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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도산대교를 보고 싶다

세계문화유산 도산서원(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을 가 본 사람은 시사단(試士壇)의 모습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도산서원에서 낙동강 건너 서 있는 시사단(도산면 의촌리)은 주변 풍경과 어울려 운치를 뽐낸다. 시사단은 조선 정조 임금이 1792년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도산별과를 시행한 것을 기념해 1796년 세운 비각이다.도산서원에서 시사단에 한번 올라가 보려고 승용차를 타고 나선 적이 있다. 시사단에 대한 내비게이션 안내가 되지 않아 약간의 지리적 지식으로 나섰지만 퇴계종택~이육사박물관~원천교를 지나 원천리를 헤매다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도산서원에서 눈앞에 보이는 곳을 내비게이션으로도 못 찾아간단 말인가. 속으로 웃음이 나와 모니터가 큰 데스크톱으로 지도 검색을 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안동시내에서 시사단을 가려면 35번 국도를 따라 와룡면 소재지까지 간 뒤 933번 지방도와 예안면 소재지를 거치는 935번 지방도를 따라 돌고 돌아야 한다.역사적으로 한 몸인 도산서원과 시사단은 1974년 안동댐 준공으로 쉬이 오갈 수 없는 이웃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때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었지만, 안동~임하댐 도수로 연결로 댐의 수위가 안정되면서 이제 배로만 바로 갈 수 있다.시사단 인근인 예안면 부포리에서 끊긴 935번 지방도를 도산면 분천리까지 연장하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도산대교가 만들어지면 935번 지방도는 강 건너 35번 국도와 연결된다.안동 출신 김명호 경북도의원이 얼마 전 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안동댐 건설로 갈라진 도산면과 예안면을 잇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고 했다.935번 지방도를 연장하는 도산대교 건설 계획은 경상북도가 이미 2003년 확정한 사업이다. 2009년에는 착공 예산까지 배정된 적이 있다고 한다.어떤 이유로 이 사업이 중단된 채 표류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안동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관광객 입장에서 도산대교의 필요성을 느낀다.하물며 안동 시민들의 불편은 오죽할까. 도산면 의촌리 주민들은 지금도 직선거리 2.72㎞밖에 안 되는 면사무소를 43.8㎞나 돌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안동이 지닌 최고의 자산은 문화유산이다. 도산서원 일대에는 유교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한국국학진흥원, 선비문화수련원 등 경북인의 정체성을 배우고 느끼는 현대적인 교육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더불어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관광 시설을 2020년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기자는 1990년대 초반 취미 삼아 낚시를 다니면서 안동댐 일대의 형편없는 도로 사정을 체험했다. 그때 선착장에서 배로 이동하면서 곧 다리가 놓일 것으로 여겼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곳에는 다리가 없다.전라남도 목포시와 신안군, 영암군을 교량으로 잇는 바다 위 도로를 떠올려보며 다시금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낙후를 실감한다.안동댐 실향민들의 애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안동의 문화유산이 바다가 아닌 강물에 단절됐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

2019-09-18 06:30:0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시각과 전망] 조국(曺國) 방성대곡(放聲大哭)

조국(曺國)의 주군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祖國)을 삼키니 5천만 형제가 어찌 소리치지 않겠소. 조국(曺國)과 문 대통령을 맹종하는 이도 있소만 양식 있고 소리 없는 다수 국민들은 분노하고 짜증스럽게 되었으니, 어찌 곡하며 분노하지 아니하겠소.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합법의 탈을 쓰고 사실상 범법자(앞으로 밝혀지겠지만)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는 위정자의 뻔뻔함에 아연실색해질 뿐이오.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일부 극렬층의 맹목적인 지지를 받은 이들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을 줄 알았소. '옳지 않소' '이쯤에서 제발 접으시오'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너희들은 떠들어대라며 본체만체하고 지나갔소. 대한의 국민들은 조국(曺國)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노리개가 되었소.문과 조국 사단은 경제는 거덜내고, 외교는 고립무원시키고, 나라는 양분시켰소. 안보는 무장해제시키고, 야당을 겁박하고, 국민들에겐 여론조사를 핑계로 공갈몰이를 하고 있소.또 자기편이라 여기던 청년학생들의 꿈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소. 후진들이여 이제 공부는 하지 마시오. 다음 생에는 조국 같은 부모를 만나 부모가 만들어주는 스펙을 받아먹으면서 손쉽게 원하는 대학을 가시오.이번 조국 사태를 대하는 문 대통령과 호위무사 그룹,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들의 열성 지지자들이 행한 행동과 말들을 보면서 대한의 국민들은 얼마나 생각 없고, 위험한 집단을 위정자와 국가 운영 패당으로 선택했는지를 뼈저리게 그리고 사무치게 실감해야만 하오.조국에 대한 저들의 '옹호짓거리'를 보노라면 마치 집단 최면에 빠진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를 보는 것 같소.꿈에서 깨어보니 불과 2년 반 만에 문과 조국 사단의 왜곡되고 편협한 운동권식 정치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되었소.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소.그러나 대한의 형제들이여 행여 분노를 멈추고 나의 한마디 말을 들어보시오. 대체로 오늘날 나라의 형편이 이와 같이 되었으니 어찌 남 탓만 하겠소.나라가 완전히 거덜나기 전에 저들의 실체가 온 국민에게 알려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오. 백번을 생각하여도 우리의 조국을 살리는 방법은 선량한 다수 국민의 지혜로움밖에 없으니, 두 눈을 부릅떠야 하오.국민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했는데도 말없이 눈을 감으면 희망이 없소. 혹세무민하는 좌파들의 말솜씨에 놀아나지 말고 그들의 민낯에 침을 뱉는 용기를 가져야 하오. 알고만 있어도 안 되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야 하오. 위정자들을 향한 포효와 채찍질이 긴요한 것이오.현란한 화술을 구사하던 좌파 위선자들의 가면(假面)도 이번에 함께 벗겨졌소. 그들을 추종했던 청년 세대는 그들이 얼마나 이중적인 인간인지 알게 됐소. 품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에게 지식인이란 한낱 사악한 흉기와 같음을 국민들에게 깨우쳐 주었소. 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떠들어대던 작가·지식인들이 조국을 편드는 모습은 한 편의 부조리극을 잘 보여주었소. 그것은 국민의 존재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고 모든 소통이 붕괴할 때 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소.통곡하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비분강개하며 돌팔매질을 못해도 좋소.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시오. 후일에 부끄럽지 않게 또 우리 후손들이 고통받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오.그래도 국민들을 믿소. 우리의 양식 있고 현명한 민심은 조국(曺國)은 내팽개쳐도 조국(祖國)을 튼실히 지킬 것이라고.

2019-09-10 18:12:22

매일신문 디지털국 직원들이 네이버 속 매일신문 초기화면을 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21@imaeil.com

[시각과 전망] 네이버 입점 이후 지역 언론의 과제

지역 언론 최초로 매일신문이 2일부터 네이버 모바일 뉴스 채널에 공식 입점했다. 휴대폰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네이버 앱 또는 웹, 본지 홈페이지(www.imaeil.com)를 통해 구독 버튼만 누르면 매일신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됐다. 대구경북민은 물론 우리 지역에 관심 있는 국내외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휴대폰 화면에서 대구경북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뉴스 유통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네이버 모바일에 지역 언론이 불과 3개사(매일신문, 부산일보, 강원일보)만 입점한 것이지만 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서울 언론사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던 슈퍼갑 네이버가 지역과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도 지역 언론의 기사가 아닌 서울 언론이나 인터넷 언론이 짜깁기 한 기사를 실었다. 그래 놓고 전국 뉴스를 차별없이 실었다며 지역 언론의 입점 요구를 거부해왔다. 이제는 적어도 대구경북, 부산, 강원 지역에서의 뉴스는 지역 언론사 기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이번 입점은 국가균형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이란 단어를 서울 언론에서 찾기란 불가능했다. 설사 있다고 해도 서울 중심적인 사례가 있을 때만 존재했다. 지역 언론이 줄기차게 보도해온 중심 의제들이 이제는 네이버에 입점한 지역 언론을 통해 전달될 길이 열린 것이다.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활동도 더 상세하고 빠르게 전국 뉴스를 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들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없으면 네이버에 등장할 기회가 사실상 원천 봉쇄돼 왔다.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 기업들의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이 전국의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네이버에 입점하고자 하는 지역 언론의 요구를 네이버는 오래도록 매몰차게 거부해왔다. 심지어 대화 창구조차 제대로 열어주지 않았다. 서울 언론사들과는 다양한 사업까지 공동 추진하면서 지역 언론에겐 빗장을 걸었다.그러다가 올해 3월 지역 언론을 대표하는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대신협)가 공동 보조를 통해 네이버를 설득하고, 신문협회, 기자협회가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힘을 보태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이런 노력이 더해지면서 네이버와 양대 포털(네이버, 카카오)의 입점, 퇴출을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결국 기존 PC상에서 제휴를 맺고 있던 3개사에 한해 입점을 결정했다.하지만 지역 언론이 여기에 만족할 순 없다. 반쪽짜리 입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부산, 강원의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는 마련됐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여전히 네이버에서 소외돼 있다.각 시·도를 대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론사가 추가돼야 지역에 균등한 기회가 제공된다. 지역 민방이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이제 네이버 입점 3개 지역 언론사에는 기회와 함께 큰 과제도 주어졌다. 이들 3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언론사들도 입점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가미된다면 네이버와 제평위도 지역 언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다.포털에 대한 지속적 압박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필요한 이유다.

2019-09-04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분노 범죄가 잇따르는 사회

물건을 사다가 매장 직원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욕설이 오가는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멱살잡이까지 벌어질 수 있다. 수년간 만남을 이어오던 연인과 헤어질 수도 있고, 아이까지 낳고 잘살던 부부가 이혼할 수도 있다. 문제의식 없이 부하 직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함부로 대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저지르기도 한다.그렇다고 해서 다퉜던 매장 직원이, 한때의 연인이,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배우자가, 한솥밥을 먹었던 부하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해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일은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상황일 뿐, 현실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엽기적인 영화 소재가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고 있다.서울 구로구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장대호(39)는 투숙객(32)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대호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동기는 섬뜩하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상대가 '모텔비 얼마야?', '사장 어디 있어?' 같은 반말을 했다.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모멸감을 느꼈다." 살해 이유가 모멸감이다. 범행 당일 장대호는 마스터 키로 피해자 방을 열고 들어가 살해했다. 사흘간 시신을 방 안에 방치했다가 새벽에 시신을 토막낸 뒤 한강으로 가서 유기했다.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에선 PC방 아르바이트생이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김성수는 "자리를 치워달라고 했는데 화장실을 갔다온 사이에도 안 치워져 있어서 화가 났고, 1천원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나만 바보가 됐구나'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5월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조성호는 "열 살 어리다는 이유로 자주 청소를 시키고, 무시했다"며 함께 살던 선배를 살해한 동기를 밝혔다.사람들은 때론 분노하고 때론 모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일로 분노를 분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극히 드물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마음속 화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범죄를 촉발시켰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습관 및 충동장애)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난 2013년 4천934명에서 2017년 5천986명으로, 4년 만에 20% 넘게 증가했다.인터넷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고민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던 장대호는 괴롭힘을 당한다는 학생의 고민에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영원히 괴롭힘을 당하겠다는 계약'이라며 '먼저 때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답했다.지독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고, 그래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그 속에 웅크려 살고 있는데, 그곳마저 침범당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응징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들이 장대호의 분노 서린 해결책을 보며 '공감'을 누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2의 장대호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2014년 345명, 2015년 344명, 2016년 373명, 2017년 357명에 달했다. 하루 한 건꼴이다.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부작용쯤으로 여겨야 할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지만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2019-08-27 21: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30년 일본 가이드의 반성문

일본의 선전포고로 시작한 우리나라와의 경제 전쟁.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양상에서 광복절을 지나면서 차분한 장기전 구도로 가고 있다. 스포츠 한·일전이었다면 한바탕 웃거나 울분을 삼키는 것으로 벌써 끝났을 텐데.역사 학습에 따라 무조건 미워해야 할 나라. 하지만 지리적, 생리적으로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나라.일본의 대한민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초부터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럽다. 일본 조치에 맞서 일본 여행을 가지 말고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등 '반일'하는 게 애국인가. 평상시처럼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현실적인 사회, 경제 논리로 일본을 바라볼 것인가.7월 말,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온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패키지여행. 대구 공항에서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으로 향하는 텅 비다시피 한 비행기가 급속히 악화한 한·일 관계를 대변했다.이 와중에 왜 일본 여행을 강행했을까. 패키지 일행은 몇 개 팀에서 20여 명. 기자가 포함된 팀과 마찬가지로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가이드는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30년 경력의 베테랑 여성으로, 일본 역사에 대한 깊이와 배짱이 있었다. 아베 일본 총리의 선거용 벽보 사진을 보고 "아침부터 재수 없다"고 말하는 일행에 대해 그는 "왜 일본에서 아베를 미워하느냐. 아베는 일본인 다수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맞섰다.가이드는 틈날 때마다 일본의 과거 지배 계층이었던 사무라이 역사를 곁들여 일본의 속성에 대해 얘기하며 '반일'이 아니라 '극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쪽발이"라며 일본인들을 미워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교류를 통해 그들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논리였다.그는 그동안 '극일'하도록 여행객들을 이끌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비난받더라도 여행객들의 '반일' 사고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아베가 트럼프에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때부터 비굴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렸는데 이는 위기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아베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아양을 떨었는데, 자존심 버리고 국민을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일본인들은 알고 있다."그는 아베의 야비한 정치 방식이 밉지만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버릴 수 있어야 하고, 현실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이드의 '극일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장에서 먹혀들었다. 공무원, 군인, 의사, 교사, 사업가, 주부 등 다양한 직업으로 짜인 일행은 시의적절하지 않은 여행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었다.정부와 일부 정치권·지방자치단체·언론의 과도한 '반일' 민족주의 조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경제 전쟁으로 시작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우리 생활 속에는 일본이 지나칠 정도로 침투해 있다. 카메라를 제외한 가전제품이야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치약, 감기약, 파스, 위장약, 칼, 각종 식품·음료 등 일본 제품이 집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축구 한·일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번 경제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정치 지도자를 비난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극일'은 무엇인가?몇 차례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경험하면서 한국산 가전, 통신, 생활용품을 본 적이 없다.

2019-08-20 16:32:34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포스코와 박태준 정신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1970년 포항1기 건설 때 고가 설비 구입 과정에서 보험회사 리베이트 6천만원을 받았다. 박 전 회장은 임원들과 상의한 뒤 박정희 대통령에게 통치 자금으로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박 대통령은 "포철은 절대 정치 자금 안 낸다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래?" 하며 돈을 돌려주었다.박 전 회장은 청와대를 나서면서 '장학재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포항으로 돌아온 즉시 임원회의를 소집, 6천만원을 종잣돈 삼아 '재단법인 제철장학회'를 설립했다. 이를 모태로 1971년 포항주택단지 안에 유치원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와 포항공대(포스텍)를 차례차례 설립했다.박 전 회장은 당시 "사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욕으로 포스코의 학교들에 '교육보국'(敎育報國)을 건학 이념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박 전 회장의 혼이 서린 포스코교육재단(이하 재단) 소속 학교 공립화 추진을 두고 포항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재단이 지원하는 학교는 포항과 광양의 유치원, 초·중·고 등 14개 학교다.포스코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은 최근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과 인력 구조 조정, 야구부·체조부를 비롯한 운동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최 회장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재단은 소속 학교의 공립화를 위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해마다 재단 출연금을 줄여가고 있고, 2021년엔 '0'으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와 시의회는 물론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포스코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데는 일부 재단 이사진의 "왜 포스코 돈으로 포스코 가족이 아닌 일반 시민의 자녀를 교육시키느냐?"는 비판적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포스코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무통으로 알려진 최정우 회장 등 포스코 수뇌부가 경비 절감만을 앞세워 '포항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포철고 등의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자사고 폐지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 발을 맞추기 위해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의구심마저 보내고 있다.포철고 등 재단 소속 학교는 포스텍, 방사광가속기 등 대학과 연구시설에서 일하는 교수, 연구진,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고급 인력들이 그들의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학교가 없다면 과연 포항에 정주하려 하겠는가.이런 이유로 재단 소속 학교는 포스코와 포항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또 포스코가 포항 경제의 근간으로 기여하고 있지만 환경오염 등 온갖 고충을 견뎌 온 포항 시민에 대한 사회 공헌 측면에서도 재고되어야 한다.작년 기준 200억원이 넘었던 포스코의 재단 출연금이 중지되고, 소속 학교가 공립화된다면 기존 공립학교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어 현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역(逆) 사회 공헌 의미도 있다.포스코는 그동안 강원도 고성 산불 등 큰 재해나 사고 땐 100억원, 150억원씩 큰돈을 성금으로 내놨다. 하물며 인재 양성과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에는 무엇이 아까우랴.최정우 회장은 '박태준 정신'에 입각한 포스코 리더십을 곧추 세워야 한다. 작년 8월 대비 1년 만에 시가총액이 10조원 줄어든 포스코의 위기도 근본에 충실하지 않은 무소신과 눈치 보기 리더십에 기인한다면 기우인가?

2019-08-14 06:30:00

[시각과 전망] 8·15 경축사에 담겨야 할 내용

매일신문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전계완 씨가 5년 전 출간한 '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가 다시 관심을 끈다고 한다. 사료 연구 및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이 다시 한국을 경제적으로 침략한다고 했는데 작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져서란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일본은 끊임없이 준비하며 기회를 노린다. 기회가 오면 범처럼 달려든다. 조선 침략,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 등이 그랬다. 미국을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도 그랬다. 그러나 준비가 됐음에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을 막으려면 우리가 강해져서 공격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 보듯 일본은 이번 경제 전쟁에 돌입하면서 세밀히 준비했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대비하지 못했다.여기서 오버랩 되는 일화 한 토막. 지난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며칠 뒤.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일본이 그럴 줄 알았냐고 물었다. '미리 대처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솔직히 이리 빨리 행동할 줄 몰랐다고 했다.이게 경제 전쟁 국면에 들어가 있는 우리의 현주소다. 일본이 교활한 게 아니라 우리가 무지하고 무능력한 것이다. 아베의 경제 전쟁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의 위안부 합의를 백지화하면서 시작됐다. 아무리 적폐로 낙인찍혀 탄핵당한 정권이지만 협상에 고민이 없었을까. 타결은 적폐 정권의 산물로 넘기고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가야 했지만 국가 간 합의를 깨버렸다. 국가 간 합의 폐기는 한미 FTA 사례에서 보듯 미국 같은 패권 국가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이다.이 정부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외교적 해결 노력도 등한시했다. 아베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보복을 준비했는데, 강하지 못한 우리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선전포고를 받았다.이제야 내놓는 대책이 '5년 내 주요 부품 국산화', '남북경협' 같은 먼 산 불구경하는 것들이다. 더욱이 남북경협은 우리 힘으로 할 수도 없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때부터 적폐 수사와는 별개로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상소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한다는 결기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면 국민들은 불안해진다. 지금은 준비된 수만 척의 군함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정부는 이달 내 독도상륙훈련을 한다고 한다. 경찰이 아닌 해병대에 독도 경비를 맡기는 것도 검토한단다. 악수의 연속이 될 공산이 크다. 다시 경제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한일 관계 복원은 요원해지고 우리 경제는 더욱 힘들어진다.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일본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 망언망발을 하는 건 그들의 입장이고, 우리는 우리 땅 독도를 지금처럼 지켜내면 된다.극일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면서 집권 여당과 지지 세력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우리가 강해져야만 극일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때론 수모도 견뎌내야 한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면 지지 세력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다음 주가 광복절이다. 대통령 경축사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분명 삼가야 한다. 흥분한 지지자들을 위한 메시지가 아닌 다수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기기를 기대한다.

2019-08-07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쓰레기 산'은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의성'을 검색하면 연관 단어로 '의성 쓰레기'가 나온다. 빙계계곡, 자두, 마늘 등 청정자연과 특산물로 이름 높은 경북 의성이 언제부터인가 '쓰레기 산'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CNN까지 보도한 10m 높이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 때문이다. 환경 당국이 이달 초부터 처리에 나섰지만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수년째 방치한 쓰레기 산은 좀처럼 모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인근 주민들은 숨 쉬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살고 있다.환경부 실태 조사 결과 전국 235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가 120만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버려진 분량까지 합치면 200만t이 넘는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민간 업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1t당 10만~30만원 정도. 120만t을 전량 소각 처리하려면 최대 3천600억원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확보한 추경은 313억원에 불과하다.전국에 쓰레기 산이 넘쳐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고,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등 처리 시설들이 여러 이유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t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t가량 늘었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61.9㎏)은 벨기에(85.1㎏)에 이어 세계 2위로, 미국(48.7㎏)이나 중국(24.0㎏)보다 많다.특히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음식, 간편식, 온라인 배송 이용 등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대구경북의 경우 2015~2017년 3년 새 인구는 5% 줄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5% 늘었다. 2017년 대구경북에선 가구당 5.88㎏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악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악성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 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가 없어진다고,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면 어떻게든 처리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음식물이 묻어 있는 스티로폼 용기, 라벨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닐 봉지, 접착용 테이프로 온통 둘러싸인 포장재 등 도무지 분리수거가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포장재와 용기가 넘쳐난다. 이것들을 일일이 자르고 뜯어내서 올바른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최소한의 죄책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바로 종량제봉투에 마구 넣어서 버린다. 그것도 아니면 '분리수거 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책임 떠넘기기 심리로 상태가 어떻든 플라스틱, 비닐, 종이로 나눠서 그저 시늉만 내는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현재의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개인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기업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고,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악취를 뿜어대는 쓰레기 산이 어느 순간 우리 집 옆에 생겨날 수도 있다.

2019-07-30 16:01:34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라

우리나라 산림 자원의 보고(寶庫)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울진과 봉화, 영양 등 경상북도 북부 지역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 몇 군데에 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 최고 심장부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자리한다.남부지방산림청은 소광리 일대의 보석 같은 금강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금강소나무의 가치를 알리려고 7개 구간의 숲길 탐방로를 설정해 개방하고 있다. 탐방 인원은 구간별로 하루 80명으로 제한하며 시기도 4~11월에 한정하고 있다.소광리를 품은 울진군과 경북도는 금강소나무 알리기에 좀 더 적극적이다. 2015년 울진군 서면을 아예 금강송면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지난달 17일 소광리에 테마 전시관과 숙박시설을 갖춘 '금강송 에코리움'을 개관했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다.울진군은 금강소나무 군락지 접근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이 개방하는 탐방로로 가는 길(임도)을 포장하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소광리를 가려면 일단 봉화~울진을 연결하는 36번 국도를 타야 한다. 이어 917번 지방도와 임도를 따라 12㎞ 이상 더 가야 한다. 이 가운데 500년 소나무와 미인송 등을 볼 수 있는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7㎞ 이상이 비포장길이다.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비포장길은 산림청 탐방객이나 관광객들에게 불편하지만 금강소나무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계곡을 따라 굽이치는 비포장길은 산림 훼손의 주범인 인간과 기계 장비의 접근을 줄이고 있다. 소광리 금강소나무가 일제강점기에 마구 베기와 송진 채취 등 수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쉬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광리보다 접근이 편한 울진 덕구온천 계곡만 해도 많은 금강소나무가 송진 채취로 훼손돼 있다.기자가 최근 두 차례 참가한 금강소나무 숲길 탐방에서 남부지방산림청 직원들과 소광리 주민, 탐방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를 얘기했다."불편해도 옛날 보부상들이 다닌 십이령로는 흙길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포장을 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그럼에도 도로 공사가 이미 시작된 만큼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진입로는 말끔하게 단장될 것으로 보인다. 황토 등 친환경 재료로 포장될 것으로 여겼으나 계곡으로 이어지는 지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스팔트로 포장된다고 한다.더불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펜션 등 숙박시설도 여기저기 생겨날 것이다. 부동산업자의 눈에는 좋은 투자처로 보일 수도 있다.관광 활성화 등 경제 관점이 아닌 금강소나무를 눈과 공기로 즐기려는 탐방객 입장에서 보면 지금처럼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금강소나무 숲길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광리 주민의 민박과 점심 제공이면 충분하다. 금강소나무를 지키는 남부지방산림청과 주민들의 공존이 빛을 내고 있다.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소광리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자연을 보존하는 원리는 자명하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된다.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2019-07-23 19:33:4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토착왜구(倭寇)와 토착종북(從北)

토착왜구는 한국 사람이면서 일본 편을 들거나 일본에 부역하는 자생적 친일파를 가리킨다.필자도 토착왜구인 것 같다. 한·일 역사 문제는 제쳐두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촉발과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먼저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일본과 관련해 역사 문제이든, 경제 문제든 정부·여당의 잘못을 비판하면 '토착왜구'로 낙인찍고 일본 총리 아베 편을 들려면 도쿄에서 살라한다.이들의 주장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토착왜구'가 되는 셈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전문가나 학계 인사, 언론, 야당도 모두 토착왜구다.토착왜구들의 요구는 일본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또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 온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서 왜 이러한 사태가 터졌는지 최소한의 '되돌아 봄'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에 있다.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파기한 이면에는 무슨 대단한 복안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말짱 맹탕이었다. 결과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었다. 일본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그렇다면 토착왜구로 낙인찍는 그들은 누구인가?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세습 독재를 하는 북한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요, 범죄인 인권 보호는 그토록 떠들면서도 수백만 명을 아사시킨 북에 대해선 성명서 한 장 못 내는 비겁한 자들이다. 핵으로 동족을 위협해도 평화가 도래했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우리 군인들을 무참히 살육하는데도 북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 우기는 자들이다.국민들은 그들을 토착종북, 주사파라 부른다. 이들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부류다.토착종북의 토착왜구 공격은 결코 우연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북한 대남모략 선전선동기구 조평통 인터넷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3월 28일 "토착왜구는 한마디로 얼굴은 조선 사람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란 뜻"이라고 정의했다. 토착종북 세력에 정치 투쟁 프레임을 교시한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집권 여당을 비롯한 종북 좌파 진영에서는 내년 총선을 '토착왜구 프레임'으로 치르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에, 우리 국민들에게 과연 누가 더 해로운 존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이런 정부가 과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외교·안보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지켜줄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원초적인 의문이 든다.국운과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국가 과제를 풀어갈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토착종북 외엔 없을 것이다.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는 걸 보면 마치 선조 임금이 명량대첩 후 "이순신으로 하여금 열두 척의 배로 일본을 물리치게 한 건 나의 결단력 때문"이라면서 전란을 초래한 근원적인 사태를 외면한 것과 다를 바 없다.12척의 거북선만 남기까지 수많은 거북선과 판옥선이 다 깨부심을 당한 건 선조 자신의 과오이다. 시대를 넘어 지금 12척의 배로 유일하게 분투하고 있는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우리 기업인들이다.

2019-07-16 19:03:04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서울 언론과 중앙 관료에 비친 지방

최근 서울에서 중견 언론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화제가 5월 있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삭발식으로 옮겨갔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이란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본사 기능을 서울에 두는 것에 반대해 송 시장이 삭발 투쟁에 들어갔던 사건이다.갈등을 해결해야 할 광역자치단체장이 앞장서서 삭발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현대중공업은 그대로 울산에 남고 새로 만드는 지주회사만 경영 효율을 위해 서울에 두는 것인데 지역 경제 피폐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란 주장이었다. 지역 언론인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시장의 삭발이란 행위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동안 거대 기업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기여한 건 상상을 초월한다. 본사가 울산에 있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령탑이 울산에 있어서다. 울산시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현대중공업 수뇌부와 만날 수 있었다. 지주회사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중공업 사장이 개발과 생산에 관해선 결정권이 있겠지만 이제부터 지역 상생에 관한 결정은 '서울의 지주'가 한다. 울산이 걱정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도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했다.조금 더 덧붙였다.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에 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의 모든 결정권은 서울사무소가 행사한다. 회장이 서울에 머물기 때문이다.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스코의 대(對)포항 투자 확대 요청을 위해 서울에 왔다. 짧은 면담에서 성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의 문제를 제철소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높으신 회장님'을 일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게 했다고 상당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본사가 지방에 있어도 이럴진대 지주회사가 서울에 있다면 아무리 특정 지역에 주력 기업이 있다고 해도 그 기업은 서울 기업이 된다. 자회사가 독립법인일지언정 사실상 생산공장화 되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생산공장의 대표가 해당 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조금 더 나갔다. 중앙 부처 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는데 동의해도 서울 집중의 부작용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대부분 '그게 뭐 어때서?'이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정부의 투자와 SOC가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경영 여건이 좋은 곳에 자리해야 우수 인력을 확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수도권이 비대해지면 재원을 또 투입, 불편을 없애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사고다. 객관적일 것 같은 서울 언론인들도 관료들과 다르지 않다. 지방분권, 균형 발전에 대한 시각은 경직돼 있다. 서울 언론에서 분권과 균형 발전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예타면제를 통해 지역 SOC를 확충하는 것도 이들에겐 불만이다. 필요도 없는 곳에 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냐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도별 예타면제 사업을 발표하자 서울 언론 대부분은 '내년 총선용 선심행정'이라고 비판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지방이 몰락하면 결국 국가의 재앙으로 이어지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어디 있건, 대기업 본사가 어디에 있건 관심 밖이다. 이들에겐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지역민들이 갈등 유발 인자처럼 보일 뿐이다. 눈치 없이 열변을 토해 봤지만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 떼쓰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9-07-10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인구는 늘지 않는다

성장만을 경험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정체된 것을 두려워하고, 유지에 익숙해지면 감소나 하락을 실패와 파국으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만사가 다 이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선 더욱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인류는 최근 몇 세기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인구와 자본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일부 국가에서 멈춰서기 시작했다.통계청이 지난달 27일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를 내놓았다.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는 5년 주기로 작성돼 2022년 공표 예정이었으나,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특별추계를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내순이동을 중간 정도로 예측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7년 총인구는 5천136만 명에서 2028년 5천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7년 4천89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영남권의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2047년 중부권 인구는 27만 명(3.8%) 증가하는데 반해 영남권은 무려 199만 명, 즉 현재 인구 1천306만 명보다 15.2%나 줄어든다. 호남권도 감소하지만 그 폭은 51만 명(-8.9%)으로 훨씬 적다. 대구는 246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경북은 268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을 더 낮게 본, 즉 더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진 188만 명에 그친다.생산연령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든다. 30년 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인구 이동까지 감안해 발생한 결과다.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는 인구 폭발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더 낳는 것을 무지몽매한 범죄처럼 치부했다. 그런데 5천만 명을 훌쩍 넘어 5천2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선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마치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감소가 곧 파국이자 재앙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도록 만들고 있다.극적인 반전 없이는 장래 인구 추이는 유지될 것이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의 증가, 내수시장 위축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줄면 위험하다고 겁만 잔뜩 줘서 해결될 문제인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130조원이 넘지만 신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36개월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줄어든 몸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고,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할 정년 연장 등의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하며, 이에 따른 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할 혜안도 필요하다. 보채거나 윽박지른다고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2019-07-02 17:18:38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내 고장부터 알자

취재와 여행은 다른 듯 같다. 어디를 간다는 의미에서 기자의 취재 행위는 여행 범주에 포함된다.기자를 하면 취재를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닌다. 체육 담당을 오래 했기에 다른 분야 기자들보단 국내외를 더 많이 다녔다. 노트북을 들고 가는 스포츠 현장 취재는 여러모로 힘들기에 여행 기분을 반감시키지만 그래도 새로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여행이다.나이를 먹고 있다는 표시일까. 여행과 관광에 대한 생각도 조금 변했다. 유명한 곳이나 멀리 떨어진 곳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높아졌다.해외여행을 하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우리 주변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며 가끔 안내를 자처한다.주중 근무지인 안동은 타지보다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은 안동의 산수는 빼어나다. 조선시대 500년을 이끈 이념인 성리학의 터전이었기에 유교문화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대중 교통망이 없는 불편은 있지만 승용차나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에겐 도로 사정이 나쁜 편은 아니다.경상북도가 도청을 안동·예천으로 옮기면서 기대한 인구 유입이나 산업 발전 등 신도시 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행객은 확실히 늘어난 편이다. 신도시 인근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안동댐 상류의 도산서원, 안동시내 임청각 등 어딜 가더라도 전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관광객 활성화는 경상북도와 북부지역 시·군의 생존 과제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경제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유산은 잘 관리만 하면 영원하다.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 덕분에 먹고사는 관광은 최고의 경제 수익 상품이다.지방자치단체나 산하 기관·단체의 관광객 유치 노력은 더 활성화해야 한다. 부가적인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경상북도교육청이 올해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안동에서 시행 중인 '청소년 유교문화 탐방'은 꽤 교육적인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단순히 보는 관광에 머물지 않고 교육을 접목한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의 인문정신 함양에 초점을 뒀다.유교문화탐방은 경북 지역 6개 학교 410명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데 참가하려는 학교가 넘쳐 나 선착순 모집했다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국 여행이나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이 앞서야 한다.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 안동시가 대구 등의 출향인 가족을 대상으로 올해 3차례 시행하는 '안동인 뿌리 찾기 운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동시는 뿌리 찾기 운동이 지역을 바로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올해 취임한 김성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내 고장부터 알자'고 강조한다.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 바로 알고 자주 찾자는 것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최근 조직 개편으로 안동 소재 북부지사에 마케팅과를 신설하고 내 고장 알리기를 강화하기로 했다.안동댐 옆 도산서원 가는 길에 자리한 한국국학진흥원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출향인과 관광객·교육생 등을 유치, 안동의 유교문화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내가 살고 있는 곳의 가볼 만한 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가까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나.

2019-06-26 06:30:00

이춘수 동부본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험한 충성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년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 왔다.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윤 후보자는 그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이때 윤 후보자는 저는 (검찰)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윤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유착 의혹 등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인터뷰에서도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윤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 기저에는 '적어도 검찰 조직에 대한 충성은 하지만 힘 있는 검찰 상사나 인사권자를 보고 충성은 하지 않는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그러나 윤 후보자가 주도한 적폐청산 수사 결과를 보면 그가 향한 충성의 끝이 어디인지 반문케 한다. 적폐청산 수사의 30%가량은 무혐의로 판결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내 현안 태스크포스(TF)에서 일했던 정모 변호사가 자살했다.'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정작 그 기업에서 방산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명예살인을 하고, 별건수사를 통한 압박으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쯤 되면 형식은 자살이지만 검찰의 타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윤 후보자가 진정 '특정인을 향한 충성'을 하지 않는다면 검찰총장이 된 후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고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그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충성론에 대한 진실성을 입증하는 것이다.충성은 그 자체로 목적인 덕목은 아니다. 이 때문에 '눈먼 충성'으로 변질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리고 충성을 받는 자 또한 '맹목적 충성'을 요구할 때 그 충성은 길을 잃고 '위험한 충성'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에릭 펠턴이 자신의 저서 '위험한 충성(Loyalty)'에서 환기시키고 있듯이, 충성의 본질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그저 느끼고 발동되는 감정적 반응에 더 가깝다. 바로 이 때문에 충성은 눈멀기 쉽다.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윤 후보자에게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한 야권의 공격과 개혁 의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취임 후 권력의 눈치를 보는 눈먼 충성을 청산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궁극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검찰총장은 오로지 국민을 향한, 국민에 대한 충성으로 일관해야 한다. 검찰총장은 윤 후보자 자신이 강조했듯이 수사권을 가지고 정치 보복을 하거나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하는 '깡패'가 되지 않기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2019-06-18 17:01:36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정년 연장 논의와 국가의 책무

최근 읽은 책이 '나는 120세까지 살기로 했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120년까지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현재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세. 의학 발달 속도로 볼 때 평균수명이 매년 1년씩 늘어난다니 사고나 특정 질환만 없다면 생물학적으로 100세를 넘어 120세도 불가능한 게 아닐 것이다.이게 축복일까. 60세가 되면 싫든 좋든 대부분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살아온 기간만큼 앞으로 살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우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 2025년에는 전체의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반면 생산가능인구는 10년간 연평균 32만5천 명씩 감소하고, 2030년부터는 감소 폭이 50만 명대로 커진다. 이 속도면 2050년에는 취업자가 전체 인구의 36%에 불과하게 된다.바꿔 말하면 신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60대 젊은 노인'은 일할 곳이 없는데도, 생산활동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든다는 얘기다.해결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효용성이 높고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젊은 노인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처한 장년 퇴직자들은 퇴직 전 업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다.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은 생활 수준의 급락을 의미한다.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 근로소득이 월등하게 높은 공공기관 및 금융권, 대기업 종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으로 인해 여생이 엉망이 돼버린다.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기한 정년 연장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정년을 늘리면 국민연금 지급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복지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데 무슨 정년 연장이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의 부담도 급증한다. 정년 60세를 지키는 사업장도 20%에 불과한데 다시 정년 연장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선다는 지적도 당연하다.그렇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다시 70세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법적 의무 정년제도가 아예 없다.기업 부담의 최소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력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다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가장 먼저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등이 고스란히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년 연장 반대 진영 상당수는 가진 자들이 더 혜택을 받을까 우려한다. 월급도 많이 받고, 보장도 엄청난 데 정년까지 늘려주는 것에 결사반대다.정년 연장 목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와 사회복지 강화에 있다. 정년 연장 없이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직종보다는 정년 연장이 생존에 필수적인 중소사업장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 정부나 학계보다 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2019-06-12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자동차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이유

'우회전하던 차량이 직진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났다.' 이 한 문장으로 교통사고는 정리된다. 우회전 차량 과실 80%, 직진 차량 과실 20%. 보험사를 불러서 사고 처리하면 딱 이렇게 나온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거의 틀림없다.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보험사 직원은 사고 동영상을 보거나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8대 2'라고 얘기했고, 항의 끝에 경찰서를 찾아가고 현장을 답사한 뒤에도 '8대 2'라고 했다.사고 당시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로에 완전히 진입했다거나, 직진 차량이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고 해명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무슨 노래 제목도 아니고, 보험사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무조건 8대 2야'를 외쳤다. '많이 억울하시겠지만 8대 2', '도로교통법상 어쩔 수 없이 8대 2', '조금 애매하지만 8대 2'.사고 직후 직진 차량 탑승자들은 병원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양팔에 문신을 가득 새긴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었다. 우회전 차량은 시속 5㎞로 주행 중이었고, 차량 피해도 범퍼가 긁힌 정도였다. 나중에 보험사가 알려준 사고처리내역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직진 차량의 대물 피해액은 렌트비까지 포함해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객 3명이 받아간 합의금은 한 사람당 220만~250만원씩 700만원 정도였다.사실 사고 직후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워 경찰에 사고를 접수했다.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가해자'가 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벌점에다 범칙금까지 물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경찰관은 "알아보고 신고하지 그랬어요? 아는 경찰도 없어요?"라고 했다.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최고 1.6% 인상한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인상이고, 올해 안에 세 번째 인상이 있을 수 있다. 장사도 이런 편한 장사가 없다. 손해 난다 싶으면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 이런 배짱 장사의 배경에는 여러 조력자들이 있다. 우선 번거롭고 귀찮다며 교통사고 신고 안 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누군가 보험사기 수십 건을 저질러도 경찰 사고 기록이 깨끗하다. 게다가 철저한 공무원 정신에 입각해 해당 사고만 법대로 처리한다는 경찰관, 교통사고 환자라면 봉이라도 잡은 듯 지극정성을 다 해서 온갖 치료를 제공하는 일부 얌체 의사와 한의사들도 있다.2018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천983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이 중 자동차 보험사기는 41.6%(3천321억원)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최초로 공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동차 사고 진료 환자는 204만 명, 진료비는 1조6천586억원에 달한다.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천722억원에서 2016년 4천598억원으로 69% 증가했고, 의·치과 진료비는 1조1천512억원에서 1조1천988억원으로 4% 증가했다.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해마다 물가인상률 반영하듯 보험료를 올려도 아무 소리 못하는 순진하고 선량한 운전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2019-06-04 18:30:00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 축구의 봄날

2019 시즌 프로축구 무대에서 대구FC가 대세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인기 구단으로 주목받았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올 시즌 개장한 축구 전용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대구 북구 고성동). 경기 때마다 축구 팬으로 관람석이 가득 찬다.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직접 관전해야 만족하는 '축구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원정 경기에서도 대구FC를 응원하는 타지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대구 축구의 봄날이다.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된 대구FC 돌풍은 올 시즌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구FC는 2018년 정규 시즌 K리그1(총 12개 팀)에서 전반기까지만 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다 후반기 반전에 성공한 뒤 7위로 시즌을 마쳤다.지난해 대구FC는 프로, 아마를 망라해 챔피언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FA컵 우승으로 반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3년 프로축구 무대에 뛰어든 후 16시즌 만에 수집한 첫 우승 트로피다. FA컵 우승 자격으로 대구FC는 2019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주목받았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조성된 국내 축구 열기에 편승해 창단했지만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주식 공모에 따른 국내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창단 당시 한·일 월드컵으로 정점에 오른 우리나라 축구 열기는 비정상적이었다. 프로축구 흥행을 통해 조성된 열기가 아니라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에 대한 민족주의적 관심에서 비롯한 열기였다.허술한 바탕에서 출발했기에 대구FC는 금세 시민과 축구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대다수 홈 경기 관람객은 수백~수천 명에 머물렀다. 100여 명의 관람객을 두고 치른 경기도 있었다.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구단 운영의 두 축인 단장과 감독의 잦은 교체로 살림살이는 뒤죽박죽이었다. 홈그라운드인 대구스타디움은 육상 트랙을 둔 7만 명 수용 가능한 종합경기장이라 관람 편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팬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그런데 홈에서 7경기를 치른 대구의 2019 시즌 평균 관중은 1만704명이다. 4경기는 만원사례를 빚었다. ACL 홈 3경기 평균 관중도 9천831명이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순히 운 좋게 이뤄진 일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된 덕분이다.전·현직 김범일·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체육 인프라를 크게 개선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축구를 좋아하는 권 시장의 작품이다. '축구 장인(匠人)' 조광래 단장이 2014년부터 권 시장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구단을 이끄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앞서 초대 이대섭 단장, 제3대 김재하 단장의 숨은 노력은 오늘의 대구FC를 있게 했다. 김재하 단장은 부단히 시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큰 자산인 후원 모임 '엔젤클럽'의 탄생을 이끌었다.하지만 지금 대구FC의 인기에는 거품이 포함돼 있다. 거품이 빠진 대구FC 모습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구단주인 대구시는 비전을 제시하고 선수단과 프런트에 더 투자해야 한다. 대구FC를 앞세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2019-05-29 06:30:0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적폐 없애려 적폐만 쌓는 문 정부

'취업은 알바레오, 통계는 바꿀레오, 경제는 망칠레오, 북한은 퍼줄레오, 세금은 올릴레오, 자영업자는 울릴레오'.유시민의 유튜브 '알릴레오' 등장에 맞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빗댄 인터넷 댓글이다. 민심은 정치적 적폐, 사회 구조적 적폐 청산도 필요하지만 적폐 청산을 빌미로 국민의 삶이 고단해지거나, 궁핍해져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이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악질적이고 근본적인 적폐는 '국민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고 정치적 혐오를 갖게 하는 정치적 행위'임을 보여준다.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반대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과 처벌 위주의 적폐 청산, 무리하고 졸속적인 탈원전 정책, 현실을 도외시한 소득주도성장 등을 밀어붙임으로써 그의 약속은 대부분 공염불이 됐다.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적폐 청산 작업으로 수사받은 전(前) 정권 인사만 110명이 넘는다. 징역형 합계가 130년을 넘겼다. 4명이 자살했고, 1명은 국가기관의 공격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대통령이 지시한 박찬주 전 대장 수사,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 등은 용두사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고(誣告)에 가까운 것이었다."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약속도 허언에 그쳤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코드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사실상 '내 편이냐, 아니냐' 뿐이었다. 내 편이면 헌법재판관조차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문 대통령 친구들은 쉽사리 한 자리씩 맡고 법무법인의 동료는 법제처장, 심지어 사무장까지 공기업 이사가 됐다. 이러면서 취임사에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어떤가. 현 집권 세력은 자기네들은 위장 전입하면서 남은 징역형 때리고, 자기네들은 편법 증여를 일삼으면서 다른 사람은 못 하게 하는 법 만들고, 제 자식은 외고 보내면서 남의 자식은 자사고도 못 가게 하고, 자기 세력은 집 두 채, 세 채 갖고 임대업자들에겐 집 팔라고 한다.자기들은 체크리스트이지만 다른 정부가 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기들 댓글 조작은 괜찮고 남은 불법이라 한다. 자기들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가면서, 다른 이들은 1만2천700원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쫓아냈다. 이러면서 공정과 정의를 약속했고 실천한다고 선전한다.현 정부 좌파 권력 실세들에겐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폐였다. 적폐 청산은 집권 세력 자신의 살을 먼저 도려내는 솔선수범과 그 주체의 높은 도덕성이 담보됐을 때만 가능하다. 적폐로 적폐를 청산할 수는 없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게 비쳐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적폐 청산은 또 다른 적폐를 쌓는 일이다.

2019-05-21 19:07:49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문재인 정권

10년 후쯤 서울과 수도권(인천, 경기)에 본격 등장할 GTX(Great Train Express). 서울 도심‧여의도‧강남‧수도권을 아무리 멀어도 30분 이내 생활권으로 엮어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수도권 사람들에게만 엄청난 혜택을 주는 KTX라고 생각하면 된다. GTX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A, B, C 3개 노선으로 건설된다.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에 조성 계획을 확정한 2, 3기(1차) 신도시도 모두 GTX 노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지난주 발표된 수도권 3기 2차 신도시 2곳(경기 고양시 창릉동, 부천시 대장동)도 GTX-A, GTX-B 노선이 중심이다.특급 교통망과 신도시를 토대로 서울 부동산, 특히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삼척동자도 서울 내에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서울 집값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서울 집값은 수도권에 공급 물량이 모자라 급등한 게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도권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GTX, 복선전철, 지하철 연장, 신도시 조성을 해나가고 있다. 심지어 예타 방식까지 바꾸는 꼼수도 등장한다. 신도시나 대규모 공공택지 분양 때 부담시키는 '광역 교통 개선 부담금'을 사업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건설 비용이 엄청 낮아진다. ▷안양 인덕원~화성 동탄 복선전철(2조7천190억원) ▷신분당선 연장(7천981억원) ▷인천 계양~경기 김포~강화 고속도로(1조5천465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창릉지구 일대를 관통할 경전철 '고양선'은 아예 예타 없이 추진한다.문제는 이런 것들이 결국 '수도권 비대화, 지방 황폐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서울‧수도권 중심 정책이 강화되는 현 정권의 정책 기조대로라면 지방은 어려운 지역부터 황폐화된다.기업들이 지방 투자를 꺼리고 수도권에 집중하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반도체 신규 투자지로 부지를 무상 사용하게 해준다는 구미 등을 제쳐두고 용인을 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폭탄은 경제성장 동력이 가장 떨어지는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투자를 적극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수도권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노무현 정권을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권. 노 정권의 분신과도 같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적임자라고 자랑하는 문 정권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주택 물량과 각종 교통망을 쏟아부으면 지방민들의 '박탈감'은 갈수록 커진다.이 정권은 2022년까지 인구와 일자리의 50% 이상을 지역에 배치하겠다며 '국가균형발전 비전'까지 선포했다. 그런데도 수도권 집중 투자와 신도시들의 잇단 등장은 뭐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말을 안 하면 밉지라도 않지.현 집권 세력이 말로만 외치는 균형발전은 이제 들을 가치도 없다. 정책과 행동을 보여달라.

2019-05-14 17:52:33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어버이날의 씁쓸한 단상

얼마 전 한 택시기사가 들려준 얘기다. 취업 준비생 아들과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황망한 경험을 했단다. 한때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승객들만 타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아들인데, 공무원 시험에 번번이 낙방해 3년째 백수다. 속이 상해 한소리 했더니 따지듯이 일장 연설을 늘어놓더란다. "대학 졸업만 하면 취직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직장 구해봐야 결혼도 못 하고 애도 못 낳습니다. 집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합니까. 요즘 양육비, 교육비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아버지 세대가 단물 다 빼먹고 우리는 설거지나 할 판입니다." 아버지가 뭐라고 답할 새도 없이 아들은 밖으로 나가버렸다.명예퇴직 후 택시를 몬다는 기사는 현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야기를 맺었다. "정부가 무능해 경제를 파탄 냈어요. 경제가 이 꼴이니 부모 세대가 원망을 뒤집어쓰는 겁니다." 하기야 명문대 졸업한 아들이 못나서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청년 3명 중 1명은 '기성세대가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리고, 다른 세대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세대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빴다. 절반가량(47.7%)이 '노인은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3명 중 1명(34.1%)은 '존경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5~39세 청년 3천133명에게 물어본 결과다.왜 이처럼 청년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고, 그 대상이 기성세대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쉽게 성취했던 것들을 청년층은 더 많이 노력해도 얻기 어려워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고도성장기에 자라난 기성세대는 가난했지만 취업 걱정은 없었다. 40년 전인 1979년 대학 진학률은 남성이 29%, 여성이 20%였다. 취직해서 부지런히 저축하면 집 장만이 가능했고, 교육비 탓에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하소연할 정도도 아니었다.일자리도, 내 집 마련도 남 얘기처럼 들리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고도성장의 수혜자이자 미래세대의 부담일 뿐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즉 노년 부양비는 2017년 18.8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치솟을 전망이다.미래세대의 부양 부담은 세대 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을 유지하고 꾸준히 세금을 거둬서 국가 재정을 운용하려면 청년층 1명이 내야 할 보험료와 세금이 더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세대 차이와 갈등은 늘 존재했다. 그런 불협화음이 발전과 혁신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그런 경험을 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디딤돌이며 이정표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원망의 대상이자 부담스럽기만 한 짐짝이 되고 말았다.문제의 해결은 기성세대들이 '꿈꾸는 것조차 사치'라며 좌절하는 청년들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남 탓만 하는 무책임한 젊은이'가 아니라 '두터워진 계층의 벽에 갇혀 신음하는 젊은이'로 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 고도성장의 수혜자인 기성세대가 저성장의 피해자인 젊은 세대를 보듬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9-05-07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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