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시각과 전망] 정인이가 분노라도 했더라면

[시각과 전망] 정인이가 분노라도 했더라면

포스텍 출신의 젊은 작가 김초엽이 2019년 발표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단편 '공생 가설'엔 흥미로운 소재가 등장한다.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은 생략하고 간단히 뼈대만 말하자면,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속 연구자들은 이를 이용해 신생아 울음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엄마, 아빠를 찾거나 배고픔, 불편함 등을 전달하리라고 예상했던 아기들의 울음은 도덕, 윤리, 이타성에 관한 대화로 가득했다.소설 속 표현대로 '복잡하고 심오하고 철학적인 아기들'은 실험상 오류가 아니었다. 아기들의 이런 대화는 세 살 무렵부터 줄어들어서 일곱 살 전후로 사라졌다. 연구진이 추론한 원인은 외계에서 온 지적 생명체였다. 까마득히 먼 우주의 한 행성, 지금은 폭발로 사라진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아기들의 뇌에 머물다가 일곱 살 무렵이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제목 그대로 '공생 가설'이다. 짧게 줄이다 보니 허무맹랑하게 들리겠지만 소설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감정과 마음, 사랑, 이타심을 토론하는 갓난아기들. 아니라는 증거도 없지 않은가.2019년 6월 10일 한 아기가 몸무게 3.6㎏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그 아기는 세상에 겨우 472일 머물고는 2020년 10월 13일 떠나고 말았다. 온몸에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진 채로 췌장이 찢어져 숨을 거둔 아기, 바로 정인이다. 복숭앗빛으로 뽀얗고 통통했던 정인이는 무려 7개월가량 표현하기도 끔찍한 폭력 속에 까맣게 말라 갔고,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 한 법의학자는 "아파서 못 울 정도로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렸다"고 했다. 정인이의 양모 장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사망 당일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것에 격분한 장 씨가 팔을 잡아 돌려 탈골시킨 뒤 발로 복부를 여러 차례 밟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적혀 있다. 글로 옮기기조차 손 떨릴 정도다.소설처럼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있다면, 정인이는 뭐라고 했을까. 사랑과 이타심을 논하던 외계 생명체가 정인이와 함께 있었다면, 울음조차 틀어막는 극한의 고통 속에 무슨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양모 장 씨를 향한 원망과 미움 가득한 말들을 쏟아냈다면 우리 마음이 손톱만큼은 편하리라. 이유조차 모를 학대에 분노라도 했다면 씁쓸하나마 가슴 시린 위로를 삼으리라. 하지만 정인이는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도 그럴 줄 몰랐을 것만 같다. 원망과 미움, 분노와 저주는 마지막까지도 생각조차 안 했을 것만 같다. 정인이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울음으로 말을 건넸던 유일한 엄마였기에.양모 장 씨를 향한 세상의 격노가 마땅한 처벌을 요구하는 돌팔매로 그치지 않고 무고한 죽음을 막으려는 굳건한 어깨동무가 되기 바란다.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해 입양을 취소하거나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꾸는 방식으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실수이기 바란다. 양모 장 씨가 다른 아기를 데려왔다면 죽이지 않았을 거란 뜻인가. 양모 장 씨와 정인이가 서로 맞지 않아 비극이 벌어졌다는 말인가. 설마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궤변에 가까운 청와대의 해명을 듣고 있자면 이런 작은 기대마저 무색할 정도다. 어른들에게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필요 없는 이유는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말은 곧 생각이다.

2021-01-20 05:00:00

[시각과 전망]  ‘고무줄 방역 지침’ 모두에게 도움 안 된다

[시각과 전망] ‘고무줄 방역 지침’ 모두에게 도움 안 된다

정부가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코로나19 방역 대책 차원에서 내렸던 영업 금지 조치를 최근 완화했다. 이용 대상을 아동과 청소년으로 한정하고 동시간대 사용 인원을 9명 이내로 하는 조건을 달았다.이는 전국의 헬스장 등 종사자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방역 당국의 영업 제한 조치에 '불복'하는 잇따른 시위에 떠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내체육업계는 집합금지명령이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계속 맞서고 있다.정부는 앞서 지난 3일까지였던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를 오는 17일까지 2주 연장하면서 스키장 등 겨울 스포츠 업종과 태권도·발레학원 등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영업 제한 조치를 풀어 줘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당국은 "이번 조치로 '일부는 되고, 비슷한 다른 체육 교습은 안 된다'는 형평성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방역의 일관되고 명확한 기준 없이 땜질식으로 발표해 혼란을 자초했다.지난해 8월, 고위험 시설 지정으로 문을 닫았던 PC방. 업주들은 "얼굴 마주 보고 차 마시며 대화하는 카페도 문을 여는데, 왜 앞만 보고 게임하는 PC방을 막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한 달 뒤 PC방은 영업할 수 있었고, 자리에서 식사까지 가능해졌다.밤 9시까지인 학원의 교습도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PC방과 영화관은 문을 열어 주면서 왜 학원에는 가혹한 잣대를 적용하느냐"고 집단 반발한 '덕분'이다.이젠 실내에서 앉아 차를 마시지 못하는 카페 업계로도 불만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빵을 파는 베이커리 카페는 차를 마실 수 있는데, 커피숍은 포장만 허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단체 행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강경하게 대응하는 업종은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전례가 있으니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것. 자영업자들의 반발하는 상황이 거세다 보니 정부는 17일부터 수도권 지역 헬스장, 노래방 등에 대해서도 영업 재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무줄' 방역 지침과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기'식의 달래기 행정에 대한 불신은 이미 깊게 드리워져 있다. 당국은 자영업자들의 형평성과 방역 수칙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은 하지만,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뒷북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제시한 방역 기준마저 허물어 버리면서 자영업자에게 영업 제한을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없는 탁상행정으로 정부의 권위조차 스스로 차버린 꼴이다.하루 확진자가 1천 명대로 늘어났다가 500명대로 조금 수그러드니 정부는 3차 유행이 꺾였다고 거리두기 조정안을 예고한다. 집합금지 업종 영업 재개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곧 코로나 사태가 끝날 것 같은 '희망 고문'은 업계의 불만 해소와 방역적 측면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다.이러다가 확산이 다시 늘면 또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국민들의 자기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풀었다가 소고기값만 올려 놓고,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 쿠폰을 발행한다느니 해서 호들갑을 떨다가 2차 대유행을 맞은 기억을 잊었나.소상공인에 대한 3차 지원금이 다 나가기도 전에 전 국민 대상 '현금 뿌리기'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연기를 피우고 있다. 그럴 돈이면 어쩔 수 없이 영업 제한을 당한 업종에 대해 버팀목 자금을 지속적으로 풀어 그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줘야 한다.

2021-01-12 15:30:24

[시각과 전망] 문 정권의 20가지 대국민 약속위반

[시각과 전망] 문 정권의 20가지 대국민 약속위반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 9일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기간은 불과 1년여다. 그러나 새해 들면서 레임덕(Lame Duck), 권력 누수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측근 비리에다 인사 실패로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을 밝혔다. 국민들은 어느 대통령보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문 정권의 공과(功過)를 취임사로 들여다보자.'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1). 지난 대선에서 당시 문 후보는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다며 광화문에 집무실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아무런 해명도 없이 공약을 저버렸다.'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2).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3). '때로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4).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은커녕 조국‧추미애 사태, 윤석열 찍어내기,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굵직한 현안이 생겨도 뒤로 숨기에 바빴지 직접 브리핑은 없었다. 작년 수백만 명이 모인 우파 진영의 시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5).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6). 여당은 청와대 하명만 받드는 거수기였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려던 검찰 해체를 시도했다.'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7),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8), 문 정부는 친중 행보를 보이며 한미동맹을 남북 관계의 걸림돌로 여기는 외교·국방 정책을 펼쳤다. 북핵은 진척이 없고 외교·국방·경제 문제에서 우방국들과 갈등만 빚었다.'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9),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10). 문 대통령은 좌파적 이념을 바탕에 둔 인사들만 골라 썼다. 적재적소가 아닌 반시장적 인사들만 주로 기용했다.'일자리를 가장 먼저 챙기겠다'(11). '문 정부하에서는 정경유착이 사라질 것이다'(12), 문 정부는 질 높은 일자리보다는 일용직, 공공근로성 일자리만 늘렸다. 또 라임펀드 사태에서 보듯 어느 정권보다 권력형 비리가 많았다.'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13). 여권은 과거사 논쟁 등 프레임 전쟁을 일으켜 계층별로,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차별 없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14).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15). 조국, 추미애 등 정권 내부 인사들이 먼저 반칙과 특권을 일삼아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 치지 않겠다'(16).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하겠다'(17),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18). 문 대통령은 최근 TV에 나와 '2050년 탄소 0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여당의 싱크탱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문 정부는 또 자기 진영에 유리한 여론만 차용했다.'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피겠다'(19).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고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20). 문 정부에선 여론·포퓰리즘 정치, 적과 아군을 확실히 구분하는 정치만 있었다. 이 같은 국민과의 약속 위반으로 문 정권이 유일하게 지킨 약속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021-01-05 18:32:23

[시각과 전망] 윤석열 총장과 보수·검찰의 딜레마

[시각과 전망] 윤석열 총장과 보수·검찰의 딜레마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세가 무섭다. 정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검찰총장 정직 2개월)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지난 24일 이후 더욱 그렇다.윤 총장은 '편파적이고 무리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대적으로 감행한 조국‧정경심 가족 수사에서 일단 완승을 거뒀다. 1심은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기소 내용을 거의 인정하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조국·정겸심 지지자들은 허파가 뒤집히겠지만 윤 총장 지지자들은 한껏 고무된 상태다.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진보 성향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며칠 전 의뢰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윤 총장은 오차범위를 넘어선 1위에 올랐다.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윤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이 정권의 가장 아픈 부분인 원전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권의 거친 대응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터. 이 때문에 윤 총장과 검찰은 대통령과 거대 정권에 맞서는 투사로, 더욱더 이슈의 중심에 설 것이 확실시된다.여기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윤 총장이 정치에 관한 한 거의 블랙홀이 돼 있는 이 모습을.현재 보수의 눈길은 윤 총장에게 집중돼 있다.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윤 총장에게서 희망을 본다. 현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권력과 거침없이 맞짱 뜨는 그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그런데 작금의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을 제외한 보수 후보는 거의 지리멸렬 수준이다. 보수 진영에서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윤 총장으로 인해 지지율이 올라갈 기회를 상실해 버렸다. 윤 총장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현 정권 외에 보수에도 있는 셈이다. 이들은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는 지지하지만 내심 상당한 불만을 토로한다.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명예 회복을 한 윤 총장에게 이쯤에서 제안하고 싶다.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정치를 하지 않을 윤 총장이 지금처럼 보수의 중심에 버티고 선 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희망 고문이다. 당장은 열화 같은 성원을 받고 있지만 그가 퇴장한 뒤의 보수는 대오를 정비할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상대 진영은 두세 명의 후보가 견고한 지지율을 갖고 국민들 속으로 파고드는데 보수는 싹도 틔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만약 그가 임기를 끝낸 후에 지금의 지지율을 믿고 대권 경쟁에 뛰어들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그때는 국정 운영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할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하다. 그러니 대권 도전에 나서려면 자신을 위해서나, 보수를 위해서나 임기를 마친 이후가 아닌 그 전에 하는 것이 맞다.사족 하나 더. 윤 총장의 조직에 대한 충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검찰은 지금 최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 정권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리려 한다. 공수처 출범과는 별개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을 집중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검찰 내부도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려 한다. 검찰을 약화시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고 한다. 윤 총장과 정권의 대립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윤 총장이 그토록 아끼는 검찰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검찰 구성원도 많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끝까지 파헤치는 검찰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윤 총장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2020-12-30 05:00:00

[시각과 전망] 아프리카 수준 전락한 코로나 백신 확보

[시각과 전망] 아프리카 수준 전락한 코로나 백신 확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의 방역 역량을 믿어 달라"고 말한 지 나흘 만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이 넘는 최다 기록을 깼다. 방역 당국조차 앞으로 신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K방역' 홍보에만 열 올리다 위기를 맞게 되면 "엄중한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국민들의 경각심에 호소해 왔다. 확진자 1천 명대를 맞자 대통령이 10개월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그저께 나온 구체적인 대책이라고 해봐야 2025년까지 지방 공공병원 20개가량 만들어 병상 5천 개를 확충하겠다는 것이었다.곧 종식된다는 상황 인식도 가볍지만, '불났는데 소방서 짓겠다'는 식으로 지금의 위기에서 5년 뒤 계획을 말하는 것은 정말 몰염치스럽다.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된 정부 아래, 우리 국민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 입장에서 방역을 떠맡게 됐다.주요 선진국들이 대통령까지 나서 사활을 걸고 있는 백신 확보는 또 어떠한가? 의료계 및 전문가들이 지난 8월부터 백신을 선구매해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느긋하거나 허우적거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평가다.정부가 지난 8일에야 공개한 코로나19 예방 백신 확보량은 모두 4천400만 명분. 내년 2, 3월쯤 한국에 들어오며, 일반인 접종은 내년 하반기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정식 계약을 완료했고, 화이자와 존슨앤존슨-얀센(구매 확정서)과 모더나(공급 확약서)와는 구매 물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1천만 명분을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와는 실제 도입으로 연결될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이들과 맺은) 구매 확정서와 공급 확약서는 인터넷 쇼핑몰의 '장바구니 담기'와 같아 재고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화이자와 모더나에는 내년 말까지 한국에 줄 물량이 남아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세계 각국이 '백신 전쟁'에 목을 매고 있어 1년치 이상 계약이 밀린 상황이란 것. 남의 사정 봐줄 수 없다는 뜻이다.그동안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있어 안전성과 효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이 또한 작금의 백신 도입 상황을 봤을 때 변명으로 여겨진다. 겨우 붙잡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뢰를 잃어 연내 승인이 어렵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온다.정부 말대로 백신 안전성을 따지려면 가능성이 높은 백신을 빨리, 많이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했다. 선진국들이 다양한 제약사들의 백신을 입도선매한 것도 그 이유다. 선택지가 많아야 중대한 부작용이 나와도 차선을 고를 수 있다. 접종할 백신이 준비된 상황에서 안 맞는 것과 없어서 못 맞는 것은 국가 역량의 차이로 귀결된다.지난 8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한 영국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도 14일 접종이 시작됐다.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쿠웨이트도 화이자 백신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싱가포르도 이달 접종 예정이다.영미권, 유럽을 차치하고도 일본은 2억9천만 회, 인도 15억 회, 홍콩도 전체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백신이라도 있다.최악의 경우 우리가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차질이 생긴다면, 인도주의 차원에서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1천만 명분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졸지에 아프리카 빈국(貧國)들과 같은 처지가 된다.

2020-12-15 14:30:51

[시각과 전망] 다모클레스의 칼과 난파선 문재인호(號)

[시각과 전망] 다모클레스의 칼과 난파선 문재인호(號)

문재인호(號)가 표류하고 있다. 난파 직전이다. 난파선 곳곳에 누수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먼저 뛰어내린 이들은 문재인호에 가담한 검찰 수족(手足)들이다.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 서울남부지검장,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들이 가장 먼저 난파를 선언했다.이들은 모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친정권 검사, 추의 남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호 아래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시키자 거의 모든 평검사들이 들고일어났다. 직무 정지를 시킬 만한 정당한 사유와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징계 절차에도 흠결이 있었다. 밀실에서 편법이 난무했다. 오죽했으면 사상 최초로 고검장, 지검장들이 성명서를 냈겠나.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무리수는 탈원전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을 정조준한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다.압권은 추 장관이 임명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의 반기다. 그는 윤 총장 징계를 위한 추 장관 측의 윤 총장 수사 개시와 법무부 감찰위원회 건너뛰기 등에서 철저히 패싱당했다. 이에 반발한 류 감찰관은 감찰위원들에게 감찰위 소집을 부추겨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가 부당함을 알렸다.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이정화 검사는 윤석열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이런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법무부 직원들의 민간인 사찰과 월성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된 공익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역대 모든 정권이 막으려 애썼던 레임덕(lame duck),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문 정권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권 비리 수사는 뭉개거나 차단하고, 비판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압도적 의회 권력을 앞세워 입법 독재를 한 탓이다.문 정권의 막무가내식 정치에 권력 내부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에 진행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다. 특히 호남, 충청권의 하락 폭이 컸다.문 대통령이 옛 그리스의 도시 국가 시라쿠사에 있었던 다모클레스의 검을 알았더라면 앞서 언급한 사태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디오니시우스 왕의 신하 다모클레스가 단 하루 왕위에 올랐을 때 천장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이 매달려 있었다. 권력자일수록 불안과 위험, 위태로움이 존재하며 자신을 항상 경계하라는 교훈을 주는 고사다.이처럼 권력자의 자리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밑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정권을 잡을 생각만 했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가를 위한 권력 작동 시스템은 준비도, 안중에도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의 위법행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3년째 두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문 정권은 언론이나 지식인, 야당이 정권에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도 용납지 않는다. 여당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친문 세력들은 요절을 내버린다.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한 인간의 됨됨이를 정말 시험해 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권력은 무엇인가. 더 이상 청와대나 정부 내의 수족들 뒤에 숨지 말고 난파선에서 가장 먼저 달아난 세월호 선장처럼 되지 않으려면 당당히 현안을 설명하고 국민과 마주해야 한다.

2020-12-08 17:46:19

[시각과 전망]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정권의 매표 행위

[시각과 전망]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정권의 매표 행위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의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한 지난달 17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부산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김해신공항 무산으로 모아졌다.부산 출신이거나 부산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던 언론인들의 모임인지라 검증위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잠깐 기자 생활을 한 인연으로 참석한 필자가 대구경북을 주 무대로 하는 매일신문 소속이라고 해서 그들은 굳이 기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그들은 검증위 발표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역(直譯)했다. 국회를 장악한 여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부 사정, 청와대의 의지로 볼 때 이미 가덕신공항은 돌이킬 수 없는 프로젝트로 봤다.가덕신공항 건설의 주요 걸림돌들이 제거된 가운데 장애물이 있다면 대구경북의 반발이겠지만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이후 상황은 그날 저녁의 분위기와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이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부지가 결정됐고, 대구공항 이전이 진행되는 마당에 가덕신공항 건설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두고, 부산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가 예산으로 짓는 줄 알고 있다. 이날 부산 출신 언론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항을 지어주고 있는데 가덕신공항을 짓든 말든 웬 참견이냐는 것.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 다시 말해 대구공항을 옮기며 땅을 판 돈으로 만드는 것이고, 군 공항까지 같이 지어주는 것이다. 국가 허브 공항으로 가덕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작은 시골 공항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대구경북이 반대한다는 것도 국민들은 모른다.오랜 토의와 검증 끝에 결정된 국가 정책을 오로지 선거를 위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뒤엎어버리는 정권, 공항 입지 채점 때 꼴찌였던 지역에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공항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정권. 김해신공항 건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정권의 협박 앞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백지화를 수용해 버리는 영혼 없는 국토교통부. 다른 지역이야 죽든 말든 오로지 우리 도시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산.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크나큰 위기를 맞고 있다.그런데 사족을 하나 달자. 가덕신공항을 발표한다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민주당이 이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아니 그리 돼선 절대 안 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왜 있는가. 민주당 출신 오거돈 시장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게 들통난 바람에 국민 생돈을 들여서 하는 선거다. 염치가 있다면 후보자를 내지 말아야 할 정당이 당헌 당규까지 바꿔가면서 시장을 다시 하겠다고 나섰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 전문가들까지 나서고, 5개 광역 단체장이 합의해서 만든 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켜 버렸다. 엄연한 매표 행위다. 정권이 저지르는 불법선거운동이다.이 정권 출범 이후 25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값, 경기 불황으로 죽어가는 자영업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 북한에 절절 매는 대북 정책.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뒤집어진 민심을 선심 정책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게 순리다.

2020-12-02 05:00:00

[시각과 전망] 그들만의 공평과 정의

[시각과 전망] 그들만의 공평과 정의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3년 6개월여가 흘렀다. 공평과 정의를 부르짖으며 첫발을 내디뎠던 정부가 내세운 정책들은 과연 외침대로 이뤄졌을까? 그렇다고 동의하기 어렵지만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우선 집 가진 사람들, 특히 정부가 콕 찍어 규제 강화에 나섰던 곳의 주택 보유자들은 일제히 부자가 됐다. 23차례나 발표했던 부동산 규제책들은 하나같이 국민들, 아니 주택 보유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집값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59만여 명에서 최대 8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주택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기준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는 228만4천 명으로 2년 만에 16만5천 명 증가했다. 정부 정책 덕분에 집값이 오를 만한 곳은 확실히 올랐다. 지난해 기준 집값 상위 10% 주택의 평균 가격(공시가격 기준)은 11억300만원, 하위 10%는 2천700만원이었다. 1년 새 하위 10% 주택 평균 가격이 100만원 오르는 동안 상위 10%는 1억2천600만원이 뛰었다.정부 덕분에 부자가 됐으니 남은 일은 세금만 열심히 내면 된다. 특정 지역만 찍어서 집값을 올려주는 방식의 부동산 규제 덕분에 전국 곳곳에 부동산 부자들이 많아졌으니 그만큼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다. 평생 집 하나 갖고 살아왔던 사람도 예외는 아니며,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줄어도 상관없다. 과연 정의롭고 공평한 정부다.공정사회를 만들려는 정부의 수고로움은 교육 분야에서도 빛을 발했다.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대입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아빠 엄마 찬스'를 없애기 위해 수능 점수로만 대학에 가는 정시모집 비율을 40%로 늘렸다. 수시모집 공정성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에 정시 비율을 늘려 버렸다. 행여 명문 학교와 학원가 밀집 지역의 집값이 내려갈까 봐 고심한 결과는 아닌지 새삼 탄복하게 된다. 다만 정부의 깊은 뜻을 모르는 일부 대학들이 현재 고교 1학년 대입 때 정시에도 내신성적을 반영하겠다는 모집안을 내놓은 것은 걱정스럽다.의사가 부족하다면서 공공의대까지 설립하겠다던 정부가 내년 의사 국가시험에서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했으니 공정사회에 부합하기 위해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겠단다. 내년에 신규 의사 2천700여 명이 나오지 않게 됐다. 수련 병원에서 인턴 의사를 모집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등도 부족해져 국민 불편이 불 보듯 뻔하지만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문제와 공정사회를 위해 정부는 굳은 의지를 지키고 있다.하지만 매사에 공평과 정의만이 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선거에 이기려고 국민이 염원하는 정의와는 사뭇 다른 행보도 보였다. 내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고 부랴부랴 민주당은 당헌을 바꿨다. 게다가 4년 전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꼴찌였던 가덕도를 다시 살리기로 했다. 국민 세금을 들인 조사가 왜 잘못인지, 2위였던 밀양은 왜 검토 대상도 아닌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대구시장급 정도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거친 언사도 내뱉는다. 도대체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평과 정의가 언제부터 이렇게나 변질된 것일까. 다수가 '아니다'고 외칠 때에는 아무리 제 믿음이 굳어도 한번쯤 돌이켜보는 정권이 될 수는 없을까.

2020-11-25 05:00:00

[시각과 전망] 미국 좌파, 한국 좌파, 중국 공산당

[시각과 전망] 미국 좌파, 한국 좌파, 중국 공산당

미국 제46대 대선 투표가 끝났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차기 대통령을 공식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 논란이 일면서 트럼프 진영과 바이든 진영이 사생결단식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다.세계 유일의 패권국이자 자유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너무도 허술한 선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트럼프 진영과 우파는 공화당 참관인 내쫓기, 특정 지역의 우편투표 기간 임의 연장, 개표 집계 전산시스템 오류 등 선거부정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되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들의 조직적인 공작이라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 공산‧사회주의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말 없는 다수 국민이 일어서야 한다고 부추긴다.미국의 혼란상은 부정선거 논란보다 기저에는 이념 대결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좌우 대결로 체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좌파와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매체는 미국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1619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작년 8월 뉴욕타임스 일요일판에 100쪽에 걸친 연재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역사가 영국 청교도들이 이주한 1776년이 아닌 20여 명의 아프리카 노예들이 제임스타운에 들어왔던 1619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흑인들이 미국의 민주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말라 해리스나 진보 좌파 사이에서 환호를 받았다.마치 한국의 건국일이 상해 임시정부냐, 정부수립일이냐를 두고 좌우가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미국 민주당 내 극좌파로 불리는 뉴욕의 알렉산더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의 뉴욕 진입을 막았다. 수많은 일자리를 막아버렸다. 그 이유가 놀랍다. 아마존이 들어오면 입사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간 빈부 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SNS에서 내가 악의 거대 세력과 싸워 막아냈다고 적었다. 그는 한술 더 떠 미국을 더 개조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를 더 파괴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마저 내놓았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가난한 자들만이 선(善)이라 여기는 한국 좌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진보 좌파들은 나쁜 일을 하는데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미국 청년 정치평론가 벤 샤피로는 '세뇌' 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세뇌'(Brain Washed)라는 책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다수의 대학교수들이 마르크스, 민주당, 무슬림, 가난한 사람들은 절대 선으로, 반면 기업가, 공화당, 대기업과 보수주의자들을 악으로 규정하면서 세뇌시킨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도덕을 증오와 연결시킨다고 했다. 자본과 보수주의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도덕적 의무로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이 또한 '프레임'을 짜 놓고 상대를 공격하는 한국 좌파들의 모습과 같다.옛 소련 시절 KGB(국가보안위원회) 요원이었다가 캐나다에 망명한 유리 베즈노메프는 KGB의 주된 활동 영역은 정보수집이 아니었다고 했다. 정보수집은 KGB 전체 역량의 15% 정도였고 나머지 85%는 심리사상전에 투입됐다고 했다. 심리 공작에 오염된 한 세대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제거만이 답이며 치료하는 데 한 세대만큼 걸린다고 전했다.소련이 붕괴되면서 그 전략을 중국 공산당이 이어받았다. 중국은 미국을 전복하려는 비밀 계획을 공산당 차원에서 공작하고 있다. 이런 징후는 미국과 한국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국익이 침해되고, 국민이 피해를 봐도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 하는 한국 좌파와 현 정권에 우리 국민의 안위와 행복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일 뿐이다.

2020-11-17 18:13:18

[시각과 전망] 무엇을 위한 ‘공수처’인가

[시각과 전망] 무엇을 위한 ‘공수처’인가

정부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혈안이다.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 법사위원들까지 나서서 조기 출범을 압박하고 있다. 출범시한까지 11월 안으로 못 박았다.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등을 비롯해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이다.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도 갖는다.문제는 너무 과한 권한이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도 수사하고 있을 경우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검경은 응해야 한다. 또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수사를 시작하고 말고는 공수처장이 결정해 회신한다. 마음만 먹으면 정부 여당의 비리를 덮고, 야당을 집중 공격할 수도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공수처에 대해 야당을 탄압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정부 여당이지 않겠느냐. 사리에 맞지 않는 말씀"이라고 했다.내 편이 주축이 되어 추천하고, 내가(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이 내 편의 비리를 엄단할 것이란다. 허무맹랑한 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부 여당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에 한 일을 보면 문 대통령이 임명할 공수처장이 할 일은 안 봐도 뻔하다.'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정부 여당 인사들이 일제히 '정부 정책에 대한 개입'이라고 궤변을 쏟아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검찰 정치'로 둔갑시켜 수사 자체를 뭉개려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만든 공수처가 무슨 일을 하겠는가. '범죄수사처'가 아니라 '범죄은폐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문 대통령이 진실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엄단하고 싶다면 야당 측 위원이 추천한 후보를 공수처장에 임명하면 된다. 그런 공수처라면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해 추상같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부 여당은 한술 더 뜬다.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그리고 민주당이 지명한 2명, 국민의힘이 지명한 2명으로 모두 7명이다. 이들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 및 2명으로 압축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공수처장에 임명한다. '최후의 후보 2명'은 추천위원 6명이 찬성해야 한다.민주당은 지난해 야당을 배제한 채 공수처법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하면서 '정권을 호위하는 독재 기구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야당 추천위원이 공수처장 후보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가 추천하지 못한다"고 했다.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를 내지 못한다고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한 것이다.지금은 어떤가?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이 후보 압축에 찬성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후보 2인 선정 기준을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에서 '7명 중 5명 찬성'으로 바꾸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애초 '야당의 비토권 인정'은 법 통과를 노린 사기였던 것이다.추 장관은 정부 여당의 부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을 솎아내느라 수고롭게도 네 번의 '인사 칼춤'을 췄다. 이제 친정부 여당 인사들끼리 뭉친 공수처가 출범하면 추 장관이 국민의 욕을 먹어가며 칼춤을 출 일도 없어진다. 검경의 수사 초기에, 아니 검경이 범죄를 인지하는 순간 공수처가 사건을 빼앗아가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여권이 만든 법이 그렇게 보장하고 있다.이런 날강도 같은 수사기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디에 있나?

2020-11-10 18:37:48

[시각과 전망] 서울·부산시장 공천, 문 대통령이 해명해야

[시각과 전망] 서울·부산시장 공천, 문 대통령이 해명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때나 대통령 후보일 때 가장 큰 강점은 선한 인상과 깨끗한 이미지였다. 달리 말하면 도덕적 무결점주의자로 보였다.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그랬다.그 덕분에 그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되 그건 분명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다가 말로가 참담했던 전임자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출발은 산뜻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분 단위로 공개됐고, 국민들은 80%가 넘는 지지로 화답했다.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포용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진영을 갈랐고, 국정 파트너인 야당조차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취임 이후 오늘까지 기자회견은 단 6회. '불통'으로 낙인된 박근혜 대통령도 7회였다. 집권 5년간 김대중 대통령은 20회, 노무현 대통령은 45회나 됐다. 외부 인사와의 식사마저 한 주에 1, 2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올 국감장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백번 양보해서 이런 건 봐줄 수 있다고 치자. 서울·부산시장 공천 대목에선 대통령의 마지막 선한 이미지마저 지우게 하고 있다.우리는 내년에 사상 초유의 서울‧부산시장 동시 보궐선거를 치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 2명이 부하 여직원 성추문으로 낙마하거나 불상사를 당해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수장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이유도 아닌 성 관련 부적절 행위로 인해 낙마하고 불상사를 당한 건 세계적인 수치였다.이런 상황이면 그 단체장이 속했던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게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선거법 위반이나 다른 비위로 인한 재·보궐선거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그러나 국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후보를 내겠다며 이틀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해 당헌 당규까지 개정키로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시절 정치 개혁을 위해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만들었다. 경남 고성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치러질 즈음이었다.'부패하고 타락해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당선된 정당'과 달리 민주당은 깨끗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심지어 일각에서 반발하자 당 대표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관철시켰다. 이런 점이 평범한 정치인이었던 문재인을 대통령의 자리로까지 이끌게 했다. 적어도 문재인은 다를 것이고, 그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집권당이 불과 5년 전 현 대통령이 대표 때 만든 당헌을 청와대 의사와는 무관(?)하게 폐기해버리고 내년 보궐선거에 집착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의 장기 집권을 위해서라면 대국민 약속쯤은 내팽개쳐도 문제없다는 인식에 다름 아니다.민주당은 당원 투표 과정도 왜곡하고 있다. 당원들에게 뜻을 묻겠다고 해놓고 응답률이 저조(26%)하자 단순 의견수렴 과정이었다고 둘러댔다. 당원들조차 명분 없다는 판단을 했는데도 말이다.오죽하면 정의당까지 나서서 "책임정치를 스스로 폐기처분하더니, 절차적 정당성마저 폐기했다"고 비판했겠는가.민주당과 대통령이 정작 후보를 내야겠다고 고집한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주장처럼 800억원이 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비용을 민주당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그리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 민주당의 행위에 대해 정중하게 해명해야 한다.

2020-11-04 05:00:00

[시각과 전망] 치솟는 집값이 이제는 두렵다

[시각과 전망] 치솟는 집값이 이제는 두렵다

보유세 부담 탓에 얼마 전 수도권에 있는 집을 처분한 A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3년 만에 7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지만 실제 손에 쥔 돈은 1억원 남짓. 3명이 돈을 모아 집을 산 데다 차익의 절반 가까운 돈을 양도소득세로 내고, 부동산 수수료 등을 빼고 나니 기대했던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다.매매 계약을 체결하고는 양도소득세 때문에 정부와 여당 욕도 하면서 속상함을 달랬지만 지금은 화가 난 이유가 달라졌다.6개월 사이에 집값이 수억원 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유세 걱정은 뒤로 미뤄두고 무조건 집을 갖고 있어야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 살던 B씨는 암담하다. 지난 초여름, 살던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하고 이사 갈 아파트 계약도 맺었다.이사 날짜를 맞추다 보니 계약 시점부터 5개월가량 여유가 있었다. B씨가 살던 집을 산 사람은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보내왔다. B씨도 이사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사 가려던 집의 주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해 온 것이다.집값이 올랐으니 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계약을 파기하자는 것이었다. 아직 중도금을 건네지 않은 탓에 계약금의 2배를 물면 파기는 가능했다.결국 위약금 수천만원을 받고 계약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여기부터다. 그새 집값이 너무 올라서 위약금을 보태도 살 만한 집이 없어졌다. B씨는 불편을 감수하고 살던 동네를 떠나거나 집을 줄여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30대 직장인 C씨는 얼마 전 지인과 함께 돈을 보태 다른 지역 아파트를 샀다. 전세를 끼고 2억원 정도로 갭투자를 한 것이다. 미혼인 C씨는 무주택자였다.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그간 직장 생활을 하며 번 돈을 저축할 수 있었다. 혼자 대구에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어서 지인과 함께 보태서 갭투자에 나선 것이다.계약 후 잔금을 치르는 데 2개월 정도 걸렸는데, 그 사이 집값은 1억원 넘게 올랐다. C씨는 막차를 탄 게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줄 지어 갭투자에 나서는 동료들을 보며 안도하고 있다.초유의 가을 전세 대란 속에 사람들은 모이면 온통 부동산 얘기다. 시중에 자금이 워낙 많이 풀려서 당장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실수요를 감안하면 언젠가는 거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누군가 펴면 곧바로 면박이 날아온다.정부의 부동산 시장 진단과 정책이 꾸준히 헛다리를 짚는 이상 부동산 몰락은 결코 없다는 주장이다. 전세 난민 처지에 내몰렸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세 물량이 되레 늘었고, 집값 급등의 원인은 저금리 탓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지난 7월 말 여당이 주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여파로 전세가 극도의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매매가마저 연일 고가를 경신하는 상황과는 너무도 다른 얘기다. 전세 매물은 아예 사라졌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와도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듣는 모양이다.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정부는 아랑곳 않고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부동산 정책에 있어 이번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세금 폭탄이다. 집을 사면 세금, 갖고 있어도 세금, 팔면 또 세금.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것도 겁나지만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동산 시장에 불안 심리가 개입해 폭락세로 돌아설까 봐 정말 무섭다.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공포가 다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심상찮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2020-10-28 05:00:00

[시각과 전망] 포항 1조6천억원 사업을 이런 식으로

[시각과 전망] 포항 1조6천억원 사업을 이런 식으로

산업폐기물(산폐물) 매립장 증설 문제로 경북 포항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포항철강공단 내 산업폐기물처리업체의 매립장 증설 계획에 포항 오천읍과 대송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산폐물 매립장 반경 3㎞ 안에 포항 시민 5만여 명이 살고 있다. 오천중·고등학교는 물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인접해 있다. 주민들은 특정 업체가 매립량을 계속 늘려가며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반면 악취와 먼지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산폐물 매립장 운영업체는 일부 매립장의 붕괴 위험을 이유로 슬러지가 많은 산폐물을 안정화(고형화)시킨 뒤 인접한 옥명공원으로 옮기고, 기존 매립장터에서 산폐물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네이처이앤티(옛 동양에코)가 대구지방환경청과 포항시에 제출한 매립장 증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운영사는 허가가 나면 약 840만t(565만2천419㎥)을 묻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업계에서는 운영사가 가져갈 수익은 천문학적 금액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울산 코엔텍의 산폐물 매립 평균 단가인 t당 20만원을 적용하면 네이처이앤티는 20년간 총 1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산폐물 매립단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어 네이처이앤티는 수천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이 같은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은 내용을 잘 알지 못해 포항시 행정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포항시는 2018년 7월 고형화된 산폐물 이전지인 옥명공원에 대해 공원 해제를 해주었다.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공원을 해제한 뒤 폐기물처리시설로 도시계획을 변경해준 사례는 찾기 힘들다.도시계획 변경 과정에서 매립장 인근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시는 작년 하반기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두 차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 열람을 공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까지도 도시계획이 바뀐 줄 모르고 있었다.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도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유흥주점을 차리려 해도 구청에서는 안내 공고문을 몇m 간격으로 몇 장을 붙이라고 요구한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서다. 반대가 많을 경우 아예 허가를 내주지도 않는다.수백만t의 산폐물 매립장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받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주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폐물 매립장이라면 당연히 주민 의견 수렴이 선행됐어야 했다.이와 함께 매립장 관련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과도한 이윤이 집중되는 것도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폐기물처리장사업은 허가권만 가져도 수백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실제 경북 고령에서는 폐기물처리장 허가권과 관련해 250억원 상당의 이양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처리 업체의 사업계획을 보면 외지에서 반입하는 산폐물도 상당하다. 포항 이외 지역에서 반입한 산폐물 처리로 얻는 수익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포항 시민들은 포항 업체의 산폐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외지 업체의 산폐물 처리로 발생하는 수익은 일정 부분이라도 지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만큼 매립장을 넓히지 않고 현 상태에서 안정화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니면 30년 이상 운영해 온 매립장의 영구 폐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2020-10-20 18:32:11

[시각과 전망] K방역, 국민이 모범이지 정부가 모범은 아니다

[시각과 전망] K방역, 국민이 모범이지 정부가 모범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난 9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정부 차원의 전문성 있는 방역 노력보다는 국민들의 양보와 절제를 요구하는 데 집중했다. 모이지 마라, 마스크 써라, 이름 적어라, 어디 갔다 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빠짐없이 밝혀라, 시키는 대로 안 하고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 안 하면 엄정 처벌하겠다, 등등.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국민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모임, 집회와 같은 기본권을 누릴 권리도 있다. 하지만 문 정부는 국민의 의무를 강조할 뿐,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요하게 억눌렀다.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월 13일 현재 인구 100만 명당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4만7천361명으로 세계 216개국 중 122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00등 밖으로 밀리는 게 대체 어떤 게 있을까? 그토록 K방역을 자랑하지만 정작 진단검사는 게을리해 온 것이다.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현황 발표는 코로나 확산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일 '오늘 확진자 50명, 100명' 식으로 발표할 뿐 몇 명을 검사했고, 그중 몇%가 확진자인지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정부는 검사자 수를 밝히지 않은 채 확진자가 며칠째 세 자리 숫자를 기록하니 집회하지 마라고 하거나 확진자 숫자가 며칠째 두 자리를 유지하니 등교해도 좋다고 발표한다. 그런 식이니 정부가 특정 시점, 특정 대상에 진단검사 숫자를 늘려 정치적으로 코로나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광화문 시위대에서는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시장이나 지하철 인파에서는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점은 같은데, 어떤 장소에서는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어떤 장소에서는 확진자가 없거나 극소수라면 그 감염 조건을 연구 조사해서 생활 수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하지만 문 정부는 그런 노력은 안 한다. 그러니 국민 통제에만 열을 올릴 뿐 전문성 있는 방역 노력은 안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거다.시민의 영역이 아닌 보건 당국의 영역에서는 거의 힘을 못 쓴다. 도이체방크 조사에 따르면 중국, 미국, 영국, 호주, 독일 국적의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 최종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최종 개발 단계에 접어든 세계 8개 백신 후보 중 한국의 백신 물질은 없다.백신 개발이 어려우면 수입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 역시 뒤처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정부는 국민 1인당 5번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계약했다. 일본은 이미 7월에 화이자와 1억2천만 명 분량의 백신 물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우리 정부는 9월 중순에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등을 통해 3천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국민은 답답해도 마스크를 썼다. 가지 말라면 안 갔고, 사생활까지 다 밝혔다. 그 덕에 코로나19 초기엔 방역 모범국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국민이 모범이었지 정부가 모범인 건 아니었다. 국민이 모범을 보인 만큼 정부도 모범이 될 만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모이지 마라! 손 씻어라! 마스크 써라!"예산과 전문 조직을 가진 정부가 오지 학교 양호 선생님이나 할 법한 말을 9개월째 하면서, 틈만 나면 'K방역 자랑'을 한다. 자랑할 만한 일을 좀 하고 나서 자랑을 하라.

2020-10-13 18:58:24

[시각과 전망] 진정한 가황(歌皇) 나훈아

[시각과 전망] 진정한 가황(歌皇) 나훈아

오늘로 꼭 1주일이 되었건만 열기가 아직 식지 않는다. 추석 연휴 KBS에서 은둔 15년 만에 공연한 가황(歌皇) 나훈아 얘기다.높았던 시청률(9월 30일 밤 방송 29%, 3일 나훈아 스페셜 18.7%)만큼이나 반향도 뜨겁다. 올 추석에는 코로나와 나훈아만 보였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2시간 30분 동안 28곡을 부른 그는 장기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건재를 과시했으며 국민들에게 위안을 선물했다.74세의 나이에도 젊은이가 무색할 만큼 탄탄한 근육질 몸매. 한복과 찢어진 청바지, 민소매를 넘나드는 뛰어난 패션 감각. 무대를 지배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력. 트로트에서 국악, 클래식, 기타 및 피아노 연주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공연에, 다양한 액션도 선보였다. 공연은 어떤 젊은 아이돌보다 더 생동감이 넘쳤다.나훈아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많은 애창곡을 가진 가수는 없다. 밤을 새워 불러도 모자랄 것 같은 그의 노래들. 그는 "할 거는 천지삐까리(엄청 많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밤새워 할 수도 있다"고 장담했다.그런 그가 이번에 9곡이나 되는 신곡을 발표했다. 한 곡을 만드는 데 5, 6개월이 걸릴 만큼 힘든 작업을 거친다고 했다.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70대임에도 불구하고 뿜어져 나오는 이런 열정은 "세월은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돼 있다.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끌려가면 안 된다. 날마다 똑같은 짓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 지금부터 나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것"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설명을 들으면 다소 감이 잡힌다.수많은 히트곡과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공연 뒤 더욱 많이 오르내린 건 중간중간 맛을 더하는 촌철살인 코멘트였다.특히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국민을 위하지 않는)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고 한 건 압권이었다.그의 이 발언을 두고 추석 연휴 정치권은 서로 상대를 비난하면서 날 선 공방을 벌였지만 국민들은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들이었다.역시 나훈아다운 입담이었다. 이는 빼어난 실력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두터운 팬에 자존감이 있기에 가능했다.나훈아의 매력을 대쪽 같은 소신에 있다고 보는 팬들도 많다. 본인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는 많은 억측에도 불구하고 15년을 대중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선망하는 북한 방문도 거절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사전 행사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 나훈아의 참여를 원했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당시 '일정이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대중예술가로서 그의 자존감의 반영이었다는 해석이 많다.그는 삼성 이건희 회장가의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참석해서 몇 곡만 해도 거액이 주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나훈아는 "나는 대중예술가다.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사면 될 일"이라고 했단다.얼마나 멋진 자존감인가!나훈아는 국민들을 힐링시켰다. '노래 실력' '소신 발언' '소신 행동' 등 모두에서 그는 진정한 황제였다.

2020-10-07 05:00:00

[시각과 전망]흔들리는 공정과 정의

[시각과 전망]흔들리는 공정과 정의

나라 일을 둘러싼 갈등의 양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옳고 그름의 논쟁을 떠나서 죽이고 살리고의 문제가 돼버렸다. 고도의 정치적 공작이 의심스러울 만큼 분열이 조장된 상태이고, 그런 와중에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가치관마저 흔들릴 지경이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갈등의 대척점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정치적 신념처럼 포장한 데 그칠 뿐이다. 보수와 진보는 가치관의 차이일 뿐 그것이 정의와 불의를 나누는 잣대는 될 수 없다. 보수는 무능하고 썩어 빠진 적폐이고, 진보는 진실되고 정의로운 개혁이라고 내건 기치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 때엔 먹혀 들었을 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한때 극심한 이념적 대립이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극단적 선택과 희생도 겪었지만 이제는 끝났다고 믿었다. 정권들이 집권을 도모하고 사익을 극대화하려고 이념 대립을 공공연히 부추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도 모두 거쳐 조화로운 다양성의 시대로 나아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조장된 분열의 시기를 맞고 있다.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1차 원인이다. 그런데 투기 세력을 모든 사태의 주범으로 내몰아 이들만 척결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듯 호도하고 있다. 그것은 지엽적인 해결책 중 하나일 뿐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내 집 한 채 마련한 사람들이 손가락질받는 형국이 됐다. 투기는 근절해야 하지만 집 한 채 갖고 싶다는 소망이 탐욕으로 비난받아선 안 된다.의료 분쟁이 벌어지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등 공신처럼 치켜세우던 의사들을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의사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악다구니를 부리는 것도 옳지 않지만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정부 정책이 그저 다수를 위한 선의로만 포장돼서도 안 된다. 정작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강요되는 비급여 처치, 터무니없이 낮은 의료보험 수가로 인한 외과 및 산부인과 등 일부 진료 과목의 외면, 의사와 환자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 등이다.법무부 장관 아들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을 끌면서 온갖 갈등을 양산한 문제에 대한 검찰의 결론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목이 터져라 외쳐 대는 검찰 개혁의 공정한 산물이라고 여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백번 양보해서 검찰이 내린 결론이 옳다고 치자. 그러면 아들의 휴가와 관련해 자신은 물론 보좌관도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국회에서 강변했던 법무부 장관의 말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것이 과연 공정인가.대통령의 말처럼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다만 역사 이래 어느 나라, 어느 시기에서도 모두가 동의하는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없었음은 명심해야 한다. 매우 오랜 시기에 걸쳐 조금씩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공정을 37차례 외쳤다고 해서 어느 날 세상이 공정해지지는 않는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면 공정과 정의는 더욱 요원해진다. 국민들의 명철한 판단을 흐릴 목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를 더욱 조장하고 그러면서 내 편이 저지른 잘못을 흐지부지 덮어버리거나 아무 잘못이 없는 듯 포장해 버린다면, 그래서 잠시 국민들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결코 길지 않을 것이다. 혹독한 자기 검열 없이 칼춤을 추듯 휘둘러대는 권력은 썩는다. 그리고 붕괴의 조짐은 내부 분열로부터 나타날 것이다.

2020-09-30 05:00:00

[시각과 전망] BTS의 선한 영향력, 문 정권의 나쁜 영향력

[시각과 전망] BTS의 선한 영향력, 문 정권의 나쁜 영향력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학부모들에게도 인기다. 기존 미국 가수들의 노래는 마약, 폭력, 섹스가 들어간 가사와 내용이 많다. 반면 BTS의 노래는 자신에 대한 사랑, 희망과 위로, 용기, 타자에 대한 다름 인정하기 등 긍정 메시지로 꽉 찼다.전신에 화상을 입고 삶을 포기하려던 남아공의 10대 소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삶이 지옥이었던 일본의 40대 여성, 특이한 외모로 자신감이 없었던 독일 청년, 희귀난치병으로 언제 세상을 등질지 모르는 미국의 꼬마 숙녀.이들은 유튜브에서 BTS의 음악을 통해 "나의 삶을 찾았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BTS의 선한 영향력(good influence)은 팬덤인 아미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아미는 선행을 가장 많이 하는 팬덤으로 꼽힌다. BTS가 기부를 할 때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6개 대륙의 아미는 기부 릴레이를 펼친다. 아미 대다수는 BTS의 음악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됐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고 뿌듯해 한다.BTS는 또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공정의 아이콘'이다. 그들은 온갖 차별과 불공정을 딛고 부단한 노력 끝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작은 소속사 가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했고, 아이돌이 쉽게 하지 않는 힙합 장르에 도전하면서 비아냥과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지금의 BTS를 있게 만든 것은 그들이 가진 열정과 도전 정신, 팬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BTS는 그들의 열망과 고민을 털어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에 전 세계 팬들은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자신들을 대변하는 BTS에 주목하고 인정해 주었다.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과 나쁜 영향력(bad influence)을 가진 이들이다.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BTS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BTS와는 대조적으로 문재인 정권은 나쁜 영향력의 대표군이다. 문 정권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쁜 영향력으로만 국가를 운영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최근 여당 대변인은 탈영 논란을 빚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했다. 추 장관의 아들 서 일병은 어머니의 정치가도에 행여 흠집이 생길까 봐 군복무를 한 것은 아닌가. 애국선열에 대한 모독이다.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문 정권은 극찬하면서 임명해 놓고 정권 눈치보지 않는 엄격한 감사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려는 그에 대해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그만둘 줄 알라"고 겁박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판박이다.문 정권은 또 한통속인 환경 좌파들에 휘둘려 탈원전 정책으로 국부(國富)를 줄줄 새게 하고 있다. 원자력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 장관, 대통령까지 원자력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억지 탈원전 논리를 만들어 세계 조류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이 와중에 두산중공업 등 원자력 산업체와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망해가고, 원자력 전공 대학생들과 창원을 비롯한 동남권 기계공업 벨트 주민들도 고통받고 있다.문 정권 사람들은 계층·지역·세대·빈부·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는 데도 선수다. 그들은 '자기 편은 항상 옳고 남의 편은 언제나 틀리다'는 착란에 빠져 있다. 편을 나눠 정권 수호에 도움이 되는 한쪽과만 같이 가려 한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앞장서 국민통합이 아닌 국민분열을 견인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나쁜 영향력으로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문 정권이 언젠가는 민심의 회오리 바다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20-09-22 18:32:09

[시각과 전망] 극렬 지지를 먹고 자라는 나쁜 정치

[시각과 전망] 극렬 지지를 먹고 자라는 나쁜 정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씨의 군복무 시절 '특혜 휴가'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규정상 문제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서 씨와 관련한 핵심 쟁점은 그의 휴가 연장과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에 '외압'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서 씨의 의료 및 병가기록 증발 경위 ▷추미애 의원실 보좌관이 해당 부대에 전화한 경위 ▷당직병과 서 씨의 통화 여부 ▷복귀하지 않은 서 씨를 휴가로 처리하라고 했다는 상급 부대 대위의 실체와 역할 등을 밝히면 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침묵하고 검찰 수사는 8개월 동안 지지부진했다.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군 관계자들의 증언과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다. 구체적 증언에 추 장관은 "거짓과 왜곡, 검찰 개혁 기필코 완수"라는 엉뚱한 대답을 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정치 공작"이라고 했다.이른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조국에 이어) 왜 법무부 장관만 이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까. 수구세력이 검찰 개혁을 거부하기 때문" "가짜 뉴스로 정치질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목청을 높인다.조국 전 장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이기에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조국 전 장관이 기소된 것은 그에게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검찰의 부당한 수사 때문이다. 따라서 잘못도 없는 사람을 털고 기소한 검찰을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믿는다.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죄질이 나쁘다"는 말도 했다.조 전 장관이 12개 혐의로 기소돼 있음에도 청와대는 "(검찰이) 야단법석을 떨더니 나온 것은 생쥐 한 마리"라며 별거 아니라고 했고, 지지자들은 "조국의 죄가 하나라도 있느냐?"고 핏대를 올린다.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건은 대통령비서실 조직이 총동원돼 대통령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당선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여기에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수석 등 13명이 기소돼 있다. 이게 박근혜 정부 사건이었다면 탄핵되었을 거다.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 사건은 공소 유지조차 될까 의심스럽다. 법무부는 8월 27일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울산시장 선거 사건의 유무죄를 직접 다툴 주축 검사들을 국민권익위원회로 빼버리거나 지방 곳곳으로 흩어 놓았다.어떤 사건에 대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 범죄사실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울산시장 선거 사건 수사를 담당하던 주축 검사들을 모두 빼버렸으니, 이 재판은 이제 신뢰하기 어렵다.두 청년이 한창 씨름 중인데, 상대편 선수를 유치원 아이로 바꿔버린 격이다. 이처럼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 인사에 분노해야 상식적이지만, 대깨문들은 "추미애 장관 짱!!"이라며 환호작약한다.문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사실이냐 아니냐는 질문에 진영논리로 답하고, '명사와 동사'로 제기된 의혹을 '형용사와 부사'로 뭉갠다. 나아가 개혁이라는 '주술'로 검찰 인사권을 휘둘러 수사를 방해하고 실체를 가린다. 이 '주술'에 대깨문들은 "믿습니다!"를 외치며 사이비 피안의 세계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이 사람들에게는 팩트가 무의미하다. 오직 '믿음'만을 숭배할 뿐이다. 그 결과는 나쁜 정치다.

2020-09-15 16:01:18

[시각과 전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시각과 전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국민들의 청와대‧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확산일로다. 부동산 정책이 정점일 줄 알았는데 의사들의 의료 파업 사태에 이르러서는 거의 절망적이다. 과연 우리 국민을 이끄는 정부가 맞는지 의문스럽다.돈 잘 벌고 사회적 강자인 의사들의 파업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맞다. 제 밥그릇 뺏기지 않기 위해 환자들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도 많다.그런데 왜 하필 이 시기에 의사들과 의대생들을 파업‧시험 거부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의료진의 협조와 희생이 절실한 시기이다. 1차 대유행을 견뎌내고 전 세계에 'K방역'을 자랑한 것도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었다.광복절을 전후해 수도권에서부터 2차 대유행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정부는 이런 와중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발표했다.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특히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가 모자란다는 것을 실감한 상태였다.그러나 정책 발표도 타이밍이 있다. 이해관계인과 공감을 이루지 못한 정책을 의료진의 협조가 절실한 이때 발표한 것은 한마디로 '뇌가 없는' 정책 행위이다.이해당사자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일.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파업과 국가시험 거부라는 예상된 강수로 맞섰다. 정부는 원칙대로 한다고 했다가 이내 꼬리를 내렸다. 의사들이 불법 파업을 했으면 처벌이 따라야 하는데 총리까지 나서서 "단 한 명의 의료인도 처벌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달래기에만 급급했다.급기야 정부 여당과 의사협회는 지난 주말 "코로나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 코로나가 안정되면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재논의한다.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도대체 '누가' '왜' 이런 정책을 발표해서 이 난리를 피웠는지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환자들과 국민들 피해는 어디서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없다.힘 있는 집단 앞에서 정부 여당은 맥없이 물러섰다. 당연히 이럴 거면 왜 추진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의사들이 아니고, 다른 힘없는 단체가 반발했다면 정부가 이랬을까. 불가피한 정책이라면 이해당사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실행을 해야 한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지풍파를 일으켜 놓고는 꼬리를 내려버렸다. 이 정도 반발도 예상 못했단 말인가.더 가관인 건 청와대다. 대통령까지 나서 의사들의 속을 뒤엎어버렸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의사와 간호사들을 갈라치기하고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일개 비서관이 한 일이라고 발뺌을 했다. 치졸하기 그지없다.이런 와중에 법무부 장관의 아들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코로나와 태풍으로 지쳐 있는 국민들의 마음에 갖가지 생채기를 내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서 특임검사 도입을 검찰에 지시하면 되는 일이다. 이러면 끝날 일을 가지고 무엇이 두려워서인지 정쟁으로만 몰고 간다.180석에 이르는 거대 의석을 차지했다고 국회에서 전횡을 휘두르는 여당도 꼴불견이다. 소선거구제 특성 때문에 의석을 주워간 것이지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10%포인트 내외였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며 오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이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실체다.

2020-09-09 06:30:00

[시각과 전망] 우울한 편 가르기 시대

[시각과 전망] 우울한 편 가르기 시대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자'는 대명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치 운전할 때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그런데 일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네거리에서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켜진 경우를 떠올려보자.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없다면 운전자는 뒤따르는 차량 흐름을 감안해 조심스레 통과할 수 있다. 또는 만에 하나 발생할 위험을 고려해 가만히 기다릴 수도 있다.그런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횡단보도에 누군가 갑자기 뛰어든다면, 신호를 지키겠다고 멈춰 있는데 다급한 일로 길을 서두르는 차량이 뒤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 네거리 모퉁이에서조차 경우의 수에 따라 양보와 배려에 대한 단순한 판단마저 달라질 수 있다.국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대북정책, 탈원전, 대입 공정성, 부동산 안정화 등을 지켜보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판단의 잣대를 갖는 것조차 두려울 지경이 됐다.옳고 그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 편이냐 내 편이냐가 기준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두 손을 맞잡을 때 환호했던 국민들은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장면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탈원전의 방향성과 의미에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점을 제기한 감사원장을 찍어내려는 모습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대입이 더 공정해졌다고 보는 사람은 없고, 목이 터져라 외쳐 대던 부동산 안정화 역시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편 가르기는 일상이 됐고,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과연 이들은 어느 편일까를 살핀 뒤 조심스레 말을 꺼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상대방이 집을 한 채 갖고 있는지 여러 채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현 정권을 싸잡아 욕하고 보는 사람인지 정책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인지 파악해야 속내를 드러낼 수 있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이전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고 거리를 행진했던 것이지 모두 다 현 정부 여당을 지지하려던 것은 아니었다.촛불을 든 사람 중에도 보수가 있었고, 다주택자도 있으며, 원자력 지지자도 있었다. 지난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선거제도 때문에 한 표라도 더 얻은 곳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당선됐을 뿐 모든 선거구의 절대 다수 민심이 여당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마치 촛불 민심과 총선 결과를 '내 편'이 보여준 절대적 힘의 승리로 해석하고 있다.의사들의 파업을 불러온 이번 의료 정책도 편 가르기의 결정판이다.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었던 의료진들을 추켜세우던 때가 바로 어제였는데 오늘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이기적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의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국민 건강이 증진되는 것은 아니며, 한시적 지역 의사를 만든다고 해서 농어촌 오지의 의료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이런 사실을 정부와 여당이 모를 리가 없다. 만약 정말 모른다면 더 큰 문제다. 정책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며 반대하는 사람은 나쁘다고 욕할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이유라도 들어봐야 한다.정의와 공평은 지향점이 돼야 할 뿐 아니라 추구하는 과정에도 적용돼야 한다. 옳고 그름은 이처럼 정의롭고 공평한 그리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 '내 편이니까 무조건 옳다'고 외치는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정치는 결국 배척당한다. 아니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편 가르기의 산물인 야합일 뿐이다.

2020-09-02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