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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 칼럼] 우수리스크의 들꽃, 불꽃

최근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로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11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으나 고려인의 이주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사를 접하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연해주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두 곳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쓰던 고려인 애국지사들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연해주의 고려인 후손들은 '들꽃'으로 오로지 살아남겠다는 강박한 신념으로 파란만장한 시련의 길을 헤쳐 왔다. 구한말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항일투쟁을 전개한 연해주의 '불꽃'들은 광복의 주춧돌이 되었다.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방향 112㎞ 거리에 우수리스크가 있다. 우수리스크는 도시 인구의 10%가 고려인으로 '러시아 고려인의 메카'로 불린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근거지이자 최초의 임시정부가 결성된 지역도 바로 우수리스크다. 이곳 연해주의 대표적인 항일운동가 최재형 선생이 있다. 독립운동사에 '최재형'이란 이름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그는 없다. 이토 히로부미의 동선 정보를 파악하고, 거사 자금을 건네고, 권총을 구해서 은밀히 안중근 의사의 손에 쥐여 준 최재형. 그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의 적극적인 후원자였음에도 안중근 의사만큼 부각되지 못했다.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 고려인들에게 '페치카'라 불렸다. 페치카는 러시아어로 난로라는 뜻으로 그는 동포들에게 가장 따듯한 사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에서는 추앙받는 독립운동가지만 우리에게는 잊힌, 아니 기억조차 없는 인물이다. 정부는 1962년 최재형을 안중근 등과 함께 유공자로 서훈했지만 대우는 그에 못 미쳤다. 러시아(구 소련) 국적이었기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묘소 대신 위패를 국립묘지에 모신 것도 2015년이 돼서다.우수리스크에는 또 다른 항일독립운동을 한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있다. 이상설 선생은 1906년 북간도 용정에서 서전서숙을 세워 교육을 통한 국권회복운동을 펼쳤고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열사, 이위종 선생과 함께 헤이그 밀사로 파견돼 독립운동을 하였다. 1917년 46세로 생을 마쳤는데 그의 유언에 따라 유해를 수이푼강에 뿌렸다. 강변에는 이상설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우수리스크에서 최재형, 이상설 선생의 활동을 접하고 나서 목숨을 내걸고 독립운동을 한 그분들을 그동안 알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때마침 이달 초 경북도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 12명을 초청, 독립운동의 성지인 경북도 방문 행사를 가졌다. 방문단에는 최재형 선생의 6대손 최일리야 양과 만주와 연해주에서 무장독립운동을 한 김경천 선생의 증손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2천215명)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인 경북에서 이런 행사가 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2019년은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2020년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기가 되는 해이다. 모진 땅에서 피어나는 들꽃처럼 그 강한 생명력으로 조국 독립이라는 아름다운 들꽃을 피우고 막막한 광야에서 삶의 불꽃을 환하게 피워 올린 고려인들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본 "너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글귀가 있는 앞산 낙동강승전기념관 의병장 그림이 새삼 떠오른다.

2018-07-25 17:42:55

김교영 편집부국장

[데스크 칼럼] 내 삶을 위한 정치

정치는 내 삶을 지배한다. 수많은 저서와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팽배하다. 지방의회 무용론도 나온다. 누가 대통령, 시장, 도지사가 되더라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정치가 내 삶과 세상을 바꿔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가부장적 권위를 고집한다. 고착화된 양당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견제받지 않는 거대 정당이 한국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거대 정당은 그 자체가 기득권이다. 양당제 아래에선 신진 정치 세력이 진출할 수 없다. 청년, 여성, 근로자, 장애인 계층은 공천받기 힘들다. 정권 교체만 있을 뿐, 정치 교체를 기대할 수 없다.양당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비롯된 병폐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선거구제는 표심을 왜곡한다.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살펴보자. 지역구에서 1등으로 당선된 의원들로 253석을 채운다. 나머지 47석(비례대표)만 정당 지지율에 따라 분배된다. 승자 독식 구조다. 이런 제도에서는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 힘든 소수 정당이 의석을 갖기 힘들다. 소수 정당은 정당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가질 수밖에 없다.6·13 지방선거에서 양대 정당은 전국 광역의회 의석을 싹쓸이했다. 더불어민주당(79.13%), 자유한국당(16.63%)의 광역의회 의석 점유율은 95.76%이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의석은 30석(지역구 27명+비례대표 3명). 더불어민주당이 5석, 자유한국당이 25석을 가져갔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35.78% ▷자유한국당 46.14% ▷바른미래당 10.78% ▷정의당 4.34% ▷대한애국당 1.32% ▷녹색당 0.65%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더 많았다면 표심 왜곡이 줄고, 소수 정당 진출도 가능했을 것이다.6·13 지방선거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일고 있다. 특정 정당의 의회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직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바꾸지 못했다.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선관위 안은 이렇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현행 47석)으로 늘리자는 방안이다.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한다. 예를 들면 서울 권역의 총의석수가 60석이라 가정하자. A정당이 서울에서 50%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면 A정당에 30석을 배정한다. A정당의 지역구 후보가 18명 당선됐다면 나머지 12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선관위 안은 당시 학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합리적 방안이란 평가를 받았다.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줄이고 다당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당제는 정당의 정책 경쟁을 유도한다. 또 정권의 독주와 거대 정당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다. 현 선거제도에서는 정당이 지역구 공천을 할 때 후보의 당선 가능성부터 판단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이 정책을 공약하고, 거기에 합당한 후보들을 공천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갖추면 정치는 좀 더 시민과 가깝게 된다.좋은 정치는 거저 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지혜와 개입의 산물이다.

2018-07-19 05:00:00

전창훈 디지털콘텐츠팀장

[데스크 칼럼] '갓튜브' 세상에서 아이 키우기

"아빠, '보겸' 몰라?" 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과 대화를 나누다 요즘 인기 있는 동영상 이야기가 나왔다. 딸은 또래 사이에 '보겸'이라는 유튜버가 중계하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영상이 '핫'하다고 했다.게임 플레이 영상을 주로 올리는 이 유튜버는 최근 구독자 수만 230여만 명으로 게임 유튜버 중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에다 한 해 수입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바야흐로 '갓튜브'(God과 Youtube 의 합성어) 세상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그렇다. 어른들이 네이버를 통해 정보와 오락 등을 충족했다면 요즘 세대는 유튜브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 '아이는 부모가 낳고 유튜브가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할 정도다.유튜브의 위력은 'Z세대'(1995~ 2009년에 태어난 세대)에 잘 나타난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다. 또 TV보다 유튜브의 1인 방송을 선호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라는 조사만 봐도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한다.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앱 조사기관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257억 분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모바일 앱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사용 시간은 179억 분, 네이버 126억 분, 페이스북 42억 분에 머물렀다. 'Z세대'의 유튜브 사용 시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기준 10대들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27억 분으로 카카오톡(43억 분), 페이스북(33억 분), 네이버(23억 분)를 모두 합한 시간보다 길다.주목할 것은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3월만 해도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한 달에 카카오톡 189억 분, 네이버 109억 분을 사용했고 유튜브는 79억 분에 불과했다. 2년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무한질주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부모로서 걱정거리가 더 생겼다. 유튜브 속 수많은 가짜 정보나 유해성 콘텐츠 등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서다. 그리고 개인 유튜버들이 제작한 영상 중에는 비속어나 욕설 등이 거리낌 없이 나오는 것이 많다.한 예로 '앙기모띠'를 들 수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실에 가면 '앙기모띠'가 유행어처럼 쓰인다. 이 용어는 한 인기 유튜버가 전파한 것으로 기분 좋다는 일본어 '기모찌'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문제는 이 용어가 일본 음란 동영상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표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적잖다. 비슷한 주제 영상이 이어지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정보 편향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그렇다고 유튜브를 무작정 규제하고 비난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유튜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정보와 오락 창구로,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많다.어른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유튜브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개인에게만 맡길 문제도 아니다. 민관 가릴 것 없이 방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튜브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하도록 만들까. 이 물음은 유튜브 세대를 키우는 우리 어른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2018-07-11 16:52:58

[데스크 칼럼] 서러운 '원전 경북'

남북·북미 정상회담에다 지방선거, 그리고 월드컵까지…. 지난 몇 달 사이 우리 국민들 앞에는 드라마 같은 일들이 잇따라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그중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벤치 회담이다. 하늘색 다리 위에서 새울음을 배경음 삼아 밀담을 나누는 두 정상의 모습은 무성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두 정상 간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세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 같은 희망에 온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확실하게 나온 말은 비핵화도 통일도 아닌 '발전소 문제'였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 모양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전기', '발전소'라는 단어가 분명하다는 거다.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대가로 '전기'를 요구한 게 분명해 보인다. 취임 전부터 탈원전을 주창하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뜨악'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요구(?) 때문인지 한때 청와대가 탈원전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최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소문에 그치는 모양새다.가장 손쉽게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원전은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시동이 꺼져 가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을 인사 조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단다. 불과 1년 새 벌어진 일이다.최근 들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등 탈원전 시간표까지 앞당겨지고 있다. 24개 원전 중 이미 8개가 멈춰 서 있다.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여 쌓아 놓은 수출생태계도 파괴되고 있다. 한때 원전을 수출하면서 '신의 축복'이라는 등 온 나라에 원전 찬가가 울려 퍼질 때를 생각하면 상전벽해다.문제는 경북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사업 중단으로 경북에서 1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연인원 1천2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경북도가 원전가동 중단 및 신규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원전의 지역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에 따른 결과다.13조원 규모의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발목이 잡힌 상태다. 값싼 전기를 공급해 우리나라 산업에 영양분을 공급해왔던 경북으로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그동안 경북은 원전의 메카이자 원전 인재의 산실이었다. 경북 동해안에는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있고 울진군에는 2기가 건설 중이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원전 인재 양성에 돌입해 1천400여 명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도 했다.원전으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려던 경북도 역시 다급해졌다. 당장 동해안 일대에 추진 중인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당선과 동시에 급히 동해안으로 달려가 대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원전 문제는 아무리 지방정부가 발벗고 나서더라도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힘도 없을 뿐더러 현 정부의 탈원전 의지가 워낙 강한 탓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에는 지역이 입는 피해가 너무 심하다.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폐로 등 탈핵 정책에 대비한 원전해체산업 육성 및 유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그동안 경북에서 만든 전기가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으니 그에 상응하는 선물은 당연하지 않은가.

2018-07-04 18:40:56

이석수 교육팀장

[데스크 칼럼] 대구경북 미래교육 준비할 때다

대개의 사람은 '학교'라고 쓰고 '공부하는 곳'이라고 읽는다. 해석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학교는 입시를 준비하고 미래의 직업을 갖기 위한 기능적 공간으로 의미가 최적화된다. 학교에서는 공부해야 할 주어진 교육 과정이 강조되고 상급학교 진학 실적이 중요한 성취 척도가 된다.정보화 시대를 지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더 깊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학자들은 정보나 지식의 양보다는 문제 해결력, 높은 창의력,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갈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혁 과정에서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창의적이며 비판적이며 주체적인 인간을 길러내려면 지식 전달과 습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데, 학교는 어떤 준비가 있는가?학생들은 온전한 배움과 성장을 하고,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교사의 보람과 긍지를 회복하며, 지역사회의 교육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학교발(發) 혁신'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민선 교육감 시대를 거치면서 교육부의 역할 재조정 논의가 공감을 얻고 있다. 교육부의 권한 중 유·초·중등교육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행정의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면 권한 이양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한 권한은 다시 단위학교로 과감히 이양돼야 미래 인재를 기를 수 있는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싹틀 수 있다.교육청이 정책을 수립하고 학교로 하여금 이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교육청이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안을 연구해서 제시하는 '넛지(nudge) 행정'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따라서 교육청은 지역의 특성에 맞춰 교육의 방향과 원칙을 세우는 정책 전문기관이 되어야 한다.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생산하고 학교를 지원하는 일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싱크탱크'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가 교육부 및 교육청의 최종 집행기구로 인식되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어선 교육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이제 7월부터는 대구 강은희 교육감, 경북 임종식 교육감 시대가 열린다. 새로운 교육감 모두 교육 개혁의 당위성과 미래교육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학생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1학급 2교사제 시범 도입, 창의융합 교육과정(IB) 및 소프트웨어메이커 교육, 학생 1인 창업 교육을 위한 경북 미래 메이커센터 설치, 수학문화관 건립 등을 공약했다.이러한 미래교육 또한 하향식 '제도적 강제'로는 학교 운영의 폐쇄성과 교육 활동의 획일성이라는 문제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바탕에 있어야 다양한 교육적 변주(變奏)가 가능하다. 제도, 법률적 지원이 따라야 하는 경우라면 교육청이 앞장서야 한다. 이상적이지만 한 아이를 위한 학교도 이런 자율성이 핵심이다. 권한에 따른 학교의 책무성을 따지는 일은 그 다음이다.아이들의 꿈과 끼가 미래 삶으로 연결되는 학교를 보고 싶다. 입시가 중요한 학생들에게는 수월성 교육을 펼쳐주고, 예체능 자질은 키워주며, 기능적 솜씨를 스스로 발전시키는 곳이 학교였으면 좋겠다. 기존 '특성화학교'의 확장에서 미래형 학교 모델을 찾아보면 어떨까. 또 각종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되는 '대안학교'의 정규화도 미래교육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8-06-28 05:00:00

이상헌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포르투 알레그리의 추억

4년 전 오늘, 나는 브라질 최남단 포르투 알레그리의 어느 골목에 서 있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이 남반구에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그 며칠 전까지 머물렀던 미국 마이애미의 찌는 듯한 날씨와는 확연히 달랐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따라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행복의 항구'라는 도시 이름 덕분인지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우리는 예선 2차전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알제리에 무참히 졌다.얼마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청맹과니인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한쪽이 완전히 무너진 운동장'이었음을 몰랐다. 자치단체장·국회의원은 그렇다 쳐도 지방의회 구성은 '투표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대선과 총선 사이에 놓인 지방선거는 원래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엔 보수 야당을 심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개바람이 몰아쳤다. 다음에도 '돌이킬 수 없는' 민심 외면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1년 전 대선에서 완패했던 자유한국당에 반격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인 비디오 판독(VAR)처럼 화면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진보 진영의 갑질 외유·미투·드루킹 의혹, 여배우 스캔들에 위태로운 경제까지…. 그럼에도 한국당은 골문을 정확히 겨냥한 유효 슈팅을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막말 공세는 몸부림치면 칠수록 숨통을 더욱 죄어오는 올가미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나 표심은 디테일 대신 '반성'이란 큰 그림을 원했다.지난 2월, 나는 이 지면에 '리중딱 한야딱'이란 어쭙잖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고백건대 '한국당은 야당이 딱'이란 의미로 적은 '한야딱'은 '한쫄딱'이었어야 했다.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아예 문 닫을지도 모르니 '한궤(멸)딱'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6·13 대첩'을 거둔 여당도 자만할 일은 아니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기보단 상대의 헛발질에 따른 반사이익이 컸다. 옛말에도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水可載舟 亦可覆舟)고 했다.정부·여당이 '보수 탄핵' 이후 해야 할 일은 성급한 샴페인 터뜨리기가 아니다. 대통령의 "청와대·내각이 아주 잘해준 덕분"이란 선거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취임 1주년에 밝혔듯 "음, 많이 달라졌어. 사는 게 나아졌어"란 말이 들려야 한다. 첫걸음을 뗀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나라다운 나라, 특권 반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날지 못하는 앵무새 카카포(Kakapo)가 멸종 위기에 놓인 건 역설적이게도 천적이 없는 탓이다.'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은 공대를 졸업했다. 27세에 창업했지만 손익계산서나 재무제표도 못 읽는, 경영에는 까막눈이었다. 그런 그가 새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고민한 것은 '동기가 선한가?' 이 한 가지였다. 어쩌면 나라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의 숙제도 이뿐이지 않으랴. 국민을 위한 일인가? 나를 위한 일인가? 손익계산, 전략전술 따윈 이참에 버리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고상한 철학까지 들먹거리지 않아도 된다. 약간 수준 높은 인생관만 있으면 된다.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다. 앞으로 665일 남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못 궁금하지 않은가!

2018-06-21 05:0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이제는 민생이다

경제가 심상치 않다. 돈은 돌지 않고, 소득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고액 계좌가 6만2천 개에 이른다. 1년 만에 2천 개가량 늘었다. 이들 계좌의 전체 예금 규모는 500조원에 육박한다. 1년 전에 비해 33조3천160억원 증가한 것이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30조원대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은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한 시기다. 은행 이자가 쥐꼬리 수준인데도 현금이 은행에 쌓여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이 14.1%에 달했다. 나머지 80%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은 3.1%에 그쳤다. 그 차이는 11.0%포인트(p) 웃돌아 사상 최대의 격차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소득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서민들의 지갑을 채우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 기조에 맞춰 1년여간 경제정책을 이끌어왔지만 오히려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쌓여만 가는 고액 저축과 양극으로 치닫는 부자와 빈자의 소득 격차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이전 정권에서도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망설였고 신규 투자는 해외에 집중했다. 소득 불균형은 위험신호를 보낸 지가 하도 오래돼 언제부터 심각해졌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기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기업체 연간 부도율은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마저 어렵다고 재계가 앓는 소리를 내지만 30대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은 883조원에 이른다. 물론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지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살펴보자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 필자는 모 기관의 신입 직원 채용시험 최종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면접에 올라온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 절박함과 간절함이라니. 한 나라를 다스리려는 지도자 또는 정치권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민생 안정'이다.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먹고사는 걱정없이 삶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 지방선거는 끝났고,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누군가는 승리감에 도취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쓰라린 패배를 곱씹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뻐할 것도, 너무 깊이 좌절할 것도 없다. 선거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때 민심은 다시 냉철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팽배했던 긴장감도 다행히 한풀 꺾였다. 한때 전쟁 위기로 내몰렸던 한반도는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너무도 당연해서 식상할 정도지만, 민생에는 정말 여야가 없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편가르기는 당장 일자리를 걱정하는 청년들이나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한숨 짓는 서민들에게 아무런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다. 기업과 자산가들이 선뜻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내일을 희망하는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다시 오를 심판대를 두려워해야 한다.

2018-06-14 05:00:00

홍헌득 편집부국장

[데스크 칼럼] 달인과 승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래의 달인이라는 것은 세계가 인정한 사실이다. 최근의 북미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는 차라리 그를 '거래의 현인' '거래의 신'이라 찬양하고 싶을 정도다. 경우에 따라 비열하기도 야비하기도 한 트럼프이지만, 거래와 협상이라는 분야에서만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든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트럼프는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그는 거래를 '즐기는' 자다. 시간을 지난 5월 하순으로 되돌려 보자. 김계관, 최선희 등 북한의 여러 인사가 나서서 잇따라 미국을 향해 비난과 욕설을 퍼붓자 트럼프는 이렇게 반응했다. '당신들이 보여준 극도의 분노와 적개심으로 인해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 없다'고, 그래서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것이라고 그는 김정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전화를 하거나 편지하세요." 거래의 달인다운 카운터펀치였다. 그것도 중재자로 나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떠나자마자 내뱉은 폭탄선언이었다. 이후의 상황은 우리 모두가 지켜본 대로였다. 김정은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공개서한이 발표된 지 8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바로 그다음 날부터 북한의 태도는 180도로 달라졌다. 북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심히 트럼프의 시간표에 맞춰 회담 준비에 임하고 있다. 트럼프의 다음 행보는 더욱 놀라웠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미국의 심장 뉴욕으로 불러들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지막 담판을 하게 하는가 하면 백악관까지 '모셔' 김정은의 친서를 받았다. 백악관을 떠나는 김영철을 차까지 배웅해주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이 그의 방식이다. 비즈니스맨으로서 트럼프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정상회담이 다시 제 궤도를 찾아 들어왔다. 그러니만큼 양측은 어떻게든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도 '빅딜'(big deal)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의 이목은 싱가포르 센토사 섬으로 쏠리게 됐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일부라도 가급적 빨리 해외로 반출해 폐기하고 싶어 한다. 북한은 그들대로 계산이 있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덥석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 체제 보장을 담보받기 위해 개발한 핵무기를 체제 보장도 받기 전에 폐기할 수는 없다. 싱가포르에서 예상 가능한 가장 유력한 빅딜은 바로 미국과 북한 간의 '종전선언'일 것이다. 아마 트럼프-김영철의 면담에서도 거론되었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도 현 상황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최선일 터.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문제는 이후에 논의될 수 있는 문제이다. 모든 것이 착착 정해졌다. 날짜와 시간도 확정되었고, 회담 장소도 결정되었다. 이제 거래의 달인과 승부사, 두 지도자의 통 큰 거래만 남았다. 세계가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두 정상이 꼭 기억하길 바란다.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기 바란다.

2018-06-07 05:00:00

이호준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대구 축구 참사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개인적인 걱정은 아니지만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스포츠 담당 부장을 하다 보니 생긴 직업병일는지도 모르겠다.올해도 지역 프로 스포츠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했던 시민들은 이제 '대구FC 축구만도 못한' 삼성 라이온즈 때문에 곱절로 우울하다고들 한다. 그래도 바닥까지 추락했던 삼성은 최근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순위 반등을 꾀하고 있고, 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앞서 말한 걱정거리는 크게 보면 지역 프로 스포츠의 동반 부진이지만 직접적으로는 대구FC 문제다. 대구FC의 현재 K리그1 순위는 12위, 꼴찌다. 남은 기간에 치고 올라가 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혹여 올 시즌을 이대로 끝낸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12위는 곧바로 K리그2(2부리그)로의 강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사 한 단계 높은 11위로 마무리한다 쳐도 2부리그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해 강등될 수 있다.11위든 12위든 강등되면 대구FC는 내년엔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뛰어야 한다. 십수 년 동안 벼르고 별러 겨우 성사시킨 축구전용구장이 올 연말 문을 여는데 말이다. 개장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 축구전용구장은 자칫 개장과 함께 2부리그 전용구장으로 활용될 운명과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2부리그 팀에 전용구장이 있다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내년 시즌 K리그1 홈 개막식을 축구전용구장에서 멋지게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대구시와 대구FC의 장밋빛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실컷 지어놓았는데 찾아오는 이가 없어 유령구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화병 유발자'가 될 수도 있다.전용구장 자체도 문제지만 1천500여 명에 달하는 대구FC 엔젤클럽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2부리그에서 뛰더라도 대구FC를 지금 못지않은 열정으로 응원할 수도 있겠지만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대구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지역에 희망을 주고 있는 엔젤클럽까지 대구FC의 2부리그행과 함께 쪼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이번 2부리그 강등은 지금까지의 강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대구FC 꼴찌-2부리그 강등-축구전용구장 외면-엔젤클럽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대구 축구 참사'를 막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다. 답은 딱 하나다. 1부리그 잔류.물론 지금까지 1승밖에 챙기지 못한 꼴찌 전력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10위만 하면 된다. 물론 지난해처럼 8위나 올 시즌 목표였던 6위 내 상위 스플릿 진입에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10위는 해볼 만하다. 현재 10위 전남 드래곤즈와는 승점 5 차이기 때문이다. 10위 성적이 나쁘니 어쩌니 욕하는 것은 최소한 올해만큼은 사치다.이제 10위 내 진입을 위해 대구FC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다행히 월드컵이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선수단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믿고 더 기다려 줄 여력이 대구FC엔 없다. 대구FC를 K리그1에 잔류시킬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해야 한다. 정신 재무장도 필수다. 올 시즌이 끝이라는 각오로 모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것만이 대구FC, 대구 축구가 살 길이다.

2018-05-31 05:00:00

[데스크 칼럼] 통일, 세 가지 회상

"한국에서 왔습네까?" 1991년 2월 중국 난징대(南京大) 앞에서 서성이던 대학생들 등 뒤로 북한 유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생들은 경북대 학생회 간부들로 정부 모 기관에서 주최한 선진지 견학차 중국을 방문 중이었다. 복학생이었던 필자도 이들과 함께 9박 10일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으로 비롯된 공안정국이 서슬 퍼런 당시에는 북한 유학생을 만난다는 자체가 불법(?)이었다.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들은 북한 유학생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날 짧디짧았던 남북의 만남으로 필자는 여행 내내 기관원(?)의 감시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귀국하면 큰일을 당할 거라는 엄포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불안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1991년 유난히도 추웠던 중국의 겨울처럼 남북통일은 아직도 멀고도 무서운 일이었다. "데모하러 왔지?" "아뇨, 통일운동 하러 왔어요." 1990년 8월 15일 서울 연세대에서 친구 따라 상경 집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귀갓길에 연행되어 하룻밤을 경찰서에서 지내야만 했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는 1990년 8월 13일 판문점에서 남북해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진행하는 범민족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연세대로 집결했다. 대표단은 8월 15일 판문점으로 향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대표단의 판문점행은 무산되었다. 1990년 무더웠던 여름, 통일은 여전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차디찬 경찰서 유치장에서 꾼 하룻밤의 꿈이었다. "대구는 왜 그리 보수적입네까?" 북한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기자가 다가오면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필자는 2006년 11월 29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언론인 통일토론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분단된 지 6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 언론인 통일토론회라 통일의 물꼬를 트는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당시 한국기자협회보의 보도에서처럼 북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토론회는 남북 언론인 교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북한 기자들은 한결같이 남측 언론에 대한 북측의 불신이 깊다고 얘기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언론 보도가 너무 편파적이다. 반북 기사가 너무 많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2006년 초겨울 금강산에서의 통일은 좀 더 가까이 왔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통일과 관련해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내 머릿속에 뚜렷이 아로새겨진 몇 가지 기억이다. 남북통일은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포스터표어 대회와 글짓기 대회에서만 쓰던 단어였다. 늑대 탈을 쓴 괴뢰군이 나오는 만화영화 '똘이장군'을 보면서 배운 것은 북한은 때려잡아야 하는 원흉이라는 왜곡된 인식이었다.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온 때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휴전 상태'라고 가르쳤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표어를 썼지만 동시에 북한은 빨갱이의 나라라고 배웠다. 가슴으로는 한민족이라고 하지만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 통일이고 북한이었다. 2018년 봄, 한반도와 7천500만 한민족 전체는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남북 정상회담은 신기루였다. 하지만 남북 정상과 국민의 마음이 합쳐지면서 꿈은 현실이 되었다. 판문점 도보다리를 걷는 두 정상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고 판문점 선언을 함께 발표하는 모습에서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느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2018-05-24 00:05:00

[데스크 칼럼] 다양성 존중돼야 열린사회

"북한은 이전에도 핵무기를 없앤다고 했다. 그 약속을 제대로 지켰나?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죽이고, 친형을 독살한 독재자를 어떻게 믿나." "아버지,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에서 핵과 전쟁을 없애자고 합의한 것은 감격스러운 일 아닙니까?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만나서 대화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냉소적으로 보지 마시죠." 서울에 사는 친구가 아버지와 나눈 대화다. 친구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이 계신 대구에 왔다. TV 뉴스를 보다가 아버지와 설전을 벌이게 됐다.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단다. 친구는 2016년 촛불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태극기집회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셨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터라 친구에게 어쭙잖은 조언을 했다. "전쟁을 겪고 반공을 신념으로 여겨온 아버지 세대의 경험과 생각이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자식들도 우리와는 생각이 다르지 않겠냐." 친구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할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친구의 의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자료가 있다. 영국 BBC방송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서베이: 분열된 세상')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의 관용도를 가늠하는 항목에서 27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당신은 사회적 배경, 문화, 사고방식 등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관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20%만이 '매우 관용적'이라고 답했다. 27개국 평균(46%)의 절반 수준이다. 꼴찌는 헝가리. 이 나라는 유럽 난민사태 등의 여파로 우경화 성향이 짙다. 반면 난민 포용에 가장 적극적인 캐나다는 74%로 세계 최고 수준의 관용성을 보였다. 또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은 '정치적 견해차 갈등' (61%)으로 조사됐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은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인의 35%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집단'을 지목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갈등 조정에 손 놓고 있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은 막말 전쟁이다. 상식과 품위는 찾을 수 없다. 진영 논리로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 '빨갱이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도 편 가르기가 심각하다. 끼리끼리만 소통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고 배제한다. 온라인에서는 상호작용 방식이 더 급진적이고 반복적이어서 파괴력이 크다. 우리는 다른 생각·다른 가치(다양성)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지 않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부터 정치권력의 필요에 따라 다양성이 억압돼 왔다. 일제강점, 전쟁과 분단, 군사문화, 독재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인 김수영은 "민주주의 사회는 말대답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가 있는 사회"라고 역설했다. 다양성의 가치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획일적인 이데올로기로 강제됐던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 진보하려면 다양성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한반도에서 역사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질적이고 낯선 것들과의 상생을 어떻게 이룰지 고민해야 할 때다.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비판적 의식과 성찰이 필요하다. 타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사유를 '단순한 생각함이 아니라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2018-05-17 00:05:04

[데스크 칼럼] 숨 쉴 권리를 촉구한다

황량한 옥수수 농장. 갑자기 먼지 폭풍이 밀려온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안고 허겁지겁 집 안으로 내달린다. 아이들은 심하게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워한다. 2014년 개봉 영화 '인터스텔라'는 환경오염이 절정에 달하면서 인류는 점차 죽어가고 옥수수마저 재배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영화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영화의 감동을 뒤로하고 그 배경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혹여 우리나라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는 형국이다. "정말 이민 가고 싶다"는 온라인 댓글은 절망이 섞인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우리는 미세먼지와의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연일 미세먼지나 날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 들어가면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앵무새 같은 방송 멘트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마스크만 착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초미세먼지가 피부나 모공, 심지어 눈이나 귀로 침투하는 것은 어떡할 건가. 또한 바깥 공기로 인해 악화된 실내 공기는 어떡할 건가. 아무리 고민해도 미세먼지는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원인에 있다. 국내 요인이 크다면 강력한 규제와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국외, 즉 중국 요인이 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을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다 대기 정체 현상이 미세먼지 심화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나라에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는 중국 요인이 전체의 60~70%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의지와 외교력 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거의 방관에 가까운 모습으로 비친다. 간간이 미세먼지 공동 대응을 위해 협의한다는 것과 6월쯤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개소한다는 보도가 나올 뿐이다. 어디에도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은 없다. 여론에 민감한 정부가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세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혹시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혹자는 중국 요인이 크다는 실증적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중국이 오리발을 내민다면 대안이 있는가. 국가 간 환경 문제에서 가해국이 원인을 일단 부정하고 보는 것은 세계 여러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문제는 시간을 갖고 인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금도 죽음의 먼지는 국민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를 꾸려 외교와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중국과의 대화가 용의하지 않다면 다른 나라들이나 국제기구와의 연대를 통해 최대한 중국을 압박해야 할 것이다. 환경 NGO들을 활용해 세계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실증적 연구와 자료 수집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도 좋다. 그러나 어느 것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편하게 숨 쉬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2018-05-10 00:05:00

[데스크 칼럼] 남북경협, 대구경북도 준비를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병무청에 걸려왔다는 전화. "제가 곧 입대해야 하는데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군대 안 가거나 복무 기간이 줄어드나요? 혹시 그렇다면 최대한 입대 시기를 늦춰보려고요." 병무청 담당 직원의 답. "최대한 빨리 가세요. 지금은 기껏해야 강원도지만, 조금 더 있으면 개마고원이나 압록강으로 배치될 수 있습니다. 입대 서두르는 게 좋을 겁니다." 설마 병무청 직원이 이렇게 얘기했을까 싶지만, 지금 한반도는 바야흐로 봄 분위기가 완연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고조됐던 한반도 전쟁 위기가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김정은과 막장 설전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화해 무드 조성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덕담(?)까지 나오니 말 다했다. 이번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의미 외에 '남북경협'이라는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남북경협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으로 본격화한 후 2005년 개성공단 조성, 금강산관광 등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급격히 줄었고,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로 아예 단절됐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는 경협의 내용이 예상보다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원론적인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던 경협 관련 내용에 도로·철도 연결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점이 그 예다. 두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 균형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며 "일차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0·4 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등을 담았다. 통일연구원은 2007년 10·4 선언 당시 남북경협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와 부가가치유발 효과를 더하면 최대 55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도로와 철도에 투자 가능한 비용만도 41조원에 이른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평창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한의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북한은 교통이 안 좋아 참으로 민망할 수 있겠다"고 했다. 남북경협 첫 단계는 북한 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과 투자가 될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그뿐이랴. 향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 자본들이 북한으로 몰려들 것이다. 물론 밥 뜸도 안 들었는데 숟가락부터 챙길 순 없다. 주한미군 주둔 여부 등 각론에선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남북경협은 새 성장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단 중앙정부 차원의 일만은 아니다. 남북경협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를 대비해 대구경북은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강원도나 경기도 등 접경지역에 비해 멀리 떨어진 대구경북은 불리한 점이 많다. 지역의 대북 전문가 풀도 매우 취약하다. 이제라도 지역 각 분야에 있는 대북 전문가들을 찾아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앞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대북 프로젝트와 예산이 풀릴 것에 대비해서다. 대구경북연구원 같은 싱크탱크 기관은 물론 한국감정원이나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도로공사 등 지역 공공기관 전문가, 대학 및 연구기관 연구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2018-05-03 00:05:00

[데스크 칼럼] 농촌 탈출

고교시절. 농업 담당 선생님의 제자 사랑은 유난스러웠다. 농번기 때마다 농사일에 시달리는 제자들이 안쓰러웠던지 틈만 나면 "제군들, 우야든동 열심히 공부해서 농촌을 탈출하라"고 강조하셨다. 농사의 수고로움을 잘 아는 터라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지는 동안 학우들의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당시 기자에게도 농사는 공부보다 하기 싫은 고역이었다. 이맘 때쯤 시작되는 모내기도 그렇지만 오뉴월 뙤약볕 아래에서 하는 보리타작은 지금 생각해도 온몸이 까슬할 정도다. 주말에도 '보리타작 한다'는 소리에 아침밥도 먹지 않고 학교로 줄행랑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중에서 상당수가 농촌 탈출(?)에 성공했다. 농업 기술도 발전하고 농기계 같은 장비도 좋아진 요즘, 주말농장에서 취미삼아 농사를 짓는 상품까지 나와 있다고 하니 참 세월이 좋아지긴 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바람이 너무 간절했던 탓일까. 너도나도 농촌을 떠나는 바람에 요즘 농촌 마을이 텅 비고 있다는 소식이다. 거기다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마을이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단다. 고통은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마을 주민들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활편의 시설 부족, 폐교, 일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경북도가 밝힌 결과는 충격적이다. 경북 23개 시'군 중 17곳이 30년 이내 없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20~39세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를 통한 지방소멸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23개 시'군 중 17개 시'군이 소멸우려 지역으로 나타난 것이다. 고령 인구(65세 이상) 대비 20~39세 여성 인구(가임 여성의 90%가 분포하는 연령층)의 비중이 소멸위험지수다. 이 수치가 1.0 이하면 인구쇠퇴주의단계, 0.5 이하면 인구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멸위험(소멸위험진입, 소멸고위험(0.2 미만))에 진입했을 경우 30년 내에 마을이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군위'의성'청송'영양'봉화군 등 경북을 갈고리처럼 받치고 있는 'J'벨트 지역은 소멸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 역시 너무 빠르다. 지난해 3월 소멸위험지역에 이름을 올린 봉화군이 소멸고위험군에 새로 진입했고 '정상지역'이었던 칠곡군도 9개월도 안 돼 소멸주의단계로 진입하는 등 농촌 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30년이 아니라 10년도 안 돼 경북의 농촌사회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위기에 처한 경북도와 농어촌 지방자치단체도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귀농 귀촌을 장려하고 나섰지만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청년유출'저출산'고령화라는 삼중고를 지자체 혼자 해결하기에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일찍 이 문제에 맞닥뜨렸던 일본은 해답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출산율 증가와 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본격 추진했다. 지방으로 이주하는 도시민에게 1인당 약 4천만원의 경비를 3년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그 결과, 많은 도시민들이 지방에 정착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정치권이 손잡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6'13 지방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많은 예비후보들이 청년일자리 창출'신성장산업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북지역 농촌 대부분이 사라지는 가운데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의미가 깊다. 마을소멸은 곧 지방의 붕괴로 이어지고 지방의 붕괴는 국가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 마을 살리기' 해법이 이번 선거를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지기를 기대한다.

2018-04-26 00:05:00

[데스크 칼럼] K교사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지난주 대구 전체 교사들이 사용하는 교육청 통합 메신저망을 통해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평소 학교 업무와 관련한 내용, 공지사항을 주고받거나 교직원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에서 교사가 무력감을 호소하는 내용이라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힘이 진실이 되고, 권력이 또 다른 권력을 지켜주는 세상에서 9개월의 외롭고 아픈 기록이라고 했다. 귀동냥한 사연은 이렇다. 한 공립고등학교 K교사는 2017년 6월 교육전문직 임용후보자 시험에 응시하고 불합격했다. 장학사, 교육연구사를 뽑는 시험이다. 서류심사와 다면평가 1차 전형을 거쳐 서술, 실기, 면접 등 2차 전형을 치른다. 교육과정'법규'정책'전공 등 서술시험이 90점, 수업장학 능력'기획안 작성'정보활용 능력을 보는 실기가 150점, 면접은 60점 배점인데 이를 1차 전형 점수와 합쳐 합격자를 결정한다. 지난해 대구는 중등 10개 과목에서 1명씩 선발했다. 앞서 두 번의 장학사 시험에서 낙방한 K교사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임했다고 한다. 1차 전형 5배수 통과를 기대하지 않았다가 행운을 얻었다. 그가 응시한 과목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데 작년엔 3명만 지원했다는 것. 교육 경력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직은 6년 이상 근무하면 교감, 교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 학교에만 근무하는 교사보다 승진이 유리해 경쟁이 치열하다. K교사가 주장하는 시험의 불공정은 워드프로세스로 기획안을 작성하는 실기시험이다. 4시간에 걸쳐 5쪽 분량의 기획안과 요약본 1쪽 제출이 과제다. 시험 종료 후 K교사는 이날 몇몇 응시자들이 제출한 USB 답안지 최종 저장 시간이 시험 종료 시각 이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응시한 고사실 18명 중 12명이 종료시각을 초과했다. 최장 9분을 넘긴 응시자도 있었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청과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그는 시험과 채점, 합격자 선정까지 의혹에 대해서 조사를 요구했고, 교육청은 확인한 결과 K교사가 떨어진 게 맞다고 답변했다. 이후 K교사는 교육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허사였고, 전문직 합격자 발표 무효 확인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시험 관리자의 재량권을 인정하며 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교육청은 기획안 출력을 기다리면서 저장 여부를 최종 확인하도록 허용하고 응시자들에게 알렸다고 했고, K교사는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둘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다른 고사장에선 17명이 응시했는데 시간 초과자는 1명이었다. 사실 전문직 시험을 둘러싼 의혹은 실제 비리로 확인되기도 했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선발에서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난 '하이힐 폭행 사건'이나 2013년 충남교육청의 시험지 유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충남교육청에선 출제한 장학사가 자살하고 1인당 수천만씩 주고 문제를 받은 교사 등 40여 명이 징계를 당해 쑥대밭이 됐다. 해당 교육감도 모두 사법처리 됐다. 이후 각 교육청에선 교육전문직 인사제도 개선안을 앞다퉈 내놓았다. 문제 출제를 타 시도에 맡기고, 면접 위원들을 외부인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선발구조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서술, 기획안 주관식 채점이 여전히 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채점 기준도 모르고 누가 어떻게 점수를 매기는지 알 수도 없다. 그래서 의심과 불신을 유발한다. 대구는 올해부터 필기시험이 아닌 업무역량적성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직 선발에 '학종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학종이 학부모로부터 불신을 사는 것은 '금수저'깜깜이 전형' 때문 아닌가? 해법은 간단하다. 시험 결과물을 공개하면 끝이다. 공정하게 선발했다면 이의 제기자에게 보여주고 승복을 받으면 된다. 우동기 교육감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교육을 견지해 왔다. 그렇다면 불편한 문제를 제기한 교사는 심판기관에 맡기고 모른 체하는가. 차기 대구교육의 수장이 될 교육감 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2018-04-19 00:05:04

[데스크 칼럼] 천하제일 내로남불대회

지난해 구글에서 한국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키워드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뒤바뀐 도쿄 소년 타키, 시골 소녀 미츠하에게 찾아온 기적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독특한 영상미에 힘입어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애니 중 가장 많은 367만 명이 관람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타키와 미츠하는 현실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인연이다. 타키의 시간에서 보면 미츠하는 3년 전 혜성이 마을에 떨어지는 바람에 수많은 주민과 함께 숨진 상태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기막힌 영화 속 설정을 통해 먼 훗날 우연히 서로를 알아보지만 이름은 가물가물하다. 타키 군처럼 누군가에게 '너의 이름은'이라고 묻고 싶어진다. 다만 그 대상이 꿈에서조차 그리워하며, 잊어선 안 된다고 되뇌던 이가 아니라서 안타깝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게,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위선자(僞善者)들이라 화가 날 지경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는 흘러간 옛 추억 속의 이름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과 지연으로 얽힌 대구경북(TK) 출신들도 제법 됐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공교롭게도(?) 헌정 사상 형사 법정에 서게 된 전직 대통령 네 명 모두 TK 출신인 탓에 'TK=적폐'란 인식이 세간에 더욱 깊이 뿌리내린 점이다. 마침 MB 정부에서 청와대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몸담았던 한 인사가 몇 년 만에 전화가 왔길래 근황을 물었더니 "새옹지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썩 유쾌하지 않은 일로 '순장조'가 되지 못한 채 정권 말기에 물러났지만 계속 남아 있었더라면 이번 수사에 피의자로 불려가 실형을 살지도 모를 일이라는 얘기였다. 대충 그가 맡았던 '임무'가 무엇이었을지 짐작이 가 씁쓸했다. 집권여당 표현대로 '적폐세력'이야 그렇다 치자. 촛불혁명 덕분에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 역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데에는 뒤지지 않는다.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6'13 지방선거에 '안희정의 친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서울시장을 꿈꿨던 정봉주 전 의원…. 성추문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19대 국회에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입법을 적극 주도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영향력을 빌미로 한 공짜 외유에다 수상한 후원금 수수'사용, 인턴의 초고속 승진 등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의 입을 빌리면 "수법의 다양함과 뻔뻔함이 전 정권의 적폐와 오십보백보"다. 그를 지켜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처절한 노력은 어쩌면 레임덕의 서막은 아닐까? 이름 석 자만 다를 뿐 이들의 행태는 대동소이하다. '갑질'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끝판왕들이다. 변명도 한결같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되면서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했고, 김 금감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지적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쯤 되면 도대체 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지도자가 있기는 한 건지 자못 궁금하다. 대한민국 지도층의 추악한 민낯은 남의 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권력에 취하면 뇌가 변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도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는 개념으로 쓴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도 떠오른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관행'명령에 순응한다면 누구나 악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도 조심스레 물어본다. "너의 이름은?"

2018-04-12 00:05:00

[데스크 칼럼] 입시 유감

수시모집 수능 최저등급 폐지와 정시모집 인원 확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합리한 입시 제도를 손보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대학마다 발표 내용도 다르다. 어느 대학은 최저등급 기준을 폐지한다고 밝히고, 이튿날 다른 대학은 유지한다고 발표한다. 원칙도 없고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입시 전형의 단순화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내걸었다. 수능 절대평가를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과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 이를 보면 수능시험이 자격고사처럼 바뀌고 결국 변별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정시 선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부가 현 정부의 기조와는 다르게 정시 확대를 대학에 요청했다. 스스로의 모순을 보여주는 셈이다. 학부모들이 현 입시제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정시모집이 적어서라기보다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 확대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수시전형은 고교 내신성적을 주로 보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내신 성적뿐 아니라 동아리·봉사활동 등 다양한 비(非)교과 영역을 함께 보는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실기(특기자 포함)전형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는 논술이나 실기(특기)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 사교육에 의존하는 만큼 이들 분야의 수시전형을 없애서 대학 입시를 단순화하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불합리한 입시제도의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더라도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도무지 알아먹기도 힘든 용어도 없애고, 입시조차 '빈익빈 부익부'가 지속되는 불평등 구조를 타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1997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된 수시전형은 매우 좋은 의미에서 출발했다. 초·중·고 12년간 애쓴 결과가 단 한 차례 수능시험으로 좌우되는 것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수능을 조금 못 봐도 내신이 좋거나 다양한 학교생활로 재능을 살린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길이 열린 것이다. 대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졌다. 2017학년도 대입에서 수시전형 모집 비중은 전체의 70.5%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이 중 학생부전형(교과·종합)이 85.8%를 차지했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2019학년도엔 수시모집 비중이 역대 최고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전형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문제다. 애초 이를 도입한 취지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것이지만 실제론 고액을 받고 고교 1학년 때부터 학종 관리 및 서류 작성을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업체가 성행하게 됐다. 상위권 학생만 배려하는 학교의 '꼼수'도 논란이다. 학내 경시대회의 중요 정보를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미리 제공하거나, 학내 수상을 몰아주는 것 등은 공공연한 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일부 특목고 및 명문고의 수시 독점도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대학들은 고교 서열화에 대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뛴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냐'며 코웃음을 친다. 수시전형용 서류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내신 성적, 특기 및 자기 능력 소개,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자율활동, 교내 수상 내역, 교사추천서뿐 아니라 관심 분야에 대한 소논문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시모집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수시모집을 축소하거나 폐지해 정시를 늘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최대 다수가 공감하는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입시제도 개정이 학생 선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번져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교육계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여기저기 눈치 보거나 특정 집단의 득실을 신경 쓰면 다시 누더기 입시정책만 나오게 된다. 대학 입학을 위해 적잖은 돈을 내고 따로 입시 제도까지 공부해야 하는 세상,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교육 수요자가 박수치는 입시 정책을 기대해 본다.

2018-04-05 00:05:00

[데스크 칼럼] 삭봉회

"삭봉회? 그게 뭔데요?" 알쏭달쏭한 그 이름을 처음 듣고는 뭔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어감이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설명을 듣고서야 아~ 그거? 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울 뿐만 아니라 불쌍(?)하기까지 했다. 지인이 일하는 회사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일찌감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단다. 올 연초에도 해당하는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제도에 대해 알려주는 설명회를 간단하게 열었다. 한 일터에서 일하지만 평소 만날 일이 별로 없던 '노장'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졸업을 앞둔'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났었나. 그날 참석한 분 중 한 분을 지인이 만났는데 "P형 올해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하나 만들기로 했소. P형도 참여하소"하더란다. "무슨 모임?"했더니 "무슨 모임은 무슨 모임이야, 올해부터 월급이 깎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모임이지"하며 설명을 해주더란다. "모임 이름은 '삭봉회'인데 삭감한다 할 때 '삭'이요, 봉급이라 할 때 '봉', 그래서 삭봉이요, 껄껄껄~." 회원들끼리 SNS 모임을 만들어 안부를 묻기도 하고, 회사 안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우스개처럼 "삭봉!" 하며 거수경례를 한다나. 얘기를 들으며 웃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지만, 가슴 한쪽에 그늘처럼 쓸쓸함이 드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도 머지않아 걷게 될 길이 아닌가. 삭봉회라…. 모임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명이다. 하지만 이름 속에 페이소스가 상당히 강하다. 쓸데없는 걱정이 생겼다. 회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너무 우울하게 생각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애환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겠지만 '우아함'은 부족하다. '삭봉'을 대신할 만한 품격 있는 이름이 없을까. 문득 옛 이야기 한 자락이 떠올랐다. 늙은 쥐가 있었다. 젊을 때는 비상한 재주로 음식을 곧잘 훔쳐 먹었지만 나이가 드니 눈이 침침해지고 몸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늙은 쥐는 젊은 쥐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준 뒤 젊은이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하지만 지식을 다 배우고 나자 젊은 쥐들은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았다. 음식도 나눠 주지 않았다. 늙은 쥐는 굶기가 다반사였다. 어느 날, 아낙이 솥에다 음식을 넣고 뚜껑을 덮은 뒤 무거운 돌까지 얹어 두고 외출을 했다. 젊은 쥐들은 안달이 나 온갖 궁리를 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늙은 쥐를 찾아갔다. 늙은 쥐는 괘씸했지만 방법을 알려 주었다. "솥에는 발이 세 개 달려 있으니, 그 솥발 세 개 중 하나의 아래를 열심히 파보라. 그러면 자연히 솥이 기울어지고 솥뚜껑이 벗겨질 것이다." 늙은 쥐가 시키는 대로 해보았더니 과연 그의 말대로 되었다. 옛 책에 실려 있는 '노서(老鼠'늙은 쥐)'라는 이야기이다. 기업이나 회사도 마찬가지다. 나이 든 직원들도 있고, 젊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 든 직원들에게도 초년 시절이 있었고, 선배들에게 배우며 일을 익혔다. 나이가 들며 후배들이 생기고, 또 그들을 가르쳤다. 그게 조직이 돌아가며 유지되는 원리이다. 삭봉회의 '노장'들이 이야기 속의 '늙은 쥐'와 닮지 않았는가. 그들을 밥만 축내는 늙은이로만 생각할 것인가.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늙은 쥐로 생각할 수는 없을까.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그런데도 고임금을 받고 있다고 배 아파해야 하나. 지인에게 권해 드려야겠다. 삭봉회 말고 '노서회'로 하소. 훨씬 운치도 있고 자존감도 있는 것 같지 않소. 충분히 그럴 만하오. 젊은이들도 취업이 안 되어 살기 힘들다고 한숨이 넘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해 왔고, 후배를 키워준 선배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늦가을 젖은 낙엽 대접을 받는 노서들의 눅눅한 쥐구멍에도 따뜻한 봄볕이 들도록.

2018-03-29 00:05:00

[데스크 칼럼] 남북 공동 응원단

평창동계올림픽도, 평창동계패럴림픽도 모두 끝났다.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 참가가 핫이슈였다. 전격적인 올림픽 참가 발표에 이은 선수단, 응원단, 공연단 등의 방남은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최고의 효자 노릇을 했다. 실제 북한 선수 참가에 따른 효과는 컸다. 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동시 입장은 물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피겨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등은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만큼 꽃을 피우지 못한 방문단도 있다. 응원단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의 활약과 인기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관심과 주목을 끌긴 했지만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새롭지도 않았고, 주목을 끌 만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당시 2000년대 초반 잇따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의 인기와 국민의 관심은 엄청났다. 필자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북한 응원단 전담 마크맨으로 북한 응원단을 밀착 취재한 덕에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엔 북한 응원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그해 8월 20일 응원단이 김해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치열한 취재 경쟁이 시작됐다. 대구로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 통제망을 뚫고 고속버스에 접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수첩에 질문을 적어 보여주면 입 모양으로 '반갑습니다' 등의 몇 마디 듣는 것조차 특종으로 여겨졌을 정도였다. 경기장에서도 경기보다 응원단이 더 인기였다. 경찰 인력으로 둘러싸인 응원단 주변엔 늘 관중과 취재진이 진을 쳤다. 관중석에 있던 여중생이 안전통제요원 몰래 던진 메모를 북한 응원단이 주워 읽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기사화한 것조차도 관심을 끌었다. 숙소와 경기장을 오갈 때 버스 속에서 북한 응원단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보도 등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북한 응원단에 대한 기사에 관심을 가지기는 북한 응원단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응원단은 숙소로 사용하던 대구은행 연수원에 신문을 수십 부 더 넣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 취재진도 덩달아 인기였다. 한국 기자들이 북한 기자들에게 다가가거나 말을 걸면 통제요원이 즉각 다가와 막아서는 반면 북한 기자들의 한국 기자 접촉은 자유롭다 보니 북한 기자와 몇 마디 나눠 기사화하는 것도 특종 중 하나였다. 그 와중에 북한의 중앙TV 등 언론사 몇 곳에서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경기장에서 북한 기자가 필자를 인터뷰하고 이를 남한 기자들이 빽빽이 둘러싸 취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대신 북한 기자를 상대로 취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조건이 받아들여져 한국 언론사 중 처음으로 북한 기자를 공식적으로 단독 인터뷰해 보도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응원단도 기자단도 그전과 같은 신비감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움이나 변화도 없었고, 북한 응원단이라는 이름과 존재만으로 큰 관심을 받고 주목을 끌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또 스포츠 빅 이벤트가 열린다면 북한 응원단이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존재감 부재로 아예 북한에서 응원단 파견이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비핵화'를 놓고 한국-북한, 미국-북한 정상들 간의 회담이 추진되는 등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이은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이다.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한 대구경북의 경기장 곳곳에서, 고립된 관중석 한쪽에서 응원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남북 공동 응원단이 손발과 목소리를 맞춰가며 함께 신나게 응원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2018-03-22 00:05:00

[데스크 칼럼] 경찰관은 아픕니다

"한 집안을 책임진 가장으로서,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곁에서 지켜 줄 수 없는 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라옵건대 고인의 국가를 위한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간청 드립니다." 포항 남부경찰서 장기파출소 근무 중 숨을 거둔 고현보(당시 55세) 경감의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보훈처에 낸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서 말미에 애타는 호소의 글을 실었다. 고 경감은 지난해 9월 음주 폭력 용의자 체포 과정서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인근 보건진료소 앞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고 경감은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순직 승인을 받은 후 현재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한 상태이다. 비슷한 시기 포항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상록(당시 57세) 경감도 순직 처리가 된 후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준비 중이며 최준영(당시 30세) 경장은 국민청원, 재심 등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최종적으로 순직 처리가 되었다. 경찰관이 공무 중 순직할 경우 순직 경찰관의 유족에게는 공무원연금법에 의거 유족 연금과 유족 보상금이 지급된다.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 보훈처에서 지급하는 보훈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국가유공자 지정도 예산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에도 불구하고 순직 경찰관들의 유족들은 대부분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한국의 치안 수준은 세계 1위로 집계될 만큼 한국 경찰은 대중의 인식보다 더 유능하고 성실하다. 하지만 경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출소나 교통안전 업무 등을 하는 경찰은 보통 4조 2교대로 일한다. 첫째 날은 주간 근무, 둘째 날 야간, 셋째 넷째 날은 비번 순서로 근무가 돌아간다. 빡빡한 근무 일정과 야간 근무 때 쌓이는 피로는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야간 근무 경찰관 1만9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수건강진단에서 전체의 50%를 넘는 1만1천여 명이 질병을 앓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판정을 받았다. 경관들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힘들다. 참혹한 사건사고를 자주 목격하고 사건 전 과정에 장기간 관여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등 정신적 손상 위험도 높다. 보건복지부도 경찰을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지정하고 있을 만큼 경찰의 직무 자체가 트라우마와 분리될 수 없다. 지난해 포항에서 있었던 순직 경관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오늘도 경관들은 추운 겨울날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매연을 마시며 몇 시간씩 서 있기 일쑤이다. 저녁마다 취객들이 난동을 부리는 현장에 출동해서 늘 잦은 부상과 상처에 시달리곤 한다. 대부분의 경찰관은 크고 작은 부상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기고 있다. 상처 부위에 연고 살짝 바르고 밴드 하나 붙이면 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된 보호 장비 하나 없이 패싸움 현장에 출동해 조직폭력배와 맞서 싸우다 식물인간이 된 경찰관이 있는가 하면 한밤에 음주단속 중 도주 차량을 검거하기 위해 수백m 거리를 차에 매달려 끌려가다가 길거리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경찰관도 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에 뛰어든 이유는 오직 경찰관이라는 소명감 때문이다. 경찰관이 건강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된다. 경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으려면 점진적 인력 증원도 필요하지만 직무환경 진단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부족한 현장 정원을 보충하고 주'야간의 불규칙한 근무에 따른 과로와 피로 누적을 감경시킬 수 있는 근무 형태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와 함께 지난 연말 처리가 무산된 공무원재해보상법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 공무수행상 입은 재해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는 수준으로 보상하는 제도가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국의 경찰관들이 현재보다 조금 덜 아프기를 바라며 또한 지난해 포항에서 순직한 경관 세 분이 국가유공자로 선정되기를 바란다.

2018-03-15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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