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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위대한 국민을 타락시키는 文정권의 사악함

[세풍] 위대한 국민을 타락시키는 文정권의 사악함

2020년 새해가 밝았지만 기대·희망보다 걱정·절망이 앞선다.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암담하고, 미증유(未曾有)의 이 위기를 헤쳐나갈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몰려온다.지난 100년 대한민국은 기적의 역사를 창출(創出)했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에서 477배가 늘어난 3만2천달러의 부유한 나라가 됐다. 일제 강점, 전쟁, 가난에 고통받던 나라가 세계 12위 경제 대국에 자유민주국가로 탈바꿈했다. 유례가 없는 기적을 만들어낸 이 나라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기적의 역사를 일궈낸 원동력 두 가지는 탁월한 국가지도자와 위대한 국민이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가진 국가지도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고, 모든 국민이 똘똘 뭉쳐 성과를 내려고 매진((邁進)했다. 국가지도자와 국민, 이 둘이 절묘하게 조합(組合)을 이뤄 피와 땀을 흘린 덕분에 오늘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세계가 부러워했던' 이 나라가 더 웅비(雄飛)하지 못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대한민국을 흥(興)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국가의 리더인 대통령은 탁월함을 갖추지 못했고, 국민은 위대함을 잃어가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다. 그러나 2년 반이 넘도록 미래가 아닌 과거로 역주행(逆走行)하며 재앙에 가까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국민에게 안겨줬을 뿐이다. 문 대통령에게서 어떤 탁월함을 찾을 수 있나. 탁월한 국가지도자를 갖지 못한 나라는 번영할 수 없다.지난 2년 반 동안 문 정권이 저지른 가장 나쁜 행위는 위대한 국민을 저열(低劣)한 존재로 타락시킨 것이다. 온갖 명목의 선심성 현금 뿌리기로 국민을 '바보' '등신'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현금을 쥐여주는 국민이 1천200만 명이나 된다. 올해만 해도 769만 명에게 17조원의 기초연금, 세금 알바에 26조원 등 끝이 없다. 현금 복지 종류만 2천 종에 육박하다 보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좌파 정권 연장을 위한 정권의 매표(買票)로 말미암아 국민은 갈수록 위대함을 잃어가고 있다. 근면 대신 나태, 자조(自助) 대신 국가 의존, 협동(協同) 대신 반목과 분열이 국민 사이에 똬리를 틀고 말았다.나라에서 현금을 쥐여주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돈이라는 것이다. 달콤하다고 설탕물을 마구 들이켜서는 몸이 망가지는 것처럼 도를 넘은 현금 뿌리기는 나라를 망칠 수밖에 없다.더욱이 이런 사실을 정권이 잘 알면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현금을 뿌리고, 그 결과 국가 발전 원동력인 국민을 타락시킨다면 국가 기반을 무너뜨리는 죄(罪)를 짓는 것이다. 남미 여러 나라처럼 국가에 의존하는 국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권 연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사악(邪惡) 그 자체다.우리 국민은 역사의 격랑마다 지렛대 역할을 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4월 총선은 돈으로 국민을 구워삶아 선거 승리를 노리는 정권과 위대함을 지키려는 국민의 한판 대결이다. 국민이 정권의 포퓰리즘 유혹에 넘어가 망국의 길로 향할 것이냐, 국민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이 나라가 다시 흥할 기회를 잡느냐. 위대한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2020-01-06 19:04:40

[세풍] 작은 연못 붕어 두 마리

[세풍] 작은 연못 붕어 두 마리

세밑이다. 달력의 숫자가 바뀔 무렵이면 사람들은 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두드러질 게 없는 하루하루의 복제였든 오래 기억될 시간의 연속이었든 그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날이 그날이어도 삶에서 한 단락을 지으며 앞날에 희망을 걸고 기대를 얹어보는 순간만큼은 특별해서다.아무런 근심과 걱정 없이 1년을 보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평온한 일상보다는 삶에 쫓기고 상대적 박탈감에 짓눌려 무거운 마음으로 1년을 버텨온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개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도 마찬가지다. 2019년을 돌이켜 볼 때 긍정보다는 부정의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 혼란한 정치와 외교안보, 활기를 잃은 경제, 분열된 사회로 인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더 크다.무엇보다 끝 모를 정쟁에다 집권 세력의 독주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 정치 문화에서 화합과 조화, 균형과 견제의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지난 1년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은 실망을 넘어 절망의 문턱도 넘어선 느낌이다. 한국 정치는 그동안 상대의 어깨와 손을 맞잡고 리듬에 맞춰 경쾌하게 돌아가는 왈츠 무대를 연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치 불길에라도 덴 듯 질겁하며 상대의 손을 뿌리치고 거친 언어로 상대 속을 후벼 파는 '동물 정치'의 유전자만 발현했다.집권당과 죽이 맞은 군소정당들이 '4+1 협의체'라는 기형의 코끼리를 만들어내 입법 기능을 장악하고 제1야당에 물을 먹인 것은 2019년 한국 정치의 지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 분쇄기에 선거법이 가루가 됐고 공수처법까지 말려 들어간 형국이다. 나라와 국민이야 어떻게 되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보가 아니라면 도저히 해석하기 어려운 사건의 연속이다. 게다가 조국 사태를 비롯해 갖가지 권력형 비리 의혹과 뭉개기는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마저 온통 헝클어 놓았다.이런 사이 정책이 뒤틀리고 제도는 방향을 잃었으며 심지어 입법의 현실까지 왜곡되는 '정치 독주판'이 펼쳐졌다. 그런데 브레이크 없는 독주와 독단은 그 끝을 보게 마련이다. 독주의 끝에 펼쳐지는 충돌의 잔해는 예상을 뛰어넘고 그로 인한 공포감은 인내심의 경계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에게 "잠시 섭섭해도 멀어질 수 없는 관계"라며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불편한 관계보다는 서로 협조해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이익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그렇다면 우리 안에서는 그런 말이 왜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또한 씨알도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여야는 이웃이 아니라 불구대천의 원수인가.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의 많고 적음이나 정적 관계를 떠나 여야는 똑같이 대한민국과 5천만 국민의 정당이자 국민의 기관이다. 여든 야든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오산이자 착각이다.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대립과 반목의 어두운 시간을 끝내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를 희망한다. 김민기의 '작은 연못' 노랫말처럼 서로 싸우다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연못 속에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쪽이 밉다고 썩었다고 숨통을 조이면 나는 온전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것이 연못을 살리고 나도 사는 길이다. 독주와 독단은 이제 끝내야 한다.

2019-12-30 20:20:18

[세풍] 아리랑 고개는 아무나 넘어가나

[세풍] 아리랑 고개는 아무나 넘어가나

어린아이와 부녀자까지 함께한 일행이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로 향하는 망명길은 혹독한 여정이었다. 난생 처음 접하는 북방의 겨울바람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모진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며 황량한 만주벌판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린 것은 나라 잃은 서러움이었다. 우리 민족 사상 유례없는 험난한 아리랑 고개였다. 기약 없는 아리랑 고개였다.110년 전 경술국치를 당하자 안동 명문가의 주손인 백하 김대락과 석주 이상룡은 66세와 53세의 노구를 이끌고 만주로 집단망명을 결행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정월이었다. 전대미문의 아리랑 고개. 멀고도 험난한 형극의 길이었다.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기울어 가던 구한말, 경북의 올곧은 선비들은 그렇게 아리랑 고개를 넘었다.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집안의 명운과 가족의 생사까지 내던지며 모진 아리랑 고개를 넘었다. 가진 것들을 누리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 될 나이였지만, 국권과 자존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사즉생(死卽生)의 길이었다. 당시 지배계급인 양반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다. 학문을 한 선비로서 마땅히 가야 할 실천적 삶이라 여겼다.반세기에 걸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에서 경북인의 항일투쟁은 특별했다. 의병항쟁과 만세운동 그리고 구국계몽과 사회주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친 항쟁이 시종일관 지속된 곳은 경북이 유일했다. 의병을 가장 먼저 일으켰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절자가 나왔다.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인물이 가장 많은 것만으로도 대구경북이 독립운동사에서 가지는 위상을 웅변하고도 남는다.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횃불을 댕긴 곳이요, 광복회를 탄생시켜 의병과 계몽운동의 통합을 이루며 독립군 자금을 확보하고 의열투쟁의 기반을 구축했다. 그것이 3·1운동에서 민주공화정의 요구로 표출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유림단 사건의 본고장으로 만주 독립군기지 건설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의열투쟁과 6·10만세운동의 핵심을 이룬 인물들도 대구경북인이었다.항일 민족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워 올린 이상화와 이육사의 이름 또한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일제에 대한 대구경북인의 저항은 이렇게 격정적이었고 지속적이었으며 그만큼 희생 또한 컸다. 그렇게 견위치명(見危致命)하며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경북의 정신과 실천적 삶이 광복을 이루고 전쟁을 이겨내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 한류의 시대를 연 것이다.파란만장한 겨레의 역사는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고난의 행로였다. 20세기에 들어서만도 망국과 분단과 전쟁과 파산(破産)까지 겪었다. 좌절과 시련의 고개였지만 다시 희망을 안고 넘어야 했던 숙명의 고개이기도 했다. 이제 또 하나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야 한다. 흥망의 분수령이다. 국가의 정체성이 왜곡되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사회의 도덕성이 무너지고 위선과 망발이 난무하고 있다. 지리멸렬한 외교와 안보는 북한의 핵 위협과 욕설만 자초했다. 전례 없는 분열과 갈등을 안고 망국(亡國)열차가 질주하고 있다.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멸사봉공하는 정치인 하나 없다. 사즉생의 결기를 보이는 강단 있는 지도자 하나 없다. 대구경북의 혼은 어디로 갔는가. 2020년 아리랑 고개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말로만 보수를 외치면서 해묵은 탐욕의 보따리만 덕지덕지 껴안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갈 수 있을까.

2019-12-23 19:27:05

[세풍] 개, 돼지 취급 받지 않으려면

[세풍] 개, 돼지 취급 받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권은 '10년 집권'을 꿈꾼다. 그러나 내년 총선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이 그렇다. 경제는 꼬꾸라졌고 대북정책은 파탄났다. 선거 공작과 인사 개입, 태양광 사업 등 각종 이권 개입 의혹이 자아내는 악취는 참으로 고약하다. 여론 조사는 이런 비정(秕政)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지만 그게 실상이 아님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이런 상황에서 정권을 지키려면 무슨 수든 써야 한다. 바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다. 목적이 이렇게 불순하니 내용이 불순한 것은 당연하다. 선거법 개정안은 표심(票心)을 인위적으로 왜곡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공수처법은 정권의 비리를 꼭꼭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개정안의 명분은 소수 정당의 사표(死票) 방지이지만 실제 목적은 '10년 집권'을 위한 범(汎)여권 연합전선의 구축이다. '개정안'은 전문가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내 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려 하지 말고 그냥 표만 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대한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별 의석수를 미리 배분하고, 거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의석수의 절반(이른바 50% 연동)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우선 배분하며, 나머지 절반은 현행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이는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당득표율로 배정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를 더 많이 낸 정당은 '연동'으로 받는 비례대표 의석이 '0', 즉 이 정당의 정당 득표가 대거 사표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지지율보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런 운명을 맞을 수 있다.사표를 막는다면서 더 많은 사표를 구조화하는 모순의 극치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를 지역구 당선자에게까지 확대하려다 보니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생기는 것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비판 그대로다. "전 세계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전무후무하게 희한하고, 두고두고 선거법 개악 사례로 소개되어 대한민국이 웃음거리가 될 선거법 개정안이다."개정안대로면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든다. 이런 '자해'를 하는 이유는 의석수 증가라는 미끼로 군소정당을 꼬드겨 장기집권을 위한 '2중대'로 세운다는 계산에서다. 그런데 민주당이 뒤늦게 '본전 생각'이 났는지 "비례대표 의석수 전체를 줄이자" "연동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도 줄이자"고 나섰다. 그렇게 하면 군소정당 의석수는 기대치보다 적어진다.군소정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4+1 협의'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군소정당에 떡고물을 줘 선거법 처리에 나설 것이다. '10년 집권'을 위한 또 하나의 기둥인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서는 이들과 '야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군소정당을 어떻게 달래든 선거 민주주의의 제도적 파괴이다. 이를 그냥 보고만 있으면 국민은 정말로 개, 돼지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1919년 독일군부의 실세로 왕정주의자인 루덴도르프와 정치학자 막스 베버의 대담은 그 대답이 될 듯하다."인민은 그들이 신뢰하는 지도자를 선출한다. 그다음 그 지도자는 말한다, '지금 당신들은 아무 소리 말고 복종하라. 인민과 정당들이 지도자와 상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베버) "그런 민주주의는 상당히 매력적이다."(루덴도르프) "그런 다음에 인민은 심판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가 잘못한다면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베버)

2019-12-17 06:30:00

[세풍] 대구에 돌고 도는 '착한 돈'

[세풍] 대구에 돌고 도는 '착한 돈'

돈은 돌고 돈다. 몸의 피처럼. 피가 돌아야 하듯이 돈도 금고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돌아야 제 역할을 하리라. 그렇게 돌고 도는 돈 가운데 보수 도시라는 소문의 대구의 돈, 특히 이웃을 돕고 나눔을 위한 대구의 '착한 돈'은 더욱 빛이 난다면 믿을까. 그러나 사실이다. 지난날을 살피면 수긍하리라.먼저 1907년 대구에서 불붙은 국채보상운동이다. 우리가 나랏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처음 깨달았을 때다. 나라 관리와 권력자가 집안 장롱에 부정한 엽전을 재고 있을 당시, 대구 사람은 담배를 끊고 아낀 푼돈을, 부녀자는 비녀와 반지 등 패물에 이르기까지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내놓았고, 이는 전국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다.사상 처음, 당시 1천700만 추정 인구의 1.8%인 31만7천여 명(추정)이 동참한 자발적 거국 모금운동은 이렇게 이뤄졌다. 1907년 1~7월까지 나랏빚(1천300만원)의 1.5%인 20만원(학계)이 모였다. 대구경북은 3만1천520명이 1만7천445원을 모았으니 대구경북인 165만7천여 명(1911년 기준)의 2%가 참여해 모금액의 8.7%(목표 1천300만원의 0.1%)를 채웠다.이런 흐름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운동으로 재연됐다. 4천700만 국민의 7.5%인 351만 명이 나랏빚 1천200억달러의 1.8%인 22억달러 상당의 금 227.5t을 모아 제2국채보상운동으로도 조명됐다. 특히 국채보상운동 전파지 대구에서는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라는 민·관 기구를 통한 자발적 범시민적 나눔운동도 일어났다.무엇보다 이런 나눔운동은 이웃돕기 기부로 번졌다. 매일신문에서 2002년 11월 19일부터 매주 1회, 올 10월 8일까지 16년11개월 853회 연재한 '이웃사랑' 모금이 한국기록원의 신기록 인증을 받은 사례가 그렇다. 성금은 111억5천373만5천384원으로, 매주 130여 명 총 11만4천400명이 기부했으니 대구시민 244만 명의 5%에 가깝다.더 있다. 1998년 발족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모금이다. 26년째 전국 꼴찌 수준의 대구 경제지표(1인당 국내총생산)와 달리 해마다 연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모금회 이웃사랑 성금 접수는 목표 100℃를 초과하기 일쑤였고, 1억원 넘는 기부자도 현재 144호로 서울(277호), 경기(216호), 부산(177호) 다음에 이를 만큼 많다.아울러 대구에는 다른 곳과 달리 얼굴 없는 '키다리 아저씨'와 '키다리 아줌마'도 기부 행렬을 채우고 있다. 2012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8차례 걸쳐 매번 1억2천만원을 전한 아저씨와 2013년 1월부터 매월 10만~44만원까지 한 차례도 빠짐 없이 성금을 모금회에 보낸 청소 아주머니가 자랑스러운 주인공이지만 지금까지도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있다.이렇게 돌고 도는 대구 돈은 대구의 공동체를 구르게 하는 대구만의 소중한 동력이 될 만하다. 이런 기부 문화에 새로운 사례도 생겼다. 7일 달성 서씨 대종회가 35억원에 이르는 600년 역사의 대구 중구 동산동 한옥마을 내 옛 구암서원 터를 대구시민에 내놓은 일이다. 세종 때 현 달성공원을 국가에 바치고 대구 사람의 세금 감면을 바란 옛 조상 서침(徐沈)의 뜻을 이은 후손다운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다.혼란스럽고 힘든 경제 사정 속에 다시 맞은 12월, 세밑이다. 거리 여기저기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고, 공동모금 활동도 이미 시작됐다. 날씨만큼 움츠린 마음이겠지만 늘 그랬듯, 대구의 '선(善)한 돈'은 돌고 돌아 대구의 올겨울도 지낼 만한 따뜻한 곳으로 이끄는 마력을 보이리라 믿는다. 부정적인 평가의 보수 도시 대구에서 돌고 도는 착한 돈은 죄가 없으리라.

2019-12-09 19:11:31

[세풍] 문재인·박근혜 누구 잘못이 더 큰가

[세풍] 문재인·박근혜 누구 잘못이 더 큰가

지난 대선 당시 민주화 운동 대부 장기표 씨가 "박근혜에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서원이 10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그의 예언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권력의 사유화'를 증명하는 게이트들이 쏟아지고 최서원 뺨치는 '문재인 정권의 최서원들'이 속출하고 있다.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은 국가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야당이라면 촛불을 드는 것을 넘어 대통령 탄핵에 나서고도 남았을 것이다.주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의사를 행사하고 표시하는 선거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파괴됐다. 비리 혐의가 명백한 공직자는 청와대 감찰을 무력화시킨 것을 넘어 승승장구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주야장천 부르짖은 공정·정의가 조국 사태에 이어 또다시 시궁창으로 굴러 떨어졌다.검찰 수사가 밝혀야 할 핵심은 두 사건에 등장하는 '뒷배'가 누구냐는 것이다.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의 '아니면 말고 식'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 판세가 뒤집혔다.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절친이다. 자기 담당 업무가 아닌 데도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가져와 경찰에 전달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행동대장'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송 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첩보의 생성·가공, 전달 그리고 경찰 수사 등에 누가 개입했는가를 규명해야 한다.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사건과 관련 "조국 민정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면서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 씨는 유 씨와 일면식이 없었고 처음엔 강하게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2인자'로 꼽히던 민정수석이 거부할 수 없는 누군가의 요구를 받고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유 씨는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한 것은 물론 감찰 이후에도 계속 금품을 받았다. 유 씨는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그의 뒤를 봐준 뒷배가 누구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문 정권의 농단과 적폐, 위선과 불의가 더 심하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정권이기에 국민의 실망이 더 크다. 적폐 청산을 앞세워 전·전전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처벌하면서 뒤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선거 공작으로 의심받는 짓을 저지르고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비리를 덮었다니 놀라울 뿐이다.'맹자'에 연목구어(緣木求魚) 후필재앙(後必災殃)이란 말이 있다. 나무에 올라 고기를 잡는 것과 같은 무모한 일을 하면 후에 반드시 재앙을 받는다는 뜻이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청와대 감찰 중단에서 연목구어를 방불케 하는 턱도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이제 정권을 뒤흔드는 재앙이 됐다.'윤석열 검찰'이 칼을 뽑은 데다 정권이 레임덕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권을 둘러싼 게이트들이 계속 터져 나올 개연성이 크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국정 실패에다 조국 사태에 이은 게이트들에 "이건 나라냐" "2년 반 동안 잘한 게 하나도 없다"는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독서삼매경이다. 정말로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라다.

2019-12-03 06:30:00

[세풍] 공모의 역설, 누가 키우나

[세풍] 공모의 역설, 누가 키우나

요즘 대구 문화예술계의 관심은 문화예술 기관장 공모에 온통 쏠려 있다. 지난달 대구오페라하우스 제4기 대표 선임 절차가 이런저런 루머 속에 마무리된 데 이어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공모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다.대구시는 지난 5년간 자리를 지킨 이형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후임자를 뽑는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0월 12명이 지원한 공모 심사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을 낸 이후 한 달 만에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자 지역 예술인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왜 개방형 직위 공모 때마다 재공모나 3차 공모가 공식처럼 되풀이되느냐는 불만이다.과거에도 비슷한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가 최근 들어 불만의 강도를 크게 높이는 까닭은 10여 년 동안 '적격자 없음→재공모→외지 인사 선임'이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인데 출신지를 떠나 역량 있는 인물을 뽑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지역 문화계 입장에서는 마치 고정 메뉴처럼 굳어진 이런 공모 과정이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지나친 거리두기로 비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쉽게 해소될 수 없을 만큼 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올해 초 마무리된 대구미술관장 공모도 이런 '고정 패턴'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 최승훈 관장 퇴임에 앞서 후임자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선발시험위원회 심사에서 '적격자가 없다'고 결정한 데 이어 8월 재공모에서도 똑같은 결정이 나면서 6개월 넘게 자리를 비워두었다. 해가 바뀌고 올 2월 3차 공모에 들어갔는데 당시 지원자가 무려 24명에 이를 정도로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졌다. 1차 공모 때 7명, 2차 때 1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핵분열 현상이다.결국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이 제4대 대구미술관장에 선임됐다. 2010년 초대 관장을 맡은 김용대에 이어 2대 김선희, 3대 최승훈 관장 등 내리 4대째 외지에서 활동해온 인사들이 선임되자 지역 미술계 불만이 치솟았다. 1, 2차 공모 때 22명의 지원자 중 과연 대구미술관을 이끌어나갈 마땅한 지역 인사가 없었는지 아니면 대구시가 명분쌓기용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술계 내부에서 치열한 자리 경쟁이 벌어지다보니 잡음을 피하기 위해 번거롭게도 재공모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지난달 박인건 전 KBS교향악단 사장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에 선임되자 예술행정 전문가라는 평가와 상관없이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것도 사실이다. 만약 대구콘서트하우스 공모도 같은 수순이라면 문화계 내부의 불만이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데는 무엇보다 지역 문화인들의 잘못이 크다. 자리만 나면 불문곡직 나서고 '내가 아니면 될 사람 있나' 식의 태도도 여전하다.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누가 내정됐다느니 등 군불때기가 난무한다. 자연히 잡음과 구설을 피하려는 반대 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10년 넘게 이를 반복해왔다. 서로 치고받다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 것이다. 대구시도 이제는 너무 원칙만 내세울 게 아니다. 지역 인사를 과감하게 영입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성과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2019-11-25 19:24:16

[세풍] 막춤 유감

[세풍] 막춤 유감

베트남 다낭 여행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 코스가 있다. 다낭에서 30㎞ 떨어진 호이안 투본강에서 경험한 이른바 '바구니배 타기'이다. 마른 야자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 둥근 모양의 바구니배가 2인승 관광 유람선으로 변한 것부터가 신기하다. 고즈넉하던 어촌 마을에 한국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생긴 신풍속도라고 한다.바구니배에 오르기 위해 선착장에 들어서면 벌써 귀에 익은 노래가 진동하는 가운데 여기저기 한국 사람들로 득시글하다. 수상 투어는 야자나무들이 줄지어 선 좁은 물길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배가 넓은 강 한가운데에 이르면 실로 진풍경이 벌어진다. 고성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의 대중가요 리듬을 따라 베트남 뱃사공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곳곳에서 관광객이 합세한 춤판이 벌어지고 1달러짜리 팁이 난무한다. 수상 노래방이 따로 없다. 처음에는 그 분위기가 못마땅했다. '뽕짝' 음악에 '막춤'이라는 품격 없는 광경과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그랬지만, 서양인들의 눈에는 이 광경이 어떻게 비칠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호이안의 대다수 뱃사공들이 라이따이한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어쩐지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막춤 솜씨마저 그리 낯설지 않다 싶었다. 호이안은 베트남전쟁 당시 우리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적군의 아들딸로 태어난 숱한 서러움과 모진 박대를 견뎌내고 라이따이한은 그렇게 아버지 나라 관광객의 발길을 모아 온 마을을 명물 관광코스로 바꿔 놓은 것이다. 베트남 고유의 풍광을 한국인 특유의 이벤트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물론 베트남 정부의 배려와 우리 관광업계의 상술도 작용했을 것이다.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우리 한국 문화의 미래는 막걸리, 막사발, 막춤 등 토박이 문화에 달렸다는 파격적인 담론을 제시한 적이 있다. 우리 문화의 동력과 지정학적 여건에 관한 분석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대륙 문화의 영향권에 속해 있던 한반도는 100년 전부터 해양 문화를 통해 근대화를 추구하고 글로벌화에 성공하면서 오늘의 한류(韓流)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그래서 앞으로의 100년은 대륙 문화도 해양 문화도 아닌 우리의 '막 문화'가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 해답이 바로 '막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상반된 요구를 다 거절할 수 없는 모순적 현실을 토박이 문화로 융합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이 전 장관은 이것을 한자로 쓰면 잡(雜)이 되지만 우리말로 부르면 '막'이라고 했다. 하긴 조선의 막사발이 일본의 국보가 되었고, 한국의 막춤이 오늘날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지 않은가. 싸이의 말춤과 BTS의 몸짓은 노래방과 관광버스에서 벌어지던 그 막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근사하게 평가하면 중국의 대륙 문화에서도 서양의 해양 문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만의 독창성인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한국의 막장 정치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의 우리 정치판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막춤에도 일정한 규칙과 가락이 있는 법인데, 이런 막장 놀음은 처음이다. 안면몰수의 천둥벌거숭이 짓을 거듭하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오히려 고개를 쳐들고 대중을 가르치려 한다.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적 피로와 시름을 달래주는 막걸리 한 사발과 같은 순박한 정치가 그립다.

2019-11-18 19:41:14

[세풍] 대통령이 앞장서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

[세풍] 대통령이 앞장서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

참으로 못 볼 꼬라지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 발사대(TEL)로 쏠 수 있는가를 두고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이 보여준 '봉숭아 학당' 수준의 입씨름 말이다. 문 정권이 연출하는 못 볼 꼬라지가 한둘이랴만 이는 특히 심했다.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했다. 곧바로 서훈 국정원장은 그 반대로 말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뱅뱅 돌았다. 북한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입이라도 맞추지 이게 무슨 민망한 '시추에이션'인가.더 못 볼 꼬라지는 청와대의 '종합'이다. 정 실장의 말과 서 원장의 말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대척(對蹠)이다. 둘 중 한 사람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다. 변증법 용어를 빌리면 정 실장의 말은 정(正), 서 원장의 말은 반(反), 아니면 반대로 서 원장의 말은 정, 정 실장의 말은 반이다. 청와대는 이를 '해석상의 차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은 같은 분석을 하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는 합(合)을 만들어냈다.뱉어낸다고 다 말이 아니다. 북한이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해석'이 아니라 '팩트'의 문제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거다. '해석상의 차이'라는 '해석의 요술'을 아무리 부린들 있는 게 없는 게 되고 없는 게 있는 게 되지 않는다.그 '같은 입장'이란 것도 같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북한은 TEL로 ICBM을 쏠 수 없다'로, 정 실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 청와대 식구라서 그랬나? 서 원장만 딱하게 됐다.그 논리 전개는 이렇다. 'ICBM을 운반하고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이동식 발사인데 북한은 2017년 ICBM인 화성-14, 15형을 TEL로 운반만 하고 바로 세워 쏘지 않았으니 TEL 발사가 아니다. 증명 끝.' '형식논리'의 극치다. TEL로 옮겨 내려서 쏘든 TEL에서 바로 쏘든 모두 이동식 발사다. 미사일을 신속하게 이동해 언제 어디서든 기습발사할 능력을 지녔느냐가 본질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청와대의 '합'이 나오자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이란 인사가 희대의 코미디-이를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면-를 연출했다. 그는 8월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ICBM은 현재 TEL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된 상태"라고 했으나 6일 정보본부 국감에서는 반대로 말했다. 북한의 '능력'이 몇 달 만에 연기처럼 사라진 건가, 아니면 8월에는 심각한 오판을 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똥별'의 생존 본능 발동인가.이런 못 볼 꼬라지의 연원은 알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해 9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약속대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문재인판 지록위마(指鹿爲馬)이다. 동창리 실험장은 말 그대로 실험장이지 발사대가 아니다. 북한이 ICBM을 동창리 실험장에서 쏜 적은 없다. 그러나 정 실장, 청와대, 국방정보본부장은 문의 '어록'을 그대로 따랐다. 진실과 양심과 상식에 대한 모독이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정 실장의 발언을 "입이 떡 벌어지는 거짓말" "완벽한 헛소리"라고 한다.문 대통령의 지록위마는 전방위적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대북 정책, 검찰 개혁 등이 모두 그렇다. 아닌 것을 맞다고 하고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한다. 이에 그 수하(手下)들은 '지당하십니다'라고 '떼창'을 한다. 그 풍경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망해가던 진(秦)의 꼬라지가 이랬다.

2019-11-12 06:30:00

[세풍] 금주령에도 술 마신 까닭은

[세풍] 금주령에도 술 마신 까닭은

조선시대 대구 사람인 서거정은 1486년 67세 삶의 완숙기에 조정 안팎 이야기 등을 모아 엮은 수필집 같은 '필원잡기'(筆苑雜記)에서 나라의 금주령에 얽힌 흥미로운 글을 남겼다. 지금의 감찰 업무와 언론 역할을 했던 대간(臺諫·사헌부와 사간원)의 관원 즉 대관(臺官)이 이를 어기고 예사로 술을 마셔도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간 사례로, 오늘날에도 회자된다."정절공(정갑손·1396~1451)이 대사헌이 되자…조정 기강을 크게 떨쳤다…금주령이 있을 적에는 대관들은 법을 철저히 지켜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간원(諫院)에서는 술 마시기를 예사로 하였다. 하루는 간관(諫官)이 술을 잔에 가득히 부어 가지고 장난으로 장막 틈으로 대장(臺長·사헌부 장령과 지평)에게 보이니, 대장도 장난삼아 소매로 뿌리쳤는데 술잔이 장막 틈으로 떨어져 대사헌 정절공 책상 앞에 굴러갔다. 여러 대장들은 두려워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대리(臺吏)들도 서로 바라만 볼 뿐 감히 그 술잔을 치우지 못하여 이 술잔이 종일 대사헌 앞에 있었다…정절공이 이르기를 '굴러 나온 틈으로 던져주라' 하니 자리에 있는 사람이 모두 그 아량에 탄복하였다…."이 일화는 아래 위 눈치 보지 않고 맡은 바 할 일과 할 말을 하는 언론(대간)의 역할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곤 한다. 조선은 금주령 위반자에게 최고 사형도 내리며 엄히 다스렸다. 이런 엄한 금주령도 대간에게만 너그러웠다. 이는 늘 목숨을 사선(死線)에 내놓고 왕과 고관에게 서슴없이 제 할 일과 할 말을 하는 이들을 배려했음을 드러낸 사례가 됨직하다. 조선은 그랬다.사정이 이러니 이들 존재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연산군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가 왕의 견제를 위해 만든 사간원을 폐지해 언관(言官)의 입을 없앴다. 자신의 잘못을 직언하고 달려드는 신하가 거슬렸을 터이다. 언관의 입을 막고 멋대로 정치를 한 독재로 그는 결국 왕의 자리를 잃었고 죽어서도 왕(王)이 되지 못하고 군(君)에 그친 재앙을 자초한 셈이다.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언로(言路)를 막으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9일로 문 정부 출범 절반을 넘어서지만 언론 정책은 뒷걸음질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그렇다. 이는 기소(공소) 전 형사사건의 혐의 사실과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공소 제기 뒤에도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오보 기자의 법무부 출입도 제한케 했다. 한마디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정부 입맛대로 할 모양이다.12월부터 시행될 법무부 조치는 반정(反正)으로 연산군이 폐위되고 곧바로 사간원이 복구된 사례처럼 아마도 성공보다 실패한, 민주주의 자유 언론의 흐름을 거스르는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언로를 막는다고 될 일도 있겠지만, 알지 못하게 국민의 눈을 가린다고 해도 저절로 알게 되는 수도 또한 있게 마련이다. 진실은 그런 것이고, 하물며 지금은 조선의 왕조와도 다른 때임에랴.무엇보다도 정부가 법의 잣대로 숨기려는 진실을 파헤쳐 언로를 트는 일에 정열과 시간과 땀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금주령을 어기고 술은 마셨지만 할 일과 할 말을 했던 옛 그들처럼 말이다. 게다가 우리 언론은 자유당 시절 대낮 괴한들의 신문사 윤전기 파괴 사건과 1970, 80년대 군사정권 아래의 프레스카드제·기자실 통폐합, 언론사 통폐합 같은 언론 통제의 암흑도 헤쳐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진실을 갈구하는 언론에게 이번 법무부 조치는 자칫 옛 금주령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2019-11-04 20:47:35

[세풍] 모래로 밥을 짓는 문재인 정권

[세풍] 모래로 밥을 짓는 문재인 정권

'밥이 하늘이다'는 명제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먹고사는 문제, 민생(民生)에 실패한 정권은 결국 백성에게 버림을 받았다. 오죽하면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民人以食爲天)"고 했겠는가.이런 까닭에 역대 대통령을 밥솥에 비유한 유머는 촌철살인이다. 이승만은 미국서 돈 빌려 가마솥을 장만했으나 쌀이 없었다. 박정희는 해외에서 돈을 빌려 가마솥에 쌀밥을 해놓았는데 자기는 먹지도 못했다. 전두환은 친척을 불러 모아 밥을 다 먹어버렸다. 노태우는 솥에 남은 밥을 긁어먹었다. 김영삼은 누룽지로 숭늉을 끓이려 불을 지피다가 솥을 통째 태워버렸다. 김대중은 국민 금 판 돈을 모아 새 전기밥솥을 하나 마련했는데 노무현이 코드를 잘못 끼워 전기밥솥이 타버렸다. 이명박은 밥 짓는 기술자라고 소문났으나 가스불에 전기밥솥을 올렸다가 낭패를 봤다. 박근혜는 식모(최순실)에게 밥솥을 맡겼다가 벼락을 맞았다.이 유머가 다시 회자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동참(?)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버전'은 "촛불로 밥을 지으며 기다리라 한다. 밥솥째 김정은에게 넘겨줄까 걱정이다"라는 것이다. 밥 얘기가 나왔으니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원효 스님의 경구(警句)가 있다. "지혜로운 이가 하는 일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어리석은 자가 하는 일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지난 2년 반 동안 쌀로 밥을 짓기는커녕 모래로 밥을 짓는데 국력을 탕진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 현실을 도외시한 경제정책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금방 쌀밥이 나올 것이라며 호도했지만 모래로 밥을 짓는데 쌀밥이 나올 리가 없었다. 국민만 배를 곯게 됐고 대통령·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지경'이 된 남북 관계, 구멍 뚫린 안보, 외톨이 신세 외교 역시 모래로 밥을 지으려다 실패한 사례들이다.조국 사태는 모래로 밥을 짓는 문재인 정권의 실상이 드러난 결정타였다. 본인과 가족 관련 의혹이 쏟아진 조국 씨는 법무부 장관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었다. 모래인 조 씨를 쌀이라고 우기며 검찰 개혁이라는 밥을 짓겠다고 달려들었으니 쌀밥이 나오기는 처음부터 글러 먹었다. '조국 지키기'에 올인하느라 정의와 상식, 윤리는 물론 최소한의 금도(襟度)마저 팽개친 문 대통령과 좌파 인사들의 언행에 국민은 참담했다. 국민 대다수가 모래 밥을 입에 넣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목을 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모래로 밥을 짓는 연장선에 있다. 공수처는 '민변 검찰'로 변질할 우려가 큰 것은 물론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정치 수사기관을 만들어 좌파 독재를 노리는 것이란 비판까지 있다.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공수처는 쌀 아닌 모래일 뿐이어서 쌀밥이 나오기 어렵다.트럼프·아베와 같은 '수준 이하' 인사를 국가 지도자로 선택한 미국·일본을 향해 혀를 찼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조국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증유의 국정 혼란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이 미국·일본보다 낫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자괴감마저 들었다. 조국 사태는 국민에게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 이 나라를 계속 맡겨도 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정권이 계속 모래로 밥을 짓는 한 이 물음에 고개를 젓는 국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2019-10-28 19:17:28

[세풍] 금수저 팔불출

[세풍] 금수저 팔불출

팔불출(八不出)은 함부로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입 밖에 꺼냈다가는 덜 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으니 조심하라는 쓴소리다. 특히 자식 자랑에 침이 마르는 부모를 칠칠치 못하다고 낮춰 보는 대목에 이르면 속이 뜨끔할 정도다.그런데 요즘 팔불출은 그냥 자랑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예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지위나 사회적 관계를 이용해 자식을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으려는 '별종' 부모가 판을 친다는 소리다. 팔불용(八不用)이나 팔불취(八不取)의 말뜻 그대로 조금 모자란다는 소리만 듣는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현대판 팔불출은 더는 웃고 넘길 얼뜨기 짓이 아니다. 입 밖에 내지 않고 교묘하게 일을 벌인다는 점에서 음흉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누려온 것을 대물림하려는 그릇된 욕심이 겉으로 드러나고 사회적 공분을 부른 예가 바로 '조국 사태'다.현대판 팔불출은 '마당발'이 특징이다. 안 건드린 데가 없을 정도로 '스펙'을 과식(過食)한다. 부모가 차려 놓은 의학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여러 군데 봉사활동 다니며 인턴 하느라 곤죽이 될 정도다. 보통 집안의 아이라면 지레 지쳐 손사래를 치지 싶다. 그런데도 조국 교수의 자식은 멀쩡했다. 누가 '돈 많은 부모도 능력'이라며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했듯 스펙 쌓기에도 다 요령이 있다. 부모의 스펙 만들기 능력이 땀 한 방울 안 묻은 마른 수건을 자식에게 쥐여 줄 수 있는 법이다.경북대 일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끼워 넣거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심지어 가족 관계를 숨긴 채 딸을 자신의 전공 대학원에 입학시켜 성적과 논문, 출석 등에 각종 혜택을 준 교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학술대회 보고서에 중학생 아들을 저자로 등재했다가 다른 비위까지 드러나 해임됐다. 교육부가 전국 85개 대학을 조사해보니 2007년 이후 중고교생이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만도 모두 794건이다.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들의 비뚤어진 사고와 저급한 윤리의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소위 '엄빠 찬스'(부모의 지위를 이용한 특혜)는 제 자식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 균등의 원칙을 좀먹는 독(毒)이다. 과거 일부 엘리트층의 부도덕과 탐욕이 국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치명상이 되었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안다.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통령이 입시 제도 개선을 지시하고 여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하겠단다. 여기에 야당은 "고위 공직자 자녀도 포함시키자"며 대립각이다. 설령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기득권층의 의식과 풍토까지 바뀔지는 의문이다.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꾸는 기회를 독점하기 위해 약삭빠르게 머리를 들이밀어온 버릇대로 더 은밀히 위조·변질된 비리가 눈앞에서 벌어질지 누가 또 알겠나. 인성과 교양은 아예 엿 바꿔 먹은 소수 엘리트층이 존재하는 한 달라질 게 많지 않다.독재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윤리와 양심을 내팽개친 채 혼자 벌이는 춤판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부정한 수법으로 남의 몫까지 가로채는 반칙의 처세가 바로 독재다. 국민이 함께 땀 흘려 일궈 놓은 단물을 일부 계층이 독식하는 것은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법과 원칙을 짓밟는 한국의 기득권층은 역사와 사회의 파괴자일 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누려야 만족하려는지.

2019-10-21 19:08:15

[세풍]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세풍]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세계적인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진 한 소녀가 이상한 나라로 여행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 가발 쓴 두꺼비, 신출귀몰하는 고양이 등 허무맹랑한 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눈물의 연못에 빠지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갖가지 사건들과 마주친다.터무니없는 오해에다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일상 사회와는 전혀 상반되는 일들이 한없이 뒤죽박죽 얽히며 이상한 재판에도 참석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까지 매료시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꿈속의 이야기이고 동화일 뿐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도 꿈꾸고 있다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이상한 나라'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그러나 현실과는 영 동떨어진 몽상가적 발상과 발언 그리고 황당무계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 유사성을 부인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나라 안팎의 모든 영역에서 불협화음이 갈수록 높아지며, 벌이는 일마다 뒤틀려 국민들이 탄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사형통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이른바 한반도 프로세스로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 무장과 노골적인 욕설뿐이다. 외교와 안보는 어떤가. 동맹인 미국과의 불협화음 속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의 집단 린치만 당하고 있는 꼴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며 기업과 가계에 망조를 일으켜 국가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내팽개치고 신재생에너지를 한다며 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정치도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멀쩡한 것이 없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슴이 뜨겁다'고 딴 세상 사람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망가져야 그런 나라가 되는지, 이 모든 것이 그냥 한바탕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국민이 많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압권은 단연코 조국 사태였다.악마는 스스로의 악행을 알까 모를까? 독일의 문호 괴테는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이 오래된 질문에 호응한다. 학문적인 경지에 이르렀지만 영원한 진리에 목말라했던 파우스트를 악으로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의 악행을 인식하고 있다. 비록 악마이지만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대해 솔직해서 차라리 시원하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온, 일반인의 상식과 상상조차 뛰어넘은 한 인간의 그 거짓과 위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던 그 뻔뻔함에, 숯덩이가 껌정을 지우겠다고 날뛰던 적반하장의 망동에 국민들은 현기증과 더불어 구역질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판국이면 차라리 메피스토펠레스가 그리울 지경이었다.그런데 그 궤변과 요설을 한사코 옹호하던 세력들은 또 뭔가. '우리가 조국' '정경심 사랑'을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평범한 일상에 충실한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정신세계이다. 상식과 통념마저 흔들리는 정신적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도 너무도 당당하던 그들의 모습에, 멀쩡한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가 이상한가?'라고 반문하곤 했다. 참 이상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2019-10-14 19:21:08

[세풍] 검찰 개혁 촛불, 타올라라

[세풍] 검찰 개혁 촛불, 타올라라

독점은 폐해를 낳는다. 역사 속 그런 사례는 널렸다. 권력이든, 어디든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견제되지 않아서다. 특히 독점 권력은 독재로 흐르기 마련이고,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까운 역사에서 목격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권력 독점의 비참하고 초라한 종말에서.지금도 그런 독점의 한 권력이 있다. 검찰이다. 법으로 보장한 기소 독점이 그렇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찮다. 수사하고 기소하든, 그렇지 않든 오로지 검찰 권한이고 편의대로다. 속된 말로 엿장수 가위나 다름없다. 힘 있고, 가진 이에게는 너무 좋은 잣대다. 반대의 맞은편 사람에게는 가혹하고 편파적인 법의 그물이다.지금 유례없는 검찰 개혁을 외치는 촛불이 켜졌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벌어진 촛불 시위 참가자가 10만 명, 200만 명 논란이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이날 외친 구호는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이다. 조 장관 문제는 숱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두려워하지 말고 본연의 수사로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면 절로 풀린다.그러나 검찰 개혁 목소리만큼은 반드시 짚을 일이다. 검찰 개혁 촛불 시위자가 이런 대규모인 사실만으로도 검찰 스스로, 오랜 세월 쌓인 검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을 터이니 말이다. 검찰이 독점 권력만 믿고 자행한 비리와 횡포는 '스폰서 검사' 같은 널린 악행을 굳이 들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럿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검찰에 대놓고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한 일은 조 장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드러낸, 분명한 잘못이나 발언 내용 자체는 새길 만하다. 검찰 수사에서 '절제되지 않은 검찰권 행사'로 하나뿐인 목숨조차 끊는 비극도 봤던 국민으로서 대통령 지적에 공감하며 검찰권 행사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검찰 불신은 지난해와 올해의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결과와도 통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 검찰 신뢰도는 지난해 꼴찌 국회(1.8%)보다 한 단계 위의 11위로 2%였다. 올해 역시 꼴찌 경찰(2.2%)과 국회(2.4%)에 좀 앞섰지만 3.5%로 10위였다. 두 해 연속 5.9%였던 법원 신뢰도에 많이 뒤지니 같은 법을 다루는 기관이면서 국민 신뢰는 딴판이다.그래서인지 국민권익위원회의 검찰 청렴도 조사 결과도 별로다. 국민이 평가한 외부청렴도는 지난 2017년 4등급, 지난해 5등급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검찰 직원 평가인 내부청렴도는 2017년 3등급, 지난해 2등급으로 올랐다. 이상하지 않은가. 국민은 청렴하지 않은 검찰로 보는데 스스로 청렴하다고 생각하니 믿지 못할 검찰의 자체 판단이고 의아스럽다.사실 검찰 개혁과 관련, 이런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쓸데없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대더라도 검찰은 법에 의해 독점 권력을 누리며 견제되지도, 절제되지 않아도 될 만한 배경을 갖고 있어서다. 지금껏 통치 권력과 검찰은 서로 잘 적응하며 지냈으니 굳이 개혁할 필요도 없었다. 검찰 개혁은 그저 말장난에 그쳤던 지난 역사는 그랬다.그래서 이번 촛불은 조 장관 구하기와 지키기에 쓰이면 안 된다. 이날의 촛불은 절제되지 않은 검찰 권력 독점의 전횡을 막을 개혁이 이뤄지는 날까지 타야 한다. 검찰 개혁의 촛불이 조 장관 지지에 독점되고 변질되는 일은 곤란하다. 지금을 검찰 개혁의 적기로 삼으려면 더욱 그렇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 이번 촛불이 제대로 타면 성공이고, 또 다른 역사의 촛불로 기억될 것이다.

2019-10-01 06:30:00

[세풍] 문재인 대통령의 '죄과(罪過)들'

[세풍] 문재인 대통령의 '죄과(罪過)들'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죄과(罪過·죄가 될 만한 허물)를 저질렀다. 누구에게 뭘 받았느냐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한 주범(主犯)이란 죄과가 훨씬 더 중하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이 없었다면, 박근혜가 빌미를 주지 않았다면 문 정권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이 이 나라를 미증유의 혼돈으로 몰아넣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지경으로 끌고 간 탓에 두 전직 대통령의 죄과는 더 무거워졌다.체크 리스트(check list)를 갖고 문 대통령의 집권 2년 5개월을 평가하면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단순한 잘못이나 허물 수준을 넘어 죄과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급기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조국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조 장관에게 있지만 근본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무슨 공동체'이기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을 이렇게나 비호하는지 국민은 매우 궁금하다.지난 한 달여 동안 조 장관과 가족, 문 대통령 탓에 국민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다.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것은 조 장관이 아니라 국민이다. 검찰 수사 대상자가 검찰 개혁에 나선 기가 막힌 상황에 국민은 "나라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란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 조 장관 자신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데 왜 국민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고통받아야 하나. 문 대통령과 정권이 내세운 평등, 공정, 정의는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졌다. 국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준 죄과를 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약속을 제대로 지켰나.조국 사태 하나만 보더라도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자신을 지지하는 진영만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려 조 장관을 감싸고돌고 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를 포기했다. 이렇게 국민이 갈래갈래 찢어지고 격렬히 싸운 적이 있었던가.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 국가 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대통령(大統領) 책무를 문 대통령은 방기(放棄)했다. 이 또한 죄과다.세계가 부러워하던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나라'로 만든 것도 문 대통령의 죄과 중 하나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국민 삶은 피폐해졌다. 세금 펑펑 쓰는 것밖에 모르는 정권 탓에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미래세대에 큰 짐이 됐다. 탈원전으로 국부(國富)를 축적할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다.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고 미사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일본 등 우방과의 관계가 틀어져 국제 무대에서 외톨이 신세가 됐다. '국민 불안(不安)지수'를 매긴다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다.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위대하고 번영하는 나라 대신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을 갖고 말았다. 죄과로 얼룩진 대통령 말이다. 임기가 반(半) 남은 문 대통령이 죄과를 줄이고 성과를 내려면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 첫 결단은 '조국과의 결별'이다. 나라가 나라 꼴이 되려면, 국민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으려면 조 장관을 하루빨리 경질하는 게 맞다.

2019-09-24 06:30:00

[세풍] 반조(反趙)와 반조(反曺)

[세풍] 반조(反趙)와 반조(反曺)

조광조의 첫 관직은 조지서(造紙署) 사지(司紙)였다. 종이를 만들고 관리하는 하급 관리다. 진사시를 거쳤지만 아직 문과를 통과하지 않았고 음서도 아닌 그가 34세에 종6품 벼슬을 받은 것은 이조판서 안당(安塘)의 발탁 때문이다. 성균관 유생 중 조광조와 김식 등 신진사류가 함께 특채됐다.하지만 조광조는 이런 '조행'(操行) 천거를 마뜩잖게 여겼다. 품행 등 평판에 기초한 천거를 말한다. 당시 그는 소학을 늘 몸에 지니고 애독했는데 중종반정 공신 등 실권을 쥔 소인배들은 '모름지기 소학을 열심히 읽으라. 사지의 공명이 절로 온다네'(一部小學須勤讀 司紙功名自然來)라며 비꼬았다. 그러나 곧 알성시에 급제해 성균관 전적(典籍)으로 승진했고 이어 사간원 정언(正言)과 경연시독관을 겸임하며 중종의 신임을 얻는다.언관으로서 조광조의 첫 소임은 반정 공신인 대사간 이행, 대사헌 권민수의 파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행 등이 상소한 사람을 도리어 탄핵하고 언로를 막아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는 게 파직 주청의 명분이었다. 빗대자면 감사원의 하급 공무원이 대통령 면전에서 직속상관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파면을 요구한 격이다. 조광조는 집안 단속을 잘못한 하인을 심하게 나무라던 스승 김굉필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군자의 사기(辭氣)는 조심하는 게 옳습니다'며 직언할 정도였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조광조의 도학정치에 귀가 솔깃했던 중종은 한 달 사이에 네 번이나 승차시킬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 출사 3년도 안 돼 당상관이 된 그의 사례가 얼마나 파격이었으면 실록에 사관이 견해를 남길 정도다. 그런 조광조의 개혁 정치도 훈구파와의 대립과 반목이 깊어지고 홍경주·남곤 등의 모함으로 파국을 맞는다. 개혁과 반개혁의 피 튀기는 정쟁이 기묘사화라는 결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1519년, 조광조는 사사됐다. 꼭 500년 전의 일이다.요즘 우리 정국의 소용돌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이 국민 심기를 크게 어지럽혔다. 장관이 되자마자 윤석열 검찰을 겨냥한 무리한 개혁 행보도 논란을 불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하루가 멀다하고 조 장관 파면을 요구하면서 정국이 온통 '조국 블랙홀'에 빨려드는 처지다. 마치 청산과 개혁의 대상이 된 훈구파의 반조(反趙)와 지금의 반조(反曺) 저항이 묘하게 치환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역사에 보이듯 조광조의 개혁 정치는 중도에서 꺾였다. 못나서가 아니라 그의 창이 기득권 세력의 두터운 방패를 뚫지 못해서다. 혁신과 수구의 틈바구니에 낀 중종의 환멸과 변심도 한몫했다. 지금의 우리 국민처럼 말이다.그렇다면 주권자인 국민은 얼마만큼 조국의 검찰개혁을 납득하고 동조할까.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을 제 입맛대로 뜯어고치고 바꾸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자칫 엉뚱한 결말을 낳는다.오늘부터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다. 만약 조국 장관 파면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의 힘겨루기 판을 벌인다면 국민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 국회가 되도록 여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조광조는 '군자소인지론'에서 '큰 간신은 충신 같고, 큰 탐관은 청백리 같다'고 했다. 지금 이 시대에도 누가 군자이고 소인배인지 정확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희박한 쪽이 간신이고 탐관이다. 여야 모두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 곰곰이 따져볼 때다.

2019-09-17 06:30:00

[세풍] 신라의 달밤

[세풍] 신라의 달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1949년 가수 현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 가요 '신라의 달밤'은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며 '경주'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되었다. 그러나 그 안팎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천년고도 경주'를 상징하는 노래로서 품격과 내용을 갖췄는지에 대해 마뜩잖은 시선을 건네는 사람들도 많다.우선은 이 가요의 탄생을 둘러싼 군국주의의 눅진한 체취 때문이다. 이 곡은 일제강점기 말 악극단의 무대공연에서 이국 풍경을 표현하던 춤과 노래였다는 분석이 있다. 원곡은 '인도의 달밤'이었는데 작사가 조명암이 월북하면서 '신라의 달밤'이라는 제목과 노랫말로 대신했다는 주장도 있다.'신라의 달밤' 노래 한 곡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친일 이력도 께끄름하다. 게다가 가수 현인이 경주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데다, 노랫말 또한 천년왕국 신라의 정서를 대변하기에는 너무도 무미건조하다. 일본서 성악을 전공한 가수의 독특한 창법도 경주의 내면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른바 '조폭영화'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 개봉한 '신라의 달밤'도 시답잖기는 마찬가지다.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고교생들이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에서 화끈한 패싸움을 벌였다. 당시 동창생이던 특별한 두 남자가 10년 후 우연히 경주에서 재회하게 된다. 모범생 친구는 지능적인 조폭이 되었고, 싸움 짱이던 녀석은 체육교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이 한 여자를 놓고 벌이게 되는 사랑과 우정의 코믹 액션이 그 내용이다. 이런 한 영화의 제목이 왜 하필이면 '신라의 달밤'인가?영화를 애써 폄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신라의 달밤이 이런 경박한 정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천년 세월의 흥망성쇠가 스며 있는 무궁한 문화유산의 보고 경주의 달밤이 아닌가. 달밤에 대한 미학적 접근도 그렇다. 백제 가요 '정읍사'에서 서정적인 공간으로 탄생한 이 땅의 달밤은 신라 향가에서 종교적 심미감과 형이상학적 중량감을 보탰다.경주가 낳은 작가 김동리는 수필에서 '보름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황홀하고 슬프고 유감한 것'이라며 보름달의 고전적인 완전미와 조화적인 충족감을 찬양했다. 전성기 신라의 달밤이 그랬을 것이다. 신라의 달밤에는 영지못가에서 탑(塔) 그림자를 찾는 순정의 아사녀가 있었고, '달빛 아래 밤드리 노니다가 돌아와 다리가 넷인 것을 보고' 오히려 춤을 추는 처용의 파격도 있었다.무엇보다도 경주의 달밤에는 불국정토를 지향했던 신라인들의 고차원적 세계관과 풍류와 원융의 인생관이 흠뻑 배어 있다. 유불선이 공존했던 신라의 달밤은 청정과 광명, 유현과 적막의 정서에다 개방과 포용, 도전과 혁신의 정신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런 신라의 달밤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 그나마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가 그 초승달을 띄운 것이라면 이제 반달로 키우고 원만구족한 보름달로 가꿔야 한다.새로 등장한 경주호의 선장이 각별한 의지를 가졌다면 신라왕경 복원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지금이 풍요로운 신라의 달밤을 재현할 호기이다. 황룡사와 에밀레종, 불상과 석탑 그리고 금관과 토기를 비추던 달빛은 어디로 갔는가. 화랑 관창과 김유신 장군, 원효와 혜초 스님, 선덕여왕과 무열왕, 장보고와 최치원이 그리던 달을 되살려야 한다. 경주는 한국 문화의 근간이다. 올 추석 한가위 달을 바라보며 '신라의 달밤'을 어떻게 수놓을 것인가를 고민하자.

2019-09-10 06:30:00

[세풍] 들어라, 개·돼지들아!

[세풍] 들어라, 개·돼지들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님! 언론은 물어뜯고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검찰은 뒤지고 여론은 사퇴하라 하니 얼마나 괴로우시겠습니까. 불법과 탈법은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통속이 돼 조리돌림을 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열어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으니 이 나라는 말 그대로 개, 돼지의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꼭 되셔서 개, 돼지들을 올바로 이끄시길 빕니다.개, 돼지들은 귀하와 가족이 문재인 정부가 내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당신이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귀하의 딸이 고교 1학년 때 2주 인턴으로 그 어렵다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의 제1저자가 되고 낙제를 하고도 6회 연속 장학금을 받은 게 그렇다는 것입니다.소가 웃을 일입니다. 누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까. 그런 길이 있는데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놓고 제 탓은 하지 않고 아버지 탓을 합니다. 귀하 같은 아버지가 없어서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패배자의 푸념일 뿐입니다. 찾아보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귀하 같은 아버지도 없다면 '용' 꿈은 접고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면 될 일입니다. 선현(先賢)께서 말씀하신 '안분지족'(安分知足)이 무엇입니까. 지 '꼬라지'를 알고 찌그러져 있으라는 것 아닙니까.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찌 돈만이 실력이겠습니까. 서울대 교수라는 직위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그들만의 리그'는 더 큰 실력입니다. 실력만 있으면 불평등은 평등으로, 불공정은 공정으로, 부정의는 정의로 둔갑시킬 수 있는 게 우리 사회 아닙니까. 억울하면 '실력'을 갖추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개, 돼지들은 불순(不純)하기 짝이 없습니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치지만, 속내는 귀하의 딸이 잘된 게 배 아프다는 것 아닙니까.'웅동학원' 경영과 '가족 펀드'로 보여준 재테크에 대한 비판도 무능한 자들의 시기(猜忌)이고 투정입니다. 자본주의의 장점과 약점을 잘 활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라는 것 아닙니까.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귀하처럼 명석한 두뇌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개, 돼지들에게도 그 길은 열려 있습니다. 귀하처럼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면 입 닫고 조용히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개, 돼지들은 귀하에게 '왈왈' 짖어대고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윤석열 검찰총장은 더 한심한 작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그를 검찰의 수장으로 앉힌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정권의 '충견'이 되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핵심 중의 핵심인 귀하에게 칼을 들이대다니요.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습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그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치라고 했습니다. 그게 진심이겠습니까.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유분수지, 말이 그렇지 뜻은 그게 아님을 왜 모른다는 말입니까.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기도 하지만 먼저 눕기도 합니다. 지금 개, 돼지들이 일어나는 조짐이지만 괘념치 마십시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누울 것입니다. 복지안동(伏地眼動)하다 이제 귀하를 지지하며 일어서는 개, 돼지들도 있느니 그대로 쭈∼욱 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귀하 같은 능력자가 돈과 명예와 권력을 모두 쥐는 사회를 만드십시오. 그게 바로 문재인 정권식(式)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 아닙니까. 조국 만세! 문재인 정권 만세! https://tv.naver.com/v/9758278 영상ㅣ한지현

2019-09-03 06:30:00

[세풍] 역사의 수레바퀴

[세풍] 역사의 수레바퀴

70년 전이다. 1949년 38선에서는 남북 군대 사이에 모두 847차례의 무력 충돌이 있었다. 남쪽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통일(北進統一)을 외쳤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조선노동당위원장이 맞불 구호를 내세웠다. '조국완정'(祖國完整)이다. 즉 조국해방(祖國解放)과 국토완정(國土完整)을 뜻하는 구호다. 이렇게 두 남북 정상은 통일과 완정을 향해 마주 달렸다. 이어 1950년 북한의 6·25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터졌고 3년을 끌었다.그리고 1953년 7·27 정전으로 다시 38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은 갈렸다. 이후 남북은 경제, 군사, 대규모 국제행사(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1989년 평양 세계청년축전)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선(善)순환의 생산적 경쟁 또는 악(惡)순환의 소모적 경쟁을 벌이곤 했다.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역사적인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올해는 남북 분단의 현장에서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까지도 이뤄졌다.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역대 정부와는 특징적인 변화와 일이 숱하게 일어났다. 과거 보수 정권은 물론,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도 다른 차별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나라 안도 그렇지만 우리를 둘러싼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종전과는 사뭇 차이나는 흐름이 분명하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 그 맞은편의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다. 마치 큰일에 흔히 따른다는 일종의 조짐(兆朕)처럼 말이다.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고 빚어진 갈등과 불편한 관계, 특히 한국과 일본 간 경제 전쟁 등 깊어진 아베 총리와의 외교적 갈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과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두 강국에 의한 우리 영공 휘젓기 같은 침범, 북한을 에워싸고 뭉친 이들 북중러 공산사회주의 삼각 동맹 국가와의 긴장 관계가 그런 사례다. 하나같이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고 심상찮은 분위기나 다름없다. 문 정부 출범 2년을 지나면서 맞이한 국제 현실이다.그런데 걱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다. 이 바퀴는 나라 지도자나 국민의 의도나 바라는 대로 구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를 살피면 그런 일은 많다. 특히 우리 역사 수레바퀴는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는 쪽으로 구른 굴곡의 궤적을 여럿 남겼다. 굴곡진 역사에서는 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통에 시달리는 백성이다. 다른 공통점은 지도자나 집권 세력, 그 주변에 맴돌던 부류는 뒷날을 누린 사실이다.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심상찮은 여러 변화는 위기 또는 기회의 조짐일 수 있다. 이는 문 정부와 우리 국민의 몫이자 그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나라 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한일 경제 전쟁으로 모처럼 뭉쳤던 정치권과 민심이 또다시 갈라지고 있다. 나라 밖은 이런 국내 꼴을 이용, 자국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에 바쁘다. 연일 포(砲) 발사 도발에 나선 북한 움직임도 그러니 한국은 마냥 먹잇감이니 걱정이다.뭇 변화를 기회의 조짐으로 물꼬를 트는 일은 아무래도 안에서 먼저 찾아야 할 듯하다.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기기보다 국민의 몫이다. 국민이 할 일은 정치권 편 가르기에 멋대로 휘둘리지 않는 자세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어리석음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청문회, 정치, 반일(反日)운동 등 뭐든 상식적 잣대로 행동해 나라 안팎의 변화를 기회의 조짐으로 돌려 역사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려보자.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잘 굴린, 민주화 시위와 촛불 민심도 우린 봤지 않았던가.

2019-08-27 06:30:00

[세풍] 또 '실패한 대통령'인가

[세풍] 또 '실패한 대통령'인가

아무리 능력 없고 내세울 게 없는 아버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를 무시하거나 욕하면 자식은 참을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을 들으면 국민은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욕설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멸시로 여기기 때문이다.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한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미사일 두 발을 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온갖 인신모독을 퍼부었다. "삶은 소 대가리도 웃을 일"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북쪽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 대한민국 대통령을 마구 난도질했다.1960, 70년대처럼 남북한이 대치 상태 또는 체제 경쟁을 하거나 박근혜·이명박 정부처럼 북한을 압박했다면 우리 대통령을 향한 북한의 조롱·모욕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주선하고 대북 제재 완화 등 유화 노선을 걸으며 북한과 김정은을 향해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였다. 오죽하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고마워하기는커녕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대고 문 대통령을 향해 저열한 언사를 퍼붓고 있다.애초 목표한 북한 핵 폐기는 물 건너간 반면 남한을 표적으로 한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가중하는 것을 보면서 문 대통령의 집권 2년 4개월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대북 문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제1과제였다. 그렇게도 목을 맨 대북 문제가 좌초한 것처럼 국정 전 분야에서 '실패의 증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성과는커녕 어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 대다수가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언급한 '외톨이'는 야당이 아닌 이 나라가 처한 안보·외교 상황에 딱 들어맞는 단어다. 강대국 중 우리 편을 들어줄 나라가 하나도 없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고 한미연합훈련에서 '동맹'이 빠지는 등 한·미동맹은 와해 상태다. 일본과는 단교(斷交)까지 거론되고 중국·러시아는 안보 도발을 일삼고 있다. 열강의 각축 속에 나라를 잃은 비참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먹고사는 문제'마저 낙제점이다. 경제성장률과 고용지표는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고 주가지수는 문 대통령 취임 때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 현실을 도외시한 고집불통 정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탈원전으로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은 부실투성이로 전락했고 세계 최고인 원전산업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다.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뿐이다.고고학자 콜린 렌프류와 사회학자 사무엘 아이젠스타트는 붕괴하는 국가의 공통점을 이렇게 집약했다. 집권층 내부의 균열과 투쟁, 관료들의 부패와 문제 해결 능력 부족, 근시안적 정책으로 말미암은 악영향, 과중한 세금 부담과 즉흥적인 땜질 정책 난무, 경제 악화 및 군사력 약화 등을 꼽았다. 이들 항목에 오늘의 한국을 대입하면 이 나라가 붕괴하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대전환하지 않고 기존 행태를 답습한다면 실패의 증거는 더 많이 쌓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은 또 한 명의 '실패한 대통령'을 볼 수밖에 없다.

2019-08-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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