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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총선 분위기 심상찮은 대구경북 미래통합당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꼭 3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구경북 선거 완승으로 축배를 들려던 미래통합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실물경기 침체, 중소기업 및 자영업 몰락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절대 유리하게 이어져 온 선거 국면을 통합당이 대구경북 공천을 잘못하는 바람에 혼전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현재 대구에선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곽대훈(달서갑)·정태옥(북갑) 의원이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이 두 사람은 지역구 관리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와 동정 여론이 만만찮다.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통합당의 이인선 후보가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다.이보다 더 통합당을 당혹하게 하는 건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주성영 전 국회의원의 무소속 출마. 그렇지 않아도 같은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현역인 김부겸·홍의락 의원을 상대하기 쉽지 않은 터에 보수표를 갈라야 할 처지다. 오랜 기간 준비를 거치고 경륜도 있는 이들에게 경선 기회라도 줘야 했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현기 전 경북부지사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경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면서 고령성주칠곡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도 포항남울릉 무소속 출마를 24일 선언하려다가 잠정 연기는 했으나 여의치 않으면 튀어나갈 태세다. 안동은 통합당 공천 철회를 둘러싸고 유림들까지 들고 일어난 실정. 이런 판에 무소속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안동도 통합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지만 정치력 떨어지는 황교안 대표가 나설 리 만무한 상태에서 득표력을 지닌 무소속 출마자들을 다독거릴 정치력 있는 인사가 현재로선 없다. 지역 여론과 동떨어진 공천으로 일관하다 보니 대구경북선거를 책임질 선거 사령관이 없어서 초재선급으로 공동선대위원장을 꾸리려는 중이다.여기다 보수대통합을 통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지역 유권자 주문과는 달리 '우리공화당'으로 대표되는 태극기부대와의 선거연대조차 거부한 협량(狹量)이 선거판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보수적인 대구경북 표심은 우리공화당이 아닌 미래통합당으로 모일 것'이라는 무지의 결과다. 달서병의 조원진 대표 지역 등 일부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연대를 꾀한다면 보수 결집으로 훨씬 많은 의석 확보가 가능할 텐데도 말이다. 그게 보수의 염원인 현 정권 심판이 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만 같다.아무나 갖다 꽂아도 최소한 대구경북 표심은 미래통합당으로 향한다는 오만이 불러온 현상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은 당보다는 인물 위주의 투표를 하자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여야와 무소속을 떠나서 '무늬만 TK'인 사람보다 지역 민심을 떠받들고 현안 해결에 앞장설 능력 있는 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이는 '다시는 민심을 이반한 공천을 못하게 본때를 보이자'는 결의와도 궤를 같이한다. 통합당의 공천 잘못이 이런 민심으로 연결되는 것이다.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도 결국은 통합당에 들어올 것이니 큰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면 이보다 큰 오판이 없다.총선에서 지고 난 이후의 이합집산은 지지층의 염원과는 거리가 멀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려 했던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2020-03-25 06:30:00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성장에 대한 믿음

코로나19로 중국 내 사망자가 1천 명 단위를 넘어섰고 도시를 봉쇄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만 해도 '중국이라서 그렇지. 이러다 말겠지'라고 여겼다. 사스와 메르스, 신종 플루의 공포는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국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엄격한 검역으로 확산세는 없을 듯 보였다. 하지만 신천지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뇌관이 터졌다. 대구경북은 기피 단어가 됐고 별 생각없이 봉쇄를 언급할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며, 마치 전염병 소굴처럼 대놓고 욕하는 몰지각한 사람들까지 등장했다.하지만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도시가 멈춰 서고 사람이 죽어나가며 의료 물자가 부족하다는 눈물겨운 하소연을 정치적 프레임 속에 집어넣는 일부 뇌 없는 정치인들이 속을 뒤집어 놓지만, 투표를 제대로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의 토악질을 해대는 일부 인사들이 가슴을 치게 만들지만 우리는 결국 해낼 것이다. 식료품 사재기 한 번 없이, 수백m 늘어선 마스크 구매 행렬에도 새치기나 욕지거리 한 번 없이, 행여 피해를 줄까 봐 답답한 집에 갇혀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성숙한 대구경북민이기에 이겨낼 것이다.걱정은 경제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사람 간 접촉을 막고, 지역 간 거리를 두는 차원을 넘어서 국경을 막는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전염병은 격리가 해결책이지만 경제는 격리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중세 흑사병이나 1918년 스페인독감 때의 팬데믹과는 전혀 다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경이 막힌다는 것은 교역 중단을 뜻한다. 물품을 생산해도 팔 곳이 없어져 공장이 문을 닫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며 경제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11년간의 파티는 끝났다'는 외신을 접하면 답답하다. 그렇게 만든 과정이야 어찌됐건 그들은 나름의 호황을 누렸다는 뜻인데 우린 어떠한가. 22조원을 들여서 4대강 사업을 추진했건만, 빚을 내서 집을 샀건만 호황을 누려본 기억은 없다. 바뀐 정권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외쳤지만 체감 경기는 바닥이다. 경제는 가라앉은 내수 탓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나마 수출로 간신히 버텼는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얼마나 더 허우적댈지 아찔하다.재난기본소득 지급 논의도 한창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은 대두될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적 능력을 잃은 이들에게 소비 주체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다만 그것이 궁극적 해결책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핵심은 성장에 대한 믿음이다. 앞으로 파이를 키울 자신이 없으니, 즉 국민을 더 부유하게 만들 자신이 없으니 지금 가진 파이를 나눠 먹자는 정책은 불안하다. 성장 한계와 불평등 확산으로 무작정 파이를 키울 수도, 키운 파이를 공평하게 나눌 수 없음도 잘 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나서 대한민국이 먹고살 파이를 키워보겠다는 것과 파이 크기가 뻔하니 이거라도 나눠 먹자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당장 표를 더 얻겠다는 근시안적 정책이 아니라 나눠 먹을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대구경북민이 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싸움을 치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 극복에 대한 확고한 믿음 덕분이었다. 닥쳐올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이런 믿음을 주는 것이 백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온갖 말잔치가 난무하지만 성장에 대한 믿음을 주는 정당은 보이지 않는다.

2020-03-17 19:18:44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과 전망] 김형오 공관위의 오만과 독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최근 단행한 대구경북(TK) 총선 후보 공천을 놓고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이해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운 공천 결과가 적지 않아서다.TK 다수 시도민들은 우파 정당의 혁신 공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데 어느 지역보다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시도민들은 지역에서부터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을 대거 수혈,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설 수 있는 역동적인 거대 야당의 모습을 기대했다.그러나 김형오 공관위의 TK 공천은 원칙도, 철학도, 지역에 대한 심모원려(深謀遠慮, 깊은 꾀와 먼 장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김형오 공관위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이 주도하는 미래통합당 TK 공천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돌려막기, 측근 챙기기, 밀실 공천 등 온갖 구태를 다 보여줬다.이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며 열심히 표밭갈이를 해 온 TK 총선 후보들과 유권자들은 "우리가 언제까지 우파 거대 야당의 볼모로 살아야 하는가"라며 분개하고 있다.대구 달서갑을 보자. 이곳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두아 변호사가 단수 추천됐다. 이 변호사는 출마지역에 사무실도 없고, 명함 한 장 돌리지 않았다. 낙하산 공천의 전형이다. 이곳 유권자들은 '듣보잡'을 맞닥뜨린 심정이다.이 변호사는 당초 달서병에 공천 신청을 했는데 돌려막기로 달서갑에 이식됐다. 이 변호사는 한때 이석연 부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 소속으로 제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며 같이 의정활동을 한 김형오 위원장과도 인연이 깊다.역대 총선에서 여야 어느 당을 막론하고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 공천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험지에 내보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도 이 변호사는 우파의 양지로 통하는 TK 달서갑에 공천을 받았다. 이러니 김형오‧이석연의 사천(私薦)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대구 북갑 유권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지지한 인사다. 이 후보는 서울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다 낙점됐다. 당과 지역에 대한 공헌과 헌신은 찾아보기 어렵다.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투표제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직을 걸고 투쟁했다. 국민들 또한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도로 민의가 왜곡될까 봐 가슴 졸였다.당과 우파의 절대적 방침과 배치되는 연동형 비례투표제를 찬성한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것은 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수성구 공천도 어이가 없다. 수성을 후보를 수성갑으로 보내고 수성갑에서 맹렬히 뛰던 후보를 수성을로 보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이 후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발했다. 이는 마치 대입 원서도 안 냈는데 입학시험을 강제로 치르게 하는 꼴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황당한 막장 공천이다.공관위의 무리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경북 북부권을 확 바꾸는 선거구 획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급하게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가 결국 재공모하는 촌극을 벌였다.물갈이와 낙하산 공천을 하더라도 예전에는 지역의 여론을 살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에는 예비후보 등록조차 않고 사무실마저 지역구에 안 낸 인사들을 여럿 내리꽂았다.이러다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려 한 TK민들이 먼저 사심(私心) 어린 사천을 한 거대 야당의 막장 공천을 심판하려는 쪽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두렵다. TK민들은 서울에서 주말 출장을 내려오는 국회의원은 원치 않는다.

2020-03-10 18:21:23

조두진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우리는 패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대단히 안정적이고 체계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은 코로나19에 민낯을 드러냈다. 열이 펄펄 끓고 호흡이 어려워도 사흘을 기다려야 겨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검사기관과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병상 부족으로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시민들이 방역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모든 일상을 뒤로한 채 이른 아침부터 수백m에 달하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에서 방역용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병상이 없어 환자가 집에서 죽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방역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빛나는 시민의식을 보여준 사태이기도 하다.상황이 우려를 넘어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정부의 초기 대처에 반감을 품었던 시민들도 "이 상황에서 정부를 탓하고 신천지교회를 욕하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스스로 조심하고, 격리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대구시의사회(회장 이성구)는 '코로나19로부터 대구를 구하자'며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응급실로 와주십시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라고 호소했다. 이 호소에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수백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대구로 달려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병원으로 달려온 의료진, 대구시민들, 대구경북의 모든 공직자들, 나아가 멀리 광주시민들까지 작금의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발 벗고 나섰다. 우리 공동체를 돕기 위한 기업과 착한 건물주, 시민들의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일부 언론이 대구시내 매장의 특정 시간대, 특정 매대를 촬영해 '싹쓸이'라고 보도했지만, 대구 어디에서도 싹쓸이는 없었다. 시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생활용품을 조금씩 더 사들인 것은 맞지만 뒤에 올 시민이 빈손으로 돌아서도록 하지는 않았다. 이 미증유의 환란 속에서도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생활 규칙을 지켰고,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상황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을 원망하고 비난하자면 대상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비난하지도 말자.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보태고, 서로를 격려하자. 그것이 스스로 돕는 길이고,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우리 도시가 봄빛으로 물들어도 코로나19 사태는 가라앉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훨씬 큰 고통을 안길지도 모른다.그럼에도 우리는 패하지 않을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을 견디고 해내기 힘든 일을 해내며,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하나씩 수행하는 동안 코로나19는 물러갈 것이다. 만나서 악수하고 미소 지을 청정한 새날은 반드시 온다.

2020-03-03 17:42:51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이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2차 판매 물량을 구입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부터 마트측이 교환권을 배부토록 조치했으나 교환권이 조기 소진돼 일부 시민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시각과 전망] 마스크 한 장 제대로 못 사는 대한민국

이틀 전(24일) SNS를 뜨겁게 달군 소식 하나. '마스크에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지나 가짜 뉴스로 밝혀졌지만 누군가 울산에 있는 춘해보건대 김희진(의학박사) 총장을 사칭하면서 쓴 글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입었던 옷이나 사용했던 마스크를 헤어드라이기 열로 소독하면 된다'는 것. 마스크를 못 구해 애를 태우던 기자도 이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일주일 동안 썼던 마스크에 헤어드라이기를 갖다댔다.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낸 촌극이다. 마스크 생각만 하면 마냥 화가 치민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국내 일일 생산량이 1천200만 장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외신들조차 이를 기현상으로 보도할 정도다. 대구에 있는 아내는 이틀에 걸쳐 수백m 줄을 선 끝에 겨우 마트에서 30장 확보 가능한 티켓을 받았다고 한다.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이게 이 정권이 처음부터 주창한 '나라다운 나라'인가. 이런 와중에 중국에 수출된 마스크가 최근 5일간 500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이 정권과 서울 언론이 대구경북을 대하는 태도에선 울화통이 치민다. 25일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긴급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연 뒤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 가관인 건 제목이 '대구경북 최대 봉쇄 조치'다. 내용을 보면 방역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것이지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그렇다면 다른 용어를 써도 될 터인데 굳이 자극적인 용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반발이 전해지자 실무자가 해명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우한에 취했던 이동 제한 등 지역 봉쇄가 아니라 방역상의 조치를 최대한 가동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중하지 못했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하게 만들었다.서울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와 보도자료 제목에 설사 '대구경북 봉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대구경북민을 자극하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갈겼다.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집중 발생하자 정부와 서울 언론들은 '대구 코로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고민없이 써댔다. 심지어 어떤 언론은 서울 서초구에서 환자가 나오자 '대구 코로나 서초구 상륙'으로 보도했다.이렇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대구경북은 고립된 섬이 돼가고 있다. 기업들은 대구경북 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부득이 다녀온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2주간 재택근무다. 대구공항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각 항공사들이 대구 노선을 줄줄이 줄이고 있어서다. 서울 금융연수원서 교육 중인 대구경북 사람들은 가능하면 주말에 집에 가지 말라는 특별지시까지 받았단다. 그러니 누가 비즈니스를 위해 대구경북을 찾겠는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나 민생을 위한 각종 회의 등도 완전히 멈추다 보니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완전 그로기 상태인 대구경북. 대통령이 25일 오후 급히 대구를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지정 이상의 조치를 약속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총리가 이날부터 대구에 기거하면서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진두지휘한다지만 시도민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피폐해진 대구경북의 민심이 대통령 방문과 총리의 대구 상주로 치유될까마는 우선 마스크만이라도 쉽게 구입하게 하라. 25일에야 겨우 '수출 물량을 제한해서 대구경북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민심은 폭발할 것이다.

2020-02-26 06:30:00

김수용 서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코로나19와 가짜 뉴스

바이러스(Virus)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균(박테리아)보다도 수백 배 이상 작다.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복제와 증식이 가능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항생제가 통하는 세균과 달리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약이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워낙 연구하기 까다로운 상대일 뿐 아니라 변종, 신종까지 등장해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인류 멸망을 다룬 암울한 공상과학소설에서 바이러스가 주인공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가공할 만한 치사율과 전염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류를 위협할 만한 바이러스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최대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 중 전염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 국한돼 발병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숙지기도 했다.치사율과 공포심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유행한 사스만 해도 초기 치사율이 20~30%에 달했지만 전체 치사율은 9.6%였다. 사스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774명이었다. 메르스의 경우 2012년 4월 이후 2019년 말까지 2천499명이 감염됐고 861명이 숨져 치사율이 34.5%에 달했다. 메르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3명이 감염돼 51명이 숨졌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2천436명이며 사망자는 1천868명이다. 치사율은 후베이성 3.2%, 후베이성 외 지역 0.4%, 중국 외 국가(24개국) 0.23% 정도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의 치사율은 0.01~0.04%다. 하지만 독감 탓에 폐렴에 걸려 숨지는 사람은 매년 미국에서만 5만~8만 명, 한국에선 2천 명 정도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독감이 훨씬 더 무섭지만 인류가 갖는 공포심은 코로나19 쪽이 훨씬 크다. 이유는 코로나19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도 공포심 증폭에 한몫한다. 가짜 뉴스는 21세기 정보시대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허술한 면역계를 뚫고 공격하듯이 가짜 뉴스는 부족한 정보와 불안정한 감정을 공격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바이러스가, 사실과 날조의 경계에 가짜 뉴스가 있다. '사실'이라는 단백질로 포장돼 있지만 '날조'라는 유전자 증식이 목표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쏟아내기식 뉴스 생산에 급급한 채널들의 확대로 어느 순간부터 뉴스와 가짜 뉴스를 분간하기도 어렵게 됐다. 한 줄짜리 그럴듯한 제목에 현혹돼 클릭하면 그때부터 가짜 뉴스 확진자가 된다. 바이러스처럼 약도 없다. 급작스러운 반응을 보이기 전에 침착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가짜 뉴스 면역력을 키워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총선이 다가오면서 가짜 뉴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환절기 독감 바이러스처럼 많은 신종과 변종 가짜 뉴스가 등장할 터이다. 예방책이나 치료약은 없다. 하지만 하나만 명심한다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거는 온전히 감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정의로운 후보를 택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새 전자제품을 살 때 차라리 더 이성적이다. 흠결없이 정의로운 정치인이 있고, 그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지금도 믿는다면 그건 어린 시절 위인전을 너무 열심히 읽은 부작용이거나 특정 후보 또는 정당만큼은 공의롭다는 가짜 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자기 선택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선택을 폄훼해선 안 된다. 가짜 뉴스 바이러스만 확산시킬 뿐이다.

2020-02-18 18:57: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유관 기관마다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의료진의 대응 자세가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르다. 5일 대구의료원에서 의료진이 고글이 부착된 방호복을 착용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왼쪽) 2015년 6월8일 같은 장소에서 의료진이 마스크와 장갑만 착용한 채 환자분류소를 찾은 환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오른쪽)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시각과 전망] 망각된 메르스의 교훈

2015년 5월 말경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MERS)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면서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아 그 피해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했다는 경제계의 보고서가 있다.5년도 지나지 않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라는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관광과 외식, 숙박, 유통 등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확진자가 한 번 다녀갔다는 이유로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는가 하면 손님으로 북적이던 음식점이나 술집,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마저도 뚝 끊겼다.공연시설이나 영화관 등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느 곳 할 것 없이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기피 심리가 지배하고 있다.메르스와 작금의 우한 폐렴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첫째,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쳐버린 의사결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초동 단계에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확진자 정보 공개, 학교 휴업 등 세부 대책에서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해 다른 나라와 달리 감염병 발원지인 우한 지역 방문자만 선별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뒤늦게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 U-23 남자대표팀 경기 결과를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정부는 초기에 이번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봤다.둘째, 제궤의혈(堤潰蟻穴)이다.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사소한 결함이라도 곧 손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경고다. 병원에 다녀간 확진자가 입원했을 때 차단했더라면 아마 우한 폐렴이라는 말 자체를 국민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꾸물대고 있는 사이 2차 감염이 일어났다.셋째, 경적필패(輕敵必敗)다. 이는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팀이 최하위 팀에게 패하는 걸 본다. 상대 팀을 얕보고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보건당국의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론이 우한 폐렴을 우려하자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방역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우한 폐렴을 우습게 보다가 보건당국과 한국은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넷째,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백성이 위정자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우한 폐렴이 확산된 것은 보건당국의 정보 차단에 큰 원인이 있다.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감염 경로와 당사자들을 정확히 파악해 확산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대통령은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가짜뉴스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벌하겠다는 엄포만 놓았다. SNS 시대에 이런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경이롭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공포감을 부채질하였다.우한 폐렴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과 개인에게 공통적으로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의사결정과 행동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극히 조그만 허점이라도 방치하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는 것, 구성원의 신뢰를 잃으면 화가 닥친다는 것이다.

2020-02-11 18:53:22

조두진 편집부국장

[시각과 전망] 문 대통령, 주인인가 객(客)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연말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는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확언했다.하지만 진실은 문 대통령의 말과 다르다. 지난해 경제 허리층인 30, 40대의 일자리 감소가 아주 컸다. 그나마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60세 이상의 단기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 일자리 증가로 나타났을 뿐이다.무역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교역 규모 감소로 유지한 흑자와 '잘해서 얻은 흑자'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나라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하강곡선을 그렸다.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에 턱걸이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그나마 성장의 4분의 3이 나랏돈(세금)을 퍼부어 견인한 것이다. 2019년 국내총소득(GDI)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집값이 안정화됐다'는 문 대통령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천216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위가격이 3억원이나 상승했다.문 대통령이 한두 번도 아니고 끝없이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자 세간에서는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딴 세상에 사는 사람 같다'는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문 대통령이 고의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16세기 이탈리아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프란체스코 귀차르디니는 처세술 책 '리코르디'를 남겼다. 책에서 그는 '잘못을 감추고 싶다면 정면으로 부정하라. 부정한다고 잘못의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한테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거짓이 들통나더라도 계속 거짓말을 해라. 어떤 자들은 그 거짓말로 얻게 될 물질적, 심리적 이익 때문에 믿고, 또 어떤 자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믿는다'라고 썼다.들판에 집이 한 채 있다고 하자. 그런데 지붕에 틈이 생겨 빗물이 샌다. 서까래가 썩어가고, 바닥에서는 습기가 올라온다. 집주인이라면 당장 수리에 착수할 것이다. 설령 밤잠을 설치고, 지붕에 올라가 일하느라 비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상황이 악화하는 걸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며칠 묵다가 떠날 객(客)이라면 지붕 고치고, 습기 잡느라 단잠을 방해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 묵었다가 떠나면 그만인 그에게는 자기 짐보따리가 중요할 뿐, 장차 집이 허물어지든 말든 관심 밖이다.나라 상황이 더 나빠져도 문 대통령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낙관적이다. 많이 좋아졌다"고 일관되게 우기는 한 대깨문들(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사람들)은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그 말을 믿을 것이고, 생업에 바빠 세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국민들은 명색 대통령의 말이니 믿을 것이다.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가 난리다. 의사협회와 야당이 입국 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데도 문 정부는 '우한 체류 외국인 봉쇄'라는 뜨뜻미지근한 대책만 내놓았다.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라는 '짐보따리'에만 열중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지붕이 새든 말든, 서까래와 기둥이 썩든 말든 객은 떠나면 그만이다. 집주인이라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2020-02-04 19:54:02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조원진·유승민과 보수대통합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조원진 국회의원(3선)과 새로운보수당의 창업주 유승민 국회의원(4선). 대구 출신인 두 사람은 우리나라 보수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서로 엄청 싫어하는 사이다. 유 의원은 조 의원을 무게감이 떨어지는 데다 '건너야 할 탄핵의 강'을 가로막고 있는 친박 세력의 잔당쯤으로 분류한다. 그는 우리공화당이 포함되는 보수통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반면 조 의원은 'TV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인 중 퇴출돼야 할 3인의 정치인 중 1인으로 유 의원을 꼽았다.조원진 의원은 수구꼴통으로 통했다. 촛불 정국 이후 탄핵은 정당화됐고, 조원진과 태극기부대들은 '교주 박근혜'를 추앙하는 소수 극우집단 취급을 받았다. 일부 참석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이 전체 태극기부대원들을 양식 있는 시민에게서 더 멀어지게도 했다.그러나 요즘 조원진 의원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그는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교류를 등한시하지 않는다. 사소한 약속도 지킨다. 지역의 주요 행사도 적극적으로 챙긴다. 집회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일부의 행위도 과감하게 정리해버렸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계속되면서 태극기부대에 참여하는 인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당원 증가 속도가 기존 정당 중 최고라고 자평한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다른 건 몰라도 남자다' '의리가 있다' '만나 보니 괜찮더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그의 주가는 상승 국면이다.유승민 의원은 개혁 보수를 대표한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바른말 하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대학생들을 찾아 특강도 자주 다니고 발언도 개혁적이다. 국회의원 8명에 불과한 '꼬마 정당'의 창업주이지만 그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그래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에 큰 방점을 둔다. 이를 알기에 유 의원은 자신의 요구 수위를 높여가며 통합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 한다.하지만 대구경북에서 유 의원은 여전히 심판의 대상자로 찍혀 있다. 어떤 정당의 간판을 달아도 대구경북에서 유승민에게 따라다니는 것은 '배신' 이미지이다. 이 때문에 결국 개혁 이미지가 먹힐 수 있는 수도권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많이 나온다.이는 유 의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는 많이 신중하다. 가까이 해야 할 지역 언론과의 접촉은 가능하면 삼간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 중 유 의원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2주 전 저녁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재경대구경북민 신년교례회'에도 약속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황이 변했다면 알려주는 것이 도리인 데도 주최 측이 행사 직전 확인 전화를 하자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비서진이 알려줬다.유 의원의 불참 소식에 대다수가 "보수통합을 원하면 보수적 유권자가 다수 모이는 자리에 오는 것이 도움이 될 터인데…"라며 많이 아쉽다는 반응들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유 의원의 능력과 진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보수 유권자가 절대다수인 대구경북민들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만이 보수대통합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태극기 집회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끊임없이 거론하고 마침내 이를 여론화시킨 세력도 보수대통합의 당당한 일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지금 시점에서 보수 지지층의 목전 바람은 총선 승리이지 대선주자 선출이 아니다.

2020-01-28 18:48:42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무엇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인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언급하고 나섰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9억원 초과 주택으로 대폭 확대하고, 심지어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면서 강력한 대책을 계속 내놓겠다고 했다.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새 정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추이를 관망하다가 다시 기승을 부렸고, 정부는 맞대응 정책을 내놓기를 되풀이했다. 집값이 폭등해 시세 차익이 큰 폭으로 커졌을 때 거래세를 인상하는 식이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한다. 세율은 최고 50%다.그런데 정부 정책이 늘 일관성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가라앉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세율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런 기억이 있는 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고 숨죽여 기다린다. 수요는 여전한데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면 특히 학군과 교통까지 갖춘 노른자위 지역은 하루에 1억~2억원씩 오르며 부르는 게 값이 된다.그러자 정부는 거래세가 아닌 보유세를 손대기 시작한다. 비싼 집을 갖고만 있어도 엄청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은퇴자가 세금 내려고 재취업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보유세가 올라도 집을 못 판다. 주변 집값이 다 올라서 내 집을 팔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느끼기에 주거 환경이 나쁜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그러다가 불황이 닥쳐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집값이 급락하면 정부 정책은 한 걸음 물러서고, 현금 부자들은 집을 사 모은다. 그러자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투기 세력까지 등장해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을 올린다. 정부는 거래세와 보유세 카드를 번갈아 또는 동시에 꺼내든다. 정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이런 식의 사이클을 되풀이한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 청와대가 나서 '강남, 9억원' 등으로 편을 갈라 '총선 마케팅'을 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물론 집값 폭등이 이번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며, 집값 안정이라는 큰 틀의 목표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를 떠나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부동산 정책이라면 국민들은 용납할 수 없고, 더구나 어설픈 협박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부터 진단해야 한다. 대입 제도 변화, 과세 형평성 논란, 지역별 인구 추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입 제도를 손보겠다며 지난 2018년 공론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결국 수시모집 비율도 줄어들지 않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자 내신 성적 받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여론이 들끓자 대입제도 개편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결국 정시모집 비율을 늘렸다. 그러자 강남 8학군과 수성구 등지의 학교가 다시 주목받게 됐고, 해당 지역 집값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냥 어설프다고 혀만 차기에는 도가 지나치다.정부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온다.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니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근처에 매입할 수 있는 집이 없다. 결론은 어떻게든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평 과세가 이뤄지고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인다면 그나마 용인할 수 있겠지만 행여 누군가의 우려처럼 총선 마케팅용 푯값으로 쓰일까 봐 걱정스럽다.

2020-01-21 19:09:57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바보야, 문제는 문 대통령이야!"

2019년 가을부터 지금까지도 수백 만 국민들이 광화문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이들도 많다. 모두 '촛불 만능'의 문재인표 국정 파탄에 분노한 이들이다.한겨울에도 쉼없이 광화문에 나서는 이들은 '촛불 민심'이라는 미명하에 초법적인 적폐 청산을 자행하는데 분노했다. 사법부를 친위그룹으로 장악하고 검찰을 압박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데 분노했다. 탈원전과 기업 경영 간섭을 통해 나라 경제를 뿌리째 좀먹어 들어가게 하는 문재인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에 분노했다. 안보는 북한 김정은에게 볼모로 잡히고 자유민주적 교육생태계를 무너뜨리는데 분노했다.국민들이 더 절망스러워하는 것은 민심으로 잡은 정권이라면 집권 세력과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일은 다양한 계층의 서로 상충하는 목소리를 정의와 공동선(共同善)의 이름으로 조정해 내는 것일진대 나라와 국민을 지역, 이념, 계층, 세대, 그것도 모자라 코드와 네 편 내 편으로 서로 갈라서고 갈등하게 만든 것이다.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국가가 지상 지옥이 된 것은 항상 국가를 천국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좌파들의 이상은 아름답다. 그러나 좌파는 현실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과 정반대의 길, 즉 마구잡이식 파괴의 길을 걷게 된다.이런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주체들은 공산국가의 몰락과 북한, 중국 등 공산 독재국가의 모습을 보면서도 평등주의니, 종북 주체사상이니 하는 낡은 이념을 버리지 못한 채 21세기 문명대전환 시대에 맞서 시대착오적 행태와 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결정적이고, 이 정권 들어 생산되고 있는 수많은 역설과 궤변들 중의 압권은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궤변이다. 국민 앞에 공개된 증거만 해도 청와대와 현 집권층의 불법 선거 개입과 비리가 명백해 검찰의 기소 사안임에도, 온갖 구실로 사실들을 뭉개고 변조시키고 있다. 오히려 검찰을 개혁의 대상이자 적폐로 몰고 있다.심지어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라"고 주문해 놓고는 뒤로 그 칼을 겨누는 검찰 수사팀을 해체시키는 위선과 독재는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희한한 수사학을 선보였다. 오죽하면 좌파라는 현직 부장판사가 이것은 '헌법위반'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겠나.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 난맥은 국회 탓, 경제는 언론 탓, 안보는 시간 탓, 심지어 조국 사태는 국민 탓으로 돌렸다. 청와대와 행정부, 여당이 총동원돼 조국 사태와 정권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면서 "윤석열이 검찰 개혁에 앞장서면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궤변으로 진실을 왜곡했다. 남 탓, 왜곡을 넘어 지지자들에게 현 정부의 생각을 주입하고, 세뇌시키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대중들 이른바 '문빠'(문재인 극성 지지층)나 '조국수호' 집단은 궤변을 진실인 양 받아들여서 나라를 망치는 우중(愚衆)으로 추락하고 있다.좌파로 분류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친문(親文) 세력에 대한 비판은 눈길을 끈다. 그는 검찰 윤석열 사단 해체에 대해 "친문 양아치들의 개그",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실패한 정권, 촛불사기당" "문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보다는 PK 친문 보스에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축약하면 "바보 국민들아,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야" 하고 일갈하는 듯하다.

2020-01-14 16:54:02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운데)와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 정운천 정책위의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과 전망] 유승민 후보, 서울에서 출마하시라

유승민,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이 "무능과 독선, 부패와 불법으로 나라를 망치는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겠다"며 5일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 창당에 앞서 유승민 의원은 4·15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는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고, 자신에게는 험지인 만큼, 험지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것이다.유승민 의원은 4·15 총선에서 대구가 아니라 서울에서 출마해야 한다. 그것도 범여권 후보와 박빙의 싸움을 펼치게 될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다. 어떤 의지, 어떤 전망과 기대로 동참했든 결과적으로 국가 경영 능력은 없고, 정파의 이익만 생각하는 몰염치한 집단이 정권을 잡도록 했고, 나라를 수렁에 밀어 넣는데 일조했다.유승민 의원은 책임이 무겁다. 그가 다시 대구 동구을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그의 말대로 험지여서 당선도 어렵겠지만), 유승민 의원 개인에게는 모르겠지만 국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승민 개인의 당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그 2중대 후보를 꺾는 것이다. 그래서 건국 이래 힘겹게 쌓아온 국가 자산을 제멋대로 허무는 문재인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 그것이 유승민이 대구시민과 전국 보수우파 국민의 지지를 되찾는 길이다.당장 보수우파 정당들이 통합하기는 어렵다. 결국 보수우파 가치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연대해 총선 후보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밀고 당기며 시간을 끌다가는 선거연대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총선 승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선거 구도다. 범여권이 후보를 단일화하고 보수우파 후보가 난립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유승민의 서울 격전지 출마는 보수우파 정당 간 선거연대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유승민 의원뿐만 아니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포함한 보수우파의 중견 정치인, 전국적 지명도가 높은 후보들은 모두 격전지에 출마해야 한다. 문 정권을 견제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보수우파의 본산인 대구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대선가도를 다지는 길'이라고? 한가한 말씀이다. 총선에서 패하면 대선은 무의미해진다. 친위대가 될지도 모를 공수처를 만들고 야합으로 선거법을 개정한 문 정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무얼 꺼리겠는가? 보수우파 간판 정치인들이 안방에 눌러앉는 것은 자기 특권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저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건국 이래 우리는 잘 해왔다. 위기마다 국민이 스스로 돕고, 하늘이 도와 비교적 바른 선택을 했고 빛나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국민은 문재인,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말했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와 온몸으로 충돌하고 있다. 고용 참사, 주거·빈부격차 심화, 전년 대비 2019년 수출 10.3% 감소, 수입 6% 감소(수입 감소는 생산·투자 위축을 예고한다), 초유의 저성장, 선거공작 의혹, 북한 위협,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공정사회 붕괴…. 그렇게 엉망을 만들면서 한쪽에서는 해괴한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4·15 총선에서 보수우파는 사력을 다해야 한다. 스스로 돕지 않는데, 하늘이 돕겠는가? 유승민과 홍준표는 격전지로 가라. 거기서 더불어민주당과 그 언저리 군소정당 후보를 꺾어 폭주하는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라. 그것이 스스로를 돕는 길이고, 국민을 돕는 길이다.

2020-01-07 17:57:08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 행정 통합 성공 조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연말 대구경북에 매머드급 화두를 던졌다. 대구경북을 행정적으로 통합시키고 2022년 지방선거 때 통합 광역단체장을 뽑자는 것이다.행정 통합을 학계나 연구기관, 시민단체가 아니라 현직 도지사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이 지사는 대구경북이 과거처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지역이 되려면 반드시 통합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권영진 대구시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구경북 통합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활권·경제권 통합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시도민들에게 먼저 보여주자는 제안도 했다.두 광역단체장이 통합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행정 통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대구는 1992년 이래 줄곧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꼴찌에 머물고 있다. 3위 도시 자리를 인천에 내준 지 오래. 4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북 역시 포항, 구미를 두 축으로 한 산업기지가 사양화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경북은 상생을 위한 협력보다는 경쟁을 하는 관계로 서로를 견제해왔다. 기업 유치나 국책 사업 공모 등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오히려 다른 시도에 이익을 안기는 사례도 많았다.두 지방자치단체는 시도민들의 비판을 의식, 경제 현안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렸는데 이름뿐이었다. 2014년 당시 권영진 시장과 김관용 지사가 좀 더 효율성을 기하자며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경제통합기구를 출범시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작년 7월 민선 7기부터는 부단체장이 하던 위원장을 권 시장과 이 지사가 공동으로 맡으면서 힘을 실었다.그러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행법상 재정 투입이 불가능하거나 핵심 이익에 대한 양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단일 공무원교육원 운용마저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흐지부지된 것은 의지만으로는 협력 차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두 단체장이 현 상황을 타개할 목표점으로 행정 통합을 제안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매월 한 차례씩 교환 근무를 하면서 통합이 되면 어떤 광역지자체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해왔다.행정 통합을 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매일신문은 경북도청이 안동 예천으로 결정될 당시 도청이전보다 행정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경북 북부권의 큰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창원 마산 진해 등과 다른 몇몇 도시들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통합을 추진할 때였다.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시도민들의 여론 수렴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반발은 불 보듯 뻔한데 이를 돌파하려면 시장과 지사가 정치 생명을 거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단체장이 화두만 던졌다고 공론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적 뒷받침이 없는 공론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이 지사가 제안한 대로 2022년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당장 공론화 기구를 만들고, 통합 과제 등을 선정해야 한다. 이런 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통합대구경북 단체장은 지역 정서의 특성상 보수층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분발을 기대한다.

2019-12-24 19:23:25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

죽음을 애통해 하는 까닭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리라. 실수는 만회할 기회가 있고, 헤어짐은 돌아옴을 기대하지만 죽음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되돌리지 못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자의 가슴에 묻히고 기억에 머문다. 그런 통한의 기억도 망각의 치유제를 만나면 조금씩 잦아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자식의 죽음이다. 먼저 떠난 자식은 가슴에, 기억에 뽑히지 않는 못으로 박힌다. 잠시 죽음을, 아픔을 잊을 수 있겠지만 어느새 다시 살아난 기억은 마치 처음처럼 부모의 가슴을 헤집는다.그처럼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고통 속에 부모들이 용기를 냈다. 돌이킬 수 없는 내 자식의 죽음이 안겨준 고통을 다른 누군가는 결코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비통함과 허망함을 부디 티끌만큼이라도 보상받기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목소리를 냈다.그렇게 세상에 나온 결과물이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다. 재윤이, 민식이,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와 유찬이. 먼저 보낸 자식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조차 고통일 테지만 부모들은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만들고자 기운을 냈다.2010년 백혈병 치료 중 의료진 실수로 항암제가 교차 투여돼 9세 아동이 목숨을 잃었고, 2017년 12월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오염된 주사로 신생아가 숨을 거뒀다. 지난 2017년 11월 김재윤(당시 6세) 군은 고열로 입원한 상태에서 무리한 골수검사를 받던 중 숨지고 말았다. 의료진의 과다 약물 투여와 관리 의무 소홀 문제가 논란이 됐고, 앞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보고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재윤이법'이 지난해 2월 발의됐다.2016년 4월 6일 광주 한 통학 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난 박한음(8) 군의 이름을 딴 '한음이법'은 통학 차량 내 CCTV를 설치하고, 영상정보를 일정 기간 이상 보관하며, 통학 차량 운전자나 교사가 이를 확인토록 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2016년 4월 14일 경기도 용인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온 어린이집 차량에 치인 뒤 응급 조치도 제대로 못 받고 이송 도중 숨을 거둔 이해인(5) 양의 이름을 딴 '해인이법'. 13세 미만 어린이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응급의료기관에 옮겨 필요한 조치를 다 하도록 하고, 사고 방치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7년 10월 1일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주차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와 세상을 떠난 최하준(4) 군의 이름을 딴 하준이법은 경사진 주차 공간에 미끄럼 주의를 표시하고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2019년 5월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근 네거리를 지나던 한 축구 클럽 승합차가 과속 운전을 하다가 마주 오던 승합차와 충돌했고, 그 사고로 김태호·정유찬(7) 군이 목숨을 잃었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 통학 차량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안전운행 기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조치를 담고 있다.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은 짧은 세상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떠났고, 그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만이 남았다. 물론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서로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딴청만 피우는 정치 집단의 다툼 속에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 제대로 된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폐기되는 일만은 없기 바란다.

2019-12-17 23:29:54

김교성 본사장

[시각과 전망] '컬링 대부'에 대한 탄원

동계 종목 컬링을 우리나라에 안착시킨 사나이가 있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교편을 잡다 1990년대 초반 컬링에 꽂혀 보급에 나선 경북컬링협회 김경두 전 회장이다.그는 2006년 고향 의성에 국내 최초 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센터를 건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킴'(경북체육회)을 탄생시켰다.한국 컬링의 대부로 불린 그는 지금 영광을 함께 일궈낸, 자식처럼 여긴 '팀킴'의 호소문 파문에 휩쓸려 사위인 장반석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감독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장 감독의 아내인 김민정 '팀킴' 감독은 소속 팀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직권면직처분 소송을 벌였다.이들 가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영광과 치욕을 맛보며 수난을 겪고 있다.2018년 2월 8일 이들 가족이 이끈 한국 컬링 남자·여자·믹스더블은 전 국민을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팀킴'이 일본 팀과의 준결승 리턴매치에서 이기고 2월 25일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들 가족도 큰 조명을 받았다.그러나 그해 11월 6일 '팀킴'이 지도자의 폭언, 특정 선수 배제, 상금 유용 의혹 등을 담은 호소문을 대한체육회 등에 내면서 이들 가족은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대한체육회 합동 감사와 경찰·검찰 수사로 만신창이가 됐다.삶의 터전이었던 의성컬링센터를 빼앗기다시피 내줬고 주위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김민정 전 감독은 고개를 들고 길을 다니지 못할 지경이 됐다. 김 전 감독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한다.애초 장 전 감독은 대구 수성구에서 벌이가 좋은 학원 사업을 했으나 장인 부탁에 영어 통·번역 등 사무 지원을 위해 경북체육회 일원이 됐다.여론몰이식 칭송과 비난이 가라앉은 현 시점에서 보면 이들 가족은 가혹한 벌을 받는 듯하다. 기자는 20여 년에 걸친 이들 가족의 컬링 개척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봤다.합동 감사와 경찰 수사를 통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팀킴'의 호소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호소문은 인권을 포함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을 담고 있지만 이들 가족은 감사·수사에 따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여 있다.검찰 기소 내용을 보면 김 전 회장은 경북체육회 지원금(5년간 동·하계 훈련비)과 민간기업 후원금 등 9천여만원을 컬링장 사용료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후원금 전용은 운영비가 따로 없는 자생력 없는 대다수 체육단체의 오랜 관행이다.현재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장 전 감독은 회계 처리가 제대로 안 된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김 전 회장은 "경북체육회와 경북컬링협회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운영비로 사용했다. 재판을 통해 순수한 우리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 가족에 대한 죄의 유무는 사법부 판단에 달려 있다. 이 상황에 처한 것도 전적으로 소통이 부족했던 김 전 회장 가족의 잘못이다.그렇지만 김 전 회장이 컬링에 대한 외곬의 삶을 살지 않았다면 한국 체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팀킴'은 출범할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이 범죄자가 된다면 평창대회 때 소리 높여 '팀킴'을 응원한 우리 국민의 보람도 사라질 것이다.

2019-12-10 19:11:04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레드카드와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시각과 전망] 탄핵 평행이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문서 47건을 유출하고, 최서원(최순실)이 추천한 4명의 공직자(김종덕 문화부 장관 등)를 임명하고, 대기업을 동원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설립했으며, 일부 기업에 특정인 채용을 요구하는 등 사기업 경영에 관여했다"는 것을 탄핵 사유로 삼았다.정유라, 최서원을 위해 문화부 공무원들에게 문책성 인사를 했다거나 한 신문사 사장 해임에 관여하고,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사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탄핵 사유였던 '미르재단을 통한 뇌물죄'는 이후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돌이켜 보면 일국의 대통령을 탄핵시키기에는 정말 소박한 사유들이다.자칭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권은 탄핵 사태 이후 대한민국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한민국 헌법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계속성을 침해하고, 국가안보를 약화시켰다. 또 사법권 독립 침해, 여론조작 및 언론 자유 침해, 반자유주의 경제정책,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행위 등 헌법과 법치를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있다.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와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자기들만의 이념에 따라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수호 의지 자체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해체를 주장했으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과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국가보안법과 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기무사를 해체했으며, 6·25 남침의 주역 김원봉에 대한 보훈 추서를 추진했다.'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전 정권 인사 탄압,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코드 인사, 최근 '조국 사태'에서 절정에 이른 인사 참사, 차기 선거를 노린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마저 추락하면서 대한민국호는 목적지 없이 표류하고 있다. 경제·환경을 다 망친 탈원전과 4대강 보 해체 시도, 반기업 정책과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 간섭 등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를 노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특히 문 정권은 2018년 초 불과 집권 10개월도 안 돼 울산, 창원 등 야당 시장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정치공작을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때는 문 정권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광풍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였다. 역대 어느 정권도 저지르지 못한 국정농단이다.박근혜 탄핵 사태의 주역들인 현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영구집권과 좌파 연립정권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을 덮기 위한 공수처 설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두려움의 산물이지 결코 국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다.2016년 겨울 왜 국민들은 그렇게 분노했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나?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된다는 평행이론(Parallel Life)이 동시대를 사는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에게도 적용될 개연성이 높게 됐다.권력의 사유화와 국정농단을 되풀이하고 있는 문 정권이 이전 정부에서 반면교사를 않는다면 탄핵이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19-12-03 18:26:55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에 스포츠영화제가 필요한 이유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 지난 8~14일. 강릉시 공무원 및 강릉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부 우려 속에서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기 때문이다.일주일 동안 8만245명의 유료 관객이 찾았고 131회 상영 가운데 27회가 매진되면서 좌석 점유율이 83.75%에 이르렀다.고무된 강릉시는 사업비를 올해 18억원에서 내년 28억원으로 늘리고, 국·도비 확보 등을 통해 40억원 규모로 만들기로 했다. 추진 주체도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세계 10대 영화제로 키우기로 했다.다수 도시가 영화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릉시가 국제영화제를 추진한 것은 특화된 영화제로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울산시도 2021년부터 국제영화제를 만들기로 했다. 울산시 산하 울주군이 국제산악영화제를 하고 있지만 울산시가 자체 영화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영화제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것이 울산시의 구상이다.울주군은 영남알프스가 있는 지역에서 '울주 국제산악영화제'를 연다. 순수 군비만 23억원을 투입할 정도다.우리나라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 통상 행사가 열리는 4월 말~5월 초 전주는 영화 열기로 가득 찬다. 올해 유료 관객 수는 전년보다 5천 명이 늘어난 8만5천 명. 이 기간 한옥마을에는 20만 명이 더 찾아왔다. 전주시는 전주 인구가 65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대부분 외지인들로 추산하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매년 10월 첫째 주 목요일부터 열흘간) 서울서 부산가는 KTX는 빈자리 찾기가 어렵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2017년부터 전국 영화제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지 않고 있지만 부산의 연구기관들은 부산국제영화제(예산 145억원) 파급효과가 6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영화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장의 손익보다는 도시 이미지와 브랜드 때문에 영화제를 하고 있다.대구에서도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의미있는 영화제가 열렸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2019 대구스포츠영화제'가 그것. 대구스포츠영화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모두 9편의 스포츠 영화를 상영했다.첫해 민간이 주도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두어 편을 제외하곤 관객이 70% 이상 차는 열기가 있었다. 스포츠는 감동, 환희, 용기, 화합, 영광을 상징한다. 그 스포츠가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전해질 때 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한다.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9편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9년 고 김수철 감독과 13명뿐인 삼례여중 축구부 소녀들이 일궈낸 눈물 겨운 전국대회 우승의 감동 실화를 그린 '슈팅걸스'는 온통 눈물과 감동의 바다였다.테니스 스타인 이형택 감독은 스포츠영화제를 찾아 영화 관람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한 후 "내년에는 '뭉쳐야 찬다' 팀을 초청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그만큼 스포츠영화제는 여타 영화제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번 스포츠영화제도 '또 하나의 영화제'가 아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제'였다.스포츠도시 대구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스포츠영화제에 대구시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한다.

2019-11-26 19:26:08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82년생 김지영'과 4차 산업혁명

성(性) 역할과 차별에 대한 논란은 사회적 파장과 영향력에서 크고 작은 차이가 있었을 뿐 늘 존재해 왔다. 역사 속에서 대륙과 국가에 따라 적잖은 편차가 있었지만 약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아울러 그 속도도 암흑의 중세를 거쳐 근대로, 다시 현대로 넘어오면서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물론 '빨라지고 있다'는 표현조차도 여전히 사회의 약자로 남아 있는 편에선 '강자적 시각'으로 여겨진다.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아울러 그 논쟁과 갈등이 기성세대보다 10대, 20대에서 더 격하다는 사실은 젠더 갈등,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 확대가 속도의 문제에서 기울기의 문제로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충분히 (여성 쪽으로) 기울었다'와 '여전히 (남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시각 사이의 접점은 보이지 않는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10, 20대는 이를 기득권 유지와 박탈의 문제로 본다.그런데 이런 논쟁이 한 세대를 지났을 때에도 여전히 의미있을지 의심스럽다. 일자리, 사회적 지위, 경제력 등을 두고 벌이는 성별 간, 세대 간, 국가 간 경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국경이 사라지고 경제 블록으로 묶이나싶더니 브렉시트가 등장했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국경은 다시 높아지고, 자국 이기주의는 한때의 우방조차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릴 정도다. 공유경제와 블록체인이 가져올 경제의 변화는 자본주의의 격변, 심지어 붕괴를 예언할 정도지만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여기에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이 힘을 합친 '4차 산업혁명'이 닥쳐왔다. '4차'와 '산업혁명'이 주는 문자적 모호함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전 산업혁명처럼 급진적 변화인 동시에 훨씬 파괴적이고 무자비하며,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 '알파고'로 널리 알려진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가져올 변혁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무엇보다 일자리가 사라진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거나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을 '무용(無用) 계급'으로 전락시킨다. 단순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뿐 아니라 가수, 화가, 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 일자리는 평생교육, 재교육 따위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도의 전문적 영역일 것이다.일자리가 없는 인간은 경제력을 잃게 된다.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의 역할조차 상실한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에게서 인간과 일자리를 지키려고 힘겹게 버티며 싸우는 정부도 조만간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인류는 자본주의를 대체할 이데올로기를 얻지 못했고,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가로막거나 늦출 명분을 갖지 못했다.생산자 기능을 잃은 인간에게 소비자 역할만이라도 남겨두기 위해 정부가 나설 수 있다. 다양한 명목의 소득을 주는 것이다. 청년수당, 노인수당 등은 이미 시작됐고, 나중엔 임신과 가사노동 수당이 주어질 수도 있다. 가사와 육아는 당연히 여성 몫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졌던 시대가 있었음을 기억하며 '그때는 참 순진하고 무지했지'라며 쓴웃음을 지을 때가 올 것이다.'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감정적이었고, 대입의 정시 확대와 수시 유지를 둘러싼 다툼이 얼마나 유치했으며, 좌우 편가르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돌이켜볼 때가 오리라. 30년 뒤에 얼마나 많은 직업이 인간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까. 무지막지한 변화의 속도를 볼 때 '30년 뒤'라는 가정조차 순진하게만 느껴진다.

2019-11-19 20:10:56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민간인 체육회장의 자격

2020년 1월 16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체육회장 자리가 민간인에게 돌아간다.이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 내 체육회가 체육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체육회 등 시·도·구·군 체육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늦어도 내년 1월 15일까지 민간인 회장을 뽑는다.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오랜 기간 관에 의해 운영된 체육회를 민간체제로 되돌리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지역 체육회는 두 차례 민간체제로 운영됐으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경상북도체육회(전신 영남체육회 포함)는 발족 당시인 1935년 6월~1945년 10월, 1955년 2월~1961년 5월 두 차례 16년간 민간인 회장 체제를 유지했다. 대구시체육회는 1981년 출범 후 줄곧 대구시의 임의단체로 운영됐다.이 기간을 제외한 58년간 체육회는 관 주도로 운영되면서 부정적 의미로 '행동대장'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1995년 민선 지방정부 출범 후에는 지자체장의 선거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를 들어왔다.이런 연유로 체육회장 자리는 국회의원들의 견제를 받았고,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체육진흥법'의 제정·시행을 가져왔다.오랜 체육담당 기자 경험을 살려 민선 체육회장에 대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해본다.민선 체육회장은 무엇보다 선거 도입 취지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정치 조직으로 활용되는 폐단을 없애려면 잠재적인 정치인은 배제되어야 한다.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의 대항마를 체육회장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경북체육회 전신인 영남체육회는 발족 후 지역 경제인이 회장을 맡아 살림을 꾸렸다. 민간인 체제였던 1955~1961년에도 당시 재력가 김성곤이 제13~18대 회장을 맡았다.따라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체육회 특성을 고려하면 민선 회장은 경제인이 맡아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경제인이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과 봉사 차원에서 체육회를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경제인 중심의 회장단이 구성되면 자연스레 체육인이 주도하는 실무 운영진이 짜일 것이고 탈정치화로 선거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지금까지 지역 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 중심의 성적내기를 위한 국가 체육을 해왔다. 지자체장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성적내기에 골몰, 예산을 집중하면서 시민 건강과 체육 교류를 통한 욕구 충족 등 체육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했다.민선 체육회장은 또 일정 기간 체육단체에 공헌한 사람이어야 한다. 체육회 생리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과도기의 체육회를 무리 없이 이끌 수 있다. 체육회나 경기단체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필요하다.더불어 민선 초대 회장만은 추대할 필요성도 있다. 오랜 기간 양분됐던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된 지 2년째인 만큼 양측이 경쟁하면 정치인 선거처럼 혼탁해질 우려가 높다. 선거 후유증 또한 체육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현재 회장인 지자체장이 체육인들의 뜻을 수렴해 지역의 신망 높은 경제인을 추대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내부적인 선거 절차는 새로 마련된 규정에 따르면 된다.지자체장이 내 사람 심기를 배제하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면 민간체제 체육회는 큰 갈등 없이 자리 잡을 수 있다.

2019-11-12 18:13:26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야, 너 문재인이냐"

중‧고생들 사이에 떠도는 유행어 한 토막. "야, 너 문재인이냐."중‧고생들은 소통이 다소 부족하거나 이른바 왕따인 동료 학생들에게 "니, 문재인이냐"고 쏘아붙인다. 덧붙여 "A4용지에 적어 주랴"며 문재인 대통령을 빗댄 조롱을 날린다.조국 사태와 몰상식한 좌파들의 망나니 같은 행태를 본 미래 주역인 중‧고생들에게조차 대통령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정치 풍향에는 관심이 적을 것 같은 중‧고생들이 들고일어날 만큼 현 시국은 비정상이다."학생들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며 좌파 교사들의 편향된 의식 주입 교육을 고발할 만큼 '건국 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때묻지 않은 중‧고생들의 눈에도 조국 사태로 초래된 현 상황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문재인 정부와 좌파들은 기본적인 법률과 질서조차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개혁 대상으로 옭아맨다. 대검찰청이나 법원, 국회 앞을 가리지 않고 홍위병을 동원하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문 정부의 국정은 정치 성향이 강한 카페, 팟캐스트, 민노총과 전교조, 문 정부에 부역하는 가짜 지식인 등 '친문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문 정부에겐 이들만이 국민이요, 여론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친문 좌파 중심의 권력층은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는 공권력과 사법 권력에 대한 사유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국 집안 수사에서 응당 발부되어야 할 휴대폰과 계좌 압수수색이 어쩐 일인지 계속 거부되고 있다. 인적 물갈이를 통한 좌파 사법 권력 장악이 시스템적 효과를 발하고 있는 셈이다.청와대와 집권 여당, 문재인 정권 나팔수들이 조국 집안 검찰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법원마저 여기에 장단 맞추는 것을 보면 조국 사태에 대응하는 범여권의 컨트롤타워가 전방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치주의가 가동되지 않고 '네 편, 내 편' 따로 공권력과 사법 권력이 적용된다면 건달‧조폭 집단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문 정부는 '건달‧조폭 정부'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문 정권이 거슬리는 언론을 통제하거나 어용 언론을 동원하여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역시 건달 집단과 닮았다. 또 운동권 정실 관계로 연결된 패거리들이 사회 각 분야의 권력을 장악하고 예산 등 국가의 제반 가치를 사익 극대화에 동원하고 있다. 태양광 복마전이 대표적이다.국민들은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문 정부와 좌파그룹은 광장의 독점, 여론 조작, 이견에 대한 무관용, 그리고 일부 부패 기업들과의 유착을 통해 자기들만이 배를 불리고 있다.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상식이 깨지고, 양식이 무너지는데 분노하고 있다. 문 정권 지지자 사이에서도 "왜 조국이냐, 인재가 조국밖에 없냐?" "조국은 이미 무능을 드러낸 것 아니냐? 조국과 검찰 개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대다수 국민들은 조국을 임명까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문 정부는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장기 집권과 남북관계,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와 관련된 거대한 그림 속의 도구로 조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거짓과 기만으로 일순간 국민들을 호도할 수는 있어도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상식과 양심, 진실과 공정의 아노미(Anomie) 상태를 빨리 끝내야 한다. 상식, 정의, 진실로의 복귀만이 현 집권 세력의 불행을 막는 길이다.

2019-11-01 23: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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