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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친환경 생활에 관한 오해들

1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165㎡(50평)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마트에서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지를 제공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3월 말까지 계도 기간)환경오염이 심각하니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마늘이나 양파는 수확 후 적절히 건조해서 보관하면 상당 기간 저장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양파나 마늘 까는 걸 싫어하니, 대형마트에서는 깐마늘과 깐양파를 판매한다. 미리 껍질을 까서 내놓으니 신선도와 저장성이 금방 떨어지고, 이를 조금이라도 상쇄하려고 비닐 랩으로 둘러싼다. 이런 비닐은 금지 대상도 아니다.가을 무 역시 흙이 묻은 채로 저온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흙 묻은 무를 싫어하니 생산자들은 무를 박박 씻어서 내놓고, 그러다 보니 신선도가 금세 떨어진다. 그래서 또 얇은 비닐로 둘러싼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 한 환경보호는 난망한 것이다.일회용 비닐봉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에코백이나 플라스틱 장바구니, 일회용 컵 대신 권하는 텀블러에도 함정이 있다.(제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에코백이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친화적이려면 130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이려면 1천 회 이상을 써야 한다.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운반된 거리에 수송량(t)을 곱한 값을 말한다. 운반 거리가 멀수록, 운반량이 많을수록 환경을 더 많이 해친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좀 더 친환경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농약과 비닐을 사용해 채소를 재배했다면, 운반 거리는 짧지만 환경에는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 농약과 농사용 비닐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해보면 된다. 푸드마일리지가 짧다고 곧 친환경은 아닌 것이다.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할 '친환경 가방'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 마크'가 붙은 제품을 쓰는 것이 곧 친환경 생활은 아니다.기업은 '친환경' 증표를 단 제품들이 몇 회나,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이나 컵보다 환경친화적일 수 있는지를 제품의 유통기한처럼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친환경이고 뒤로는 환경을 더 해칠 수도 있다.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약 414장이다. 온 국민이 하루에 한 번씩 장을 봐도 연간 414장을 소비하지는 못한다. 결국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제공하는 운반용 비닐봉지가 핵심은 아니라는 얘기다.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하고, 그러자면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좇기 마련이다. 더불어 '친환경 제품'이 오염원을 다른 단계, 다른 장소에 전가하는 '가짜 친환경'은 아닌지도 알뜰히 살펴야 한다.

2019-01-08 17:20:29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기부로 얻는 마음의 명예

대구·경북에서 알아주는 부자로부터 5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다. 시골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이 분은 경제인으로 활동하면서 민선 자치단체 의원으로도 족적을 남겼다.그와는 처가 쪽에 친분이 있고, 출입처에서 기관장과 기자로 만난 인연이 있다. 오래전 인사차 그의 회사에 들렀는데 손때 잔뜩 묻은 상품권을 건넸다. 만지작거린 흔적이 역력했다. 지역 사회에서 돈에 인색하기로 소문났기에 대접받은 느낌을 받았다.세월이 흘러 그가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1억원 이상을 한 번에 내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하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다.그는 부인, 아들, 딸 등과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당시 가족이 한꺼번에 가입해 화제가 됐다.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옮기지 못했고 얼마 안 돼 그의 부고를 접했다.운명을 앞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게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생전에 좀 더 일찍 더 많은 기부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매일신문이 매주 화요일 연재하는 '이웃사랑'은 그 이전부터 '燈'(등)이란 컷으로 사회면 등에 실렸고,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독자의 성금 기탁이 이어졌다. 매일신문은 성금을 받아 신문에 실린 당사자들에게 전달했다. 1990년대 초 담당 업무를 맡은 기자는 성금을 받은 뒤 간이 영수증을 끊어줬는데 이를 받지 않으려는 익명의 독지가들이 많았다. 성금을 착복하거나 유용할 수 있기에 현시점에선 납득하기 어렵지만, 매일신문에 대한 공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현재 '이웃사랑'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를 통해 기부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연말연시 '기부의 계절'이지만 한파만큼이나 기부 손길이 얼어붙었다. 사회복지모금회가 시행(지난해 11월 20일~1월 31일)하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예년보다 낮다고 한다.증가세를 보이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도 지난해에는 줄어들었다. 아너 소사이어티 경북 가입자는 2017년 20명이었으나 2018년 14명에 그쳤다.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성금 착복과 유용 등이 뉴스가 되면서 기부금 모금 단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탓도 있다.기본적으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높아지려면 경제 사정이 좋아져야 하고 기부 단체를 신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기부 문화의 확산이 더 필요하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만 선행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은 자기 일에 열정적이며 기부를 당연한 사회적 책임으로 여긴다. 기부로 즐거워하며 마음의 명예를 얻고자 한다.최근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무대는 개인에서 부부, 가족, 친구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그럼에도 아너 소사이어티를 비롯한 기부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숨어 있는 알짜 부자들의 통 큰 기부가 절실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의 기부 동참도 요구된다. 새해에는 내가 아는 이들의 기부 소식을 더 많이 접하길 소망한다.

2019-01-01 18:44:58

김지석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울릉도의 설움

시인 유치환은 1948년에 발표한 시 '울릉도'에서 울릉도를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애달픈 국토의 막내'로 표현했다. 멀리 떨어진 국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다. 문학평론가들은 유치환이 8·15 이전에는 생의 허무함과 운명에 도전하는 시를 주로 썼으나 광복 직후에는 국토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함께 조국의 앞날이 밝기를 노래했는데 울릉도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보았다.70년 전 울릉도는 말 그대로 절해고도였다.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되다시피 한 삶을 살았고 화산섬이 빚어낸 자연과 고유의 기후와 식생 속에서 독특한 생활 양식도 만들어졌다. 지금은 왕래 배편도 늘어나고 관광객도 많이 찾아 고립감을 덜 느끼지만, 계절적으로 11월부터 4월 사이에는 파도가 높아 배편의 결항이 잦다. 이 시기에 울릉 주민 중 일부는 포항 등지에 나와 생활하기도 한다.1만여 명이 사는 울릉도는 기이하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도동항 입구에 우뚝 서 있는 기암괴석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많이 다닌 가수 이장희가 울릉도의 자연에 반해 눌러앉아 살게 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장희의 홍보 덕분인지 몰라도 울릉도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청정 지역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행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2015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민간출자자가 포함된 특수목적법인이 투자해 디젤발전 중심의 울릉군 하루 전력 사용량 19㎿를 지열 12㎿, 풍력 6㎿, 수력·태양광발전 1㎿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15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이 거론되면서 사업이 중단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북도는 지열발전을 풍력 등으로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비 140억원과 도서 지역 전력거래단가 우대 등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정부는 민간사업이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고 전력거래단가 정책 변경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정부의 논리가 일견 타당하지만, 왠지 매정한 듯하다. 울릉도는 지금까지 발전사업에서 많이 소외되고 설움을 겪었다. 울릉일주도로가 최근 개통했지만 착공한 지 55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2016년에 정부가 사동항 2단계 항만계획 사업 중 여객선 접안시설을 취소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되살린 것도 그러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는데 묵살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전 정권에서 계획된 사업이어서 외면받았다는 뒷말도 무성하다.울릉도가 그간 소외당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해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민간출자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지원하고 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든지, 순수 공적 사업으로 전환해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가 적은 지방의 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적용,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데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경우가 좀 다르더라도 많이 소외된 지역을 배려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방침이 재고되어야 한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의 애달픔을 달래주면 좋겠다.

2018-12-25 16:18:55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민심역행이다

요즘 지상파 방송을 보다 보면 상당수 프로그램이 2부작이다. 1부에 이어 60~90초 광고가 나오고 다시 2부가 이어진다. 전에는 광고 없이 한 번에 끝냈던 것을 "60초 후에 이어집니다" 등의 자막과 함께 광고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 이탈 방지 효과가 프로그램 전후 광고보다 4배 이상 높다고 한다. 현행법상 지상파의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지만 정부가 이를 가장한 프리미엄광고(PCM)를 방치했기에 가능하다.그뿐이 아니다. 최근 '드라마 한 회당 PPL(간접·협찬광고)이 57개에 이른다'는 서울 YMCA 보고서도 있다. 아예 광고하듯이 드라마 대사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부가 방송계 요구를 전폭 수용해서다. 이로 인해 방송 광고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정부는 '꿈의 주파수'로 불리는 700㎒대 부여, PCMPPL 허용 등 지상파에 해줄 수 있는 건 거의 다해줬다.그런 정부가 이제는 아예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방송 환경 변화로 지상파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정부 스케줄대로 간다면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이다.정부의 이 방침에 대해 지상파를 제외한 신문, 비지상파, 인터넷 매체 등 거의 전 언론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조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간광고 허용과 같은 땜질식 처방이 지상파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방송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공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지 근본적 방법 강구가 먼저라고 비판한다.언론기관이나 유관단체만 지상파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정부는 걸핏하면 촛불 민심을 내세운다. 적폐 정권을 몰아내고 현 정부가 들어선 것은 민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60.9%, 10월 리얼미터 조사)가 나왔다. 민심이 이런데도 강행하겠단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만 민심인가.지상파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그러잖아도 상황이 어려운 신문 업계는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신문협회 분석으론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은 해마다 1천114억∼1천177억원의 수익을 더 올리지만, 신문 광고비는 매년 201억∼216억원씩 감소한다. 매체 간 불균형이 급속도로 심화된다.PCMPPL광고에 이은 중간광고 허용은 지상파에 대한 엄청난 특혜다. 당연히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방송을 장악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비판으로 연결된다.전국 곳곳에서 정권과 같은 방향을 설정한 지상파들의 보도 행태가 큰 파열음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방만한 경영과 편향적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서 시청률이 하락하고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이를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특정 세력에 특혜를 주기 위해 민심을 등한시할 때 어떤 결말이 올 것인지는 불보듯 자명하다.

2018-12-19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하고 싶은 대로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취미나 예술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은 까탈스럽다. 가령, 생업 농부들은 작물에 병이 들면 농약이나 영양제를 투입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병든 작물을 뽑아내고 새로 심거나 수확을 포기한다. 농약을 쳐 키운 작물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름난 도예가들이 멀쩡해 보이는 항아리를 미련 없이 깨부수는 것은 그들이 항아리의 기능성이 아니라 예술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찾는 딱 그 핸드백이 아니면, 크기와 디자인이 비슷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 역시 핸드백의 기능성이 아니라 정체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21세기 한국은 기능성과 예술성 모두를 욕심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가난 극복에 매진해야 했던(기능성만 살펴야 했던) 앞세대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 사회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유리 상자 속 사회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눈만 높은 견습 도공과 닮았다. 마음에 안 든다며 때려 부수기는 잘하지만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10억엔에 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나쁜 정부가 혼을 팔았다면, 좋은 정부가 혼을 찾아오면 될 텐데, 문 정부는 전임 정부를 욕할 입은 있어도 더 나은 걸 만들어낼 실력은 없다.드러난 현상만 보는 것도 문 정부의 특징이다. 비정규직제도를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하는 제도라며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 즉 정규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 사회 노사관계를 조정할 실력이나 생각은 없다.그런 예는 많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법제화해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을 야기하고,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일자리를 빼앗고 생활 물가를 올렸다.올해 10월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은 말할 것도 없고, 55∼64세 중장년층 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고 50조원 이상을 갖다 붓고도 공무원 숫자와 단기 일자리만 늘렸을 뿐이다. 양극화 해소한다더니, 오히려 심화시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때려잡기 때문이다.북한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해외 순방에서 '선(先)대북제재 완화'를 외쳤지만 각국으로부터 '비핵화가 먼저다'는 반박을 받았다. 현실을 외면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가계소득 분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조사 결과가 이어지자, 정책 수정은커녕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하더니, 더 나아가 내년부터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개편하겠다며 예산을 확정했다.(159억4천900만원)좋은 정부란 장단이 섞인 딜레마를 조정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 정부다.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려 부수고, 그 손해와 고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정부는 나쁜 정부다.국가 경영은 성공해도 저 홀로 성공하고, 실패해도 홀로 실패하는 은둔 예술가의 작업이 아니다. 성과가 없어도 그만인 취미 생활도 아니다.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2018-12-11 16:24:4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스포츠 신화의 몰락

야구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을까. 컬링이 올해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이유는.야구와 컬링은 경기 내내 빠른 두뇌 회전을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머리가 좋아야 하는 운동이다.우리 국민은 머리가 좋기에 야구를 좋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급속히 알려진 컬링은 머리를 굴리는 국민 정서에 부합했다. 두 종목은 올림픽 메달로 민족적 자긍심을 높였다. 야구와 컬링을 보는 관람객들은 치열한 두뇌 싸움에 빠진다. 공 하나하나에, 스톤이 손을 떠날 때마다 경기 상황이 달라지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의 도박이다. 나는 이렇게 던지고 치길 바랐는데. 성공과 실패가 순간순간 반복된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관람한다.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선수, 감독 등 종사자들의 머리 회전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두 종목 종사자들이 머리를 너무 많이 굴렸을까. 올해 야구 국가대표팀과 컬링 '팀킴'이 국민 인기를 제 발로 걷어찼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 성공 신화를 만든 '국보 투수' 선동열과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 원장은 불명예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 삶의 뿌리가 뽑혀 나간 형국이다.스포츠의 가치를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대변되는 스포츠 신화 탄생은 이제 국민 안중에 없다.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성적(메달)이 아니라 공정한 과정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인권과 투명한 돈 처리란 항목이 가세하면서 스포츠계의 기존 방식을 박살 내고 있다.한국 스포츠의 세계화를 이끈 성과주의 스포츠의 몰락이다. 일정한 인권 제한과 자유로운 돈 처리가 성과주의의 바탕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선동열은 선수 시절의 영광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거둔 업적을 올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모두 잃어버렸다.물론 일부 평가이지만, 선 감독은 선수를 부정 선발해 형편 없는 대회의 금메달을 땄고, 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도록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선 감독은 소신껏 감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무지한 정치권 추궁과 KBO의 책임 전가에 결국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보장된 감독직을 자진해서 사퇴했다.컬링 신화의 산증인 김경두 원장 가족은 팀킴이 던진 호소문에 파렴치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20여 년간 애써 일군 그들의 업적은 이미 풍비박산 났다.김경두 원장 가족에 대한 팀킴의 호소문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감사 중이다. 김 원장은 맨땅에서 가족 중심으로 살림을 일구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요구하는 인권과 투명함을 지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올림픽 후 선수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좀 들여다보면 팀킴의 호소문은 따져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그들에게 컬링을 가르쳐 안정적인 직장과 올림픽 연금 등 큰돈을 안긴 스승에게 던진 호소문은 배은망덕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팀킴이 평창 대회 후 치솟은 인기와 유명세에 사로잡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김경두 원장은 팀킴을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그는 어떤 목적을 가진 세력이 팀킴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선동열 감독은 왜 오지환과 박해민을 뽑았고, 팀킴은 무엇을 위해 호소문을 냈는지 진실은 감춰진 느낌이다.

2018-12-04 19:23:44

김지석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차별은 범죄로 인식되어야

요즘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와 바쁘게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문화 이주민들의 가족으로 과메기를 손질하는 일꾼으로 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피붙이와 만나고 같이 지내면서 돈도 번다. 다문화 이주민들은 포항과 경주 등에 많이 몰려 사는데 과메기 생산자들에겐 이들과 계절 노동자로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가족은 고맙고 요긴한 존재들이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결혼은 전체 결혼의 8.3%였고 다문화 가정 출생자 비중은 5.2%였다. 결혼 지속 기간이 늘고 이혼율이 줄었다는 긍정적 흐름도 이 통계에서 읽을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튼튼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더 커져야 한다.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때로는 비극적 사건도 일어난다. 최근에는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참담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러한 비극은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벌어지는 슬픈 양상들이긴 하나 다문화 가정에 이러한 불행들이 닥칠 때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현실을 되짚게 된다.다문화 가정에 대해 우리 사회는 친절과 차별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이방인에 대한 이중적 자세가 일반적이며 최근 들어서는 인종 차별과 이민자에 대한 혐오 등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양극화가 심해지고 삶이 더 팍팍해지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씁쓸한 심정으로 인간 심성의 보편적, 부정적 측면이라고 느끼게 된다.우리 사회는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갑질'과 '왕따' '집단 괴롭힘' 등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남혐', '여혐' 등의 위험한 정서가 일각에서나마 존재하고 갖가지 혐오의 정서가 스멀스멀 스며든다.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가 갈수록 건강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우리 사회는 좀 더 포용적이고 관용적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사회 구성이 더 이질적이고 복잡하게 변하게 될 것이며 그럴수록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포용과 관용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로마제국과 프랑스, 미국 등 이방인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는 융성했고 안정을 이뤘다.그에 앞서 차별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요구된다. 얼마 전 차별금지법 도입을 둘러싸고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적용 여부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제외하고라도 인종, 장애, 나이 등을 차별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엄격한 처벌을 통해 차별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심은 후 포용과 관용의 분위기가 흐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2018-11-27 18:44:3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김병준,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인적 쇄신에 관해 극히 말을 아끼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19일 비대위를 주재하면서 "오늘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중심으로 인적 쇄신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예사롭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원책 파문으로 존재감이 적어진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 그러려면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협위원장 교체가 최고의 카드다. 이를 인적 쇄신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했으니 적어도 그전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교체하려 할 것이다. 당협위원장이 교체되면 신임 당대표가 선출돼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다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다면 이미지 실추로 인해 재기가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어떤 국회의원이 배제 대상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조강특위가 그 범위를 계속 흘리고 있다. 영남권 다선들과 진박이 표적이다.여기서 가장 민감한 쪽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란 말이 나오는 지역에서 누리기만 한 분들은 젊은 인재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게 조강특위의 기본 인식이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公薦)을 사천(私薦)함으로써 선거 참패에 일조한 다선의원은 물러나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문제는 이런 논리를 갖다 대면 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3선 이상 다선이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는 선수(選數)가 대장이다. 아무리 유능해도 초·재선 때는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를 해보려면 3선 이상은 돼야 한다. 대구경북 다선 가운데 차기에 국회직이든 당직이든 중용될 사람은 가능하면 살려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다선은 존재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진박 논란은 대구경북을 더 어지럽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진박들이 활거하면서 한국당은 지난 총선을 망쳤다. 현재 대구경북 20명(대구 7명, 경북 13명)의 자유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중 진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은 대구 서너 명, 경북 한두 명 정도다. 나머지 사람들은 저마다 진박감별사의 눈도장이라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공천을 청와대가 주도하는데 청와대 및 진박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이런 사람들을 진박의 지원을 받았다고 다 배제하는 것은 단연코 옳지 않다. 비록 장관급으로 있다가 발탁된 바람에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지역 현안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은 살려야 한다. 그의 노력과 인맥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어서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이익단체들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도 필요하다.하지만 장차관, 청와대 수석을 하고도 어떻게 행동하는 게 지역 발전인지 모르는 사람, 금배지에 눈이 멀었다가 선거구민 외면받자 남의 지역구를 엿보는 사람, 진박 대표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지만 그가 어려움에 처하자 외면하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김병준 위원장이 이런 사람들을 날려야 당도 살고, 자신도 산다.

2018-11-21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대구시가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으로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어나고 있다.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박물관으로 용도 변경해 리모델링하고, 그 안에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 전시실과 도서실 등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구한말 일본의 조선 침략 방식은 1592년 일본의 조선침략(임진왜란)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총칼을 앞세웠다면, 근대 일본은 총포와 더불어 자본이라는 신무기로 조선을 침략했다.서양 열강과 일본의 침략에 조선은 전국 각지의 성(城)을 개보수해 총칼로 맞서고자 했다. 외세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쳐들어오는 데 조정은 여전히 옛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대구 사람들은 달랐다. 패러다임 변화를 정확히 이해했고, 자본이라는 외세의 신무기에 대응하자면, 자본이라는 신무기로 맞서야 함을 알았다. 1907년(융희 1) 2월 대구 사람들이 시작한 국채보상운동이 그것이다.나라가 일본에 빌린 돈을 갚자며 대구가 일어섰고, 전국이 들불처럼 일어섰다. 국채보상운동은 나랏빚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치열한 독립 투쟁이었다. 그러니 국채보상운동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은 역사적 자산을 가꾸고, 미래를 여는 작업이다.중앙도서관의 출발은 1919년 경북도청 안에 있던 뇌경관이었다. 몇 차례 이전과 개보수, 이름 변경을 거쳐 1985년 12월 현재 자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내)에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중 두 번째로 설립된 도서관이고, 2017년 한 해 이용자만 160만 명이다.100년 세월을 쌓아온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자료들도 많다. 독립신문 영인본, 1904년부터 1910년까지 발행된 대한매일신문, 순조 임금이 하사한 '어정대학유' 등. 무엇보다 중앙도서관 자체가 대구 근대역사의 한 축이다. 그러니 만약 중앙도서관을 없앤다면 근현대 대구 역사의 한 축을 허무는 것이 되고 만다.도서관은 고대부터 대표적인 정보 저장소이자, 사회 구성원 간 소통을 도모하는 문화시설로 역할을 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열람실 중심에서 벗어나 자료실,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라키비움'(Larchiveum), 즉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한 것과 같은 공간과 역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대구의 역사 자산인 국채보상운동을 널리 알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리모델링 이후 새롭게 탄생할 시설은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합당하다.2017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대구지역 공공도서관 1관당 연평균 이용자는 35만8천900여 명이다. 박물관 1관당 연평균 관람자는 7만6천400여 명이다. 서울, 부산, 인천, 광주도 양상은 거의 비슷하다. 시민들이 박물관보다 도서관을 친밀하게 인식하는 것이다.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한 뒤 그 명칭을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하고,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과 중앙도서관 기능이 그 안에서 함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럴 리 없겠지만 하나의 역사적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역사 자산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

2018-11-14 05:0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혼돈에 빠진 우리의 소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어린 시절부터 부르고 들은 동요 '우리의 소원'이다. 북한에서 불리는 노래 제목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인 1947년 발표된 것으로 요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노랫가락이 예전만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얼마 전 TV 뉴스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궁예 유적지인 태봉국 철원성에 대한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을 봤다. 임 실장은 이날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 현장을 둘러본 후 이곳을 찾았다.얼른 채널을 돌렸지만, 그 모습이 머리 안에서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한껏 폼을 잡은 임 실장의 모습에서 머리가 굵은 뒤에는 희미해진 한반도 통일이 무섭게 다가왔다. 이거 정말 '386세대' 운동권 주사파들이 그리는 고려연방제식 북남 통일이 추진되는 거 아니냐.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공산화다.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 임 실장의 이날 군 방문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 군 서열 1위다. 대통령이 외유 중인 상황에서 국방부·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을 대동하고 군부대를 시찰한다는 건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지다. 하기야 북한 김정일의 호칭도 비서였다.임 실장의 행동이 마뜩잖은 건 군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군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GP는 기자가 1980년대 중반 군 생활을 한 곳이다. 수색대대에서 소대 통신병으로 복무하며 GP 부근에서 수색·매복 작전을 했고, GP와 군사분계선 사이 추진철책 건설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했다. 지뢰탐지기가 아닌 긴 드라이브를 날카롭게 갈아 땅을 쑤시며 지뢰를 찾을 때 임 실장은 뭘 했나. 그는 알려졌듯이 북한 체제에 동조하며 반미 시위를 이끈 인물이다. 당시 다수의 수색 대원이 지뢰 제거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개죽음을 당했다.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군대에 가지 않은 임 실장은 궁예의 흔적을 바라보며 어떤 통일의 모습을 그렸을까. 궁예의 '관심법'으로 통일을 설계했을까. 첨예하게 맞선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정상적인 군 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임 실장과 같은 통일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극단적 진보주의자들의 통일관은 이상적이지만 위험하다. 북한을 지원해(퍼주기) 더불어 잘살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고, 북한이 은밀히 감춘 핵무기로 핵보유국이 되는 시나리오다. 자부심이 느껴지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6·25전쟁 경험 세대를 비롯한 보수 세력들은 경제적, 군사적 우월감을 내세우며 우리나라와 미국이 주도하는 힘의 통일을 바라고 있다. 김씨 일가에 의한 세습 독재 체제인 북한의 몰락이다. 자유민주적인 통일이 아니라면 대치 국면의 현상 유지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하면 외세는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이를 외면하고 남북한이 어디까지 관계 개선을 할 수 있을까.정권에 따라 정치 논리로 통일을 추구하고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외세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고, 세대 간 간극도 커져 통일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하다. 우리의 소원마저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2018-11-06 18:09:53

김지석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언성 히어로 이규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은 '언성 히어로'(unsung hero)로 통했다.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이 용어는 충분히 찬양받아야 함에도 찬양받지 못하는 '숨은 영웅'의 의미로 스타 대접을 받지 못해도 그 이상의 활약과 기여를 하는 선수를 가리킨다. 스포츠 외의 다른 분야, 그리고 지나간 역사 속에서도 많은 언성 히어로들이 있는데 석곡(石谷) 이규준 선생 역시 그러한 인물일 것이다.포항 출신의 이규준(1855~1923)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한의학자이자 유학자, 천문학자이자 문인이었다. 학문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림, 건축, 과학, 의학 등 다방면에서 큰 업적을 남긴 것처럼,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정치가, 외교관, 자연과학자로서 다채로운 삶을 산 것처럼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깊은 학문적 성취를 이뤘다.그는 한의학자로서 두드러진다. 황도연, 사상체질 의학을 주창한 이제마와 함께 허준을 잇는 인물로 꼽히며 이제마와 더불어 '근대 한의학의 양대 산맥'으로 통한다. 약물 356종을 집대성한 백과사전 '신농본초'(神農本草)를 저술했고 중국의 '황제내경'과 허준의 '동의보감'을 '소문대요'와 '의감중마'로 재정리했다. 그는 또 중국 한방과 배치되는 독창적인 이론, 모든 병은 양기를 북돋워줘야 낫는다는 '부양론'을 주창했고 이는 후학들에게 전승되었다.천문학자의 면모도 빼놓을 수 없다. 후학들은 서양 천문학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수만년 후의 일월식을 다 맞히진 못하나 이규준의 수 계산법은 일월식 계산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높게 평가한다. 빼어난 문장과 작품들을 남긴 유학자이자 문인이기도 했다. 유학자의 소양을 지닌 의학자라 해서 '유의'(儒醫)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기성 유학자들의 권위주의적인 허세·허식을 배척하며 유학이 근본이념으로 회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당시의 풍토에 일침을 가해 사문난적으로 배척당하기도 했다.삶의 발자취도 훌륭하다. 동해면 임곡리의 가난한 집에서 출생, 동해면 석리로 이주해 살며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스스로 공부해 학문적 이치를 깨우쳤다. 그는 살던 지명을 따서 '석곡'이라는 호를 지을 만큼 소박했다. 나라 잃은 원인이 백성을 외면한 권력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가난한 백성들과 다친 의병들을 치료하는 등 평생을 백성들과 함께했다. 그는 생전에 가난과 집안이 변변치 못해 스승을 얻지 못한 것, 혼란기에 태어난 것을 자신의 삶에 다행스러운 세 가지로 꼽았다. 어려운 여건을 오히려 삶의 동력으로 삼을 만큼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였다.이규준은 오랫동안 잊혔다가 포항의 향토사학자 황인 선생과 이규준의 일대기를 책으로 펴낸 포항 출신의 동화작가 김일광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포항시도 최근 '석곡 인문학 축제'를 열어 향토 출신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인물을 널리 알리고 기리고 있다. 어려운 시대를 진정한 지식인으로 살다 간 이규준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많은 위대한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앞으로 포항을 넘어 전국적으로 더 널리 알려져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2018-10-30 17:48:47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전'을 준비하자

통일부가 다음 달 제주에서 '남북 지방자치단체 교류 사업 관련 워크숍'을 연다고 한다. 곧 밀어닥칠 남북 교류에 대비해 지자체와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의 사전 조정을 위해서란다. 이는 지자체마다 경쟁이 치열함은 물론 특색 없는 사업은 먹혀들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광역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남북 교류에 대비, 사전 준비에 나선 것과는 달리 대구경북은 너무 조용하다. 향후 남북 교류시대에도 대구경북의 처지가 현 정국에서의 위상만큼이나 걱정이 된다.그래서 우선 경북도에 제안한다.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전'을 여는 건 어떨까. 지자체마다 문화 교류를 내놓겠지만 경북도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있다. 경주엑스포는 1998년 시작된 이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 브랜드 가치가 있다. 2006년 앙코르와트(도시는 캄보디아 시엡립), 2010년 방콕(태국), 2013년 이스탄불(터키), 2017년 호찌민(베트남)과 문화엑스포를 교류한 경험이 있다.물론 경주엑스포가 투자에 비해 성과가 턱없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시 행정적이고 낭비성 행사를 신임 도지사가 굳이 안고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의 엑스포 형태라면 당연히 그렇다.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20년 동안 이어져 온 경주문화엑스포를 통해 '경북 주도, 세계문화공동체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엑스포를 공동 개최했던 도시들은 경주엑스포와 협력할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경북도가 주도한 동북아자치단체연합에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을 포함시킨다면 상당히 모범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경우 문화 네트워크 참여 주체가 각자 경비를 부담, 올림픽 형식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예산 쏟아붓기 비판이 사라질 여지가 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같은 이벤트도 이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횟수 제한 없이 신청 가능하다.(현재 국가 단독등재신청은 2년에 1회) 등재도 쉽다. 안동탈춤을 네트워크 내의 도시 탈춤과 같이 등재신청하면 성사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의미다.이것의 일환으로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전'을 해보자.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경주가 아니라 통일신라의 문화를 토대로 했다. 통일신라의 문화는 고구려, 백제의 문화가 신라와 융합됨으로써 만들어진 통일 문화의 시발점이다. 문화 네트워크의 출발은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경주와 고려시대의 수도 개성이 만나는 '개성-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된다.이는 단순히 경주와 개성의 문화 교류가 아니다. 통일신라와 고려를 잇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시대적 만남이다. '평양-경주세계문화엑스포'라면 고구려와 신라의 대비, 남북한의 지역적 대결로 이어질 여지가 있지만 통일신라와 고려는 한반도를 통일한 국가였다.여기에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노동자들의 참여만 이끌어낸다면 실질적인 경제성도 확보 가능하다.다른 시도의 남북교류문화사업이 대부분 북한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아니면 북한에 가서 우리 행사를 보여주는 전시 행사에 그칠 것이다. 반면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은 차별적인 남북 교류사업이 됨은 물론 경북을 아시아문화 네트워크, 세계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다.

2018-10-24 05:0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밋밋한 일상에 리듬을 부여하는 소소한 일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알프레도-비올레타)를 남자의 아버지(제르몽)가 억지로 떼어 놓는 이야기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남성 사교계 모임에 종사하는 여성이다. 어느 정도 지식과 교양을 갖춘 '화류계 여성'으로 보면 된다. 알프레도는 그녀를 사랑한다.오랜 연모 끝에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사랑을 얻고, 그녀와 동거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가 돌아서서 사교계로 다시 가버리자 '배신자'로 간주하며 모멸을 준다. 사실 비올레타가 알프레도 곁을 떠난 것은 '자신의 아들과 헤어져 달라'는 아버지 제르몽의 간곡한 당부 때문이었다. 이 오페라를 두 번 관람했는데, 그때마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안쓰러워했고,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라 트라비아타'를 세 번째 관람한 것은 작은 민간극장에서였다. 무대는 소박했고, 음악은 피아노 반주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날 공연에서 나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았다.아들이 사교계 여성과 동거하고 있음을 안 아버지 제르몽은 그들의 거처를 찾아간다. 아들이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 제르몽은 비올레타에게 아들 알프레도가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으며,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며, 아들이 장차 집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지, 자신이 아들과 함께 바라보고 싶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잔잔한 바리톤으로 노래한다. 그리고 부디 자신의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당부한다.내게 그날 공연의 주인공은 비올레타나 알프레도가 아니라 아버지 제르몽이었다. 이전까지는 아버지 제르몽이 두 연인의 사랑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보였는데, 그날은 비올레타가 아버지 제르몽의 삶과 사랑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보였다.아버지 제르몽 역을 맡았던 바리톤의 노래와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 아들이 이제는 소년이 아니라 청소년이고, 오래지 않아 어른이 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내 속에서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연인의 입장이 아니라, 아버지의 입장에서 공연을 감상했던 것이다.문학과 음악, 미술 등 예술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줄기(혹은 줄거리)가 아니다. 줄기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누구나 이미 아는 줄거리임에도 예술작품이 세월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견뎌내고 건재하는 것은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감상하는 사람의 처지와 시선에 따라 하나의 작품이 다른 작품으로 거듭나는 것이다.어디에서나 창의성을 강조한다. 창의적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위험하다. 늘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그렇다고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자니 무기력과 우울감이 밀려온다.다행스럽게도 우리 곁에는 훌륭한 예술작품들이 있고, 인간에게는 하나의 작품을 여러 가지로 감상할 줄 아는 재능이 있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창조를 경험할 수 있다면, 밋밋한 일상도 얼마든지 리듬을 탈 수 있다. 19일(금)과 20일(토) 2018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라 트라비아타' 공연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주말엔 리듬을 타보시길!

2018-10-16 14:30:55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저가항공과 지방공항

마일리지가 소멸한다기에 회원 가입한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았다.예전 스포츠 기자로 활동하며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녔기에 마일리지가 꽤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확인한 건 처음이었다.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명세는 기대 이상으로 상세했다. 2000년 이전의 마일리지는 무관심으로 잃어버렸지만 2001년부터 사용한 마일리지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그런데 양대 항공사 이용 명세가 2014년 이후 뚝 끊겼다.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게 아니라 국내외 저가 항공이나 외국 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이다.관심 없이 지나친 일이지만 항공사 이용 패턴의 큰 변화였다. 취재를 위한 장거리 해외 출장이 줄어들면서 휴가 개념의 단거리 해외여행이 많아진 것이다.자연스레 대구공항과 저가항공이 해외여행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티웨이, 에어부산, 제주항공 등 국내 저가항공, 외국계 저가항공이나 전세기를 주로 이용했다.이들 여행의 공통점은 대구공항 출발·도착이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불편을 겪어봤다면 도심에 위치한 대구공항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알 것이다. 대구공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이용객 400만명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한다.대구공항을 이끄는 핵심은 저가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을 거점 삼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웨이의 지난해 대구공항 점유율은 국제선 57%, 국내선 31%다.추석 연휴 전에 티웨이항공을 이용해 필리핀 세부를 다녀왔다. 귀국 길에 탑승한 상태에서 기체결함으로 운항이 취소됐다는 안내방송이 있었고, 다시 내려 탑승구역에서 대기하는 불편이 있었다.다행히 비행기는 3시간여 만에 수리됐고, 당시 필리핀 북부 지역을 강타한 태풍 '망쿳'을 피해 가는 항로 변경 끝에 아무런 사고 없이 돌아왔다.안전한 비행이었기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대구공항을 주 무대로 하는 티웨이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짚고 갈 게 있다. 돌발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이다.비행기는 거대한 기계장치이기에 고장 날 수 있다. 날씨 등 천재지변도 피할 수 없다. 전문성이 없는 고객은 항공사 조치에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조치(안내 방송이나 현장 설명)는 항공사 신뢰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세부공항에서 티웨이의 조치는 기체결함으로 운항 취소되니 탑승구역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과 담요를 나눠주는 게 전부였다. 간접적으로 4시간을 대기한다는 말을 들었다.탑승객들의 항의에 부족한 담요를 이웃 항공사에 빌려 더 나눠준 게 추가 조치였다. 기장 등 승무원들과 직원들은 본사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만 했다.이런 조치가 '고객님 사랑합니다'란 구호를 외치는 항공사의 매뉴얼일까. 현장에서 고장 수리에 따른 시간적, 단계적 조치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숨기고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일본과 태국 국적 항공사, 싱가포르 저가 항공 등을 이용하면서 고장 수리에 따른 지연 출발, 오버 부킹에 따른 피해를 본 적이 있는데 숙박과 위약금 등 적절한 피해 보상을 받았다. 조금 항의가 있었지만 자발적 조치였다.대구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저가항공이 더 발전해야 한다. 돈이 들지 않는 고객 서비스는 저가항공도 강화할 수 있다. 안내 서비스까지 저가항공 티를 낼 필요는 없다.

2018-10-09 11:51:54

김지석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포항 재생사업, '팀 정신'으로 추진해야 의미 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포항 사람들은 주로 북포항우체국 앞에서 만났다고 한다. 대구 동성로의 대구백화점 앞이나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앞처럼 친구나 연인들을 기다리는 만남의 장소였다. 벽돌로 단단하게 쌓은 외관은 주위의 다른 상가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요즘처럼 하늘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날이면 우체국의 이미지는 윤도현의 서정적인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떠올리게 한다.북포항우체국은 옛 포항역과 육거리 사이 중앙상가에 있다. 이 지역은 포항의 옛 중심지로 젊음과 활기가 넘쳤으나 2006년 이곳에 있던 포항시청이 옮겨가면서 쇠락했다. 옛 추억을 간직한 채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다가 지난해와 올해에 구도심인 중앙동과 신흥동이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잇따라 선정돼 기대가 부풀고 있다. 과거 해수욕장이 있어 인기 여름 휴양지였던 송도지역도 재생에 나서게 됐다. 또 지난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흥해지역은 특별도시재생 사업지가 돼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중앙동 사업은 유휴시설과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청년 창업과 문화예술 허브 및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신흥동에는 순환형 임대주택과 주민편의시설 조성, 마을기업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을 통해 동네 공동체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송도지역은 차별화된 경제기반형 사업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ICT 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조성, 첨단 해양레포츠 활성화, 해양 MICE 산업지구 조성, 복합문화예술관광 특화지구 조성 등 상전벽해 수준의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포항시는 풍부한 해양 자원과 전통문화, 산업화를 주도했던 경험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민과 소통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포항시의 자세는 모범답안이 될 것이나 실제로 그렇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 사업이 단순한 도시발전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항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포항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별다른 침체를 겪은 적이 없는 도시다. 도시 규모도 성장 흐름에 따라 시가지가 확대되며 커졌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철강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고 포항 경제도 가라앉았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재난으로 포항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번 포항의 도시재생 사업은 어려운 시기에 이뤄지는 사업으로 침체된 도시 분위기와 시민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포항시는 도시재생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청취하고 적극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 지역별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전체 포항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소통 창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미 그려져 있는 사업의 큰 그림을 밑바탕으로 하되 참신한 제안이 있으면 사업에 녹여내도 될 것이다. 포항의 도시재생이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팀 정신'으로 이뤄질 때 포항의 재도약을 위한 의욕도 도시 전체에 흘러넘칠 수 있다.

2018-10-02 18:23:08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노무현, 문재인과 부동산정책

5공 청문회 스타 시절부터 노무현을 좋아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내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다가 정권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마음 문을 닫아버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기자 생활 15년이 넘도록 내 집 마련을 못하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 때 폭락한 집값은 김대중 정부 때 잠잠하다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요동치기 시작했다. 2억원대 아래에 형성됐던 대구 수성구 아파트 분양가격(전용 84㎡ 기준)이 불과 1, 2년 만에 2억5천만원대로 25% 이상 급등한 것도 그때다. 전국이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급한 정부는 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투기지역 지정 등 수십 종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난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 문재인 대통령도 좋아한다. 가식 없고, 선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전임자와 달라 보여서다. 전임자의 황당무계한 국정 운영 방식 때문에 진심으로 당선을 바랐다. 출범 이후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언행들로 인해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희망하는 중이다. 그런데 말이다. 부동산이 다시 나의 마음을 흔든다. 우리 경제에서 뛰고 있는 건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뿐이다. 정부 여당도 위기라고 보는지 출범 16개월 동안 벌써 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약효가 없자 정부는 금융 대출을 옥죄고, 세금 폭탄을 안기는 913 조치를 단행했다. 발표가 난 이틀 뒤인 지난 주말 서울에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학습효과 때문이다. 억눌러도 수요가 있는 이상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 다들 사람과 돈이 몰리고 교육·정주 여건이 좋은 서울, 특히 강남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공급은 한정돼 있으니 집값 상승이 서울의 다른 구로 옮겨갔고, 급기야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7월 강남에 버금가는 강북을 만들고, 용산과 여의도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여의도와 노원구 월계, 상계동 일대는 30%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이렇다보니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민들도 서울 아파트를 사려고 혈안이 돼 있다. 안 사면 바보처럼 보이는 형국이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우선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방법은 양도세 인하다. 팔 사람은 팔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요건을 강화시킨 재건축 규제도 해제하는 것이 맞다. 시내에는 택지 자체가 없다. 결국 있는 건물을 헐어서 새로, 더 많이 짓는 게 답이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쏠리는 건 다른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이어지도록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서울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다. 지방에서도 서울 못지않게 일자리가 있고, 교육 여건이 된다면 서울 쏠림은 막을 수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 그래서 필요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오로지 서울이다. 국무회의도 서울서 열고, 경기 활성화 대책도 서울서 연다. 이러다가는 내 맘속의 지지가 떠날 것 같다.

2018-09-19 05:0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텃밭 가꾸기, 사람과 공동체를 살린다

제6회 대구도시농업박람회(9월 6~9일)가 막을 내렸다. 24만5천여 명이 박람회가 열리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를 방문해 성황을 이루었다. 도시에 살고 있지만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말일 것이다. 도시(텃밭) 농부와 전업 농부는 작물 재배 방식이 많이 다르다. 전업 농부는 한두 가지 작물에 집중해 대량 재배하고, 텃밭 농부는 여러 가지 작물을 조금씩 재배한다. 전업 농부가 한두 가지 작물에 집중하는 것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사 목적도 다르다. 전업 농부는 판매 이윤을 추구하고, 텃밭 농부는 자가소비, 나눔, 취미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 오늘날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전문화·분업화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덕분이다. 땡볕 아래에서 비지땀을 흘리지 않고도 신선한 야채를 마음껏 먹고, 타이어 하나 바꿔 끼울 줄 모르지만 자동차를 운전하고, 도살이라는 난감한 일을 감당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전문화·분업화 덕분이다. 하지만 전문화·분업화는 전인적이어야 할 개인을 기능성 부품으로 만들고, 서로 보호하고 보호받아야 할 인간을 버려진 외톨이로 만든다. 인간소외와 공동체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분야별 전문성이 고도화될수록 그런 현상은 심해진다. 공산주의 창시자 마르크스는 '종일 직물을 짜거나 구멍을 뚫고, 선반을 돌리고 삽질하는 게 어떻게 인간의 삶인가.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면, 사람은 누구나 오늘은 이 일을 하고, 내일은 저 일을 하고, 아침에는 사냥꾼이 되거나 농부가 되고, 오후에는 가축을 돌보고, 저녁에는 비평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노동과 인간소외에 지친 사람들에게 솔깃한 말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며, 평범한 사람들은 비참한 생활을 피할 수 없다. 인간소외를 극복하기는커녕 (물자 부족으로) 도처에 도둑이 창궐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문화·분업화를 강화하면서도 인간의 부품화와 이웃 간 단절을 막는 것이다. 해결책 중 하나가 생활에서 전인적인 일을 찾는 것이다. 일주일 중 상당 시간을 자기 전문 분야 업무에 쓰되, 일정한 시간을 할애해 자기 의지와 기획에 따라 어떤 일 전체를 꾸려가는 것이다. 그 일은 생산성이나 이윤에서 비껴나 있어야 한다. 판매 이윤과 노동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갖다 대는 순간 부품의 기능성에 빠지기 십상이다. 텃밭 가꾸기는 전인적 삶을 꾸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날씨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식물과 동물은 물론이고,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이전에는 몰랐던 풀과 곤충의 이름과 생태를 알게 되고,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던 남편들이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시작한다. 텃밭 농부들끼리 김장을 함께 담그기도 하고, 고구마나 감자 파티를 열기도 한다. 대구의 15층짜리 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의 텃밭에서 기른 야채를 나누어 주기 시작하자, 아파트 한 라인 30가구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텃밭이 위기에 빠진 인간을 구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다.

2018-09-11 15:31:2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이철우의 '도백 3선 트리플'

김관용 전 경상북도지사가 도백 재선을 앞둔 시점의 일이다. 경북도는 당시 김 지사의 23개 시군 순회 특강을 추진했다. 대상은 시군 공무원이었다.공무원은 선거직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집단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전파하는 첨병이다. 김 전 지사는 강연을 통해 지지 기반을 확실히 넓히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지사는 유일하게 포항 입성에 실패했다. 그때 박승호 포항시장은 차기 도백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로, 김 전 지사의 특강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례 하나 더. 김 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뒤 만난 적이 있다. 기자는 "이제 다음 선거 신경 쓸 것 없이 소신껏 하면 되겠습니다. 멋진 도정을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다분히 그의 나이를 고려한 축하 인사였다. 나중 알고 보니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한 말이었다. 큰 실수였다. 김 전 지사의 선거 캠프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은 충격이었다. 재선 확정과 동시에 3선 준비 캠프를 가동한다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제대로 한 방 맞은 뒤부터 관심 밖이었던 정치인들을 조금이나마 머릿속에 두려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집단이 정치인임을 확인했다. 정치를 모르거나 외면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여전히 비정치적이고 정치인 기피 성향인 점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테크노 집단을 요리하는 정치인들의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서론을 길게 호흡한 건 정치 무대를 국회에서 경북도로 옮긴 민선 7기 이철우 도백의 입지를 점쳐보고 싶어서다. 도백 첫 임기를 시작한 이 지사에게 기분 나쁜 말이겠지만 그가 얻을 건 많지 않아 보인다. 잘해야 본전이고 아주 완벽히 잘하지 않는 한 잘못한 일만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민선 전임자인 1~3기 이의근, 4~6기 김관용 지사는 12년 동안 3선을 꽉 채웠다. 김 전 지사는 구미시장까지 6선을 했다. 이 지사가 12년을 채워 '도백 3선 트리플'을 달성해야 체면치레가 된다. 안타까운 건 이 지사가 치적 쌓을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대 과제였던 도청 이전은 끝났고, 신도시 개발과 안착이란 골칫거리만 남았다. 대구시와 제대로 된 상생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대구공항 이전', '대구 취수원 이전' 등 대구시와 풀어야 할 일은 난제다. 구미시 등 기초단체의 동의 없이 추진할 일도 아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야당 처지라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인구가 줄면서 여러 차례 제기된 '도 단위 광역단체 무용론'은 도청 이전으로 방패막이를 했으나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대구시와 달리 간접 행정이다 보니 직접 빛낼 사업도 많지 않다. 이전 집행부가 기업체 유치 등 양해각서를 남발했기에 더욱 궁색해 보인다. 이 지사의 초기 행보는 비교적 조용하고 은밀해 보인다. 잡음 나는 인사도 아직 없다. 일부에선 정보기관 출신답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그의 의전 파괴와 소탈한 행보는 공무원 구애로, 환동해추진본부 강화 등 제2 도청 구상은 포항 공략이다. 이는 재선3선을 향한 포석이다. 이 지사에게 던지는 우문이다. 다음 선거를 바라보지 않고 일하십시오. 이 지사가 전임자들의 겉치레 의전과 보여주기식 행사를 버리고 고위 관료 남발 인사 등 식구 챙기기를 그만둘 수 있을까.

2018-09-04 20:08:37

김지석 동부지역 본부장

[시각과 전망] 신음하는 형산강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에는 흥미로운 설화가 깃들어 있다. 옛날 포항과 경주 사이에 형제산이 있었는데 신라 말기에 형제산이 형산과 제산으로 갈라져 그사이를 강이 흐르게 되었고 그 강을 형산강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원하여 경주를 지나 포항 연일읍을 거쳐 영일만으로 흘러든다. 수량이 풍부한 강이다.형산강은 2년 전부터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식수 문제가 불거졌다. 형산강의 지류로 포항철강공단을 지나는 구무천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했고 형산강에도 중금속이 흘러들었다. 포항시가 조사한 결과, 하천 퇴적물 오염 평가에서 수은 4등급 기준을 초과하는 구간은 유강보 하류 400m에서 영일만 유입부까지로 나타났다. 구무천과 공단천 전 구간의 퇴적물 역시 처리가 절실하다.포항시는 형산강(지천) 중금속 정밀조사 및 하천복원 기본계획, 구무천공단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마무리했고 문제 구간의 환경 준설을 통해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3천77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형산강이 국가 하천인 만큼 중앙정부가 해결하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중금속 안정제로 수질을 관리하면서 오염 원인자 조사와 구무천 중금속 오염 차단, 하수관거 정비사업에 나서기로 했다.환경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 환경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현 정부 들어 환경부는 국가사업 등에서 환경 점검을 철저히 하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물 관리 일원화의 주무 부서도 환경부로 정리됐다. 권한과 책임이 더 커졌으며 미세먼지 대책 등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지난 4월에는 수도권 일부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중국의 폐자재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폐비닐 등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쓰레기 대란' 사태에 대한 대처가 허술해 장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환경부가 형산강 수질 개선 문제에 적극적으로 응할지 우려스럽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데다 미세먼지 문제 같은 전국적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회, 시의회, 관련 기관 등과 협력해 총력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도 환경부가 관심을 갖기를 촉구하려는 것이다. 포항 지역구의 박명재 국회의원과 김정재 국회의원도 지역 현안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지역적 사안일 수 있어도 50만 시민의 식수 문제를 소홀히 취급해선 안 될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오르긴 하지만, 과거에 낙동강 페놀 사태 때 '페놀 아줌마'라 불릴 정도로 수질 개선 운동을 벌였던 전력이 있는 만큼 형산강 수질 개선에 대한 포항 시민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다. 장관 교체 여부에 관계없이 환경부는 포항시의 요청에 응답해 형산강 수질 개선 관련 예산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포항은 바다와 아름다운 산천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도시이다. 인구가 많지도, 적지도 않으며 도시의 기능을 골고루 갖춰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중요 주거 조건의 하나로 떠오른 수질을 개선시켜 포항시민의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

2018-08-28 14:56:15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고용 개선을 이루는데 직을 걸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0일 수석·보좌관회의 때 엄명은 우리의 고용 문제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엔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팀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니 당사자들로선 섬뜩했을 터이다.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적절한 주문이지만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고용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종 통계는 우리의 고용 현황이 심각해도 너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실업률, 취업률 모두 최악의 상황이다.(통계청 8월 통계자료) 통계로 잡히지 않은 실물경기는 또 어떤가.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여의도만 해도 저녁때 손님이 절반이라도 들어선 식당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올 상반기 폐업한 자영업 수는 20만 곳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보다 22%나 높은 역대 최대치(신한카드 자료)다.게다가 대통령의 발언에는 전제가 깔려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하라는 것. 최저임금 획기적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계속 추구하면서 고용을 늘리라는 주문이다.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게 자영업자, 영세근로소득자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는 아우성이 거세도 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옳다는 대국민 선언이다. 그래놓고 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면 자르겠다고 하니 관료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메우려 한다. 세수가 넘쳐나니 괜찮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중앙회는 "자영업자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은 실업자 대열에 가세할 것이다. 3대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고용 문제보다 더 심각한 데도 정부가 고용 대책에서 간과하고 있는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다.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 취업만 시킨다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가 곧바로 뛰쳐나온다. 무조건적인 고용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산업연구원의 '자동차산업 하도급거래 실태와 임금격차 현황'에 따르면 2016년 현대차, 현대차 계열사, 납품업체(1차)의 평균 임금은 각각 9천390만원, 7천832만원, 5천791만원. 납품업체를 2·3차로 넓히면 협력업체 임금은 3천만원대로 수직 하향한다. 그러니 청년들은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이다.따라서 고용 증대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연대임금 전략을 통해 임금 격차를 줄이고, 하도급 거래 관행 전반을 손봐야 한다. 정부의 중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동의 노력에 공공기관, 금융권, 대기업 노조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가능하다.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천 명이 고용된 직장에서 임금을 동결하면 40명가량의 고용 증대 여력이 생긴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일부 삭감해 그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면 고용 증대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것이 상생의 문화요, 배려의 사회이다.이것을 민간 기업에 먼저 강요할 수는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하고 월등히 임금 복지 수준이 나은 금융권이 나서야 한다. 그냥 일자리는 의미가 없다. 노동자의 삶에 만족을 주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2018-08-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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