가 100% 요구를 하며 펄펄 뛰자 시행령 시행 열흘을 앞두고 정부는 80%안을 들이밀었다. 나머지는 경북도, 포항시가 부담하라는 것이었다.더 이상의 반발은 실리적으로 이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완강하던 범시민지진대책위원회도, 포항시도 이를 수용했다. 포항 시민단체 관계자는 "돌아보면 정부의 행태는 어쩌면 흥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포항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은 좀 과할지 모르지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포항촉발지진 1년 뒤인 2018년 10월 경북 영덕에 태풍 콩레이가 물폭탄을 퍼부었다. 며칠 뒤 매일신문에 잠정 피해액이 보도되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언론 플레이 하느냐"며 영덕군을 질책했다.행안부의 질책과 관련된 보도가 나가자 이번에는 발설자를 찾는다며 영덕군을 들들 볶았다. 재난 피해는 매뉴얼에 따라 조사하고 집계하고 검증한다. 언론 플레이 한다고 피해 액수가 늘지도 않는데 말이다.지방정부를 대하는 중앙정부의 행태는 아직도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재난 상황에서조차 고압적이거나 시혜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20-08-25 15:12:39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