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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해오름동맹, 아시안게임 유치하자

[시각과 전망] 해오름동맹, 아시안게임 유치하자

울산~포항~영덕 구간 고속도로는 포항 구간(영일만 횡단 구간)이 단절돼 있다. 현재 대체 활용 중인 우회도로의 교통량도 포화 상태다.동해안 전체가 고속도로로 연결되려면 포항~울산고속도로, 포항~영덕고속도로(건설 중)의 단절 구간인 영일만 횡단대교가 건설되어야 한다.포항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은 경북도와 포항, 환동해권의 숙원 사업이다. 영일만 횡단대교는 흥해에서 포항신항 인근 인공섬까지 바다 위 3.59㎞ 구간에 다리를 놓고, 인공섬에서 포항 동해면까지 4.12㎞ 구간에 해저 터널을 뚫는 사업이다. 바다뿐 아니라 육지 연결도로를 포함한 전체 구간은 18.0㎞, 사업비는 1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송철호 울산시장이 포항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송 시장은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과 가깝다. 포항과 인접한 울산 입장에서도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은 환동해 광역경제권 구축에 도움이 돼서다.송 시장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사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고 한다. 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송 시장에게 "영일만 횡단대교는 울산에도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울산시장이 포항시의 현안에 협조적인 것은 포항‧경주‧울산이 맺은 '해오름동맹'도 밑거름이 됐다. 이 동맹은 2016년 6월 울산~경주~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3개 시가 체결한 협약이다. 일출 명소가 있는 지역인 관계로 해오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포항, 경주, 울산은 신라 이래로 동해남부 거점도시라는 역사적, 지리적 공통점이 있다. 울산이라는 지명은 우시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시산국(于尸山國)은 신라 초기 울주에 자리 잡은 독립국가였다. 울릉은 우산국(于山國), 영덕 영해에는 우시국(于尸國)이라는 소국이 자리했던 것으로 사료는 전한다. 고대에 울산, 포항영덕, 울릉은 동해 바다를 낀 역사문화공동체였던 셈이다.3개 도시가 제대로 힘을 합치면 인구는 200만 명에 육박하고, 경제 규모도 95조원에 이르는 메가시티(Megacity)로 도약할 수 있다. 포항은 철강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울산은 철강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공업도시다. 포항의 소재, 경주의 부품, 울산의 완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보완적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또 3곳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녀 울산-경북 연계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업체를 위해 울산·포항·경주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여행업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지방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 포항, 경주, 울산 어느 한 도시의 역량만으로는 세계적인 산업·문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3개 도시가 함께 움직이면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적 자본과 산업 생태계가 결합돼 남부권 최대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이 여세를 몰아 2030년, 2034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도전해 보자. 3개 도시가 공동으로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서면 숙박과 경기장 등 기존 시설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대회 경비 최소화가 가능하다. 또 경주의 역사문화 유산과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포항, 울산의 산업 인프라를 아시아 각국에 자랑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유치 과정에서 3개 도시의 공동 사업 창출과 협력 체계 구축으로 남부권의 새로운 도시 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해오름동맹이 환동해권의 희망이다.

2020-06-30 18:01:51

[시각과 전망] 야당은 없다

[시각과 전망] 야당은 없다

집값 상승은 전 정부 탓, 박살 난 경제는 코로나19 탓, 일자리 감소는 기업 탓,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은 우파 정부 교육 탓, 북한 문제 실패는 탈북민 전단 탓, 조국 사태는 검찰 탓, 윤미향 사태는 언론 탓, 비판 여론은 가짜뉴스 탓….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남 탓'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죽하면 '탓재인 정부'라고 부르는 사람들까지 있을까. 하지만 이처럼 '남 탓' 하기 좋아하는 문 정부도 웬만해서 야당 탓은 안 한다. 딱히 원망할 게 없기 때문이다. '탓'은커녕 문 정부가 야당 복은 타고났다고들 한다.더불어민주당은 '의회 독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국회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총선 승리에다 법사위까지 차지함으로써,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관련된 대선 여론 조작 사건 등 정권 관련 범죄는 모조리 축소되거나 뭉개질 가능성이 높아졌다.여당이 말로는 검찰 개혁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임기가 보장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대놓고 사퇴를 종용함으로써, 검찰 개혁의 핵심인 사법 독립을 무참히 훼손해도 야당은 눈만 끔뻑거릴 뿐이다. 이제 공수처까지 출범하면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는 검사나 판사를 겁박하는 건 일도 아니다. 정권 관련 수사 건을 공수처가 아예 빼앗아가 뭉개버릴 수도 있다.이 지경이 되도록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속수무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 사법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고,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어도 야당은 싸우려 들지 않는다.야당의 이 무기력함이 겉보기에는 총선 패배 때문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소명 의식,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지, 전투력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패했기 때문에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정부 여당의 독재와 부정을 막을 의지와 전투력이 없기 때문에 '총선 패배'라는 결과를 떠안은 것이다.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숱한 부정 의혹이 쏟아졌다.선거 부정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속이는 범죄이며, 국헌 문란이다. 지금처럼 많은 의혹에도 선관위는 보여주기식 개표 시현으로 '문제없다'고 하고, 사법 당국은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증거 보전 범위를 줄이려고 한다. 선관위, 법원,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어느 누구도 의혹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정권 눈치를 살피는 사법 당국, 일말의 양심도 정의감도 없는 어용 언론은 그렇다 치자. 정권을 잡겠다는 정치집단이자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쏟아지는 의혹 앞에 팔짱을 끼는 것은 해괴한 일이다. 평범한 국민들, 과학자들, 통계학자들이 찾아낸 정황증거와 의문에 대해 '검증'할 의지조차 없다.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단독으로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 미래통합당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여당에 주고 국회에 복귀해 죽기살기로 싸우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내 머리가 터지더라도 국민에게 경종을 울리겠다'고 했다. 어이가 없다. 정부 여당의 막가파식 독재와 부정에 눈감은 정당이 다른 무슨 싸움을 한다는 말인가? 국민이 머리 터지게 경종을 울리는데도 귀를 닫고 있는 야당이 국민을 향해 무슨 경종을 울린다는 말인가?현 정권도 결국 권력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제1 야당으로 수권 정당을 추구하는 한, 현 정부 여당이 권력을 잃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명색 제1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소명 의식도 통찰력도 전투력도 없이, 오직 일신의 안위(安危)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0-06-23 16:53:02

[시각과 전망] 북한에 쩔쩔매는 한심한 정부 여당

[시각과 전망] 북한에 쩔쩔매는 한심한 정부 여당

기자 생활 10년 차 때였던 2000년 이맘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통치권자로는 처음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릴 때까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지만 공항에 첫발을 딛고서 감개가 무량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김 대통령의 모습.이어서 깜짝 등장한 김 위원장과의 감격적인 포옹. 이틀 뒤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것처럼 보인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편집국에서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내심 이날을 국가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진하게도 통일이 바로 다가오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이로부터 7년 뒤 노무현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걸어서 넘어 방북(2007년 10월 2일)할 때나,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2018년 4월 27일, 5월 26일)과 평양(2018년 9월 17~19일)에서 연쇄 정상회담을 할 때는 20년 전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6‧15 선언 이후 북한의 행태들이 고맙게도 북한의 정체를 알게 해준 계기가 됐다.6‧15 선언 20주년을 전후해 북한의 대남 공세가 거세다. 김여정과 당 간부들이 잇따라 대북 전단 문제를 갖고 나서더니 이제는 옥류관 주방장까지 등장했다. 주방장이야 어차피 북한 권부가 시켜서 나선 인물이겠지만 듣는 우리 국민 입장에선 너무 기분 나쁘다. 60%에 육박하는 국민이 지지하는 대통령에게 '처먹는다'는 표현을 쓰다니.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적극 막겠다며 행동에 나선 것을 모르지 않는 저들이 이렇게 나선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에서 냉대받고 온갖 화풀이는 우리에게 해대는 것.여기에 대한 우리 정부와 집권 여당의 대응은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의석 177석의 집권 여당 원내대표는 종전 촉구 결의안을 앞장서서 내겠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조속히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단다.이를 깔아뭉개기라도 하듯 북한은 어제(16일) "남북 합의로 군부대를 철수시켰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다시 요새를 짓겠다"고 발표하더니 급기야 이날 오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전격 폭파해 버렸다. 중단했던 대남 삐라도 정권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겠다며 재개를 공언했다.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향해 쌍욕을 해대는데도 청와대 참모들, 정부 각료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아니 오히려 달래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북한의 저따위 막말과 행동에 쫄아서 혈맹인 미국에 화풀이를 하려는 여당 지도부도 있다. 북한의 급변이 미국의 대북 제재 유지로 인한 것이니 미국이 책임지라는 것이다.일본이 이랬으면 벌써 범국가적 궐기대회가 벌어졌을 것이다. 경제가 엉망이 되건 말건 일본과 사생결단이 일어났을 터이다.국민들은 자존심을 먹고 산다. 오죽하면 미래통합당 의원이 나서서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므로 세계적 세습 독재자들의 후예들이 폄훼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일갈했겠는가.한반도 평화는 절대 선(善)이다. 남북 합의는 준수되고 이행해야 하지만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 일방적으로 양보만 하면 곤란하다.가진 것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오로지 깡다구만 있는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면 그날부터 괴롭힘은 배가 된다. 매번 호주머니 털리고 비위 맞추기 급급하다가 결국은 골병들고 조롱거리가 된다는 것은 익히 습득한 바가 아니던가.

2020-06-17 06:30:00

[시각과 전망] 지방 무시한 유턴 기업 정책

[시각과 전망] 지방 무시한 유턴 기업 정책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극심한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근 유턴 기업(리쇼어링: 외국에 투자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제조업 기반 강화 및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유턴 기업 지원 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해외 시장을 포기하면서 돌아오려는 기업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이런 상황에서 구자근 국회의원(미래통합당·구미갑)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김영식 국회의원(미래통합당·구미을)은 한국형 리쇼어링을 추진한다. 김 의원은 "지방 산단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K-리쇼어링 정책 입법화를 위해 지역구 의원들과 손잡고 정책 연대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국회에 처음 입성한 구미 지역 국회의원 2명이 유턴 기업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구미가 처한 어려움이 있다. LG전자는 최근 구미 TV 생산 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 TV 공장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구미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가 수도권으로 옮긴다는 소문도 솔솔 풍겨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은 부인하지만 이미 그룹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말도 나온다.다소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구미산단 내 IT·가전용 소재 개발업체 아주스틸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복귀 기업 인증을 완료했다. 신규 투자 지역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스틸은 임직원 290명, 매출 4천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 공장을 철수해 국내로 유턴하는 건축물 내장재 생산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를 90% 정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아주스틸처럼 중국·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둔 구미산단 내 상당수 기업들도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다면 국내 유턴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과감한 인센티브와 획기적인 규제 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이 유턴의 어려움 중 하나로 인건비 부담을 들고 있는데, 아주스틸처럼 스마트팩토리를 지원하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턴 기업 지원책은 기업 유치의 작은 불씨나마 지피려는 비수도권 지역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입지·시설투자·이전비용 보조금을 비수도권은 2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수도권은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센터에 한정해 150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다.김영식 의원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영역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비수도권을 더욱 소외시키고, 수도권을 더욱 살찌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비수도권 지역들이 한목소리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여당 어디에서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더 가관은 정부가 유턴 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사실상 공장총량제 해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유턴 기업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언급까지 한 것이다. 게다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라는 알맹이는 쏙 뺀 채 진행 중인 '혁신도시 시즌 2'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여당에 과연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 균형발전은 책상 밑에 붙여둔 씹다 버린 껌인가.

2020-06-10 06:30:00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가자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가자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 인구는 올해 5월까지만 지난해보다 1만5천명 줄었다. 2018년 269만여 명, 2019년엔 266만5천명이었다. 경북 인구는 2015년에 27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고 있다.대구의 인구 감소추세도 확연하다. 2018년 말 247만5천 명, 2019년 말 243만8천 명이었다. 대구의 총인구수는 지난 2010년 25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5월 현재 대구와 경북의 인구를 합치면 508만여 명이다. 이 추세라면 5년내 500만명 선이 붕괴된다.10년 뒤 인구감소에 의한 대구와 경북도의 쇠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20년 내에 대구경북(TK) 인구는 450만 명에 수렴할 것으로 예측된다.TK 인구가 500만 명을 넘지 않고 나아가 400만 명대 진입이 눈 앞일 진대, 대구가 광역시로 독립해 따로 갈 필요가 있을까.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쪼개어져 있다.관광 등의 분야에서 대구와 경북이 경제통합이란 이름아래 협력하고 있지만 정작 함께 해야 할 핵심적인 사업은 하지도 못하고 있다.대구경북은 좋은 일자리와 핵심인재 부족에다 지역브랜드의 경쟁력 약하고, 지리적으로 불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2000년대 들면서 대구경북의 선도산업이었던 철강,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이전했다.뿐만 아니라 지역은 글로벌 접근성이 취약하고 관광지로서의 선호도도 감소하고 있다. 포항·경주 지진, 지하철·서문시장 화재, 구미 불산사고 등으로 지역 이미지와 브랜드도 매력적이지 못하다.그러나 다른 지역은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이 초광역 수도권화하고, 부산, 울산, 경남이 부·울·경 경제권을 구축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호남권도 중국을 염두에 둔 서해안 시대를 열고 있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이 아니고서는 국내 경쟁에서는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 설자리가 없다.대구경북 두 지역이 딴 살림으로는 10년 뒤, 20년 뒤에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대안이다. 대구의 중추도시 파워와 경북의 산업인프라와 문화관광·생태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대구경북의 에너지가 폭발하도록 해야 한다. 답보상태인 대구공항 이전 문제를 완결지어 신공항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대구, 경북이 통합돼야 한다.이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표준과 4차산업 발전을 주도하기 위해서도 대구경북이 특별자치도란 우산아래 함께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지방 권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분야별로 수도권 특히 서울과 버금가는 거점도시, 종주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거점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제조업의 4차 산업 진화와 선도 역할은 대구-포항-구미가 서울수도권과 강력하게 경쟁하고 문화예술은 광주가, 금융·무역은 부산이 서울과 이원적 쌍두마차의 거점이 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대구경북의 경쟁력을 위해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된 제주도 모델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자치입법권을 비롯해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 자치권이 강화되고 교육자치도 일반 자치에 통합됐다. 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관광·교육·의료·청정산업, 그리고 IT·BT 등 첨단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국제자유도시'로서의 발전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정치권, 자치단체장, 지역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향해 분연히 일어설 때다.

2020-06-02 18:07:23

[시각과 전망] 4·15 총선 부정 의혹 말끔히 해소하라

[시각과 전망] 4·15 총선 부정 의혹 말끔히 해소하라

기독자유통일당이 이달 14일 대법원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기독자유통일당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공정하게 관리되지 못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무효 소송은 기독자유통일당 건을 비롯해 139건으로 20대 총선(13건)의 10배가 넘는다.통계학자들은 4·15 총선 개표 결과 통계에 대해 "동전 1천 개를 동시에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 "신(神)이 미리 그렇게 해주려고 작정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통계학자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단순히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 아니다.4·15 총선에서는 서울·인천·경기 지역 사전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들만 계산한 평균 득표율은 서울 63.95%대 36.05%, 인천 63.43%대 36.57%, 경기 63.58%대 36.42%이다. 그러나 당일투표에서는 이들 대부분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통합당 후보에 오히려 뒤지거나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같은 지역구 수만 명의 유권자가 사전 및 당일투표를 했는데, 사전투표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당일투표에서는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4·15 총선 전국 사전투표 참여 유권자는 1천174만여 명, 당일투표 참여자는 1천730만여 명으로 전체 투표자의 약 40%가 사전투표를 했다. 4%도 아니고, 40%의 흐름은 당일투표 60%의 흐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4·15 총선에서 서울·경기·인천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지지 양상엔 커다란 차이가 발생했다.우리나라 선거 출구조사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는 제21대 총선에서 전국 253개 선거구별로 투표자 1천700~2천 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시행했다. 2천 명 이하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가 전체 투표 결과와 일치하거나 오차가 발생해도 1~3% 정도인데, 선거구별로 수만 명이 참여한 사전투표 결과와 전체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면, 투개표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선거에서 현 민주당 계열 정당은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투표 득표율보다 2~5% 높았다. 하지만 올해 4·15 총선에서는 서울·경기·인천과 전국의 몇몇 격전지에서 10~13%를 더 얻었다.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데도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온 선관위는 의혹이 계속 확산되자, 사상 처음으로 개표 과정 '공개 시연'을 통해 논란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시연으로 현재 제기되는 의혹이 어떻게 해소되나? 코끼리 몸통은 가리고 꼬리만 보여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간단하다. 이미 나와 있는 투표함을 재검하면 의혹은 일소된다. 서울·경기·인천 지역 선거구 중 2, 3개 선거구의 사전투표함을 수(手)재검표하고, 사전투표함에 든 투표지와 사전투표에 참가한 선거인 명부의 숫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면 된다.법원과 선관위는 이미 제기된 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법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증거보전 절차'를 각하할 사안이 아니다.어떤 이들은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민주주의 성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자유당 시절도 아니고…, 부정선거라니?'라는 식이다. 투개표는 성역이 아니다. 의혹이 짙은 선거 결과를 성역으로 만들어 재검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2020-05-26 17:09:59

[시각과 전망] 주호영, 통합당, 보수

[시각과 전망] 주호영, 통합당, 보수

요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행보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가 떠오른다. 전임자와 달리 회의, 일정 등을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자 그를 반대했던 다수도 박수를 보냈다. 지지율은 날로 고공행진을 했다. 광주서 5·18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온 주 원내대표에게 이 말을 했더니 비슷한 얘기를 제법 듣는단다.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출발한 주 원내대표의 취임 초 인기 역시 연일 상한가다. 통합당에서 반대가 심하던 과거사법 등을 20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질질 끌며 반대하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5·18에 대한 명쾌한 정리는 그를 5·18 관련 뉴스의 중심인물로 부상시켰다. 원내대표 취임 이후 일성(一聲)이 당의 5·18 폄훼에 대한 '진솔한 참회'였다. 여기다 18일 광주 행사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먹까지 불끈 쥐고 부르자 5·18 관련 3단체를 비롯해 호남이 환호를 보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왕 부를 거 진정성을 보이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불렀다"고 했다.꼼수 정당이란 이미지를 벗고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는 미래한국당과의 통합도 서두르는 중이다. 미적거리는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 통합당만이라도 29일쯤 전국위원회를 열어서 합당을 선언할 계획도 갖고 있다.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한국당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지금까지 통합당은 '대안 없는 비판' '발목 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 '종북좌파로 매도' 등에만 집중해 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결과가 20대 총선(2016년)·19대 대선(2017년)·제7회 동시지방선거(2018년) 패배에다 21대 총선 참패이다.이것이 끝이 아니다. 통합당의 미디어특별위원회 의뢰로 국가경영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2022년 대선 때도 유권자의 70%가 보수에 비호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로 미래마저 암울하다. 정당의 생명력은 집권 가능성에서 나오는데 희망이 없으니 사람도, 돈도 모일 까닭이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대구경북만이라도 보수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김부겸·홍의락 같은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를 뽑는 것이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20대 때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고립'이라는 불이익을 감내하고서라도 보수 부활을 위한 희생적 투표를 한 것이다.총선 결과를 두고 '일본으로 가 버려라'는 일부 급진 세력의 악담 속에 가슴앓이를 하던 대구경북에 주 원내대표의 일련의 행동은 '보수 재건'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보여준다. 보수도 리더의 역할에 따라서는 가능성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이제 정권 창출을 위한 보수의 길은 자명해졌다. 지금까지 행태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의혹 부풀리기식이 아닌 '팩트와 대안'에 근거한 대여 공세. 중도 어필을 위한 '종북좌파'라는 단어 배제(상대를 빨갱이로 매도하려다가 오히려 집안 망한다). 정부여당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이 아닌 통합당만의 '설득력 있는 정책' 제시.2004년 17대 국회 때 폭망한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도덕성 회복 등을 통해 진정성을 인정받아 3년 만에 정권 재창출, 4년 후 과반수 의석 확보를 한 전례가 있다.국민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우선 이미지 개선이 중요하다. 첫 1년의 이미지가 21대 국회 내내 지속된다. 주호영의 역할에 보수의 미래가 달려 있다.

2020-05-20 06:30:00

[시각과 전망] 대입 정시 확대 속 흔들리는 학교

[시각과 전망] 대입 정시 확대 속 흔들리는 학교

2022학년도 대입 전형이 발표됐다. 수능 위주의 정시 인원 확대가 가장 큰 특징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정시 비율은 24.3%로, 2021학년도에 비해 불과 1.3%포인트 정도 증가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정시 확대 권고를 받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은 37.6%로 대폭 상승했다. 16개 대학 중 9개 대학은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정했다. 수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정시 비율은 40%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전반적인 입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준비 중인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정시 준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계속 늦춰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시 준비의 일반적인 방법은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이다. 수능에서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현재로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사교육이다. 정시 확대가 공교육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게다가 현재 고등학교들은 수시모집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위주로 운영한다. 내신 필기시험부터 수행평가, 교내 활동까지 학생부종합전형 및 학생부교과전형에 맞춰 진행된다. 내신 성적은 한번 실수로 등급이 내려가면 좀처럼 만회하기 힘들다. 과목마다 쏟아지는 수행평가를 쳐내기도 버겁고, 교내 대회 수상 실적까지 쌓으려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20학년도 기준으로 전체 대입 정원의 77.3%를 수시로 뽑았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수시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도 갑자기 바뀐 것이다. 정시 비중이 크게 늘었으니 번거로운 수시 준비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문제는 학교다. 종전에도 내놓고 "저는 정시 준비할 거예요"라며 내신 성적을 팽개쳤던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런 학생이 훨씬 늘어날 상황이 됐다.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내신에 들어가다 보니 1학기가 끝난 3학년 교실은 예전 '교실 붕괴'를 방불케 할 만큼 엉망인 경우도 많다. 이젠 그런 상황이 1학년 때부터 벌어질 수도 있다.대입은 정시 위주로 넘어가는데 고등학교는 여전히 수시 중심이라면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안 봐도 뻔하다. 학교 생활을 포기하거나 아예 학교를 포기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치고, 수능을 준비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20학년도 정시 합격자 통계(최초 합격 기준)를 보면 검정고시 출신 비율이 1년 만에 1.4%에서 3.5%로 크게 늘었다. 최근 몇 년간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중 10대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10대 응시자 비율이 50%를 넘겼고, 지난해는 전체 응시자(4만3천816명) 중 68%(2만9천659명)가 10대였다.어떤 정책보다 교육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불과 1, 2년을 남겨두고 대입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대입의 공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가 가져올 파장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은 수차례 지적했지만 학생 선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속에 지금껏 땜질식 수정만 이뤄져 왔다. 정부의 요구에 못 이겨 대학들이 정시 확대를 발표했지만 그로 인해 벌어질 입시 지도의 혼란은 오롯이 고등학교 몫으로 남게 됐다.

2020-05-12 18:28:17

[시각과 전망] 국책사업, 정치 논리 안 된다

[시각과 전망] 국책사업, 정치 논리 안 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4·15 총선으로 지역민들의 관심이 덜했던 국책 연구시설 사업이 진행 중이다.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이다. 평소 같았으면 대대적인 유치운동이 벌어졌을 터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이 사업의 부지를 결정한다. 현재 경북 포항을 비롯해 강원 춘천, 전남 나주, 충북 청주가 유치 의향서를 냈다.이 사업은 1조원 규모의 연구시설로 산업 지원과 선도적 기초 원천 연구 지원을 위한 것이다.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 산업 발전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생명공학, 반도체, IT, 그린에너지, 나노소자 및 신소재 등 신산업의 원천기술 연구에 필수적인 시설이다.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구조 분석의 성과였다. 세계 1위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연간 1천 시간 이상 EUV(극자외선) 빔라인을 활용하고 있어 방사광가속기는 산업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거대 연구시설이다.이 때문에 과학자들과 산업현장에서는 우리 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문한다.그러나 여당 대표가 4·15 총선 기간 특정 지역 유치를 약속하며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과학적 논리와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 파급효과와 효율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경북 포항권과 구미권은 SK실트론, KEC, 예스파워테크닉스, 매그나칩 등 다양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있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엘앤에프, 씨아이에스, 삼성SDI, GS건설, SK이노베이션 등 이차전지 소재기업들도 풍부하다. 이들 기업은 포항의 기존 가속기 활용에 아주 적극적이다.경북도와 포항시는 방사광가속기의 산업적 활용 촉진을 위해 가속기 기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등을 구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을 위한 전용 빔라인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가속기를 활용한 산업 발전도 선도하고 있다.이에 더해 대구경북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한국뇌연구원,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바이오 신약 개발 관련 연구기관, 시설 및 기업 등이 집적되어 있는 곳이다.포항권에는 제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제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 등 기존 대형 연구시설이 집약되어 있고,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인 포스텍과 울산과학기술원이 있어 기초·원천 연구에도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따라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정부가 당초 의도한 기초·원천 연구 및 산업체 지원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최적지인 포항에 건설되어야 한다.포항은 포스코, 포스텍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 주도의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추진, 우리나라 가속기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3·4세대 가속기를 건설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특히 가속기 준공 이후 25년간 운영해 온 전문 인력이 풍부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포항에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설 경우 기존 방사광가속기와 경주의 양성자가속기와 연계한 가속기타운 건설로 프랑스 그르노블과 같은 비즈니스타운 조성도 기대된다.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은 방사광가속기 집적을 통한 국가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책 프로젝트가 특정 지역 달래기를 위한 선심성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책사업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2020-05-05 14:52:25

[시각과 전망] 김정은 신변 이상설과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

[시각과 전망] 김정은 신변 이상설과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로 나라 안팎이 분분하다. 정치권과 유튜브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에서도 갖가지 설(說)들이 추측 혹은 전문가 인용 형태로 보도된다.어떤 사람은 김정은이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피신 중이라고 한다. 수술 실패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사람도 있고, 사망했다는 사람도 있다.설들이 난무하자 청와대는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정은 사망설, 위중설'은 숙지기는커녕 더욱 정교한 '언어'와 '이야기'로 번지고 있다.'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번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북한은 4월 10일로 예정돼 있던 최고인민회의를 12일로 연기했다. 연기한 회의에도 김정은은 참석하지 않았다. 거기에 북한 최고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김정은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불참한 것이 '신변 이상설'에 기름을 부었다.각종 설(說)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은 그 설(說)을 무력화시킬 '확인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지난 11일 이후 17일이 넘도록 김정은의 행방이 묘연함에도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 미국, 일본, 중국 등 어느 나라도 '이상설'에 대한 분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만나기로 한 사람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때,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북한 김정은이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는 쪽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다.물론 김정은이 마치 사망한 양 가짜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억측을 넘어 망상이다. 하지만 그의 행방이 오리무중인데도 '특이 동향은 없다'며 일축하는 것 또한 비합리적이다. 김정은의 태양절 행사 불참은 '특이 동향'이 맞다.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이 확산되고 있다. 사전투표함 개표 과정에 통계 조작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몇몇 유튜브에서 제기한 의혹은 SNS를 타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대학교수들까지 나서서 '인위적인 작동' 의혹을 제기한다.주요 내용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1천 개 이상의 동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총선 당일 투표 득표율보다 (거의 일률적으로) 10% 정도 높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1천 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오는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이외에도 다양한 의혹들이 온라인상에 퍼져 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내용도 있고,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는' 내용도 있다.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선거 개표 부정이나 조작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어쩌면 망상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하기에 선거 부정은 있을 수 없고, 개표 시스템의 보안 역시 100% 완벽해 누구도 위해를 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어쩌면 몽상일 수도 있다.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면 그의 신변 이상설은 일거에 해소된다.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털어버리는 방법 역시 간단하다. 의혹이 제기된 수도권 선거구 중 2, 3개 선거구를 샘플로 선정해 사전 투표함을 공개 수(手)재검표 하면 된다.상당수 사람들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해 제기한 의혹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해버린다면 그 자리에 불신이 자라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에 치명적 위해가 될 수 있다.

2020-04-28 17:57:06

[시각과 전망] 집권 여당이 TK 인사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

[시각과 전망] 집권 여당이 TK 인사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

20대 국회 때 대구경북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회의원 방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실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그의 방은 예산철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면담 요청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지역의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도 홍 의원에게 의지할 정도였다. 21대 총선 다음 날 서울에 있는 기자에게 전화를 한 대구시 고위공무원은 "홍 의원 낙선으로 대구 현안을 누구와 의논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김부겸 의원도 마찬가지다. 당선됐다면 집권 여당의 5선 중진에다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선 그의 무게감은 남달랐을 터.두 사람의 낙선에 대해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기업인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 정부 여당과의 창구가 없어져버린 까닭이다.일사불란하게 뭉쳐서 정권을 창출하고 지지하는 호남. 지역 발전을 위해 기가 막힐 정도로 절묘한 투표를 하는 충청강원권.반면 대구경북은 대쪽 같다. '못살아도 좋다. 본때를 보여주자'는 정권 심판에 대한 결기가 이번 선거를 지배했다. 소득주도성장,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들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구경북 경제를 더 악화시켜버렸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정부 부처와 5대 사정기관 등에서 대구경북 출신 고위직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자연스럽게 정권과 지역의 고리도 끊어졌다. 이런 것들이 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연결짓게 했다.이걸 대구경북만의 잘못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정권은 대구경북을 '버리는 땅'으로 간주해야만 할까.아이러니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역대 어느 총선과 달리 이번에 대구경북 25개 모든 선거구에 후보자를 냈다. 자신감의 산물이다.비록 의석을 건지진 못했지만 총선 결과는 매일신문·TBC대구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집권당이 이번 선거에 주목해야 할 점은 TK의 20~40대 동향이다. 여론조사는 25개 선거구 중 10개 선거구에서 20~40대가 통합당이 아닌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통합당의 승리는 50대 이상의 몰표에 기인한 것이다.대구경북도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곳이며, 향후 그럴 가능성이 엄청 높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조사다.앞으로 김부겸·홍의락 의원이 당선되던 때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말란 법이 없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기세는 매서웠다.그러려면 집권 여당이 사람을 키워야 한다.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김부겸 의원은 충분한 자생력을 갖추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홍의락 의원만 하더라도 4년간 잊힌다면 다시 이런 류의 사람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해진다. 정부 각료든, 국회 사무총장이든 일정한 역할이 주어져야 TK민주당이 살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회의장 시절 정무수석을 한 이승천 대구동을 민주당 후보는 정 총리와 독대할 수 있는 대구경북의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이헌태 대구 북갑 후보는 민주당 주요 당직자, 포항의 오중기·허대만 후보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소통이 가능한 대구경북의 자산이다.민주당이 이런 인물들을 발탁하고 중용하면서 대구경북도 소중한 지역으로 여긴다는 판단이 들면 TK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유도해낼 수 있다.

2020-04-22 06:30:00

[시각과 전망] 투표장에 가야 하는 이유

[시각과 전망] 투표장에 가야 하는 이유

핑계 대기 딱 좋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총선이 치러지다 보니 그렇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굳이 마스크 쓰고 집을 나서 줄까지 서서 한참을 기다린 뒤에 딱히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는데 투표를 하려니 썩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저마다 자신이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하면 세상을 바꿀 듯이 확성기에 외쳐대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세상에 저렇게 욕을 먹는데도 불구하고 제 돈까지 써가며 굳이 그 일을 하겠다고, 자기만큼 잘 하는 사람이 없으니 제발 잘 봐달라고 나서는 직업도 없으리라.그러나 총선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들도 많다. 현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자는 사람들이다. 새 시대의 희망을 품고 정권을 맡겼더니 살림살이는 나아진 게 없고 제 몫 챙기기에 바쁘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제라도 혼쭐을 내주자는 사람들이다. 물론 반대쪽도 있다.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못해 마음껏 정책을 펴지 못했는데, 힘 있는 여당을 만들어 제대로 된 개혁과 정치, 경제 발전의 토대를 닦아주자는 사람들이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른 만큼 누가 옳고 그르고는 논할 바가 못 된다.게다가 특정 정당의 공약이나 정책이 잘못된 사상적 바탕에서 출발한 만큼 과정도 정의롭지 못하고, 결과도 국익에 이롭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논리적 근거 위에 판단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동산 정책이 오로지 세금 긁어내려는 수작이라며 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집값 좀 제대로 잡아달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가 맞다는 사람과 정시가 답이라는 사람은 어느 쪽의 정의롭거나 부정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볼 때 무엇이 유리한지 따져 그에 부합하면 옳고, 그런 정책을 펴는 정당은 우리 편이다. 당장 내게 손해가 올지언정 대의에 맞으니 그 정당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게 사람이고 국민 정서이며, 이를 반영한 것이 선거다.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한 장을 할애해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지하다'고 갈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헤아리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로 가득한 반향실(소리가 울리는 방)과 자기 의견을 강화해 주는 뉴스피드(News Feed) 안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믿음은 계속해서 공고해질 뿐 도전받는 일이 거의 없다.'선거는 세상에서 내가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다. 자신이 찍은 후보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행여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자신이 틀렸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와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 후보가 졌다고 해서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멍청이라는 생각도 틀렸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비록 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뽑아주는 행위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그저 내 잇속에 유리한 사람을 뽑는 낯 간지러운 행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선거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어슴푸레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좌표 설정이 이뤄져야 온전한 방향 제시가 가능하다. 그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내 목소리만이 옳다고 무한 반복으로 메아리쳐대는 반향실에서 빠져나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이 선거다.

2020-04-15 06:30:00

[시각과 전망] 민심도 도륙될 수 있다

[시각과 전망] 민심도 도륙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3월 중순 실시한 서울 광진을 총선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43.3%) 후보가 미래통합당 오세훈(32.3%) 후보를 1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0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52.6%를 기록했다. 이 조사대로라면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지역은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이 확실해 보인다.하지만 내면은 좀 다르다. 서울 광진을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7%가 민주당·정의당 등 범여권 지지자였다. 반면, 통합당·국민의당 지지자는 29.2%였다. 여론조사에 범여권 지지자들이 야권 지지자들보다 2배 이상 참여한 것이다. 게다가 실제 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지율 합은 62.7% 근방에도 못 미친다.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1%였다. 하지만 거의 매주 실시되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응답자의 약 60%가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준 사람들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여론조사에 훨씬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여론과 많이 다를 수 있다. 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의 표본에 따라 여론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조사 결과 발표가 한쪽에는 전의를 불태우는 동기로 작용하고, 다른 한쪽에는 전의를 상실하는 요인이 됨으로써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전투에서 승기를 잡고 적군을 몰아붙일 때 용감무쌍하지 않은 병사는 없다. 패해서 도망칠 때 기죽지 않는 병사도 없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이기고 있다고 믿는 쪽은 더욱 기세를 올리기 마련이고,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은 주눅이 들어 투표 의지를 잃기 십상이다. 국민 개개인은 실제 판세를 알기 어렵고, 결국 공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의해 한쪽은 전투 의지를 불태우고, 다른 한쪽은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전쟁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창과 칼로 싸우는 고대 전투에서 전사자의 약 80%는 대군이 맞붙는 대회전(大會戰)이 아니라, 정면 격돌에서 밀려 후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대오가 무너진 군대는 흩어져 제각각 도망치고 그 과정에서 전열을 갖춘 상대에게 도륙되는 것이다.현대 선거전도 이와 비슷하다. 이미 졌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투표 의지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실제는 백중세이거나 이기고 있음에도 '지고 있다' '졌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고,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지게 된다. 대오를 갖춘 소수 유권자들(여론조사 전화에 꼬박꼬박 응답하는 자들)이 각개로 흩어진 다수 유권자들을 도륙하는 것이다. 드루킹과 그 일당들이 여론 조작에 그토록 매달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조국 수호' 집회 때 주최 측과 친정부 언론들은 "100만 명, 200만 명이 모였다"고 예사로 말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들은 당시 집회 참가자가 적을 때는 2만여 명, 많을 때는 10만 명 안팎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나 시위에서는 흔히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의 목소리로 둔갑한다.4월 15일, 만 가지 일을 제쳐두고라도 투표소로 나가야 한다. 투표하지 않는다면 진짜 민의(民意)는 제각각 흩어져 도륙될 뿐이다. 그렇게 되면 죄 지은 정치인들은 면죄부를 받고, 죄 없는 국민이 대신 벌을 받는다. 실직, 가난, 위험, 멸시, 불공정, 압제 같은 형벌 말이다.

2020-03-31 15:37:16

[시각과 전망] 총선 분위기 심상찮은 대구경북 미래통합당

[시각과 전망] 총선 분위기 심상찮은 대구경북 미래통합당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꼭 3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구경북 선거 완승으로 축배를 들려던 미래통합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실물경기 침체, 중소기업 및 자영업 몰락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절대 유리하게 이어져 온 선거 국면을 통합당이 대구경북 공천을 잘못하는 바람에 혼전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현재 대구에선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곽대훈(달서갑)·정태옥(북갑) 의원이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이 두 사람은 지역구 관리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와 동정 여론이 만만찮다.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통합당의 이인선 후보가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다.이보다 더 통합당을 당혹하게 하는 건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주성영 전 국회의원의 무소속 출마. 그렇지 않아도 같은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현역인 김부겸·홍의락 의원을 상대하기 쉽지 않은 터에 보수표를 갈라야 할 처지다. 오랜 기간 준비를 거치고 경륜도 있는 이들에게 경선 기회라도 줘야 했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현기 전 경북부지사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경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면서 고령성주칠곡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도 포항남울릉 무소속 출마를 24일 선언하려다가 잠정 연기는 했으나 여의치 않으면 튀어나갈 태세다. 안동은 통합당 공천 철회를 둘러싸고 유림들까지 들고 일어난 실정. 이런 판에 무소속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안동도 통합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지만 정치력 떨어지는 황교안 대표가 나설 리 만무한 상태에서 득표력을 지닌 무소속 출마자들을 다독거릴 정치력 있는 인사가 현재로선 없다. 지역 여론과 동떨어진 공천으로 일관하다 보니 대구경북선거를 책임질 선거 사령관이 없어서 초재선급으로 공동선대위원장을 꾸리려는 중이다.여기다 보수대통합을 통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지역 유권자 주문과는 달리 '우리공화당'으로 대표되는 태극기부대와의 선거연대조차 거부한 협량(狹量)이 선거판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보수적인 대구경북 표심은 우리공화당이 아닌 미래통합당으로 모일 것'이라는 무지의 결과다. 달서병의 조원진 대표 지역 등 일부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연대를 꾀한다면 보수 결집으로 훨씬 많은 의석 확보가 가능할 텐데도 말이다. 그게 보수의 염원인 현 정권 심판이 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만 같다.아무나 갖다 꽂아도 최소한 대구경북 표심은 미래통합당으로 향한다는 오만이 불러온 현상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은 당보다는 인물 위주의 투표를 하자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여야와 무소속을 떠나서 '무늬만 TK'인 사람보다 지역 민심을 떠받들고 현안 해결에 앞장설 능력 있는 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이는 '다시는 민심을 이반한 공천을 못하게 본때를 보이자'는 결의와도 궤를 같이한다. 통합당의 공천 잘못이 이런 민심으로 연결되는 것이다.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도 결국은 통합당에 들어올 것이니 큰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면 이보다 큰 오판이 없다.총선에서 지고 난 이후의 이합집산은 지지층의 염원과는 거리가 멀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려 했던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2020-03-25 06:30:00

[시각과 전망] 성장에 대한 믿음

[시각과 전망] 성장에 대한 믿음

코로나19로 중국 내 사망자가 1천 명 단위를 넘어섰고 도시를 봉쇄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만 해도 '중국이라서 그렇지. 이러다 말겠지'라고 여겼다. 사스와 메르스, 신종 플루의 공포는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국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엄격한 검역으로 확산세는 없을 듯 보였다. 하지만 신천지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뇌관이 터졌다. 대구경북은 기피 단어가 됐고 별 생각없이 봉쇄를 언급할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며, 마치 전염병 소굴처럼 대놓고 욕하는 몰지각한 사람들까지 등장했다.하지만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도시가 멈춰 서고 사람이 죽어나가며 의료 물자가 부족하다는 눈물겨운 하소연을 정치적 프레임 속에 집어넣는 일부 뇌 없는 정치인들이 속을 뒤집어 놓지만, 투표를 제대로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의 토악질을 해대는 일부 인사들이 가슴을 치게 만들지만 우리는 결국 해낼 것이다. 식료품 사재기 한 번 없이, 수백m 늘어선 마스크 구매 행렬에도 새치기나 욕지거리 한 번 없이, 행여 피해를 줄까 봐 답답한 집에 갇혀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성숙한 대구경북민이기에 이겨낼 것이다.걱정은 경제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사람 간 접촉을 막고, 지역 간 거리를 두는 차원을 넘어서 국경을 막는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전염병은 격리가 해결책이지만 경제는 격리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중세 흑사병이나 1918년 스페인독감 때의 팬데믹과는 전혀 다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경이 막힌다는 것은 교역 중단을 뜻한다. 물품을 생산해도 팔 곳이 없어져 공장이 문을 닫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며 경제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11년간의 파티는 끝났다'는 외신을 접하면 답답하다. 그렇게 만든 과정이야 어찌됐건 그들은 나름의 호황을 누렸다는 뜻인데 우린 어떠한가. 22조원을 들여서 4대강 사업을 추진했건만, 빚을 내서 집을 샀건만 호황을 누려본 기억은 없다. 바뀐 정권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외쳤지만 체감 경기는 바닥이다. 경제는 가라앉은 내수 탓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나마 수출로 간신히 버텼는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얼마나 더 허우적댈지 아찔하다.재난기본소득 지급 논의도 한창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은 대두될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적 능력을 잃은 이들에게 소비 주체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다만 그것이 궁극적 해결책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핵심은 성장에 대한 믿음이다. 앞으로 파이를 키울 자신이 없으니, 즉 국민을 더 부유하게 만들 자신이 없으니 지금 가진 파이를 나눠 먹자는 정책은 불안하다. 성장 한계와 불평등 확산으로 무작정 파이를 키울 수도, 키운 파이를 공평하게 나눌 수 없음도 잘 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나서 대한민국이 먹고살 파이를 키워보겠다는 것과 파이 크기가 뻔하니 이거라도 나눠 먹자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당장 표를 더 얻겠다는 근시안적 정책이 아니라 나눠 먹을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대구경북민이 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싸움을 치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 극복에 대한 확고한 믿음 덕분이었다. 닥쳐올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이런 믿음을 주는 것이 백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온갖 말잔치가 난무하지만 성장에 대한 믿음을 주는 정당은 보이지 않는다.

2020-03-17 19:18:44

[시각과 전망] 김형오 공관위의 오만과 독선

[시각과 전망] 김형오 공관위의 오만과 독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최근 단행한 대구경북(TK) 총선 후보 공천을 놓고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이해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운 공천 결과가 적지 않아서다.TK 다수 시도민들은 우파 정당의 혁신 공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데 어느 지역보다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시도민들은 지역에서부터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을 대거 수혈,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설 수 있는 역동적인 거대 야당의 모습을 기대했다.그러나 김형오 공관위의 TK 공천은 원칙도, 철학도, 지역에 대한 심모원려(深謀遠慮, 깊은 꾀와 먼 장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김형오 공관위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이 주도하는 미래통합당 TK 공천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돌려막기, 측근 챙기기, 밀실 공천 등 온갖 구태를 다 보여줬다.이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며 열심히 표밭갈이를 해 온 TK 총선 후보들과 유권자들은 "우리가 언제까지 우파 거대 야당의 볼모로 살아야 하는가"라며 분개하고 있다.대구 달서갑을 보자. 이곳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두아 변호사가 단수 추천됐다. 이 변호사는 출마지역에 사무실도 없고, 명함 한 장 돌리지 않았다. 낙하산 공천의 전형이다. 이곳 유권자들은 '듣보잡'을 맞닥뜨린 심정이다.이 변호사는 당초 달서병에 공천 신청을 했는데 돌려막기로 달서갑에 이식됐다. 이 변호사는 한때 이석연 부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 소속으로 제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며 같이 의정활동을 한 김형오 위원장과도 인연이 깊다.역대 총선에서 여야 어느 당을 막론하고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 공천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험지에 내보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도 이 변호사는 우파의 양지로 통하는 TK 달서갑에 공천을 받았다. 이러니 김형오‧이석연의 사천(私薦)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대구 북갑 유권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지지한 인사다. 이 후보는 서울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다 낙점됐다. 당과 지역에 대한 공헌과 헌신은 찾아보기 어렵다.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투표제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직을 걸고 투쟁했다. 국민들 또한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도로 민의가 왜곡될까 봐 가슴 졸였다.당과 우파의 절대적 방침과 배치되는 연동형 비례투표제를 찬성한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것은 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수성구 공천도 어이가 없다. 수성을 후보를 수성갑으로 보내고 수성갑에서 맹렬히 뛰던 후보를 수성을로 보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이 후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발했다. 이는 마치 대입 원서도 안 냈는데 입학시험을 강제로 치르게 하는 꼴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황당한 막장 공천이다.공관위의 무리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경북 북부권을 확 바꾸는 선거구 획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급하게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가 결국 재공모하는 촌극을 벌였다.물갈이와 낙하산 공천을 하더라도 예전에는 지역의 여론을 살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에는 예비후보 등록조차 않고 사무실마저 지역구에 안 낸 인사들을 여럿 내리꽂았다.이러다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려 한 TK민들이 먼저 사심(私心) 어린 사천을 한 거대 야당의 막장 공천을 심판하려는 쪽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두렵다. TK민들은 서울에서 주말 출장을 내려오는 국회의원은 원치 않는다.

2020-03-10 18:21:23

[시각과 전망]우리는 패하지 않습니다

[시각과 전망]우리는 패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대단히 안정적이고 체계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은 코로나19에 민낯을 드러냈다. 열이 펄펄 끓고 호흡이 어려워도 사흘을 기다려야 겨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검사기관과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병상 부족으로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시민들이 방역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모든 일상을 뒤로한 채 이른 아침부터 수백m에 달하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에서 방역용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병상이 없어 환자가 집에서 죽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방역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빛나는 시민의식을 보여준 사태이기도 하다.상황이 우려를 넘어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정부의 초기 대처에 반감을 품었던 시민들도 "이 상황에서 정부를 탓하고 신천지교회를 욕하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스스로 조심하고, 격리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대구시의사회(회장 이성구)는 '코로나19로부터 대구를 구하자'며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응급실로 와주십시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라고 호소했다. 이 호소에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수백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대구로 달려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병원으로 달려온 의료진, 대구시민들, 대구경북의 모든 공직자들, 나아가 멀리 광주시민들까지 작금의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발 벗고 나섰다. 우리 공동체를 돕기 위한 기업과 착한 건물주, 시민들의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일부 언론이 대구시내 매장의 특정 시간대, 특정 매대를 촬영해 '싹쓸이'라고 보도했지만, 대구 어디에서도 싹쓸이는 없었다. 시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생활용품을 조금씩 더 사들인 것은 맞지만 뒤에 올 시민이 빈손으로 돌아서도록 하지는 않았다. 이 미증유의 환란 속에서도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생활 규칙을 지켰고,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상황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을 원망하고 비난하자면 대상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비난하지도 말자.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보태고, 서로를 격려하자. 그것이 스스로 돕는 길이고,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우리 도시가 봄빛으로 물들어도 코로나19 사태는 가라앉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훨씬 큰 고통을 안길지도 모른다.그럼에도 우리는 패하지 않을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을 견디고 해내기 힘든 일을 해내며,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하나씩 수행하는 동안 코로나19는 물러갈 것이다. 만나서 악수하고 미소 지을 청정한 새날은 반드시 온다.

2020-03-03 17:42:51

[시각과 전망] 마스크 한 장 제대로 못 사는 대한민국

[시각과 전망] 마스크 한 장 제대로 못 사는 대한민국

이틀 전(24일) SNS를 뜨겁게 달군 소식 하나. '마스크에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지나 가짜 뉴스로 밝혀졌지만 누군가 울산에 있는 춘해보건대 김희진(의학박사) 총장을 사칭하면서 쓴 글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입었던 옷이나 사용했던 마스크를 헤어드라이기 열로 소독하면 된다'는 것. 마스크를 못 구해 애를 태우던 기자도 이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일주일 동안 썼던 마스크에 헤어드라이기를 갖다댔다.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낸 촌극이다. 마스크 생각만 하면 마냥 화가 치민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국내 일일 생산량이 1천200만 장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외신들조차 이를 기현상으로 보도할 정도다. 대구에 있는 아내는 이틀에 걸쳐 수백m 줄을 선 끝에 겨우 마트에서 30장 확보 가능한 티켓을 받았다고 한다.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이게 이 정권이 처음부터 주창한 '나라다운 나라'인가. 이런 와중에 중국에 수출된 마스크가 최근 5일간 500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이 정권과 서울 언론이 대구경북을 대하는 태도에선 울화통이 치민다. 25일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긴급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연 뒤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 가관인 건 제목이 '대구경북 최대 봉쇄 조치'다. 내용을 보면 방역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것이지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그렇다면 다른 용어를 써도 될 터인데 굳이 자극적인 용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반발이 전해지자 실무자가 해명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우한에 취했던 이동 제한 등 지역 봉쇄가 아니라 방역상의 조치를 최대한 가동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중하지 못했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하게 만들었다.서울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와 보도자료 제목에 설사 '대구경북 봉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대구경북민을 자극하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갈겼다.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집중 발생하자 정부와 서울 언론들은 '대구 코로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고민없이 써댔다. 심지어 어떤 언론은 서울 서초구에서 환자가 나오자 '대구 코로나 서초구 상륙'으로 보도했다.이렇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대구경북은 고립된 섬이 돼가고 있다. 기업들은 대구경북 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부득이 다녀온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2주간 재택근무다. 대구공항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각 항공사들이 대구 노선을 줄줄이 줄이고 있어서다. 서울 금융연수원서 교육 중인 대구경북 사람들은 가능하면 주말에 집에 가지 말라는 특별지시까지 받았단다. 그러니 누가 비즈니스를 위해 대구경북을 찾겠는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나 민생을 위한 각종 회의 등도 완전히 멈추다 보니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완전 그로기 상태인 대구경북. 대통령이 25일 오후 급히 대구를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지정 이상의 조치를 약속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총리가 이날부터 대구에 기거하면서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진두지휘한다지만 시도민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피폐해진 대구경북의 민심이 대통령 방문과 총리의 대구 상주로 치유될까마는 우선 마스크만이라도 쉽게 구입하게 하라. 25일에야 겨우 '수출 물량을 제한해서 대구경북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민심은 폭발할 것이다.

2020-02-26 06:30:00

[시각과 전망] 코로나19와 가짜 뉴스

[시각과 전망] 코로나19와 가짜 뉴스

바이러스(Virus)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균(박테리아)보다도 수백 배 이상 작다.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복제와 증식이 가능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항생제가 통하는 세균과 달리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약이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워낙 연구하기 까다로운 상대일 뿐 아니라 변종, 신종까지 등장해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인류 멸망을 다룬 암울한 공상과학소설에서 바이러스가 주인공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가공할 만한 치사율과 전염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류를 위협할 만한 바이러스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최대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 중 전염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 국한돼 발병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숙지기도 했다.치사율과 공포심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유행한 사스만 해도 초기 치사율이 20~30%에 달했지만 전체 치사율은 9.6%였다. 사스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774명이었다. 메르스의 경우 2012년 4월 이후 2019년 말까지 2천499명이 감염됐고 861명이 숨져 치사율이 34.5%에 달했다. 메르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3명이 감염돼 51명이 숨졌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2천436명이며 사망자는 1천868명이다. 치사율은 후베이성 3.2%, 후베이성 외 지역 0.4%, 중국 외 국가(24개국) 0.23% 정도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의 치사율은 0.01~0.04%다. 하지만 독감 탓에 폐렴에 걸려 숨지는 사람은 매년 미국에서만 5만~8만 명, 한국에선 2천 명 정도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독감이 훨씬 더 무섭지만 인류가 갖는 공포심은 코로나19 쪽이 훨씬 크다. 이유는 코로나19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도 공포심 증폭에 한몫한다. 가짜 뉴스는 21세기 정보시대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허술한 면역계를 뚫고 공격하듯이 가짜 뉴스는 부족한 정보와 불안정한 감정을 공격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바이러스가, 사실과 날조의 경계에 가짜 뉴스가 있다. '사실'이라는 단백질로 포장돼 있지만 '날조'라는 유전자 증식이 목표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쏟아내기식 뉴스 생산에 급급한 채널들의 확대로 어느 순간부터 뉴스와 가짜 뉴스를 분간하기도 어렵게 됐다. 한 줄짜리 그럴듯한 제목에 현혹돼 클릭하면 그때부터 가짜 뉴스 확진자가 된다. 바이러스처럼 약도 없다. 급작스러운 반응을 보이기 전에 침착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가짜 뉴스 면역력을 키워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총선이 다가오면서 가짜 뉴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환절기 독감 바이러스처럼 많은 신종과 변종 가짜 뉴스가 등장할 터이다. 예방책이나 치료약은 없다. 하지만 하나만 명심한다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거는 온전히 감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정의로운 후보를 택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새 전자제품을 살 때 차라리 더 이성적이다. 흠결없이 정의로운 정치인이 있고, 그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지금도 믿는다면 그건 어린 시절 위인전을 너무 열심히 읽은 부작용이거나 특정 후보 또는 정당만큼은 공의롭다는 가짜 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자기 선택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선택을 폄훼해선 안 된다. 가짜 뉴스 바이러스만 확산시킬 뿐이다.

2020-02-18 18:57:40

[시각과 전망] 망각된 메르스의 교훈

[시각과 전망] 망각된 메르스의 교훈

2015년 5월 말경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MERS)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면서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아 그 피해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했다는 경제계의 보고서가 있다.5년도 지나지 않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라는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관광과 외식, 숙박, 유통 등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확진자가 한 번 다녀갔다는 이유로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는가 하면 손님으로 북적이던 음식점이나 술집,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마저도 뚝 끊겼다.공연시설이나 영화관 등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느 곳 할 것 없이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기피 심리가 지배하고 있다.메르스와 작금의 우한 폐렴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첫째,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쳐버린 의사결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초동 단계에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확진자 정보 공개, 학교 휴업 등 세부 대책에서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해 다른 나라와 달리 감염병 발원지인 우한 지역 방문자만 선별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뒤늦게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 U-23 남자대표팀 경기 결과를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정부는 초기에 이번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봤다.둘째, 제궤의혈(堤潰蟻穴)이다.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사소한 결함이라도 곧 손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경고다. 병원에 다녀간 확진자가 입원했을 때 차단했더라면 아마 우한 폐렴이라는 말 자체를 국민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꾸물대고 있는 사이 2차 감염이 일어났다.셋째, 경적필패(輕敵必敗)다. 이는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팀이 최하위 팀에게 패하는 걸 본다. 상대 팀을 얕보고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보건당국의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론이 우한 폐렴을 우려하자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방역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우한 폐렴을 우습게 보다가 보건당국과 한국은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넷째,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백성이 위정자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우한 폐렴이 확산된 것은 보건당국의 정보 차단에 큰 원인이 있다.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감염 경로와 당사자들을 정확히 파악해 확산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대통령은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가짜뉴스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벌하겠다는 엄포만 놓았다. SNS 시대에 이런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경이롭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공포감을 부채질하였다.우한 폐렴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과 개인에게 공통적으로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의사결정과 행동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극히 조그만 허점이라도 방치하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는 것, 구성원의 신뢰를 잃으면 화가 닥친다는 것이다.

2020-02-11 18: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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